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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기사, 이런 문제도 있었어? 산업인력공단 “지적된 문제들 재검토 하겠다”
  • 이형주 (jeremy28@naver.com)
  • 입력 2020-08-05 20:05
  • 수정 2020-08-05 20:05

[환경과조경 이형주 기자] 조경기사 합격률이 2015년 이후 최고치인 36.5%를 기록함과 동시에 문제 오류 논란이 제기된 2020년 조경기사 1·2회 통합 필기시험에서 공부를 해도 알 수 없는 문제도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10여년간 조경자격 수험생을 가르쳐 온 김진호 성운환경조경학원 원장은 “코로나19 영향으로 3회 때 추가시험 기회가 주어진 만큼, 떨어지더라도 수험생들이 상처받지 않을 수 있게 공부하면 풀 수 있는 문제를 출제해 달라”며 지난 회차 문제 몇 가지 해설을 보내왔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지난달 24일 2020년 국가기술자격 정기검정 기사 제3회 시행계획 변경 내용을 공고했다. 3회차 필기시험은 8월 22일부터 23일까지 치러지며, 합격자는 9월 3일 발표할 예정이다.


당초 조경기사·산업기사 시험은 1·2·4회차에 실시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제1·2회차가 통합 시행되면서 3회차에도 시험기회가 주어져 수험생들의 관심이 쏠린다.


김진호 원장은 지난 1·2회차 시험에서 수험생들이 가장 어려웠을 문제로 12번 “문헌상 우리나라의 정원에 식물인 연이 최초로 나타난 시기는?”을 꼽았다. 이 문제의 답은 ‘서기 123년’이었다.


김 원장은 “삼국사기나 삼국유사 등에 나오는 꽃을 모아 놓은 『이천 년의 꽃』(김규원 저, 한티재, 2015.)이란 책을 찾아보고 서기 123년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 부분을 찾아 별도로 외우지 않으면 알 수가 없는 문제다”며 “조경기사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어디서 정보를 알아야 하는 것인가?”란 질문을 던졌다.


김 원장은 “출제자 자신이 어디선가 힌트를 얻고 그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아무런 생각 없이 그냥 출제하면 안 된다”며 “이러한 것들이 조경사적 가치가 있는 것인지, 교육적 가치가 있는 것인지, 그렇다면 왜 여태껏 이런 문제가 한 번도 안 나왔는지 등을 한 번쯤은 생각해 봐야한다. 또한 출제자가 전문가라면 그런 것을 교육적으로 어떻게 연결시켜 교육을 해왔는지, 아니면 다른 교수들과 의견을 나누어 교육적 중요성을 공론화시켜보았는지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김 원장은 “문제를 출제할 때는 수험생들의 수준을 감안해 공부할 범위에서 난이도를 조절해서 내야지, 식물이 조경과 연관되니 식물에 관한 것은 다 괜찮은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절대 공부할리 없는 문제를 내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지난 1·2회차 통합시험에서 합격한 수도권 소재 조경학과 학생은 “연이 우리나라에 도입된 시기를 묻는 것은 이번 시험에서 처음 봤다. 시험이 끝나고 학교에서 배운 책은 다 찾아보고 자격증 수험서를 다 뒤져봐도 안 나오더라. 합격했는데도 시험이 끝나고 화가 났다. 자격증시험이 보물찾기하는 건 아니지 않는가?”라며 출제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다.


111번 최초의 흰불나방 피해시기에 대한 문제에 대해 김 원장은 “흰불나방을 막으려면 ‘1958년 전후’로 돌아가야 하는 것인가? 공부의 보람을 느끼게 하거나 또는 공부가 부족했음을 느낄 수 있는 그런 문제를 원한다”며 의미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서 한국생태복원협회장을 역임한 이승제 신구대학교 환경조경학과 교수는 “6.25 때 미군이 지원을 오면서 흰불나방이 들어왔다. 이는 조경관리 문제가 아니라 역사적인 이야기다. 그렇다고 조경사에서는 중요하게 다뤄질 부분도 아니다”며 김 원장의 의견에 동의했다.


이 뿐만 아니라 “이런 것보다는 나무에 피해를 입히는 병해충과 그 방제법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실무에선 필요 없고 헷갈리게 하려 만든 쓸 데 없는 문제를 내는 게 문제다. 나무의사도 상황은 비슷한 유형의 문제들이 나온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안전관리 관련해서도 교재도 없고 가르치지도 않는 문제들이 나오는 것 같다. 학교에서 교육이 되는 부분만 내야지 엉뚱한 데서 내는 건 잘못됐다”고 덧붙였다.


120번 문제는 “과석, 중과석과 같은 가용성 인산비료에 석회질 비료를 함께 배합할 경우 비효가 감소하는 원인 물질에 해당되는 것은?”이었는데, 김진호 원장은 이 문제도 어려운 문제 중 하나로 꼽았다.


김 원장은 “조경관리학에서 농약은 개괄적인 내용과 조제법 정도만 배운다. 시험에서는 한 회차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농약의 세부적인 내용 공부에 많은 시간을 들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농약을 만드는 건 그 전문 분야가 따로 있으니, 조경학에서는 농약에 대한 이해와 활용법을 알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조경시공이나 관리실무 현장에서는 농약 병뚜껑 색깔을 보고도 종류를 구분하지 못하는 게 더 문제라는 지적도 있는데, 이런 문제가 더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있다.


작물보호제 전문기업인 팜한농에 다니는 김인수 선임은 “모든 지식이 많으면 좋겠지만 너무 과한 부분이 있다. 농약은 화학적, 생물학적 지식을 활용해 만들어내는 약품이다. 조경을 전공한 학부 수준에서 접근할 수 있는 문제를 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농약 배합은 판매상에서 다 알 수 있고 사용 전 검색하면 충분한 일이다. 활용법에 대한 이해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농약 제조회사를 다닌다면 알아야겠지만, 외부공간을 만들고 관리하는 데서 농약의 세부조합까지 세세하게 알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은행 다니면 돈의 제조공정과 구성성분을 공부해야 하고, 프로게이머가 반도체를 제조할 줄 알아야 하는 건 아니지 않는가?”란 말도 했다.


김진호 원장은 97번 문제 “단순보에서 A점의 반력이 B점의 반력의 3배가 되기 위한 거리 x는 얼마인가?”도 수험생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문제일 것이라고 봤다. 구조역학은 아주 이로운 영역에 속하는 학문으로 일상생활에서의 역학적 원리도 이해하기 쉽고, 설명 가능한 것이 많은 분야란 것이 김 원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조경학과 학생들은 건축이나 토목과 학생들보다 훨씬 적게 역학을 배우는 것을 고려해야 하고, 조경학과를 나온 학생들이 접근 가능한 문제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산업인력공단 관계자는 “문제은행에서 선별된 문제를 직원들이 검토하고 있는데 객관화할 수 있는 내용으로 정리하려 노력하지만 한계가 있다. 문제가 있는 것들은 사후처리하거나 폐기 처리하는 부분으로 가는 게 맞다. 지적된 문제들은 재검토해보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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