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형석 ([email protected])
[환경과조경 박형석 기자] 한국조경협회와 한국조경가협회, 한국조경학회는 지난 25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한국과학기술회관 2관 지하 1층 중회의실5에서 ‘조경사 제도’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한국조경협회가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마다 진행하는 ‘2023 월간 조경기술세미나’의 일환이다.
행사는 총 4부로 구성되며 ▲1부에서는 이해인 HLD 소장의 ‘현행 조경설계 자격제도, 무엇이 문제인가’ ▲2부에서는 이윤주 LPSCAPE 소장의 ‘해외 조경설계 자격제도와의 비교’ ▲3부에서는 이남진 VIRON 소장의 ‘조경사 자격제도의 신설 제안’ ▲4부에서는 배정한 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의 ‘조경학 교육인증제의 필요성과 방향’을 주제로 발표가 진행됐다.
발표 이후에는 김아연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가 좌장으로, 박명권 그룹한어소시에이트 대표, 염철호 건축공간연구원 부원장, 최원만 신화건설팅 대표가 ‘조경가 제도’에 대해 토론을 진행했다.
발표가 진행되기 전 안계동 한국조경가협회 회장은 “우리나라 조경분야는 50년간 조경의 발전을 위해 힘쓰고 업역을 확대하는데 노력했으나 조경분야에 관한 법령과 제도들은 매우 미흡하다. 설계를 진행하다 보면 재해, BF, 빛공해 등 수많은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조경 심의 제도는 따로 없고 조경설계는 아무나 해도 상관없는 것이 현실이다. 수년 전 검토됐던 조경법 제정 추진과 함께 조경설계 자격제도 신설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것은 매우 필요하다. 자격제도에 대해 조경의 대응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조경가협회를 재창설해 여러 조경인들과 힘을 합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영주 국토교통부 사무관은 축사에서 “조경사 관련한 이야기는 매번 나왔었다”며 “이에 정부는 조경설계 자격제도에 관심 갖고 조경의 발전을 위해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1부에서는 이해인 HLD 소장이 ‘현행 조경설계 자격제도, 무엇이 문제인가’에 대해 이야기 했다.
이해인 소장은 “조경 교육을 받지 않았거나 실무 경험이 없어 조경 실무 수행에 필요한 지식, 기술, 능력을 입증받지 않은 사람들이 조경설계 및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며 “조경자격제도가 유명무실해짐에 따라 조경이 분야 발전의 동력과 기반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이해인 소장에 따르면, 조경기술사, 조경기사 등의 자격은 조경 전문가가 조경을 수행하는 ‘면허’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면허로 작동하지 않는 조경자격제도는 조경 전문가의 일거리를 줄이고, 하도급 등으로 이윤 창출 및 전문성 발휘가 어려워 불리한 조건에 처하기 쉽다.
불리한 조건은 조경 전문가의 기여도를 떨어뜨리며, 조경 전문가의 필요성과 수요에 대한 인식을 약화시키고, 결국 조경분야의 축소, 나아가 패싱하는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 이해인 소장은 이러한 문제를 타파하기 위해 “조경설계·계획을 할 수 있는 전문적인 지식, 기술, 능력을 제대로 갖춘 ‘조경 전문가’들을 인증해 주는 조경사 제도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부에서는 이윤주 LPSCAPE 소장이 ‘해외 조경설계 자격제도와의 비교’를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했다.
이윤주 소장은 해외 조경사와 조경설계 자격제도에 대한 인터뷰를 소개했다. 그는 “조경사 자격제도는 대중의 건강, 안전을 위해 조경을 수행할 수 있는 지식과 능력을 인증하는 제도이다”라며 “해외 조경사 제도 시험은 우리나라에 비해 조경사 자격 취득에 대해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으며, 이 시험을 준비한 사람들은 이 시험을 보기 위해 준비했던 여정이 자기 자신에게 조경에 대한 전문적인 도움을 주었고, 앞으로 어떠한 방향의 조경을 만들어 나갈지에 대한 미래를 심사관들이 조언해 주어 귀중한 시간을 보냈다는 대답을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이윤주 소장은 “이처럼 해외에서는 제도의 중요성을 두고 교육과 실질적 능력을 중요시 한다”며 “우리나라 조경사 제도 역시 자격증 취득이 목적이 아닌 자격증을 취득하는 과정이 보다 실질적이고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3부에서는 이남진 VIRON 소장이 ‘조경사 자격제도의 신설 제안’에 대해 설명했다.
이남진 소장은 “조경설계 자격 및 면허 제도가 필요한 이유는 기술력을 기반으로 등록된 업종의 디자인을 검증하는 점에 있어 설계 전문 자격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젊고 경쟁력 있는 신진 조경설계 전문가가 책임기술자로서 직접 참여하기 어려워 현시점에도 자격을 대여하는 불법 및 편법의 방법으로 하청 받아 진행되는 사업이 많다”고 말했다.
이남진 소장에 따르면, 아직까지 조경은 건축사무소에서 조경설계사무소로 하도급을 받고 있는 실정이며, 건축과 조경은 엄연히 다른 업종인데 건축사무소 직원이 도면을 작성하고 건축사무소에서는 조경설계 하도급을 아르바이트 처리를 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없애기 위해 ‘조경사 법’을 제정하고, ‘조경진흥법’을 개정하는 방안으로 조경사를 국토교통부 장관이 시행하는 자격시험에 합격한 사람만이 대지안의 조경, 도시공원 및 녹지의 설계와 공사감리 등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정의하고,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을 ‘조경사 또는 조경사사무소에 소속된 조경사’로 제한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더불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기존 자격 보유자에게 ‘조경사’ 자격 취득을 유도하고, 조경기술사나 조경분야 특급기술자에게 1차 시험 면제권을 부여하며, 조경설계사무소 면허에 혼선이 오지 않도록 조경기술사사무소와 엔지니어링 활동 주체, 조경사사무소 3개 면허에 대해 유예 기간을 두어야 한다.
이남진 소장은 “조경사 제도 신설은 중장기적으로 조경의 품질을 향상시켜 국토환경의 질 향상과 국민복지에 기여할 수 있다”며 “조경설계자의 투명한 자격 관리 및 위상을 제고하고, 공정성 있는 사업 참여 기회 제공과 국제적 인증이 가능한 전문가 양성 기반을 마련하는 기대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마지막 4부에서는 배정한 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가 ‘조경학 교육인증제의 필요성과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배정한 교수는 “교육인증제는 조경사 제도와 관계가 깊다. 조경사 제도의 자격 및 면허 응시에 대한 필요조건은 조경학 교육 인증을 받은 조경학과의 졸업이 필수이기 때문이다”라며 “교육인증제는 의대를 나와 의사가 되고, 법대를 나와 검사가 되는 것처럼 교육인증제는 전문학위와 자격 제도를 통해 체계를 명확하게 확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배정한 교수는 조경학회와 조경협회에서 조경학 교육인증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학교 교육 현황과 국내·외 사례연구, 인증 기준 등을 연구해 오는 2025년에는 공론화 및 심화 연구 진행을, 2026년에는 제도화를 실행할 것을 제안했다.
뒤 이어 진행된 토론회에서는 염철호 건축공간연구원 부원장이 “최근에 국민적으로 조경의 중요성이 상당히 높아졌기에 현재의 조경관련 자격제도들이 국민이 원하는 것을 수용하기에는 부족하고, 내부적으로는 조경설계와 조경시공의 관계성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교육인증제에 대해서는 과거 건축학 인증제 도입을 보면 전문인으로서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 충분히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증제 도입 이후 설계 능력은 뛰어나나 시공이나 전반적인 기초지식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는 이야기도 있어 계속 개발되고 있는 중으로 알고 있다”며 “교육인증제는 기존 건축분야에서 만들어진 쟁점을 잘 활용해 부작용이 없는 조경분야 교육인증제를 완성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박명권 대표는 “조경사 제도는 조경 전문가로서의 위상을 높이고, 조경설계를 아무나 할 수 있는 불합리한 현실과 조경의 완벽한 구축을 통해 과거 세대부터 현재와 미래를 책임질 세대들에게 더 큰 꿈과 이상을 줄 수 있으며, 조경설계를 꿈꾸는 현세대에게 더 안정적이고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경사 제도가 실행이 되면 정부의 제도적, 정책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법정 단체가 될 수 있다”며 “건축사협회는 정부에서 인증한 라이센스가 있는 협회로, 정부가 표준계약서, 부설 교육원 등을 지원해 줌으로써, 건축사협회는 다양한 정책 연구 및 개발을 통해 건축분야 발전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명권 대표는 “조경가협회는 정부에서 인증한 라이센스가 없기에 지원을 못 받고 회원들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조경사 제도는 조경이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좋은 제도이다”라며 조경사 제도에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원만 신화컨설팅 대표는 “조경은 항상 건축과 도시 사이에 껴있다. 그래서 언제나 조경가로서 주장을 내세울 때 머뭇거릴 수밖에 없다. 이런 면에서 조경사 제도는 조경의 발언 기회에 힘을 실어주며, 국가에서 자격을 인정받았으니 손쉽게 파트너십을 맺는 일이 가능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아연 서울시립대 교수는 “자격제도라는 것은 내부적으로 지위와 권리에 관련된 측면도 있지만 권리와 책임은 함께해 오는 것이다”라며 “이러한 점들은 결국 국민들에게 어떤 혜택으로 돌아갈 것이며, 조경공간들이 국토 환경과 경관에 어떤 선순환 구조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냐가 중요하고, 대의적인 공감대가 정책의 가장 핵심적인 기반이 되기 때문에 이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