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수환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정원사업실장 ([email protected])
지난 10월은 정원이 전부였던 한 달이었다. 북서울 꿈의 숲에서 개최된 서울정원박람회를 시작으로 세종에서 정원산업박람회가, 오산에서 경기정원문화박람회가 개최되었다. 국가정원이 운영되고 있는 울산에서는 세계적인 정원작가 피트 아우돌프의 정원조성을 기념하는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하면서 박람회의 관심을 이어 나갔다. 특히 심포지엄의 주제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공공정원과 정원문화라는 주제로 개최되어 정원이 가진 사회, 환경적 기능과 문화로의 확산을 위한 발제와 토론이 있었다. 지난 10월의 행사는 코로나19로 인해 개최되지 못하거나 축소된 아쉬움을 덜어내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론 아쉬움이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팬데믹을 겪으며 정원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최고조에 달했다. 개인의 영역이었던 정원은 공공의 영역으로 확대되어 환경과 인간성을 회복하는 공간으로의 역할을 한다. 반려식물 또한 하나의 콘텐츠로 정서적인 교감과 위안을 얻는 존재로 인식될 만큼 생활공간에 정원 및 식물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얼마 전까지는 구하기가 어려운 식물을 판매해서 소득을 올리는 식테크(식물+재태크)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나며 새로운 문화가 생겼다. 하지만 막상 반려식물 시장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직 열악한 것이 현실이다. 반려식물로 활용되는 식물을 비롯해 화분 등의 소재는 대부분 예전의 것들이 그대로 이용되고 있어 산업으로의 확장은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정원박람회 또한 마찬가지가 아닐까. 각기 다른 주제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담아 운영되고 있는 듯 하지만 국민들의 수요는 얼마만큼 담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과 생각이 필요하다.
수년 전 산림청에서는 국내 정원박람회의 활성화를 위한 조사를 통해 우리나라의 정원박람회가 가진 한계를 도출하고 발전방안을 제시한 적이 있다. 조사된 결과에 따르면 지난 수년간의 정원박람회는 정체성의 결여, 프로그램의 답습, 진부한 홍보전략 등의 문제점과 엷은 작가층과 한정적인 참여, 식물 등 동일한 소재의 활용으로 인한 연출의 한계 등을 지적하였다. 올해 개최된 정원박람회는 수년 전 제시되었던 문제점이 얼마나 개선되었을까.
정원박람회장으로 많은 시민들을 끌어내고 참여시킨 것은 긍정적이지만 여전한 정체성의 결여로 유사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아쉬운 측면이 있다. 또 다양한 정원을 볼 수 있는 작가정원도 마찬가지이다. 작가정원이란 타이틀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작가정원에서의 작가의 역할은 점점 축소되는 느낌이다. 제안서에 담겨있는 의도가 정원으로 표현되기까지 작가의 참여는 얼마만큼일지 되새김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박람회를 위한 노력도 이어졌다. 수년 전 서울정원박람회는 도시재생을 통한 지역활성화를 목적으로 공원녹지 등이 부족한 해방촌에서 개최되었었다. 박람회 기간으로 따지면 방문하는 인원은 적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오랫동안 방문하는 지속가능한 정원이 되지 않았을까. 또 지난해 개최된 전라남도 정원페스티벌에서도 흥미로운 프로그램을 보았다. 지역의 상가들이 참여하는 정원조성 프로그램이 있었다. 정원 결과물에 있어서는 부족한 부분이 있었지만 정원문화의 확산과 기존의 정원박람회가 가진 한계를 넘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좋은 사례가 아닐까 한다.
정원은 국민들의 수요속에서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그런 속에서 식물 호텔과 반려식물 상담소, 렌탈서비스와 같은 산업부터, 플랜테리어, 리테일테라피 등과 같은 새로운 정원문화까지 생각보다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정원문화가 우리 삶 속으로 스며들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어쩌면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을 간과하고 있는건 아닐까. 우리 삶 속의 문화가 되기 위한 정원과 반려식물, 정원 속의 생명들을 반려의 개체로 인정할 수 있는 인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 인식의 기반은 이해와 공감이 아닐까. 내 정원의, 내 책상의 반려식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남수환 /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정원사업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