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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공원 부지에 아파트? “허무맹랑, 희망고문” 용산공원 전문가들, 여당 최고위 “용산 미군기지 임대주택 9만 채 공급” 제안 비판
  • 입력 2021-05-09 10:25
  • 수정 2021-05-09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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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미군기지 전경



[환경과조경 이형주 기자]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는 부동산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여당 최고위원이 용산공원 부지마저 임대주택으로 채워 넣자고 제안해 “한국사회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근시안적 생각”이란 전문가 비판이 이어진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3일 열린 신임지도부 첫 최고위원회에서 용산공원 예정부지에 공공 임대주택 9만채 공급을 제안했다. 전당대회 출마 과정에서도 이러한 공약을 걸었고, 최종 득표율 2위로 최고위원에 당선됐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용산 미군기지 이전 논의는 군사시설과 병력 이동의 단순한 논의 수준이 아니다. 전시작전권 이전과 방위비 분담금은 물론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시아의 팽팽한 군사적 긴장감과 함께 한다. 용산 미군기지 이전이 완료되는 것을 전제로 국가공원을 조성하겠다는 취지를 가진 특별법이 제정되고 약 15년이 지난 지금도 공원 조성 시점을 정확히 가늠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군은 물론 청와대, 국방부, 외교부, 국토부, 환경부, 문화재청, 서울시 등 다양한 주체들이 얽혀 있기도 해 미군기지 이전 이후 방향을 바꾸긴 어렵지만, 해당 부지를 주택으로 개발하자는 주장이 종종 나오는 상황에서 여당 최고위원이 이를 부추기는 발언을 한 것은 부적절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용산 미군기지는 대한민국의 현대사와 함께해 온 역사적인 땅이다. 6.25전쟁 후 서울의 재건과 함께 한국군과 미군이 공존하며 한반도 안보를 지키던 곳이다. 1980년대 후반 민주화운동으로 군사정권이 퇴진하면서 육군본부 이전과 미8군 골프장 이전으로 국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제공됐다. 육군본부가 있던 자리에 전쟁기념관, 미8군 골프장에는 용산시민공원(국립중앙박물관 조성 후 용산가족공원으로 축소)이 조성됐다. 1990년대 미군기지 이전 논의를 시작해 2000년대 주한미군기지 이전 및 재배치 사업 착수, 용산 미군기지 공원화 선포식,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제정을 거쳐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용산 미군기지 반환 사업 관계자 A씨는 “이러한 분위기와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한 채 용산 미군기지 절반을 활용해 공공 임대주택을 공급하자는 제안을 준비했는지 묻고 싶다”며 “미군기지 이전 정도와 기지 폐쇄 시설 현황은 물론 환경오염 정도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지 못한 상황 속에서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최고위원의 주장은 국민들에게 실현 가능성 없고, 허무맹랑한 희망고문을 던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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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미군기지 내 전경



지난해 8월 4일 정부는 서울 용산 미군기지 캠프킴 부지 개발을 위해 연내 반환을 목표로 하고, 공공임대 주택을 포함한 3100가구 공급 의지를 밝혔다. 캠프킴 부지의 토양·지하수 오염 정화 작업을 우리 정부가 먼저 이행하는 조건으로 이행된 것이지만, 환경조사와 정화작업이 언제 완료될지도 불투명하고 주택 공급 가능 여부도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A씨는 “용산 미군기지 캠프킴 부지와 용산공원 조성 예정지역 모두를 공공 임대주택 공급이 가능하다고 국민들에게 메시지를 던지고 보는 방식은 달라지지 않았다. 한마디로 전혀 실효성 없는 대안을 내놓고 있다. 선거를 위한 표심에만 목메고 있는 것”이라며 “부동산 시장이 왜 걷잡을 수 없는 정도로 치달았는지에 대한 정확한 원인도 모른 채 모든 경우의 수를 동원해 대안으로 활용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용산 미군기지는 공원화 사업을 통해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관통할 수 있는 장소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현 세대와 미래세대가 연결될 수 있는 생태도시 조성의 기회이자 대한민국의 사회적 자본으로 만들어가야 할 대상이다”며 “용산 미군기지에 일반적인 경제재 개념으로 수요와 공급 작용의 잣대를 들이대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익명을 요구한 연구자 B씨는 “용산 미군기지 공원화는 30년이 넘는 논의과정을 거쳐 사회적 합의를 도출한 내용이다. 이를 개인의 정치적 자유란 이름으로 뒤집어엎을 때는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정부 정책과 사회적 논의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없었던 걸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주택공급 측면에서 볼 때도 “수도권 집중 현상을 구조적으로 개선하지 않는 땜질 처방”이라는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또한 “용산공원은 열강의 침략, 식민지, 분단 등 한국 근현대 역사를 가장 압축적으로 상징하는 유일한 공간이다. 아파트 몇 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미래 가치가 있다. 그런 곳을 부동산으로 개발하려는 것은 한국사회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좁은 안목”이라는 의견을 개진했다.


아울러 “이곳은 대한민국의 용산이었고, 한반도의 용산이다. 대한민국 국민, 나아가 미래 한반도 구성원들의 땅이다. 미래의 한반도 구성원들의 에너지까지 모아낼 수 있을 만큼의 공간으로 가꾸고 다듬는다는 정책적인 아이디어를 내야지, 가로막는 방향에서 정책적 아이디어를 내는 것은 정말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여당 최고위원으로서 책임 있는 행동을 요구했다.

 

김종헌 배재대학교 건축학부 교수는 “용산을 공공 임대주택으로 사용하는 것은 단지 이를 사용하는 몇몇 사람들을 위한 것인 반면, 국가공원은 전 국민을 위한 수백 년 이상 지속할 수 있는 공원을 만드는 일이다. 당장 필요한 것을 해결하려고 주택을 짓는 것은 영속적 자산을 근시안적으로 써버리는 것”이라며 용산 미군기지 내 임대주택 건설 주장은 목이 마르다고 샘에서 물을 퍼 올리기 위한 마중물을 마셔버리는 행위와 같다고 비유했다.


더불어 “용산은 역사의 아픔이 우리에게 남겨준 선물인데, 이를 우리 시대에 써버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 용산공원은 식민지 지배를 받았던 아픔 속에서 탄생한 소중한 자산이다. 그런 곳을 공동주택 단지로 만들자는 건 너무 근시안적인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김천수 용산문화원 역사문화연구실장은 사회적 합의를 거쳐서 결정된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의 기본이념을 존중할 것을 당부했다.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제2조(기본이념)에는 “대한민국에 반환되는 용산부지는 최대한 보전하고 용산공원은 민족성·역사성 및 문화성을 갖춘 국민의 여가휴식 공간 및 자연생태 공간 등으로 조성함으로써 국민이 다양한 혜택을 널리 향유할 수 있게 함을 이 법의 기본이념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김 실장은 “향후 조성되는 용산공원은 서울시민만의 공간이 아니다. 특별법 기본이념에서 명시하고 있듯이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역사, 문화, 생태를 즐기면서 향유하게 될 곳이다. 공공임대주택 대량공급을 목적으로 조성하는 것은 특별법 기본이념에 반하며, 국토의 균형발전 측면에서도 서울을 중심으로 한 좁은 사고방식이다”며 “용산공원은 단순 근린공원이 아니라 최초의 국가공원이다. 국민 전체 향유를 목적으로 제정된 특별법의 기본이념과 취지를 잘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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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미군기지 내 역사건축물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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