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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른하우젠 정원의 라 그로테
    이번 여름 필자는 모든 것에 우선해서 그녀의 마지막 영혼을 보기위해 조금은 무거운 마음과 조금은 설레는 맘으로 하노버로 향했다. 버스 창밖으로 보이는 도시는 유리 진열장에 담겨 있는 듯 했고 햇살이 좋았다. 끝없이 길게 늘어선 알레를 뒤로하고 들어선 곳. 써프라이즈 ! 거기에는 괴암도 없었고, 동굴도 없었다. 그대신 바로크 양식의 매우 조화롭고, 완벽한 비율로 세워진 자그마한 건물이 잘 가꾸어진 정원에 둘러싸여 있었다. 이는 마치 하나의 공간을 완전히 새롭게 창조한 이태리의 타롯정원을 연상케 했으며, 특히 내용을 감히 추측할 수도 없는 외형디자인은 마리오 보타가 설계한 타롯정원의 정문을 떠오르게 했다. 니키의 오랜 동료이자 협력자였던 건축가 마리오 보타는 타롯정원 정문을 설계하면서 정원의 비범한 마술을 보호하고 보존하기 위해서 정원은 하나의 고립된 섬으로 남아주길 원했고 정원이 주는 놀라운 선물을 외부의 일상으로부터 분리시키고자 의도했었다. 가로로 길게 늘어선 거대하고 육중한 벽사이로 둥근 입구만 있을 뿐이었다. 기대에 차서 바라본 동굴이라는 곳은 타롯공원의 입구 이상의 실망감을 주는 듯 했지만 이는 잠시, 작지만 결코 작지않은, 예사롭지 않은 기운이 스미는 것을 느끼면서 조심스레 다가 갔다. 탄탄한 구성과 니키의 특허품격인 유리 창틀이 니키임을 말해주었고 세 개의 공간으로 나누어져 있다는 입구의 첫 번째 공간을 들어서면서 난 한번 더 숨을 들이쉬며 이내 쓰러질듯한 현기증을 느꼈다. 타롯정원에서 느꼈던 거대함과 웅장함, 화려함과는 또 다른 삶의 깊이와 니키의 영혼이 그곳엔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니키는 이곳에 무엇을 담고 싶었을까 무엇을 남기고 싶었을까 아니면 무엇을 가지고 가고 싶었을까. La Grotte - 동굴 헤른하우젠에 위치한 정원과 역사적 동굴인 라 그로테는 1638년 백작 게오르그가 궁전 살림용으로 농장을 건설하게 되고 이후 백작 요한 프리드리히가 이 건물을 1666년에 여름궁전으로 증축하도록 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큰 정원 "그로센 가르텐"의 시초였다. 이후 궁전을 확대하면서 아직까지 보존되어 있는 그로테(동굴)와 그러쎄 카스카데(큰 폭포)가 건축되었다. 이후 백작이 사망하자 그의 아우 에른스트 아우구스트가 정권을 물려 받게되었고 아우구스트와 그의 아내 소피는 정원구성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단계들을 시행하게 하였는데 이때 세워진 건축물들이 정원극장, 누보 쟈르뎅, 큰 지하궁의 조형장식, 남쪽끝에 위치한 파빌리온, 그리고 갤러리 건물들이었다. 소피는 그의 글에서" 헤른하우젠 정원만이 우리가 자랑할만한 것이며, 이 정원이야 말로 실로 아름답게 잘꾸며져 있다"라고 남겼다. 그후 그녀의 아들 하노버 공작 게오르그 누드비히가 왕위에 오르게 되면서 이 정원은 정기적으로 여름 궁전으로서 화려한 축제행사를 하는데 사용되었다. 그러나 18세기 이후 불가피한 긴축재정과 관리소홀로 점차 몰락하게 되었는데 다른 한편에서 보면 오히려 잘된 운명이라고 해석될 수 있다. 당시 유럽의 귀족들은 새로운 취향에 따라 바로크풍 정원을 풍경정원으로 리모델링하였는데, 이를 피해갈 수 있었고 이로인해 원래 바로크 형태를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전쟁과 인플레이션, 자금의 가치 하락 등으로 정원은 몰락하게 되고 결국 하노버시는 1936년에 정원을 구입하여 복구공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창조적인 기념물 보존"이라는 이념에 따라 현존하는 것들을 다시 복구하여 원상태로 다시 되돌리는 것 뿐만 아니라 정원에 다른 여러 가지 추가장식 요소들을 첨가하여 개선하였다. 이렇게 하여 생겨난 전망 테라스, 미로정원, 특별정원들은 복구공사에 보여준 도시민들의 열정과 역사적인 헤 른하우젠 정원이 얼마나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이영송 (주)소토대표(구송앤주)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
  • 조경 ; 사람과 땅이 어울린 이야기 (16) - 9월, 산과 골을 만든다
    이번 달에는 약속대로 지형(地形)을 다루면서 독자들과 만나기로 한다. 지난달의 나무와 관련해서 볼 때 지형과 나무의 관계는 사실 매우 밀접하다. 예를 들어, 소나무는 적당한 높이의 언덕위에 모여 심겨야 제격이다. 도시의 평지에 심기거나 가로수로 줄지어 심겨진 소나무는 어색하기 이를 데 없다. 원래 소나무가 산에서 자라는 나무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형이 항상 나무와 같이 어울려야 하는 대상은 아니다. 나무 없이도 지형은 그 자체로 많은 얘기를 할 수 있는 소재다. 땅바닥면으로부터 조형의 대상으로까지 성장한 지형얘기를 들어보기로 하자. 토목의 땅, 조경의 땅 지형은 말 그대로 땅의 모양을 말하고 지형을 만진다는 것은 땅의 모양을 다듬고 고치는 일이다. 실제 외부공간에서 지형을 만지는 일은 주로 작은 언덕 같은 것을 만드는 일이 되어서 외부공간을 만드는 이들은 마운드 (mound)를 둔다 또는 마운딩(mounding)을 한다는 말을 사용한다. 골프장의 페어웨이에서 흔히 보이는 것과 같이 잔물결로 굽이치듯 땅의 표면에 파동을 주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언듈레이션 (undulation; 땅에 파동두기)라는 말로 표현한다. 모두 영어식 표현이지만 실무에서는 그렇게 통용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땅을 다루는 일은 토목의 권한내에 있다. 몇천세대가 살게 될 큰 택지지역의 지반 고르기와 경사가 급한 곳을 깍아내는 절토(切土)와 낮은 땅을 높이는 성토(盛土)등의 개념은 토목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토목이 다루는 땅의 스케일, 즉 규모는 통상 조경의 땅보다는 훨씬 커서 조경이 보이고자하는 땅의 섬세한 경관적 바램을 이루기에는 역부족이다. 조경의 땅은 작기는 하지만 지형의 변화가 미세해서 토목의 거시적인 눈으로는 잡아내기 힘들다. 조경의 땅이 토목의 땅에 비해 작고 미시적이긴 하지만, 그렇다하더라도 토목의 땅다루기에 필요한 모든 조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덧붙이도록 하자. 비가 내린 뒤 생기는 땅 표면의 물길 잡기나 절토와 성토의 토량계산 등은 단지 토목만의 일이 아니라 조경의 땅을 다루는 이들에게는 꼭 필요한 기본적 이해들이다. 언덕이나 동산(童山)같이 아래의 땅에 비해 솟아오른 지형을 제주도 쪽에서는 오름이라고 부른다. 있는 그대로의 땅의 조형적 속성을 잘 표현한 말이라고 볼 수 있다. 군 시절, 6.25당시 격전장으로 유명했던 철원평야의 백마고지(白馬高地)에서 대공 발칸포기지 공사를 할 때의 경험인데 - 훈련 철에는 칼같이 훈련받고 훈련 끝나면 예외 없이 시멘트와 골재와 씨름하는 우리나라의 야전공병은 정말 훌륭한 군인임에 틀림없다 - 그 넓은 철원평야의 한가운데 백마고지만 볼록 솟아있는게 신기했다. 백마고지의 정상에서 보면 주변의 철원평야가 한 눈에 들어왔다. 추수 직전의 가을 저녁 무렵 석양빛을 받고 있는 철원평야를 보신 적이 있는지. 그때의 철원평야는 곱기도 했고 또 힘차기도 했다. 소음이 전혀 없는 한적함 속에서 - 민통선내 철원평야의 조용함과 평안함은 말로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 들녁의 황금색이 온 천지에 넘쳐났다. 옷과 얼굴이 시멘트로 범벅이 된 사병하나가 화랑담배를 피면서 철원평야를 내려다 본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아무 것도 지금은 중요치 않다는 생각을 한다. 작은 기억하나가 그 길고 힘들었던 시간을 일순간에 녹여낸다. 오름의 공간은 꼭 군사적 목적으로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시애틀 교외의 개스웍스파크 (Gas Works Park)는 70년대 초반 정유공장을 다른 곳으로 이전하고 그 자리에 만든 공원이다. 미국 조경가 해그 (R. Haag)는 공무원들과 시민들을 끈질기게 설득해 정유공장의 일부 시설이 공원에 그대로 남도록 했는데 이 결정이 결국 이 공원을 시애틀의 명물이 되도록 만든다. 공원에 일부러 남겨진 정유공장의 시설은 옛날 이 공원의 자리가 어떻게 쓰였었는지 또 무슨 과거를 갖고 있었는지를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훌륭한 책자이고, 공원이 사람들에게 자신의 얘기를 계속할 수 있도록 하게하는 일종의 영상매체이다. 정유공장시설외에 공원에는 명물이 하나 더 있다. 높이 20여 미터의 작은 동산이 그것인데 주말이면 많은 시애틀시민이 이곳으로 올라와 연을 날리며 바람을 즐긴다. 동산에서 내려다보는 만(灣) 저쪽의 시애틀 도심의 스카이라인은 한편의 대단한 파노라마이다. 폐유에 의해 오염된 토양이 토양박테리아에 의해 자 연정화되는 몇 십년동안 생육이 어렵기 때문에 이 공원 내에는 전혀 나무를 두지 않았다. 나무가 없는 까닭에 잔디와 초지류로만 덮인 동산의 외형 윤곽선은 멀리서 봐도 그대로 참하게 살아있다. 20여 미터의 높이의 동산하나가 사람들에게 결코 작지 않은 공간적 감흥을 전해주는 사례이다. 시애틀이건 제주 도건 어디건 간에 동산은 오르는 맛, 올라가서 내려다보는 맛 그리고 멀리서 바라보이는 맛이 같이 있어야 한다. 진 양 교 Chin, Yang Kyo·(주) 토문엔지니어링 종합건축사무소 부소장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
  • 우리 풍경 찾기 Ⅵ : 미완의 풍경으로 남기기
    미완의 풍경 열기 2년에 걸쳐 13회에 이른 연재를 이제 마감하고자 한다. 우리의 조경설계에서 의미를 찾는 것은 힘든 현실과 이상 사이의 치열한 접점에서 가능하다. 본 연재의 마지막이 되는 이번 글에서는, 직접적인 결론을 내리기보다 애초에 기획(1회 연재 때 약속한 내용)했던 우리 원형풍경의 생태적 특성을 간략히 요약하고자 한다1. 더 나아가 필자가 지금까지의 이론과 실무과정을 통해 체득한 생각을 토대로, 풍경을 만드는(造景) 미래세대의 가능성(vision)2을 열어놓고 마치고자 한다. 우리풍경 찾기Ⅵ : 원형풍경의 생태적 특성 찾기 본 글은 연재의 마지막 회이지만, ‘우리풍경 찾기’라는 소 제목으로 보면 여섯 번째의 글이 된다. 앞의 연재에서 살펴본 바대로 ‘진경산수화’와 ‘명소에도백경’은 한국과 일본 도시의 원형풍경 (archetypal landscape)을 파악할 수 있는 귀중한 유산이다. 이제 이들 풍경화 속에 그려진 옛 도시 한양과 에도(동경의 옛이름)의 생태적 특성을 간단히 살펴보자. 서울과 동경의 원형풍경에 대한 생태적 특성 풍경화를 통해 살펴본 두 도시의 생태적 특성 중, 지형, 수계, 기후, 식물, 동물의 순으로 간략히 비교하여 살펴보자. 지형은 앞서 살펴본 풍경화의 구도적 특성과 상관성이 높다. 한양을 묘사한 풍경의 대부분은 도시의 내곽을 둘러싼 內四山과 외곽을 둘러싼 外四山을 원경, 중경, 근경에 주로 묘사하여 한양이 갖는 분지 지형의 풍경적 특징을 잘 나타냈고, 이를 통해 산이 한양 시민들의 일상적 풍경에 매우 친밀함을 알 수 있다. 한편, 관동평야에 입지하여 근처에 큰 산이 없는 에도는 후지산, 쯔꾸바산, 닛코산 등, 원경의 산을 배경으로 쓴 풍경화가 전체에서 약 4할 정도 차지한다. 근경과 중경에 지형의 기복이나 습지를 의도적으로 강조하여 그린 풍경은 식물은 풍부하게 표현했는데 이를 통해 에도 시민들의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자연적 풍경을 볼 수 있다. 수계는 다음과 같다. 한양에는 도시의 수원에 해당하는 북악산과 인왕산사이의 계류와, 자연이 풍부한 한강으로 크게 이분하여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인공적 처리를 전혀 가하지 않은 수변의 풍부한 모래톱과 침식지역의 단애 등이 한강의 풍광을 더욱 자연스럽게 한다. 수심이 깊은 곳은 나룻터로 사용되는 등 하안 풍경이 도시민의 일상과 친근하다. 에도는, 당시 권력층이 거주하던 도심에는 인공수로(channel)가 발달되어 있고 호안 형태도 인공적으로 가공된 석재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교외로 갈수록 수계나 호안의 형태가 자연적인 특성을 보여주는 등 사회적 위계(hierarchy)에 따라 호안 처리도 변화가 있음을 실증하였다. 특히, 도심에 위치하고 있는 자연하천인 스미다 강의 존재뿐만 아니라, 발달된 인공수로가 에도 시민의 일상에 중요함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에도는 인위적으로 보완된 생태적인 도시 구조로 이루어져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기후는 다음과 같다. 한양은 맑은 날을 그린 것이 약 8할, 흐린 날을 그린 것이 약 2할이고, 기후 변화가 비교적 많지 않은 분지형의 半대륙성 기후의 특징을 보인다. 한양의 기후변화 표상에 있어서도, 특정 시점에 맞추기보다는, 장구한 세월의 흐름에 따른 변화로 인해 형성되는 산수의 지질적 변화를 강조하고 있다. 에도는 묘사경관에 보여진 맑은 날이 약 7할, 카즈미(봄에 주로 나타나는 안개), 키리(가을에 주로 나타나는 안개), 구름이 낀 날이 3할을 보이는 등, 에도는 기후 변화가 큰 해양성기후가 자연 생태적 특성은 물론 시민들의 일상 생활형태에도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그림을 통해 알 수 있다. 기후와 상관성이 높은 식물은 한양 풍경에는 주로 소나무와 버드나무 등이 산지와 수변에 상징적으로 표현되었으며 그 외의 대부분의 수목은 군식으로 잡목처리 하여 구체적 묘사는 나타나지 않는다. 에도는 사계절 변화에 따라 다양한 식물의 종류를 묘사하고 있다. 동물도 한양의 경우보다도 에도에서 종류도 다양하고 주로 고요한 겨울풍경에 첨경 요소로 자주 나타난다. 두 도시의 자연관: 자연 그대로 유지하려는 한양과 자연을 보완해서 쓰려는 일본의 에도 이상, 한양과 에도를 그린 역사적 풍경화에 나타난 지형, 수계, 기후, 식물 등 생태적 요소를 간략히 비교해 보았다. 그 결과, 두 도시 모두는 각각 지역이 지닌 생태적 특성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음을 그림을 통해 알 수 있다. 대륙성기후를 띤 분지지형에 입지한 한양은 도시 내외의 산지와 하천으로 구성된 풍부한 자연을 도시의 가장 주된 요소로 본다. 인간이 동화한 자연 그 자체를 중시하여 자연 그대로를 보호하고 유지하려는 자세를 엿볼 수 있다. 이는 도시 자연을 보존(preservation)하려는 태도라고 볼 수 있다. 한편, 에도는 다양하게 변화하는 해양성기후의 특성을 강하게 나타내고 있다. 또한 저지대 평야의 지형적 보완과 부족한 수체계를 인공수로로 보완하고 있다. 이는 자연 풍경을 의식하면서도 부족한 생태자원을 인위적으로 보완해서 쓰려는 노력이다. 보다 깊은 연구를 위한 적용가능성: 지속 가능한 도시환경을 만들기 환경의 보존과 개발을 조화롭게 하기 위해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 가능한 개발(ESSD)이라는 개념은 범세계적으로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지속 가능한 도시환경 디자인을 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자연·문화적 배경에 맞는 설계이론과 방법론이 구축되어야겠다. 오늘날 과학 기술의 발달은 본래 그 도시가 지닌 지역고유의 자연성, 장소성이 사라지게 했다. 그 결과 세계각지의 도시에 동규격, 동품질의 인공환경을 구축해 왔다. 건축물을 둘러싼 환경까지도 기능과 효율을 우선시한 고층 빌딩과 도로로 채워졌고 도시 생태계는 파괴되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선진국의 생태도시 계획기법 등의 도입과 같은 획일적인 모델 제시나 일률적인 생태적 처방으로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의 도시, 지역, 장소에서 본래 지니고 있던 자연 생태적 특성을 고려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각지의 지역성을 감안하여 지속가능한 도시의 환경 생태계를 구축할 만한 설계이론과 방법론은 없을까? 이와 같은 고민을 하면서 연구한 것들의 일부를 독자들에게 쉽게 전하고자 하였다. 이 글을 통해 독자 여러분들이 우리 풍경에 대한 맛을 조금이나마 더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더 나아가 이러한 글이나 연구가 필자와 같은 환경 디자이너들이 오늘날 각 지역의 열악한 도시환경을 개선하는데 있어서 그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 변우일 Byeon, Woo Il·조경 및 환경설계학 박사, LEED환경연구원 원장, 숙명여대 겸임교수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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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경 ; 사람과 땅이 어울린 이야기 (15)- 8월, 이 땅의 큰 나무
    지난달에 금속재와 강화플라스틱을 다뤘다. 다양한 표현력을 요구하고 뭔가 얘깃거리를 전달하고 싶은 소위 포스트모던의 영향에 따라 현대시대의 외부공간은 과거 어느 때보다 금속재와 강화플라스틱의 사용을 요구하고 있다. 언제까지 지속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당분간은 아니면 상당히 오랜 기간 금속재와 플라스틱재는 외부공간에서 그 영향력을 강화시켜 나갈 것으로 짐작된다. 나중에는 터미네이터에서 나온 기계 쪽의 전사, 즉 T-1000이나 T-X처럼 원할 때마다 모양과 색 그리고 질감을 바꾸는 재료가 외부공간에 등장해 사람들을 더욱 즐겁게 하게 될 지도 모른다. 또 그런 재료는 필요에 따라 다른 공간에 있는 사람과 서로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거나 정보를 검색하게 하는 네트워크의 단말기 기능도 겸하게 될지도 모른다. 터미네이터와 매트릭스의 시대에 뭐가 불가능하겠는가. 메탈과 플라스틱은 현시대의 재료적 코드다. 먼지가 미끄러질 듯한 매끄러움에서 녹이 슨 거칠음까지, 눈부실 것 같은 광택에서 어두운 이끼가 덮인 것 같은 청색 녹까지, 날아갈 것 같은 날렵함에서 온 세상의 무게를 짊어진 것 같은 둔중함까지 금속재의 표현력은 무궁무진하고 변화무쌍하다. 가능성이 정말 무한한 재료다. 이번 달에는 약속대로 나무를 다루기로 한다. 전에 다룬 것은 죽은 나무에서 만들어지는 목재였지만 이번에 다룰 것은 살아있는 나무, 성장하는 나무에 대한 것이다. 이번 달의 글 제목은 과거 중앙일보 기자생활을 했던 고규용 씨가 쓴 책이름을 그대로 빌렸다. 고규용씨의 책은 제목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책 겉표지의 나무사진이 - 넓은 들판에 큰 나무 한 그루가 저녁햇살을 역광의 실루엣으로 받고 있는 나무 사진의 모습이 - 좋아 집어 들게 됐다. 나무가 우리에게 불러일으킬 수 있는 모든 감흥을 마치 한 곳에 집약시킨 모습으로 서있는 나무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나무는 다른 재료와 달리 살아있는 재료이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오히려 더 새로워지는 재료이다. 나무의 이모저모를 이야기하면서 나무가 왜 조경하는 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재료이면서도 또 왜 조경하는 이들이 가장 쓰기 어려워하는 재료인지도 함께 들여다보기로 하자. 미래를 보며 오늘을 심는다 나무는 태어나서 죽는 과정을 거친다. 나무에 수명이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생명을 유지하는 다른 어떤 것들보다도 그 수명이 유달리 길다. ‘나무와 숲이 있었네’의 저자 전영우에 따르면 무려 5천년을 사는 나무도 있다. 미국 모하비(Mojave)사막 인근의 화이트마운틴에 산다는 브리스틀 콘 소나무(Bristle cone Pine)라는 나무인데 고산지대의 건조기후에 적응하느라 천천히 살았던 모양이다. 그 정도면 나무 한 그루가 인류의 시작을 처음부터 지켜보면서 지금껏 살았다는 얘기가 된다. 나이도 나이지만 끔찍하게 큰 나무들도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시에라네바다산맥에 살고 있는 미국 삼나무인 레드우드(redwood)는 줄기의 구멍으로 자동차가 지나갈 정도로 크기 때문에 종종 관광책자에 실려 유명세를 유지한다. 27층의 건물높이라니까 층높이를 3미터만 잡아도 대략 80미터의 키를 갖고 있다는 얘기고 줄기의 직경이 무려 10미터가 넘는다고 하니 정말 지구상에서 가장 큰 생명체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큰 나무도 작은 씨앗으로부터 생명을 시작한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자라기 시작한다. 나무의 긴 수명은 사실 따지고 보면 천천히 살기 때문이랄 수 있다. 어린나무인 묘목의 단계를 거치면서 성목(成木)이 되기까지 많은 시간을 요하기는 하지만 쉬지 않고 자란다. 나무에 따라서 다소 빨리 크는 나무가 있고 천천히 크는 나무가 있다. 다른 재료는 설계에 따라 완성된 형태로 시공이 된다. 하지만 나무의 경우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외부공간을 설계하는 이가 머리에 그리고 있는 나무모습은 나무가 어느 정도 자라 제 모습을 갖춘 성목, 즉 나무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3, 40년을 자란 나무들이다. 하지만 시공 당시에 설계가가 의도한 크기의 나무를 그대로 구해다 심는 예는 거의 없다. 그 정도로 자란 성목을 농장에서 찾는 것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나이가 그 정도 되면 나무를 옮기는 이식작업이 그리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통상 조경가가 시공 당시에 심겨질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대략 10여년 정도 자란 다소 어린 나무들이다. 그 정도 연륜의 나무들이 구하기도 좋고 농장에서 떠나와 옮겨 심겼을 때 무사히 적응해 삶을 지속하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나무의 성장 가능성과 이식의 어려운 점 때문에 조경가는 쉽게 얘기해 10년 나이의 나무로 30년 후의 성목을 예상할 수 있어야한다. 그런데 그 예측이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아무리 나무를 잘 아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어떤 나무가 몇 십 년 뒤에 어떤 모습으로 자랄지 누군들 쉽게 그리고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또 어려운 점은 나무라는 재료가 생육조건을 따질 수밖에 없는 생명체라는 것이다. 돌이나 벽돌처럼 어디에 놓이건 놓인 대로 견뎌내는 것이 아니라 나무는 자신의 삶을 지속하기 위한 조건들을 까다롭게 따져낸다. 추위에 약한 나무가 있고 공해에 약한 나무가 있다. 모든 나무가 햇빛을 좋아하는 거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강한 직사광선을 싫어하는 나무도 적지 않다. 물을 좋아하는 나무가 있는 한편 오히려 마른 땅을 좋아하는 나무도 있다. 이러한 소위 생육조건은 나무에 따라 다르다. 따라서 경기이북의 외부공간에 추위에 약한 동백이나 매화를 쓸 수 없는 것처럼 나무를 잘 쓰려는 이들은 이들 생육조건에 대해 많은 이해를 해야 한다. 그런데 나무는 오죽 그 종류가 많은가. 그래서 나무는 외부공간을 다루는 이들이 가장 흔히 쓰며 그들만이 쓰는 유일한 재료이기도 하지만 종종 애를 먹이는 재료이기도 한 것이다. 진 양 교 Chin, Yang Kyo·(주) 토문엔지니어링 종합건축사무소 부소장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
  • 꿈과 마법의 왕국 디즈니랜드
    황홀한 꿈과 기상천외한 마법의 나라 디즈니랜드(Disneyland)에 들어서는 순간, 모든 사람들은 동심의 세계에 빠지고 만다. 동심의 세계에는 순수한 마음과 함께 기쁨과 즐거움이 넘치고 있다. 만화영화 제작자로 유명한 월트 디즈니(Walt Disney)가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 인근의 애너하임(Anaheim)에다 그의 이름을 딴 디즈니랜드의 문을 연 것은 1955년 7월 17일이었다. 1954년 7월 21일에 공사가 시작되었으니 공사기간은 1년이 채 되지 않을 정도로 대단히 짧았으나, “모든 사람들이 즐기는 놀이동산을 만들겠다”는 최초의 구상이 개장에 이르기까지는 20여 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매주 토요일을 아빠와 함께 노는 날로 정할 만큼 가정적이었던 디즈니는 두 딸을 데리고 집 근처에 있는 공원에 자주 놀러 가곤 했다. 아빠와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된 딸들은 공원에서 아주 재미있게 놀았지만, 그는 벤치에 앉아 애들이 노는 것을 바라보는 외에는 달리 할 일이 없었다. 애들과 함께 있어 즐겁지만 한편으로 무료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공원에는 어른들을 위한 시설이 없었던 것이었다. “남녀노소 누구나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완벽한 놀이동산을 만들자”는 생각이 바로 위락공원(慰樂公園, Amusement Park)으로 유명한 오늘날의 디즈니랜드를 있게 한 계기가 된다. 디즈니랜드를 만들면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사람들이 디즈니랜드에 있는 동안에는 그들이 살고 있는 현실세계를 보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들이 마치 다른 세계에 와 있는 것처럼 느끼기를 바란다.” 그의 생각에 따라 디즈니랜드는 「일상에서의 도피」와 「환상세계로의 몰입」이라는 뚜렷한 목적의 주제를 갖게 되었고, 이러한 주제를 설정한 것이 디즈니랜드를 성공으로 이끈 원동력이 되었다. 번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동안이라도 환상세계에 머물게 되면, 삭막하고 따분하기만 했던 일상은 의욕이 가득 찬 새로운 삶으로 바뀌게 된다. 공원의 분류에 있어 이용객이나 유치거리에 따르는 어린이공원이나 근린공원 등과는 별개로, 어떤 주제를 갖는 공원 즉 주제공원(主題公園, Theme Park)은 특정한 주제를 중심으로 전체 공간을 구성하는 공원을 일컫는다. 기존의 공원들과는 달리 몇 개의 주제를 설정하고 그에 따라 전체 공간을 구성함으로써 흥미와 교육적 효과를 극대화시키고 있는 대규모 위락공원인 디즈니랜드는 이러한 주제공원의 효시이자 대명사로 여겨지고 있다. 디즈니랜드가 자리잡은 곳은 원래 오렌지농장이었던 곳으로, 위락공원의 건설을 위해 당시 180에이커(약 22만평)에 이르는 땅이 개간되었다. 디즈니랜드는 현재 5개의 큰 주제공간으로 구획되어 있다. 「메인 스트리트(Main Street, U.S.A.)」, 「모험의 나라(Adventure Land)」, 「개척의 나라(Frontier Land)」, 「환상의 나라(Fantasy Land)」, 「미래의 나라(Tomorrow Land)」가 바로 그것이다. 모험의 나라와 개척의 나라 사이에 위치한 ‘뉴 올리언즈 스퀘어(New Orleans Square)’와 ‘크리터 컨트리(Critter Country)’를 별도로 구획하여 7개의 주제공간으로 보기도 하는데, 5개의 주제공간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창의적인 성격을 갖는 각각의 주제공간들은 서로 독립적인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한편, 서로를 보완함으로써 전체로는 하나의 완벽한 위락공원을 구성하는 한 부분으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하고 있다.… 중략 … 아름다운 자연경승지는 신이 빚은 천혜의 자연공간이다. 이에 반해 디즈니랜드는 인간문명이 만든 인위적 공간이라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인위적 공간이 자연경승지와는 달리 관심을 끄는 측면이 있다. 오늘날 관광지로 유명한 곳들은 행락철에 한꺼번에 몰리는 이용객들과 그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산이나 계곡처럼 지속적인 관리가 어려운 자연경승지의 경우에는 그 정도가 특히 심각한 편이다. 앞으로 여가활동의 폭발적인 증가에 비추어 자연경승지가 감당할 수 있는 이러한 수용능력과 관리문제를 감안하면, 디즈니랜드와 같이 인위적으로 조성된 위락공원이 이러한 관점에서는 더욱 주목을 받게 된다. “디즈니랜드는 결코 완성되지 않았다. 꿈이 사라지지 않는 한 계속 발전되어야 한다”는 디즈니의 말처럼, 디즈니랜드는 1955년 개장 이후 끊임없는 시설확장과 투자로 이용객들의 구미를 계속 돋구어 왔다. 매년 천만 명을 훨씬 넘는 사람들이 입장함으로써 폭발적인 호황을 누렸다. 이러한 디즈니랜드의 성공에 힘입어 1971년에는 플로리다(Florida)주 올랜도(Orlando)에 디즈니랜드 면적의 150배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의 ‘디즈니월드(Disneyworld)’가 세워졌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미국인들의 꿈과 역사가 깊게 배어 있는 디즈니랜드가 태평양과 대서양을 건너게 되었다. 1983년에는 동경(東京) 인근에 ‘도쿄 디즈니랜드(Tokyo Disneyland)’가, 1992년에는 파리(Paris) 인근의 마른 라 발레(Marne la Vallee)에 “싸구려 미국문화의 수입을 반대한다”는 거센 반발과 콧대 높은 프랑스인들의 자존심을 꺾고 ‘유로 디즈니랜드(Euro Disneyland)’가 개장되었다. 디즈니랜드와 함께 미국문화를 대표하는 맥도널드(McDonald)는 세계 어디에서나 그 맛이 거의 같다. 이와 마찬가지로 디즈니 프로덕션(Disney Production)에 의해 운영되는 올랜도의 디즈니월드와 도쿄 디즈니랜드, 그리고 유로 디즈니랜드도 처음 만들어진 애너하임의 디즈니랜드와 거의 흡사한 공간구성과 동선체계를 보이고 있다. 금년에 이르러 홍콩(Hong Kong)에서는 세계에서 5번째로 디즈니왕국의 건설을 알리는 기공식이 열렸다. 강 철 기 Kang, Cheol-Gi 경상대학교 산림과학부 교수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
  • 조경 ; 사람과 땅이 어울린 이야기 (14) - 7월, 외부공간의 별난 재료들
    목재 - 바깥으로 나온 우물마루 나무는 겨울에 따뜻하고 여름에 시원하다. 과학적인 용어로 얘기하자면 열전도율이 낮은 재료다. 반면 콘크리트와 금속재는 여름에 뜨겁고 겨울에 차다. 돌은 여름에는 시원하지만 겨울에 너무 차다. 사람 몸이 직접 닿을 때 느껴지는 촉감이 그렇다는 얘기다. 예로부터 사람 몸이 직접 닿는 곳의 재료는 천이거나 목재였다. 온돌바닥처럼 온기가 일부러 주어지는 경우가 아니면 말이다. 현 시대에도 외부공간의 의자, 벤치에서 사람의 몸과 맞닿은 부위에 가장 많이 쓰이는 재료가 그래서 목재다. 통나무를 흉내 낸 콘크리트 벤치가 한때 유행한 적이 있지만 그 조악한 형태와 겨울의 차가움 때문에 일찌감치 사라졌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옛날에는 지붕이 있는 정자(亭子)나 루(樓)를 제외하곤 외부공간의 바닥에 나무를 깔지 않았다. 나무는 쉽게 망가지고 또 쉽게 썩는 바람에 비바람에 씻기고 발에 밟히는 외부공간에 두지 않았다. 대신에 신을 벗고 올라서는 집안의 바닥, 즉 신체가 직접 접촉하는 바닥인 마루에는 나무를 깔았다. 마루는 땅바닥으로부터 올라오는 냉기와 열기를 차단하는 기능을 했다. 대청마루에서 여름에 웬만한 더위가 아니면 마루의 나무면에 등을 대고 눕는 것만으로도 시원했다. 나무를 지붕이 없는 외부공간에 쓰는 방식은 물 건너 저쪽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북유럽이나 캐나다 쪽의 목재들은 외부공간에 견딜 정도로 단단하기도 했고 우리처럼 따뜻한 지방에서 자란 나무와는 달리 쉽게 무르지도 않는다. 물 건너 저쪽에서 집의 거실에 붙여 나무바닥면을 외부에 깔 때 그네들은 실내의 공간을 외부로 확장시킨다는 개념을 담았다. 실제로 나무바닥면은 우리가 실내에 있거나 아니면 실내로 들어가기 직전의 중간공간에 놓여 있다는 느낌을 - 일종의 편안하고 친근한 느낌인데 - 전해준다. 우리의 벗은 몸과 친했던 목재의 속성 때문일 것이다. 외부공간의 나무바닥을 밟을 때 들리는 소리, 즉 나무가 끌리는 소리라든지 나무에 힘이 전달되면서 생겨나는 뻐근한 소리들도 과거 실내에서 우리가 마루를 밟을 때 들었던 익숙하고 친근한 소리들이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나무바닥면을 볼 때 여차하면 앉아도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수변공간주변으로 나무바닥면을 - 조경하는 이들은 이걸 목재데크 또는 목재테라스라고 부른다 - 많이 두는 것도 물 쪽으로 발을 내리고 걸터앉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물 쪽이 아니라도 나무바닥면은 언제든지 퍼질러 앉아도 좋을 거라는 느낌을 전해준다. 우리는 예부터 우물마루라는 아주 예쁘면서도 쓰임새도 좋은 마루가 있었다. 우물마루는 먼저 세로로 길게 이어지는 장귀틀을 두고 가로에 일정간격으로 동귀틀을 배치한다. 동귀틀과 동귀틀의 사이에 마룻널(널빤지)을 끼우면 우물마루가 완성된다. 장귀틀과 동귀틀의 만남의 모양이 우물 정(井)자를 닮았다하여 우물마루라고 불린다. 못을 사용치 않는 우리의 전통마루이고 그 형태가 친근하면서도 빼어나다. 아쉽게도 외부공간에서 우물마루와 같은 정교한 목재바닥면을 주기는 쉽지 않아서 통상 좁고 긴 판자를 길이로 못으로 이어가는 방식을 사용한다. 우물마루의 모티브를 부산국악원의 마당에 시도했는데 아직 준공전이라 실제 어떤 모습이 될지 모르겠다. 시공후의 모습을 나중에 다시 소개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금속재 - 간결함과 둔중함의 이중성 금속은 재료 중 아마 가장 복합적인 성격을 지닌 재료가 아닐까 싶다. 아주 무겁고 둔중한 느낌을 주고 싶거나 또는 정반대로 아주 간결하고 날렵한 느낌을 주고 싶을 때 외부공간을 만드는 이들은 금속재를 고려한다. 금속재를 외부공간의 재료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정말 최근의 일이다. 금속재를 외부공간에 쓰기 시작하는 경향은 다음에 얘기할 플라스틱의 경우도 마찬가지이지만 외부공간에 요구되는 표현력의 정도가 점차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고 또 우리가 늘 새로운 것, 즉 특이성을 추구한다는데 그 원인이 있다. 목재나 금속재가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한계는 비바람과 세균에 의한 부식에 약하다는 것이다. 목재나 금속재가 외부에 쓰이기 위한 첫 조건은 부식에 견뎌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목재는 벌레나 세균에 취약하고 금속재는 산화에 의한 부식에 취약하다. 외부공간에 목재를 사용하기위해 여러 가지의 목재방부방법이 개발되어 쓰이고 있다. 간혹 독자여러분들이 외부공간에서 약간 청색 끼가 도는 나무 바닥이나 목재시설물들을 만난다면 이는 크롬과 구리 그리고 비소 등의 화합물로 방부처리 (CCA방부)를 한 것으로 보면 된다. 금속재의 경우에는 두 가지의 방법이 있다. 하나는 아예 녹이 슬지 않는 금속을 쓰거나 녹이 슬더라도 녹이 내부까지 침투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고, 또 하나는 금속표면에 페인트칠 등의 도장(塗裝)을 하여 금속표면이 공기와 접촉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다. 도장의 경우 어차피 금속재의 표면에 색을 준다든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금속표면에 칠함과 동시에 금속표면의 부식을 방지하는 이중의 효과를 노리게 된다. 목재의 방부처리도 겉만 도포하는 방식과 압력을 주어 방부제를 목재내부까지 스며들게 하는 방식이 있듯이, 금속재의 도장도 겉만 칠하는 방식과 열처리를 하여 표면과 도료의 접착력을 높이는 방식이 있다. 도장을 하지 않고 금속자체의 표면을 그대로 표현하고 싶은 경우에는 붉은 녹이 쉽게 스는 일반 철재를 사용해서는 곤란하다. 붉은 녹 자체가 고르지 않고 불규칙하게 앉아 보기에 좋질 않고 녹이 내부까지 들어가 결국 철 자체를 무르게 한다. 산화과정에 의해 부스러지는 철의 본질적인 약점은 철과 다른 금속을 합금형태로 섞음으로서 해소된다. 합금중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이 스테인리스강(剛)이다. 스테인리스강은 이름그대로 녹(stain)이 없는(less) 철재를 말한다. 스테인레스강은 철에 크롬을 섞은 합금인데 크롬은 대기 중에 노출되면 산화 막을 형성하여 내부의 원판을 보호하는 특성이 있다고 한다. 강도도 일반강보다 높고 가공성과 용접성도 우수하다. 무엇보다 표면이 미려하고 밝아 금속재의 깔끔함을 대표하는 재료다. 가격이 높은 것이 흠이고 때에 따라서 표면의 지나친 밝음과 깔끔함이 오히려 다른 공간요소들과 이질감을 초래하는 것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 중략 … 공간을 만드는 이에게 재료의 선택은 공간의 나눔이나 짜임새만큼이나 중요한 문제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자신이 사용할 그림 재료가 목탄인지 수채화물감인지 아니면 유화물감인지를 모르고 있다면 그 그림이 잘 그려질 턱이 없다. 예를 들어, 수채화물감이 갖고 있는 여러 성질, 즉 물의 양으로 색의 농도나 투명도를 조절할 수 있다든지 또는 다른 색과 같이 섞일 수 있다든지 등의 성질은 그것을 사용할 화가에게 기본적인 지식이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에도 경주 힐튼호텔의 외부공간을 설계한 이원조경의 작품들이나 도곡동의 아크로빌 외부공간을 설계한 오이코스의 작품들처럼 설계가들이 자신들이 사용하는 재료에 대해 탁월한 안목과 철저한 이해를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는 적지 않다. 이원조경의 작품은 다른 재료보다 특히 돌과 수목에 대해 설계가가 탁월한 안목을 갖고 있음을 잘 말해준다. 이원조경의 설계가가 다른 설계가들과 교류를 갖지 않고 있는 것은 양쪽을 위해 참 아쉬운 일이다. 다음달에는 재료의 마지막 항목으로 수목, 그중에서도 주로 키 큰나무만 중점적으로 얘기하고자 한다. 수목은 조경가들만 다룰 수 있는 유일한 재료이자 무기인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 조경가들이 가장 다루기 어려워하는 재료이기도 하다. 수목으로 여러분들을 뵙는 다음달까지 건강하시기를. 진 양 교 Chin, Yang Kyo·(주) 토문엔지니어링 종합건축사무소 부소장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