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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원, 고쳐 쓰기
    물건이 낡듯 공간도 낡기 마련이다. 오래되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건물을 부수어서 다시 짓고, 주거 환경이 심각하게 낙후된 지역은 재개발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다. 반면 공원은 고요하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도시 한복판에 처음 모습 그대로 놓인 도시공원의 모습은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도심 속 공원은 복잡하고 쉴 틈 없이 흘러가는 삶과 도시에 숨통을 틔어주는 여백이다. 언뜻 주변 도시와 단절된 녹색 섬처럼 보이지만, 지역과 지역을 잇는 연결로이자 주변 지역에 필요한 콘텐츠를 담는 빈 터이며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는 구심점이기도 하다. 주변 도시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한 공원은 점점 기능을 잃어갈 수밖에 없다. 공원도 수선이 필요하다. 그런데 공원은 어떻게 고쳐 써야 할까. 단순히 노후 시설을 교체하고 생육이 불량한 수목을 다시 심는 것을 공원 리모델링이라 부를 수 있을까. 건물을 부수고 다시 짓듯 공원의 모든 것을 밀어버리고 새로운 녹지를 얹는 것이 바람직할까. 공원을 고쳐 쓰는 일을 다양한 시각으로 탐색해보고자 한다. 도시공원의 가치, 오래된 공원의 역사 자원을 보호하며 리모델링한 프리웨이 공원 사례, 목동 중심축 5대 공원 리모델링 설계공모의 기획 의도와 당선팀의 설계 노트, 리모델링 공원 산책기를 살펴보며 도시공원 고쳐 쓰기의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진행 김모아, 금민수, 이수민 디자인 팽선민 도시공원의 보존, 변화와 연속성 사이 길지혜 공원을 공원답게, 프리웨이 공원 고쳐 쓰기 심지수 공원의 리노베이션, 목동 중심축 5대 공원의 경우 온수진 일상적 기억의 장소, 양천공원 산책기 손은신 양천공원, 시간과 일상의 배려 황용득(동인조경마당) 파리공원, 기억과 시간을 품은 공원 김영민(VIRON+김영민) 오목공원, 고쳐 쓰기 혹은 업그레이드하기 박승진(디자인 스튜디오 loci) 목마공원, 모두를 위한 공원 이상수(VIRON+스튜디오201) 신트리공원, 다음 세대의 공동체 정원 이남진(VIRON+스튜디오201)
  • [공원, 고쳐 쓰기] 도시공원의 보존 변화와 연속성 사이
    도시공원을 보존 대상으로 볼 수 있는가의 문제를 꽤 오랜 기간 머릿속에서 되물어왔던 것 같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공원은 동시대의 필요를 수용하는 공공 공간으로서 가치가 크기에, 시대에 맞추어 변화하고 진화하는 공간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파리공원과 아시아공원 등 최근의 공원 리모델링1 사업들은 공원을 보존 대상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설계안에 반영되어 있어 반갑다. 도시공원을 보존해야 할 문화유산으로 주목하게 된 것은 국제적으로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물론 뉴욕 센트럴파크는 일찍이 1963년 ‘국가 역사적 랜드마크(National Historic Landmark)’로 지정되고 2017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도 등록됐지만, 일반적인 도시공원 보존에 대한 논의는 20세기 말이 돼서야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오랜 기간 지속해 온 도시공원의 장소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우려와 도시공원을 마치 디자인되지 않은 유보지로 다루고 있다는 위기의식 속에서 도시공원에 적합한 보존과 관리 원칙이 필요하다는 여러 논의가 이어졌다. 문화유산 분야에서는 2017년 ‘역사적 도시공원에 대한 ICOMOS-IFLA 문서’2를 공원 보존 가이드라인으로 채택했다. 이 문서에 따르면, 도시공원에는 지역 사회에서의 사회적·무형적 가치, 공원 디자인의 심미적 가치, 원예와 생태적 가치, 시민 사회의 가치가 오랜 기간 누적되어왔기 때문에 공원의 물리적 공간뿐 아니라 사람들의 기억, 장소 의미가 함께 보존되어야 한다. 이렇듯 많은 국가에서 문화유산으로서 오래된 공원 보존에 대한 공감대가 조금씩 형성됐고, 실제 공원 리모델링 계획에서도 변화와 연속성 사이의 접점을 찾아가는 과정을 엿볼 수 있다. 해외 도시공원 사례를 통해 우리가 하는 비슷한 고민에 어떻게 대응했고 어떤 결과를 도출했는지 살펴본다. 오랜 기간 계속되는 공원 리뉴얼 갈등 헬싱키 카이사니에미 공원 카이사니에미 공원(Kaisaniemi Park)은 핀란드 헬싱키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공원으로 200년 역사를 자랑한다. 1827년 독일 건축가 카를 루트피히 엥겔(Carl Ludvi Engel)이 처음에는 궁정 양식의 정원과 구릉지와 해안선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공원으로 계획했으나, 이 부지로 대학 식물원을 옮기게 되면서 계획안이 대폭 수정됐다. 이후 카이사니에미 공원은 식물원과 함께 연못, 개울, 고목이 잘 어우러진 지역 주민의 산책 명소로 많은 사람이 추억하는 공간이 됐다. 1910년 공원 리뉴얼 필요성이 불거졌다. 그 과정에서 핀란드 도시 정원사 스반테 올손(Svante Olsson)과 핀란드 건축가 베르텔 융(Bertel Jung)이 작성한 두 가지 계획안이 나왔는데, 공원 보존에 대한 해석 차이가 커 ‘카이사니에미 전투’라 불릴 정도로 논쟁이 활발했다. 결과적으로 오래된 공원 옛길을 바꾸는 것이 공원 보존에 더욱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융의 계획안이 현대 도시에 더 적합하다고 여겨져 당선안으로 결정됐다. 하지만 제1차 세계대전으로 실행되지 못하고 계획안만 헬싱키시 아카이브에 전해진다. 카이사니에미 공원 개선 논의는 1990년대 후반 다시 시작됐다. 헬싱키 시는 1999년부터 ‘공원의 역사적 가치를 중시하는 새로운 마스터플랜’을 주제로 국제 지명 설계공모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2001년 공모전 우승작이 나왔지만, 공원의 주요 축을 변경하고 사람들이 가장 좋아했던 수공간과 자작나무길을 없애고 공원에서 활용도가 높았던 스포츠 경기장을 잔디밭으로 교체하는 등 공원 역사성과 현재 활용되는 공원의 기능을 모두 간과했다는 측면에서 조경 전문가와 역사학자들의 많은 비판을 받았고, 결국 실현되지 못했다. 그러나 논쟁은 앞으로의 공원의 지향점을 설정하는 데 충분한 숙의 과정을 거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헬싱키 시는 공원의 조성 방향 설정을 위해 여러 차례 포럼을 개최했고, 그 과정에서 공감대가 조금씩 만들어졌다. 이후 헬싱키 시는 공원 계획에 대한 새로운 지침을 세웠다. 공원의 역사적 가치 보존과 함께, 도심 속 매력적인 공원, 보행자를 위한 공원, 레저 공원, 지역 스포츠 공원과 같은 일상적 공원의 가치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오랜 논의 뒤 치러진 2007년 설계공모전에서는 공원 보존과 리뉴얼 사이의 균형을 잘 맞추었다고 평가된 핀란드 조경가 그레텔 헴고르드(Gretel Hemgård)의 설계안이 채택됐다. 헴고르드는 기존 수공간을 지속하되 형태를 새롭게 바꾸고, 카페 신축, 새로운 진입로 개방, 스포츠 시설 개선안을 제시했다. 리뉴얼 요소들이 도입됐지만, 오랜 기간 공원이 지역 사회에서 담아온 역사적 층위를 보존하고 그동안 도시에서 수행해온 기능을 지속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하지만 아직 공원 리뉴얼은 실현되지 못하고 표류 중이다. 이번에는 공원 리뉴얼에 앞서 지역 차원 계획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예를 들어 공원 북쪽 도로의 확장 계획으로 공원의 가치를 약화할 수 있다는 점과 인접한 철로의 방음벽 설치 계획이 공원 경관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시급한 문제로 대두되었다. 다른 사업과의 관계에서 공원 리뉴얼은 후순위로 밀려나는 경우가 많다.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계속되고 있는 카이사니에미 공원 보존과 리뉴얼에 대한 논의는 보존에 대한 해석을 서로 맞추어나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아울러 어느 방향이 더 적합한지 판단하는 근거는 공원 역사에 관한 연구와 여러 이해 당사자 간 논의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공원 내부 공간뿐 아니라 인접한 주변 환경과의 관계 정립도 함께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새로운 갈등을 겪는 공원 뉴욕 배터리 파크 시티 미국 뉴욕 배터리 파크 시티(Battery Park City)에는 수많은 주거, 상업, 업무 건물 사이에 약 145,686m2에 이르는 면적의 공원과 오픈 스페이스가 세심한 계획에 따라 통합되어 있다. 그중 1996년 문을 연 와그너 공원(Robert F. Wagner, Jr. Park)은 포스트모던 디자인의 중요한 결과물로 평가되며, 배터리 파크 시티의 관문이자 마지막 종착지로 상징성이 강하다. 처음 개장했을 때 건축평론가 폴 골드버거(Paul Goldberger)는 「뉴욕타임스」에 “뉴욕이 적어도 한 세대 동안 본 최고의 공공장소 중 하나”라고 평하며 “복잡함 속의 고요함(lush void)”을 지닌 14,160m2 규모의 공원이지만 4백만m2의 땅처럼 풍요롭고 감성적이며 고즈넉한 느낌을 준다고 했다. 와그너 공원과 배터리 파크 시티는 조성한 지 50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국가사적지(National Register of Historic Places)’로 등록하려는 노력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 보존의 주요 가치로 ‘경관 조화(landscape ensemble)’를 손꼽으며, 당시 공원 실무자들이 남아있지 않고 설계 회사도 존재하지 않으며 담당한 여러 전문가도 이제는 활동하지 않기에 빨리 보존노력이 진행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그러나 최근 배터리 파크 시티 관리단(Battery Park City Authority)이 진행하는 와그너 공원 대상 리질리언스(resilience)계획으로 새로운 갈등이 시작되고 있다. 미국 문화경관재단(The Cultural Landscape Foundation)은 랜드슬라이드(Landslide) 프로그램3을 통해 본 사업이 공원 보존에 위협이 된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해당 계획은 공원 중앙을 차지하는 벽돌 파빌리온을 철거하고 더 큰 구조물로 대체하고, 상승하는 물을 막기 위해 벽을 지지할 기둥을 세우는 것이다. 이에 대해 문화경관재단은 배터리 파크에 가해지는 기후변화 위협은 경계해야 하지만, 와그너 공원은 저지대 지역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와그너 공원의 건물은 허리케인 샌디에도 침수되지 않았고, 공원 자체가 100년 홍수 예상 범위보다 더 높은 지대에 조성됐기에 해안가 통합 홍수 방지 솔루션에 와그너 공원을 포함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스트 사이드 리질리언스”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미국 조경가 로라 스타(Laura Starr)는 “디자인도 리질리언스 계획의 중요한 구성 요소”임을 강조하며 모든 사람이 공학적 정보를 쉽게 이해하고 의견을 낼 수 있게 정보를 공개하고 공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장벽을 세우는 것이 기후변화 대응에 최상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인지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기후변화 적응과 완화를 고려한 공원 리노베이션 계획은 그 시급성 때문에 굉장히 빠른 속도로 진행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공원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놓치지 않고 의미 있는 대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설계 원칙 도출을 위한 협의 셰브데 보울롱네르스코겐 도시공원 스웨덴 셰브데(Skövde)의 보울롱네르스코겐 도시공원(Boulognerskogen Urban Park)은 약 140,000㎡ 면적의 공원으로, 19세기 중반 전국에서 이곳에 와 온천수를 마시고 입욕으로 치유하는 유명한 휴양지였다. 공원에는 독특한 지형 내 연못과 함께 다양한 식물 자생지, 레스토랑과 호텔 등 상류층을 위한 시설이 있었다. 1930년대에는 노동자들을 고려한 시민공원으로 변모하면서 다양한 시설이 도입되었다. 1933년에는 인공 연못이 조성되어 여름에는 수영장, 겨울에는 스케이트장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공원은 1960~1970년대 많은 부분 쇠퇴했고 연못 수질도 좋지 않아 입수가 금지되었다. 황폐해진 공원은 방문하기에 안전한 장소로 인식되지 못했다. 셰브데 시는 공원을 복원하고 새로운 기능을 도입하기 위해 2012~2014년 설계공모를 진행했고 2015년 공사를 마쳤다. 복원 사업에서 중시했던 점은 디자인에 시민들이 활발히 참여할 수 있게 하고 지역 정치인들도 적극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일련의 협의 과정을 통해 다음의 설계 원칙을 도출했다. (1) 공원 경계를 수목 울타리로 둘러싸도록 구분, (2) 공원 접근성을 향상하기 위해 7개의 새로운 진입로 건설, (3) 근처 노인층을 위한 전망대 제공, (4) 연못의 복원, (5) 물 순환을 통해 신선함을 유지하는 분수와 굽이진 산책로가 있는 모래사장 조성, (6) 해안가를 따라 반 차광된 보행자 산책로 조성, (7) 일광욕을 할 수 있는 길게 뻗은 테라스 공간 조성, (8) 가지가 풍성한 산벚나무 열식. 셰브데 시는 넓은 평야 지대로 하천이나 바다로의 접근이 어려운 지역이다. 따라서 보울롱네르스코겐 공원 연못의 복원은 50년간 잃어버렸던 공원의 가치를 다시 깨닫게 해준 변화 사례로 높이 평가된다. 해당 지역 커뮤니티의 요청 사항을 충분히 수렴해 공원 공간이 구 성되었다는 점, 그리고 원래의 공원 기능이 현재도 유효해 복원이 중시되었다는 점에서 공원의 역사성과 현재의 요구가 공존할 수 있는 부분이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커뮤니티가 설계에 참여하는 방식 시애틀 프리웨이 공원 미국 시애틀에 위치한 프리웨이 공원(Freeway Park)은 약 5.2에이커(약 21,000㎡)의 면적으로, 1976년 조경가 로렌스 핼프린(Lawrence Halprin)과 앤절라 다나지에바(Angela Danadjieva)가 설계한 공원이다. 문화경관재단은 10여년 전 프리웨이 공원에서 분수 두 개와 옹벽 일부를 철거해 공원의 시각 및 공간 구성을 변경하려는 계획에 맞서 사업을 무산시킨 바 있다. 이후 시애틀 시는 공원 관련 비영리기관인 프리웨이공원협회(Freeway Park Association)와 협력하여 공원 개선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프리웨이 공원을 조성한 지 45년이 지나면서 수목도 많이 자랐고 주변에 컨벤션센터와 새로운 빌딩들, 공공 공간, 진입로들이 조성되면서 변화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프로젝트는 역사적 요소의 보존뿐 아니라 노후화된 인프라 개선, 21세기 요구를 반영한 새로운 편의 시설 추가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45년 된 고가 도로 위에 위치한 공원인 만큼 인프라 유지·관리에 대해 먼저 고려했고 이후 여러 이해 관계자의 요구 사항을 반영하고자 했다. 공원 개선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은 흥미진진하다. 설계 과정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 것은 공공의 참여였다. 공원 주변의, 그리고 공원을 이용하는 다양한 이해 당사자를 공원 계획에 참여시키는 것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본격적으로 설계에 들어가기 전 2017년 프리웨이공원협회는 조경가와 지역 커뮤니티와 함께 현장 워크숍을 진행했다. 공원의 가치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고 가치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기 위해 세 차례의 회의와 디자인 부스(Seattle Design Fest Booth)설치 기회를 마련했다. 2019~2022년 동안의 기본계획과 설계 단계에서는 세 차례의 오픈 하우스, 패널 회의, 설문 조사 방식으로 대중의 참여 기회를 마련했다. 여러 의견을 모은 뒤 예산에 맞춰 우선순위를 정하는 단계가 되었을 때 다시 오픈 하우스와 설문 조사를 시행했다. 우선순위는 대중, 자문위원회, 디자인위원회, 공원협회, 경찰국 등 이해 당사자마다 조금씩 차이를 보였는데, 이를 취합해 먼저 진행할 1차 사업을 추출하였다. 우선하여 해결해야 할 문제는 야간 조명 설치와 안내 체계 개선이었고, 그 외도 조경, 관개, 배수 체계 개선, 상부 잔디 보강, 화장실 개조, 세네카 광장의 확장, 포장, 좌석 배치, 식재, 유지·관리 시설, 분수로의 접근성 향상 등이 있었다. 기본계획과 설계 과정에서 진행한 여러 회의 내용은 시 홈페이지에 모두 공개되어 당시 발표 파일, 설문 조사 결과, 홍보 포스터 등을 모두 확인할 수 있다. 공원의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기 위한 시애틀 시의 노력 덕분에 2019년 말 프리웨이 공원은 ‘국가사적지’ 목록에 등재됐다. 6년이 넘는 기간 동안 공원 보존과 개선 방향을 함께 고민하면서 양쪽이 서로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갔다는 점에서 많은 시사점을 보여준다. 모든 공원이 보존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문화적 중요성이 높고 대상지에 적합한 설계안을 보여주며 여러 사람의 기억과 추억이 가득한 공원은 보존에 있어 많은 동의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역사적 가치가 높은 공원의 변화와 연속성, 즉 공원 보존과 활용에 대해서도 이전의 다른 문화유산의 사례에서 본 것처럼 많은 갈등과 논의가 지속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좀 더 긴 호흡으로 공원의 역사와 중요성을 면밀히 파악하고, 지역 주민과 전문가가 서로의 의견과 계획을 알리고 공유할 수 있는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 질 필요가 있다. 여러 해외 사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지점이었다. 공원이라는 특성상 여러 이해 당사자의 소통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문화유산 관점에서 본다면, 건조물과 다르게 공원의 보존은 그 변화 과정을 해석하여 미래의 변화를 주도하는 특성이 있다. 공원의 복원은 물리적 형태 복원의 의미도 있지만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장소의 회복이라는 의미로 더 크게 다가온다. 보존과 복원이 실제 삶에서 맞물려 해석된다는 점에서 우리는 변화와 연속 사이의 어딘가를 계속 선택해 나가게 될 것이다. 일련의 공원 리모델링 사업을 통해 우리 시대에 만들고 이용해온 공원들이 앞으로도 그 소중한 가치를 잃지 않고 미래 세대에 잘 전해질 수 있기를 바란다. * 각주 1.공원 리모델링은 리노베이션(renovation), 리뉴얼(renewal), 개선(improvement) 등 다양한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본고 에서는 공원별로 사용하는 용어를 기준으로 기술한다. 2.ICOMOS-IFLA Document on Historic Urban Public Parks, 2017 3.문화경관재단은 1998년 설립된 비영리단체로 유산으로서 경관의 가치를 알리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재단은 2003년부터 랜드슬라이드(Landslide)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공원, 정원, 경관 등 여러 요인으로 위협을 받는 대상에 주목함으로써 해당 유산 보존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프로그램이다. 위협을 가하는 요인은 다양하지만 그중 하나로 공원 리노베이션과 관련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 참고 자료 • The Nordic Association of Architectural Research, Built Environment and Architecture as a Resource Proceeding Series 2020-1 , 2020, pp.153~180. • www.icomos.org • www.landezine-award.com/boulognerskogenrestoration-of-an-historic-park • www.archpaper.com/2017/05/wagner-parkremodel/ • www.freewayparkassociation.org/improvementproject/ • www.seattle.gov/parks/about-us/projects/freewaypark-improvements • www.tclf.org/ 길지혜는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한성부연지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연구재단 지원으로 ‘근대기 서울 주택정원 연구’를 수행했으며, 도시공원 기록물 아카이빙에 관심을 두고 도시경관연구회 보라(BoLA)와 함께 공부하고 있다. 문화유산 보존, 세계유산도시의 거주적합성 향상, 문화재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한 일을 하고 있다.
    • 길지혜
  • [공원, 고쳐 쓰기] 공원을 공원답게 프리웨이 공원 고쳐 쓰기
    모든 공간은 낡는다. 공원도 마찬가지다. 최초로 고속도로 상부를 덮어 만든 공원1이자 고속도로가 남긴 도시의 상흔을 치유한 공간2으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미국 시애틀의 프리웨이 공원도 공간의 의미가 퇴색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3 많은 이의 노력으로 공원을 조성한 지 47년이 지난 지금, 공원을 공원답게 만들기 위해 다시 많은 이가 모였다. 그간의 경과를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2019년 프리웨이 공원은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고, 같은 해 프리웨이 공원을 개선하는 사업의 디자이너가 선정됐다. 곧 개선을 위한 계획이 수립되었고 세부 설계가 진행 중이다. 내년 착공 예정인 새 프리웨이 공원은 2024년 완공될 예정이다. 혁신의 공간에서 어두운 공간으로 변해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이 공원을 왜 고쳐야 하는지 이야기하려면 공원의 시작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프리웨이 공원의 시작은 고속도로였다. 1956년 연방고속도로법(Federal Highway Act)이 제정되면서 고속도로가 미국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도시를 빠르게 잠식한 이 거대한 회색 기반 시설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즉 고속도로를 보는 또 다른 관점을 생산했다. 당시 로렌스 핼프린(Lawrence Halprin)은 예측할 수 없는 변화에 대해 ‘운동의 시대’로 명명하며 거대하고 복잡한 고속도로가 도시 구조를 파괴하고 있다고 지적했으며, 부주의한 개발에 굴복하는 대신 도로를 도시 경관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고속도로가 주는 고유한 특성을 길들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4 시애틀의 주간 고속도로인 I-5의 존재에 대해서 시애틀 건축가 폴 티리(Paul Thiry)는 고속도로의 건설부터 반대했다. 폴 티리의 반대는 사회적으로 큰 공감을 얻지 못했지만 고속도로가 건설된 이후, 고속도로가 지역 커뮤니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부를 덮자는 의견은 프리웨이 공원이 조성되는 데 일부 기여했다.5 이후 변호사 제임스 엘리스(James R. Ellis)는 포워드 트러스트(The Forward Trust)를 설립하고 시애틀의 도시 환경 개선을 위한 목록을 만들면서 I-5가 지나는 지역 일부에 작은 광장인 세네카 광장(Seneca Plaza)을 조성하게 된다. 엘리스는 세네카 광장을 보며 이 공간을 고속도로를 가로 지르는 공원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당시 시장이었던 플로이드 밀러(Floyd Miller)는 엘리스의 제안에 즉각 지원을 약속했고 시 의회는 고속도로 상부를 공원으로 만드는 개념을 승인했다. 주 고속도로를 담당했던 조지 앤드루스(George Andrews)는 이 개념을 구체화 하는 데 기여했다. 그는 공원 조성을 위한 자금 299만 달러를 확보했는데, 그중 90%는 연방 정부가 나머지 10%는 주 정부가 부담했다. 계박람회의 시애틀관 조성에 참여했기 때문에 1970년 8월 핼프린의 회사는 공원 디자인을 위한 후보군에 들어갔다. 같은 해 12월, 시는 핼프린의 회사와 계약했고, 핼프린은 수석 디자이너로 앤절라 다나지에바(Angela Danadjieva)를 임명했다. 1970년 10월 13일 과업 지시서에는 1단계로 대기 오염, 소음, 풍향, 날씨, 그림자에 대한 환경 연구가 포함됐다. 또한 식재 패턴과 식재 수종에 대한 사항들과 현장의 전망에 대한 분석, 지형, 접근성, 차량 이동 및 보행 패턴에 대한 평가도 넣었다. 마지막으로 주변 지역의 이용자 행태에 대한 설문 조사가 진행됐다.6 콘크리트 공원의 변신 이 공원의 주된 요소는 콘크리트다. 총 12,000큐빅야드에 달하는 콘크리트 구조물은 정돈된 목재 질감으로 공원의 전체 뼈대를 만든다. 콘크리트를 주된 재료로 사용한 이유에 대해 앤절라 다나지에바는 시애틀의 도시 경관이 만드는 질감은 콘크리트이며 고속도로 자체도 도시를 따라 흐르는 콘크리트와 같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공원 전체는 콘크리트 구조물의 경로를따라 구성됐다. 다나지에바는 공원의 디자인에 대해 전체 공원의 요소는 기하학적 구조물과 부드럽고 무성한 식물 재료 간의 대조에 있다고 봤다. 식재는 공간의 가장자리를 채우며 공원의 위요감을 만들고 디자이너의 의도대로 도시의 피난처로서 공원의 역할을 강화했다. 공원이 처음 소개된 뒤, 많은 이의 이목이 프리웨이 공원에 몰렸다. 고속도로를 덮고 만든 공원, 콘크리트 구조물이 만드는 연속된 공간은 프리웨이 공원을 혁신의 공간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공원은 빠른 속도로 변화를 겪었다. 어린이와 부모로 가득했던 분수는 가동을 멈췄고7, 공간의 위요감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수목이 성장하면서 공원 내 시야를 차단하고 수목의 그림자는 공간을 더욱 어둡게 했다. 거리의 노숙자들이 가장 먼저 이 변화를 알아차렸다. 프리웨이 공원은 곧 약을 거래하고 약에 취하는 공간이자 노숙자의 휴식처로 자리 잡았다. 시민들의 발길이 끊긴 것도 이즈음이었다. 프리웨이 공원이 가진 장소의 의미를 처음 논의한 문서는 PPS의 2005년 보고서다.8 이 보고서는 프리웨이 공원의 핵심 요소인 폭포와 분수 시설의 노후화, 수목의 성장으로 인한 공원 전체의 어두운 환경과 시야 확보의 어려움, 좁고 복잡한 출입구로 인한 접근성 미비 등을 공원이 가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공원을 다시 공원답게 만들기 위한 방안으로는 공원의 유지·관리를 위한 예산의 확보, 기존 디자인 요소를 고려한 공원 개선, 공원 내 활동성 개선, 접근성 개선, 지역과 관계 개선 등을 제안했다.9 2017년 문화경관재단(The Cultural Landscape Foundation)은 프리웨이 공원을 위협받는 문화유산에 해당하는 랜드슬라이드(Landslide) 목록에 포함시켰고, 같은 해 워싱턴 주 컨벤션 센터는 공공 기여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프리웨이 공원 개선 사업에 총 1,00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10 2019년 프리웨이 공원은 미국 문화유산에 등재됐고, 같은 해 프리웨이 공원의 개선을 위한 계획이 시작됐다. 프리웨이 공원 개선 사업을 이끄는 워커 메이시(Walker Macy)는 조명과 표지판 교체, 공원 내 시설 개선, 수목의 캐노피 관리, 출입구 및 접근성 개선을 중심으로 전체 공간을 개선하고, 분수 등 관개 시스템 보완, 화장실 및 카페 설치 등을 중심으로 디자인을 발전시키고 있다.11 조명은 조명의 역할에 따라 높은 곳에서 비추는 간접 조명, 보행자를 위한 조명, 수목을 위한 포인트 조명으로 레이어를 구분하고 각각의 전략을 제시했다. 공원의 시설과 관련해 가장 중점적인 부분은 의자다. 새 의자는 공원 내 콘크리트와 목재로 만든 기존 의자의 디자인 요소를 그대로 사용하고 약간의 변주를 더해 공간의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도록 디자인됐다.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바로 수목이다. 총 536주의 수목 중 106주를 과감하게 제거해 기존의 공원 내 조망점을 되살리고 시야를 확보하고자 했다. 마지막으로 공원을 좀 더 쉽게 찾기 위해 출입구를 넓히고 개방감을확보했다. 간단하고 분명하다. 워커 메이시는 계속해서 지적되어 온 문제점이자 사용자가 경험하는 불편을 최소한의 개입으로 개선하면서 프리웨이 공원 고유의 디자인 요소는 그대로 남겼다. 공원을 공원답게 고쳐 쓰는 방법은 어쩌면 간단할지도 모른다. 프리웨이 공원은 미국의 200주년 독립기념일을 맞이하여 개장한 공원이자 최초로 고속도로 상부를 덮은 공원으로, 공간이 갖는 의미가 분명한 곳이다. 시간의 흐름은 프리웨이 공원의 의미를 변하게 했지만, 프리웨이 공원 개선 사업은 프리웨이 공원을 다시 공원으로 복권하고자 한다. 프리웨이 공원은 고속도로의 등장과 이로 인한 도시 공간의 변화에 콘크리트 공원으로 답한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공원을 고쳐 쓰는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제 우리를 바라볼 때다. 우리가 고치는 공원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각주 1. 시애틀의 프리웨이 공원은 세계 최초로 고속도로 상부를 덮어 만든 덮개공원(lid park)이다. 2. 프리웨이 공원을 조성할 때 도심을 관통하는 고속도로를 상처로 보고 이를 치유한다는 의미에서 ‘상처의 치유(heal the scar)’를 공간의 조성 이념으로 봤다. 일반적으로 고속도로 주변 지역은 소음 공해, 단절, 대기오염 등의 피해를 받기 때문에 고속도로 공원화 사업을 피해의 보상으로 보기도 한다. 3. 프리웨이 공원은 시애틀 시내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5번 주간 고속도로(Interstate 5, 이하 I-5) 상부에 조성된 공원이다. 1966년 개통한 I-5는 분산된 커뮤니티를 연결하는 역할을 했지만 시애틀 도심을 동서로 단절시켰다. I-5의 6번가와 7번가 상부에 조성된 프리웨이 공원은 미국 20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1976년 7월 개장했다. 프리웨이 공원은 혁신의 공간에서 어둠의 공간으로 빠르게 퇴색했다. 4. Lawrence Halprin, Freeways , New York: Reinhold, 1966, pp.5~12. 5. Alison B. Hirsch, “The Fate of Lawrence Halprin's Public Scape: Three Case Studies”, Thesis of Master of Science in Historic Preservation , University of Pennsylvania, 2005. 6. 앞의 논문. 7. 공원 내 분수에 물을 공급하는 3개의 펌프가 있었지만(한 번에 2개 사용, 세 번째 순환), 지금은 2개의 펌프만 남아 있으며 한 번에 하나의 펌프만 물을 공급한다. 펌프 하나의 용량은 원래 설계의 분당 28,000갤런에서 시간이 흘러 분당 9,500갤런에 가까운 상대적 세류로 감소했다. 그러나 안전 기준이 강화되고 공원 유지·관리 예산이 감소하면서 현재는 작동을 멈췄다. www.tclf.org/landscapes/freeway-park 8. PPS(Project for Public Space)는 1975년 설립된 미국 비영리기관으로, 살기 좋은 커뮤니티를 조성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9. Project for Public Space, “A New Vision for Freeway Park”, 2005. 10. www.fhwa.dot.gov/ipd/projec t _ prof iles/wa _freeway_park_improvements_project.aspx 11. 이 과정에서 지역 주민 및 시애틀 시민의 의견을 듣기 위해 두 차례에 걸쳐 주민 의견을 수렴했다. 총 220명이 응답한 1차 온라인 설문 조사와 530명이 참여한 설문 조사를 통해 마스터플랜과 세부 디자인 전략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Walker Macy, Freeway Park Design Improvement Presentation, 2021. 심지수는 서울대학교 학부와 대학원에서 조경을 공부했고, 버지니아 공과대학 건축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국토연구원 도시연구본부에서 조경과 도시설계, 경관 계획을 가로지르는연구를 하고 있다. 『경관이 만드는 도시』(한숲, 2018)를 번역했다.
    • 심지수
  • [공원, 고쳐 쓰기] 공원의 리노베이션 목동 중심축 5대 공원의 사례
    원고 청탁서에 고쳐 쓰기, 수선, 리모델링이란 단어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리모델링보다 리노베이션이라는 단어가 끌린다. 변화에 대응하는 공원의 새로운 기능과 역할을 상상하기에 더 적합해 보인다. 같은 범주로 행정에서 쓰는 용어는 ‘정비’와 ‘재조성’이다. 둘 다 기존 공원을 상정한다. 공원 재조성 역사상 가장 유명한 사례는 ‘남산 제모습 찾기 사업’(1990)이다. ‘어린이대공원 환경공원 계획’(1996)이나 ‘보라매공원 재정비 사업’(2002)도 있지만, 인상적 사례가 되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정비 대상으로 거론된다. 여건이 상이하지만 낡은 놀이공원이었던 드림랜드가 북서울꿈의숲으로 변신(2009)한 것이 제법 선명한 사례에 속할 수도. 공원은 오래될수록 좋다. 처음 심은 작은 나무가 자라 거목이 되고 서로 어울려 숲을 이루니 당연히 그럴 수 밖에. 나무는 크지만 시설은 쇠한다. 주기적으로 포장을 교체하고, 벤치도 수리를 거듭하다 바꾸고, 설비도 개조한다. 하지만 공원의 변신이 필요한 이유는 ‘시설’이 낙후해서가 아니라 ‘이용’이 낡아서다. 고착된 시설로 인해 몸과 생각이 고정되어 새로운 이용을 상상하기 어려워 이용도 낡아간다. 목동 중심축 5대 공원이 준공된 지 35년이 지났다. 도시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소득 수준, 주민 구성, 건축물과 상업 시설 증가, 지역의 기능 변화 등 공원 주변의 많은 것이 달라졌다. 도시가 달라진 만큼 도시가 공원을 대하는 태도도 변했다. 목동 중심축 5대 공원 리모델링의 시작 목동 중심축 5대 공원 리모델링을 촉발한 계기는 ‘양천공원 베이비존’(2017)과 ‘통합놀이터 조성 사업’(2018)이었다. 나무는 훌쩍 컸지만 시설과 이용이 뜸했던 양천 공원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던 녹지대에 400m2 잔디밭과 영유아 시설을 설치한 베이비존을 조성했다. 베이비존은 예산 1억 원에 준공까지 40일을 들인 작은 변화였지만 반응은 뜨거웠다. 아빠 혼자 아이를 데리고 가서도 잠시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공간으로 소개되어 ‘아빠 공원’이란 닉네임이 붙었다. 베이비존에 탄력 받아 곧바로 기획한 통합놀이터 조성 사업은 노후한 놀이터를 연접한 야외무대까지 확대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즐기는 자연형 놀이터로 재조성하는 것이었다. ‘쿵쾅쿵쾅 꿈마루 놀이터’라는 이름으로 2018년 5월 개장해 주민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고 각종 수상과 보도도 이어졌다. 이러한 공원의 작은 변화가 주민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인식이 2018년 6월에 진행된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목동 중심축 5대 공원 리모델링’의 공약으로 구체화되고, 같은 해 11월 5개 공원에 대한 기본계획이 총 83억 원의 예산으로 수립된다. *환경과조경410호(2022년 6월호)수록본 일부 온수진은 서울시립대학교 환경원예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취득했다. 1999년 서울시청에 임용되어 푸른도시국에서 월드컵공원, 선유도, 남산, 관악산, 노들섬, 서울로 7017 등에 참여하면서 도시의 모든 문제에 공원과 녹지를 대입하는 공원주의자가 되었다. 2020년에 『2050년 공원을 상상하다』(한숲)를 출판했고, 현재 양천구청에서 공원녹지과장으로 일한다.
    • 온수진
  • [공원, 고쳐 쓰기] 일상적 기억의 장소 양천공원 산책기
    좋은 공원의 조건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머릿속에 떠올리는 공원의 이미지는 녹색 나무가 우거진 도심 속의 휴식처, 시민들이 다양한 여가를 즐기는 공공 공간일 것이다. 구글에 공원을 검색하면 나오는 이미지가 바로 이런 것들이다. 지난 4월의 날씨 좋은 어느 토요일, 산책기를 쓰기 위해 찾은 양천공원의 첫인상이 그러했다. 공원 한가운데 광장과 놀이터에서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뛰어놀고, 나무 그늘 아래 벤치와 평상에는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휴식을 즐기는 모습이 보였다. 놀이터 옆에 위치한 공공 도서관은 쾌적했고, 곳곳에 앉아 책을 즐기는 아이와 어른들로 조용하게 북적였다. 여느 조경설계 패널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이상적인 풍경이었다. 그럼에도 한 가지 의아한 건 양천공원이 리모델링을 통해 최근 재개장한 공원이라는 점이었다. 리모델링한 공원이라는 설명을 듣고 막연히 공원의 정경을 상상했을 때, 노후 건축물의 리모델링 사례처럼 낡은 외관이나 재료를 살리는 작업을 통해 남은 오래된 흔적을 공원 어딘가에서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공원을 돌아본 뒤 생각이 바뀌었다. 오래된 공원의 리모델링은 오래된 건축물의 리모델링과는 분명히 다른 지점이 있었다. 오래된 공원에 가면 키가 크고 수관 폭이 넓어 충분한 그늘을 만들어주는 오래된 나무들이 많다. 나무는 공원의 연식과 함께 나이를 먹는데, 이 살아있는 식물은 자라고 울창해지면서 공원을 더 풍성하게 만든다. 양천공원 산책은 공원과 함께 성장한 나무에서부터 시작한다. 작은 근린공원 외곽은 야트막한 둔덕을 쌓고 그 위에 심은 수목에 둘러싸여 있어, 어느 곳으로 진입하든 나무와 나무 그늘을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다. 낮은 언덕 위 숲 사이 길을 따라 올라가면 공원 중심부로 다시 내려갈 수 있는 언덕을 만나게 된다. 언덕 위 나무 그늘에 평상과 벤치, 테이블이 놓여 있는데, 날씨 좋은 4월의 봄날이어서인지 자리마다 어김없이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공원 중앙의 광장에는 원형의 잔디가 깔려 있는데 자전거 타는 아이들, 캐치볼하는 아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양천공원에 아이들이 많은 이유 중 하나는 잔디광장 바로 옆쪽에 ‘쿵쾅쿵쾅 꿈마루 놀이터’가 있기 때문이다. 거대한 아치형 구조물 아래에는 미끄럼틀, 정글짐 등 놀이 시설이 결합된 배 모양 구조물이 있고 그 주변을 모래 놀이터가 다시 둘러싸고 있다. 지하에는 아이들의 아지트를 의미하는 ‘키지트’라는 이름의 실내 놀이터가 운영된다. 아이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요즈음, 특별한 행사가 있는 것도 아닌데 주말에 밖에 나와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을 이렇게 많이 볼 수 있는 공간이 얼마나 있을까. 많은 부모가 모래 놀이터 바깥 퍼걸러 아래에 자리를 펴고 앉아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편안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꿈마루 놀이터가 개장한 것은 2018년으로, 양천구 목동 중심축 5대 공원 리모델링 사업 이전이다. 기사를 찾아보니 기존에 있던 노후 야외무대와 놀이터를 연계해서 설계한 도시재생형 통합놀이터로, 성별이나 연령, 국적, 장애 유무에 관계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으로 설계됐다고 한다. *환경과조경410호(2022년 6월호)수록본 일부 손은신은 서울대학교 학부와 대학원에서 조경을 전공했고, 현재 건축공간연구원에서 일하고 있다. 도시의 물리적 경관에 표현된 추상적 기억을 담은 ‘기억 경관’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장소의 기억이 남겨진 도시 경관에 관심이 많다.
  • [공원, 고쳐 쓰기] 양천공원 시간과 일상의 배려
    양천공원은 지역 주민의 생활 공간인 근린공원이다. 또한 구청과 이어져 있어 녹색 정책 의지를 보일 수 있는 특성을 가진 공원으로, 청사의 변화를 꾀할 시 공원과 연계한 통합형 청사 개발의 모델로 의미를 갖게 된다. 2010년대부터 주거 공간을 대상으로 활발히 도시재생 사업이 진행됐지만, 오래된 공원의 리모델링은 그 범주에서 벗어나 간헐적, 단편적으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현실에서 양천구 목동 중심축 5대 공원의 첫 번째 사업인 양천공원 리모델링 프로젝트는 의미와 시사하는 바가 컸다. 양천공원 리모델링의 성패 여부가 후속 파리공원 리모델링은 물론 전국의 수많은 노후 공원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일반적으로 도시재생이 주로 골목길 정비, 담장 개선 같은 소극적 부분에 국한되다보니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대부분 그 성과에 대한 만족도가 높지 않다. 반면 공원은 오래되고 낡은 시설의 교체나 보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대적 개조 작업이 비교적 용이해 공원 이용자에게 더 큰 변화와 실질적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 따라서 공원 재생은 여타 골목길의 재생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앞으로 도시재생은 가급적 오래된 공원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러한 점에서 양천공원의 재생 과정을 유심히 분석해볼 가치가 있다. 오랜 기간 이용된 공원의 리모델링을 위해 계획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것이 많았다. 기존 흔적의 보존과 폐기 여부, 특히 오랜 기간 성장해온 수목의 존치와 이식 혹은 제거를 비롯해 단단해지고 용탈된 표토층의 처리 등 물리적 환경과 구성 요소에 대한 면밀한 고려가 필요했다. 근린공원의 성격상 주민의 삶의 일부분이었던 공간이 어느 날 갑자기 가림막으로 둘러져 이용하지 못하게 되는 점과 그들이 이용하던 공간이나 활동이 변화되는 상황에 대한 세심한 배려도 매우 중요했다. 조성 시점의 공원 기능 변화를 고려해 중앙광장의 아스콘을 과감히 걷어내고 다목적 잔디광장을 조성했다. 이 과정에서 사라진 농구장을 별도의 전용 공간을 조성해 대체했다. 인접 대형 건축물에서 버려지는 지하수를 끌어들여 공원 용수로 활용했다. 기존 수목의 위치를 최대한 살리는 동시에 변화를 꾀하고자 했으며, 표토를 보충하고 다양한 지피 식물을 도입했다. 외곽 산책로를 정비하고 공원의 안전성을 실시간으로 확보하기 위해 여러 보안 시설을 보강했다. 더불어 오래된 화장실을 리모델링하고 새로운 기능 공간인 도서관 형식의 책쉼터를 조성했다. 대부분의 공간과 구성이 변했지만 공원을 방문하면 큰 변화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공원 조성 초기부터 자라온 수목 대부분을 제자리에 두고 리모델링을 진행하고자 한 초기 구상을 일관되게 지켰기에 가능한 일이다. *환경과조경410호(2022년 6월호)수록본 일부 황용득은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을 졸업하고, 대한주택공사 조경과장으로 일했다. 1996년 기술사사무소 동인조경마당을 설립해 미래지향적인 유연함이 있는 열린 마당으로서, 다양한 조경 분야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 황용득
  • [공원, 고쳐 쓰기] 파리공원 기억과 시간을 품은 공원
    파리공원 재설계는 한국 조경가라면 부담스러우면서도 도전해보고 싶은 프로젝트였을 것이다. 파리공원은 현대 한국 조경의 역사에서 공원이 처음으로 기능적 도시 기반 시설이 아니라 설계 작품으로 인정받은 사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 하더라도 이제 오랜 시간이 지나 부분 보수로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태가 됐다. 그리고 원 설계자도 말한 바 있듯 기술적으로, 행정적으로, 시기적으로 당시 파리공원이 완벽한 조건을 갖춰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미처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 모든 공원의 리노베이션이 그러하겠지만, 파리공원 고쳐 쓰기의 우선적 목표는 이용자의 새로운 요구 반영, 노후 시설 보수, 새로운 기술의 도입에 따른 공간 업그레이드였다. 여기에 더해 파리공원에는 여느 공원과 달리 특별히 고려해야 할 요소가 하나 더 있었다. 바로, 공원의 상징적 의미다. 파리공원은 목동의 근린공원이면서 프랑스 수교 100주년을 기념하는 기념 공원으로 만들어졌다. 기념 공원이라는 기획 의도에 당대 최고의 조경가들이 설계에 참여하며 현대 한국 조경의 문을 연 기념비적 작품이라는 의미가 더해졌다. 처음에는 이러한 이중적 상징성을 새로운 공원에 어떻게 담아야 할지 난감했다. 하지만 원안을 세심히 들여다보고 그 의도를 여러 번 되새기며 읽어보니 오히려 상징성의 문제에는 특별한 해법이 필요하지 않았다. 지난 35년 동안 한국인들이 다르게 인식하게 된 나라도 있지만, 프랑스에 대한 이미지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한국을 손님을 맞이하면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겸손한 주인으로 생각하고, 프랑스를 손님으로 존중하되 과하게 치켜 세우려 하지 않았던 원 설계자들의 해석은 지금도 유효한 훌륭한 개념이었다. 굳이 애써 프랑스의 문화와 파리라는 도시의 상징성을 새롭게 공원에 담을 필요가 없었다. 본래의 상징성과 공간적 틀을 그대로 받아들임으로써 파리공원이라는 이름이 가진 이중의 상징성과 기념성을 그대로 보존할 수 있었다. 오히려 많은 고민이 필요했던 부분은 공간 구조와 상징성을 보존하면서 현실적으로 마주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지점이었다. 흔히 공원을 고쳐 쓴다고 하면 사람들이 찾지 않아 버려졌다가 리노베이션을 통해 도시의 명소가 된 뉴욕 브라이언트 공원 재생 모델을 떠올린다. 그런데 한국의 공원은 이러한 외국의 재생 모델과는 전혀 상황이 다르다. 오히려 거꾸로 공원을 너무 대책 없이 잘 써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파리공원 역시 리노베이션을 한다고 했을 때 왜 잘 쓰는 공원을 쓸데 없이 다시 고치냐는 반응이 나왔을 정도로 이용이 활발한 공원이었다. 물론 이용률이 높다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균열이 생긴 분수의 바닥, 더 이상 페인트칠과 보수로는 버티기 어려운 휴게 시설, 체계적 관리가 되지 않아 너무 무성해지거나 빈약해진 수목, 거의 닳은 바닥 포장과 조금씩 떨어져 나가 안전 위험이 있는 담과 벽. 이런 문제는 시설을 바꾸고 기능적으로 해결하면 될 쉬운 과제들이었다. *환경과조경410호(2022년 6월호)수록본 일부 김영민은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다. 세종상징광장, 광화문광장, 파리공원 재설계 등 다양한 프로젝트에 주요 설계자로 참여했다.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을 번역했으며, 『스튜디오 201, 다르게 디자인하기』를 비롯한 다수의 저서를 펴냈다.
  • [공원, 고쳐 쓰기] 오목공원 고쳐 쓰기 혹은 업그레이드하기
    공원의 나이가 30살쯤 되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아파트 재건축은 대략 30~40년 정도의 시간을 요구한다. 제법 쓸 만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여러 가지 이유로 부수고 다시 짓는다. 서른을 갓 넘은 공원은 아직 건재하다. 나무는 크고 푸르며, 공놀이 금지라는 안내문에도 아이들 노는 소리는 여전히 우렁차다. 공원을 가로지르는 회사원들의 발걸음은 언제나 경쾌하다. 어르신들은 오늘도 진땀을 흘려가며 운동 기구에 매달려 있다. 사방 150m의 정사각형에 가까운 공원의 형태는 주어진 운명이었을 것이다. 격자형 도로망에 의해 규정지어졌으니 더욱 그렇다. 30년 전 공원 설계자의 생각을 되짚어본다. 중심 상업 지구에 놓여 있고 주변이 높은 건물로 채워질 테니 바깥쪽으로 키 큰나무를 심어야겠다. 가운데는 ‘오목’하게 비워서 일종의 중앙광장을 만든다. 지평면보다 살짝 낮은 이 선큰 광장에 시선을 끌 장치가 필요했고, 벽천이라는 꽤 매력적인 아이템을 떠올렸을 것이다. 그 유명한 맨해튼의 페일리 파크(Paley Park)부터 조경가 로렌스 핼프린의 걸작 러브조이 플라자(Lovejoy Plaza)까지 여러 공원이 유용한 레퍼런스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공원의 기본 틀이 정방형 구조이니 뭔가 변화가 필요했을 것이고, 원형의 농구장이나 포켓 쉼터가 등장한다. 비교적 단순한 형태인 오목공원의 매력은 높게 자란 나무들이다. 벽천은 멈췄고 도로의 차량 소음은 더욱 심해졌지만, 건물 3~4층 높이까지 훌쩍 자란 나무들의 녹음은 오래된 공원의 큰 자산이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없애도 좋을지, 결론은 쉽게 내려졌다. 사람들은 더위를 피해 나무 아래로 숨어든다. 큰 나무 아래 작은 나무들이 자랄 틈이 없는 이유다. 나무 그늘 속 벤치는 운이 좋아야 차지할 수 있다. 조금 오래 앉아 있으려니 눈치가 보인다. 긴 의자에 혼자 앉아 있으려니 또 눈치가 보인다. 광장의 크기를 줄이고 편안히 머물 수 있는 장소를 늘리기로 했다. 비를 피하고 안정적인 그늘을 만들 수 있는 커다란 구조물이 필요하지 않을까. 맛있는 샌드위치와 커피를 마실 수 있고 정원을 바라보며 산뜻한 수다를 떨 수 있다면 좋겠다. 무겁고 딱딱한 공원 벤치가 아니라 원하는 곳으로 옮겨 삼삼오오 앉을 수 있는 ‘힙’한 의자가 필요하겠다. 피곤한 몸을 기대어 잠시 꿈나라에 다녀올 만한 편안한 소파도 생각해 보자. 작고 예쁜 꽃집이 있으면 어떨까. 미니 책방이 있어도 좋겠다. 이런 걸 공공 라운지라고 부르면 어떨까. 오목공원 리모델링의 핵심은 공공 라운지라는 프로그램 공간을 공원에 삽입하는 것이다. 30년간 잘 자라 준 나무들은 그 자체로 공원의 녹색 자산으로 유지되고, 동시에 공공 라운지의 두터운 경계로 기능한다. 나무 아래 하층 식생을 강화하면 숲의 볼륨이 두 배 이상 커질 수 있다. 도시는 성장한다. 목동 일대는 머지않은 시기에 용적이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이다. 도시공원의 기능도 변화한다. 소극적 도시숲의 기능에 더해 적극적으로 주민들의 도시 활동에 대응하는 공공 공간으로 기능해야 한다. 낡아서 고쳐 써야 하는 리모델링이 아니라, 좋은 것은 안고 가면서 더 필요한 프로그램을 더하는 업그레이드라고 설명하는 것이 좋겠다. *환경과조경410호(2022년 6월호)수록본 일부 박승진은 성균관대학교와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조경설계를 공부했다. 조경설계사무소 서안에서 오랫동안 설계 실무를 했고, 2007년에 디자인 스튜디오 loci를 열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 겸임 교수로 조경학 관련 수업을 맡고 있다.
  • [공원, 고쳐쓰기] 목마공원 모두를 위한 공원
    공원 리모델링 설계의 시작 신도시의 공원은 주변 주거 단지가 자리 잡기 전에 조성되므로 주민의 의견과 요구를 반영하기 힘들다. 근린공원은 주민의 보건, 휴양 및 정서 생활의 향상에 이바지하기 위해 조성하는 공원으로, 해당 공원만의 특수성을 담아 만드는 데 한계가 있으며 본래의 기능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주변 단지에 주민들이 입주하고 공원은 도시의 변화와 주민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개성을 지닌 공간으로 변모하게 된다. 그렇기에 신도시 공원 리모델링은 공원이 변화하는 과정과 원인을 해석하고 공원을 이용하는 주민들의 행태와 요구를 읽어내는 것에서 출발한다. 목마공원은 다른 목동 중심축 5대 공원과 같이 도로의 소음과 분진을 막기 위해 만든 언덕과 완충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러나 주거 단지와 인접해 조성된 다른 공원과 달리 서측은 도로 램프, 북측은 열병합발전소, 남측은 이대목동병원, 동측은 폭 30m의 안양천로에 에워싸여 있어 도시로부터 고립된 형태다. 특히 서측 양평교와 연결된 도로 램프는 1980년 후반 공원이 조성되고 2~3년 뒤에 설치된 도로 구조물로, 당초 목동 도시계획의 목표 중 하나인 중심축의 보행 연결을 막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로 인해 목마공원은 지난 30년간 주민들이 접근하기 힘든 공원이었다. 내부에 추가로 조성된 게이트볼장은 고립된 공원의 이용성을 높이는 앵커 시설의 역할을 하지만, 동호회 등 특정 주민이 공원을 사유화하는 문제를 유발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목마공원을 둘러싼 완충 녹지는 작지만 울창한 숲으로 자라났고, 단절의 문제는 한적하고 고즈넉한 목마공원만의 개성이 되었으며, 동측에 연접한 안양천의 변화는 목마공원이 수변 공원과 연결되는 거점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또 다른 잠재력이 되었다. 신도시 공원 읽기: 공동체 회복의 가능성 신도시를 조성하며 여러 건축가가 시도했던 소셜 믹스, 세대 간 통합 등 공동체 회복을 위한 노력은 성공을 거두지 못해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도시 공간 내에서 다양한 계층이 공유하는 물리적 공간은 대형 마트와 공원 두 곳뿐이며, 공동체 회복을 위한 논의의 중심이 아니었던 공원이 오히려 새로운 실마리를 제공해준다. 은퇴 후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어르신들과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잠시 휴식하는 청소년들, 어린 아이와 산책하는 젊은 부부 등 아파트로 둘러싸인 목동의 공원에서는 잃어버린 공동체 마을의 모습을 보여준다. 도시 속 공원은 단순히 휴양의 기능을 넘어 세대 간, 계층 간 차이를 수용할 수 있는 공동체 회복의 장이 될 수 있다. 숲과 정원이 만드는 공원의 매력과 공통의 관심을 담은 프로그램은 공원 본래 기능을 넘어 도시 내 사회적 갈등을 치유할 수 있는 또 다른 해결법이 될 수 있다. 어린이 놀이터는 다문화 가정의 아이가 함께 섞여 뛰어놀 수 있는 장소이자 젊은 부부와 어르신이 아이들의 성장이라는 공통의 관심을 공유하며 소통하는 장소가 될 수 있다. 체험정원은 청소년, 환자, 성인, 어르신 등 다양한 세대와 계층이 꽃과 식물이라는 관심사를 자연스럽게 공유하는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 책쉼터는 은퇴한 어르신이 아이에게 삶의 지혜를 이야기로 전해주는 장소이자 맞벌이부부의 아이를 위한 방과후 데이케어 센터가 될 수 있다. 도시민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책임지는 기능을 넘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공동체 회복의 장으로서 공원의 가능성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환경과조경410호(2022년 6월호)수록본 일부 이상수는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과 조경학을 복수 전공하고,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환경조경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신화컨설팅과 씨토포스를 거쳐 스튜디오101을 공동으로 창립했으며, 2016년에 스튜디오201을 설립했다. 서남권 국회대로 상부공원 설계공모, 구 진주역 복합문화공원, 목마·신트리 공원 리모델링에 공동 당선되며 조경가로서 자신만의 색깔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공원, 고쳐 쓰기] 신트리공원 다음 세대의 공동체 정원
    2021년 7월의 어느 늦은 오후, 처음 방문한 신트리공원에서 동네 주민들이 저마다의 루틴에 따라 공원을 알차게 활용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은퇴 후 주로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어르신들,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잠시 휴식 시간을 즐기는 청소년들, 퇴근 후 아이들과 산책하는 젊은 부부의 모습은 가장 동시대적인 목동의 풍경이다. 도시계획을 통해 조성된 공원을 가장 일찍 경험한 목동 주민들은 도시의 일상 속 공원 녹지가 여가 공간으로서 얼마나 큰 행복과 위로를 주는지 지난 30년 동안 경험해왔다. 그래서인지 낡은 신트리공원을 고쳐 쓰기 위한 새로운 진단과 처방을 내리는 것은 아주 부담스러운 작업이었다. 오래돼서 낡은 가죽 신발이지만 그 어떤 신발보다 편안하고 나름의 멋이 있어서 그대로 신고 싶은 주인의 마음이 바로 목동 주민들의 마음일 것이다. 비전문가인 그들에게는 지금의 공원이 최선인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새로 고친 공원이 새 가죽 신발을 신은 것 마냥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었다. 이 공원에 얼마나 많은 불편과 위험 요소가 있는지. 지금 보이는 풍경이 결코 최선이 아니라는 사실을 잠깐의 상상을 통해 쉽게 깨달을 수 있었다. 신트리공원 리모델링 계획의 첫 번째 전략으로 ‘리스펙트respect_지금을 받아들이다’ 를 세웠다. 거창하고 새로운 시설이나 프로그램을 유치하기보다는 현재의 공원 골격과 프로그램을 존중해 활용하는 것이 우리가 제시한 가장 중요한 방향성이다. 지난 30년간 이곳에 누적된 공동체 문화는 신트리공원의 가장 큰 정체성이며 다음 세대를 통해 이어져야 할 문화유산이다. 따라서 지역의 삶과 문화, 자연이 그대로 담길 수 있는 넉넉한 그릇으로서 공원이 계속 기능할 수 있어야 한다. 두 번째 전략은 ‘리–어레인지먼트re–arrangement_다시 구성하다’다. 현재의 틀을 유지하되, 그동안 임기응변식 시설 추가로 무질서하게 널려 있는 프로그램을 재배치해 새로운 변화가 유입될 수 있는 여백을 만들고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 텃밭과 장미정원, 장기판 전용 퍼걸러, 지압 보도, 생활 체육 시설, 논습지 등은 언뜻 보면 공존하기 어려운 프로그램 같지만 이미 주민들에게 검증된 프로그램이다. 설계자에게만 어색해 보이고 공원을 사용하는 이들은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조합일 수 있지만, 더 나은 구성을 제시하고 현재의 조합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새로운 공간의 유입을 위한 틈을 만들고자 했다. *환경과조경410호(2022년 6월호)수록본 일부 이남진은 서울대학교 산림자원학과와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를 졸업하고, 동심원조경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현재 조경기술사사무소 바이런(VIRON)을 이끌고 있다. 좋은 설계는 좋은 회사에서 나온다는 생각으로 설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함께 성장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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