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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원도 지역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제2회 푸르너스 가든아카데미’ 특강
    한국정원디자인학회(회장 홍광표)가 주관하고 예건(대표 노영일)이 후원하는 ‘푸르너스 가든아카데미’가 1월 29일 부터 3월 12일까지 개최된다. ‘푸르너스 가든아카데미’는 증가하는 정원 설계와 시공 수요에 대한 전문성 확보를 위해 지난해부터 시작된 공개 강좌다. 올해 강의는 총 8강으로 구성되었다. ‘제2회 푸르너스 가든아카데미’의 일환으로 지난 1월 31일에는 서교 자이 갤러리 그랜드 홀에서 일본 조경가 특강이 열렸다. 두 개의 강연이 이어졌는데, 첫 강연자인 츠지모토 토모코(츠지모토 토모코 환경디자인연구소 소장)는 ‘가든 르네상스’를 주제로 강연했다. 츠지모토 토모코는 1995년부터 현재까지 츠지모토 토모코 환경디자인연구소를 운영하며 기적의 별 식물관 프로듀서를 맡고 있다. 토모코는 “가든 르네상스는 지역 전통으로서의 원예, 라이프 스타일이 각 지역과의 관계로부터 생겨나는 것을 인식”하는 데에서 시작한다며 “시민들이 협력하면서 친환경 문화를 계승하며 고향을 지켜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가든 르네상스는 4가지로구성된다. ‘녹지 공간 만들기’, ‘지역성·전통성을 계승하는 공간 만들기’, ‘주민 참여의 친환경 공간 만들기’, ‘순환형 사회구축을 위한 시스템 만들기와 교류 거점만들기’가 바로 그것이다. 토모코는 가든 르네상스를 일본의 섬 아와지에 적용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아와지 섬 특히 섬의 북쪽 지역은 인구가 점차 줄어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이었다. 주민들의 참여도가 낮았고 네트워크가 잘 구성되지 않는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는 곳이었는데, 토모코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든 르네상스가 필요했다고 주장했다. 가든 르네상스를 통해 아와지 섬의 지역성을 활성화시키고자 한 것이다. 기적의 별 식물관은 토모코의 강연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소개된 사례였다. 토모코는 식물관의 식재 설계를 했다. 이후 이곳에서 아와지 섬에서 유래한 전통 인형극을 공연하고 오페라와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문화활동이 이루어졌다. 각종 식물들로 오감을 자극하고 아와지 섬의 지역성과 전통성을 계승하며, 다양한 문화 활동을 통해 주민 참여를 유도하는 등 여러 분야의참여형·순환형 사회 구축을 위한 시스템과 교류 거점을 만들려는 토모코의 노력들이 기적의 별 식물관에서 드러나 보였다. 아와지 섬의 남쪽 지역에도 가든 르네상스를 적용하려고 노력했다. 남쪽 지역에는 신사神社가 여럿 있는데, 토모코는 신사와 신사 사이의 길을 꽃의 거점으로 만드는 계획을 세웠다. 강연에서 특히나 인상 깊었던 점은 식물원에서 무대공연과 결혼식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식물원을 ‘식물을 관찰하고 학습하는 공간’으로만 생각하는데, 토모코는 ‘기적의 별 식물관’을 통해서 ‘식물원’이라는 공간을 재해석했다.두 번째 주제는 ‘지역 특성을 고려한 조경 디자인’이다. 쇼타 타카히사가 강연자로 나섰다. 쇼타 타카히사는 1992년부터 집합 주택, 상업 시설, 의료, 교육 시설, 이벤트 기획 등 다방면의 옥외 공간 토털 디자인부터 공사 감리까지 담당했다. 현재 공간창연空間創硏에서 조경디자인 및 공사 감리를 수행하고 있으며, 랜드스케이프 컨설턴트협회 칸사이지부 간사위원이자 홍보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타카히사는 지역 특성을 고려한다는 것은 “그 지역의 풍토나 문화를 디자인에 도입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풍토는 “그 지역의 기후, 지형, 기상, 지질이나 환경, 경관”이며, 문화는 “그 지역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양식이나 전통”이라고 부연했다. 강연은 4가지 조경 디자인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프로젝트 1은 ‘제30회 전국 도시 녹화 돗토리페어’다. 전국 도시 녹화 돗토리 페어는 돗토리 지역에서 자생하는 식물을 주제로 삼아 사계절의 변화를 사람들이 즐기는 행사다. 타카히사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가까운 야산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하도록 하고, 자생식물을 생활 공간에 도입하는 방법을 알려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 프로젝트 2는 아리마 온천거리에 건축된 호텔 ‘아리마6채’다. 아리마 온천거리는 일본에서 유명한 천연 온천 마을인데, 아리마 온천거리는 거의 평탄지다. 때문에 로코산의 경사면을 이용해서 조성되었다. 프로젝트 3은 병원의 신설 공사에 수반되는 경관 재정비 사업이다. 아직 계획 중인 곳으로, ‘오사카후립 모자보건 종합 의료센터’다. 이 의료센터의 광장을 살펴본 결과 ‘환자와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동선이 불명확’하고, ‘공간의 세분화와 현황 수목의 재활용이 고려되어 있지 않으며’, ‘모두가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 정리되어있지 않다’는 문제가 도출되어, 불필요한 계단을 철거하는 등 병원 내의 동선을 재정비하였다. 또한 보존해야 하는 수림은 병원에 그대로 두며, 테라스와 같이 사람들이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등의 노력을 했다. 프로젝트 4는 ‘야구장 철거지 상업 시설’이다. 일본 오사카시 남쪽의 야구장을 철거하고 상업 시설로 새로 만드는 프로젝트다. 타카히사는 이 부지에 사람들이 스포츠를 즐기는 상업 시설이라는 테마를 부여하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스포츠 관련 시설이 주로 입주할 계획인 이곳은, 현재 공사 중으로 오는 4월에 개장 예정이다. 타카히사는 “부지 주변을 꼼꼼히 살펴보고 분석하여 그 부지의 조건에 맞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 강연은 지역의 특성을 고려하고 사고하는 행동이 조경 설계에 있어서 중요하다는 걸 새삼 느끼게 했다.
    • 전예원
  • ASLA Best Books 2014 ‘2014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10권의 조경 서적
    미국조경가협회Ame r i c a n S o c i e t y o f L a n d s c a p e Architects(ASLA)는 2010년부터 매년 12월 10권의 ‘올해의 책ASLA Best Book’을 선정하고 있다. 주요 이슈를 다룬 책이나 학술적으로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는 책, 또는 이전에는 접하지 못한 주제를 신선한 시각에서 다룬 책 등이 주로 선정되었다. 본지는 ‘2014 올해의 책’10권을 소개한다. 1. 『어반 아큐펑처』 건축가 자이메 레르네르Jaime Lerner는 『어반 아큐펑처Urban Acupunture』에서 도시를 하나의 몸으로 비유한다. 동양의 침술 요법이 신체의 특정 부위를 찔러 특정한 치료 효과를 거두고자 하는 것처럼, 도시 속의 아주 작은 지점pinprick에서의 변화가 도시 전체로 번져나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가 쿠리치바Curitiba의 시장으로 재직할 당시 새로운 도로 교통 시스템Bus Rapid Transit을 도입하여 도시 전체를 생태 도시화했던 것처럼, 바르셀로나의 라 보케리아 시장La Boqueria Market에서 서울의 청계천 복원 사업까지 세계 곳곳에서 비슷한 현상을 확인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2. 『베를린: 도시의 자화상』 베를린은 현대의 그 어떤 도시보다 파괴와 건설이 반복된 곳이다. 『베를린: 도시의 자화상Berlin: Portrait of a City Through the Centuries』은 이렇게 베를린이라는 도시만이 갖고 있는 불안정한volatile 모습을 24개의 삶을 통해 풀어내고자 한다. 중세의 창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유독 가스를 발명했던 어떤 유대인 화학자, 베를린 장벽을 세우는 과정에 참여했던 한 무명의 공산주의자 등 주목받지 못했던 사람들의 삶이 5세기에 걸쳐 그려진다. 이 책은 이들의 삶의 방식, 그리고 그 속에 담겨있던 당시의 문학과 음악을 통해 도시의 본질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 『경관의 재구성: 포토몽타주와 조경』 『경관의 재구성: 포토몽타주와 조경C o m p o s i t e Landscapes: Photomontage and Landscape Architecture』은 조경 설계에 있어서 가장 두드러지는 표현 기법의 하나인 몽타주 뷰montage view를 다룬다. 이 책은 제임스 코너, 아드리안 구즈Adriaan Geuze, 켄 스미스Ken Smith 등을 포함한 영향력 있는 현대 조경가와 예술가들의 작업을 통해 포토몽타주 기법이 어떻게 공간의 개념을 재현하고 간접적인 경험을 제시하는지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초창기의 핸드 드로잉부터 현대의 디지털 방식까지, 포토몽타주를 활용한 경관 표현 기법의 차이와 발전 과정도 담아냈다. 이 책을 통해 재구성된 경관 속에 구축된 이미지constructed image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4. 『변화하는 경관: 재생을 위한 혁신적 디자인』 기후 변화, 천연 자원 개발, 인구 이동과 같은 전 지구적인 이슈는 현대 조경 설계를 논하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임에 분명하다. 『변화하는 경관:재생을 위한 혁신적 디자인Landscapes of Change: Innovative Designs for Reinvented Sites』은 이러한 사실이 디자인 프로세스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어떤 디자인 전략을 필요하게 했는지, 또 어떤 측면에서 조경의 혁신을 일으켰는지 진단한다. ‘인프라스트럭처’, ‘후기 산업시대의 경관’, ‘식재된 건축’, ‘생태주의적 어바니즘’, 그리고 ‘식용 가능한 경관’이라는 주제에 묶인 25개의 프로젝트를 통해 과거와 현대 조경의 차이점을 확인하고, 나아가 미래의 조경을 예측해볼 수 있다. 5. 『상상하는 경관』 제임스 코너James Corner는 『경관의 회복Recovering Landscape』을 포함한 여러 편의 글과 그 실천이라 할 수 있는 뉴욕의 하이라인High Line 프로젝트를 통해 도시에 직면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산업 유산을 받아들이고 이용하는 것이라고 말해 왔다. 『상상하는 경관The Landscape Imagination: Collected Essays of James Corner 1990~2010』은 지난 20년간 학계에 발표된 코너의 글을 모은 것으로 그동안 조경계에 대두되었던 주요 이슈를 다루고 있다. 코너는 JCFOJames Corner Field Operations의 작업을 기반으로 이러한 글 속에 담긴 생각이 어떤 과정을 거쳐 실제 경관으로 구현되어 왔는지 설명한다. 6. 『멜론 스퀘어』 『멜론 스퀘어Mellon Square: Discovering a Modern Masterpiece』는 ‘현대의 경관: 전이와 변형Modern Landscapes: Transition & Transformation’ 시리즈의 두 번째 책으로 1955년 완공된 피츠버그Pittsburgh의 첫 번째 현대 정원 플라자garden plaza인 멜론 스퀘어의 발전 과정을 담고 있다. 이 책은 광장의 최종 결과물을 보여주는 데 집중하지 않는다. 디자인 발전 단계에 쓰였던 스케치와 식재 디테일, 구현된 모습에서는 느끼기 힘든 섬세한 생각이 적힌 디자인 노트, 나아가 핵심 디자이너들의 개인사까지 담아내며 설계 과정에 있어 어떤 요소가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는지 구체적으로 파고든다. 7. 『차세대 인프라스트럭처』 날이 갈수록 고밀화되고 복잡해지는 현대 도시를 산발적인 도시계획과 임시방편의 기반 시설 정비만으로 지탱할 수 있을까? 또는 그러한 방식으로 탄소 제약 조건과 기후 변화와 같은 전 지구적인 이슈에 대응할 수 있을까? 『차세대 인프라스트럭처Next Infrastructure: Principlesof Post-Industrial Public Works』는 이러한 질문에 답하려 한다. 캘리포니아의 마운트 포소Mount Poso 열병합 발전소에서 서울의 빗물 관리 시스템이나 싱가포르의 다목적 마리나 베리지Marina Barrage 프로젝트까지 희망적인 예를 제시한다. 나아가 이러한 개별 프로젝트가 도시스케일을 넘어 전 지구적 범위에서 얼마만큼의 경제적, 환경적, 사회적 의미를 지니는지 분석한다. 8. 『피플 해비타트: 건강한 녹색 도시를 위한 25가지생각』 미국 국민의 80퍼센트 이상이 도시와 부도심에 거주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커뮤니티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현실에 맞게 재정립하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으며, 인간이 만들어내는 환경 오염 물질에 대한 대처법에도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피플 해비타트: 건강한 녹색 도시를 위한 25가지 생각People Habitat: 25 Ways to Think About Greener, Healthier Cities』은 ‘사람들이 걷지 않는 이유’와 ‘녹색’ 하우징과 관련된 가벼운 담론에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 cation과 같은 복잡한 문제까지 아우르며, 인류와 지구 모두를 위한 거주 생태계ecology of human settlement를 구현하는 방법을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제시한다. 9. 『프로젝티브 이콜로지』 지난 20년 동안 생태는 빠지지 않고 등장한 이슈이며, 이제는 새로운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생태주의적 설계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프로젝티브 이콜로지Projective Ecologies』는 이러한 시점에 생태를 단순히 자연과학적 사고의 결과물로볼 수만은 없다고 주장한다. 현재 다양한 분야의 연구원, 이론가, 사회 평론가, 그리고 디자이너들이 생태를 보다 넒은 의미와 조건을 함축하는 메타포로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생태를 기존의 적용 범위를 넘어 정치와경제, 그리고 사회적 함의까지 포함하는 단계에서 다시 정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이와 관련된 연구와 이론을 제시함과 동시에, 설계적인 가능성까지 모색하고자 한다. Gross.Max, JCFO, 숀 렐리Sean Lally, OMA, Stoss, West 8 등의 세계적 조경설계사무소에서 제공받은 이미지들은 책 전반에 걸쳐 현재 생태학적 설계와 관련 이론이 어느 수준까지 도달했는지 확인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10. 『어반 바이크 웨이 디자인 가이드』 NACTONational Association of City Transportation Offi cials에서 출간한 『어반 바이크 웨이 디자인 가이드Urban Bikeway Design Guide』는 미국 내 주요 자전거 도로의 규격, 법 체계, 운영 시스템 등을 조사·연구하여 하나의 가이드라인으로 정리한 책이다. 자전거 친화 도시별 특징과 관련 가이드라인이 담겨 있어 도시계획 과정에서 새롭게 교통망을 정리하거나 추가적인 자전거도로를 조성할 때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다만 수록된 가이드라인이 미국 외의 국가에서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은 이 책의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 양다빈
  • 서울역 고가 설계공모 방식과 절차에 관한 논란 서울시 질의 및 김영준 전문위원 인터뷰
    지난 1월 29일 서울시는 ‘서울역 7017 프로젝트’ 기자 설명회장에서 ‘서울역 고가 기본계획 국제지명 현상설계’를 1월 29일부터 4월 24일까지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와 동시에 장영호Chang Yung Ho(Atelier FCJZ), 후안 헤레로스Juan Herreros(estudio Herreros), 마르틴 라인-카노Martin Rein-Cano(TOPOTEK 1), 조성룡(조성룡도시건축), 비니 마스Winy Maas(MVRDV), 조민석(매스스터디스), 진양교(CA조경기술사사무소) 등 7명의 지명초청자도 공개되었다. 지명자들은 작품 제출 시 건축, 조경, 교량구조세 분야 컨소시움 형태로 참가해야 하며, 당선자에게는 실시설계권(설계비 13억7천2백만 원)이 주어진다. 심사에는 승효상(서울시 총괄건축가, 이로재 대표), 도미니크 페로Dominique Perrault(Dominique Perrault Architecture), 비센테 구알라트Vicente Guallart(Chief Architect of Barcelona City Council), 조경진(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온영태(경희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송인호(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예비심사위원)가 참여한다. 지난 1월 12일 개최 예정이었던 ‘서울역 고가 전문가 토론회’가 지역 상인들의 반대로 무산되는 등 그간 서울역 고가의 보존과 재활용 자체에 대한 전문가 및 시민들의 논란이 컸던 만큼, 구체적 일정이 발표된 공모전에 대한 우려도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나치게 빠른 일정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설계공모 공고와 동시에 지명초청 작가를 발표하는 등 폐쇄적인 공모 절차와 방식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공모전을 주최한 서울시에 공모의 방식과 초청작가 지명 절차 및 기준 등에 관해 질의했다. 다음은 그에 대한 서울시(담당 도시안전본부 도로관리과)의 답변이다. 공모 방식과 절차 및 기준에 관한 서울시의 회신 “서울역 고가는 수명이 다한 구조물을 보행길로 재생(재활용)하는 사업으로 구조 안전성이 전제되어야 하는 사업입니다. 뿐만 아니라 주변의 많은 역사 문화유산과 연계하고 사람길로 전환에 따른 조경 식재 등 다양한 시설물 설치를 고려해야 하는 사업입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조경, 건축 및 구조 분야의 협업과 창의적인 아이디어 도출 및 세계 저명한 디자이너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하여 공모 방식을 지명초청 방식으로 결정하게 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지명초청자는 MP(전문위원)가 본 사업과 유사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거나 당선자로 선정된 국내·외 저명한 디자이너를 복수 후보로 추천하고 ‘설계공모 추진위원회’에서 최종 지명초청자 7명을 결정했습니다. 선정 기준은 최근 당선 및 수상 경력, 업종 배분, 국가별 배분, 컨소시엄(구조·조경·건축) 가능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공모 착수와 함께 지명초청자 전원 참가의향서를 받았습니다. 설계공모 공고는 「문화일보」와 「헤럴드경제」 신문 지면을 통해 지난 2015년 1월 29일에 공고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본지는 이번 공모전의 전문위원(MP)인 김영준 대표(김영준도시건축)를 만나 설계공모의 형식과 절차 등에 대해 좀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김영준 전문위원과의 인터뷰 Q. ‘시민 소통 계획’의 일환에서 추진된 이번 공모전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을 수 있는 ‘공개공모’ 방식 대신‘지명초청’ 방식을 택한 이유와 배경은 무엇인가? A. 첫째, 이 프로젝트는 다양한 안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다. (서울역 고가가 안전등급 D를 받은 상황이므로) 프로젝트의 일정상 시급함이 있고 구조적인 문제도 명확하게 드러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정확하고 전문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사람들을 지명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둘째, 이 프로젝트는 과정이 중요하므로, 진행하면서 변화하는 상황과 흐름을 정확하게 전달하며 컨트롤 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공개공모 방식으로 진행한다면 불특정한 사람들에게 이러한 변화내용을 전달하기 어렵다. 또한 공모에 참가한 개개인이 이 프로젝트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가에 따라 작품의 질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우리는 지명자들에게 지속적으로 프로젝트의 중요성을 전달하고자 한다. 만약 공개공모라면 다수에게 이러한 강력한 동기부여를 하기 어렵지 않겠는가. 또한 공개공모의 경우, 응모작의 수는 많을 수 있으나 정작 좋은 안은 소수에 그치는 사례를 여럿 경험했다. 따라서 서울역 고가라는 프로젝트의 상황과 중요성에 적합한 공모 방식을 택한 것이다. Q. 어떠한 절차를 통해 7명의 건축가 및 조경가를 선정하였는가? 지명초청의 경우 대개 참가의향서(RFQ)나 개략 구상안(RFP)을 받는 과정을 거쳐 지명초청자를 선정한다. ‘서울역 고가 기본계획 국제지명 현상설계’의 경우, 참가의향서 공모 공고 및 적격 심사 등의 절차를 진행했는지, 만약 이러한 절차를 생략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가? 또한 지명초청된 7명의 건축가 및 조경가는 각각 어떠한 기준과 이유로 선정된 것인가? A. 지명을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고, 어떤 방식이 옳다고 말할 수 없다. 이번 프로젝트의 성격상 통상적 업역의 테두리 안에서 작업을 하기보다는, 건축이나 조경의 영역을 넘나들 수 있는 디자이너가 적합하다. 예를 들어, 건축가라 하더라도 조경 쪽으로 한 발 다가설 수 있는 지향점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이번 공모에서는 그런 작업에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초청한 것이다. Q. 건축가와 조경가의 안배가 있었나? A. 그간 이런 질문을 상당히 많이 받았다. 조경계 뿐만 아니라 도시 분야에서도 유사한 문제 제기가 있다. 그러나 이제 건축, 토목, 조경 이런 식으로 나누어 자신의 영역을 주장하기보다, 더 큰 건조 환경으로 생각했으면 한다. 일례로 최근 당인리발전소의 경우 각 영역별로 분리되어 서로 소통이 없는 것이 큰 문제다. 이번 공모전을 통해 도시와 접목된, 새로운 지향점을 가진 좋은 사례가 만들어진다면, 여러 건축가나 조경가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도 있지 않겠느냐. 또한 참여자들에게 건축·조경·구조의 협업을 전제로 작업의 결과를 요청했으므로 다른 분야의 참여자들이 당연히 포함될 것이다. 이제는 조경가들도 도시와의 접목을 지향하는 다양한 선례들을 만들어 보여줘야 한다. Q. 이 프로젝트를 두고 “너무 빠른 진행 과정 자체가 문제”, “과정도 작업의 일부”인데 그것이 간과된 것 같다는 지적들이 있다. 최근 해외 설계공모의 경향을 보면, 공모전 자체가 지역 주민 및 전문가들과의 적극적 소통을 통해 더 나은 해법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기획된다. 즉, 공모의 전 과정에서 이루어진 모든 논의와 경험을 공공의 지식, 공공의 성취로 확대하고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앞으로 공모를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 A. 당선안이 바로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많은 단계를 거칠 것이다. 민간에서 시작된 일과 공공이 하는 일은 좀 다르다. 민간에서 진행하는 일들은 조직을 만들고 틀을 짜는 데 거의 5~6년이 걸린다. 그러나 공공이 하는 일에는 기본적인 틀이 있고, 그 틀에 맞추어 진행된다. 공모는 공모대로 진행하고, 시민들과의 소통도 함께 진행할 것이다. 요즘도 상인회나 관련자들과 지속적으로 회의를 하고 있다. 이러한 논의 결과 중 중요한 내용을 공모에 반영하고, 당선안이 나온 후에도 논의를 반영하는 과정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외부 의견을 듣기위해 자문회의를 하면, 할 때마다 매번 논의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된다는 점이 어려움으로 다가온다.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회의 때마다 절차의 문제를 지적한다면 자문회의는 계속 겉돌게 된다. 이미 어느 정도 틀이 잡혔다면 그 상황에 걸맞는 논의가 이루어져야 하지 않겠나. 물론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한다면, 설계공모의 당선안을 뽑아 놓고 실행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러한 이야기를 할 단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서울역 고가 프로젝트는 단독 프로젝트가 아니라 네트워크 프로젝트라고 생각한다. 지난 기자 설명회에서 17개의 길이 부각되면서 다소 과장된 부분도 있지만, 이 프로젝트는 하나의 긴 프로젝트가 아니라 부분(퇴계로 주변, 한강대로 주변, 서울역 광장, 북부역세권, 만리동, 청파동 램프 등)으로 이루어진 집합체라고 생각한다. 예컨대 이번 설계공모는 ‘서울역 7017 프로젝트’라는 광범위한 재생 프로젝트에서 하나의 수단이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공공 프로젝트는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틀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일례로 디자이너들이 설계공모 당선 이후 설계안이 변경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안고 있는 경우도 있다. 단순히 당선안을 결정하고 계약을 하는 것이 공모의 역할이라기보다 그 사이에서 조율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적 합의의 부재 서울역 고가 프로젝트를 둘러싼 논란은 대략 세 가지 방향으로 압축된다. 첫째, 교통 문제나 상권, 노숙자 문제의 대안에 대한 우려. 둘째, ‘서울역 고가가 과연 원형 그대로 보존해야 하는 근대 산업 유산인가’ 혹은 ‘그 유산을 기억하는 방식이 꼭 고가 보존이어야 하냐’는 문제. 마지막으로 빠른 추진 속도와 절차에 관한 문제다. 이 모든 논란에서 가장 선행되는 것이 바로 속도와 과정에 대한 우려다. 주최 측이 강조하고 있는 서울역 고가의 안전 문제가 사회적 합의나 공론화의 부재에 당위성을 부여할 수 있는지, 다른 임시 조치로 소통의 시간을 확보할 수는 없는지 의구심이 들지만, 이제 서울역 고가의 재활용 혹은 공원화는 이번 설계공모공고를 통해 기정사실화된 것처럼 보인다. 주최 측이 밝히고 있듯 ‘과정’이 중요한 프로젝트라면, 공모의 과정 역시 투명하고 좀더 소통적인 공모의 방식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최근 해외 여러 설계공모는 그것이 지명초청의 형식이든 공개경쟁의 방식을 취하든 설계지침서 작성 단계부터 지역 주민 혹은 전문가들과 소통하고 협업하며 지역의 문제를 이해하고 대안을 찾아가는 일련의 과정을 공모의 중요한 일부로 삼고 있다. 그러나 2014년 9월 박원순 서울시장의 서울역 고가 공원화 발언 이후, 10월 고가 개방 행사, 11월 서울역 고가 활용 방안 아이디어 공모, 2015년 1월 국제 설계공모 공고 그리고 5월초 당선작 발표까지 그 빠른 속도는 물론, 단계별로 베일을 벗듯이 진행되는 공모 진행은 기존의 공공 프로젝트 추진 방식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처럼 여겨진다. 추진 상황에 걸맞는 좀더 성숙한 사회적 논의가 이루어지기 어려운 점은 첫 단추가 서둘러 끼워지면서 이미 예견되었던 일이다. 지명초청자들이 적절한가, 혹여라도 주최 측의 의도대로 움직여줄 사람을 찾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목소리는, 사회적 합의 없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불거진 불신일 것이다. ‘보행 중심의 도시’와 ‘재생’의 가치만으로 여러 결정과 절차의 당위성을 확보하려는 태도는 서울역 고가 프로젝트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시민과 전문가들이 소통의 당사자가 아니라 설득과 계몽의 대상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을 불러일으킨다. 수많은 이해당사자와 관련 전문가들과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며 공공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일은 행정의 틀 안에서 일을 추진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지난하고 비효율적으로 여겨질 수 있겠지만, 그러한 과정이 지금 이 시대의 공공 프로젝트에 필요한 도전이 아닐까.
    • 김정은
  • 서울역 고가 공원화로 도보관광 네트워크 구축 추진 ‘서울역 7017 프로젝트’ 기자 설명회
    서울시는 지난 1월 29일 서울시청에서 ‘서울역7017 프로젝트’ 기자 설명회를 열고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시가 발표한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의 큰 방향은 “17개의 보행로를 신설해 서울역 주변을 역사·문화·쇼핑으로 연결되는 도보관광 명소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서울역 7017 프로젝트’는 두 가지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17개의 보행로를 신설해 서울역 주변을 연결하는 도보관광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과 이를 통해주변 개발 계획과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것이다. 부차적으로 서울역 주변의 녹지축을 연결하는 거점으로서 역할도 기대하고 있다. 서울역은 서소문공원, 숭례문, 서울성곽길 등으로 이어지는 요충지에 자리하고 있으나, 차량 중심 구조로 인해 주변과 연계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지적되어왔다. 이에 고가를 활용해 서울역 주변을 ‘차량 중심’에서 ‘보행 중심’으로 바꾸어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것이 시의 입장이다. 구체적인 계획으로는 먼저, 서울역 광장에서 고가로 연결되는 상하부를 수직으로 연결하기 위해 에스컬레이터 등을 설치하고, 인근 빌딩 3~4층에서 고가로 바로 진입할 수 있는 접근로를 연결한다. 또한 퇴계로 접속 부분 고가는 직선거리에 있는 남대문시장, 남산공원으로 향하는 한양도성이 있는 곳까지 길이를 200~300m 연장하며, 중림동 램프는 북부역세권 개발을 위해 철거될 예정이다. 이는 현재 진행 중인 서소문역사공원 조성 사업과의 연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서울역 고가 주변의 아파트 주민과 생업을 잇는 상인들 사이에는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에 대한 입장에 온도 차가 있다. 거주민들은 주거 환경 개선 및 집값 상승 등에 대한 기대감을 비치는 반면, 봉제 업체와 남대문시장 상인들은 고가를 공원으로 만들 경우 인구 유입이 줄어들고 배달이나 물품을 들여오는 데 시간이 더 들어 생업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표명해왔다. 이러한 이유로 남대문시장 상인들은 대체 교량 신설과 교통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시는 이날 발표에서 남대문상인회가 제기해온 상권침체와 교통 체증에 대한 방안을 제시했다. 교통과 관련해서는 남대문시장을 경유하는 버스 노선을 놓고 광역버스와 공항버스 노선을 퇴계로로 분산시켜 대중교통 접근성을 강화하며, 퇴계로를 서울시티투어버스와 남산순환버스의 코스에 추가할 계획이다. 남대문 인근 도로는 왕복 6차로에서 4차로로 변경해관광버스, 조업차량, 오토바이 주차장 등을 신설하고 보도도 확장한다. 상권 침체에 대한 대책으로는 중림동 봉제 등 토착산업 활성화를 지원하고, 서계동 지구단위 계획구역 보완, 중림동 청소차고지 이전 등의 지원을 강화한다. 또한 서울시와 코레일, 민간 사업자 간 협력 체계를 구축해 서울역북부역세권 개발 사업과 ‘서울역7017 프로젝트’를 연동하며, 오는 12월까지 서울역 일대 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해 도시 계획적 차원에서 지원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사업 절차에 대한 논란과 반대 여론이 이는 것을 소통 체계가 미흡했던 것으로 판단, ‘시민위원회’와 ‘고가산책단’ 운영을 통해 시민참여형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고, 이해당사자 그룹(남대문상인회, 주변 건물주)과 전문가, 행정이 함께 고민하며 주기적으로 여론을 수렴해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서울시는 오는 4월 24일까지 ‘서울역 고가 기본계획 국제지명 현상설계’를 추진하고, 당선작을 바탕으로 하여 2017년 준공을 목표로 사업을 시행할 계획이다.
  • Shared Cities ‘2014 유럽 도시 공공 공간 대상’ 수상작 전시
    바르셀로나 현대문화센터Centre de Cultura Contemporàia de Barcelona(CCCB)는 2000년부터 2년마다 ‘유럽 도시 공공 공간 대상European Prize for Urban Public Space’을 개최해 왔다. 유럽 전역에서 재생되었거나 새로 조성된 공공 공간 중에서 잘된 곳을 선별하고, 그 결과를 유럽 곳곳의 주요 미술관 및 박물관에서 공개한다. 건축가와 도시설계가 등의 전문가와 시민이 같은 주제에 대한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더 나은 도시 경관을 만들어가려는 취지로 기획된 전시다. 여덟 번째로 열린 ‘2014 유럽 도시 공공 공간 대상’에는 194개 도시에서 총 274개 작품이 제출되었고, 그 중 두 개의 공동 당선작과 6개의 특별상, 그리고 19개의 최종 결선 진출작이 선정되었다. 핀란드건축박물관Museum of Finnish Architecture(MFA)에서는 3월 15일까지 ‘공유 도시Shared Cities’라는 제목으로 수상작들의 완공된 모습은 물론, 이러한 공간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새롭게 재구성될 수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본지에서는 공동 당선작 두 작품과 더불어 특별상 일부를 소개한다. 마르세유 ‘뷰포트’ 재생 사업, 공동 당선작 뷰포트Vieux-Port는 유럽에서 가장 큰 항구로서 과거 프로방스Provence 지역의 경제적 기반이었다. 20세기에 접어들면서, 뷰포트는 그 입지적 중요성과 아름다운 항구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점차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들었고, 보행자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는 공간이 되어 버렸다. 2009년부터 진행된 뷰포트 재생 사업을 통해 차량의 접근이 제한되고, 보행자의 편의를 위한 여러 가지 시설이 도입되었다. 새로 건설된 부양식 부두floating dock는 다양한 수상 활동의 기반이 되고, ‘그랑드 옴브리에레Grande Ombrièe’라 불리는 1,000m2 면적의 직사각형 캐노피는 뷰포트를 찾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유럽의 많은 항구 도시가 경제적 불황 속에 공공 공간으로서 제 역할을 못하는 가운데, 이 ‘오래된 항구’는 새로운 모습으로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엘체 ‘브레이디드 벨리’, 공동 당선작 비날로포 강Vinalopo River은 스페인의 엘체Elche 지역을 지나면서 그 폭이 매우 좁아진다. 상류로부터 물이 과도하게 유입되거나 폭우가 쏟아지는 날이면 홍수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1970년대 축조된 제방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성공했지만, 동시에 도시를단절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2009년에 이르러, 시는 둑을 허물지 않으면서도 단절된 공간을 연결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고자 공모전을 개최했다. 당선작 ‘브레이디드 벨리Braided Valley’는 문자 그대로 벌어진 계곡을 다시 (교각으로) ‘땋아보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작품이다. 3km의 선형 공원에 건설된 Y자 형태의 다리는 단절되었던 엘체 지역을 단순히 물리적으로 연결하는 것뿐만 아니라, 지역 커뮤니티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알타흐 ‘이슬람 장례식장’, 특별상 알타흐Altach는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많은 이슬람교도가 살고 있는 지역이다. 커뮤니티가 확장됨에 따라 종교 행사는 물론 장례식을 치를 공간마저 부족하게 되었고, 알타흐 시는 새로운 이슬람교식 장례 공간을 조성하게 되었다. 무살라Musallah(이슬람교 예배당)를 비롯한 모든 장례 공간은 메카Mecca를 향하고 있으며, 5개의 묘지와 죽은 자의 몸을 씻기는 세정소도 마련되어 있다. 9년에 걸친 충분한 자료 조사와 의견 수렴을 통해 완성된 이 새로운 종교 시설은 이민자와 같은 소수 집단의 필요를 충족하는 현대적 공공 공간으로 평가받고 있다. 리폴 ‘라 리라’ 극장 재생 사업, 특별상 스페인 리폴Ripoll 지역 의회는 수년간 버려져 있던 ‘라리라La Lira’ 극장의 새로운 이용 방법을 찾기 위해 지난 2003년 설계공모를 개최했다. 당선된 아란다 피젬 비랄타 아키텍츠RCR Aranda Pigem Vilalta Arquitectes SLP는 ‘라 리라’ 극장의 부식된 벽면을 헐어버리지 않고, 구조체 내부를 보강하는 보존 중심의 설계안을 제시했다. 이 설계안에는 특별한 장식이나 추가되는 공간도 없지만, 오히려 극장이 기존 경관과 쉽게 어우러지도록 계획되었다. 현재 새로운 옷을 입은 극장은 마을의 입구 광장으로 활용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19세기에 조성된 마을 시장과 기차역 주변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런던 ‘라인햄 습지’, 특별상 라인햄 습지Rainham Marshes는 런던의 동쪽 경계를 이루고 있는 범람원으로서 북쪽의 템스 강Thames River까지 이어진다. 이 지역은 런던이라는 대도시에 인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세 시대의 경관적 특징을 유지하고 있으며, 철새 도래지와 희귀 식물의 서식지라는 점에서 국가 차원의 보호가 이루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시당국은 시민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자연스러운 환경 보호 교육이 이루어질 것이라 기대했고, 지난 2006년부터 왕립조류보호협회Royal Society for the Protection of Birds의 협조 하에 벤치와 같은 간단한 시설물부터 조류 관찰대와 같이 적극적인 체험을 유도하는 시설물까지 단계적으로 도입하게 되었다. 런던 시민들은 런던 내에서 이와 같은 특별한 자연 환경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 라인햄 습지의 가장 큰 장점이라 말하고 있다. 헬싱키 ‘바아나’ 차 없는 거리, 특별상 핀란드어로 철로를 뜻하는 바아나Baana는 도심 한 가운데를 관통하는 길이 1.5km, 깊이 7m의 철로였다. 2008년에 이 철로의 종착점인 랜시사타마Läsisatama항구가 폐쇄되었고, 바아나에도 더 이상 기차가 오가지 않게 되었다. 시당국은 버려진 철로가 도시 경관을 저해한다고 판단하여 이 곳을 덮어버릴 계획을 진행하지만, 그 비용과 공사 완료까지의 시간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시민 공청회에서는 보행자와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자는 의견이 제시되었고, 자전거 전용 도로와 도심에서 연결되는 보행 슬로프가조성되었다. 일시적인 방책으로 진행되었던 이 계획은 특한 경관의 ‘차 없는 거리’로 전했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공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 양다빈
  • 건축비평지 『건축평단』 창간 국내외 건축가·건축지식인 25인의 좋은 건축 해명
    본격 건축 비평지인 『건축평단』의 창간호(2015 봄)가 출간되었다. 조경과 건축 등 분야를 막론하고 비평서와 전문지의 자리를 찾기 어려운 요즈음, 국내외 건축가·건축지식인 25인이 의기투합해 이미지 한 컷 없이 텍스트로만 이루어진 300여 쪽 분량의 비평지가 새로출발했다. 좋은 건축이란 무엇인가 창간호의 특집 주제는 ‘좋은 건축이란 무엇인가’다. 편집인 겸 주간인 이종건 교수(경기대학교 건축설계학과)는 여는 글에서, 이 본질적인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적잖이 당혹해했다고 밝히고 있다. 건축을 하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숙고해야 할 질문이겠지만, 마치 무엇이 좋은 삶인지 규명하기 어려운 것처럼 쉽사리 대답하기 어려운 물음이다. 『건축평단』의 첫 번째 글은 건축이론가이자 평론가 김영철이 ‘좋은 건축’을 논의하기에 앞서, ‘건축이란 무엇인지’를 하이데거의 사유에 기대어 해명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김성홍 교수(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를 비롯한 국내외 건축가·건축지식인들이 ‘좋은 건축’에 대한 견해를 짧게 전개해 나갔다. 건축가 파블로 카스트로Pablo Castro는 흑색파 건축가들을 통해, ‘좋은 건축’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우회적인 방식으로 제시한다. 건축 교육과 관련된 두 가지 질문도 눈길을 끈다. 건축이론가 닐 리치Neil Leach는, 글로벌한 새로운 건축 상황과 점점 나빠지는 로컬 건축 교육 시장에 제대로 응전하기 위해, 건축교육 인증제를 폐기하고, 건축 설계교육의 방향을 바꿀 것을 강력히 주장한다. 건축가 서재원(aoa architects)은 대학 설계 교육 현장에서 흔히 벌어지고 있는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하며, 자신의 교육 방식을 내어 놓고 있다. 그 뒤를 이어, 시인이자 건축가인 함성호는 ‘새로움에 대한 강박증’을 풀어내었고, 이종건은 그의 이슈를 이어받아 ‘우리 건축의 새로움 강박증’에 대해 전개한다. 그밖에도 『건축평단』의 한편에서는 ‘감동에 얽힌 건축’, ‘건축의 한계 혹은 역능’, ‘도발, 건축가의 내면’ 등의 주제를 연재 형식으로담고 있다. 『건축평단』의 여름호 주제는 ‘건축가 그/녀는 누구인가’다. 가을호에는 ‘건축의 도시성’을, 겨울호에는 ‘건축의 역사성’을 주제로 이어가, 올 한해는 건축의 네 가지 기둥이라고 할 수 있는 본질적인 문제에 천착할 예정이다. 기본적인 내용이라 오히려 잘 언급되지 않았고, 그 결과 건축가라는 직능이 제대로 자리잡지 못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주제다. 내년부터는 한국의 설계(작품)를 평가하고 이를 어떻게 역사화할 것인지, 또 건축서가 출간되면 비판적으로 개입하는 등 본격적인 비평에 돌입할 것이라고 한다. 『건축평단』의 지향은, 한국 건축 사회에 비평 문화가 건강하게 착근될 수 있도록 육성하는 것, 일회성에 그친 비평·평론이 지니는 문제들을 극복하고, 전문적 식견이 배제된 채 반복된 매체 노출로 가치가 매겨지는 대중영합주의에 대항하는 것이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탁월한 건축 업적을 끈질기고 엄격하게 탐문·탐구·논구함으로써, 한국 현대 건축의 역사를 온당하게 일구어나가고자 한다. 한국 건축이 창발적인 힘을 더 가질 수 있도록, 지적이고 감성적인 차원에서 좋은 자극제가 될 수 있는 자원을 발굴하고자한다. 이종건 교수는 “이 책의 존재 자체가 사회에 대한 비평”이라고 강조한다. 대중은 쉽게 요약된 글과 이미지를 선호하는데 온전히 텍스트만으로 이루어진 비평서를 낸다는 것, 그리고 자본가 없이 완벽하게 자본으로 부터 독립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처음부터 건축의 핵심부를 겨냥했다. 독자의 많고 적음이 중요하지 않았다.” 어떤 독자를 타깃으로 삼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이종건 교수의 답이다. 그러나 책이 출간되기 전 이미정기구독자가 모였고, 출간 후에도 지속적으로 구독자수가 늘어가고 있다며 지속가능성에 대한 희망도 내비쳤다. 비평가 커뮤니티 『건축평단』은 건축 비평가 커뮤니티인 건축비평공동체가 꾸려지며 탄생했다. 이 공동체에서는 이종건 교수를 비롯해 강권정예(편집장, 정예씨(JEONGYE publishing Company) 대표)와 김영철(군자헌 건축이론연구소 대표), 김원식(건축·도시 역사학자), 이상헌(건국대학교 건축대학원 교수), 함성호(건축실험집단 EON 대표)가 편집위원을 맡았다. 김인성(영남대학교 가족주거학과 교수), 김현섭(고려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박성용(이가종합건축 실장), 송종열(건축비평가), 이경창(건축비평가), 임성훈(동명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전진삼(건축비평가, 와이드AR 발행인 겸 간향미디어랩 대표) 등은 운영위원을 맡았다. 이커뮤니티는 열린 공동체로 누구라도 참여하여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으며 한국 건축 사회의 공론장을 형성해 나가는 것을 꿈꾼다. 건축비평공동체 건축평단은 정림건축문화재단과 함께 한국 건축의 주요 이슈와 쟁점을 10회의 집담회를 통해 공론화할 예정이다. 그 첫 번째 집담회는 『건축평단』의 창간을 기념하며 ‘세월호 이후의 건축’을 주제로 3월 21일 열렸다. 앞으로 매월 마지막 토요일이면,건축비평공동체 건축평단, 정림건축문화재단, 토요건축강독, 한양대학교 동아시아건축역사연구실의 기획 및 주최로 토요집담회가 열릴 예정이다. 이 집담회에서는 한국 건축의 주체성과 정체성, 전통, 지역성과 보편성, 개인성과 공공성, 동시대 건축가의 생존주의, 지향점과 한계, 순수 건축 등 ‘한국 건축’ 전반에 대한 논의를 전개하고 심화해 나갈 예정이다. 장기적 계획을 묻는 질문에 이종건 교수는 2017년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건축가연맹UIA 세계건축대회 조직위원회에 세계 비평가들이 연계하여 성과를 나누자고 건의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를 기폭제로 삼아 우리나라의 건축비평가들이 연합할 수 있는 일종의 비평가협회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향후 건축비평공동체의 행보가 주목된다.
    • 김정은
  • ‘대규모 계획, 그 이상’ 국제 컨퍼런스 새로운 도시 계획 방향과 세운상가 재생 사업
    지난 3월 12일부터 15일까지 ‘대규모 계획, 그 이상 Beyond Big Plans(BBP)’ 국제 컨퍼런스가 개최되었다. 이번 컨퍼런스는 박소란(WeLoveTheCity, 도시계획가·건축가), 박혜리(KCAP, 도시계획가·건축가), 강빛나래(델프트 공과대학교 PhD 연구원)가 기획하고, 국제도시지역 계획가협회International Society of City and Regional Planners(ISOCARP)와 걷고싶은도시만들기시민연대가 주최했다. BBP 국제 컨퍼런스는 최근까지 도시 개발의 주를 이루었던 마스터플랜을 통한 ‘대규모 도시 개발’방식에 의문을 던지며, 세운상가를 주제로 국내외 도시계획 및 개발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앞으로의 도시개발 방향과 그 이행 전략을 다양한 각도에서 탐색하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특히 최근 서울시에서 추진 중인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변경안’1과 ‘세운상가 활성화를 위한 공공공간 설계 국제공모’와 맞물려 관련 분야 전문가들과 일반 시민들의 많은 관심을 모았다. 컨퍼런스 첫 날인 12일에는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아홉개국 열다섯 명의 도시계획 전문가의 주제 발표와 관련 토론으로 구성된 심포지엄이 개최되었으며, 마지막 날인 15일에는 국내외 60여 명의 전문가들이 세운상가를 대상으로 한 워크숍 결과를 발표했다. 심포지엄은 세 개의 세션으로 구성되었다. 첫 번째 세션은, ‘도시계획을 재구성하자!Let’s Reinvent Planning!’는주제로 도시 개발 과정에서 개발의 스케일과 개발 과정에서의 시민과 전문가의 역할 재정립 등에 대한 논의로 꾸며졌다. 두 번째 세션, ‘세운이야기Sewoon Story’는 컨퍼런스 이튿날부터 진행되는 전문가 워크숍 대상지인 세운상가 지역을 역사·사회·문화·경제적 관점에서 되짚어보며, 세운상가 재생 사업의 현재를 되돌아보고 대안적인 접근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세 번째 세션은 ‘다른 도시에서 배우다Learning from Cities’라는 주제에서 알 수 있듯이 세계 각 도시의 사례를 중심으로 여러 도시계획 전문가와 학자들의 경험을 들을 수 있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도시계획의 새로운 태도 첫 번째 세션에서 케이스 크리스티안서Kees Christiannse 교수(취리히 공과대학교, KCAP 설립자)는 ‘로프트 시티loft city’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Matryoshka처럼 크고 작은 스케일의 계획이 중첩된 구조를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존의 대규모 계획이 기능에 따라 조닝을 했다면, 이제는 프레임워크 안에서 작은 규모의 계획, 즉 지역별 특색에 따라 다양한 용도와 스케일의 개발이 섞여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대규모 지역을 마스터플랜에 따라 개발한다면 자본의 흐름에 따라 위험부담을 안게 되므로 작은 규모의 점진적 개발을 통해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진 두 개의 주제 발표는 도시 개발 과정의 주체와 그들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로 구성되었다. ‘회복력 있는 도시를 넘어Beyond Resilience’라는 주제로 발표한 제프 헤멀Zef Hemel 교수(암스테르담 대학교)는 ‘집단 지성’을 강조했다. “지금까지 이루어진 계획의 가장 큰 문제는 비전문가라는 이유만으로 시민들을 계획 과정에서 배제해 온 것”이라며, “전문가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식의 태도로 수백 수천 아마추어의 아이디어를 수용하지 않는 계획은 성공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위키피디아Wikipedia를 예로 들며, “온라인상의 열린 플랫폼에 (옳고 그른) 많은 생각이 모이고, 각각의 아이디어가 서로를 고쳐주는 과정에서 더 나은 지식이 완성” 된다며, 도시계획 과정이 더 나은 아이디어를 고르는 것이 아닌, 많은 아이디어를 축적하는aggregate 과정자체가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이렇게 축적된 아이디어를 가치 있게 만드는 중계자moderator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 발표자로 나선 요르크 슈톨만Jörg Stollmann교수(베를린 공과대학교) 역시 주제발표, ‘생산적인 공통의 기반을 위한 가치 발견Mining Value for Productive Common Ground’에서 “시민을 전문가로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며 헤멀 교수와 의견을 같이 했다. 세운상가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세운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두 번째 세션에서 안창모 교수(경기대학교)는 ‘20세기 세계사적 관점에서 바라본 세운상가에 대한 역사·도시적 평가’를 주제로 발제를 진행했다. 안 교수는 아시아태평양전쟁과 한국전쟁 이후 소개도로의 슬럼화, 그리고 이를 타개하기 위한 도심재개발사업의 결과로 탄생한 세운상가를 냉전 체제의 산물이자 과거 현대 건축의 상징으로 정의 내리며 그 역사적 배경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한때 도심 상권의 번영을 주도했던 세운상가는, 강남 개발, 명동백화점 상권 부활, 도심부적격산업의 이전 등으로상권이 이탈하면서 현재 도심 속 흉물로 남았다. 이충기 교수(서울시립대학교, 세운상가 활성화 계획 총괄계획가)는 현재 서울시에서 추진 중인 세운상가 재생 계획Sewoon Regeneration Plan에 관해 설명했는데, 세운상가를 재생하려는 시도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995년부터 2007년까지 서울시가 진행한 일련의 도심부 발전 계획에는 세운상가를 전면 철거한 뒤, 그 공간에 녹지축을 조성하고 주변을 대규모로 개발한다는 계획이 지속적으로 포함되어 있었다. 이 교수는 “매번 계획에 포함되던 녹지축은 주민들의 이주를 필요로 했기에 큰 반대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며, 수차례에 걸쳐 변경된 세운상가 활성화 계획이 매번 실행되지 못했던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서울시는 2013년 3월에 이르러 세운상가 건물군을 존치하고 주변 역사문화자산과 기존 산업 클러스터군을 활용하는 점진적 재생 개발 사업으로 방향을 선회하게 되었다. 세운상가 존치 결정 이후 진행 중인 점진적 성격의 재생 사업은 크게 ‘활성화 프로그램’, ‘산업 생태계 지원 보전’, ‘입체보행 네트워크’의 세 가지로 구성된다. 그 첫 사업으로 종로에서 퇴계로까지의 전 구간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1단계로 공공의 영역인 종묘 앞 종로의 광폭횡단보도, 복합문화공간인 광장, 3층 레벨의 보행데크, 청계천 상부의 공중 보행데크, 1층 주차 공간과 보행공간을 아울러 입체보행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충기 교수는 서울시에서 “이와 관련해 ‘초록띠 공원’의 복합 문화 공간화, 공중 보행로를 통한 주변 지역연계, 청계천 주변을 연결하는 수직 보행 네트워크 개발 등을 계획하고 있다”2고 밝혔다. 한편 이동연 교수(한국종합예술종합학교)는 1980년대 세운상가를 중심으로 형성된 기술하위문화적 유산―1980년 대 초반에 애플 복제 컴퓨터와 홈비디오가 호황을 누리며 세운상가 주변에는 청년 기술마니아들과 록메탈 등 불법 복제된 LP 음악과 성인 에로비디오를 구하러 온 하위문화 주체들이 모였다―에 대해 설명하면서 향후 세운상가의 재생을 위해서는 건축 및 도시공학적 계획뿐만 아니라 문화적 자원을 통한 창조적 기획이 필요함을 설명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세운상가 활성화 계획과 관련해 보다 심층적인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좌장 이영범 교수(경기대학교)는 청계천 복원 사업(2005년 완료)과 세운상가의 초록띠공원(2009년 조성)이 만들어진 배경을 설명하며, 공공성의 가치를 내세워 역사적 건축물을 철거하고 공원화했던 과거 서울시의 행정 방식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세운상가 활성화 계획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 섞인 질문을 던졌다. 안창모 교수는 “청계천 복원 사업 대상지의 대부분이 공공(서울시)의 소유였다는 점에서 대상지의 대부분이 민간소유인 세운상가 활성화 사업과는 본질적으로 다를 수 밖에 없다”며 정책적으로 큰 변화라는 의견을 밝혔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업이 마치 세운상가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공공 소유의 ‘길’에 국한된 것이며, 민간의 요구가 있을 때만 정부 차원의 보조가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서울시가 추진 중인 세운상가 설계공모가 여전히 빅플랜(마스터플랜)을 요구하면서 ‘사적 영역’을 계획에 포함시키고 있지 않은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이충기 교수는 설계공모를 두고 “지속적인 세운상가 산업 쇠퇴에 제동을 걸기 위한 조치”라며, 서울시에서는 공공이 할 수 있는 사업을 부분적으로나마 시행함으로써 세운상가에 활력을 불어넣고 그 과정에서 민간 수준의 갈등 해소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서 세운상가 활성화 사업과 같은 재생 사업에서 고려될 수 있는 ‘서브컬처sub-culture’, 즉 활성화 과정에 문화예술을 결합하려는 노력에 대한 논의도 이루어졌다. 이동연 교수는 문래예술공장의 예를 들면서 “서브컬처를 접목시키려는 시도는 고무적이지만, 예술이 산업 클러스터를 점유하고 독점하지 않도록 경계해야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그 방안으로 기존 산업체와의 자재 선순환을 고려한 문화예술산업 도입,장인들의 기술을 접목할 수 있는 콘텐츠 산업 개발 등을 꼽았다. 다른 도시에서 배우다 세운상가에 대한 논의 후 이어진 세 번째 세션에서는, ‘대규모 계획’을 대체할 수 있는 세계 여러 도시의 실험적 사례들이 소개되었다. 안드리스 헤이르서Andries Geerse 위러브더시티WeLoveTheCity 대표는 네덜란드디벤터 시City of Deventer의 예를 들며, 전문가의 역할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시민들의 거친 아이디어가 실현될 수 있는 적당한 공간을 제공해주고, 그들이 표현해내지 못하는 것을 정교하게 시각적으로 대신 표현해주는 역할에서 전문가의 역량이 발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셩밍 우ShengMing Wu 홀+아키텍트Whole + Architects 대표는 타이의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그는 “우리(건축가)만의 언어로는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어렵다. 시민들에게 (도면이 아닌 그림을 이용해) 시각적으로 보여주면, 우리의 제안이 어떤 점에서 잘못되었고, 어느 부분에서 개선될 수 있는지 쉽게 지적한다”며 헤이르서 대표의 말에 동의를 표했다. 빌럼 코릇할스 알터스 Willem Korthals Altes 교수(델프트 공과대학교)는 ‘대규모 계획’에서 연속된 ‘작은 계획’으로 전환된 세 개의 네덜란드 도시계획 사례(Amsterdam IJ Waterfront, Amsterdam Zuidas, Utrecht Centrum)를 들어 작은 계획이 연속적으로 수립되는 것이 큰 계획에 비해 효과적이고, 실현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주었다. 그는 “대규모 계획은 구현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대부분 측정된 예산보다 많은 돈을 필요로 하며, 계획 대상지는 완성될 때까지 이용이 불허되는 등 많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전문가 워크숍 15일에는 심포지엄 이후 세운상가 개발 사업과 관련한 전문가 워크숍 최종 발표가 있었다. 이날 오전까지 이어진 3일간의 워크숍은 토지, 시간, 자본 및 투자, 개발방향, 산업 주체, 등 다양한 내용을 아우르는 일곱 개의 주제로 진행되었으며, 두 시간에 걸친 최종 발표 후시민 질의응답 및 워크숍 최종 요약 등이 이어졌다. 일곱 개의 팀으로 나누어 워크숍 발표가 진행되었고 전문가들의 분석과 관련 제안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이압축되었다. “기존의 완전 철거 방향에서 선회한 것은 좋은 선택으로 보이나, 아직 작은 계획의 스케일의 적정성이나 섬세함에서는 부족함이 느껴진다”는 의견, “새로운 계획에서 지정한 건축 용적률이 지나치게 높기 때문에, 비율을 낮추거나 단계적·전략적으로 높여가야 한다”는 의견, “(공중보행로 사업에 대해) 공간을 연결하는 것은 다양한 연결을 가능하게 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나 새로 창출될 공간에 ‘무엇을 채워 넣을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의견”, “현재 존재하는 산업 클러스터들의 연결고리를 파괴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 “여러 산업 군과 주변 지역을 포함해 하나의 큰 창조적 산업 클러스터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견 등이 주를 이루었다. 한편, 3월 12일부터 22일까지 11일간 서울시청 시민청 갤러리에서는 ‘에이징 드래곤aging dragons’이라는 제목의 도시·건축 전시회가 진행되기도 했다. 이번 전시회는 국제 컨퍼런스와 연계해 준비된 것으로서 홍콩, 서울, 싱가포르, 방콕, 그리고 도쿄를 중심으로 아시아 선진 도시의 성장과 그 이면을 담았다. 지난 10여 년간 서울에서 시도된 야심찬 대규모 도시개발 사업들이 최근 변경되거나 취소되고―뉴타운 재개발 수습방안 발표 및 7개 구역 해제(2012), 용산업무지구개발사업 취소(2013), 세운재개발촉진지구 변경(2013)― 다수의 아파트 단지가 미분양된 채 남아있는 등 그동안 제기되었던 도시개발 방식에 대한 의문이 더욱 공고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컨퍼런스는 이러한 의문에 답하려는 시도와 함께 ‘더 나은 도시 개발 방식’을 고민하고, ‘세운상가의 미래’를 가늠해보고자 했다. 12개의 다양한 주제 발표와 토론, 그리고 전문가 워크숍까지 진행되었지만, 마지막 날 최종 종합에서 언급된 것처럼 “한 번에 뚜렷한 방향성을 제기하기에는 어려운 문제임에 분명하다”. 그럼에도 ‘세운상가 활성화 계획’의 현재 진행 상황과 개발 방향이 시민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공유되었다는 점에서 이번 국제 컨퍼런스가 세운상가를 위한 ‘대규모 계획, 그 이상’의 시발점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양다빈
  • 적은 차 환경이 만드는 도시의 미래 헤리티지 투모로우 프로젝트 5
    젊은 건축가들이 그리는 ‘더 나은 도시’는 첨단으로 무장하지 않았다. 오히려 도시민의 아날로그적 생활양식을 향수하고 이를 창의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자가용 없는 미래 도시’를 구상했다. 지난 3월 7일, 재단법인 아름지기(이사장 신연균), 월드컬처오픈 화동문화재단이 주최하고 중앙일보와 서울시가 후원하는 설계 아이디어 공모전 ‘헤리티지 투모로우 프로젝트 5Heritage Tommorrow Project 5’의 수상작이 발표됐다. 2009년 처음 개최된 이래로 올해 5회째를 맞은 ‘헤리티지 투모로우 프로젝트’는 ‘적은 차 나은 도시Less Cars, Better City’라는 주제로 ‘가까운 미래, 이동 수단과 교통 시스템의 발전으로 변화할 도시의 이상적 모델’을 찾기 위해 함께 고민했다. 전진홍·최윤희(B.A.R.E)의 ‘도킹시티’가 1등상인 ‘헤리티지 투모로우’상을 수상했다. 2등상 ‘헤리티지 스피릿’상에는 김대천·한지수(sum_Lab)의 ‘공공공장’과 조준호·권현정(아뜰리에 엑스빠스)의 ‘새로운 패러다임, 반응하는 도시’가 선정되었고 3등상 ‘헤리티지 챌린지’상에는 우태식(UA_Tectonic Space)의 ‘도심 보행네트워크의 회복을 위한 블록 접속 장치’, 이경택·이동희(BASEMENT BASE)의 ‘서울 피노키오’가 선정되었다. ‘헤리티지 투모로우’상 수상팀에게는 상금 800만 원,‘헤리티지 스피릿’상 수상팀에게는 각각 상금 500만원, ‘헤리티지 챌린지’상 수상팀에게는 각각 상금 300만 원이 수여되었다. 수상작은 통의동 아름지기 사옥 1층에서 3월 7일부터 4월 5일까지 전시되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세 번의 워크숍, 치열한 고민 이번 헤리티지 투모로우 프로젝트는 참가팀이 완성된 형태의 작품을 제출하는 기존 공모전 방식에서 벗어나 참가자, 심사위원, 시민이 함께 모여 토론하고 아이디어를 발전시켜나가는 과정 중심의 ‘워크숍’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김봉렬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 총장)가 운영위원장을, 조민석 대표(매스스터디스)와 박경 교수(캘리포니아 대학교 시각미술과)가 심사위원을 맡아 작품 심사와 워크숍을 함께 했다. 1차 선발 과정에서 제안서 아이디어가 훌륭한 팀을 2차 워크숍 과정으로 초대해 세번의 세션을 가졌다. 세 번의 워크숍을 거치며 참가팀들은 작품 디자인뿐만 아니라 새로운 교통 및 운송 수단에 대해서 고민하기도 하고, 혁신적인 경제 시스템을 고안하기도 했으며, 세계 여러 나라의 사례를 연구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공공공장’의 슬라이드 웨이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방안을 논의하며 홍콩의 미드 레벨에스컬레이터, 코펜하겐의 시켈슬랑엔의 사례를 참조하여 필요에 따라 고가 도로를 미학적 방식으로 도입하는 아이디어도 제시되었다. 요구르트 아줌마의 카트에서 영감을 얻은 ‘도킹시티’의 새로운 이동 수단, ‘아이-고’는 워크숍에서 심사위원과 패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세그웨이의 ‘로-테크’ 버전을 보는 것 같다는 평과 비탈길의 문제를 해결하는 적정 기술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 같다는 평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조민석 대표는 “결과물도 중요하지만 공통 관심사를 근거로 한 다양한 제안이 충돌과 교류를 통해 발전되는 과정 또한 소중했다”며 그간의 과정에 의미를 부여했다. 헤리티지 투모로우 수상작 이번 공모전의 참가팀들은 저마다 원하는 대상지를 선택해 개성 있는 아이디어를 발전시켰다. 전진홍·최윤희의 ‘도킹시티’는 이태원의 우사단로를 대상지로 삼았다. 다른 팀들은 ‘나은 도시’를 위한 ‘적은 차’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고민하는 반면, ‘도킹시티’는 이미 물리적인 제약(비좁은 도로, 가파른 경사, 비포장 도로 등)으로 인해 차량의 수가 자연적으로 줄어든 대상지가 과연 더 나은 도시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우사단로 일대는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한강대로 변에 유일하게 남은 달동네다. 좁고 가파른 경사지로 인해 이곳을 통행할 수 있는 대중교통 수단은 마을버스뿐이다. 그나마도 좁은 골목에 심각한 교통 체증을 유발한다. 한강을 내려다보는 대상지의 가파른 경사지, 골목골목에 형성된 다양한 계층과 문화 거뮤니티에 매력을 느꼈다는 전진홍·최윤희 팀은 도로를 넓히고 평탄하게 만드는 대신 이곳의 단점이자 매력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했다. 자가용 대신 우사단로 일대를 자유롭게 통행하는 오토바이, 요구르트 카트, 이동식 포장마차 등 개인 이동 수단의 이용 행태를 관찰하고 미래의 대체 교통수단 모델을 직접 제작하기도 했다. ‘도킹시티’는 도로시스템인 ‘5 Go System’을 제안한다. 미래의 이동 수단으로 제시된 전동식 개인 스쿠터 아이-고Ai-go, 이동과 설치가 편리한 트레일러 위-고We-go와 수직적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엘리베이터 버티-고Verti-go, 아이-고를 타고 이동할 수 있는 나선형 슬라이드 돌-고Dol-go, 가파른 경사지와 계단, 언덕을 쉽게 오를 수 있게 하는 에스컬레이터 업-고Up-go 등이다. 한편 김대천·한지수 팀의 ‘공공공장’은 쇠락해가고 있는 가구 공장 단지인 아현동 일대를 대상지로 삼았다.구릉지를 쉽게 이동할 수 있는 ‘슬라이드’라는 새로운 도로와 순환 체계를 고안해 자동차 이용을 필수적으로 수반하는 아웃소싱을 줄이고 인소싱이 가능한 커뮤니티를 만드는 방안을 구상했다. 단순히 편리한 도로 체계를 고안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는 커뮤니티를 구상했다는 점에서 사회 구조 전반을 통찰하는 안목을 보여주었다. 조준호·권현정 팀의 ‘새로운 패러다임, 반응하는 도시’는 신사동 가로수길 일대를 대상지로 삼았다. 대상지 각 구역의 용도에 따라 세심하게 고려한 맞춤 대안(전기자전거 셰어링 시스템, 자동차 셰어링 시스템, 시간 선택제를 대입한 탄력적 보행자 도로, 움직이는 정원 등)을 제시했다. 우태식의 ‘도심 보행 네트워크의 회복을 위한 블록 접속 장치’ 프로젝트는 무교동, 다동, 을지로입구역 주변지역을 대상지로 선정했다. 하나은행 건물의 입면을 개방해 공공 공간을 조성함으로써 맛집 골목을 걷고 싶은 거리로 개선하고, 을지로입구역과 청계천까지 연결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차로로 인해 단절된 인도를 지하 저·중층부를 이용해 연결하고 자유로운 보행 환경을 조성한다. 이경택·이동희의 ‘서울 피노키오’는 강남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대상지로 아파트키드의 추억을 향수한다. 은마종합상가 위에 인공 대지를 올려 4,000여 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을 조성하고 아파트 옥상에는 각 동으로 이어지는 케이블카를 연결한다. 자동차로 점령된도로, 노후한 아파트 단지의 미래를 블랙 조크와 버무려 제시한 점이 흥미를 끈다. 헤리티지 투모로우 5의 수상작은 서울의 다양한 구역에 ‘더 나은 도시’를 위한 각기 다른 해법을 제시한다. 수상팀들은 자동차와 보행자를 이분법적인 시각에서 보지 않고 때로는 공모전의 주제인 ‘적은 차 나은 도시’에 질문을 던지기도 하며 해법을 고민했다. 교통 시스템, 경제, 커뮤니티, 새로운 이동 수단 등 다양한 논의가 각각의 작품 안에서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산만한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산발적인 다양한 논의를 통해 신선하고 창의적인 미래 도시를 구상하고자 한 참가자들의 열의가 느껴졌다. 박경 교수는 이번 공모전의 수상작들에 대해 “저마다 그곳만의 경관을 담고 있는 장소를 대상지로 삼아 앞으로 서울의 자동차 의존도가 낮아졌을 때의 다양한 모습을 상상하게 해주었다. 각 프로젝트는 대상지의 특수한 상황을 집중적으로 다루었지만 현재의 도시 문제를 야기하는 많은 이슈를 함께 공유하고 있다”고 평했다.
    • 조한결
  • 국제 도시 공원 컨퍼런스, 샌프란시스코 4.11~14 Greater & Greener 2015: Innovative Parks, Vibrant Cities
    ‘Greater & Greener’는 오늘날 도시 공원이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이슈와 도전,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도시계획가 및 설계가, 공공 행정가, 그리고 공원 운영 관리 조직 및 민간 조직의 구성원들이 모이는 국제 도시 공원 컨퍼런스International Urban Parks Conference다. 미국의 각 도시에서 2년에 한 번씩 개최되는 본 컨퍼런스에는 매 회 천 명이 넘는 도시 공원 커뮤니티 리더들이 모여 경험을 공유해 왔으며, 도시공원의 디자인과 개발 방식, 운영 관리를 위한 프로그램 및 재정에 대한 지속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건강과 과학기술 등 다른 분야와의 연계 및 논의 확장을 통해 경제와 환경, 사회적 참여의 새로운 콘텍스트에서 공원을 재구축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하도록 촉구한다. 이 행사를 개최하고 이끄는 시티 파크 얼라이언스City Parks Alliance(CPA)는 미국의 도시 공원 및 녹지 조성과 지속가능한 운영관리를 위해 앞장서 온 독립적, 범국가적 멤버십 조직으로 2000년 처음 조직된 이래 15년째 활동하고 있다. 혁신적 공원, 활기 있는 도시 이번 컨퍼런스는 ‘Innovative Parks, Vibrant Cities’라는 주제로, 4월 11일에서 15일까지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렸다. 컨퍼런스를 주관한 CPA의 상임이사인 캐서린 네이겔Catherine Nagel은 환영사에서 “도시 공원은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이슈-건강, 교육, 거주성과 사회적 혼합에서부터 경제적인 개발과 도시의 회복탄력성- 등 폭넓은 범위에서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이에 대한 비전과 혁신 요소들은 지역 단위에서 구현되어야 하며, 이번 컨퍼런스의 무대인 샌프란시스코와 베이 지역Bay Area의 공원 커뮤니티들이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도시 공원이 직면하고 있는 많은 일반적 이슈에 대한 창의적인 해법을 모색할 수 있는 곳”임을 강조했다. 이번 컨퍼런스의 핵심 어젠다는 도시 공원의 혁신과 활력 있는 도시를 위한 지속가능성의 모색이었으며. 4개의 세부 주제(Advancing Technology, Weaving Parks into 21st century City Planning and Design, Living and Learning in the New Urban Habitat, City Parks 101 and Beyond) 아래 진행되었다. 특히 각 지역 공원 운영관리 조직에 소속된 실무자들이 다수 참여해 실천적인 사례를 공유하고 실현가능성에 기반한 논의와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장으로 운영되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 심주영 / 서울대학교 대학원 협동과정 조경학 박사과정
  • ‘서울100’ 프로젝트 작은 변화로 서울의 공공 공간을 바꾸는 100가지 아이디어
    거리를 천천히 걷다보면 조금만 더 신경 썼더라면 하는 도시 경관들이 눈에 밟힌다. ‘서울100’은 사소하고 소소한 부분이지만 조금 더 걷기 편하고 정돈된 거리로 마주하게 하는 보도 환경 개선부터, 도시를 생동감 있게 만드는 작은 아이디어까지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던 일상의 공간을 관찰하고 작은 변화를 상상하는 작은 연구다. 소수의 전문가가 그려내는 마스터플랜이 아닌, 시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도시를 지향하며 ‘누구나 쉽고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공공디자인’을 목표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시작 - RTM100 ‘서울100’ 프로젝트는 한 권의 책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네덜란드에서 도시와 건축을 공부하던 중 『RTM100』이란 미스터리한 책을 만났다. 표지를 넘기면 비슷한 듯 비슷하지 않은 한 쌍의 도시 경관 이미지가 전과 후 Before & After 형식으로 보인다. 마치 틀린 그림 찾기같은 100쌍의 이미지는 보도 환경·도시 경관 개선에서 유휴 공간 활용에 이르기까지 작은 개입(변화)으로 공공 공간을 변화시키는 아이디어들을 담고 있다. 이는 2010년 벨기에의 URA와 네덜란드의 토포트로닉Topotronic이라는 두 건축 집단에 의해 진행된 스터디의 결과물로AIRarchitecture center of Rotterdam의 후원을 통해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졌다. 공공 건물, 카페 등 로테르담 시민들이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장소에 배포되어 공공 공간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작은 기제가 되기도 했다. 그동안 항공사진 위에서 선을 그려가며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설계를 해오던 나에게 이는 신선한 물음으로 다가왔다. 서울100 ‘서울100’ 프로젝트는 ‘작은 공간을 자세히 관찰해 작은 변화를 만들어내는 작은 연구’라는 의미로 한국에 돌아온 이듬해(2014년)부터 시작했다. 10년 넘게 매 수요일마다 서울의 마을들을 답사하는 건축가 조정구처럼, 공간을 다루는 디자이너로서 눈의 화소 수를 높이는 연습이자 작은 실천들을 긴 호흡으로 이뤄보자는 소박한 마음가짐으로 출발했다. 유명무실하게 놓인 노란색 점자블록부터 도시 속 유휴 공간에 이르기까지, 날마다 서울이라는 도시의 풍경을 자세히 관찰하다 보니 평소에 무심코 지나치던 도시의 일상이 새롭게 다가왔다. 작은 변화로 사람들의 무표정한 얼굴과 무채색의 도시 공간에 활기를 줄 수 있는 상상들을 더해 갔다. 매일 아침 현관문을 열고 나와 사무실에 도착하기까지 통과하는 무수한 도시 공간부터 시작한 ‘서울100’ 프로젝트는 두 명의 동료를 만나면서 박차를 가했다.
    • 정성빈 / 마이너스플러스백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