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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공원 연구로 본 근대 공원의 민낯
서울학연구소 심포지엄, ‘근대 동아시아 수도의 재편’
한국 최초의 근대식 공원인 탑골공원이 세워진 지 올해로 117년,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공원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남산의 ‘공원’ 변천 과정으로 본 근대 공원의 일면을 조명한 연구가 발표됐다. 지난 6월 26일, 서울시립대학교 경농관 빨간벽돌갤러리에서 서울시립대학교 서울학연구소의 심포지엄 ‘근대 동아시아 수도의 재편’이 열렸다. 세션1에서는 ‘남산의 근대화로 본 서울의 수도성’을 주제로 우동선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의 “이토 츄타와 조선신궁”, 박희성 교수(서울시립대학교 서울학연구소)의 “근대기 남산의 ‘공원’ 변천 과정으로 본 한국 도시공원의 일면”, 염복규 교수(서울시립대학교 국사학과)의 “일제하 조선의 전원도시론 수용과 남산 남록 개발 논의의 의미” 등 3개의 주제 발표와 토론이, 세션2에서는 ‘동아시아 수도의 근대화’를 주제로 박삼헌 교수(건국대학교 일어교육과)의 “도쿄 투어리즘과 ‘제도帝都’, 도쿄의 탄생”, 신규환 교수(연세대학교 의사학과)의 “20세기 전반 북경의 도시공간과 위생”, 이길훈 교수(서울시립대학교 서울학연구소)의 “철도로 본 도쿄의 근대화” 등 3개의 주제 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이 심포지엄에서 박희성 교수의 발표는 남산의 ‘공원’ 변천 과정을 당시의 역사적 맥락과 사회·문화적 배경에서 파악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연구였다.
서울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일본인’을 위한 공원
서울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남산공원은 오늘날 서울시민에게 여가와 휴식을 제공하는 안식처인 동시에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서울의 전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서울타워, 연인들이 남기고간 수천 개의 자물쇠가 달린 조망대, ‘남산’ 하면 떠오르는 음식인 ‘남산 왕돈까스’까지 남산공원과 남산을 둘러싼 일대는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다. 하지만 남산에 생긴 첫 공원인 왜성대공원의 개원 당시(1898년 11월, 대신궁 봉안식 기준) 남산 일대는 일본인을 위한 행락지로 개발됐다. 왜성대공원이 자리했던 남산의 북사면 일대는 임진왜란 때 일본인이 주둔했던 곳으로 일본인 거류지인 본정통과 인접하며 이후 조선신궁이 세워져 종교적 기능까지 담당하게 된다. 박희성 교수는 이 점에 주목해 근대 공원의 일면을 포착했다. 영국과 프랑스의 경우와 같이 시민 사회의 성숙과 함께 자생적으로 ‘공원park’으로 발전한 것이 아니라 ‘일본인을 위한, 일본식 공원’이 세워졌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초기 근대공원의 한계를 조명했다. 공원park과 정원garden, 공공정원public garden 개념이 혼재되어 사용되었던 당시 일본의 조원학은 우리나라에 그대로 이식되었고 엄밀한 의미의 공원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공공 정원에 머물게 되었다는 요지다. 또한 박희성 교수는 신사와 사찰을 중심으로 공원과 행락 문화가 결합한 일본 특유의 양식이 남산에 조선신궁이 세워지는 데 일조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발표에 관해 토론의 패널로 참석한 성종상 교수(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는 “남산 공원은 우리와 친숙한 곳이지만 그 족보나 역사에 대해 정확히 알 기회가 없었는 데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자리가 되었다”고 평가하며 “공공 정원과 공원의 개념 정의에 대한 부분은 논의가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시 남산에 조성된 공원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았고, 시민에게 건강과 휴식, 레크리에이션 기능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공공 정원에 적합하다고 보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공 정원의 개념을 설명하는 중요한 키워드는 ‘식물’이라며 초창기의 근대 공원이 식물원과 과수원을 포함한 식물과 관련된 시설을 어떻게 갖추고 있었는가가 중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근대 공원의 민낯을 보는 일
지난해 한 인터넷 신문에 “남산 케이블카 ‘오 마이 갓’, 볼거리 부족 ‘오, 노’”라는 제목의 기사가 올라왔다. 드라마나 영화 등을 보고 남산을 찾은 외국인들이 생각보다 즐길 거리가 부족하다며 실망감을 안고 돌아간다는 내용이었다. 남산을 찾은 외국인들은 케이블카, 서
울타워, 야경 등의 파편적이고 단순한 이미지만 기억하고 돌아갔을 것이다. 남산이 축적하고 있는 역사와 문화의 지층이 깊고 두터움에도 우리에게 친숙한 공간이기에 단순하게 이해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친숙한 공간을 다양한 관점에서 조명했다는 점에서 서울학연구소 심포지엄은 의의가 있다. 남산에 조성된 공원의 변천 과정을 통해 어원과 개념, 역사적 배경과 문화적 뿌리를 더듬으며 근대 공원의 민낯을 보는 일은 당시의 근대성을 이해하고 현재를 돌아보게 한다.
남산의 ‘공원’ 변천 과정으로 근대 도시 공원의 일면을 추적한 박희성 교수뿐만 아니라 조선신궁의 건립 이유와 양식과 유형을 연구한 우동선 교수, 남산주회도로 부설과 고급 주택지 개발 등에서 나타나는 일제강점기 전원도시론을 연구한 염복규 교수는 남산 일대의 근대화 과정을 재구성하며 남산을 다각도로 바라보았다. ‘근대 동아시아 수도의 재편’ 심포지엄은 ‘근대이행기남산’을 조경적, 건축적, 도시학적 시각을 통해 봄으로써 서울에 근대적 요소가 유입됨에 따라 도시가 어떻게 변화·재편되었는지 심층적으로 접근했다. 우리의도시가 한 가지 얼굴로만 보인다면 얼마나 따분할까?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화려하게 화장한 얼굴로만 인식되던 서울의 민낯을 본 듯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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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캔버스가 되다
앱솔루트의 시티 캔버스 프로젝트
“아름답게 세상을 입히는 삶, 관심 있게 잘 감상했습니다. 정말 감동이네요.”
“숨 쉴 수 있는 도시를 만들었군요.”
“이면지 도시에 젊음이 색을 입혔네요. 그들의 열린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유튜브에 올라온 앱솔루트Absolut의 2분 40초짜리 광고가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www.citycanvas.kr). 지난 6월 13일에 업로드 된 앱솔루트의 시티 캔버스City Canvas 광고는 현재 35만 명 이상이 시청했다. 앱솔루트 페이스북 페이지의 시티 캔버스 게시물에는 2만 명 이상이 ‘좋아요’를 눌렀고 천 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다. 시티 캔버스 프로젝트로 새롭게 변신한 골목길은 블로거 사이에서 새로운 출사出寫 장소로 떠오르고 있다.
보드카 브랜드 앱솔루트는 브랜드 정신인 ‘트랜스폼투데이Transform Today’를 모토로 한 문화, 예술 프로젝트를 전 세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시티 캔버스는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획되었다. 서울 도심을 캔버스삼아 젊은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작품을 통해 거리를 예술적으로 변화시키는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40명의 젊은 아티스트들은 가회동, 문래동, 성수동, 이태원, 홍대 등 서울 시내 주요 장소 5곳을 선정해 5월 2일부터 18일에 걸쳐 완성했으며 완성작은 6월 16일에 공식적으로 공개되었다. 공사장 가벽, 철공단지의 골목길, 주택가의 외벽, 지하철 교각 등 도시의 미관을 해치거나 무심코 지나칠만한 평범한 공간이 예술가의 손에서 생동감 넘치는 장소로 재탄생했다. 특히 공공을 위한 예술 사업을 정부나 사회단체가 아니라 민간 기업이 주도했다는 점에서 앱솔루트의 프로젝트는 사람들의 호응을 샀다.
골목은 마케팅 시험장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시티 캔버스 프로젝트에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지만 부정적인 의견도 종종 눈에 띄었다. 한 누리꾼은 “마케팅의 이름으로 도시에 마구잡이 그림을 그리는 이런 마케팅 행위는 매우 폭력적이라 생각한다. 골목은 마케팅 시험장이 아니다”라는 의견을 남겼고, 다른 누리꾼은 “공공 영역에서는 젊은 아티스트들의 참여가 아름답지만 적어도 지역 마을의 담장은 그 마을에 사는 아이들이 함께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보존과 관리가 중요하다. 상업적이라 아쉽다” 등의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시티 캔버스 프로젝트를 비롯한 이른바 ‘벽화 마을’ 사업은 2006년 경남 통영시 동피랑 마을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지면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철거가 계획되었던 낡은 마을 골목길과 담벼락이 벽화로 꾸며지면서 동피랑 마을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새로운 관광 코스로 떠올랐고 철거 계획도 철회되었다. 동피랑 마을이 ‘도시재생’과 ‘공공 미술’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하자 서울 삼청동 벽화골목, 부산 감천동 벽화마을 등 전국적으로 100여 곳이 넘는 마을이 ‘지역 경제 활성화’와 ‘골목환경 개선’을 기치로 조성됐다. 하지만 지역 주민과의 소통 부재, 지역성에 대한 고려 부족, 관리 소홀 등으로 인해 예술이 아닌 ‘흉물’로 전락한 곳도 적지 않다.
진정한 ‘트랜스폼 투데이’ 될까?
시티 캔버스 프로젝트에 의해 새롭게 바뀐 모습을 기대하고, 또 한편으로는 걱정하면서 직접 프로젝트 대상지를 방문했다. 과도하게 알록달록한 페인팅이 오히려 도시 미관을 해치고 있지는 않을까 우려했던 나의 걱정과는 달리 세련된 색채와 디자인이 눈을 사로잡았다. 주변의 상가나 주택과의 분위기를 고려한 설치 작품과 벽화는 주변 풍경과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시티캔버스는 대상지에 대한 이해와 고려를 바탕으로 작업이 진행됐다. 수제화 타운이 형성되어 있는 성수동에는 위트 있는 신발 그림이, 문래동의 노쇠한 철공단지에는 기계 부품을 소재로 한 컬러풀한 벽화가 그려졌으며, 주점과 바가 많이 들어선 홍대의 한 빌딩은 보드카 모양의 설치 작품으로 장식했다. “언제 이런 것이 생겼어”하면서 신기해하는 젊은 커플들, “큐트cute!”를 외치며 사진을 찍는 외국인 관광객 등 작품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구경하는 사람들의 표정은 대체로 밝았다.
앱솔루트의 시티 캔버스 프로젝트는 ‘트랜스폼 투데이’라는 브랜드 정신처럼 일단 ‘오늘’을 변화시키는 데는 성공한 듯하다. 하지만 ‘오늘’이라는 단어는 어렵다. ‘오늘’이 과거형으로 지나가버리지 않고 지속적인 현재 진행형이 되기 위해서는 이 프로젝트가 일회성의 환경 미화 프로젝트에 그치지 않고 미래를 품을 수 있어야 한다. 시티 캔버스 프로젝트 관계자에게 작품의 관리는 어떻게 할 예정인지, 작품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기획한 것이 있는지 등 향후 계획에 대해 물었다.
칠이 벗겨진 벽화 작품을 보수하는 계획이 잡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 이상의 구체적인 답변은 이어지지 않았다. 진정한 ‘트랜스폼 투데이’가 되기 위해서는 예술가의 작품들이 무관심 속에 방치되어 거리의 흉물로 전락하거나 변화하는 거리의 모습에 뒤쳐져 이질적인 공간이 되지 않도록 공공 미술의 새로운 ‘내일’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시티 캔버스 프로젝트의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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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TV ROAD 캠페인
폐 브라운관 활용한 승리 기원의 길
친환경 캠페인을 담은 조경 공간
삼성전자는 지난 5월부터 약 한 달 반 동안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승리 기원의 길-TV ROAD’ 캠페인을 진행했다. TV ROAD는 삼성전자의 폐 브라운관 TV로 친환경 길을 조성하는 ‘TV 굿 스위칭good switching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을 맞아태극 전사들의 선전을 기원하기 위해 조성되었다.
시민들이 기증한 폐 브라운관 TV 1만여 대를 에코 블록으로 재생산해 길을 조성했는데, 캠페인은 폐 브라운관으로 인한 환경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려는 의지의 발로다. 버려진 폐 가전제품이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될 수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기존 시설의 노후화를 개선해 지속가능한 길을 제안하는 데 그 의미가 있다.
디자인 전략
TV ROAD가 설치된 수원월드컵경기장 조각 공원은 2002년 월드컵 당시 많은 방문객을 수용할 수 있는 진입 광장으로 이용되었고, 이후 월드컵 개최를 기념하는 조각 작품을 설치해 문화 휴식 공간으로 조성되었다. TV ROAD 조성 시 고려한 사항은 외부 도로와 광장의 전이적 공간이라는 점과 매표소가 잘 인지되게 하여 접근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조각 작품과 잔디식재 구간은 보전하기로 했으나, 인조 잔디 포장은 노후화로 훼손된 부분을 개선할 필요가 있었다. 잔디와 조각으로 구성된 공간에 상징성을 부여해 월드컵경기장과 어우러질 수 있는 길을 조성하고 폐 브라운관을 이용해 만든 시설을 통해 시각 효과, 휴식, 재미, 편리성이 더해진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공간으로 계획했다.
그리고 월드컵 이후 공간을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여 CRT 재활용 블록의 홍보 효과를 높이고, 일시적인 포장이 아닌 지속성을 갖춘 상징적인 길이 되도록 했다.
승리 기원의 길
노력, 열정, 역동성을 테마로 1,315m2 공간에 슈퍼그래픽을 패턴화 하여 걷고 싶은 길을 조성했다. 승리 기원의 길에 사용된 재료는 다성기업에서 연구 개발한 199×99×T60 규격의 CRT 재활용 콘크리트 블록을 사용했고, 주위 구조물 및 천연 잔디 등과 어우러지도록패턴의 주조색을 녹색 계열로 선정했다. 그래픽의 인위적인 느낌을 줄이고 친환경적인 캠페인의 성격을 나타내기 위해 비슷한 색이 어우러져 표현되는 임의 포장패턴을 반영했다. 또한 슈퍼그래픽 패턴에서 자연스럽게 그러데이션gradation 되는 느낌을 주도록 계획하여슈퍼그래픽과 공간의 조화로운 연결과 확장을 도모했다. 산책로의 진출입 부분에는 TV ROAD 글씨를 패턴으로 반복하여 공간의 의미와 장소성을 나타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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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IFLA 학생 공모전
29개 국가에서 408개 팀 참여
지난 6월,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제51회 세계조경가협회(이하 IFLA) 국제 회의에서는 ‘2014 IFLA 학생 공모전’의 심사도 함께 진행되었다. ‘Urban Landscapes in Emergency’를 주제로 한 이번 공모전에는 29개 국가에서 총 408개 팀이 출품했고, 최종 심사 결과 탄광지대의 재생 방안을 제시한 ‘Prospect of Rebirth’가 영예의 1등작에 선정되었다. 본지는 IFLAInternational Federation of Landscape Architects로부터 자료를 협조 받아, 1등작과 2등작을 소개한다.
공모전의 목적
IFLA 학생 공모전은 세계적으로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조경에 대한 사고와 실천’의 중요성을 고취시키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지리학적, 사회적, 문화적 맥락의 공간을 다시 연결하고, 지역의 정체성과 가치의 정수를 회복하게 하려는 것이다. 이 공모전의 또 다른 역할은 교육을 통해 조경의 전문성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데에 있다. 학생들은 이 공모전을 통해 조경을 배우는 전 세계 학생들의 작품과 함께 자신의 작품에 대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또 IFLA로서는 학생들이 어떤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고, 조경가의 역할을 어디에서 찾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공모전의 주제:
Urban Landscapes in Emergency –Creating a Landscape of Places
이번 공모전은 학생들에게 다양한 도시 경관을 되돌아 볼 것을 요구했다. 자연과 지역의 문화에 대한 인간의 공격적인 행동 이후에 버려지고 폐허가 되어 땅의 가치를 잃어버린 경관, 또는 인간의 필요에 의해 변화를 받아들였지만 그 결과 환경적으로 균형을 잃어버린 부지 등이 이번 공모전에서 다루려 한 도시 경관이라 할 수 있다. 학생들은 도시에서 발생하는 불안전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반성적 사유’를 담아야 했다. 이‘반성적 사유’는 가장 적절한 제안을 통해 지속가능한 새로운 도시 경관의 건설 및 관리를 가능하게 할 대응법을 제시해야 했다.
1등작: ‘Prospect of Rebirth’
Qi Li, Huishu Sun, Shuang Zheng, Chen Li
_ College of Arts, Xi’n University ofArchitecture and Technology
이 프로젝트는 중국의 산시Shaanxi성 퉁촨Tongchuan시에 위치한 유화Yuhua 탄광의 생태적 재생 방법을 제안한다. 탄광 산업이 지역 경제를 책임졌던 곳이었기에 지속적인 석탄 채굴은 불가피했지만, 그 결과 환경은 파괴되고 오염되었다. 이곳은 관광 산업으로도 유명한 지역이었지만, 최근에는 이 역시 좋지 못한 상황을 겪고 있다. 1등작은 오염된 땅과 물을 정화시켜 다시 아름답고 지속가능한 환경을 만들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땅의 표면 조직에 대한 작은 수정만으로 대상지의 생태적 재생이 가능함을 보이고 있으며, 대상지와 유사한 형상을 보인 잎사귀의 ‘잎맥’에서 그 실마리를 찾았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프로젝트라 할 수있다.
2등작: ‘The Great Wall’
Yuan Xu, Hui Lyu, Simin Bian
_ Department of Landscape Architecture, Tsinghua University
2등작은 티벳의 고원지대 북동쪽에 위치한 기아나 Gyana 마을의 방재 시스템을 제안한다. 이 계획은 2012년에 발생한 지진으로 파괴된 보행로를 재건축함과 동시에 마을로 흐르는 일종의 진흙 산사태mud-rock flow(이류(泥流) 혹은 토석류라고도 한다)에 대한 방어책을 보여준다. 이 대범한 계획을 진행시키는 데에 있어, 지역내에 버려진 건물을 건설 자재로 이용한다는 점과 이 벽을 완성시키는 과정에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경제적으로도 유용한 계획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이렇게 벽을 건설할 때 습득된 기술은 지진 피해를 입은 마을 내의 다른 곳에 다시 쓰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자활적인 재생이 가능함도 역설하고 있다.
심사평
우리는 매우 심각한 환경 문제에 직면했으며, 자연 재해의 규모 역시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기술적 접근이 중요해진 상황에 처한 것이다. 조경가 역시 도시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해법 제안을 요구받고 있다. 하지만 복잡하게 얽혀 있는 도시 문제가 단지 새로운 기술만으로 해결될 수는 없는 법이다. ‘위급 상황’이 주제로 주어진 탓일까? 이번 학생 공모전에는 다양한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기보다, 색다른 기술적 접근에만 집중한 출품작이 많았다. 다음과 같은 심사평은 그래서 더욱 기억할만하다. “학생들과 대학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 조경은 매우 광범위한 학문이고, 조경에서는 기술적인 측면만큼이나 사람과 그들의 인식, 자연 환경, 문화 등의 중요성 또한 담아야 한다.”
2015년 IFLA 국제회의는 러시아에서 얼마 전부터 IFLA 학생 공모전은 중국 학생들의 잔치가 되고 있다. 올해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7개의 수상작 중 6개를 중국 학생들이 차지했다. 29개 국가에서 408개 팀이 출품했지만, 중국에서만 전체 출품작의 70%가 넘는 292팀이 참가하여 마치 중국 학생 공모전이 된 듯한 느낌마저 든다. 미국 21개 팀, (개최국인) 아르헨티나 15개 팀을 제외하면, 10팀 이상 참여한 나라가 전무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단 ‘한 팀’ 만이 출품했다. 참여가 저조한 국가의 학생들에게 탓을 돌리기보다, 주최 측에서도 심각하게 검토해보아야 할 불균형 현상이 아닐 수 없다.
1등상의 공식 명칭은 ‘Group Han Prize for Landscape Architecture’(상금 3,500달러)로 2007년부터 그룹한 어소시에이트에서 후원하고 있으며, 2등상은 ‘IFLA Zvi Miller Prize’(상금 2,500달러), 3등상은 올해부터 독일 브룬스 너서리Bruns Nursery에서 후원하는 ‘Special Prize Bruns Nursery’(상금 1,300달러)가 수여된다. 2015년에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6월 10~12일에 제52회 국제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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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놀음’하는 젊은 건축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10월 8일까지
“산 할아버지, 구름 모자 썼네. 나비같이 훨훨 날아서
살금살금 다가가서 구름 모자 벗겨오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마당에 설치된 ‘문지방(최장원, 박천강, 권경민)’의 작품 ‘신선놀음’에 올라 인왕산 자락을 바라보니 산울림의 ‘산 할아버지’가 떠올랐다. 둥실둥실 흔들리는 공기 풍선 구름 사이에 설치된 트램펄린에서 신나게 뛰어 놀다보면 산 할아버지의 구름 모자도 벗길 수 있을 것만 같다. 국립현대미술관, 뉴욕현대 미술관The Museum of Modern Art(New York, 이하 MoMA), 현대카드가 공동 주최하는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15: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전시가 7월 8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공식 오픈했다. 프로젝트 팀 ‘문지방’의 ‘신선놀음’은 이 프로그램의 최종 우승작으로 선정된 작품이다. 도심의 미술관 마당에 신선 세계를 옮겨 온 듯, 상상력을 자극하는 공간이 펼쳐졌다.
YAP, 건축의 트렌드를 보여주다
1998년, MoMA에서 처음 시작한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Young Architects Program(이하 YAP)은 젊은 건축가를 발굴하고 재능을 펼칠 기회를 주고자 기획된 공모 프로그램으로 매년 재기 발랄한 신진 건축가의 작품을 대중에게 소개하고 있다. YAP은 2010년부터 칠레, 이탈리아, 터키 등의 미술관에서도 개최되어 YAP International로 확장됐으며 올해엔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 도입되었다.
현재는 글로벌 프로젝트로 거듭난 YAP이지만, 맨 처음 MoMA에서 시작된 계기는 단순했다. ‘여름에 해변에 온 느낌이 들게 하는 설치 작품을 도심 속 미술관에서 선보이자’는 의도였다. 미술관에서 관람객이 피서를 즐기고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공간을 제시한 YAP은 사람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후 YAP은 도심 속 휴식 공간을 제공하는 프로젝트이자 신선하고 재능 있는 젊은 건축가를 발굴하는 프로젝트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때때로 아주 실험적이고 기이한 작품을 선보이기도 하는 YAP은 변화하는 건축의 트렌드를 보여준다. YAP은 건축의 환경적인 책임에 관심을 갖고 ‘지속가능성’을 작품의 선정 기준으로 삼고 있다.
한 예로, 미디어에서도 큰 관심을 보였던 MoMA YAP 2014에 선정된 우승팀 The Living의 ‘HY-Fi’는 작품에 사용된 모든 재료가 옥수숫대, 버섯 등의 유기물질로 되어 있어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 국립현대미술관과 MoMA, 현대카드가 공동 주최한 YAP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페드로 가다뇨Pedro Gadanho(뉴욕 MoMA 현대건축 큐레이터)는 7월 8일 ‘신선놀음’ 공개에 맞춰 국립현대미술관에 방문하고 완성작을 관람했다. 그는 이날 현대카드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마련한 강연에서 “YAP이 올해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개최되면서 진정한 글로벌 프로젝트로 거듭났다고 생각한다”며 “건축에 대한 전 세계적 담론이 형성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5: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의 우승작 ‘신선놀음’은 국내뿐 아니라 뉴욕(MoMA PS1), 산티아고(CONSTRUCTO), 로마(MAXXI), 이스탄불(ISTANBUL MODERN)의 미술관에서도 전시되어 전 세계 우승작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경계 위에서 ‘신선놀음’하다
‘문지방’이라는 팀명에는 건축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문지방의 ‘신선놀음’은 이번 프로그램의 필수 요소로 제시되었던 그늘, 쉼터, 물을 활용해 도가 사상에서 그려지는 신선 세계를 형상화했다. 직경 2m, 높이 3~5m의 거대한 공기 풍선 기둥 60개를 마당에 세워 그 사이를 지나는 사람이 마치 구름 속에 들어간 느낌을 받도록디자인했으며 구름다리를 설치해 전체적인 경관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구름 모양의 공기 풍선 기둥 사이에 2개의 트램펄린을 설치해 그 위에서 뛰어노는 사람들이 구름 위를 떠다니는 느낌을 받도록 했다. 작품 안쪽에 설치된 안개 분사기는 작품 전체를 감싸는 안개를 만들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구름 모양의 기둥, 구름다리, 안개 등의 요소가 만들어낸 ‘신선놀음’의 아이디어는 독특하면서도 재미있다. 화단이 조성된 바닥과 휴게 공간을 보면 조경적 요소가 담겨 있고, 구름다리가 만들어 내는 구조적인 틀에서는 건축적 특징이 나타난다. 공기 풍선과 안개가 자아내는 신비로운 미감과 트램펄린을 이용한 유희적 요소는 설치 미술 작품을 보는 듯하다. ‘신선놀음’은 건축, 설치 미술, 조경 등 그 어느 분야에 한정할 수 없는 새로운 경계에 도전한 작품이다.
‘신선놀음’은 신선하고 재기발랄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이지만 아쉬운 부분도 눈에 띄었다. 우선 YAP은 건축의 환경적인 책임을 강조하며 ‘지속가능성’에 가치를 두고 있다. 하지만 ‘신선놀음’의 신비로운 미감을 만들어내기 위해 계속 뿜어져 나오는 안개는 순환적인 시스템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소모적인 느낌이었다. 또한 도심 속 휴식 공간을 제공한다는 YAP의 취지에 맞게 ‘신선놀음’에는 공기 풍선 기둥 안쪽으로 벤치를 설치해 휴게 공간이 마련됐다. 그런데 벤치와 안개 분사기 사이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 벤치는 습기로 젖어 있었다. 실제적인 쓰임을 고려했을 때 이용객의 불편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구름 모양의 공기 풍선기둥 너머로 도약하는 느낌을 주도록 설치한 트램펄린은 실제로 뛰어보았을 때 높이가 낮아 ‘구름 위로 튀어오를 것 같은 느낌’은 받지 못했다. 공기 풍선 기둥의 높이와 트램펄린 위에서 도약했을 때의 높이를 고려해 디테일을 살렸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또한 안개로 인해 트램펄린에 물방울이 많이 맺혀 위험해 보이기도 했다. 섬세한 부분에서 아쉬운 점이 보였지만, 상상 속으로만 그려왔던 공간을 현실에 마음껏 구현했다는 점에서 ‘신선놀음’을 기획한 젊은 건축가들의 ‘패기’는 유쾌하고 재기 발랄하게 다가왔다. 건축은 ‘건축=건물’이라는 사고를 깨부수며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이번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에서 그 실험의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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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변화: 보스턴’ 전시회
기후 변화 인식에 경종을 울리다
해수면은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금세기 중반이 되면 2피트, 2100년에는 6피트가량 높아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새롭게 형성될 해안선은 보스턴 지역의 해안 경관을 크게 바꿀 것이며, 도심지를 초토화시킬 만한 거대 폭풍의 발생 가능성 역시 한층 높아질 것이다.
지난4월 7일부터 6월 15일까지 보스턴에 위치한 디스트릭트 홀District Hall에서 개최된 ‘바다의 변화: 보스턴’ 전시회를 통해 보스턴이 해수면 상승에 얼마나 취약한지 알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건물, 도시 그리고 지역 차원에서 취할 수 있는 적극적인 전략들은 무엇인지 살펴볼 수 있었다. 전시의 기획 의도는 해수면 상승이 초래할 여러 문제들과 지역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보다많은 사람들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었다.
미국 전역의 다양한 해안 지역을 비롯한 세계 여러 국가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사키 어소시에이츠Sasaki Associates의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 해수면 상승 그리고 생태적 복원력 등에 대한 이해를 증진할 필요가 있음을 인식했다. 또한 허리케인 샌디Sandy가 보스턴을 살짝 비껴가는 사건이 있은 후, 사사키 어소시에이츠는 자연 재해를 입고 나서야 비로소 마지못해 변화를 추구하기보다는 보스턴의 회복탄력성 증진을 위한 프로그램을 선제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게 되었다. 일 년여의 기간 동안 각기 다른 분야의 구성원으로 이뤄진 디자인 팀은 향후 나타날 수 있는 위험요소가 무엇인지, 그리고 보스턴 지역이 미래의 기후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디자인 팀의 구성원들은 사사키의 연례 인턴십 프로그램은 물론 보스턴 건축대학Boston Architectural College(이하 BAC)의 디자인 스튜디오와 함께 워크숍을 진행했는데, BAC의 경우 보스턴의 남부 및 동부 지역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환경 변화에 취약한 이들 지역을 위한 맞춤형 해결책을 마련하고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사사키 어소시에이츠는 BAC, 보스턴 시 정부, 그리고 보스턴항만 협회Boston Harbor Association 등과의 협력 관계를 보다 공고히 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 사회의 보다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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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학도의 여름나기
2014 제21회 조경디자인캠프
지난 7월 14일부터 25일까지 한국조경학회가 주최한 2014 조경디자인캠프가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진행되었다. 이번 캠프는 이유미 교수(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가 위원장을 맡고, 조동범 교수(전남대학교), 정욱주 교수(서울대학교), 최정민 교수(순천대학교)가 운영위원을 맡았다. 주제는 ‘서울성곽,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으로, 24개 대학 45명의 학생이 3명씩 팀을 이루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서울성곽, 즉 한양 도성은 근대화 과정에서 상당 부분이 철거되거나 훼손되었다. 그간 훼손된 문화재를 중건하는 과정에서 끊어진 구간의 연결에 치중하다 보니 현재의 삶과 유적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각 스튜디오는 성곽이 소실된 구간을 포함하는 광희문, 혜화문, 돈의문을 대상지로 정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번 조경디자인캠프는 세 개의 스튜디오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손용훈 교수(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와 윤희연 박사(하버드대학교)가 튜터를 맡은 스튜디오 A는 장충체육관과 광희문을 대상지로 하여 한양 도성-장충체육관-광희문 구간을 잇는 도시 오픈스페이스 계획·설계 과제를 진행했다. 한양 도성의 흔적이 소실된 일상생활 공간인 대상지의 해석, 그리고 방문객과 생활자의 시점을 함께 고려한 풍경 창조에 주력했다. 민병욱 교수(계명대학교)와 김형진 교수(캔자스 주립대학교)가 담당한 스튜디오 B는 숙정문과 혜화문 사이를 대상지로 택하고 모뉴먼트monument와 일상성everydayness을 주제로 정했다. 유적으로서 성곽의 모습(과거)과 도시민의 일상적 삶과 경험(현재) 사이의 상호 관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미래 성곽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스튜디오 C는 김영민 교수(서울시립대학교)와 최혜영 팀장(West 8)이 튜터를 맡았는데, 숭례문과 돈의문 터사이를 대상지로 과제를 진행했다. 주제는 ‘강령술’로, 두 개의 ‘영매’를 통해 죽은 그(성곽)를 나(서울)의 현재에 되살려낸다는 의미다. 대상 구간은 성곽 소실이 심하며 성곽이 있던 자리에는 도로와 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대상지 내에 성곽을 재해석하여 재현하는데 영감을 주는 영매는 예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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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푀르스터 재단 주최 설계 워크숍
정은하, 주소희, 이형관의 ‘Flower Flow’ 장려상 수상
독일의 칼 푀르스터 재단은 지난 8월 3일부터 8일까지 6일간 2017 베를린 국제정원박람회 주최측과 바바리언 가든 클럽, 베를린 공과대학교의 협조를 받아 조경학과 학생들을 위한 설계 워크숍을 개최했다. 30명의 학생들이 2~3명씩 그룹을 지어 2017년 정원박람회의 일부 구간을 대상으로 기본구상부터 식재설계도 작성까지의 설계 작업을 진행했다. 칼 푀르스터 재단이사들의 지도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심도 있는 작업을 위해 독일 학생만을 대상으로 했으나, 고정희 대표(써드스페이스 베를린 환경아카데미)가 지도를 맡기로 하고 한국학생 3인으로 구성된 1팀을 참가할 수 있게 했다. 지원자 중 정은하(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주소희(서울시립대학교졸업), 이형관(서울시립대학교 졸업)이 선정되어 워크숍에 참가했다. 지도를 맡았던 고정희 대표는 “실제 시공이 될 것을 전제로 하여 과제가 주어지며, 공간 디자인과 식물 디자인을 절묘하게 결합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식재 디자인의 최신 경향이 점점 더 표현주의 성격을 강하게 보이고 있는 추세여서 앞으로도 학생들의 예술적 소양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번 워크숍의 특징을 밝혔다. 고 대표에 따르면 한국 학생들은 공간 설계 면에선 거의 최고점수를 받았지만 식재디자인이 다소 미흡해 장려상에 머물렀다. 본지는 정은하 씨로부터 작품에 대한 소개 글을 전달받아 수록한다. - 편집자 주
칼 푀르스터 재단에서 개최한 워크숍은 포츠담의 칼푀르스터 정원과 베를린의 마르찬 공원Marzahn, 그리고 베를린 공과대학교 조경 설계실에서 진행되었다. 우리 3명은 한국에서 식물과 식재 패턴에 대한 경향을 미리 함께 공부하고 워크숍에 참가했다. 6일 동안 다양한 식재 설계 경향에 대한 수업을 들을 수 있었는데, 이를 바탕으로 한 팀당 하나의 패널을 만들어 제출했다. 우리 팀의 설계 콘셉트는 ‘Flower Flow’다. 2017베를린 국제정원박람회 부지는 기존 마르찬 공원의 주출입구와 외부 초원이 연결되는 공간이다. 도시와 자연, 서로 다른 두 공간의 특징이 함께 읽히도록 도로와 건물로 단절된 공간을 식재 설계로 연결했다. 공간적 전이와 시간적 전이라는 흐름을 통해 공원 밖의 초원과 정원 내부의 평면적 공간을 스펙트럼처럼 연결해 사람들이 식재 패턴을 따라 자연스럽게 전시회장으로 들어올 수 있게 유도했다. 정원에서 자연으로 넘어가는 식재의 흐름이 유럽 정원 양식의 시간적 변화와비슷하게 느껴졌다. 식재 계획을 통해 이를 시각적으로 보여주고자 했다. 두 공간과 시간의 흐름은 평면적으로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듯 보인다. 정원에 존재하는 수 공간의 물 흐름을 자연으로 이끌어내어 상징적인 조형물을 초원에 위치시키고, 정원의 연장을 보여주고자 했다. 물이 식재와 함께 공간을 자연스럽게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정원의 수 공간은 인위적이지만, 초원의 수 공간은 경사면을 따라 자연스럽게 곡류해 바닥으로 떨어진다. 이는 동양에서 바라보는 물의 자연스러움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전체 공간의 식재는 야생과 전이 공간 그리고 정원으로 나뉘지만, 같은 식물 종을 선정해 각각 다른 공간에서 연결성을 표현하고자 했다. 전이 공간에서 야생과 정원의 교차가 이루어지도록 한 것이 설계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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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복지, 교육에서 실천으로
시민조경아카데미 지난 1년 들여다보기
서울시는 지난해 ‘서울, 꽃으로 피다’ 캠페인을 통해 시민이 주도하는 도시 녹화사업을 시작했다. 3월 20일부터 4월 30일까지를 식목월로 선포해 다양한 나무심기 행사를 개최했고, 주민참여 골목길 가꾸기 사업, 주요 도심부 꽃길 조성 사업 등을 통해 시민의 손으로 생활권 주변의 미관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 기존에 걷고싶은도시만들기시민연대와 서울그린트러스트가 시행해온 자투리땅을 녹색으로 바꾸는 공원화 운동과 함께 ‘환경 복지’ 실천에 힘을 보태고 있다.
캠페인의 성공 여부는 시민참여에 달려 있는데, 서울시는 그 답을 교육에서 찾았다. ‘서울, 꽃으로 피다’ 캠페인을 추진하는 동시에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시민의 참여를 끌어내고자 했다. 그 시작점에 ‘시민조경아카데미(이하 조경아카데미)’가 있다.
지난 7월 29일 세 번째 조경아카데미가 막을 내렸다. 작년 7월 첫 선을 보였으니 만 1년이 지났다. 2013년 상반기와 하반기, 그리고 2014년 상반기 매 강연마다 200여 명의 시민이 수강했고, 약 500여 명이 수료했다. 조경아카데미는 서울시와 환경조경나눔연구원(이하 나눔연구원)이 정원 문화 이해 증진과 시민 녹화 의식 함양을 위해 마련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나눔연구원이 강연을 기획해 커리큘럼과 강사진을 꾸려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조경 강좌 프로그램을 서울시에 제안했고, 서울시가 이를 받아들여 행정적으로 뒷받침하면서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당초 나눔연구원은 3개월에 걸쳐 진행하는 1회성 프로그램으로 기획했으나 제안을 받은 서울시에서는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강연을 진행하는 정기 프로그램으로 이를 확대했다. 지난 4월 30일에는 서울시와 나눔연구원이 조경아카데미 운영 MOU를 체결해 내실있는 프로그램 운영 기반 마련을 약속했다.
실천으로 이어지는 조경 교육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조경 프로그램을 지자체가 적극 지원하고 나섰다는 건 고무적인 일인데, 그 배경에는 고개가 끄덕여질만한 이야기가 있다. 사실 조경아카데미가 시작되기 직전, 서울시 푸른도시국은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조경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었다. 2014년부터 상, 하반기로 나누어 4개월씩 실내·외 정원 조성, 실내식물과 조경수의 유지 관리 및 기타전문 분야의 이론과 실습 교육을 병행해 연간 300명의 ‘서울 가드너’를 양성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던 차에 2012년에 나눔연구원이 발족하고 지난해 초 재단법인 인가를 받아 본격 활동을 시작하면서 조경아카데미를 제안한 것이다. 서울시는 2014년을 목표로 계획하고 있었는데, 나눔연구원이 프로그램을 마련해 계획보다 시간을 앞당길 수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첫 아카데미가 성료하고 강연이 지속적인 호응을 얻으며 3회째를 마감했다. 조경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시민들은 보다 심도 있는 교육을 받길 원했고, 서울시는 당초 기획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선해 시민정원사 양성 과정을 만들어 지난 8월 8일에 첫 수료식을 치렀다. 서울시는 조경아카데미가 ‘서울, 꽃으로 피다’ 캠페인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민들이 강연을 듣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실제 녹색 문화 확산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수료생들은 자체적으로 원우회를 조직해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고 있는데, ‘서울광장 꽃 심기’, ‘중랑천 녹색브랜드화’ 등에 참여하고 골목길 가꾸기 사업의 대상지를 할당받아 실제로 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또한 서울시가 공원 관리의 한정된 인력과 예산을 극복하기위해 추진해온 공원녹지 돌보미 사업에도 원우회가 투입되어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생활권 주변 녹지를 전담하고 있다. 시민참여 녹화 사업의 모니터링도 담당한다.
조경아카데미를 수료한 한 시민은 “강연으로만 끝났다면 별 의미가 없었을 것 같다. 조경아카데미 이후 사람들이 모여 조경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실제로 도시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높은 프로그램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조경아카데미는 녹색 문화 확대를 위한 시민 교육부터 시작해 참여를 끌어내고, 사업의 실행 및 모니터링, 관리까지 이어지는 지속가능한 행정의 우수 사례라 할 만하다.
대중이 공감하는 조경에 대한 고민
나눔연구원은 조경인의 재능을 공유함으로써 지속가능한 환경 조경 복지의 실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재능공유의 대상을 크게 실무에서 활동하는 조경인, 조경학도, 일반인 이렇게 세 그룹으로 보고, 이들이 조경을 통한 나눔을 실천함으로써 조경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대중과의 접점을 넓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경의 영역 중 대중에 잘 알려진 분야를 꼽자면 아무래도 정원을 빼놓을 수 없다. 그 때문인지 조경아카데미의 커리큘럼이 정원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에 대해 정윤희 사무국장(환경조경나눔연구원)은 “아직까지 시민들이 조경을 통해 기대하는 내용은 정원인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커리큘럼을 짤 때 이를 간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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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화해야 할 규제의 대상인가, 최소한의 안전장치인가
‘주택건설기준 규정·규칙’ 일부개정안 입법예고
정부가 주택건설 부문의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고 나섰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시대에 맞지 않는 불합리한 주택 건설 규제를 정비하고 다양한 수요에 맞는 아파트 건설을 유도한다는 명목으로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규칙’ 일부개정안(이하 개정안)을 마련해 지난 7월 24일부터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아파트 내 의무 주민공동시설 설치 기준을 완화하고, 공동주택 조경 의무 면적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토부에서 추진 중인 ‘규제총점관리제’와 1차관이 주재하는 ‘규제개혁지원단 회의’를 거쳐 이번 개정안이 결정되었는데, 김경식 1차관은 “기업 투자를 방해하는 불필요한 규제나 경제적 부담 요소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소비자의 선택권을 존중하고, 과거에 도입된 획일적인 규제를 달라진 시대 상황에 맞게 손보겠다는 취지와 함께, 기업 투자를 활성화 하겠다는 의도에서 출발한 것이다. 하지만 조경계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중복 규정 정비를 이유로 ‘조경 면적’ 폐지
개정안은 “조경 면적은 ‘건축법’에 규정된 바와 같이 조례에 따라 지역 특성에 맞게 확보·설치되도록, 관련 규정(단지 면적의 30/100 설치)을 폐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른 법령과 중복·추가 규정된 사항을 정비”한다는 취지다. 이에 대한 조경계의 의견은 분분하다. “공동주택은 건물과 외부 공간으로 이루어지는데, 규정이 사라진다고 녹지가 전부 사라지진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있는 반면, “생활권 주변의 녹지율이 지금보다 현저하게 떨어질 것이고, 결과적으로 주거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측하는 이도 있다.
현재 LH가 주관하는 임대주택 사업은 제도적으로 정해진 기준보다 조경 면적이 높거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의 경우는, 공동주택 단지 내 조경 면적 비율이 기준을 훨씬 웃도는 경우가 많다. 입주자를 모집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을 갖추어야하기 때문이다. 의무 규정이 없더라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까닭이다. 그러나 ‘대형 건설사와 중소 건설사’, ‘수도권과 지방’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 때문에 녹지를 비롯한 주거 환경의 양극화가 심화될 가능성도 제기되고있다.
조경 면적을 지자체에 일임할 경우, 오히려 기준을 강화하는 것이 지자체 입장에서는 유리하다는 지적도 있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예산을 사용하지 않고도 공공주택이나 건축물 주변에 조성되는 녹지 비율을 늘림으로써 도심 녹지율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경 관련 공무원들은 “법적으로 규정해줘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지자체에 일임할 경우, “기준을 담은 조례 자체를 전부 다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혼란이 예상되고, 상당수의 지자체는 자체적으로 기준을 만들기 위한 인력과 예산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기존의 관련법과 규정이 사실상 가이드역할을 해온 상태이기 때문에 행정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조경가는 “지금 당장은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상황이 어떻게 달라질지는 누구도 알 수 없기 때문에, 공동주택 단지 내에 일정 조경 면적을 확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단지 면적의 30/100’ 조항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강력히 피력했다. “대형 건설사의 경우도 지금은 기준 이상의 조경 공간을 도입하고 있지만, 입주자들이 원하는 트렌드가 달라지기 시작하면 급속히 조경 공간 축소가 이뤄질 수 있고, 주거 환경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의무 주민공동시설 설치에 예외 허용
이번 개정안에서 또 하나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변화하고 있는 주택건설 환경과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유형의 주택 건설”을 유도하기 위해, ‘경로당, 어린이 놀이터, 주민운동시설, 작은도서관 등’을 의무적으로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 규정을 포함시킨 점이다. 이용률과 선호도가 낮아 사용되지 않고 방치되는 시설을 최소화하고, ‘소비자의 선호도에 따라 자율적이고 특화된 단지 설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한 것인데, 입주 후에도 입주민의 2/3 이상이 동의하면 행위신고를 통해 용도를 변경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하지만 입주 후 추가 비용이 소요되는 용도 변경이 어느 정도 이루어질 것인지는 미지수다. 다수의 선택을 근거로, 경로당 없는 아파트 단지, 어린이 놀이터 하나없는 아파트 단지도, 얼마든지 생겨나게 되었다. 사업성에 따라 오히려 늘어나는 시설이 생길 수도 있지만,정반대의 상황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때론 기업에 이익이 되는 시설 위주로 설치될 가능성도 있다. 더구나 다중의 선택으로 소외받는 개인이 생길 수 있다.
“구매자가 필요에 의해 선택권을 갖는 건 당연하지만, 불이익을 받는 계층이 생기지 않도록 최소한의 장치는 필요한 것이 아닐까”라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여야할 이유다. 취재 도중, 어린이 놀이터와 관련해서는 낭만적이지만, 순간 고개가 끄덕여지는 의견도 접했다.
“아파트는 전월세 입주자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구성원 변경 비율이 상당하다. 입주 당시 중년층 이상의 구성이 압도적이어서 어린이 놀이터가 설치되지 않은 곳에 새로 이사를 오게 된 아이가 놀이터하나 없는 단지를 보고 얼마나 속상해할까? 문득 그런생각이 들었다.” 유아숲체험장이나 생태놀이터 등, 아이들의 놀이 공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더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집과 가장 가까운 단지 내의 놀이터를 의무 설치에서 제외한 것을 문제로 지적한 이도 있다. 감상적으로 비춰질 수도 있지만, 아이들을 스마트 폰에서 구해내기 위해서라도 실외 놀이 공간을 더 적극적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의무 시설 예외 조항과 관련해서는, LH 관계자의 생각도 들어보았다. “아파트마다 구성원의 특성이 달라, 필요한 시설이 다를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시설이라도 똑같은 잣대를 일괄 적용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규제가 될 수 있다. 의무 주민공동시설 설치에 예외 조항을 두는 것은 다양한 변화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런데 대체되는 자리에 녹지가 확대되면 더 좋은 환경이 조성될 수 있지만, 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한 예로 나무를 한 그루도 심지 않고 외부 공간을 전면 주차장으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면적 대비 저비용의 시설로 대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외부 공간의 질이 떨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맞바꿀 수 없는 주거 환경의 가치
이번 개정안의 취지 중 하나가 ‘기업 투자를 방해하는 불필요한 규제의 완화’임을 앞부분에서 소개한 바 있다. 조경 산업을 이루고 있는 구성원 역시 기업이다.
이번에 완화해야 할 대상으로 지목된 규제(?)가 지탱하고 있는 시장도 분명 존재한다. 정부의 관심이 대기업 투자에만 집중되어 있지는 않을 것이다. 주거 환경의 질과 직결되는 조경 면적이나 놀이터가 규제의 대상인지도 의문이다. 당장은 큰 변화가 없고, 오히려 새로운 개정안 덕분에 입주자가 더 반기는 아파트 단지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맞바꿀 수 없는 가치도 있기 마련이다. 또한 법과 제도는, 때로 아주 중요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서의 역할을 한다. 규제 완화의 파도가 ‘건축법’ 제42조에서 정하고 있는 ‘대지의 조경’ 항목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무리 거대한 둑이라도 아주 작은 구멍 하나 때문에 무너질 수 있다. 무너지고 나면, 돌이킬 수 없다.
국토부는 이번 입고예고 기간 동안 폭넓은 의견 수렴과정을 거칠 계획임을 밝혔다. 모쪼록 이번 개정안이 ‘주민공동시설의 자율적인 이용’과 ‘불합리한 규제 완화’뿐만 아니라, ‘공동주택단지의 주거 환경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공감대 형성의 기회도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