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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과 기술의 공존, 내일의 서울을 엿보다 2014 Bio-Digital City
    지난 8월 5일부터 17일까지 2014 바이오 디지털 시티Bio-Digital City 한국·프랑스 국제 행사가 개최되었다. 2012년 파리의 팔레 드 도쿄(주제: What does the future hold for living and digital technologies in the city?)에서 최초로 개최된 바이오 디지털 국제행사는 2013년 파리 라빌레트 국립과학관(주제: Invention of an international center of experiments on high-tech urban agriculture)에 이어 2014년 서울시 시민청(주제: Tomorrow’ Seoul Project, urban agriculture architecture)에서 열리게 되었다. 서울 특별시와 주한 프랑스대사관이 공동주최하고, 서울문화재단 및 서울시 시민청과 주한 프랑스문화원이 공동주관한 이번 행사에는 건축, 도시, 조경 등의 디자인 전공자와 첨단 미디어 전공자가 함께 서울의 미래도시 환경을 고민하는 10일간의 MediArchi(Media +Architecture) 워크숍이 열렸다. 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에게 공개되는 자연과 기술의 공존에 관한 전문가 심포지엄 및 Bio-Digital Art & Architecture, 5 Artists + 5 Architects 전시회가 함께 개최되었다. MediArchi Workshop ‘내일의 서울 프로젝트, 도시농업건축’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워크숍에는 프랑스 라빌레트 국립건축대학장 마제랑Jean Magerand 교수, 프랑스 몽펠리에 국립건축대학 클레르 베이Claire Bailly 교수, 프랑스 건축사회 백승만 회장(영남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및 전문 튜터 등 10여 명의 전문가가 참여했다. 그리고 40여 명의 디자인 및 미디어 전공의 국내외 학생이 참가했다. 당산, 여의도, 이촌, 압구정을 대상지로 한 4개 조는 각각 2~3개 팀으로 구성되어 10일간의 워크숍을 통해 아이디어를 발전시켰다. 워크숍의 마지막 날인 14일, 11팀이 최종 결과물을 3~5분의 동영상과 3D 프린터 모형으로 제출했고 심사위원들은 3팀을 선정해 시상했다.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상은 도시 인프라에 의해 단조로워진 도시 경관에 다양성을 부여하고 자동화 관리 시스템을 도입한 Striped Farming City 팀(Emilien Gohaud, 오하나, 이서영)이 수상했다. 주한 프랑스문화원장상은 큐브 형태의 요소를 도입하여 농업을 도시로 끌어들인 Weave 팀(김지은, 백정기, 정유진, 현진선)이 수상했으며, 주한 프랑스대 사상은 주거, 상업, 문화 및 농업을 결합한 대규모 단지를 설계한 Turf City 팀(김도희, 배진솔, 신용환, 이희승, 정태권)이 수상하였다. 수상한 작품은 2015년 파리 라빌레트 국립 과학관에 전시될 예정이다. 최종 결과물을 동영상과 3D 프린터 모형으로 발표하는 것은 이례적인 방식이었다. 이러한 시도에 대해 행사를 주최한 백승만 회장은 “이번 워크숍은 건축과 첨단 미디어 전공자의 융합을 시도하고 3D 프린터와 동영상 작업을 활용한 보다 진보적인 기술을 통해 건축 작업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결과물은 신선했고, 패널보다 받아들이기 수월한 부분도 있었다. 다만 10일이라는 짧은 기간과 결과물의 수준을 고려했을 때, 시각적 자료를 생성할 시간을 오히려 아이디어를 다듬는 데 할애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번 행사는 ‘도시농업건축’을 통해 서울의 도시 환경을 설계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런데 이 ‘도시농업건축’이라는 용어가 다소 생소하다. 도시농업은 그 환경과 목적에 따라 다양하게 정의되고 있지만 크게는 도시에서 이루어지는 작물 생산 활동을 의미하며,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공동체의 가치에 의미를 부여한다. 도시농업이 이루어지는 장소는 텃밭이 될 수도, 건물옥상이나 내부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도시 생활 공간에 적합한 주거 기능과 농업 기능이 결합된 새로운 건축 유형”이라는 주최 측의 설명은, 건축에 도시농업을 결합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옥상녹화나 수직 농장Vertical Farm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학생들도 도시농업을 건축과 결합함에 있어서 도시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적극 활용하기보다는 주로 생산적 측면이나 환경적인 측면으로 접근하는 한계를 보였다. 하지만 도시농업을 활용하여 한강변의 재생을 고민하는 등의 시도는 인상적이었다. Bio-Digital Art & Architecture Exhibition 국제워크숍과 함께 개최된 ‘Bio-Digital Art & Architecture’ 전시회에서는 국내 예술가 김진아, 김형기, 오화진, 이병찬, 최우람과 건축설계사무소 dmp, KyOsks, SCALe, System LAB, Unsangdong이 ‘바이오 디지털’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한자리에 모였다. 작품은 8월 5일부터 17일까지 13일간 서울시 시민청지하 1~2층의 갤러리에 전시되었다. 이번 전시는 자연과 기술의 융합을 고민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기회였다. 특히 예술과 건축에 바이오 디지털 요소를 결합하여 또 다른 새로운 기술과 생물학적 형태를 표현하는 방식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다만 전시장 내 작품의 배치가 산만하고 설명이 부족했던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자연과 기술의 공존 바이오 디지털 국제 행사는 프랑스와 한국 정부의 지원을 통한 국가 간 협력기반 조성사업STAR program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 이번 국제 행사에 이어 2015년 파리 라빌레트 과학관 국제 행사가 기획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미래 도시환경에 대한 양국 간의 교류를 증진시켜 나갈 계획이다. 최근 ‘자연과 기술의 공존’이라는 이슈는 지속가능성 및 회복탄력성 등의 키워드와 결합되어 국제적인 화두가 되고 있다. 앞으로 계속될 바이오 디지털 시티 국제 행사에서 자연친화적 미래도시 환경의 새로운 실마리를 발견하길 기대해 본다.
    • 우성백
  • 장소 특정적 식재 싱가포르 국립대 황윤혜 교수 특강
    열대우림에 잔디밭을 조성한다면? 고개가 갸웃거린다. 지역의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싱가포르의 조경 사례다. 지난 7월 30일 제일모직 건설사업부 조경디자인 그룹(구 삼성 에버랜드)의 렉처 시리즈 강연자로 나선 황윤혜 교수(싱가포르 국립대학교 조경대학원)는 “싱가포르는 선진문화를 받아들이는 데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지만 정작가지고 있는 자원을 간과하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대학 캠퍼스에서 잔디밭은 없어서는 안 될 굉장히 중요한 장소로 문화적, 사회적, 교육적 가치가 높은 곳이다. 반면 싱가포르에서 잔디는 1년 내내 녹색이지만 앉아있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 잔디 관리를 하는 사람들만이 밟는 공간이다.” 고온다습한 열대 기후의 싱가포르는 식물 생육 조건이 좋아 나무가 크고 우거진다. 잔디 문화는 이러한 정글에서 볼 수 없는 모습인데, 90% 이상의 녹지가 이 지역의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영국 풍경화식 정원을 모방하는 데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황 교수는 조경이 타 디자인 분야에 비해 강조되는 특징으로 장소 특정성을 꼽았다. 지역에 따라 문화와 환경, 관심사가 각기 다른데, 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접근하는 것이 장소 특정성의 기본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장소 특정성의 개념을 네 가지 키워드로 구분하여 설명한다. 범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 서로 다름, 부조화,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 디자이너가 꿈꾸는 계획이 아니라 대상의 요구를 충족해야 한다. 과정과 실행을 중요시한다.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지역의 주민에게 조경가가 생물 다양성이나 녹지가 주는 삶의 여유로움을 이야기하는 것은 맥락에서 벗어나는 행위라고 경계했다. “그들에겐 큰 공원을 갖는 것보다 먹고 사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다.” 이렇듯 주어진 맥락 안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조경가의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황 교수는 지난 5년간 동남아시아 도시(싱가포르, 마닐라, 프놈펜 등)에서 추진해 온 세 가지 연구의 과정을 ‘자생경관과 저관리 조경’, ‘의식주 조경과 생존 조경’, ‘고밀도 도시를 위한 다기능 조경’이라는 주제로 설명했다. ‘자생 경관과 저관리 조경’ 연구의 연장선에서 시작한싱가포르 국립대학교 건축대학 옥상 경관 프로젝트는 ‘열대우림의 잔디밭 깎기를 멈추고 그냥 두면 어떻게 될까’하는 호기심에서 시작되었다. 이 옥상은 1년 뒤근사한 정원으로 탈바꿈했고, 생물 다양성을 품는 생태적 능력도 월등히 향상되었다. “시간에 따른 자연의 변화를 수용하고 관리의 일부를 설계 원칙으로 고려하려는 시도는 어렵지만 가치 있는 일이다.” 황 교수는또한 건물의 옥상이 이러한 자생식물을 활용한 서식지로 이용된다면 작은 도시 국가의 생태적 징검다리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프놈펜에는 프랑스 NGO가 저소득층 아이들의 자립을 위해 설립한 PSE 직업기술학교Pour un Sourired’nfant가 있다. 이곳은 기부를 통해 운영되고 있는데,3천 명이 넘는 학생에게 제공할 식자재를 해결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황 교수가 이끄는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연구 팀은 이러한 실정을 파악하고 이용되지 않는 외부 공간을 활용해 키친 가든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버스 대기장으로 쓰이던 공터는 세 가지 식물이함께 자라는 고성능 농장으로 변모했고, 오토바이 주차장의 지붕과 벽면, 트렐리스를 이용해 다양한 농작물을 생산할 수 있게 했다. 교사와 학생도 함께 참여하면서 캠퍼스 곳곳에 버려진 공간이 식재료를 얻는 공간이 되었다. 텃밭은 요즘 정원에 공식처럼 등장하는 요소지만, 지역적 맥락을 고려하여 정말 필요한 부분을 채웠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도시 국가인 싱가포르는 빠르게 개발되고 고밀화가 점점 심화되고 있다. 황 교수는 이렇게 고밀화 된 도시를 위해 부족한 땅을 보다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으로 ‘다기능 조경’의 적용을 제안했다. 싱가포르 아파트의 단지 구조는 외부가 녹지로 둘러싸여 있고 안에는 아스팔트 주차장이 있는데, 그 주차장 면적이 축구장 몇개 규모에 이르기도 한다. 황 교수는 아파트 단지 내 주차장이 낮엔 대부분 사용되지 않는다는 데 착안하여, 주차장에 공원과 놀이터의 기능을 더한 다기능 주차장을 제안했다. 이렇듯 조경 공간이 여러 가지 기능을 품을 수 있도록 계획하는 것이 고밀도 도시를 살아가는 조경가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올해 렉처 시리즈의 대 주제는 ‘조경 식재의 새로운 담론’이다. 그간 주로 이야기되어 왔던 식물의 생리나 관리보다는, 도시적 차원에서 식물의 이용과 전략을 강조한 황윤혜 교수의 강연은 식재 부문에서 자칫 소홀할 수 있었던 사람과 장소에 대한 중요성을 재환기했다는 점에서 의미있게 다가왔다.
  • 부활의 정원 A Garden Design for Revival 하명종+신상섭+정룡, 중국 국제원림박람회 당선
    중국 중앙정부가 주최하고 중국풍경원림학회 등이 주관한 ‘국제원림박람회 설계공모전’에서 하명종(AIN Associates 대표)+신상섭(우석대학교 교수)+정룡(람정제주개발)컨소시엄의 ‘부활의 정원’이 당선작으로 선정되었다. 30여개 국가에서 900여 작품이 출품된 이번 공모전은‘생태 원림, 그린 생활’이라는 주제 아래 쓰레기 매립장에 대한 생태적·경관적·문화적 재생에 대한 아이디어를 모집했다. 하명종 컨소시엄의 작품 외에 중국의 ‘The Regrowth Garden(張建林)’, 미국의 ‘Happy Valley Garden(Christopher Counts)’, 독일의 ‘GreenWater Vortex (Staffan Robel) 등 9개 당선작은 향후 1년간 실시설계 및 시공 과정을 거쳐 ‘2015 중국 무한 국제정원박람회’에 설치된다. 이 박람회는 2015년 9월말부터 2016년 4월말까지 중국 호북성 무한시武漢市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본지는 당선자인 하명종 대표로부터 작품 소개글을 받아 수록한다. - 편집자 주 궁궐이나 사대부집의 조경을 우리의 조경이라 내세우고 있지만, 그것은 일부분일 뿐 결코 우리를 대표하는 조경이라 할 수 없다. 우리 민족의 정체성은 오히려 소박한 가옥 안에, 투박한 장독대 밑에 내재되어 있다. 앞마당과 뒤뜰, 초정과 연못, 돌탑 등 우리의 정서를 자극하는 장소에는 우리 조상들의 자연을 대하는 지혜가 담겨있다. 우리 조상들은 자연과 상극하는 행위를 지양했다. 모든 건축과 조경 행위에는 자연과의 상생을 추구하는 자연 존중 사상이 밑바탕에 깔려 있었다. ‘부활의 정원’에 담고자 한 것은 바로 이 자연 존중 사상이다. 우리가 제시하는 정원은 쓰레기 매립장 위에서 자연과 함께 다시 태어난다. 그리고 이 정원은 사람을 다시금평화롭고 여유롭게 만드는 공간, 즉 부활의 정원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의 정원에 담긴 겸손, 소박, 해학, 넉넉한 품성 등을 생태 미학과 연계시켰다. 한국적 정원 요소들을 모티브로 하여 인공적인 것을 최대한 자제하고, 친환경적으로 제작한 제반 구조물은 그 자체로서 비오톱의 기능을 담당하며 지속가능성을 가진다. 자연 앞에서의 겸손 우리는 자연에 기대고자 하는 요소들을 나열함으로써 자연 앞에서 한없이 낮아지기를 소망했다. 가공하지 않은 돌, 나무, 억새 등 화려하지 않은 식물들로 마당을 꾸몄다. 기초를 엉성하게 한 돌담을 두르고 장작더미를 쌓은 것 같은 목담도 마련했다. 세월이 흐르면 이 목담은 생명들의 귀중한 보금자리가 될 것이다. 텃밭도 갖추었다. 텃밭은 인간의 욕심이 개입되지 않은 자연과 인간의 공생 공간이 될 것이다. 우리의 초가를 모티브로 한 초당과 초정은 지붕에 빗물저장고를 설치하여 저면관수底面灌水 할 수 있도록 만들고, 억새, 금낭화등 초화류를 심었다. 혹시 한 달 이상의 가뭄이 지속되면 지붕에 물을 뿌려 빗물저장고를 채워주면 그만이다. 작은 생태 연못을 마련하고 그 초입에 옥류천을 설치하였다. 옥류천은 암반을 타고 흐른다. 작은 물줄기가 공명통을 울리며 물소리를 내고, 바람에 사각대는대나무 잎사귀 소리와 어울린다. 울타리는 나뭇가지로 둘렀다. 돌담도 좋고, 흙담도 좋지만, 가장 소박하고 겸손한 형태를 취했다. 담은 상징적 경계의 의미만으로도 충분하다. 초당에는 연기를 피웠다. 아침저녁으로 오르는 연기는 집안의 평안을 의미한다. 뒤꼍에는 닭장을 만들고 살아 있는 닭 두 마리를 두었다. 평화로 이 모이를 줍는 이들은 작은 마당 생태계의 조절자 역할을 한다. 자연스러운 정원 부활의 정원은 저관리형으로 계획되었다. 연못의 물은 순환되어 증발량 정도의 공급이면 지속가능하다. 식물의 수분 공급은 가급적 빗물을 이용한다. 장독대의 옹기를 활용한 플랜터를 설치하고 저면관수 체계를 만들어 소박하고 지속가능한 체계의 녹색 공간을 창출한다. 조명은 초당 안을 밝히는 작은 등 하나면 족하다. 저녁 무렵 툇마루에 앉아 달과 별들을 바라보는 즐거움을 빼앗고 싶지 않았다.자연은 자연스러워야 한다. 스스로 진화하고 변화하는 생명력이 넘치는 자연은 인간이 거주할 수 있는 최고의 공간이다. 이렇게 자연스러운 공간을 만드는 것은 눈에 아름다운 공간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 하명종
  • ‘산수화, 이상향을 꿈꾸다’ 전시회 9월 28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려
    ‘이상향理想鄕’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오랫동안 애호되었던 회화의 주제 가운데 하나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영나)은 지난 7월 29일부터 산수화 속 이상향의 모습을 찾아보는 특별전 ‘산수화, 이상향을 꿈꾸다’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는 국립중앙박물관, 삼성미술관 리움, 미국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중국 상하이박물관, 일본 교토국립박물관 등 국내외 주요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던 산수화 총 109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동아시아 회화의 큰 흐름 속에서 형성된 이상적인 삶과 사회의 모습을 찾아보려는 시도로 이 전시를 기획했다고 한다. 정선鄭敾과 김홍도金弘道, 이인문李寅文, 안중식安中植, 장욱진張旭鎭 등 각 시대를 대표하는 화가들의 작품과 함께 국내에 처음 전시되는 중국과 일본의 명작 42점까지 한·중·일의 정통 산수화를 한 자리에서 감상하고 비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특히 18세기 조선 화단에서 쌍벽을 이룬 이인문과 김홍도의 대작 산수도가 모처럼 대중에게 공개된다. 이인문의 ‘강산무진도江山無盡圖’는 무려 8.5m에 달하는 모습 전체를 한눈에 담을 수 있으며 ‘삼공불환도三公不換圖’ 역시 대작의 면모가 여실히 드러나도록 8폭 전체를 전시하였다. 이는 이번 특별전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로, 이외에도 대작들의 전 장면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산수화, 이상향을 꿈꾸다’ 전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그리고 총 5부로 구성되었다. 프롤로그 청정한 세계, 산수山水는 노영魯英의 ‘담무갈·지장보살예배도’를 통해 고려시대 산수화의 전통을 살펴본다. 1부 절경의 이상화, 소상팔경瀟湘八景은 중국 호남성湖南省의 동정호洞庭湖 일대 8가지 절경을 이상화한 산수화를 다룬다. 가장 이른 시기의 소상팔경도瀟湘八景圖 중 하나로 꼽히는 작품인 하규夏珪의 ‘산시청람山市晴嵐(미국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소장)’이 소개되며, 중국 명대明代를 대표하는 화가인 문징명文徵明의 ‘소상팔경도’ 등 중국 남송~명대에 이르는 대표작을 감상할 수 있다. 이 상경理想景을 표현한 산수화의 상징이 된 ‘소상팔경도’를 통해 명승지를 모아서 그리는 ‘팔경문화’가 동아시아 회화사에서 어떤 의미로 상호연관 되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2부 현인이 노닐던 아홉 굽이, 무이구곡武夷九曲은 옛 현인賢人이 머물던 곳을 이상화한 대표적인 예를 소개한다. 무이구곡은 성리학이 정착한 당시 조선에서 성행하던 주제로서, ‘무이구곡도武夷九曲圖’는 성리학性理學을 집대성한 주자가 노닐던 중국 무이산의 자연 경관을 그린 산수화이다. 당시 우리 땅 곳곳에 ‘구곡九曲’을 설정하고, 글과 그림으로 남기던 선비들의 특성을 볼 수 있다. 3부 태평성대를 품은 산수는 조선 문화 예술의 부흥기인 18세기, 지식인들이 꿈꾼 사회상을 담은 산수화를 만나볼 수 있다. 이인문의 ‘강산무진도江山無盡圖’는 자연과 사회, 그리고 개인이 서로 평화롭게 어울려 생활하는 이상적인 세계를 그리고 있다. 반면 필자 미상 ‘태평성시도太平城市圖’는 산수의 비중이 작은 대신, 화려한 건물을 배경으로 인물 군상의 다양한 삶이 적극적으로 부각된 도시의 경치를 그리고 있다. 4부 자연 속 내 마음의 안식처는 속세를 떠나 자연에 귀의하고자 한 선비들의 ‘은거’의 삶을 그린 다양한 작품이 소개된다. 이를 대표하는 인물이 바로 도연명의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주제로 한 ‘귀거래도歸去來圖’(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소장)는 우리에게도 매우 친숙한 작품이다. 김홍도는 자연과 함께 한 삶을 정승의 자리와도 바꾸지 않겠다는 의지를 ‘삼공불환도’를 통해 장대하게 담아냈다. 5부 꿈에 그리던 낙원樂園은 도가道家에서 추구했던 이상향, 즉 낙원이 주제다. 도연명의 ‘도화원기桃花源記’의 무릉도원은 그들이 추구한 인간 본성에 따라 소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이상향을 담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조선의 마지막 화원 안중식安中植의 ‘도원행주도桃源行舟圖’, 중국 화가 정운붕丁雲鵬의 ‘도원도’(중국 상하이 박물관 소장)나 일본의 근대화가 도미오카 뎃사이富岡鐵齋의 ‘무릉도원도武陵桃源圖’(일본 교토국립박물관 소장)와 같이 시대를 초월한 한·중·일 도원도에서 이러한 특징을 모두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이다. 마지막 에필로그에서는 또 다른 이상향이라는 주제로,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그리고 급격한 산업화를 겪으면서 혼란스러운 사회를 벗어나 일상의 안식을 누릴소박한 이상향으로 산수를 택한 작가들의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특히 ‘풍경’은 장욱진의 미공개작으로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만나볼 수 있다. 서양식 유화로 동서양의 모습이 혼재된 낙원을 그려낸 여류화가 백남순白南舜의 ‘낙원樂園’도 주목할 만하다. 이번 특별전 ‘산수화, 이상향을 꿈꾸다’에서는 이처럼 시대를 아우르는 대표적인 산수화를 통해 옛 사람의 마음의 눈으로 본 이상향이 시대와 지역에 따라 어떻게 다르고 또 유사한지 살펴볼 수 있는 흥미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 양다빈
  • 런던 도심에 펼쳐진 책, 북벤치 Bookbench, Books about Town
    지난 7월 2일 책 모양의 벤치들이 런던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펼쳐진 책 모양의 50개 벤치는 모두 다른 예술가들이 그림을 그려넣어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영국의 문맹률을 낮추기 위해 설립된 국가 자선 단체인 영국 국립 독서 재단National Literacy Trust이 공공미술 행사 기획사 중 하나인 와일드 인 아트Wild in Art와 함께 ‘북스 어바웃 타운Books about Town’ 캠페인을 주최했다. 이 벤치들은 영국의 문화유산을 기리고 독서를 장려하기 위해 북스 어바웃 타운 캠페인의 일환으로 설치된 것이다. 런던의 시민들과 여행객들은 그들이 좋아하는 책에 앉을 기회를 누리게 된다. 벤치의 이야기들은 『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The Chronicles of Narnia: The Lion, the Witch and the Wardrobe』이나 『피터팬』과 같은 유명한 동화에서부터 『1984』나 『트리피드의 날The Day of the Triffids』과 같은 고전 소설까지 다양한 분야의 책에 뿌리를 두고 있다. 셜록 홈즈, 제임스 본드와 같이 사랑받는 주인공들 역시 벤치에 등장한다. 이번 북스 어바웃 타운 캠페인에는 다수의 대표적인 예술가들과 작가들이 참여했다. 전설적인 예술가인 랄프 스테드먼Ralph Steadman은 『거울 나라의 앨리스Through the Looking Glass』 벤치에 그가 수상했던 일러스트-스테드먼은 1972년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일러스트로 프란시스 윌리엄스 책 일러스트상(Francis Williams Book Illustration Prize)을 받았다-를 재탄생시켰다. 영국 국립 독서 재단의 대사인 악셀 쉐플러Axel Scheffler가 줄리아 도날드슨Julia Donaldson과 함께 그들의 작품에 나온 캐릭터들을 벤치에 그려넣으면서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조합을 만날 수 있다. 북스 어바웃 타운은 벤치를 구경하며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해 네가지 트레일 코스를 만들고 지도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니치 트레일Greenwich trail, 시티오브 런던 트레일City of London trail, 리버사이드 트레일Riverside trail, 블룸즈버리 트레일Bloomsbury trail을 따라가면 50개의 벤치와 런던의 중심지를 모두 돌아 볼 수 있다.이 벤치들은 9월 15일까지 전시 될 예정이며, 10월 7일에는 영국 소외 계층의 문맹률을 낮추기 위한 자금 마련을 목적으로 벤치 경매가 사우스뱅크 센터Southbank Centre에서 개최된다. 50개의 벤치의 사진과 작품 및 예술가, 설치된 위치 이외에도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가 북스 어바웃 타운 홈페이지(www.booksabouttown.org.uk)에서 제공되고 있다.
    • 우성백
  • 구르고 넘어지는 즐거움 ‘타기 좋은 형태’ 전시회
    “여기서 보드를 타면 죽을 수도 있어요.” 이 섬뜩한 경고는 전시를 기획한 작가, 맙소사(김병국)가 오프닝 토크에서 한 말이다. 전시의 제목은 ‘타기 좋은 형태’. 제목과 다소 어울리지 않는 엉뚱한 설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찬찬히 그의 설명을 더 들어보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스케이트 보더를 위한 공간을 제시한 ‘타기 좋은 형태’ 전은 공간에 대한 일상적 사고를 뒤집는 실험이다. ‘도시를 내 마음대로 디자인할 거야’ 지난 8월 1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의 갤러리 팩토리에서 ‘타기 좋은 형태’ 전이 열렸다. 스포츠의 한 종목을 넘어 젊은이들 사이에서 문화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는 스케이트보드에 대한 전시인 만큼 각양각색의 개성이 뚜렷한 젊은이들이 오프닝 토크를 찾았다. 작품이 전시의 주인공이고 관람객은 손님에 불과한 일반적인 전시와는 달리, ‘타기 좋은 형태’에서는 관람객이 전시의 주인공이다. 전시를 찾은 젊은이들은 전시 공간에서 자유롭게 보드를 타고 큰 소리로 음악을 들으며 즉흥적으로 낙서를 하기도 했다. 앉아서 타는 사람, 전문적인 기술을 시도하는 사람, 전혀 예상하지 못한 구석에서 보드를 타는 사람 등 보드를 타는 방법도 각양각색이었다. 하프 파이프(스케이트보드, 인라인 스케이트, BMX 등에서 사용되는 곡면을 가진 구조물), 플로어, 경사면, 핸드 레일 등 단순한 설치 구조물로 구성된 ‘타기 좋은 형태’는 관람객의 행위에 따라 공간의 성격이 계속 변화하고 진화했다. 갤러리 팩토리의 홍보라 디렉터는 “보드를 타는 친구들에게서는 ‘도시를내 마음대로 디자인할 거야’라는 정신이 느껴진다”며 전시를 기획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보더에게 몸의 상처는 영광이다 스케이트 보더들은 깨끗하고 안전하고 편리한 공간보다는 비일상적이고 낯선 공간에 매력을 느낀다. 한 예로 레드불Red Bull의 스케이트보드 팀은 세계 각 도시를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탐방하며 영상과 사진을 올리고 있다. 그들이 각 도시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공간은 유명한 랜드마크가 아니라 대개 버려진 골목과 망가진 기물 사이다. 다소 과격한 표현이지만 ‘보드를 타다가 죽을 수도 있는 공간’이 ‘타기 좋은 형태’라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홍보라 디렉터는 “보더들은 몸에 상처가 나는 자체를 영광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스케이트 보더들은 안전의 규칙을 뛰어넘어 ‘타기 좋은 형태’를 찾는다. 우리에게 익숙한 ‘앉기 좋은 형태’, ‘눕기 좋은 형태’, ‘걷기 좋은 형태’ 등은 안전하고 편리하지만 새롭고 신선하지는 않다. ‘타기 좋은 형태’가 가진 비일상적이고 일탈적인 매력에 보더들은 구르고 넘어지며 위험을 즐긴다. ‘타기 좋은 형태’ 전에서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갤러리의 공간이 협소해 스케이트 보더들이 다양한 기술과 움직임을 구사하는 데 제약이 있었다는 점이다. 좁고 답답한 갤러리를 탈출해 고즈넉한 통의동 골목을 달리는 스케이트 보더들의 모습을 상상해 봤다. 갤러리를 넘어 그들만의 방식으로 도시를 디자인하는 보더들의 작품이 기대된다.
    • 조한결
  • 3차원 미로 BIG Maze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내셔널 빌딩 뮤지엄National Building Museum은 1882년에 준공된 역사적인 건물이다. 이 건물의 대강당Great Hall은 그동안 건축계 주요인사들의 강연 시리즈, 건축적 설치 미술, 지역 커뮤니티 행사 등 다양한 이벤트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어왔다. 이번에는 덴마크 건축설계사무소인 BIGB jarke Ingels Group가 설계한 새로운 미로maze를 위한 무대로 활용되었다. 가로세로 60피트×60피트(약 18m×18m), 높이는 18피트(5.5m)의 규모를 자랑하는 이 거대한 미로는 그동안 외부 공간의 한 요소로 사용되었던 여느 미로와는 그 형태가 다르다. 17~18세기 유럽의 미로 정원, 생울타리 미로hedge maze 그리고 현대 미국의 옥수수 밭 미로corn maze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이 새로운 미로는 내셔널 빌딩 뮤지엄의 대강당의 서쪽 코트에 설치되어 지난 7월 4일부터 9월 1일까지 전시되었다. 미로와 팬옵티콘 흔히 ‘미궁에 빠지다’는 표현을 쓴다. 종이 위의 2차원 형태의 미로 게임을 풀거나, 미로 정원과 같은 3차원 형태의 미로 속으로 들어가면, ‘끝이 안 보인다, 빠져나가는 길이 있기는 한가’ 혹은 ‘분명 왔던 곳 같은 데…’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BIGMaze는 그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면 갈수록 빠져나갈 수 있는 확률이 커지도록 설계되었다. 책임 디자이너 비아르케 잉엘스Bjarke Ingels는 기존의 미로를 보며, “만약 보통의 미로를 여행하는 시나리오를 뒤집어서, 팬옵티콘panopticon같은 기능을 적용한다면 어떨까” 그리고 “이 뒤집힌 시나리오를 통해 내가 여행하고 있는 미로의 구조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면”과 같은 질문을 하는 데서 이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고 했다. 팬옵티콘이란 1791년 영국의 철학자 제러미 벤담 Jeremy Bentham이 죄수를 효과적으로 ‘감시’할 목적으로 고안한 원형 감옥이다. ‘모두’를 뜻하는 ‘pan’과 ‘본다’는 뜻의 ‘opticon’을 합성한 것으로 ‘모두 다 본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진행되는 모든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벤담이 고안한 감옥의 본질적인 특징이다. 그렇다면 이 ‘모두 다 본다’라는 개념이 이 새로운 미로에는 어떻게 적용되었을까? 우선 보통의 평면형 미로는 하나의 입구가 있고 하나의 출구가 있으나, 마치 수만 가지의 길이 있을 것처럼 느껴진다. 그 평면의 미로를 3차원으로 들어 올려 벽으로 구성된 3차원의 공간을 만든다. 마지막으로 아이스크림을 떠먹듯이 미로의 한 가운데가 움푹 들어가도록 파내면 BIG Maze의 구조가 완성된다. 미로의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에는 높은 외벽으로 인해 내부를 볼 수 없지만, 미로 속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벽이 서서히 낮아지면서 미로의 구조가 드러난다. 미로의 벽이 어린이들이 느끼기에도 전혀 갑갑하지 않을 만큼 낮아지면 중심부에 도착한 것이다. 그 순간 사람들은 어떻게 중심부에 들어오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떤 길로 가야 이 미로를 빠져나갈 수 있는지를 360도의 시야를 통해 알 수 있다. 역발상의 즐거움 잉엘스는 “이 미로를 만들면서도 사람들이 정말 재미를 느낄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며 미로라는 고전적인 소재가 사람들에게 식상하게 다가서지 않을까 우려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대본을 쓰지 않는다. 단지 무대를 만들어줄 뿐이다”라며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미로를 설계한 것에 대한 자신감도 내비쳤다.팬옵티콘의 숨은 의도는 교도관 없이도 죄수들 스스로를 감시하는 감옥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한다.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Max Weber는 이 개념을 감옥과 같은 감시 시설에만 국한하지 않고, 군대의 병영이나 병원, 학교나 공장 등에도 적용하여 우리 사회에 은연중에 퍼져있는 권력과 감시의 시스템을 해석한다. 반면 이 ‘뒤집힌 시나리오’에서는 팬옵티콘의 감시 기능을 통해 우리가 미로에서 느끼는 두려움을 알아가는 즐거움으로 바꾸어 준다. “중심으로 가는 길을 찾아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쉴 때, 미리 도착해 있는 사람들이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음을 단번에 알아챌 것”이라는 잉엘스의 말을 들으면, 분명 사람들은 이 미로를 빠져나가기 보다는 어떤 방향으로 여행할까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으니 말이다.
    • 양다빈
  • 이주자, 노마드, 순례자 2015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 미술전 총감독 오쿠이 엔위저 방한 강연
    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 미술전 총감독으로 선임된 오쿠이 엔위저Okwui Enwezor가 방한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권영빈)는 국제 예술계와 교류하고 동시대 비평적 담론과의 심도 깊은 접점을 만들고자 지난 8월 29일 대학로 예술가의 집 다목적홀에서 오쿠이 엔위저 초청강연회를 개최했다. 본 강연은 ‘인텐스프록시미티. 근접한 것과 먼 것 사이에서 건져 올린 동시대 예술Intense Proximity. Contemporary Art between near & the far’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강연은 2008년 광주 비엔날레에서 오쿠이 엔위저가 총감독을 맡을 당시 공동큐레이터로 참여했던 김현진 관장(아르코미술관)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오쿠이 엔위저는 당대의 조건을 후기 산업사회 이후 기술의 발달과 탈식민화, 세계화로 인해 정치, 사회, 문화, 인종 간의 시공간적 거리가 소멸되어온 인접성의 세계로 정의했다. 이러한 동시대적 조건에서 만들어진 동시대 예술의 실천과 생산, 전달과 수용이 어떻게 맥락화 될 수 있는지 ‘이주자’, ‘노마드nomade(유목민)’, ‘순례자’ 세 가지 키워드를 통해 전개했다. 이 세 단어의 의미상 공통점은 ‘어떠한 목표와 가치를 위해 자신의 거처를 벗어나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간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오쿠이 엔위저는 이들이 자신들의 문화를 낯선 공간에서 향유하고 계승하는 특징이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자신이 사는 곳을 벗어난 다른 공간, 다른 나라에서 자국의 문화를 즐기는 모습을 통해 탈영토화 한 대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 강연의 핵심이었다. 결국 이주자, 노마드, 순례자의 이동이 동시대적 예술을 만들고, 국가적 이념의 제한을 벗어나 다양한 예술을 수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즉 오쿠이 엔위저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관객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였다. 이러한 고민이 필요한 이유는 동시대 예술을 더욱 다양하게 만드는 이주자, 노마드, 순례자 역시 관객이기 때문이다. 이에 전시를 관람하는 사람을 어떠한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지 고민하고, 전시의 중점을 어디에 둘지 고민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엔위저에 따르면 동시대 예술이 국가적 이념의 제한을 받지 않게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큰 변화를 인식하고 있다. 동시대 예술의 변화는 예술적 전통에 초점이 맞춰졌고, 이상을 지향했지만 유토피아를 지향하지는 않는다.
    • 최윤아
  • 정원, 원형의 개념과 복원의 기준 한·중·일 고정원 원형 연구를 위한 국제심포지엄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강순형)는 2014 문화유산융복합연구의 일환으로 추진한 ‘한중일 정원원형에 관한 기초연구(연구책임자 안승홍)’ 성과를 점검하고자 지난 8월 29일 포스코 P&S 이벤트홀에서 ‘한중일 고정원원형 연구를 위한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오전에열린 콜로키움은 ‘한중일 정원원형에 관한 기초연구’ 과제를 수행하고 있는 전문가 발표와 토론으로 진행되었으며, 오후에는 한국을 비롯한 중국과 일본의 전문가가 나서 각국 정원의 개념과 문화까지 아우른 보다심도 있는 내용을 이야기하고 종합토론을 진행했다. ‘한중일 정원원형에 관한 기초연구’ 과제 발표 첫 발제자로 나선 안승홍 교수(한경대학교)는 ‘한국 궁궐 정원과 창덕궁 후원’을 주제로 시대별 궁궐 정원의 특징을 개괄했다. 궁궐 정원 유적의 현황을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현존하는 유적은 조선시대 유적인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외에는 기록과 터만 남아있는 형국이다. ‘한중일 정원원형에 관한 기초연구’는 현존하는 유적을 바탕으로 복원을 진행 중인 궁궐 정원의 원형을 찾는 것이 목적인데, 조선시대 이전의 정원 원형을 고증할 자료나 유구가 많이 부족하다. 또한 접근이 어려운 북한에 유적이 자리하고 있어 연구가 실행되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 이에 중국과 일본의 정원 원형 연구를 함께 진행하여 비교 자료로 활용하고자 하는데, 객관적 비교를 위해 각국의 연구 대상 시기를 1300년대 부터 1900년대 초까지로 한정했다. 다음으로 염성진 소장(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이 일본 황실정원을 개괄하고 가쓰라리큐桂離宮의 특징을 설명했으며, 윤성융 대표(서호엔지니어링)가 ‘중국 황가원림과 이화원蓬和園’에 대해 발표했다. 김용수 명예교수(경북대학교)는 ‘한중일 정원원형에 관한 기초연구’ 내용에 대해 “궁궐 정원의 개념 풀이가 미흡하고 특정 시대에 초점이 맞추어져 각 나라별 정원의 특징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며 연구의 한계를 지적했다. 보길도 세연정 발굴 조사와 복원을 맡았던 배병선 소장(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은 “고정원의 원류 연구를 위해서는 더 앞선 시대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면서 한국 궁궐정원의 ‘원형’을 찾기 위해서는 시대적으로 앞서 있는 부여의 백제시대 유구와 왕궁리 유적을 토대로 함께연구하는 것이 적합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더불어 한중일 뿐만 아니라 아시아 다른 나라의 정원 연구 및 다른 분야 전문가와 협력을 제안했다. 과제 발표 이후 이어진 본 행사에서는 안계복 회장(한국전통조경학회)이 ‘조선시대 궁궐 정원의 원형’을 주제로 발표하고, 중국인 발표자로는 쉬즈위안 연구원许智源(베이징신도시계획설계연구원)이 ‘명청시대의 황가원림, 원림문화의 집대성’을 주제로 발표했으며, 일본 정원에 대해서는 ‘에도 시대 어소, 이궁의 정원’을 주제로 후지이 에이지로 교수藤井英二郎(지바대학교)가 발표했다. 심포지엄의 화두는 단연 정원 원형의 ‘개념’과 복원의 ‘범위’였다. 류제헌 교수(한국교원대학교)는 “시간이 지나면 물리적인 형태는 변할 수밖에 없지만, 정원을 조성하면서 나타난 비물리적인 개념은 계속 이어질 수 있다” 는 점을 강조하면서, “다른 나라와 대비되는 한국 정원의 특징을 정립하기 위해 보다 확고한 개념의 정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안계복 회장은 “그동안 복원할 때 원형 문제를 주장하면서도 논리적인 개념 분석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어원에 따르면 원형은 ‘첫 번째 떠오르는 인상, 첫 번째 이미지, 첫 번째 모델, 첫 번째 모양’이라는 의미를 가지는데, 지금까지 원형의 의미는 ‘첫 번째 모양’으로만 인식돼 왔으며 이는 판단의 오류라는 것이 안 회장의 주장이다. 안 회장은 원형에 대한 시각을 크게 세 가지로 구분했다. 처음 발생한 시점의 형상을 원형으로 보는 관점, 시대와 문화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이상적이며 본질적인 원형 경관도 존재한다는관점, 발생 이후 특정 시대에 따라서 구분되는 원형 경관도 존재할 수 있다는 관점이 그것이다. 이 세 유형은 상호보완적 성격을 가지며 역사 경관의 복원과 정비를 위한 논리적 근거로서 준용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통시성과 공시성, 시원성과 시대성, 불변성과 변형성(혹은 외래성)의 개념을 적용함으로써 판단할 수 있는 전통 경관·역사 경관·원형 경관의 기준을 제시했다. 류제헌 교수는 “원형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진정성만을 따지는 것 같다. 하지만 새로운 요소가 추가되어 더 좋은 정원이 만들어지면 그 시점에 하나의 완전성을 갖추게 되는 것”이라면서 원형의 기준을 논의할 때 완전성의 개념을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최초의 형태를 그대로 재현한 것만이 원형 복원은 아니라는 설명으로 안계복 회장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한다. 나명하 궁능문화재과장(문화재청)은 “현재 궁궐 복원 작업들을 진행하고 있는데, 궁궐의 원형을 찾아서 복원하는 것이 화두”라면서 궁궐은 원형 복원의 기준을 찾는 것이 특히 어렵다고 설명했다. 궁궐은 시대를 거치면서 중건이 이루어지고, 통치자에 따라 모습이 바뀌어 다양한 시대적 층이 겹쳐 있기 때문이다. “이코모스ICOMOS 헌장에 따르면 특정한 시점보다 중첩된 시대를 존중해야 한다. 궁궐은 이 기준을 근거로 복원하고 있다.” 그간 복원은 ‘첫 번째 모양’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으나 이날 발표자들은 복원 대상이 가진 가치에 주목해 보다 넓은 의미에서 원형과 복원의 개념을 설명했다. 이광표 정책부장(동아일보)은 “복원의 기준과 시점, 규모에 대한 논의가 많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여, 이에 대한 연구와 담론의 확장이 필요하다는 점을 환기했다. 이날 떠오른 또 다른 화두는 ‘고정원 원형 연구’는 건축물뿐만 아니라 식물과 기후, 생활 문화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류제헌 교수는 지금은 “과거의 문화 활동이 이루어진 장소의 현실감이 살아나도록 복원해야 하는 시대”라고 강조하면서 “장소로서 유적의 가치를 제고하고 한국인이 공유하는 정체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적인 유물뿐만 아니라 그 유적이 자리한 위치와 자연 환경을 고려한 복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원은 유구나 기록이 많지 않아 복원에 어려움이 있다. 쉬즈위안 연구원은 “중국에서는 문화를 기준으로 원형을 복원한다”고 전했다. 이는 한국의 정원사연구에 참고할 하나의 방향을 제시해준다.
  • 한양도성 정비의 ‘진정성’ 제5차 한양도성 학술회의, ‘남산 회현자락 한양도성의 유산가치
    지난 해 2월 한양도성의 역사적 가치를 이해하고 보존과 관리 방안을 모색하기위해 처음 시작된 한양도성 학술회의가 어느덧 5회째를 맞이했다. 9월 12일 다섯 번째 학술회의가 ‘남산 회현자락 한양도성의 유산가치’를 주제로 서울특별시청 3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1부에서는 ‘남산과 한양도성의 역사’를, 2부에서는 ‘남산 회현자락 한양도성의 보호·관리’를 주제로 한 연구가 발표되었다. 이 자리에서 600여 년의 세월 동안 근현대사의 부침을 겪었던 남산 회현자락의 역사와 정비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서울의 중심, 남산의 상징성 1부에서 발표된 ‘남산과 한양도성의 역사’에 관한 연구에서는 서울의 중심에 위치한 남산이 갖고 있는 상징성을 다양한 시각에서 해석했다. 최기수 명예교수(서울시립대 조경학과)는 ‘남산의 경관 및 공원 변천’이라는 주제의 연구를 발표했다. 최 교수는 옛 문헌과 고지도, 산수화 등에서 남산의 경관적 의의를 찾아보고 공원으로의 변천사를 설명했다. 김대호 연구사(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사)는 ‘20세기 남산회현자락의 변형, 시각적 지배와 기억의 전쟁’이라는 주제로 근현대사의 격동기에 남산 회현자락을 지배한 권력의 재편 과정에 대해 발표했다. 남산에 세워진 공원, 신사, 동상의 상징성을 당시 권력층과의 정치적 역학 관계로 상세하게 풀어냈다. 그는 남산 회현자락에 대해 “지난 100년간 시각적 지배와 기억을 둘러싼 전쟁이 가장 치열하게 일어났던 공간”이라고 평가하며 정비 사업을 통해 새롭게 나타난 기억의 단층들이 현재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지 질문을 던졌다. 배우성 교수(서울시립대 국사학과)의 ‘조선후기 한양도성과 남산 회현자락’을 주제로 한 발표는 영조대代 한양도성 정비 사업과 남산 회현자락에 살았던 거주민들의 역사에 현대적인 해석을 더해 이번 학술회의에서 가장 큰 호응을 얻었다. 그는 한양도성을 ‘군사 유산’이 아닌 ‘도시 유산’으로 봐야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양도성이 군사적 방어체제의 기능을 담당하기도 했지만 도시적 삶과 복지를 위한 도시 정비 사업의 일환으로 조성·정비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배우성 교수는 한양도성 안쪽 남산 회현자락에 터를 잡은 거주민들의 역사를 살폈다. 그는 “그동안 ‘뜨내기들의 보금자리’로 인식 돼오던 남산 회현자락이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이름있는’ 가문들의 오랜 터전이기도 했다”며 경주 이씨, 남양 홍씨, 안동 김씨 후손들의 흔적을 추적했다. 그의 연구를 통해 남산 회현자락이 오랜 세월동안 토박이와 뜨내기를 가리지 않고 도시 거주민들을 품어왔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진정성’에 대한 논의 학술회의 1부에서 남산 회현자락의 상징성과 그로 인한 역사적 상처에 대한 연구가 발표되었다면 2부에서는 보존 혹은 복원을 통해 역사적 기억을 건강하게 치유하는 방법을 모색했다. 먼저 최형수 서울역사박물관조사연구과장은 남산 회현자락 발굴조사의 결과와 의의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그동안의 성과에 대해 태조 대에서 숙종대 이후까지 시기별 축성 양식이 다름을 확인했으며 한양도성 훼철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었으나 사진과 일부 문헌에서만 볼 수 있었던 조선신궁 터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김왕직 교수(명지대학교 건축학부)와 안동만 교수(서울대학교 조경학과)의 발표에서는 남산 회현자락 정비 방향을 두고 의견을 달리하는 부분이 있었다. ‘역사유적 보존·정비 사례 연구’를 발표한 김왕직 교수는 국내 성곽 유적 복원 사례(서울성곽, 수원화성, 남한산성 등)와 해외 도시 유적 복원 사례(델피 유적, 미케네 유적, 하이델베르그 성 등)를 예로 들며 창건 당시나 특정 역사적 시점의 형태를 되살리는 ‘복원’이 과거의 정비 방향이었으나 최근의 정비 방향은 역사적 변천 과정이 남아 있는 현재 상태를 보존하는 ‘현상 보존’에 두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억지스러운 ‘복원’보다 시간적 흐름에 따른 변화의 흔적을 보존하는 ‘현상 보존’이 역사 진정성을 잘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김왕직 교수는 창건 당시의 모습으로 완벽하게 ‘복원’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오히려 과거의 흔적과 복원된 부분의 부조화로 인해 더욱 어색한 형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안동만 교수는 도면이나 설계 지침 같은 원형에 대한 상당한 자료가 확보된다면 복원 조치를 고려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가능한 발굴한 원형대로 유적을 보존해 진정성을 확보하되 ‘현상 보존’이 기술적으로 어렵고 훼손 가능성이 높은 유적이나 역사적 맥락에 맞지 않는 기념물은 이전 배치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학술회의에는 200여 명에 가까운 전문가와 시민이 참석해 한양도성 정비 사업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남산과 한양도성의 역사에 대한 1부 발표 내용과 한양도성의 보호·관리 방안에 대한 2부의 내용은 주제의 흐름에 맞게 잘이어져 전문가가 아닌 일반 시민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내용 면에 있어서 이날 발표된 대부분의 연구 주제는 그동안 진행되었던 연구의 연장선에 있거나 정리에 그쳐 이번 학술회의가 한양도성의 ‘세계문화유산 지정’을 위한 기초 자료 확보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세계문화유산 등재의 중요 평가 기준이 ‘진정성’이기 때문에 ‘진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한 참가자의 말 역시 씁쓸함을 남긴다. 한양도성의 보존 및 정비 사업의 진정한 목표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에 앞서 잊히고 파괴된 역사의 기억을 복원하고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두어야 하지 않을까.
    • 조한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