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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unce Below
거대한 ‘지하 트램펄린
“우리 발 밑 어둠 속에는 누군가가 만든 지하 세계와 지하 경관이 엄연히 존재한다. 이 공간은 누구나 접근이 가능하며 탐구 가치 또한 충분하다.”1 지난 7월 개장한 ‘바운스 빌로우Bounce Below’가 바로 그 ‘지하 세계subterranean world’가 아닐까. 바운스 빌로우는 영국의 노스웨일즈North Wales, 블라이나우 페스티니오그Blaenau Ffestiniog의 레치웨드Llechwedd라는 마치 판타지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이름을 가진 동굴 안에 있다.바운스 빌로우는 간단히 말해 거대한 ‘지하 트램펄린underground trampoline’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지하 세계를 만들어낸 지역 사업가 숀 테일러Sean Taylor는, “프랑스의 한 공원에서 그물을 이용해 만든 구조물을 보았다. 그 순간 노스웨일즈에도 이런 어드벤처 파크를 만들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 동굴의 규모는 최대 깊이 200피트(약 60m) 및 최대 폭 60피트(약 18m)로 영국의 세인트 폴 대성당St. Paul Cathedral 두 개가 충분히 들어갈 정도다. 동굴 속에 펼쳐진 트램펄린의 총 면적은 1,000m2가 넘어 한 번에 최대 100명까지 이용할 수 있다. 이용 인원이 적을 때에는 바닥으로부터 최대 80피트(24m)까지 뛸 수 있다. 곳곳의 트램펄린은 슬라이드와 그물망을 통해 연결된다. 슬라이드를 타고 내려가 만나게 되는 지하 세계는 ‘인디아나 존스Indiana Jones’나 ‘호빗Hobbit’과 같은 영화에 나오는 음침하고 스산한 느낌의 공간이 아니다. 이 지하 세계 내에 설치된 LED조명은 동굴 벽에 반사되어 북극의 오로라와 같은 빛깔을 만들어내며, 실내 온도 또한 연중 섭씨 7도 정도를 유지하여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공간을 만들 수 있었을까? 과거 이 지역은 원래 탄광 산업으로 유명했다. 1900년대 초·중반 산업 쇠퇴, 제2차 세계대전 등을 겪으면서 마을 인구가 줄어들었고, 결국 1946년 탄광은 문을 닫게 되었다. 수십 년 후, 그때 버려진 공간을 거대한 ‘지하 놀이터’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바운스 빌로우를 만드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인력이 투입되었다. 탄광의 흔적 및 위험 요소 제거, 트램펄린과 슬라이드 설치 등 모든 작업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테일러는 이 새로운 지하 세계가 지역 사회의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탄광 산업의 침체로 많은 사람들이 실직의 고통을 겪고 있던 이 지역에 지하 트램펄린이 새로운 활력소로 작용하고 있다. 바운스 빌로우는 산업 시대 유산을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재활용’한 사례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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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 농촌어메니티 마을설계공모전
농업·농촌 유산을 활용한 창조적 마을만들기
지난 5월 26일부터 8월 22일까지 한국농촌계획학회(회장 이성우)가 주최한 제12회 농촌어메니티 마을설계공모전이 진행되었다. ‘농업·농촌 유산을 활용한 창조적 마을만들기’를 주제로 열린 이번 공모전은 농업·농촌유산의 가치를 보존하고 활용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마을 만들기의 모델을 제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열렸다. 지난 4월 청산도 구들장 논과 제주 밭담이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되면서 농업·농촌 유산에 대한 가치를 제고하는 계기가 되었는데, 이러한 유산을 발굴하고 그 가치를 알리는 기회로 삼고자 공모전이 진행되었다.
공모의 소재가 될 수 있는 농업·농촌 유산의 범위는 구들장 논, 다랭이논, 돌담 밭, 염전, 둠벙, 독살, 저수지 등과 같이 농어업인이 오랜 기간 동안 형성·진화시켜 온 농어업 활동·시스템에서부터 방앗간, 저수로, 농촌 취락, 마을 숲 등 농촌의 다양한 공간 및 경관 자원 등이 포함되었다. 당선작을 선정하는 기준은 “농촌에 남아 있는 유산을 찾아 창조적으로 활용”하고, “농업·농촌 유산의 발굴과 보전을 통해 살고 싶고 찾고 싶은 농촌마을만들기의 가능성과 실천 방안을 제시”하는 안을 계획에 담는 것이었다.
지난 8월 29일 당선작이 발표되었으며, 대상에는 강수진, 이은지(경희대학교 환경조경디자인과)의 ‘삼봤다’가 선정되었다. 우수작으로는 강지아, 김지헌, 민경훈(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의 ‘지족, 잇다’와 이성규, 손은신, 심지수(서울대학교 대학원 조경학과)의 ‘도숙황만야춘래록편산’이 선정되었다. 특선 3작품과 입선 10작품을 포함해 총 16개의 작품이 선정되었으며, 지난 9월 25일부터 9월 29일까지 운남동 래미안갤러리에서 수상작들이 전시되었다.
대상(농림축산식품부장관상) - ‘삼봤다!’
강수진, 이은지(경희대학교 환경조경디자인과)
예로부터 삼베하면 곡성의 돌실나이와 안동삼베 등을 제일로 꼽았다. 다른 마을은 정부와 지자체, 마을의 적극적인 관심과 계획 사업으로 삼베의 전통이 이어져오고 있는데, 정작 국내 으뜸이던 곡성의 돌실나이는 마을 주민들로부터 점점 잊히고 있다. 돌실나이가 마을의 농촌 유산으로서 중요한 존재라는 공감대는 형성되어 있으나 이에 대한 관심이 적고 계획 방안의 부재와 대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그 맥이 끊길 위기에 처해있다. 이에 곡성군 석곡면 죽산리를 대상지로 하여 곡성 돌실나이를 재조명하는 데 계획의 초점을 맞췄다.
마을이 가진 어메니티를 활용해 ‘잊혀진 삼 되찾기’, ‘활기찬 삶 만들기’, ‘살기 좋은 삼베마을’이라는 3가지 방향으로 마을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전통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한 ‘삼·三·삶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휴경지를 되살려 삼베의 재료인 대마를 경작하고, 사계절내내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활용 방안을 계획했다. 그리고 돌실마당, 나이마당, 돌실나이 홍보관을 통해 잊힌 삼베 길쌈풍습과 다양한 공동체 문화, 볼거리 등을 제공하는 동시에 도농 교류 및 농촌 소득과 연계한 농촌관광 활성화 방안을 제시했다.
우수상(농촌진흥청장상) - ‘지족, 잇다’
강지아, 김지헌, 민경훈(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빠르게, 그리고 더 많이 가지려고 노력하는 현대 사회 속에서 풍족하지는 않지만 만족하고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남해군 심동면 지족리의 전통어업방식인 죽방렴에서 찾아볼 수 있다.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척박한 땅을 계단식 논으로 바꾸어 살아가는 진취적인 모습도 보인다. 물살이 빠른 지족해협에 죽방렴을 놓고 산골짜기에 계단식 논을 만들어 살아가는 지족리 사람들의 삶은 자연에 순응하는 모습이다.
지족리는 강에서부터 시작된 단순한 구조의 어구에서 연안어업으로 발전한 500년이 넘은 유산 죽방렴을 품고, 수많은 천혜의 자원을 가지고 있는 마을이다. 그러나 관광마을이라는 이름이 무색하리만큼 알려져 있지않다. 도태된 죽방렴을 알리고 천혜의 자원과 유기적인 시스템을 갖춘 프로그램을 통해 마을 지족의 활성화를 꾀했다. 또한 유산을 살리고 알리는 것을 넘어 마을 내부의 발전에 기여를 할 마을기업을 제안하고, 관광지로서 개발 가능성을 고려해 수려한 경관을 보존하기 위한 경관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우수상(한국농어촌공사사장상)- ‘도숙황만야춘래록편산稻熟黃滿野春來綠遍山’
이성규, 손은신, 심지수(서울대학교 대학원 조경학과)
김포시 통진읍 가현리는 토탄층에서 5천 년 전 탄화미가 발견되어 한반도 최초의 벼 재배지로 알려져 있으며, 예부터 주요 식량 생산지로 역할을 해왔다. 지금도 많은 쌀을 생산하며 농업에 유리한 평야와 비옥한 땅조건을 가지고 있음에도 가현리의 농촌은 몰락하고 있는 현실이다. ‘도숙황만야춘래록편산’은 ‘쌀’을 중심으로 잊히는 것들을 되살려 ‘농촌’으로서 마을의 경쟁력 회복을 꾀하는 데 계획의 초점을 맞추었다.
가현리의 토탄층 일대를 활용해 2011년부터 재배되지 않는 자광미를 부활시키고, 종자를 개량할 수 있는 자광미연구소를 만들어 경쟁력을 향상시킨다. 그리고 대형 종합미곡처리장 등으로 인해 사라진 정미소를 되살려 마을 커뮤니티를 활성화시키고 동시에 가현리 자체적으로 곡식을 처리해 다른 가공품으로 만들 수 있는 기본 인프라를 구축한다. 또한 사라진 농촌의 공동체를 되찾기 위해 두레놀이와 체험 논의 도입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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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제안하는 토론토의 미래
‘NXT 시티 프라이즈’ 아이디어 공모전
시민들이 제안하는 토론토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지난 8월 14일 캐나다의 토론토에서 제1회 ‘NXT 시티 프라이즈NXT City Prize’의 우승작이 발표되었다. ‘NXT 시티 프라이즈’는 토론토의 공공 공간을 미래지향적으로 개선하는 아이디어를 모으는 공모전이다. 온타리오 주에 거주하는 30세 이하의 젊은이라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으며 우승팀은 5,000달러의 상금과 전문가와 함께 아이디어를 정식으로 실현할 수 있도록 10,000달러를 추가로 받게 된다. 10,000달러의 추가 상금은 아이디어의 실현을 위한 사회적 투자 기금으로 사용되며, 토론토 시의 수석 도시계획가 제니퍼 키스맷JennferKeesmaat을 포함한 부동산 전문가, 미디어 홍보 전문가, 컨설턴트 전문가 등과 함께 팀을 이뤄 작업하게 된다. 이 공모전은 도시계획을 전문으로 하는 스튜디오Distl.에 의해 제안되었으며 토론토 시, 디자인 회사 루프Loop: Design for Social Good, 컨설턴트 회사 Gen Y와 파트너십을 맺고 지난 4월 30일 출범했다. 온타리오 전역에서 120여 개의 아이디어가 공모전에 제출되었고 이 중 리차드 발렌조나Richard Valenzona의 작품 ‘영리덕스YONGE REDUX’가 우승작으로 선정되었다.
영 리덕스
리차드 발렌조나의 우승작 ‘영 리덕스’는 토론토의 주요 도로인 영 스트리트를 보행자 중심의 거리로 변화시키는 아이디어다. 영 스트리트는 토론토의 쇼핑과 유흥, 관광 중심지를 관통해 항상 사람들로 붐비는 거리다. 리차드 발렌조나는 영 스트리트를 이용하는 행인의 통행량에 비해 보도의 폭이 너무 좁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4차선 차도를 2차선으로 변경하고 인도의 너비를 확장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영 스트리트가 캐나다에서 가장 유명한 명물 거리임에도 디자인 면에서 특색이 없다는 점도 ‘영 리덕스’ 디자인의 출발점이 되었다. 발렌조나는 영 스트리트의 구역 별로 디자인 요소를 가미해 개성을 부여했다. 우선 영 스트리트 전 구역의 도로에는 사선 형태의 무늬가 그려져 자동차 통행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역동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영 스트리트가 칼리지 스트리트College Street와 만나는 구역은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곳으로 나무를 식재하고 벤치를 많이 배치해 휴식과 모임을 위한 공간으로 디자인했다. 던다스 스퀘어Dundas square가 위치한 구역에는 야외 공연과 행사가 많이 열리는 구역의 기능에 맞게 도로 바닥에 LED 조명을 설치해 특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영 리덕스’는 공공 거리 개선에 대한 발렌조나의 대학원 연구를 발전시켜 디자인에 적용한 작품이다. 발렌조나는 “영 리덕스가 토론토의 거리를 새롭게 보는 방법에 대한 선례가 되기를 바란다. 우리는 도시의 거리를 차량 통행을 위한 도로로 보기 보다는 모든 시민을 위한 공공장소로 인식해야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앞으로 도시계획 전문가들과 함께 팀을 이뤄 아이디어를 실현 할 수 있도록 작업하게 된다.
국적과 나이를 불문한 수상자
‘NXT 시티 프라이즈’는 ‘온타리오 주에 거주하는 30세 이하의 젊은이’라는 조건 외에 참가에 제한을 두지 않았고 심사위원단은 토론토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이 반영된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처음으로 시행되는 공모전임에도 불구하고 자유로운 참가 자격과 심사기준 덕분에 120여 팀이 공모전에 참가했고 최종 수상작에는 외국인과 18세 이하의 어린 학생들의 작품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2,500달러의 상금을 받는 ‘최우수 선구적 아이디어 Most Visionary Idea’상은 중국인 세븐 시루 첸Seven Xiru Chen에게 돌아갔다. 그가 제출한 ‘인터체인지 파크INTERCHANGE PARK’는 앨런 가Allen Street와 401번 국도를 둘러싼 고속도로 인터체인지를 공원화하는 아이디어다. 도시에서 큰 부지를 차지하는 고속도로의 인터체인지 구역을 공원으로 프로그램해 시민들의 접근이 용이한 생태적인 공간으로 만들 것을 제안했다.
18세 이하 어린 학생들의 작품도 2,500달러의 상금을 수상하게 되었다. ‘18세 이하 부문 최우수작Best Submission, Under 18’을 받은 글로리아 주Gloria Zhou, 아난나 라파Ananna Rafa, 에자나 마이클Ezana Michael, 마리아 카시프Maria Kashif의 ‘오래된 골목의 새로운 미래New Visions For Old Paths’는 상습 우범지대였던 플레밍던 파크Flemingdon Park의 밴덤 구역Vendom Place을 안전하고 생동감 있는 구역으로 변화시키는 아이디어다. 그라운드 모자이크ground mosaic를 이용해 구역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모자이크 조각의 다채로운 색깔과 디자인으로 어두침침했던 분위기를 개선한다.
‘NXT 시티 프라이즈’ 공모전의 수상작들이 제안한 아이디어는 거창하지 않다. 시민들이 일상에서 겪던 작고 사소한 불편함을 개선할 소박하고 현실적인 아이디어가 당선되었다. 아이디어가 실현화되는 과정 또한 온전히 시민들에게 달렸다. 시민들 스스로 자신이 이용하는 공간에 대한 관심을 호소하고 공간을 개선할 투자 기금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시민들의 협력자일 뿐이지 프로젝트를 직접 주도하지 않는다. 이 공모전을 공동으로 주최한 Distl.의 저스틴 레클레어Justin Leclair는 “NXT 시티 프라이즈는 토론토가 세계적 도시로 성장하고 발전하기를 열망하는 새로운 세대의 도시계획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론토를 사랑하는 시민들의 소박한 아이디어가 바꿀 토론토의 미래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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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천연색으로 핀 문화역 서울284
‘최정화 -총천연색’, 문화역 서울284에서 10월 19일까지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이 오지 않았나 보다.” 미당 서정주 시인은 꽃 한 송이 피우는 일은 온 우주를 이해하는 일이라고 했다. 꽃 한 송이에도 온 우주가 담겨있다는데 미술가 최정화는 구 서울역 건물 전체를 꽃 피웠다. 고층빌딩과 고가도로, 기차선로 등이 뒤엉켜 복잡한 도심에서 무심한 듯 자리하던 고풍스러운 건물이 총천연색으로 물들었다.
문화역 서울284(구 서울역)는 9월 4일부터 10월 19일까지 ‘최정화-총천연색總天然色’ 전을 선보인다. 최정화의 ‘총천연색’은 꽃을 주제로 세상의 삼라만상을 담아낸전시다. 미술, 디자인, 공예, 설치, 수집, 미디어, 퍼포먼스 등 복합 예술·문화 행사로 구성되어 꽃의 향연을 펼친다.
성과 속, 꽃의 이중성
‘꽃’을 주제로 한 전시라 자연스레 ‘자연미’나 ‘순결한 아름다움’을 기대한 관람객이라면 최정화의 전시는 ‘충격과 공포’가 될 것이다. 총천연색으로 물든 최정화의 꽃은 묘하게 야하다. 홍등가의 불빛처럼 알록달록한 ‘꽃궁’을 거닐다보면 평범한 빨간 소쿠리도 야해 보일수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그런가 하면 촌스러운 구닥다리 잡동사니가 거대한 풍경이 되기도 한다. 1층 입구에서 관람객을 맞이하는 거대한 탑 ‘꽃의 여가’는 흔히 볼 수 있는 비닐 가방을 조각조각 이어 붙여 매단 것이다.
최정화는 천박함과 성스러움, 깨끗함과 더러움, 진짜와 가짜의 경계와 고정관념을 허문다. 황금색 비닐 풍선으로 만든 왕관(‘꽃의 뜻’)은 한껏 팽창하다가 우리를 조롱하듯 갑자기 허물어진다. 오색의 청소도구들이 아무렇게나 꽂힌 휴지통에는 ‘청소꽃’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이 붙었다. 방 전체에 건설 폐자재를 쌓아 놓은 폐허같은 방 ‘꽃의 속도-폐허’의 천장에는 샹들리에가 금방이라도 내려앉을 듯 위태롭게 흔들린다. 최정화는 천박함을 부정하지도, 성스러움을 긍정하지도 않는다. 그저 그 모든 것들을 한데 모아 놓았을 뿐이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질적인 사물과 색의 조화는 ‘이것이 우리가 사는 방식이야’라고 장난스럽게 말하는 것 같다.
최정화식 유머
마치 우리를 시험하듯 ‘진짜’와 ‘가짜’를 묻는 최정화의 작품은 도발적이기보다는 어딘가 어설퍼 웃음 짓게 한다. 그는 이 엉성함을 ‘치밀하게’ 완성했다고 말한다. 최정화는 1986년과 1987년 미술인에게 ‘엘리트 코스’라 불리는 중앙미술대전에서 장려상과 대상을 타면서 작가로 데뷔했다. 하지만 그는 곧 회화를 그만두고 인테리어 디자인 회사에 입사했다. ‘그림으로 사람들을 속이기가 너무 쉬웠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제 그는 회화, 공예, 설치, 수집, 미디어, 퍼포먼스 등 더욱 다양한 매체를 이용해 ‘치밀한 엉성함’을 선보인다. 그는 자신의 예술에 대해 “날조에 날림을 더하면 완성”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날조에 날림인데다가 엉성한 듯 보이는 그의 작품에는 매력이 있다. 그의 작품은 현대 미술의 경계와 정의에 대해 관객을 가르치려 들거나 시험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아무나 알 수 있는 익숙하지만 화려한 풍경으로 하여금 관객들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해 시각을 매혹시키고 입을 ‘활짝’ 벌려 웃음 짓게”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최정화식 유머는 대중에 대한 냉소나 예술에 대한 비웃음이 아니라 따뜻한 농담이고 긍정의 웃음이다.
최정화식 유머는 전시 곳곳에서 나타난다. 전시 건물의 2층에서 가장 큰 전시실을 차지하는 작품인 ‘꽃의 만다라’는 관객이 만들어가는 작품이다. ‘총천연색’ 전의 관람료는 플라스틱 병뚜껑이다. 그는 관객들에게 받은 각양각색의 플라스틱 병뚜껑을 모아 만다라를 만들었다. 전시장의 한 쪽 벽면은 거울로 되어 있어 플라스틱 병뚜껑들이 공간을 꽉 채운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쓰레기로 버려지는 병뚜껑도 모아 놓으니 아름다운 꽃이 되었다. 2층 전시관 창문에서 내다볼 수 있는 구 서울역 지붕 위에는 공기 풍선으로 만든 로보트 태권브이가 누워 있다. 고가 도로와 철로, 고층빌딩, 혼잡한 대중교통 등으로 어지러운 도심 풍경 속에서 죽은듯이 누워있던 태권브이가 별안간 벌떡 일어나 요염한 포즈를 취한다. 태권브이 아래에는 “당신도 꽃입니다”
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화려한 꽃무늬의 문구는 몸빼 바지 천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유쾌한 응원이다. 손때 묻은 자개장, 누렇게 바랜 플라스틱 보온병, 촌스러운 액자 등 최정화가 모은 잡동사니에는 어머니의 흔적이 남아 있다. 작가는 개막 행사에서 자신의 모든 작업의 원천은 어머니라고 소개하며 어머니 앞에 큰절을 올렸다. 아들의 절을 받으신 어머니는 꽃처럼 수줍으셨다. 우리는 모두 꽃이다. 꽃의 아들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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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속에 거주하기
2014 부산비엔날레, 11월 22일까지
9월 20일부터 11월 22일까지(64일간) 부산문화회관 일원에서 2014 부산비엔날레가 열린다. 이번 비엔날레는 ‘세상 속에 거주하기Inhabiting the World’라는 주제로 부산시립박물관의 본 전시와 부산문화회관, 고려제강수영공장에서 각각 개최되는 2개의 특별전으로 꾸며진다.
본 전시에서는 30개국 161명의 작가들이 선보이는 484점의 작품을 통해 불안정한 세상 속에서 예술의 기능과 역할에 관한 새로운 시각을 제안한다. 전시 감독인 올리비에 케플렝Olivier Kaeppelin은 이를 추상·운동, 우주, 건축적 공간, 정체성, 동물성, 역사/사회, 자연, 경관이라는 요소로 풀어낸다. 김수자(한국), 치하루 시오타Chiharu Shiota(일본), 파브리스 위베르Fabrice Hybert(프랑스), 애니쉬 카푸어Anish Kapoor(인도) 등의 유명 작가들이 여럿 참여한다. 예술가들의 시각은 추상적인 회화에서부터 몽환적인 비디오 영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표현된다.
비엔날레 아카이브展 ‘한국현대미술 비엔날레 진출사50년’은 48명의 작가들이 선보이는 109점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나라 작가의 해외 비엔날레 출품작을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역사와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
아시안 큐레토리얼展 ‘간다, 파도를 만날 때까지 간다’는 9개국 36명의 작가가 참여했으며, 한국과 일본, 중국, 싱가포르 등 아시아 해양 도시에서 활동하는 신진큐레이터들이 기획한 바다에 얽힌 네 가지 시선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뿐만 아니라 다양한 부대 행사도 함께 마련되었다.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흥미로운 주제의 전문가 토론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강연 등이 마련되었으며, 매주 일요일 부산시립미술관과 고려제강 수영공장에서는 일반 시민을 위한 공연이 열린다.
지난 2012 부산비엔날레에서는 교육 프로그램을 다양화해 민주적인 참여와 소통을 위해 노력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이번 비엔날레에서도 전시 내용과 연관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전시 공간 자체가 예술 교육의 현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했다. 대화 프로그램을 통해 전시 주제나 작품 개념에 대한 자유로운 토론 기회를 마련하고, 관람객이 주도적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신경을 기울였다.
페미니스트적 작업을 해온 스페인 작가 필라 알바라신Pilar Albaracin은 이번 전시에 ‘당나귀Anseria’라는 작품을 선보였다. 박제된 당나귀가 무덤을 상징화한 책 더미 위에 서서 책을 읽는 모습을 의인화했는데, 기다란 얼굴에 짜리몽땅한 앞발을 쳐들고 책을 든 모습이 익살맞다. 한편으로 박제된 당나귀가 기이한 느낌을 자아낸다. 인류의 역사를 상징하는 책 더미와 그 위에서 책을 읽고 있는 당나귀의 비유를 통해 문화 인류학적인 인간의 역사를 해학적으로 표현했다.
치하루 시오타의 작품 ‘집적-방향을 찾아서Accumulation-Searching for Destination’는 부유하는 신체를 비유하는 200여 개의 여행 가방을 공중에 매달아 디아스포라, 노마딕 주체의 무장소성, 유랑에 의한 불안정성, 미래의 불확실성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이는 이주의 경험이 있는 작가가 서구에서의 체험과 모국에서의 기억이 중첩되는 타자와의 만남을 통한 주체의 형성 과정을 비유한다.
이 작품들은 ‘세상 속에 거주하기’라는 대 주제를 전제로 하고 있다. 예술작품이 ‘세상 속에 거주’하면서 마주하는 경제적, 생태적, 지정학적, 실존적 문제들에 대한 처방책을 내지는 못하지만 ‘세상에 대한 통찰’을 사유하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부산비엔날레에서 그 기회를 공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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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아이디어 텃밭전
북인사마당에서 10월 14일부터 6일간 개최
지난 10월 14일부터 6일간 종로구(구청장 김영종) 공원녹지과의 후원 아래, ‘도시 농업’을 주제로 ‘인사동 아이디어 텃밭전’이 인사동 북인사마당에서 개최됐다. 2011년부터 진행되어 온 이 행사는 ‘초록빛 상상, 도심을 채우다! 대학생들의 감각있는 텃밭 전시’라는 부제로 진행되었고, 올해는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와 계원예술대학교 화훼디자인·전시디자인과 학생 122명과 경기도 고양시에서 친환경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우보농장이 참여해 텃밭 전시, 기획 전시, 그리고 체험행사를 진행했다.
텃밭 전시에는 참신한 표현 방법을 사용하여 환경, 사회, 예술 등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낸 22개의 작품이 출품되었다. 서울시립대학교에서는 ‘당신의 도시농부 타입은 :-)?(조현진 외 4인)’과 같은 참여형 작품, ‘시가렛 가든(최진호 외 1인)’과 같은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낸 작품 등 11개 작품을 선보였고, 계원예술대학교에서는 ‘신들의 당구(권정숙 외 6인)’와 같이 조형성이 두드러지는 작품과 ‘산세베리아(이고원 외 6인)’와 같이 환경오염에 대한 고민을 담은 작품 등 총 10개 작품을 출품해 각자의 개성을 드러냈다.
작품 전시와 더불어 계원예술대 전시디자인학과의 주도하에 ‘씨드볼seed ball 만들기’, ‘친환경 퇴비 만들기(워크숍 명: 가든가든하다)’, ‘재활용 화분 만들기(워크숍 명: 꽃수아비)’ 등의 워크숍도 진행되어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려는 노력도 엿보였고, 18일 진행된 기획 전시에서는 우보농장 이근이 대표(고양도시농업네트워크 공동대표)의 벼, 밀, 콩 등의 토종 씨앗에 대한 관련 해설도 들을 수 있었다. 종로구에서는 “도시 텃밭이 서울 곳곳에서 좋은 경관적 효과를 내고 있고, 옥상녹화는 열섬 현상 등의 도시적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며 도시 농업과 연계한 프로그램으로 개최된 ‘인사동 아이디어 텃밭전’이 갖는 의미를 설명했다.
행사장에서 만나본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학생들은 직접 ‘텃밭’을 만들어 볼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 것 자체에 만족스러움을 표시했다. 사실 현재의 조경학과 설계 교육에서 도면과 컴퓨터 모니터에서 논의된 내용들은 실체가 없거나 상상 속에 머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3학년에 재학 중인 이재현 학생(‘Organic Toilet’팀)은, “도면과 모델링에서 구상했던 것들이 실제 시공 단계에서 얼마나 잘못 기획되었고, 수정될 사항이 많을 수 있는지에 대해 느낄 수 있었다”며 행사에 참여한 소감을 밝혔다. 같은 조의 김병호 학생은, “시공 자재의 유통 과정이나 재정 관리에도 직접 관여했는데, 배추하나 주문하는 일도 인터넷에서 신발 주문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일이었다”며 살아있는 식물을 다루고 텃밭을 조성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게 했다. 그에 덧붙여 시공 과정뿐만 아니라 책과 강의로 만 전해 들어오던 ‘주민참여’ 활동을 진행해보고, 시민들이 참여하는 모습에서 전해오는 보람도 느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행사에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으로는 지금보다 시간 및 금전적 여유가 조금 더 주어졌으면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을 언급하기도 했다. 행사 후에 지급하기로 되어있는 시공 비용이 작업 과정에 있어 부담스럽게 다가온 것이 사실이었다며, 제작 비용이 먼저 확보된다면 다양한 시도를 해보며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리고 “행사 당일이 되어서야 작품별 설치 위치가 정해졌다는 점도 행사를 진행하는 데 애를 먹게 한 것이 사실”이라며 내년 사에서는 이러한 사항들이 개선되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개진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도심 속에서 점차 잊혀져가는 텃밭을 발굴해 자연과 함께 어우러지는 쾌적하고 건강한 종로를 만들”겠다는 주최 측의 시도는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 인사동 북인사마당은 잠시나마 새로운 옷을 입을 수 있었고 그에 대한 시민과 관광객들의 반응도 긍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인사동 아이디어 텃밭전’이 더욱 뚜렷한 색깔과 의미를 갖는 지역 행사로 발전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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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콘텐츠로서 정원의 가능성
한국정원디자인학회 창립총회
조경 분야에서 정원이라는 주제는 그동안 대형 사업에 밀려 외면당해 왔다. 그런데 최근의 정원 열풍으로 조경 분야 내에서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조성주체에 따라 정원의 개념이 다양하게 쓰이면서 유관단체와 기관들 사이에는 용어 논쟁이 일기도 했다. 이에 정원과 관련한 여러 가지 담론이 형성되고 있으며,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는 전략을 세우기 위해 관련 전문가들은 다각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정원 관련 단체가 여럿 설립되었다. 지난 해 한국정원문화협회(회장 정주현)가 발족한 데 이어정원 문화 활성화와 정원 산업 진흥을 목표로 지난 9월 25일에는 정원문화포럼(회장 송정섭)이 창립총회를 가졌다. 한국조경학회는 올해 정원학연구센터(센터장 조경진)를 설립해 고양국제꽃박람회에서 정원문화 심포지엄을 개최했고, 오는 12월에는 ‘정원학의 새로운 지평’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한국정원학회로 설립해 활동을 이어오다 외연 확대를 위해 개칭한 한국전통조경학회(회장 안계복)는 다시 원래 이름으로 명칭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10월 18일 푸르지오 밸리에서 한국정원디자인학회가 창립총회를 가져 그 설립 배경이 관심을 끈다.
학회 설립 배경
한국정원디자인학회 초대 회장에는 홍광표 교수(동국대학교)가 추대되었다. 이날 홍 교수는 학회의 설립 의의를 세 가지 측면에서 설명했다. 첫째는 융·복합적인 시스템의 구축이다. 정원이 조경 분야의 관심에서 멀어진 동안에도 정원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어왔고 이제 보다 다양한 형태로 정원이 소비되고 있는데, 이를 조경의 틀로만 연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홍광표 교수는 “학제 간 연구를 통한 새로운 지평을 열”기 위해 학회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두 번째는 사회적 요구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함이다. 홍 교수는 “사회가 요구하는 정원은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공공의 성격을 띠기 때문에, 공공디자인의 한 부분으로 기능하고 도시 경관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원에 대한 연구가 공공성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속가능한 정원 문화 정착을 위해 제도적 장치가 필수라는 점을 역설하며, 그 기반으로 정원학회를 설립하게 되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정원디자인학회의 비전
한국정원디자인학회가 역점을 기울이는 사업은 한국정원의 국제화 모델 개발과 해외 보급이다. 홍광표 교수는 한국전통조경학회 회장 재임 시기부터 해외에 한국 정원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왔다. 지난해에는 미국 어바인Irvine 시와 협력 체계를 구축해 한국정원 조성을 위한 논의를 진척시킨 바 있으며, 윤후덕국회의원과 함께 ‘한국전통정원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해 발전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윤후덕 국회의원은 토론회 이후 “한국 전통 정원이 다른 나라와 차별화되는 고유의 아름다움과 표현 방법의 특징을 가지고 있어 역사·문화적으로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고 전한 바 있다. 이에 이번 한국정원디자인학회 설립을 지지하고 해외 한국 정원 조성 사업에도 힘을 보탤 예정이다. 윤 의원은 “우리 전통 정원이 문화 콘텐츠의 한 분야로 세계에 널리 소개된다면 해외에서 큰 힘을 발휘하고 있는 한류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대한민국의 국가 브랜드 가치를 제고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강은 ‘도시의 녹지 공간과 정원(부제: 도시 정원의 본연의 모습과 미래상)’을 주제로 코시미즈 하지메 교수(메이지대학교)가 발표하고, 황지해 정원작가와 신현돈 대표(서안알앤디 디자인)가 해외에서 진행한 정원 작업의 과정과 성과를 소개했다. 황지해 작가는 첼시플라워쇼를 비롯해 국외 유수의 정원 박람회 참가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소개했으며, 신현돈 대표는 ‘한국 전통 정원’을 주제로 해외에 조성한 공원 사례를 통해 제한 사항과 노하우를 공유했다. 특히 발표 내용 중 ‘황지해 작가의 첼시플라워쇼 금메달 수상’의 해외 온라인 노출량을 비교한 결과는 흥미로웠다. 황 작가의 관련 뉴스는 박찬욱 감독의 칸 영화제 수상 소식과 비슷한 수준이며, 임권택 감독의 칸 영화제 수상 소식의 3배, 이창동 감독의 베니스영화제 감독상 수상 소식의 4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원의 파급력과 경제적 효과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양질의 한국 정원을 해외에 조성해 국가 이미지를 제고하는 것이 한국정원디자인학회가 꿈꾸는 미래상이다.
새로운 수요 창출을 위한 전략, 한국 정원의 세계화
한편에서는 한국정원디자인학회 설립을 의아해 하는 시선도 있다. 지금도 조경 분야에는 많은 단체가 활동 중이고 중복 가입한 회원이 많기 때문에 역량이 분산되어 사실상 저변 확대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시선에 대해 조세환 교수(한양대학교 도시대학원)는 “점점 더 복잡화되는 사회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원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반론하며 한국정원디자인학회 설립을 반겼다. 하나의 구심점을 바탕으로 조경 분야가 더 다원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경계해야할 점으로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섬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류 바람은 대중문화를 넘어 제품과 한국의 전통 문화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이어졌다. 한국의 특징을 보여주는 정원을 해외에 조성하는 일은 새로운 수요의 창출 가능성을 제시한다. 뿐만 아니라 정원이 조성되는 국가와 문화 교류의 촉매제로서 정원의 역할을 기대해볼 수 있다. 이는 조경의 외연 확대를 위한 전략이 되기도 한다. 한국정원디자인학회가 그 가능성을 어떻게 열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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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관의 새로운 지평
4대 학회 연합 국토경관정책심포지엄 ‘국토경관자원의 가치평가와 활용’
2007년, ‘경관법’이 제정되었다. 과거에는 지자체별로 조례를 만들어 경관 사업을 시행해 왔으나 관련법이 없어 국가적 지원을 받지 못했고 일부 지자체 위주로 경관 계획을 수립해왔다. ‘경관법’ 제정으로 지역 환경과 도시 미관 정비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며, 실제로 이전에 비해 사회적 관심이 늘고 다양한 부문에서 경관 계획이 수립되며 활성화되는 조짐을 보였다. 하지만 관련 전문가가 부족하고 관계 당국조차 경관이라는 용어가 생소해 업무가 비효율적으로 이루어지는 등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지난 해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경관법’전부개정안을 발표했고, 국가 차원에서 경관을 관리하기 위해 현재 ‘경관정책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각 분야별, 지자체별로 산발적으로 관리되던 경관을 국가 차원의 ‘국토경관’으로 통합 관리해야 한다는 관련 전문가들의 공감대도 형성되고 있다. 지난 9월 26일에는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국토경관자원의 가치평가와 활용’을 주제로 ‘4대 학회 연합 국토경관정책심포지엄’이 열렸다. 이날 행사는 대한지리학회(회장 손일),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회장 최막중), 한국조경학회(회장 김한배), 한국경관학회(회장 류중석)가 공동으로 주최했으며, 국토교통부, 환경부, 산림청, 한겨레신문사가 후원했다. 각기 다른 분야에서 경관을 연구하는 학회와 관계 부처가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였다.
국가 차원의 경관 계획 수립
심포지엄에서 이희정 교수(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공학과)는 지금까지의 ‘경관법’이 “도시 및 인공 환경 조성 위주의 계획에 치중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는 ‘경관법’ 제정이전 경관 계획 및 사업과의 중복을 피하기 위한 이유도 있었으나 이로 인해 경관 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에 경관을 “자연환경과 인문 환경을 담는 그릇”으로 인식할 것과 법체계를 국가 단위로 수립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경관정책기본계획’과 관련해 ‘한국 도시의 경관경쟁력 평가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차주영 연구위원(건축도시공간연구소)은 이 교수의 말처럼 기존 ‘경관법’이 농촌과 자연 경관을 배제한 제도라는 사실에 동의했다. ‘경관법’은 여러 경관 요소를 함께 고려한 제도지만 도시에 보다 무게를 두었던 게 사실이다. “도시는 많은 사람이 살고 그에 따른 문제가 더 많이 산재하기 때문”이다. 개정된 ‘경관법’과 현재 수립 중인 ‘경관정책기본계획’은 도시와 농촌의 경관을 통합적인 시각에서 아우른다.
차주영 연구위원은 “경관정책기본계획은 기존 경관법의 문제를 인식하고 국토경관의 미래상을 설정하는 데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그동안 국토경관에 대한 논의가 없었고 공통된 미래상이 없기 때문에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무엇보다 경관이라는 용어자체가 일반인에게 낯설다는 점이 난제로 꼽힌다.
경관 자원의 데이터베이스화
주신하 교수(서울여자대학교 원예생명조경학과)는 국가 차원에서 경관 자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 교수에 따르면 지금까지 경관 계획을 세울 때마다 자원 조사가 이루어져 왔다. 그런데 연구·조사 결과가 자료로 축적되지 않아 계획을세울 때마다 재조사를 진행하는 데 시간을 투입하는 등 연구가 비효율적으로 이루어져 왔는데, 국가경관자원 DB를 구축함으로써 지속가능한 경관 계획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게 주 교수의 설명이다. 더불어 국가에서 관리하는 경관 지도를 만들어 이를 공유하고, 경관 자원을 국가 경관, 도 경관, 시·군 경관 자원으로 구분해 관리할 것과 경관 자원 승급제 등을 도입해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체계를 갖출 것을 제안했다. 류제헌 교수(한국교원대학교 지리교육과)는 경관의 관리와 계획에 있어 가장 존중해야 하는 원리와 목표로 경관의 지속가능성과 다기능성을 제시했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여러 갈래로 추진하는 경관 정책과 사업을 하나로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유럽의 사례를 들며 경관 특성 지역을 지도화 하는 작업이 전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토경관자원 활용을 위한 과제
경관은 일반적으로 ‘경치’를 뜻하거나 ‘특색 있는 풍경형태를 가진 일정한 지역’을 뜻한다. 사전적으로는 ‘산이나 들, 강, 바다 따위의 자연이나 지역의 풍경’을 뜻한다. 이 정도가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는 경관의 의미일 것이다. 경관, 자연, 풍경, 환경, 장소가 각기 다른의미를 지니고 범위도 다른데, 일반인은 이 용어를 혼용해서 쓰고 있다. 학계에서도 경관의 의미는 광범위 하게 쓰이고 있는데, 심지어 분야와 연구하는 주체별로 그 의미와 범위가 다르다. 류제헌 교수는 “경관의 의미는 토지나 환경의 의미와 구별되어야 한다”면서 사람들이 공유하는 문화적 자산이기 때문에 자연이나 환경보다 그 범위가 넓다고 주장했다. 경관보다 환경의 범위가 넓은 것으로 보는 이희정 교수와 다른 시각이다. “환경은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 경관은 인간 앞에 전개되어 인간에게 지각되는 경치”1라고 구분되기도 하는데, 이희정 교수에 따르면 “경관의 의미, 범위, 대상이 복잡하고 다양해 이해가 어려우며 효율적인 관리가 어렵다.” 학제 간 합의가 필요해 보인다. 이에 대해 조홍섭 논설위원(한겨레신문사)은 “언론에서 경관이라는 용어가 필요한 경우 ‘경치’로 고쳐 사용한다”면서 경관의 개념이 아직까지 대중과 거리가 멀어 경관 계획 방향의 초점이 어디에 맞추어져야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간 다양한 방면에서 경관 관리가 이루어져 왔다. 지자체 중심으로 각 지역별 경관 계획이 세워지고 ‘경관법’은 이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기존 지자체 주도의 경관 계획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관광 자원으로서 경관의 가치에 초점을 맞춰왔다. 이에 ‘경관법’은 그간 외면해온 도시 경관에만 초점이 맞추어지며 경관 관리의 균형을 이루지 못했다. 이제 ‘국토경관’으로서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기 위해 법을 개정하고, ‘경관정책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등 제도적 장치가 정비되고 있다. 자원으로서 경관의 가치도 재조명되고 있는 데, 이를 뒷받침할 학제적 연구가 미진하다. 관계 부처와 관련 학회 간의 긴밀한 협력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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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세계로의 초대
‘초자연’ 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2015년 1월 18일까지
우리는 다섯 가지 감각으로 존재를 인식한다. 그중 시각에 가장 많이 의존한다. 보이지 않으면 다른 감각으로 인식되는 것은 ‘착각’으로 여기거나 종종 무시한다. 하지만 보이지 않으면서도 실재實在하는 존재가 있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바람이 대표적이다. 바람이 부는 소리와 살결을 에는 촉감 그리고 나뭇가지의 흔들림과 꽃잎이 날리는 현상을 통해 바람이 있음을 인지한다. 불은 눈에 보이지만 만질 수 없는데, 온도를 느끼고 다른 물체를 태움으로써 실재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이처럼 공감각적 체험을 통해 하나의 감각으로 인지할 수 없는 존재를 지각할 수도 있다. 초자연주의는 인간이 인식할 수 없는 존재를 다른 논리와 방법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초자연’ 전에서는 공감각적 체험을 통해 이를 설명한다.
9월 2일부터 2015년 1월 18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관장 정형민) 서울관에서 ‘초자연’ 전이 열린다. 이번 전시는 예술과 과학 기술의 융·복합을 실험하는 국내 작가들을 발굴해 전시의 다양성을 증진하고 발전적인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전시에는 리경, 조이수, 박재영, 김윤철, 백정기 작가가 참여했다. 5인의 작가는 비가시적 세계의 이면에서 자연성을 해체하고,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영역이 겹치는 중간 지대인 새로운 초자연적 환경을 다양한 감각을 통해 실재로 느낄 수 있도록 재구축한다. 현장에서 제작·설치한 기계 장치를 5개의 전시 공간에 서로 유기적으로 배치해 초현실적 세계의 실재를 상정하고 그 공간 속에 초자연적 기계 장치들을 삽입했다. 이렇게 장소 특정적으로 제작·설치된 작품들은 통상적인 시지각과 감각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시도다.
전시는 관람객이 이동하는 동선을 따라 유기적으로 이어지도록 배치되었다. 천막을 들추고 전시 공간에 들어서면 가느다란 붉은 빛줄기와 공간 전체를 아스라이 감싸는 연기가 시선을 몽롱하게 만들어 초자연의 세계로 관람객을 끌어들인다. 빛은 서로 교차하며 수평과 수직의 격자로 분할해 빈 공간을 수놓는다. 붉은 선으로 가른 섬세하고 얇은 벽은 마치 실재하는 듯 감각을 교란한다. ‘더 많은 빛을’, 이 작품은 빛과 연기가 반응하며 일정 시간마다 기다란 통로와 벽을 만들어 내는 데, 연기의 촉감을 통해 빛의 벽을 만지는 듯한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전시장 전체를 감싸는 섬세한 사운드가 감각을 극대화시킨다. 붉은 빛의 산책로를 지나면 ‘바람의 정령’을 만날 수 있다. 지하 1층에서 3층까지 아래로 길게 연결된 계단의양옆 벽면에는 사슴머리를 한 16개의 봇bot(대리자)이 방문자를 기다린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을 적외선센서로 인지해 작동하고 핸드벨 소리를 무작위로 연주한다. 이 사슴과 닮은 동물들은 초자연의 정령으로 비유된다. ‘원령공주’를 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사슴머리의 봇이 초자연의 정령이라는 설명에 한층 공감대가 형성될 것 같다.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시시가미(사슴신)가 바로 자연의 대리자를 상징하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사슴은 고대부터 중요한 식량 자원이었다. 하늘과 산천에 제사를 지낼 때 희생 동물이 되기도 했다. 희생 동물은 하늘과 교통하는 힘이 있다고 사람들은 믿었고 때로 사슴은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매개체 역할을 했다. 이러한 사슴의 개념은 유라시아 전역에서 나타났고 한반도 설화에도 종종 나타난다.1 ‘원령공주’와 ‘바람의 정령’은 이러한 개념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바람의 정령’에서는 초자연적 존재가 기계 장치를 매개로 인간의 감각 영역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사람이 좁고 긴 통로를 지나가는 동안 이에 반응해 빛이 반짝이고 소리가 들린다. 작가는 비유적 수법을 통해 이 공간을 지나는 동안 사람에게 바람이 되는 경험을 하게 한다.
‘아일랜드 프로젝트: 불안한 숨결’. 이 작품이 설치되어 있는 공간은 오가는 사람들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로다. 이곳에 들어서면 기분 나쁜 냄새가 후각을 자극한다. 소곤거리는 소리와 스산한 촉감이 음침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작가는 기술적인 조작으로 보이지 않는 존재의 불특정한 이야기를 관람객에게 들려주고자 하는데, 텅 빈 공간 속에서 시각적인 장치는 배제한 채 후각과 촉각, 청각만을 자극해 마치 유령이 지나쳐가는 듯한 오싹한 느낌을 안겨준다. 상쾌한 바람이 되어 지나온 후라 대비적 감각이 더욱 극대화된다.
이후 전시는 창고 전시장으로 이어지고 미립자들이 만드는 폭포(‘캐스케이드’)를 지나 마지막 작품인 ‘웨이브 클라우드’에서 의지와 염원이 물리적 현상으로 치환되는 시각적 경험을 할 수 있다.
‘초자연’ 전은 각각의 작품이 주체성을 갖고 있지만 공간 속에서 관계를 맺고 순차적으로 경험하는 또 다른 공감각적 체험을 유도한다. 모든 작품이 초자연적 경험의 총체라 할 수 있다. 다섯 개의 작품이 상호작용하며 전시관을 초자연적 세계로 만든다. 전시장 입구의 천막을 걷는 순간 미지의 존재와 만나는 문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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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000톤의 기적
2014 ASLA Student Awards, Honor Awards
지난 9월 29일 ‘2014 ASLA Awards’의 심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올해 학생 부문은 전 세계 77개 학교에서 500여 개의 팀이 출품했으며, 이중 학생 부문‘General Design Category’에서 부산대학교 정원광, 엄성현 팀의 ‘34,000tons of Miracles’가 ‘Honor Awards’로 선정되었다. 본지는 참가 팀에게 작품에 대한 소개 글을 전달받아 수록한다. _ 편집자 주
준설선과 바지선 그리고 보세 창고
부산 영도구 내항에 있는 녹슨 준설선과 바지선이 서로 엉켜 붙어 사람의 이동이 가능하다. 마치 미로를 만들어 놓은 것 같다. 배 위 구석구석에서는 주민들이 낚시를 즐긴다. 과거 일거리가 많고 유가가 낮을 때에는 분주하게 움직여 어선 및 무역선과 함께 역동적인 항구의이미지를 담당했다. 하지만 점점 일거리가 줄고 유가가 오르면서 준설선과 바지선들이 장기간 정박하게 되어녹이 슬고 있다. 이와 함께 주변의 보세 창고, 수리, 부품 공장의 건물이 비워지는 등 관련 산업이 함께 무너져 내렸다. 뿐만 아니라 인근 거리에는 각종 고철과 선박 자재들이 방치되어 있다. 이는 부산항의 경관을 어지럽게 만들어 영도 지역의 매력을 반감시키고 있다. 영도구(주거지)와 구도심 사이 그리고 항구 도시 영도구의 토지이용을 보면 크게 전용 공업 지역, 준 공업 지역 그리고 일반 상업 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 지역의 대부분이 주거지 역할을 하고 있고, 가장자리 부분은 조선소와 관련 공장들로 이용되고 있어, 오픈스페이스 및 여가 공간이 부족한 실정이다. 주거지는 1980년대의 경관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어 낙후되고 노후한 느낌을 자아낸다.
영도구에서 다리 하나만 건너면 롯데백화점과 남포동시내가 있는 구도심이다. 구도심과 주거지를 잇는 영도다리는 부산 영도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데, 이곳에 서서 바로 옆을 내려다보면 약 100여 척의 바지선과 준설선을 발견할 수 있다. 대상지는 부산시 영도구에위치하고 있으며, 지정학적으로 도심과 주거지 사이에 있는 요충지라 할 수 있다. 또한 대상지가 있는 부산항은 무역항으로 잘 알려져 있다. 바다라는 자연과 항구시설이라는 역동적인 인공물에 의해 매력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부산항은 현재 장기간 정박된 바지선과 준설선으로 인해 경제적, 환경적 문제를 겪고 있다.
대상지를 품고 있는 내항은 파도와 조류가 거의 없는 잔잔한 바다이며, 하루에도 수많은 무역선이 왕래하는 곳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해양 바닥에는 퇴적이 일어나는데, 무역선들의 안전한 항해를 위해 해로 수심을 8~16m로 유지해야 하며, 매년 약 7만5천 톤의 준설이 필요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