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관리
폴더명
스크랩
  • Biomimicry ‘ICD/ITKE 리서치 파빌리온’, 자연의 건축 비법을 파헤치다
    “저급한 자는 베끼고, 위대한 자는 훔친다.” 예술적 행위의 속성과 창의적 사고의 핵심을 지적하는 말로 자주 인용되는 피카소의 말이다. 전자와 후자의 차이가 어디서 오는걸까? 독일 슈트트가르트 대학교University of Stuttgart의 컴퓨터응용디자인연구소The Institute forComputational Design(ICD)와 동 대학 건축구조설계 연구소The Institute of Building Structures and Structural Design(ITKE)의 연구진으로 구성된 프로젝트 팀이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한 노력을 올해로 6년 째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생체모방biomimicry1 분야의 한 갈래를 지향하며 매년 ‘ICD/ITKE 리서치 파빌리온ICD/ITKE Research Pavilion’이라는 새로운 모습의 공공 공간을 만들어 내고 있다. ‘ICD/ITKE 리서치 파빌리온 2013-14’는 이 연구의 네 번째 결과물로 인간의 엄지손가락만한 ‘딱정벌레’의 건축 비법을 담고 있다. 의생학적 연구 이번 연구는 슈트트가르트 대학교의 건축가 및 공학자들과 튀빙겐 대학교University of Tübingen의 생물학자들의 학제 간 협업을 통해 진행되었으며, 올리베르 베츠Oliver Betz(생물학) 교수와 제임스 네벨시크James H. Nebelsick(지구과학) 교수(이상 튀빙겐 대학교)가 주도한 ‘생체공학과 건축적 모듈에 대한 연구the Module: Bionics of Animal Constructions’가 그 바탕이 되었다. 다양한 동식물에 대한 표본 연구가 이루어졌고, 그 과정에서 딱정벌레의 날개와 복부를 보호하는 껍질인 엘리트론elytron(키틴질 섬유 다발로 구성된 단백질 매트릭스 조직)이 건설 재료의 모델로써 고도의 효율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초 자료가 확보되었다. 보다 구체적인 활용법을 고안해 내기 위해서 다양한 딱정벌레의 엘리트론에 대한 고해상도 3차원 모델이 필요했다. 카를스루에 공과대학교Karlsruhe Institute of Technology에 속한 ANKA 싱크로트론 방사광 시설ANKA Synchrotron Radiation Facility과 광양자·싱크로트론 방사광 연구소Institute for Photon Science and Synchrotron Radiation의 기술력이 결합된 컴퓨터 단층 촬영을 통해 여섯 가지 모델을 추출해냈다. 이렇게 추출된 모델은 튀빙겐 대학교에서 제공한 SEMscanning electron microscope 스캔본과 함께 조합되었고 딱정벌레 껍질의 내부 구조에 대한 분석을 가능하게 했다. 건축 재료로서 엘리트론이 지닌 고효율성은 딱정벌레 껍질의 기하학적 형태와 각 껍질을 구성하는 천연 섬유 합성물natural fi ber composite의 기계적 특성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특성은 엘리트론 내 기둥 모양의 이중 곡선 지탱부, 즉 섬유주trabecula에 의해 연결된 이중층 구조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중층 구조를 이루는 껍질의 윗부분과 아랫부분은 끊임없이 이어진 섬유주를 통해 결합된다. 섬유주 다발의 분포 및 기하학적 결합 방식이 딱정벌레 껍질 전체에 걸쳐 상당한 정도의 변화무쌍함을 보이고 있었고, 이러한 비등방성anisotropic2은 껍질 전체에 걸쳐 부분마다 차별화된 소재적 특질이 나타날 수 있도록 하여 더욱 안정적으로 형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구조 논리 및 소재 이렇게 분석해낸 자료를 바탕으로 실제 건축 가능한 형태를 개발하기 위해 이중층 구조 모듈 시스템double layered modular system이 고안되었다. 이 시스템은 유전적으로 발현되는 생체 구조를 공학적 방식으로 재구성하는 데 사용된다. 추출된 유전 정보의 해석을 바탕으로 수차례의 컴퓨터 시뮬레이션 연구가 이루어졌고, 적합한 기계식 제작 방식이 마련되었다. 생성적 디자인generative design(컴퓨터를 활용한 디자인 개발 및 시뮬레이션 기법으로 기계화된 제작 방식에 필요한 알고리즘을 생성해낸다) 기법을 기반으로 이 기계식 제작 방식을 구동시키는 데 필요한 알고리즘을 생성해 냈다. 건축 재료로는 유리 및 탄소 섬유 강화 폴리머가 사용되었다. 이 소재는 중량 대비 강도가 높고 섬유질 배열방식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연출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으로 뽑혔다. 이러한 성형성moldability을 논외로 하더라도, 탄소 섬유 강화 폴리머는 딱정벌레에서 추출된 복잡한 기하학적 형태를 실현하기에 적합한 소재였다. 기존의 섬유 공학적 제조 방식에서는 형태를 만들기 위한 몰드mold가 반드시 요구된다. 몰딩molding 기법은 대개의 경우 지나치게 복잡한 틀과 그에 적합한 특정 소재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건축물에는 부적합한 방식이라고 판단되어 왔다. 또한 어떤 구조를 만드는 데 있어 다수의 몰드와 시간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는 구조적 문제도 안고 있었다. 반면에 이 이중층 구조 모듈 시스템은 하나의 기계 공정 안에서 다수의 모델을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로보틱 무심 곡선화 공정 이중층 구조 모듈 시스템을 구동시킬 수 있는 로보틱무심 곡선화 공정robotic coreless winding method 개발이 다음 단계에서 이루어졌다. 이중층 구조 모듈 시스템이 소프트웨어라면, 로보틱 무심 곡선화 공정은 하드웨어가 되는 것이다. 여섯 개의 축을 중심으로 작동하는 두 대의 산업용 로봇에 고정된 프레임 이펙터frame effector(이하 이펙터)가 회전하며 수지 함침 섬유 다발resin impregnated fiber bundles을 구부리며 조직하는 방식이다. 쉽게 말하자면, 두 개의 로봇 팔이 뜨개질을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처음 두 개의 이펙터에 엮이는 섬유 다발은 팽팽한 직선의 형태를 유지하며 층을 만들어 간다. 이후 일련의 섬유 층이 서로의 위아래에 놓이며 압박을 가하고 원형 방패와 같은 곡면을 이루게 된다. 이러한 섬유 곡선화 과정에서 로봇팔의 움직임에는 구체적인 순서가 정해져 있으며, 압력과 곡면기울기 등에 대한 데이터 분석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모든 개별적 섬유에 대한 디자인 통제가 가능하다. 이 한 쌍의 이펙터는 소재가 가진 다양한 기하학적 특성에 맞춰 움직임을 조정하며 초기 설정값 설정에 따라 36개의 부분을 모두 만들어낸다. 무심 곡선화 공정이 개발된 덕분에 여러 개의 개별 몰드를 만들 필요가 사라졌고, 이는 상당한 자원 절약 효과로 이어졌다. 뿐만 아니라 무심 곡선화 공정은 그 공정 자체에서도 매우 자재 효율성이 높은 제조 공법으로 폐기물을 거의 발생시키지 않는다. 기성 자재를 잘라낼 때 발생하는 폐기물이 거의 없는 것이다. 유리 섬유 층 한 개(경우에 따라 섬유 층 두 개 필요)와 탄소 섬유 층 다섯 개가 하나의 부분을 구성한다. 이 중 첫 번째 유리 섬유 층이 재료의 기하학적 형태를 결정하게되며, 이후의 탄소 섬유 층을 위한 일종의 거푸집으로 기능하게 된다. 탄소 섬유 층은 구조적 강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며, 섬유들의 비등방적 배열을 통해 조금씩 다른 형태를 갖게 된다. 탄소 섬유의 개별적 구조는 각각의 구성 요소에 작용하는 힘에 의해 결정되는데, 이는 포괄적 구조에 대한 유한 요소 분석법finite element analysis(FEA)3을 통해 산출된다. ‘ICD/ITKE 리서치 파빌리온 2013-14’를 구성하는 36개의 부분은 딱정벌레의 엘리트론에서 추출한 기하학적 원리를 따르고 있으며, 전체 무게를 지지하는 데 있어 최소한의 자재를 사용하도록 각기 다른 레이아웃을 갖는다. 기계식 생산 방식을 사용한 덕분에 사람이 해야 할 일이 상당히 줄어든다. 처음 이펙터에 섬유 다발을 연결하고 알고리즘을 입력하는 것만으로 모든 구성요소가 생산되며, 이렇게 생산된 구성 요소를 블록을 쌓듯이 조립하면 파빌리온이 완성된다. 완성된 파빌리온이 차지하는 총 면적이 50m2, 부피는 122m3, 그리고 무게가 593kg으로 적지 않은 규모지만, 구성 요소 하나만을 보면 가장 큰 것도 지름 2.6m에 무게는24.1kg밖에 나가지 않는다. 각 구성 요소가 다소 기괴한 모습을 갖고 있는 것에 비해 최종적으로 나타난 기하학적 형태는 대학교 건물은 물론 주변 공원 풍경에 상당히 잘 어울린다. 2010년 시작된 ‘ICD/ITKE 리서치 파빌리온’의 연구진은 섬유조직합성건축fiber composite construction methods이라는 혁신적인 분야를 이끌고 있다. 이들은 기존의 생체모방 기술이 벨크로velcro(일명 찍찍이)를 시작으로 웨일-파워wale-power(고래, 에너지), 신칸센 고속열차(물총새, 교통), 홍합 접착제(건축·의료) 등 인간의 효율적이고 안전한 삶을 위한 기술에 집중되었던 것을 넘어 이제는 내 뒷마당, 집 앞 공원 등에서도 그러한 기술의혜택을 체감할 수 있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생체모방 분야의 선구자, 제닌 베니어스Janine Benyus의 말처럼 “셀룰로오스를 처리하여 종이를 만든 것도, 최적화된 화물 배치를 시도한 것도, 방수 혹은 어떤 구조체의 가열 및 냉각을 시도한 것도, 누군가를 위해 집을 지은 최초의 존재도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한다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디자인이 가능할 것이다. 분명 우리 주위의 자연계는 인류가 해야할 일과 상당히 비슷한 종류의 일을 해내고 있다. 게다가 그들의 방법은 지난 수십억 년 동안 지구상에서 우아하고 안전하게 살아올 수 있게 한 보장된 비법이 숨겨져 있다. “당신이 무언가를 발명하고자 할 때마다, 우선 자연이라면 어떻게 할지 생각해보면 어떨까”
    • 양다빈
  • 잠실종합운동장 일대 도시재생 아이디어 공모전 ‘국제교류 복합지구’ 마스터플랜 오는 10월 확정 예정
    고가산책단은 지난 4월 용산구에 위치한 카페고가에서 두 번의 고가포럼을 열었다. 첫 번째 포럼은 ‘고가를_묻다’란 제목으로 4월 7일부터 9일까지 72시간 연속특별기획으로 치러졌다. 서울역 고가와 관련해 논란이 되는 ‘고가와 노숙인’, ‘고가와 관광’, ‘고가와 교통’, ‘고가와 시민주도 운영 방안’, ‘고가와 사회적 경제’, ‘고가와 남대문, 봉제 산업’이라는 6개 주제로 현실과 대책을 진단하고 지향점을 그려보는 시간을 가졌다. 4월 28일 진행된 두 번째 포럼은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에 대해 다루었다. 이날은 다양한 분야에서 젠트리피케이션에 대응하고 연구해온 이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재개발 지역이 새로 형성된 고소득 계층에 의해 대체되고 원래의 거주민들이 비자발적으로 이주하는 현상을 말한다. 서울역 고가를 보행로로 전환하고 북부역세권 개발이 계획됨에 따라 서울역 일대의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이에 따라 발생할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또한 높다. 공익형 알박기 프로젝트 조경민 대표(고가산책단, 조반장)는 고가산책단이 조사한 지역의 현황을 먼저 소개했다. 서울역 고가 도로와 인접한 중림동은 개발에 대한 욕구를 키워왔다. 특히 2005년 이전에는 부동산 가격이 평당 300~500만 원이었는데, 북부역세권 개발에 대한 소문이 돌면서 이후 부동산 가격이 10배 이상 뛰었다. 하지만 개발 사업은 시행되지 않았고, 금융위기 이후 건설사가 이 지역에서 대거 빠져나갔다. 더 이상 수익률을 기대할 수 없게 되면서 대규모 개발에 대한 욕구가 사라졌다. 이로 인해 최근까지 부동산 매매가 거의 없는 상황이었으나 서울역 고가란 이슈를 통해 외부에서부터 부동산 시장이움직이고 있다. 고가산책단은 서울역 고가에 관심 있는 시민들의 활동 플랫폼으로서 ‘서울역 7017 프로젝트’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 서울역 근처인 용산구 서계동에 거점(카페고가)을 마련했는데, 조 대표는 “학술적 연구가 아닌 지역 문제의 실제적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곳에 터를 잡았다고 밝혔다. 고가산책단은 서울역 인근 주민이 되어 젠트리피케이션을 극복하는 ‘공익형 알박기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곳에서 서울역 고가 공원화로 우려되는 주변 지역의 젠트리피케이션 문제에 대응하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겠다는 것. 이어 젠트리피케이션은 개별 대응으로 풀리지 않는 숙제다. 서울역 고가라는 이슈를 시작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의 해법을 마련하고 담론이 형성되길 기대한다”며 포럼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홍대, 그 많던 예술가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박태원 교수(광운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과)는 ‘젠트리피케이션에 관한 문제 인식’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젠트리피케이션은 지역 불균형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슬럼화된 노후 주택 지역이 활성화되면서 중산층이 유입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정부나지자체는 정책적 수단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을 이용하기도 한다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이다. 인구 유입을 위한 대책이라는 것인데, 그 수혜자는 과연 누구일까? 젠트리피케이션의 사례로 홍대가 많이 언급된다. 과거 홍대 인근은 예술인들로 넘쳐났다. 예술인들을 찾는 문객이 늘어나면서 상권이 활성화되었는데, 상권이 살아나자 임대료가 인상되어 예술인들은 홍대를 떠나게 되었다. 여러 지역에서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사람이 유기체처럼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으면 다른 장소와의 경합에서 승리하고 그 곳은 명소가 된다. 홍대의 경우 예술인들이 만든 문화가 지역을 명소로 만들었다. 사람들은 그 문화적 산물을 즐기고자 명소를 찾지만, 명소가 되면 그 주역들은 자신들이 가꾼 터전에서 밀려난다. 박 교수는 “그렇다면 오른 땅값은 전부 땅주인의 몫인 걸까”란 물음을 던지며 “고래가 살기 위해서는 플랑크톤이 필요”하듯 어느 한쪽만의 독식으로는 지속가능한 생존이 어렵다고 경계했다. 지난 4월 30일, 서울시가 ‘잠실운동장 도시재생 구상국제공모’를 공고했다. 이번 공모전은 코엑스에서 잠실종합운동장까지 이어지는 지역 일대를 ‘국제교류 복합지구’로 개발하는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대상지는 한강과 탄천을 포함한 잠실종합운동장 주변으로 총 95만m2 규모다. 공모 대상지인 잠실종합운동장은 1984년 완공 이후,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연달아 개최하는 등 대한민국 스포츠사와 서울의 도시 개발사에 있어 상징성과 역사적 의미가 큰 장소다. 한강과 탄천으로 둘러싸인 잠실종합운동장 일대는 도심 속 수변 공간으로서 잠재력이 큰 장소이며, 공항 접근성(김포공항 30분대 직결)이 좋고 철도 교통 요충지(KTX 동북부 연장, GTX 타당성 검사 진행, 신분당선 등)로 점쳐지는 등 교통 인프라 중심지로서의 가능성이 높은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재 잠실종합운동장은 시설이 노후화되어매년 100억 원 규모의 유지·관리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다. 또한 올림픽대로와 탄천 동·서로가 대상지 내외를 단절시켜 시민들이 수변 공간으로 접근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있으며, 고립된 공간은 대부분 주차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서울시는 2013년 9월 ‘2030서울플랜’을 발표하고, 역사·문화 도심인 한양 도성, 국제금융 도심인 여의도·영등포와 더불어 삼성역과 잠실종합운동장 일대를 포함한 강남을 국제업무 도심으로 설정했다. 2014년 4월에는 이를 구체화하는 ‘서울 경제비전 2030’의 일환으로 수립된 ‘코엑스~잠실종합운동장 일대 종합발전계획’을 통해 이 일대를 네 가지 핵심 산업(국제업무, MICE1, 스포츠, 문화 및 엔터테인먼트)이 융합된 ‘국제교류 복합지구’로 조성할 계획을 밝혔다. 서울시는 이번 공모를 통해 잠실종합운동장 일대의 가치와 잠재력을 재조명하고 새로운 도시 미래상을 위한 아이디어를 얻어, 이를 향후 ‘국제교류 복합지구’ 조성에 활용할 것이라 밝혔다. 5월 6일 확정·공고된 ‘잠실운동장 도시재생 구상 국제공모’의 가이드라인은 다음과 같다. 도시·건축·조경·부동산 개발·경영·관광·문화 등에 관련된 전 세계의 모든 개인이나 법인이 단독 또는 공동으로 참가할 수 있다(최대 5인). 공모의 공간적 범위는 한강, 탄천을 포함한 잠실종합운동장 일대로 필요 시 범위를 확대하고 주변 지역과의 연계 방안을 제안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올림픽대로 및 탄천 동·서로 지하화, 동부간선도로 램프와 주차장 이전, 보행 브리지 연결 등을 전제하고 있다. 이번 구상은 잠실종합운동장을 중심으로 코엑스, 탄천, 한강 지역과 적극적인 연계를 유도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시설별 계획(안)은 주경기장을 제외한 운동장 시설을 재배치하고 그에 따라 발생하는 여유 공간을 MICE 복합기능 집적지로 사용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주경기장은 그 역사성을 고려해 리모델링을 통한 경관 개선 사업을 진행하고 그 외의 시설은 가이드라인에 포함된 필수 기능과 그에 따른 각 시설의 최소 규모(야구장: 25,000석 내외, 전시·컨벤션 시설: 전용면적 15,000m2 이상, 수영장: 관중석을 제외한 1급 공인수영장 기능 수행 등)에 따라 새로운 위치로 재배치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단, 조성 기간 동안 야구, 수영 등의 체육 기능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계획한다. 서울시는 올림픽도로 지하화에 따라 야구장과 같은 주요 체육 시설이 한강 지역과 연계될 수 있도록 하는 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안은 탄천과 한강을 연결하는 공중 보행로의 도입과 현 야구장과 학생 체육관 부지를 코엑스 일대와 연계한 MICE 복합 기능 집적지로 개발하겠다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현 예시안의 시설별 위치와 규모 등은 향후 국제공모의 결과와 마스터플랜 수립 과정에서 조정될 예정이다. 참가 등록은 6월 2일까지이며(http://www.jamsil-idea.org), 작품 접수는 8월 11일~12일 양일간 진행된다. 시는 9월 1일~2일 양일간의 작품 심사를 통해 9월 4일 당선작을 발표할 예정이다. 심사위원단은 구자훈 교수(한양대학교), 닐 커크우드Niall G. Kirkwood 교수(하버드 대학교), 김영준 대표(김영준도시건축), 알레한드로 자에라 폴로Alehandro Zaera-Polo 대표(AZPML), 김남춘 교수(단국대학교), 오동훈 교수(서울시립대학교), 롤랑 빌링어RolandVillinger 대표(McKinsey & Company), 김갑성 교수(연세대학교, 예비 심사 위원)로 구성되었다. 서울시는 우수작 3팀(각 1억 원), 가작 5팀(각 3,000만 원)을 선정할 것이라 밝혔으며, 수상 팀이 향후 진행될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리모델링 설계공모’를 추진할 경우 지명초청권을 부여할 계획이다. 시는 공모 결과를 반영해 오는 10월까지 ‘국제교류 복합지구’ 마스터플랜을 확정할 예정이다. 한편, 서울시는 이번 사업과 관련해 기존 ‘종합무역센터주변지구 제1종지구단위계획구역(2009)’을 ‘국제교류복합지구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변경·확대를 확정했다. 또한 사업 대상지 내 민간 영역 개발 방안으로 도시계획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민간에서 진행하는 사업 내용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을 택했으며, 관련된 세부 사항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코엑스 부지 등 민간 부지 사업 추진에 대한 사전 협상이진행 중에 있으며, 지난 13일에는 제7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어 옛 한전 부지를 이번 사업에 포함시키는 내용을 확정지었다. 사전 협상에 따른 ‘공공 기여’ 방안과 관련해서는 ‘도시관리계획변경(용도 지역 상향 등)으로 인한 토지가치 상승분 이내’, ‘증가되는 용적률의 6/10에 해당하는 토지면적(제3종일반주거를 일반상업지역으로 변경 시 40% 내외)’ 등의 공공 기여량에 대한 기준이 정해졌으며, 그 제공 범위, 방법, 제공 시기 등은 아직 조율 중에 있다. ‘국제교류복합지구’의 총 사업 규모는 2조~3조 원 사이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양다빈
  • 젠트리피케이션은 서울역 고가를 넘어올까? 고가산책단의 두 번째 고가포럼
    악순환의 고리, 문화백화현상 김남균 회장(맘편히장사하고픈 상인모임)은 ‘문화백화현상’을 소개하며 “임대료 상승으로 인한 젠트리피케이션은 결국 공멸을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문화백화현상은 김회장이 제안한 개념으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어떤 공간에 예술가들이 이주해 터를 잡는다. 이후 예술인들과 교류하는 사람들이 유입되는데, 유동 인구가 늘어나면 자본이 투입되기 시작한다. 이후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합세하면서 임대료가 올라가며 집값에도 영향을 미쳐 감당하기 어려운 예술가들은 다른 곳으로 이주하게 된다. 프랜차이즈가 상가를 점령하면서 문화의 다양성과 소비의 매력이 떨어져 30대 이상의 구매력 있는 연령층의 이탈이 발생한다. 포화 상태에 이른 상점들은 팔아도 이윤이 남지 않게 되며 프랜차이즈는 철수하고 유동인구는 감소한다. 빈 점포가 늘어나 건물주들의 부도로 이어진다.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는 상황에 이른다. 김 회장은 법 제도를 보완함으로써 이러한 현상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법은 젠트리피케이션을 가속화하는 측면이 있다. 예를 들면 일정한 수준의 임대료는 보호되지만 오히려 임대료가 높은 세입자는 보호되지 않는다. 건물주가 바뀔 때 기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서는 환산보증금액(보증금+월세×100)이 일정 수준 이하(서울은 4억 원, 수도권과밀억제권역은 3억 원, 광역시는 2억 3천만 원)인 임차인에게만 5년 계약 갱신 요구권을 인정해주었다.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높은 임대료를 거둬들이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를 개선하는 안을 담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5월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었다. 개정안은 건물주가 바뀌더라도 최초 임차 시기부터 5년간 영업 기간을 보장하는 조항을 넣었다. 또한 임대인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지 못하게 손해배상 규정도 추가했다.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요구·수수하는 행위’,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으로 하여금 권리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한 경우’,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에게 현저히 고액의 차임과 보증금을 요구한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과 계약 체결을 거부한 경우’를 방해 행위로 규정하고 이를 어길 시 임차인은 임대차 종료 후 3년 이내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임차인이 방해 행위를 입증하고, 감정평가액 산정과 변호사 선임 비용도 부담하도록 규정해 실제로 권리를 보호받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임차인이 다음 임차인을 고를 수 있고, 계약이 끝난 후 2개월간 유예기간을 두는 내용도 담겨 있다. 하지만 보호 기간이 5년으로 규정되어 있다는 것과 재건축의 보상 범위가 없다는 맹점이 있다. 김 회장은 이를 두고“최소 법으로 10년은 보호해야 실효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현진 이사(동림피앤디)는 “어떤 규제도 완벽하지 않다”며 규제에 앞서 의식 변화를 위한 캠페인을 제안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여러 도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았다. 이에 대해 김남균 회장은 “의식의 변화도 필요하지만 법이 의식을 만들기도 한다”며 법 제도를 정비하고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 않으면 악순환이 반복되고, 건물주도 앞에서 언급한 문화백화현상의 희생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게 김 회장의 주장이다. 공동체는 있는가 남기범 교수(서울시립대학교 도시사회학과)는 “도시의 변화 관점에서 볼 때, 자본주의를 포기하지 않는 한 젠트리피케이션의 현상을 일부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도시재생 전략의 하나로 다양한 마을공동체사업이 시행되고 있는데, 사업의 주역으로 나선 공동체가 부동산 임대료 상승으로 내몰리는 일이 적지 않다. 그런데 남 교수는 “젠트리피케이션의 대상이 진짜 지역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가” 하는 물음을 던졌다. 그에 따르면 폐쇄적이지만 중산층이 오히려 공동체의 형태를 잘 형성하고 있다. 문화를 통한 도시재생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의 대항력을 키우자는 주장들이 제기되지만, 지역 공동체가 그들만의 문화를 도시 전체에 적용하는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게 남 교수의 생각이다. “나만 주장하는 문화는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렵다. 문화를 통한 도시의 경쟁력이 시각적으로나 외부인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 인정받을 수 있는 형태냐를 따져볼 일이다.” 설재우(서촌지역활동가)는 “지역의 변화가 단순하게 경제적 논리로 변하는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사실 “상인들이 지역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기 때문에 쫓겨나는 것”이라며 변화의 맥을 달리 봤다. 그에 따르면 본인의 장사나 활동에만 집중한 나머지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나 주변에 주는 피해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이들이 많다. 주변 환경을 돌아보지 않는 상인이나, 친한 사람끼리만 모인 공동체가 그 지역의 주민들과 소통하지 않으면서 이해만을 바란다는 건 모순이라는 것이다. 더불어 젠트리피케이션의 대상이 되는 공동체 혹은 개인이 지역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지역과 정보를 공유하는 최소한의 노력은 하는가를 먼저 따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꽃(문래동 아티스트 런 스페이스 413)도 지역과의 관계 맺기가 중요하다는 의견에 힘을 보탰다. 건축가 홍윤주(진짜공간)는 문화예술인들이 마을 사람을 쫓아내기도 한다고 지적했는데, 삶터에 대한 배려가 없는 도시에서의 예술을 무조건 ‘선善’이라 규정하는 시각은 경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잡히지 않는 해법, 함께 풀어갈 숙제 이날 포럼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많은 이야기오갔는데, 화두를 던지는 정도로 일단 마무리 되었다. 시리즈로 계속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니 차후 더 많은 담론을 형성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해본다. 여러 관점을 들여다볼 수 있었고, 몇 가지 대안도 제시되었다. 법 제도의 정비와 캠페인을 통한 인식 제고, 세입자의 지역 사랑, 관계 맺기 등이 문제 해결의 단서가 되었다. 그런데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관이나 정부 관계자가 관조하는 입장이 아닌 주체가 되어야 실행 가능성이 보이는 일도 있고, 여러 이해당사자가 복잡한 관계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의 피해자는 특정되지 않는다. 연관된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서울역 고가를 매개로 논의를 진행했지만, 이는 고가만이 아니라 지역 전체의 문제다. 유기체로서 도시의 구성원이 함께 풀어갈 숙제다. 고가산책단이 제시할 새로운 모델도 기대된다.
  • 고가 위에서 즐기는 피크닉 서울역 고가 시민 개방 행사 ‘고가에서 봄’ 고가 아래에서는 고가 공원화 사업 반대 시위 열려
    서울의 중심부, 고층 빌딩 숲 사이로 노란 파라솔이 펼쳐지고, 차도와 철로 위 지상 17m 높이의 고가에 녹색인조 잔디가 길게 깔렸다. 시민들은 파라솔 아래에 삼삼오오 모여 도시락을 나눠 먹고 몇몇은 선베드에 누워 한낮의 오수를 즐기기도 했다. 잔디 위에서는 DJ가 틀어주는 흥겨운 비트의 음악이 울렸다. 영상 24도의 초여름 날씨에 고가 위에 설치된 커피 매대와 아이스크림 트럭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며 음료와 아이스크림을 사갔다. 축제와 같은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피크닉이 벌어졌다. 미리 체험하는 서울역 고가의 미래 지난 5월 10일 서울 중구 서울역 고가 도로에서 서울시가 주최한 서울역 고가 시민 개방 행사 ‘고가에서 봄’이 개최되었다. 이번 행사는 지난 2014년 10월, 44년 만에 보행자에게 개방되었던 첫 번째 시민 개방 행사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되었다. 이날 고가에는 폭 6m, 길이 400m의 인조 잔디밭이 조성되고 그늘막, 매트, 의자 등이 비치되어 앞으로 공원으로 조성될 고가의 모습을 시민들이 상상할 수 있도록 연출되었다. 다양한 부대 행사도 마련되었다. 남대문시장 쪽에서 진입하는 구간에는 서울역 주변 지역의 어제와 오늘을 주제로 한 사진전이 펼쳐져 서울역 고가에 얽힌 역사를 돌아볼 수 있게 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린 고가 중앙 구간에서는 인디밴드 12팀의 공연이 열려 오가는 사람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또한 전 구간에 총 4개의 ‘할말 부스’를 설치해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과 이날 행사에 대한 소감을 남길 수 있도록 했다. 시민들에게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프로그램도 마련되었다. 이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이동 도서관이 고가 위에 올라 왔다. 시민들은 1만 권의 도서를 비치한 이동 도서관에서 햇살을 즐기며 책을 읽는 여유를 만끽했다. 한편, 서울역 고가 아이디어 시민공모전에서 1위를 한 ‘도보환승센터’의 아이디어를 실제로 도입해 운영하기도 했다. 서울역 고가 주변을 관광 동선으로 만들어 안내자와 함께 걸으며 골목의 역사와 문화를 돌아보는 ‘산책버스’를 두 가지 코스(남산방향, 청파동 방향)로 선보였다. 만리동 초입과 연결되는 구간에서는 금호타이어에서 지원하는 가족 화분 만들기 체험이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체험에 참여한 시민들은 한 손에는 꽃 모종을 다른 손에는 삽을 쥐고 저마다 개성 있는 화분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서울역 고가의 전 구간은 행사를 즐기러 온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이날 행사에는 총 4만8천여 명(서울시 추산)의 시민들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1만3천여 명이 다녀간 지난 2014년 첫 개방 행사 때보다 약 3배 이상 많은 인원이다. 12시께 고가를 방문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역 고가는 도심 속 새로운 휴식 공간이될 것”이라며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의 긍정적 효과를 홍보했다. 고가 아래에선 ‘불통 시장’ 외쳐 한편 남대문 시장 쪽 고가 아래에서는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에 대한 대규모 반대 시위 집회가 열렸다. 서울 남대문시장 상인회와 중구 일대 주민 약 150여 명이 모여 공원화 사업 반대 플래카드와 피켓을 들고 “소통 시장인 줄 알았더니 불통 시장”이라며 반대 구호를 외쳤다. 이날 반대 시위에 참석한 이충웅 대체도로건설 범시민대책위원장은 “우리의 입장은 제일 먼저 대체 도로를 확보하라는 것”이라며 “대체 도로가 확보되어야지만 지역 경제가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역고가 도로를 이용하는 차량은 하루에 약 4만6천여 대로 추산된다. 따라서 고가 도로가 보행자만 통행할 수 있는 공원으로 바뀌면 남대문 시장으로 유입되는 동서간선 차량이 우회할 수밖에 없어 교통체증이 유발되고 이에 따라 손님이 줄어 지역 경제가 침체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남대문 상인들의 우려에 대해 박원순 시장은 이날 “서울역 북부 역세권 개발을 빠르게 추진하겠다. 코레일 및 여러 민자 사업자들과 협의해서 대체 도로도 함께 만들겠다”며 새로운 경제 활력을 창출하고 교통 문제도 해결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에 반대하는 상인과 주민들은 박 시장이 등장하자 항의의 표시로 고가도로에서 행진을 하려다 경찰과 충돌을 빚기도 했다. 가족과 함께 서울역 고가 행사에 참여한 동대문구 주민 최희금 씨는 “서울역 고가 위에 올라와서 보니 사방이 탁트여 있어서 아름다운 서울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서울의 중심지인데다가 주변에 역사 깊은 건물과 랜드마크와 연결되어 많은 관광객이 찾아 올 수 있는 도심 휴식처가 될 것 같아 이 사업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았다”면서도 “옆에서 상인들이 시위하는 것을 보고 궁금한 마음도 들었다. 그들이 왜 이 사업에 대해 반대하는지, 사업이 시행되면 얼마만큼의 피해가 생기는지, 해결 방법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도 이 자리에서 들어볼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행사에 참가한 소감을 말했다.
    • 조한결
  • ‘서울 수목원’, 서울역 고가의 새로운 밑그림을 그리다 ‘서울역 7017 프로젝트’ 당선작 발표
    지난 5월 13일, 서울시는 ‘<서울역 7017 프로젝트> 서울역 고가 기본계획 국제지명 현상설계’의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4월 27일 기술 심사에 이어 본 심사가 29일 진행되었으며, 승효상 서울시 총괄건축가(심사위원장)를 포함해 국내외 건축·도시·조경 전문가 5인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평가에 참여했다. 심사 결과 최종 당선작으로 네덜란드 건축가인 비니 마스Winy Mass(MVRDV)의 ‘서울 수목원The Seoul Arboretum’이 선정되었다. 2, 3등작은 조성룡(조성룡도시건축)의 ‘서울역고가: 모두를 위한 길The Seoul-Yeok-Goga: Walkway for All’과 조민석(매스스터디스)의 ‘흐르는 랜드마크: 통합된하이퍼 콜라주 도시Continuous Landmark: Unified Hyper-Collage City’가 수상했다. 이번 공모전은 국제 지명 초청 공모의 형식으로 진행되었으며, 수상작 3팀을 비롯해 후안 헤레로스Juan Herreros(estudio Herreros), 마르틴 라인-카노Martin Rein-Cano(Topotek 1), 창융허Chang Yung Ho(Atelier FCJZ), 진양교(CA 조경기술사사무소) 등 총 7팀이 참가했다. 최종 심사 결과 발표에 앞서 5월 10일에는 산책과 소풍 장소로 서울역 고가를 개방하는 ‘고가에서 봄’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서울역 고가 도로, ‘사람길’을 제안하다 당선작인 비니 마스의 ‘서울 수목원’은 서울역 고가를 대상지 주변 17개의 보행길과 연계된 하나의 공중 정원으로 만들겠다는 설계안을 제안했다. 서울시에 식재되어 있는 수목을 가나다순으로 심고, 그 과정에서 시민의 참여를 유도해 지역 활성화를 촉진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승효상 심사위원장은 “서울역 고가를 넘어선 지역으로 녹색 공간을 확장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점과 시민과 함께 만들어 나가는 프로세스를 중시했다는 점에서 심사위원들의 폭 넓은 지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서울역 고가의 가장 큰 문제로지적되었던 안전성을 개선하는 데에서 다른 작품보다 높은 디테일을 보여주었다”고 밝혔다. 비니 마스는 같은 날 진행된 인터뷰에서 “설계 개념인 수목원은 목적이 아닌 다양한 맥락을 이어주는 도구로 제시한 것으로 파편화된 도시 맥락을 연결하고 그 과정에 시민의 소통과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매개체로 기능할 것”이라고 당선작을 설명했다. 2등작인 조성룡의 ‘서울역 고가: 모두를 위한 길’은 고가를 따라 놓인 주요 도시 거점에서 비롯된 7개의 공간(이야기)을 제안하고 이를 기존 고가 위아래로 중첩되며 이어지는 3개의 보행로로 엮어 내겠다는 안을 선보였다. 김영준 MP(김영준도시건축)는 “로컬 디자이너로서 시간에 따른 지형과 서울역 일대의 변화에 대한 리서치와 면밀한 분석 내용이 두드러졌으며, 이를 기반으로 제시한 비용 절감과 운영·관리의 방식이 우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이 오히려 안전성과 운영·관리라는 근시안적인 필요성만을 충족시키는 다소 소극적인 제안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리서치 내용과 서울역 고가가 갖는 문제에 대한 분석력이 두드러진 것에 비해 최종적으로 제시된 설계안이 구체적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3등작인 조민석의 ‘흐르는 랜드마크: 통합된 하이퍼 콜라주 도시’는 서울역 고가의 서쪽 끝부터 동쪽 끝까지 이어지며 8개의 공간 개념(산의 재구축, 환영광장, 평범한 산책길, 흐르는 랜드마크, 도시등불, 도시마당, 3차원 역사 복원, 서울성곽 연결)을 통해 마치 콜라주처럼 각 공간의 경험을 하나의 시퀀스로 이어준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기본 가이드라인에 제시된 구조 보강과 관련된 내용을 균형감 있게 선별하여 부분적인 고가 철거 작업을 진행하고 유용한 부분만을 활용하자는 안이었다. 김영준 MP는 “7개 작품 중 가장 완결적인 형태를 제안한 안이었다. 서울역 고가의 문제를 구체적인 디자인을 통해 잘 풀어내었으나, 기존 고가의 상당 부분을 철거하거나 변형한다는 점이 역사성을 존중하자는 공모의 의도와 상충되었다”고 전했다. 아직 가야할 길이 먼 ‘서울 수목원’ 승효상 심사위원장은 “현재 1등작으로 선정된 비니 마스의 작품도 서울역 고가의 확정적인 미래상이 아니며, 그 모습을 찾기 위한 밑그림으로 기능할 것”이라했다. 서울시는 앞으로 프로젝트가 완료될 때까지 지역 주민 설명회, 분야별 전문가 회의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의견을 수렴하며 당선안을 구체화할 예정이라 밝혔다. 덧붙여 “설계 범위에 대한 구체적인 협상을 진행한 후 6월 중으로 비니 마스와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라 전했다. 조성일 본부장(서울시 도시안전본부)은 “본격적인 구조 보강작업은 10월부터 시작되고 작업 진행 상황에 따라 구간별로 단계적 시공이 이루어질 것”이라며 향후 사업진행 과정을 설명했다. 덧붙여 “모든 구간을 2017년까지 완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 않으며, 2017년 3월까지 전체 사업 대상지 중 일부 구간만을 완공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아직 전체 구간의 완공 시기는 정해진 바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서울역 7017 프로젝트’ 당선작 발표에 앞선 지난 5월 7일, 교통 문제 해결과 지역 경제 활성화 방안을 담은 ‘서울역 일대 종합 발전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구조 보강 작업 시 실시될 교통 통제에 따라 발생할 교통 혼잡을 최소화하기 위한 우회경로 확보사업이 포함되어 있다. 시는 동서 간선 도로 보강, 숭례문 서측 교차로 신설 등 주변 16개 교차로에 대한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모든 공사는 교통 통제가 이루어지는 시기인 10월 전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조본부장은 “교통 개선 계획에 따른 공사가 완료되고 서울경찰청과 교통 통제에 대한 협의가 마무리되면 서울역 고가에 대한 전면 교통 통제를 시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시는 ‘서울역 북부 역세권 개발’을 앞당기는 계획을 통해 서울역 고가 도로의 대체 교량을 건설하는 사업이 최대한 이른 시기에 실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북부 역세권 개발 계획은 서울역 옆 철로 부지에 대형 컨벤션 센터와 호텔 등을 짓는 사업으로, 지난 2008년부터 민간 사업자 공모를 진행했지만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사업자를 찾지 못했다. 서울시는 용적률이나 인센티브 등 규제 완화를 통해 빠르면 오는 9월 사업 공모에 나설 계획이라 밝혔다. 하지만 사업자를 찾더라도 ‘서울역 7017 프로젝트’가 완공되기 전까지는 대체 교량 설치가 어려울 것이라 예측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역 7017 프로젝트’는 노후화된 서울역 고가를 녹지·문화·소통의 공간으로 재생하고 쇠퇴한 공간에 활력을 불어 넣어 지역 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해 나가기 위한 시도”라며 이번 공모전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날 비니 마스는 “좋은 프로젝트에는 항상 복잡한 상황과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그만큼 잡음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잡음이 더 많은 가능성과 논의를 일으킨다는 것도 분명하다”며 ‘서울 수목원’이 많은 사회적 참여를 유도하는 촉매로 기능하길 기대했다. 그러나 당선작 발표 소식을 들은 일부 시민들은 “사업 계획에 대한 계약을 확정하기에 앞서 얼마나 많은 의견 수렴이 가능할지”, “완공 후 유지·관리비는 어떻게 충당할지”, “서울역 고가 수목원 조성에 따른 교통 체증은 어떻게 해결할지” 등 이번 사업에 대한 의문과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본지는 다양한 가능성과 현실적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서울역 7017 프로젝트’를 분석하고 향후 ‘서울 수목원’과 서울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이슈를 되짚어보고자 『환경과조경』 327호(2015년 7월호)에 지명 초청작 7작품과 비평을 수록할 예정이다.
    • 양다빈
  • Waterlicht 네덜란드 베스터보르트, 심해에 잠기다
    ‘우주쇼space show’라는 이름의 다양한 천체 현상이 지구인의 눈앞에 펼쳐진다는 뉴스를 간간히 접할 수 있다. 이러한 천체 현상은 자주 일어나지도 않고, 관측환경은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으며, 날씨가 좋아도 한 지점에서 길게는 수 시간, 짧게는 몇 분에 불과한 시간동안만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희소성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는 이유이지 않을까. 지난 2월 말, 네덜란드의 라인Rijn 강과 에이설IJssel 강 사이에 위치한 베스터보르트Westervoort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빛의 쇼가 펼쳐졌다. 사람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두 시간 반. 4헥타르의 땅에 펼쳐진 물빛이라는 뜻을 가진 푸른빛의 양탄자, ‘바터리히트Waterlicht’가 바로 이번쇼의 주인공이다. 150분의 마법, 바터리히트 바터리히트를 디자인 한 단 로세가르데Daan Roosegaarde(스튜디오 로세가르데 대표)는 “최신 LED 조명 기술이 접목된 빔을 사용하여 사람들에게 가상의 홍수를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며 “제방 위를 따라 걷다가 방수로 flood channel에 다다르면 마치 심해에 빠져 있는 듯한 느낌에 젖어들 것”이라고 이 프로젝트를 설명했다. 바터리히트에 적용된 기술은 기본적으로 ‘스모그 프리파크Smog Free Park’ 프로젝트에 사용했던 방식과 동일한 것으로, 빛이 공기 중의 입자에 부딪혀 산란되는 효과를 발전시킨 것이다. 조명과 날씨 그리고 시간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광대한 대지 위에 펼쳐진 푸른빛은 다수의 LED 조명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을 중첩시킨 강력한 세기의 빔이 산란된 것이다. 대상지 주변부를 따라 여러 개의 프로젝터를 놓아 기기마다 뿜어내는 빔이 공기 중에서 서로 교차하도록 했다. 프로젝터에 설치된 전동기는 주기적으로 빔의 방향을 변화시켜 이러한 효과가 더욱 배가되도록 했다. 조명만큼이나 중요한 요소가 날씨와 시간이었는데, 땅과 수면의 온도 변화에 따라 수증기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간대에 맞춰 빛을 쏘는 것이 중요했다. 이런 광경을 볼수 있는 시간은 저녁 7시 반부터 열시까지, 단 두 시간반으로 한정되어 있다. 그 이전은 충분히 어둡지 않고, 그 이후에는 공기 중의 수증기 입자가 모자라기 때문이다. 사회적 디자이너 로세가르데 바터리히트를 만든 로세가르데는 패션에서 건축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회적 디자이너다. 그는 ‘일단 저지르고, 직감을 따를 것Just do it and follow your intuition’이라는 그의 신념처럼 자유분방하고 직관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다양한 기법과 소재를 적용한 프로젝트를 선보여 왔다. 그럼에도 바터리히트처럼 로세가르데의 작품을 설명할 때 반드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빛’이다. 그의 전작들을 살펴보면, 아무런 조명이 없는 도로를 달리는 야간 주행 차를 위한 녹색 빛의 ‘글로잉 라인스Glowing Lines’, 자동차의 움직임에 반응해 빛이 나는 조명을 설치한 ‘스마트 하이웨이Smart Highway’, 오래된 암스테르담 중앙역의 전면부를 무지갯빛 디스플레이로 새롭게 단장한 ‘레인보우 스테이션Rainbow Station’ 등 다양한 기법을 통해 세련된 빛의 예술을 선보이고 있다. 로세가르데는 자신의 작업을 ‘시적 테크놀로지technopoetry’라 부르며, 이러한 일련의 작업은 단순히 예쁜공간을 만들기 위함이 아니라고 말한다. 최첨단 기술의 적용과 인식의 변화라는 두 가지 요소 사이를 오가는 작품을 선보이고자 노력한다는 것이다. 그가 ‘2015년 네덜란드 100대 친환경 리더’의 5위권에 오르고, 『포브스Forbes』가 발표한 ‘창조적 변화를 이끄는 100대인사’에 선정되기도 한 데에는 디자인을 통해 사회적 공헌과 공공의 이익을 위한다는 목표 의식이 있다. 그렇다면 이 푸른빛의 양탄자는 어떨까? 대지 예술, 그 이상의 메시지 이번 프로젝트에서 파트너십을 구성한 라인 강과 에이설 강을 관리하는 수자원협회의 헤인 피에페르Hein Pieper 회장은 작년 발간된 OECD 리포트를 언급하며, “네덜란드의 제방 설계와 시공 능력의 수준은 세계 어느 국가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그래서인지 네덜란드 해안가를 둘러싼 제방 너머의 물이 갖고 있는 파괴적인 힘을 인지하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다”며 이번 프로젝트가 단순한 대지 예술로서 기획된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바닷물을 막고 있는 제방에는 문제가 없다. 국민의 인식 부족이 이러한 홍수 예방 문제에 있어 가장 큰 적”이라며 사람들에게 네덜란드의 상당 부분이 해수면 아래에 위치해 있다는 점을 피부로 느끼게 하고 이러한 상황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물에 잠긴 도시를 경험한 사람들의 반응은 대단했으며, 바터리히트는 5월 초 이 프로젝트의 국가적 파급력을 눈여겨 본 ING 그룹과 라인 박물관Rijnmuseum의 후원을 받아 암스테르담 박물관 광장Museumplein Amsterdam에 설치되기도 했다. 피에페르 회장은 “물의 예술(제방)에 대한 관리는 중요하다. 그러나 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더욱 중요할 수도 있다”며 이번 프로젝트가 갖는 의의를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길 바랐다. 사람들이 하루 동안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정보의 80%이상이 이미지 기반의 시각적인 효과에서 비롯된다고한다. 우주쇼에 등장한 여러 행성과의 눈 마주침이 천문학적 지식보다 더 많은 것을 느끼게 하는 것처럼, 바터리히트는 수천만 원 규모의 광고나 인터넷 배너보다 이러한 직간접적 경험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
    • 양다빈
  • 반 알랜 인스티튜트 설계공모 서베이 The Design Competition Survey
    지난 4월, 반 알랜 인스티튜트Van Alen Institute(VAI)1와 『아키텍처럴 레코드Architectural Record』는 그레이엄 재단Graham Foundation의 지원을 통해 진행한 ‘설계공모 서베이The Design Competition Survey’의 결과를 공개했다. 설문 내용은 크게 ‘공모전에 참여하게 되는 이유가 무엇인가’, ‘디자이너들이 현재와 같은 방식의 공모전에 대해 긍정적으로 또는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바는 무엇인가’, 그리고 ‘현재와 같이 진행되는 공모전을 어떻게 하면 더 좋게 만들 수 있는가’ 등으로 구성되었다. 이번 조사 결과는 지난 4월 23일, 24일 양일간 하버드 대학교 디자인 대학원Graduate School of Design(GSD)에서 진행된 ‘설계공모 컨퍼런스Design Competition Conference’의 자료로 활용되기도 했다. 이번 설문 조사에는 전 세계 65개국의 건축·조경·도시 분야 디자이너 1,414명이 참여했으며, 그중 건축가의 비율이 79%에 달했다. 전체 응답자 중 절반이 넘는 56%가 25~44세에 속했으며(평균 38세), 그 중 25~34세에 속하는 응답자가 전체 표본의 3분의 1을 넘었다. 조사 기관에서는 이를 젊은 디자이너들이 실무에 앞서 여러 공모전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하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했다. 인종 구성 비율은 백인이 69%, 아시아인과 아시아계 미국인이 8%, 히스패닉 및 라틴계가 5%, 흑인 및 아프리카계 미국인이2%, 그리고 기타 및 응답 거부가 16%였다. 남녀 성비는 약 2대 1이었으며(66% : 34%), 평균 응답 시간은 55분이었다. 디자이너들은 왜 공모전에 참여하는 걸까? 응답자의 57%는 일반적인 설계 실무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실험의 기회’를 가장 큰 이유로 제시했다(이하 복수 응답 허용). 이어서 54.9%는 흥미로운 ‘공모 주제’를, 39%는 ‘매스컴의 주목을 받을 기회’를 꼽았다. 즉, 공모전에 참여함으로써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 새로운 주제(대상지)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고, 이를 통해 전형적인 결과물에서 벗어난 독창적인 설계안을 도출할 기회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VAI는 흔히 말하는 ‘신데렐라 스토리’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공모전에 참가하는 경우가 상당하다는 점에 주목하기도 했다. 참가에 대한 보상은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을까? 응답자의 78.6%는 공모전 준비 과정에 투여되는 시간과 비용에 대한 보상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점으로 인해 공모전 참가 결정을 쉽게 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답했다. ‘낮은 수상의 가능성(29.4%)’과 ‘향후 설계안구현의 불확실성(28.6%)’이 그 뒤를 이었다. 또한 응답자 중 67%가 공모전이 끝나더라도 일정 수준의 수익이나 새로운 비즈니스의 창출로 이어지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고 응답한 점도 눈여겨 볼 만하다. 대부분이 디자인 회사 경영 방법의 하나로 공모전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거나 그럴 만한 재정적 구조가 아니라고 밝혔으며, 실제 응답자의 90% 이상이 공모전에서 얻는 수익은 전체 (회사) 수익의 5% 이하라고 덧붙였다. 디자이너들은 설계공모에 얼마나 많은 투자를 할까? 대다수의 응답자가 공모전을 진행하기에 앞서 언제 얼마만큼의 시간과 재원을 어떤 방식으로 쓸지를 사전에 상당 부분 계획한다고 밝혔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참가 등록비부터 시작해 공모전에 어느 정도의 자금을 투자할 수 있는가―당선될 경우를 가정할 때―를 사전에 계획한다는 것이다. 응답자의 61%는 공모전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전에 이런 계산을 모두 끝낸다고 했다. 눈에 띄는 점은 공모전에 투여하는 시간이 총 업무 시간의 10% 미만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69.4%에 달한다는 점이다. 응답자의 59%는 주로 우승 상금이 2만 달러 이하인 공모전에 참여해왔다고 답했으며, 공모 준비 과정에 2만 달러 이상 지출하지 않는다고 밝힌 응답자도 48.1%에 달했다. 하나의 공모전을 위해 10만 달러에서 25만 달러를 투자한다고 응답한 사람들은 6.5%에 불과했으며, 4.4%의 응답자만이 단일 공모전에 25만 달러 이상을 지출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일반적인 실무에 비해 공모전의 매력은 인정하지만, 사업적인 측면에서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사업 경영에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협업을 (해야) 한다면 누구와 할 것인가? 많은 디자이너들이 유사 디자인 분야 간 협업보다는 다른 분야와의 협업에 관심이 있다고 응답했다. VAI의 설계공모 디렉터 제롬 추Jerome Chou는 “무려 47%에 달하는 디자이너들이 예술가와 공동 작업을 진행해보고자 한다는 점이 놀라웠다. 아마 그들 모두 자신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나 싶다”며 비슷한 스타일과 성향을 가진 디자이너보다는 전혀 다른 분야의 새로운 시각을 갖고 있는 전문가와의 작업을 훨씬 편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유사) 분야 간 협업을 진행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분의 1가량이 디자인 분야 전문가와는 절대 협업하지 않는다고 밝혔으며, 6.5%는 웬만해선 다른 전문 디자이너와 공동 작업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공동 작업에 참여한다면 어떤 분야의 전문가와 함께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는 예술(47.3%)에 이어 구조 및 엔지니어링(33.6%), 환경 과학(30.7) 분야가 그 뒤를 이었다. 실무를 하지 않는 학생들의 19% 정도가 디자인 분야 밖의 전문가와의 협업에 흥미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디자인 회사의 대표급 인사들 중 9%만이 그와 비슷한 의견을 공유했다. 흥미로운 조사 결과는 26%에 해당하는 응답자가 동종 업계 디자이너와의 협업을‘자주’ 혹은 ‘매우 자주’ 진행해왔다고 응답한 것이다. 실제 다른 분야 전문가와의 협업은 디자이너들의 바람만큼 성사되기 쉽지 않다고 해석할 수 있다. 무엇보다 합당한 보상이 우선되어야 한다! 설문 조사 참여자들은 더 나은 공모전을 위해서는, 디자이너들이 공모전에 쏟는 시간과 노력에 대한 합당한 보상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그리고 그들이 말하는 보상은 단순히 금전적 보상이 아니라 수상 여부에 상관없이 각 설계안에 대한 피드백을 마땅히 제공해야 함을 의미했다. 이와 더불어 최종 결과물만큼 그들의 노력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노력에 대한 조명을 통해 공모전 자체의 가치를 높일 수 있으며, 이는 곧 더 나은 설계안의 제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VAI 상임 이사 데이빗 반 데 레이르David van der Leer는 “불가능한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주최자, 클라이언트, 디자이너가 생각을 모으면 모두 가능하고 가능해야만 하는 제안들이다”라며 서베이를 통해 도출된 ‘더 나은 공모전을 위한 열 가지 방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①좋은 디자인의 가치를 보여주어라Show the value of good design ②당선만이 문제가 아니다It’ not just about winning ③심사자가 이야기하게 하라Let the jury speak! ④디자이너가 디자인 공모전을 디자인하게 하라Let designers design competitions ⑤단순한 아름다움을 넘어서야 한다Go beyond beautiful objects ⑥클라이언트와의 관계를 고려하라Show clients the way ⑦협업을 통한 작업이 중시되어야 한다No more lonely nights ⑧공모전 과정 전체를 공론화해야 한다Make it public ⑨젊은 디자이너가 원하는 것을 제공하라Give young designers what they want ⑩크게 생각하라Think BIG.이번 조사 결과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VAI 공식 홈페이지(https://vanalen.org/projects/architecturalrecord-van-alen-institte- ompetition-survey/)에서 확인할 수 있다. VAI는 이번 설문 결과와 ‘하버드 GSD 설계공모 컨퍼런스’에서 논의된 바를 기반으로 내년에도 설계공모 서베이를 이어갈 예정이다.
    • 양다빈
  • 신의 정원에서 조선의 500년을 엿보다 본지 주최, 독자 40여 명과 함께 한 조선왕릉 답사
    ‘각 왕릉별 순례 형식으로 서술하여 현장감을 더해주고 있다.’ 『세계문화유산, 신의 정원 조선왕릉』의 추천사다. 그러나 공간을 배경으로 두고 저자의 목소리와 손짓·발짓을 통해 직접적인 해설을 듣는 것만큼 현장감이 있을까. 책에는 서술하지 못한 연구와 저술 과정의 뒷이야기와 흥미로운 조선 왕들의 사랑과 야망을 담은 ‘야사’는 답사에 딸려오는 덤이다. 지난 5월 30일, ‘환경과조경’은 『테마가 있는 정원 식물』의 저자들이 몸담고 있는 춘천의 제이드 가든으로 정원 산책(2014.10.25)을 진행한 데 이어, 두 번째 ‘저자와 함께 떠나는 문화 산책’을 떠났다. 이번 저자와의 산책은 『세계문화유산, 신의 정원 조선왕릉』의 저자 이창환 교수(상지영서대학교)와 독자 40여 명이 함께했다. 『세계문화유산, 신의 정원 조선왕릉』은 환경과조경의 출판 브랜드인 ‘한숲’에서 펴낸 단행본으로 27대에 걸쳐 만들어진 조선시대 40기 능원의 조영적 특성과 역사적 배경을 집대성한 책이다. 이번 ‘저자와 함께 떠나는 문화 산책’은 이미 출간일로부터 1년 정도 흐른 시점이었음에도, 조선왕릉의 역사적 중요성과 더불어 지난 가을 진행된 제1회 저자와의 산책 이후 꾸준하게 이어진 독자들의 요청에 힘입어 추진되었다. 조선시대로의 시간 여행 이번 답사는 ‘조선의 시작부터 끝까지’라는 테마로 ‘동구릉(경기도 구리시)’, ‘사릉(경기도 남양주시)’, ‘홍·유릉(경기도 남양주시)’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왕릉이라는 상징적 공간을 통해 조선시대의 처음(건원릉)부터 끝(유릉)까지 돌아볼 수 있는 탐방 코스를 정했다”는 이창환 교수의 말처럼 짧은 일정 속에서도 왕릉의 시기별 변화를 살펴볼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이날 동구릉 답사는 추존황제 문조와 신정왕후의 합장릉인 ‘수릉’에서 시작되어, 문종(제5대)과 현덕왕후의 ‘현릉’, 동구릉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태조 이성계의 ‘건원릉’, 선조(제14대)와 의인왕후, 계비 인목왕후의 ‘목릉’, 현종(제18대)과 원비 명성왕후의 ‘숭릉’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동구릉에서 자리를 옮겨 홍유릉에서 그리 멀지 않은 단종비 정순왕후의 ‘사릉’을 거쳐, 고종황제(제26대)와 명성황후의 ‘홍릉’, 그리고 조선 제27대 마지막 임금이자 대한제국의 2대 황제인 순종황제와 순명효황후, 순정효황후의 ‘유릉’까지 이어지며 마무리되었다. 비하인드 스토리와 왕실 제례 체험 이날 이창환 교수는 조선왕릉이 갖는 조영적 특성이나 세계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와 같은 전문적 내용은 물론 책에는 담지 못했거나 담을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전해주기도 했다. 2009년 조선왕릉 세계문화유산 등재 잠정목록 신청 당시의 급박한 상황(광해군의 폐위로 인한 왕릉과 왕의 수 불일치가 문서 오류로 오해됨),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한·중·일 역사 전문가들의 눈치 싸움, 세계문화유산 등재에서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는 유럽 국가 간의 ‘물밑 작업’ 등의 경험담을 통해 세계문화유산등재의 이슈와 조선왕릉이 갖는 중요성을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했다. 이창환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는 국가적 영향력과도 관계된 매우 중요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관련 분야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충분하지 못하다”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이날 답사에서는 이러한 숨겨진 이야기와 더불어 조선왕릉에서 이루어졌던 왕실 제례도 체험할 수 있었다. 2009년 6월 세계유산위원회WHC는 조선왕릉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면서 조선왕릉이 갖는 건축과 조경의 독특한 가치와 더불어 지금까지 600여 년을 이어온 제례 문화를 높이 평가한 바 있다. 이창환 교수는 “책을 열 번 읽는 것보다 오늘 한 번 체험하는 게 훨씬 기억에 잘 남을 것”이라며 대표적 제례인 기신제 체험시간을 준비한 이유를 밝혔다. 조선왕릉의 제향 공간은 홍전문부터 정자각 우(서북)측 뒷편의 예감까지 이어지는 공간을 의미하는데, 이 공간에는 제례를 위한 홍살문, 판위, 정자각, 향어로, 수복청, 수라청 등이 배치되어 있다. 참가자들은 이 교수의 말에 따라, 판위에서 두 번 선절을 하고 향어로의 오른쪽(진입 방향)의 길인 어도御道를 따라 걸어 정자각에 도착했다. 그리고 오른발을 시작으로 어계御階를 올라정전을 마주했다. 이렇게 제례 체험이 제향 공간으로의 진입 방향 및 이동시 자세, 선절의 횟수 등 간소화되어 진행되었지만, 참가자들은 “제례 체험을 통해 조선시대의 왕실 문화를 한결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었다. ‘왕의 시점’에서 바라본 조선왕릉 조선왕릉의 능역에는 봉분과 능원, 정자각, 홍살문, 지당 등 다양한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이 중 봉분과 능원이 제향 공간 너머의 능침 공간을 구성한다. 몇몇 왕릉에서는 이 모든 공간 요소를 눈앞에서 볼 수 있지만, 대부분 훼손을 막기 위해 봉분과 능원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고 있다. 이날 답사를 진행한 동구릉과 홍·유릉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날 답사에 참여한 독자들은 이들 왕릉의 능역 전체를 둘러볼 기회를 가졌으며, ‘왕의 시점’에서 안산과 능역 전체를 내려다 보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는 봉분과 안산, 그리고 능역 전체의 구조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회로 이어져 글과 도면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번 행사에는 조경 실무자나 조경학과 학생은 물론 건축가, 토목엔지니어, 일반 시민에 이르기까지 조경에 관심 있는 40여 명의 독자가 참여했다. 이들은 환경과 조경 블로그와 SNS를 통해 참가 신청을 했다. 이날 ‘왕릉답사’를 마치면서 한 건축가는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할 수 있는 하루였다”며 “내년에는 1박 2일 일정으로 진행되어 더욱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이창환 교수는 “조선왕릉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음에도 관련 전문가들의 역량 부족, 소홀한 관리 체계, 서비스 시설 부족 등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아직 가야할 길이 멀지만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의 관심을 키워나갈 수 있다면 모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 김휘림
  • 하버드 GSD 설계공모 컨퍼런스 The Design Competition Conference
    설계공모, 누구를 위한 경쟁인가 지난 4월 23~24일 하버드 대학교 디자인 대학원GSD(이하 GSD)에서는 ‘설계공모Design Competition’를 주제로 한 컨퍼런스가 열렸다. 공모전은 과연 건축과 조경의 창조성과 디자인의 우수성을 향상시킬까? 공모전이 정말 디자인 기술을 진보시키는가? 대중이 그 과정에 참여해 이익을 얻을 수 있을까? 공모전이 더 나은 경제적 이윤과 좋은 공간을 창출해내는가? 공모전을 통해 디자인한 프로젝트를 실행에 옮기는 일련의 과정이 과연 윤리적인 방법일까? 공모전을 통해 과연 새로운 건축가나 조경가를 발굴할 수 있을까? 일련의 질문에 대해 건축가와 조경가의 공모전 참가 경험, 사례 연구 및 토론을 통해 답하는 방식이었다. 기회이자 선물이었던 과거의 공모전 컨퍼런스의 시작은 과거의 공모전 사례와 이를 직접 경험했던 건축가들의 이야기, 그리고 현재 GSD의 학장이자 건축 이론가인 모스헨 모스타파비Moshen Mostafavi의 기조 발표로 진행되었다. 노르웨이의 건축설계사무소인 스노헤타SNØHETTA의 창립자 크라이그 뒤세르Craig Dyker는 회사 창립 초기에 600여 개 출품작의 경쟁을 뚫고 당선된 노르웨이 오페라 하우스Norway Opera House와 1,300여 개의 출품작 사이에서 당선된 알렉산드리아 도서관Alexandria Library 공모전 출품 패널과 실제 지어진 건물의 모습을 비교하며 건축가로서 공모전에 임했던 자세 그리고 당선을 위해 고뇌했던 일화를 풀어냈다. 공모전에 출품된 안이 실제 구현되기까지 수많은 변화를 겪었지만 중요한 아이디어는 끝까지 남아 있었다며, 공모전에 작품을 제출하는 것이 디자인의 끝이 아니라 좋은 디자인을 만들기 위한 시작 단계였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건축가는 공모에 참여함으로써 자신만의 건축적·철학적 실험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디자인에는 만병통치약이 없으며 건축가는 항상 다른 프로젝트에 다른 해결 방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하며, 공모전은 이러한 해결 방안을 모색해내는 디자인 실험의 기회라는 것이다. 또한 건축가는 공모전이든 일반적인 프로젝트이든 건축적 실험을 해야 하며, 또 그에 따른 위험 역시 얼마든지 감수해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모스헨 모스타파비에 따르면 공모전은 디자이너에게 주어지는 선물과도 같은 제도다. 디자인은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따라 맞춰가는 작업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공모전은 건축가나 조경가가 클라이언트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자신의 아이디어와 주장을 발전시킬 수 있는 특별한 실험의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요른 웃존Jørn Utzon의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나 렌조 피아노Renzo Piano와 리차드 로저스Richard Rogers의 퐁피두 센터와 같은 걸작들은 모두 공모전을 통해 탄생했다. 라빌레트 파크 공모전은 현대 조경에 있어 도시 공원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기 시작했고, 그 이후 있었던 많은 공모전―다운스뷰 파크, 하이라인 공모전 등― 역시 오늘날 조경 분야의 급진적인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프레더릭 로 옴스테드Frederick Law Olmsted와 칼버트 복스Calvert Vaux의 뉴욕 센트럴 파크 또한 공모전 당선 안이었음을 떠올린다면 시대별로 이루어졌던 공모전의 유산들이 동시대 조경 분야의 발전을 이끌어 왔다고 볼 수 있다. 과도한 경쟁과 변화 양상 그러나 오늘날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공모전의 폐해 또한 만만치 않다. 건축가 마샬 브라운Marshal Brown은 시카고 네이비 피어Chicago Navy Pier 공모전 이후 아키텍츠 뉴스페이퍼Architects’Newspaper라는 블로그를 통해 설계공모가 디자인이나 프로젝트를 발전시키지 못하고 건축가를 지적으로 소모시켜 시간과 재정 낭비를 이끄는 제도라 비판했던 편지를 낭송했다. 공모전을 통해 다수의 팀이 경쟁을 하지만 오직 한 팀만이 금전적으로나 대중의 관심으로 보상 받는 것이다. 반면 나머지 참가자들이 쏟아낸 지적 성과물은 그저 시간의 소모와 금전적 피해로 변하게 되며 이는 젊은 건축가나 인턴들을 공모전에 이용, 착취하게 되는 폐해를 가져온다는 주장이다. 또한 그 실험적인 의미도 많이 퇴색하여 여러 가지 프로젝트에 적용했던 아이디어나 디자인을 의미 없이 대상지만 바꾸어 제출하게 되는 상태에 이르고, 당선을 위해 수단과 목적을 가리지 않는 건축가들이 난무하게 된 현 시대의 공모전은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개발자들이나 기관들은 공모전이라는 광적인 경연을 통해 훌륭한 공공적 이득을 상대적으로 값싸게 가져간다. 과연 현재의 공모전은 무의미한 아이디어와 인력 착취의 표상이 되고 있는 것일까? 박태형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한 후 하버드 GSD에서 조경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오피스박김과 West 8에서 다수의 국제 공모전과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2014년 뉴욕의 제임스 코너 필드 오퍼레이션스(James Corner Field Operations)에 입사하여 현재 맨해튼 웨스트센트럴 플라자(Manhattan West Central Plaza)의 설계를 맡고 있다.
    • 박태형
  • 모듈 박스로 남북 보행축 연결한다 ‘세운상가 활성화를 위한 공공공간 설계 국제공모’ 당선작 발표
    지난 6월 16일 ‘세운상가 활성화를 위한 공공공간 설계 국제공모’의 당선작이 발표됐다. 서울시는 지난 2월 ‘세운상가 활성화(재생)종합계획’을 발표하고 2월 24일부터 5월 17일까지 국제 설계공모를 실시했다. 공모전에는 국외 44개 작품과 국내 38개 작품을 포함해 총 82개 작품이 제출되어 높은 관심도를 엿볼 수 있었다. 최종 심사 결과 당선작으로는 이_스케이프 건축사사무소(대표 김택빈) 외 2인의 ‘현대적 토속Modern Vernacular’이 선정됐다. 2등작으로는 건축사사무소 메타(대표 우의정) 외 1인이 제출한 ‘누워있는 거인의 저속 촬영Time-lapse of Lying Enormous’이 선정되었으며, 이소우 건축사사무소(대표 김현수) 외 4인의 ‘도시의 필터Urban Filter’가 3등작으로 뽑혔다. 가작으로는 ‘플랫폼크레프팅Platform Crafting’(김주현 건축사사무소(대표 김주현) 외 1인), ‘세운상가의 영혼Spirit of Seunsangga’(lokaldesign(대표 신혜원) 외 3인), ‘골목길 너머 오솔길Golmokgil Ner-mer Osolgil’(건축사사무소 M.A.R.U.(대표 정일교) 외 4인), ‘숲 산책Forest Walk’(건축사사무소 아크바디(대표 김성한) 외 3인), ‘낡음에서 만든 새로움New from Old’(오다건축사사무소(대표 김승욱) 외 1인)이 선정됐다. 심사에는 승효상(이로재 대표, 서울시 총괄건축가, 심사위원장), 김준성(건국대학교 교수), 온영태(경희대학교 교수), 로저 리붸Roger Riewe(그라츠 공과대학교 건축학부 학장), 아드리안 구즈Adriaan Geuze(West 8 대표), 임재용(O.C.A 대표) 등 국내·외 건축, 조경, 도시설계 분야 전문가 6명이 참여했다. 주변과 연계된 입체 보행 네트워크를 창의적으로 구축하는 것과 동서 방향으로 단절된 주변 도시 조직과의 관계를 활성화하는 데 심사의 주안점을 두었다. 당선작에는 기본 및 실시설계권이 주어지며, 2등과 3등팀에는 각각 상금 5,000만 원과 상금 2,000만 원이 수여된다. 가작을 수상한 5팀은 각각 상금 500만원을 받는다. 발표 이후 6월 22일부터 30일까지 8개 수상작이 신청사 1층 로비에 전시됐다. 세운상가의 끊어진 조직을 뜨개질하는 ‘플랫폼 셀’ 당선작은 세운상가가 들어서기 전에 골목길을 따라 자연스럽게 생긴 집들과 삶의 방식을 기존 도시 조직인 ‘토속’으로 정의했다. 이를 현대에 속하는 세운상가 데크와 내부로 자연스럽게 연결·확산시켜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현대적 토속’ 도시 구조로 재현했다. 이를 위해 종묘에서 남산으로 이어지는 남북으로는 끊어진 보행 데크의 축을 복원하고, 종로에서 동대문을 잇는 동서 방향은 역사적으로 지속해온 길을 찾아내 공간적·시각적으로 연결했다. 위·아래로는 중간 레벨의 데크를 추가해 데크 상하부를 입체적인 그물망처럼 연결하면서 기존 도시 조직과 세운상가 사이의 끊어진 조직을 뜨개질하듯이 연결해나가는 방식을 제안했다. 현재 남북을 잇는 보행 데 크는 높이가 너무 높아 한 번에 접근할 엄두가 나지 않는데, 플랫폼 셀Platform Cell이라고 부르는 모듈화된 박스를 데크 위·아래에 끼워 넣어 지상층(기존 도시 조직)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했다. 이 플랫폼 셀 안에는 전시실 등의 공공 편의 시설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담을 수 있으며, 3층 보행 데크와 2층을 수직으로 오갈 수 있어 활용도면에서도 유연하고 효율적인 시스템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세운초록띠공원은 종묘와 연결되는 횡단보도부터 세운상가 2층까지 완만한 경사로 이루어진 광범위한 광장으로 계획했다. 다양한 퍼포먼스를 수용할 수 있게 했으며, 앉아서 종묘 쪽을 바라볼 수 있게 설계했다. 세운초록띠공원은 약 960억 원 정도의 예산을 들여 조성되었는데, 이곳에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건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현재보행 네트워크 계획과 관련해 공간의 성격을 규정하고 용도를 정해나가는 과정이라 기존 예산 투입의 효과를 누릴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심사위원들은 당선작에 대해 조성 예정인 선형의 경관 녹지와 주변 도로가 늦게 조성되거나 조성되지 못하는 상황에도 자체적으로 작동 가능한 시스템을 가졌다는 점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단계적인 개발이 가능하고 주어진 공기와 예산 안에서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2등작은 세운상가와 새로 개발될 주변 건물군 사이에 놓인 경관 녹지와 데크를 하나의 공간으로 보고 접근했다. 지상층에서 데크로 접근하는 수직 동선을 경관녹지 내에 조성해 주변과 데크의 관계를 잘 설정한 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종묘 앞 진입 광장이나 데크를 연결하는 전략은 간결하고 높은 완성도를 보였으나, 경관 녹지가 확보되지 않았을 때를 대비한 단계적 개발 전략이 부족한 점이 문제로 지적되었다. 수직 동선의 위치나 지상층의 계획이 세운상가 동서 방향에 조성 예정인 경관 녹지에 너무 의존하고 있어 자체적인기능을 하기 어렵다는 점이 당선안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인다. 3등작은 건축적 완성도가 높은 작품으로 평가되었다. 세운상가 기존 데크 위로 신설 데크를 추가해 혼잡한 도심에 존재하기 힘든 넓은 수평 공간을 확보해 다양한 행위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주변과의 소통과 연결이 다소 부족한 것으로 지적되어 3등에 머물렀다. 한강부터 백두산까지 잇는 생태축의 거점 ‘세운상가 활성화를 위한 공공공간 설계 국제공모’는 이 일대 7개의 건물 총 1km 구간을 연결해 도심 문화·관광·산업 거점으로 역할을 하게 함으로써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세운상가군의 데크와 주변의 공공 공간을 재정비해 보행 환경을 개선하고, 주변 지역과 연계해 서울 역사 도심의 중심인 북악산~종묘~세운상가군~남산을 잇는남북 보행 중심축을 복원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세운상가는 1968년에 만들어진 거대 구조물로 건축가고 김수근이 설계했다. 승효상 총괄건축가에 따르면, 세운상가는 미완의 설계로 시공이 되어 설계의 본질이 잘 구현되지 못했음에도 당시 세계적으로 앞선 건축물이었다. 세운상가 건립 당시 전통적 도시에 거대구조물을 세우는 계획들이 발표되었는데, 세계에서 가장 낙후된 국가 중 하나였던 한국에 세운상가가 세워진 일은 세계 건축사에 남는 의미 있는 결과라는 것이다. 이후 강남 개발로 세운상가는 퇴락의 길로 접어들면서 철거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으나, 5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근대적 유산으로서 가치가 조명되면서 보존에 힘이 실리게 되었다. 승효상 총괄건축가는 세운상가 활성화 프로젝트가 서울의 역사적인 공간 조직을 되살린다는 측면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도로는 동서 방향으로 발달된 망을 구성하고 있는 반면, 남북으로 연결된 곳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세운상가의 보행 데크를 복원하면 남북으로 가장 강한 보행축을 형성해 남산에서 북악산까지 걸어서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것. “북악산은 백두대간과 연결되고, 용산공원이 조성되면 남산과 한강이 연결되어, 백두산까지 생태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축을 세운상가가 잇는 셈이다.” 서울시는 세운상가가 복원되면 을지로 지하 공간과 청계천의 물길, 종로의 보행로와도 연결되어 한양도성 구도심의 공간 조직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행 친화 정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서울시는 ‘서울역 7017 프로젝트’를 통해 성 밖과 안을 잇고, 세운상가 활성화를 통해 남북 축을 이음으로써 도시의 중심 영역을 보행 공간으로 활성화시킬 계획이다. 사업은 2단계로 구분해 추진된다. 1단계는 종로~세운상가~청계·대림상가 구간으로 기존의 노후화된 3층 높이 보행 데크를 보수·보강하고, 단절된 세운상가 가동~대림상가 구간의 공중 보행교를 복원해 입체 보행 네트워크를 조성하는 것이다. 2단계 구간인 삼풍상가~진양상가는 소유자와 주민 의견을 수렴한 이후 구체적인 추진 계획을 수립한다. 한편, 서울시는 이번 당선안을 바탕으로 지역 주민 대상 설명회 및 분야별 전문가와의 협의를 통해 설계를 구체화할 예정이며, 당선팀과 설계 범위에 대한 구체적인 협상을 진행한 후 6월 중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