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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대한민국 조경대상
6개 부문 11개 기관 수상
대한민국 조경대상 시상식이 지난 10월 27일 서울시립대학교 21세기관에서 개최되었다. 2012년에 이어 7회째를 맞이한 이번 대한민국 조경대상은 지난 5월 28일 시행 공고를 시작으로 6월 25일까지 참가 신청을 받아 진행되었다. 평가는 2012년 1월 1일부터 2013년 12월 31일까지 수행한 단일 사업 또는 프로젝트 수행 실적 및 2014년 내 실시된 사업 등을 대상으로 실시되었다.
출품작에 대한 평가는 2단계로 나누어서 진행되었다. 1단계 평가는 조경정책, 공원녹지, 생태조경, 문화관광등 4개 부문으로 나누어 보고서 및 현지 실사로 진행했고, 2단계는 부문별 상위 3개 기관을 대상으로 부문별 평가와 단체 및 기관장 면담을 통해 최종 수상작을 선정했다. 이 평가는 공공 기관과 민간 기업으로 구분되어 진행되었으며, 총 11개 기관이 6개 부문에 걸쳐수상했다. 조경정책부문의 ‘안전행정부 장관상’은 LH와 대우건설이 수상했다. LH는 최근 2년간 택지, 산업 단지 및 공동 주택 조경 사업 등의 실적이 우수했고, 주요 조성사례로서 ‘행정중심 복합도시 블루그린네트워크 및 세종호수공원’, ‘전북혁신도시 가로조경사업’ 등이 있다. 대우건설은 본사와 현장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현장 중심의 운영 시스템을 통해 품질의 향상을 이루었다. 공경식 대우건설 상품조경팀 과장은 앞으로도 연령·세대별 조경 상품 및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더 나은 ‘공동 주택 조경 문화’를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는 미래상을 밝혔다.
공원녹지부문의 ‘국토교통부 장관상’은 서울시 도봉구청과 현대산업개발에게 돌아갔다. 도봉구청은 ‘서울시 도봉구 초안산근린공원-골프연습장 부지 생태공원화’사업에서 기존의 무절제한 개발로 인해 훼손된 산림을 복구하여, 주민들의 다양한 활동을 담아낼 수 있는 생활권 공원 녹지로 재조성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수원IPARK CITY 2, 4단지’에 ‘아일랜드’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단지는 ‘아쿠아aqua’, ‘비치beach’, ‘코트 야드court yard’ 등의 다양한 테마 공간으로 구분되어, 테마 별로 소재나 나무의 종류 등을 달리한 개성 있는 공간으로 조성되었다.
생태조경부문의 ‘환경부 장관상’은 ‘경기도 시흥시 갯골생태공원 조성사업’을 진행한 경기도 시흥시가 수상했다. 이 사업은 장기간 방치되어 대형쓰레기장으로 변했던 갯골생태계의 자연 자원을 보전하려는 목적에서 시작되었다. 지난 2003년부터 진행된 이 사업은, 현재 주차장·갯골 체험장·염전 체험장·해수 체험장 등이 있는 중심시설지구의 공사가 완료된 상태다. 문화관광부문에서는 경기도 안성시와 현대건설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안성시 산림녹지과 에서 실시한 ‘걷고 싶은 안성맞춤 명품거리 가로수 조성 사업’은 비봉산과 금석천면의 도시숲을 연결하는 사업으로 주민 만족도 및 지역 사회 기여도 조사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현대건설의 국립무형유산원은 무형문화유산을 위한 공연장, 전시실, 교육 공간 등이 포함된 공간으로 전주시 완산구 한옥마을 부근에 조성되었다. 기존 수림을 보존 및 재활용하는 등 다양한 친환경 공법이 사용되었다. 최연길 현대건설 건축토목조경팀 과장은 “국립무형유산원이 무형유산의 허브이자 국가 간의 교류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발돋움 하길 기대한다”는 수상 소감을 전했다.
이외에 서울시 강남구와 현대엔지니어링이 조경정책부문 우수상을 수상했고, 공원녹지부문 우수상은 경기도 김포시(풍무동 도시숲 조성 및 정비사업)와 대림산업(e편한세상 광교)이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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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 도시의 꽃이 되다
2014 대한민국 조경문화박람회
지난 11월 6일부터 10일까지 서울 광화문광장과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조경, 도시의 꽃이 되다’를 주제로 2014 대한민국 조경문화박람회가 열렸다. 조경문화박람회는 서울특별시와 한국조경사회가 주최하고, 한국환경조경자재산업협회, 한국공원시설업협동조합, 한국잔디협회, 한국정원문화협회, 대한민국 조각포럼이 주관하였으며, 국토교통부, 한국도로공사, 한국수자원공사, LH, 경기도시공사, 인천도시공사, SH공사가 후원했다. 실내 박람회장을 벗어나, 조경‘문화’박람회란 타이틀로 처음 개최된 이번 행사는 서울시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개최되어, 그 어느 해보다 일반 시민들의 참여와 관심이 높았다. 참여 업체의 만족도를 어떻게 높일 수 있을지에 대한 과제는 남겼지만, 대중과의 접점을 높이는 데에는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본지 학생통신원들이 조경문화박람회의 이모저모를 박람회장, 부대행사, 시민 참여 프로그램으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_ 편집자 주
이번 박람회에는 54개 업체가 참여해 260여 개의 부스가 설치되었고 다양한 전시와 부대행사가 마련되었다. 박람회에서는 여러 조경 자재와 용품을 직접 보고 구매할 수 있었다. 광화문광장 곳곳에 다양한 조경시설물이 설치되어 시민들이 직접 체험해 볼 수 있었는 데, 특히 다양한 놀이시설물이 어린이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아이들은 마치 놀이터에 온 듯 쉴 새 없이 놀이시설물을 이용하며 광장을 떠들썩하게 했다. 여러전시 부스에는 조경 관련 최신 기술 정보를 제공하는 창구가 마련되기도 했다.
학생들이 직접 참여한 취학박람회에는 강릉원주대학교, 강원대학교, 공주대학교, 순천대학교, 전남대학교, 청주대학교, 한국전통문화대학교 등 총 7개 대학의 조경학과가 참가했다. 부스를 찾은 중고등학생과 학부모에게 각 학교의 교과 과정과 진로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고, 일반인의 조경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기회가 되었다. 교육 목표와 과정이 다른 각 학교의 특색을 한자리에서 비교해 볼 수 있어 박람회장을 찾은 조경학과 재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취학박람회에 참여한 학교의 수가 적고 홍보 위주로만 치중된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조경 관련 공모전 수상작의 패널도 전시되었다. 최근에 열린 ‘부산 북항 재개발사업 친수공원 국제현상설계공모’ 등 기성 조경가들의 설계 작품이 전시 부스를 장식했다. 부스를 찾은 학생들은 “기성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최근의 설계 경향을 읽을 수 있어 좋았다. 그러나 학생 작품이기는 하지만 대표적인 공모전 중 하나인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의 수상작이 함께 전시되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한국조경사회는 ‘제1회 아름다운 조경 사진 공모전’을 개최했다. 도시 공원, 정원, 생태 공간, 도시 녹지 등 국내외의 조경 공간과 사람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모습을 담은 사진을 통해 대외적으로 조경을 알리는 기회로 삼기 위해 마련된 공모전으로, 이번 박람회에 그 수상작들이 전시되었다. 대상작인 우승민의 ‘봄을 타다’를비롯해 학생부와 일반부 총 28점의 작품이 전시되었는 데, 사진 안에 담긴 아름다운 경관을 통해 조경의 역할과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었다는 평이다.
부스 중앙의 잔디밭에서는 야외 조각 작품 전시가 열렸다. 박람회가 야외에서 열린 만큼 시민들은 조각을 눈으로만 감상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봉을 타고 오르기도 하고 박람회를 즐기다 지친 사람들이 앉아 쉬기도 하는 등, 조각 작품을 경험하고 이용하면서 박람회를 즐기는 풍경이 자주 연출되곤 했다.
한편 이번 조경문화박람회에서는 조경 문화와 관련된 세미나와 초청 강연이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개최되었다. 11월 7일에는 영국왕립원예협회가 주최하는 첼시 플라워 쇼에서 2년 연속 최고상을 받은 황지해 작가의 초청 강연이 열렸다. 황 작가는 시민 대상의 이번 초청 강연에서 ‘모퉁이를 비추인 태양’을 주제로 첼시 플라워 쇼와 영국의 정원 문화를 소개하여 큰 호응을 얻었다. 또한 정원 문화에 잠재된 가능성을 감동적으로 전하며 ‘해우소 가는 길’, ‘DMZ, 금지된 정원’, ‘가난… 그 고요’ 등 자신의 작품들에 담긴 메시지를 진솔하게 들려주었다. “길이 없다면 개척자가 되어라.” 조경 분야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 진출을 앞둔 학생들에게 던진 황지해 작가의 메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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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성곽마을 디자인 학생 아이디어 공모
제1회 예건 조경나눔공모전
‘녹색 성곽마을 디자인 학생 아이디어 공모’ 심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환경조경나눔연구원(원장 임승빈)이 주최·주관하고 예건, 한국조경학회, 환경과조경이 후원한 이 공모전은 “서울성곽에 인접한 노후화된 골목 마을의 생활 환경을 개선함으로써 버려진 도시 공간을 재생시키고 지역 커뮤니티를 회복시킬 수 있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8월 말 공고되어10월 27일 작품 접수를 완료했다. 낙산성곽서길의 서측(서울시 종로구 종로 5, 6가동 일대 약 5,500㎡) 지역을 대상으로 한 이 공모전은 “도시재생에 대한 외부자의 낭만적시선을 지양하고, 주민의 일상과 결부되는 참여적 시각을 지향”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물리적 계획과 설계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 전문가,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실천적 아이디어를 요청한 점 또한 이 공모전의 특징이었다.
전국의 대학·대학원에서 출품한 총 52개 팀의 작품을 두고 지난 10월 29일 심사(전문위원 배정한 서울대학교 교수)결과, 심사위원회(위원장 김한배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위원 박명권 그룹한 어소시에이트 대표, 박준서 디자인 엘 소장, 이애란 청주대학교 교수, 이영범 경기대학교 교수, 이원영 서울시 조경과장, 주신하 서울여자대학교 교수)는 최우수작으로 주빛나래, 강지운, 백소진(가천대학교 조경학과)의 ‘성곽에 살어리랏다’를 선정했다.
우수작으로는 신혜연, 백지은(순천대학교 조경학과)의 ‘낙숫물 류’와 정준식, 강수진, 이은지(경희대학교 환경조경디자인학과)의 ‘공간, 공감’이 선정되었다. 가작에는 이수현, 박래림, 이영은(순천대학교 조경학과)의 ‘보수적’과 길민지, 김택형, 서보슬(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의 ‘성곽마을 피어나다’, 윤병두, 금성철(청주대학교 환경조경학과)의 ‘9장으로 시작’이 선정되었다. 입선에는 탁은경, 조현진, 한지연(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의 ‘따로 또 함께 걷는다’, 조버미, 윤주희, 김지희(전북대학교)의 ‘사라지다? 살아지다.’, 박지혜, 김자은, 박상우(청주대학교 환경조경학과)의 ‘도란도란 충신동 마을만들기’, 김은환, 김용환, 최성탁(청주대학교 환경조경학과)의 ‘어디로 가야하오’가 선정되었다. 최우수상에는 상금 2백만원과 상장, 그리고 부상으로 월간 『환경과조경』 1년 정기구독권이 수여되었다.
심사위원회에 따르면, 최우수작인 ‘성곽에 살어리랏다’는 대상지의 여건에 대한 충실한 분석과 지역 주민의 일상적 삶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주민 주도의 지속가능한 마을 공동체를 계획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성곽의 물리적 형태 단위에서 착안한 모듈 구조를 벤치, 수납공간, 텃밭, 물탱크 가림장치 등 다양한 환경 개선 시설에 적용한 아이디어가큰 특징이다. 그밖에 우수상과 가작, 입선을 수상한 여러 작품들은 낙후된 생활 환경과 노후한 주거지를 개선할 수 있는 총체적인 시각과 과정 중심적 아이디어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상지의 재생을 위한 전반적인 해법이나 주민 참여 방안 외에, 우수상을 수상한 ‘낙숫물 류’나 가작 ‘보수적’은 단순하면서도 전략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한 수작이었다. ‘낙숫물 류’는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지붕의 빗물을 재사용하는 작지만 큰 변화를 통해 활력이 넘치는 마을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신선한 설계적 해법을 선보여 심사의 마지막 단계까지 최우수상과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또한 ‘보수적’은 일상 환경의 개선보다는 외부인을 위한 벽화 일변도로 변질되고 있는 최근의 골목길 사업을 비판하고, “옥상 우수관에 폐파이프를 업사이클링하는 기능적 모듈”에 바탕을 둔 실천적이면서도 실험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여 큰 주목을 받았다.
이 공모전의 상금과 부대 비용을 후원한 예건은 매년 조경나눔공모전을 지원하기로 환경조경나눔연구원과 약정을 맺은 바 있다. 이번 공모전의 시상식은 11월 7일 서울시청사에서 열렸으며, 수상작 전시회는 같은 날부터 11월 11일까지 서울시청사 1층 로비에서 개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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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ing Time
‘Lawn on D’의 첫 번째 ‘게릴라 어바니즘’ 작품
잔디 광장이란 단어를 듣게 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를까? 산책을 하는 사람들, 벤치에 앉아 쉬고 있는 사람들, 어쩌면 시청 앞 잔디 광장이 떠오를 수도 있겠다. 지금 미국 보스턴 420 D번가에 가면 이와 같은 이미지의 잔디 광장과는 조금 다른 것들로 채워진 ‘론온 DLawn on D’를 만나볼 수 있다. 2.7에이커에 달하는 면적의 이 잔디 광장은 보스턴 컨벤션 센터Boston Convention & Exhibition Center(BCEC)에 속해 있는 곳으로 BCEC 내 관련 단체에서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운영 및 관리되고 있다. 지난 8월 개장 이후, 금요일이면 다양한 공연이 열리고, 사람들이 모이는 시간에는 푸드 트럭food truck이 배치되어 간식거리가 제공되기도 한다. 가족 단위로 찾는 사람들을 위해 다양한 게임lawn games도 진행된다. 여기까지는 여타 공원과 다를바 없어 보이지만, 보스턴 420 D번가의 커뮤니티 공간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따로 있다. 바로 ‘스윙 타임 Swing Time’이다.
스윙 타임은 LED 조명이 내장된 20개의 고리형의 그네swing로 구성된 놀이 시설로 하울러+윤 아키텍처Höweler+Yoon Architecture가 디자인했다. 타이어로 만든 그네와 비슷한 생김새의 이 놀이 시설은 세 가지 크기로 만들어져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다. 아이는 물론 어른도 탈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크다. 혼자는 물론 둘이 탈 수도 있고, 누워서 탈 수도 있다. 그러나 스윙 타임의 가장 큰 특징은 형태나 크기가 아니라, 움직임에 반응해 빛을 발산한다는 것이다. 각각의 그네 속에는 움직임의 빠르기를 측정할 수 있는 가속측정기accelerometer에 의해 작동되는 마이크로 컨트롤러가 설치되어 있다. 누군가 그네에 올라타고 움직임을 주면, 가속측정기가 그 움직임을 측정한다. 마이크로 컨트롤러는 가속측정기가 측정한 수치에 따라 신호를 LED 조명에 보내게 되고, 그네는 시시각각 다른 밝기와 색의 빛을 발산한다.
아무런 움직임이 없거나, 작은 움직임을 보일 때의 빛은 하얗고 푸르스름하다. 누군가 올라타고 그네의 움직임이 커지면, 그네는 더욱 밝게 빛나고 파란빛을 내뿜는다. 그네가 더 빠르고 큰 각도로 흔들리면 보랏빛을 발산하게 된다. 스위치를 껐다 켜는 것 외에는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다른 조명 시설과는 달리 스윙타임은 이용자가 빛의 변화를 다양하게 유도할 수 있다. 스윙 타임을 접해본 사람들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living organism’를 타는 것 같다고 표현하기도 하고, 사람간의 교감뿐만 아니라 ‘사람과 기계의 교감’을 가능하게 하는 것 같다며 전혀 새로운 경험에 대해 즐거워한다. 스윙 타임은 그네를 타고 있는 사람들 뿐 아니라, 이 스무 개의 그네를 바라보는 사람들에게도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그네를 타고 있는 사람의 수에 따라, 날씨에 따라, 하루 중의 시간에 따라 스윙 타임은 항상 새로운 모습으로 빛나기 때문이다.
하울러+윤 아키텍처는 이전에도 빛과 상호 작용을 이용한 작업을 시도해왔다. 2004년 올림픽이 개최되었던 그리스 아테네에 설치했던 ‘화이트 노이즈/화이트라이트White Noise/White Light’는 빛을 발하는 폴대로 만들어진 조명 시설이다. LED 폴대가 가로세로 50개씩 정방형으로 세워진 이 조명 시설에는 특별한 스위치가 없다. LED 폴대 사이를 지나가는 사람의 움직임이 폴대에 내장된 동작 감지기를 작동시키게 되고, 이 과정에서 빛을 발생시킨다. 2013년에 이르러서는, ‘에이비어리Aviary’라는 빛과 소리를 이용한 작품을 디자인했다. 이 작품은 아테네의 설치 작업을 거대하게 키운 듯한 모습으로 사람들이 어느 부분을 만지느냐에 따라다른 빛과 다른 새avian소리를 낸다. 한 사람이 연주할 수도 있고, 동시에 여러 사람이 합주를 할 수도 있게한 작품이다. 두 작품 모두 상호 작용을 이용했다. 스윙 타임을 설계한 하울러는 “사람들이 직접 체험하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반응하는 환경responsive environment’과 ‘놀이 공간play space’이 접목된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며, 이와 같은 작업의 특성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어떤 공간에 엉뚱한 영향력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여러 과학 기술 요소를 조합해야 한다. 디테일한 전문 지식이 다양하게 녹아들어야만 작품이 빛날 수 있다”며 이번 작업 역시 구조 공학자, 전기 기술자, 컴퓨터 프로그래머 등 다양한 전문가들과 협업했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었던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그는 “건물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대개 우연히 생긴 결과일 때가 많다”면서, 이와 같은 “공공 예술은 언제나 공적 영역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스윙 타임은 ‘우연히 생긴 결과’가 만들어 낸 다양한 모습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하지만, 그 시작은 우연과는 거리가 있다. BCEC에 속해있는 ‘D 스트리트아트 랩D Street Artlab(이하 ‘아트 랩’)’은 ‘론 온 D’를 개장하기 전부터, 이곳을 그들이 ‘게릴라 어바니즘guerilla urbanism’이라 부르는 실험의 장소로 사용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아트 랩은 잔디 광장에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잔디 광장을 더욱 활기찬 공간으로 만들기위해서는 특별한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이곳을 지역 내의 혹은 국제적으로 유명한 예술가들에게 공공 예술의 무대로 제공할 계획이었다고 했다. 이 게릴라 어바니즘에 속하는 첫 작품이 바로 스윙 타임이다.
관계자는 “게릴라 어바니즘은 그 이름(게릴라)이 암시하듯이 공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정말 좋아하고 원하는 프로그램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지속적으로 다양한 행사, 설치 작품, 공공 예술 등을 시도하고 실패하는 과정 그 자체”라고 표현했다. 첫 번째 (게릴라) 전술은 성공적인 듯하지만, 스윙 타임에 관심이 있다면 최대한 빨리 보스턴에 가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 설치작품이 언제 철거되고 새로운 것으로 교체될지 모르기때문이다. 이번 겨울에는 어떤 새로운 작품이 찾아올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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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재료의 특별함
정욱주 교수의 ‘식재 설계 고민’
제일모직 건설사업부 조경디자인그룹(구 삼성에버랜드)은 2014년 한 해 동안 ‘조경 식재의 새로운 담론’이라는 주제로 렉처시리즈를 진행했다. 2014년 12월 17일, 그 마지막 주자로 정욱주 교수(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가 나서 ‘식재 설계 고민’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조경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식재 설계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을 것이다. 조경 설계는 식재와 떨어져서 생각할 수 없음에도 실제로 식재 설계를 전문적으로 ‘잘’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다보니 식재와 관련된 교재도 기능적 측면에 치중되어 있고, 실제 쓰임에 대한 고민은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여건 속에서 정욱주 교수는 조경 설계가로서 식물 재료 사용에 대한 갈증을 느꼈고, 수 년 전부터 정영선 대표(조경설계서안)를 따라다니며 직접 호미를 들고 식재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다.
식물 재료만의 특별함, 느슨함과 감성
강연은 정욱주 교수가 고민했던 식물 재료에 대한 네가지 질문으로 구성되었다.
첫 번째 고민, “공간 구성에 있어 식재의 역할과 가치는 무엇인가” 이 고민은 ‘느슨함’과 ‘감성’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대별된다. 정 교수는 “식재는 공간의 구축과 보완이 가능하다”며 식재가 갖고 있는 ‘느슨함’을 강조했다. “식재는 공간을 구분하는 동시에 열려 있고, 어느 방향으로도 갈 수 있지만 느슨하게 방향을 제시한다.” 건축 재료도 공간을 만들어 내지만, 식물 재료가 갖는 ‘느슨함’은 다른 재료와 분명히 구분되는 특성이라는 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 또한 그는 “식재의 특성에서 오는 작은 ‘감성’은 사람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식물 재료만의 장점”이라며, “식물 재료가 주는 감성은 스케일에 따라서 다른데, 사람들은 큰 스케일은 쉽게 인지하는 반면 작은 스케일의 감성까진 잘 알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사람들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도 고민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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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협력에 의한 녹색복지향상과 국가도시공원 국회심포지엄
국가 도시 공원 입법화를 촉구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2014년 12월 17일 국회 제9간담회의실에서는 한국조경학회(회장 김한배), 정의화 국회의장, 문병호 국회의원, 오병윤 국회의원 주최 국가도시공원 전국 민관네트워크, 전국시·도공원녹지협의회, 100만평문화공원조성범시민협의회 주관으로 ‘민관협력에 의한 녹색복지향상과 국가도시공원 국회심포지엄’이 개최되었다. 이번 심포지엄에는 여러 지자체의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많이 참석해 국가 도시 공원에 대한 지역의 관심을 보여주었다. 지방사무로 위임되어 있는 도시 공원 조성에 국비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2011년 최초발의에 이어 2013년 8월 정의화 의원이 재발의하였으나 현재 국회 상임위에서 계류 중이다. 이번 심포지엄의 핵심 쟁점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국가 도시 공원의 정체성을 모색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국가 도시 공원을 실제 조성하기 위한 재정 조달에 관한 것이다.
새로운 모델, 국가 도시 공원의 정체성
우리나라에서 국가의 책임으로 공원을 조성하고 관리하는 경우는 ‘자연공원법’에 따라 지정되는 ‘국립공원’에 한정되어 있으며, 도시에 들어서는 공원은 각 지자체가 조성하고 관리하도록 되어 있다. 예외적으로 지난 2007년 ‘용산공원조성특별법’이 제정되면서 국가가 도시 공원을 조성하는 유일한 사례가 되었다. ‘국립 용산공원의 정책적 의미’를 주제로 발제를 한 안상욱 단장(LH 파주사업본부 건설사업단)은 용산공원이 “특수해이기는 하지만 도시 지역에서도 자연공원처럼 국가사무로 도시 공원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캐나다 루즈Rouge 국가도시공원 조성과 민관기관 역할’을 주제로 발제한 장병관 교수(대구대학교 조경학과)는 “캐나다의 경우 공원을 경관생태학적 관점에서 이해”하고 있다며, “다양한 경관 및 서식 환경을 연결하는 코리도 개념을 바탕으로 공원 규모를 설정했다. 우리의 경우도 기존 공원의 통합과 연결로 도시 공원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시사점을 정리했다. 최근 녹색길이나 탐방길 등 녹지와 공원이 통합되고 대형화되는 경향에 주목하면서 국가 차원에서 도시 공원 시스템에 대한 접근이 필요함을 강조한 것이다. 김승환 상임대표(국가도시공원 전국 민관네트워크)는 “국회에서 벌써 네 번째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것이다. 처음 국가 도시 공원을 이야기했을 때는 많은 사람들이 대형 공원large park보다는 (생활권) 주변의 조그마한 공원이 중요하다고 말하곤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대형 공원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라며 그간의 인식 변화를 짚기도 했다.
안상욱 단장은 국가 도시 공원의 도입 배경, 필요성, 효과에는 공감대가 형성되었지만 국가 도시 공원이 여타 도시 공원과 어떻게 차별화되는지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일갈했다. 이에 양건석 사무처장(100만평문화공원조성범시민협의회)은 “국립공원의 주인이 자연과 경관이라면, 국가 도시 공원은 시민이 주인인 공원”이라며, 녹색복지의 개념으로 국가 도시 공원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개념을 정리하기도 했다.
장병관 교수는 캐나다의 경우 공원 정책이 환경부 소관으로 12개의 정부 기관 그리고 자치시와 관련 기관으로부터 토지와 자금을 제공받아 민관파트너십 공원을 이루어가고 있는 반면, 우리의 경우 공원의 소관이 여러 곳으로 분산되어 있다고 제도의 개선이 필요함을 설명했다.
재정 조달의 문제
‘용산공원조성특별법’이 만들어지면서, 도시 안 공원의 정체성 논의가 촉발되었다. ‘왜 국가가 수조 원에 달하는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지’에 관한 당위성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김승환 상임대표는 “국가 도시 공원 논의는 시민참여나 거버넌스 등 새로운 도시공원의 모델을 만들고자 하는 근본적인 노력이지만, 결과적으로 예산이 필요하다”고 예산 확보의 중요성을 확인했다. 진승범 대표(이우환경디자인)는 국가 도시 공원신설의 비용추계 결과 1개소 조성비용이 토지매입비를 포함하여 3천억 원으로 산정되므로 15개소에 대한 총예산은 4조5천억 원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입법부에서 법과 제도를 만들더라도 실제 집행하기 위해서는 기획재정부의 승인을 받아 예산이 편성되어야 한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강은미 공동대표(광주중앙공원 시민네트워크)는 광역시의 도시 공원 조성 비율이 낮은 반면 토지 보상비는 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며 “2020년 장기미집행공원 일몰제 시행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공원) 조성비는 최소화하고 당장 토지 매입을 하는 것이 더 시급한 상황”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흥렬 사무처장(인천의제21실천협의회)은 “일몰제가 시행되면 실제 토지 소유가 어떻게 변화하고, 공원 및 녹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면밀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막연한 두려움만 확산되는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전재경 대표이사(자연환경국민신탁)는 “지방자치단체들의 재정 자립도가 낮은 상황에서는 국가가 도시의 경계를 초월하는 도시 공원을 국가 관리 영역으로 설정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더불어 “재정 분권의 관점에서 본다면 도시의 인구가 많아지는 상황에서 국가 재정법을 재정립할 것을 당당하게 요구하며 중앙정부와 협상해야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현재 계류 중인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국가 도시 공원이 설치되는 광역지자체에 대하여 그 관리 시설의 관리에 소요되는 비용의 일부를 부담하게하는 경로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한계를 지적하며 중앙 정부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행정적 경로라도 마련되어야 한다고 법안의 보완을 제안했다. 안상욱 단장은 용산의 경우 공원 주변에 ‘복합시설조성지구’를 조성함으로써 재정적인 타개책을 마련하였는데, 다양한 도시계획적 수단으로 국가의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국가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틀에서 벗어나 지자체, 시민사회, 기업의 거버넌스 틀을 고민할 것을 요청했다.
국가 도시 공원은 재정적으로나 공원 시스템 측면에서나 결국 새로운 모델을 만드는 일이다. 법제도가 만들어 진다해도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실제 구현되기 어려운 일인 셈이다. 무엇보다국가 도시 공원의 정체성과 당위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선행되어야 지속적인 추진력이 담보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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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조경 법, 조경진흥법 제정안 국회 통과
2016년 1월부터 시행 예정
지난 해 12월 9일 조경 분야의 진흥 및 활성화를 위한 지원 내용을 담은 ‘조경진흥법’ 제정안(이노근 의원 대표 발의)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조경’이란 두 글자가 포함된 국내 최초의 법이다.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조경진흥법 제정안의 주요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조경 진흥 및 기반 조성’과 관련된 것으로, 앞으로 국토교통부 장관은 기본적이고 종합적인 조경 분야의 진흥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시행하고, 기본계획에 따라 연차별 시행계획을 수립 및 시행하게 된다. 조경 분야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훈련 및 전문 인력 양성 기관의 지정 및 지원도 포함되었다. 두 번째는 ‘조경 분야 활성화 도모’로, 조경 사업자의 토지, 건물 및 조경산업체의 기반시설 등을 진흥시설 및 진흥단지로 지정하여 조성할 수 있고, 조경 분야의 연구 개발 및 발전을 위한 조경지원센터 지정도 가능해졌다. 진흥시설 및 진흥단지로 지정되면 자금 및 설비 제공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조경지원센터는 국토교통부로부터 사업 수행에 필요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 받을 수 있다. 또한 정부는 조경진흥법에 의거해 조경 분야의 해외 진출과 국제 교류를 지원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에 근거해 조경 박람회 및 조경 전시회 등을 개최하거나 지원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세 번째는 ‘조경 공사 품질 관리’와 관련된 조항으로, 발주청에서는 조경 공사의 품질 저하 방지를 위해 설계 의도 구현, 공사의 시행 시기, 준공 후 관리 등에 대한 대책을 수립해야 하고, 조경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우수 조경물 지정 및 지원도 가능해진다. 우수 조경물 지정은 지방 조례로도 지정할 수 있으며, 지정된 우수 조경물의 개보수시 비용 일부 또는 전부의 지원도 가능하다. 아울러 조경기술용역업의 경우, 적정한 조경 사업 대가를 지급받을 수 있는 대가 산정 기준을 국토부에서 고시하게 된다.
이중 조경진흥기본계획에도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조경기술용역업의 적정 대가에 대한 기준 고시’와 ‘조경지원센터 지정 및 지원’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특히 조경지원센터는 ①조경 발전을 위한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조, ②조경 관련 업체의 발전을 위한 상담 등 지원, ③조경 관련 정책 연구 및 정책 수립 지원, ④조경 전문 인력의 교육, ⑤조경 분야의 육성·발전 및 지원시설 등 기반 조성, ⑥조경사업자의 창업·성장 등의 지원, ⑦조경 분야의 동향 분석, 통계 작성, 정보 유통, 서비스 제공, ⑧조경 기술의 개발·융합·활용·교육, ⑨조경 관련 국제 교류·협력 및 해외시장 진출의 지원, ⑩그 밖에 지원센터의 설립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업 등을 추진하게 되어 분야 발전에 기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건축 분야는 국가건축정책위원회와 건축도시연구소라는 국책 연구기관이 이론적 연구뿐만 아니라 건축관련 제도와 정책을 연구하여 건축 영역의 확장 및 발전을 지원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이 제정되어 국가공공건축지원센터가 하부 연구기관으로 설립되었다. 또 성격은 다르지만, 출판문화산업진흥법에 의거해 설립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경우는 진흥원의 정관 및 임원의 임기, 주요 직무까지 진흥법에 명기되어 있고, 출판 수요 창출 및 유통 선진화 사업, 우수 출판 콘텐츠 제작 활성화 사업, 전자출판 및 신 성장 동력 육성 사업, 출판문화산업 인프라구축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출판산업종합지원센터 운영을 비롯하여 적지 않은 예산이 소요되는 다양한 출판 진흥 사업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관련법에 근거해 설립된 진흥원이나 연구기관이 실질적으로분야 발전에 도움이 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선례다.
지난해 12월 15일 개최된 ‘조경진흥법 제정 축하연’에서 김한배 회장(한국조경학회, 환경조경발전재단 이사장)도 ‘조경지원센터’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김한배 회장은 “조경의 역사는 ‘조경진흥법’ 제정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며 “제도적인 기반을 바탕으로 제2의 도약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고 전망한 후, ‘조경진흥법’을 기반으로 한 연구기관 설립이 가능해진 점을 무엇보다 고무적인 점으로 평가했다. 그동안 조경 분야는 국가적 지원을 받는 별도의 연구자가 없어 어려운 여건 속에서 교수와 전문가들이 자원하여 정책 연구를 진행해왔지만, “조경진흥법을 기반으로 설립될 연구소를 통해서 학술과 산업, 시민사회와의 관계 등 전 분야에서 정책 연구를 진행하여 이전 시대의 한계를 뛰어 넘는 한 단계 도약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조경진흥법 제정 이후의 후속사업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한편, 5년마다 국토부 장관이 수립·시행해야 하는 조경진흥기본계획에는 ①조경 분야의 현황과 여건 분석, ②조경 분야의 진흥을 위한 기본방향, ③조경 분야의 부문별 진흥시책, ④조경 분야의 기반 조성, ⑤조경 분야의 활성화, ⑥조경 관련 기술의 발전·연구개발·보급, ⑦조경기술자 등 조경 분야와 관련된 전문 인력 양성, ⑧조경진흥시설 및 단지의 지정·조성, ⑨조경 분야의 진흥을 위한 재원 조달 및 확보, ⑩조경의 국제협력 및 해외시장 진출 지원, ⑪그 밖에 조경의 진흥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 등이 담겨 있다.
애초 ‘조경산업진흥법’으로 추진되었지만 대한건설협회의 강력한 반발로 인해 ‘산업’이 빠져 ‘조경진흥법’으로 축소 제정된 점에 대한 아쉬움도 표출되고 있지만, 국내에 근대적인 의미의 조경이 도입된 지 41년 만에 처음으로 제정된 조경법이란 의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 최초의 조경 관련법으로 기록될 ‘조경진흥법’은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하위 법령 마련 등의 절차를 거쳐 2016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조경진흥법이 실효성 있는 법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이전보다 더 큰 관심이 필요하다는 호소에 귀 기울여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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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대중화’ 심포지엄
한국조경학회와 한국원예학회 공동 주최
2014년 12월 11일, 서울시립대학교 자연과학관에서 ‘정원 대중화’ 심포지엄이 한국조경학회(회장 김한배)와 한국원예학회(회장 김기선) 공동 주최로 개최되었다. 이날심포지엄에서는 가드너, 조경 그리고 원예의 세 영역으로 나누어 각 분야의 전문가 세 명이 주제 발표를 진행했다. 가드너 영역의 김봉찬 대표(더가든)가 ‘정원 조성과 관리, 그리고 대중성 가치’를, 조경 영역에서는 최정민 교수(순천대학교 조경학과)가 ‘정원 대중화를 위한 조경의 역할’을, 그리고 원예 영역에서는 황환주 교수(신구대학교 원예학과)가 ‘정원 대중화를 위한 원예의 역할’을 주제로 정원의 대중화를 위해 각 분야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발표했다.
김봉찬 대표는 여러 정원 사례를 소개하며 정원 조성 및 관리법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먼저 정원 식물의 종수와 관련하여 “영국의 전문 컬렉터들은 오랜 기간에 걸쳐 전 세계의 식물을 수집하고 교잡종을 만들어 내는 노력을 했다”며, 우리나라의 정원 대중화를 위해 관련 전문가 육성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김 대표는 이어서 ‘암석원rock garden’이 한국의 정원 대중화에 기여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실제 시공 사례를 보여주는 과정에서 “암석원에 적합한 다양한 고산 식물을 도입하는 것에 앞서, 그 식물들의 기반이 되는 토양에 대한 지식을 먼저 알아야 한다”며 토양학적 지식이 정원 조성에 있어 갖는 중요성을 언급했다. 일단 잘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식물을 키우고 디자인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정민 교수는 이번 주제 발표에서 순천만국제정원 박람회를 바라보는 일반인의 시각을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을 중심으로 분석했다. 그 중 눈에 띄었던 것은 “전문가들이 최고의 작품으로 선정했던 작품이 조사했던 블로그에서는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며 전문가와 일반인의 정원에 대한 시각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는 내용이었다. 정원의 대중화를 위해서 이러한 시각의 차이를 줄여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황환주 교수는 정원 식물과 관련 자재의 수요 흐름과 같은 직·간접적 자료를 분석해 본 결과, 정원의 수요가 증가한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국자원식물학회지』의 최근 연구 결과를 제시하며 “늘어나는 수요에 비교해 관련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정보망이나 전문 서적은 매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재 유통되는 서적들도 한국의 현 실정에는 맞지 않는다며 정원과 관련된 연구 및 저술 활동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교수는 정원대중화의 장으로 아파트를 지목하기도 했다. 주거의 중심에 공동체 정원을 도입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안이라는 것이다. 주제 발표에 이어 진행된 토론회에는 조경진 교수(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를 좌장으로, 이종석 명예교수(서울여자대학교 원예조경학과), 안계동 대표(동심원조경기술사사무소) 등이 참여했다.
이종석 교수는 정원 산업의 발전과 대중화를 위해서는 우선 정원을 담당하는 부서의 확립과 정원 관련법 제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법제화가 되어야 국비 지원도 원활히 이루어지고, 국가 차원에서 담당 부서가 있어야 관련 사업을 추진력 있게 진행할 수 있다”며 도시농업법 제정과 관련 사업 진행 과정에 참여했던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을 했다.
안계동 대표는 현재 정원을 대하는 조경 설계가들의 태도와 준비 부족에 대해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안대표는 “대규모의 대상지를 다루어 본 경험만으로,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정원을 쉽게 다룰 수 있을 거라는 태도를 취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일갈했다. 덧붙여 “정원을 직접 다루어 본다면, 정원이 공원보다 훨씬 어렵다는 것을 단번에 깨닫는다”며 정원은 디테일과 정성적 측면이 더욱 강조되는 작업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어서 학제적으로도 정원을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안 대표는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의 커리큘럼을 예로 들며, “현재의 커리큘럼에서는 정원이 공원이나 단지와 같은 대규모의 대상지를 다루기 위한 전 단계로서만 인식되고 있다”며 학교에서부터 정원에 대한인식 변화가 이루어져야 함을 촉구했다. 이날 참석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모두 정원 소재의 대중화의 장으로 아파트를 지목하기도 했다. 주거의 중심에 공동체 정원을 도입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안이라는 것이다. 주제 발표에 이어 진행된 토론회에는 조경진 교수(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를 좌장으로, 이종석 명예교수(서울여자대학교 원예조경학과), 안계동 대표(동심원조경기술사사무소) 등이 참여했다.
이종석 교수는 정원 산업의 발전과 대중화를 위해서는 우선 정원을 담당하는 부서의 확립과 정원 관련법 제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법제화가 되어야 국비 지원도 원활히 이루어지고, 국가 차원에서 담당 부서가 있어야 관련 사업을 추진력 있게 진행할 수 있다”며 도시농업법 제정과 관련 사업 진행 과정에 참여했던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을 했다.
안계동 대표는 현재 정원을 대하는 조경 설계가들의 태도와 준비 부족에 대해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안대표는 “대규모의 대상지를 다루어 본 경험만으로,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정원을 쉽게 다룰 수 있을 거라는 태도를 취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일갈했다. 덧붙여 “정원을 직접 다루어 본다면, 정원이 공원보다 훨씬 어렵다는 것을 단번에 깨닫는다”며 정원은 디테일과 정성적측면이 더욱 강조되는 작업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어서 학제적으로도 정원을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안 대표는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의 커리큘럼을 예로 들며, “현재의 커리큘럼에서는 정원이 공원이나 단지와 같은 대규모의 대상지를 다루기 위한 전 단계로서만 인식되고 있다”며 학교에서부터 정원에 대한 인식 변화가 이루어져야 함을 촉구했다. 이날 참석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모두 정원 소재의 다양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의견에는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안계동 대표는 김봉찬 대표의 주제 발표 중에 소개된 외국 정원에 1만 5,000종이 넘는 정원 소재가 쓰인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현재 “한국 물가 자료에 나온 교목과 관목의 수는 150종에 불과하다. 더군다나조경 설계자들이 설계 시 사용하는 수종은 2~30종 밖에 되지 않는다”며 현재 식재 설계에 있어 교관목 소재와 활용법이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질의응답에 참여한 김동찬 국화농업시험장 재배팀장은 정원 시공 현장에서 쓸 수 있는 소재가 적은 이유로 소재 유통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현재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는 업체는 여럿 있으나 상품화하고 유통할 수 있는 활로를 개척하지 못하고 있다”며 새로운 육종 방향뿐만 아니라 육종된 품종을 보급할 수 있는 유통망과 연결 주체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정원 분야에 대한 관심이 확산됨에 따라, 조경과 원예분야의 전문가들은 정원을 각자의 산업 영역으로 표명해왔다. 이번 심포지엄은 그런 두 분야의 전문가들이 ‘정원의 대중화’라는 하나의 목표를 공유하고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는 점에서 관련 분야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날 진행된 주제 발표와 토론에서 정원의 대중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도출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경과 원예가 서로의 분야별 특성을 이해하고 역할 분담의 필요성에 동의했다는 측면에서 이번 심포지엄의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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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학의 새로운 지평
제2회 정원학 심포지엄
국내 정원학 연구는 현재 어디까지 왔을까. 정원과 관련된 이론과 설계(실무), 그리고 이를 지원하는 시스템 등 다양한 부문의 연구와 과제의 스펙트럼을 한 자리에 펼쳐놓은 자리가 마련되었다. 지난 2014년 12월 5일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글로컬 홀GLocal Hall에서는 한국조경학회(회장 김한배)가 주최하고, 한국조경학회 정원학연구센터(센터장 조경진)가 주관하는 제2회 정원학 심포지엄이 ‘정원학의 새로운 지평’이란 제목으로 개최되었다. 정원학연구센터는 조경학의 모태인 정원 분야의 학술적 논의의 장을 마련하고, 문화 확산을 위한 싱크탱크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2014년 1월 출범했다.
네 가지 전략 과제―정원 관련 학술 활동 개최, 정원 문화 국제 교류, 한국 정원 문화 아카이빙, 정원 문화 대중화 사업―에 따라 지난해 두 번의 심포지엄이 마련되었다. 5월 개최된 첫 번째 심포지엄이 ‘Garden Talk 매혹의 공간, 정원을 디자인하다. 아홉 명의 디자이너의 정원이야기’란 제목으로 실무 디자이너들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였다면, 이번 심포지엄은 크게 이론, 실천, 시스템이라는 세 가지테마를 중심으로 국내 정원학 연구의 현재를 조명하고 미래를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정기호 교수(성균관대학교 조경학과)는 기조강연을 통해 “지금 우리가 갈망하는 정원은 ‘정원 아닌 정원’”이라는 문제제기를 하면서 심포지엄의 문을 열었다. 현재 우리의 정원 문화는 아파트에 살면서 ‘뜰이 있는 집’을 원하는 모순된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정원은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며 전개되어 왔으므로 정원을 필요로 하는 트렌드 저변, 즉 사회적 요구를 볼 것을 주문했다.
이론, 실천, 시스템
1부 ‘이론’은 동서양 정원 관련 고전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박희성 교수(서울시립대학교 서울학연구소)가 중국 명대말기의 조원서인 계성計成의 『원야園冶』를, 김승윤 본부장(유네스코한국위원회)이 동서양을 통틀어 정원 만들기에 관한 가장 오래된 책인 일본의 『작정기作庭記』를, 황주영 박사가 베르나르 팔리시Bernard Palissy의 『르세트 베리타블Recepte veritable』에 나타난 종교적 정원에 관해 소개했다. 한국에서는 정원 관련 옛 기록을 찾기 힘들지만 성종상 교수(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가 고산 윤선도의 『금쇄동기金鎖洞記』를 ‘걷기’의 관점에서 소개하여 의미있는 자리가 되었다.
2부 ‘실천’은 20세기부터 현재에 활동하는 정원디자이너나 조경가들의 작품이나 작품론에 주목했다. 우선 권진욱 교수(영남대학교 조경학과)가 질 클레망Gilles Clément의 ‘움직임과 감성le mouvemet et la sensation’에 대하여 발제했다. 이어서 박은영 교수(중부대학교 환경조경학과)는‘색채의 조화’에 중점을 두고 재식 설계를 했던 거투르드 제킬Gertrude Jekyll에 관해 발표하며, 국내 조경 교육에서 수목뿐만 아니라 초본류에 대한 관심도 필요함을 환기했다. 김현 교수(단국대학교 녹지조경학과)는 ‘원풍경’과 ‘일본다움’을 회복하려는 일본 조경계의 새로운 움직임에 주목하며, ‘전통 정원’에 대한 재해석의 일환으로 저술된 『신 작정기新作庭記(신 사쿠테이키)』에 대해 소개했다. 더불어 현재 우리의 정원이 소규모이다보니 디자인의 발전이 없다며, 재료와 기술, 디자인이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박승진 대표(디자인 스튜디오 loci)는 조경가 정영선의 정원 미학을 ‘땅을 이해하는 태도’, ‘또다른 오너십ownership’, ‘공간을 구축하는 패턴pattern’, ‘경계 만들기 혹은 경계 흐리기’, ‘식물과 돌-정원의 자연 재료’, ‘한국정원의 실천’, ‘작가적 태도로서의 직접하기’, ‘설계시공 팀워크’, ‘사적 관계혹은 친밀함’, ‘정서적 자산’ 등 10가지 시선으로 정리했다. 정영선의 작업 방식은 제도권의 그것과는 다르다는 최정민 교수(순천대학교 조경학과)의 지적에 박승진 대표는 자신감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설계자의 소위 ‘디자인 감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3부 ‘시스템’에서는 손용훈 교수(서울대학교 환경조경학과)가 상품화되어 있지만 생활문화 깊숙이 자리 잡은 일본의 정원 문화에 대해 발표했다. 윤상준 연구소장(이화원 정원문화연구소)은 영국 정원역사협회GHS, 왕립원예협회RHS, 내셔널 트러스트NT를 사례로 정원 문화에 대한 지원동향을 소개하며 정원의 일상성을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이유직 교수(부산대학교 조경학과)는 미국 하버드 대학교 이사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연구소, 덤바턴 오크스Dumbarton Oaks의 정원 연구 지원 활동과 성과 그리고 그 이면까지 짚어보면서 연구자들의 관심을 요청했다.
정원학과 정원 현상 사이
최근 정원에 대한 사회의 큰 관심 속에서 조경계에는 정원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공감대 못지않게 여전히 정원을 만드는 데 이론이 어떤 효용이 있는지 의문을 표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도 정원학과 정원 문화, 역사 속의 정원과 현재의 정원 양상사이의 간극에 대한 고민이 많이 드러났다.
이론이 어떻게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는가 하는 최종희 교수(배재대학교 원예조경학부)의 질문에 박희성 교수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근대 사회에서 정원은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문화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역사 속 정원에 대한 이해는 우리의 문화적 유전자 속에 녹아있는 자연에 대한 생각을 반추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실제 (정원)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육을 통해 안목을 키워주는 등, 즉 비물질적인 측면에서 이론의 가치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유직 교수는 최근 역사 연구의 트렌드는 거대 담론에서 생활사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는데 반해, 정원사 연구는 정원을 정치적인 결과물로서 이해하는 수준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즉 역사 정원에 대한 접근 역시 사람과 삶에초점이 맞춰져야 지금의 우리에게도 시사점이 있다는 이야기다.
최정민 교수는 순천국제정원박람회에 수많은 사람들이 방문한 현상 이면에는 사람들 마음속에 일종의 갈증이 있는 것 아니겠냐며, 이를 어떻게 끌어내어 체계화하고 어떻게 교육으로 연계시켜야 하는지 고민스럽다며 교육적 측면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배정한 교수(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는 ‘정원’으로 상징되는 ‘역사’와 조경의 정체성과의 관계, 혹은 과거 왕후장상의 정원과 최근 정원이라는 이름으로 일어나는 현상은 연속선상에 있다고 보기 어렵지 않은가 반문하기도 했다. 따라서 지금 일상에서 일어나는 정원현상을 개념적으로 진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념적인 진단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현상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론과 실천, 정원학과 정원 실무 간만남의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개념을 통해 현상을 읽을 수 있을 때 새로운 지평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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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서 만나는 정원
‘정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4월 26일까지
당신은 정원이 있습니까?
조그만 밭 한 뙈기조차 귀한 요즘이지만 누구나 마음속에 정원이 있는 시대다. 마음속에 그려오던 저마다의 정원이 어느 시골의 한적한 곳이 아니라 미술관에서 펼쳐진다. 지난 2014년 10월 21일, 국립현대미술관서울관이 개관 1주년을 맞아 ‘정원’ 전을 개최했다. ‘도심 속 열린 문화 공간’을 지향하며 개관한 서울관이 앞으로 국민들에게 이상적인 ‘정원’으로 자리매김 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전시는 관람객에게 ‘당신의 정원’에 대해 물으며 상상력을 자극한다. “당신은 쓸모 있고 아름다울 뿐 아니라, 당신의 삶을 담아내며, 지친 일상의 호흡과는 다른 숨을 쉴 수 있게 하고, 당신 내면의 숭고함과 깊은 질문에 직면할 수 있게 하는 질문을 던지는, 또는 그 질문에 대답하는, 그래서 당신은 영혼과 정신이 고양되며 막힘없이 자유롭게 소요할 수 있는 그런 정원을 가지고 있습니까?”
현대인의 정원
‘현대인의 정원’을 모티브로 한 전시는 자연과 예술에 대한 동양의 전통적인 철학과 사상을 토대로 구성되었다. 그래서인지 서울관이 보여주는 ‘정원’에 대한 다양한 해석은 새로운 것 같으면서도 친숙하고 추상적이면서도 어렵지 않게 다가온다. 전시는 ‘만남’, ‘쉼’, ‘문답’,‘소요유’ 등 네 개의 주제 공간으로 구성되었다. 관람객은 네 개의 주제 공간을 차례로 관람하면서 ‘자신의 정원’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가슴 속에 만 권의 책이 있고 눈으로는 전시대의 명전을 두루 보며, 또한 수레바퀴 자국과 말 발자국이 천하의 반은 되어야만 바야흐로 붓을 댈 수 있다.” 첫 번째 주제 공간 ‘만남’은 남송 대의 문인, 조희곡趙希鵠의 말로 전시를 연다. 삶에서 얻는 모든 경험이 예술의 근원이 된다는 이 말의 의미처럼 ‘만남’에서는 인생에서 경험하는 기쁨, 슬픔, 광란, 우울 등 다양한 감정이 승화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자유분방한 필치로 환희의 순간을 거침없이 표현한 이두식의 ‘환희’는 짜릿한 해방감을 느끼게 한다. 이와 반대로 통일 전 독일의 세기말적 분위기를 기괴하고 그로테스크하게 표현한 요르그임멘도르프Jörg Immendorff의 ‘독일을 바로잡는 일’에서는 암울한 느낌이 그대로 전해진다. 다양한 감정과 인생의 굴곡진 경험을 표현한 작품이 전시된 ‘만남’을 관람하다 보면 마치 형형색색의 꽃으로 만개한 정원을걷는 느낌이다.
‘만남’과 연결된 두 번째 주제 공간 ‘쉼’은 산수화로 이름난 북송 대 화가 곽희의 산수론에서 영감을 받아 구성되었다. 그림을 통해 자연에서 느낄 수 있는 생명력과 운치를 표현한 옛 화가들처럼 자연의 장엄한 광경과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은 현대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었다. ‘만남’에서 다양한 색의 향연을 즐겼다면‘쉼’의 흑백의 소나무 숲에서는 평화와 안식을 느낄 수있다.
‘문답’에서는 18세기 조선의 괘불과 21세기 미국의 미디어 작가, 빌 비올라Bill Viola의 작품이 서로 문답을 던지듯 마주보고 있다. 꽃비 속에서 연꽃을 들고 미소를 띤 석가모니는 21세기의 빌 비올라에게 삶과 죽음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괘불을 비추는 조명이 꺼지고 나면 비올라의 작품이 상영된다. 비올라가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위해 제작한 ‘트리스탄의 승천’과 ‘불의 여인’은 장엄한 사운드와 압도적인 비주얼이 인상적인 미디어 아트 작품이다. 한 마디의 대사도 없지만 우주의 비밀을 이야기 하고 있는 듯한 그의 작품을 통해 ‘염화시중’의 의미를 문득 깨닫는다. 마지막 전시 공간인 ‘소요유’에서는 영혼과 정신의 해방을 강조한 장자 미학을 보여주는 현대 미술 작품을 소개한다.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미디어 작품을 선보여온 백남준의 ‘시바’, 전위적인 작품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요셉 이스Joseph Beuys의 당당한 발걸음이 인상적인 ‘우리는 혁명이다’, 아름다운 제목처럼 따스하고 자유분방한 작품인 홍지윤의 ‘너에게 꽃을 꽂아줄게-인생은’ 등이 전시되었다.
당신에게는 그런 정원이 있습니다
밀란 쿤데라가 14년 만에 발표한 신작, 『무의미의 축제』의 판매 부수를 뛰어넘고, 전국의 미생들을 울린 윤태호 작가의 『미생 특별 보급판 세트』를 상대로 ‘완생’했으며, 일명 ‘요나손 신드롬’을 일으킨 요나스 요나손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마저 넘어버린 책이 있다. 2014년 12월 셋째 주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며 4주째 1위를 지키고 있는 조해너 배스포드의 『비밀의 정원』이다.1 『비밀의 정원』은 소설이나 시집이 아니다. 『비밀의 정원』은 스트레스와 긴장 이완을 목적으로 하는 어른용 ‘색칠 그림책coloring book’이다. ‘도시 생활과 문명에 지친 현대인들이 ‘아날로그 방식’으로 정원을 그리면서 자신만의 정원을 완성하고 치유받는다’는 콘셉트의 책이 열풍처럼 유행하고 있다는 사실은 ‘정원’이 현대인에게 ‘노스탤지어’이자 ‘꿈’으로 다시 떠오르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집 안에 있는 뜰이나 꽃밭’이라는 사전적 정의를 넘어도시 생활에 지친 현대인을 위로하는 하나의 심상으로 자리 잡은 정원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당신에게는 그런 정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