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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도시를 공작하라!
‘셀프 어반 크래프트십’ 세미나, 연남장
도시에 사는 일과 도시를 만드는 일은 별개의 일이었다. 도시의 크고 작은 공간은 계획가, 행정가, 자본가가 만든 도면에 충실하게 구현됐고, 사람들은 주어진 환경에 맞춰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재단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살고 싶은 도시를 직접 만들려는 움직임이 곳곳에 나타났다. 자본이 주목하지 않는 소외된 지역에 터를 잡고, 지역 주민과 연대해 독특한 문화를 만들며, 공구를 손에 들고 직접 공간을 개선하는 사람들이 도시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기 시작했다.
지난 2월 15일 연남장에서 도시재생의 새로운 흐름과 공간 DIY 문화를 공유하는 ‘셀프 어반 크래프트십(Self Urban Craftship)’ 세미나가 열렸다. 정음철물, 한국리노베링, 오롯컴퍼니, 일본의 툴박스(Toolbox)의 대표가 모여 각 사무소의 활동 내용을 소개했다. 행사를 기획한 심영규 대표(정음철물)는 “앞으로 우리 스스로 동네를 어떻게 바꾸어 나갈지 살펴보고, 혼자 하기 힘든 사람에게 함께하자고 손을 내미는 시간”을 마련했다고 행사의 취지를 설명했다.
공간 편집권, 전문가에서 사용자에게로
“툴박스의 미션은 일본의 주거 공간을 더 즐겁고 풍요롭게 만드는 데 있다. 공간은 공간을 만드는 전문가가 아닌 사용자의 것이기 때문이다. 공간 만들기에 있어 사용자가 주역이 되는 환경을 만들고자 한다.” ‘자기 공간을 편집하기 위한 도구 상자’라는 뜻의 툴박스는 거주자가 손쉽게 자신의 공간을 구성하도록 돕는다. 히토스기 이오리(툴박스 집행임원)는 툴박스 소개에 앞서 도쿄R부동산(툴박스를 운영하는 기업, 이하 R부동산)을 소개하며 사용자 중심의 공간 문화를 만들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일반적인 부동산에서 제공하는 면적, 임대료, 역까지의 거리 같은 기본적인 정보로는 실제 그 집에서의 생활이 어떨지 가늠하기 어렵다. 이러한 점에 착안해 R부동산은 사용자의 취향과 연계된 실질적 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전망이 좋은 곳, 주변에 녹지가 많은 곳, 천장이 높은 곳 등 사용자가 체감할 수 있는 특징으로 공간을 소개해 주거 공간 공급 체계에 변화를 가져왔다.
R부동산이 살고 싶은 공간에 대한 선택의 폭을 넓혔다면, 툴박스는 나만의 공간을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실천적 플랫폼을 제공한다. 바닥재, 벽재, 스위치 등의 재료 판매부터 셀프 시공 아이디어와 노하우를 전달하고, 소비자의 다양한 취향을 존중하는 제품 개발에도 힘쓴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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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 된 구 서울역사
‘호텔사회’ 전, 1월 8일부터 3월 1일까지
호텔은 낯선 곳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안식을 주는 장소다. 잠시 빌리는 공간이지만, 외부로부터 보호받는다는 감각은 지친 몸을 달래기에 충분하다. 이제 호텔은 단순한 숙박 장소를 넘어 독특한 문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호텔에서 자체적으로 투숙객을 위한 여행 콘텐츠를 담은 가이드북을 제작하기도 하고, 주변 지역의 문화를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도 한다. 별도의 여행지 없이 호텔 자체를 휴식 장소로 삼는 호캉스―호텔과 바캉스의 합성어― 역시 진화하고 있는 호텔 문화를 보여주는 한 예다. 그렇다면 과거의 호텔, 한국에 막 입성했을 당시 호텔의 모습은 어땠을까.
지난 1월 8일부터 3월 1일까지 문화역서울 284(이하 문화역서울)에서 열린 ‘호텔사회’는 근대 철도 교통의 발달과 함께 유입된 호텔 문화의 변천사를 살피는 전시다. 아카이브, 영상, 사진, 설치 작품, 공간 기획, 퍼포먼스, 연계 프로그램 등 다채로운 방식을 통해 호텔 문화가 한국 근현대사에 끼친 사회 문화적 영향력을 조명한다. 구 서울역사가 가진 독특한 공간 구조가 적극적으로 활용됐다. 중앙홀은 방문객을 맞이하는 ‘익스프레스284 라운지’로, 서측 복도는 호텔 정원을 재해석한 ‘콜로니얼 가든Colonial Garden’으로, 대합실은 호텔의 야외 수영장을 연상시키는 ‘오아시스.풀·바·스파’와 가상의 ‘여행·관광안내소’로 탈바꿈했다. 객실을 콘셉트로 한 공간에는 호텔을 사용했거나 그곳에서 일한 이들의 사적인 이야기가 담겼다. 이외에도 호텔이 선도한 미용 문화, 공연 문화, 식문화 등을 살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호텔, 욕망과 취향의 공간
입구에 들어서면 붉은 계단과 장막이 눈길을 빼앗으며 전시의 시작을 알린다. 호텔 로비를 연상케 하는 이곳은 다양한 전시 공간을 연결하며 관람객들의 우연한 만남을 촉발한다. 로비 뒤편으로는 호텔 정원에 해당하는 ‘콜로니얼 가든’이 이어진다. 식물, 샹들리에, 정원에서 보이는 도시의 경관 등 호텔 정원의 모티브를 재해석한 작품들이 전시됐다. 우측 벽을 따라 설치된 얇은 천은 이강혁의 ‘나이트 플랜트(Night Plant)’다. 그는 역사적 가치가 있는 서울의 대표 호텔들을 방문 혹은 침입해 내부 조경 사진을 기록하고, 가로 1.5m, 세로 3m 크기의 천에 인쇄해 줄지어 걸었다. 복도를 천천히 거닐며 서울의 야경과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호텔 정원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복도 끄트머리에서는 계속해서 들려오던 소리의 정체가 드러난다. 우지영의 작품 ‘라토나Latone: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이하 라토나)에서 솟아 나오는 분수의 물소리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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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서재] 나의 아름다운 이웃
“이건 따릉이 타는 모습을 보여주고, 이건 계절 변화를 보여주고… 웨딩 촬영하는 사진은 없나?” 마감을 나흘 앞둔 밤, 편집부는 하나의 모니터 앞에 모여 유청오 작가가 보낸 서울숲 사진을 꼼꼼히 살펴봤다. 백여 장의 사진 중 ‘아카이브(archive)’로 의미가 있을 만한 사진을 고르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아카이브라 생각하니 사진 속 풍경과 사람들의 행동이 새삼스레 다 의미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이번 달 공원 아카이브 특집에 함께한 최혜영 교수(성균관대학교)는 “도시공원을 ‘이야깃거리’ 즉 ‘문화 콘텐츠’로 바라보지 않는, 공원 문화에 대한 인식의 부재”를 꼬집었다. 조경학과 학생으로 4년, 조경 전문지 기자로 3년. 돌아보면 내게 공원은 누군가 설계한 공간, 주로 설명하고 분석할 대상에 가까웠다. 공원을 기억하고 기록할 대상으로, 이야깃거리로 생각해본 적이 있던가.
아카이브의 중요성을 말하는 특집 지면을 살피다 박완서 작가를 떠올렸다. 그가 일상을 주조하는 방식 때문이다. 보통의 소재를 재료 삼아 쉽고 흔한 표현으로 우려낸 진한 일상의 맛!『 나의 아름다운 이웃』은 그 맛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짧은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이 책은 1970년대 도시의 생활 공간을 배경으로 당시 사람들의 연애관, 결혼 생활, 자식을 향한 바람, 내 집 마련에 대한 열망, 이웃 간 사소한 다툼을 담은 48편의 콩트로 구성된다. 작가는 보편적 삶 이면의 내밀한 감정, 유희나 슬픔, 풍자적 요소를 가감 없이 들춰내 보인다. 1970년대는 경제 성장으로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웠지만 급격한 도시화, 산업화에 따른 심리적 빈곤을 경험한 시대다. 작가는 이러한 시대의 일면을 예리하면서도 거침없는 문장으로 풀어낸다.
‘마른 꽃잎의 추억’은 엄마 혹은 주부라는 이름으로 삶이 일반화돼버린 중년 여성의 감정적 일탈을 그린다. ‘나’는 남편 몰래 시집에 처녀 시절 구혼한 남자들이 준 꽃을 눌러 간직하고 있다. “그 총각들 중에서 지금의 남편을 선택해서 풍파 없이 살아왔다. 후회는 없다. 그러나 그때 달리 선택할 수 있었던 대여섯 갈래의 다른 삶에 대한 호기심까지 없는 건 아니다.” 두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남편도 출근시킨 오후, 불쑥 찾아온 공허함과 무료함은 익살스러운 불평을 낳는다. “우리 동네 집들은 모두 집 장사꾼이 지은 집인데 작을뿐더러 너무 편리하다. … 반드시 편리한 집이 좋은 집은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밥 잘 먹고 건강한 여자가 잔걸음 좀 치면 어때서 꼭 아랫목에서 밥 먹고 윗목에서 똥 싸는 식의 편리한 집에서 살 건 또 뭔가.” 그때나 지금이나 평범한 사람이 착실하게 돈을 모아 강남에 땅을 사는 일은 얼마나 무모한 일인가. ‘완성된 그림’의 문규는 결혼 후 알뜰살뜰 모은 오십만 원을 들고 영동 땅을 밟는다. 하지만 백평 정도의 땅을 사려면 백만 원은 있어야 한다는 말을 듣고, 2년 뒤 백만 원을 만들어 다시 찾은 영동에는 귀부인 차림의 여자들이 몇백 몇천 평의 땅을 흥정하고 있다. 몇 년을 더 투자해 천만 원까지 모아 보지만, 그 사이 허허벌판이던 영동 땅은 “몰라보게 발전해 넓고 기름진 도로가 사면팔방으로 뻗”어 있고 “으리으리한 호화 주택이 들어선 새로운 마을”이 되어 천만 원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다. 그는 “뒤늦게 영동 땅을 포기하고 잠실로, 수유리로, 불광동으로, 화곡동으로 쏘다”니지만 “어디든지 살 만한 땅은 귀부인들이 한발 앞서 차지하고 ‘용용 죽겠지’하는 식으로 그와 그의 천만 원을 얕잡는”다.
책머리에서 박완서 작가는 “방 안에 들어앉아 창호지에 바늘구멍으로 내고 바깥 세상을 엿보는 재미”로 콩트를 썼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이웃과 자신의 내면을 아주 세심히 살폈을 것이다. 꾸밈없는 솔직한 이야기에 막연하고 어렴풋하던 한 시대가 한층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다.
이야깃거리로서의 공원을 마주하는 일은 어떻게 시작돼야 할까. 공원에서 겪은 사소하고 평범한 일을 꼼꼼히 들춰보는 데서 일 것이다. 내게 공원은 꽤나 사적인 공간이다. 중학교 때 체육 수행 평가를 준비한다는 핑계로 밤 늦게까지 놀던 곳이고, 작심삼일 다이어트 도전의 장이었으며, 친구랑 크게 싸우고 엄마 눈을 피해 맘 편히 운 곳이기도 하다. 한강공원에서는 치킨을 시켜 먹으며 대학생 된 기분을 만끽했고, 자전거를 타고 싶은데 따릉이 어플이 실행되지 않아 분통 터질 뻔한 적도 있다. 올 봄 미세 먼지가 없는 날에는 근래 발길이 뜸했던 동네 공원을 찾아야겠다. 잔디 위에 돗자리 펴놓고 앉아 있다 보면 의외의 기억을 떠올리거나 재밌는 발견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귀여운 강아지라도. 하다못해 햇볕 아래 꿀 같은 낮잠이라도 잘 수 있겠지.
각주 1. 박완서, 『나의 아름다운 이웃』, 작가정신,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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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A] 취향 편집
지금처럼 바람의 온도가 미지근해질 때쯤 대학을 졸업했다. 그렇게 벗어버리고 싶던 학생 타이틀과의 작별인데, 학사모를 공중으로 던져 올릴 때 마음이 마냥 홀가분하지는 않았다. 졸업장을 책장에 꽂고 나니 덜컥 겁이 났다. 꽤 오랜 시간 조경을 공부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배운 게 무엇일까 생각하니 막막해졌기 때문이다.
한때 인터넷을 떠돌던 곤충대학교 파리학과 이야기가 떠올랐다. 이 우스갯소리는 당신을 파리학과에 갓 입학한 신입생으로 가정한다. 열심히 파리의 앞다리론, 중간다리론, 뒷다리론, 날개론을 공부한 당신은 곧 졸업생이 된다. 취업과 진학의 갈림길에서 대학원을 택하고, 뒷다리를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 그간 배운 게 겉핥기에 불과했다는 걸 깨닫는다. 박사과정에 들어가면 상황은 더 심화된다. 연구 주제는 뒷다리에 난 두 번째 털이다. 물론 뒷다리에는 수만 개의 털이 있고, 어떤 털은 아무도 연구하지 않아 아직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도무지 끝이 날 것 같지 않다. 이처럼 한 학문의 범위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넓다. 그렇다면 어떤 학문을 다루는 잡지의 태도는 어때야 할까.
잡지, 그중에서도 전문지는 특정 분야에 대한 갈증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한 매체다. 일반 매체에서 얻기 힘든 정보를 제공하고, 주목해야 할 이슈를 선별해 전달하고, 아카이브(archive)로서 기록하는 일에도 소홀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다. 어떤 콘텐츠를 어느 정도의 범위에서 얼마만큼의 깊이로 다룰 것인가. 파리의 모든 것을 담자니 깊이가 얕아지고, 그렇다고 뒷다리의 털들만 들입다 들여다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주제 자체가 대중에게 친근하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아쉽게도 조경은 아직 사람들에게 낯선 존재다. 결국 중요한 건 균형일 테다. 파리를 잘 모르지만 조금 관심이 있는 사람들의 궁금증을 유발하면서도 뒷다리 털 전문가가 보기에도 유치하지 않은 잡지.
지난 2월 6일, 새로운 편집위원과 함께한 회의에서도 대중성과 전문성의 균형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잡지가 다루는 콘텐츠의 범주를 확장”하거나 “인접 분야를 적극적으로 다뤄 학제 간의 벽을 허물어” 좀 더 많은 독자에게 다가가자는 제안이 있었다. 반면 “오히려 더 깊이 있는 조경 정보를 제공하는 게 해법일 수도 있다”는 접근도 있었다.
대중성과 전문성은 얼핏 반대되는 개념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꼭 그렇지만은 않다. 지난 1월 민음사가『 릿터』(문학 잡지)와『 크릿터』 (비평 무크지)에 이어 인문 잡지 『한편』을 새로 선보였다. 초판 3,000부는 출간 일주일 만에 매진됐고, 같은 기간 정기구독자는 천 명을 돌파했다. 나 역시 ‘책보다 짧고 논문보다 쉬운 한편의 인문학’이라는 슬로건에 홀려 정기구독 버튼을 클릭했다. 일주일에 한 번 발행되는 뉴스레터, 정기구독자는 무료로 참석 가능한 공개 세미나에서 독자와 친밀감을 형성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2월에는 지역성이 담긴 콘텐츠를 생산하고 공유하는 그룹 올어바웃(All About)이『 어바웃 디엠지About DMZ』 시리즈의 창간을 알렸다. 접경 지역의 숨겨진 이야기를 발굴해 음식, 지역 제품, 관광 등 여러 키워드로 엮는 기획은 와디즈Wadiz(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펀딩 350%를 달성했고, 발간 기념 이벤트에는 120여 명의 인원이 참여했다. 인문학과 디엠지가 이렇게나 ‘핫’한 주제였나?
결국 대중성이란 파리의 뒷다리든 수많은 털 중 한 가닥이든, 그 소재를 분해하고 군침이 도는 모양새로 다듬어 다시 조합하는 편집 기획이 만드는 건지도 모르겠다.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 ‘취향’은 ‘나다움’을 보여줄 수 있는 대표 수단이 되었다. 말 그대로의 잡지雜紙(섞일 잡, 종이 지)가 아닌 소수의 취향 공동체를 겨냥한 독립 잡지가 호응을 얻는 현상1역시 취향의 시대의 단면을 보여준다. 자꾸만 이 현상을 취향을 저격하는 전문성이 곧 경쟁력임을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해석하고 싶어진다. 『환경과조경』이 어떤 취향의 상징이 된 모습을 상상해본다. 나만 알고 싶은 잡지가 자꾸 유명해지고 있다고 속상해 하는 열독자들의 투덜거림까지.
각주 1. 이영희, “잡지, 취향과 기호로 부활하다”, 「중앙일보」 2017년 12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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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커뮤니티 하우스’
미세 먼지 알리미와 물안개 분사 시스템을 갖춘 퍼걸러
미관 향상이나 휴게 공간 제공이 주 목적이던 조경 시설물이 급변하는 도시 환경에 발맞춰 다양한 기능을 갖춘 스마트 시설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세인환경디자인이 출시한 ‘커뮤니티 하우스’는 미세 먼지와 폭염에 대응할 수 있는 퍼걸러로, 쾌적한 주거 단지와 공공 공간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퍼걸러 부근의 대기질을 측정해 알려주는 미세 먼지 알리미와 무더운 여름철 기온을 낮춰주는 물안개 분사 시스템을 갖췄다. 미세 먼지 농도 수치가 LCD 패널에 나타나는데, 퍼걸러 내부뿐만 아니라 바깥에서도 대기 오염도를 확인할 수 있도록 양방향 LCD를 설치했다. 물안개 분사 시스템은 작은 입자경의 물방울을 분사해 옷이나 물건 등을 쉽게 적시지 않는다. 또한 주변 온도를 3~5도까지 낮출 수 있으며 미세 먼지를 저감하는 효과를 낸다. 온습도 환기 계수에 따라 물안개 분사량을 조절하고 타이머를 설정할 수 있다. 퍼걸러 외부 형태는 장식적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간결하게 구현했으며, 지붕 에지와 기둥, 바닥 에지가 하나로 이어지는 디자인으로 통일감을 주고자 했다. 부드러운 곡선형이 건물이 주는 딱딱한 느낌을 누그러뜨리고 외부 공간의 녹지, 수목과 원만하게 조화된다.
TEL. 02-877-8811 WEB. seindesig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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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공원, 도시의 사회적 접착제
지구 곳곳에 점점이 퍼져 있는 고밀 복합체 도시에는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거주하고 있지만, 도시는 여전히 가난과 불결과 위험의 대명사이자 고립과 불평등의 온실이며 반反자연의 상징이다.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로운 경제, 편리한 정보 기술, 풍성한 문화를 누리게 된 도시들도 갖가지 위기 담론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기후 변화와 환경 위기, 인구 고령화와 1인 가구 급증, 빈부 격차와 양극화, 경기 침체와 도시 쇠퇴가 뒤엉킨 난맥의 도시, 더 이상 계획가의 지혜와 엔지니어의 기술만으로는 해법을 찾을 수 없다. 20세기 후반을 기점으로 도시의 공간과 장소가 사회과학계 전반의 연구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생산과 소비, 노동과 문화를 비롯한 모든 인간 행동과 그것이 낳는 정치·사회적 문제는 도시 공간에서 구성된다는 점이 새롭게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지리학과 인류학은 물론 경제학과 사회학의 시선이 도시를 향하고 있다. 지난 연말에는 당대를 대표하는 도시사회학자 리처드 세넷(Richard Sennett)과 에릭 클라이넨버그(Eric Klinenberg)의 최근 저작이 잇따라 번역 출간되었다.
리처드 세넷의『 짓기와 거주하기』(김영사, 2019)는 삶을 향상시키는 기술의 가치를 다룬『 장인』과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적 협력 방식을 도모한『투게더』를 잇는, 그의 ‘호모 파베르’ 프로젝트 3부작의 완결판이다. 철학과 사회학뿐 아니라 건축, 조경, 도시계획, 문학, 예술을 겹겹이 넘나드는 이 책의 키워드를 단 하나로 간추리자면 아마도 ‘열린’일 것이다. 세넷이 지향하는 열린 도시는 구성원들이 서로를 배제하지 않고 포용하고 배려하며 정보의 소통과 교류가 이뤄지는 윤리적 도시다.
열린 도시는 이상한 것, 궁금한 것, 미지의 것을 수용하는 도시이며, 이런 도시에 참여해 여럿 중의 한 사람으로 살아가면 “의미의 명료함보다는 의미의 풍부함”을 누릴 수 있다. 책 제목이 암시하듯, 세넷이 말하는 도시의 열린 관계는 짓기(building)와 거주하기(dwelling)가 균형을 찾을 때 가능하다. 짓기와 거주하기의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그는 프랑스어 빌(ville)과 시테(cite)를 빌려온다. 빌은 “물리적 장소로서의 도시”이고, 시테는 “지각, 행동, 신념으로 편집된 정신적 도시”다. 세넷은 도시를 짓는 방식(빌)과 도시에서 거주하는 방식(시테)이 불일치하는 것은 도시의 본질적 속성임을 파악하고, 빌과 시테의 접점을 찾아 나가는 전문가와 거주자의 노력들을 탐사한다.
세넷은 “우리를 바보로 만들” “닫힌 스마트 시티”의 전형으로 인천의 송도 신도시를 꼽는다. 그는 송도가 르코르뷔지에의 “부아쟁 계획에 무성한 나무와 부드러운 곡선을 추가한 버전”에 불과하며 스마트 시티를 내세워 데이터의 중앙 통제를 이룩한 “무미건조하고 무기력한 유령 도시”라고 비판한다. 세넷은 책 곳곳에서 공원이 빌과 시테를 연결하는 매개체일 수 있음을 내비친다. 이를테면 옴스테드의 센트럴 파크를 “사회적 포용이 물리적으로 설계될 수도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된 제안이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빌에 치우친 옴스테드의 공원 비전에는 “시테를 이루는 특징적인 재료, 즉 군중에 대한 성찰”이 빠져 있다며 공원의 잠재력을 전폭 지지하지는 않는다.
세넷에 비해 에릭 클라이넨버그는 도시의 고립과 불평등을 넘어서는 연결망으로서 공원의 가능성에 더 큰 기대를 건다. 전작『 폭염사회』를 통해 700명의 목숨을 앗아간 시카고 폭염 사태를 자연재해가 아닌 사회 비극의 측면에서 해석함으로써 찬사를 받은 클라이넨버그는, 신간『도시는 어떻게 삶을 바꾸는가』(웅진지식하우스, 2019)를 통해 도시에서의 고립과 양극화, 불평등과 분열은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를 어떻게 계획하느냐에 달린 문제라고 주장한다. 그가 전 세계의 다양한 도시와 지역 사회를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도시의 위기와 재난을 극복하는 힘은 공동의 장소, 즉 필수적인 관계와 소통이 형성되는 장소를 만드는 데 달려 있다. 찾아가고 머물며 집단과 계급의 경계를 넘어 관계를 맺고 공동체를 강화하는 공간, 즉 “사회적 인프라스트럭처”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클라이넨버그가 말하는 사회적 인프라스트럭처는 “사람들이 교류하는 방식을 결정짓는 물리적 공간 및 조직”이며 “사회적 자본이 발달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결정하는 물리적 환경”이다. 도서관과 서점, 학교와 놀이터, 수영장과 체육 시설은 물론 공원이야말로 도시의 건전한 유대 관계를 형성하는 사회적 인프라다. 공원처럼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꾸준하게 모여 즐거운 활동을 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드는 것, 그것이 곧 위기의 도시를 회복시켜 열린 도시의 연결 사회를 지향하는 희망의 전략이다.
허리케인 샌디가 남긴 재난을 교훈 삼아 회복탄력적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진행된 국제 설계공모전 ‘리빌드 바이 디자인(Rebuild By Design)’(본지 2014년 8월호 참조)의 책임 연구자이기도 했던 클라이넨버그는, 이 선제적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도시의 사례들을 통해 다목적 다기능의 공원이 도시의 “사회적 접착제(social glue)”로 작동할 수 있음을 밝힌다. 책의 원제 “모든 이들을 위한 궁전(Palaces for the People)”에 생략된 주어는 단연코 공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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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국제교류복합지구 수변생태·여가문화 공간 조성 국제지명 설계공모
설계공모 경과와 심사평
서울시 국제교류복합지구 내 탄천·한강 일대가 자연과 다채로운 문화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는 보행 친화적인 수변 공간으로 재탄생될 예정이다. 국제교류복합지구는 서울시가 코엑스~현대차 GBC 부지~잠실 종합운동장에 계획 중인 미래 성장 동력의 중심지다. 국제 업무,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전시·컨벤션 등 MICE 산업 시설로 구성된다. 국제교류복합지구 한가운데 위치한 탄천 및 한강변은 도심 속 수변 공간으로 잠재력이 매우 높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주차장, 제방 사면, 고가 도로 등 기능적 공간으로만 활용되고 있다. 특히 탄천 종단부에 설치된 낙차공은 하상 저질을 쌓이게 만들어 수질 오염과 악취를 발생시키고, 한강과 탄천의 생태적 연계를 방해하는 요소다. 또한 탄천은 국제교류복합지구의 주요 거점인 코엑스와 현대차 GBC 부지, 잠실 종합운동장 및 한강을 단절시키고 있다. 주변과 대상지 사이의 심한 단차로 인해 보행 접근성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시는 탄천과 한강변의 자연성을 회복하고, 다양한 시설과 프로그램을 갖춘 수변 공간을 마련하고자 ‘서울 국제교류복합지구SID 수변생태·여가문화 조성 국제지명 설계공모’를 개최했다. 2019년 7~8월 참가의향서를 제출한 11개 팀 중 7개 팀을 지명·선정했으며, 지난 11월 ‘나우동인건축사사무소+MVRDV+조경설계 서안+삼안+한맥기술’ 팀을 최종 당선자로 선정했다....(중략)...
*환경과조경382호(2020년2월호)수록본 일부
당선작
더 위브The Weave
나우동인건축사사무소 + MVRDV + 조경설계 서안 + 삼안 + 한맥기술
2등작
모래톱의 귀환
서영엔지니어링 + 오피스박김 + CA조경기술사사무소 + COWI UK
+ DK Architecture & Urban Design + 운생동건축사사무소
+ EPS엔지니어링 + 김정윤
3등작
새여울
GGN + HLD + 동일엔지니어링 + 안병철 + Biohabitats
+ 황두진 건축사사무소 + ARUP
가작
어댑티드 어반 코리더Adapted Urban Corridor
신화컨설팅 + 도화엔지니어링 + 조경설계 비욘드 + 창조종합건축사사무소+ 선인터라인
가작
서울 징검다리
그룹한 어소시에이트 + Henn + sbp + 동해종합기술공사+ HEA + 생각나무파트너스 건축사사무소 + 누리플랜
가작
컨버전트 플래인스Convergent Planes
유신 + Supermass Studio + MMK+ + 곽정인
가작
도시 군도Urban Archipelago
Topotek 1 + Buro Happold + 선진엔지니어링 + 디자인캠프문박디엠피+ Systematica + Transsolar + 진영컨설턴트
주최 서울시위치 서울시 탄천 삼성교~한강 합류부 일대면적630,000m2주요 시설 목적 국제교류복합지구를 대표하는 친수 여가 문화공간 및 보행 중심 교량 조성예상공사비 약 1,029억원설계비 약 59억원설계 기간2019. 12.~2021. 5.(18개월)방식 국제지명 설계공모상금당선작(1팀): 기본 및 실시설계권2등작(1팀): 1억원3등작(1팀): 5,000만원가작(4팀): 각 2,500만원심사위원강병근(심사위원장, 건국대학교 건축학과 명예교수/건축)김세훈(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도시)배정한(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조경)백경오(한경대학교 토목안전환경공학과 교수/토목)앤드류 파삼(Andrew Fassam, 싱가포르 도시재개발청도시계획국장/건축)덴니스 피엡시(Dennis Pieprz, Sasaki Associates 디자인본부장/조경)한봉호(예비심사위원,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환경생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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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국제교류복합지구 수변생태·여가문화 공간 설계공모] 더 위브
당선작
자연과 엮어내기interweaving with nature
한강과 탄천이 만나는 수 공간을 재정비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수변 공간의 자연 생태계를 다시 회복하는 것이다. 도시와 탄천 제방 사이 경사로 인한 물리적 경계를 허물고 토착 식생을 되돌려 놓는다. 이로써 가파른 가장자리는 새롭게 정비되고, 수변 생태 공간의 질이 개선되어 도심 환경과 탄천 사이의 물리적 장벽이 완화된다. 이는 보행자의 방문을 유도하고 여러 도심 이벤트를 끌어들이기 전 자연환경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는 작업이다. 또한 하천의 생물 서식 환경을 복원하고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식생 공간을 조성한다. 새로운 수변 공간은 도시 내 특색 있는 명소로 자리매김해 시민의 방문을 장려하고 국제교류복합지구와의 네트워크를 강화할 것이다.
동선과 엮어내기interweaving with access
대상지가 국제교류복합지구의 중요한 거점으로 자리잡으려면 시민을 끌어들일 수 있는 수변 공간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보행 접근성이 높아야 한다. 보행 접근성을 높이는 전략으로 지형을 완만하게 다듬고 환경의 전반적인 질을 향상시킨다. 자연스러운 곡선형의 길로 이루어진 보행 시스템을 통해 탄천에 의해 분리된 양안을 연결한다. 보행 시스템에서 뻗어 나온 길은 이따금 도심을 가로지르는 보행교와 합쳐져 탄천 좌우 제방의 보행 동선을 통합하고 수변 공간의 각종 주요 시설들을 연결한다....(중략)...
*환경과조경382호(2020년2월호)수록본 일부
- 나우동인건축사사무소(박병욱) + MVRDV(Winy Maas/Design Architect) + 조경설계 서안(정영선) + 삼안(최동식) + 한맥기술(이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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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국제교류복합지구 수변생태·여가문화 공간 설계공모] 모래톱의 귀환
2등작
서울 국제교류복합지구의 수변 공간은 고도로 발달한 주변의 상업적 문화 시설과 대비되는 자연의 경험을 제공하고 건강한 도시 생태를 구축하는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선진적 수리 연구를 통해 직강화된 콘크리트 호안을 사행화하고 모래톱을 복원시킨다(모래톱의 귀환). 투수층으로 치환된 제방은 도시 빗물을 정화하고 저장하며(도시를 정화하는 제방), 제방 위에는 2만여 그루의 나무로 숲을 조성해 도심 속 허파로 기능하게 하는 동시에 내부에 각종 도시 프로그램을 유치한다(사람이 모이는 숲). 아름다운 자연적 경관의 귀환은 역설적으로 치밀한 단면 설계와 광역적 물 시스템을 고려해야만 지속가능하다. 이는 불과 50년 전 잃어버린 경관의 동시대적 재건을 통해 한국 도시 공간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본래 대상지 부근에는 탄천의 여러 지류가 복잡하게 흐르고 있었고, 이 물길들은 도시화 이후 땅속에 묻혔다. 다른 대도시와 마찬가지로 탄천의 지하수위 또한 점점 내려가고 있는데, 지하 56m까지 땅을 파내는 공사가 수반되는 영동대로 광역복합환승센터와 같은 지하 개발 사업이 지하수위 저하에 큰 몫을 하고 있다. 하상, 제방, 숲, 교량이 하나로 작용하는 탄천의 물 시스템은 대상지의 물 부족 및 오염 문제를 개선할 것이며, 도시화 이후 잃어버린 라이프 스타일을 재현할 것이다....(중략)...
*환경과조경382호(2020년2월호)수록본 일부
- 서영엔지니어링(이재호) + 오피스박김(박윤진) + CA조경기술사사무소(진양교) + 코위 UK(David Mackenzie) + DK 아키텍처 앤드 어반디자인(Sangrok Koo) + 운생동건축사사무소(신창훈) + 이피에스엔지니어링(강우영) + 김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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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국제교류복합지구 수변생태·여가문화 공간 설계공모] 새여울
3등작
탄천을 사이에 둔 강남~잠실 지구에 대대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세계적 규모의 MICE 센터 등은 동남권 도심 부활에 대한 기대감을 모으고, 1988년의 영광을 간직한 인프라 유산으로 여겨지던 잠실 종합운동장 역시 변신을 꾀하고 있다. 강남과 잠실은 한강과 탄천의 두 물길로 둘러싸여 있지만, 인상적인 워터프런트는 없다. 잠실 종합운동장은 대규모 이벤트, 스포츠 등 단일 목적 프로그램과 폐쇄적 공간 구조로 인해 도심의 에너지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대상지가 MICE 센터를 구성하는 한 축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강남에서 시작되어 한강으로 이어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상지는 일대의 변화를 위한 성공의 열쇠를 쥔 곳이다. 한강과 탄천의 유수지를 시민의 레크리에이션 공간으로 보는 데서 탈피하고, 치수와 방재를 위한 규제에 얽매이지 않아야 한다. 나아가 개발과 자연의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서울의 도시적 요구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하다.
현대적 픽처레스크
한강의 자연적 프로세스에 따라 역동적으로 변화해온 탄천 합수부는 이곳만의 식생과 환경을 기반으로 한 문화와 산업, 상업을 갖춘 곳이었다. 물과 땅이 만나며 만드는 서정적 곡선, 강과 물을 즐기는 풍류는 한강 개발, 연이은 도시 성장 속에서 잊혔고 물과 사람, 자연과 도시와의 관계는 단절됐다. 서울 국제교류복합지구의 현대적 픽처레스크 경관은 전통적 의미의 장소 고유의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것뿐만 아니라 도시 생태, 즉 공공의 요구와 욕망, 자연과 환경 생태 시스템, 이동과 연결을 복합적으로 담아낸 기능적·경험적 경관이다....(중략)...
*환경과조경382호(2020년2월호)수록본 일부
- Gustafson Guthrie Nichol(Jennifer Guthrie) + HLD(이호영) + 동일엔지니어링(황주환) + 안병철 + 바이오해비타트(Keith Bowers) + 황두진 건축사사무소(황두진) + ARUP(Brian Markh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