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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urenscape] 중국의 도시들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1996년, 미국 연방준비은행의 의장 앨런 그린스펀(Alan Greenspan)은 닷컴 버블(dot-com bubble)이 잠재적 가산 가치를 과도하게 부풀린 광란 상태로 인해 일어난 ‘이상 과열 현상’이 아닌지 의구심을 표한 바 있다. 이 같은 우려가 현재 중국에서도 제기되고 있으며, 중국의 불안정한 경제 성장률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불투명하게 가려진 각종 수치는 신뢰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검증하기도 어렵고, ‘비공식적’ 거래와 현금 은닉 등은 중국의 고질적 병폐다. 거대한 사회 기반 시설, 번쩍이는 스카이라인, 어반 빌리지(urban village), 디즈니를 연상시키는 교외, 경제특구에서 아이폰을 찍어내는 계약직 노동자가 머무는 공장 기숙사, 지평선까지 끊임없이 이어지는 아파트의 행렬, 쉽게 잊혀지지 않는 데다가 설명하기도 어려운 유령 도시의 모습 등이 모여 어지러운 중국의 현실과 세계로 퍼져나가는 중국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15개의 메가시티(megacity)를 비롯한 중국의 도시들은 일종의 전조이자 경고다. 이 도시들은 놀라운 속도로 빠르게 성장하며 경제 및 물류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역사상 가장 압축된 근대화 과정을 드러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이 이미 경험한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급격한 도시화와 견줄 수 있다. 단순히 도시화의 정도와 범위뿐만 아니라 포괄성, 획일성, 라이프스타일의 구체적 지향성, 맞춤식으로 구성된 법률 및 경제적 토대 등에서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 미국의 교외는 자가 주택과 잘 정돈된 잔디밭으로 대표되는 목가적 삶을 상징한다. 또한 원자화된 평등주의에 대한 환상, 매우 희미한 토지 구분 방식, 자동차에 의존하는 삶뿐 아니라 급진적 계급 체계와 인종적 분리를 구현했다. 그리고 중앙 정부는 전역한 백인 참전 용사에게 제공하는 저금리 대출, 고속 도로 등 기반 시설에 대한 대규모 투자, 세제 혜택 및 금전적 유인책 등의 정책을 통해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 지난 수십 년간 새로운 형태와 유형의 중산층이 형성됐고, 미국의 세속적이고 문화적인 양상 또한 변화했다. 교외 지역은 핵가족을 위한 삶의 터전이자 오메가 포인트(omega point)였고, 핵가족에게는 특정 역할이 주어졌다. 그들에게 주어진 의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억압적 양태를 띄고 사회의 불안정을 촉진했다. 특히 교외에 거주지가 만들어지며 제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는 동안 노동력의 일부를 담당했던 다수의 여성은 전업 주부의 역할에 갇히게 되었고, 자녀 양육과 가정 환경 관리를 중점적으로 책임지게 되었다. 반면 대부분이 남성인 교외 지역의 가장들은 통근 생활을 하게 됐고, 이들이 낳은 아이들은 토지의 부동성을 체감하고 결국 미국의 도시로 몰려들었다. 교외 지역으로 인해 초래된 해악은 물리적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집밖에서 벌어지는 활동에 항상 필요한 이동 수단으로서 차량이 가진 압도적 헤게모니는 수십만 평방마일에 달하는 비투수성 지면, 화학 오염, 대규모 사고를 야기했고 통근과 집안일에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각종 이동 수단과 거리를 기준으로 하는 부동산 가격 책정은 사회를 더욱 계층화했고,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며 계층 간 격차가 점차 심화됐다. 교외 지역 모델이 은연 중에 퍼뜨린 도시 생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융통성이 없는 공간-시간 루틴(routine), 극도로 비효율적인 토지 이용, 저밀도 지역에 적합한 값비싸고 낙후된 기반 시설의 조성을 초래했다. 의미심장하게도, 미국의 교외 지역은 소비자 시장이 발전하며 나타난 그럴싸한 개인주의를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모델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본질적으로는 동일한 상품이 각기 다른 상표와 약간의 변화를 품고 시장에 등장했다. 교외 지역의 주민들은 약 100평방미터의 부지에 놓인 조지왕조풍, 튜더왕조풍, 목장풍, 현대풍, 통나무집, 루이 14세풍, 바바리안풍(Barvarian), 푸에블로풍(Pueblo), 캘리포니아풍 등 여러 스타일의 주택에 거주하게 됐고, 두 대의 차량을 차고 또는 잔디밭에 세워두었다. 집 안에는 전후 시대에 사회적, 기술적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 텔레비전이 있었다. 텔레비전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전자 난로이자 온종일 소비에 관한 메시지를 투사하는 매체인 동시에 모두가 추구해야 할 것만 같은 라이프스타일을 설파하는 일종의 안내서였다. 우리는 이제서야 비로소 텔레비전 앞에서 넋을 잃고 보내는 시간이 지닌 문화적, 정치적 가치를 인식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양상이 우주와 같은 소셜 미디어의 광대한 영역으로 뻗어 나가는 모습을 목도하고 있다. 중국 역시 이러한 변화를 세계 어떤 나라에도 뒤지지 않고 체감하고 있는데, 사람들은 구분조차 어려운 수백만 채의 주택에서 무언가에 마취된 것처럼 기계적으로 살아가고 도시는 엄청난 규모의 도시 파편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79호(2019년 11월호) 수록본 일부 마이클 소킨(Michael Sorkin)은 마이클 소킨 스튜디오(Michael Sorkin Studio)의 대표이자 설립자다. 2000년부터 뉴욕시립대학에서 건축 석좌교수이자 도시설계 프로그램 디렉터로 일하고 있으며, 비영리 도시 연구소인 테레폼(Terreform)의 대표이기도 하다. 디자인, 비평, 교육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 글은 유쿵졘의 다음 책 서문을 번역한 것이다. Michael Sorkin, “Can China’s Cities Survive?”, Letters to the Leaders of China: Kongjian Yu and the Future of the Chinese City, Terreform ed., Terreform, 2018, pp.6~15.
    • 마이클 소킨
  • [Turenscape] 유쿵졘 인터뷰
    인터뷰어 리중웨이Lab D+H 공동대표 지난 6월,『환경과조경』은 다국적 문화를 바탕으로 다채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해 온 조경설계사무소 랩디에이치Lab D+H를 소개했다. 랩디에이치의 상하이 오피스를 이끄는 리중웨이Li (Zhongwei)는 다양한 규모의 오픈스페이스와 상업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도시 본래의 색채를 보존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변화를 일으키는 도시재생에 관심이 많은 그에게 문화유산과 생태를 존중하며 친환경적 프로젝트를 실천해 온 유쿵졘(Yu Kongjian)은 흥미로운 인터뷰이가 아닐 수 없었다. 10월 중순, 리중웨이는 유쿵졘의 강연이 열리는 베이징을 방문했다. 강연 전 두 시간, 강연이 끝난 뒤에도 두 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야 인터뷰가 마무리됐다. 유쿵졘의 유년 시절부터 스펀지 시티(sponge city)에 이르기까지, 몇십 년의 세월을 종횡무진한 그날의 대화를 지면에 옮긴다. _ 편집자 주 땅을 이해하는 방법,땅을 존중하는 철학 리중웨이(이하 리)어릴 적의 경험은 디자이너의 철학을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어떤 곳에서 어떤 유년 시절을 보냈는지 궁금하다. 유쿵졘(이하 유) 저장(Zhejiang)성의 한 농촌에서 자랐다. 굉장한 산골이라 시내에 나가는 일이 쉽지 않던 곳이었다. 어릴 적 그곳에서 7년 정도 소를 몰았다. 덕분에 논밭 하나하나를 자세히 살피게 되었고 어디에 수초가 많은지, 어디에서 물고기가 헤엄치는지, 어디에 큰 나무가 있는지를 다 꿰고 있었다. 오래된 이야기에도 훤했다. 예를 들면 태평천국太平天國(1851~1864, 중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농민 봉기) 때 사람들이 몸을 숨겼던 동굴, 중국 전설 속 백사白蛇가 스쳐간 녹나무에 대해 알고 있었다. 한 번은 홍수로 갑작스럽게 불어난 물에 떠내려 갈 뻔한 적이 있다. 강변의 갈대를 부여잡아 겨우 살아남았는데, 그때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자연과 더불어 산다면 홍수와 같은 재난도 그렇게 무서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하지만 당시 강변에 콘크리트 제방이 세워져 있었다면 나는 범람한 강물에 휩쓸려 갔을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우리의 삶터는 하늘과 땅, 사람, 신이 공존하는 곳이라 믿어왔다. 아버지가 부지런히 일하던 모습도 선명하다. 기억 속 아버지는 평지, 경사지, 척박한 토양 등 어떤 땅에서도 작물을 재배해냈다. 자연과 어울리던 아버지의 방식이 내게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 리 도시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독특한 유년을 보낸 것 같다. 이러한 경험이 당신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고 믿는다. 당신은 중국 조경 분야의 첫 번째 유학 세대이며, 많은 조경가의 롤모델이다. 무엇이 당신을 해외로 향하게 했으며, 무엇이 다시 중국으로 돌아오게 만들었는가. 유 베이징 임업대학교(Beijing Forestry University)에서 석사를 마치고 학교에 남아 교수로 일했다. 상무인서관商務印書館에서 출판된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책들, 경관과 생태에 관련된 각종 원서와 이안 맥하그의 『디자인 위드 네이처(Design with Nature)』 등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리처드 포먼(Richard T. T. Forman)의 『경관 및 지역 생태학(The Ecology of Landscapes and Regions)』을 중국어로 번역해 강좌를 열기도 했다. 운이 따라주어 여러 조경가뿐 아니라 천촨캉陳傳康 등 지리학의 대가와도 교류할 수 있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해외에서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스웨덴 스톡홀름을 거쳐 미국으로 갔고, 마지막으로 하버드 GSD에서 공부했다. 유학을 마치고 중국을 살펴보니 바뀌어야 할 것들이 아주 많아 보였다. 그중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있었다. 천하흥망天下興亡 필부유책匹夫有責이라는 말처럼 나라의 흥망성쇠는 한 명의 백성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고, 중국으로 돌아오게 됐다. …(중략)… * 환경과조경 379호(2019년 11월호) 수록본 일부
    • 리중웨이
  • [그리는, 조경] 모형 만들기
    모형은 현실 세계 혹은 설계가의 머릿속에 있는 세계를 축소하거나 확대해 만든 하나의 세계다. 스케치처럼 2차원의 종이에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3차원의 입체로 구축한다는 점에서 공간을 지각하고 이해하기에 유리한 수단이다. 무엇보다 회화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일지라도 간단한 모형은 쉽게 만들 수 있다. 물론 정확한 스케일로 정교한 모형을 제작하는 것은 그림만큼 어렵지만 말이다. 과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캐드, 스케치업, 라이노, 3ds 맥스 등 여러 3D 모델링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모형 만들기가 이루어지고 있다. 손과 컴퓨터는 모형을 만드는 서로 다른 테크놀로지일 뿐, 중요한 건 모형 만들기가 디자인 과정에서 담당하는 역할이다. 하나, 모형으로 디자인 결과물을 표현할 수 있다. 설계가의 머릿속에 있는 경관을 그대로 본떠 모형으로 옮기는 것이다. 머릿속에 있는 경관이 아닌 이미 조성된 정원이나 공원을 모형으로 만들 수도 있다. 둘, 디자인 아이디어를 테스트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 다이어그램과 스케치만으로 입체를 설명하기 힘들 땐 모형을 만들어 시뮬레이션을 해볼 수 있다. 결과 모형과 과정 모형은 다른 누군가에게 생각을 전달하는 훌륭한 의사소통 수단이 된다. 지형 형태 테스트 프린터 인쇄 설정에서 가로로 긴 포맷을 랜드스케이프 모드(landscape mode)라고 하듯, 랜드스케이프는 넓게 펼쳐진 땅을 의미한다. 조경가가 디자인하는 대상이 바로 그러한 땅이다. 캐서린 구스타프슨(Kathryn Gustafson)과 조지 하그리브스(George Hargreaves)는 아름다운 지형을 디자인하는 대표적인 조경가다. 이들의 작품―특히 초기 작품―은 독특하고 유려한 모양의 땅이 인상적이다. 구스타프슨의 작업은 “대지를 조각하고 형상화하는 것”으로, 하그리브스 작업은 큰 규모의 “랜드폼(landform)을 만드는 대지 예술 작업(earthwork)”으로 설명되는 이유다.1 인공적 지형을 만드는 과정에서 두 조경가는 모형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구스타프슨은 점토 모형으로 매끄러운 지형을 스터디하고 석고로 떠냈다(그림 1과 2). 미세하게 조율된 경사 지형은 2차원 드로잉보다 3차원 모형으로 만드는 게 유용했다. 점토 모형은 바로바로 쉽게 모양을 변형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모형은 디자이너의 창작 활동에도, 클라이언트나 동료와의 의사소통에도 효과적이었다.2 하그리브스는 모래를 활용하기도 했다(그림 3). 모래 모형의 안식각은 실제 시공 현장의 자연 안식각과 거의 유사해 ‘정직한’ 스터디 도구로 기능했다. 점토는 유연하고 다루기 쉬우며 가소성이 뛰어나 경사와 교차점 스터디에 활용됐다(그림 4).3 두 조경가 모두 모형을 디자인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창의적 수단으로 활용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79호(2019년 11월호) 수록본 일부
  • [공간의 탄생, 1968~2018] 대한민국 공간은 과연 지속 가능한가
    한국 도시화, 차이와 반복의 역사 지난 10개월간 한국 도시화 50년의 거시적·미시적 현황과 메커니즘, 이에 따른 구체적 공간 사례를 살펴보았다.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스치기 시작하는 지금, 연재의 첫 번째 글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2019년 새해가 시작된다. 나는 이제 만으로 마흔 살이 된다. 대학을 가기 전까지 20년이었고, 대학 입학 후 20년이 지났다. 40여 년의 시간을 살면서 언제부턴가 나의 개인적인 삶이 사회와 역사의 도도한 흐름과 함께 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 이 연재는 우리 사회와 역사가 가졌던 거대한 힘과 이것이 초래한 여러 단절적 전환이 어떻게 오늘날의 물리적 세계에 영향을 주었는가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다. 나아가 이 연재는 시간적으로 지난 50여 년을, 공간적으로 대한민국을 중심으로 일어난 물리적 세계의 변화를 ‘한국의 도시화 50년’으로 규정하고, 이를 통해 일어난 대한민국 공간의 탄생과 변화를 비평적으로 논하고자 한다. 한국의 도시화는 일견 사회적 현상이자 역사의 기록으로만 여겨질 수 있지만, 사실은 내 부모 세대의 이야기이자 내 세대의 이야기이며 내 자식 세대의 이야기다.”1 연재의 여정이 처음에 제기했던 물음들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게 탐구했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이번에는 그동안의 논의를 요약, 정리하며 한국 도시화의 부산물인 대한민국 공간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본질적 물음을 던지고자 한다. 대한민국의 공간은, 아니 대한민국 사회는 과연 지속 가능한가. 이 연재는 공간의 지속 가능성과 사회의 지속 가능성이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한국 도시화 50년이 공간과 사회의 지속 가능성에 커다란 변화를 초래했다는 전제에서 출발했다. 이에 따라 한국 도시화의 물리적 변화와 사회·생태적 영향을 추적했다. 지금까지 계속해서 주장한 바와 같이, 정부 주도의 도시화와 대규모 물리적 개발은 대한민국 공간의 탄생과 변화의 가장 중요한 인자로 작용했다. 구체적으로, 한국 도시화 50년의 공간 사례를 표1과 같이 시대별로 탐구해 왔다. 한국의 도시화 과정은 전반적으로 너무나 야심 차고 열정적인 시기로 볼 수 있지만, 시대별로 살펴보면 너무나 단절적이며 전환적이다. 이에 따라 한국의 도시화를 차이와 반복의 역사로 규정할 수 있다. 시대마다 새로운 지도자가 등장하고 새로운 도시화 목표를 향해 새로운 대상에 대한 도시화가 이루어졌지만, 50년에 걸쳐 놀랍게도 중앙 정부 주도의 새로운 도시만들기가 진행됐다. 다시 말해 한국의 도시화는 도시화 내용의 차이와 도시화 메커니즘의 반복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새로운 도시만들기의 공과를 논의하고 과연 이것이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지 비평하고자 한다. 한국 도시화의 차이와 반복을 리질리언스 관점에서 보면, 체제 변환(regime shift)이 끊임없이 일관되게 일어났다고 해석할 수 있다. 체제 변환은 “시스템의 구조와 기능의 측면에서 대규모의 갑작스럽고 지속적인 전환”2을 말한다. 다시 말해 체제 변환은 시스템이 기존과는 전혀 다른 생태에 도달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로 인해 기존의 상태로 쉽게 돌아가지 않는 불가역적 특징을 보인다. 결국 한국의 도시화는 시스템적 변화의 시기로 불가역적 방향성을 견지했다고 할 수 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한국의 도시화가 사회의 요구와 여건의 변화에 따라 그때그때 시스템적 변화를 모색했다고 할 수 있다. 반대로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한국의 도시화는 과거와의 깊은 단절 속에서 현재와 미래의 변화를 향한 불가역적 전환만을 지속했다고 할 수 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79호(2019년 11월호) 수록본 일부 김충호는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공학과 도시설계 전공 교수다.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미국 워싱턴 대학교 도시설계·계획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우설계와 해안건축에서 실무 건축가로 일했으며, 미국의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와 워싱턴 대학교, 중국의 쓰촨 대학교, 한국의 건축도시공간연구소에서 건축과 도시 분야의 교육과 연구를 했다. 인간, 사회, 자연에 대한 건축, 도시, 디자인의 새로운 해석과 현실적 대안을 꿈꾸고 있다.
  • [이달의 질문] 당신의 아이가 조경학과에 가고 싶어 한다면?
    전공이 평생의 업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내 아이는 잘 맞는 전공을 선택해 즐거운 일을 하며 살게 하고 싶다.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본다. 3년마다 (조경 일을 하다 보면 3년마다 관두고 싶은 마음이 올라온다) 찾아오는 힘겨운 방황의 시기를 버틸 인내심이 있는지? 발주처의 박해와 자존심을 짓누르는 말에도 웃음으로 화답할 수 있는 넓은 아량을 가졌는지? 삼 일 밤을 새우고 나서도 두 눈을 부릅뜨고 키보드와 마우스를 현란하게 놀려 캐드 일을 할 체력이 있는지? 마지막으로 조경이라는 학문을 통해 실현하고 싶은 나만의 목표와 조경을 평생의 업으로 여기며 살아갈 신념이 있는지. 학문적 자질은 중요하지 않다. 천천히 배우면 된다. 나 또한 그랬으니까. 하지만 네 가지 질문 중 하나라도 그렇다고 답할 자신이 없다면 다시생각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윤영주 디자인필드 대표 막연한 기대를 하고 조경 현장직에 지원한 학생이 취업 후 진로를 바꾸는 경우를 많이 봤다. 설계, 식재, 관리 중 어떤 분야가 맞는지 고민하게 하고, 적합한 대학의 조경학과를 추천해줄 것이다. 김건유 강릉원주대학교 농장조경팀 조경 미학 수업 과제로 제출했던 에세이를 다시 꺼냈다. “…아직은 잘 모르겠다. 사회에서 조경이 얼마나 좋은 대우를 받는지, 조경을 하면 얼마나 버는지, 조경가가 어떠한 사회적 지위를 갖는지 말이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신한다. 나는 조경을 하면 행복하다.” 부모로서 어찌 자신의 말을 뒤집겠는가. 아이가 행복할 수 있다면 그걸로 됐다. 전공 서적 몇 권 사는 돈은 굳었으니 딸한테 치맥이나 사달라고 해야겠다. 엄호정 현대엔지니어링 건축조경팀 지지한다. 하지만 조경이라는 분야가 생각보다 많이 세분화되어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다. 설계, 시공, 연구, 소재 개발, 생태, 환경, 기후 변화 대응 등 파생 분야가 생각보다 다양하다. 내 아이가 대학에 가기까지 10여 년이 남았으니, 미래에는 지금보다 더 세분화되지 않을까. 따라서 조경 분야에서 일하는 것이 목표라면 꼭 조경학과를 선택하진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강한민 한국그린인프라연구소 꽃과 나무를 아이에게 선물하고, 푸른 언덕에 함께 심고 물을 줄 것이다. 노민욱 충북대학교 시설과 토목조경팀 다양한 자연 환경을 만나게 해줄 것이다. 산, 들, 강으로 데려가 같은 식물이라도 생육 환경에 따라 형태가 달라짐을 가르쳐줄 것이다. 또 조경의 어떤 면을 보고 조경학과에 진학하려고 마음먹었는지 물어볼 것이다. 건축에 가까운 조경인지, 생태에 가까운 조경인지를 묻고 조언해주고 싶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모임에 참여하도록 권유하겠다. 나와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 사람마다 생각이 다름을 알게 된다. 차이를 이해함으로써 어떤 문제에 대한 답은 하나가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하고 싶다. 김연희 천리포수목원 1년 배워보고 아니다 싶으면 전과를 추천한다. 복수 전공이라는 든든한 보험도 있다. 졸업하고 나서야 조경이 내 길이 아님을 알게 되는 순간,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정말 늦었다는 말의 의미를 몸소 깨닫게 될 것이다. 더불어 설계사무소에서 일할 생각이 없다면 설계에 목숨 걸지 말자. 설계 과제하느라 다른 수업 (특히 교양 수업) 성적 포기하지 말고, 패널에 손톱만 하게 들어갈 다이어그램을 만들면서 밤을 새우는 짓은 되도록 하지 말자. 강민정 부산시 영도구 조경학과를 졸업한 내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조경을 배우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더 넓어졌다. 인간과 뗄 수 없는 식물이라는 존재에 대해 배우고, 자연을 도시로 가져오는 일의 가치를 알게 됐기 때문이다. 오늘날 한국 조경의 현실이 마냥 밝지 않다는 것은 잘 안다. 그럴수록 조경의 필요성과 중요함을 더욱더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경 공간 속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다양한 행복과 웃음을 아이와 함께 나누고 싶다. 이런 의미에서 미래 내 아이에게는 조경학과를 적극적으로 추천해볼 생각이다. 강혜빈 소양고등학교 교사 조경은 진로 선택의 폭이 넓은 특별한 분야다. 직접 공간을 디자인하고 시공, 관리하는 일뿐만 아니라 조경수를 육종하는 원예 산업에도 종사할 수도 있다. 정원 일은 힘들기도 하지만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생활에 활력을 주기도 한다. 조경은 자연과 함께하는 일이기에 미래에 더 각광받을 분야라 생각된다. 전문직이라 정년 후에도 충분히 계속할 수 있다. 이미 첫째 아들이 조경학과에 다니고 있다. 김봉찬 더가든 대표
  • [편집자의 서재] 어느 언어학자의 문맹 체류기
    대학교에서 외국인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언어학을 연구하는 백승주 교수는 문맹이 되기로 결심한다. 1년간 상하이 푸단 대학교의 한국어 교환교수로 파견되자 중국에 가기 전까지 어떤 중국어도 익히지 않기로 한 것이다. 지금껏 그가 가르친 학생들은 한국어를 말할 줄도 읽을 줄도 모르는 이들이었다. 백지 상태에서 낯선 땅에 발을 내디딘 학생들의 마음을 헤아려보기 위해, 무無의 상태에서 다른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을 탐구하고자 실험 대상이 되기를 자처한다. 외국 생활은 긴장의 연속이다. 식당에서 음식을 시키는 것뿐인데 몸은 잔뜩 움츠러든다. 한국에서는 자연스럽게 “사장님”을 외치면 그만이지만 낯선 나라에서는 말도 안 통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이뤄내야 하기 때문이다. “워 야오…이베…워 야오…어…아이씨.” 상하이 도착 이틀째, 백 교수는 방에서 “워 야오 이베이 빙더 메이스카페이”(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 주세요)를 연신 연습한다. 다음 날 찾은 스타벅스에서 연습한 문장을 말하는 데 성공하지만 돌아오는 건 예상치 못한 질문이다.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그에게 점원은 계산대 옆에 나란히 서있는 컵들을 가리킨다. 톨, 그란데, 벤티, 컵 사이즈를 묻는 거였다. 더 준비된 말이 없던 백 교수는 ‘가리키기’를 시전해 그란데사이즈를 주문한다. 그는 음료를 기다리며 가리키는 행위에 담긴 복잡한(?) 소통의 과정을 분석하기 시작한다. 가리키기는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일, 곧 “‘나와 상대방이 모두 공동으로 한 사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동시에 ‘다른 이의 관점에서 그 사물을 보는’ 과정”이므로, 일종의 ‘초능력’을 발휘한 셈이다(과장된 표현 같지만, 인간과 DNA가 98퍼센트 일치하는 침팬지는 가리키기에 담긴 메시지를 이해하지 못한다). 『어느 언어학자의 문맹 체류기』 속 이야기들의 흐름은 이런 식이다. 읽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마주한 낯선 문화와 도시 풍경은 산만하면서도 복합적인 ‘의식의 흐름’을 따라 재편된다. 현지인에게 당연한 음식 문화나 거리 풍경은 이방인의 온갖 잡다한 지식,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나 유년 시절의 희미한 경험 등을 소환한다. 명나라의 반윤단이 자신이 죽인 정적이 강시로 나타날까 두려워 만든 구곡교를 거닐며 좀비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고, 중국 식당에서는 냉수를 주지 않는 게 기본이라는 이야기를 하려고 ‘물 좀 주소’를 부른 가수 한대수를 호출한다. 다소 뜬금없어 보이지만 나름의 알고리즘을 따라 전개되는 이야기는 공공장소에서 본의 아니게 듣는 남 얘기 같다. 하필 그게 엄청 흥미진진하거나 솔깃한 정보여서, 나도 모르게 귀를 더 쫑긋하게 되는 것이다. 북쪽으로 공산주의 (혹은 그러한 체제에 속했던) 국가를 세 개나 둔 자본주의 국가(하지만 같은 한자 문화권에 속하며, 일제 식민지기와 제국주의, 독재 체제를 경험한 나라)에서 나고 자란 덕분일까, 백 교수는 현대 중국 이면에 놓인 모순을 도시 곳곳에서 면밀히 포착해낸다. 자본주의의 결정체인 상하이 세계금융센터의 외벽에 중국의 오성기가 떡하니 붙어 있고, 사람들을 검열하는 경비원들이 즐비한 상하이의 거리에는 집마다 적나라하게 널어놓은 빨래가 휘날리며, 난닝구와 사각 팬티만을 걸친 자유분방한 차림의 아저씨들이 거리를 활보한다. 고급 백화점에 난 큰 창을 통해 보게 되는 것은 마오쩌둥의 생가다. “과거의 마오가 고급 백화점으로 둘러싸인 자신의 옛집을 바라본다면 어떨까? 마오가 받는 충격은 원숭이 혹성에서 겨우 탈출하여 지구로 돌아왔는데, 그 지구가 유인원이 지배하는 세상이 된 것을 발견하는 영화 ‘혹성탈출’의 주인공이 느끼는 충격과도 유사하지 않을까.”2 상하이의 풍경은 낯선 이방인의 몸을 통과하면서 지극히 주관적이고 예상치 못하게 깊은 방식으로 그려져, 전혀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이토록 사적이고 편향된 기행문이라니. 웬만한 객관적이고 정확한 정보보다 상하이에 대한 뚜렷한 인상을 각인시킨다.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친구가 들려준 모로코의 밤, 그가 거닐던 사막이 어떤 다큐멘터리에서 봤던 사막보다 더 깊게 남았던 건 같은 이유 때문일까? 각주 정리 1. 백승주, 『어느 언어학자의 문맹 체류기』, 은행나무, 2019 2. 같은 책, p.203.
  • [CODA] 이름
    고작 석 자, 길지도 않은 내 이름은 사람들의 머리를 곧잘 어지럽힌다. 이름을 말하면 되묻는 사람도 여럿이고, 때때로 사물함이나 명단에 김무아, 김보아 등 낯선 글자가 적히기도 했다. 유치하기 짝이 없는 초등학교 시절에는 성 하나만 바꾸면 온갖 별명이 완성됐다. 그래도 이름은 나를 구성하는 것 중 단연 마음에 드는 요소다. 지극히 평범한 나를 흔하지 않은, 오롯이 유일한 사람처럼 느껴지게 한다. 엄마에게 이름에 얽힌 일화 하나를 듣고 난 후에는 그 애정이 더 각별해졌다. 하마터면 내가 김일심, 김진심으로 살아갈 뻔했다는 것. 당시에도 촌스럽게 느껴졌다는 그 석 자는 무려 작명소에서 비싸게 모셔 온 글자들이었다. 다행히 할아버지의 불같은 호통(제정신이냐는)에 마음을 하나로 모은다는 의미는 같지만, 그 어감은 확연히 다른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됐다. 아쉬움은 없지만 가끔 김일심, 김진심이 된 나를 상상해본다. 분명 그 또한 똑같은 알맹이를 가진 나일 텐데,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았을 거라 자신하게 된다. 말과 글이 그렇듯 이름에도 분명한 힘이 있다. 이름을 부르면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던 누군가가 꽃이 되기도 하고(김춘수, ‘꽃’), 엑스트라에 지나지 않던 캐릭터가 자신의 존재를 자각해 시나리오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기를 소망하게 만든다(MBC, ‘어쩌다 발견한 하루’). 세상의 온갖 사물에 이름이 있지만, 서로의 존재를 이름으로 불러 확인하는 사람에게는 그 의미가 유독 크다. 시인 오은은 『나는 이름이 있었다』(2018)에 수록된 서른두 편의 연작시를 통해 ‘불리는 이름’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무인 공장에 내가 있었다. 무인 공장인데 내가 있었다. 무인 공장인데 내가 있는 것이 유일하게 습득한 기술이었다. 어느 날에는 스위치를 켜는 심정으로 불쑥 내 이름을 발음해보았다. 무인 공장과는 달리, 나는 이름이 있었다. 무인 공장과는 달리, 나는 사람이었다.”1 그만큼 제대로 부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이번 특집을 통해 우리에게 익숙해진 이름에 작별을 고한다. 오랜 시간 영어권 표기를 따라 불려온 콩지안 유(Kongjian Yu), 투렌스케이프(Turenscape)를 유쿵졘(Yu Kongjian)과 투런스케이프로 바로잡는다. 당장은 낯설겠지만 영영 가까워질 수 없을 것 같던 비니 마스(Winy Maas)(오랜 기간 위니 마스라 불렸다)에 친숙해졌듯, 유쿵졘과 투런스케이프가 금세 당연해질 것이라 기대한다. 중국어를 배운 이는 투런이 땅土(tu)과 사람人(ren)의 합성어라는 사실을 눈치 채고, 그들의 설계 철학을 남들보다 빨리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름에 대해 생각하며 특집을 살피다보면 발을 거는 문단이 하나 있다. “젊은 세대는 조경학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기성 조경가와 일반 대중 대부분은 조경학을 간단한 원예, 즉 정원을 꾸미는 일로 여긴다. … 이는 학과에 대한 정의에서 비롯된 일이기도 하다”(“조경, 세상을 움직이는 힘”, p.100) 유쿵졘의 말에 따르면 중국에서 조경학과는 흔히 환경예술 또는 원림설계학과로 일컬어진다. 그는 “원예가 개인이 만든 정원이라면, 원림은 사람과 땅 사이의 갈등, 사람들의 이용 행태를 고려해 자연 네트워크를 추구하는 일”이라며 교육에 앞서 원예와 원림 설계가 무엇인지 정확히 정의내리고, 이에 따라 낡은 학과 체계를 개혁해야 한다고 말한다. 몇 차례 한국 조경계에 제기된 조경이 랜드스케이프 아키텍처(landscape architecture)의 번역어로 적당한지에 대한 논의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조경에 대한 인식이 전보다 넓어졌다지만 여전히 내 주변 사람들은 식물과 나무를 다루고 정원을 꾸미는 일 정도로 생각한다. 현재의 명칭은 조경이 다루는 범주를 직관적으로 보여주지 못한다. 조경은 과연 그알맹이를 보여주기에 적합한 이름인가. 사실 이 물음은 다음달 ‘이달의 질문’에 관한 예고이기도 하다. 2019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지면에 많은 독자의 생각이 담기기 바라며 놓는 덫이다. 회색 코끼리 생각을 하지 말라고 하면 회색 코끼리가 더 생각나듯, 당신은 이제 싫어도 이 질문을 계속 떠올리게 될 것이다. 올가미에 걸린 이들이 다채롭고 새로운 의견으로『 환경과조경』의 문을 두드리기를 기다린다. 각주 1.오은, ‘무인공장’, 『나는 이름이 있었다』, 아침달, 2018, p.76.
  • [PRODUCT] 도시 생활자를 위한 스마트 정원, ‘가든볼’ 다양한 실내 공간에 설치할 수 있는 모듈형 정원
    아파트, 다세대 주택 등 공동 주택 문화가 보편적인 한국에서 나만의 아늑한 정원을 갖기란 쉽지 않다. ‘가든볼Gardenball’은 실내에 설치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스마트 정원으로, 생활 환경과 정원 문화에 대한 현대인의 높은 관심을 반영한 제품이다. 식물로 둘러싸인 작은 방을 연상케 하는 가든볼은 집, 사무실, 공공 기관 등 다양한 장소에 놓여 공부, 명상, 휴식을 위한 안락한 녹색 쉼터로 기능한다. 다채로운 식물을 식재할 수 있는 벽이 있어 자연을 가까이에 둘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유입된 미세 먼지를 정화할 수 있다. 특히 빛, 온습도, 향기, 물소리 등 다양한 환경을 제어 및 조절하는 시스템이 탑재되어 사시사철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 가든볼은 모듈형 정원이다. 좁은 공간을 위한 기본형, 더 넓은 공간에 설치할 수 있도록 모듈을 더한 확장형이 마련되어 있다. 이 제품은 ‘산림청 산림과학기술 연구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한국정원디자인학회가 연구·개발한 것으로, 2019 서울정원박람회 해방촌 팝업스토어에 설치되어 정원에 관심 있는 방문객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TEL. 02-2649-6546 WEB.www.kigd.co.kr
    • / 한국정원디자인학회
  • [에디토리얼] 2022 광주 IFLA, 리:퍼블릭 랜드스케이프
    지난 9월 16일부터 20일까지 2019 유럽 녹색 수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제56회 IFLA세계조경가협회 총회에 한국조경학회 조경진 수석부회장(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과 함께 참석했다. ‘모두의 땅(Common Ground)’을 주제로 진행된 이번 IFLA 총회에는 세계 각지의 조경가 1,300여 명이 참여해 기후 변화와 도시 위기에 대응하는 조경의 비전과 실천 전략을 제시하고 논의했다. 맑은 공기, 깨끗한 바다, 아름다운 녹지로 풍성한 녹색 도시 오슬로 곳곳을 둘러보며 지난 몇 년간 펼쳐진 지속 가능한 워터프런트 재생, 친환경적 스마트 도시 개발, 저소득층 주거 커뮤니티 활성화, 도시 농업과 설치 예술의 결합, 보행과 그린 모빌리티 프로젝트 등의 생생한 현장을 목격했다. 다음 세대와 우리 ‘모두의 땅’을 지혜롭게 디자인하고 있는 북유럽 조경가들의 사회적 역할에 역동성이 넘쳤다. 조경진 교수가 한국 대표로 참석한 IFLA 이사회에서는 이틀에 걸친 토론 끝에 동시대 조경계가 대처해야 할 다섯 가지 글로벌 의제로 기후 변화, 식량 안보와 농업, 커뮤니티 참여 설계, 건강과 웰빙, 문화 고유성이 채택됐다. 77개국 대표가 참여한 이사회에서 조 교수는 2022년 광주광역시에서 개최될 IFLA 총회를 홍보하는 한편, 잠정적인 대회 주제로 ‘리:퍼블릭 랜드스케이프(Re:public Landscape)’를 제시해 큰 호응을 얻었다. 피오르(fjord)와 뭉크(Munch)의 도시 오슬로에 모여 ‘모두의 땅’을 고민한 조경가들이 이제 3년 후면 예술과 혁명의 도시 광주에서 ‘다시, 조경의 공공성’을 토론하게 된다. 리:퍼블릭 랜드스케이프, 봉건 시대의 장식적 조원 전통과 결별하고 근대 도시와 공공 환경을 구축하는 전문 직능으로 탄생했던 근대 조경(landscape architecture)의 이념을 다시 소환한다. 리:퍼블릭 랜드스케이프는 곧 동시대 도시가 마주한 기후 변화, 인구 감소, 도시 쇠퇴와 재생 등 복합적 난제를 풀어갈 조경의 사회적 좌표다. 2022년 광주 IFLA는 리:퍼블릭 랜드스케이프의 시선으로 조경의 글로벌 이슈를 토론하고 실험하는 무대가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 조경계 내부적으로는, 조경 업역 축소의 불안감과 위축의 피로감이 뒤엉킨 난맥을 교정하고 조경 직능과 학제의 미래를 다시 설계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2022년은 공교롭게도 1992년 경주에서 IFLA 총회를 개최한 지 30년이 되는 해다. 한국조경학회 설립을 기점으로 잡는다면, 한국 제도권 조경의 50주년이기도 하다. 같은 시기에 광주비엔날레가 열려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먼 미래가 아니다. 많이 남지 않았다. 2016년부터 광주시와 광주관광컨벤션뷰로는 2022년 IFLA 총회 유치를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자임해 왔고 앞으로도 적지 않은 예산을 지원할 예정이다. 반면 조경계는 뒷짐을 지고 관망하거나 본격적인 준비를 유예해 왔다. 이제 면밀한 기획과 촘촘한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다. 글로벌 행사를 기획하고 인력을 조직하는 동시에 한국 조경의 지난 50년을 기록하고 다음 50년을 설계하는 아카이브, 전시, 출판을 함께 진행하는 것은 말처럼 쉽고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이번 10월호의 프로젝트로는 서펜타인 갤러리 파빌리온, MoMA PS1 영 아키텍츠 수상작, 탈린 건축 비엔날레 파빌리온, 72시간 도시생생 프로젝트 등 최근의 실험적 설치 작업들을 모아봤다. 길 찾기 좋은 도시 환경을 고민하며 다양한 웨이파인딩(wayfinding)프로젝트를 실천해 온 이음파트너스의 작업들에도 적지 않은 지면을 할애했다. 이번 호부터 ‘도면으로 말하기, 디테일로 짓기’를 이어갈 필자는 호주에서 활동 중인 조경가 이홍인(Hassell)이다. 연재의 수고, 미리 감사드린다.
  • 2019 서펜타인 갤러리 파빌리온 Serpentine Gallery Pavilion 2019
    서펜타인 파빌리온은 영국 서펜타인 갤러리(Serpentine Gallery)앞마당에 해마다 새롭게 조성되는 임시 건축물이다. 지난 2000년부터 서펜타인 갤러리는 영국에 완공한 작품이 없고 지속적으로 현대 건축의 경계를 넓혀온 각국의 건축가를 초청해 파빌리온을 조성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서펜타인 파빌리온을 설계한 역대 건축가로는 자하 하디드(Zaha Hadid)(2000), 렘 콜하스(Rem Koolhaas)와 세실 발몬드(Cecil Balmond)(2006), 프랭크 게리(Frank Gehry)(2008), 장 누벨(Jean Nouvel)(2010), 페터 춤토르(Peter Zumthor)(2011), BIG(Bjarke Ingels Group)(2016) 등이 있으며, 작년에는 멕시코 건축가 프리다 에스코베도(Frida Escobedo)가 콘크리트 타일을 교대로 쌓아 시시각각 변하는 빛과 그림자를 보여주는 타임피스(timepiece)콘셉트의 구조물을 선보였다. 파빌리온은 매년 6월 초 완공을 마쳐 약 3개월 간 운영되며, 방문객의 휴게 공간이자 미술관에서 주최하는 각종 포럼, 전시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의 장으로 이용된다. 열아홉 번째 서펜타인 파빌리온은 일본 출신의 건축가 준야 이시가미(Junya Ishigami)가 설계했다. 그는 인간을 자연의 일부로 여기며 경관, 숲, 구름과 같은 자연 세계를 건축에 통합시키는 디자인으로 주목받아 왔다. 이시가미는 고대 건축물의 돌 지붕에서 영감을 받아 석재 슬레이트를 겹쳐 쌓아 파빌리온의 캐노피를 조성했다. 돌무더기처럼 보이는 그의 작품은 주변 경관에 자연스럽게 통합되면서 독특한 형태로 관람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중략)... * 환경과조경 378호(2019년 10월호) 수록본 일부 Pavilion Architect Junya Ishigami+Associates Pavilion Architectural Team Architect: Junya Ishigami Project Architect: Prem Lorenzen Team: Masayuki Asami, Gagas Firas Silmi, Jaehyub Ko Project Director Hans Ulrich Obrist Project Leader Julie Burnell Project Curator Amira Gad, Natalia Grabowska Technical Consultant David Glover Technical Advisors AECOM(Jon Leach, Amy Koerbel, MichaelOrr, Madalina Taylor, Katja Leszczynska, Sam Saunders, CarlosLopes, Javier Fanals, Krzysztof Butrym, Roshni Wijesekera, AdamJuster, Rob Murphy, James Wells, Vincenzo Sessa) Construction Stage One Creative Services Ltd(Tiff Blakey, TedFeatonby, Alan Doyle, Tim Leigh, Mark Johnson) Location Kenshington Gardens, London, UK Area 541m2(overall site area), 350m2(gross internal area) Heights 4.6m(Max. overall height), 4.5m(Max. internal ceilingheight), 2.1m(Min. internal useable ceiling height) Installation 2019. 6. ~ 2019. 10. Photographs Iwan Baan, John Offenbach, Norbert Tukaj 준야 이시가미(Junya Ishigami)는 건축사무소 SANAA에서 근무했고,2004년 준야 이시가미 어소시에이츠(Junya Ishigami+Associates)를 설립했다. 인간을 자연의 일부라고 여기며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디자인을 추구한다. 자유로운 건축을 강조하며 실내외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경관, 숲,구름 등의 자연 세계를 건축과 통합하는 독창적 작품을 선보인다. 카나가와 공과대학(Kanagawa Institute of Technology)의 부속 교육 시설인KAIT 워크숍으로 일본 건축협회상(2009)을 받았으며, 제12회 베니스 건축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2010)을 수상한 바 있다.
    • Junya Ishiga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