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 스케이프] 이타심의 정원, 데카메론
“인간의 척도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닌”1재앙이 닥친 듯한 2020년 초, 일상이 멈췄다. 원인도 치료법도 모를뿐더러 언제 어떻게 옮을까 무섭고, 나도 모르게 전파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감염의 공포는 모두를 멀어지게 만든다. 사람들은 과학이든 종교든 믿고 의지할 곳을 찾거나 비방을 일삼고 괴담에 휩쓸려 어리석은 짓을 한다.
한편에서는 전염병을 다룬 문학 작품에서 위로를 찾는다. 실제 사건에 바탕을 두고 있든, 허구의 사건이든 작가들은 참담한 상황 속에서의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를 묻는다. 흑사병이 창궐한 도시를 배경으로 한 알베르 카뮈(Albert Camus)의 『페스트(La Peste)』가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지만, 책 속 194X년 알제리의 오랑에 앞서 이를 겪은 1348년 이탈리아의 피렌체를 보자.
『데카메론(Decameron)』2은 이탈리아의 작가 조반니 보카치오(Giovanni Boccaccio)가 1450년부터 1453년 사이에 집필한 책으로, 몇 년 전의 재난을 회고하는 형식이다. 우선 피렌체에서 페스트가 절정에 달했을 때 일곱 명의 여자와 세 명의 남자가 도시를 잠시 벗어나 인근 빌라에 가게 된 연유가 소개되고, 이어 이들이 열흘 동안 지내며 돌아가면서 나누는 백 개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여기에서 그리스어로 ‘10일 동안의 이야기’라는 뜻을 담은 제목이 유래했다.3
각양각색의 인간 군상을 담은 백 개의 이야기도 흥미로우나, 이야기를 나누는 장소인 정원을 눈여겨보자. ...(중략)...
*환경과조경384호(2020년4월호)수록본 일부
황주영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불문학과 영문학을 공부하고,같은 대학 미술사학과에서 풍경화와 정원에 대한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서울대학교 대학원 협동과정 조경학전공에서19세기 후반 도시 공원의 모더니티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파리 라빌레트 국립건축학교에서 박사후 연수를 마쳤다.미술과 조경의 경계를 넘나들며 문화사적 관점에서 정원과 공원,도시를 보는 일에 관심이 많으며 이와 관련된 강의와 집필,번역을 한다.그러는 동안 수많은 책을 사거나 빌렸고,그중 아주 일부를 읽었다.
-
2020 캐나다 국제정원박람회 정원 공모
5개 작품 선정, 캐나다 퀘백 그랜드 메티스에 6월 29일부터 10월 4일까지 전시
‘2020 캐나다 국제정원박람회(The International Garden Festival)’가 6월 19일 퀘백 주의 그랜드 메티스(Grand-Metis)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캐나다 국제정원박람회는 매년 전 세계의 건축가, 조경가, 디자이너, 예술가를 대상으로 공모를 열어 새롭고 혁신적인 정원을 선보여왔다. 올해의 주제는 메티사주(metissages)다. 캐나다 원주민과 유럽 이주자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을 의미하는 메티스(metis)에서 파생된 단어인데, 주로 인종차별적 용어로 쓰여 왔다. 이 단어를 정원의 형태로 재해석함으로써 부정적 이미지를 희석하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자 했다. 메티사주는 독특한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가능성을 상징하기도 한다. 조경가, 정원 디자이너,건축가, 시각 예술가, 산업 디자이너 등 다양한 크리에이터들의 협업, 토착 식물과 외래종의 조합, 자연 재료와 인공 재료의 결합 등은 새로운 것의 출현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2019년 10월 1일부터 11월 25일까지 진행된 공모에 38개국 200개 팀이 작품을 제출했고, 이 중 5개 팀이 정원을 선보일 기회를 얻었다. 오는 6월 29일부터 10월 4일까지 그랜드 메티스의 레포드 가든(Reford Garden)에 전시될 다섯 개 정원을 소개한다. ...(중략)...
-
광화문광장 재조성 추진 방향
전면 광장화, 사직로 유지, 광화문일대 종합발전계획 수립
지난 3월 13일 새롭게 수정된 광화문광장 재조성 추진 방향이 공개됐다. 서울시는 광화문광장의 역사성과 장소성을 되찾고자 서울 시민과 각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광화문포럼(2016. 9)을 조직하고, 포럼에서 도출된 개선 방향과 원칙으로 새로운 광화문광장의 초안(2017. 8)을 마련한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설계공모’(2018. 10)를 개최해 CA조경+유신+김영민+선인터라인건축 팀의 ‘깊은 표면Deep Surface’을 당선작으로 선정(2019. 1)했지만, 이해관계자와 시민들의 강한 반발로 사업이 보류(2019. 9)됐다. 이후 많은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공개 토론, 시민대토론회, 현장 소통, 설문조사 등을 여러 차례 실행했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광화문광장의 조성 방향을 설정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84호(2020년 4월호) 수록본 일부
-
[편집자의 서재] 우리가 이 도시의 주인공은 아닐지라도
멜론 스트리밍에서 유튜브 프리미엄으로 갈아탄 친구가 한 음악 채널의 선곡 목록을 추천해줬다. 타이틀은 ‘우리가 이 도시의 주인공은 아닐지라도’. 실린 노래도 좋았지만 남 얘기 같지 않은 제목에 더 마음이 갔다. 저 정도 워딩 실력이면 카피라이터를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요즘 유튜버들은 못 하는 게 없네. 그로부터 몇 주 후, 같은 제목의 책을 발견했다. 그 영상은 일종의 마케팅 수단이었다. 유튜버와 출판사가 제휴해 책 제목으로 플레이 리스트를 만든 것이다. 영상의 조회수는 (2020년 3월 27일 기준) 75만. 중복 스트리밍을 감안하더라도 7천도 7만도 아닌 75만이라니. 이젠 북토크 같은 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스마트폰이 막 나왔을 때만 해도 페이스북이 세상을 제패할 줄 알았다. 근데 웬걸? 몇 년 사이에 메인 플랫폼이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로 바뀌었다(페이스북이 발 빠르게 인스타그램을 인수했기 때문에 여전히 대세인 건 맞다). 블로거들이 아무리 성심성의껏 포스팅을 해도, 맛집 검색은 이제 초록 창보다는 인스타그램 해시태그다. 스마트폰 없이는 아무 것도 못하는 바보가 됐지만 수족처럼 사용할 수 있는 경지에 오른 건 만족스럽다. 유튜브 덕분에 한 시간이나 되는 출근길이 지루할 틈이 없고, 카카오톡으로 송금이 되니 보안 카드를 주섬주섬 찾을 일도 없다. 하지만 기술이 훨씬 더 발전하면? 지금이야 엄마한테 유튜브 구독하는 법을 알려주지만 내가 엄마 나이가 되면? 언젠가는 새로운 플랫폼에 접근도 못하는 날이 오겠지.
“세상은 수시로 가득한 대입 전형 같은 게 되었다. 모든 게 너무 빨리 변해서 보통 이상의 정보력이 없으면 그 흐름을 따라잡지 못한다. 흐름을 못 따라잡으면 놀랄 만큼 뒤처진다. … 끊임없이 새로고침되는 SNS 피드 어디에도 남보다 앞서는 방법은 나와 있지 않다. 나의 도태와 패배를 암시하며 광고를 해보라고 부추길 뿐이다.”2 LTE 통신망으로 촘촘히 연결된 사회에는 편리하고 누릴 것투성이지만 적지 않은 피로감이 뒤따른다. 탁월한 통찰력을 발휘해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프리랜서나, 눈팅만 하던 전자 기기를 협찬받아 언박싱하는 유튜버를 볼 때 드는 은근한 패배감에 잘 대처해야 한다. 디지털 세계뿐인가. 한강의 야경은 낭만적이기 그지없지만 불빛이 나오는 건물 중 어느 하나도 내 것이 아니다. 강의 남쪽에도, 북쪽에도.
수학 시간에 배운 정규분포 그래프를 기억하는지? 평균값을 중심으로 몰려 있는 그 무수한 점들에 자꾸 눈이 갔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내 자리였기 때문이었다. 기왕이면 멋있게 살고 싶은데 열정도, 재능도, 의지도, 배짱도 평균 언저리를 웃돌 뿐인 상태. 저 제목처럼 주인공도 뭣도 아니라면? 박찬용의 답은 “별수 있나”. 그는 주인공 되기를 부추기는 대도시 게임에서 열정 아닌 적당한 열심으로 자기 삶을 영위한다. 자신이 “뭘 하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포르쉐의 신형 911 발표회 같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아도, “긍정적인 기운으로 인생이라는 코트에 파워 서브를 넣기는”커녕 “어딘지 모를 곳에서 날아오는 공포의 서브를 계속 리시브로 받아치는 삶”이어도, 일이 궤도에 오르고 해야 할 일을 어떻게든 해냈을 때 찾아오는 작은 기쁨을 알기 때문이다. SNS보다 흥미로운 일이 일어나는 도시 구석구석을 관망하며 나름의 의미를 찾고 애착이 가는 소박한 공간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동묘의 ‘개쩌는 빈티지 숍’에서 힙스터들을 구경하고, 오래된 중국집에서 ‘그냥 낡은 맛’일 뿐인 볶음밥을 음미하면서 말이다. 참고로, 책의 표제와 소제목을 연결하면 그럴듯한 처방이 된다. ‘우리가 이 도시의 주인공은 아닐지라도’-‘(1부)해야 할 일을 합니다’-‘(2부)산란한 마음이 유행병처럼 들어도’-‘(3부)도시 생활은 점입가경이지만’-‘(4부)어쩔 수 없이 여기 사람이니까’.
어렸을 때 상상하던 어른 된 내 모습과 지금이 너무 달라서 약간 소름 돋을 때가 있다. 기자는 예상치 못한 전개였다만 뭐랄까, 어떤 직업이든 멋있는 어른일 줄 알았지. 사명감은 무슨, 커리어는 무슨. 적당한 노동의 대가로 최소한의 품위는 누리며 살자는 마음이다. 스트레스 푸는 방법이 다이소에서의 탕진잼이고, A4 한 장 분량의 원고를 못 써서 젤리를 폭식하는 어른이 될 줄이야. 이번 마감 때 먹은 젤리가 어느 정도였는지는 불어난 몸무게가 알려줄 테니 그런건 나만 알기로 하고, 이번 달도 해야 할 일을 해냈음에 안도한다. 마감이 끝난 주말에는 을지로 만선호프에 가기로 했는데 코로나 덕분에 무기한 연기됐다. 아껴뒀던 ‘킹덤2’나 봐야지.
1. 박찬용, 『우리가 이 도시의 주인공은 아닐지라도』, 웅진지식하우스, 2020.
2. 같은 책, p.109.
-
[CODA] 시니어가 소비하는 도시
“평생 편히 돈 버는 일은 못해 볼 사람들이다.” 적게 일하고 많이 벌라는 말을 덕담처럼 주고받는 요즘에는 저만한 악담이 없다. 불만 가득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TV에서 부동산 중개 예능(‘구해줘! 홈즈’, MBC)을 보다 돌연 화가 치민 우리 엄마, 수신인은 위층에 사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다. 우리 집이 선 땅은 내가 걸음마를 떼던 시절만 해도 어마어마한 경사의 오르막이 있던 곳이다. 그 중턱에 페인트가 죄 벗겨진 대문이 하나 있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땀 흘려 번 돈으로 마련한 첫 보금자리였다. 철문에는 한국전쟁 때 군인들이 개머리판으로 찍어 남긴 섬뜩한 흔적이 있었고, 마당 한가운데 콘크리트를 발라 만든 수도는 방공호가 있던 자리라고 했다. 목조 건물답게 겨울이면 온몸을 얼게 했던 그 집은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되며 허물어졌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보상을 기다리며 근방을 5년 정도 떠돌고는 마침내 입주한 아파트에서 채 2년을 견디지 못하고 아들딸에게 일언반구 없이 헐값에 집을 팔았다. 대신 집장사가 마구 지어 천장 수평도 맞지 않고, 겨울이면 곰팡이가 피는 다세대 주택 하나를 얻었다. 1년만 참았으면 더 좋은 값을 받고 집을 팔았을 거라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살지만, 사실 엄마도 부모님이 아파트를 탈출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안다. 도통 엘리베이터 조작 방식을 이해할 수 없으며, 재래시장을 좋아하고, 소일거리인 고물 해체 작업을 할 수 있는 마당이 필요한 두 분에게 아파트는 보기 좋은 감옥이나 다름없었을 것이다. 적당히 낡고 한적한 이곳의 풍경에 훨씬 편안하게 녹아든다.
얼마 전 이 조용한 동네에 작은 변화가 찾아왔다. 한 블록 건너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외곽에서부터 골목을 타고 개인 베이커리, 카페, 향초 공방 등 이곳과 통 인연이 없어 보였던 가게가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내심 반가웠지만 아쉽게도 힙함과 인스타그래머블을 내세웠던 상점들은 오래가지 못해 문을 닫았다. 상품과 서비스의 질이 낮았던 것도 아니고, 성수동 같은 뜨는 동네보다 인테리어가 뒤처지지도 않았다. 이유는 단순했다. 힙과 인스타그램이 통하는 곳이 아니니까. 사람들을 유혹할 독특한 산업 생태계나 볼만한 문화 자원도 없고, 좁은 골목을 따라 들어선 주택과 빌라에서는 어떤 특색을 느낄 수 없다. 아침이면 젊은이들은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학교, 직장으로 떠나버린다. 월세야 다른 지역에 비해 저렴하지만 주말 장사만으로 살아남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상품을 소비해줄 사람은 은퇴 후 적적하게 시간을 보내며 동네를 산책하는 50~60대 정도다. 그들이 어떤 설명도 없이 아인슈페너, 생크림 산도, 뚱카롱 등 생소한 메뉴를 무심하게 적어 놓은 가게의 문을 밀고 들어설 가능성은 0에 가깝다.
이달의 특집 ‘밀레니얼이 만드는 도시’가 진단하듯, 밀레니얼은 이전 세대와 다른 방식으로 공간을 다루며 도시의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더불어 새롭게 주목받는 세대가 있다. 베이비부머를 대표하는 50~60대가 그 주인공이다.『 트렌드 코리아 2020』(미래의창, 2019)는 이들을 오팔세대OPAL(Old People with Active Lives)라 명명했다. 이 세대는 생계를 위한 노동에서 탈피해 자아 찾기에 관심을 갖고,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 사용해 능해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형성한다. 규모 또한 전 인구의 28%를 차지해 상당하고 경제적 여유가 있어 구매력도 크다. 이들은 머지않아 밀레니얼이 만든 도시를 소비하는 주축으로 자리하게 될 것이다.
이번 특집에서도 세대를 말한 사람들이 있었다. 마을의 지속가능성을 “세대를 잇고 남녀노소 관계없이 다양한 사람을 커뮤니티의 일원으로 만드는 일”에서 찾는 ‘공유를위한창조’, “청년은 일종의 트렌드 세터 역할을 하는 세대”이며 “50대 이상에게도 어반플레이의 프로젝트와 공간을 알리는 게 목표”라는 홍주석 대표(어반플레이)의 이야기가 그렇다. 이들이 그리는, 모든 세대가 소비할 수 있는 도시의 모습이 궁금해진다. 단언할 순 없지만 왠지 이들이 내놓은 답이 골목을 비슷비슷한 모습으로 채운 뉴트로 콘셉트의 공간은 아닐 것 같다. 지그문트 바우만이 이야기했듯 과거로의 회귀를 추구하는 경향에는 “변덕스럽고 불확실한 현재에 내재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1이 묻어 있으니까. 필름 카메라, 카세트테이프 등 디지털 네이티브가 맛보지 못한 색다른 경험 역시 언젠가는 특별하지 않은 일이 될 테니까. 오래된 것을 무조건 쓴다고 뉴트로가 되는 건 아니다. 세대와 세대를 잇는 연결다리 역할을 하기에 지금 유행처럼 번져 있는 뉴트로는 조금 가벼워 보인다.
각주 1. 지그문트 바우만, 정일준 역, 『레트로토피아: 실패한 낙원의 귀환』, 아르테, 2019.
-
[COMPANY] 안스그린월드
안스그린월드는 좀처럼 자연을 만날 수 없는 현대인에게 일상 속 꽃과 나무를선사하는 기업이다. 축제 공간 연출 등의 기획조경에서부터 공간 디스플레이, 정원 설계 및 조성은 물론 도시재생을 위한 환경 디자인까지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수행한다. 정원 콘테스트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조경의 가치를 알리는 데도 힘쓰고 있다.
기획조경은 안스그린월드의 전문성이 단연 돋보이는 분야다. 기획조경이란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공간을 연출하기 위해 콘셉트 도출, 디자인, 설계, 제작, 시공의 전 단계를 수행하는 작업이다. 안스그린월드는 2~3년 전부터 도시재생, 정원 문화 사업에서 꾸준히 기획조경을 선보이며 여러 노하우를 쌓아왔다. 특히 경관 조형물, 시설물, 정원 오브제 등 공간 연출에 필요한 시설을 자체 제작해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올해는 새로운 조경 소재를 도입해 보다 다양한 공간에 식물 연출을 시도해볼 계획이다. 대중에게 잘 알려진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겪는 어려움도 있지만, 이는 동시에 틈새시장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화훼와 조경을 접목한 안스그린월드의 기획조경은 매년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안스그린월드를 이끄는 안인숙 대표는 “기획조경가는 때로는 플로리스트가 되어야 하고, 때로는 조각가, 설치 미술가, 무대 연출가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식물뿐 아니라 다양한 재료의 깊은 이해가 설계에 녹아있어야 하며, 시공 역량 또한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안스그린월드는 그래픽 디자이너, 조경가, 철공/목공 기술자, 조경 시공가, 플로리스트 등으로 인력을 구성하고 있다. 더불어 안 대표는 “기획조경가는 조경 전반의 기본적인 지식을 갖추어야 하며, 새롭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빠르게 이해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수 있는 감각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이러한 능력을 키우기 위해 늘 새로운 것을 보고, 경험하고, 즐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직까지 한국에서 조경은 단순히 꽃과 나무를 심는 일로 인식된다. 하지만 유럽, 미국 등에서 조경은 도시계획 초기 단계부터 함께 고민해야 하는 중요 분야로 발돋움하고 있다. 대상지에 맞는 이야기와 디자인이 가미된 기획조경 분야도 더더욱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이를 위해 조경가는 물론 관공서, 클라이언트도 다양한 노력을 통해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할 것이다.”
WEB. www.ahnsgreenworld.co.krTEL. 1588-7182
-
[PRODUCT] 정원 관리에 여유를 더하는 ‘실레노시티’
소음이 작고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자동 충전식 잔디 깎기 로봇
초록 잔디가 넓게 펼쳐진 정원은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이상적인 정원의 모습이다. 잘 관리된 잔디밭은 공간에 싱그러움을 더하고 정원의 질을 한층 높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시간과 노동력이 필요하다. 적절한 시기에 잔디를 적당한 높이로 고르게 잘라주어야 할 뿐만 아니라, 잔디가 충분히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전정하면 잘린 풀이 도구에 달라붙어 번거롭다. 잔디 깎기 로봇 ‘실레노시티SilenoCity’는 이러한 잔디 관리의 어려움을 크게 줄여준다. 독일의 정원 용품 전문 생산 기업인 ‘가데나Gardena’의 제품으로, 공식 수입처 ‘경진이레’가 지난달 국내에 들여왔다. 실레노시티는 센서 컷sensor cut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잔디 성장 상태에 따른 작동 시간을 자동으로 조정한다.
58데시벨의 저소음으로 작동해 이웃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정원을 관리할 수 있고, 가이드 케이블guide cable이 탑재되어 움직임이 민첩하다. 너비 60cm의 좁은 통로나 구불구불한 경로에서도 원활히 움직인다. 충전이 필요하면 전용 충전소로 스스로 돌아가 충전을 마치고 작업 장소로 되돌아온다. 방수성이 뛰어나 우천 시 사용이 가능하고 젖은 풀과 흙으로 인한 고장의 위험도 작다. 관리하는 공간 규모에 따라 250㎡용, 500㎡용 두 가지 종류로 나눠 선택의 폭을 넓혔다.
TEL. 041-585-7991 WEB. gardentool.co.k
-
[에디토리얼] 아날로그의 반격
디지털 라이프의 한계와 그 바깥에 실재하는 아날로그 세계의 견고한 미래를 구슬 꿰듯 엮어 설명하는 데이비드 색스(David Sax)의 책『 아날로그의 반격』(어크로스, 2017)은, 종이 잡지의 운명을 걱정하는 잡지 편집자들에게 작은 희망을 준다. “디지털 경험에는 잉크 냄새도, 바스락바스락 책장을 넘기는 소리도, 손가락에 느껴지는 종이의 촉감도 없다. 이런 것들은 기사를 소비하는 방법과 아무런 관계도 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아이패드로 읽는다면 모든 기사가 똑같아 보이고 똑같게 느껴진다. 그러나 인쇄된 페이지에서 인쇄된 페이지로 넘어갈 때는 그런 정보의 과잉을 느끼지 못한다”(215쪽). 아주 최근까지만 해도 잡지는 이제 온라인으로만 존재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잡지나 인쇄물처럼 디지털화가 가능한 사물들의 운명은 이미 정해진 듯했다. 그러나 색스가 촘촘히 관찰하고 있듯이, 새로운 옷을 입은 아날로그가 디지털 시대의 일상에 반격을 가하고 있는 현상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레코드판과 필름 카메라가 다시 유행하고 투박한 몰스킨 노트가 히트 상품으로 부상했다. 놀랍게도 새로 창간해 성공한 종이 잡지들도 적지 않다.
지난 2월 6일, 리뉴얼 3기 신임 편집위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환경과조경』의 새 ‘절친’이 된 김충호 교수(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박승진 소장(디자인 스튜디오 loci), 박희성 교수(서울시립대 서울학연구소), 오현주 소장(안마당더랩), 최영준 소장(Lab D+H), 최혜영 교수(성균관대 건설환경공학부)는 『환경과조경』이 전문지로서 지향해야 할 비전과 아날로그 종이 잡지로서 갖춰야 할 매력에 대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환경과조경』을 비롯한 거의 모든 건축, 조경, 디자인 잡지가 겪고 있는 위기의 원인은 똑같다. 더 이상 잡지를 사지 않는다는 것. 정기구독자가 줄지 않으면 다행이다. 랜드진(Landzine)같은 디지털 잡지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웬만한 근작들의 도면과 사진을 거의 실시간으로, 게다가 ‘공짜로’ 볼 수 있는 시대. 공들여 편집한 온라인 잡지 형식이 아니더라도 핀터레스트(Pinterest)처럼 이용자가 스크랩하고 싶은 이미지를 포스팅하고 다른 이용자와 공유하는 소셜 미디어들이 디자인 잡지의 역할을 대신한다. 디자이너가 자신의 최근 작품을 가장 쉽게 전파하려면 적절한 해시태그를 달아 인스타그램(Instagram)에 올리면 그만이다. 『환경과조경』은 과연 얼마나 더 지속될 수 있을까.
전문지로서의 지향점에 대해서는 편집위원들의 의견이 조경 경계의 확장과 해체 대對 조경 영역의 심화와 내실화로 갈렸지만, 종이 잡지로서의 매력에 대한 견해는 대체로 일치했다.『 환경과조경』의 경쟁 상대는 랜드진, 핀터레스트, 인스타그램이 아니라는 것. 데이비드 색스가 말하듯, 이미 영구적인 현실이 된 것 같던 디지털 라이프가 아날로그의 반격에 의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경제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비용이 큰 아날로그에 다시금 관심과 투자가 집중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지 과거에 대한 향수 때문이라는 답은 오판일 가능성이 크다. 디지털 네이티브들에게 모니터 속의 디지털 잡지는 도달해야 할 목표도, 신기한 물건도 아닌, 일상의 기본값에 불과하다『. 환경과조경』이 포착해야 할 지점은 아날로그가 주는 ‘진짜’의 욕망과 즐거움이라는 게 편집회의의 잠정적인 결론이었다. 더불어 편집위원들은 머지않은 미래, 2022년 7월이면 창간 40주년을 맞는 『환경과조경』이 하나의 조경 잡지를 넘어 한국 조경의 어제를 저장하고 오늘을 기록하는 생생한 아카이브archive임을 일깨워주었다. 아카이브로서『 환경과조경』의 역할은 발굴과 저장, 기록과 해석을 가로지르며 당대의 조경가와 작품에 조경사적 위치를 부여해주는 일일 것이다. 마침 이번 달의 특집 지면은 “공원 아카이브, 기억과 기록 사이”이다. 서울의 공원 아카이브를 구축해온 자발적 연구 집단 ‘도시경관연구회 보라BoLA’의 글 일곱 편과 유청오 작가의 사진으로 꾸린 이번 기획이 조경 아카이브의 비전과 역할, 그 동향과 향방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번 달에는 알릴 소식이 유달리 많다. 아쉽게도, 2015년 3월부터 무려 5년간 이어온 주신하 교수의 인기 연재 ‘이미지 스케이프’가 이번 호 60회를 마지막으로 마무리된다. 눈 밝은 독자들은 짐작하셨겠지만, 그간의 노고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표지에 그의 드론 사진을 담았다. 조경가 김창한의 ‘도면으로 말하기, 디테일로 짓기’도 3회 연재를 마친다. 도시공간 연구자 서준원의 꼭지 ‘공간잇기’가 이달부터 시작된다. 사라져가는 공간과 삶의 흔적을 재발견하고 기록하는 과정을 펼쳐낼 새 지면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마지막으로, 곽예지나 기자가 『환경과조경』 편집부의 내일을 이끌 새 식구로 합류했다는 소식을 전한다.
-
공원 아카이브, 기억과 기록 사이
기억은 유한하지만 기록되는 순간 무한하게 활용될 수 있는 역사가 된다. 개인의 기억은 주관적이지만, 여러 사람의 기억을 모은 집합체는 무언가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준다. 기록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아카이브archive’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 조경 분야에서도 공원과 경관, 정원 등을 기록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이 아카이브들은 무엇을 어떻게 수집하여 어떤 형태로 기록하고 보관하며 어떤 방식으로 공유하고 있을까. 그 면면을 들여다보고자 ‘2019 공원학개론’을 주관한 ‘도시경관연구회 보라BoLA’(이하 보라)를 지면으로 초대했다. 서울시는 2016년부터 시민 주체의 공원 문화를 만들고자 매년 다른 주제로 공원학개론을 개최해 왔다. 보라와 함께한 2019년의 주제는 ‘공원 아카이브.’ 이번 특집에는 그 결과물을 일곱 편의 글로 다듬어 공원 아카이브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통찰을 담았다. 글 사이사이에 배치된 유청오의 사진은 서울숲의 여러 순간들을 기록하고 있다. 어쩌면 지극히 일상적인 이 풍경이 먼 훗날에는 사진으로만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장면이 될지도 모른다. 이번 기획이 공원의 경계를 넘어 우리를 둘러싼 도시를 기억하는 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진행 김모아, 윤정훈 디자인 팽선민
지금, 아카이브 _ 서영애
왜, 공원 아카이브인가 _ 박희성
미국의 공원과 경관 아카이브 _ 김정화
영국의 공원과 정원 아카이브 _ 길지혜
함께 찾고 모으고 즐기다, 시애틀 월링퍼드의 경우 _ 채혜인
공원의 기억을 기록하는 법 _ 최혜영
공원 아카이브의 비전과 방향 _ 이명준
서울숲의 기록 _ 유청오
-
[공원 아카이브, 기억과 기록 사이] 지금, 아카이브
한국 공원의 역사가 100년을 넘었다. 탑골공원이나 남산공원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변화해온 대표적 근대 공원이다. 선유도공원, 월드컵공원 등 2000년대의 공원도 조성된 지 20년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제는 새로운 공원을 만드는 일보다 원래 있던 공원을 재조성하거나 도시 인프라스트럭처 부지를 공원으로 탈바꿈하는 사례가 더 많아졌다. 이쯤에서 공원의 변화를 어떻게 기록할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공원의 현황 통계 자료뿐만 아니라 누적된 변화 과정을 구체적으로 기록해야 할 시점이다. 공원에 관한 기록을 공원 아카이브(archive)라고 부른다면 그것은 건설 백서나 공원 역사책과는 어떻게 다른가. 공원 아카이브의 특성은 무엇인가. 공원 아카이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아카이브 열풍
바야흐로 아카이브 시대다. 아카이브의 사전적 의미는 역사적 자료와 기록물의 컬렉션이며 그러한 자료와 기록의 소장처까지도 포괄한다. 요즘은 더 광범위하게 쓰고 있다. 생활사부터 국가적 기록에 이르기까지 범위와 깊이도 다양하다. 주요 기관의 홈페이지에서 자료실이라는 카테고리 명칭을 아카이브로 바꾼 사례도 눈에 띈다. 종이 자료가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보관이나 활용이 쉬워졌다.
최근 아카이브를 주제로 한 행사와 전시가 눈에 띄게 많아진 점에도 주목할 만하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전시 ‘정기용 건축 아카이브’와 ‘이타미 준: 바람의 조형’이 아카이브 형식으로 기획됐다. 현대카드, 제주도청, 원오원 아키텍츠가 협업한 ‘가파도 프로젝트’, 문화역서울 284의 ‘커피사회’, ‘DMZ’, ‘호텔사회’를 비롯해서 2018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의 ‘근대 한국건축과 김수근’도 아카이브를 기반으로 한 전시다. 지난 1월 10일에는 ‘디자인 아카이브 포럼’과 ‘디지털 아카이빙, 기록과 연결’ 세미나가 같은 시기에 각각 열렸다.
2019년에는 지방기록물 관리기관으로는 최초로 서울기록원이 개원했다. 세종시 국립박물관단지에 국립도시건축박물관과 국립디자인박물관이 계획되면서 디자인계와 건축계는 2010년부터 이에 대비한 아카이브 기초 연구를 시작했다. 2019년 세종로에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이 개관한 것을 계기로 건축 관련 자료 보관, 전시, 포럼 등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중략)
*환경과조경383호(2020년 3월호)수록본 일부
서영애는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한국영화에 나타난 도시경관의 의미해석’으로 석사 학위를, 서울대학교에서 ‘역사도시경관으로서 서울 남산’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기술사사무소 이수 소장으로 일하며, 연세대학교 겸임교수로 가르치고 있다. 근대 공간, 리질리언스, 금강산전기철도, 아카이브 등 다양한 주제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연구는 설계 작업과 상호보완적(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존경하는 동료들과 함께 하는 협업은 상상할 수 없는 시너지를 낳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