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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박김] 일상의 극화
새벽 1시 반에 시작된 하버드 GSD 교수 회의에 참석한 후, 연이어 3시부터 스튜디오 강의를 시작했다. 아침 7시에 스튜디오 크리틱이 끝났고, 9시경 출근한 오피스박김의 디자이너들과 일상의 업무를 시작했다. 서울과 보스턴을 오가며 진행한 하버드 리서치 프로젝트는 사회적 거리를 최대한 늘리며 줌(Zoom)화상 연결을 통해 3년 차를 맞이했다.
2018년 하버드 GSD의 초청으로 시작된 오피스박김의 디자인 리서치는 서울 산수山水의 상대역이라 할 수 있는 DMZ 연구에서 출발해, 2019년에는 시베리아 횡단 철도를 주제로 동아시아의 황무지를 다루었다. 이 과정에서 김정윤 대표가 하버드로부터 정규 교원 제안을 받게 되었다. 김 대표가 하버드 GSD의 교수로 임용되면서 오피스박김의 연구 활동은 서울 사무실에서의 프랙티스와 더불어 공식적인 영역으로 자리잡았다.
서울에서의 프랙티스는 여전히 만만치 않다. 허나 클라이언트의 직설적 요구와 한정된 예산, 공사 현장의 투박함이 만들어낸 설계 문맥은 역설적으로, 아주 작은 생산 행위라 할지라도 시대적 상황과 문화적 인식을 관통하게 만들어 현재 우리의 모습을 발굴하게 한다. 즉 매출은 크지 않을 수 있으나 만듦을 통해 얻는 지적 성취는 풍족할 수 있다.
2017년 이후 오피스박김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를 반추해본다. 우선 송도에서 소셜 미디어 시대를 맞은 광장의 흥행과 성공을 경험했다. 가장 경제적인 재료로 셀피어블(selfiable)한, 개인을 가장 돋보이게 만드는 배경을 만들었다. 집단의 아우성이 아니라 개개인 하나하나가 중요해지는 광장의 새로운 민주주의를 기대할 수 있었다.
송도 광장에서의 비움(emptiness)은 에어부산 김해 사옥 옥상에서도 실험되었다. 개방된 공간을 빈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경계가 필요하며 그 재료는 가늘고 미묘해야 한다. 남천의 모습을 닮은 가볍고 긴 구조물의 처짐을 현장에서 실험했고, 완성된 빈 공간은 일기와 경관을 초대하는 스펙터클이 되었다. 물론 현장 구조 실험이라는 도박과 같은 초긴장의 순간도 있었지만....(중략)
*환경과조경385호(2020년5월호)수록본 일부
박윤진은 하버드 GSD의 설계 담당 교수로 활동하고 있으며, 오피스박김을 총괄한다. 네덜란드 바헤닝언(Wageningen) 대학에서 강의를 했고,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Ohio State University) 글림처 특훈 교수(Glimcher Distinguished Visiting Professor)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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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박김] 송도 트리플스트리트
Songdo Triple Street
인스타그래머빌리티(instagrammability)
트리플스트리트(Triple Street)는 송도에 위치한 길이 550m의 쇼핑몰이다. 바로 인접한 지역에 상업 시설이 성업 중이던 때 설계에 들어갔다. 따라서 외부 공간 설계의 주안점은 주변 상업 지역과의 경쟁에서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한 매력으로 주목받을 만한, 그리고 걷고 싶은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었다.
보통의 대상지와 다른 점은 지하 슬래브 상부에서 1층 마감 레벨까지 단 6cm의 여유만 주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지상부 옥외 공간에 식재가 불가능함을 의미하는데, 외부 공간 설계에서 식재에 의존하지 않고 ‘바닥’의 경험에 집중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중략)
*환경과조경385호(2020년5월호)수록본 일부
설계 오피스박김
시공 계룡건설(세종통상)
발주 에스디프런티어
위치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면적 59,253m2
완공2017
사진 신경섭
오피스박김(PARKKIM)은 박윤진과 김정윤이 2004년 네덜란드에서 설립했다. 2006년 서울로 이전해 한국의 지역적 가능성에 근거한 다양한 스케일의 프로젝트들을 선보이는 한편, 활발한 저술과 강연 등을 통해 국제적 영향력을 키워왔다. 2019년 김정윤 대표의 하버드 GSD 임용을 계기로 보스턴에도 사무소를 설립했다. 주요 프로젝트로는 양화 한강공원(2011), SBS 프리즘 타워(2011), CJ 블로썸 파크(2015), 송도 트리플스트리트(2017) 등이 있다. 현재 서울공예박물관, 청담 에테르노, 한화리조트 설악 호수정원 등의 설계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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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박김] 경기도 북부청사 광장
Gyeongi-do North Provincial Office Plaza
잃어버린 지형의 프로그램화
경기도는 서울시 면적의 약 17배에 달하는 한국에서 가장 큰 행정 구역이다. 수원에 있는 본청 외에 경기도 북부를 관장하는 북부청사가 의정부에 위치한다. 이 북부청사 전면의 광장을 재조성하게 되었는데, 발주처는 청사 앞을 직선으로 관통하는 추동로를 우회시켜 광장을 넓히고, 빈 공간에 각종 행사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자 했다.
먼저 전 세계 주요 공공 기관의 광장들을 살펴보았다. 대부분이 북부청사와 같이 건물 중앙에서 뻗어 나온 축이 대로와 만나고, 축을 포함한 대형 광장이 청사 전면부에 펼쳐져 있는 형태였다. 행정의 온라인화로 인해 직접 관공서를 찾는 시민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어 연중 대부분의 시간 동안 광장들은 비어 있었다. 물론 광장은 비어 있음으로써 의미와 역할을 갖는다. 또한 고밀도의 도시에서 시민이 필요로 할 때 대규모 오픈스페이스를 제공해 주는 것이야말로 상업 공간이 하지 못하는 관청 외부 공간의 값진 역할이다. 하지만 비어 있는 동안의 시각적 황폐함, 동선의 혼란, 무작위로 들어서는 행사 공간이 초래하는 불편 등은 개선할 필요가 있었고, 그것이 디자인의 역할이라 보았다. ...(중략)
*환경과조경385호(2020년5월호)수록본 일부
설계 오피스박김
시공 대국건설
발주 경기도
위치 경기도 의정부시 신곡동
면적26,851m2
완공2018
사진 김종오
오피스박김(PARKKIM)은 박윤진과 김정윤이 2004년 네덜란드에서 설립했다. 2006년 서울로 이전해 한국의 지역적 가능성에 근거한 다양한 스케일의 프로젝트들을 선보이는 한편, 활발한 저술과 강연 등을 통해 국제적 영향력을 키워왔다. 2019년 김정윤 대표의 하버드 GSD 임용을 계기로 보스턴에도 사무소를 설립했다. 주요 프로젝트로는 양화 한강공원(2011), SBS 프리즘 타워(2011), CJ 블로썸 파크(2015), 송도 트리플스트리트(2017) 등이 있다. 현재 서울공예박물관, 청담 에테르노, 한화리조트 설악 호수정원 등의 설계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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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박김] 퇴계로, 만리재로 보행환경 개선
Toegyero and Mallijaero Pedestrian Path Renewal
화강석의 경험화
서울로의 양단에서 각각 서쪽과 동쪽으로 뻗어 있는 퇴계로와 만리재로의 보행환경 개선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보행환경이 무엇인지를 먼저 연구했다. 분명한 것은 이 같은 프로젝트가 흔히 요구하는 ‘스토리텔링’이 실제 그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별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이곳저곳을 여행하며 살아온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쾌적한 보행의 필수 조건은 배수의 양호함이다. 도쿄 쓰키지 시장의 바싹 마른 길을 걸을 때면, 어릴 적 죽변어시장과 노량진수산시장을 다녀오면 항상 신발 아래가 축축해졌던 기억이 떠올랐었다.
그렇다면 양호한 도시 배수의 기본은 무엇인가. 당시 서울시는 시의 모든 보행로를 투수블록으로 시공하도록 권고하고 있었다. 하지만 설치 후 6개월만 지나도 블록의 공극이 오염 물질에 막혀 투수 성능이 완전히 상실된다는 연구 결과(“투수블록 포장 시범시공 (1차) 결과 보고”,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2010)만 보더라도, 블록 자체의 초기 투수성보다 놓이는 땅의 구배와 매끈한 다짐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됐다. ...(중략)
*환경과조경385호(2020년5월호)수록본 일부
설계 오피스박김
시공 대일테크, 유일조경
발주 서울시
위치 서울시 중구 묵정동(퇴계로) / 서울시 마포구 공덕동(만리재로)
면적
퇴계로 일대 약 1.1km 구간 / 만리재로~서울로 7017 일대 약 1.5km 구간
완공 2017
사진 김종오
오피스박김(PARKKIM)은 박윤진과 김정윤이 2004년 네덜란드에서 설립했다. 2006년 서울로 이전해 한국의 지역적 가능성에 근거한 다양한 스케일의 프로젝트들을 선보이는 한편, 활발한 저술과 강연 등을 통해 국제적 영향력을 키워왔다. 2019년 김정윤 대표의 하버드 GSD 임용을 계기로 보스턴에도 사무소를 설립했다. 주요 프로젝트로는 양화 한강공원(2011), SBS 프리즘 타워(2011), CJ 블로썸 파크(2015), 송도 트리플스트리트(2017) 등이 있다. 현재 서울공예박물관, 청담 에테르노, 한화리조트 설악 호수정원 등의 설계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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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박김] 에어부산 김해 사옥
Air Busan Gimhae Headquarters
가득하게 비어 있는
‘에어부산 김해 사옥’은 오피스박김이 설계에서 시공까지 모두 책임진 디자인.빌드(design-build)프로젝트다. 주어진 세 달 동안 부산에 기반을 둔 에어부산 본사의 지상부 및 옥상의 식재, 포장 설계와 더불어 파빌리온 과 가구 일체를 설계하고 시공했다.
지상층의 옥외 공간은 마주보는 두 사무 빌딩의 이용자를 위한 공간이자 두 건물을 오가는 연결로로 사용될 곳이다. 장애물 없이 동선을 유도하는 동시에, 담 없이 도로를 향해 열려있다는 점을 고려해 기업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설계해야 했다. 관목은 인접한 김해 국제공항의 활주로를 향해서 항공기의 착륙 방향과 평행하도록 일렬로 배식했다. 승무원들이 캐리어를 끌 때 편안하도록 삼각형의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모듈을 제작하여 미세한 구배까지 신경 써 시공했다. ...(중략)
*환경과조경385호(2020년5월호)수록본 일부
설계 및 시공 오피스박김
발주 에어부산
위치 부산시 강서구 대저2동
면적3,393m2
완공2017
사진 김종오
오피스박김(PARKKIM)은 박윤진과 김정윤이 2004년 네덜란드에서 설립했다. 2006년 서울로 이전해 한국의 지역적 가능성에 근거한 다양한 스케일의 프로젝트들을 선보이는 한편, 활발한 저술과 강연 등을 통해 국제적 영향력을 키워왔다. 2019년 김정윤 대표의 하버드 GSD 임용을 계기로 보스턴에도 사무소를 설립했다. 주요 프로젝트로는 양화 한강공원(2011), SBS 프리즘 타워(2011), CJ 블로썸 파크(2015), 송도 트리플스트리트(2017) 등이 있다. 현재 서울공예박물관, 청담 에테르노, 한화리조트 설악 호수정원 등의 설계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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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박김] 경주 블루원 룩스타워 루프탑
Gyeongju Blueone Lux Tower Rooftop
기울어진 광장
경주에 위치한 블루원은 경주·울산 지역을 대표하는 가족형 리조트다. 복합 문화 건축물인 룩스타워는 물놀이 시설과 골프장에 집중되었던 기존 집객 공간을 다양화하고 지역 주민의 새로운 문화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시작된 프로젝트다. 룩스타워와 기존 건물 사이의 광장, 콘도미니엄을 연결하는 지붕형 통로 그리고 전망을 확보할 수 있는 루프탑 공간의 설계를 의뢰받았는데, 그 첫 단계로 루프탑을 설계, 시공했다.
룩스타워의 옥상을 중심으로 결혼식장과 음식점, 컨퍼런스 홀과 같은 컨벤션 공간이 자리함에 따라 사람들이 모여 문화 활동을 즐기고 전망을 바라보는 다목적 외부 공간이 요구됐다. 즉, 다양한 기능을 담을 수 있는 광장이면서도 그 자체로도 사람들에게 인지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건물 후면의 골프장의 긴 풍경을 끌어들이는 경관 장치를 모색했다. 골프
장 경관 축을 연장하여 루프탑 안으로 들이고, 이 경관 축을 따라서 다른 밀도를 가진 두 가지의 스트립strip을 교차시켜, 가상의 시선 축을 만들었다. ...(중략)
*환경과조경385호(2020년5월호)수록본 일부
설계 오피스박김
시공 태영건설
발주 블루원
위치 경상북도 경주시 천군동
면적728m2
완공2019
사진 김종오
오피스박김(PARKKIM)은 박윤진과 김정윤이 2004년 네덜란드에서 설립했다. 2006년 서울로 이전해 한국의 지역적 가능성에 근거한 다양한 스케일의 프로젝트들을 선보이는 한편, 활발한 저술과 강연 등을 통해 국제적 영향력을 키워왔다. 2019년 김정윤 대표의 하버드 GSD 임용을 계기로 보스턴에도 사무소를 설립했다. 주요 프로젝트로는 양화 한강공원(2011), SBS 프리즘 타워(2011), CJ 블로썸 파크(2015), 송도 트리플스트리트(2017) 등이 있다. 현재 서울공예박물관, 청담 에테르노, 한화리조트 설악 호수정원 등의 설계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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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박김] CJ E&M 사옥
CJ E&M Headquarters
5mm 평활도의 조건
한국 케이팝과 미디어 산업의 중심인 CJ E&M 사옥 실내 조경의 설계와 시공을 맡았다. 인근에 SBS 프리즘 타워(『환경과조경』 2013년 8월호)를 포함해 미디어 기업이 많아, 단일 건물의 이미지는 강했으나 정작 이용객의 시선이 머물고 실제 경험하는 외부 공간의 정체성은 미약했다.
건물 전면 바깥에는 평범한 완충 녹지가 로비와 가까이 붙어 있었는데, 통유리벽(커튼 월)을 통해 녹지를 실내로 끌어들이기로 했다. 외부 조경 면적은 주어지지 않았기에 설비 공간 위에 인공적으로 부지를 확보해 안팎을 하나로 연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SBS 프리즘 타워 설계 시 자연광을 반사하는 바닥 재료를 로비 북사면에 접하게 배치해 내부 공간을 밝게 만들었었는데, 이번에는 동쪽에서 들어오는 빛과 그리드 멀리언mullion을 통해 투영되는 그림자 대비를 극대화하고자 5mm 단차의 인조 잔디 스트립strip을 제안했다. 극히 다른 경도를 지닌 인조 트래버틴travertine과 인조 잔디를 엇갈아 만든 스트립은 외부 공간과 내부 공간을 연결하며 건물 바깥의 숲 경관을 안락한 실내로 끌어들인다. ...(중략)
*환경과조경385호(2020년5월호)수록본 일부
설계 및 시공 오피스박김
발주CJ E&M
위치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면적252m2
완공2019
사진 김종오
오피스박김(PARKKIM)은 박윤진과 김정윤이 2004년 네덜란드에서 설립했다. 2006년 서울로 이전해 한국의 지역적 가능성에 근거한 다양한 스케일의 프로젝트들을 선보이는 한편, 활발한 저술과 강연 등을 통해 국제적 영향력을 키워왔다. 2019년 김정윤 대표의 하버드 GSD 임용을 계기로 보스턴에도 사무소를 설립했다. 주요 프로젝트로는 양화 한강공원(2011), SBS 프리즘 타워(2011), CJ 블로썸 파크(2015), 송도 트리플스트리트(2017) 등이 있다. 현재 서울공예박물관, 청담 에테르노, 한화리조트 설악 호수정원 등의 설계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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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박김] 생각하는 디자이너
나는 오피스박김(이하 박김) 김정윤 대표의 제자다. 전역한 지 얼마안 된 까까머리 복학생 시절, 마찬가지로 귀국한 지 얼마 안 된 김정윤의 디자인 수업을 들었다. 서울의 유휴 공간에서 오픈스페이스의 가능성을 발견해보는 시간이었다. 지금은 여기 없는 나의 오랜 친구와 함께 팀을 이뤘고, 구로에 위치한 초, 중, 고등학교가 나란히 붙어있는 곳을 찾아내 세 개의 운동장을 비롯한 학교 안팎의 환경을 새롭게 디자인했다. 대상지를 리서치해 조닝(zonning)하는 것이 조경이라고 믿던 시절, 아름다운 형상을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그려가는 작업은 조경 디자인이 예술의 영역에 속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줬다. 조경가는 우리 주위의 모든 것을 디자인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과정이 재밌고 유익했지만 운동장 트랙을 디자인해보라는 주문은 말 그대로 신박했다. 대상지의 운동장이 과연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지 리서치해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는 새로운 운동장 트랙을 디자인하라는 것이었다. 그때는 그러한 말을 예쁜 형태를 그려오라는 주문으로 여기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돌이켜보면 실제로 우리는 리서치에 대부분의 시간을 쏟았다. 초, 중, 고 교과 과정과 시간표를 입수해 시간대에 따른 공간의 쓰임새를 분석하고 체육 수업에 필요한 모든 종목을 조사해 그것을 수용할 수 있는 ‘오직 단 하나의’ 트랙을 구상했다. 아름다운 형상은 늘 합리적인 리서치를 토대로 그려져야 했다.
디자인은 생각을 따른다
그 후로 나는 줄곧 박김의 팬이다. 조경 디자인을 연구하고 글을 쓰면서, 또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으로 활동하면서 그들이 발표한 작품과 그들의 제자였던 경험은 (상투적인 말이지만) 내게 큰 귀감이 되어 왔다. 박김은 ‘조경=종합과학예술’이라는 케케묵은 수사를 아주 우아하게 공간에 떠낼 줄 아는 디자이너다. 그들의 작업은 예술 작품(works of art)처럼 아름다운 형상을 하고 있고 그 형태는 직관과 여러 과학 테크놀로지의 면밀한 테스트가 빚어낸 산물이다. 양화 한강공원에 구현한 생태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그 자체로 아름다운 형태의 랜드폼(landform)인 머드(mud)인프라스트럭처, ‘당인리 서울복합화력발전소 공원화 설계공모’에서 제안한 대상지의 미기후 조절이 가능하면서도 미적인 형태를 지닌 온돌 랜드폼이 그러하다.1
늘 그래왔다는 말은 아니다. 나의 이론의 삶에 있어 선배이자 스승인 배정한(편집주간, 서울대학교 교수)이 일찍이 감지했듯이, 그들의 작업은 2014년 ‘여울의 못’(현대캐피탈 배구단 복합훈련캠프, 『환경과조경』 2014년 1월호)을 지나면서 생태의 작동을 비롯한 온갖 시스템의 족쇄에서 벗어나 형태의 자율성, 말하자면 순수하게 형태의 생성에 치중한 작업으로 전환하는 것처럼 보인다.2 배정한의 말처럼 “보이는 경관(visible landscape)”이 “오피스박김의 2기”를 대변하는 특징이라면 여전히 그 인장은 유효해 보인다. 근작들에서도 그들은 보이는 경관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3
지금까지 박김의 보이는 경관은 예술가로서 창조성, 그러니까 디자이너의 직관이 발휘된 산물로 여겨지곤 했다. 형태적 아름다움은 박김‘만의’, 박김‘다운’ 특징으로 꼽히곤 한다. 원고를 구상하며 박김의 생각을 엿듣고 그들의 생각을 엮은 단행본을 뒤늦게 읽으면서, 박김의 보이는 작업이 늘 현실에 대한 깊은 반성과 사유를 통해 시작되며 이를 디자인이라는 마법으로 현실에 만들어내고 있다는 사실을 확신하게 되었다. 말하자면 그들의 디자인은 늘 비평적인 생각에서 출발한다. 형태적 아름다움에 가려져 그안에 내재한 깊은 생각이 그간 제대로 조명되지 못한 것 같아 이참에 박김의 ‘생각’에 한 발짝 더 들어가 보고자 한다. ...(중략)
*환경과조경385호(2020년5월호)수록본 일부
각주 정리
1. 박김이 과학 테크놀로지를 활용해 디자인하는 방식은 필자를 비롯한 국내외의 조경 이론가에게 조명된 바 있다. Jillian Walliss and Heike Rahmann, Landscape Architecture andDigital Technologies: Re-conceptualising Design and Making, London and New York: Routledge, 2016; 이명준, “한국 조경에서 컴퓨터 테크놀로지의 활용에 관한 담론의 변천: 『한국조경학회지』와 『환경과조경』을 중심으로”, 『한국조경학회지』 48(1), 2020, pp.15~24.
2. 배정한, “백지 설계”, 『환경과조경』 2014년 1월호, p.49; 배정한, “비저블 랜드스케이프”, 『환경과조경』 2016년 9월호, pp.40~43
3. 어쩌면 보이는 경관에 대한 집요한 탐구는 박김의 디자인의 과거에서 현재, 아마도 미래까지 관통할 철학일 것이다. 보이는 경관에 대해 내가 더 말해봐야 배정한이 쓴 글에 주석을 다는 일에 불과하다.
이명준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에서 오랫동안 공부하다가 지금은 한경대학교에서 ‘랜선 친구’들과즐거운 일상을 보내고 있다. 오피스박김 사무실에 걸린 어두운 녹색과 보라색 커튼을 보다 문득 폴토마스 앤더슨의 마스터피스 ‘팬텀 스레드’(2017)의 오프닝 시퀀스가 떠올랐다. 영화사에 기억될 조니그린우드의 아름다운 스코어를 배경으로 1950년대 런던의 의상 디자이너 작업실의 출근길 풍경이아주 우아하게, 물 흐르듯 펼쳐진다. 씨줄과 날줄이 견고하게 엮여 창조된 이 완벽한 영화는 여러모로오피스박김과 그들의 작업을 떠올리게 한다. 오랜만에 지적으로 흥미로운 작가와 작업을 만나 쉽게써야 한다는 강박 없이 편하게 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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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 과천지구 도시건축통합 마스터플랜 설계공모
주택 공급을 위해 대규모 단지를 양산하던 택지 개발 방식에 새로운 변화가 더해질 전망이다. 기존의 신도시 조성 방식은 땅 위에 거대한 크기의 블록을 구획하고 그 안에 개별 단지를 넣는 식이었다. 이로 인해 고립되고 획일적인 도시 공간이 탄생했다. 게다가 임대와 분양을 구분하는 공급 체계는 시민 소통을 방해하고, 단지별로 부대시설을 배분하는 방식은 공유 시설의 다양성 부족과 과잉 공급을 초래했다.
작년 11월, 한국주택토지공사LH는 ‘과천 과천지구 도시건축통합 마스터플랜 설계공모’를 개최하며 ‘도시건축 통합계획’ 적용 계획을 발표했다. 도시건축 통합계획은 도시 기획 단계에서부터 도시·건축·시설물을 아우르는 입체적 마스터플랜을 세운 뒤 이를 기반으로 도시계획과 건축계획을 수립하는 방식이다. 대규모 단지의 한계를 넘어 저층 고밀도로 특화된 도시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과천 과천지구, 수원 당수, 안산 신갈 세 지역이 시범 사업지로 선정됐다. 참가자들은 ‘가로 공간 중심 공유 도시’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7,100세대를 수용하는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시범설계지구(1,200세대 규모)를 선정해 구체적인 설계안을 제출해야 했다.
설계 목표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가로 공간이 생활의 중심이 되는 도시를 만든다. 수퍼 블록을 지양하고 중소규모 중심의 블록을 구획해 휴먼 스케일의 가로를 조성한다. 둘째, 다양한 용도의 공간이 어우러져 있고 사회를 통합할 수 있는 공유 도시를 조성한다. 거주·업무·여가 용도를 복합적으로 아우르고 다양한 계층과 세대의 융합을 도모한다. 셋째, 자연을 존중하고 향유하는 쾌적한 도시를 만든다. 거주민들이 풍부한 자연을 누릴 수 있도록 녹지에 대한 접근 체계를 향상한다. 넷째, 새로운 기술에 대응하는 편리하고 안전한 도시를 마련한다. 보행 중심의 가로를 목표로 보행 및 교통 체계를 개선하고, 첨단 신교통 수단의 적극적인 활용 방안을 검토한다.
총 9개 팀이 참가했으며, 지난 3월 진행된 심사 결과 시아플랜건축사사무소+인토엔지니어링도시건축사사무소+동현건축사사무소+어반플랫폼 컨소시엄의 ‘보이드 앤드 멀티플Void and Multiple’이 1등작으로 선정됐다. 당선팀은 이랑과 고랑을 콘셉트로 삼아 이랑은 도시가 필요로 하는 삶과 일터의 공간으로, 고랑은 자연과 자연을 연결하는 공간이자 주민 간 교류가 일어나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계획했다.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공유 시설을 수용하는 포용적 공유존, 보행 친화적 가로 환경을 핵심 개념으로 제시했다. 심사위원회는 당선작이 “명확한 도시 블록 및 주거 조직 체계를 유지하면서 포용적 공유 공간을 구현하고, 장기적 도시 변화와 새로운 수요 대응에 용이한 유연성 있는 토지 이용 체계를 구축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 당선팀에게는 기본 및 실시설계권이 주어진다. LH는 선정된 작품을 바탕으로 과천지구의 마스터플랜을 올해까지 마무리하고, 내년까지 지구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1등작
보이드 앤드 멀티플Void and Multiple
시아플랜건축사사무소 + 인토엔지니어링도시건축사사무소 + 동현건축사사무소 + 어반플랫폼
2등작
어반 랜드스트라이프Urban Landstripe
디에이그룹엔지니어링 종합건축사사무소 + 와이오투도시건축 건축사사무소
3등작
워커블 시티, 링크드 블록Walkable City, Linked Block
에이텍종합건축사사무소 + 케이에스엠기술 + 데바제2씨2한국지점
발주 LH
주최 LH
위치 경기도 과천시 과천동, 주암동, 막계동 일원
면적
대지 면적: 1,555,496m2
공모 면적: 1,686,643m2(도로·하천 일부 포함)
주택 호수7,100호
설계비
마스터플랜: 136,600만원(부가세 포함)
시범설계지구: 486,900만원(부가세 포함)
방식 일반 설계공모
상금
1등작(1팀): 마스터플랜 및 시범설계지구 설계 우선협상권, 설계용역비
2등작(1팀): 8,000만원
3등작(1팀): 6,000만원
심사위원
민현식(심사위원장, 기오헌 건축사사무소 대표/건축)
박인석(명지대학교 교수/건축)
최문규(연세대학교 교수/건축)
김도년(성균관대학교 교수/도시)
이제선(연세대학교 교수/도시)
김소라(예비심사위원, 서울시립대학교 교수/건축)
김영욱(예비심사위원, 세종대학교 교수/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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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지구 도시건축통합 마스터플랜 설계공모] 보이드 앤드 멀티플
1등작
포용적 공유 공간 기반의 도시
과천지구는 서울과 과천 사이에 마지막으로 남은 대규모 자연환경에 계획되는 도시다. 녹지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여가, 일상, 일터가 공존하는 공유 도시를 제안한다. 인구 변화, 산업 생태계의 변화, 자연환경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도시 구조의 실마리를 경작지의 형태에서 찾았다.
경작지의 이랑은 작물이 심기는 생산의 공간이며, 고랑은 물과 바람이 흐르는 공간이다. 이 같은 개념에 착안해 이랑은 주거 및 업무 시설로, 고랑은 자연과 자연을 연결하는 공간이자 커뮤니티를 위한 교류 공간으로 계획했다. 여가 공간은 도시의 고랑이 되어 자연과 도시를 연결한다. 일상 공간은 여가 공간 사이에, 일터는 도시와 도시를 잇는 교통의 결절점에 배치된다. 이와 함께 보행 중심 가로 환경을 조성해 활기 넘치는 직주근접 도시를 만들고자 했다. ...(중략)
*환경과조경385호(2020년5월호)수록본 일부
- 시아플랜건축사사무소 + 인토엔지니어링도시건축사사무소 + 동현건축사사무소 + 어반플랫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