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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탄생, 1968~2018] 대한민국 공간의 미래는?
한국의 도시화 50년, 앞으로의 50년
2020년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공간의 탄생, 1968~2018’을 마무리하며 한국 도시화 50년 이후 다가올 50년에 대해 살펴본다. 앞으로 대한민국 공간은 과연 어떻게 될까? 미래 공간에 대한 구체적 전망에 앞서, 오래전 기억 속의 2020년을 떠올려본다. 나에게 2020년은 초등학교 시절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공상 과학 애니메이션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2020 Space Wonder Kiddy)”(이하 원더키디)의 시대적 배경이 되는 시기였다. 1989년에 방영된 원더키디는 서울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 이후, 충만한 자신감으로 수출을 염두에 두고 제작한 순수 국산 애니메이션이었다.1
원더키디에서 서기 2020년은 인구의 폭발적 증가, 자원 고갈의 위기, 환경오염의 문제 등으로 인류가 새로운 행성을 탐사하는 시기로 묘사되었다. 다시 말해, 30년 전의 원더키디는 2020년을 인류가 지구를 넘어 우주의 행성마저 탐색할 수 있을 것 같은 머나먼 미래로 여겼다. 원더키디를 제작한 김대중 감독이 수년 전 별세한 것을 보면, 30년 이후의 미래가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시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2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미국의 창업자 엘론 머스크(Elon Musk)가 민간 우주 기업 ‘스페이스 X(Space X)’를 설립하여 화성 유인 탐사 및 식민지 건설을 시도하는 것을 보면, 원더키디가 아주 허무맹랑한 미래를 전망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3
조금 더 가까운 과거, 1992년 중학교 시절을 회상해 본다. 당시에 내가 다니던 중학교에서는 ‘1학교, 1과학자’ 프로그램으로 매년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위치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박사를 초빙해 미래 과학 기술 개발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박사는 벽걸이 TV, 홈 오토메이션, 핸드폰 등으로 인해 편리해지는 미래 사회의 모습을 주로 보여 주었다. 이제는 그가 말한 미래의 소품들이 모두 개발되어 우리의 현재이자 일상이 되었다. 하지만 이 같은 미래 전망과 수많은 기술적 성취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삶이 본질적으로 얼마나 달라졌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미래는 불확실하기 때문에, 미래 전망 역시 부정확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미래 전망에서는 현재에 대한 분석력보다 미래에 대한 상상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공간은 어떻게 변화했으며, 앞으로 어떻게 변화하게 될까? 표1에서 한국의 도시화 50년(1968~2018)과 앞으로의 50년(2018~2068)을 비교해 정리했다. 이 연재에서 반복적으로 주지한 바와 같이, 한국의 도시화 50년은 정부 주도의 도시화와 대규모 물리적 개발로 규정하여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의 50년은 정부 주도의 영향력이 약화될 것이며, 대규모 물리적 개발 역시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의 도시화 50년을 지탱한 계획 국가로서의 메커니즘과 리더십은 도전 받을 것이며, 1인 가구, 저출산, 고령화 등으로 인한 전반적인 인구 구조의 체제 변환은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4 이와 같은 미래 공간 전망에 대한 변수와 시나리오를 살펴보고자 한다. …(중략)…
* 환경과조경 380호(2019년 12월호) 수록본 일부
**각주 정리
1.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 위키백과, 2019년 11월 10일 접속(https://ko.wikipedia.org/wiki/2020%EB%85%84_%EC%9A%B0%EC%A3%BC%EC%9D%98_%EC%9B%90%EB%8D%94%ED%82%A4%EB%94%94).
2. 윤고은, “‘2020원더키디’, ‘은비까비’ 김대중 감독 별세”, 「연합뉴스」 2017년 9월 14일.
3. 다케우치 가즈마사, 이수형 역, 『엘론 머스크, 대담한 도전』, 비즈니스북스, 2014.
김충호는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공학과 도시설계 전공 교수다.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미국 워싱턴 대학교 도시설계·계획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우설계와 해안건축에서 실무 건축가로 일했으며, 미국의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와 워싱턴 대학교, 중국의 쓰촨 대학교, 한국의 건축도시공간연구소에서 건축과 도시 분야의 교육과 연구를 했다. 인간, 사회, 자연에 대한 건축, 도시, 디자인의 새로운 해석과 현실적 대안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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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큰 발의 미학
만추의 절정, 이번 달에는 중국을 넘어 글로벌 조경 무대의 최전선을 이끌고 있는 유쿵졘(Yu Kongjian)과 그의 설계사무소 투런스케이프(Turenscape)의 근작들로 특집을 꾸렸다. 1998년 문을 연 투런스케이프는 설계 인력만 600명에 달하는 초대형 조경설계사무소로 성장했고, 좁은 의미의 조경설계는 물론 옴스테드의 비전을 연상시키는 도시와 지역계획, 맥하그의 맥을 잇는 광역 생태계획을 조경의 범주 속에서 실천함으로써 전 세계 조경계의 조명을 받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도시 공간과 생태계의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고유한 설계 문법과 기술을 통해 구현하는 데 주력하면서 조경 이론과 실천의 지평을 확장하고 있다.
하버드 GSD에서 서구의 첨단 설계와 계획 지식을 익히고 귀국한 유쿵졘은 중국의 국가 지도자, 정치 엘리트, 시장들에게 조경 계획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설득하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베이징 대학교에 조경대학원을 신설한 그는 1997년부터 2007년까지 10년에 걸쳐 중국건설성·시장연석회의에서 조경 강의를 이어갔다. 2008년 중국 국가생태보안계획 프로젝트를수행함으로써 그는 국가 규모의 생태적 어바니즘(ecological urbanism)의제를 세우기에 이른다.
유쿵졘과 투런스케이프의 혁신적 사고와 실천이 성공한 배경에 하향식 정치 구조, 중앙집권적 의사 결정 체계, 급속한 도시화 진행, 서구 과학과 기술의 수용 등 현대 중국의 독특한 상황이 있음은 분명하지만, 이 때문에 그의 성과를 저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유쿵젠은 서구에서 수입한 계획 지식과 설계 기법을 전대미문의 속도로 진행된 중국 도시화의 문제 해결에 접속시켰을 뿐만 아니라, 중국 고유의 토지관과 농업적 지혜를 재발굴하여 지속 가능한 회복탄력적인 도시 환경을 설계하는 데 적용했다. 투런스케이프의 작업들은 일찍이 케니스 프램턴(Kenneth Frampton)이 주장한 ‘비판적 지역주의(critical regionalism)’가 조경을 통해 가장 적극적으로 실천된 예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유쿵졘과 투런스케이프의 성과가 생태학 기반의 광역 스케일 계획 작업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유쿵졘은 10년 전에 발표한 글 “아름다운 큰 발: 새로운 조경미학을 향하여”(Harvard Design Magazine 31, Fall/Winter 2009/10)에서 중국의 전통 원림을 관통하는 장식과 허위와 사치를 비판하고, 생산적이고 지속 가능한 생존의 예술art of survival로서 조경설계의 미학적 지향을 제시한 바 있다. 여기서 ‘큰 발’은 중국의 전통문화인 전족(작은 발을 만들기 위한 발 묶기)의 상대 개념이며, 전족은 화려하고 세련된 전통 원림 미학을 비유한다. 즉 그가 주장하는 ‘큰 발의 미학’은 도시 최상류층의 장식적 원림 미학을 극복할 수 있는 농부의 경관 미학이다. 동시대의 의제로 표현하자면, 표피적 욕망으로 가득한 도시 미학을 대체할 수 있는 생존과 생산의 환경 미학인 셈이다. 전 세계 조경계의 주목을 끌어냈던 초기 작업들, 즉 융닝 강 수상 공원, 중산 조선소 공원, 선양 건축대학 캠퍼스, 탕허 강변 레드 리본 파크 등을 통해 유쿵졘은 ‘큰 발의 미학’을 실험했고, 이번 호에 소개하는 프로젝트들 역시 이러한 미학의 연장선상에 있다.
참, ‘유쿵졘’이라는 표기에 의문을 던질 독자들이 적지 않을 것 같다. 『환경과조경』은 신중한 논의와 토론 끝에 이번 특집을 계기로 ‘콩지안 유’로 쓰던 관례를 버리고 국립국어원의 외래어 표기법을 따르기로 했다. 동양의 인명과 지명 표기에 관해 외래어 표기법 4장 2절은 “중국 인명은 과거인과 현대인을 구분하여 과거인은 종전의 한자음대로 표기하고, 현대인은…중국어 표기법에 따라 표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蘇東坡는 소동파이고, 毛澤東은 모택동이 아니라 마오쩌둥이다. 한국 조경계에서 그동안 兪孔堅을 콩지안 유라고 부른 것은 Kongjian Yu라는 영어권의 표기를 그대로 음차했기 때문일 텐데, 習近平을 우리말로 습근평이 아니라 시진핑으로 적고 영어권에서도 Jinping Xi가 아니라 Xi Jinping으로 적는 것과 비교한다면 콩지안 유라는 표기는 옳지 않다. 兪孔堅은 동시대 중국인이므로 유공견, 콩지안 유, 유 콩지안, 쿵졘유가 아니라 유쿵졘으로 표기해야 한다는 것이『환경과조경』 편집부의 판단이다.
특집 지면의 인터뷰를 위해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은 랩디에이치(Lab D+H)의 최영준 소장과 리중웨이 소장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지면이 넘쳐 ‘이미지 스케이프’와 ‘도면으로 말하기, 디테일로 짓기’를 다음 달로 넘기는 점, 독자 여러분의 양해를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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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는, 조경] 모형 만들기
모형은 현실 세계 혹은 설계가의 머릿속에 있는 세계를 축소하거나 확대해 만든 하나의 세계다. 스케치처럼 2차원의 종이에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3차원의 입체로 구축한다는 점에서 공간을 지각하고 이해하기에 유리한 수단이다. 무엇보다 회화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일지라도 간단한 모형은 쉽게 만들 수 있다. 물론 정확한 스케일로 정교한 모형을 제작하는 것은 그림만큼 어렵지만 말이다. 과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캐드, 스케치업, 라이노, 3ds 맥스 등 여러 3D 모델링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모형 만들기가 이루어지고 있다.
손과 컴퓨터는 모형을 만드는 서로 다른 테크놀로지일 뿐, 중요한 건 모형 만들기가 디자인 과정에서 담당하는 역할이다. 하나, 모형으로 디자인 결과물을 표현할 수 있다. 설계가의 머릿속에 있는 경관을 그대로 본떠 모형으로 옮기는 것이다. 머릿속에 있는 경관이 아닌 이미 조성된 정원이나 공원을 모형으로 만들 수도 있다. 둘, 디자인 아이디어를 테스트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 다이어그램과 스케치만으로 입체를 설명하기 힘들 땐 모형을 만들어 시뮬레이션을 해볼 수 있다. 결과 모형과 과정 모형은 다른 누군가에게 생각을 전달하는 훌륭한 의사소통 수단이 된다.
지형 형태 테스트
프린터 인쇄 설정에서 가로로 긴 포맷을 랜드스케이프 모드(landscape mode)라고 하듯, 랜드스케이프는 넓게 펼쳐진 땅을 의미한다. 조경가가 디자인하는 대상이 바로 그러한 땅이다. 캐서린 구스타프슨(Kathryn Gustafson)과 조지 하그리브스(George Hargreaves)는 아름다운 지형을 디자인하는 대표적인 조경가다. 이들의 작품―특히 초기 작품―은 독특하고 유려한 모양의 땅이 인상적이다. 구스타프슨의 작업은 “대지를 조각하고 형상화하는 것”으로, 하그리브스 작업은 큰 규모의 “랜드폼(landform)을 만드는 대지 예술 작업(earthwork)”으로 설명되는 이유다.1
인공적 지형을 만드는 과정에서 두 조경가는 모형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구스타프슨은 점토 모형으로 매끄러운 지형을 스터디하고 석고로 떠냈다(그림 1과 2). 미세하게 조율된 경사 지형은 2차원 드로잉보다 3차원 모형으로 만드는 게 유용했다. 점토 모형은 바로바로 쉽게 모양을 변형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모형은 디자이너의 창작 활동에도, 클라이언트나 동료와의 의사소통에도 효과적이었다.2 하그리브스는 모래를 활용하기도 했다(그림 3). 모래 모형의 안식각은 실제 시공 현장의 자연 안식각과 거의 유사해 ‘정직한’ 스터디 도구로 기능했다. 점토는 유연하고 다루기 쉬우며 가소성이 뛰어나 경사와 교차점 스터디에 활용됐다(그림 4).3 두 조경가 모두 모형을 디자인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창의적 수단으로 활용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79호(2019년 11월호) 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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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탄생, 1968~2018] 대한민국 공간은 과연 지속 가능한가
한국 도시화, 차이와 반복의 역사
지난 10개월간 한국 도시화 50년의 거시적·미시적 현황과 메커니즘, 이에 따른 구체적 공간 사례를 살펴보았다.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스치기 시작하는 지금, 연재의 첫 번째 글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2019년 새해가 시작된다. 나는 이제 만으로 마흔 살이 된다. 대학을 가기 전까지 20년이었고, 대학 입학 후 20년이 지났다. 40여 년의 시간을 살면서 언제부턴가 나의 개인적인 삶이 사회와 역사의 도도한 흐름과 함께 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 이 연재는 우리 사회와 역사가 가졌던 거대한 힘과 이것이 초래한 여러 단절적 전환이 어떻게 오늘날의 물리적 세계에 영향을 주었는가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다. 나아가 이 연재는 시간적으로 지난 50여 년을, 공간적으로 대한민국을 중심으로 일어난 물리적 세계의 변화를 ‘한국의 도시화 50년’으로 규정하고, 이를 통해 일어난 대한민국 공간의 탄생과 변화를 비평적으로 논하고자 한다. 한국의 도시화는 일견 사회적 현상이자 역사의 기록으로만 여겨질 수 있지만, 사실은 내 부모 세대의 이야기이자 내 세대의 이야기이며 내 자식 세대의 이야기다.”1
연재의 여정이 처음에 제기했던 물음들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게 탐구했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이번에는 그동안의 논의를 요약, 정리하며 한국 도시화의 부산물인 대한민국 공간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본질적 물음을 던지고자 한다. 대한민국의 공간은, 아니 대한민국 사회는 과연 지속 가능한가. 이 연재는 공간의 지속 가능성과 사회의 지속 가능성이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한국 도시화 50년이 공간과 사회의 지속 가능성에 커다란 변화를 초래했다는 전제에서 출발했다. 이에 따라 한국 도시화의 물리적 변화와 사회·생태적 영향을 추적했다. 지금까지 계속해서 주장한 바와 같이, 정부 주도의 도시화와 대규모 물리적 개발은 대한민국 공간의 탄생과 변화의 가장 중요한 인자로 작용했다.
구체적으로, 한국 도시화 50년의 공간 사례를 표1과 같이 시대별로 탐구해 왔다. 한국의 도시화 과정은 전반적으로 너무나 야심 차고 열정적인 시기로 볼 수 있지만, 시대별로 살펴보면 너무나 단절적이며 전환적이다. 이에 따라 한국의 도시화를 차이와 반복의 역사로 규정할 수 있다. 시대마다 새로운 지도자가 등장하고 새로운 도시화 목표를 향해 새로운 대상에 대한 도시화가 이루어졌지만, 50년에 걸쳐 놀랍게도 중앙 정부 주도의 새로운 도시만들기가 진행됐다. 다시 말해 한국의 도시화는 도시화 내용의 차이와 도시화 메커니즘의 반복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새로운 도시만들기의 공과를 논의하고 과연 이것이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지 비평하고자 한다.
한국 도시화의 차이와 반복을 리질리언스 관점에서 보면, 체제 변환(regime shift)이 끊임없이 일관되게 일어났다고 해석할 수 있다. 체제 변환은 “시스템의 구조와 기능의 측면에서 대규모의 갑작스럽고 지속적인 전환”2을 말한다. 다시 말해 체제 변환은 시스템이 기존과는 전혀 다른 생태에 도달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로 인해 기존의 상태로 쉽게 돌아가지 않는 불가역적 특징을 보인다. 결국 한국의 도시화는 시스템적 변화의 시기로 불가역적 방향성을 견지했다고 할 수 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한국의 도시화가 사회의 요구와 여건의 변화에 따라 그때그때 시스템적 변화를 모색했다고 할 수 있다. 반대로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한국의 도시화는 과거와의 깊은 단절 속에서 현재와 미래의 변화를 향한 불가역적 전환만을 지속했다고 할 수 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79호(2019년 11월호) 수록본 일부
김충호는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공학과 도시설계 전공 교수다.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미국 워싱턴 대학교 도시설계·계획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우설계와 해안건축에서 실무 건축가로 일했으며, 미국의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와 워싱턴 대학교, 중국의 쓰촨 대학교, 한국의 건축도시공간연구소에서 건축과 도시 분야의 교육과 연구를 했다. 인간, 사회, 자연에 대한 건축, 도시, 디자인의 새로운 해석과 현실적 대안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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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2022 광주 IFLA, 리:퍼블릭 랜드스케이프
지난 9월 16일부터 20일까지 2019 유럽 녹색 수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제56회 IFLA세계조경가협회 총회에 한국조경학회 조경진 수석부회장(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과 함께 참석했다. ‘모두의 땅(Common Ground)’을 주제로 진행된 이번 IFLA 총회에는 세계 각지의 조경가 1,300여 명이 참여해 기후 변화와 도시 위기에 대응하는 조경의 비전과 실천 전략을 제시하고 논의했다. 맑은 공기, 깨끗한 바다, 아름다운 녹지로 풍성한 녹색 도시 오슬로 곳곳을 둘러보며 지난 몇 년간 펼쳐진 지속 가능한 워터프런트 재생, 친환경적 스마트 도시 개발, 저소득층 주거 커뮤니티 활성화, 도시 농업과 설치 예술의 결합, 보행과 그린 모빌리티 프로젝트 등의 생생한 현장을 목격했다. 다음 세대와 우리 ‘모두의 땅’을 지혜롭게 디자인하고 있는 북유럽 조경가들의 사회적 역할에 역동성이 넘쳤다.
조경진 교수가 한국 대표로 참석한 IFLA 이사회에서는 이틀에 걸친 토론 끝에 동시대 조경계가 대처해야 할 다섯 가지 글로벌 의제로 기후 변화, 식량 안보와 농업, 커뮤니티 참여 설계, 건강과 웰빙, 문화 고유성이 채택됐다. 77개국 대표가 참여한 이사회에서 조 교수는 2022년 광주광역시에서 개최될 IFLA 총회를 홍보하는 한편, 잠정적인 대회 주제로 ‘리:퍼블릭 랜드스케이프(Re:public Landscape)’를 제시해 큰 호응을 얻었다.
피오르(fjord)와 뭉크(Munch)의 도시 오슬로에 모여 ‘모두의 땅’을 고민한 조경가들이 이제 3년 후면 예술과 혁명의 도시 광주에서 ‘다시, 조경의 공공성’을 토론하게 된다. 리:퍼블릭 랜드스케이프, 봉건 시대의 장식적 조원 전통과 결별하고 근대 도시와 공공 환경을 구축하는 전문 직능으로 탄생했던 근대 조경(landscape architecture)의 이념을 다시 소환한다. 리:퍼블릭 랜드스케이프는 곧 동시대 도시가 마주한 기후 변화, 인구 감소, 도시 쇠퇴와 재생 등 복합적 난제를 풀어갈 조경의 사회적 좌표다.
2022년 광주 IFLA는 리:퍼블릭 랜드스케이프의 시선으로 조경의 글로벌 이슈를 토론하고 실험하는 무대가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 조경계 내부적으로는, 조경 업역 축소의 불안감과 위축의 피로감이 뒤엉킨 난맥을 교정하고 조경 직능과 학제의 미래를 다시 설계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2022년은 공교롭게도 1992년 경주에서 IFLA 총회를 개최한 지 30년이 되는 해다. 한국조경학회 설립을 기점으로 잡는다면, 한국 제도권 조경의 50주년이기도 하다. 같은 시기에 광주비엔날레가 열려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먼 미래가 아니다. 많이 남지 않았다. 2016년부터 광주시와 광주관광컨벤션뷰로는 2022년 IFLA 총회 유치를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자임해 왔고 앞으로도 적지 않은 예산을 지원할 예정이다. 반면 조경계는 뒷짐을 지고 관망하거나 본격적인 준비를 유예해 왔다. 이제 면밀한 기획과 촘촘한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다. 글로벌 행사를 기획하고 인력을 조직하는 동시에 한국 조경의 지난 50년을 기록하고 다음 50년을 설계하는 아카이브, 전시, 출판을 함께 진행하는 것은 말처럼 쉽고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이번 10월호의 프로젝트로는 서펜타인 갤러리 파빌리온, MoMA PS1 영 아키텍츠 수상작, 탈린 건축 비엔날레 파빌리온, 72시간 도시생생 프로젝트 등 최근의 실험적 설치 작업들을 모아봤다. 길 찾기 좋은 도시 환경을 고민하며 다양한 웨이파인딩(wayfinding)프로젝트를 실천해 온 이음파트너스의 작업들에도 적지 않은 지면을 할애했다.
이번 호부터 ‘도면으로 말하기, 디테일로 짓기’를 이어갈 필자는 호주에서 활동 중인 조경가 이홍인(Hassell)이다. 연재의 수고, 미리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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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면으로 말하기, 디테일로 짓기] 액랜드 스트리트
양화 한강공원의 실시설계를 맡게 되었을 때 너무나 설레고 흥분되었다. 내가 긋는 캐드 선 하나하나가 그대로 실현될 것이라 상상하니 의욕이 불타올라 밤늦은 줄 모르고 도면 작업에 몰두하기도 했다. 다섯 단계의 선 두께, 흑색과 회색 사이 선의 진하기를 조절해 가며 온갖 치수로 빼곡하게 채워 완성한 도면 한 장은 그저 아름다웠다. 모든 요소의 크기와 간격, 곡률을 도면에 정의했으니 이제 그대로 짓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잘못될 여지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시공이 시작되자 수많은 질문이 날아들었다. 도면대로 시공할 수 없는 온갖 이유와 한시가 급하니 당장 대안을 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우려와 함께 현장에 도착해 목격한 것은 그렇게 시공되지 말았어야 할, 그러나 돌이킬 수 없이 대상지에 새겨진 상처들이었다. 현장에서 즉흥적 결정에 의해 디테일이 바뀌고 있었고, 한껏 공을 들인 자식 같은 설계 도면들은 휴지 조각이 되어 있었다. 어차피 시공이 끝나고 나면 아무도 보지 않을 도면인데 아무려면 어떠랴, 스스로를 쓸쓸히 위로했다. 호주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몇 개 프로젝트를 통해 비슷한 패턴을 경험하고 나니 의문이 끓어올랐다. 왜 우리는 도면을 만드는 데 엄청난 시간과 공을 들이는가? 왜 시공자는 우리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안 하는가? ...(중략)...
* 환경과조경 378호(2019년 10월호) 수록본 일부
이홍인은 호주 공인 조경가(RLA)다. 서울대학교 조경학과에서 학부와 석사를 마쳤다. 한국의 오피스박김, 호주의 맥그리거 콕샐(McGregor Coxall)에서 실무 경험을 쌓고, 현재 하셀(Hassell) 멜버른 오피스에서 BIM 모델링, 컴퓨테이셔널 디자인, 가상 현실 등 신기술을 조경 실무에 응용하는 직책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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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는, 조경] 현실처럼 보이는 드로잉
미국조경가협회ASLA는 몇 년 전부터 최우수 작품상ASLA Professional Award of Excellence 수상작을 가상 현실VR 영상으로 제작해 유튜브에 서비스하고 있다(그림 1). 공원 주요 구역의 풍경과 방문객의 활동을 담고 디자이너의 설계 설명을 내레이션으로 입혔다. 휴대폰이나 컴퓨터로 유튜브에 접속하면 2차원의 360도 동영상을, 가상 현실 헤드셋을 이용하면 3차원의 360도 동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상하좌우로 자유롭게 마우스를 움직이거나 헤드셋을 쓰고 고개를 돌려가며 공원을 실제로 누비는 것처럼 경험할 수 있다. 가상 현실이 디자인 과정의 도구로 활용된 것은 아니지만 대중과 소통하는 중요한 테크놀로지로 활용되고 있다.
가상 현실이라는 기술도 놀랍지만 풍경을 입체로 체험하기 위한 노력이 19세기에 이미 나타났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그림 2는 뉴욕의 센트럴파크가 조성된 지 십여 년 남짓 되었을 때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입체경(stereoscope)사진이다. 두 장의 비슷한 사진이 나란히 놓여 있는데, 가상 현실 헤드셋과 비슷하게 생긴 입체경을 통해 보면 3차원 이미지로 보인다.1 입체경, 가상 현실, 3D 영화를 비롯한 입체 시각화는 우리의 두 눈이 떨어져 있는 만큼 조금씩 다른 것을 보는, 소위 양안 시차를 인위적으로 조작해 만들어낸 지각 방식이다.
사실처럼 그리기
시각 이미지를 이용해 현실과 유사한 경험을 만들고자 하는 욕구는 조경 드로잉에서도 발견된다. 19세기 중후반 조경가는 당대의 최신 기술인 사진을 현장 조사 도구로 활용했고(『환경과조경』 2019년 5월호 참조), 사진이 발명되기 이전에는 풍경화 같은 투시도를 그려 대상지에 대한 비전을 사실처럼 그리곤 했다(『환경과조경』 2019년 4월호 참조). 조경의 최종 목적이 현실 세계의 경관을 디자인하는 것인 만큼 사실적으로(realistic)그려 현실처럼 보여주고자 하는 태도는 어쩌면 당연한, 조경 드로잉의 기본적 역할일지도 모르겠다. 2000년을 전후로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와 같은 그래픽 소프트웨어의 상용화에 힘입어 현실처럼 보이는 드로잉을 보다 쉽고 빠르게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손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찍은 사진을 재료로 합성하면서 조경 드로잉은 실제를 그린 것처럼 인식될 수 있다(그림 3).
이러한 이미지는 현실 세계를 사실처럼 그린 것일까. 대상과 관련하자면, 그렇지 않다. 드로잉은 디자인된 이후의 세계를 그리기에, 엄밀히 말해 현실이 아니라 디자이너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가상의 세계를 다룬다. 방법과 관련해도 그렇지 않다. 사진을 합성해 만든 조경 드로잉은 정확히 말해 포토 리얼리즘(photo-realism), 즉 미래의 경관을 촬영한 ‘사진처럼’ 보이도록 제작된 이미지다. 쉽게 이야기해서 우리에게 사실처럼 보이는 그래픽 이미지는 현실의 경험이 아니라 그것을 찍은 사진, 그것을 보정한 작품 사진처럼 연출된 것이다(그림 4).2...(중략)...
*환경과조경378호(2019년10월호)수록본 일부
각주 정리
1. 풍경을 입체로 보는 시각 체제의 국내 도입과 관련해서 다음을 참조. Myeong-Jun Lee & Jeong-Hann Pae, “Nature as Spectacle: Photographic Representations of Nature in Early Twentieth-Century Korea”, History of Photography 39(4), 2015, pp.390~404; 이명준, “일제 식민지기 풍경 사진의 속내”, 『환경과조경』 2017년 10월호, pp.32~37.
2. 미디어 이론가 레프 마노비치의 말을 빌리면, “컴퓨터 그래픽이 (거의) 성취해 온 것은 리얼리즘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포토리얼리즘인데, 포토리얼리즘은 우리의 현실에 대한 인식적이고 신체적인 경험이 아니라 오직 사진적 이미지를 모방하는 능력이다.” Lev Manovich, The Language of New Media, Cambridge, MA: MIT Press, 2001, p.200.
이명준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조경 설계와 계획, 역사와 이론, 비평에 두루 관심을 가지고 있다. 박사 학위 논문에서는 조경 드로잉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현대 조경 설계 실무와 교육에서 디지털 드로잉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했고, 현재는 조경 설계에서 산업 폐허의 활용 양상, 조경 아카이브 구축, 20세기 전후의 한국 조경사를 깊숙이 들여다보고 있다. ‘조경비평 봄’과 ‘조경연구회 보라(BoLA)’의 회원으로도 활동한다.
자료출처
그림 1. https://www.youtube.com/watch?v=nQ2geeXMThI
그림 2.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Outdoor_Life_and_Sport_in_Central_Park_N.Y,_from_Robert_N._Dennis_collection_of_stereoscopic_views.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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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탄생, 1968~2018] 오늘날 공간의 탄생, 도시의 도시화
원도심을 살려라
지난달에는 한국 도시화 50년의 네 번째 공간 사례로 자연의 도시화를 4대강 자전거 길과 코리아 둘레길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이번에는 오늘날 도시의 도시화를 살펴본다. 이를 위해 도시와 도시의 도시화에 대한 개념적 이해로부터 시작하고자 한다.
도시(都市, city)는 구체적으로 일정한 지역의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이 되는, 사람이 많이 사는 지역을 의미한다.1 본래 도시라는 단어 자체가 정치 중심지인 도읍(都邑)과 경제 중심지인 시장(市場)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렇다면 도시의 도시화는 과연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도시는 이미 중심지인데, 어떻게 도시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일까? 이것은 현재의 도시가 과거 중심지로서의 역할 또는 위상과는 다른 처지에 놓여 있음을 의미한다. 무엇이 도시를 도시화가 필요한 상태에 이르게 했을까? 그리고 도시는 어떻게 도시화될 수 있을까?
오늘날 도시의 도시화는 도심(都心, downtown), 즉 도시의 중심부에서 주로 일어나고 있다. 흥미롭게도 한국의 도시화는 원도심, 구도심, 신도심, 부도심 등 다양한 도시의 중심부를 형성시켰다. 하나의 도시에 도심이 여러 개 존재하며, 오래된 도심과 새로운 도심이 만들어진 것은 도시의 실제 중심부가 이동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하지만 오랜 역사를 간직한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 등에서 도시의 중심부가 전면적으로 이동하는 일은 흔치 않다. 한국의 도시화는 정부 주도의 대규모 물리적 개발을 통해 급속히 일어났기 때문에, 도시의 중심부가 이동한 사례는 오히려 흔한 일이었다. 이를테면 서울의 강남은 1970년대에 개발되기 시작해 신도심으로서 위상이 높아졌지만, 기존의 사대문 안 도심은 구도심으로 전락하게 되었다. 그나마 서울 도심의 위상 변화는 상황이 좋은 경우다. 지방 대부분의 대도시와 수많은 중소 도시는 1980~1990년대 근교의 도시화, 2000년대 지방의 도시화 시기에 도시의 중심부 이동을 경험했다.
자연스럽게 구도심 쇠퇴와 신도심 성장 구도가 만들어졌으며, 이들 사이에 더 이상 묵과하기 힘든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격차가 존재하게 되었다. 이런 고질적 문제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 후보는 대선을 정확히 한 달 앞둔 시점에 원도심을 살리는 도시재생 뉴딜을 핵심 정책 공약으로 천명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바로 도시재생 뉴딜 사업을 추진해 구도심을 살리고 더욱 쾌적한 주거 환경을 만들겠다. 그동안 도시재생 사업에는 연간 1,500억 원 정도가 투입됐다. 생색내기에 불과하다. 공공 기관 주도로 정비하거나 매입 또는 장기 임차하면 연간 5만 호의 공공 임대 주택을 마련할 수 있다. 매입이나 임차를 할 때 고령층 소유자에게는 생활비에 상응하는 수준의 임대료를 지원할 것이다. 낡은 주택을 직접 개량하는 집주인은 주택도시기금에서 무이자 대출을 지원받을 수 있다. 전문 기관은 10조 원대 도시재생 사업으로 매년 39만 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2
이번 연재에서는 오늘날 도시의 도시화를 도시재생 뉴딜과 스마트시티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도시재생 뉴딜, 스마트시티의 시작과 경과
도시재생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진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도시재생 이전에 도시 쇠퇴의 문제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학술적 연구와 정책적 대응이 10여 년 이상 지속되어 왔다.3 도시재생사업단은 국가 R&D 연구의 일환으로 2006년부터 2014년까지 도시 쇠퇴의 문제에 경제·사회·문화·환경 등 종합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며, 도시재생 관련 정책·제도 및 환경·에너지, 건설 기술 등을 제고시키기 위해 노력했다.4
이에 따라 2013년 6월 ‘도시재생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약칭 도시재생특별법)이 제정되어 도시재생 사업 추진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뿐만 아니라 도시 쇠퇴의 진단 및 도시재생전략계획의 수립 등을 위해 도시재생 종합정보체계를 활용하게 됐다. 도시재생 사업은 도시재생특별법의 테두리 내에서 도시재생전략계획과 도시재생활성화계획을 통해 추진되고 있으며, 도시재생 지원체계와 도시재생 종합정보체계는 도시재생 사업과 관련된 법적, 제도적, 실무적 의사 결정과 사업 수행을 지원한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는 도시 쇠퇴가 일자리 감소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문제를 인식하고, 도시재생과 뉴딜을 결합한 도시재생 뉴딜을 일자리 창출의 파급 효과가 큰 거점을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다.5 하지만, 도시재생 뉴딜 역시 도시재생 사업의 연속성 상에서 표1과 표2에서 보는 것과 같이 기존 사업과 대동소이하게 사업 유형의 변화만을 보이며 추진되는 중이다.
스마트시티는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지만, 정의가 수백여 가지에 이를 정도로 다양해 여러 개념이 혼재되어 사용되고 있다.6 스마트시티라는 용어는 2010년 이후에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사용되기 시작했으며, 특히 중국이나 인도 등 아시아를 중심으로 많이 사용된다.7 본질적으로 스마트시티는 정보 통신 기술과 도시 건설 및 관리를 융합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전 세계의 스마트시티는 크게 세 단계에 걸쳐 진화되어 왔으며, 한국의 스마트시티 역시 유사한 역사적 경과를 거쳐 형성되었다....(중략)...
* 환경과조경 378호(2019년 10월호) 수록본 일부
각주 정리
1. “도시”, 표준국어대사전, 2019년 9월 10일 접속
(https://ko.dict.naver.com/#/entry/koko/d581735c667a43aab3d0897efab33924).
2. 정희완, “문재인 매년 10조 투입해 도시재생 뉴딜 추진”, 「경향신문」 2017년 4월 9일.
3. 임현성·김충호, “도시쇠퇴의 공간적 실태분석 및 정책개선방향 고찰: 부산시 부산진구의 사례를 중심으로”, 『국토계획』 240호, 2019, pp.186~187.
4. 도시재생사업단, 『도시재생 R&D 종합성과집』, 2014.
5. “내 삶을 바꾸는 도시재생 뉴딜 로드맵”, 국토교통부, 2019년 9월 10일 접속
(http://www.molit.go.kr/USR/NEWS/m_71/dtl.jsp?id=95080559).
6. “스마트시티”, 정책위키, 2019년 9월 10일 접속
(http://www.korea.kr/special/policyCurationView.do?newsId=148863564).
7. Cocchia, Annalisa, “Smart and Digital City: A Systematic Literature Review”, Smart City, 2014.
김충호는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공학과 도시설계 전공 교수다.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미국 워싱턴 대학교 도시설계·계획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우설계와 해안건축에서 실무 건축가로 일했으며, 미국의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와 워싱턴 대학교, 중국의 쓰촨 대학교, 한국의 건축도시공간연구소에서 건축과 도시 분야의 교육과 연구를 했다. 인간, 사회, 자연에 대한 건축, 도시, 디자인의 새로운 해석과 현실적 대안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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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스케이프] 하늘을 낚다
태풍과 며칠째 계속되는 가을 장마 끝에 만난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여름에 계속밀리던 가을이 오랜만에 승기를 잡은 듯합니다.청명한 가을 하늘은 언제 봐도 기분 좋은 그림입니다.학생들과 공모전 대상지 답사를 위해 길음동에 들렀습니다.대상지와 바로 붙어 있는 재정비촉진지구.재정비를 촉진하는 곳이라는 뜻 같은데,원래 있던 집들을 정비하는 대신 높은 공사 가림막과 커다란 크레인이 버티고 있네요.아마도 아파트를 짓고 있겠지요.아파트 거주 인구가50%를 넘었다고 합니다.그렇게 아파트가 많이 있는 데도 계속 짓고 있는 걸 보면 정말 신기합니다.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말이 실감 나는 대목이지요.여기서 살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그들은 나중에 이곳에 대한 기억과 이야기를 어떻게 추억할까?어릴 적 살던 동네는 지금 어떻게 됐을까?...(중략)...
* 환경과조경 378호(2019년 10월호) 수록본 일부
주신하는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거쳐 같은 학과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토문엔지니어링, 가원조경, 도시건축 소도에서 조경과 도시계획 실무를 담당했고, 현재 서울여자대학교 원예생명조경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조경 계획과 경관 계획에 학문적 관심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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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옛 잡지를 다시 펼치며
시험 전날 굳이 책상을 정리하고 소설책을 펼치던 버릇처럼, 마감 때만 되면 책장 한구석에서 과월호 몇 권을 무작정 꺼내 드는 습관이 생겼다. 명분은 마감 압박감 해소인데 자칫 대책 없는 추억팔이로 흐르곤 한다. 몇 시간 후면 최종 교정본을 인쇄소로 넘겨야 하지만 그만 과월호 보관용 서가로 발걸음을 옮기고 말았다. 오늘은 이번 호 기준 5년 간격으로 옛 잡지를 소환했다. 불과 일곱 권의『환경과조경』 과월호로 무려 35년의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 물론 묵은 먼지와 책벌레가 선사하는 온몸 가려움증을 감수해야 한다.
딱 5년 전인 2014년 9월호(317호), 마치 석 달 전 잡지처럼 기획과 편집 과정이 또렷이 떠오른다. ‘거버너스 아일랜드’(West 8)를 필두로 여섯 개의 근작이 밀도 있게 배치돼 있다. 편집부 전원이 참여한 ‘활자산책’은 파주 시대의 마지막 여름을 뜨겁게 달군 기획 특집이었다. 당시 편집부의 막내 양다빈 기자는 설계사무소를 두 번째 직장으로 택했고, 조한결 기자는 대학원에 진학해 예술 이론과 테크놀로지를 공부하고 있다. 우성백 인턴기자는 공기업에 취업했고, 김정은 편집팀장은 2018년 늦은 봄, 건축 전문지 『Space』의 편집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리뉴얼 첫해의 열정과 땀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2014년 9월호를 한참 뒤적이다 최근의『환경과조경』이 놓치고 있는 지점을 새삼 발견한다.
공교롭게도 2009년 9월호(257호)의 대표작은 최근 재조성 논란으로 시끄러운 ‘광화문광장’이다. 그해 8월 1일 완공된 ‘오세훈 표’ 광화문광장을 다룬 지면과 비평 집담회가 실렸다. 그 밖의 근작 중에는 ‘송도 중앙공원’과 ‘광진교 걷고 싶은 다리’가 눈에 띈다. 당시의 인기 연재물 ‘스튜디오 101’(정욱주+김아연)을 10년 만에 다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남기준 편집장이 야심 차게 이어가던 조경가 인터뷰 코너, 257호의 인터뷰이는 이수학 소장이다. 시인 허수경을 매개로 절절하게 이어지는 푸릇한 대화가 귓전을 때린다.
15년 전인 2004년 9월호(197호)를 펼치면 몇 가지 편집 실험이 한눈에 들어온다. 국영문 병기가 가장 큰 특징이고, 잡지 앞쪽에 ‘피플’ 꼭지를 마련해 필자뿐만 아니라 여러 프로젝트의 관계자들을 전면에 등장시킨 시도가 이채롭다. 근작 지면을 넘기다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에 시선이 꽂혔다.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의 비극적 현장에 무심하게 새로 솟은 최고급 주상 복합 단지다. 15년 전 잡지 책값은 12,000원.
1999년 9월호(137호)에서는 제도권 바깥 고급 조경설계 시장의 절대 강자였던 이교원(이원조경 대표)의 회고록 마지막 회를 볼 수 있다. “이제 조경이 무엇인지 그 맛을 느낄 듯 말 듯한데 … 벌써 인생의 노을은 저만치 다가섰구나”라는 회한으로 글이 마무리된다. 특집은 ‘조각공원의 새로운 가능성.’ 그때나 지금이나 새로운 가능성은 참 만만한 제목이다. 남기준 편집장의 이름 뒤에 ‘기자’가 붙어 있다. 그의 신입 시절, 벌써 20년 전이다.
1994년 9월호(77호)는 디자인과 콘텐츠 둘 다 지금과 매우 다르다. 1990년대까지 『환경과조경』은 작품과 설계 프로젝트 중심의 디자인 전문지라기보다는 뉴스, 기고, 이슈별 특집이 섞인 종합지 성격이 강했다. 그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77호에는 인도네시아, 사이판, 방글라데시 등 해외 시장 진출에 대한 기획 기사가 배치돼 있다.
1989년은『환경과조경』이 아직 격월간으로 발간되던 때다. 이 해의 9-10월호(31호)는 ‘건설업법 어떻게 달라졌나’라는 제목의 특집 기사를 싣고 있다. 당시 건설업법 개정에 반대해 학부 3학년이던 본지 박명권 발행인이 전조련(전국조경학과학생연합)을 창립해 국회 앞에서 시위를 이끌던 장면이 떠오른다.
1984년 가을호는 제호부터 다르다. 1982년 7월 창간된 계간『 조경』의 통권 7호. 창간 주역들의 열정과 분투가 지면에서 그대로 읽힌다. 한국 조경 원로들의 35년 전 모습을 모처럼 다시 만날 수 있다. 표지에 적힌 책값은 3,500원이다.
35년이 흐른 2019년 9월호(377호), 이번 달에는 그룹한, 이수, 자연감각, CA, JWL, KnL 등 국내 조경설계사무소의 근작들로 프로젝트 지면을 구성했다. 대형 공원, 광장, 오피스 건물, 호텔 정원, 모델하우스 정원 등 다양한 스케일의 작업에서 한국 조경의 현재를 여실히 확인할 수 있다.
김기천 소장(그룹한)의 연재 ‘도면으로 말하기, 디테일로 짓기’는 이달로 막을 내린다. 세 달의 수고에 깊이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