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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화로운 삶 활자산책
    몇 년 전 아버지께서 시골에 집을 짓고 전원생활을 하고 싶다고 말씀하셨을 때 엄청난 불안감이 엄습했다. 멀쩡히 다니시던 직장을 뒤로 하고 전원생활이라니! 이전부터 나무나 꽃을 키우시는 일을 좋아하셨고 생태나 환경 문제에도 관심이 많으셨던 아버지께서는 시골에 내려가신 뒤로 아예 ‘생태주의자’를 자처하셨다. 적당히 제초제를 치라고 어머니와 내가 그렇게 말씀을드려도, 아버지는 허리가 꼬부라지실 때까지 손으로 잡초를 뽑으셨다. 아버지가 손수 가꾼 정원을 내게 처음으로 보여주셨을 때, (아버지께 미안하지만) 나는 그것이 정원이 아니라 정글 같다고 생각했다. 물론 더할 나위없이 친환경적이었지만 말이다. 어머니는 이 환경적으로는 완벽한 정글 같은 정원을 어떻게 하면 번듯하게 바꿀 수 있을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신다. 아버지가 자랑스럽게 저녁 밥상에 내놓은 채소도 사실은 실망스러웠다. 아버지의 정원에 사는 온갖 풀벌레들이 선심쓰듯 남겨놓은 채소에 감지덕지하며 부족한 듯 배를 채워야 했다. 우리 가족이 전원으로 이사한 소식을 들은 주변 사람들은 드디어 ‘웰빙’을 실천하게 되었냐며 부러워했다. 하지만 말이 좋아 ‘웰빙Well-being’이지 사실은 온갖 불편함과 고된 노동을 감수해야 하는 삶이다. 최근 ‘에코라이프스타일’로 유명한 모 연예인이 블로그에 ‘모순덩어리 삶’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관심을 받았다. 그는 ‘개는 사랑하지만 가죽 구두를 신’으며 ‘숲을 사랑 하지만 집을 짓는다’고 했다. ‘웰빙’, ‘에코 라이프스타일’ 등 최근 유행하고 있는 생활양식은 사실 그리 낭만적이지도, 아름답지도 않다. 극단적으로 비유하자면, 짚신과 가죽 구두 사이에서 고민해야 하는 삶이다. 그런데 여기 이 모순덩어리 삶에 대해 ‘조화로운 삶’ 이라 부르는 작가들이 있다. 그들에게 ‘조화로운 삶’에 대한 지혜를 구하는 마음으로, 또 반쯤은 ‘조화로운 삶이라니, 어디 들어나 보자’ 하는 불손한 마음으로 책을 집었다. 그들이 말하는 ‘조화로운 삶’에 비추어 내 모순덩어리 삶을 반추해본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못하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 헬렌 니어링·스코트 니어링, 『조화로운 삶』 “생각하는 대로 살지 못하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의 저자, 스코트 니어링이 남긴 말이다. 그의 말에는 ‘삶의 방식’ 그 자체보다는 삶의 방식에 대한 ‘고민’이 중요하다는 의미가 담겼다. 문명의 이기를 누리는 삶과 불편하지만 소박한 삶 사이에서 고민하는 과정 그 자체가 삶을 풍요롭게 하고 성숙하게 만들 것이라는 작가의 신념에 용기를 얻는다. 책 제목에서 느껴지는 평화로움과는 반대로 니어링 부부의 ‘조화로운 삶’에 대한 이야기는 사실 편리함, 이기주의, 물욕 등의 유혹에 맞선 투쟁의 기록이다. 니어링 부부는 도시를 떠나 버몬트 숲 속으로 들어가며 세 가지 목표를 세웠다. 독립된 경제를 꾸리는 것,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것, 사회를 생각하며 바르게 사는 것이 그 목표였다. 이 목표를 위해 그들은 채식주의를 지킬 것, 자급자족할 것, 노동은 시간을 나눠서 할 것, 기계에 의존하지 말 것, 남는 음식은 필요한 사람에게 줄 것 등의 세부 원칙을 만들고 철저하게 지켰다. 그들은 이 과정에서 때로는 쓰라린 실패를 경험하기도 했다. 유기물로 된 퇴비를 만드는 과정에서 여러차례 시행착오를 겪었으며,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기위해 노력했지만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버몬트 주민들은 쉽사리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실패의 과정을 고백하는 그들의 문체는 투쟁적이기보다는 담담하고 진솔하다. 목표의 성공 여부보다는 ‘희망과 인내, 그 일에 쏟아 붓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1 담담하고 서정적이기까지 한 니어링 부부의 글에 이끌려 낭만적인 환상을 품지 말기를 당부한다. 니어링 부부는 속편, 『조화로운 삶의 지속』에서 이렇게 주의사항을 전했다. “시골에서 농사짓는 일은 어느 순간 가벼운 마음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거듭되는 고민 속에서 내린 결정이고, 그 결정은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앞날을 내다보고 만족스러운 결과에 이르는 결정이어야 한다. 처음 3년을 보내기가 가장 힘들고 어렵다. 적어도 그만큼은 시행착오를 거듭해야 한다.” 나는 내 본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즐겁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 앞서 소개한 『조화로운 삶』은 『월든』이 출간된 지 딱 100년이 되는 해에 출간된 책이다. 니어링 부부보다 100년을 앞서 소로는 문명으로부터 벗어난 월든 호숫가에서 손과 발의 노동만으로 생활을 꾸려 나갔다. 두 책이 비슷한 점도 많지만, 수기적 성격이 강한 『조화로운 삶』에 비해 『월든』은 실험적, 연구적 성격이 강하다. 그는 책의 ‘경제’ 챕터에서 당시의 식량 가격을 종류별로 정확하게 기록했으며 자신의 수입과 지출을 세세하게 정리해 놓았다. 또한 계절 별로 변하는 호수의 풍경과 자신이 보고 관찰한 동·식물의 행동과 특징을 아주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 한 예로 그는 호수에서 낚시한 경험을 이야기할 때 호숫가로부터 낚시를 한 지점까지의 거리, 닻을 내린 지점의 수심, 낚싯줄을 드리운 길이까지 기록했다. 그의 자질구레하고 세밀한 기록은 19세기 중반 미국의 풍속사에 마니아적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모르겠지만 일반 독자에게는 조금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음을 미리 알려둔다.
  • 1969년 이후의 조경 이론 활자산책
    “형, 읽을 만한 전공 책 좀 추천해 주세요.” “내일 한 십만 원 준비해서 나올 수 있니” 대학 1학년 때의 일이다. 똑똑해 보이는 한 선배의 손에 이끌려 조경 관련 원서를 불법 복제해 파는 작은 출판사에 갔다. 충무로의 한 허름한 건물 2층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스무 권 남짓한 책을 집으로 가져와 아주 자랑스럽게 책꽂이에 꽂았다. 존 옴스비 사이몬즈John Omsbee Simonds의 『조경학Landscape Architecture』과 마이클 로리Michael Laurie의 『조 경 학 개론Introduction to Landscape Architecture』이 끼어있던 걸로 기억된다. 나머지는 투시도나 수목 심벌 그리기 연습용 책이거나 (엄밀히 말하자면) 조경의 범위를 벗어나는 도시계획, 토지이용계획, 환경 정책 관련 책들이었던 것 같다. 하늘같은 선배의 권장 도서이므로 나는 그 책들 속에 조경의 모든 게 있는 줄 알았고 그게 조경의 전부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런 조경(학)이 만족감을 주지 못함을 깨닫는 데에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시대가 시대였던 만큼 소위 ‘사회과학’서적을 열심히 기웃거렸다. 하지만 딜레탕트 고유의 열등감을 키우는 촉매로 작용할 뿐이었다. 책과 담을 쌓았다. “넌 ‘비평’을 해라, 조경 비평.” 3학년 때의 일이다. 지금은 환경 관련 시민운동에 열정을 쏟아 붓고 있는 선배, K교수가 던진 말이다. 전후 맥락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그는 갑자기 비평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그 두 글자에 이유 없이 가슴이 뛰었다. 허전함과 공허함을 동반한 조경 공부의 갈증, 어쩌면 비평을 통해 그 목마름을 해소할 수도 있으리라는 막연한 믿음이 생겨났다. 갈증의 원인은 계획이나 설계, 즉 노하우의 부재 때문이 아니라 이론과 비평, 즉 노와이know-why의 공백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스쳤던 것 같다. 미술이나 문학 비평의 참고서들은 많았지만 조경을 중심에 두고 읽을 비평 개론서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건축 비평으로 눈을 돌리자 책 한 권을 건질 수 있었다. 웨인 애토우Wayne Attoe의 『건축과 비평적 상상력Architecture and Critical Imagination』(1978). 그냥, 무조건 번역하기로 했다. 고백하건데 내 석사 논문의 절반 이상을 애토우의 책에서 거의 그대로 가져와 채웠다. 먼지가 수북이 쌓인, 플러스 펜 두세 다스를 소진시키며 쓴 이 책의 번역 노트 세 권을 최근에 발견했다. 누렇게 변한 종이와 시퍼렇게 번진 잉크로 남은 옛 시간의 그림자를 보고 있자니 그 시간 속의 사건들이 하나 둘 고개를 들고 나오는 것 같아 얼른 공책을 덮었다. 이후 몇 년간, 이 책 저 책, 정말 많은 양의 목적 없는 ‘나홀로’ 번역을 했다. 과장을 좀 보태자면 나는 번역이라는 종교의 충실한 신도였다. 그건 공부를 위한 행위가 아니었다. 번역은 한없이 외로운 시간, 정체를 알 수 없는 허기, 끊임없이 침범하는 학문적 열등감에 맞서기 위한 심리적 방어기제 였다. 로스메리 월드롭의 말이 떠오른다. “번역은 몸에서 혼을 짜내서 다른 몸으로 꼬여내는 것과 같다.” 힘든 노동이었다. 그러나 번역을 통해 나는 책과 화해했고 비로소 조경을 만나기 시작했다. “그럼, 이 책을 보게.” 환경, 그리고 미학. 매력적인 이 두 단어를 동시에 품은 박사 과정 과목 ‘환경미학’, 수강생은 나 혼자였다. 막막하던 학기 초의 탐색기가 끝나갈 무렵 C교수님은 아놀드 벌리언트Arnold Berlenat의 『환경미학The Aesthetics of Envi ronment』(1992)을 잠시 보여주셨다. 유학 중 잠시 귀국했던 Z선배로부터 구한 복사본을 다시 복사한, 잉크가 채 마르지 않은 따끈따끈한 책이었다. “이번 학기엔 그냥 이거 번역해 보겠습니다.” 과목명과 책 제목이 일치한다는 단순한 이유로 시작된 독서였지만, 이 책은 이른바 ‘독서를 통한 개안’의 차원을 처음 경험하게 해주었다. 벌리언트의 『환경미학』과 그의 전작 『예술과 참여Art and Engagement』(1991)를 통해 산만하던 나의 미학적 지식을 체계화할 수 있었고, 이원론에 입각한 서구 근대 미학의 한계를 파악하고 그것에 대한 대안적 논의로서 환경미학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마음껏 기댈 수 있는 벽을, 새로운 시각을 허락하는 창을 책에서 만났던 당시의 흥분이 아직도 생생하다.
    • 배정한[email protected] / 편집주간, 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
  • 활자산책
    활자 산책을 떠나며 책 권하지 않는 사회 책을 읽지 않는 시대다. 스마트폰이 점령한 우리의 일상에서 ‘책’은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출간 종수도 눈에 띄게 줄었고, 주요 독서층은 고령화되었다. 20대가 독서 시장을 견인하던 호시절은 풍문으로만 남았다. 텍스트는 SNS의 위력 앞에서 파편화되었고, 140자 단위의 짧은 호흡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좀처럼 책을 펼쳐들지 않는다. ‘그래도 종이책은 살아남는다’던 희망 섞인 전망이 ‘그래도 종이책은 살아남아야 한다’는 간절한 바람으로 바뀌고 있는 이즈음, 책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조경 동네로 범위를 축소해도 마찬가지다. 한국 조경을 한 단계 성숙시킬 수 있는 조경 담론과 조경 문화의 근간? 공허하다. 화려한 이미지로 중무장한 화보집도 전과 비교할 수 없이 소비되지 않는 시대가 아닌가. 풍성한 담론은커녕, 조명해볼만한 책이 몇 종이나 있을까? 상황이 이러함에도 우리는 책장을 넘겼다. 도서관을 뒤지고, 필자를 만나고, 서점을 순례하고, 사람들에게 의견을 구하고, 독서 경험을 떠올리고, 몇 권의 책을 추렸다. 이번 호 특집은 그 책 읽기 경험의 공유다. 그래도 책을 권하다 활자 산책을 준비한 까닭은 소박하다. 몇 권의 책이 조경의 허약한 문화적 기반을 살찌울 수 있으리란 거창한 기대는 하지 않았다. 다만, ‘추천 도서’ 목록이 하나쯤 있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란 생각을 했다. 지극히 주관적이더라도 말이다. 흔히들 조경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젊은 시절의 폭넓은 경험과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답사와 독서를 포함한) 문화 체험을 강조하곤 하지만, 막상 뚜렷한 안내판이 없다는 점도 떠올렸다. 많이 경험하고, 많이 보고, 많이 읽는 것을 강조하지만, 너무 막연하지 않은가. 읽을 만한 책을 찾아 다른 이들의 블로그를 기웃거리던 경험, 누구나 한번쯤은 있지 않을까. 그래서, 너무 딱딱하지 않게 두런두런 책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했다. 올해 진행했던 특집을 되돌아보는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도 자극이 되었다. 2월호 특집 ‘우리시대 아파트 담론의 지형도’와 5월호 특집 ‘서울의 오늘을 읽다’에 필진으로 참여한 전문가들은 『아파트와 바꾼 집』, 『아파트 한국사회』, 『콘크리트 유토피아』, 『아파트 게임』, 『나는 튀는 도시보다 참한 도시가 좋다』, 『서울, 공간의 기억 기억의 공간』, 『랜드마크, 도시들 경쟁하다』, 『서울은 도시가 아니다』, 『못된 건축』 등의 책을 펴낸 필자였다. 그것도 굉장히 알찬 내용의 책을. 그뿐이 아니다. 6월호 특집 ‘부산시민공원’의 필자는 모두 『부산의 꿈 - 캠프 하야리아의 시민공원 만들기』의 저자였다. 몇 권의 책이 특집의 토대가 되어준 것이다. 당시 ‘아파트’를 주제로, 또 ‘서울’을 주제로 쓰인 여러 권의 책을 쌓아놓고 나누던 이야기는 꽤 흥미로웠다. “아예 한 호쯤은 책을 특집으로 해보면 어떨까”라는 의견이 나온 것도 아마 그때의 기억 때문이었을지 모른다. 주관적인 너무나 주관적인 과문한 탓이겠지만, 국내에서 조경 관련 추천 도서 목록을 찾는 일에는 실패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조경학과 홈페이지 (www.design.upenn.edu / landscape-architecture / recommended-reading)에서 찾은 63권의 권장 도서recommended reading와 올해 7월에 출간된 『Landscape Architecture: A Very Short Introduction』의 뒷부분에 실린 몇 권의 추천 도서 목록만을 얻을 수 있었다. 세분화된 추천 도서가 필요하다면, 관련 박사 논문의 참고문헌을 뒤적이면 되겠지만 우리의 의도는 그와는 좀 달랐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우선, 조경 동네에서 독서량이 많은 이들이 누구일까를 떠올렸다. 아무래도 글을 쓰는 이들이 아닐까 싶었다. 잡지 연재필자와 단행본을 펴냈던 필자, 그리고 편집위원에게 도움을 청했다. 어떤 이에게는 ‘내 인생의 책’ 5권을, 또 다른 이에게는 ‘조경학과 학생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 5권을 부탁했다. 편집부 기자들도 각자 10권부터 20권 가까이를 추천했다. 그렇게 한 권 한 권 모으다보니, 순식간에 200여 권의 목록이 쌓였다. 10권 이상을 보내온 고마운 이들도 적지 않았다. 장르도 다양했다. 누구는 『오만과 편견』에서 영국인들의 정원 문화를 끄집어냈고, 왠지 추천 도서 목록에서 빠질 것 같지 않은 『월든』이나 『조화로운 삶』도 한 자리를 차지했다. 『Design with Nature』 같은 전공 서적은 중복되어 거론되었고, 『동아학생대백과사전』 같은 다소 엉뚱한 책도 호명되었다. 어느 정도 리스트가 쌓여가자, 처음 생각했던 추천 도서 목록을 제시하는 방안이 최선일까 하는 고민이 생기기 시작했다. 솔직히 부담도 컸다. 결국, 지금까지 거론되었던 책을 중심으로 하되 몇 개의 가지를 나누어서 ‘주관적인’ 독서 경험을 공유하는 쪽으로 큰 방향이 잡혀가기 시작했다. 특집의 제목에 ‘권장 도서’ 혹은 ‘추천 도서’라는 수식이 포함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일곱 가지 갈래의 독서 경험 다섯 명의 편집부 기자와 편집주간, 마침 여름방학을 이용해 실습을 나온 우성백 학생까지, 총 일곱 명이 각기 한 편씩 총 일곱 편의 원고를 완성했다. 그렇다고 일곱 가지 갈래를 조경, 건축, 예술, 문학처럼 도식적으로 나누지는 않았다. 그래도 조경 전문 잡지이니까 조경 도서에는 두 꼭지를 할애했다. 한 명은 그동안 조경 책을 편집하고 만든 경험을 되돌아보았고, 또 다른 한 명은 조경 책을 중심으로 한 독서 경험을 반추했다. 나머지 다섯 명은 조금씩 결이 다른 분야의 책을 펼쳤다. 이렇게 해서 정리된 일곱 편의 원고 제목은 모두 실제 책 제목이다. 해당 부류의 책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책이라서 제목으로 뽑은 것은 아니다. 각 원고의 내용을 단적으로 함축하는 책 제목을 원고 제목으로 빌어 왔을 뿐이다. 한때, 그러니까 책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던 시절, 김현의 『행복한 책 읽기』나 『장정일의 독서 일기』 같은 책이 꽤 인기 있었던 적이 있다. 물론 최근에도 이현우의 『그래도 책 읽기는 계속 된다』처럼 ‘책을 읽는 책’은 꾸준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 자체로 흥미로운 텍스트이기도 하지만, 자신이 읽어본 책에 대해서는 색다른 시선을, 읽어보지 못한 책에 대해서는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일 것이다. 또 누군가의 내밀한 지식 창고를 엿볼 수있는 기회가 흔치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번 특집이 그와 같은 역할을 충실히 해낼 수는 없겠지만, 타인의 책꽂이를 엿보는 소소한 즐거움은 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가을, 종이책을 펼쳐드는 당신에게! 덧붙이는 글 특집의 구체적인 짜임새를 잡아나가는 과정에서 ‘내 인생의 책’과 ‘조경학과 학생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 리스트를 전해주어, 이번 특집에 풍성함을 더해준 편집위원과 잡지 연재 필자, 단행본 필자에게 특별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1. 1969년 이후의 조경 이론 _ 배정한 2. 조화로운 삶 _ 조한결 3. 생각의 탄생 _ 양다빈 4. 한국의 나무 특강 _ 이형주 5. 거의 모든 것의 역사 _ 우성백 6.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 _ 김정은 7. 텍스트로 만나는 조경 _ 남기준
    • 남기준
  • [공간 공감] 책 테마파크
    설계나 공간에 대한 이야깃거리가 풍부한 ‘공간 공감’답사 대상지를 매월 선정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토론이 벌어질 만한 장소를 많이 알지 못하는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꽤나 디테일한 공간 담론이 펼쳐질 만큼 디자인의 수준이 높은 공공 공간이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일 것이다. 지난 일곱 번의 연재를 살펴보아도 대상지의 절반 이상이 공공의 접근이 가능한 민간 필지다. 대학로, 서울시립대학교 캠퍼스, 연남교 교차로는 적극적으로 디자인된 공간이라기보다는 개성 있는 도시 공간이라는 이유로 선택된 장소였다. 공공에서 발주하는 오픈스페이스가 양질의 이미지를 구현하기 힘든 데는 다양한 이유가 얽혀있을 것이다. 적정 예산, 설계 감각, 시공 능력, 갑의 안목 등이 어우러져야 제대로 된 이미지를 구현할 수 있는데, 이중 하나라도 빠지면 공간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하향하게 된다. 아무래도 일사불란한 기획이 가능한 민간 프로젝트에 비해 네 항목 간의 균형을 갖추기 힘든 공공 프로젝트는 항상 풀기 어려운 숙제로 인지된다. 같은 수준으로 구현되었다면 공공 프로젝트가 더 많은 칭찬을 받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공 프로젝트의 질적 향상을 염원하면서 이번 글에서 다룰 대상지는 분당에 위치한 ‘책 테마파크’다. 굳이 말하자면 본 연재에서 디자인을 중심에 놓고 논의를 펼치는 ‘첫 번째’ 공공 발주 프로젝트인 셈이다. 율동공원 내에 자리 잡고 있는 책 테마파크는 경기문화재단이 기획한 공모전을 거쳐 2005년에 준공되었으며, 현재는 성남문화재단이 관리하고 있는 문화 시설이다. 당선안 선정 당시 유명 화가가 공모전의 설계를 주도했다고 해서 이슈가 되었던 프로젝트다. 완공 이후 10년 가까이 지났으니 나무도 많이 자랐고, 주변의 경관과 자연스럽게 동화될 정도로 안정되기에 충분한 시간이 흘렀다. 우리 중 개장 초기에 와 보았던 멤버도 있었지만 절반은 첫 방문이었다. 사선을 첫 인상으로 드러내는 건축의 경사면을 따라 올라가면 철판과 화강석 판석을 활용한 부조를 감상하면서 건물의 옥상부에 다다를 수 있다. 도서관으로 활용되고 있는 이 지형적 건축에서 약간의 거리를 두고 야외 공연장이 입지하고 있는데, 도서관이 나선 스타일로 돌출되어 있다면 야외 공연장은 반대로 함몰되어 대비를 이룬다. 이 두 시설은 지하 레벨에서는 통로로, 지상부에서는 잔디 마운딩으로 연결되어 있다. 넓고 완만한 계곡 지형에 입지하고 있는 책 테마파크는 도서관과 야외 공연장, 책형상의 수경 시설에 이를 때까지 천천히 상승하다가 상부에서는 성남 저수지 방향을 내려다보는 풍광을 제공한다. 이 뷰를 보면서 도서관 쪽으로 내려오다 보면 도서관의 전면 입구와 지형을 활용한 선큰 광장을 만나게 된다. 지형, 파사드, 야외 스탠드 등으로 위요된 적절한 규모의 광장은 건물 내의 프로그램과 긴밀하게 연결되도록 구성되어 있다. 유적지를 연상시키는 입지와 선명한 기하학적 특징을 지니는 책 테마파크는 특징이 뚜렷한 공공 공간임에 틀림없다. 정욱주는 이 연재를 위해 작은 모임을 구성했다. 글쓴이 외에 factoryL의 이홍선 소장, KnL 환경디자인 스튜디오의 김용택 소장, 디자인 스튜디오 loci의 박승진 소장 그리고 서울시립대학교의 김아연 교수 등다섯 명의 조경가가 의기투합했고, 새로운 대상지 선정을 위해 무심코지나치던 작은 공간들을 세밀한 렌즈로 다시 들여다보고 있는 중이다.
  • 제천한방엑스포공원 한방생명과학관 Jecheon Oriental Medicine-EXPO Park Oriental Medical Life Science Center
    재정리 이 프로젝트는 아주 우연하게 시작되었다. 설계 대상은 제천시에서 주관하는 한방엑스포 시설 중 대상지 전체가 아닌 한방생명과학관의 광장과 그 주변이었다. 이미 다른 회사에서 설계도서를 작성하여 납품한 상태에서 건축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는데, 엑스포 관계자와 시장의 의견으로 어떠한 경위를 통해 우리 회사가 계획안을 보완하게 되었다. 일을 맡게 되면서 세 가지 전제가 있었다. 첫째, 과학관 주변의 거울 못과 계류는 부분적인 형태 조정 외에는 없애거나 위치를 변경하기 어렵다. 둘째, 생태 연못은 이미 시공 중이라 변경이 불가하다. 셋째, 엑스포기간이나 혹은 이후라도 제천시 야외 행사를 고려한 잔디 마당을 오픈스페이스로 확보해야 한다. 세 가지 대안 세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그 첫 번째는 숲으로 둘러싸인 원형의 잔디 마당 계획안이고, 둘째는 원형의 잔디마당을 둘러싸는 링 형태의 입체적 수 공간 계획이다. 마지막 안은 약초 전시장과 경계의 관계를 정리한 계획안이었는데, 두 번째 안으로 결정되어 진행했다. 지반보다 낮은 건축물 기존 설계 도면을 들고 현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약초 전시관이 도로 레벨보다 심각하게 낮게 배치되어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전시관과 도시와의 관계 및 전시관과 대상지의 레벨에 대한 핸디캡을 극복하고 정면성을 고려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입체적 공간을 계획하게 되었다. 원형의 잔디 공간과 전시관 전면에 개방감 있는 공간을 연출하고, 이 두 공간이 연속성을 갖도록 하여 행사 시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조경 설계 기술사사무소 아텍플러스(이준석 소장, 안상철소장, 신이철 부소장, 송태수 부소장, 이태훈, 김승인, 이동준, 정다운) 조경 시공 제일조경(변용섭) 위치 충청북도 제천시 한방엑스포로 19 대지 면적 23,000m2 준공 2010.9.
    • 이준석 / 아텍플러스
  • 바이청 중앙 공원 Baicheng Central Park
    질서 속의 무질서 바이청 중앙 공원은 신개발 구역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으며 주요 프레임은 남북을 관통하는 주축선과 동서양쪽의 순환선으로 이루어진다. 전체 공원은 주축선을 따라 일정하고 치밀한 원칙과 스타일로 조성되었을 뿐만 아니라 원 지형 고유의 패턴을 보존했다. 공원의 각 테마 공간의 이질성과 창의성은 이 프로젝트의 설계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틀framework: 도시의 간선 도로를 공원의 주축선으로 설정하고 도로 양측의 포플러 숲을 그대로 유지했다. 그리고 공원의 중심 구역에 높이 24m의 철제 타워를 설치하고, 이를 초점으로 삼아 공원의 녹색 축을 형성했다. 주축선과 19도 각도를 이루는 보조축을 따라 물길을 조성했는데, 총 19단으로 나누어 단차를 두었다. 이는 정연함 속의 유동의 변화를 표현하고 있다. 패턴pattern: 원래는 평탄했던 땅에 높이와 길이가 다른 56가지 선형의 좁고 긴 공간strip을 구획했다. 이를 통해 다양한 높이 변화가 있는 지면이 조성되었다. 높이 차를 이용해 높은 곳에 있는 물이 낮은 곳의 교목식물군에 다시 모임으로써 미세한 변화 속에서도 전체의 정연함을 잃지 않도록 했다. 시퀀스sequence: 공원 전체에 새로운 스트립을 배열하여 레이아웃을 만들고, 구조를 다시 만든 곳은 가능한 자연의 형태에 가깝게 유지했다. 변화를 주기 위해 교목은 불규칙하게 배치했다. 지피초화류도 다양한 크기와 높이로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동시에 스트립마다 교목 종류, 나무 형태, 나무와 나무의 간격, 그리고 색깔의 다채로운 변화를 주어 자유로운 가운데 정연함을 추구했다. Landscape Architect R-land Beijing(Zhang JunHua, Gao Jie, Bai Zuhua, Zhang Peng, Qu Weixian) Enforcement Design Zhang Jun Hua, Yu Feng, HUHaibo, Yao Yuan, Zhu Mingqian, Xue Peng Lighting Design R-land Beijing Ltd, Shanghai LiyeOptoelectronic Co. Ltd, NVC Lighting TechnologyCo. Ltd Architect Yuan Lin Civil Engineer Xinjiang Qizing ConstructionTechnology Ltd PD 207 Planting Shandong Xiangtai LandscapeArchitecture Ltd Client Akesubai Xinjiang Construction Bureau Location Akesubai Xinjiang, PRC Area 11.69ha Design Period 2011.4.~2012.5. Completion(Phase 1) 2013.5. 장쥔화(Zhang, Jun Hua)는 1998년에 일본에서 유학을 마치고 중국 칭화 대학교 건축학과에서 교수로 재직했고, 1999년에 설계사무소를 개업했다. 2004년부터 일본 치바대학교의 교수로 재직중이며, 같은 해에 R-land Beijing을 설립했다. R-land Beijing은 경관 계획, 공공 공간, 레저 공간, 테마 디자인 등의 영역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뤄냈고, 특히 고급 부동산 경관 조성 방면에 대한 자문이나 설계 영역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대표 작품으로는 허베이성 한단스 자오왕청 유적 공원, 중관촤이신 정원, 산둥청 국가습지공원, 시안 다탕 부예청, 베이징 자동차박물관, 룽후옌란산 공원, 톈진 퇀 보호수 정원, 초상 자오상자밍 룽 위안 아파트 단지, 위안양 아오 베이 아파트 단지, 중 젠 훙산 시구 아파트 단지, 시산이호위안 별서 단지 등이 있다.
    • R-land Beijing / R-land Beijing
  • 타구스 리니어 파크 Tagus Linear Park
    대상지는 과거 민간 공단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이 지역 주민들은 강으로 접근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강변과 연계된 활동도 제한되었다. 타구스 리니어 파크Tagus Linear Park는 이런 상황에 놓여있던 지역 주민에게 민주적 중재물로서 기능한다. 공원 조성에 따라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이곳을 찾을 것이며, 15만m2의 광활한 대지를 따라 다양한 친수 활동이 가능해 질 것이다. 타구스 리니어 파크에서는 낚시, 걷기, 사이클링, 환경 교육, 또는 단순한 경관 감상 등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다. 대상지는 시가지와 산업 경관, 그리고 농업 및 자연 경관이 혼합되어 있어 상당히 복잡한 곳이었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다양한 변수가 종합된 대상지 내에 새로운 도시 공공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새로운 공원을 만들어 내기에 앞서 이곳만이 가진 ‘공간의 본질’을 유지하기 위해 기존의 자연 환경과 문화적 특성에 기반을 둔 독특한 그린웨이를 도입했다. 이 그린웨이는 다양한 레크리에이션 및 레저 활동의 기반이 될뿐만 아니라, 기존 생태계를 보호하고 공업 활동으로 파괴된 환경의 재생을 촉진한다. 타구스 리니어 파크는 크게 ‘낚시꾼의 해변Fishermen’ Beach’과 ‘트레일pedestrian trail’ 두 개의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낚시꾼의 해변’은 강가의 모래가 퇴적되어 만들어진 땅에 조성된 다목적 공간이며, ‘트레일’은 시가지 및 자연 지역과 ‘낚시꾼의 해변’을 연결하는 보행로다. 이 보행로는 대상지 내의 개울, 배수로, 둑길, 수변 제방 등을 포함하며 6km의 길이로 뻗어있다. ‘낚시꾼의 해변’에서 700m의 나무 데크 길을 이용하면 자연 지역을 통과할 수 있고, 화물 운반대를 재활용하여 만든 조류 조망대까지 이어진다. Landscape Architect Topiaris landscapearchitecture(Luis Ribeiro, Teresa Barão, Catarina Viana, Ana Lemos, Elsa Calhau,João Oliveira, Rita Salgado, Sara Coelho) Architect Atelier Difusor de Arquitectura Client Municipality of Vila Franca de Xira Location Póvoa de Santa Iria, Portugal Area 15ha International Competition 2012 Completion 2013.7. 토피아리스(Topiaris)는 1986년에 설립된 포르투갈 조경설계 회사로 현재 8명의 조경가로 구성되어 있다. 지난 20여 년간 국토 계획과 시공 그리고 경관 보존 분야 등에서 활약해왔으며, 창의적 생각과 기술적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했다. 프로젝트의 스케일이나 성격에 따라 통합적이고 전체론적인 접근을 지향하고 있다.
    • Topiaris / Topiaris
  • VM웨어 캠퍼스 VMware Campus
    선도적인 클라우드 컴퓨팅 소프트웨어 회사인 VM웨어VMware는 글로벌 본사를 위해 팔로 알토Palo Alto에 있는 105에이커 크기의 대상지를 마련했다. 본래 1960년대에 로체 파마세티컬Roche Pharmaceutical의 캠퍼스로 개발되었던 대상지는 당시의 전형적 특징을보인다. 구 캠퍼스는 용도와 지상 주차장 면적에 따라 영역이 분리되었는데, 빌딩과 주차장의 위치는 보행자를 위한 보도와 휴먼 스케일의 조경 공간을 고려하기보다는 차량 순환을 우선했다. PWP는 노후한 대상지를 실리콘 밸리의 최첨단 글로벌 본사로 탈바꿈시키는 새로운 캠퍼스 계획을 위해 대상지 계획과 조경 설계를 맡았다. 캠퍼스 재조성의 핵심 목표는 회사 직원 간의 연결과 협업을 증진하고 4,500명 직원을 추가로 수용하기 위해 건축 프로그램을 확장하는 데 있었다. 이에 기존 캠퍼스의 체계를 분석하여, 야외 지상 주차장을 다층식 주차장으로 대체하면서 조경 면적을 확보하는 전략을세우고 신규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부지를 물색했다. 그 결과 모던하게 지어진 로체 사의 건물 몇 동을 개조하고, 다섯 채의 새로운 건물을 추가하는 캠퍼스 마스터플랜을 제안했다. 세 개의 대형 주차 구조물은 기존의 내부 순환 도로에 인접하여 위치하며, 자동차보다는 보행자와 자전거를 배려한 캠퍼스 중심부를 만들어 방문객이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새 건물이 배치되고 지상 주차장 면적이 감소되면서, 인근 스탠퍼드 대학교와 비슷하게 일련의 ‘캠퍼스 구역campus quads’으로 전체 캠퍼스의 체계가 잡혔다. PWP는 크게 네 개의 캠퍼스 구역(곶 구역, 힐탑 구역, 센트럴 구역, 크릭사이드 구역)에 인상적이고 독특한 경관적 특징을 부여하는 섬세한 디자인 작업을 수행했다. 40에이커 크기의 곶promontory 구역은 10여 년 전 VM웨어캠퍼스 초기 조성 시 건축된 건물군이다. 두 개의 새로운 캠퍼스 구역이 대상지 계획을 통해 새로 확보한 64에이커 크기의 부지에 배치되었다. 힐탑Hilltop 구역은 6천 명의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게 디자인된 야외 잔디 광장을 포함하며 캠퍼스의 새로운 중심부가 된다. Landscape Architect PWP Landscape Architecture (Peter Walker/FASLA, David Walker, Jay Swaintek, Conard Lindgren, Nathan O. Pepple, EustaciaBrossart, Cornelia Roppel, Collin Jones, Steve Tycz,Mi Yang, Su-Jung Park, Michael Dellis) Architect From 4 Architecture Consultants  Development Manager: Hines  Geotechnical Engineer: Rollo And Ridley  Civil Engineer: BKF  Structural Engineer: Phase 2 - Adapture  Structural Engineer: Phase 3 - Louie International  MEP Engineer: ME  Lighting: Illume  Sustainability: WSP Environment & Energy  Waterproofing: Simpson Gumpertz & Heger  Traffic: Fehr & Peers  Controls: HMA  Parking: Watry  Acoustics: Shen Milsom Wilke  Fountain Consultant: Fluidity Design Consultants Client VMware Location 3401 Hillview Ave., Palo Alto, CA 94304, USA Area 105 acres Completion 2014 PWP Landscape Architecture는 피터 워커(Peter Walker)를 수장으로 30여 년 동안 최고의 조경 설계를 선보여 왔다. 캘리포니아 버클리에 위치한 본사는 뉴욕의 내셔널 9/11 메모리얼,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 샌즈, 시드니의 바랑가루 헤드랜드 파크와 밀레니엄 파크랜드, 샌프란시스코의 트랜스베이 트랜짓 센터, 워싱턴 D.C.의 컨스티튜션 가든, 뉴포트 비치의 뉴포트 비치 시빅 센터와 공원, 서울의 삼성 서초 본사, 팔로 알토의 VM웨어 캠퍼스등 다양하고 국제적인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다. PWP는 역사와 전통에 대한 지식과 현대 조경에 대한 연구를 결합해 디자인하며 최신 기술과 혁신적 기법을 시공에 적용한다.
    • PWP Landscape Architecture / PWP Landscape Architecture
  • 하이허 리버프런트 리본 파크 Haihe Riverfront Ribbon Park
    중국 톈진 시Tianjin 빈하이Binhai 신도시에 들어선 리본 파크Ribbon Park는 하이허Haihe 삼각주에 위치하고 있으며, 발해만Bohai Sea으로부터 약 3km 떨어진 곳에 자리잡고 있다. 대중교통 및 페리 노선, 베이징에서 출발하는 신설 고속열차 노선 등으로 연결되는 빈하이 개발 지구는 상업 및 관광의 중심지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또한 리본 파크는 강변에 위치한 공공 공간의 중심축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공원은 남쪽에서 북쪽으로 이어지는 다섯 개의 개성 있는 구역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델타 아일랜드Delta Islands,강변의 숲과 초지Riparian Forest and Meadow, 중앙 광장Central Plaza, 식물의 숲Botanical Forest, 그리고 시그니처 가든Signature Garden은 인접 지역의 택지 개발을촉진하는 역할을 동시에 맡고 있다. 즉 남쪽 지역의 경우 주거 용도로의 개발이 활발한 반면, 북쪽 지역의 경우 복합 용도를 위한 활용이나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상업 시설의 유치가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30헥타르의 면적과 1.5km 길이에 달하는 리본 파크를 통해 중국 북부 지역 수변 공공 공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렇지만 바다에 인접해 있는 공원의 입지 조건으로 인해 해안 공원 디자인 시 일반적으로 등장하는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나타났던 것 역시 사실인데, 염분이 높은 해수, 강력한 바람, 그리고 계절에 따른 하천 범람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혹한이 몰아치는 겨울과 홍수가 밀려오는 여름을 위시한 이와 같은 자연 조건은, 수십 년에 걸친 조선 산업 그리고 석탄 및 기타 광물의 수출입 이력이 가져다준 결과물과 어우러져, 녹색 도심 수변 공원이라는 미래 비전의 실현에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따라서 디자인 과정은 이러한 문제들을 다음과 같은 방법을 통해 우선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춰 진행했다. 즉 창의적 홍수 통제, 빗물 관리,그리고 토질 개선 및 약화된 지역 생태의 복원 등을 시행하는 한편, 능동적인 프로그램과 수동적인 프로그램을 병행 추진함으로써 공공 공원의 방향성을 수립하고자 했다. 홍수 통제 및 저지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심과 가까운 수변에 위치한 제방 구조물을 이동시키는 한편, 나무를 식재한 상층부 산책로upper promenade를 설치해 보행로의 뼈대를 마련하였다. 이곳을 기준으로 대상지의 북쪽 지역인 강변의 숲 및 리버 아일랜드Riparian and River Island 구역으로는 숲으로 가득 찬 토지가 위로 솟아오르고, 해안 초지가 강변 및 저층부 산책로lower promenade를 향해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이어진다. 높은 지대에 위치한 토지에서는 보다 건강한 토양이 마련되어 토착 고지대 생태가 번성하게 되고, 인공적으로 구성된 지형을 통해 빗물은 수질 정화용 습지로 흘러들게 되며, 이 물은 이후 강으로 흘러들어가게 된다. 이러한 강변 습지는 보다 자연에 가깝게 변모된 물가를 따라 강에 새롭고 신선한 생명력을 불어넣어준다. 더불어 염수가 섞인 강변 지역은 구조적으로 강화된 차단막을 따라 뒤로 밀려나게 되며, 이곳에서는 해안 습지 식재도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두 가지 서로 다른 생태가 혁신적 지형, 토양 배치, 물 관리, 그리고 식재 등을 통해 상호공존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기존의 콘크리트 수로의 일부는 물 재활용을 위한 물 저장 시설로 재배치되었다. Landscape Architect Hargreaves Associates (George Hargreaves, Alan Lewis, Wright Yang, Joon Kim, Jisu Choi, Zhe Chen) Local Landscape Architect Tianjin Bohai Urban Planning & Design Civil Engineering Sherwood Design Engineers Fountains Dan Euser Waterarchitecture Lighting Design OneLUX Marine Engineering Moffat & Nichol Client New Town Development Company, Tanggu PRC Location Tanggu District, Tianjin, PRC Completion 2014 Image Hargreaves Associates Photography Hargreaves Associates Aerial Photography Tianjin Bowei Yongcheng Technology 하그리브스 어소시에이츠(Hargreaves Associates)는 조경가와 도시계획가로 구성된 전문적 컨설팅 회사로 1983년 설립되었으며,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 캠브리지, 메사추세츠, 그리고 뉴욕에서 오피스를 운영하고 있다. 하그리브스 어소시에이츠는 문화적이고 자연적인 시스템 사이에서 건강하고 균형잡힌 접점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최근 작업으로는 시드니 올림픽 2000-올림픽 플라자, 크리시 필드(샌프란시스코), 과달루페 리버 파크(샌 조스, 캘리포니아), 엘리자베스 카루더스 파크(포틀랜드, 오레곤), 르네상스 파크(차타누가, 테네시) 등이 있다.
    • Hargreaves Associates / Hargreaves Associates
  • 일상의 비일상화
    공모전 2007년 여름, 대학원을 졸업하고 뉴욕에서 실무를 시작했을 때다. 뉴욕 업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화두는 단연 거버너스 아일랜드 공원 및 오픈스페이스 공모전이었다. 29개 팀 중 자격을 심사해 선발된 최정예 5개 팀은 그 이름만으로도 큰 기대를 갖게 했다. 이들의 설계안이 일반에게 공개되었을 때 사실 많은 사람들은 JCFO의 ‘Mollusk’가 선정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콘셉트 자체도 자연과 생태를 강조해 감성적이었지만, JCFO 특유의 뛰어난 그래픽과 표현기법은 많은 대중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프레시킬스, 하이라인에 이어, 센트럴파크 이래로 뉴욕의 대표적인 공원 공모전을 모두 휩쓸겠다는 제임스 코너James Corner의 야심(!)이 대단하다는 소문도 심심찮게 들려왔다. 그러나 결과는 일반적인 예상과는 달리-사실 늘 그렇듯이- 저 멀리서 나무자전거를 타고 등장한 네덜란드인에게 우승의 영광이 돌아갔다. 마치 17세기 초반, 거버너스 아일랜드에 네덜란드인이 들어와 원주민을 몰아냈던 그때처럼. 이 네덜란드인 아드리안 구즈Adriaan Geuze와 West 8 컨소시엄의 공모전 설계안을 보면 상당히 과격하다. 지금은 네 개의 언덕으로 줄어들었지만 공모전에서는 아일랜드 전체에 걸쳐 크고 작은 언덕을 제안했다. 건물과 연계한 언덕도 있고 자유의 여신상처럼 그 내부 공간을 통해 올라가는 언덕도 있다. 가장 높은 언덕의 높이는 약 55m에 달하고 어떤 언덕은 꼭대기에서 낚시를 하는 등 공모전 콘셉트로 재미는 있지만 과연 실현 가능성이 있을까 의문이 들게 하는 그런 설계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West 8의 안이 당선된 이유는 콘셉트 자체가 상당히 단순하고 도시 맥락에 맞는 디자인으로 워터프런트의 활성화라는 발주처의 기대에 부합했기 때문이다. 2007년 12월 뉴욕시장실의 보도 자료를 보면 당선작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하고 있다. “뉴욕 항에 위치한 섬이라는 측면에서의 거버너스 아일랜드를 잘 반영했고, 건물 잔해를 재활용해 뉴욕 항의 드라마틱한 경관을 360도 파노라마로 볼 수 있는 언덕을 제안한 것이 환경친화적이다. 무료 자전거 프로그램을 도입해 시민들이 섬 곳곳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게 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사실 대단한 것은 없다. 과격하게 제안한 부분에 손을 좀 대어도 전체 콘셉트를 유지하는 데 무리 없는 안을 발주처에서 현명하게 선정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민들의 요구 파악 거버너스 아일랜드는 올해 5월 공식적으로 일반에 개방되었다. 2013년 가을, 블룸버그 시장이 퇴임 전 리본을 커팅한 것을 공식 개장이라고 보더라도 공모전에서 당선작을 선정하고서 6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것도 전체 공원이 아니라 1단계 공원(약 30에이커)을 마무리 하는데 걸린 시간이다. 물론 기본설계의 대상지는 공원 전체였지만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은 사실이다. 워낙 오랫동안 비워져 있던 곳이었고, 또 사람들이 사용하던 당시에도 군사 목적으로 이용되던 곳이기 때문에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오픈스페이스로의 변형이 쉽지만은 않았다. 공원의 상수도를 다시 연결해야 했고 낙후된 호안을 개선하는 등 아일랜드 내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하지만 이런 하드웨어적인 부분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시간을 투자한 일은 잠재 이용자들에게 공원을 홍보하고 이들의 요구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공모전이 시행된 2007년 여름부터 매해 거버너스 아일랜드자체를 일반 시민에게 개방했다. 사람들에게 잊힌 공간 그 자체를 각인시키는 것이 첫 번째 목적이었고, 아일랜드에 산재한 공개 공지에 다양한 예술 및 스포츠 프로그램을 유치해 사람들이 공원에서 어떤 것을 원하는지 알아보기 위함이 또 다른 이유였다. 시민들은 무료 페리를 타고 아일랜드에 들어와 다양한 이벤트와 프로그램을 즐기는 동시에 자연스럽게 공원에 노출되면서 공원 디자인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고 원하는 바를 이야기하게 되었다. 시민과의 상호 커뮤니케이션은 시민 공청회, 워크숍, 디자인 샤렛, 전시 등 오프라인을 통해서뿐만 아니라 블로그, 홈페이지 등 온라인을 통해서도 적극적으로 이루어졌다. 이런 경험을 통해 발주처는 공원의 홍보 및 운영, 관리방안에 관한 아이디어를 축적할 수 있었고 설계자는 시민이 원하는 진정한 설계안을 마련할 수 있었다. 방문객은 매해 늘어났다. 2008년 여름 아일랜드를 방문한 방문객은 12만6천 명이었지만 2010년에 방문객은 44만 3천 명으로 늘었다. 아무리 좋은 디자인을 보여준다고 하더라도 사전 준비없이 완성된 공원을 개장했을 때 섬이라는 약점이 있는 이 공간에 이 만큼의 사람들이 방문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올 여름, 새로운 공원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기던 수많은 시민들이 이질감 없이 아일랜드에 녹아들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다년간에 걸친 공원 운영의 노하우와 시민들의 의견이 반영된 공원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최혜영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조경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뉴욕 AECOM(전 EDAW)을 거쳐 West 8 뉴욕 오피스에서 거버너스 아일랜드 프로젝트를 담당해왔다.용산공원 설계 국제공모에서 West 8 + 이로재 팀의 당선을 이끌면서 현재 프로젝트 리더로 일하고 있으며, 펜실베이니아 주 등록 미국 공인 조경가(RLA), 친환경건축물 인증제 공인 전문가(LEED AP)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