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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ist, Delay, Store,
REBUILD
우리는 고밀화된 도시 환경에 집중했고, 통합적 사고라는 하나의 원칙으로 안을 발전시켜 나갔다. 암스테르담이라는 도시의 발생에 댐이 기여했던 방식과 같이 우리가 고안한 방어 시스템은 도시 환경의 본질을 보여주고 있으며, 동시에 다양한 활동을 가능하게 한다.
이 접근법은 통합적이며 역동적인 접근법을 필요로 하는데, 통합성은 시스템이 기능하기 위한 복잡성을 보여주려는 것이며, 역동성은 자연의 흐름을 막아내기보다 조화를 이루려는 노력이다.
샌디Sandy에 심각한 피해를 받은 지역 중, 저지시티Jersey City의 뉴저지New Jersey 공동체, 호보켄Hoboken, 그리고 위호켄Weehawken은 돌발적으로 발생하는 홍수와 폭풍 해일 모두에 쉽게 영향을 받는 곳이었다. 이렇게 이어진 기다란 해안 지역은 보호해야할 것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위험에 처해 있는 곳이다. 도시를 통합적인 환경으로 생각했을 때, 주택 하나하나에 개별적으로 적용시키는 지엽적인 해결책은 성공 가능성이 희박했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해결책은 도시 맥락이 가진 밀도와 복잡성을 수용할 수 있으며,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이고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하고, 도시의 기반 시설 및 시민들 전체를 보호할 수 있는 통합적인 접근이었다. 현실적으로 해안지역 전체에 완벽한 조치를 취하기는 어려웠다. 따라서 우리는 우선순위를 정해, 최고의 효과를 낼 수 있는곳에 제한된 자원을 집중투자하기로 했다. 또한 그 투자를 통해 새롭게 조성될 환경은 지역 사회 통합을 유도하고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어야 하며, 탄력적인 성장을 가능하게 할 수 있어야 했다.
우리의 접근법은 홍수 위험성을 이해하고 수치화 해보려는 시도에서 그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으며, 정치적, 생태적, 그리고 경제적 요소를 조합하여 ‘Resist, Delay, Store, Discharge’라는 통합적 홍수 대응 전략을 통해 완성하였다. 이는 단순히 도시 전체를 보호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상업적, 도시적, 그리고 레크리에이션 기능을 갖춘 어메니티가 갖추어지도록 한다.
Royal HaskoningDHV|Balmori|HR&A|‘2x4’
OMA는 암스테르담의 두 전문가 집단과 협업하여 이 작품을 만들어냈다. 건축가와 도시설계가가 주축인 OMA는, 물 관리에 대한 전문 지식을 제공한 로열 해스크닝DHV(Royal Haskoning DHV)와 발모리(Balmori)의 조경 및 토지이용 계획가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였으며, HR & A의 경제적 관점에 대한 이해를 통해 설계안을 수정 및 발전시켰다. 팀들 간 커뮤니케이션은 ‘2x4’의 도움을 통해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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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Meadowlands
REBUILD BY DESIGN
미도우랜즈Meadowlands 유역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지역과 뉴저지New Jersy 모두의 중요한 자산이다. 교통, 생태, 성장을 통합하는 뉴 미도우랜즈New Meadowlands 프로젝트는 시민을 위한 어메니티를 제공하고 재개발 기회를 새롭게 창출하는 동시에 이 지역을 둘러싼 다양한 위험 요소에 대응하기 위해 미도우랜즈를 변형시킨다.
미도우파크
대중이 접근할 수 있는 대규모 자연 보호 구역인 미도우파크Meadowpark는 홍수를 방지하는 기능을 할 것이다. 미도우파크는 습지를 회복하고 확장하며 접근성을 향상시킨다. 우리 팀은 미도우파크 전체를 아우르는 둔덕과 습지로 이루어진 복잡한 시스템을 제안한다. 이 시스템은 바닷물이 밀려들어오는 것을 방지하고 빗물을 저장해 인근 마을의 하수관이 넘치는 사태를 줄인다. 미도우파크는 멋진 경관과 여가 시설을 제공함으로써 인근의 개발 가치를 더한다.
미도우밴드
미 도 우 파 크 의 경 계 부 를 정 의 하 는 미도우밴드Meadowband는 홍수를 방지하고 인근 도시와 습지를 연결하며 도시에 성장 기회를 제공한다. 미도우밴드는 도로와 간선 급행버스 노선, 일련의 공공 공간, 레크리에이션 구역, 미도우파크 진입부 등으로 구성된다. 미도우밴드는 지역 주민과 방문객이 어우러지는 새로운 시민의 어메니티를 형성할 뿐만 아니라 교통, 생태, 개발과 같은 서로 다른 시스템을 결합하고 다양한 규모의 지역을 연결한다.
공원과 미도우밴드는 기존의 개발 지역을 홍수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한다. 연방 정부에서 이 지역에 투자하는 만큼, 이 지역은 땅을 좀 더 집약적으로 사용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단층 건물, 단독 건물, 오픈스페이스, 주차장 등이 들어선 교외 지역의 토지 이용을 좀더 도시적으로 바꿀 것을 제안한다. 단층 창고 구역은 다층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기준을 상향 설정하고, 미도우밴드를 둘러싼 지역에는 다층 주택이 들어설 수 있도록 조정한다. 용도구역의 재설정을 통해 이 유역의 브랜드와 아이덴티티는 시간이 흐르면서 강화되고 땅의 가치는 높아질 것이다.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3개의 파일럿 구역을 설정했다. 북쪽 경계로는 리틀페리Little Ferry, 무나치Moonachie, 칼스타트Carlstadt, 테터보로Teterboro, 사우스해컨섹South Hackensack 지구를 포함하며, 동쪽 경계는 시코커스Secaucus와 저지시티Jersey City의 일부를 포함한다. 마지막으로 남쪽 경계는 사우스키어니South Kearny와 저지시티의 서쪽 수변으로 구성됐다.
MIT CAU|ZUS|DE URBANISTEN|75B|Deltares|Volker InfraDesign
MIT CAU + ZUS + DE URBANISTEN 팀은 MIT에서는 알렉산더 드훅(Alexander D’ooge), 앨런 버거(Alan Berger), 사라 윌리엄스(Sarah Williams), 제임스 웨스콧(James Wescoat) 교수가, ZUS에서는 크리스틴 코어맨(Kristian Koreman), 엘마 반 복셀(Elma vanBoxel)이, DE URBANISTEN에서는 플로리안 보어(Florian Boer)와 더크 반 페이페(Dirk van Peijpe)가 참여했다. 그래픽 작업은 75B가, 생태 공학 지식은 Deltares, 인프라 정보는 Volker InfraDesign이 도움을 주었다.
- MIT CAU + ZUS + DE URBANISTEN / MIT CAU + ZUS + DE URBANIS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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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 with the Bay
REBUILD BY DESIGN
미래의 기상이변과 해수면 상승의 위험으로부터 어떻게 롱아일랜드Long Island 주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을 까? 다음번 태풍이 샌디Sandy처럼 지역에 엄청난 타격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 지역에서 수질과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만에서의 삶bay life’을 더 안전하고 건강하고 재미있게 만들며 만으로의 접근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리가 나소 카운티Nassau County 남쪽 해안을 위한 종합적 회복탄력적 계획인 ‘리빙 위드 더 베이Living with the Bay’를 구상하면서 고심했던 질문들이다.
이 지역은 물에 관련된 여러 위협에 노출되었기 때문에 ‘묘책’이라 할 만한 것은 없다. 방파제가 롱아일랜드 주민을 폭풍 해일로부터 보호할 수 있지만, 지역 커뮤니티를 일상적으로 침수시키는 북동풍과 폭우로부터 지역 주민의 안전을 충분히 지켜주지 못한다. 해안으로부터 철수하거나 후퇴한다면 홍수 피해를 덜 받을 수 있지만, 그러한 해결책은 남쪽 해안에서는 좋은 대책이 아니다. 뉴욕 시의 교외 지역인 롱아일랜드는 백만 명이 넘는 시민들의 고향이며 멋진 삶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남쪽으로는 대서양, 북쪽으로는 선라이즈 고속도로Sunrise Highway, 서쪽으로는 뉴욕 시, 동쪽으로는 수폴크 카운티Suffolk County와 경계를 접하는 나소 카운티의 남쪽 해안에 초점을 맞춰 ‘버퍼드 베이buffered bay’를 해결책으로 제안한다.
해안 기슭을 위한 전략: 퇴적물 이동
해수면 상승과 함께 점점 가라앉고 있는 습지대는 지반이 상승할 때 비로소 가라앉기를 멈출 것이다. 이를위해 지역의 퇴적 시스템을 회복하는 다각도 접근을 제안한다. 이 전략은 퇴적물이 버퍼드 베이 시스템 주변을 이동하며 습지대에 퇴적될 수 있도록 적당량의 퇴적물을 이용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습지를 위한 전략: 생태적 경계
지난 70년 간, 도시 개발로 인해 남쪽 해안 만의 습지대가 상당 부분 사라졌다. 해안 커뮤니티가 폭풍 해일로 받는 피해를 완충하던 연안 습지가 사라짐에 따라나소 만 커뮤니티는 폭풍 해일에 더 취약해졌다. 우리는 서쪽, 중앙, 동쪽 만에 파도 작용을 줄이고 만의 생태계를 향상시키며 여가 활동의 기회를 제공하는 새로운 습지 섬을 조성해 생태적 경계Eco-Edge를 만들 것을 제안한다. 습지대 안쪽으로는 이 전략의 두 번째 요소인 고리형 제방이 도시화된 경계 부분을 방어한다.
Interboro Partners|Apex|Bosch Slabbers|Center for Urban Pedagogy|David Rusk|Deltares|
H+N+S Landschapsarchitecten|IMG Rebel|NJIT Infrastructure Planning Program|
Palmbout Urban Landscapes|Project Projects|RFA Investments|TU Delft
인터보로 팀(Interboro Team)은 네덜란드의 토지이용 계획, 환경 및해안 엔지니어링, 도시 물 엔지니어링 팀과 미국의 도시설계, 참여 계획, 커뮤니티 개발, 엔지니어링, 경제 분석과 재정 엔지니어링 팀으로구성됐다. 네덜란드 팀은 전 세계 해안 지역에 최적화된 계획을 세운경험이 풍부한 디자인 전문가로 구성되었으며, 세계적으로 중요한 홍수 완화와 관리 전략을 구상하고 디자인해 왔다. 건축, 도시설계, 도시계획, 해안 엔지니어링, 커뮤니티 경제 개발, 거버넌스, 교육, 그래픽디자인, 재정-경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미국 팀은 각 분야에서 인정받는 리더들이며, 커뮤니티와 함께 회복탄력적 시스템을 구축한 실적이 풍부하다.
- Interboro Team / Interboro T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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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 U
REBUILD BY DESIGN
BIG U는 웨스트 57번가West 57th Street로부터 남쪽으로는 배터리 파크Battery Park, 북쪽으로는 이스트 42번가East 42nd Street에 이르는 대문자 U 모양의 지역을 아우른다. 대상지는 건물의 밀도가 높은 역동적인 지역이면서도 자연 재해에 취약한 저지대 도시 지역이다. BIG 팀은 ‘사회적 기반 시설social infrastructure’과 ‘유희적 지속가능성hedonistic sustainability’에 콘셉트의 뿌리를 두고 접근했다. 공공 기반 시설과 사회적 프로그램의 이종교배를 통해 새로운 도시 생활을 도입한다. BIG U는 홍수로부터 도시를 보호할 뿐만 아니라 공공 영역을 넓히기 위해, 인접해 있지만 독립적인 세 지역에 대한 상호 협력적 계획을 세웠다. 세 구역compartment은 기능에 따라 구획된 수변 공간이다. 각 구획은 물리적으로 분리된 홍수 방지 구역인 동시에, 사회적 통합과 커뮤니티 계획을 위한 장을 표방한다. 이 세 구역을 위한 전략은 관련 커뮤니티와 지역, 지방, 주, 연방 차원의 많은 이해당사자들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디자인되었다. 또한 각 계획안은 유연하고단계적이며 도시의 부둣가를 따라 현재 진행 중인 개발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1구역: L.E.S. 노스 - 이스트 리버 파크
1구역을 위한 전략은 동쪽으로 FDR 드라이브FDR Drive와 접하는 대규모 주거 지역을 포함한 범람원 일대를 보호하기 위해 기획됐다. FDR 드라이브 너머 물과 접하는 경계에 이스트 리버 파크East River Park가 자리하고 있다. 이 넓은 공원에 보호 둔덕을 조성하여 홍수로 부터 주거 지역을 보호하고, 새 보도교를 조성하여 고립된 공원을 인근 커뮤니티와 연결할 것이다. 피터 쿠퍼 빌리지Peter Cooper Village의 FDR 드라이브밑으로는 파빌리온이 일렬로 놓인다. 육지 쪽에는 현재 부족한 상업 시설이나 다른 편의 시설을 마련할 수 있다. 강 쪽은 인접한 공원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여가공간으로 계획될 수 있다. 콘에드Con-Ed 공장 주위는 신설 고가 횡단 보도와 통합 제방이 수변 공간의 구역들을 연결할 것이다. 이스트 리버 파크에는 기존 지선도로의 자리에 둔덕을 조성할 계획인데, 이 둔덕은 현존하는 운동 경기장들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었고, 공원 뒤편 지형을 안정감 있게 만들면서 새로운 경관을 제공한다. 공원에는 바다의 염분에 내성이 있는 다양한 나무와 식물들이 식재되어 공원의 회복탄력성을 향상시킬 것이다.
2구역: 투 브리지스 - 차이나타운
투 브리지스Two Bridges에는 주거 지역과 수변 공간 사이의 공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므로 복합 홍수 방지전략을 세웠다. 높이를 제한한 차수 시설은 수변을 향한 경관을 제공하면서 반복되는 홍수에 맞서 이 지역을 보호한다. 차수 시설은 발전기 등을 이용한 시스템적 방법으로 보완된다.
몽고메리 스트리트Montgomery Street 남쪽, 피어 36Pier36 위생국 시설 앞으로 폴더 형태로 접혀 올라갈 수 있는 차수 시설이 FDR 드라이브 밑에 부착될 것이다. 공공 예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계획된 이 차수 시설은 어두침침한 이 구역을 환하고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디자인되었다. 접어 올릴 수 있는 차수 시설 덕분에 스미스 하우스Smith Houses 반대편으로 벤치, 스케이트공원, 태극권 훈련장, 수영장 등의 시설이 마련되며, 이 공간은 이후 지면으로부터 4피트 높이의 유리로 둘러싸인다.
BIG Bjarke Ingels Group|
One Architecture|
Starr Whitehouse|
Buro Happold|
Level Infrastructure|
James Lima Planning + Development|
Green Shield Ecology|
AEA Consulting|
Project Projects|
School of Constructed Environments at Parsonsthe New School for Design
BIG 팀(BIG Team)의 리더인 BIG은 뉴욕, 코펜하겐, 베이징에 사무실을 두고 건축, 도시계획, 리서치, 개발 등의 분야에서 활동하는 설계사무소다. BIG은 비용과 자원을 절약하면서도 프로그램과 기술적으로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공공 공간과 형태를 창조하며 도시 개발로 야기되는 문제에 대응해왔다. BIG 팀에는 One Architecture(물& 도시계획)와 Starr Whitehouse(조경), Buro Happold(엔지니어링 & 지속가능성), Level Infrastructure(인프라스트럭처 엔지니어링), James Lima Planning + Development(재정 & 경제), GreenShield Ecology(생태), AEA Consulting(예술 & 문화 계획), ProjectProjects(그래픽 디자인), School of Constructed Environments atParsons the New School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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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BUILD BY DESIGN
Hurricane Sandy Regional Planning and Design Competition
물과 공존하는도시를 향한‘신중한’ 도전
2012년 10월 대서양에서 발생한 샌디Sandy는 카리브해 지역에서부터 미국을 거쳐 캐나다에 이르기까지 북미 대륙 동부의 광범위한 지역에 막대한 피해를 발생시킨 초대형 허리케인이다.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인명 피해를 야기했으며,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650억 달러의 복구 비용이 들어간 샌디는 세계 제1의 도시라는 뉴욕을 비롯한 미 북동부 대도시권의 재해 취약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사회적으로 그 심각성을 인식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직접적인 침수 피해는 물론 대중교통, 전기, 가스 공급의 중단, 주식 시장 폐쇄 등 기본적인 도시 기능이 장시간 완전히 마비되는 상황을 맞은 이 지역은 미국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인만큼 기간 시설의 정비 수준이 지역의 세계적 위상에 미치지 못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즉각적인 피해 복구와 재건의 시급함 속에서도 장기적이지만 근본적인 해법을 진지하게 고민할 기회로서 승화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 사회의 성숙함과 저력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수변 공간은 인류가 처음 도시를 세운 원초적 지리 조건이기도 하지만, 현대 도시에서도 여전히 그 매력과 중요성을 잃지 않고 있다. 특히 샌디의 피해 지역인 미 북동부 해안 지역은 해수면 상승과 기상 이변에 의한 재해 취약성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포기할 수 없는 도시적 가치를 지닌 곳이다. 이 같은 배경에서 ‘리빌드 바이 디자인Rebuild by Design’ 설계공모는 단순한 허리케인 재건사업이 아니라, 물과 도시의 삶이 공존하기 위한 혁신적인 해법을 도출하고자 하는 미국 사회의, 그리고 현대 도시의 도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혁신적 해법은 무엇보다 혁신적인 공모로부터 출발한다. ‘리빌드 바이 디자인’은 이미 정해진 사이트와 프로그램을 주고 참가자들 각자가 만든 제안 중에 가장 나은 안을 뽑는, 그런 일반적인 설계공모의 형식을 따르지 않는다. 무엇보다 공모 과정을 통해 참여자들은 스스로 사이트와 이슈를 찾아 그 중요성을 증명해야 한다. 달리 말해 ‘리빌드 바이 디자인’은 프로젝트 자체를 만드는 설계공모인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공모의 주최 측은 구경꾼이 아니라 공모 참가자와 함께 결과물을 만들어가는 넓은 의미의 공모 참여자로서, 각 단계별로 최고 수준의 전문가와 관련된 권한을 가진 정부 기관이 함께 한다. ‘리빌드 바이 디자인’이 그 결과를 내기도 전에 CNN이 선정한 2013년 최고의 아이디어에 이름을 올린 것도 바로 그러한 ‘과정’ 자체의 혁신을 인정받고 있음을 말해 준다.
또한 ‘리빌드 바이 디자인’이 재건 프로젝트를 통해 기상 재해와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수해 위협을 완벽하게 차단하겠다고 공언했다면, 그것은 오만한 착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리빌드 바이 디자인’은 현실적이고도 겸손한 지혜를 보여주었다. 앞으로의 기상 이변이 현대 도시 문명의 통제를 벗어날 가능성을 전제하고, 그로 인한 재난 상황으로부터 도시의 회복 능력, 즉 ‘회복탄력성resiliency’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 것이다. 미국의 ‘국가 재난 복구 프레임The National Disaster Recovery Framework’에서 정의하는 ‘회복탄력성’이란위험 요소 경감 및 토지이용 계획 전략, 중요 기간 시설 및 환경·문화 자원의 보호, 건조 환경을 재구축하고 경제·사회·자연환경을 되살리기 위한 지속 가능한 실행을 말한다. 이러한 포괄적 개념의 회복탄력성은 설계공모의 전 과정을 관통하며 모든 참여자들이 공유하는 기본 가치를 이루고 있다.
새로운 형식의 다단계 설계공모
‘리빌드 바이 디자인’의 가장 큰 특징은 총 4단계로 이루어진 ‘복잡한’ 공모 과정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1단계에서 참여 전문가의 구성 및 역량과 간략한 제안서를 바탕으로 5~10개 팀을 선정하며, 리서치와 프로젝트 발굴에 집중하는 2단계를 통해 각 팀별로 하나의 프로젝트를 결정한다. 3단계를 통해각 팀의 프로젝트를 발전시켜 복수의 최종 프로젝트를 확정하며 4단계는 계획의 실행 단계이다. 이 글에서 소개할 6개의 최종안은 3단계의 결과물에 해당한다. 물론 단순히 여러 단계를 거쳐 최종안을 결정한 것이 ‘리빌드 바이 디자인’이 이룬 혁신은 아니다. 참가팀들이 각기 독립적인 안을 발전시켜 경쟁하는 일반적인 설계공모가 최종 결과물만을 우리에게 던진다면, ‘리빌드 바이 디자인’은 결과물뿐만 아니라 공모의 전 과정에서 이루어진 모든 논의와 경험을 공공의 지식, 공공의 성취로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 같은 공모 과정의 가장 큰 가치는 무엇보다 각 팀들이 단순한 경쟁 구도1에서 벗어나 각자가 수행한 지역에 대한 분석과 그로부터 도출한 중요한 아이디어를 다른 모든 이들과 공유함으로써 지역 전체를 위한 더 나은 해법을 찾아내려는 공통의 목적에 기여한다는 점이다. 즉 공모 과정에서 생산된 모든 지적 결과물은 어느 팀에 제한적으로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 공공의 자산으로 활용된다는 의미다. 특히 2단계인 리서치 과정은 지역 전문가 및 지역 사회와 더불어 지역의 조건을 충실히 이해하고 디자인 대상지와 이슈를 발굴하는 것이 핵심 목표이지만, 동시에 기후 변화와 기상 재해라는 세계 공통의 문제에 대한 연구임을 강조하고 있다.
지역과 국가의 경계를 넘어 ‘공공의 지식’을 축적한다는 ‘미국적’ 스케일에 쓴웃음이 나면서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진지함이 있다. 리서치 결과물이 어느 시점에서 완결된 책자 형태의 보고서가 아니라 계속해서 새로운 지식과 아이디어를 더해갈 수 있도록 웹사이트(www.rebuildbydesign.org)라는 열린 형식을 취한다는 설명에 수긍이 가는 이유다.
또한 최종적인 제안의 현실적 토대가 되는 리서치 과정에서 뉴욕대학교 공공지식연구소 등 관계 기관들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설계공모 팀의 지역에 대한 이해를 돕는 등, 리서치의 내실을 채우고 있으며, 그 결과를 공개함으로써 객관적 검증의 기회도 거치게 된다.
이렇게 해서 2단계 리서치는 어떤 것이 중요하게 고려할 취약점인지, 그리고 그 해결을 위한 기본 방향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참가팀 모두가 공유하는 출발점을 제공한다. 동시에 지역 사회의 지역에 대한 객관적 이해도를 높여 설계공모를 통해 도출된 해법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 토대가 된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부차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도 있으나 2단계와 3단계에 참여하는 공모 팀들은 각 단계별로 연구와 작업에 대한 대가로 각각 10만 달러를 받게 된다. 물론 이 금액이 참여 인력과 미국의 통상적 용역비를 고려할 때 충분하지 않을 수 있겠지만, 공모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전문가로서의 활동과 도출된 지적 결과물의 가치를 인정한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리빌드 바이 디자인’ 과정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이 상당 부분 록펠러 재단의 기부로 충당된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BIG U
BIG Team
Living with the Bay
Interboro Partners
New Meadowlands
MIT CAU + ZUS + URBANISTEN
Resist, Delay, Store, Discharge
OMA
Hunts Point Lifelines
PennDesign + OLIN
Living Breakwaters
SCAPE / LANDSCAPE ARCHITEC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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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재해로부터 공동체를 지키는 방법
저녁이 되면서 내리던 비는 더욱 거세졌다. 폭우 속에서 처량하게 순서를 기다리던 비행기들은 모두 결항됐다. 우리는 곧 허물어질 듯 한 여관에 도착했다. 시간은 이미 자정을 넘어섰고, 날씨는 더거칠어져 있었다. 비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덜컹거리는 창문, 펄럭이는 맥주 회사 달력, 무엇보다 지린내가 절어 있었다. 여기에 묵었던 사람들의 오줌은 훨씬 더 독한 모양이었다. 머리만 대면 바로 잠을 자는 내 동행은 아마 태어나서 처음으로 잠자는 것을 포기하고 창문 밖 어둠을 멍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온 몸이 긴장되어 자리를 펴고 눕는 것조차 생각할 수 없었다. 그와 나는 갑자기 어느 깊은 외딴 구석에 격리되고 절연되고 갇힌 것이다. 풍요롭고 안락하게만 느끼던 휴가지의 공간이 갑자기 사라지고, 잠들면 어두운 수렁에 빠질 것 같은 두려운 휴전 상태로 던져졌다. 장엄한 아포칼립스apocalypse의 스펙터클에 갇혀 날이 밝기를, 비바람이 잦아지기를 조용히 기다릴 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이 태풍으로 수천억 원의 재산 피해와 수백 명의 인명 피해, 그리고 수천 명의 이재민이 생겼다. 우리 사회는 매년 이와 비슷한 재해를 겪었고 비슷한 피해를 입었다. 그러다보니 매년 겪는 일쯤으로 생각하기도 했고, 어떻게 매번 똑같은 일을 속수무책으로 당하는지 의아해하기도 했다. 건축 저널리스트로 일을 막 시작할 때 이 일을 겪다보니 건축가들이 제안한 재해에 대응할 수 있는 구체적인 작업을 찾아보기도 했다. 기후 변화와 환경 오염 등 자원의 과소비로 인한 자연의 위협이 커지고 있지만, 국내 건축계는 이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를 진전시키지 못했다는 점을 확인했을 뿐이다.
2011년 3월 11일, 우리는 스스로 만들어낸 대재앙의 실체에 직면했다. 일본 도호쿠東北 지방에서 일어난 대지진과 쓰나미는 후쿠시마 원전의 붕괴로 이어졌고, 아직도 진행 중인 이 재난은 가장 선진적인 자본주의 국가의 내적 문제와 한계를 가장 묵시록적으로 드러냈다. 이 재앙은 일본 사회는 물론 국제 사회에 원자력에 대한 반성을 일으켰다. 일례로, 이와사부로 코소는 “지금껏 ‘인류의 진보’로 여겨지던 ‘장치’의 한 가지 도달점–에너지 공급의 효율화와 생산의 고도화, 정보·과학기술, 그것들과 복합적으로 얽힌 관료 기구와 시민사회–이 재해를 계기로 자기 붕괴”한 표시라고 이 재난을 진단했다. 건축가인 토요 이토도 “쓰나미 피해와 원전 사고라는 두가지 재해 모두가 인재라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사람과 공동체가 건축의 존재 이유”라고 말했다. 그리고 집을 잃은 센다이 시 미야기노로 가서 참사를 함께 이겨낼 공동체를 위한 건축 ‘모두의 집Home for All’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시게루 반은 이재민을 위한 임시 거주 공간 프로그램을 꽤 오랫동안 지속하고 있기도 하다. 일본 정부는 아직도 정확한 상황을 공개하고 대처하기보다는 은폐하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지만, 일본 건축계에서는 이 사건을 계기로 새롭게 변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환경과조경』 이번 호에 소개되는 ‘리빌드 바이 디자인Rebuild by Design’도 매우 흥미로운 설계공모다. 주 정부에 의해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2012년 10월 허리케인 샌디가 강타한 뉴욕의 해변 지역을 미래의 재해에서 보호하고 거주민들에게 안전하고 매력적인 곳으로 만들기위해 시작되었다. 이를 구현하는 제안들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지역민이 참여해 만들어가고 있는데, 현재 OMA와 BIG 팀 등 건축가, 조경가, 엔지니어, 도시학자, 사회학자, 정치가 등이 한 팀으로 구성된 여섯 개의 협력적 팀을 최종 선정해 그들이 함께 이 지역의 새로운 청사진을 그려가고 있다. 장기적 안목에서 재해를 예방하는 것이 더 나은 해결책이라는 공감대가 정부와 시민사회에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의 재해 대처 능력이다. 참으로 답답하게 이번 세월호 참사로 우리는, 우리 사회의 법과 질서의 붕괴, 민주주의의 타락, 그리고 사회적 재앙을 처절하게 목도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 스스로 망가뜨린 생태계를 복원하는데도 우리 건축, 도시, 조경 전문가들은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못하고 있다. 4대강의 환경 문제가 연일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그 심각성이 우리 삶을 위협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뒷짐을 지고 있다. 과학 기술의 발전이 우리가 감당하기 어려운 재난을 불러올 수 있으므로 그 환경 속에서 우리의 건축을 고민해야 하지만, ‘안일한 유토피아’ 담론의 종결자인 4대강 사업이나 원자력발전에 대해 새롭게 검토하자는 건축계의 적극적인 목소리와 구체적인 제안은 아직 요원하다. 뉴욕 주지사 앤드루 쿠오모Andrew Cuomo의 말로 마무리를 대신한다. “지구상의 많은 지역은 분명 대자연의 소유다. 어느 순간, 대자연으로부터, 당신이 이곳에 살기를 원치 않는다고 느낄 때가 올 것이다.”
박성태는 중앙일보 출판국에서 잡지 에디터로 일했다. 그 후 『인서울매거진』과 『공간』의 편집장을 지냈다. 현재 정림건축문화재단에서 『건축신문』, ‘건축학교’, ‘프로젝트 1’, ‘통의동집’ 등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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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회복탄력성
우리는 누구나 온갖 역경과 시련을 겪으며 살아간다. 자잘한 일상사에서도 수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다. 인간관계는 영원히 풀리지 않는 갈등이다. 예기치 않은 사고로 신체의 기능에 큰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거나 가족을 떠나보내는 아픔을 맞이하기도 한다. 갑작스런 지진이나 태풍이 한 개인의 일생과 사회의 역사 전체를 앗아가기도 한다. 그 극심한 고통과 좌절을 어떻게 견디고 살아갈 수 있을까 싶은 순간들. 그럼에도 우리 모두는 삶의 역경과 시련을 이겨낼 잠재적인 힘을 지니고 있다. 최근의 심리학은 그러한 힘을 ‘리질리언스resilience’라 부른다. ‘회복탄력성’으로 번역되고 있는 리질리언스는 “원래 제자리로 되돌아오는 힘”을 뜻한다. 밑바닥까지 떨어져도 꿋꿋하게 다시 튀어 오르는 능력, 불행과 역경을 이기고 다시 일어서서 더 성장하게 하는 인간 내면의 신비한 힘을 설명하는 개념이 회복탄력성이다. 그런데 회복탄력성을 누구나 똑같이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고무공처럼 강하게 되튀어 오르는 사람도 있지만 유리공처럼 바닥에 떨어지는 즉시 산산조각나는 사람도 있다. 『회복탄력성』(위즈덤하우스, 2011)의 저자인 연세대학교 김주환 교수는 회복탄력성을 “마음의 근력”에 비유한다. “몸이 힘을 발휘하려면 강한 근육이 필요한 것처럼, 마음이 강한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튼튼한 마음의 근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마음의 근육이 견뎌낼 수 있는 무게를 훈련을 통해 키우는 일이 중요하다. 구부러질지언정 결코 부러지지 않는 회복탄력성을 길러나가는 사람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가능성이 높다.
회복탄력성은 심리학과 교육학을 넘어 최근에는 경제학이나 안보 분야에서도 주목받을 만큼 널리 유행하고 있지만, 실은 생태학에서 비롯된 개념이다. 전통적인 생태학은 생태계를 안정적이고 결정적이며 위계가 분명한 닫힌 시스템이라고 인식했지만, 현대 생태학은 생태계의 복잡성, 동적 변화, 지속적인 교란disturbance에 초점을 둔다. 즉 생태계는 평화롭고 안정적인 낭만의 세계가 아니라 끊임없는 교란에 의해 계속 망가지고 회복되며 적응해가는 열린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잠시의 집중 호우에 맥없이 초토화되곤 하는 우리 도시의 산과 강, 순간의 강풍에 형체도 없이 해체되는 우리의 자연 환경을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생태학자 홀링Crawford Stanley Holling은 회복탄력성을 “시스템의 지속성을 유지하고 변화와 교란을 흡수하고 상태 변수 사이에 동일한 관계를 유지하는 능력의 정도”라고 정의한 바있다. 바꿔 말하자면, 회복탄력성이 높은 자연이나 환경의 시스템은 지진, 가뭄, 홍수, 태풍, 화재 등과 같은 예상치 못한 교란을 겪더라도 지속가능할 수 있는 것이다. 심리학적 회복탄력성이 마음의 근력이라면, 생태학적 회복탄력성은 자연과 도시 환경의 근육인 셈이다.
이번 호에 싣는 ‘리빌드 바이 디자인Rebuild by Design’은 계획과 설계를 통해 재난 지역의 회복탄력성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목표를 지향한, 큰 의미를 지닌 프로젝트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2012년의 허리케인 샌디는 현대 도시 경제와 문화의 심장부인 뉴욕 메트로폴리탄을 강타함으로써 현대 문명이 자연의 재해에 얼마나 취약한지 적나라하게 알려주었다. 본문에서 유영수 소장이 예리하게 진단하고 있듯이, “‘리빌드 바이 디자인’이 재건 프로젝트를 통해 기상 재해와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수해 위협을 완벽하게 차단하겠다고 공언했다면, 그것은 오만한 착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리빌드 바이 디자인’은 현실적이고도 겸손한 지혜를 보여주었다. 앞으로의 기상 이변이 현대 도시 문명의 통강한 근육이 필요한 것처럼, 마음이 강한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튼튼한 마음의 근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마음의 근육이 견뎌낼 수 있는 무게를 훈련을 통해 키우는 일이 중요하다. 구부러질지언정 결코 부러지지 않는 회복탄력성을 길러나가는 사람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가능성이 높다.
회복탄력성은 심리학과 교육학을 넘어 최근에는 경제학이나 안보 분야에서도 주목받을 만큼 널리 유행하고 있지만, 실은 생태학에서 비롯된 개념이다. 전통적인 생태학은 생태계를 안정적이고 결정적이며 위계가 분명한 닫힌 시스템이라고 인식했지만, 현대 생태학은 생태계의 복잡성, 동적 변화, 지속적인 교란disturbance에 초점을 둔다. 즉 생태계는 평화롭고 안정적인 낭만의 세계가 아니라 끊임없는 교란에 의해 계속 망가지고 회복되며 적응해가는 열린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잠시의 집중 호우에 맥없이 초토화되곤 하는 우리 도시의 산과 강, 순간의 강풍에 형체도 없이 해체되는 우리의 자연 환경을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생태학자 홀링Crawford Stanley Holling은 회복탄력성을 “시스템의 지속성을 유지하고 변화와 교란을 흡수하고 상태 변수 사이에 동일한 관계를 유지하는 능력의 정도”라고 정의한 바있다. 바꿔 말하자면, 회복탄력성이 높은 자연이나환경의 시스템은 지진, 가뭄, 홍수, 태풍, 화재 등과 같은 예상치 못한 교란을 겪더라도 지속가능할 수 있는 것이다. 심리학적 회복탄력성이 마음의 근력이라면, 생태학적 회복탄력성은 자연과 도시 환경의 근육인 셈이다.
이번 호에 싣는 ‘리빌드 바이 디자인Rebuild by Design’은 계획과 설계를 통해 재난 지역의 회복탄력성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목표를 지향한, 큰 의미를 지닌 프로젝트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2012년의 허리케인 샌디는 현대 도시 경제와 문화의 심장부인 뉴욕 메트로폴리탄을 강타함으로써 현대 문명이 자연의 재해에 얼마나 취약한지 적나라하게 알려주었다. 본문에서 유영수 소장이 예리하게 진단하고 있듯이, “‘리빌드 바이 디자인’이 재건 프로젝트를 통해 기상 재해와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수해 위협을 완벽하게 차단하겠다고 공언했다면, 그것은 오만한 착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리빌드 바이 디자인’은 현실적이고도 겸손한 지혜를 보여주었다. 앞으로의 기상 이변이 현대 도시 문명의 통제를 벗어날 가능성을 전제하고, 그로 인한 재난상황으로부터 도시의 회복 능력, 즉 ‘회복탄력성’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 점은 이 프로젝트가 동시대 조경, 도시설계, 도시계획 분야에 던지는 의미심장한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보다 회복탄력적인 지역을 만들기 위해 함께 작업하자Working together to build a more resilient region”라는 모토를 공유하며 설계적 지혜를 모은 여섯 팀의 당선작을 꼼꼼히 살펴보는 일도 흥미롭지만, ‘리빌드 바이 디자인’ 설계공모의 프로세스 자체가 회복탄력적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4단계에 걸친 다단계 공모 과정, 학제간 전문가 집단의 협력, 공공 기관의 리서치 지원, 지역 사회의 참여, 기업 재단의 후원 등이 정교하게 결합된 공모 프로세스는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욕망에 따라 계속 변화하고 교란되기 마련인 대형 프로젝트의 운명을 회복탄력적으로 지탱시켜 준다.
비평가 줄리아 처니악Julia Czerniak은 『라지 파크』(도서출판 조경, 2010)에서 성공적인 대형 공원의 조건으로 ‘가독성’과 ‘회복탄력성’을 꼽은 바 있다. 다운스뷰 파크나 프레시 킬스와 같은 2000년대 초반의 프로젝트를 통해 현대 조경의 쟁점 중 하나로 부각되기 시작한 회복탄력성은 이제 ‘리빌드 바이 디자인’을 통해 본격적인 설계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압축적인 근대화와 경제 성장이 낳은 일상적위험이 상존하는 우리 사회―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eck) 식으로 이야기하자면, 대표적인 ‘위험사회’―의 현실은, 조경가의 전문성이 존중되지 않고 비정상적일 만큼 많은 정치적·사회적 간섭과 교란을 겪는 우리의 설계 환경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장하고 진화할 수 있는 회복탄력적 설계를 요청한다. 자연과 도시 환경의 회복탄력성을 기를 수 있는 설계적 지식을, 회복탄력적 설계를 가능하게 하는 실천적 지혜를 탐구할 시점이다.
방대한 양의 자료를 헤치며 ‘리빌드 바이 디자인’을 리뷰해주신 유영수 소장에게 감사의 인사를 빼놓을 수 없다. 봄날이 갈 무렵 합류한 조한결 기자에 이어, 조경학을 전공한 양다빈 기자가 한여름을 열며 편집부의 새 식구가 되었다. 젊은 그들의 열정과 능력이 차곡차곡 쌓여갈 때 『환경과조경』은 물론 한국 조경의 근력 또한 튼튼해지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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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A] 내 인생의 책
이번 호 특집 ‘활자 산책’을 준비하며, 주변 지인들에게 ‘내 인생의 책’ 다섯 권씩을 꼽아달라고 부탁했다. 10분 만에 답변을 준 이도 있었고, 시간을 좀 달라며 마감 시한을 확인한 이도 있었다. 몇몇은 실명이 밝혀지는 걸 꺼려했다. 은근히 부담스럽다는 말도 덧붙였다. 어떤 이는 ‘내 인생의 책’의 기준을 되묻기도 했다. 인생의 어떤 선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책일 수도 있고,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일 수도 있지 않겠냐는 뻔한 답변을 주기도 했고, 질문을 듣자마자 곧바로 떠오른 책이 바로 ‘내 인생의 책’이 아니겠냐는 답을 하기도 했다.
그들이 보내온 도서 목록을 들여다보는 일은 흥미로웠다. 짧은 선정(?) 이유를 보내온 이들도 있었는데, 그 몇 줄에 인생의 굵직한 순간이 담겨 있기도 했고, 책 한 권으로 비롯된 독특한 경험을 엿볼 수도 있었다. 같은 책을 비슷한 이유로 좋아한다는 대목을 읽고 나서는 한 뼘쯤 그 사람과 가까워진 느낌이 들기도 했다. 내가 시큰둥했던 책을 색다른 이유로 좋아한다는 이도 있었다. 연배가 비슷한 경우는 교점이 상당했다. 잡지와 단행본 필자로 인연을 맺은 이들에게 부탁했던 탓인지, 글쓰기와 관련된 코멘트도 꽤 있었다.
다른 이에게 ‘내 인생의 책’을 부탁하며, 나만의 리스트도 한번 추려봤다. 스스로에게 약간의 시간을 주고, 생각나는 책 제목과 이유를 한 줄씩 적어내려 갔다. 어렵지 않게 읽은 책 3권과 만든 책 2권을 꼽았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만든 책 2권이 영 찜찜했다. 곧바로 이 책도, 그 책도, 저 책도 떠올랐기 때문이다. “내 인생의 책 50권이라면 몰라도 5권은 도저히 못 고르겠다. 성서 이외에 4권은 도저히 선정할 수 없어서 고심끝에 포기했다”는 어느 연재 필자의 답변이 십분 이해되었다. 직접 편집한 책을 제외하고, 다시 후보를 추리기 시작했다. 이번엔 좀 더 여유를 갖고 독서의 추억을 되짚어 나갔다. 책장을 들여다보며, 제법 꼼꼼히.
“초등학교 5학년 때 밤새 읽은 최초의 어른 소설책”이라는 이유와 함께 『수호지』를 꼽은 이도 있고, “고교 시절 이문열의 『젊은 날의 초상』에 실려 있는 ‘들소’를 읽고 세상에 이렇게 글 잘 쓰는 사람이 있는지 처음 알았고, 고3 때에는 이 소설의 모티브를 베껴서 습작이랍시고 써본 기억이 난다”는 답변도 있었건만, 나는 아무리 기억을 짜내도 대학 시절 이전에 읽은 책 가운데에는 영 떠오르는 책이 없었다. 심지어 “초등학교 고학년 때 집에 있던 『동아학생대백과사전』을 1권부터 12권까지 그냥 쭉 읽었더니 인생에 큰 도움이 되었다”는 이도 있었는데 말이다.
그러다가 책장에 집중했다. ‘언제부터 나만의 책장이 있었더라’ 그러고 보니 대학입학과 함께 부모님의 집을 떠나 살기 시작한 스무 살 이전에는 나만의 책장이래야, 참고서 따위만 빽빽이 꽂혀 있던 아주 빈약한 것밖에 없었다. 거실에는 아버지의 책과 전집류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번듯한 책장이 있었지만, 나의 것은 아니었다.
군대 시절을 제외하고, 결혼 전의 6년 동안 내 자취방 한 구석을 당당히 차지하고 있던 책꽂이는, 값싼 칼라박스(?)였지만 그 속을 채우고 있던 내용물만은 온전히 나의 것이었다. 마치 보물창고를 알려주듯, 자신의 단골 헌책방을 소개해준 선배를 따라나서 수집한 책은 물론이고, 창간호부터 폐간 때까지 정기구독했던 영화 잡지 『키노』를 비롯해서, 한 권 한 권에 사연이 깃들어 있던 책들이었다. 결혼 후에도 한동안 그 책들은 책장을 옮겨가며 살아남았다. 점점 책이 늘어나면서, 책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붉은색 포장 끈으로 묶인 상태 그대로 집안 한 구석에 처박혀 있었을지언정. 상황이 갑자기 달라진 시점은 아이가 태어난 후였다. 집안에 있던 책장의 풍경이 순식간에 뒤바뀌었다. 나와 아내의 책은 붉은색 포장 끈의 포박을 피하지 못했고, 상당수의 책은 아예 퇴출의 아픔을 맛봐야 했다. 게다가 아이가 커갈수록 구조조정의 횟 수도 늘어났다. 꺼내기 쉽고 눈에 잘 띄는 곳에 자리한 책장은 모두 아이의 책이 차지했고, 어렵게 목숨을 부지한 나와 아내의 책은 구석진 자리에 만족해야 했다. 물론 자주 보는 책(다시 말하면 인용을 많이 하는 책)은 사무실의 내 자리와 가까운 곳에서 볕을 잘 쬐고 있지만 말이다. 때문에 지금 나의 책장에서 살아남은 책은 나의 독서 경험을 시대순으로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내 인생의 책’ 후보로는 충분한 자격이 있는녀석들이다. 그래서 책장을 몇 번이나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사실 굉장히 낯선 책도 있었다. ‘어떻게 이런 녀석이 아직까지 살아남았지’ 반면 몇 번이고 곱씹어 읽던 아련한 추억이 떠오른 책도 있었다.
맨 처음 고른 3권은, 문학의 존재 이유에 대해 알려준 김현의 『한국 현대 문학의 위상』, 가장 사랑하는 소설집인 윤대녕의 『은어낚시통신』, 공간에 대한 관심에 불을 지핀 조병준의 『나눔 나눔 나눔』이었다. 책장을 찬찬히 들여다보기 전까지는, 여기에다가 고종석의 『코드 훔치기』와 김규항의 『B급 좌파』를 추가해서 5권의 리스트를 완성하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좀 바뀌었다. 생뚱맞지만, 역삼동 『환경과조경』 사무실의 책장 귀퉁이에서 발견한 인연으로 지금까지 내 책장에서 장수하고 있는 『로커스1: 조경과 문화』와, 그 잔잔한 울림이 지금도 가슴 한 구석에 남아 있는 조은의 『벼랑에서 살다』, 독특한 스타일과 글의 호흡이 아름다운 이수학의 『태도: 조경·행위·반성·시작』을 비롯해서 갑자기 툭툭 튀어나온 책들이 너무 많은 까닭이다. 역시 질문을 받자마자 떠올린 책들이 ‘내 인생의 책’이었던 것일까? 하지만, 책장의 변천사를 돌아본 것부터 독서 경험을 되돌아본 것까지 모두 나쁘지 않았다. 심지어 ‘내 인생의 영화’, ‘내 인생의 여행’, ‘내 인생의 공원’ 따위를 꼽아보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혹 이 글을 읽는 자리의 가까이에 자신만의 책장이 있다면, 한번쯤 찬찬이 들여다보시길 권한다! 분명 시간 낭비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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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학도의 여름나기
2014 제21회 조경디자인캠프
지난 7월 14일부터 25일까지 한국조경학회가 주최한 2014 조경디자인캠프가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진행되었다. 이번 캠프는 이유미 교수(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가 위원장을 맡고, 조동범 교수(전남대학교), 정욱주 교수(서울대학교), 최정민 교수(순천대학교)가 운영위원을 맡았다. 주제는 ‘서울성곽,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으로, 24개 대학 45명의 학생이 3명씩 팀을 이루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서울성곽, 즉 한양 도성은 근대화 과정에서 상당 부분이 철거되거나 훼손되었다. 그간 훼손된 문화재를 중건하는 과정에서 끊어진 구간의 연결에 치중하다 보니 현재의 삶과 유적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각 스튜디오는 성곽이 소실된 구간을 포함하는 광희문, 혜화문, 돈의문을 대상지로 정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번 조경디자인캠프는 세 개의 스튜디오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손용훈 교수(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와 윤희연 박사(하버드대학교)가 튜터를 맡은 스튜디오 A는 장충체육관과 광희문을 대상지로 하여 한양 도성-장충체육관-광희문 구간을 잇는 도시 오픈스페이스 계획·설계 과제를 진행했다. 한양 도성의 흔적이 소실된 일상생활 공간인 대상지의 해석, 그리고 방문객과 생활자의 시점을 함께 고려한 풍경 창조에 주력했다. 민병욱 교수(계명대학교)와 김형진 교수(캔자스 주립대학교)가 담당한 스튜디오 B는 숙정문과 혜화문 사이를 대상지로 택하고 모뉴먼트monument와 일상성everydayness을 주제로 정했다. 유적으로서 성곽의 모습(과거)과 도시민의 일상적 삶과 경험(현재) 사이의 상호 관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미래 성곽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스튜디오 C는 김영민 교수(서울시립대학교)와 최혜영 팀장(West 8)이 튜터를 맡았는데, 숭례문과 돈의문 터사이를 대상지로 과제를 진행했다. 주제는 ‘강령술’로, 두 개의 ‘영매’를 통해 죽은 그(성곽)를 나(서울)의 현재에 되살려낸다는 의미다. 대상 구간은 성곽 소실이 심하며 성곽이 있던 자리에는 도로와 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대상지 내에 성곽을 재해석하여 재현하는데 영감을 주는 영매는 예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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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푀르스터 재단 주최 설계 워크숍
정은하, 주소희, 이형관의 ‘Flower Flow’ 장려상 수상
독일의 칼 푀르스터 재단은 지난 8월 3일부터 8일까지 6일간 2017 베를린 국제정원박람회 주최측과 바바리언 가든 클럽, 베를린 공과대학교의 협조를 받아 조경학과 학생들을 위한 설계 워크숍을 개최했다. 30명의 학생들이 2~3명씩 그룹을 지어 2017년 정원박람회의 일부 구간을 대상으로 기본구상부터 식재설계도 작성까지의 설계 작업을 진행했다. 칼 푀르스터 재단이사들의 지도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심도 있는 작업을 위해 독일 학생만을 대상으로 했으나, 고정희 대표(써드스페이스 베를린 환경아카데미)가 지도를 맡기로 하고 한국학생 3인으로 구성된 1팀을 참가할 수 있게 했다. 지원자 중 정은하(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주소희(서울시립대학교졸업), 이형관(서울시립대학교 졸업)이 선정되어 워크숍에 참가했다. 지도를 맡았던 고정희 대표는 “실제 시공이 될 것을 전제로 하여 과제가 주어지며, 공간 디자인과 식물 디자인을 절묘하게 결합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식재 디자인의 최신 경향이 점점 더 표현주의 성격을 강하게 보이고 있는 추세여서 앞으로도 학생들의 예술적 소양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번 워크숍의 특징을 밝혔다. 고 대표에 따르면 한국 학생들은 공간 설계 면에선 거의 최고점수를 받았지만 식재디자인이 다소 미흡해 장려상에 머물렀다. 본지는 정은하 씨로부터 작품에 대한 소개 글을 전달받아 수록한다. - 편집자 주
칼 푀르스터 재단에서 개최한 워크숍은 포츠담의 칼푀르스터 정원과 베를린의 마르찬 공원Marzahn, 그리고 베를린 공과대학교 조경 설계실에서 진행되었다. 우리 3명은 한국에서 식물과 식재 패턴에 대한 경향을 미리 함께 공부하고 워크숍에 참가했다. 6일 동안 다양한 식재 설계 경향에 대한 수업을 들을 수 있었는데, 이를 바탕으로 한 팀당 하나의 패널을 만들어 제출했다. 우리 팀의 설계 콘셉트는 ‘Flower Flow’다. 2017베를린 국제정원박람회 부지는 기존 마르찬 공원의 주출입구와 외부 초원이 연결되는 공간이다. 도시와 자연, 서로 다른 두 공간의 특징이 함께 읽히도록 도로와 건물로 단절된 공간을 식재 설계로 연결했다. 공간적 전이와 시간적 전이라는 흐름을 통해 공원 밖의 초원과 정원 내부의 평면적 공간을 스펙트럼처럼 연결해 사람들이 식재 패턴을 따라 자연스럽게 전시회장으로 들어올 수 있게 유도했다. 정원에서 자연으로 넘어가는 식재의 흐름이 유럽 정원 양식의 시간적 변화와비슷하게 느껴졌다. 식재 계획을 통해 이를 시각적으로 보여주고자 했다. 두 공간과 시간의 흐름은 평면적으로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듯 보인다. 정원에 존재하는 수 공간의 물 흐름을 자연으로 이끌어내어 상징적인 조형물을 초원에 위치시키고, 정원의 연장을 보여주고자 했다. 물이 식재와 함께 공간을 자연스럽게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정원의 수 공간은 인위적이지만, 초원의 수 공간은 경사면을 따라 자연스럽게 곡류해 바닥으로 떨어진다. 이는 동양에서 바라보는 물의 자연스러움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전체 공간의 식재는 야생과 전이 공간 그리고 정원으로 나뉘지만, 같은 식물 종을 선정해 각각 다른 공간에서 연결성을 표현하고자 했다. 전이 공간에서 야생과 정원의 교차가 이루어지도록 한 것이 설계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