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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정희의 식물이야기(15): 사람과 같이한 식물의 긴 역사 8
    식물의 상징성 2석류의 길 - 풍요의 여신이 성직자로 변한 사연장미가 예나 지금이나 꾸준히 상징계의 왕좌를 지키고 있다면, 예전에는 장미도 감히 넘보지 못할 최고의 상징성을 가지고 있었으나 지금 건강 음료가 되어 돌아 온 식물이 있다. 숙종이 그리 좋아했다던 석류다. 석류의 뛰어난 효능 때문에 요즘 세상이 좀 시끄럽다. 항암 효과에 대한 연구가 한창진행 중이라고 한다. 한국에서도 수년 전에‘미녀는 석류를 좋아해’라는 광고를 선두로 석류 음료가 인기를 끌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석류의 효능이 뛰어난 것은 비타민, 칼륨, 칼슘, 철분 등의 성분이 듬뿍 들어 있기도 하지만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심장의 혈액 순환을 돕고, 동맥 경화 치료에도 많은 효과를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석류가 몸에 좋은 열매인 것만은 틀림없는 듯하다. 서구의 경우, 칵테일을 만들 때 석류 시럽Grenadine을 몇 방울 떨어뜨리는 외에 그다지 쓰임새가 없던 것이 요즘 석류 즙이 유행하기 시작했다.석류는 과육이 없어서 과일이라고 하기 어려운 열매이다. 껍질이 단단하지만 그렇다고 견과도 아니니 사실 어디에도 분류해 넣기가 애매하다. 석류는 석류일 뿐인 것이다. 비슷한 것을 찾을 수 없는 유일무이한 존재가 석류이다. 하늘의 착오로 인해 보석이 되려던 것이 열매로 변한 걸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준보석 중에서 석류석이라는 것이 있기는 하다.석류의 단단한 껍질을 벗기면 빨간 구슬들이 쏟아져 나온다. 씨앗이 이처럼 아름다운 식물은 석류밖에 없을 것이다. 대략 석류 하나에 사백 개 정도의 씨앗이 들어 있다고 한다. 이 씨앗 하나하나가 엷은 투명막으로 싸여 있고 이 막은 빨간 즙으로 가득하다. 바로 작은 씨를 감싸고 있는 빨간 즙을 사람들이 먹는 것인데 그게 쉽지 않다. 석류 열매의 구조를 보면 씨앗을 보호하기 위해 엄청난 공을 들인 것처럼 보인다. 단 하나의 씨앗이라도 허투루 낭비되지 않게 하려는 조물주의 뜻이 보이는 듯싶다.석류의 원산지는 터키와 팔레스티나 일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는 고려 시대에 중국을 통해서 도입되었다고 한다.석류의 학명인 Punica granatum에서 푸니카는 페니키아를 말한다. 그라나툼은 많은 씨앗이라는 뜻이다. 페니키아인들이 교역로를 타고 석류를 지중해에 퍼트린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석류를 “페니키아의 사과”라고 부르기도 했다. 석류의 이름에 사과가 들어감으로 해서 간혹 혼선이 빚어지지 않았나 싶다. 지중해와 팔레스티나에서 석류가 가지는 상징적 의미와 중서부 유럽에서 가지는 사과의 상징적 의미가 매우 흡사하다. 덥고 건조한 지역 출신인 석류는 알프스 이북의 유럽에서는 잘 자라지 않는다. 대개는 온실 재배나 화분 재배를 한다. 추운 지방에서 가장 중요한 열매가 사과였다면 덥고 건조한 지방에서는 석류였다고 할 수 있겠다.
  • 멕시코 치남파 경관 보존 및 회복을 위한 전략
    Xochimilco ‘patchscape’본 프로젝트는 멕시코시티 남부에 위치한 소치밀코의 치남파 경관을 회복시키기 위한 프로젝트로서 독일 Technical University Munich(TU Munich: Technische Universitat Munchen) 대학의 조경학 및 건축학 석사과정 학생으로 구성된 디자인 스튜디오의 성과물이다. 지난 5월호(통권 277호)에 소개된 Friederike Meyer-Roscher와 Florian Strauss팀의 작품에 이어 이번호에는 Patrizia Scheid이 제안한 디자인 안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동일 대상지를 바라보는 두 팀의 서로 다른 시선을 비교해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이 프로젝트는 TU Munich의 Regine Keller, Thomas Hauck, Mattias Roser 교수의 지도로 진행되었으며, 멕시코 현지에서는 Universidad Autonoma Metropolitana(UAM) 대학의 Desiree Matinez와 Christoph Goebel 교수가 공동 지도에 참여했다.
  • 이야기 따라 밟아본 삼국지 유적과 경관(16)
    촉한의 본거지 성도와 군신합묘 성도 무후사촉한의 도읍지 성도成都는 뛰어난 지정학적 위치에 자리 잡은 사천지역의 중심 도시이다. 중국 중원에서 보면 서쪽에 위치한 변방이지만 중국 전체 지도를 놓고 보면 중국의 중심에 위치한다. 유비가 관장하던 익주益州는 사천성을 중심으로 운남성, 귀주성의 대부분, 그리고 섬서성, 감숙성, 호북성의 일부에 걸친 방대한 지역이다. 대략 기원전 5세기경 이곳에 고촉古蜀왕국을 세운 이래 2천 년의 긴 역사를 갖고 있다. 물산이 풍부하고 기후가 온화해서 예부터‘하늘이 내린 땅天賦之都’이라 했고 현재는 인구 천만이 넘는 대도시로서 중국 서부 발전의 중심지이다.성도 분지 자체가 외침을 막을 수 있는 거대한 요새로서 외부와 접촉하는 길은 두 갈래가 있다. 하나는 동쪽으로 면양, 중경을 거쳐 긴 장강을 내려가면서 험준한 장감삼협을 거쳐 무한에 이르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북쪽으로 면양에서 험한 검각, 한중을 거쳐 높은 진령산맥을 넘어 장안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전자는 유비가 이릉대전 때 동오를 치기 위해 이용했던 길이고, 후자는 제 갈량이 위를 치려고 여섯 번 북벌할 때 이용했던 길이다.
  • 고정희의 식물이야기(14)
    사람과 같이한 식물의 긴 역사 7식물의 상징성은 어떻게 형성되었나.‘자연은 신의 언어’라는 말이 있다. 신이 자연을 통해 인간과 대화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신과 인간이 직접 대화를 할 수 있다면 그 보다 더 좋은 일은 없겠지만 사실이 그렇지 아니하니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신의 뜻을 짐작해야만 했다. 이런 신의 뜻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타난다고 보았다. 하나는 말하자면 소프트웨어로서 홍수나 가뭄 같은 자연 재해를 통해 인간을 벌한다거나 무지개를 보내 화해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등이다. 이런 메시지들은 한시적이고 직접적이어서 이해하기 어렵지 않지만 그 반면에 하드웨어 즉, 태초에 자연에 영구히 새겨놓은 신의 메시지는 그리 쉽게 해독되어지는 것이 아니다. 선사 시대부터 식물에 담겨진 신의 메시지를 해독하려는 부단한 노력이 있었다. 생사와 직접 연관되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식물에게 이런 저런 성격과 의미를 부여하게 되고 식물에 얽힌 이야기들이 만들어지며 서서히‘식물의 상징체계’라는 신비한 문화가 형성되었다.인도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말 중에 이런 것이 있다. “식물에는 우주의 힘이 감추어져 있다. 이 비밀을 모두 알게 되면 전지전능해진다.”1 현대적 감성으로 보면 좀 과장되지 않았나 싶지만 고대에 유독 이런 이야기들이 많이 전해지는 것을 보면 분명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바람을 부릴 줄 알고 둔갑술을 하는 도사들의 이야기가 우리의 문화에서도 전해지는 것을 보면 자연을 알고 그 이치를 터득하는 것이 고대의 사람들에게는 절실한 거였다. 그러나 아무리 애쓴다 해도 전지전능한 것은 사람이 아닌 신들의 영역이다. 그래서 도시를 밝히는 등불과 같은 덩굴장미 사람들은 이 신들의 세계와 잘 지내야만 삶이 편안해 질 것을 알았고 제물을 바쳐 그들을 찬양하기도 했고 신들과 식물의 관계를 설정하여 한편으로는 신들의 성격을 다른 한 편으로는 식물의 신성을 표현하기도 했다. 신화에 식물이 자주 등장하는 것은 여기에 연유한다. 이런 신들의 세계는 그리스의 올림포스에 국한되지 않았었다. 이집트, 바빌론, 페르시아 등의 문화권도 다양한 신의 세계와 그들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다. 다만 그리스에 와서 그 이야기들이 좀 더 흥미진진하게 펼쳐졌고 호메로스 등의 시인을 통해 후세에 전해지면서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이다.식물과 연관되어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아마도 미소년들, 나르시스와 아도니스의 이야기일 것이다. 나르시스는 요정 에코의 사랑을 무시한 죄로 물에 비친 자기 모습을 사랑하는 벌을 받는다. 응답 받을 수 없는 사랑이기에 그 역시 에코처럼 상사병에 걸려 죽는다. 그 반면 아도니스는 아프로디테의 사랑을 받았지만 질투에 눈이 먼 아레스 신에게 죽임을 당한다.죽은 나르시스는 수선화가 되었고 아도니스가 흘린 피는 복수초로 다시 태어났다는 이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사람들은 사랑한다. 그리고 예술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많은 작품의 소재를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철학, 심리학, 사회학 등에서도 분석의 대상이 되었고 새로운 용어나 개념들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 아프슬라위트다이크 댐 개조의 미래
    The Future of an Adaptive “Afsluitdijk”이 프로젝트는 국토의 절반이 해수면 아래에 위치한 네덜란드에서 홍수 범람으로부터 내륙을 보호하는 기능을 가진 댐에 대하여 기존 댐과 주변 지역이 가진 공간적 특징을 고려한 창의적인 재정비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대상지인 아프슬라위트다이크는 1932년 네덜란드 북부에 건설된 댐이다.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과 댐의 노후화로 파열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필자는 기술적 접근 및 경관 디자인적 접근으로 기후 변화에 적응함은 물론 지속가능한 에너지 생산과 생태적 가치 향상이라는 다양한 파급 효과까지도 창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본고는 네덜란드 와게닝겐대학(Wageningen University) 조경학과 고주석 교수와 Ingrid�a�uchhart 교수로부터 추천을 받은 Monique�a�perling의 프로젝트이다. _ 편집자주 아프슬라위트다이크(De Afsluitdijk) 대제방은 네덜란드 북부 지역에 위치한 댐으로 한국의 새만금에 견줄만하다. 아프슬라위트다이크 댐은 홍수로 인한 내륙지역의 범람을 막고자 1932년 완공되었으며 이로 인해 네덜란드 해안선의 일부가 단축되었다. 이 같은 댐 공사는 제방의 수를 줄였으며 동시에 유지 관리비를 절감하는 효과도 가져왔다. 현재 아프슬라위트다이크 댐의 규모는 90m 폭에 길이는 3.2km에 이른다.1932년 이후부터 기후 변화를 필두로 다양한 분야에서 환경 변화에 대한 관심이 대두되었고 이는 네덜란드에서도 공간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이미 알려진 대로, 네덜란드 국토의 절반이 해수면 아래에 위치해 있으며 이에 따라 디자이너들은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은 물론, 다양한 공간 스케일에 적합한 보다 새로운 기회와 방법을 추구하고 있다. 특히 “물”이라는 주제에 있어서는 대량의 물을 조절 관리하기 위한 보다 흥미로운 디자인을 위해 언제나 혁신적인 방법들을 찾고 있다. 네덜란드의 높은 해수면은 국토의 광활한 저지대는 물론, 아프슬라위트다이크 댐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으며, 노후화된 댐은 내륙으로의 홍수 범람을 막는데 있어 한계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프로젝트는 아프슬라위트다이크 댐의 향후 예상되는 문제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댐 본연의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조경 디자인으로 해결할 수 있는 혁신적인 방법에 대해 제안하고자 한다.
    • moniquesperling@gmail
  • 『생존의 조건 Conditions For Survival』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노융희 교수가 제안하는‘태양에너지사회’를 제창하는『생존의 조건 Conditions For Survival』환경 문제로 몸살을 앓기 시작한 지구는 앞으로 어떻게 미래 사회를 열어나가야 하는 것일까.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노융희 명예교수는『생명의 조건-생명력 넘치는 태양에너지사회로-Condition For Survival-Toward “Solar Energy-Based Society”Full of Vibrant�Life-』을 제안하고 있다. 친지구환경적인 사회 구성을 제창하고 있는 이 책은 현재 노 교수가 많은 통계 자료와 사진, 도면과 함께 국문 번역본을 준비를 하고 있으며 번역본이 출판될 때까지 기다려 줄 것을 부탁하고 있다. 노융희 명예교수는 본지를 통해『생명의 조건-생명력 넘치는 태양에너지사회로-』영문번역판 소개를 전해왔다. _ 편집자주
  • 한국조경봉사회
    나누는 기쁨, 나누는 삶, 봉사활동 하던 날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등, 5월은 날씨만큼이나 마음이 따뜻해지는 달인 것 같다. 너무도 화창했던 지난 5월 5일, 작업복 차림의 조경인들이 성북구 북정마을에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그 자리엔 대학에서 조경학을 전공하는 대학생부터 업체와 회사에 몸담고 있는 조경인들이 있었고, 1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은 하버드 디자인스쿨(GSD) 커크우드(Niall G. Kirkwood) 교수도 눈에 띄였다. 고추 모종을 잔뜩 싣고 있는 차가 마을회관 앞에 도착하자, 집결 시간인 오후 2시가 되기 훨씬 전부터 와서 기다리고 있던 한 여대생이 까르르 달려와 묻는다. “지금 시작하면 안되나요? 봉사활동 빨리 하고 싶어요.” 그렇게 시작된 한국조경봉사회 2011년 첫 번째 활동의 소소한 이야기를 지금부터 풀어볼까 한다. 한국조경봉사회는 언제 창립되었나요?한국조경봉사회(Korea Free Landscaping Service for the Poor: KOFLASPO)는 조경가로서 사회적 책임을 통감한 각계의 조경인 50여 명이 소외 계층을 위하여 봉사하는 것을 목적으로 2009년 1월 17일 창립되었다. 마침 그날은 우겨 심우경 교수님의 회갑일이기도 했고, 들어온 회갑 축의금의 상당 부분을 조경봉사회의 창립기금으로 쾌척하기도 하셨다. 한국조경봉사회는 창립 이후 성북구 북정마을을 지속적으로 찾아 일곱 차례에 걸쳐 봉사활동을 실시해 왔다. 보통 메타세쿼이아를 비롯한 가로수 식재와 공동 경작지나 주민들의 주거지 앞 텃밭에 고추 모종을 식재하는 일을 했지만, 2009년에는 지역 주민의 요청으로 주차장으로 사용되는 공터의 낭떠러지 앞에 휠스탑을 설치했고, 마을회관에 어르신들이 앉아 쉬는 낡은 평상 자리에 비를 피할 수 있는 쉘터를 만들어 드리기도 했다. 성북구 북정마을과의 인연은?한국조경봉사회가 창립된 직후 처음에는 봉사 대상지를 선정하는데 애를 먹었다. 봉사의 취지에 적합한 장소가 분명 많이 있을 테지만 막상 활동을 시작하려니 우리의 손길이 필요한 곳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우선 전국적인 규모로 봉사활동을 하는 한국봉사협의회에서 주관하는 자원봉사 실천마당에서 조경분야를 맡아 참가하게 되었다. 그 장소가 바로 북정마을이었다.2009년 4월 22일의 행사는 끝났지만, 심우경 회장을 비롯한 임원진은 이곳이 바로 한국조경봉사회에서 찾던 적소임을 동감하게 되었고 주민들과 지속적인 교류와 활동을 약속하게 되었다. 이후로 일 년에 두세 번씩 북정마을에 모여 지역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묻고, 조경인인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과 경험을 그들이 정말로 필요로 하는 환경을 만드는데 사용하였다
  • 이야기 따라 밟아본 삼국지 유적과 경관(15)
    유비가 한을 품고 병사한 장강삼협 봉절 백제성동오의 육손은 유비의 촉군을 효정 이릉 땅에서 크게 무찔렀다. 유비는 백제성으로 몸을 피하고, 무슨 면목으로 성도로 돌아가겠냐며 백제성에 머물기로 하고 거처를 영안궁이라 했다.�유비는 병들어 앓고 있는데 점점 심해질 뿐 낫지 않았다. 더욱이 관우와 장비 두 아우를 잊지 못해 통곡하다가 병세가 더욱 위중해졌다. 승상 제갈량을 급히 오라고 해서 유명을 남기려 한다. 마침 마량의 동생 마속이 옆에 있는 것을 보고 말이 앞서니 크게 쓸 인재가 아니라고 한다.공명의 손을 잡으며 “그대의 재주가 조비보다 열 배는 나으니 반드시 천하를 안정시키고 대사를 이룰 것이오. 태자를 도울만하면 돕되, 그만한 그릇이 못되거든 그대 스스로 성도의 주인이 되시오.”라고 말한다. 공명은 유비의 간곡한 말을 듣는 순간 온몸에 땀이 흐르고 손발이 떨려왔다. 그대로 땅에 엎드려 고하며 머리를 땅에 짓찧으니 이마에서 피가 흐른다.�선주는 유영 유리 아들 형제에게 공명에게 절을 올리게 하면서 승상 대하기를 아버지 섬기듯 하라고 분부한다. 말을 마치고 숨을 거두니(223) 그의 나이 63세였다.�황석영『삼국지』8권에서 요약
  • 고정희의 식물이야기(13): 사람과 같이한 식물의 긴 역사 6
    세상의 은밀한 지배자감자의 길감자의 원산지는 미대륙의 안데스 산맥이다. 잉카인들은 감자를 잔인한 표범의 신과 짝을 지어주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감자는 18세기에 유럽으로 건너간다. 거기서 곧 유럽의 주식이 된다. 유럽의 주식은 빵이 아니라 감자다. 19세기 중반, 유럽에 커다란 기근이 온 적이 있다. 전 유럽의 절반가량이 굶었던 엄청난 재앙이었는데 이때 수백만의 농부와 노동자들이 감자의 원산지인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예를 들어 아일랜드에서는 감자 썩음병이 심하게 번져 인구가 거의 절반으로 줄었었다. 그 당시의 아일랜드 농민들에겐 감자가 거의 유일한 식량이었기 때문이다. 이때 아일랜드인들이 미국으로 대거 이주한다.지금 미국인의 대부분이 이때 감자를 찾아 이민 간 유럽인들의 후손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유럽 이민사를 감자의 관점에서 해석해 본 것이다. 내 생각이 아니라 이런 식으로 인간사를 식물의 관점에서 해석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인디언들이 몰살당해 미대륙이 텅 비자 다시 사람으로 채우기 위해‘감자의 신’이 개입한 것이라고 말한다. 말하자면 감자의 신이 유럽의 감자를 썩게 해서 굶주린 사람들을 미대륙으로 불러들인 거라는 거다. 이런 식으로 작은 식물 하나가 역사를 움직인 사례가 적지 않다. 온 세상 사람들의 옷을 만들어 입힌 목화가 그렇고 비단이 되어 중국과 유럽의 문화 교류에 앞장선 뽕나무가 그렇다.
  • 환경 건축가 현영조
    문화예술 반백 년이란 시간 앞에 서서만능 엔터테이너임을 자칭했던 가수 홍서범은 본업은 가수였지만 라디오 DJ와 예능 프로그램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을 보이며 패션과 헤어 스타일에도 평범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 주었다. 원래부터 이런 독특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나 싶어 그의 프로필을 찾아보니 뜻밖에 건국대학교 농축산학과 출신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요즘은 자기 PR시대이고 다재다능한 사람들이 주목을 받고 있는 시대이니 그렇게 말하는 그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환경 건축가 현영조는 비록 건축과 출신이지만, 미술을 했고, 나중에는 조경 분야에도 관여를 했다. 그는 분야를 막론하고 그저 문화 예술인으로 남고 싶다고 했으며, 그렇게 해온 시간이 벌써 오십여 년이다. 아직도 우리나라의 문화를 즐기는 수준이 부족하다고 느껴 이를 선진화 시키는데 그의 남은 일생을 보내고 싶다고도 했다.현 박사의 노란색 남방과 하얗게 물든 머리카락에서 성큼 다가온 봄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연구실은 그리 넓지 않은 공간이었지만 햇살이 잘 비추는 곳에 자리 잡은 차茶공간과 한쪽 벽면을 메운 화폭을 통해 그가 여러 가지 취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