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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작: Time-lapse of Lying Enormous
세운상가 활성화를 위한 공공공간 설계 국제공모
세운상가는 서울의 산업화 시대를 상징하는 근대 산업유산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능을 잃어버린 시설은 우리 사회에서 제거되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기억의 흔적을 간직하고 이어나가야 하는 시대의 자산이다. 세운상가는 자연과 이야기가 함께 하는 일상의 공공 공간이며 특별한 시설이 아닌 일상의 영역이 되어야 한다.
하이퍼폴리스의 기억술Mnemonics in Hyperpolis
하이퍼폴리스Hyperpolis는 서로 다른 역사적 배경을 가진 도시의 각 공간이 시공간적으로 압축되고 농축되는 과정을 경험한다. 따라서 혼성적이며 다중적인 수많은 계열들 사이의 불확정적 교차라는 특유의 현상을 공유하게 된다. 하이퍼폴리스의 작업에는 장소의 생성을 위한 장치로서 기억술이 어떻게 조직되는가의 문제가중요하다.
혼성의 풍경
민가에서 소개 공지로 변화한 공터에는 무허가 건물이 들어서기 시작했으며 이후 세운상가가 들어서게 되었다. 계획 의도와는 다르게 공공의 기능은 1층에서 복잡하게 형성되어갔고 3층은 공공 기능을 상실하면서 축소되고 변형되었다. 이 모든 장소의 기억은 고스란히 남아있으며 서로 공존하며 혼성의 풍경Heterogeneous Scape을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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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작: Modern Vernacular
세운상가 활성화를 위한 공공공간 설계 국제공모
세운상가는 조선 시대부터 지금까지 이어온 도시 조직을 삭제하는 백지화tabula rasa, 그리고 거대 구조물megastructure과 인공 대지의 환상이 결합된 하향식top-down 근대 도시론의 유산이다. 우리는 자생적으로 형성된 주변 맥락이 가지고 있던 골목길의 도시 조직을 세운상가로 침투시키고, 주변 맥락의 활기가 세운상가 안으로 침투하며, 동서의 도시 조직이 다시 연결되기를 희망한다. 우리가 제안하는 세운상가의 데크는 종묘부터 남산까지의 남북축을 연결하는 것은 물론이고, 동서를 연결한다.
현재 데크가 지상층과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도록 하기 위해서 중간 레벨의 데크를 제안한다. 상부 데크와 하부 데크, 지상층이 엘리베이터, 계단, 브리지를 통해 유기적이고 3차원적으로 그물망network처럼 연결되면서, 기존 도시 조직urban fabric과 세운상가 사이의 끊어진 조직을 뜨개질 하듯이 연결해 나간다. 이런 3차원적 길과 보이드는 기존의 도시 조직과 긴밀하게 연결되며,역사의 흔적과 기억을 되살리면서 기존 세운상가의 거대한 조직으로 침투해 조직을 재구성한다. 거대 구조를 그물망 같은 리좀rhizome 구조로 복원하는 것이다.
- 이_스케이프 건축사사무소 / 이_스케이프 건축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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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운상가 활성화를 위한 공공공간 설계 국제공모
RE-STRUCTURING SEUNSANGGA CITYWALK
설계공모경과 및 심사평
다음은 세운상가 활성화를 위한 공공공간 설계 국제공모의 심사평 전문이다.
“현재 세운상가군의 데크와 주변의 공공 공간을 재정비하여 보행 환경을 개선하고 다양한 활동을 담고 있는 주변 지역과 연계하여 서울 역사의 중심인 북악산-종묘-세운상가군-남산을 잇는 남북 보행축을 복원하기위한 목표로 진행된 이번 국제 공모에 총 82점의 작품이 접수되었다. 국내 작품이 38점, 해외 작품이 44점 접수되어 이번 국제 공모에 대한 국내뿐 아니라 해외의 지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심사는 종묘에서 퇴계로까지 세운상가의 데크를 직접걸어서 체험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특히 외국인 심사위원들에게는 독특한 체험이었다.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끊어져 있는 데크를 오르내리며 세운상가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기 바빴다. 심사위원들은 데크 위를 걸으며 조용히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삼삼오오 의견을 나누기도 하였다.
당선작Modern Vernacular
현대적 토속
김택빈(이_스케이프 건축사사무소), 장용순, 이상구
2등작Time-lapse of Lying Enormous
누워있는 거인의 저속 촬영
우의정(건축사사무소 메타), 안종환(건축사사무소 안)
3등작Urban Filter
도시의 필터
김현수(이소우 건축사사무소), 피터 윈스턴 페레토(Peter Winston Ferretto, 홍콩 중문대학교 교수),.
최성열, 안영주, 강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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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레녜 시티 센터 프롬나드
Velenje City Center Pedestrian Zone Promenada
슬로베니아 북동쪽에 자리하고 있는 벨레녜Velenje는 1950년대에 등장한 전원 도시the garden city라는 이상적 근대 도시 개념에 기초하여 계획된 도시로 현재 슬로베니아 도시 중 다섯 번째로 큰 규모다. ‘벨레녜시티 센터 프롬나드Velenje City Center Pedestrian ZonePromenada(이하 벨레녜 프롬나드)’는 벨레녜 도심의 중심축을 구성하는 공공 공간으로서 도시 중심 가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벨레녜 프롬나드는 도심 재활성화 사업의 첫 번째 단계로 추진된 프로젝트로서 도시에 부족한 프로그램을 공급하고 벨레녜가 처음 조성될 당시 도입되었던 ‘공원 속의 마을town-in-a-park’이라는 도시 조성 개념을 되살리려는 목표를 갖고 진행되었다. 기존 벨레녜 프롬나드는 파카Paka 강과 중심가로 주변으로 차량 도로나 주차장 부지가 과도하게 많다는 문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었다. 새로운 벨레녜 프롬나드에는 보행자 중심의 가로 환경을 구성하기 위해 ‘공원’, ‘상가 거리’, ‘프롬나드’라는 세 가지 공간 조성 개념이 적용되었다.
공원
파카 강의 북쪽 둑에 조성된 공원 구역은 한쪽 면은 강으로 그리고 다른 한쪽 면은 학교 단지를 향해 놓인 운송용 도로로 둘러싸여 있다. 이 구역은 강의 급류 구간으로서 안전을 고려하여 강으로의 접근을 제한하기 위해 식재 위주의 계획을 했다. 강의 남쪽 구역은 공영주차장으로 이용된다. 도심에서 차량 도로와 주차 공간을 제한한다는 계획 방침에 따라 공원 녹지는 파카강의 양쪽 둑과 스쿨 존, 나아가 문화 센터와 전 탄광시설관리소까지 전체적으로 확장되었다.
DesignENOTA(Dean Lah, Milan Tomac, Tjaž Bauer, AndrejOblak, Polona Ruparčič, Nuša Završnik Šilec, Alja Černe,Nebojša Vertovšek)
Structural EngineeringElea iC
Mechanical ServicesNom biro
Electrical PlanningElsing
ClientVelenje Municipality
LocationVelenje, Slovenia
Area17,020m2
Budget€2,700,000
Completion2014
PhotographsMiran Kambič, Roman Bor
VideoMiran Kambič
에노타(ENOTA)는 1998년 알조사 데클레바(Aljoša Dekleva), 데안라흐(Dean Lah), 밀란 토마크(Milan Tomac)가 공동 설립한 건축설계사무소로, 2002년부터는 데안 라흐와 밀란 토마크가 대표 이사를 맡고 있다. 건축 설계와 더불어 도시적 개입을 통한 도심 활성화 프로젝트를 주로 수행해왔다. 객관적 자료와 그에 대한 분석 및 해석을 기반으로한 건축적 해결책을 내놓는 것을 목표로 건축·조경·도시 등의 공간 설계 분야를 넘어 사회·문화·경제 등의 전문 분야까지 광범위한 리서치를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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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테살로니키 워터프런트
New Waterfront of Thessaloniki
테살로니키Thessaloniki는 그리스 북부 테살로니키 주의 항만 도시다. 테살로니키 워터프런트는 에게 해를 향해 펼쳐진 3.5km 길이의 해변을 따라 조성된 선형의 공공 공간이다. 2000년에 이르러 테살로니키 시 당국은 기존 테살로니키 워터프런트를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국제 건축 공모전Internationa Architectural Competition for the Redevelopment of the New Waterfront of the City을 실시했다. 뉴 테살로니키 워터프런트는 총 두 단계를 거쳐 완성되었다. 첫 번째 구역(약 75,800m2)은 2006년부터 2008년까지 3년에 걸쳐 조성되었으며, 2011년에 착공된 두 번째 구역(약 163,000m2)은 2014년에 완성되었다.
총 238,800m2의 면적으로 이루어진 뉴 테살로니키 워터프런트는 바다와 육지 사이의 경계라는 독특한 자연 및 사회문화적 생태계의 다양한 켜를 받아들여 3.5km길이의 산책로와 열세 곳의 녹지 공간 속에 풀어냈다. 이 프로젝트의 기본적인 목표는 바다와 도시의 경계지역의 생태계를 되살리고 해변을 따라 연속성과 통일성을 띨 수 있는 공공 공간을 만드는 데에 있다. 화이트 타워White Tower(북쪽 끝)부터 콘서트 홀(남쪽 끝)까지 이어지는 해변 길은 경사나 레벨 차이가 거의 느껴지지 않도록 처리되었다. 또한 통일성과 일관성을 주기 위해 일정한 폭을 유지하도록 했으며, 경질 포장 처리가 필요한 모든 곳에 현장 타설 콘크리트만을 사용했다. 육지와 바다의 경계 부분(해변 길)보다 높은 레벨에 조성된 산책로는 일련의 정원을 따라 외부의 방해를 받지 않고 산책을 할 수 있는 이상적인 장소다. 해변 길과 바다의 경계에 놓인 방파제의 끝부분에는 방킬라이bangkirai 소재의 목재 데크가 조성되어 있다. 산책로의 식재 공간 사이사이에는 휴게 공간이 마련되어 있으며, 이 구역은 해안가의 상이한 두 영역인 보도와 녹지사이를 중간에서 이어주는 완충지대 역할을 한다.
DesignNikiforidis-Cuomo Architects
Urban / Architectural StudyProdromos Nikiforidis, BernardCuomo, Atelier R.Castro – S.Denissof
Structural StudyIakovos Lavasas, Maria Stefanouri
Electromechanical StudyDimitris Bozis, Panagiotis Kikidisand collaborators E.P.E., Gerasimos Kampitsis
Phytotechnical StudyIloriki E.E. – Fotis Fasoulas
Geotechnical StudyEvaggelos Vasilikos
Supervision of the StudiesKonstantinos Belibasakis, MariaZourna, Katerina Bletsa,
Eleni Fountoulidou, Sevasti Laftsidou,Dimitris Katirtzoglou, Dimitris Sotiriadis
Supervision of the ConstructionAndreas Spiliopoulos, DimitrisTzioras,
Nikolaos Mourouzidis, Ioanna Karagianni, SpiridoulaParaskeva
ClientMunicipality of Thessaloniki
LocationThessaloniki, Greece
Area238,800m2
Completion2014
PhotographsAris Evdos, Bernard Cuomo, Erieta Attali, GiorgisGerlympos,
Prodromos Nikiforidis, Teo Karanikas, Tsoutsas
니키포리디스-쿠오모 아키텍츠(Nikiforidis-Cuomo Architects)는 프로드로모스 니키포리디스(Prodromos Nikiforidis)와 베르나르드 쿠오모(Bernard Cuomo)가 1991년 설립한 건축설계사무소다. 그리스 테살로니키(Thessaloniki)를 중심으로 활동해왔으며 대표작으로 메네메니 문화 센터와 극장(the Cultural Center and Thatre inMenemeni), 필레아 테크노폴리스 빌딩(the Technopolis Buildingin Pylea), 뉴 테살로니키 워터프런트 등이 있다. 수상 경력으로는 2009년 그리스 건축 협회(the Greek Institute of Architecture) 건축상,2013년 아테네 재개발 사업 공모전(the Architectural Competition“Re-Think Athens”) 당선, 2015년 모네므바지아-니아폴리 해안가 재개발 사업(the Architectural Competition for the Redevelopmentof the Littoral Zone of Neapoli in Monemvasia) 당선 등이 있다.
- Nikiforidis-Cuomo Architects / Nikiforidis-Cuomo Archite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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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스테이트 대학교의 스튜디오 수업
학부생 크리스틴 존슨과의 인터뷰
지난 5월 11일 그룹한 어소시에이트 전략디자인 본부의 인턴 크리스틴 존슨(Christine Johnson)을 인터뷰했다. 존슨은 미국 인디애나 주에 위치한 볼 스테이트 대학교(Ball State University)에서 조경을 공부하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1월~5월)에 교수의 권유로 한국에서 인턴십을 수행했다.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 ‘설계 교육’을 주제로 한 이번 특집의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었고, 볼 스테이트의 설계 교육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볼 스테이트 대학교는 지난 10년간 『크래머 리포트(The Cramer Report)』에서 선정한 ‘미국 내 세계적인 건축학 프로그램’에서 20위권에 올랐으며, 조경학과 학사·석사프로그램은 지난 2012년 『디자인 인텔리전스(Design Intelligence)』에서 발표한 ‘미국 조경학 프로그램 상위 10개 대학’에 선정되기도 했다._ 편집자 주
Q. 볼 스테이트 조경학과의 교과 과정이나 스튜디오환경은 한국과는 많이 다른 것 같다. 특히 5년제라는 점과 건축·도시·조경 통합 학부로 입학한다는 점이 한국과 크게 다른 점인데.
A. 그렇다. 볼 스테이트 조경학과는 5년제로 구성되어 있다. 1학년 과정을 수료한 후, 건축, 조경, 도시계획의 세 가지 전공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본격적인 조경학과 전공 수업은 2학년부터 시작된다. 1학년은 ‘창의적 예술 교육’이라는 수업 목표 하에 일반 디자인론과 스튜디오 문화를 배운다. ‘건축 및 계획 대학The College of Architecture and Planning(이하 CAP)’에 입학한 학생들은 전공 심화 과정에 앞서 ‘1학년 공통 필수 프로그램’을 반드시 수료해야 한다. 이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디자인이라는 공통 키워드를 통해 건축, 조경, 도시 분야를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목적을 갖는다. 1학년 교과 과정에 ‘디자인과 드로잉 코스’라는 기초 설계 스튜디오가 있지만 공원이나 정원 같은 전문 분야를 다루지는 않는다. 그보다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배우기에 앞서 스케일 감, 도면을 보는 방법, 프리핸드 스케치 등을 익히는 과정이다.
Q. 건축, 조경, 도시계획 분야 중의 하나를 어떤 방식으로 선택하게 되는가? 또 조경학과에 대한 학생들의 선호도는 어떠한가?
A. 1학년 과정 수료생은 기본적으로 건축, 조경, 도시 모든 과정에 지원할 수 있다. 그러나 각 학과마다 정원이 있기 때문에, 정원이 초과될 경우 성적 평가와 면접 등의 선발 절차를 거치게 된다. 사실 건축학과에 비해 조경학과에 대한 선호도가 높지는 않다. 건축학과에 진학하지 못한 학생들이 어쩔 수 없이 조경학과를 선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리고 이후 2년 동안, 조경학과 교과 과정이 너무 어렵다거나 충분한 만족감을 주지 못한다는 이유로 중간에 그만두는 학생의 비율이 5%가량 된다. 그렇지만 대개 조경학과 프로그램을 모두 마치고 졸업하는 학생들은 조경학 프로그램에 대해 높은 만족도를 표하며, 이후 이들이 갖게 되는 직업도 조경 관련 직종인 경우가 상당수다.
Q. 향후 직업에 대한 학생들의 기대감은 어떠한가?
A. 명확히 말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재학생 대부분이 ―조경 관련 직종을 선택할 경우― 졸업 후 취업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취업의 기회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생태 복원, 정원 설계, 공원이나 마스터플랜 설계, 주거 공간 설계 등 교과 과정에서 다루었던 주제를 심도 있게 다루는 오피스가 다양하게 있다. 많은 학생이 설계 위주의 업무를 선호하지만, 설계와 시공을 모두 아우르는 오피스에 대한 관심도 적지 않다. 또 원하는 직장을 찾기 전까지 기타 디자인 관련 업체에서 일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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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GSD의 설계 교육을 묻다
니얼 커크우드 교수와의 인터뷰
지난 7월 17일 본지 발행인이 그룹한 사옥에서 하버드 GSD의 전 학과장 니얼 커크우드 교수를 인터뷰했다.그는 설계 교육자라면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핵심 지식을 가려내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며,디지털 매체가 발달한 요즘에도 설계 스튜디오에서 아날로그 방식이 유효하다고 강조했다.더불어 설계 중심으로 구성된 하버드 GSD의 교과 과정과 통합적 설계 스튜디오에 최적화된 ‘건드 홀’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_편집자 주
Q. 『환경과조경』 이번호 특집의 주제는 ‘설계 교육’이다. 전국 조경학과의 설계 담당 교수 열세 분에게 설계 교육의 철학과 설계 스튜디오의 진행 방식 등에 관해 질문했다. 오랜 시간 설계 중심 대학원에서 가르쳐온 당신에게도 같은 질문을 하며 인터뷰를 시작하고자 한다. 조경 교육에서 설계 교육은 왜 중요한가? 또 설계 교육을 통해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A. 설계는 조경 교육에 있어서 명백하게 중심적 역할을 한다. 예비 디자이너와 계획가인 새로운 세대를 훈련시키기 때문이다. 또한 새롭게 대두되는 연구 내용을 제시하는 역할, 즉 설계 교육 자체가 조경의 다양한 지식을 배양하는 툴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모든 조경 교과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핵심 내용―역사, 식재 등―은 비슷비슷하다. 하버드 대학교 디자인 대학원(이하 하버드 GSD)의 교육은 1901년에 시작되었는데, 당시에는 이탈리아어나 프랑스어 등 어학과 토목공학이 교과 과정에 포함되어 있었다. 당시의 교과 과정과 2009년 내가 하버드GSD 조경학과장(2003~2009)으로 있던 시기의 과정을 비교해 보면, 그 두 가지를 제외하고는 거의 차이가 없다. 즉 조경 교육의 핵심core이나 철학은 지난 100여 년 동안 큰 변화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튜디오 교육 역시 아주 오래된 방식으로 프랑스의 에콜 데 보자르École des Beaux-Art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교수가 아니라) 학생이 직접 생각하고 (그림을 그리기)시작해야 하는 스튜디오 교육은 리플렉티브 프랙티스reflective practice이자 주관적인 사고 과정이다. 학교측은 1대1로 가르쳐야 하는 스튜디오 시스템을 반겨하지 않는 측면도 있는데, (대형 강의와 비교해) 상대적인 비효율성과 수치적으로 계산하기 어려운 평가 방식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조경 교육에서 그 과정을보다 객관화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사사키 어소시에이츠Sasaki Associates를 설립한 히데 오 사사키Hideo Sasaki를 예로 들어보자. 그는 학생 개개인에게 코멘트를 하지는 않았다. 대신 공통의 대상지를 스튜디오 과제로 내주고 학생들이 과제를 해오면 10여 개의 과제를 벽에 일렬로 붙였다. 기존 환경을 가장 많이 보존하는 안에서부터 가장 과감하게 변화를 가져오는 안까지, 또는 가장 녹지가 많은 안에서 가장 녹지가 적은 안 순으로 나열을 한다. 이 자체가 스튜디오 강의법이다. “같은 대상지에서도 이렇게 다양한 생각과 안을 구상할 수 있다”고 말이다. 특정 안을 강조하거나 옳고 그름을 말하지 않고, 각각의 안이 갖고 있는 생각과 장점, 특징 등을 이야기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의 생각의 발전을 유도한 것이다.
한편으로는 지난 15~20년 사이 스튜디오 시스템에도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프레젠테이션의 방식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화해 온 것이다. 근래에 교육을 받는 학생들은 아날로그 방식만 존재하던 스튜디오 시스템을 접하지 못했다. 그 결과 요즘 학생들은 크리틱을 받기 위해 노트북 화면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난 노트북 화면을 보면서 진행하는 크리틱을 거부하는데, 이런 경우 학생들에게 “네가 화면으로 보여주고 있는 도면의 스케일이 어떻게 되느냐”고 묻는다. 그럼 대부분의 학생들이 내가 원하는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변명하기에 바쁘다. 혹은 “우리가 3분 전에 봤던 그림을 다시 볼 수 있을까”라고 물어보면, 학생들은 잠깐만 기다리라며 폴더를 뒤적거린다. 나는 그런 식으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크리틱은 특정 스케일로 프린트하거나 핸드 드로잉을 벽면 혹은 책상에 펼쳐 두고 해야 한다. 이는 컴퓨터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인 과정을 위해서는 아날로그 방식의 의미와 중요성을 이해해야 한다는 의미다. 디지털 매체를 이용한 설계법은 시공 도면을 그리거나 적산 등의 과정에서는 매우 좋은 방식일 수 있다. 하지만 개념 생성 단계나 디자인 발전 단계에서는 아날로그 방식이 더욱 적합하다.
Q. 역사적으로, 특히 20세기 말 이후 하버드 GSD 조경학과의 설계 스튜디오 교육의 지향점은 어떻게 변해왔는가?
A. 그간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이나 회복탄력성resilience 등에 대한 전문가가 생겨났을 수 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10명이 채 되지 않는다. 반면 학교 밖 실무의 98%는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아카데믹한 측면에 집중하는 소수의 전문가들만이 그러한 변화를 이야기한다. 그들은 실무를 병행하지 않기에 현실을 잘 알지 못한다.
물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유행’은 변화한다. 과거 유행을 주도했던 개념이나 이론들 가운데 이제는 거론되지 않는 것들이 많다. 예를 들어 한때 구조주의structuralism에 대한 논의가 한창 진행되면서 관련된 책과 논문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지금은 그에 대한 담론이 사라졌다. 물론 이런 이야기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이 변화하고 있느냐를 이야기하기 전에, ‘무엇이 변화하지 않는지’를 얘기해야 한다. 그리고 변하지 않는 핵심 지식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런던의 템스 강은 1970년대에는 6주씩이나 얼어서 녹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 위에서 축제를 열었다. 그러나 지금은 얼지 않는다. 다르게 말하면 지구의 온도는 40여 년에 걸쳐 변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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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바라는 스튜디오 수업
설계 교육의 단면들
이번 호 칼럼의 핵심은 이 문장으로 요약된다. “진정한 교육은 선생이 주입식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과 대화하면서 그들의 주체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건축·도시·조경 설계 수업을 담당하고 있는 세 교수가 참여한 좌담에서도 ‘자기 주도 학습’에 방점이 찍혔다. 유대인의 교육법인 탈무드에 나오는 ‘현명한 부모는 아이들에게 고기를 주지 않고 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 준다’는 격언 역시 일맥상통한다. 교육이 ‘일방적’이어선 안 되는 까닭은 이외에도 무수하다. 하지만 강의식 수업을 ‘자기 주도’로 진행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모든 교육이 자기 주도적이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강의·토론·스튜디오·실험·실습 수업의 적절한 안배가 필요하다. 그 비율은학과(학문)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다행히(?) 조경학과에서는 이 모든 형식의 수업이 가능하고 요구된다. 그중에서도 학생의 ‘자기 주도’가 특히 빛을 발하는 경우는 아무래도 스튜디오 형식의 설계 수업이다. 결국 그림은 학생이 그리는 것이니까. 그리고 ‘자기 주도 학습’의 주인공은 두말할 필요 없이 학생이다.
‘설계 교육’을 특집 주제로 정하고 나서, 그 주인공들은 과연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지금 여기의 설계 교육을? 스튜디오 중심의 설계 수업을? 당연한 궁금증이기도 했다. 교육의 주체는 가르치는 자 못지않게 배우는 자이니까. 가르침만 있을 수도, 배움만 있어서도 안 되는 것이니까. 그래서 전국 34개 대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통신원에게 물었다. ‘①설계 교육에서 기억에 남는 점이 있다면, ②스튜디오 수업에서 아쉬웠던 점은, ③어떤 설계 교육을 원하는가’ 다음은 거칠지만 생생한 그들의 바람이자 강의 평가다. 때론 울분이, 때론 애정이 행간에서 진하게 읽혔지만, 설계 교육에 대한 무관심과 스튜디오 수업에 대한 무지가 나타난 경우도 있었다. 그중 일부를 옮긴다. 이 역시 지금 여기의 ‘설계 교육의 한 단면’이기 때문이다(일부 경어체를 살리기도 했지만, 문맥상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대목에는 일부러 경어체를 사용하지 않았다. 이 글을 읽는 교수님들께서는 오해가 없으시기를).
왜 고래만 춤춰야 하나요
“설계 수업을 들으면서 항상 드는 의문점은 ‘왜 교수와 강사는 비판만 하는가’다. 매주 진행되는 크리틱에서 내가 들은 말은 칭찬보다는 날카로운 비판이 더 많았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설계 수업에서는 왜 칭찬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일까. 학생의 도면에 비판을 더 많이 하는 것이 우리 학교만의 분위기인지도 궁금하다. 생태와 설계가 제대로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도 중요한 고려사항일 텐데, 생태 교수님과 설계 교수님의 지향점이 너무 다르다. 수목학과 설계를 동시에 배우고 있어서, 학생들은 설계를 할 때 자연스럽게 나무의 수종과 배치에 대해서도 고려를 하게 된다. 그런데 생태학 수업에서 배운 대로 나무를 배치하면 ‘예쁘지 않기’ 때문에 고치는 게 좋겠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과연 어디에 중점을 두고 나의 설계 방향을 잡아나가야 하는지 혼란스럽다.”
“설계, 그 단어만 들으면 감탄사가 나오는 아주 멋스러운 모습이 그려졌다. 하지만 조경학과에 입학한 후 현실로 다가온 ‘설계’는 나의 잠을 빼앗고 스트레스를 주는 고민덩어리다. 우리 학교에서는 단일 설계 수업도 있지만, 타과와 공동으로 건축도 함께 배울 수 있는 연계 전공을 개설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강의를 수강하며 내가 느낀 것은 ‘혼란’ 그 자체다. 한 주 한 주의 과정이 효율적이지 못하고, 두 교수님의 스타일과 선호하는 지향점이 너무나도 달라 6주간의 수업 뒤, 다른 교수님을 마주했을 때는 완전히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만 같았다. 6시간이라는 스튜디오 시간 동안 우리가 무언가를 얻어가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또 우리가 배우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이 커졌다. 나는 설계 교육은 좀 더 체계적이고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창의성, 한마디로 설계에 대한 ‘센스’를 키우는 교육이길 바란다. 어떻게 하면 교수님께 덜 혼날까를 걱정하는 내가 아닌, 내가 생각한 것을 오늘은 또 어떻게 들어주실까를 기대하게 된다면 좋겠다. 정답이 없는 과목에서 이미 선생님의 머릿속에 그려진 정답을 찾길 바라는 것부터가 잘못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마지막 결과물을 보면 모두 비슷비슷한 패널들이 걸리는 것만 봐도 현설계 교육의 문제점을 짐작할 수 있다. 때로는 그 방향을 잡아주지도 않으면서, 자신들의 기대에 못 미친다며 손쉽게 성적을 매겨버리는, 그런 혼란만 주는 설계교육은 바뀔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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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교육의 내일을 고민하다
설계 교육의 단면들
설계 교육은 단지 설계의 테크닉을 가르치는 수단이 아니다. 스튜디오 중심의 설계 교육은 미래의 조경가에게 비전을 심어주고 자기주도적 문제 해결 능력을 길러주기 위한 조경 교육의 핵심 과정이자 방법이다. 그러나 설계를 가르치고 배운다는 것은 설계 자체만큼이나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나라 제도권 조경 교육의 역사는 이미 40년을 넘어섰지만 설계 스튜디오가교육 과정에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은 10여 년에 불과하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본격화된 설계 교육은 예전과는 다른 지평을 열었지만, 여전히 많은 숙제를 안고 있다.
지난 6월 5일, 같은 학교에서 건축설계, 도시설계, 조경설계를 가르치고 있는 세 명의 설계 교수를 『환경과조경』의 회의 테이블로 초대했다. 설계 교수의 역할, 설계 교육의 목표, 건축·도시·조경의 통합적 설계교육과 분야 간의 왜곡된 협업 구도, 설계 교육의 과제등 설계 교육의 다층적 논점에 대한 토론이 자정을 넘겨 펼쳐졌다.
스튜디오 교육의 지향점과 설계 교수의 고민
배정한: 어려운 걸음, 감사드린다. 오늘 서울시립대학교(이하 시립대)에서만 세 교수님을 모신 이유는 이미 오래 전부터 도시과학대학이라는 같은 울타리 안에서 건축, 도시, 조경 교육의 시너지를 실험하고 있는 시립대 선생님들로부터 얻을 게 많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현재의 교육 구조와 설계 환경에서 설계 교육의 의미와 역할은 무엇인지, 학교의 설계 스튜디오는 교육 수요자의 요구에 답하고 있는지, 건축·도시·조경의 통합적·협력적 설계 교육은 가능한지 등 설계 교육을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쟁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우선설계 교육자의 역할과 태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할까 한다. 설계 교육에서는 외적 환경도 중요한 이슈이지만 내적 구성원이라는 요인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설계 교수로서 그간의 고민을 자유롭게 들려주시면 좋겠다. 김아연 교수는 최근에 설계 교육을 주제로 한 논문을 몇 편 발표하기도 했는데.
김아연: 늘 고민이다. 고민을 이론적으로 해소해 보고자 논문을 써보았다. 이번 좌담에 참여한 세 명 모두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교수가 되었다. 설계 교수 이전에 설계가였다. 그런데 학교 밖에서 설계를 하는 것과 학교 안에서 설계를 가르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즉 설계를 잘 한다고 해서 반드시 설계를 잘 가르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무의 복잡한 상황에는 그동안의 경험과 지식으로 대처할 수 있었지만, 학교 수업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일이기에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교육자로서 갖추어야 할 교육 방법론을 배우지 못한 상황에서 강단에 서게 되니 자연히 문제가 발생한다. 교수도 학생도 모두 불만족스럽다는 게 뻔히 보이지만, 그 원인에 대한 분석조차 쉽지 않다. 설계 교육의 문제점이 설계 그 자체에 있지 않다는 점이 분명했다. 그래서 겉핥기 수준으로라도 교육학을 새롭게 공부하며 설계 ‘교육’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일종의 자구책으로 설계 교육을 주제로 한 논문을 쓰기 시작한 셈이다.
우선 학생들이 설계 교육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부터 파악했다. 3~4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설계 교육의 의미가 무엇인지, 설계 교육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지 설문을 해보았다. 그 결과 대략 현상은 파악되었지만 개선할 방법이 딱히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워싱턴 대학교에서 연구년을 보내면서 유익한 자극을 받았다. 스튜디오 페다고지pedagogy를고민하는 일군의 교수들과 가깝게 지냈는데, 그 과정에서 한 대학원생이 진행한 관찰 연구를 접했다. 교육대학원의 박사 과정 학생이 두 학기 동안 조경 설계 스튜디오에 참여해 내부자적 관점에서 수업 관찰을 시도한 것이다. 교육학 전공자들은 방법론적 관점에서 스튜디오 교육에 주목하고 연구하고 있는데, 정작 스튜디오 수업을 운영하는 우리는 교육학적 반성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달았다.
배정한: 논문을 쓰면서 파악한 설계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
김아연: 우선 설계를 근대적 패러다임의 이론 수업처럼 가르치는 점이다. 현대 교육학에서는 지식을 교수가 전수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가 구성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러한 구성주의적 교육 방법 중 스튜디오 수업은 최근 그 중요성을 주목받아 여러 분야에 도입되고있다. 그런데 스튜디오라는 틀 속에서도 많은 설계 교수들은 일방적으로 지식이나 기법을 전달하려고만 한다. 학생들은 할 수 없이 교수가 시키는 대로 따라 하고 점검을 받고 교수가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스튜디오 고유의 특성을 살리지 못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학생들이 스튜디오 수업을 이론 수업보다 더 무서워하고 폭력적이라고 느끼는 경우가 꽤 있다는 점이다. 강의식 수업은 그냥 앉아서 듣기만 하면 되지만, 스튜디오 수업은 대면 방식이어서 수업의 모든 과정이 개인적 차원으로 다가온다. 관계가 긴밀한 만큼, 위압적이고 권위적인 교수를 만나게 되면 적지 않은 부작용이 발생한다. 설계를 좋아하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스튜디오 수업 자체에 대한 부담감이 진로 결정에까지 영향을 주는 것이다. 건축이나 도시 분야는 사정이 좀 나을 수도 있지만, 조경학과의 경우엔 스튜디오 교육을 받지 않았던 분들이 스튜디오 수업을 맡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고 스튜디오 교육을 받은 교수들도 자신들이 학생 때 받은 도제식 스튜디오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배정한: 건축학과는 건축학 인증제 도입 이후 설계 교육이 더욱 강화되는 동시에 이제 어느 정도 체계화·안정화된 것으로 보이는데.
김소라: 건축학과에서는 이제 스튜디오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이 스튜디오 수업을 담당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지속적으로 세대교체가 이루어졌고, 그에 따라 교육 방식의 트렌드도 바뀌어 왔다. 과거의 설계 교육은, 유명한 건축가가 가르치든 실무를 하는 교수가 가르치든, ‘이 방법을 따라 하라’는 식이었다. 검증된 방법을 그대로 따르는 도제식 교육이 과거 서양이나 우리나라 설계 스튜디오의 주를 이루었다. 그러다 설계 교수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면서 스튜디오 담당 교수들이 교육자의 역할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 역시 실무를 하다가 강단에 서게 되면서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를 무척 고심했다. 도제식의 강압적 방식이 아닌, 새로운 교육 방식이 무엇일까를 계속 모색했다. 건축 스튜디오를 맡고 있는 다른 설계 교수들과 이야기를 나눠 봐도 고민은 늘 비슷하다.
내 경우는, 나만의 방식을 일방적으로 전수하기보다, 학생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각자의 장점을 깨달을 수 있도록, 자신만의 디자인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려고 한다. 그런데 이 방식에도 단점은 있다. 학생마다 코멘트를 달리하다 보니 오히려 아이들이 개별적인 코멘트에 의지하게 되는 역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물론 ‘설계 스튜디오는 정답이 없는 선택의 문제’라고 늘 이야기해 준다. 내가 해주는 코멘트는 경험이 상대적으로 많은 사람으로서 어떤 선택이 옳을 것 같다는 조언일 뿐이므로 하나의 정답으로 무조건 받아들이지 않아야 한다고 말이다. 이러한 스튜디오의 특성과 틀을 이해하고 능동적으로 취사선택하는 태도를 보이는 학생들은 성공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반대로 개별적인 코멘트를 그대로 따르는 학생들은 결과물이 좋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극단적인 경우, “녹음해도 됩니까”라고 묻는 학생도 있다. 학생들의 만족도가 대체로 높다는 점은 나로서는 위안거리다.
배정한: 교수 입장에서는 에너지 소모가 무척 많을 것 같다.
김소라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김아연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유석연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사회배정한 편집주간, 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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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설계 스튜디오 교육 홍윤순
설계 교육의 단면들
Q. 설계 교육은 왜 중요한가?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가?
A. 조경학의 속성에 비추어 볼 때, 설계 교육은 ‘문제를 인지하고 이해하는 단계를 넘어 실천적 응용의 장’이 될 수 있다는 점에 그 중요성이 있다. 오늘날 우리는 복잡하고 혼란스럽게 얽혀 있는 세상에서 엄밀한 판단을 요구받고 있다. 즉 시시각각 쏟아지는 정보의홍수 속에서 명료한 의사결정을 하고, 이를 조경계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와도 신속히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론 교육을 통해 습득되는 다양한 지식은 하나의 상태로 고착되지 않고 끊임없이 확대·재생산·진화되는 경향을 보이며, 세상은 조경의 영역이 기존 고유의 범위를 넘어 인문학과 사회학으로, 생태학으로, 미래학으로 끊임없이 확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작금의 현실에서는 이렇듯 복잡하고 유동적인 상황에서 문제를 종합하고 해결하는 메타 인지meta cognition 능력1이 무엇보다도 중요해 보인다. 이에 최근에는 학생들이 ‘무엇이 진실로 중요한 문제인지를 판단하고 정리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자극하고자 한다. 예를들어 프로젝트 또는 대상지에 내재된 본질적·구조적 문제를 스스로 규정해 보게 하고, 이를 타파 또는 개선하기 위해 요구되는 전략과 수단, 세부 설계까지 일관된 뚝심으로 관철시킬 것을 요구한다(허나 실로 말이 쉽지 어려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