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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원 탐독] 노자와 플라톤으로 읽는 정원
    요즘 우리는 ‘인문(학)’과 ‘힐링healing’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고 듣는다. 특정 단어를 많이 쓴다는 것은 그만큼 그것이 화제라는 뜻이지만, 다시 생각하면 그만큼 결핍됐다는 의미기도 하다. 어느 철학자는 “인문이란 인간이 주변 환경과의 관계를 풀어나간 무늬”라고 했고, 또 다른 철학자는 21세기가 왜 간절히 노자를 읽게 하는지 역설하기도 했다. 왜 지금 우리는 다시 인문학을 외치고 있을까. 그 답을 찾다 보면 만나게 되는 단어가 바로 힐링이나 치유다. 우리가 보낸 20세기는 지난 수천 년의 인류 문명 역사를 다 합친 것보다도 더 급격한 삶의 변화를 만들어낸 시기였다. 그 변화의 주도적 역할을 한 것이 바로 과학과 기술의 힘이었다. 우리는 수천 년 동안 꿈꿔보지 못한 편리하게 향상된 물질적 삶을 얻게 됐지만 그 과정에서 정신의 결핍으로 인류 자체가 가야 할 방향성을 잃고 아픈 상황이기도 하다. 노자의 도덕경과 정원 기원전 8세기에서 3세기에 이르는 시기를 중국 역사에서는 ‘춘추전국시대’라고 부른다. 봉건제의 틀을 갖췄던 주周나라가 멸망하자 충성을 맹세했던 지역의 수많은 가신들은 세력을 모아 나라를 세웠고, 이 틈에 하루에 한 번씩 새로운 나라가 나타나고 무너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치적 대혼란의 시기가 찾아온다. 그러나 달리 보면 이 시기는 가신마다 뛰어난 인재를 필요로 한 덕에 그야말로 문화, 인문, 철학이 절정을 이루게 된다. 그래서 이때를 제자백가諸子百家의 시대라고도 한다. 제자란 학자를 말하고 백가란 백 개의 가문을 이뤘다는 뜻인데, 그중에 노자와 공자도 있다. 생과 사의 흔적이 뚜렷한 공자에 비해 노자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게다가 노자의 말씀을 담았다는 도경과 덕경을 합친 ‘도덕경道德經’ 역시도 발굴된 자료에 따라 첨삭이 지속적으로 일어난 흔적이 있어 한 사람의 작업이기보다는 인쇄가 없던 시절, 비단과 대나무에 글을 베껴 쓰는 과정에서 여러 사람은 혹은 어떤 집단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도 본다. 그러나 누구에 의해서든 이 도덕경이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 일본에 이르기까지 동아시아 문화의 가장 근간을 이루는 철학이 된 게 분명하다. ...(중략)... 오경아는 방송 작가 출신으로 현재는 가든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다. 영국 에식스 대학교(The University of Essex) 리틀 칼리지(Writtle College)에서 조경학 석사를 마쳤고, 박사 과정 중에 있다. 『시골의 발견』, 『가든 디자인의 발견』, 『정원의 발견』, 『낯선 정원에서 엄마를 만나다』 외 다수의 저서가 있고, 현재 신문, 잡지 등의 매체에 정원을 인문학적으로 바라보는 칼럼을 집필 중이다. * 환경과조경 347호(2017년 3월호) 수록본 일부
  • [시네마 스케이프] 너의 이름은 어디에도 없는, 어디에나 있는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도시의 풍경을 사람들이 따뜻하게 기억할 수 있도록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영화의 후반부,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된 타키가 입사 면접 때 두서없이 더듬거리던 내용을 정리하면 아마 이런 내용일 게다. ‘사라지다’, ‘풍경’, ‘기억’, 영화의 주제를 요약하는 대사다. 문득 오래전 일이 떠올랐다. 고등학교 때였다. 자습 시간에 국어 선생님이 칠판에 크게 ‘조경’이라는 한자를 쓰셨다. 만들 조造, 경치 경景, 유망한 분야라고 소개한 이 두 글자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게 될지 그 분은 몰랐겠지. 그 순간, 수학과 미술을 좋아하던 한 여학생은 주저 없이 ‘풍경 만드는 일’을 평생 하리라 마음먹었다. 풍경을 만드는 근사한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손으로 그리던 일을 기계가 대신 해주게 되었지만 시간은 늘 부족하다. 얼버무리듯 하나씩 마무리해 갈 뿐이다. 다음엔 잘해야지 다짐하지만 똑같은 상황에서 똑같은 풍경을 만드는 일 따윈 수십 년간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매번 다른 사람과 만나고, 다른 조건으로 새로 시작해야 한다. 매일 공부해도 모르는 것 투성이다. 사람들이 기억할 만한 따뜻한 풍경은 대체 언제 만들 수 있을까. 영화 ‘너의 이름은’은 근사한 풍경이 이미 우리 일상에 있다고 말해주는 영화다.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라고, 길 건너 가로등이 어떻게 생겼는지 한 번 쯤 자세히 보라고 말해주는 영화다. ...(중략)... 서영애는 조경을 전공했고, 일하고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다. 최근에 본 두 한국 영화, ‘죽여주는 여자’와 ‘미씽:사라진 여자’는 사회 문제를 다루고 있다. 노인 빈곤, 소외 계층, 이주 여성 인권, 모성애와 워킹맘 등 쉽지 않은현실의 민낯을 대하고 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영화는 때론 판타지로, 때론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을 통해, 서로다른 방식으로 우리를 깨어있도록 만든다. * 환경과조경 347호(2017년 3월호) 수록본 일부
  • [예술이 도시와 관계하는 열한 가지 방식] 도시와 이주 ― 믹스라이스
    동료 작가들과 회의를 마치고 차 한 잔을 하고 있을 때 어느 순간 뒤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귀에 걸리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크고 단호하게 변하던 그 목소리는 알고 보니 조금 전까지 우리와 함께 이야기 나누다 전화를 받으러 나간 어느 작가의 목소리였다. 좀처럼 격앙된 모습을 보인 적 없던 분이기 때문에 적잖이 놀랐고, 걱정되는 마음에 조심스레 무슨 일인지 묻자 그는 프로젝트 과정 중에 알게 된 어느 외국인 노동자의 이야기를 꺼냈다. 수단에서 온 지인이 최근 불법 체류 문제로 한국에서 강제 추방될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내전이 진행 중인 수단으로 돌아갈 수 없으며, 보석을 위해서는 2천만 원이 필요하고, 난민 신청을 하기도 어렵다는 내용의 통화가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되었다고 한다. 한국에서 난민 지위를 신청하는 일은 몇 해가 지나도 결과를 알 수 없는 길고 지난한 과정으로 익히 알고 있는 바. 하지만 2천만원쯤이야 호기롭게 내어놓을 수 있는 여유, 아니 그 2천만 원 자체도 없는 한 개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에게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단호하게 말하는 것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주민을 위한 봉사 활동도 다니는 그는 답답함 한편에 냉정하게 말해야만 하는 스스로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건축이나 도시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라면 익히 알고 있듯, 오스만 남작이 방사형으로 계획한 파리는 구역마다 뚜렷한 성격을 갖는 동시에 중심부와 외곽 지역이 뚜렷한 차이를 보이며 계층화되어 있다. 방리외banlieue, 즉 외곽 지역에는 주로 이민자인 빈민층이 살고 있다. 과거 노동자를 위해 지어진 획일적인 공영 주택이 이민자들의 터가 된 것이다. 물론 실제로는 방리외에도 부촌이 있다. 도식적으로 생각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지만 도시 공간의 사회적 계층화를 짚을 때 종종 언급되고는 하는 것이 프랑스어로 교외suburb를 뜻하는 이 방리외다. 도시 공간이 형성되는 방식은 각 도시, 공간마다 고유한 특수성을 갖기에 일반화할 수는 없다. 그러나 어떤 방식이 되었든 이처럼 도시 공간은 각 지역, 공간에 따라 서로 다른 특성을 보이는 신scene을 가지며 많은 경우 사회적으로 계층화되어 있기도 하다. 이는 그 도시에 살고 있는 주체들 사이에서 자연스레 형성되는 경우도 있지만, 때로는 도시계획이 이를 조장하고 주변화된 이들을 더욱 주변화하는 결과를 불러오기도 한다. ...(중략).... 진나래는 미술과 사회학의 겉을 핥으며 다방면에 관심을 갖고 게으르게 활동하고 있다. 진실과 허구, 기억과 상상, 존재와 (비)존재 사이를 흐리고 편집과 쓰기를 통해 실재와 허상 사이 ‘이야기-네트워크-존재’를 형성하는 일을 하고자 하며, 사회와 예술, 도시와 판타지 등에 관심이 있다. 최근에는 기술의 변화가 만들어내는 지점에 매료되어 엿보기를 하고 있다. 2012년 ‘일시 합의 기업 ETC(Enterprise of Temporary Consensus)’를 공동 설립해 활동했으며, 2015년 ‘잠복자들’로 인천 동구의 공폐가 밀집 지역을 조사한 바 있다. www.jinnarae.com * 환경과조경 347호(2017년 3월호) 수록본 일부
    • 진나래[email protected] / ‘일시 합의 기업 ETC’, ‘잠복자들’ 공동대표
  • 그라피티, 도시의 문제아에서 현대 미술의 루키로 ‘위대한 낙서’ 展,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
    예술의전당 ‘르 코르뷔지에’ 전을 보고 나서는 길, 황당한 그림과 마주쳤다. 우아한 모나리자 위에 그려진 우스꽝스러운 파란색 올림머리와 우악스러운 빨간 진주 목걸이. 얼굴빛도 노리끼리한 것이 분명 심슨 가족의 마지다. 만화적인 두꺼운 윤곽선과 단색 평면은, 3차원의 환영을 창조해내는 거장의 위대함을 무색하게 만든다. 다빈치 특유의 연기처럼 아득한 풍경은 엉뚱한 분홍색으로 빈틈없이 메워지고, 그 위로 ‘위대한 낙서The Great Graffiti’라고 적힌다. 지난 2월 26일까지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은 파격적이게도 낙서를 전시했다. 나를 전시로 이끈 마지 심슨의 행색을 한 모나리자뿐 아니라, 백설공주의 독사과같이 흘러내리는 애플 사의 로고, 빨간 스프레이로 낙서하는 잿빛 신사, 화면에 바싹 붙어 관객을 노려보는 스파이더맨 등, 독보적인 색깔로 거리를 누비다 이젠 미술관과 갤러리로 반경을 넓힌 일곱 작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다. 낙서, 미술관으로 들어오다 일곱 명의 작가, 일곱 개의 섹션. 티 없이 말끔한 미술관 벽에 네모난 캔버스들이 나란히 걸리고, 이들을 충실히 따라가면 전시는 끝을 맺는다. 새로울 것도, 군더더기도 없는 전시 방식이지만, 이로 인해 관객은 작품을 치기 어린 낙서가 아닌 현대 미술로 마주한다. ...(중략)... *환경과조경347호(2017년 3월호)수록본 일부
  • 화성에서 온 메시지 기후 변화 화학 예술 특별전, 1. 23. ~ 5. 31.
    끊임없이 마을을 덮치는 모래바람과 유일한 식량 자원인 옥수수 밭. 2014년 개봉한 영화 ‘인터스텔라’가 그리는 사막화로 인해 식량 위기가 찾아온 미래 지구의 모습이다. 멸망을 앞둔 인류를 구하기 위해 주인공은 결국 우주로 나선다. 제2의 지구가 되어줄 행성을 찾아서. 그 다음해 개봉한 ‘마션’은 좀 더 적극적으로 기후 변화에 대처한다. 지구와 가장 유사한 행성인 화성을 탐사하고 화성에서 감자를 재배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인다. 과연 이는 영화 속 이야기일 뿐일까? 2015년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5차 보고서에 따르면 2100년 지구의 평균 기온이 최고 4.8℃ 오르게 된다. 빙하기부터 5만여 년 동안의 온도 변화에 버금가는 수치로, 이는 기후 변화에 따른 지구 종말이 영화적 상상력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어쩌면 몇십 년 후, 우리는 제2의 지구를 찾으러 떠나는 우주선에 오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난 1월 23일부터 한국화학연구원(이하 화학연)은 기후 변화 화학 예술 특별전 ‘화성에서 온 메시지’를 개최했다. 화학연 디딤돌플라자 1층 스페이스 씨샵Space C#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심각한 기후 변화로 예술가들이 화성으로 이주한 상황을 가정한 독특한 방식의 전시다. 박영준, 안가영, 김지수, 길현, 셔일 사프렌Cheryl Safren, 아비바 라마니Aviva Rahmani, 마르쿠츠 베른리Markuz Wernli & 사라 다허Sarah Daher 등 국내외 7명의 작가뿐만 아니라 탄소를 활용한 첨단 화학 기술로 기후 변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화학연 연구팀도 전시에 참여해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중략)... *환경과조경347호(2017년 3월호)수록본 일부
  • 광화문포럼, 광장의 미래를 고민하다 양병현, 서울시 도시재생본부 역사도심재생과장
    최근 광화문광장으로 향하는 관심이 뜨겁다. 관심의 열기만큼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는 광화문광장의 미래를 고민하는 곳 중 하나가 바로 서울시다. 최근 광화문포럼이라는 커다란 논의의 장을 펼치고 다양한 의견을 끌어내 수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역사도심재생과의 양병현 과장을 만났다. 지난해 10월부터 매주 토요일 광화문광장에서 촛불문화제가 열리면서 광화문광장을 운영하고 관리하고 있는 서울시의 역사도심재생과 직원들은 바빠졌다. 갈등의 소용돌이 속에서 민원도 늘었고, 집회 허가 과정에서 법적인 시시비비를 가리는 일도 많아졌다. 집회 후 광장 바닥에 위험하게 떨어진 촛농을 제거하는 일까지. “실무적으로는 어려움이 많지만, 선배님들이 광화문광장을 만들어 놓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성 당시에는 거대한 중앙 분리대라는 비난도 있었고 한동안 국가 행사 중심의 공간이었지만, 지금은 새로운 역할을 찾아가고 있지 않습니까.” 올해 1월 25일 서울시는 광화문포럼을 통해 광화문광장의 미래를 새로 그리겠다는 계획을 밝혀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미 지난해 9월부터 도시계획, 역사, 건축ㆍ조경, 교통, 시민 소통 등 7개 분야 전문가 49인과 100명의 시민위원으로 구성된 광화문포럼을 가동 중이며, 7월까지 마스터플랜을 그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전문가와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포럼이라는 형식을 취하게 된 배경이 궁금했다. “광화문광장에 대한 생각은 시민부터 전문가 내에서도 분야에 따라, 또 사람마다 다릅니다. 광장을 조성한 지 7년 밖에 안 되었으니 그대로 두어야 한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당장 더 넓히거나 한쪽으로 붙여야 한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혹은 동상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논란이 워낙 많기 때문에 대규모 토론을 통해 최대한 많은 의견을 끌어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지요.” ...(중략)... *환경과조경347호(2017년 3월호)수록본 일부
  • 환경과조경 통신원, 소통의 창구가 되다 설윤환, 환경과조경 통신원 32기 전국기장
    매년 2월 중순이 되면, 환경과조경 공식 메일함에 새로운 폴더가 생긴다. ‘통신원 ◯◯기 모집.’ 매년 새롭게 선발되는 환경과조경 통신원의 지원 서류가 쌓이는 곳이다. 올해에는 ◯◯에 숫자 33이 채워졌고, 앞으로의 활동에 대한 포부를 담은 지원서가 속속 도착하는 중이다. 그리고 지난 일 년 동안 각 대학과 지역의 조경 관련 정보를 발 빠르게 취재해온 32기 통신원은 어느덧 활동 마무리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무엇에 이끌려 통신원에 지원하게 됐고, 또 어떤 활동을 펼쳐왔을까? 전국기장으로서 32기 통신원을 이끌어온 설윤환 단국대학교 통신원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매서운 고용 한파가 계속되는 중, 대학교 졸업반의 화두 중 하나는 역시 취업이다. 2016년 대학교 4학년이 된 설윤환 통신원에게도 취업은 피해갈 수 없는 숙제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는 제대로 된 준비를 시작하기도 전에 멈춰 서야 했다.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없던 것이다. 게다가 조경 분야에 설계, 시공 외에 어떤 진로가 있는지도 잘 알지 못했다. 막막함에 서성이던 중 같은 학교에서 환경과조경 통신원으로 활동하던 동기의 기사를 접했다. 교내 행사를 다룬 기사에 흥미를 느낀 그는 바로 동기를 찾아가 통신원 활동에 관해 물었고, 환경과조경 통신원 지원서를 작성했다. 다양한 활동에 관심도 있었고, 1985년부터 운영되어 980명이 거쳐간 통신원 활동을 통해 여러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적성에 대한 고민도 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조금 더 책임감 있는 자세로 활동하고 싶어 통신원 기장에도 지원하게 됐다. “대학교에서 배우는 조경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전국 36개의 조경학과 친구들과 만나 부족한 부분을 간접적으로나마 채우고 싶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조경 분야에서 일하고 계신 선배님을 만나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이야기를 나눌 생각에 설레었습니다.”...(중략)... *환경과조경347호(2017년 3월호)수록본 일부
  • [편집자의 서재] 고래
    21세기 대한민국과 ‘샤머니즘’. 가장 신선(?)하고도 정곡을 찌르는 조합이 탄생했다. ‘샤머니즘’은 NPR미국공영방송, 「뉴욕타임스」, 「가디언」 등을 비롯한 외신들이 최근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보도하며 사용한 표현이다. IT 대국, 정보화 강국임을 자랑하던 대한민국의 민낯이 전근대적 신화로 점철되어 있음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내막이 점점 실체를 드러내고 있는 와중에도 일부 국민들 사이에서는 1970년대를 상징하는 신화적 아이콘에 대한 맹신이 점점 더 공고해지고 있는 듯하다. 이것은 코미디인가 비극인가. 국문과 학부생 시절, 학생들 사이에서 ‘기호학 천재’로 불리며 존경과 선망을 한 몸에 받는 교수님의 ‘신화론’ 수업에 겁 없이 도전장을 내밀었다가 상대평가의 제물로 희생된 쓰라린 경험이 있다. 교수님은 학생 쪽을 전혀 바라보지 않고 먼 곳을 응시하며 수업하시는 것으로 유명했는데 그것은 아마 학생들의 백지처럼 순진무구하고 해맑은 눈빛을 견디기 어려우셨기 때문이었으리라. 교수님은 문학의 내러티브뿐만 아니라 정치, 문화, 예술, 경제의 모든 현상을 기호와 신화로 설명하시곤 했다. 사회 전반을 꿰뚫는 그 방대하고 복잡한 이론을 헤매다 보면 로고스가 뮈토스가 되고 뮈토스가 로고스가 되다가 정말로 꿈의 신화 세계로 빠져들기 일쑤였다. 그것은 오후 2시 강의의 법칙이었다. 그렇게 비몽사몽 신화 세계를 헤매는 와중에도 하나 기억에 남는 강의의 메시지는 ‘신화는 영원한 신화로 머물러 있기보다는 끊임없이 그 신화성을 드러내는 탈신화의 과정에서 포착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교수님은 당신의 저서, 『탈신화 시대의 신화들』의 서문에서는 이렇게 표현했다. “신화적으로 유의미한 것으로 판단되는 순간, 그것은 숨겨진 신화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 신화를 드러내는 방법이 치밀하게, 전략적으로, 그러면서도 우리의 열린 관점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면, 세상을 보는 우리의 시각도 보다 깊고 정교해질 것이다. 적어도 신화에 관한 한 그래야 할 당위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내가 사는 이 시대에는.” 신화를 해체하는 탈신화의 과정을 통해 신화의 숨겨진 의미가 새롭게 발견된다는 강의의 핵심 메시지는 당시 내게 불교의 선문답처럼 느껴졌다. 천명관의 소설 『고래』를 만나기 전까지는. 천명관의 소설은 엔간해서는 도서관 서가에 얌전히 꽂혀 있는 모습을 보기 힘들었다. 온라인 예약 대기자 명단이 줄을 이어 있어서 도서관 대출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친구에게 반납이 되자마자 따로 챙겨 놓아달라고 부탁할 수도 없었다. 그것은 인기 도서의 법칙이었다. 책 값을 아껴 커피 값으로 쓰곤 했던 이 철없던 대학생은 할 수 없이 큰 맘 먹고 제 돈을 주고 서점에서 책을 샀다. 그렇게 ‘인생 소설’을 만나고 나서야 단돈 9,800원을 아끼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지난날을 반성했다. 이 소설은 소설가 임철우의 표현대로 정말 “특별하다”. 혹자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이나 마누엘 푸익의 『거미여인의 키스』 등에서 보이는 라틴 문학의 마술적 리얼리즘이 그의 소설에서 엿보인다고 하는데 그보다는 오히려 판소리나 구비문학의 신화적 상상력을 현대 소설의 작법으로 구현한 듯하다. 아주 오래된, 언젠가 한 번은 들었던 것 같은 옛이야기를 풀어내는가 하면, 사진과 타이포그래피를 활용해 문학적 실험을 시도한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처럼 한 페이지에 단 두세 문장만 할애하기도 하고 그림을 삽입하기도 하는 등 때로는 전위적이기도 하다. 처음 책 뒤표지에 크게 적힌 “전통적 소설 학습이나 동시대의 소설에 빚진 게 없는 작가다!”라는 소설가 은희경의 심사평을 보고 다소 호들갑스럽다고 생각했는데 소설을 읽고 나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고래』는 ‘노파-금복-춘희’로 이어지는 여성 3대(정확히는 노파와 금복은 가족 관계가 아니지만)의 장대한 이야기다. 소설은 신화와 구비전승, 무협지, 드라마, 포르노, 농담 등의 무수한 클리셰를 반복, 변주, 패러디, 오마주하며 ‘탈신화-신화’의 과정을 오간다. 그의 소설에서 아기장수 우투리를 연상케 하는 남성 캐릭터 ‘걱정’은 한순간에 육중한 바보가 되고, 느와르 영화 속 갱단 두목처럼 카리스마 있게 그려지던 ‘칼자국’은 마지막 말도 제대로 끝맺지 못한 채 어이없는 죽음을 당한다. 자신이 가진 여성적 매력을 어필하며 우여곡절 끝에 성공하게 된 여장부 ‘금복’은 성공 가도의 정점에서 남성으로 성이 변하며 몰락의 길을 걷는다. 동화처럼 순진무구한 자신만의 세계에 있던 ‘춘희’는 교도소를 배경으로 한 고어 영화처럼 끔찍한 상황에 내던져지기도 한다. 무수한 신화적 이야기들이 소설이라는 ‘멜팅 포트melting pot’에 용해되어 만들어내는 미묘한 틈새에서 독자들은 기존의 신화가 해체되고 새로운 신화가 형성되며 쌓여가는 거대한 바벨탑을 본다. 신의 진노로 언어가 흩어지고 몰락한 바벨탑처럼 소설 속 다양한 등장인물이 만들어내는 신화는 생성과 해체의 길을 걷는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대통령 시대를 맞이했을 때, 그래도 일부는 새로운 여성 신화를 기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임기 말년으로 접어든 지금, 오히려 그 반대가 되어버린 듯하다. 스스로 만든 신화의 성에 갇혀 그 어떤 비판과 토론도 용납하지 않는 완고함은 창의적인 감수성을 싹틔우지 못한다. 탈신화를 용납하지 않는 신화는 죽은 신화다. 탈신화와 신화의 과정을 오가며 장대한 서사를 완성한 작가 천명관은 수상 소감에서 이렇게 말했다. “서사는 멈춰 섰고 시간은 흩어졌다. 새로운 것은 이미 새로운 것이 아니다. 숙주를 찾아 헤매는 에일리언처럼 작가의 영혼은 아득한 우주 공간을 떠돈다. … 이 시대에 소설가가 된다는 것은 행복한 일일까, 아니면 불행한 일일까? … 그들은 묻고 나는 대답한다. 문답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작가는 그렇게 현재성의 압박을 견디며, 마치 커트 보네거트의 주인공처럼, 여러 시간대를 동시에 살아간다. 그래서 행복하냐고? 그렇다.” *환경과조경347호(2017년 3월호)수록본 일부
  • [CODA] 광장에서
    2월 초, 결정 장애가 있는 난 고민에 빠졌다. J는 양양의 겨울 바다와 평창의 자작나무숲, 그리고 시골 찻집으로 이어지는(실은 양양의 회와 평창의 바비큐, 그리고 늦은 아침의 곤드레밥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1박 2일 코스를 제안했다. 보다 못한 K는 “여행은 다음에 가고 함께 광화문에 갑시다”라며, 나의 고민에 매듭을 지어 주었다. 그렇게 그 주 토요일 오후 광화문광장 촛불집회에 첫 발을 내디뎠다. 이번 겨울 연일 어이없는 뉴스가 쏟아지고 광화문에서는 촛불이 타오르는데, K와 나는 논문을 쓰겠다고 책상에 앉아 답답한 마음만 꾹꾹 누르고 있었다. 우리가 앉아만 있어서 되겠냐. 아니다, 우선은 연구를 마무리하고 2월이 되면 당장 광장으로 가자! 우리는 밥을 먹으며, 카톡을 주고받으며, 팟캐스트와 유튜브, SNS를 통해 해직 기자들이 또 살아남은 대안 언론들이 생산하는 뉴스를 체크하고 함께 분노하며 매일 나라 걱정을 했드랬다. 그런데 막상 2월이 되니, 날은 춥고 금쪽같은 토요일 오후에 하고 싶은 일도 여러가지였다. 하지만 나의 일을 남에게 맡겨 두었다는 부채감이 마음을 짓눌러 선뜻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리기도 어려웠다. 여하튼, 그 모든 유혹을 뒤로 하고 광장에 나가게 된 데는 사실 이번호 특집 주제가 ‘광장의 재발견’이니 현장에 가봐야겠다는 얄팍한 계산도 없지 않았다. 토요일 오후 5시, 광화문역이 붐빌 것이라 예상한 우리는 시청역으로 갔다. 지하철 역사 내부부터 태극기와 성조기를 둘러 쓴 할머니 할아버지들로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지상으로 나오니 서울광장과 주변 도로는 탄핵에 반대하는 어르신들로 듬성듬성 채워져 있었다. ‘종북’에 대한 맹렬한 적의를 표현하는 현수막을 보니 아득해졌다. 이 모든 일들이 일단락된 뒤에 우리 사회는 극단적으로 헤집어진 갈등을 어떻게 봉합할 수 있을까. 우리는 묵묵히 광화문광장을 향해 걸었다. 서울광장의 확성기 소리가 잦아드는 만큼 광화문광장의 마이크 소리가 커졌다. LED 초를 하나씩 사들고 집회의 행렬에 끼어 들어갔다. 광장에는 토요일 오후에 일시적으로 모이는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광장의 초입, 이순신동상 주변에는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 문화계 블랙리스트 논란을 계기로 세워진 임시 공공극장인 블랙텐트, 그리고 노숙 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들의 텐트가 캠핑촌을 이루고 있었다. 얼마 전 P는 광화문광장의 텐트에서 하룻밤을 보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광장 양편에서 수시로 땅을 울리며 달리는 자동차 때문에 도무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고 한다. 만약 광장을 세종문화회관 쪽으로 붙여 조성했다면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광장을 점유하고 목소리를 냈을 것이다. 아마 그러한 광장 문화를 두려워한 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광장에는 수십만 명의 시민들이 모였지만 꽤 질서 있는 모습이었고, 공간 이용에도 나름의 규칙이 공유되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로로 긴 광장 중간중간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바라보며 앉아 있었지만 세종문화회관의 대형 계단과 해치마당에서 이어지는 탐방로 양옆의 계단은 광장을 향한 스탠드가 되어 그 역시 사람들이 빼곡하게 채우고 있었다. 그들은 무얼 보고 있었을까. 사실 광장을 가득 메운 인파 그 자체가 스펙터클이었다. 광화문광장의 횡적 구조도 흥미로웠다. 통행로로 이용되고 있는 양옆의 역사물길 넘어 광장 좌우 도로 한쪽은 차벽이 막아서고 있고, 다른 한쪽에는 각 통신사 중계기 차량과 먹거리를 파는 노점이 늘어서 있었다. 공권력을 상징하며 시위대를 막아내는 차벽과 마치 축제를 연상하게 하는 노점이 공존하는 모습은 촛불집회의 복합적 성격을 드러내는 풍경이었다. 어쨌든 메인 행사는 무대에서 진행되고 스크린에 중계되고 있었다. 그리고 각 스크린을 중심으로 수십만 명의 시민들이 오와 열을 맞춰 빼곡하게 앉아 있었다. 우리도 한자리씩 차지하고 앉아서 촛불 파도도 타고, 구호도 외치고, 공연도 감상했다. 그러면서 어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일사불란하게 단체 행동을 할 수 있는지 감탄했다. 아마도 ‘국민’학교 시절 조회와 운동회로 단련된 결과가 아닐까. 그날 광화문광장의 풍경은 집단주의의 유산에 학생 운동과 노동 운동의 문화, 그리고 월드컵 이후 길거리 응원 문화와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난 지역 축제의 모습이 짬뽕된 것처럼 보였다. 시민의 힘을 확인하는 광장에서 집단주의의 유산을 발견하는 것은 어딘지 모르게 촌스럽지만, 일단은 이러한 부조화 역시 우리의 문화적 자산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드디어 거리 행진이 이어졌다. 집회의 사회자는 몇 가지 행진 경로를 설명했고, 우리는 헌법재판소로 향하는 경로를 택했다. 기대했던 대로 자동차가 다니던 도로를 걷는 기분은 색달랐다. 특히 각각 가회동과 원서동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Y와 나는 감회가 새로웠다. 늘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때를 떠올리며 잠시나마 자유를 만끽했다. 그리고 광화문광장 일대를 보행로로 만든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보았다. 반면 Y는 과연 집회와 같은 비일상적 이용의 필요가 얼마나 있을지 따져봐야 한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행진 행렬이 다시 광화문광장으로 향할 무렵 슬슬 배가 고팠던 우리는 인사동 어귀에서 밥집으로 들어갔다. 바깥의 열기는 딴 세상 일인 양 고요한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도로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차들이 달리고 있었다.
  • [PRODUCT] 대지개발 토양개량제 '대지지력정' 출시 보수력, 보비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수화력'을 지닌 새로운 토양개량제
    국내의 조경 식재 시공 회사는 식재 공사 성공률을 높이고 하자를 방지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주)대지개발은 ‘식재 공사 하자율 0%’라는 슬로건을 걸고 활동해왔고, 1983년 이후 300건가량의 대형 수목 이식 공사를 100% 성공시켰다. 이 같은 결실을 볼 수 있었던 건 (주)대지개발이 자체 개발한 생명정, 생명토 덕분이다.식재 공사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생명정, 생명토는 친환경 유기질 토양개량제로, 특수영양 물질이 많아 조경 식재 시공 회사의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국내 건설 시장의 불황이 조경계의 어려움으로 이어지며 조경 분야도 저가 경쟁에 내몰리게 되었고, 이에 (주)대지개발은 성능이 뒤처지지 않으며 가격 부담도 적은 토양개량제 ‘대지지력정’을 출시했다. 기존의 토양개량제나 퇴비는 수목을 이식한 후 수목의 활착과 생육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없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식물에 필요한 양분과 수분을 식물이 이용할 수 없는 상태로 공급하기 때문이다. 특히 수목 이식 공사의 특성상 제품이 지하부에 타설되고 흙과 혼합돼 사용되기 때문에 육안으로 수목 뿌리 부분의 생육 과정을 파악할 수 없다. 또한 부속도가 완전하지 않은 토양개량제의 사용은 수목의 고사로 직결된다. 이 같은 약점을 극복한 토양개량제가 대지지력정이다. 순수 국내산 이탄을 주성분으로 하고 있으며, 해외에서 주로 사용하는 피트모스나 코코피트보다 월등히 뛰어난 보수력과 보비력을 자랑한다. 또한 식물이 섭취하기에 좋은 형태의 양분과수분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인 ‘수화력’을 갖추고 있어 수목의 뿌리 활착과 신장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TEL. 02-832-3500 WEB. www.lifesoil.co.kr *환경과조경347호(2017년 3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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