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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등작: Seoul Seun Grounds 역사도심 활성화를 위한 세운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국제지명초청설계공모
    세운 지역은 낡고 쓸모없는 지역으로 인식될 수도 있지만 오랫동안 서울시 내 도심 산업 시설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 왔다. 모더니즘의 기념비인 세운상가 건물뿐만 아니라, 이 지역은 시간의 켜가 중첩되어 역사 도심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세운 지역의 독특한 도시 조직, 특히 옛길은 이 지역을 재편성하는 디자인의 시작점이다. 많은 용적을 감당해야 하는 요구 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대안적인 디자인 프로세스가 필요했다. 기존의 가치를 지키면서 어떻게 일정 규모를 소화하는 계획안을 만들 것인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디자인 전략 ‘서울 그리드’의 재창조: 도시 격자는 도시 조직을 잘 연계하고 소통하도록 만드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 중 하나다. 하지만 서울 도심은 격자보다는 불규칙한 골목 구조가 얽혀 구성되어 있다. 이는 언뜻 보기에 복잡해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나름 논리가 있으며, 잘 소통되도록 연결되어 있다. 격자는 도시 조직을 블록형의 명확한 구조로 만들지만, 이른바 ‘서울 그리드’는 불규칙한 골목으로 형성되어 있다. 이 골목 구조는 반 공적semi-public 공간으로 지역 커뮤니티에서 공공 공간의 역할을 담당해왔다. 과거 이러한 복잡한 도시 구조는 급박한 도시 재개발로 인해 지워지기 일쑤였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이러한 골목(옛길) 구조를 개발에 방해되는 장애 요소로 볼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독특한 도시 개발을 이끌 수 있는 디자인 요소로 사용해 ‘서울 그리드’를 재창조하고자 한다. ...(중략)... *환경과조경348호(2017년4월호)수록본 일부
    • KCAP Architects&Planners / KCAP Architects&Planners
  • 2등작: Urban Diversity 역사도심 활성화를 위한 세운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국제지명초청설계공모
    우리의 디자인 목표는 공생과 지속가능성이다. 세운4구역 개발은 역사 도심인 4대문 안에서 유일한 대규모 복합 시설을 만드는 일이다. 도시의 대표적인 기능인 생산-소비-관광-주거-문화 등의 기능이 복합되어 하나의 축소된 도시를 이루게 된다. 대상지에 면한 세운상가, 같은 맥락의 도시 조직을 공유하는 광장시장, 재생된 청계천 등 주변 도시 구조에 스며들며 공생하는 단지를 구현한다. 옛길-도시 조직 디자인의 출발점은 옛길-도시 조직urban fabric이다. 옛길-도시 조직은 길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규모 건물과 그 사이의 빈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과 활동의 틀이다. 도시 조직은 공간적으로 친밀감을 주며, 대규모 건물과 광장에서는 제공되지 않는 사적인 영역성을 제공해주기도 한다. 우리는 21세기 도시 생활에서, 사회적 교류를 촉진하고 삶의 다양성을 증진시키는 시스템으로서 도시 조직을 재구성하고자 한다. ...(중략)... *환경과조경348호(2017년4월호)수록본 일부
    •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 /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
  • [이미지 스케이프] 세 개의 태양
    2015년 말, 한남동에 새로운 명소가 또 하나 만들어졌습니다. 단국대학교 캠퍼스가 이전한 자리에 지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싸다는 바로 그 아파트 단지. 아, 그런데 말씀드리려는 곳은 그 아파트가 아니고, 단지 바로 옆에 있는 미술관, 디뮤지엄D Museum입니다. 2015년 12월부터 2016년 5월까지 ‘라이트 아트Light Art ’를 선보이는 개관 기념 특별전 ‘Spatial Illumination-9 Lights in 9 Rooms’가 디뮤지엄에서 개최됐습니다. 빛을 매개로 하는 설치, 조각, 영상, 사운드,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들을 전시 제목처럼 아홉 개의 방에 설치한 신선한 구성. 모두 빛을 주제로 하지만 각양각색의 형태와 표현 방식을 담은 아홉 점의 작품들. ‘빛’을 색, 소리, 움직임과 같은 다양한 감각과 결합해 전달하는 경험,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새로운 경험에 민감한 젊은 세대를 겨냥한 마케팅도 주목을 받았습니다. 전시장 내에서 사진을 마음껏 찍을 수 있도록 해 주었는데, 셀카와 SNS에 익숙한 세대에게 아주 큰 환영을 받았습니다. 해시태그를 타고 꼬리를 물고 확산된 이미지가 저절로 전시를 홍보하는 중요한 수단이 되기도 했습니다. SNS 사진을 통해 관심이 생겨 찾아온 미술관에서 사진을 찍고 다시 공유하고. 이런 반복이 해시태그 10만 건 이상이라는 큰 성과를 만든 원동력이라는 평가가 많더군요. 누적 관객 수도 26만 명을 훌쩍 넘겼다고 하니 미술 전시로는 그야말로 대박이 난 셈입니다. 관람객의 68%가 20대라는 자료도 이런 마케팅의 지향점을 알려줍니다. 바야흐로 미술관도 이제 마케팅 시대입니다. ...(중략)... 주신하는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거쳐, 동 대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토문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 가원조경기술사사무소, 도시건축 소도 등에서 조경과 도시계획 분야의 실무를 담당한 바 있으며, 신구대학 환경조경과 초빙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여자대학교 원예생명조경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로 조경 계획 및 경관 계획 분야에 학문적 관심을 가지고 있다. * 환경과조경 348호(2017년 4월호) 수록본 일부
  • [그들이 설계하는 법] 자연과 도시 라이프스타일의 새로운 균형
    이 꼭지의 이름 ‘그들이 설계하는 법’, 참 흥미롭다. ‘그들’이 ‘설계하는 법’이라. 『환경과조경』의 원고 의뢰서에는 이 꼭지를 “조경가 개인의 설계 철학, 설계 방법론, 설계 과정의 에피소드 등을 설계에 관심 있는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마련”했다고 적혀 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조경가가 아니며 설계를 하고 있지도 않다. 내가 일하는 회사의 사업자등록증에서 조경이나 설계라는 단어를 찾아볼 수 없으며, 일하는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나를 ‘소장’보다는 ‘대표’라고 부른다. 많은 사람들이 보았을 때 나는 설계 행위를 하고 있는 조경가가 아니다. 그렇다면 『환경과조경』은 왜 나에게 연락해 ‘그들이 설계하는 법’의 연재를 요청했을까. 그리고 나는 왜 흔쾌히 연재를 하겠다고 답했을까. 물론 서로 시작은 ‘왠지 모르겠지만 재미있겠다!’라는 ‘느낌적 느낌’이었을 것이다. 분명 그런 직감이 작용했다. 하지만 세상과 사회는 그 직감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설명하자면, 연재를 하겠다고 답한 이유는 첫째로 내가 하는 일이 분명 내가 배우고 경험한 ‘설계’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그것이 ‘조경가’가 하는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둘째로 이런 나의 생각과 생각의 과정을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는 것에 나 스스로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그럼 지금부터 나와 독자 여러분이 만나는 ‘그들이 설계하는 법’에서 조경가이자 조경가가 아닌 내가 생각하는 ‘조경가’와 ‘설계’, 그리고 ‘설계하는 법’에 대해 이 야기할까 한다. ‘재미있겠다!’라는 처음 느낌처럼 글을 읽고 난 후 ‘재미있다!’라고 느끼는 분이 있으면 좋겠다. 나아가 ‘조경’과 ‘설계’라는 키워드를 매개로 서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 ...(중략)... 백종현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와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 미국 하버드 대학교 디자인 대학원에서 조경 설계와 도시설계를 공부했다. 다목적 조경 모듈 셀라(CELLA)를 개발하여 2014년 레드닷 디자인에 선정됐고, 한국인 최초로 캐나다 국제정원박람회(The International Garden Festival, 2013)에 초청됐다. 2016년 조경 스타트업 세계수프로젝트를 창업하여 자연과 도시 라이프스타일의 새로운 균형점을 모색하고 있다. * 환경과조경 348호(2017년 4월호) 수록본 일부
  • [가까이 보기, 다시 읽기] 고집스러운 디테일과 사람들
    공원이나 정원 또는 건축 설계에서 조망이나 주변 경관을 마치 액자처럼 프레임frame하는 기법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보편적이다. 사진의 장소에서도 계단식 벤치의 양 옆에 세워진 벽이 인접한 강과 그 너머의 스카이라인을 액자처럼 틀 지은 기법을 확인할 수 있다. 사람의 키를 훌쩍 넘는 벽과, 널찍한 벤치, 강가로 이어진 계단 그리고 바닥재까지 모두 단일한 화강석을 사용해 매끈하게 마감했다. 지나치게 깔끔한 마감과 디테일은 재료의 통일만으로 완성된 것이 아니다. 석재의 이음매를 배열한 방식에 주목해 보자. 조망 축 양 옆에 위치한 벽면은 각각의 폭이 60cm 남짓으로, 약 25mm의 틈을 두고 배치됐다. 이 틈 사이로 강 너머의 풍경이 언뜻언뜻 보인다. 바닥면과 벤치는 인접한 돌 재료끼리 딱 붙여 길이쌓기running bond 패턴으로 이음매를 배열했다. 길이쌓기 패턴을 제외하고 모든 이음매가 정확하게 정렬되어 있다. 각기 다른 너비의 벽 틈과, 바닥면에서 벤치로 이어지는 이음매가 중심을 기준으로 완벽하게 줄을 맞추어 있다. 마치 전체 매스mass를 미리 조형해 놓은 후, 칼로 두부를 자르듯이 반듯하게 재단한 듯한 디테일이다. 부지의 전체적인 공간 구성이 레이스 스트리트 부두Race Street Pier 공원(환경과조경 2017년 3월호 “까다로운 부지와 조금 ‘다른’ 재료” 참고)을 상기시킨다. 너른 잔디밭 양쪽에 정형화된 수목을 열식하고 그 끝에 수변 경치를 조망할 수 있는 공간을 배치했는데, 레이스 스트리트 부두와 같이 활짝 열린 조망에 이르기까지 점차 공간의 폭이 좁아져 진행 방향으로의 원근감을 극대화했다. 재미있는 비교 포인트는 공간을 체험하는 높낮이를 각각 반대로 제시했다는 점이다. 레이스 스트리트 부두 공원의 경우 완만한 경사를 올라 가장 높은 지점에 도달해서 열린 조망을 감상했다면, 이 장소는 돌계단을 올라 가장 높은 지점에 도달한 후 완만한 내리막을 따라 좁아지는 통로를 통과해 다시 낮아진 지점에서 경관을 조망하는 공간 구성을 보여준다. ...(중략)... 안동혁은 뉴욕에 위치한 제임스 코너 필드 오퍼레이션스(James Corner Field Operations)에서 활동하고 있는 펜실베이니아 주 등록 미국 공인 조경가(RLA)다.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조경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현재 회사에 8년째 근무하면서 Philadelphia Race Street Pier, 부산시민공원, London Queen Elizabeth Olympic Park, Hong Kong Tsim Sha Tsui Waterfront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고 있다. * 환경과조경 348호(2017년 4월호) 수록본 일부
  • [다른 생각, 새로운 공간] 윤만걸 창조사 대표 신들의 정원, 경주 남산
    ‘그만 좀 부숴라, 제발….’ 우리 도시를 다니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신음이다. 낡은 것을 고쳐 쓰기보다는 ‘깔끔하게, 화사하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 현재 대한민국의 지배적 미감인 듯하다. 다행히 미술적 감성이 살아있는 극소수의 미술관과 상당수의 카페가 오히려 그것을 거스르는 낡은 미감을 보여주는 데 주저함이 없다. 그러나 저 수많은 관청과 ××센터와 전국에 깔린 혁신도시를 보라. 우리가 코딱지만 한 땅뙈기를 생태◯◯으로 만들었다고 자축하는 사이, 광대한 산야와 들판과 숲과 투수층이 사라졌다. 심지어 ‘재생’을 표방하는 사업들 또한 실제 들여다보면 과거를 뭉개버리고 새로운 시멘트와 유리 덩어리 올리는 것을 성과라고 자랑하기도 한다. 건축가의 화려한 포트폴리오에도, 도시설계가의 찬란한 비전에도 때가 묻은 흔적은 없다. 조경도 마찬가지다. 역사라는 명분은 세워줘야겠기에 손톱만 한 표시는 화석처럼 남기는데, 꿔다 놓은 보릿자루 마냥 구석에서 먼지나 먹고 있을 운명이 뻔히 보인다. 과거의 온전한 복원이야말로 가장 새로운 것이다. 물론 그것은 어렵고 골치 아프다. 비까번쩍하지도 않고 알아주지도 않는다. 노력과 수고와 과정에 비해 그 결과물은 너무도 당연하다. 시간이 만든 아름다움은 인간의 손으로 흉내 내기엔 벅차다. 그러나 우리가 눈길을 주지 않고 있던 사이, 경주의 숲에서 이 무리하지만 찬란한 망치질을 묵묵히 해온 한 석공이 있다. 천 년의 시간을 메우기 위해 어렵고도 불가능한 일을 자처한 곰 같은 사내다. 그가 만지는 재료들은 기본이 천 년이다. 대를 이어 세계문화유산인 경주 남산, 신들의 정원을 복원하고 있는 윤만걸 명장과 그의 후계자 윤동천, 윤동훈. 이제까지 슬프고 어그러진 파편 덩이만을 과거라고, 문화재라고 알던 우리에게 그가 보여주는 남산의 감동은 먹먹하다. ...(중략)... 최이규는 1976년 부산 생으로 뉴욕에서 10여 년간 실무와 실험적 작업을 병행하며 저서 『시티오브뉴욕』을 펴냈고, 북미와 유럽의 공모전에서 수차례 우승했다. UNKNP.com의 공동 창업자로서 뉴욕시립미술관, 센트럴 파크, 소호 및 대구, 두바이, 올랜도, 런던, 위니펙 등에서 개인전 및 공동 전시를 가졌다. 현재 계명대학교 도시학부에 생태조경학전공 교수로 재직하며 울산 원도심 도시재생 총괄코디네이터로 일하고 있다. * 환경과조경 348호(2017년 4월호) 수록본 일부
  • [명사들의 정원 생활] 고산 윤선도, 늙은 어부 혹은 신선으로 살기
    한국 최고의 정원가 고산 윤선도는 역사상 최고의 시조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가 최고의 정원가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는 의외로 많지 않다. 그를 한국 최고의 정원가라고 할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 역사상 그만큼 많은 정원을 만든 이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전 생애에 걸쳐 머무는 곳마다 정원을 짓고 즐겼다. 현재 흔적이 남아 있는 곳만도 해남 삼승三勝이라 불리는 수정동ㆍ문소동ㆍ금쇄동, 해남 윤씨 종가 녹우당과 백련지, 보길도 부용동, 강진 덕정동의 추원당, 남양주 수석동의 해민료와 명월정 등 여러 곳이 있다. 유배지였던 함경도 경원과 삼수, 경북 기장과 영덕 등에도 그가 즐긴 정원 관련 지명이 있다. 둘째, 그가 만든 정원들은 한결같이 한국의 대표 정원으로 내세울 만한 걸작이다. 그의 정원은 대체로 바위와 물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자연 경승지에 있다. 고산은 자연 요소와 경치를 탁월한 안목으로 읽어내 과학적ㆍ생태적 지식과 기술은 물론 예술적 감각이 충만한 정원으로 만들었다. 셋째, 그는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정원을 이용하고 즐기는 데에도 탁월한 감각과 수준을 과시했다. 아름다운 산수간에 만든 정원에서 그는 시, 음악, 무용 등 다양한 예술 활동을 즐김으로써 정원이 단순히 휴식이나 완상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문화 예술을 생산하고 체험하는 장임을 실제로 보여준 셈이다. 대표 정원들 고산은 51세 때 보길도에서 처음으로 정원 생활을 시작했는데, 그 출발이 순전히 자기 뜻만은 아니었다. 병자호란으로 조선이 청나라에 굴욕적으로 항복하게 되자 부끄러워 하늘을 볼 수 없어 탐라에라도 가 은거하겠다고 결심한 고산이 도중에 잠시 들렀다가 아예 정착하기로 마음먹은 곳이 보길도였다. 이후 그가 죽기 전까지 오랜 기간에 걸쳐 완성해 나간 보길도 부용동芙蓉洞 정원의 면모는 후손 윤위가 쓴 『보길도지』에 상세히 묘사되어 있다. 탁월한 풍수 안목으로 섬 중앙 계곡부를 중심으로 혈처(낙서재), 안산(동천석실), 외수구(세연정) 등의 요지에 각기 다른 성격의 정원을 조성하고는 그곳들을 오가며 즐겼다. 요처에 최소한의 인위로 정원을 만들고 섬 전체를 자신의 왕국인양 즐긴 호방한 공간 사용 전략을 잘 구사했다. 하지만 불과 1년도 안 되어 2차 유배를 당하면서 보길도의 첫 정원 생활은 낙서재 등 극히 일부만 완성한 상태에서 중단되고 만다. ...(중략)... 성종상은 서울대학교에서 조경을 공부한 이래 줄곧 조경가의 길을 걷고있다. 연구소와 설계사무소에서 기획부터 설계, 감리에 이르는 실무를두루 익힌 후 지금은 서울대학교에서 조경을 가르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93 대전세계엑스포 조경계획 및 설계, 인사동길 재설계, 용산국립중앙박물관 조경설계, 신라호텔 전정 설계 및 감리, 선유도공원 계획및 설계, 용산공원 기본구상, 201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 마스터플랜, 천리포수목원 입구정원 설계 등이 있다. 최근에는 한국 풍토 속 장소와 풍경의 의미를 읽어내고 그것을 토대로 풍요롭고 건강한 삶을 위한조건으로서 조경 공간이 지닌 가능성과 효용을 실현하려 애쓰고 있다. *환경과조경348호(2017년 4월호)수록본 일부
  • [시네마 스케이프] 맨체스터 바이 더 씨 봄의 흙은 헐거워지고, 헐거워진 흙은 부풀어 오른다
    봄이다. 형형색색 꽃이 만개하는 계절. 『자전거여행』(문학동네, 2014)에서 김훈은 꽃이 피고 지는 것을 이렇게 묘사한다. “동백은 한 송이의 개별자로서 제각기 피어나고, 제각기 떨어진다. 동백은 떨어져 죽을 때 주접스런 꼴을 보이지 않는다. … 절정에서 문득 추락해버린다. … 매화는 잎이 없는 마른 가지로 꽃을 피운다. … 매화는 질 때, 꽃송이가 떨어지지 않고 꽃잎 한 개 한 개가 낱낱이 바람에 날려 산화한다. … 산수유는 어른거리는 꽃의 그림자로서 피어난다. … 그 그림자 같은 꽃은 다른 모든 꽃들이 피어나기 전에, 노을이 스러지듯이 문득 종적을 감춘다. … 목련은 등불을 켜듯이 피어난다. … 꽃이 질 때, 목련은 세상의 꽃 중에서 가장 남루하고 가장 참혹하다. … 목련 꽃은 냉큼 죽지 않고 한꺼번에 통째로 툭 떨어지지도 않는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채, 꽃잎조각들은 저마다의 생로병사를 끝까지 치러낸다.” 보고 나면 가슴 한편이 아린 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에서는 스쳐 지나가듯, 창문을 통해 마른 나뭇가지에 달린 꽃봉우리 비슷한 것이 보인다. 내내 차가운 바람과 눈발 날리는 바다 풍경만 보다가 그 단 한 장면에 이르면, ‘아!’ 하는 탄식이 나온다. 여기 보스턴에 사는 한 남자가 있다. 아파트 관리인으로 일하는 리 챈들러(케이시 애플렉 분)는 무표정하고 불친절한 태도로 매일 쓰레기를 정리하고 막힌 하수도를 뚫는다. 무기력해 보이기도 하고, 무언가 화를 참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평소와 다름없이 눈을 치우던 어느 날, 갑작스런 전화를 받고 ‘맨체스터 바이 더 씨’(놀랍게도 도시 이름이다)로 향한다. 형이 죽고 남겨진 조카의 후견인이 되어야 하는 상황, 그는 당황한다. 아직 고등학생인 조카, 그가 성인이 될 때까지 돌봐야 한다. “그 유명한 리 챈들러야?” 고향 사람들은 그를 보고 수군거린다. 불쑥 기억을 통해 그가 아내와 함께 세 아이를 키우던 행복한 순간들이 소환된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관객은 영화 중반까지 알 수 없다. 그저 그 남자의 공허한 눈빛과 처진 어깨를 바라볼 수밖에. ...(중략)... 서영애는 조경을 전공했고, 일하고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다. 상처가 그리 호락호락 치유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한편의 영화, ‘문라이트’. 어떤 선택지도 없는 벼랑에 선 아이가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희곡 ‘달빛 아래서 흑인 소년들은 파랗게 보인다’가 원작이다. 영화 초반부에 잠시 등장하지만 소년의 삶 전체를 지배하는 후안이라는 조연이 인상적이다. 영화의 주제이기도 한 그의 대사다. “네 삶을 다른 사람이 정하도록 두지 마라.” * 환경과조경 348호(2017년 4월호) 수록본 일부
  • [예술이 도시와 관계하는 열한 가지 방식] 세계의 기운이 이곳으로
    제주에서 일이 끝나고 하루 이틀간의 여행을 계획할 때, 한 지인은 내게 공동묘지를 산책해 보라고 권했다. 이에 옆에 있던 또 다른 지인은 몸서리를 치며 시체들이 있는 그런 곳에서 어떻게 산책을 하느냐 했다. 그러나 어찌 생각해보면 내가 일상에서 디디는 모든 곳이 몇 십만 년에 걸쳐 그런 시체들을 켜켜이 품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매일같이 지르밟고 거니는 이 땅에는 온갖 이야기와 살들이 부산스러운 우리 발에 잘 다져진 채로 묻혀 있다. 이 퇴적층은 일상을 사는 우리 눈에는 비치지 않을 정도로 희미하지만, 때때로 스며 올라와 낯선 내음을 풍기거나 삽 아래 적나라하게 파헤쳐진 채로 우리 앞에 드러난다. 지금도 건물을 짓기 위해 토목 공사를 하다보면 새로운 유적이 발견되는데, 이렇게 발견되는 것들 외에도 유형으로 드러나지 않은, 그렇다고 기록에 남지도 않은 채 묻힌 사람들의 이야기와 문화의 층위는 헤아릴 수조차 없을 것이다. 좋든 싫든 이 땅에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과거의 유물과 이야기들은 미래를 향하는 우리의 시선과 어떤 관계를 가질까? 그것은 새로운 것을 그리기에 이미 너무 더럽혀진 종잇장, 또는 상상조차 불허하는 숨 막히는 박제에 불과한 것일까? 실용적 관점에 입각한 것이든 미적 관심 또는 이념적 관점에 입각한 것이든, 이상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 우리가 하는 모든 계획의 목표이거나 또는 부수적인 작용인 바. 퇴적층을 깨끗하게 쓸어내고 새하얀 도화지 위에 그림을 그린다면 우리의 상상력을 장애물없이 펼칠 수 있을까? 그런데 도시에서, 특히 예부터 수많은 사람들의 역사가 축적됐고 지금도 사람들이 살고 있는 그런 곳에서, 시공간적, 사회경제적 맥락으로부터의 무중력 상태가 과연 가능하긴 한 것일까? ...(중략)... 진나래는 미술과 사회학의 겉을 핥으며 다방면에 관심을 갖고 게으르게 활동하고 있다. 진실과 허구, 기억과 상상, 존재와 (비)존재 사이를 흐리고 편집과 쓰기를 통해 실재와 허상 사이 ‘이야기-네트워크-존재’를 형성하는 일을 하고자 하며, 사회와 예술, 도시와 판타지 등에 관심이 있다. 최근에는 기술의 변화가 만들어내는 지점에 매료되어 엿보기를 하고 있다. 2012년 ‘일시 합의 기업 ETC(Enterprise of Temporary Consensus)’를 공동 설립해 활동했으며, 2015년 ‘잠복자들’로 인천 동구의 공폐가 밀집 지역을 조사한 바 있다. www.jinnarae.com * 환경과조경 348호(2017년 4월호) 수록본 일부
    • 진나래[email protected] / ‘일시 합의 기업 ETC’, ‘잠복자들’ 공동대표
  • 크로싱 패럴렐(스) '경계: DMZ 지하 대중목욕탕’ 아이디어 공모 1등작
    지난 2016년 11월 20일부터 2017년 2월 17일까지, 아키아웃라우드arch out loud(이하 AO)는 ‘경계: DMZ 지하 대중목욕탕Borders: DMZ Underground Bath House’ 아이디어 공모전을 열었다. 대상지는 북한과 남한을 가르는 비무장 지대DMZ 한가운데로, 제3땅굴 서쪽에 위치해 개성공단과도 멀지 않은 곳이다. AO는 “DMZ의 지정학적 맥락에 응답할 수 있는 지하 대중목욕탕을 창조하는 것이 과제”라고 밝혔다. 또한 디자인을 통해 군사적 충돌과 레저 활동 사이의 관계, 대중목욕탕이 사회적 상호 관계에 미치는 영향, 건축이 대지를 물리적으로 점유하는 방식, DMZ의 정치적 문제에 대한 건축적 형태·공간의 역할을 탐색할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지난 3월 14일 공모 결과가 발표됐다. 심사에는 스탠 알랜Stan Allen(Stan Allen Architects), 마티아스델 캄포Matias del Campo(SPAN Architects), 문훈 소장(문훈발전소), 서예례 교수(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조민석 대표(매스스터디스)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 11명이 참여했다. 1등 의 영예는 전진현, 송민경, 그리고 지강일의 ‘크로싱 패럴렐(스)Crossing Parallel(s)’가 안았다. 2등에는 시아오 왕Xiao Wang과 위티안 왕Yutian Wang의 ‘크로스Cross’, 김연문과 이충효의 ‘프라이머티브 필드Primitive Field’, 북필리픽Vuk Filipic과 안나 무라인카Anna Murynka의 ‘디스로프티 스카이This Lofty Sky’, 스펙터클Spectacle의 ‘워터월Water Whirl’, 저 펑Zhe Peng의 ‘하이파터누스 테르메Hypotenuse Thermae’ 등 다섯 팀의 작품이 선정되었다. 이외에도 가작 열 점과 디렉터스 초이스 한 점이 뽑혔다. 본지는 1등 수상팀의 작품 소개 글을 수록한다. _ 편집자 주 작업 방향 우리는 건축, 도시, 조경 분야의 전문가로 4년여에 걸쳐 ‘세종대로 역사문화공간 설계공모(2015, 공동 작업, 1등)’, ‘서울 어반 디자인 공모(2013, 1등 없는 2등)’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함께했다. 짧지 않은 시간동안 함께 작업한 결과물을 살펴보면 이 모두를 관통하는 일련의 흐름을 발견할 수 있다. ‘경계: DMZ 지하 대중목욕탕’ 역시 그 흐름의 연속선상에 있다. 우리는 대상지의 장소적 특징을 관찰하고, 이로부터 발견한 고유한 상황과 질서를 개념적으로 재조직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었다. 이후 재조직한 상황과 질서를 물리적 형태로 변환하는 과정을 통해 공간을 구성했다. 프로젝트에서 요구한 프로그램은 구성된 공간의 특징에 맞추어 배치했다. 크로싱 패럴렐(스)도 위와 같은 작업 방향을 따랐다. 그러나 인간이 만든 사물이나 건물이 없는 DMZ에서는 도시에서 발견할 수 있는 영역화된 장소의 특징이나 질서를 관찰하기 어려웠다. 대신 남한과 북한 사이에서 반복되는 긴장‑화해 관계가 DMZ라는 거대한 물리적 환경을 유지해온 힘 또는 질서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러한 양가적 감정의 교류를 공간적으로 드러내는 이중 나선 구조를 기반으로 공간을 구성했다. 관객과 배우라는 상반된 역할을 통해 만들어지는 연극이라는 형식을 프로젝트의 서사적 기반으로 설정한 후 생각을 발전시켜 나갔다. ...(중략)... *환경과조경348호(2017년 4월호)수록본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