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관리
폴더명
스크랩
  • [광장의 재발견] 광장, 군중, 이벤트
    벌써 수년째 교육 현장에서 도시설계와 조경 전공 학생을 가르치고 있지만, 여전히 인접 분야의 생소한 학문을 접하게 되면 곤혹스럽다. 최근 만난 ‘군중관리학crowd management science’이나 ‘이벤트학event studies’도 그랬다. 여기서 생소함은 해당 분야에 대한 무지와 낯섦 때문이지만, 뒤따라오는 곤혹감의 원인은 좀 더 복잡하다. 군중과 공간 속 이벤트의 속성을 이해할 때 좋은 디자인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떠올리며 갖게 되는 교육자로서의 죄책감과 황망함이랄까. 최근 전 세계 도시의 광장에서 군중의 경험과 대규모 이벤트를 관리하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우리 가까이에서는 수십만의 집회 참가자가 광화문광장에 주말마다 모이고 있다. “지도부 없는 시민 항쟁”이자 “광화문 세대의 탄생”을 촉발했다고 일컬어지는 이 집회는 광장이라는 도시 공간을 재발견할 소중한 기회를 마련해주었다. 대의민주주의와 이미지 정치의 틀 속에 함몰되지 않고, 불합리한 문제에 의문을 제기하고 평화로운 저항을 할 수 있는 장소로 시민들이 직접 광화문광장을 선택한 것이다. 수천 개의 단체와 복수의 주최측이 느슨하게 연합하여 이벤트가 일어나므로 아직 효과적인 군중 관리랄 것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모였는지 파악하기 위해 스마트폰 무선 신호 수집부터 입자물리 소프트웨어를 응용한 촛불 세기 프로그램까지 등장하고 있다. 앞으로 이해관계가 다른 집단의 충돌 가능성이나 건강한 시민 의식에 바탕을 둔 도시 축제로의 승화까지 고려한다면, 군중관리학에 기반을 둔 정교한 광장 디자인과 이벤트 계획은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중략)... 김세훈은 1978년생으로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한 후 하버드 대학교 GSD에서 도시계획학 석사와 박사 학위(DDes)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도시설계 이론을 가르치고 스튜디오 수업을 하고 있다. 저서로 『신흥도시 개발 모델』, 『도시형태변화분석방법론노트』, 『도시와 물길(A City and Its Stream)』 등이 있으며, 한국, 중국, 동남아시아의 도시 연구와 설계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 환경과조경 347호(2017년 3월호) 수록본 일부
  • [광장의 재발견] ‘광장의 재발견’에 단 편집자 주
    이번 특집은 결이 다른 두 가지 섹션으로 구분된다. 특집의 후반부에 수록된 이 글과 ‘편집부가 추천하는 광장 10선’은 광장에 대한 이해를 돕는 참고 문헌과 구체적인 사례에 집중했다. 본지가 공동 주최하는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의 올해 주제가 이번 특집과 이름이 같은 ‘광장의 재발견’임을 염두에 둔 기획이다. 참고 문헌에서 특정 문장을 골라내면서 객관성을 담보하려는 시도는 구태여 하지 않았다. 어차피 광장에 대한 기대와 요구는 저마다 다를 수밖에 없으니까. 대신 최대한 많은 수의 열쇳말을 끄집어내기 위해 책장을 펼치고 또 펼쳤다. 이 글의 뼈대이자 전부인 참고 문헌들은 다음과 같다. 본문에서는 지은이와 글의 제목만을 표기했다. • 김백영, “4·19와 5·16의 공간사회학: 1950~60년대 서울의 도시공간과 광장정치”, 『서강인문논총』 38, 서강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2013. • 김백영, “식민권력과 광장 공간”, 『사회와 역사』 제90집, 한국사회사학회, 2011. • 김연금, “광화문광장의 북한산, 도시 풍경 공식의 상수 ‘산’”, 『우연한 풍경은 없다』, 나무도시, 2011. • 김영민, “맥락 무시하기”, 『스튜디오 201, 다르게 디자인하기』, 도서출판 한숲, 2016. • 김영민, “저항하기”, 『스튜디오 201, 다르게 디자인하기』, 도서출판 한숲, 2016. • 김진애, “‘광장’이 된 ‘거리’ - 광화문 네거리와 시청 앞 광장”, 『우리도시 예찬』, 안그라픽스, 2003. • 박명권, “조경 설계를 바라보는 네 가지 시선”, 『조경관』, 나무도시, 2013. • 배정한, “경관의 재발견”, 『현대 조경설계의 이론과 쟁점』, 도서출판 조경, 2004. • 배정한,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 건축·도시·조경의 하이브리드”, 『현대 조경설계의 이론과 쟁점』, 도서출판 조경, 2004. • 서현, “도시가 목격한 빨강”, 『빨간 도시 - 건축으로 목격한 대한민국』, 효형출판, 2014. • 안명준, “소란한 오해, ‘조경의 시대’ - 광화문광장 아이디어 현상공모 + 설계·시공 일괄입찰”, 『봄, 디자인 경쟁시대의 조경』, 도서출판 조경, 2008. • 안진희·배정한, “광장에 대한 공론의 생성과 공간적 반영 - 여의도공원, 서울광 장, 광화문광장을 대상으로”, 『한국도시설계학회지』 17(6), 2016. • 양상현, “길에서 광장까지, 도시를 걷다”, 『거꾸로 읽는 도시, 뒤집어 보는 건축』, 동녘, 2005. • 이경훈, “광장, 공화를 실현하는 도시의 건축”, 『못된 건축』, 푸른숲, 2014. • 이경훈, “광화문‘광장’은 왜 어색할까?”, 『서울은 도시가 아니다』, 푸른숲, 2011. • 이유주현, “공원과 광장을 둘러싼 공간 정치”, 『공원을 읽다』, 나무도시, 2010. • 이유주현, “녹색 공원은 평등한가”, 『봄, 조경 사회 디자인』, 도서출판 조경, 2006. • 이일훈, “새로운 지형을 꿈꾸는 단서, 그 간절함에 대하여”,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사문난적, 2011. • 이춘석, “EnergyScape: 도시에서 열 받을 일 없기를 바라며”, 『조경관』, 나무도시, 2013. • 임석재, “골목 속 놀이터를 살리자 - 광장”, 『건축, 우리의 자화상』, 인물과사상사, 2005. • 조한, “닫힌 광장에 서서 열린 광장을 꿈꾸다 - 광화문광장”, 『서울, 공간의 기억 기억의 공간』, 돌베개, 2013. • 진양교, “광장과 가로”, 『건축의 바깥 - 조경이 만드는 외부공간 이야기』, 도서출판 조경, 2013. • 홍형순, “모든 길은 광장으로 통한다”, 『텍스트로 만나는 조경』, 도서출판 조경, 2007. • 황두진, “2002년 6월, 그리고 다시 읽는 최인훈의 ‘광장’”, 『건축』 46(12), 대한건축 학회, 2002....(중략)... * 환경과조경 347호(2017년 3월호) 수록본 일부
  • [광장의 재발견] 편집부가 추천하는 광장 10선
    편집부는 ‘광장의 재발견’을 고민하는 독자들을 위해 열 개의 광장을 소개한다. 선정 과정은 다음과 같았다. 편집실의 광장과 다름없는 긴 회의 테이블 위에 지난 10년간, 즉 2007년부터 2016년까지 『환경과조경』에 수록된 완공된 광장 작품의 소개 지면을 늘어놓고, 편집장부터 인턴 기자까지 모두 모여 모두들 열 개의 광장을 뽑아보았다. 각자의 후보 추천 이유를 발표하며 열띤 토론을 벌이길 몇 차례, 그리고 투표와 재투표, 패자부활전을 거쳐 최종적으로 열 개의 광장을 선정했다. 광장의 선택 이유는 디자인이 아름다워서이기도 했고, 사진으로 보았을 때는 느낄 수 없었지만 직접 방문해 보니 잘 사용되고 있더라도 있었으며, 가보진 못했지만 SNS를 통해 이용자의 반응을 확인해보니 다양한 이벤트가 벌어지며 주민들의 일상에 녹아 있더라 등 다양했다. 세계의 광장은 영어의 플라자plaza를 비롯해 영국의 스퀘어square, 프랑스의 플라스place, 네덜란드의 플레인plein, 이탈리아의 피아차piazza, 독일의 플라츠platz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각기 불리는 이름은 달라도 우리에게 ‘광장廣場’으로 번역되는 이 공공 공간은 공통된 경향을 보여주기도 한다. ‘잡지에 수록된’이란 제한된 조건 안에서 살펴 본 광장들이지만, 최근 리노베이션 된 광장들은 대체로 보행광장으로 변모하고 있어 자동차의 흐름보다는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의 흐름을 중시하는 도시계획과 설계의 추세를 읽을 수 있었다. 또한 대부분의 광장이 기본적으로 기후 조절 장치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도심에 남은 오픈스페이스가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물리적 기반 시설로서 광장의 역할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다. 어떤 광장은 공원을 포함하기도 하고, 공원 속에 광장이 존재하기도 하면서 광장과 공원, 혹은 정원의 경계를 넘나든다. 광장을 둘러싼 도시와 건축의 역사, 원형적 지형을 재해석한 여러 사례는 다채로운 광장 디자인의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추천작 가운데는, 광장의 디자인을 두고 시민과 전문가 사이의 논란이 사회 문제화 되어 수차례 디자인이 변경된 사례도 있다. 이러한 소위 문제적 광장들은 사회적 공간으로서 광장 디자인이 어떠해야 하는지 고민을 던져주기도 한다. 여기서 소개하는 광장의 특징을 하나로 특정하기 어려웠다. 그만큼 하나의 광장이 가진 면모와 기능이 다양하다. 선정 이유는 지극히 주관적이지만 이 역시 도시와 역사의 맥락에 따라 다양한 형태와 기능을 담을 수 있는 광장에 대한 여러 시선이 존재함을 방증하는 것이다. 광장의 수록 순서는 공평하게 가나다순이다. * 환경과조경 347호(2017년 3월호) 수록본 일부
  • [광장의 재발견] SNS 속 광장
    디자이너의 설계 전략은 여전히 유효할까? 디자이너들은 자신의 디자인을 통해 광장이 일상과 비일상을 아우르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담아내는 ‘지역의 활력소’로 거듭날 것이라 자신한다. 『환경과조경』이 소개한 세계 곳곳의 광장은 디자이너의 야심대로 시민들에게 이용되고 있을까? 인스타그램Instagram과 트위터Twitter 등 SNS와 구글Google을 통해 이용자 반응을 살폈다. 라드하위스플레인 동물원, 극장 등 매력적인 건물에 둘러싸여 있어 어쩌면 건물의 진입부 정도로 쓰이지 않을까 의심도 했지만 시민들은 이 광장에서 꽤나 만족스러운 일상을 보내고 있는 듯하다. 남녀노소할 것 없이 수공간에서 발을 적시는 사진이 많다. 스케이트 파크에서의 역동적인 장면이나 독특한 조명이 도드라지는 밤 풍경도 많다. 가끔 개최되는 페스티벌, 퍼블릭마켓의 현장감이 생생히 느껴지는 사진에서는 광장이 사회적 기능 또한 톡톡히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도시의 여가 생활에 중요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한 광장. 오죽하면 구글 트렌드 라드하위스플레인 관련 검색어에 ‘일요일’이 있을까. ...(중략)... * 환경과조경 347호(2017년 3월호) 수록본 일부
  • 클리블랜드 광장 Cleveland Public Square
    대상지는 클리블랜드Cleveland 시의 유서 깊은 중심지에 위치한 오픈스페이스다. 광장은 역사적 건축물인 올드 스톤 교회Old Stone Church, 저축 조합 협회Association Society for Savings building와 높이가 235m에 달하는 터미널 타워Terminal Tower를 비롯해 일련의 건물로 둘러싸여 있다. 또한 세계대전에 참전한 군인을 기리는 기념탑과 부차적인 기념물, 동상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탁월한 입지의 대규모 오픈스페이스인 만큼 광장은 오하이오의 주요한 시민 공간이 되어야 했다. 클리블랜드 광장의 최우선 과제는 활용성과 사회성을 향상시켜 광장을 클리블랜드 시의 다운타운, 이스트사이드, 웨스트사이드 등과 연결하는 것이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47호(2017년 3월호) 수록본 일부 Project Lead, Landscape Architecture, Urban Design, Master Planning JCFO(James Corner Field Operations) Civil, Structural, MEP Engineering OSBORN engineering Architecture nArchitects Water Feature Consultant Fluidity Design Consultants Irrigation Consultants FRS Design Group Soil Consultant Sustainable Environmental Consultants Traffic Engineering Nelson / Nygaard General Contractor Donley's Construction Client Group Plan Commission and LANDStudio Location Cleveland, Ohio, USA Size 6ac Year 2009 ~ 2016 Completion 2016. 5. Photographs Bob Perkoski, James Corner Field Operations, Multivista for Donley's Construction, Roger Mastroianni, Sahar Coston Hardy JCFO(James Corner Field Operations)는 뉴욕에 기반을 둔 도시설계와 조경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디자인 오피스다. 대규모 도시설계 프로젝트나 포스트 인더스트리얼 사이트부터 작지만 섬세한 디테일을 요구하는 디자인까지 다양한 규모의 작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주요 작품으로 뉴욕 시의 하이라인과 프레시 킬스, 라스베이거스의 시티 센터, 중국 칭하이 지역의 도시설계 마스터플랜, 시애틀 워터프런트의 마스터플랜, 필라델피아의 레이스 스트리트 피어, 산타 모니카의 통바 파크, 런던의 퀸 엘리자베스 올림픽 파크, 홍콩의 침사추이 워터프런트 등이 있다. 모든 설계 실천에 있어서 사람과 자연의 생태를 연구하고, 생기 넘치고 역동적인 공공 영역 디자인을 구현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 JCFO / JCFO
  • 슈체친 국립박물관 다이얼로그 센터 프셰로미 National Museum in Szczecin – Dialogue Centre Przełomy
    슈체친Szczecin시는 폴란드에서 자행된 역사적 폭력의 희생양 중 하나다. 이 도시는 1945년까지 독일에 속해 있었지만 하루아침에 폴란드에 편입됐다. 급작스러운 인구 이동이 일어나며 사회 구조가 파괴됐고 도시 정체성도 타격을 받았다. 전쟁 이전 솔리다르노시치Solidarności광장은 공 동 주택지에 위치한 슈체친의 자유 발언대였으며, 광장 북쪽은 콘제르트하우스Konzerthaus에 둘러싸여 있었다. 하지만 연합군의 폭격으로 광장과 인근 지역이 완전히 파괴되었고, 그 위를 횡단하는 차로가 생기며 도시에서 완전히 잘려나가게 되었다. 이후 이곳은 1970년대 노동자 시위의 무대가 되었다. 시위는 무자비하게 진압되었으며, 16명의 시위자가 사살되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광장은 자유를 향한 투쟁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중략)... * 환경과조경 347호(2017년 3월호) 수록본 일부 Design KWK Promes Collaboration Aleksandra Stolecka, Piotr Tokarski, Adam Radzimski, Joanna Biedna, Magdalena Adamczak General Contractor Skanska Investor National Museum in Szczecin Location Szczecin, Poland Size Site: 9,577m2 Gross Covered Area: 1,628m2 Usable Floor Area: 2,117m2 Exhibition Surface: 960m2 Volume: 15,845m3 Competition 2009 Project 2010 ~ 2011 Construction 2012. 1. ~ 2016. 2. Photographs Aneta Pop³awska-Suoe, Daniel ródlewski, Jakub Certowicz, Jaroslaw Syrek, Juliusz Sokolowski, KWK Promes, Magdalena Kotelon, Piotr Rakowski KWK 프로메스(KWK Promes)는 1999년 로베르트 코니에치니(Robert Konieczny)가 설립한 건축설계사무소다. 아트리얼 하우스, 코모다 하우스, 브로큰 하우스, 세이프 하우스, 히든 하우스 등 코니에치니의 작품은 미스 반 데어 로에 재단에서 선정하는 유럽 건축상에 열 번이나 후보로 오른 바 있다. 그중 아트리얼 하우스는 2006년 월드 아키텍처 뉴스(World Architecture News)가 조직한 공모전에서 베스트 주택 프로젝트 부문의 수상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2007년 KWK 프로메스는 『월페이퍼(Wallpaper)』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건축설계사무소 101곳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으며, 2008년에는 시카고의 뮤지엄 건축 국제 심사위원단이 아트리얼 하우스와 히든 하우스를 세계 베스트 주택으로 지정했다. 이외에도 대표작으로, 오토 패밀리 하우스, 카토비체의 리빙가든 하우스, 코니에치니의 방주 등이 있다.
    • KWK Promes / KWK Promes
  • [이미지 스케이프] 계절은 반복된다
    3월, 새 학기가 시작되는 달입니다. 학교에서 생활하다 보면 새해의 시작이 언제인지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1월 1일은 당연히 새해 첫날이고, 음력 설날에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인사를 나누기도 합니다. 한 해에 시작이 두 번이라 새해 결심하기 더 좋다는 분들도 있더군요. 작심삼일이 한참 지난 뒤에 음력설이 돌아오니까 뭐 그리 틀린 말도 아닙니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3월이 또 다른 시작입니다. 겨울방학 동안 한참 못 보던 학생들이 새 학년을 맞아 학교로 돌아옵니다. 게다가 고등학생 티를 벗지 못한 신입생들을 보면 또 다른 의미에서, 어쩌면 선생 입장에서는 더 절실하게 새해의 시작이라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행정적으로도 3월부터 새로운 ‘학년도’가 시작됩니다. 그래서 3월이 학교에서는 새해의 시작입니다. 계절도 마찬가지입니다. 봄의 출발이라 할 3월이 진정한 새해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왜 하필 봄이 아니라 한창 추운 겨울의 한가운데에서 새해가 시작된다고 정했을까. 자연스럽게 모든 생명이 싹트기 시작하는 봄부터 새해가 시작되는 게 더 자연스럽지 않았을까. 계절을 이야기할 때도 봄, 여름, 가을, 겨울. 이렇게 말하기 훨씬 편할 텐데. 첫눈도 마찬가지인데, 1월 1일에 눈이 온다고 첫눈이라고 하진 않잖아요. 같은 생각을 했던 사람들이 또 있었던 모양입니다. 춘분을 새해의 기점으로 삼는 문화권도 있었다고 하니까요. 한 겨울에 시작하는 이유를 굳이 찾자면, 낮의 길이가 길어지기 시작하는 날을 기준으로 했을 것 같습니다. 낮 길이가 가장 짧은 동지가 양력 12월 22일 근처니까 그때부터 새해가 시작되는 것으로 볼 수 있겠죠. 그래도 1월 1일을 새해 첫날로 삼은 게 천문학적으로 딱 맞는 것도 아닙니다. 열흘쯤 차이가 있으니까요. 세상에는 별 이유 없이 정해진 원칙이 꽤 많으니 이 정도로 넘어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중략)... 주신하는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거쳐, 동 대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토문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 가원조경기술사사무소, 도시건축 소도 등에서 조경과 도시계획 분야의 실무를 담당한 바 있으며, 신구대학 환경조경과 초빙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여자대학교 원예생명조경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로 조경 계획 및 경관 계획 분야에 학문적 관심을 가지고 있다. * 환경과조경 347호(2017년 3월호) 수록본 일부
  • [그들이 설계하는 법] 도주
    도주의 출발점으로 한 잔의 커피를 지목한 것은 안데스 산맥의 아라비카종 커피나무Coffea Arabica 와 어떠한 연관이 있는가 자유로를 달린다. 커피에서 무오년戊午年 동짓날 마셨던 사약死藥 냄새가 날 때면 일을 멈춰야 한다. 임계점에 다다른 일상의 압력이 만들어낸 무중력의 기억 저편에서 더께 두꺼운 편린을 붙잡고 호명되지 않은 들풀 지천의 벌판을 헤적이는 것 외에 다른 방편은 없다. 1990년 1월 1일자 「한겨레」 신문 21면에 새해 특집으로 초록색 바탕에 ‘비무장지대를 녹색평화마당으로’라는 흰색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복학하고 대학 사학년에 올라가던 겨울, 신문을 보면서 이걸로 졸업 설계를 하면 어떨까 생각하고 대상지로 발표했을 때 담당 교수님은 무척 난감해 하시며 다시 잡는 게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랬다. 천지 분간을 못하던 시절이었다. 2000년 ‘조경공방나무’ 누리집을 만들고 작업했던 ‘열린 프로젝트(www.ateliernamoo.xyz/openprojects/intro.htm)’에서 난지도와 함께 비무장지대를 하겠다고 호언했지만 난지도만 팔 개월 정도 진행하고 끝을 냈었다. 2002년에서 2003년 사이 청계천을 두고 열린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마무리에 대한 결론도 없이 잘려 나간 고가처럼 예리한 단면을 드러내며 멈췄다. 한계에 대한 인식과 결말조차 열어버린 상태이기 때문에 특별한 아쉬움은 없지만, 그렇게 마음의 심연으로 가라앉은 설계 기제機制는 푸른곰팡이가 피어 의식 속에서 멀어져 갔고 일상에 묻혀버렸다. 그 사이에 한강, 금강, 영산강, 낙동강이 도륙屠戮되는 것을 목도해야 했고, 2011년 그 몹쓸 정권이 ‘비무장지대 개발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는 풍문이 역병처럼 돌았다. 덜덜거리는 자동차에 시동을 거니 주파수가 맞지 않는 라디오에서 라디오머리 톰이 물었다. ‘당신, 유령 말을 탄 채, 누구의 군대인가?’ 이수학은 2003년부터 아뜰리에나무를 꾸리고 있다. www.ateliernamoo.xyz * 환경과조경 347호(2017년 3월호) 수록본 일부
  • [가까이 보기, 다시 읽기] 까다로운 부지와 조금 '다른' 재료
    멋들어진 고가 철교 아래로 녹음이 우거진 수변 목재 데크 산책로boardwalk가 보인다. 지난 호에 소개한 피어 C 파크Pier C Park의 사례에서도 등장했던 수변 목재 데크 산책로는 수변 공원에서 일반적으로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바닥면은 목재 데크로 마감했고, 단정한 수형의 교목이 드리우는 그늘 아래 앉아서 쉬어갈 수 있는 나무 벤치가 더해져 물과 나무와 녹음이 어우러진 친근한 공간을 마련했다. 사진으로 읽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목재 데크 산책로는 약간의 경사로 오르막을 형성하는 한편, 멀어질수록 그 폭이 좁아져 원근감을 극대화하고 있다. 짐작하건데 오르막의 끝에는 활짝 열린 강 건너의 조망이 펼쳐지리라. 목재 데크의 패턴은 소실점을 따라 종방향 또는 횡방향으로 진행되지 않고 비스듬한 사선으로 처리되어 산책로의 방향성에 색다른 결을 더하고 있다. 사실 앞의 사진에서 보이는 목재 데크는 천연 재료가 아니다. 인공적으로 실제 목재와 흡사하게 만든 제품이다. 이는 재생 목재의 분말과 재생 플라스틱을 혼합해 만든 인공 목재 데크로 별도의 벌목을 하지 않고 재생 재료만으로 만들어진 환경 친화적인 재료다. 잘 만들어진 인공 목재의 경우, 그 색상과 무늬가 천연 목재의 널과 간단히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유사하고, 천연 목재와 같이 널마다 미묘하고 자연스러운 색상의 차이가 있다. 인공 목재 데크는 천연 목재보다 강도가 강해 쉽게 파손되거나 휘어지지 않고, 때가 타거나 벌레 먹지 않아 유지 관리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천연 목재와 마찬가지로 외부 온도에 따른 재료의 온도 변화가 크지 않아, 덥거나 추운 환경에서도 재료가 인체에 닿았을 때 친밀한 느낌을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연 목재가 주는 특유의 촉감과 질감을 인공물로 100% 재현하기란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사례의 장소에서도 안전 난간의 손잡이와 벤치의 상판과 같이 인체와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부위의 재료는 천연 목재를 사용했다. 바닥면의 인공 목재 데크는 이들 천연 목재의 색상과 근사한 제품을 선택하여 시각적으로 공간의 통일성을 추구한 것이다. ...(중략)... 안동혁은 뉴욕에 위치한 제임스 코너 필드 오퍼레이션스(James Corner Field Operations)에서 활동하고 있는 펜실베이니아 주 등록 미국 공인 조경가(RLA)다.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조경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현재 회사에 8년째 근무하면서 Philadelphia Race Street Pier, 부산시민공원, London Queen Elizabeth Olympic Park, Hong Kong Tsim Sha Tsui Waterfront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고 있다. * 환경과조경 347호(2017년 3월호) 수록본 일부
  • [다른 생각, 새로운 공간] 전유성 코미디시장 CEO 코미디의 메카, 청도
    잠깐 개인적인 회상을 언급하자면, 캐나다 유학 초기에 그곳 친구들로부터 흔히 들었던 말이 “너 너무 진지해 보여!You look so serious. Relax!”였다. 물론 사람에 따라 편차가 크겠지만, 돌이켜보면 비단 나 자신뿐만이 아니라 한국 유학생이나 교민들의 인상은 유럽이나 남미 출신들에 비해 대체로 긴장돼 있었다. 나는 그런 인상이 한국 사회의 정치 사회적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전쟁의 여운이 남긴 오랜 대결 구도 속에서 우리 편이 아니면 적으로 몰아붙이는 상황, 0.1점 차로 갈리는 승자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분위기에서 눈치 보며 살다보니 상대적으로 우리 얼굴에는 여유의 자연스런 주름이 새겨질 틈이 없지 않았나 하는 추측이다. ‘전투적’이라는 말이 칭송받는 사회가 대한민국이다. 피부도 보톡스 해서 전투적으로 빵빵해야 한다. 그래서인지 도시와 공간에 대한 계획도 어딘지 모르게 아래아 한글로 작성된 공문서의 표 마냥 줄과 열을 맞춰 착착 번호 매겨진 어색한 느낌이다. 부자연스럽고 억지스럽고 이식된 듯한 면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런 맥락에서 청도에서 전유성이 해오고 있는 활동은 도시재생, 농촌 재생의 희한한 대안적 옆길 같은 깨달음을 주었다. 지금 30~40대는 예전 인사동의 명물 찻집 겸 주점, ‘학교종이 땡땡땡(이하 학교종)’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 시절 교실을 옮겨 놓은 듯한 특이한 공간. 거리를 걷는 여느 연인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전유성은 그저 코미디만 하는 코미디언이 아니라는 인상을 깊이 심어주었다. 짝궁과 금 그어놓고 함께 쓰던 진초록의 2인용 책상과 삐걱거리는 코딱지만 한 나무 걸상에 앉아 추억과 차를 곁들이는 곳, 당시에 한번은 꼭 가봐야 할 데이트 코스였다. 떠드는 사람이 적혀 있는 칠판 위에 걸린 교훈은 ‘공부해서 남 주자’였고, 급훈은 ‘음주운전하면 진짜 학교 간다’였다. 개그맨 지망생들의 공연도 있었고 전유성이 직접 마술쇼를 보이기도 했다. ...(중략)... 최이규는 1976년 부산 생으로 뉴욕에서 10여 년간 실무와 실험적 작업을 병행하며 저서 『시티오브뉴욕』을 펴냈고, 북미와 유럽의 공모전에서 수차례 우승했다. UNKNP.com의 공동 창업자로서 뉴욕시립미술관, 센트럴 파크, 소호 및 대구, 두바이, 올랜도, 런던, 위니펙 등에서 개인전 및 공동 전시를 가졌다. 현재 계명대학교 도시학부에 생태조경학전공 교수로 재직하며 울산 원도심 도시재생 총괄코디네이터로 일하고 있다. * 환경과조경 347호(2017년 3월호) 수록본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