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까이 보기, 다시 읽기] 콘크리트의 가능성 3 - 자유 형태
사진의 벽면은 자유 형태freeform 모듈로 구성되어있다. 비정형 모듈은 꽃잎이 벌어지는 듯한 형태를 추상적으로 표현했다. 굴곡져 움푹 들어간 평면의 한가운데 나 있는 둥근 구멍을 통해 식물이 자라고 있다. 구멍의 모서리는 둥글게 안으로 말려 들어갔으며, 위아래로 굴곡진 모듈의 리듬에 따라 구멍도 번갈아가며 위아래로 자리하고 있다. 아래쪽으로 난 구멍의 중심을 따라 모듈의 이음매를 배치하여, 모듈끼리 서로 만나면서 물결치는 패턴이 반복되도록 계획했다. 벽면을 구성하는 모듈은 아이보리 색의 프리캐스트 콘크리트로 성형된 매끈한 형태다. 별도의 골재를 섞지 않은 밝은 색상으로 벽면의 조형이 최대한 두드러지도록 의도했다. ...(중략)...
안동혁은 뉴욕에 위치한 제임스 코너 필드 오퍼레이션스(James Corner Field Operations)에서 활동하고 있는 펜실베이니아 주 등록 미국 공인 조경가(RLA)다.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조경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현재 회사에 8년째 근무하면서 Philadelphia Race Street Pier, 부산시민공원, London Queen Elizabeth Olympic Park, Hong Kong Tsim Sha Tsui Waterfront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고 있다.
* 환경과조경 357호(2018년 1월호) 수록본 일부
-
[다른 생각, 새로운 공간] 김동균 양림동 펭귄마을 촌장
즐거운 남극
광주천변 서쪽에서 무등산을 바라보며 충장로, 금남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대인시장, 양동시장 등 시내가 지척인 동네가 광주 양림동이다. 일찍이 서양 선교사들이 정착해서 세운 교회가 많아 기독교 도시로 불리기도 하는 이곳에 장난꾸러기 소년 같은 마을이 나타났다. 이름하여 펭귄마을. 폐품이 작품이 되는 정크 아트 골목으로 유명해진 곳이다. 재미와 편안함을 키워드 삼아 연간 20만 명이 다녀가는 명소가 됐다.
펭귄들의 대표, 얼굴에 장난기가 그득한 양림동 스타, 김동균 촌장을 만났다. 한때 사업가로 살았던 예술가의 어쩔 수 없는 창작 본능으로 수많은 작품을 직접 만들어 설치한 아티스트이자, 벽면이라는 캔버스를 이용해 마을을 미술관으로 만들어가는 큐레이터이기도 하고, 매일 아침 길을 쓰는 청소부에, 길에서 자라는 온갖 화초를 돌보는 거리 정원사이기도 하다. 빈집이 늘어나면서 주민들이 두고 떠난 물건 중 필요 없는 물건은 없었다. 무엇이든 손에 잡히면 그럴듯한 예술품으로 바꿨다. 펭귄마을은 “내 멋이 기준!”임을 말하는 아마추어리즘의 승리이자 김동균 촌장의 인생 샷이다. ...(중략)...
최이규는 1976년 부산 생으로 뉴욕에서 10여 년간 실무와 실험적 작업을 병행하며 저서 『시티오브뉴욕』을 펴냈고, 북미와 유럽의 공모전에서 수차례 우승했다. UNKNP.com의 공동 창업자로서 뉴욕시립미술관, 센트럴 파크, 소호 및 대구, 두바이, 올랜도, 런던, 위니펙 등에서 개인전 및 공동 전시를 가졌다. 현재 계명대학교 도시학부에 생태조경학전공 교수로 재직하며 울산 원도심 도시재생 총괄코디네이터로 일하고 있다.
* 환경과조경 357호(2018년 1월호) 수록본 일부
-
[정원 탐독] 풍경을 발견하고 지키다
풍경화의 반란
영국 내셔널 갤러리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1452~1519)의 그림 ‘암굴의 성모’와 ‘모나리자’가 있다. 천재 화가 다빈치는 15세기 르네상스를 상징하는 대표적 예술가다. 비평가들은 그가 남긴 회화 중에서도 이 두 작품을 가장 빼어난 수작으로 꼽는데, 그 이유가 흥미롭다. 두 작품 모두 초상화를 뒷받침하고 있는 배경의 묘사가 매우 뛰어나다는 것이다.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산과 계곡을 연상시키는 대지의 풍경과 기괴하지만 역시 아름다운 자연 풍경인 동굴이 배경이다. 이 배경이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것은 이후 엄청난 혁명을 몰고 올 촉매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1520년, 벨기에 화가 요하임 파티니르Joachim Patinir(1480~1524)는 다빈치의 그림에서 좀 더 나아가 배경의 풍경을 과감하게 주인공으로 삼기 시작한다. 그의 그림 속에는 우뚝 솟은 산의 전경, 그 밑을 흐르는 강, 울창한 나무숲이 마치 주인공처럼 화폭에 꽉 차 있다. 그저 사람은 그 안의 작은 이야깃거리로만 표현된다. 비평가들은 파티니르의 이 과감한 시도를 서양 미술을 종교화와 초상화에서 벗어나게 한 풍경의 반란이라고 봤다.
오경아는 방송 작가 출신으로 현재는 가든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다. 영국 에식스 대학교(The University of Essex) 리틀 칼리지(Writtle College)에서 조경학 석사를 마쳤고, 박사 과정 중에 있다. 『시골의 발견』, 『가든 디자인의 발견』, 『정원의 발견』, 『낯선 정원에서 엄마를 만나다』 외 다수의 저서가 있고, 현재 신문, 잡지 등의 매체에 정원을 인문학적으로 바라보는 칼럼을 집필 중이다.
* 환경과조경 357호(2018년 1월호) 수록본 일부
-
[시네마 스케이프] 내 사랑
당신이 본 세상을 나에게 보여줘요
“I see you.” 우리는 이 유명한 대사가 나오는 영화를 기억한다. ‘아바타’에서 주인공이 판도라 행성의 나비족 여자와 나눈 대사다. 영화의 세세한 줄거리는 잊었어도 서로를 바라보며 당신을 본다고 말하는 장면만은 기억난다. 영화 ‘내 사랑’에서 평생 무뚝뚝하던 남편이 아내에게 하는 고백도 똑같다. 본다는 것은 타인의 존재를 인지하는 것이며 그의 세계를 완전히 이해하는 것이다. 사랑한다는 흔한 표현보다 어쩌면 더 근사하다. 다른 사람이 못 보는 특별함을 나만 본다는 것, 그 대상은 어떤 사람일 수도 있고, 풍경일 수도 있고, 삶 그 자체일 수도 있다. 영화는 자신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주인공 모디(샐리 호킨스 분)가 어떻게 행복을 찾아가는지 잔잔하게 펼쳐 보인다. ...(중략)...
*환경과조경357호(2018년 1월호)수록본 일부
서영애는 조경을 전공했고, 일하고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다. 얼마 전 밀양에 갈 일이 생겨 영화 ‘밀양’을 다시 봤다. 오래전엔 전도연만 보였는데, 다시 보니 그녀 곁을 묵묵히 지키는 송강호가 눈에 들어왔다. ‘내 사랑’도 처음엔 모디의 연기에 감탄했는데, 몇 번 다시 보니 시종일관 미간을 찌푸린 에버렛의 표정이 보인다. 우리가 알던그 세련된 에단 호크가 맞나 싶을 정도로 완벽한 시골 농부의 모습이다.
-
ASLA Best Books 2017
‘2017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10권의 조경 서적
올해도 미국조경가협회American Society of Landscape Architects(ASLA)가 매년 발표하는 ‘올해의 책ASLA Best Books’ 목록이 나왔다. ‘올해의 책’은 그해 출간된 서적 중 조경 설계, 환경, 도시 등 조경 관련 분야의 최신 연구 및 새로운 시각을 다루는 책을 소개하고 있다. 올해 목록은 기후 변화, 친생물경향biophilia을 비롯하여 우리의 미래를 조경의 관점에서 다룬 책들이 돋보인다. ‘2017 올해의 책’ 10권을 소개한다. ...(중략)...
*환경과조경357호(2018년 1월호)수록본 일부
-
유청오 사진작가의 ‘서울숲사계전’
서울숲이야기관, 2017. 12. 11. ~ 2018. 2. 28.
2017년 12월 11일 서울숲컨서번시는 서울숲의 사계절을 담은 유청오 작가의 사진전 ‘서울숲사계전’을 개최했다. 리모델링을 마친 서울숲이야기관(방문자센터)의 재개관을 기념하며 열린 전시로, 안내소와 패널 전시장으로 이용되던 공간을 비워 다양한 서울숲의 이야기를 담아내겠다는 취지를 보여 준다. ...(중략)...
*환경과조경357호(2018년 1월호)수록본 일부
-
공중정원
LG City-Sky Garden, 2018 첼시플라워쇼 쇼가든 부문 출품작
영국왕립원예협회Royal Horticultural Society(RHS)가 주최하는 첼시플라워쇼Chelsea Flower Show는 190년의 역사를 지닌 세계 최대 정원·원예박람회로 정원 디자이너에게 꿈의 무대로 불린다. 매년 세계 정원 문화의 경향과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를 준비하고 다양한 정원을 조성하는데, 그중에서도 백미는 약 220m2 규모의 쇼가든이다. 지난 2017년 12월 6일 이 쇼가든 부문에 한국 작가의 작품이 선정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바로 황혜정 작가(HAYDESIGNS 대표)와 백준범 전무(창조건축)의 ‘LG City-Sky Garden(공중정원)’이다.
공중정원
‘공중정원’은 미세 먼지 등 오염된 대기 속에서 살고 있는 현대인의 삶의 질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황혜정 작가는 “최근 미세 먼지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각됐고, 이에 대한 해법으로 아파트에 식물을 적극 도입한 ‘공중정원’을 떠올렸다”고 작품 구상의 배경을 설명했다. ...(중략)...
*환경과조경357호(2018년 1월호)수록본 일부
-
용산공원 라운드테이블 1.0 “용산공원, 함께 이야기할 때입니다.”
2017. 5. 19. ~ 2017. 11. 17.
용산미군기지가 최초의 국가공원으로 우리에게 돌아오고 있다. 거대한 면적의 땅, 수많은 역사가 층과 켜를 이룬 곳, 도시 속의 자연이자 또 하나의 도시인 용산 미군기지의 공원화 계획을 둘러싼 수많은 이슈와 논쟁, 그리고 갈등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2016년, 이 용산공원 부지에 주요 정부 시설 8개소가 신축 시설로 입지할 계획이 발표된 후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엄청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부처 간 땅 따먹기’를 중지하고 용산공원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국민적 여론이 거세짐에 따라, 국토부는 용산공원 부지 내 신축 건물 계획 완전 백지화, 기존 건물 활용 방안 재검토, 공원 조성 추진 방향 재설정, 그리고 시민과의 진정성 있는 소통을 약속했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 시민과 전문가가 함께 이야기하기 위한 ‘용산공원 라운드테이블 1.0’이 기획되었다. 국토부가 주최하고 한국조경학회와 플레이스온이 주관한 ‘용산공원 라운드테이블 1.0’은 공원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누가, 어떻게 공원을 만들고 보살필 것인가에 대해 시민과 전문가가 함께 소통하고 지혜를 모으기 위한 첫 단계의 프로젝트였다. 지난 1년간 ‘공원모색’, ‘공원산책’, ‘공원탐독’, ‘공원서평’이라는 주제로 총 8회의 라운드테이블에서 나눈 이야기들을 되돌아 보았다. ...(중략)...
*환경과조경357호(2018년 1월호)수록본 일부
손은신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박사 과정에 재학중이다. 기억과 경관, 미적 경험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으며, 지난1년간 ‘용산공원 라운드테이블 1.0’에 연구원으로 참여하며 모든 행사내용을 기록하는 역할을 맡았다.
-
용산공원 공론화 1년, 소통의 플랫폼을 만들다
배성호 용산공원조성추진기획단 공원정책과장
2016년 말,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용산공원 조성과 관련해 적극적인 소통과 공론화를 선언했다.1 그리고 일 년. 변화의 중심에서 활약한 배성호 과장(용산공원조성추진기획단)을 새로 개관한 정동의 국토발전전시관에서 만났다. 변화의 의지는 분명 견고하고 보수적인 조직인 국토부 내부에도 모종의 변화를 가져왔을 것이다. 사이트를 확보하지 못한 채 2008년 발족한 용산공원조성추진기획단(이하 추진단)은 지난 10년간 국토부 내의 ‘조용한’ 조직이었다. 그러던 중 2016년 용산공원 내 콘텐츠 구성 방안을 발표했다가 향후 공원의 관리 주체가 될 서울시로부터 ‘토건 시대의 난개발’, ‘믿을 수 없는 개발 세력’이란 거센 비판을 받으며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국토부는 용산공원 조성의 추진 주체로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젊고 의욕적인 과장을 소방수로 투입했다. 그가 바로 배성호 과장이다. ...(중략)...
1. 배성호, “용산공원, 이제 본격적인 공론의 장으로”, ‘특집: 용산공원, 함께 이야기하자’, 『환경과조경』 2017년 1월호 참조.
*환경과조경357호(2018년 1월호)수록본 일부
-
취급주의, 용산공원을 열어보다
전수현 ‘균형 긴장 모색’ 전 총괄 기획자
지난 2017년 11월 3일 개관한 정동의 국토발전전시관에 색다른 용산공원 기획전이 열렸다. ‘균형均衡 긴장緊張 모색摸索’(2017. 11. ~ 2018. 3. 국토발전전시관 1층 특별전시관)이라는 제목의 전시는 그간 패널이나 모형을 활용한 용산공원 관련 전시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전시를 주최한 용산공원조성추진기획단의 배성호 과장은 “전혀 공무원답지 않은 전시”라며, 그 특별함의 일등공신으로 전수현 도시건축가를 꼽았다. 알바로 시자가 좋아서 포르투갈로 유학을 떠났던 전수현 기획자는 고 정기용 건축가가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를 맡았을 때 일 년 넘게 전시 준비를 총괄한 경험과 여러 전시를 기획한 경력 때문에 색다른 전시를 만들고 싶었던 배성호 과장에게 SOS를 받게 되었다. ...(중략)...
*환경과조경357호(2018년 1월호)수록본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