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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9회 올해의 조경인상 학술분야 _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원 교수
    “배운 게 설계였고, 가르칠 수 있는 게 그것뿐이었다.” 강원대학교에서 4년, 서울시립대학교에서 7년, CA조경기술사사무소를 이끌고 있는 현재에도 홍익대학교 도시건축대학원에서 조경 설계를 가르치고 있는 진양교 교수가 설계 교육을 시작하게 된 이유다. 그는 20여 년간 설계를 가르치며 후학 양성에 힘썼고, 『건축의 바깥』(2013), 『기억과 상징으로의 여행』(2010), 『청량리의 공간과 일상』(1998) 등 다양한 저술 활동을 펼쳐 학문적 발전을 도모했다. 2015년부터 2016년까지는 한국조경학회 편집위원장으로 재임하며, 『한국조경학회지』가 한국연구재단의 우수등재학술지로 선정되는 데 크게 기여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서울시 건축심의위원, 도시·건축공동위원, 공공조경가, 대통령소속국가건축정책위원, 광화문포럼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조경 분야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조경학회지, 우수등재학술지로 선정 1972년에 설립된 한국조경학회는 대한민국 조경을 선도하는 대표 학술 단체로, 조경 분야 연구를 권장하고 격려하기 위해 1973년 10월 『한국조경학회지』를 창간했다. 한국조경학회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수많은 학회가 학회지를 발간하는데 “학회지 출간은 학회의 주요 활동이며, 학회의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 학회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연구재단은 국내 학술지의 질적 수준을 향상하고자 매년 학술지평가를 진행해 등재후보학술지, 등재학술지, 우수등재학술지를 선정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의 ‘학술지 등재제도 관리지침’(2015)에 따르면 계속 평가(매년 실시)를 통해 등재후보학술지는 등재학술지로, 재인증(3년/5년마다 실시)을 통해 등재학술지는 우수등재학술지로 등급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일정 점수를 얻지 못하면 등재후보학술지에서 탈락하거나 등재후보학술지로 하락하게 되고, 우수등재학술지 역시 재인증을 통과해야만 등급을 유지할 수 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56호(2017년 12월호) 수록본 일부
  • 제19회 올해의 조경인상 산업분야 _ 김재준 방림이엘씨 대표이사
    “회장 임기 4년이 짧게 느껴졌다.” 김재준 방림이엘씨 대표는 지난 4년 동안 대한전문건설협회 조경식재공사업협의회(이하 협의회) 회장으로서 굵직굵직한 성과를 남겼다. 그는 조경식재공종 표준하도급계약서 제정, 조경공사 표준도급계약서 제정안 마련, 조경식재공사 유지관리비 공사 원가 반영 노력 등 조경 업계의 권익을 대변하는 데 구슬땀을 흘렸다. 4년의 임기가 짧게 느껴졌다는 말은 그만큼 치열했다는 방증이면서 조경 분야에서 더 큰 그림을 그려가고 싶다는 바람과도 닿아있다. 이런 그가 남긴 발자국은 전환기 조경 분야에 새 기준점으로 회자될 정도로 선명하다. 조경 산업, 소통에서 길을 찾다 김재준 대표의 대표적 업적 중 하나는 서울시 조경식재공사비에 수목 유지관리비용을 반영시킨 것이다. 현재 서울시는 2015년부터 식재 직접공사비 2억 원 이상의 사업에서 식재 후 초기 집중 관리가 필요한 최소 기간인 2년 동안의 유지관리비를 사업비 5% 이내로 책정하고 있다. 이렇게 서울시가 수목 유지관리비용을 반영하게 된 데에는 협의회와 서울시의 ‘푸른서울 상생포럼’(2015년 발족)이 기폭제가 됐다. 협의회와 서울시는 포럼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며 합의점을 찾아나갔다. 이후 서울시의 사례는 부산시, 울산시, 대구시 등으로 확산됐다. 한 달에 한 번씩 열리는 협의회 운영회의가 도화선이 됐다. 김재준 회장은 16개 광역시도회 대표 회원들과 주기적으로 만나면서 조경 분야 정책 이슈를 공유하며 대응책을 찾아갔다. 부산과 울산, 대구의 수목 유지관리비용 반영도 이곳에서 공유된 정보로부터 시작됐다. 16개 광역시도회 운영회원들은 회의에서 공유된 정보를 바탕으로 각 지자체 정책 활동에 참여하며 긍정적 시너지를 내고 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56호(2017년 12월호) 수록본 일부
  • 제19회 올해의 조경인상 정책분야 _ 이강문 한국토지주택공사 도시경관단 단장
    ‘공공 기관 청렴의 아이콘.’ 제20회 ‘올해의 조경인’ 정책분야 선정 소식을 들은 조경 업계 관계자들이 이강문 단장에게 붙여준 별명이다. 인터뷰 자리에서 기자가 전한 말에 이 단장은 쑥스러운 듯 웃었지만, 수상 소식을 들을 때보다 기쁜 기색을 보였다. 최근 5년간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 와중에 1급 처장으로 승진했음에도, 사라진 조경 총괄 부서를 되살리고자 2급 자리인 단장직을 자진한 그다. 이 단장은 이후 1년간 조경 분야에 산적한 여러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 위해 발로 뛰었다. 이번 수상과 함께 붙은 별명에 대해 그는 “조경 관련 최대 공기업 부서장으로서 노력하는 마음이 전해진 것 같다”며 작은 안도감을 드러냈다. 더불어 “조경 학계와 업계의 파트너로서 더욱 노력하라는 채찍질로 받아들이겠다”는 마음을 전했다.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단 한 건이라도 구제할 것 이강문 단장은 부임 후 연초부터 전략적 계획을 세워 ‘장기미집행공원 특례사업 참여’와 ‘하자제로를 위한 제도 마련’, 새로운 도시 경관 창출을 위한 ‘인문학적 경관방안 수립’, 갑을 관계 개선과 동반 성장을 위한 ‘공정대가 지급’ 등 도시경관단의 ‘처’ 승격을 위해 노력했다. 짧은 기간임에도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일을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선제 제도 개선과 LH에서는 최초로 추진하는 사업 등이 내·외부에서 호평을 받자 조심스레 ‘처’ 승격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도시경관단의 처 승격은 LH 조경직의 염원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조경 분야 최대 공기업에 걸맞은 위상을 갖추는 길이란 점에서 조경 분야로서도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불과 1~2년 전에 사라졌다가 갓 부활한 부서가 승격되려면 지속적인 성과도 중요하고, 뜸을 들이는 시간도 필요하다. 이 단장은 신규 사업 발굴로 장기미집행 도시공원과 경관을 담당하는 공원사업부 신설을 통해 조직을 확대하여 처로 승격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중략)... * 환경과조경 356호(2017년 12월호) 수록본 일부
  • 제19회 올해의 조경인상 특별상 _ 조정식 국회 국토교통위원장
    제20회 ‘올해의 조경인’ 특별상 수상자는 조정식 국토교통위원장이다. 환경ㆍ조경 관련 정책 어젠다를 국회와 정부에 전달하는 소통의 창구로서 역할 했던 공로를 인정받은 것. 국회에서 ‘국토조경 정책 토론회’를 개최해 대한환경조경단체총연합 설립을 알리고, 도시공원일몰제 해결을 위한 국회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조경의 중요성을 알리고 정부 차원의 지원을 촉구하기 위한 토론의 자리를 마련하는 데 기여한 것이 선정 이유다. 경기도 시흥을 기반으로 한 4선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 시흥시을)인 그는 작년 6월 제20대 국회의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직후 “개발과 환경의 조화를 중요한 가치로 두고 입법 활동을 해왔다”며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삭막한 도시에 자연을 옮겨내는” 조경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시흥, 도시공원으로 ‘생명’을 불어넣다 조정식 위원장은 도시공원을 “지역 주민의 필요에 따라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자연 속의 복합 커뮤니티 공간’”이라고 정의한다. “고도 성장기 우리 사회는 건설 산업 중심으로 사고하며 도시의 양적 팽창에 매진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제 지속가능한 사회, 도시를 만들기 위해 가장 필수적인 게 무엇인지 숙고한다면, 그답은 도시공원이다.” 조 위원장의 지역구인 시흥시는 시화국가산업단지를 비롯해 난개발로 인해 주거 환경이 열악했다. “처음 출마했을 때부터, 산업 도시의 여러 문제를 극복하고 보완하기 위해 주요 공약 사업으로 정왕동과 군자동 지역에 다양한 도시공원 사업을 구상하고 추진해왔다.” 조 위원장이 국회의원으로 첫 발을 내디뎠을 무렵, 군자동에는 제대로 된 공원이 하나도 없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56호(2017년 12월호) 수록본 일부
  • [그들이 설계하는 법] 우리는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
    “디자인은 화려하고 멋진 일이 아니다. 겉모습만 봐온 사람들의 생각과는 정반대로 디자이너는 어마어마한 노력을 투입해야 한다. 멋지고 폼 나는 순간은 일 년 중 닷새 정도밖에 안 된다.”_ 벤자민 휴버트Benjamin Hubert 연재를 마무리하면서 많은 아쉬움이 든다.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그 누군가에게, 그리고 조경에 열정을 품은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몇 가지 이야기로 세 달의 여정을 맺는다. 우리가 설계하는 법 그들이 설계하는 법, 처음부터 막막했던 이 꼭지의 제목. 나는 설계를 어떻게 하고 있는 걸까? 다른 ‘그들’의 글들을 다시 한 번 읽어 본다. 나는 너무 쉽게 생각하고 쉽게 설계하는 것일까? 여러 프로젝트를 앞에 두고 내가 했던 접근들이 영화의 스틸 사진처럼 스쳐 지나간다. 함께 가고 있는 우리 사무실 직원들도 같은 방향을 보고 있는 것일까?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어 본다. “우리 린에서 해 온 설계 프로세스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자. 각자의 생각이 담긴 이야기를. 좋았던 것도 있을 테고 맘에 안 든 것도 있을 테고, 각자의 방법론에 대한 이야기여도 좋고.” 다양한 경력의 여러 독자와 공유하는 차원에서 잠시 펼쳐본다. ...(중략)... 이재연은 특별할 것 없는 학벌과 스펙에 그저 풍류를 좀 즐길 줄 아는 이 시대의 평범한 조경쟁이다. 성균관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조경설계 서안에서 17년을 근무한 후 2006년 조경디자인 린(주)을 설립해 현재에 이르렀다. 서안에서 국내외의 크고 작은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정원 공사의 디테일에 매료돼 린을 창립한 후 설계와 ‘정원 공사’를 병행하고 있다. 직접 설계하지 않은 것은 공사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다. * 환경과조경 356호(2017년 12월호) 수록본 일부
  • [가까이 보기, 다시 읽기] 콘크리트의 가능성 2 - 가구와 옹벽
    사진의 공간에서 세 가지 타입의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가구를 발견할 수 있다. 가장 왼쪽에 위치한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벤치는 다년생 초화류를 식재한 플랜터 경계벽을 겸하고 있다.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모듈로 약 460mm 높이의 플랜터 벽을 세우고, 이용자가 앉을 위치의 콘크리트 표면 일부에 목재 널을 횡방향으로 끼워 넣었다. 목재와 콘크리트 모듈 모두 윗면의 가운데를 볼록한 곡면으로 처리해, 빗물이 흐르거나 고이는 것을 방지했다. 목재 널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스테인리스 스틸 프레임이 설치되어 있다. 이는 목재 널을 한데 모아 고정하는 기능과 스케이트 보딩을 방지하는 기능을 함께 고려한 장치다. 그 맞은편에는 동일한 단면의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플랜터가 있는데, 이 벤치에는 목재 등받이를 설치했다. 목재 등받이를 고정하는 지지대와 일정 간격으로 배치한 팔걸이는 모두 이 스테인리스 스틸 프레임에서 파생된 형태로 벤치와 일체형으로 제작됐다. 등받이형 벤치에서 이어지는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플랜터는 점차 높이가 낮아지며 자연스럽게 지면과 같은 높이의 콘크리트 커브로 변화한다. ...(중략)... 안동혁은 뉴욕에 위치한 제임스 코너 필드 오퍼레이션스(James Corner Field Operations)에서 활동하고 있는 펜실베이니아 주 등록 미국 공인 조경가(RLA)다.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조경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현재 회사에 8년째 근무하면서 Philadelphia Race Street Pier, 부산시민공원, London Queen Elizabeth Olympic Park, Hong Kong Tsim Sha Tsui Waterfront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고 있다. * 환경과조경 356호(2017년 12월호) 수록본 일부
  • [다른 생각, 새로운 공간] 모종린 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장 라이프스타일 도시
    한 해를 마무리하는 ‘다른 생각, 새로운 공간’, 그동안 소개한 전국 11곳의 혁신적 장소가 시사하는 국가적 의미를 되새겨보는 차원에서 연세대학교 모종린 교수를 만났다. 『라이프스타일 도시: 한국 도시의 창조적 미래』(위클리비즈 북스, 2016), 『작은도시 큰 기업: 글로벌 대기업을 키운 세계의 작은 도시 이야기』(RHK, 2014)의 저자이면서 자신을 “골목길 경제학자”로 소박하게 표현하는 모종린 교수는 한국의 도시 문제를 국가 경제와 세계화라는 큰 틀에서 진단한다. 미래의 국가 경쟁력이라는 긴 안목에서 탁월한 도시적 해법을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코넬 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스탠퍼드 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텍사스대학교(오스틴) 정치학과 조교수와 스탠퍼드 대학교 후버연구소 연구원을 지낸 후 1996년 귀국하여 연세대학교 국제처장 겸 국제학대학원 교수,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으로 재직해 오고 있다. 『이민강국: 인재전쟁 시대의 이민정책』(한국학술정보, 2013), 『시장경제와 외국인투자 유치』(나남, 2010), 『영어상용화와 국가경쟁력: 영어공용화 논쟁을 넘어서』(나남, 2010) 등 도시 경쟁력을 생각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정책과 비전을 펼쳐오기도 했다. 그는 원도심 골목길이 도시 산업을 유치할 수 있는 도시형 산업 단지라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골목길에 대한 다분히 감성적이고 향수 어린 과거 지향의 태도를 일시에 뒤집는 발상의 전환이다. 어딜 가나 뚜렷한 지역 정체성이 부족하고 중복적 사업 행태가 아쉬운 지방 도시의 원도심. 서울이나 신도시와의 비교 속에서 열등감과 패배주의에 물들어 있는 여러 낙후 지역이 조잡스러운 추억팔이 앵벌이에 머물지 않고 지식 서비스 산업의 중심으로 재도약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 방안으로 제시된 것이 ‘라이프스타일 도시’다. ...(중략)... 최이규는 1976년 부산 생으로 뉴욕에서 10여 년간 실무와 실험적 작업을 병행하며 저서 『시티오브뉴욕』을 펴냈고, 북미와 유럽의 공모전에서 수차례 우승했다. UNKNP.com의 공동 창업자로서 뉴욕시립미술관, 센트럴 파크, 소호 및 대구, 두바이, 올랜도, 런던, 위니펙 등에서 개인전 및 공동 전시를 가졌다. 현재 계명대학교 도시학부에 생태조경학전공 교수로 재직하며 울산 원도심 도시재생 총괄코디네이터로 일하고 있다. * 환경과조경 356호(2017년 12월호) 수록본 일부
  • [명사의 정원 생활] 퇴계 이황의 정원, 호랑이 꼬리 혹은 살얼음 위의 삶을 위한 유식遊息의 장
    조선 유학자 중 단연 최고 인물로 꼽는 퇴계 이황(1501~1570)은 평생 자연과 짝한 철학가이자 시인이었다. 어릴 적에 잠시 숙부에게서 배운 것 말고는 독학으로 학문을 깨우친 그는 큰 선생을 만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다 주자(1130~1200, 주희)를 평생의 스승으로 삼고자 했다. 백 번을 훨씬 넘는 왕의 부름을 절반 이상이나 고사하면서 그는 벼슬길 대신 자연과 함께 사는 삶을 택했다. 그에게 산수는 책과 더불어 평생의 교과서나 다름없었다. 철저한 절제와 몸에 밴 근면으로 일관된 그의 삶은 자칫 궁핍해질 수도 있었지만 아름다운 산수를 가까이 취함으로써 학문적 경지는 물론 문예적 지평까지도 최고의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벼슬도 수차례 지냈고, 물려받은 재산이 넉넉한 편이었지만 그는 평생을 검소하게 살았다. 여러 번 이사로 집을 지으면서도 한 칸 남짓한 방에다 소박한 가구로 일관했다. 그러면서도 자연환경만큼은 면밀히 따져 반드시 아름다운 산과 물 가까이에 터를 잡곤 했다. “수려한 산천 속 한적한 들과 고요한 물가에 머묾”으로써 퇴계는 “번화한 환경의 유혹에서 벗어”나서 “한가하게 쉬면서 정서를 함양할” 수 있었다. 그렇게 산수자연과 친화하면서 마음속에 이는 감흥을 퇴계는 아름다운 시로 표출해 냈다. 그는 평생 2,000여 수가 넘는 시를 지었다. 풍경 철학자 혹은 정원가 퇴계 사실 물적 차원으로만 보자면 퇴계가 조영한 정원에는 별로 주목할 만한 게 없다. 규모도 작고 특별히 볼만한 요소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이사 가는 곳마다 연못을 만들기는 했으나 규모가 작고 형태도 단순했다. 조경 행위라야 단을 만들고 소, 대, 매화, 국화를 심었을 뿐이다. 산수가 아름다운 곳을 택하되 집은 최대한 작고 소박하게 지었다. 방은 대체로 한 칸, 커봐야 두 칸을 넘지 않았고, 마루는 그보다 넓으면서 주변으로 열린 구조를 취했다. 최대한 주변 정원 혹은 자연에 개방되도록 하여 쉽게 교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한결같이 집은 작고 소박하게, 그러면서 주변 산수에 열린 관계를 취함으로써 퇴계는 수시로 자연과 만나곤 했다. ...(중략)... 성종상은 서울대학교에서 조경을 공부한 이래 줄곧 조경가의 길을 걷고 있으며, 지금은 대학에서 조경을 가르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선유도공원 계획 및 설계, 용산공원 기본구상, 201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 마스터플랜, 천리포수목원 입구정원 설계 등이 있다. 최근에는 한국 풍토 속 장소와 풍경의 의미를 읽어내고 그것을 토대로 풍요롭고 건강한 삶을 위한 조건으로서 조경 공간이 지닌 가능성과 효용을 실현하려 애쓰고 있다. *환경과조경356호(2017년 12월호)수록본 일부
  • [시네마 스케이프] 남한산성 스스로 갇힌 자들의 공간
    “인조와 신하들은 강화도로 가는 피난길이 막히자 남한산성으로 몸을 피했다. 그해 겨울은 추웠고, 눈이 많이 내렸다.” 짧은 자막이 흐르고 난 후, 영화의 첫 장면. 이조판서 최명길(이병헌 분)은 눈 내리는 넓은 벌판에 혈혈단신으로 말 위에 있다. 그의 앞에는 청의 군대가 완전 무장한 채 횡으로 도열해 있다. 차가운 바람과 흩날리는 눈으로 산과 들이 하얗게 얼어붙어 눈이 부실 정도다. 장면이 바뀌고, 송파나루의 풍경이 펼쳐진다. 눈발은 더 굵고, 강바람은 더 매몰차다. 어가 행렬을 따라 남한산성으로 가기 위해 예조판서 김상헌(김윤석 분)이 뱃사공의 안내를 받아 송파강을 건너고 있다. 꽁꽁 언 겨울 강과 눈 덮인 산의 풍경은 곧 닥칠 나라의 운명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평화롭기만 하다. “임금이 남한산성에 있다.” 47일 동안 『조선왕조실록』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문장이다. 청과 타협해 더 큰 화를 막자는 최명길과 싸우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대의명분을 지켜야 한다는 김상헌이 대립한다. 화친이냐 척화냐를 두고 성안에서 시간을 끌다 결국 인조는 성문을 열고 나가 청의 수장 칸에게 머리를 조아린다. 역사가 스포일러이며, 베스트셀러 소설이 인물들의 심리까지 묘사한 후다. 우리는 영화를 통해 무엇을 더 보고 싶은가. ...(중략)... 서영애는 조경을 전공했고, 일하고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다. 남한산성은 2014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남이 알아주는 유산 가치보다 우리 스스로 알아차리고 기억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환경과조경356호(2017년 12월호)수록본 일부
  • [예술이 도시와 관계하는 열한 가지 방식] 문화를 호명하는 방식
    2017년 10월, 여의도 지하비밀벙커와 경희궁 방공호, 신설동 유령역 세 곳이 잇달아 일반 시민에게 공개되었다. 주지하다시피 셋 모두 한때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쓰지 않게 된 시설으로, 민간에 공개되지 않다가 공개된 20세기의 유산이다. 이들 각각은 한국 근현대사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 하늘로부터의 재앙과도 같았을 전쟁과 공습에 대한 공포, 불안정한 불안의 정서, 그리고 산업 시대의 실수로 생겼다가 방치된 퇴화 기관으로 표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경희궁 방공호는 일제 강점기 말 비행기 공습에 대비해 만들어진 시설이고, 여의도 지하비밀벙커는 정확한 용도와 조성 시기를 알 수 없지만 군사 정권 시절 대통령 비호를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신설동 유령역은 1974년 노선 조정으로 인해 폐쇄된 후 열차가 차량 기지로 진입하는 통로로만 쓰여왔다. 특히 여의도 지하비밀벙커는 2005년 여의도 지하 버스환승센터 건립을 위해 현지 조사를 하던 중 발견된 것으로, 이전까지는 그 존재가 알려지지 않았다고 한다. 2015년 개최한 시민 체험 행사를 통해 시민 의견을 수렴해 문화 시설로 활용 계획을 수립하고, 서울시립미술관이 운영과 관리를 맡아 ‘SeMA벙커’라는 정식 명칭으로 개관한 것이 지난 10월 19일이다. 신설동 유령역의 경우 아직 마땅한 쓰임새를 찾지 못한 상태로, 서울시는 이번 개방 기간 동안 활용 방안에 대해서 시민의 의견을 수집한다. 시민이 직접 공간을 경험하고, 함께 그 활용 방법을 찾아보고자 하는 취지에서 날것 그대로의 공간을 공개했다. ...(중략)... 진나래는 미술과 사회학의 겉을 핥으며 다방면에 관심을 갖고 게으르게 활동하고 있다. 진실과 허구, 기억과 상상, 존재와 (비)존재 사이를 흐리고 편집과 쓰기를 통해 실재와 허상 사이 ‘이야기-네트워크-존재’를 형성하는 일을 하고자 하며, 사회와 예술, 도시와 판타지 등에 관심이 있다. 최근에는 기술의 변화가 만들어내는 지점에 매료되어 엿보기를 하고 있다. 2012년 ‘일시 합의 기업 ETC(Enterprise of Temporary Consensus)’를 공동 설립해 활동했으며, 2015년 ‘잠복자들’로 인천 동구의 공폐가 밀집 지역을 조사한 바 있다. www.jinnarae.com *환경과조경356호(2017년 12월호)수록본 일부
    • 진나래[email protected] / ‘일시합의기업 ETC’, ‘잠복자들’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