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관리
폴더명
스크랩
  • [TCL] 엘리자베스 키 Elizabeth Quay
    호주 퍼스(Perth)의 새로운 워터프런트 엘리자베스 키(Elizabeth Quay)는 퍼스와 스완 강(Swan River) 사이의 역사적 관계를 복원해냈다. 기존의 도시 구역을 수변까지 연장하고 도심의 관문까지 물을 끌어올 수 있는 인렛(inlet)(수로)을 만들었다. 높낮이가 다른 산책로에 둘러싸인 거대한 인렛은 여가, 식사, 놀이, 휴식 등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개발 예정지와 배후 도로 연결망이 인렛 주변을 감싸고 있으며 향후 주거 단지, 상업 시설, 호텔 등이 들어서게 될 것이다. 계단, 경사로, 좌석이 설치된 테라스 등이 높낮이가 다른 산책로를 연결한다. 수목을 리본 형태로 식재해 위층 테라스를 두르고, 아래 층 산책로로 내려가는 지점이 명확히 드러나도록 했다. 산책로는 대조적인 색상의 두 가지 돌로 포장해 역동적인 패턴을 보여준다. 가장자리는 강철, 조명이 설치된 벤치, 메시 스타일의 ‘스플래시 데크(splash deck)’ 등으로 구성되며, 산책로 패턴의 영향을 받아 끊임 없이 변화한다. 조명이 설치된 긴 벤치는 산책로의 견고한 테두리가 되어 방문객은 물속에 빠질 걱정 없이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0호(2018년 4월호) 수록본 일부 Landscape Architect TCL Collaboration ARM Architecture, ARUP, Paul Thompson, JML Client Metropolitan Redevelopment Authority(MRA) Location Perth CBD, Western Australia Area 10ha Budget $440,000,000 Completion 2017 Photographs Lofty Visions, Peter Bennetts
    • TCL / TCL
  • [TCL] 엘리자베스 키, 유기적 형태의 발견과 구현 스캇 아담스와의 대화
    이홍인(이하 L): 이 프로젝트를 수주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스캇 아담스Scott Adams(이하 A): 2006년 퍼스 워터프런트(Perth Waterfront) 마스터플랜 공모전에서 ARM 아키텍처(ARM Architecture)의 제안서가 당선작으로 선정되었다. 대상지는 수십 년 전에 메워진 대지로, 물을 도심 가까이 끌어들여 도심과의 연결성을 강화하고 수변을 활성화해 주변 개발 예정지에 투자 개발을 유도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우리의 핵심 작업은 만 가운데 있는 섬의 공원화와 섬과 연결되는 보행 다리, 수변 공원, 키오스크 및 각종 시설을 조성하는 것이었다. ARM 아키텍처가 일을 수주한 상태였으나 그들의 강점은 건축이었다. 그들은 공공 영역 설계에 좀 더 경험 있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기 원했고 2012년 우리에게 연락해 합류를 제안했다. 이전부터 그들과 일을 해왔기 때문에 서로를 잘 알고 있었다. TCL에서 나를 포함한 여섯 명의 직원이 ARM 아키텍처 사무실로 자리를 옮겨 건축가와 함께 팀을 꾸려 일을 시작했고, 내가 건축과 조경 합동 팀의 총괄 관리 역할을 맡았다. L: 엘리자베스 키(Elizabeth Quay)의 유기적 형태는 어떻게 탄생한 것인가? A: 우리가 팀에 합류했을 때 ARM 아키텍처는 이미 물방울을 수면에 떨어뜨렸을 때 생기는 파동을 형태적으로 구현하는 콘셉트를 갖고 있었다. 설계를 시작하며 가장 합리적인 크기의 공간과 형태를 얻기 위해 디지털 모델링 기술을 응용했다. 유동적인 면 위에 물체를 올려놓으면 그에 따라 형태가 변하듯이, 대상지 도처에 가상의 건물을 놓은 뒤 지면을 잡아당겨 변형된 지형을 얻었고 그로부터 추출한 등고선을 납작하게 눌러 평면적 형태로 활용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손으로 그려서는 얻기 어려운 형태를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지금의 유기적인 형태의 수변과 포장 패턴이 완성됐다. L: 이러한 도전적인 형태를 제안했을 때 클라이언트와 마찰은 없었는지? A: 클라이언트는 대체로 우리가 제안한 형태와 콘셉트를 지지해주었다. 그러나 우리 팀에게 큰 충격을 준 사건이 있었다. 당시 ARM 아키텍처는 수변에 지어질 다섯 개의 키오스크를 설계하고 있었고, 포스트모더니즘 건축을 표방하는 그들은 늘 그랬듯 매우 파격적이고 개성이 강한 건물들을 제안했다. 당시 클라이언트였던 퍼스의 도시계획과(Department of Planning)는 이를 납득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더 이상 키오스크 설계를 맡길 수 없다고 공표하고선 키오스크 개수를 세 개로 줄여, 퍼스에 기반을 둔 다른 세 건축사무소에 각각 설계를 맡겨버렸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0호(2018년 4월호) 수록본 일부
  • [TCL] 헨리 스퀘어 Henley Square
    세인트 빈센트 만(St. Vincent Gulf)에 위치한 헨리 비치(Henley Beach)는 한때 애들레이드 시의 여름 휴양지였다. 보트 경주, 해변 스포츠, 바다 수영, 둑에서의 산책을 즐길 수 있는 해안 명소였지만 점차 쇠퇴했고, 찰스 스터트 주(City of Charles Sturt)는 공모전을 통해 헨리 비치를 재개발하고자 했다. 2단계 공모를 거쳐 TCL과 트로포 아키텍츠(Troppo Architects) 팀의 제안이 당선작으로 선정됐고, 지역 사회 구성원, 전문가 그룹, 업계 종사자와 깊이 있는 협의를 하며 설계를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는 헨리 비치의 매력을 재발견하는 과정이었다. 과거로부터 배우고 과거를 새롭게 해석하며 대상지를 둘러싼 1980년대에 만들어진 인공 구조물을 제거했다. 이를 통해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를 고려한 융통성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애들레이드 시를 즐거움으로 가득한 헨리 비치와 연결할 수 있었다. 이제 사람들은 활기 넘치는 해변에서 바다의 숭고한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0호(2018년 4월호) 수록본 일부 Landscape Architect TCL Collaboration Troppo Architects, Bluebottle, Wallbridge & Gilbert Client City of Charles Sturt Location Henley Beach, South Australia Budget $8,000,000 Completion 2015 Photographs Phillip Handforth
    • TCL / TCL
  • [TCL] 컬티베이티드 바이 파이어 Cultivated by Fire
    2017 국제 정원박람회(The Internationale Gartenausstellung 2017)는 2017년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서 개최된 원예 전시회다. TCL은 아홉 개의 선도적 조경설계사무소 가운데 하나로 선정되었으며, 380m2 넓이의 작은 부지를 제공받았다. TCL은 이곳에 호주의 문화적 경관을 소개할 수 있는 영구적인 현대적 정원을 만들게 되었다. ‘컬티베이티드 바이 파이어(Cultivated by Fire)’라는 이름이 붙여진 TCL의 정원은 호주 원주민인 애보리진(Aborigine)의 토지 관리와 이른바 ‘화전 농법(fire-stick farming)’의 양상을 탐색하고 있다. 선택적으로, 그 정도가 심하지 않게 불을 지르는 세련된 방법을 통해 애보리진은 여러 가지 목적을 달성한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0호(2018년 4월호) 수록본 일부 Landscape Architect TCL Collaboration k1 Landschaftsarchitekten Client International Garden Exhibition(IGA) Berlin Location Berlin, Germany Completion 2017 Photographs Lena Giovanezzi
    • TCL / TCL
  • [TCL] 인터뷰: 새로움에 깊숙이 뛰어들다 페리 레슬린, 스캇 아담스, 리사 호워드와의 대화
    2018년 2월 9일 오전, 멜버른 도심에서 출발해 이탈리아 레스토랑, 젤라토 아이스크림 가게 등이 즐비한 라이곤 스트리트(Lygon Street)를 거닐어 올라가다 커피숍에 앉아 카푸치노를 한 잔 시켰다. 생기가 넘치는 거리에서 홀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마치고 도착한 라이곤 스트리트 근처 주택가에 위치한 TCL 멜버른 오피스는 차분하고 조용한 느낌이었다. 현재 회사를 이끌고 있는 세 명의 디렉터와 TCL의 역사, 운영, 디자인 철학 등에 대해 폭넓게 나눈 대화를 옮긴다. 이홍인(이하 L):TCL의 설립자인 케빈 테일러(Kevin Taylor)와 케이트 컬리티(Kate Cullity)는 어떤 계기로 조경 회사를 설립하게 되었나? 공통(이하 TCL): 케빈은 건축가로 교육받았으나 그 후 조경을 전공했고, 멜버른에서 주택 정원 설계와 커뮤니티 컨설팅 등의 일을 주로 했다. 초창기의 주요 프로젝트 중 하나가 박스힐 커뮤니티 아트 센터(Boxhill Community Arts Centre)였는데, 이 일을 통해 케이트를 디자인 동료로 만나게 된 뒤 둘은 곧 사랑에 빠졌다. 그들은 삶과 일 모두에서 함께이고 싶었고 곧 케이트의 집에 작업실을 차리고 함께 일을 시작했다. 그것이 지금의 TCL의 시작이다. 그들은 사업을 시작하자마자 고전했다. 당시 멜버른은 불경기였고, 무엇인가를 짓는 일이 드물었다. 지을 돈이 없었다. 그들은 주로 커뮤니티 컨설팅을 하면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조율하는 일을 했다. 또한 주민이 직접 공원이나 놀이터를 지을 수 있도록 돕곤 했는데, 예를 들어 주민들이 놀이터를 짓기 원하면 주말에 그들과 함께 모여 재활용 목재를 활용해 직접 공사를 했다. 모두 매우 낮은 금액을 받고 한 일이다. L:그들이 사업을 시작했을 때 비전은 무엇이었나? 페리 레슬린Perry Lethlean(이하 PL): 호주에서 인지도 있는 조경가가 되겠다거나 회사를 확장하겠다는 비전이 있던 것은 아니다. 그저 함께 일하길 원했고, 할 수 있는 일, 좋아하는 일을 열정을 다해 시험해보는 것이 다였다. L:페리는 언제 합류했나? TCL: 1990년 그들이 공식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페리는 1990년 석사 과정을 마치고 1995년 그들을 만나 합류했다. 케빈은 사업이나 전략적 판단이 아닌 사적인 이유로 애들레이드()Adelaide로 이전하고 싶어 했다. 아직 대단한 사업을 이룩한 것은 아니었지만 멜버른은 그들이 가진 모든 것이었고 포기할 수 없었다. 그들은 수소문 끝에 페리를 찾아 고용하고 멜버른 오피스의 운영을 맡기고 애들레이드로 이사한 후 오피스를 열었다. 시드니나 멜버른은 대도시이고 일을 비교적 지속적으로 수주할 수 있었던 반면 애들레이드는 요동치는 곳이었고 사업을 확장하기에는 불안정한 곳이었다. 그들이 애들레이드에 정착하는 데 5~8년은 걸린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게 TCL은 지금의 두 오피스를 가지게 되었다. 시작으로 돌아가는 기분이네!(웃음) L:케빈과 케이트가 어느 날 페리에게 멜버른 오피스의 운영을 맡겼는데, 그 인수인계 과정은 어땠나? TCL: 오피스를 던져 주고 ‘자, 나중에 봅시다’ 하진 않았다(웃음). 케빈과 케이트가 애들레이드로 건너간 후에도 대부분의 일은 멜버른에 있었고, 그들은 적어도 5~10년간 지속적으로 멜버른을 방문하며 항상 핵심 디자이너로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했다. 오스트레일리아 가든(Australian Garden)이나 멜버른 박물관의 포레스트 갤러리(Forest Gallery)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케빈은 멜버른을 중심으로 일했다. 지금도 우리는 두 오피스를 오가며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기 때문에 어느 시점에 인수인계했다고 말하기가 애매하다. 커뮤니티 컨설팅에서 클라이언트, 이해관계자, 주민과 긴밀히 협업하며 일을 진행하듯이, 회사 내에서도 특정 프로젝트가 누구 것이라고 선을 긋지 않고 팀원 모두와 이야기하고 공유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0호(2018년 4월호) 수록본 일부
  • [가까이 보기, 다시 읽기] 세대에서 세대로, 공원의 성숙
    자연스럽고 이상적인 경관의 공원 산책로다. 수풀과 나무가 빽빽이 우거지고 완만한 구릉을 따라 커다란 암석이 솟아올라 있다. 아스팔트 포장과 콘크리트 경계석, 금속 펜스와 가로등과 같은 인공물이 아니었다면 숲 속 경관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이는 의도적으로 주변 도시와 동떨어진 자연을 부지에 도입하려고 했던 ‘조경가’1의 설계 의도에 부합한다. 모암층인 맨해튼 편암(Manhattan schist)이 지면에 노출되었는데, 이 암석을 뚫고 자라난 식생이 자연스러움을 더한다. 공간의 이상적 이미지인 ‘야생’을 ‘공원’으로 만들어주는 인공물에 눈을 돌려 보자. 공원의 주요 산책로와 도로는 아스팔트로 포장되어 있다. 관습적인 아스팔트 포장과 같이 포장 단면의 중앙을 약간 높게 들어 올리고 양쪽 가장자리를 낮게 계획해 길 양옆으로 빗물이 흐르도록 계획했다. 배수로 역할을 하는 아스팔트 포장의 양쪽 가장자리의 경계에는 약 5cm 높게 콘크리트로 경계석을 두어 빗물이나 이물질이 플랜터 안팎으로 섞이는 것을 방지했다. 아스팔트는 흔히 자동차 도로에 사용하는 재료로 여겨 보행로에 사용하는 것을 주저하는 경향이 있지만, 내구성이 좋고 특히 열에 강한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보행로를 콘크리트로 포장할 때 필요한 균열 조절 줄눈(control joint) 없이 매끈한 포장면을 제공할 수 있는 재료다. 다만 오랜 시간 풍화와 마모에 따라 작은 균열이나 재료의 벗겨짐 현상이 생겨 포장 재료를 부분적으로 때우는 유지ㆍ관리 작업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공원의 주요 보행로와 광장에서는 아스팔트가 아닌 특별한 재료로 포장한 사례를 발견할 수 있다. 사진의 사례에서는 육각형 모듈의 콘크리트 블록으로 보행로를 포장했는데, 이는 이 공원이 위치한 뉴욕 시의 광장이나 공원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포장 재료다. 정형화된 모듈로 제조, 설치, 유지ㆍ보수를 비교적 간단히 할 수 있는 한편, 블록끼리 단단하게 맞물리는 구조로 포장면의 내구성이 높기 때문이다. 공원의 일부 구간에는 이용자와 서포터가 이 육각형 포장석을 기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기부자의 이름이나 기념하고 싶은 문구를 새긴 육각형 모듈의 화강석 포장석을 콘크리트 블록 사이사이에 끼워 넣는 방식이다. 1980년에 설립된 민간단체인 공원 관리위원회는 이와 같은 기부를 통해 공원 유지·관리 예산의 75%를 확보하고 있다고 한다. ...(중략)... 안동혁은 뉴욕에 위치한 제임스 코너 필드 오퍼레이션스(James Corner Field Operations)에서 활동하고 있는 펜실베이니아 주 등록 미국 공인 조경가(RLA)다.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조경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현재 회사에 8년째 근무하면서 Philadelphia Race Street Pier, 부산시민공원, London Queen Elizabeth Olympic Park, Hong Kong Tsim Sha Tsui Waterfront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고 있다. * 환경과조경 360호(2018년 4월호) 수록본 일부
  • [명사의 정원 생활] 안평대군 이용의 정원 심리적 거루去累를 위한 방편, 혹은 순연하고 바른 성정을 위한 환경 조건
    안평대군, 조선 최고의 문예가 안평대군(安平大君) 이용(李瑢)(1418~1453)은 성군 세종의 셋째 아들이다. 시, 그림, 글씨에 모두 능해 삼절(三絶)로 불리기도 한 그는 서예에 특별히 뛰어나 중국에까지 명필가로 이름을 날렸다. 시문뿐 아니라 그림 그리기와 거문고 연주에도 일가를 이루었을 정도로 예술가적 면모를 두루 겸비한 인물이다. 탁월한 예술적 안목을 바탕으로 중국 역대 왕조와 일본 그리고 조선의 이름난 글씨와 그림 수백 점을 수집하여 조선 초기 문화 예술의 최고 후원자로 평가되기도 한다. 호방하고 활달한 성품을 지닌 그는 집현전 학자를 중심으로 한 당대의 문인과 예술가는 물론 종교인, 중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과 폭넓게 교류하면서 문예적 소양을 자유분방하게 발휘했다. 타고난 재능과 총명함으로 학문과 예술을 사랑했고, 선한 심성에 덕과 배포가 있어 뭇사람들이 믿고 따랐다. 세종을 도와 왕실 주도의 시회를 위시한 문학 모임과 연회, 서적 편찬, 경전 번역, 한글 창제 등에 적극 참여한 안평대군은 조선 초기의 문예 부흥을 이끈 핵심 주역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그러나 친형 수양대군(세조)에 의해 역적으로 몰려 36세 젊은 나이에 죽임을 당했다. 활짝 개화하기 시작하던 조선의 문예 활동도 함께 시들었고, 그와 관련된 흔적들도 철저히 파괴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정원가로 안평대군 읽기 안평대군은 왕자로서, 그리고 대군으로서 화려하고 풍족한 삶을 살았지만 친형에게 죽임을 당한 비극적 삶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36년이라는 길지 않은 생애였지만 정원 생활과 관련해 그가 남긴 족적은 뚜렷하다. 그가 직접 조영하거나 일정 기간 이상 살며 즐긴 정원은 다음과 같다. 수성궁: 안평대군은 13세에 혼인한 직후 궁궐에서 나와 인왕산 자락의 수성궁(水聲宮)에서 살기 시작했다. 인왕산 계곡 수성동은 그윽한 골짜기 안에 기암괴석이 여기저기 솟아나 있는 가운데 암반 사이로 흐르는 맑은 물소리로 유명한 한양의 경승지였다. 그는 있는 자연에 다채로운 정원 요소를 갖추어 놓고서 안팎의 경관과 경물을 골라 48경이라 이름 짓고 그림을 그려 즐겼다. 그림을 보면서 먼저 자신이 제화시(題畵詩)를 짓고 노래했다. 그런 후에 최항, 신숙주, 성삼문, 이개, 김수온, 이현로, 서거정, 이승윤, 임원준 등 당대 최고 문인 학자들을 초대해 48경을 구경시키고 그 감흥을 시로 짓도록 요청해 받았다. 당시의 시를 모은 ‘비해당48영(匪懈堂四十八詠)’에는 온갖 경물을 다채롭게 갖춘 수성궁 정원의 호사로운 면모가 잘 묘사되어 있다. 시에 언급된 36종 식물 중에는 귤, 치자, 석류, 파초 등의 남부 수종은 물론 일본철쭉까지 있어 당시로서는 최고 수준의 식물 수집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정원은 다양하고 특색 있는 유형의 건축물과 소정원 그리고 수공간이 계류와 지형을 따라 분화되어 있었다. 왕족의 부와 권력을 바탕으로 안평대군의 관심과 취향이 한껏 구현된 고급 정원인 셈이다. ...(중략)... *환경과조경360호(2018년 4월호)수록본 일부 성종상은 서울대학교에서 조경을 공부한 이래 줄곧 조경가의 길을 걷고 있으며, 지금은 대학에서 조경을 가르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선유도공원 계획 및 설계, 용산공원 기본구상, 201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 마스터플랜, 천리포수목원 입구정원 설계 등이 있다. 최근에는 한국 풍토 속 장소와 풍경의 의미를 읽어내고 그것을 토대로 풍요롭고 건강한 삶을 위한 조건으로서 조경 공간이 지닌 가능성과 효용을 실현하려 애쓰고 있다.
  • [이미지 스케이프] 다르게 보기
    카메라 렌즈를 통해 보는 세상은 실제 세상과 조금 다른 느낌입니다. 프레임으로 주변이 모두 가려져 제한된 대상만 보게 되어 생기는 현상이겠지요. 아주 잘 만든 가상 현실을 보는 느낌이랄까요. 아니면 여행객이 되어 우리가 사는 모습을 구경한다는 착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한발 물러서서 세상을 보는 그런 느낌이 듭니다. 거창하게 얘기하자면, 세계를 객체화된 대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작년 늦가을이었습니다. 회의가 있어 안산시에 갔다가 경기도미술관에 잠깐 들렀습니다. 미술관에 도착하니 막 문을 닫을 시간이었습니다. 겨우 입장을 해서 작품들을 서둘러 둘러봤습니다. 좀 일찍 왔더라면 좋았을 텐데 생각하며 출구 쪽으로 향하는 바로 그때, 창밖으로 아주 멋진 세상이 펼쳐졌습니다. 하늘을 품은 얕은 수반과 세로로 줄긋기를 한 듯한 검은 기둥들의 실루엣, 거기에 이런 풍경을 배경으로 걸어가는 사람들까지. 마치 커다란 스크린을 통해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이 페이지를 펼칠 때 배경 음악이 나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얼른 카메라를 꺼내 들었습니다. 뭔가 새로운 느낌이 들 때마다 자동으로 나오는 반응이지요. 그리고는 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저쪽 끝에서 어떤 분이 걸어오시네요. 조형물과 겹칠 때를 기다렸다 셔터를 살짝 눌렀습니다. 이번 사진은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사진을 찍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요. 또 사람마다 그 이유가 조금씩 다를 겁니다. 그럼 내가 사진을 찍는 이유는? 기본적으로는 기록이 목적이지만, 다른 이유를 찾자면 사진을 통해 세상을 좀 다르게 보고 싶어서인 것 같습니다. 익숙한 모습을 다르게 볼 때가 참 흥미롭거든요. 세상을 뭔가 다르게 찍는 게 재미있습니다. 뷰파인더로 보는 세상, 그래서 즐겁습니다. 주신하는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거쳐, 동 대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토문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 가원조경기술사사무소, 도시건축 소도 등에서 조경과 도시계획 분야의 실무를 담당한 바 있으며, 신구대학 환경조경과 초빙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여자대학교 원예생명조경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로 조경 계획 및 경관 계획 분야에 학문적 관심을 가지고 있다.
  • [시네마 스케이프]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갇힌 물, 흐르는 물, 춤추는 물
    1960년대의 미국은 백인 남성이 주도하는 시대였다. 천재 여성 수학자의 실화를 다룬 ‘히든 피겨스’는 차별과 편견을 딛고 성공한 당대 흑인 여성들을 그린다. 흑인 전용 화장실에 가기 위해 구두를 신고 먼 거리를 뛰어다니는 그들의 상황이 애처롭다. 식당이나 버스에서도 좌석을 분리한 인종 차별의 시대였다.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의 시대 배경도 1960년대다. 장애를 가진 여성, 흑인 여성, 노인 게이, 소련 스파이, 심지어 괴생물체가 주요 등장인물이다. 말 못하는 여자 사람과 반은 사람이고 반은 물고기인 생물체의 사랑을 그린 19금 영화다. 논리적으로는 말이 안 되는 서사지만 영화를 보는 중에 나도 모르게 왜 눈에서 물이 나오는지 알 수 없었다. 주인공 엘라이자(샐리 호킨스 분)는 강에서 버려진 채 발견되어 고아원에서 자랐다. 말을 알아듣지만 하지는 못한다. 그녀의 직업은 비밀 우주 연구소의 청소부다. 밤 아홉 시에 일어나 자정에 출근해서 동틀 무렵 퇴근한다. 허름한 극장 건물 위층에서 혼자 살지만 외롭지는 않다. 옆방에 사는 화가인 노인 자일스(리차드 젠킨스 분)와 텔레비전을 함께 보며 식사를 하고 고민을 들어주는 일상을 공유한다. 그는 다니던 회사에서 쫓겨났고 단골 파이 가게의 남자 점원을 짝사랑한다. 따뜻한 심성의 직장 동료 젤다(옥타비아 스펜서 분)는 가부장적인 남편 험담으로 시작해 일하는 내내 말하기를 쉬지 않는다. 그들은 사회와 가정 모두에서 핍박 받는 소수자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0호(2018년 4월호) 수록본 일부 서영애는 조경을 전공했고, 일하고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다. 국가 권력과 정의 사이에서 고민하는 「워싱턴 포스트」 여성 발행인의 내면을 다룬 영화 ‘더 포스트’는 울림을 준다. 남자들에 둘러싸여 힘든 결단을 해야 하는 그순간, 메릴 스트립의 떨리는 목소리를 잊을 수 없다.
  • 예술가에게 정원은 어떤 의미인가 '예술가의 정원’ 전, 닻미술관, 2018. 3. 17. ~ 5. 27.
    정원은 오랫동안 인간이 꿈꾸지만 닿을 수 없는 낙원을 상징하며 우리를 매료시켜왔다. 특히 “누구보다 감성적이고 예민한 촉으로 정원을 바라보는 시각 예술가”에게 정원이란 어떤 의미일까. 경기도 광주에 자리 잡은 닻미술관은 2018년 첫 전시로 ‘예술가의 정원(The Artist’s Garden)’을 지난 3월 17일부터 5월 27일까지 개최한다. 강민정 학예실장(닻미술관)은 “시공간을 아울러 무엇보다 오래, 강력하게 예술가의 뮤즈(Muse)가 되어온 그 ‘비밀의 화원’에서 예술가들은 언제나처럼 내밀하고 아름다운 이미지를 만들어낸다”며 이번 전시를 소개했다. ‘예술가의 정원’ 전은 이혜승, 이혜인, 허구영 세 명의 화가와 사진가 조성연을 초대해 예술가에게 정원이 어떤 의미인지 그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이혜승은 크고 작은 화분을 자신만의 정원으로 삼고 느리게 바라보며 그만의 섬세한 감각으로 그려내고, 이혜인은 정원을 자연과 인간이 대화하는 공간으로 해석하며 수년 전 그렸던 베를린의 한 겨울 정원을 다시 번역한다. 허구영은 우연히 찾은 정원에서 체험한 순수한 감동과 즐거움을 오랜만의 회화 작업을 통해 표현하고, 조성연은 식물의 고요한 성장 과정을 긴 호흡으로 관찰하고 교감하며 그 시간의 일부를 빛의 드로잉인 사진으로 담아낸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0호(2018년 4월호) 수록본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