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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탐독] 여성과 정원
지금으로서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 있겠지만,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류 문명에서 정원 문화는 귀족과 남성의 전유물 이었다. 정원 문화 속에서 여성의 역할이 없었다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활동이 밖으로 드러나지 못했고, 그것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영국의 에드워드 시대(Edwardian Era)(1890~1914) 에 이르면 정원에서 여성의 바람이 거세게 일어난다. 이 시기를 주도한 여성으로는 정원 디자이너 거트루드 지킬(Gertrude Jekyll)(1843~1932), 정원 역사 이론가 얼리샤 애머스트(Alicia Amherst)(1865~1941), 정열적인 원예 재배사 엘런 윌모트(Ellen Willmott)(1858~1934), 그리고 여성 정원사를 위한 대학을 설립한 교육자 프랜시스 울슬리(Frances Wolseley)(1892~1936) 등이 있다. 이들은 당시 서로 친분으로 엮여 있었고, 서로에게 각자의 방식으로 영향을 주면서 이전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정원 문화를 만들어 갔다.
이들이 일으킨 정원 문화는 정원사의 큰 축을 바꾸었다. 이론, 학문, 원예, 디자인 분야에서 동시다발적 협업이 이뤄지면서 부와 취미의 상징으로만 여겨지던 정원을 그 시대의 핵심적 문화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들의 영향은 영국에 그치지 않고 미국과 호주로 건너가 20세기와 21세기에 걸쳐 세계적으로 ‘가드닝 문화’를 일으키는 원동력이 된다. 오늘날 우리나라에도 불고 있는 정원과 가드닝에 대한 관심은 결코 느닷없이 불어 닥친 유행이 아니다. 그렇다면 여성에 의해 선도된 정원 문화는 그 이전의 시대와 어떻게 달랐고, 어떤 변화를 일으켰을까. 또 앞으로 어떤 길을 찾아갈 것인가. 이 쉽지 않은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어쩌면 우리보다 한 세기 전에 태어나 정원을 위해 산 여성들의 삶을 통해 엿볼 수 있지 않을까. ...(중략)...
* 환경과조경 363호(2018년 7월호) 수록본 일부
오경아는 방송 작가 출신으로 현재는 가든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다. 영국 에식스 대학교(The University of Essex) 리틀 칼리지(Writtle College)에서 조경학 석사를 마쳤고, 박사 과정 중에 있다. 『정원생활자』, 『시골의 발견』, 『가든 디자인의 발견』, 『정원의 발견』, 『낯선 정원에서 엄마를 만나다』 외 다수의 저서가 있고, 현재 신문, 잡지 등의 매체에 정원을 인문학적으로 바라보는 칼럼을 집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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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스케이프]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그해 여름, 눈부신 찰나의 순간
몇 해 전 여름, 이탈리아 정원 답사 여행 중 투스카니 지방의 언덕 위 작은 호텔에 묵을 때였다. 올리브 나무가 그림처럼 펼쳐져 있고, 야외에 차려진 아침 식탁에는 방금 딴 살구가 나왔다. 일행들이 답사를 나간 동안 호텔에서 빌려주는 자전거를 타고 시골길을 둘러보기로 했다. 포플러 나무 사이로 바람을 가르며 시원하게 언덕길을 내려 왔다. 짧은 행복도 잠시, ‘아뿔싸, 저 언덕을 다시 올라가야 하는구나.’ 내려갈 때와 달리 땀을 비 오듯 쏟으며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는 데는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무더위 때문에 일행들도 일찌감치 숙소로 돌아와 수영장에서 한가로운 오후를 보냈다. 사서 고생한 반나절이었지만 자전거, 녹음, 수영장, 살구 그리고 한여름 햇볕의 기억은 선명하게 남아 있다.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보다 문득 그해 여름이 생각났다.
1983년 이탈리아 북부 어디쯤이라는 자막과 함께 아름다운 시골의 별장 풍광이 펼쳐진다. 17세의 엘리오(티모시 샬라메 분)가 여름을 보내는 곳이다. 교수인 엘리오의 아버지는 해마다 젊은 연구원을 초청해 방학을 함께 보낸다. 그해 여름, 고고학을 전공하는 올리버(아미 해머 분)가 별장에 도착한다. 자동차에서 내리는 모습을 2층에서 엘리오가 내려다보는 것으로 시작해 기차에 탄 올리버가 플랫폼에 서 있는 엘리오를 차마 내려다보지 못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영화는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고 헤어지는 감정을 촘촘히 따라간다. 그 흔한 삼각관계도 없이, 주변의 반대도 없이 그들의 시선과 감각에 집중한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3호(2018년 7월호) 수록본 일부
서영애는 조경을 전공했고, 일하고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다. 동네 친구 C의 소설이 영화화되기로 결정되어 작가가 직접 시나리오 작업을 하는 중이다. 텍스트를 시각화하는 작업은 생각보다 어렵고 또 다른 상상력을 요구하는 일인 것 같다. 어떤 영화로 만들어질지 기대된다. 옆에서 무책임하게 참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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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에 가려진 세계
'건축에 반하여', 6월 8일부터 6월 24일까지 서울혁신파크 SeMA 창고에서 개최
사전적으로 ‘집이나 다리 등의 구조물을 목적에 따라 설계해 쌓아 만드는 일’을 의미하는 ‘건축’은 단순히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을 넘어 시대의 이데올로기와 사고관을 반영한다. 도시, 가족, 경제, 성장, 정치, 권력, 역사, 제도, 문명 등은 건축으로부터 구축되는 또 다른 이름들이다. 지난 6월 8일부터 6월 24일까지 개최된 ‘건축에 반하여(Against Architecture)’는 이러한 건축을 하나의 은유로 파악하여, ‘오늘날 우리의 세계가 어떻게 조직되어 있는가?’라는 물음에 접근하는 전시다. 국내외 작가 8개 팀이 신체, 도시, 무의식, 페미니즘, 가상, 죽음 등을 주제로 오늘날 건축과 관련한 문제를 건축 주변에서부터 검토했다.
『환경과조경』에 “떠도는 시선들, 큐레이터 뷰”(2016년 1월 호~2017년 1월호)를 연재한 바 있는 전시 기획자 심소미 큐레이터는 “결론적으로 이 전시에 건축은 없다”고 설명 한다. “대신 건축으로부터 주변화된 존재와 파생된 사태를 또 다른 구축적 조건으로 제시하여, 견고한 건축에 가려진 세계의 허와 실에 다가가고”, “이를 통해 건축의 위기를 초래하는 인간의 의지를 되묻고, 오늘날 건축을 다른 방식으로 사용하는 가능성을 열고자 한다.”...(중략)...
* 환경과조경 363호(2018년 7월호) 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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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공간 미래비전
돈의문 박물관마을 도시건축센터, 5월 15일부터 6월 20일까지
미래 서울의 지하 공간은 어떤 모습일까. 서울시가 여러 건축가와 함께 서울 도심 내 지하 공간을 활용하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선보였다. 지난 5월 15일부터 6월 20 일까지 서울 돈의문 박물관마을 내 도시건축센터에서 열린 ‘서울 지하공간 미래비전’은 도시 건축적 상상력을 지하 공간까지 확장하는 전시다. 전시는 서울광장, 을지로, 회현 지하상가 등 단편적으로 만들어진 지하 공간을 체계적으로 다듬어야 한다는 전제에서 비롯됐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건축가는 서울시의 주요 공모전 에서 수상한 경력이 있는 국내외 아홉 팀으로, 스튜디오 케이웍스(studio Kworks)의 김광수, 터미널 7(Terminal 7)의 조경찬, 건축사사무소 에스오에이(SoA), 이스케이프(Escape)건축사사무소, 도미니크 페로(Dominique Perrault), 비니 마스(Winy Maas), 키 크리스티안제(Kees Christiaanse), 청보글(Cheungvol), 모도 스튜디오(Modostudio)다. 각 팀은 당선된 공모전 대상지와 관련 있는 지하 공간을 맡아 가상의 설계안을 만들어 전시했다.
각 안은 단순히 지하에 새로운 공간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지상과의 연계를 우선적으로 고려했다. 김광수의 ‘정독 도서 플랫폼’은 높은 옹벽으로 둘러싸여 접근이 어려운 정독 도서관의 전면 부지를 다채로운 옥상 정원이 있는 독서 플랫폼으로 제안했다. 전면 부지의 지하에는 여러 층의 실내 공간을 조성하고, 옹벽을 걷어내 개방적인 공간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탁 트인 주변 경관을 감상할 수 있게 된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3호(2018년 7월호) 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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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정원, 공공의 가치를 열다
구리갈매 푸르지오, 동탄행복마을 푸르지오 작가정원
“정원은 가꾸는 공간이다.”처음부터 정원을 잘 조성해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사람에 의해서,자연에 의해서,주변 환경에 의해서,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고“가꾸어 지는 것”또한 정원의 숙명이 아닐까.요즘 아파트 단지의 완성도를 높이는 작가정원 조성이 붐이다.특히 대우 푸르지오는 단지마다 수준 높은 정원을 조성하기 위해‘콤페’를 통해 작가를 선정하고 있다.최근에는 단순히 정원을 조성하는 것을 넘어 정원의 유지·관리를 위한 주민 참여 프로그램까지 관심을 확대 해가고 있다.아직은 시도 단계이지만 정원을 중심으로 주민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 데 성공한 현장도 나타나고 있다.최근 푸르지오에 작가정원을 조성하고 주민 참여 프로젝트의 좋은 사례를 만들고 있는 김승민 대표(유안C&D)를 만나 작가정원 두 곳을 방문했다.
구리갈매 푸르지오“이야기 꽃이 피어나는 도란도란 가든”
구리갈매 푸르지오의 작가정원 공모 명칭은“플라워 가든”으로,약650㎡규모의 크지 않은 면적에 공공 주택 단지의 특성을 반영하면서도 독창적인 정원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였다.김승민 대표는“외국식 정원을 따라 하지 않은 한국식 정원”에 대해 평소 고민을 많이 해 왔다.현대 도시의 아파트는 주변의 자연을 그대로 차경하는 방식의 한국 전통 정원을 고집하기에는 적절치 않은 장소이고 인위적 조성이 불가피하다.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한국 정원의 가치를 접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정원은 다른 단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매력적인 차경 요소를 가지고 있다.대상지를 기준으로 남쪽은 건축물에 가려져 있으나 동쪽으로는 멀리 산등성이와 소나무가 보이는 트인 경관이 있다.게다가 동쪽은 해와 달이 뜨는 곳이다.따라서 시각적으로 방해가 되는 키 큰 나무를 과감히 들어내,멀리 보이는 소나무를 차경 요소로 활용했다.다행히 대우건설도 나무를 제거하는 제안을 받아들였다.정원의 중심에 데크와 의자를 놓아 쉼터를 조성했고,그 결과 아침 해와 저녁 달을 맞이하는 멋스러운 공간이 탄생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3호(2018년 7월호) 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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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서재] 밤의 여행자들
이번 7월호에는 다가올 재난에 미리 대비하는 ‘리질리언트 바이 디자인’을 특집 격으로 다뤘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관한 설계라니, 생소한 주제에 장기간에 걸쳐 진행된 복잡한 프로젝트라 내용을 파악하는 일만도 쉽지 않았다. 마감을 무사히 치르고 나서야 드는 생각이지만, 눈앞에 쌓인 방대한 자료를 단기간에 정리하는 일이야말로 내게 닥친 작은 재난이었다.
해수면 상승과 침수된 도시를 연일 보고 있던 탓에 머릿속에 서도 ‘재난’이라는 단어가 부유하는 느낌이다. 더는 생각하기도 싫어 저절로 고개가 저어지지만, ‘재난’, 이상하게 곱씹을수록 익숙하다 못해 친숙하다. 되짚어 보니 재난 영화는 잘도 찾아보곤 했다. 꽁꽁 얼어버린 뉴욕(투모로우), 부산을 덮치는 거대한 파도(해운대), 알 수 없는 바이러스의 발현으로 인한 전 세계적 좀비 사태(월드워 Z)등 당장 잡히는 기억만 복기해도 인상적인 장면들이 속속 떠오른다. 게다가 크게 흥행한 영화 들이다. 재난을 다루는 영화에 끌리는 이유는 뭘까. 실감나는 CG, 주인공의 탁월한 위기 대처 능력(혹은 엄청난 행운 몰아주기), 생사의 갈림길에서도 빛나는 사랑과 희생 정신도 하나의 요인이겠지만 무엇보다 ‘적당히 즐길만한 정도의 긴장감’을 빼놓을 수 없다. 영화 ‘트루먼쇼’의 시청자처럼 일생의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숨죽이며 바라보지만, 그럼에도 내 세계는 안전하니까 언제든지 발을 뺄 수 있다는 안도감으로 누그러진 긴장 상태 말이다.
윤고은의 소설 『밤의 여행자들』은 영화로 만족하지 못하고 직접 재난을 찾아 나선 다는, ‘재난 여행’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설정을 무심한 듯 독자 앞에 툭 던진다. 재난 여행의 관광지는 화산, 지진, 전쟁, 가뭄, 태풍, 쓰나미 등으로 폐허가 된 지역 이다. 크고 무시무시한 재난일수록 인기 여행지가 된다. 주인공 고요나는 재난 여행사의 수석 프로그래머다. 요나의 일은 언제 어디서 재난이 일어나는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재난 현장을 사람들의 흥미를 끌 만한 여행지로 개발하는 것이다. 소설 속 세계에서 재난은 보통 생각하는 것과 조금 다르다. 기를 쓰고 극복해야 할 대상도, 그런 일이 있겠냐며 가볍게 코웃음 칠 대상도 아니다. ‘재난=상품’이다.
책 속에 등장하는 가상의 섬 ‘무이’는 오래전 사막에 생긴 싱크홀로 재난의 혜택(?)을 받는 관광지다. 요나는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무이를 계속 여행 상품으로 판매 할지 말지를 결정하기 위해 이곳으로 출장을 떠난다. 직접 본 무이는 재난 여행지라기엔 지나치게 평온하다. 거대한 싱크홀은 오랜 시간이 지나 호수로 변했다. 잔뜩 기대하고 왔던 사람들은 호수 속 아득한 구멍을 각자의 상상에 맡길 뿐이다. 화산 폭발이 일어났다던 곳은 평화롭기 그지없는 동네 약수터 같고, 현지 주민들도 순전히 먹고 살기 위해 관광객을 위한 어색한 연기를 펼칠 뿐이다. 요나는 왜 이곳이 인기가 없는지 알겠다며 상품 목록에서 무이를 빼야겠다는 마음을 먹는다.
사실 요나의 처지는 무이와 크게 다를 바 없다. 무이는 상품 목록에서, 요나는 회사에서 퇴출당할 위기에 놓였으니 말이다. 한때는 인정받는 프로그래머였으나 10년 동안 헌신한 직장에서 헌신짝 취급을 받고 있음을 어느 순간 깨닫는다. 느닷없는 상사의 성추행에 모욕감보다는 ‘퇴물이나 곧 나갈 사람만 건드린다’는 소문이 기억나 ‘이제 나 퇴물이구나’라는 불안감에 사로잡힌다. 동료들이 쓰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전화기 아니면 복사기 앞을 지키는 등 자꾸 신입이나 해야 할 일을 떠맡고 있는 게 영 초조하다. 요나는 지금 자기 앞에 펼쳐진 상황이야말로 재난이라고 인식한다. 어쩌면 재난 전문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수많은 재난을 수치화하고 프로그램화하던 요나가 개인적인 어려움을 두고 이것이야말로 재난이라고 하는 상황은 씁쓸하고 모순적이다.
재난에 무뎌진 건 요나뿐만이 아니다. 한국으로 복귀 도중 홀로 무이에 낙오된 요나는 이곳을 둘러싼 음모를 듣는다. ‘재난 여행지’로서 무이가 별 볼 일 없어지니 섬 관계자들이 더큰 재난을 만들어 낼 준비를 하고 있던 것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놀라는 것도 잠시, 요나는 회사에서 애매한 입지를 굳힐 수 있겠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붙잡고 이 은밀한 계획에 조심스럽게 가담한다. ‘그날’을 위해 섭외된 주민은 연기자가 되어 재난 발생 후 증언할 대본을 외우고, 일면식 없는 남녀가 부부의 연을 맺는다. 1년 치 봉급을 훨씬 웃도는 돈을 준다고 하니 너나 할 것 없이 사람들이 달려든다. 무이 사람들에게 예고된 재난보다 더 큰 재난은 당장 눈앞에 닥친 먹고 사는 문제다.
『밤의 여행자들』은 나의 안위만 생각하는 자본주의의 풍조를 재난 여행이라는 독특한 상황에 빗대어 설득력있게 연출한다. 치밀하다 못해 읽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심리 묘사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집요한 인과 관계로 ‘어디에도 있지 않은 이야기’는 어느새 ‘어디선가 일어날 법한 이야기’로 들린다. 재난에 무뎌지다 못해 재난마저도 상품화하는 것과 아직 오지 않을 재난에 대비하는 것. 재난을 대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볼 때 리질리언트 바이 디자인과 『밤의 여행자들』은 뭐 하나 맞는 것 없는 상극 관계다.
달라도 한참 다른 『밤의 여행자들』과 리질리언트 바이 디자인이 공통으로 던지는 화두가 하나 있다. 재난 그 자체보다 재난을 강 건너 불구경하려는 자세를 먼저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마지막까지도 소설을 편하게 읽을 수 없는 이유였고, 리질리언트 바이 디자인을 정리하면서 각 팀의 복잡한 설계안보다 다가올 위험을 알리려는 지난한 시도와 소통 과정이 더 기억에 남았던 이유다. 그런 점을 지면의 한계로 일일이 전달할 수 없었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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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A] 잡지의 시대
거짓말처럼 긴 줄이었다. 한 시쯤 도착하면 여유롭게 전시를 둘러 볼 수 있을 줄알았는데,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 출판계에는 몇십 년째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이라는 말이 떠도는데 ‘2018 서울국제도서전’을 보러 온 사람이 이렇게 많다 니. 북적이는 인파에 정신없이 휩쓸려 다니면서도, 사람들의 손에 들린 쇼핑백에 어떤 책이 담겨 있는지 자꾸만 궁금해졌다.
사실 이번 서울국제도서전에는 가지 않을 생각이었다. ‘책 읽기’보다 ‘책 사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아직 펴보지도 못한 책이 이미 책꽂이에 수두룩하기 때문이 다. 게다가 또 욕심은 어찌나 많은지, 마음에 드는 책을 사지 않고 지나칠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그 결심은 서울국제도서전 홈페이지에 접속한 순간 와르르 무너졌다. “최근 몇 년간 잡지의 지형은 격렬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전문 에디터들이 만든 다양한 모습의 작고 가벼운 잡지들이 속속 출간되어 서점의 평대를 다채 롭게 채우며 분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잡지의 시대’는 다양한 영역의 새로운 잡지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획전입니다. 독특하고 멋진 잡지들의 부스와 서점 더 북 소사이어티가 큐레이션한 독립 잡지들로 다채롭게 꾸며질 예정입니다.” 하필 전시 기간이 마감을 코앞에 둔 금쪽같은 휴일(보통 기자들이 ‘코다’나 ‘편집자의 서재’ 등 마지막 기사를 갈무리하는 시간)과 맞물려 있었지만 시간을 내지 않을 수 없었다.
발 디딜 틈 없는 인기 출판사 부스 뒤편의 꼭 다른 세상같이 한적한 곳, 거기에 ‘잡지의 시대’가 펼쳐져 있었다. 작년에 구독을 시작하여 이제 조금 친숙해진 문예지, 특정 분야를 깊숙이 파고드는 전문지, 디자인지, 라이프스타일지 등 총 31종의 잡지를 선보였는데, 종 수는 많지 않지만 다루는 영역의 폭은 그 이상으로 넓었다.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는 그 다채로운 책들에서 살아남기 위한 분전의 흔적이 느껴졌다.
특히 단행본과 잡지의 경계를 모호하게 넘나드는 기획들이 눈에 띄었다. 지난 4월 ‘편집자의 서재’에서 소개한 『프리즘오브(PRISMOf)』 (『환경과조경』 2018년 4월호 p.142 참조) 처럼 한 권에 단 하나의 주제만을 다루는 잡지가 부쩍 늘었다. 『감 매거진(GARM Magazine)』은 콘크리트, 목재 등 건축의 가장 작은 물리적 단위인 건축 재료 하나를 선정해 ‘개인의 창조성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방법’을 논의하고, 『매거진 B(Magazine B)』는 아름다움, 실용성, 합리적인 가격, 브랜드 의식이 조화를 이룬 브랜드를 한 호에 하나씩 소개한다. 커다란 틀은 같지만 연속성을 갖지 않기 때문에 한 권 한 권이 하나의 단행본같이 완결성을 갖게 된다. 사진 잡지인 『보스토크(Vostok)』는 이러한 특성을 더 강하게 드러내는데, 일반적인 잡지가 같은 디자인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것과 달리 『보스토크』는 매달 다른 형식과 느낌의 표지를 선보인다. 같은 잡지가 맞는지 헷갈릴 정도다. 이에 대한 답은 ‘잡지의 시대’와 더불어 진행된 라운드테이블 ‘분전’에 참여한 박지수 편집장 (『보스토크』) 의 이야기에서 찾을 수 있었다. “기존의 잡지는 광고주와 독자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던 ‘풍 요로운 시대의 잡지’다. 그런 잡지가 멋지고 근사한 것은 알지만, 더 이상 풍요로운 시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절감하며 『보스토크』가 태어났다. 『보스토크』는 매 호새로운 주제로 새로운 독자를 만나는 것을 꿈꾼다. 그래서 구성도 바꾸고 디자인도 바꾸고 콘셉트나 종이도 바꾸며, 언제나 조금씩 새로움을 모색하고 있다. 표지는 그러한 생각의 집약체다.”
몇몇 잡지의 목차에서는 좀 더 독자 가까이에서 호흡하려는 노력을 읽을 수 있었다. 잡지가 다루는 분야 내부의 이슈에만 주목하지 않고, 일반적인 사회 이슈를 함께 엮어 다룬 콘텐츠가 많았다. 이는 이 분야 역시 당신의 일상과 함께 흐르는 삶의 일부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강남역 살인 사건’ 1주기를 맞아 여성 혐오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던 2017년 9월 창간한 과학 비평 잡지 『에피 Epi』는 첫 번째 크리 틱으로 “과학 교과서의 젠더 편향성”을 소개했고, 지난 6월 문예지 『릿터 Littor』는 ‘선거’를 주제로 콘텐츠를 구성했다. 꼭 알아야 할 것을 소개할 뿐 아니라 분야 바깥의 사람도 흥미로워할 이야기를 선별하는 것이 잡지의 기본 덕목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한 관점에서 『에피』 창간호의 펴내는 글 “과학비평을 위하여”는 인상 깊다. "『에피』는 하나의 실험입니다. 과학과 기술에 대해 이야기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으려는 실험입니다. 『에피』라는 실험이 검증해보려는 가설은 더 많은 사람이 과학에 대해 더 많이 얘기할수록 과학이 더 넓고 풍부하고 탄탄해진다는 생각 입니다. 실험은 끝내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과학 이야기가 아주 많이 나오도록 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더 나은 실험을또 고안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내 눈을 사로잡은 건 매대 사이사이 심심치 않게 놓여 있던 ‘굿즈goods’들이다. 에코백이나 배지, 달력, 엽서 등 세련된 디자인의 굿즈가 구매욕을 부추기지만, 이들은 별도로 판매되지 않는, 잡지를 사야만 받을 수 있는 증정품이다. 그런데 이 굿즈가 지닌 또 다른 역할이 있다. 어떤 사람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 ◯◯ 잡지를 정기구독해 받은 에코백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에코백은 단순히 가방으로도 기능하지만, 에코백을 멘 사람이 ◯◯ 잡지를 구독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기도 한다. 이로써 그 사람은 ◯◯ 잡지가 다루는 감성과 지식을 향유하는 사람이 된다. 특정 굿즈를 가진 사람이 모여 일종의 연대감을 형성하기도 한다. 실제로 남기준 편집장과 김정은 『공간』 편집장은 『씨네21』을 정기 구독하면 받을 수 있는 시계를 작년 내내 열심히 차고 다녔다. 서로 모르는 사람도 같은 문화를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독특한 사물이다.
잡지 더미를 헤치고 다니다 슬슬 목이 말랐던 나는 다시 전시관의 입구로 향했다. 평소에 관심 있던 출판사의 책을 확인하려다 인산인해를 이룬 부스의 모습을 보고 뒤로 물러섰다. 비교적 한산했던 ‘잡지의 시대’의 풍경을 떠올리니 뙤약볕 아래서 한참을 걸은 것처럼 목이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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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조형미와 기능성을 동시에 갖춘 벤치 시리즈
다채롭고 모던한 디자인으로 공간에 생동감 부여
디자인 조경 시설물 전문 기업 (주)예건이 다양한 콘셉트와 기능을 가진 벤치를 선보인다. 나뭇잎을 모티프로 디자인한 리프벤치 Leaf bench , 삼각형, 사각형, 원형 등의 로지스 조형 벤치 시리즈 Logis bench series, 궁궐의 만월문과 달문창호의 전통 선형을 모던하게 재해석한 문벤치 Moon bench, 리본의 리드미컬한 선형에서 영감을 받은 리듬벤치 등 10여 종의 벤치를 출시했다. 일부는 KS인증, Q마크 인증을 받은 제품이며, 이밖에도 태양광 조명을 활용해 휴대폰 충전이 가능한 벤치, 온열 블록이 설치되어 한겨울에도 따뜻한 벤치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스마트 벤치가 출시됐다.
TEL. 031-943-6114 WEB. www.yek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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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모처럼 미세 먼지 없는 청명한 하늘 밑에서 교정을 보다가
잡지 편집자는 기획, 자료 조사, 취재, 필자 섭외, 지면 구성, 사진 선택, 디자인 협의 등 다양한 일을 하지만, 원고의 교정과 교열도 편집자의 빼놓을 수없는 역할이다. 오자와 탈자를 바로잡는 것은 기본이고,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문장을 다듬어야 한다. 필자가 잘못 알고 있는 지식을 발견해 수정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필자 특유의 어조와 언어적 습관을 유지해야 한다. 『환경과조경』은 편집된 지면을 인쇄소로 넘기기 전에 세 단계의 교정과 교열 과정을 거친다. 필자뿐 아니라 편집자도 늘 까다로워하는 띄어쓰기와 맞춤법 몇 가지를 정리해 본다.
먼저, 알쏭달쏭한 띄어쓰기 규칙 몇 가지를 살펴보자. 사실 띄어쓰기의 원칙은 간단하다. 조사만 그 앞말에 붙여 쓰고, 나머지는 모두 띄어 쓰면 된다.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아래의 몇 가지 사항만 조심하면 실수를 줄일 수 있다. 첫째, ‘처럼, 부터, 까지, 밖에, 같이, 조차, 마저, 에서, 보다, 치고, ㄴ (는) 커녕, 에서부터, 조차도, 야말 로, 마저도’도 조사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 ‘나는 그리는 것 보다 현장 일이 좋다’라고 쓰는 사람이 적지 않다. 여기서 ‘보다’는 독립성이 없는 조사이므로 앞말에 붙여야 한다.
둘째, 의존 명사는 띄어 쓴다. ‘공모에서 떨어질 수밖에’ (수=의존 명사, 밖에=조사) 의 띄어쓰기를 틀리는 사례는 많지 않지만, ‘공모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데=의존 명사) 은 대부분 틀린다. ‘그루, 켤레, 채, 쪽, 년, 가지, 분, 이, 바, 따위, 등, 따름, 터, 때문’도 의존 명사이므로 띄어 써야 한다. ‘지’는 ‘공모에 당선된 지 오래됐다’의 경우처럼 경과한 시간을 나타낼 때만 의존 명사다. ‘대로, 만큼, 뿐’의 띄어쓰기에 실패하는 사례는 아주 흔하다. 체언 (명사, 대명사 등) 다음에 오면 조사이므로 붙여 쓰지만 (설계대로 하는 시공, 건축뿐 아니라 조경), 용언 (동사, 형용사 등) 다음에 오면 의존 명사이므로 띄어 쓴다 (설계한 대로 시공하자. 조경할 뿐 아니라 건축하는) .
셋째, 복합 명사는 띄어 쓰는 게 원칙이지만, ‘자아도취’처럼 사전에 한 단어로 등재된 경우는 붙여 쓰는 등 여러 가지 예외가 허용되기 때문에 오히려 어렵다. 전문 용어도 단어별로 띄어 쓰는 게 원칙이지만, 도시설계, 도시계획, 도시재생, 지속 가능성, 설계공모처럼 자주 쓰는 용어는 붙여 쓰는 경우가 많다. 복합 명사로 된 전문 용어는 『환경과조경』 편집자들끼리 격론을 벌이는 단골 메뉴다. 조경설계를 붙일지 말지, 생태 복원을 띌지 말지는 옴스테드 앞에 붙는 이름을 프레드릭과 프레더릭 중 무엇으로 표기해야 하는지 못지않은 편집부의 쟁점이다. 무엇보다 한 편의 글과 책 전체에서 일관성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 성명 이외의 고유 명사도 단어별로 띄어 쓰는 게 원칙이지만, ‘조경 대학교’보다는 ‘조경대학교’로 표기하는 게 관례다. 다만, ‘랜드 대학교’처럼 외래어와 우리말이 결합한 경우는 띄어 쓴다. 외래어와 붙는 우리말의 띄어쓰기는 좀 복잡하다. 『환경과조경』은 국립국어 원의 한글 맞춤법과 여러 출판사의 편집 규정집 등을 참고해 고딕식, 메디치가, 히피족, 가톨릭교, 바벨탑 등은 붙여 쓴다. 지명이나 그에 준하는 고유 명사일 경우, 외래어는 띄어 쓰고, 우리말은 붙여 쓴다 (카리브 해, 라인 강, 에베레스트 산, 윈저 궁, 라빌레트 공원, 남해, 한강, 창덕궁, 선유도공원) . 그렇지만 동, 서, 남, 북, 중앙 등이 외래어 지명과 어울려 쓰일 때는 붙인다(남아메리카, 중앙아시아) .
넷째, 보조 용언은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하되, 경우에 따라 붙여 씀도 허용한다. 다만, 글 전체에서 일관성을 유지하는 게 좋다. ‘마감 때의 철야를 참아 내다’와 ‘건축주의 갑질을 이겨내다’처럼 보조 용언 ‘내다’의 띄어쓰기를 이랬다저랬다 하면 글이 시각적으로 산만해진다. ‘설계의 한계를 넘어보자’ 와 ‘소장의 무능력을 뛰어 넘고 싶다’의 경우도 보조 용언 (보다, 싶다) 띄어쓰기를 통일해야 글에 신뢰감이 생긴다. 내친김에 누구나 늘 헷갈리는 맞춤법 몇 가지도 짚어 보자. 분명히 국어 시간에 배웠건만 매번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몇 개 안 되니까 외우면 되지만, 헷갈릴 때는 사전을 찾아보는 게 가장 깔끔한 방법이다.
우선, ‘로서’와 ‘로써’. 지위나 신분 또는 자격일 경우 ‘로서’를 쓰고, 도구, 방법, 수단이면 ‘로써’를 쓴다. ‘조경가로서 해야 할 일’이고, ‘단면으로써 표현할 수 없는 설계 개념’이다. ‘로써’가 맞는지 확신이 없을 때는 그 자리에 ‘~을 가지고’나 ‘~을 이용해’ 를 넣어 의미가 통하는지 확인해 보면 된다.
‘든’과 ‘던’도 언제나 헷갈린다. 선택이면 ‘든’을 쓰고, 과거의 경우에는 ‘던’을 쓴다. ‘이번 설계에 참여 하든지 말든지 결정을 해’가 맞고, ‘어제 하던 프로 젝트 회의를 이어서 하자’가 맞다. ‘채’와 ‘체’도 늘 아리송한데, 동시 동작일 경우 ‘채’를 쓰고 (한 손에 도면을 든 채 프레젠테이션을) , 꾸밈을 나타낼 때는 ‘체’ (=척)를 쓴다 (시공 결함을 보고도 못 본 체) .
‘이’와 ‘히’는 외우는 게 차라리 편하다. ‘깨끗이’가 맞고, ‘솔직히, 열심히, 가만히’가 맞다. 직업을 가리키는 경우는 ‘장이’, 특정 성격이나 인물을 지칭할 때는 ‘쟁이’를 쓴다 (미장이, 멋쟁이) . ‘아무튼, 하여튼, 굳이, 일찍이, 요컨대, 갖은, 됐다’도 흔히 틀린다. ‘안 되다’와 ‘안되다’를 혼동하는 경우도 많다. ‘안 되다’는 ‘아니 되다’의 준말이고 (그렇게 설계하면 안 돼) , ‘안되다’는 불쌍하다는 뜻이다 (그 소장님 참 안됐다) .
한자어는 음과 의미를 정확히 알고 쓰는지 확인하는 게 바람직하다. ‘역할’ 대신 ‘역활’이라고 쓰는 사람이 많고, ‘지향(指向)’과 ‘지양(止揚)’을 혼동하는 실수도 잦다. ‘재고’(再考=다시 생각해 보다) 를 써야 할 자리에 ‘제고’(提高=드높이다) 라고 쓰는 것도 빈번한 오류다.
셀 수 있는 명사나 대명사 뒤에 붙어 복수의 뜻을 나타내는 접미사 ‘들’은 신중하게 쓸 필요가 있다. 복수형 명사 앞에 복수를 암시하는 말이 이미 있으면, 단수형으로 처리하는 게 산뜻한 느낌을 준다. 모든 조경인들보다는 모든 조경인, 많은 대안들 보다는 많은 대안, 몇몇 시민들보다는 몇몇 시민이라고 쓰면 문장에 경쾌한 맛이 생긴다.
이제, 독자 여러분이 빨간 펜을 들고 이번 6월호를 이 잡듯 교정해 보실 차례다.
조경학을 전공한 윤정훈 기자가 『환경과조경』 편집부에 합류했고, 단행본 편집자로 활약할 신동훈 씨도 새 식구가 되었다는 소식을 전한다. 지면 곳곳에 스며들 신인들의 신선한 감각, 기대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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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 앤 플레이
Park n Play
주차 시설은 도시의 필수 요소다. 하지만 점점 고밀화 되는 도시에서 주차 건물을 주차용으로만 사용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덴마크 건축사무소 자자 아키텍츠(JAJA Architects)는 흥미로운 디자인으로 주차 건물의 새로운 활용 방안을 모색했다. 평범한 주차 시설이었던 뤼더스 주차 건물 (Parking House Lüders)이 시민을 위한 매력적인 여가 공간으로 거듭났다. 수직 정원과 활기찬 옥상 공간, 지면과 옥상을 연결하는 야외 계단이 생동감 넘치는 도시 경관을 형성한다. 이 주차 시설은 지역 주민, 운동선수, 방문객을 위한 친목 도모의 장소 이자, 즐거움이 가득한 공유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뤼더스 주차 건물은 코펜하겐의 항구 노르하운(Nordhavn)의 오르후스가데 쿼터(Århusgade Quarter)에 있다. 노르하운은 신도시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어 오래된 건물과 새로운 건물이 공존하는 지역이다. 특히 오르 후스가데 쿼터는 지역 곳곳에 붉은 벽돌 건물이 많아 ‘붉은 지역’으로 불리는데, ...(중략)...
* 환경과조경 362호(2018년 6월호) 수록본 일부
Architect JAJA Architects
Collaboration Design Team Søren Jensen Ingeniør, RAMA Studio, LOA, DGI
Collaboration Contractor Team 5E BYG, Aarstiderne Arkitekter, INGENIØR'NE
Client CPH City & Port Development
Area
Roof: 2,400㎡
Façade: 4,800㎡
Parking for 485 cars and 10 motorcycles
Location Copenhagen, Denmark
Completion 2016
Photographs Rasmus Hjortshøj
자자 아키텍츠(JAJA Architects)는 덴마크 코펜하겐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건축사무소다. 자(ja)는 영어로 예스(yes)라는 뜻이다. 낙천적이고 호기심 가득한 태도로 모든 가능성을 탐구하면서, 정형화된 건축 방식을 탈피한다는 포부를 담았다. 건축부터 도시계획까지 다양한 프로젝 트에 참여하고 있으며, 덴마크뿐만 아니라 해외 각지 다수의 공모전에서 수상한 이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