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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중문대포해안 주상절리대 경관설계 국제공모] 시간풍경
중문대포해안 주상절리대는 제주도 고유의 농촌 및 어업 경관을 형성했던 곳이다. 하지만 현재 대상지는 지질학적은 물론 문화적으로도 의미가 없는 장식적 시설물, 외래 식생, 포장으로 덮여 있다. 이를 덜어내 고유한 지질 및 문화 자원을 극대화하고, 본래의 경관을 회복하고자 한다. 이와 함께 지질 유산과 문화 경관의 가치를 되찾기 위한 관람 및 교육 방식을 제안하고, 주민 참여를 통해 지역의 고유한 문화를 관광 자원화해 지속가능한 개발을 도모한다.
전략
설계는 문화적 맥락이 결여된 이질적인 요소를 걷어내면서 출발한다. 대지에 축적된 역사를 살펴 문화·경관·지질 유산의 잠재력을 드러내고 지속가능한 지역 환경에 대한 구상을 구체화한다.
지역성의 회복: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기존 공원의 경관 요소를 걷어내고, 대상지의 전통 농업 및 어업 경관인 너백이와 몽돌 해변의 해녀불턱을 재해석한다. 또한 주상절리대 상부의 표토를 일부 덜어내 클링커(clinker)층을 노출시켜 방문객들이 밟고 있는땅이 주상절리대임을 인식하게 한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9호(2019년 1월호) 수록본 일부
- 원오원 아키텍츠(ONE O ONE architects) + 이석창(자연제주) + 인나미 히로시(Innami Hiroshi, 시가 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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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중문대포해안 주상절리대 경관설계 국제공모] 삼각주 지형
다채로운 지질 작용이 빚어낸 제주도 해안은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해안선이자 지질 형성 과정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약 14만~25만 년 전, 제주 남부의 원추형 화산인 녹하지악에서 분출된 거대한 용암이 바다를 향해 ‘혀를 내민 듯한 모양(tongue of lava)(용암의 혀)’으로 밀려나 급속히 냉각되면서 중문대포 주상절리대를 형성했다. 거대한 검은 기둥 형태의 결정체로 구성된 주상절리대는 미적, 지질학적으로 장엄하고 경이로운 자연의 걸작이다. 하지만 주상절리대 상부에 위치한 공원은 주변 자연 지형과는 무관한 형태로, 매우 이질적이다. 지형 경관을 가리던 모든 레이어를 제거하고, 대상지의 자연스런 풍치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자한다.
지질학적 문화유산과의 만남
설계는 대상지 주변의 지질학적 문화유산―한라산, 중문대포해안, 녹하지악―과의 연계성으로부터 출발한다. 대상지를 관통하는 세 가지 축을 고려해 한라산과 바다의 시각적 연결, 남북 방향으로 녹하지악과 해안의 연결, 동서 방향으로 용암의 혀의 최고점과 최저점의 시각적 연결을 제안한다. 이러한 방향성을 토대로 디자인을 진행했으며, 방문객들은 주차장이나 입구에 닿기 전부터 한라산과 바다를 잇는 축을 인식하고 탁 트인 해안 경관을 감상할 수 있게 된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9호(2019년 1월호) 수록본 일부
- 아르키텍트 크리스틴 옌센 테그네스투에(Arkitekt Kristine Jensen Tegnest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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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중문대포해안 주상절리대 경관설계 국제공모] 기둥 위의 여정
중문대포해안 주상절리대는 지각 운동이라는 원시적 요소 위에 경작된 자연으로, 인문 경관의 시간성이 내재된 대지다. 대지에 담긴 여러 시간대의 다양성이 드러나도록 대지를 재구성하고, 그 다양성이 풍부한 경험으로 전환되는 여정을 제안한다. 대지를 가로지르며 엮이는 새로운 여정은 주상절리대를 단순히 지질 경관을 일정한 지점에서 감상하는 명소가 아닌, 대지의 시간성을 인지하고 감각적 경험이 확장되는 장소로 재탄생시킬 것이다.
설계는 주상절리대 상부 공원을 차지한 경관의 장애물을 걷어내고, 경관을 녹하지악에서부터 내려와 남해안의 수평선으로 이어지는 방향으로 막힘없이 해방시키는 것에서 시작된다. 억새들녘은 수직 경관과 수평 경관의 접점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며 원 경관의 아름다움을 다시 드러낼 것이다. 주상절리대 주두를 노출시킨 근접 관찰 구간은 전시관과 함께 지질 정보를 생생하게 전달하고, 대상지 북서편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농경 경관은 대지의 역사를 되새기는 동시에 지역 주민 참여의 촉매이자 개발지와의 버퍼 역할을 할 것이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9호(2019년 1월호) 수록본 일부
- 랩디에이치(Laboratory D+H) + 건축사사무소 에스오에이(SoA) + 김형진(워크룸프레스) + 신영호(명지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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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중문대포해안 주상절리대 경관설계 국제공모] 인건이 기정의 기억과 조망
수십 년 전부터 제주에 새롭게 들어온 것들이 만든 변화는 섬 사람과 경관 사이의 오래된 관계들을 무색하게 했다. 섬을 찾은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채 이질적인 요소들과 만났다. 새로운 관계망이 급격히 만들어지는 사이, 오랫동안 섬에 있던 것들은 연결고리를 잃은 채 쓸쓸해졌다. 대포 바당(바다의 방언)과 중문 바당의 인건이 기정1과 너백이들(넓은 들) 역시 그러하다.
설계는 외롭게 남겨진 이곳이 마을과 사람, 바람과 바다, 땅과 생물들과 나누던 잊힌 이야기를 찾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이 이야기들은 경관 속 물리적 요소나 그것 사이의 관계 혹은 이야기 자체로 이곳에 담긴다. 단순히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복원해 진공관 속 유물처럼 만드려는 것이 아니다. 인건이 기정과 너백이들에 다시 드러나게 될 오래된 유산들은 이곳이 당면한 요구들과 예측할 수 없는 변화에 ‘이곳다운’ 방식으로 답한다. 이 오래된 유산들이 제주의 새로운 관계망과 이어져 요구와 변화에 답할 수 있게 될 때야 대상지는 진정성을 갖춘 살아있는 유산으로서, 현재와 미래와 대화하며 진화할 수 있게 된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9호(2019년 1월호) 수록본 일부
- HLD + 정해준(계명대학교 교수) + 오피스 오유(Office Ou) + 신재열(경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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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중문대포해안 주상절리대 경관설계 국제공모] 수평적 깊이와 트멍 경관
제주도는 용암이 만들고 바람이 깎아 만든 풍경이다. 그리고 주상절리대는 제주도의 지질학적 사건을 보여주는 기억이며 증거다. 우리는 제주 고유의 지질 경관을 재구성하는 새로운 문명의 과정을 통해 수평적 깊이로서 공원을 제안한다.
고고학자의 자세로 부지를 덮고 있는 흙을 걷어내면 응고된 지구의 속살이 수평적으로 드러난다. 용암이 흘러내린 방향으로 주상절리의 수평과 수직면을 연결하여 하나의 덩어리로 드러낸다. 수직 경관으로만 바라보던 주상절리를 맨발로 걷는 일은 대자연과 만나는 가장 친밀하고 근원적인 경험이 될 것이다.
‘수평적 깊이’로서 상부 공원은 주상절리의 수직성을만나는 조형 언어이자 대지의 존재 방식이다. 그 앞에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이소케팔리isocephaly의 경관은 대자연 앞에서 인간 세계의 높낮이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지질학적 숭고미를 생성한다. 주상절리대는 액체 상태의 덩어리가 고체로 성상이 바뀌면서 발생한 틈의 경관이다. 틈은 빈 공간을 만들고 빈 공간은 새로운 생명이 점유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든다. 지질학적 시간이 만든 틈새를 서서히 메꿔가는 생태계와 문명의 시간을 수평적 공간으로 번역한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9호(2019년 1월호) 수록본 일부
- 아뜰리에나무 + 김아연(서울시립대학교 교수) + 엠더블유디랩(MWDlab) + 김봉찬(더가든) + 김종규(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 (주)건축사사무소 엠에이알유(MARU) + 건축사사무소 엔아이에이(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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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탄생, 1968~2018] 한국의 도시화 50년, 그 공간 문화 비평에 들어가며
2019년 새해가 시작된다. 나는 이제 만으로 마흔 살이 된다. 대학을 가기 전까지 20년이었고, 대학 입학 후 20년이 지났다. 40여 년의 시간을 살면서 언제부턴가 나의 개인적인 삶이 사회와 역사의 도도한 흐름과 함께 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것은 내가 특별히 뛰어나거나 독특한 존재여서가 아니다. 오히려, 나의 삶이 지극히 평범하고 전형적이라는 일종의 깨달음이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내가 사회와 역사에 밀어붙이는 힘보다 거대한 사회 시스템과 격동하는 역사가 나를 주조하는 힘이 지금까지 훨씬 컸다.
흥미롭게도 사회와 역사의 거대한 힘은 일상적이고 지속적이었지만, 때때로 개인의 삶과 사회의 물결을 되돌릴 수 없이 급격하게 변화시키는 중요한 시점들이 있던 것 같다. 이를테면 내가 태어난 1979년에는 대통령이 암살되면서 정치적 체제 변환이 일어났으며, 고3이던 1997년에는 외환 위기로 경제 체제의 변환이 일어났다. 미국에서 박사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2017년에는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 탄핵이 있었고, 이후로 사회 체제의 변환 역시 진행되고 있다. 이와 같은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체제 변환은 사건 이전과 이후가 확연하게 다른 단절적 전환이었다.
이 연재는 우리 사회와 역사가 가졌던 거대한 힘과 이것이 초래한 여러 단절적 전환이 어떻게 오늘날의 물리적 세계에 영향을 주었는가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다. 나아가 이 연재는 시간적으로 지난 50여 년을, 공간적으로 대한민국을 중심으로 일어난 물리적 세계의 변화를 ‘한국의 도시화 50년’으로 규정하고, 이를 통해 일어난 대한민국 공간의 탄생과 변화를 비평적으로 논하고자 한다. 한국의 도시화는 일견 사회적 현상이자 역사의 기록으로만 여겨질 수 있지만, 사실은 내 부모 세대의 이야기이자 내 세대의 이야기이며 내 자식 세대의 이야기다. 따라서 내가 듣고 보고 경험한 것은 우리 사회의 편린을 넘어 우리 역사의 단면과 전형을 증언하는 중요한 도구라 할 수 있으므로, 사회적 통계나 역사적 기록물 못지않게 활용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객관적 자료와 과학적 논증을 지향하는 일반적인 연구 저작물과는 다른, 직관적 경험과 풍부한 영감을 전달하는 자유롭고 탐색적인 글쓰기를 하고자 한다. 최종적으로, 이 연재를 통해 나 스스로 대학 입학 이후 오랫동안 품었던 ‘나는 누구이며, 여기는 어디인가’에 대한 본질적 물음에 공간적으로 답을 내리고자 한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9호(2019년 1월호) 수록본 일부
김충호는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공학과 도시설계 전공 교수로 일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미국 워싱턴 대학교 도시설계·계획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우설계와 해안건축에서 실무 건축가로 일했으며, 미국의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와 워싱턴 대학교, 중국의 쓰촨 대학교, 한국의 건축도시공간연구소에서 건축과 도시 분야의 교육과 연구를 수행했다. 인간, 사회, 자연에 대한 건축, 도시, 디자인의 새로운 해석과 현실적 대안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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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는, 조경] 드로잉, 도구와 상상을 품다
공들여 채색된 이 그림은 험프리 렙턴(Humphry Repton)(1752~1818)이 영국 노팅엄셔(Nottinghamshire)의 웰벡 영지(Welbeck Estate)의 설계 이전과 이후 모습을 그린 것이다(그림 1). 서양 조경사에서 렙턴은 설계 전후의 경관을 덮개를 이용해 보여주는 테크닉과 높은 완성도의 조경 드로잉을 선보인 조경가로 소개된다. 그는 최초의 전문 정원가(landscape gardener)로 평가되기도 한다. 가로로 긴 파노라마 형식의 이 드로잉에서 렙턴은 양쪽 전경에 잎이 풍성한 교목으로 화면 전체의 프레임을 만들어 안정감을 주고, 그 사이로 넓은 영지의 모습이 점점 후퇴하는 것처럼 묘사해 그림에 깊이감을 부여했다. 중앙에는 자신의 장기인 덮개를 설치해 설계 이전과 이후의 변화된 경관의 모습을 극적으로 연출했다.
흥미로운 건 드로잉의 주제인 경관의 개선보다 드로잉 앞에 등장하는 사람들이다. 오른편에 위치한 활엽 교목 한 그루 아래에 두 쌍의 인물이 있다. 왼편에는 토지 측량 기구를 든 사람이 그의 조수와 함께 토지를 측량하고, 그 반대편에는 또 다른 신사가 그의 조수와 풍경을 스케치하고 있다. 이 인물들은 가까스로 덮개에 가려지지 않도록 신중히 배치되어 설계 전후의 장면에 동시에 등장하도록 연출되어 있다. 렙턴은 왜 두 쌍의 사람들을 그림 전경에 그려 넣었을까. 보통 조경 설계 드로잉에는 설계된 경관의 이용을 보여주기 위해 다양하게 그 경관을 향유하는 사람들을 배치하기 마련이다. 렙턴이 경관을 이용하는 사람이 아니라 측량하고 스케치하는 사람을 등장시킨 이유는 무엇일까.
조경가는 그리면서 설계한다
질문에 답하기 전에, 조경에서 드로잉이 중요한 이유를 우선 이야기해 보자. 조경학과에 들어와 본격적인 설계보다 먼저 배우는 건 드로잉이다. 그래서인지 주변에서 혹은 조경학을 시작하는 학생들에게서 “조경을 하려면 그림을 잘 그려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들을 때가 많다. 물론 그렇지 않다. 그림을 잘 그린다고 해서 조경 설계를 잘하는 것은 아니며, 조경을 하기 위해 그림을 잘 그려야 하는 것도 아니다. 조경은 경관을 조성하는 것이지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조경 설계 과정에서 드로잉은 반드시 포함되고 또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 경관을 설계하고 조성하기 전에 설계가의 머릿속에 설계된 경관은 오로지 드로잉의 형태로 물질화되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선택이라기보다 필연인 셈이다....(중략)...
* 환경과조경 369호(2019년 1월호) 수록본 일부
이명준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조경 설계와 계획, 역사와 이론, 비평에 두루 관심을 가지고 있다. 박사 학위 논문에서는 조경 드로잉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현대 조경 설계 실무와 교육에서 디지털 드로잉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했고, 현재는 조경 설계에서 산업 폐허의 활용 양상, 조경 아카이브 구축, 20세기 전후의 한국 조경사를 깊숙이 들여다보고 있다. 가천대학교와 성균관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조경비평 봄’과 ‘조경연구회 보라(BoLA)’의 회원으로도 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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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면으로 말하기, 디테일로 짓기] 파라메트릭 정원
사실은 하고 싶었던 얘기가 바다 위의 거품만큼 많았을지도 모른다. 모두가 전통적인 하드록 밴드 구성으로 정원박람회라는 무대에 오를 때, 혼자서 미디 컨트롤러(MIDI controller)를 들고 드럼 앤 베이스(장르)를 연주하러 올라갔으니까. 우리가 ‘설계 도면’에 대해 이야기할 때 전형적인 플랫 베이스를 생각하며 프로젝트를 시작한다는 건, 디자이너 스스로 그의 가능성을 오랜 아날로그의 가동 범위 안에 제한하며 시작한다는 말과 같다. 라디오헤드가 ‘오케이 컴퓨터(Ok Computer)’ 앨범 이후 밴드의 근본적인 방법론을 바꾸지 않았다면, 우리는 3집 이후 쇠락해가는 흔한 뮤지션의 자기 소모를 지켜봐야 했을지도 모른다. 때로는 숙련된 전문가라는 말이 갖는 양가적 모순을 지향하기보다, 새로운 이해의 영역에서 시작하는 노력을 통해 자기 정체성을 즐겁게 구성해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고전적인 정원 설계는 본래 단순 미학을 지향했다. 패턴과 밀도, 볼륨, 색채의 조합은 디자이너의 세심한 조정을 거쳐 보편적인 아름다움으로 새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념의 시대에 그 단순한 디자인 구조를 탈피하려는 노력이 이제는 다소 과해져, 정원의 본질과 변형들을 되려 오해하기 쉽게 만들었다. 공간을 실제적으로 디자인하는 노력보다 전시적 주제를 백일장처럼 구현하는 유행이 정원박람회장마다 흘러넘쳤고, 쇼가든은 해변을 가득 메운 산란기의 바다거북만큼이나 부담스러워졌다.
그래서 정원박람회장의 무대에 서기로 했다. 텔레캐스터(telecaster)가 아닌 미디 컨트롤러를 등에 메고, 고전적인 정원 설계의 미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야 한다며 누가 시키지도 않은 사명을 홀로 작성해서. 프로세스 설계는 하나의 중심 디자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오픈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새로운 변수들을 매개하여 여러 가능성을 시도하는 방법이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9호(2019년 1월호) 수록본 일부
나성진은 서울대학교와 하버드 GSD에서 조경을 전공했다. 졸업 후 한국의 디자인엘, 뉴욕의 발모리 어소시에이츠(Balmori Associates)와 제임스 코너 필드 오퍼레이션스(JCFO)에서 실무 경험을 쌓고, West 8 로테르담과 서울 지사를 오가며 용산공원 기본설계를 수행했다. 한국, 미국, 유럽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귀국 후 파트너들과 함께 얼라이브어스(ALIVEUS)라는 대안적 그룹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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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사물들] 바람
‘사물’은 물질세계에 있는 모든 구체적이며 개별적인 존재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자연물과 인공물, 보이는 물질과 보이지 않는 물질로 이루어진 모든 것이 사물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과학은 물질을 계속 파고들어 그 밑바닥까지 도달했다. 양자역학에서 말하는 물질의 최소 단위인 양자(quantum)는 입자이자 파동이다. 즉 모든 사물은 물질이자 에너지다.
‘당신의 사물들’ 덕택에 조경을 접한 지 20년 만에 처음, 머릿속으로 내가 설계를 하는 모습을 관찰하게 됐다. 떠오르는 장면 속에는 익숙한 프리즈마 컬러 색연필과 지우개, 트레이싱지, 아내가 선물해 준 소중한 어린 왕자 볼펜도 보였지만, 장면마다 반복적으로 나타난 설계의 결정적 순간(inspiring moment)은 ‘집중에서 이완으로 이어지는 에너지의 변화 과정 사이, 들이쉬고 내쉬는 호흡 사이의 틈(공기)’에 있었다. 파동과 에너지 그리고 공기에 관한 이야기는 나만의 비밀이 아니라 많은 누군가의 비밀이며, 설계만의 비밀이 아니라 실제로 우리 생활 속에서 마주하는 많은 사건과 그 과정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비밀이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9호(2019년 1월호) 수록본 일부
박경탁은 동심원 조경기술사사무소 소장으로, 서울시립대학교와 하버드 GSD에서 조경을 공부했다. 민우건축사사무소, O3scope, SWA 샌프란시스코 오피스에서 설계 실무를 경험하고 2016년 동심원에 합류했다. ‘생각하기와 만들기는 분리할 수 없다(Thinking andmaking are inseparable)’는 철학으로 노들꿈섬, 이사부 독도 기념공원, 용산4구역 문화 공원, 인스파이어 복합카지노리조트 등의 조경 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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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스케이프] 언제나 예상은 빗나간다
“야구 몰라요.” 이제는 고인이 된 하일성 해설위원이 입버릇처럼 하던 말입니다. 뭔가 예상대로 경기가 진행되지 않을 때, 아니면 거의 가능성이 없는 상황을 기대할 때마다 특유의 억양에 실어 어김없이 외치던 대사였죠. 가끔은 거기에 뒷얘기가 붙을 때도 있었죠. 둥근 공과 둥근 배트가 만나는 경기라 공이 어디로 갈지 모른다는.
이번 사진의 주인공은 낡은 야구공, 그리고 제 이야기도 야구 이야기입니다. 제 주변 사람들은 다들 아시겠지만, 제가 야구를 상당히 좋아합니다. 고교 야구가 한창이던 때부터 보긴 했지만, 역시 본격적으로 야구에 관심을 두게 된 건 프로 야구가 출범하면서부터입니다. 어린이 회원이 되면 예쁜 OB 베어스의 유니폼을 준다고 해서 베어스의 팬이 되긴 했지만, 역시 결정적인 이유는 박철순 투수였습니다. 늘씬하고 잘생긴 외모에 너클볼을 던지는 모습에 완전히 매료되어 야구에 푹 빠지게 되었죠. 원년 우승 이후 수차례 등락이 있었습니다만, 지금까지 꾸준히 베어스의 팬으로 야구를 즐기고 있습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9호(2019년 1월호) 수록본 일부
주신하는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거쳐 같은 학과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토문엔지니어링, 가원조경, 도시건축 소도에서 조경과 도시계획 실무를 담당했고, 현재 서울여자대학교 원예생명조경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조경 계획과 경관 계획에 학문적 관심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