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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흘롭스카야 스퀘어
Khokhlovskaya Square
‘마이 스트리트(My Street)’는 모스크바 시의 낙후된 거리를 개선해 보행 친화적으로 만드는 도시 재생 사업이다. 모스크바의 역사적 도심을 둘러싼 순환 대로인 블러바드 링(Boulevard Ring)이 사업 대상으로 선정되면서 도로 포장, 배수, 식재, 편의 시설 등이 대대적으로 개선되었고, 블러바드 링 인근의 유휴 공간도 새롭게 변화했다. 그중 하나인 ‘호흘롭스카야 스퀘어(Khokhlovskaya Square)’는 오랜 시간 방치된 역사적 공간이었지만, 주변의 변화와 발맞추어 역사와 현재가 공존하는 광장으로 거듭났다.
고고학적 유산의 발견
대상지는 블러바드 링의 일부인 포크롭스키 블러바드(Pokrovskiy Boulevard)와 포크롭카 거리(Pokrovka Street)의 교차점 인근에 위치한다. 이곳에는 하얀 성벽이라 불리는 벨고로드스카야(Belgorodskaya) 성벽이 있다. 이 역사 자원은 16세기부터 모스크바의 경계를 이뤘지만 18세기 경 도시에 대로가 들어서기 시작하며 해체됐다. 성벽이 사라진 후 대상지는 주차장으로 이용되었는데, 2000년대 초반 쇼핑몰 건설 공사 중 거대한 구덩이에서 성벽의 일부가 발견되었다. 이로 인해 공사는 중단되고 부지는 오랜 시간 방치되면서 도심 속 흉물로 전락했다. 우수가 고이고 폐기물이 쌓였으며, 블러바드 링을 산책하는 보행자에게 큰 불편을 안겨주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71호(2019년 3월호) 수록본 일부
Landscape Architect Djao-Rakitine
Local Architect Strelka KB
Client Strelka KB, City of Moscow
Location Pokrovskiy Boulevard, Moscow, Russia
Area 3,850m2
Design 2015~2018
Completion 2018
Photographs Olga Alexeyenko, Strelka KB
디자오-라키틴(Djao-Rakitine)은 런던과 파리에 기반을 둔 조경설계사무소로, 제품 디자인부터 마스터플랜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범위의 프로젝트를수행한다. 프로젝트의 규모와 관계없이 부지의 지리적, 생태학적, 문화적, 경제적 특성 등에 주목해 대상지의 잠재력을 최대한 드러내는 설계를 추구한다. 2015년 설립 이후, 런던의 웨스트민스터와 모스크바 시의 공공 프로젝트를 진행해왔으며, 중국, 러시아, 슬로베니아의 민간 프로젝트에도 활발히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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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피 루즈
Tapis Rouge
‘타피 루즈(Tapis Rouge)’는 아이티(Haiti)의 카르푸르-푀유스(Carrefour-Feuilles)에 있는 공공 공간 중 하나로, 라미카(LAMIKA)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 미국 적십자사와 글로벌 커뮤니티스(Global Communities)의 지원을 받아 진행되는 라미카는 ‘우리 이웃의 더 나은 삶(The Lavi Nan Miyo Katye Pa)’이라는 뜻의 크리올어(Creole)에서 따온 말로,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고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카르푸르-푀유스는 2010년 아이티를 강타한 지진으로 막대한 피해를 본 지역이다. 산골짜기의 경사지에 세워진 주택들은 전기, 수도, 위생 시설 등 삶을 위한 기본적인 시설도 갖추지 못하고 있고, 공공 기반 시설도 전혀 없는 상태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에는 언덕을 굽이굽이 돌며 이어지는 좁은 골목을 통해서만 다다를 수 있다. 주민들은 대개 비좁은 길모퉁이나 이웃한 주택의 담벼락 사이에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교류해야 했다.
대상지는 지진으로 집을 잃은 난민들이 텐트를 치고 잠시 머물며 임시 피난처로 사용한 곳이다. 이 공간을 공동체 지향적이며 공공 공간의 가치와 사회적 관계의 성장을 보여줄 수 있는 기반으로 만들고자 했다. 이를 통해 마련된 안전하고 깨끗한 환경은 지역에서 발생하는 범죄, 폭력, 반사회적 행동을 줄이는 데 기여하게 된다. 또한 설계 프로세스에 지역 주민들을 참여시킴으로써 주민 스스로 삶터를 바꾸는 경험을 하고, 주인 의식, 정체성, 자부심을 느끼게 하고자 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71호(2019년 3월호) 수록본 일부
Architect Emergent Vernacular Architecture(EVA Studio)
Lead Architect Andrea Panizzo, Simone Pagani, Jeannie S. Lee, Gianluca Stefani, Anna Calogero, Etienne Pernot du Breuil, Edoardo Paoletti, Samuel Eliodor, Berrousse Exius, Faudia Pierre, Radim Tkadlec, Clement Davy
Civil Engineer Sisul Consulting
Contractor FICCAS, Ginkgo Landscape, ARCOD
Artist Le Centre d’art, Bault
Client Global Communities
Donor American Red Cross
Location Carrefour-Feuilles, Haiti
Area 4,300m2
Budget $230,000
Completion 2016
Photographs Gianluca Stefani, Etienne Pernot du Breuil
2014년 설립된 EVA 스튜디오(Emergent Vernacular Architecture Studio)는 런던에 본사, 아이티에 지사를 두고 다양한 연구 및 설계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2017년에는 영국왕립건축가협회(RIBA) 공인 사무소로 인증을 받았다. 다양한 문화권의 재능있는 전문가로 구성되어 있으며, 아이티와 볼리비아 등 개발 도상국에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공공 공간, 기반 시설, 학교, 주택 등을 다루며, 디자인을 통해 사회적 의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한다. 지역 예술가나 장인, 정부 기관 등 여러 이해관계자와 함께 지역 풀뿌리 사업을 수행하는 데 능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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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스케이프] 수평에 대하여
풍경 사진을 찍을 때면 다른 대상보다 좀 더 신경 쓰는 것이 있습니다. 수평을 맞춰 구도를 잡는 일이지요. 예를 들면 바다, 호수, 길, 건물, 구조물 등으로 만들어지는 선을 정확하게 수평으로 맞춘다는 뜻입니다. 안정감 있는 사진을 얻기 위해서는 가급적 수평을 맞추는 것이 안전(?)합니다. 요즘 카메라에는 뷰파인더에 보조선이 보이거나 수평계가 내장된 경우가 있어서 촬영할 때 수평을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만, 그래도 막상 모니터로 확인해 보면 수평이 안 맞는 경우가 상당히 많죠. 후보정을 통해 수평을 맞출 수는 있지만, 꽤나 성가신 작업입니다. 그래서 찍을 때 최대한 수평을 맞추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건축 사진을 찍는 분들이 수직선에 강박을 갖는 것처럼 조경 전공자들은 수평선에 꽤 많은 신경을 쓰는 것 같습니다.
“내가 찍은 사진 중에 수평 구도가 강조된 사진이 얼마나 될까”, “나중에 이런 사진들을 옆으로 쭉 늘여 붙여보면 재미있겠다.” 그래서 이번 호에는 수평선이 강조된 사진들을 모아 편집해 보았습니다. 이미 ‘이미지 스케이프’에 소개한사진 중에도 꽤 많더군요. ...(중략)
* 환경과조경 371호(2019년 3월호) 수록본 일부
주신하는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거쳐 같은 학과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토문엔지니어링, 가원조경, 도시건축 소도에서 조경과 도시계획 실무를 담당했고, 현재 서울여자대학교 원예생명조경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조경 계획과 경관 계획에 학문적 관심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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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사물들] 노트북과 데이터
학부 졸업 직전, 데이터 관리에 대한 특강을 들었다. 강의의 핵심은 좋은 자료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정리해두지 않으면 추후 활용할 확률이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이후 나름 데이터 관리에 신경을 썼지만, 그것에 일정 시간을 투자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그러던 중 대학원 진학을 위해 노트북이 필요했고, 유럽 사람들은 모두 맥북을 쓴다는 뜬소문을 따라 충동적으로 맥북을 구입했다. 2D와 3D 소프트웨어를 함께 써야 하는 조경 설계의 특성상 맥북은 윈도즈 운영 체제 기반의 컴퓨터보다 불편한 점이 많았지만, 맥 운영 체제가 동기화 기능으로 기본 응용 프로그램을 활용해 데이터를 관리하기에 훨씬 쉽다는 것을 깨달았다.
영화 ‘서치’(2017)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 남겨진 데이터를 통해 실종된 딸의 흔적을 추적하는 내용이다. 현대 사회에서 충분히 일어날 법한 이야기를 신선한 구성으로 보여주었는데, 특히 맥 운영 체제에 익숙한 사람들은 영화의 화면 구성이 더욱 반가웠을 것이다. 영화를 보며 현대인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데이터를 웹에서 만들어 내고, 이렇게 생성된 정보는 의식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끊임없이 인터넷과 동기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렇게 모인 데이터 그룹은 한 사람 또는 어떤 사물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중략)
* 환경과조경 371호(2019년 3월호) 수록본 일부
윤일빈은 서울시립대학교와 에식스 대학교(University of Essex)에서 조경을 공부했으며, 디자인 스튜디오 loci, 길레스피에스(Gillespies)에서 실무 경력을 쌓았다. 한국, 영국, 사우디아라비아, 두바이, 중국, 홍콩 등 다양한 나라의 프로젝트를 경험했으며, 2018년 11월부터 삼성물산 조경사업팀 디자인그룹에 근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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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는, 조경] 측정하는 드로잉
조경 드로잉은 언제부터 그려졌을까. 먼저 조경 드로잉의 범위를 정할 필요가 있다. 정원, 공원, 자연을 그린 모든 그림을 조경 드로잉이라고 한다면 화가가 그린 풍경화도 여기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러한 이미지는 존재하는 경관을 모사한 그림일 뿐 조경 드로잉은 아니다. 조경 드로잉은 설계가가 경관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생산한 경관과 관련한 이미지를 말한다. 초기 아이디어 구상 과정에서 빠른 속도로 그리는 스케치, 대상지를 분석하면서 생산하는 다이어그램, 공모전 출품을 위해 만든 컴퓨터 이미지, 공사를 위한 시공 도면, 조성 후에 자신의 작품을 다시 그린 이미지 등 설계 과정에서 만들어진 모든 시각화 작업을 조경 드로잉으로 볼 수 있다.
그럼 언제부터 조경가가 설계 과정에서 이미지를 생산하기 시작했을까. 조경이라는 전문 분야가 만들어진 것이 19세기 중반 이후이므로, 그 이전의 정원이나 공원을 설계한 전문가를 엄격히 말해 조경가라 부를 수는 없다. 그렇더라도 지난 연재『( 환경과조경』 2019년 2월호, “나무를 그리는 방법, 드로잉의 혼성화”, pp.98~103 참조)에서 소개한 바 있는 이집트 정원 그림을 염두에 둔다면, 우리가 조경이라고 부르는 작업의 역사는 인류 문명과 함께 시작되었다고 말해도 무방하다.
다만 이집트 정원 그림은 설계가가 그린 것인지 그 여부를 알 수 없기에 조경 드로잉이라 할 수는 없다. 조경 연구자들은 조경 드로잉, 즉 조경가가 경관 설계 과정에서 그린 드로잉이 16세기 이탈리아에서 시작됐다고 추정한다. 이때의 드로잉은 당시 이탈리아 정원의 질서 정연함을 시각화하기 적합한 평면도 형식으로 그려졌다. 그것은 설계가의 머릿속에 디자인된 경관을 자로 측정해 표현한, 조경 드로잉의 두 가지 특성인 과학적 도구성과 예술적 상상성 중에서 전자의 특성이 강조된 시각화 방식이었다.
메디치 정원 드로잉
16세기 중엽에 조성된 이탈리아 메디치Medici 정원 중 하나인 빌라 디 카스텔로(Villa di Castello)의 정원 상세 평면도는 현존하는 최초의 정원 드로잉 중 하나로 여겨진다(그림 1). 이 드로잉은 정원을 설계한 니콜로 페리콜리(Niccolo Pericoli)(1500~1550), 트리볼로(Tribolo)라고도 불린 이탈리아 조각가이자 화가가 그렸다고 추정된다.1
설계가의 머릿속에 있는 정원을 그대로 평면도로 옮긴 듯한 이 드로잉에는 생울타리의 외곽선이 정교하게 직선으로 그려져 있다. 정원이 조성될 대상지는 평면에서 구획되고 그 내부에 식재가 가지런히 채워지게 된다. 빌라 카스텔로는 현재 남아 있는 이탈리아 정원 중 레온 바티스타 알베르티(Leon Battista Alberti)(1404~1472)의 조형 질서를 가장 충실하게 구현한다. 그러한 조형 질서는 화가 주스토 우텐스(Giusto Utens)(?~1609)의 그림에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그림 2). 남북 방향의 직선 축이 화폭 중앙을 지배하고 축을 따라 건축물과 정원이 좌우 대칭으로 펼쳐지며, 격자형 길의 군데군데 분수대, 퍼걸러, 조각상 등이 놓여 있다.2...(중략)
* 환경과조경 371호(2019년 3월호) 수록본 일부
각주 정리
1. Raffaella Fabiani Giannetto, Medici Gardens: From Making to Design, Philadelphia: University of Pennsylvania Press, 2008, pp.257~258.
2. 빌라 카스텔로 정원 설계의 전반적 설명은 다음을 참조할 것. D. R. Edward Wright, “Some Medici Gardens of the Florentine Renaissance: An Essay in Post-Aesthetic Interpretation”, in The Italian Garden: Art, Design and Culture, John Dixon Hunt, ed.,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96, pp.34~59.
이명준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조경 설계와 계획, 역사와 이론, 비평에 두루 관심을 가지고 있다. 박사 논문에서는 조경 드로잉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현대 조경 설계 실무와 교육에서 디지털 드로잉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했고, 현재는 조경 설계에서 산업 폐허의 활용 양상, 조경 아카이브 구축, 20세기 전후의 한국 조경사를 깊숙이 들여다보고 있다. ‘조경비평 봄’과 ‘조경연구회 보라(BoLA)’의 회원으로도 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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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면으로 말하기, 디테일로 짓기] 컨벤셔널 콜라주
알 수는 없지만 가정은 할 수 있다. 램 콜하스(Rem Koolhaas)는 디자인의 명료성을 잃지 않기 위해 다이어그램 단계에서 설계를 종료했다. 다이애나 발모리(Diana Balmori)는 회화적 설계에 우아함을 불어넣고자 자신이 19세기 화가가 되는 자기 최면을 걸었다. 디제이 섀도(DJ Shadow)는 턴테이블 플레이어만의 독창성을 만들기 위해 아날로그 악기를 완전히 배제하고 샘플링만으로 음악을 만들었다. 이런 자조적인 재해석의 사념들이 해 질 무렵의 그림자보다 길어지면, 작가는 창작을 위한 배경으로 스스로 제한된 설정을 구축한다고 결론 낼 수 있다.
정의할 수 없지만 가정은 할 수 있다. 1. 콘셉트, 2. 프로그램과 레이아웃, 3. 디자인, 4. 디테일의 단계가 지난 세기 동안 북미와 유럽의 건축계가 합의해 온 가장 효율적인 불패의 설계 프로세스라고 한다면, 이 같은 전형적 워크 프로세스는 비전형적 배경 설정과 대립한다. 음악이라면 싱커페이션(당김음)과 스케일(음계)의 관계에 해당된다. 우리는 이렇게 서로 상충되는 두 방식을 자신만의 해석을 통해 적절히 조합하고 재구성하여 새로운 악보를 준비해야 한다. 새로운 세대를 위한 새로운 설계의 전주곡으로서.
유니버설 가든(Universal Garden)은 우주적 이미지 표현과 유니버설 디자인 시스템의 구축을 목표로 진행되는 프로젝트다. 우주의 이미지를 직설적으로 표현하지는 않되 보편적으로 감응이 가능한, 언어적으로 모순되어 보이지만 디자인적으로는 상응하는 복합적 이미지를 구축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콘셉트’ 단계를 핵심 프로세스인 동시에 제한 요소로 설정하고, 사이트의 최소한의 물리적 맥락만을 반영한 뒤 우주적 일러스트 아트워크를 그리는 일에만 집중했다. 그리고는 일러스트 단계에서 설계를 종료시켜버렸다. ...(중략)
* 환경과조경 371호(2019년 3월호) 수록본 일부
나성진은 서울대학교와 하버드 GSD에서 조경을 전공했다. 졸업 후 한국의 디자인엘, 뉴욕의 발모리어소시에이츠(Balmori Associates)와 제임스 코너 필드 오퍼레이션스(JCFO)에서 실무 경험을 쌓고, West 8 로테르담과 서울 지사를 오가며 용산공원 기본 설계를 수행했다. 한국, 미국, 유럽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귀국 후 파트너들과 함께 얼라이브어스(ALIVEUS)라는 대안적 그룹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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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탄생, 1968~2018] 한국 도시화의 일상적 현황, 밀도의 향연
무엇이 우리를 도시로 이끄는가?
지난 연재에서는 한국 도시화 50년의 거시적 현황을 ‘쏠림 현상’으로 규정했으며, 이와 같은 현상의 원동력으로서 지난 50년 동안 끊임없이 지속된 정부 주도의 도시화와 대규모 물리적 개발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번 연재에서는 한국 도시화 50년의 일상적 현황을 살펴본다. 이를 위해, 내 삶의 그리고 우리 일상의 도시화 속으로 들어가 보고자 한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1946년생 동갑내기지만, 예전부터 내 어린 눈으로 보아도 여러모로 다른 분들이었다. 어머니는 맏딸로서 학교 교사인 외할아버지의 임지를 따라 충남의 여러 지역에서 사셨는데, 대전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전의 조폐공사에서 오랫동안 일을 하셨다. 반면 아버지는 농사일하시는 할아버지의 장자로서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줄곧 충남 홍성에서 지내고, 이후 대전에서 대학을 나오셨다. 그런 두 분이 1972년에 중매로 만나서 결혼을 하고, 곧이어 물리 교사였던 아버지의 첫 부임지 서산여고 근처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1974년에 할아버지의 건강이 악화되어 아버지는 홍성의 갈산중학교로 전근하게 되었고, 어머니는 이에 따라 아버지의 고향 집에서 시집살이를 시작하게 되었다.
어머니는 지금도 가끔 대전에서 직장을 다니며 고급 양장점에서 옷을 맞춰입던 본인이 8남매의 맏며느리가 되어 시골에서 생활할 때의 이야기를 하시곤 한다. 우리 가족 이외에도 집안에는 농사일하는 머슴이 두세 명 있었으며, 마을 전체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밤이 무척 어두웠고, 아픈 할아버지를 위해 무당이 굿을 하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당시 이모들은 언니의 갑작스러운 시골살이에 놀라서 아버지에게언니를 그만 고생시키라는 항의의 편지를 쓰기도 했다고 한다. 1977년에 할아버지는 결국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대전의 학교로 전근을 하게 되어 어머니는 시댁과 농촌이라는 공간적 질곡을 떠나 다시 도시로 돌아오게 되셨다. 이와 같은 가족 역사 때문인지 우리 누나는 서산에서, 형은 홍성에서, 나는 대전에서 태어났다.
나는 농촌에 대해 목가적이며 낭만적인 정서를 가지고 있는 편이다. 그리고 인류 역사상 농촌이 도시보다 오랜 시간 적응하며 진화되었기 때문에, 도시보다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공간이라는 막연한 생각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편견과는 달리 우리의 언어 속에서 농촌과 관련된 단어들은 순박함과 평화로움을 넘어서 세련되지 못하고 어리숙한 이미지를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농촌은 도시에 비해 발전되지 못한 지역으로, 농촌 사람들은 촌놈, 촌뜨기, 시골뜨기 등으로 비하되기도 한다. 농촌에 대한 이러한 이미지는 사실 우리 언어에서만 보여지는 일은 아니다. 영어에서도 농촌과 농촌 사람에 어원을 두고 있는 boorish(거친), churlish(무례한), loutish(투박한) 등의 단어들은 긍정적이기보다는 다소 부정적인 뉘앙스를 전달한다. 그래서일까, 오늘날에는 강남의 값비싼 집에서나 살듯한 연예인들이 농촌에 가서 잠을 자고 생활을 하는 TV 예능 프로그램이 많다. 어쩌면 오늘날 우리에게 농촌은 TV 예능의 인기 촬영 장소인 섬, 오지, 정글처럼 문명이 닿지 않는 외딴곳으로 여겨지는지도 모르겠다. 과연 무엇이 우리를 지금껏 도시로 이끌었을까? 이제 한국 도시화 50년의 일상적 현황을 ‘밀도의 향연’으로 규정하고, 이를 이끈 시대적 이념, 정치적 의제, 개인적 욕망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주거를 위한 기계? 정치를 위한 도구! 욕망의 매개물
도시의 본질에 대해서는 다양한 학문적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도시는 본질적으로 주변 배후지에 대한 공간적 중심지라는 특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도시는 정치 권력, 경제적 부, 사회적 영향력, 문화적 혜택 등이 집적되어 있는 공간적 중심지다. 따라서 개인이 도시로 이동한다는 것은 주변에서 중심으로 편입되는 것을 의미하고, 사회가 도시를 개선한다는 것은 기존의 중심지를 강화하는 것을 의미하며, 국가가 도시를 개발한다는 것은 새로운 중심지를 형성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요약하자면, 도시에 대한 어떤 공간적 행위도 주변과 중심의 관계에 영향을 주는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리적 공간 계획 분야에서 개별 건축을 넘어서 집합적 도시 문제와 이슈를 본격적으로 탐구하기 시작한 것은 산업 혁명 이후의 일이다. 도시의 주체가 권력자로부터 일반 시민으로, 도시의 주요한 건축물이 궁궐이나 관공서 등으로부터 일반인을 위한 주택으로까지 확대되기 시작한 것은 서구에서조차 20세기 이후에야 가능했다. 이와 같은 변화의 선봉에 스위스 태생의 프랑스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1887~1965)가 있었다. 그는 근대 건축의 형태와 공간을 제시한 대표적 거장으로서 기술의 발전과 사회적 요구 및 시대의 미학에 부응하지 못하는 기존의 건축과 도시를 질타하며, 새로운 건축과 도시를 제안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71호(2019년 3월호) 수록본 일부
김충호는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공학과 도시설계 전공 교수다.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미국 워싱턴 대학교 도시설계·계획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우설계와 해안건축에서 실무 건축가로 일했으며, 미국의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와 워싱턴 대학교, 중국의 쓰촨 대학교, 한국의 건축도시공간연구소에서 건축과 도시 분야의 교육과 연구를 했다. 인간, 사회, 자연에 대한 건축, 도시, 디자인의 새로운 해석과 현실적 대안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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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스케이프] 칠드런 오브 맨
정말 사과나무를 심을까?
가슴에 품고 있는 몇 편의 영화가 있다. 숙제하듯 보느니 언젠가 마음의 준비가 되었을 때 보려고 남겨둔 영화들이다. ‘칠드런 오브 맨(Children of Men)’(2006)도 그중 하나였다. 많은 호평과 그 유명한 후반부 롱 테이크 장면에 대해 익히 들었지만, 눈과 귀를 꼭꼭 닫고 때를 기다렸다.
알폰소 쿠아론(Alfonso Cuaron) 감독이 넷플릭스의 지원을 받아 제작한 ‘로마Roma’(2018)를 보고 원고를 쓰려던 참이었다. ‘로마’는 우리가 아는 그 로마가 아니라 감독이 어렸을 때 살았던 멕시코시티의 지역 이름이다. ‘로마’를 좀 더 이해하기 위해 감독의 전작들을 보기로 했다. 개봉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그래비티(Gravity)’(2013)는 스킵하고, 오래전에 본 영화들을 다시 찾아 봤다. 야한 영화로만 기억나는 ‘이투마마(Y Tu Mama Tambien)’(2001)에서는 내부자의 시선으로 그린 멕시코의 원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분수대 키스, 단 하나의 이미지로만 기억하던 ‘위대한 유산(Great Expectations)’(1998). 기네스 펠트로의 아찔한 초록색 원피스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그리고, 드디어, 마침내, ‘칠드런 오브 맨’을 봤다. ‘로마’는 잠시 잊기로 한다.
‘칠드런 오브 맨’은 2006년에 제작되었으나 한국에서는 10년이 지난 뒤에야 개봉됐다. 영화의 배경은 2027년, 18년째 원인 모를 불임 현상으로 인류는 100년 안에 종말을 고할 예정이다. 전 세계 도시들이 테러로 함락되고 런던이 마지막 보루로 남은 상황이다. 아들을 잃고 무기력하게 살고 있는 테오(클라이브 오웬 분)는 사람들 사이에 섞여 현 인류 중 가장 어린 18세 소년이 사고로 사망했다는 뉴스를 본다. 난민 정책에 항거하는 단체의 리더인 전처가 20년 만에 테오 앞에 나타나 한 소녀를 부탁한다. 놀랍게도 그 소녀는 기적적으로 임신한 상태다. 영화는 테오가 인류의 마지막 희망을 ‘미래호’라는 배에 태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정을 담고 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71호(2019년 3월호) 수록본 일부
서영애는 조경을 전공했고, 일하고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다. 한동안 유튜브에 몰두하다 ‘로마’를 보기 위해 가입한 넷플릭스에 빠져 지내고 있다. 내일을 위해 잠을 청할 것인가 연이어 다음 편을 볼 것인가 머뭇거리기에는 자동 재생으로 넘어가는 몇 초가 너무 짧다. 멈추려면 행동해야 한다. 중독은 쉽고, 남는 건 불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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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가 만든 공간, 그 공간에 담긴 문화
‘커피사회’, 2018. 12. 21 ~ 2019. 3. 3.
졸음을 밀어내기 위해, 어색한 사람과의 대화에서 침묵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또는 여유로운 주말을 느긋하게 즐기기 위해 우리는 커피를 마신다. 19세기 후반 한국에 도입되어 약 100여 년간 우리 일상 깊숙이 스며든 커피는 기호 식품을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과연 우리에게 커피란 무엇일까?
문화역서울 284(이하 문화역서울)에서 2018년 12월 21일부터 2019년 3월 3일까지 열리는 ‘커피사회’는 근현대생활 문화에 녹아든 커피 문화의 변천사를 조명하고, 우리 사회의 커피 문화를 되돌아보는 전시다. 특히 전시장의 원형인 구 서울역사가 근현대의 상징적 공간이자 커피 문화가 시작된 공적 장소(그릴, 1· 2등 대합실 티룸)라는 점이 이 전시의 의미를 더한다. 커피사회는 문화역서울 건물 전역을 활용한다. 중앙홀, 대합실, 과거 귀빈을 모시던 방뿐만 아니라 방과 방을 잇는 통로의 벽면, 중앙홀과 대합실 사이의 거대한 복도까지 커피와 관련된 아카이브를 선보이는 전시대가 되었다. 곳곳에 마련된 작은 카페에서는 입구에서 나눠 준 종이컵에 커피를 담아 마실 수 있어, 커피의 풍미를 느끼며 전시 내용을 곱씹을 수 있다.
커피의 역사
1층 중앙홀에 들어서면 시선을 압도하는 설치물이 관객을 맞이한다. 거대한 5단 케이크나 크리스마스트리를 연상하게 하는 박길종의 ‘커피, 케이크, 트리’다. 원형 전시대 위에는 오래된 원두 그라인더부터 에스프레소 전용 잔, 다양한 커피 제품의 패키지, 보온병 등 커피와 관련된 온갖 물건이 놓여 있는데, 그 개수와 물건이 풍기는 예스러움만으로도 커피의 오래된 역사를 짐작할 수 있다.
문화역서울 2층은 경성 최초의 서양식 레스토랑 ‘그릴’이 있던 자리다. 정치, 문화·예술계의 유명 인사들이 즐겨 찾는 곳이자 사회 문화의 중심지였던 이곳에서는 근대를 주제로 한 커피를 맛볼 수 있는 ‘근대의 맛’이 진행된다. ...(중략)
* 환경과조경 371호(2019년 3월호) 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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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질문]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설계공모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서울시는 1970년대 사대문 안의 폭주하는 교통량을 수용하기 위해 도로를 넓혀 교통의 흐름을 원활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당시의 광화문광장 관련 사업은 교통 광장 조성의 성격이 강했다. 1980년대에 들어서는 역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육조거리 등 역사적 공간 복원이 이슈가 되었다가, 1990년대에는 서울 올림픽 이후 광화문광장을 글로벌 도시로의 성장을 위한 상징적 광장, 국가적 상징 거리이자 서울의 중심으로 삼고자 하는 이념이 투사됐다. 2000년대에는 육조거리 경관 복원, 광화문 문화 조성 등의 사업을 통해 경관과 문화 콘텐츠를 수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되기도 했다. 2010년대에 들어서 광화문광장은 경제적 측면을 고려하고 보행권을 확보하기 위한 공간으로 또 한 번 재조정되려 한다. 늘 당대의 시대상이 반영되는 광화문광장은 항상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으로 이슈가 되는, 우리나라의 가장 중추적인 장소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공간이 형성된 조선 시대부터 지금까지, 광화문 앞 공간은 단 한 번도 오롯이 백성과 시민을 위한 공간이었던 적이 없었다. 마음껏 이용하고 누릴 수 있는 장소가 아니었다. 항상 누군가에게 이용당하고, 감시당하고, 변화를 강요당하기만 했던 곳. 이제는 그 본연의 모습과 존재의 이유를 아무도 모르게 되어버린, 어찌 보면 계속 버려지고 지워지고만 있는 장소이자 유산이다.
염인석 UDI 도시디자인그룹 소장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어렵다지만, 어쩌면 유에서 새로운 유를 창조하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멀쩡한 광장을 왜 바꾸려 하냐’는 의견도 분분하다. 하지만 우리는 계속 더 나은 무언가를 찾아 오지 않았나. 도시는 멈춰 있지 않다. 또한 멈춰 있는 것만이 역사가 아니라 새로운 것 역시 역사가 된다. 도시 공간은 우리의 삶을 반영하고 우리는 공간의 영향을 받는다. 모든 설계안은 광장과 국민의 더 나은 상호 작용을 추구했다. 광화문광장이 서울의 랜드마크이자 중요한 사건들의 결집체인 만큼, 지금 당장은 이에 대한 이견도 불협화음도 많아 보이지만, 이목이 집중되는 모든 일은 항상 그래왔다. 광장에 대한 높은 관심이 새로운 광화문광장의 활성화를 이끌 수 있지 않을까, 긍정적인 기대를 해본다.
박세희 한국토지주택공사
지금의 광장도 충분히 넓다. 현재 서울에는 동네 사람들이 서로 소통하며 쉴 수 있는 마을 광장이 좀 더 필요하다. 커다란 공간보다는 아이들이 안전하고 이웃 간 소통할 수 있는 작고 개방된 공간. 쌓고, 헐고, 넓히는 보여주기식 광장은 이제 그만 만들어도 되지 않을까.
추연태 아이모노디자인 대표
접근하기 어렵고 자동차 소음으로 오랫동안 머물 수 없었던 경험을 생각하면, 광화문광장이 바뀔 기회가 일찍 온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국가적 랜드마크 중 하나이며 소통을 상징하는 국가 광장이 단 한 번의 설계공모로 결정된 점은 아쉽다. 기존 광화문광장의 문제는 오래전부터 인식되고 있었기 때문에 해답을 찾는 시간이 부족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기본 계획 단계에서 진행한 사례 분석을 국민들과 함께 논의해보면 어땠을까. 사람들이 경험한 광화문광장과 다른 나라의 광장을 비교해보는 등 소통 과정이 따랐다면 함께하는 의미를 가진 광장을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박종환 서울시 영등포구
멋지고 훌륭한 설계다. 같은 조경가로서 자부심을 뽐내고 싶다. 하지만 소수의 경외심보다 많은 사람의 소확행을 위한, 좀 더 착한 대안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울타리 밖으로 나온 조경은 그럴 필요가 있지 않을까.
천재욱 현대엔지니어링 부장
차로를 없애고 공원으로 조성해야 한다.
정용환
처음 당선안을 보았을 때, 도로 한가운데에 있어 안정감을 주지 못하던 기존의 광장보다 훨씬 편한 마음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감이 일었다. 하지만 광화문이라는 공간의 상징성에 비해 이번 프로젝트는 진행 과정에서 의견 수렴을 충분히 하지 않은 점이 아쉽다. 국가 상징 축의 새로운 변화를 만드는 프로젝트라면, 몇 번의토론회를 여는 것보다 시민들이 광화문의 변화에 대해 충분히 생각해볼 시간을 주는 게 더 중요하다. 당선안을 보면 육조거리 복원을 통한 국가 상징 축의 완성이 강조되는데, 근현대 서울의 100년보다 조선 시대가 부각되는 점이 아쉬웠다. 앞으로의 진행 과정에서는 근현대 서울의 장소성을 어떻게 살릴지 더 깊이 논의했으면 한다.
박선양 서울시 서대문구
어린 시절 집 근처 한 아파트의 이름은 ‘○○광장’이었다. 유난히 그 아파트 놀이터에 많이 가게 되었는데, 우연인지 필연인지 그게 내 첫 광장이 되었다. 광화문광장이 그 기억의 파편의 아주 작은 한 부분과 닮았다면, 다른 곳에서는 고함과 투정이었을 소음들이 문화와 놀이, 그리고 선언으로 읽힌다는 뜻일 테다. 끊임없는 역사 속에서 이미 광화문광장의 문화는 형성되었다. 이를 잘 연결한다면 경관은 당연히 따라오게 되지 않을까. 당선된 설계안에 녹아 있는 소통과 연결이 근사한 ‘포스트 광화문광장’을 선사해주기를 바란다.
신동훈 환경과조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