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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의 큰 꿈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할 터
새해 <환경과조경> 독자 여러분과 조경인 모두에게 희망과 행운이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2011년 1월부터 2년간 (사)한국조경학회 회장과 (재)환경조경발전재단 이사장을 맡게 된 전남대학교 교수 양홍모입니다. 조경인 여러분들과 한국조경의 비전을 공유하고,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면서, 조경의 큰 꿈을 실현하는데 중요한 조경운동 추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새해 여러분과 함께 하고자 하는 중요한 일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한국조경이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도약과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비전을 세우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임기 중에 수행할 단기비전을 제시하고 달성하는데 힘을 다하겠습니다. 학계와 업계, 학회와 지회, 집행부와 회원 간의 소통을 원활히 하여, 조경인 모두가 단합하여 공동의 발전 목표를 향해 가는 조경운동을 추진하겠습니다.둘째, 조경 고유의 영역을 지키면서 새로운 영역을 확장하는데 노력하겠습니다.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조경기본법이 올해 안에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으며, 정부중앙부서와 지자체의 조경직 조기신설에 진력하겠습니다. 도시 공원과 녹지를 네트워크화 하는 ‘녹색인프라’구축이 국가정책에 반영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4대강 살리기 사업 후 하천생태계 관리와 2015년까지 3조 2천억이 투자될 지천의 하천복원사업에 조경분야가 적극 참여해야 합니다. 도시하천, 제방녹화, 천변 회랑공간 및 습지, 강우유출수 관리, 그린스트리트를 네트워크화 하는 ‘청색인프라’ 구축도 국가정책에 반영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조경영역의 확대를 위해 조경학회와 환경조경발전재단 공동으로 ‘녹색 및 청색 인프라’ 연구단을 조직하여 학계와 업계가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셋째, 정책 공동연구와 반영을 위해 국토해양부 등 조경 관련 공무원을 조경학회 부회장으로 영입을 추진하겠으며, 환경조경발전재단에 ‘조경홍보’ 부서를 설치하여 언론ㆍ정부ㆍ지자체에 대한 조경홍보를 강화하겠습니다. 학회와 발전재단의 미래지향적 역할과 원활한 소통을 고려하여 발전재단의 조직을 개선하는데 노력하겠습니다. 아울러 조경발전의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조경회관 건립을 추진하겠습니다.넷째, 조경영역의 확대를 위해서는 도시계획, 도시설계 등 인접 분야와 학술 및 정책 연구를 공동으로 추진하는 포용력과 통합적 사고가 필요합니다. 인접 학회와 공동으로 세미나 및 학술대회 개최를 추진하겠습니다. 영남지회와 호남지회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으며, 연구회의 활성화를 통한 조경 발전을 위해 연구회 활동을 적극 지원하겠습니다.다섯째, IFLA(세계조경가협회), I?FPRA(국제 공원 및 레크리에이션 행정연맹), 한중일 심포지엄을 통한 외국과의 교류를 강화하고, 선진국과 조경분야의 기술교류를 확대하여 국내 조경업이 세계시장으로 진출하는 기틀을 마련하는데 노력하겠습니다. 아울러 학계의 연구활성화 및 세계화에 필요한 영문조경학회지의 발간에 노력하겠습니다.말씀드린 내용 중 부족한 부분은 여러분들의 의견을 경청하여 보완하겠습니다. 여러분의 건강과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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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 차원의 인식 확대로 성장하는 조경
“경관(landscape)”이 세계 각국의 다양한 언어로 표현될 때 그 정의가 다소 모호해진다는 것은 흥미로운 사실이며, 그 의미를 담을 수 있는 정확한 단어를 선정하는 것은 각자의 책임입니다. 심지어 영어나 독일어에서도 Landscape이나 Landschaft는 그 의미들이 그리 명확하지 않습니다. 특히, 이러한 단어들이 조경의 영역으로 들어올 때 그 의미는 더욱 복잡해지지만 우리는 “조경”이란 지붕 아래 이 모두를 수용하고자 하고 있습니다.따라서, 일부 국가들에서 내세우고 있는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이니 에콜로지컬 어바니즘이니 하는 용어들에 혼란해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우리는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 속에 이보다 더욱 중대한 문제와 도전들에 직면해 있으며 이런 용어 만들기에 소모적인 논쟁을 벌일 여유가 없습니다. 세계적으로 볼 때 조경은 아직 독자적으로 충분히 성장하지 못했으며, 심지어 어떤 국가들에서는 아직 조경이라는 분야조차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저는 무엇보다 “조경”에 대한 우리의 관심과 노력이 중요하다고 봅니다.유럽에서는 이미 많은 국가들이 Landscape Convention 협정에 동의하고 또 참여하고 있는데 이는 경관을 보다 포괄적으로 정의함으로써 경관에 대한 종합적인 시각을 만들어가는데 그 목표가 있습니다. 이때 정의되는 경관은 우리가 조경을 하는데 있어 단지 미적인 것에 그치지 않고 행복을 추구하는데 필요한 하나의 요소로 판단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IFLA는 유네스코와 공동으로 글로벌 차원의 Landscape Convention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그러한 협정들은 우리 조경분야의 중요성을 알리고 경관을 다양한 공간적 문제들을 해결하는 미디어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입니다.인류는 점차 기후 변화와 홍수, 식량 및 물 부족과 같은 심각한 문제들에 봉착하고 있으며 조경은 우리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건강한 환경을 만들어가는데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제공해야 합니다. 이미 많은 교수들과 선진 기업의 CEO들이 리더십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제 조경분야가 경관과 관련된 많은 일들에 더욱 적극적으로 관여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때입니다.Topos의 편집장으로서, 저는 이제 조경분야가 단지 몇몇 유명 조경가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국제적 차원의 인식 확대와 평판을 통해 성장해 나가기를 바랍니다. 이런 측면에서 저희 나 <환경과조경>같은 전문잡지가 전 세계의 사람들을 연결하고 조경분야의 발전을 유도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경을 초월하여 지식을 나누고 더욱 밀접한 커뮤니케이션을 도모하는 것은 우리 조경분야 발전에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마지막으로 새해가 <환경과조경>독자 여러분께 매우 성공적이고 행복한 한 해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It is a significant fact that in many languages the term for landscape is ambiguous. You need to define exactly what you mean to chose the correct term. Even in English or German, landscape or Landschaft is not as clear as a term as it suggests. Now, when it comes to landscape architecture, things could get even more complicated. But we can take it easy while focusing on one name, landscape architecture as the roofing label for the profession. So we do not need to get confused with landscape urbanism or ecological urbanism or whatever may be coined in Harvard or Melbourne or London.The challenges are big enough, no time to waste in debates about names, the content is important, to jobs to be done. Still landscape architecture is not emancipated or did not even emerge in so many countries on this globe, that’s why it is important to make a commitment on landscape architecture.In January there is the IFLA’s Asian Pacific Region’s conference in Bangkok, which will show the development and the dynamic growth we are facing. It is obvious that no longer Europe and America are leading the changes in global economies. There is more and more expertise in Asia and probably, and the job for landscape architects is harder and more than necessary to control the growth of cities and the use of resources.In Europe many countries signed the Landscape Convention which provides a comprehensive view on landscape, defining landscape in a holistic way. It is not all about beauty when we talk about the work of landscape architects, but it is part of the deal as well as our contribution in the pursuit of happiness. IFLA is trying to establish a global landscape convention and is debating this with UNESCO. Such an agreement would help to demonstrate the importance of our profession, to talk about landscape as the media where problems have to be solved on all levels.Mankind is facing severe problems like climate change, raising currents, floods and shortage of food and water. Landscape architecture can provide knowledge, skills and techniques to improve conditions of life, to establish a healthy environment. There are many teachers and CEOs of well established firms telling students and colleagues that it is time to take the lead. We have to claim for leadership in landscape related processes.As editor of Topos--The international Review of Landscape Architecture and Urban Design, I am expecting the profession to grow, not only by figures but also by reputation, globally. Reviews like ELA or ours are playing an important role for supporting the profession and linking people around the world. Dissemination of knowledge and communication across borders is important for any move.I wish all readers of ELA a very successful new year--and happiness, for s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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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LA와 함께하는 한국 조경인들의 역할 기대
한국 조경인 여러분. 우리는 지난 2010년 정치 경제적으로 또한 환경적으로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습니다.우리 조경분야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서는 아직 많은 과제가 산적해 있으며, 이를 위해 IFLA는 여러분들의 도움을 필요로 합니다. 올해 IFLA의 주요 목표는 World Landscape Convention을 창설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유네스코(Direction for Culture from UNESCO)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으며 경관을 국제적 의제로 포함시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경관은 생태적, 사회적, 경제적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러한 경관을 보호하고 발전시키고 관리하는 것은 기후변화와 생물종 다양성에 대한 부정적 효과들을 완화시키는데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 조경분야는 보다 나은 삶의 질을 추구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오염되거나 버려진 땅들의 경제적 가치를 재평가해야 할 책무가 있습니다.우리는 이러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함께 일할 파트너들을 찾고 있는데, 현재 세계건축가협회(Internationalb Union of Architects), 세계도시및지역계획가협회(International Society of City and Regional Planners) 등과 MOU를 체결해 UNESCO에 IFLA를 위한 지원 서한을 보내도록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는 세계 각국에서 국가경관강령(National Landscape Charter)을 만들어 정부기관과 타 전문분야, 그리고 일반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 경관에 대한 인식을 확산해 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오는 2011년 4월은 IFLA가 정한 “세계 조경의 달(International Landscape Architecture Month)”로 핵심 주제는 “학제간 협력(Interdisciplinary Practice)”입니다. 이를 위해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다양한 전문가들의 참여가 요망되며, 이것이 더욱 복잡해진 글로벌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통합적 연구과제와 이벤트를 발전시키는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우리 실무위원회는 올해 IFLA 조직 전반에 걸쳐 커뮤니케이션 강화에 큰 중점을 둘 계획입니다.새해엔 건강과 행복 속에 더욱 즐거운 직장생활이 되시길 바라며 여러분과 여러분들이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생활이 사랑과 행운, 축복으로 가득하길 바랍니다.
We are coming to the end of yet another cycle! 2010 was an intense year, full of highs and lows in politics, economics and in realm of environmental issues. For me personally, the year was complete with many new experiences. It has already been more than 6 months since I assumed the role of IFLA President. This new role has made me face diverse challenges and travel a great deal. IFLA occupies the majority of my professional time and I feel truly honored to have been given the opportunity to represent our beloved profession all over the world. The most wonderful part of holding this office has been having the opportunity to form new friendships in many countries with people who share our commitment to the Landscape. There is much to be done with regards to fostering awareness of our landscape and IFLA can use all the help it can get.IFLA´s primary objective is currently the creation of a World Landscape Convention. We are working together with the Direction for Culture from UNESCO, to achieve this goal and generate a tool with the potential to put landscape on the world agenda. The landscape is comprised of ecological, social as well as economic components. This means that, protecting, developing and stewarding the landscape is essential in order to create and adapt mitigation strategies that will combat the affects of climate change and also protect biodiversity. Additionally our profession has a potential to achieve a better quality of life for all and the duty to revaluate the economic value of polluted and deteriorated sites. At this time, we are seeking partners to help us with this endeavor. With the goal of inviting professionals from other disciplines to participate with us, we are first asking that the professional representatives with whom we have a Memorandum of Understanding, such as the International Union of Architects (UIA), the International Society of City and Regional Planners (ISOCARP) and others to help us by writing letters of support, addressed to the UNESCO General Director. Furthermore, we are encouraging National Associations to work on their National Landscape Charters and also invite their governments, other disciplines and the public to participate, in order to begin a “bottom up” process of awareness with respect to the landscape. The Charters have been a huge success within Latin America and we have accomplished 6 charters (Colombia, Mexico, Costa Rica, Brazil, Venezuela and Argentina) within the last 6 months. We kindly invite you to participate in this crusade for our Landscape and invite other disciplines to share this important task. Additionally, I would like to remind you, that the central theme for the International Landscape Architecture Month “April 2011” is Interdisciplinary Practice. This means, all associations in the World, and by extension you as well, dear Korean friends, are invited to organize a project or event focused on this issue, which is crucial to developing integrated proposals that can face up to the challenges of our complex world. Within our Executive Committee and throughout the IFLA organization, we are putting a special focus on communication. We just created a Communication Committee during our last World Council and we are working very hard to stay in touch with all our members world-wide, while also creating links with other disciplines, first with our partner associations but in the future, with others not yet associated with IFLA . I would like to cordially ask that you stay in touch, through your delegates, through our webpage and the Newsletter (IFLA-News). I hope the New Year brings you all health, happiness, interesting and interdisciplinary work, wonderful moments together with the people you love, luck and many bless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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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을 말하다(4)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어떤 일을 결정할 때 7대 후손까지 고려하여 결정했다서울은 이제 생긴지 60년이 지난 낡은 도시다. 1960, 70년대에 지어진 콘크리트 건물들이 이전 및 수요의 급감으로 인해 그 용도를 잃었고 이는 도시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비단 서울뿐만 아니라 각 지방에서도 마찬가지의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따라서 앞으로의 도시계획은 무조건적인 신도시 건설이 아니라 어떻게 도시를 재생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용도가 사라진 건축물과 기반시설들을 안고 있는 구도시와 새로운 욕구를 가진 신 수요계층이 어떻게 하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지가 문제해결의 핵심이다. 우리는 여기서 “어떤 일을 결정할 때는 7대 후손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하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그동안 대한민국의 재개발 방식은 이렇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재개발 기본 계획을 세우고 구역을 정한 뒤, 구역 내 부동산 소유자들이 조합을 만들어 시공사를 선정(대개 대형 건설사가 선정되기 마련이다)하고 선정된 시공사가 기존의 모든 건물을 철거한 뒤 주거단지를 조성한다. 이 과정에서 집값이 치솟게 되고 따라서 이 집값을 감당할 수 있는 이들이 주택과 상가를 분양 받게 된다.위와 같은 상업적 이해를 앞세우는 대형 건설사 주도의 한국형 재개발 관행은 세입자 보상 갈등, 용적률을 높이는데 치중한 고층 아파트 일색의 획일적 주거 형태 양산, 과도한 집값 상승에 따른 서민들의 박탈감, 개발 이익이 건설사와 투기꾼 등 소수에게 집중되는 현상 등 많은 문제를 드러냈다. 위에 열거한 문제들의 비극을 극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예가 바로 지난 2009년 1월에 발생한 용산참사이다.이제 우리나라도 이러한 무차별적인 개발 풍토에서 벗어나 더불어 사는 도시를 만들려는 노력과 함께 재생을 근간으로 도시 재개발에 임해야 할 때가 아닌가한다.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이미 경험하고 이에 대한 해결점을 모색한 세계의 몇몇 도시를 살펴봄으로써 우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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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의 식물이야기(8): 사람과 같이한 식물의 긴 역사 1
자원에서 녹색의 구원자로갑자기 너도나도 녹색시대를 말한다. 마치 주문이라도 외는 성싶다. 녹색이 아니면 이제 말이 아니다. 녹색의 말이 너무 많아서 말이 녹즙이 되어 흐를 것만 같다.녹색시대라면 식물의 시대라는 뜻일 것이다. 사람도 녹색이 아니요, 동물도 녹색이 아니고, 돈도 만 원짜리 지폐 빼고는 녹색이 아니니, 녹색시대는 식물의 시대라야 마땅하다. 이제 인류는 녹색에 다시 희망을 걸고 있다. 자원식물로 실컷 쓰고 당연시 여기고 무관심했던 식물들에게 이제 지구의 건강을 책임지우려 한다. 하긴 식물이 아니면 지구와 사람의 건강을 누가 챙기겠는가. 식물의 끝없는 가치가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식물이 세상의 주인 자리를 되찾으려나보다. 그런 의미에서도 식물의 자원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식물과 사람과의 긴 역사를 한 번 되돌아 볼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지난 회에 말한 식물의 족보를 찾겠다는 것은 바로 이 뜻이다.사람과 식물은 참으로 긴 세월을 함께 했다. 그 긴 세월 속에 식물이 사람에게 단순히 쓰임새 있는 존재이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정원은 어떠한가. 정원 속의 식물은 쓸모 있는 식물이 아니다. 아니면 가장 쓸모 있는 식물인가? 정원의 역사가 오래되고 보니 정원 속에서도 식물의 의미가 많이 퇴색해 버렸다. 이제 정원에서도 녹색 주문을 외야 할 것인지.정원을 만드는 사람들은 정원에 심을 식물들을 선발함에 나름대로 기준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기준을 두고 식물을 선발하는 편이 전혀 무방비 상태에서 출발하는 것보다 유리하다. 물론 그 기준은 다양할 수 있다. 소위 말하는 ‘정원의 장소성’이라는 것을 식물에게 한 번 맡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식물을 통해 정원에 이야기를 담아 낼 수도 있다. 그러려면 우리가 먼저 식물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식물도감에 나오는 식물학적 지식이나 생태적 특성만 가지고는 부족하다.식물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아주 오래된 과거 속에 묻어두고 왔다. 그 이야기를 들으려면 우선 식물이 걸어온 길을 되짚어 가야 한다. 그 끝은 아마도 신화의 시대일 것이다. 신화의 시대에 사람들은 식물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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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따라 밟아본 삼국지 유적과 경관(9)
전설의 신의 화타의 고향 박주
화타(華陀)의 고향 패국 초군은 현재 안휘성 박주로서 조조도 동향사람이다. 박주 시내에 들어서니 두 사람과 관련된 유적들이 여기저기 있었다. 시내 가로 한복판에 거대한 조조석상이 서 있고, 가족묘를 중심으로 조씨공원, 군사훈련 시설이었던 조조운병도 등이 있었고, 화타의 출생지에 화조암, 대규모 약재시장이 시내 중심지에 있었다. 시내에 위치한 화조암 입구에 들어서면 화타상과 화타에 관련된 자료가 전시된 화타기념관이 보인다. 이어서 화타가 태어난 바로 그 장소에 화타의 호를 따서 원화초당을 세우고 화타상을 모셔놓았다. 그 일대에는 아름다운 정원과 연못이 있고 오금희를 시연하는 오금희단이 있다. 후원으로 들어서면 각종 약초를 재배하던 약초원으로 이어진다.
화타는 오금희(五禽戱)라는 양생법에 능통했는데, 오금희라는 것은 호랑이, 사슴, 곰, 원숭이, 새의 동작을 모방한 운동으로 수련하면 병이 없어지고 수족을 자유롭게 하여 기맥을 통하게 한다는 것이다. 제자 오보(吳普)가 이 도인술을 시행하여 90세까지 젊은이같이 살았다고 한다. 기념관에는 이 동작을 보여주는 벽화가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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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을 말하다(3)
디자인 文化의 시대, 조경을 넘어태풍 곤파스의 직접적 영향권에 들었던 충남과 인천의 해안 수림이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곳곳에서 소나무 기둥이 부러지고, 뿌리가 깊지 않은 활엽수림은 힘없이 쓰러져 밑둥을 드러냈다. 비교적 해안에 가까운 아파트 단지 내 조경수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오래전에 지은 판상형 고층 아파트 단지 내 수목들은 건물과 건물 사이의 빌딩풍 영향으로 특히 피해가 컸다. 자연재해 앞에서 속수무책인 인간사회의 단면이 드러난 것이다. 서해안 소나무 군락지의 심각할 정도의 피해상황을 접하면서 조림사업 이후 허술한 관리로 인한 피해가 특히 컸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되고, 평소 바람 피해가 미미했던 인천 등지에서의 경관 숲 조성에 있어서도 재해안전망을 위한 보다 치밀한 계획이 수반되지 않은 채 미관지향의 식재가 되었다는 혐의를 지울 수 없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곤파스가 할퀴고 간 도심 아파트 단지 내 조경공간은 군데군데 부러지고, 자빠진 나무를 잘라 낸 뒤 생겨난 빈자리로 인해 공간의 숨통이 트였다는 인상을 깊이 받았다. 종전까지는 바람에 찢기고, 맥없이 쓰러진 나무를 보면서 가슴이 아팠는데 어느 정도 보수가 된 후 지금은 정반대의 느낌을 받게 된 것이다. 자연재해라기보다는 과학적이지 못한 단지계획과 방만한 조경 식재와 관리시스템에 대한 자연치유의 현장을 목격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 것이다. 곤파스로 인한 막대한 피해의 여파가 생활경제까지 위협하는 지경에 이른 것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종래의 도시조경을 새로이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교훈이 적지 않다.
조경분야가 디자인 지향형의 발전을 거듭해오면서 도시 내 경관을 규정짓는 중요한 장르로 급부상했다. 현대 조경사에 남을만한 의미 있는 공원설계와 새로 짓는 아파트 단지 내 조경 디자인의 괄목할만한 성장으로 말미암아 적어도 외부 공간에서 만나는 조경의 실재로 인해 그곳을 이용하는 주민들의 삶의 질에 변화가 생긴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한때 한평공원 조성을 범시민운동 차원에서 보급에 앞장섰던 도시연대와 같은 단체의 노력도 배가되어 우리가 사는 도시 곳곳의 버려진 구석구석까지 새로운 생명공간으로 회복된 사례를 보았다. 이 같은 변화의 긍정적 효과로 조경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도시민들에게 싹텄고, 어느덧 조경의 질이 삶의 질을 담보한다는 가치 발견의 단계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 배면에는 건축과 조경의 절묘한 배합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건축의 내·외부 공간을 완성시키는 조경의 시선은 단순 시각적 장치를 넘어서 공간의 성격을 좌우하는 주연의 자리를 차지한다. 조경된 공간은 그곳을 중심으로 실내외 각급의 공간이 관계를 맺게끔 프로그램화 되면서 건축동선의 순환을 조장함과 동시에 건축된 공간의 상호 간섭을 돕는 투명성을 강조하기에 이른다. 그로써 건축과 조경의 경계는 사라지고 네트워크가 강조된 공간을 생성시킨다. 지난 10년 사이에 우리 사회에서 조경은 건축과 도시를 완성시키는 수단이자 디자인 이슈로 자리매김하였다. 조경가에 대한 사회적 지위도 한층 강화되었고, 조경이 문화의 큰 축을 담당하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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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의 식물이야기(7): 고대 약용식물 이야기 3, 세종대왕 편
세종대왕의 유산세종대왕의 업적 중 거대한 두 개의 산맥은 한글창제와 탁월한 과학기술적 성과일 것이다. 이 두 산맥이 하도 크고 높기 때문에 그 그늘에 가려 잘 보이지 않지만, 따로 떼어 놓고 보면 나머지 업적들도 대단한 것들이다. 국토의 확장을 통해 국력을 신장하는 일에 심혈을 기울였고 이를 위해 화기개발에 힘썼으며 성의 수축, 병선 개량, 병서 간행 등 국방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이 밖에도 아악을 정리하고 금속 화폐인 조선통보를 주조했으며 불서를 한글로 번역하였고, 단군사당을 세워 국가의 근본을 확실히 했다. 그는 심지어 처용가의 곡절을 참작하여 가사(歌辭)를 개찬하여 봉황음(鳳凰吟)이라 이름하며, 조정의의 정악(正樂)으로 삼았다고 하니 가무에도 관심과 조예가 깊었음을 말해준다.이렇게 다방면에 조예가 깊던 세종대왕이었으나 정원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었나보다. 만약 관심을 두었다면 그는 틀림없이 집현전 학자들을 시켜 조원에 대한 이론을 정립하게 했을 것이다. 물론 조원 관련 관직과 교육제도를 마련하고, 조원용 소재의 생산과 수급 체계도 확실히 자리 잡아 놓지 않았을까 상상해 본다. 그건 대왕이 다른 분야에서 보여준 철저함으로 미루어 보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자취는 아쉽게도 아직 찾아지지 않는다. 아직 찾지 못했다고 해서 그가 관심이 없었다는 확실한 증거는 아니다. 위의 방대한 사료들을 제대로 정리하다 보면 조원에 관한 자료가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많은 학자들이 나름대로 각기 전문분야의 세종 업적을 연구하고 있지만 그 학자들 자신이 조원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정리하는 과정에서 간과했을 확률도 없지 않다. 우리가 해야 하는 작업일 것이다.그러나 만약 세종대왕이 조원에 대한 체계를 잡았다한들 지금 우리 조경계가 달라졌을까?전통이 모자라기 때문에 맥락이 없어 우왕좌왕하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고 보면 그것도 해답은 되지 못한다. 사실 세종의 업적 중 한글창제만이 역사의 소용돌이를 뛰어넘어 존속하였을 뿐이다. 그 외의 것은, 특히 15세기에 이미 유럽을 능가했던 과학기술은 그 맥을 제대로 이어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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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따라 밟아본 삼국지 유적과 경관(8)
봉추선생 방통이 젊은 나이에 죽은 면죽 낙봉파낙봉파는 사천성 면죽(綿竹)을 지나 산길로 20킬로미터 들어간 곳에 있다. 이곳에는 방통묘뿐 아니라 백마파, 백마관, 방통사 등이 있다. 인근 계곡에 낙봉파 표석을 세웠고 그 옆 죽은 자리에 혈묘를 자그마하게 만들었다. 백마관(白馬關)은 본래 한나라 때부터 군사요충지로 성도와 농서 사이를 잇는 고역도(古驛道)였다. 본래 산 이름을 따서 녹두관(鹿頭關)이었으나 방통이 탔던 백마 이름을 따라 바뀌었다. 방통묘는 다른 묘와 달리 돌로 견고하게 만들었다. 큰 공적도 못 세우고 젊어서 죽은 방통에게는 과분한 것 같았다. 묘 앞에는 방통을 죽게 한 백마모형을 만들어 놓아 방통의 한을 기리게 했다. 방통사(龐統祠)는 두 채로 되어 있는데 앞의 용봉이사전은 제갈량과 방통을 같이 모셨고 뒤의 서봉전은 방통만 모셨다. 중간에 작은 사당이 있어 장비가 버티고 앉아 있는데 이렇게 장비는 어디서나 친근하고 애교스런 표정을 띠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방통에 관련되는 여러 비석을 모아 놓은 봉추 비랑을 지나 오솔길을 따라 100미터쯤 가면 낙봉파가 나오고 그 언덕에 방통이 피를 뿌리며 죽은 자리에 혈묘(血墓)가 있다. 묘 바로 옆에 우리와 여행을 같이 한 전한중박물관장 서홍조(徐鴻藻) 씨가 설명하고 있다. 그는 삼국지에 정통한 중국인 학자로서 성도에서 한중까지 소위 ‘고촉도(古蜀道)’를 여행하는 동안 우리에게 많은 유적 현장을 안내했다. 마지막으로 작은 골짜기에 ‘낙봉파’라는 비석이 서 있다. 자그마한 언덕일 뿐이어서 삼국지를 읽으며 심산유곡의 험난한 골짜기를 상상했던 우리에게는 실망만 안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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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따라 밟아본 삼국지 유적과 경관(7)
주유가 오나라의 승리를 이끈 적벽대전의 현장 포기적벽조조는 기병, 보병, 수병 모두 83만의 병력을 일으켜 1백만이라 소문을 내고 오나라를 치려고 출병한다. 이에 맞선 주유는 화공할 계략을 세우며 만반의 준비를 갖춘다. 어느 날 주유는 조조의 수채를 바라보다가 갑작스레 선혈을 토하고 쓰러진다. 제갈량은 주유가 화공을 쓰려는데 동풍이 없어서 앓는 병이라고 주유의 마음을 꿰뚫어 본다. 제갈량은 일찍이 기문둔갑전서를 전수받아 호풍환우할 수 있다고 주유를 안심시키고, 남병산에 제단을 쌓아 동남풍을 빌어 하늘을 우러러 축수했다.숨 막히는 시간이 흘러 어느덧 3경(12시)이 되어갈 무렵부터 바람이 분다. 주유는 기쁨보다 두려움이 앞서 제갈량을 죽여 뒷날 후환을 없애리라 하고 서성 정봉을 불러 즉시 잡아 죽이라고 한다. 그러나 제갈량은 이미 마중 나온 조운의 호위를 받으며 유비진영으로 빠져나간 뒤였다. 주유는 황개를 선봉으로 화선을 타고 적벽을 향해 출발하고 전군이 뒤를 따랐다. 화선 20척이 불을 내지르며 수채 안으로 몰려들자 조조의 전선들은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였다. 전선은 모두 쇠고랑으로 묶여 있는 터라 피할 수도 없었다. 강에는 불길이 바람 따라 치달아 온천지가 시뻘건 불길로 가득했다. 조조의 대군은 창에 찔려 죽은 자, 화살에 맞아 죽은 자, 불에 타 죽은 자 등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었다. -황석영『삼국지』5권에서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