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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정희의 식물이야기(4): 식용식물이야기-“Food First”
    마늘과 쑥먹기에 좋은 것이 보기에도 좋다고 했던가. 정원을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아름다운 식물이 먹을 수도 있는 것이라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의외로 우리의 정원에는 먹을 수 있는 식물이 많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유실수일 것이다. 봄에 보았던 복사꽃은 얼마나 아름다웠던가. 지금은 솜털이 뽀얀 복숭아가 자두만큼 컸다. 앵두나무 가득 앵두가 익어가고, 나물로 무쳐먹어도 좋은 원추리가 주황빛 날개를 도도하게 펼치기 시작한다. 이렇게 보기에도 좋고 먹기에도 좋은 식물이야기를 전개해 나가자면 끝도 없을 것이나 정원에 복숭아나무, 살구나무, 앵두나무를 심을 수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원추리 모르는 사람도 있는가. 지루해질 것 같다. 그런데 먹기에는 좋지만 썩 보기 좋지 않은 식물들도 적지 않다. 한국에서 가장 요긴하게 쓰이는 식물들인 파, 마늘의 경우는 어떠할까. 풀죽은 시퍼런 파나 마늘을 정원에 심을 수 있을까? 사실 마늘은 요긴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문화적으로도 의미가 깊은 식물이다. 건국신화와 얽혀 있으므로 먹기만 할 것이 아니라 아테네의 올리브나무처럼 영원히 기려야 하는 것은 아닐까. 마늘은 커녕 우리는 아직 신단수조차 어떤 나무였었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박달나무라는 설도 있지만 확실한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웅녀가 먹고 여인으로 변했다는 마늘의 학명은 Allium sativum 혹은 Allium scorodorpasum var. viviparum Regel 이며, 파, 양파, 부추 등과 같이 백합과에 속하는 여러 해 살이 초본류이다. 마늘을 영원히 기리기 위해 매일 마늘을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으나 정원에 심어 어여삐 바라보는 것은 또 어떨까. 엉뚱한 발상이 아니라 이미 알리움 계열의 식물들이 다양하게 개량되어 정원에 깊이 침투해 있다. 알리움은 아마도 최근에 가장 인기 있는 숙근초 중의 하나일 것이다. 플라워쇼나 정원박람회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알리움은 마늘의 일종이지만 물론 식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일반 마늘과 똑같이 둥근 뿌리가 있으니 한 번 다져서 먹어볼 수도 있겠으나 그러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지. 게다가 정원에 심기 위해 마늘의 독특한 향을 제거하였으므로 마늘이되 마늘이 아닌 것이 되어 버렸다. 웅녀가 마늘과 함께 먹었다던 쑥 역시 우리의 배고픈 역사를 동반해 온충실한 식물이다. 이른 봄에 바로 뜯어주지 않고 내버려 두면 정신없이 번져서 문자 그대로 주변을 쑥대밭으로 만드는데 요즘은 정원에 심기 좋도록 개량된 은쑥이 재배되고 있다. 은쑥Artemisia schmidtiana ‘NaNa’의 특징은 자제력을 타고나서 야생 쑥처럼 정신없이 번지지 않으며 탄탄한 반구형을 이룬다는 것이다.
  • 이야기 따라 밟아본 삼국지 유적과 경관(4)
    두 곳이 똑같이 삼고초려 장소라고 주장하는 와룡강과 융중삼고초려의 명장면을 중요한 부분만 간추렸지만, 소설 앞에 나오는 융중과 뒤의 와룡강은 한 장소를 지칭하는 것인데, 현지에서는 두 곳에서 각기 여기가 바로 제갈량이 은거한 곳이라고 주장하면서 무려 800년간 논쟁을 벌려 왔다. 그 근거는 제갈량이 몸소 밭을 갈았던 궁경지躬耕地가 어디인가이다. 호북성 양양 사람들은 정사인 진수의『삼국지』를 근거로 양번(양양과 번성이 합침)의 고융중이라고 하고 하남성 남양 사람들은 출사표에 나타난 남양이란 지명을 근거로 남양 와룡강이 맞다고 주장했다. 현재 남양의 옛 이름이 완현이기 때문에 양번의 고융중 쪽으로 기울기는 하나 현재 두 장소에 꼭 같이 궁경지와 초려 등 유적을 만들어 놓아 탐방객들의 흥미와 호기심을 자극한다. 청나라 고가형顧嘉衡이 남양지부가 되자 기지를 발휘하여“마음이 선주 후주를 논하지 않고 조정에 가 있어 천하에 명성이 높은데 양양이면 어떻고 남양이면 어떤가?心在朝廷原無論先主後主名高天下何必襄陽南陽”라고 결론을 지었다. 둘 다 맞는다는 괴변이지만 참으로 명답이다. 이 논쟁은 최근 명승고적을 관광지로 만들려는 과정에서 다시 부각이 되고 있다. 먼저 와룡강(臥龍崗: 강은‘언덕’이라는 뜻)을 방문했는데 바로 중국 4대 명옥의 으뜸인 독산옥으로 유명한 남양시 서쪽 4킬로미터 지점 시에 바로 인접한 완만하게 경사진 언덕에 위치한다. 입구에 세워놓은 석패방에는 ‘한소열황제삼고처’라고 쓰여 있고, 들어서면 ‘와룡담’이라는 농사지을 때 썼던 저수지가 나오고, 이어서 은거처인 초려가 나타난다.
  • 이만의 환경부 장관
    전 세계적으로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환경문제 해결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저마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를 줄이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이와 관련하여 본지에서는 오는 6월 5일 세계환경의 날을 맞아 저탄소 녹색성장의 주무부서인 환경부 이만의 장관과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이 장관은 답변을 통해 4대강 살리기 사업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사업이고,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인프라 구축’이 가능할 것이라 강조했으며, 강릉의 ‘저탄소 녹색시범도시’와 ‘수도권매립지 녹색명소화 사업’에 조경분야가 적극 참여해 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_ 편집자주 2008년 3월에 취임하셨으니 올해로 3년째 재직중이신데, 취임 이후 세 번째 환경의 날을 맞아 그동안 중점적으로 추진해 오신 사업과 성과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지난 2008년 8월 15일 이명박 대통령께서 저탄소 녹색성장 비전을 제시한 이후 환경부는 녹색성장의 주무부처로서 폐자원·바이오매스 에너지 대책, 온실가스 저감 및 기후변화 적응정책, 생태관광 활성화, 친환경적 4대강 사업 추진, 범국민 녹색생활 실천운동 전개, 핵심 환경기술개발 및 환경산업 해외 진출 등 녹색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대표 과제 및 사업을 추진하여 왔습니다.이 중 몇 가지를 말씀드리면, 첫째, 신재생에너지 확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폐자원 및 바이오매스 에너지 대책을 수립하여 그 후속조치인 실행계획을 마련했습니다. 가연성, 유기성 등 총 27개소의 폐자원에너지화시설을 확충하는 등 2009년부터 대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여 향후 2013년까지 국가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율인 3.78% 중 84%를 폐자원 에너지로 실현할 계획입니다.둘째,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2008년도에 온실가스-대기오염물질 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하였고, 2009년부터 지자체 온실가스 인벤토리 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재 관계부처와 협력하여 온실가스종합정보관리센터를 구축 중에 있으며,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 추진을 위한 종합적인 지침 및 기준을 조속히 마련하도록 할 것입니다.셋째, 지난 2008년 10월 람사르총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후 보전·참여형 생태관광을 확대(관광시장의 5.4% 점유)하여 자연자원의 보전과 현명한 이용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정착시킨 바 있습니다. 이를 위해 지난 2008년 12월 생태관광활성화 대책을 수립하였고, 올 2월에는 문화관광부와 함께 10대 생태관광 모델 사업지를 선정하는 등 생태관광의 확대를 추진하고 있습니다.마지막으로,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보다 친환경적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에 수질개선 및 수생태계 복원대책을 수립하여 환경영향평가 등을 통하여 공사 중 발생할 수 있는 수질오염과 수생태계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여 추진 중입니다.앞으로도 녹색성장 정책의 성과를 국민들에게 지속적으로 보여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녹색성장과 관련하여 ‘강릉의 저탄소 녹색시범 도시’나 ‘수도권매립지의 녹색명소화’가 눈에 띕니다. 이와 관련해서 조경분야의 참여방안이 있는지요?강릉 “저탄소 녹색시범도시”는 강릉 지역자원의 전통성과 가치를 높이면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탄소제로화 도시로 변화시키는 사업으로, 2016년 완공을 목표로 환경부와 국토해양부 등 범 부처차원에서 추진 중인 사업입니다.기본적으로 백두대간, 경포호, 경포해안 등 경포지역 주변의 자연환경과 경관을 최대한 보전, 복원하는 사업이므로 조경분야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고 봅니다. 특히, 경포호와 순포개(석호) 습지 주변지역의 생태를 복원하는 사업, 해안변 건축물을 주변 자연과 조화로운 그린홈으로 리모델링하는 사업 등이 추진될 계획이므로 조경분야 전문가분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또한, 수도권매립지 녹색명소화 사업은 폐기물매립예정지 중 현재 유휴 부지를 활용하여 바이오에너지타운 등 관광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현재 추진 중인 바이오에너지타운 조성사업은 바이오순환림을 식재하여 에너지화 하는 것이므로 추후 관광단지 조성 시 조경분야의 참여가 이루어지도록 방안을 검토해 보겠습니다.
  • 허온누리
    영남대 -아이오와 주립대학교, 최초의 공동학사학위 수료영남대학교 조경학과는 2004년 5월 아이오와Iowa주립대학교 디자인대학과 학술교류 협정을 체결하여 첨단조경기술 개발을 위한 교수 연구 인력을 상호 교환하고, 차세대 글로벌 조경기술인력 양성을 위한 공동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즉, 양 대학 간 공동학사학위제Dual Degree 협정을 체결하여 영남대학교에서 5학기를 이수하고 아이오와주립대학교에서 5학기를 이수하면(2.5년+2.5년제) 동시에 학사학위를 받을 수 있도록 하였는데, 2004년도에 입학한 허온누리 씨가 그 첫 번째 수혜자가 되었다. 이 제도는 국제화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 양성에 기여하는 좋은 제도로서 다른 대학에도 모범 사례가 되길 바라며, 본지는 허온누리 씨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 고정희의 식물이야기(3): 식물에 대한 좀 더 근본적인 생각
    식물의 개념과 분류식물Plantae AEKEL을 학술적으로 정의한 것을 보면 식물의 가장 근본적인 성격은“자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거다. 예전에는 물 위에 부유하는 조류와 버섯과 같은 균류들도 식물의 범주에 포함시켰으나 최근 들어 광합성 작용을 하는 것들만을 식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러니까 세포 속에 생존과 생장에 필요한 성분들, 클로로필, 섬유질, 녹말, 당분들을 갖추고 있는 것을 식물로 보고 있다.1 인간을 포함한 동물들이 이 식물들을 섭취하고 소화하고 흡수하며 나머지를 배설하는 기관들을 고루 갖추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섭리의 오묘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인류가 지나온 길을 되짚어 볼 때 식물은 늘 충실한 동반자였다. 사나운 짐승처럼 사람의 생명 을 위협하지 않고, 여름 저녁 어김없이 찾아드는 모기처럼 귀찮지 않고, 시원한 그늘과 은은한 향으로 하루의 시름을 달래주면서도 사랑과 관심을 강요하지 않은 채 묵묵히 우리 곁을 지켜왔 다. 의식주가 식물 없이 가능할까. 집짓는 목재가 되어주고, 식량을 주고, 그늘을 제공하며, 옷 지을 섬유에 염료에 약까지 만들어 주었다.이 점은 21세기 현재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식물 없이도 생존이 가능한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한 일일 수도 있겠으나 사람이 과연 그런 세상을 바라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최근에 본 암울한 영화“The road”에서는 식물이 모두 죽어간 참혹한 지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또 다른 영화 아바타에서 인간이 마지막 희망으로 찾아간 판도라 행성은 듣도 보도 못한 황홀한 식물들로 가득했다. 이렇듯 식물은‘good guy’로 우리의 의식 속에 각인되어 있다.인간의 관점에서 식물의 이용성을 기준으로 하여 식물을 분류할 때 대개는 식용식물, 소재 및 자재식물, 커피나 차와 같은 기호식물, 약용식물, 에너지 식물, 그리고 원예식물로 나누었다. 물론 이에 의거하여 식물이 엄격히 분리되어 식용, 약용, 정원용이 전혀 별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대개는 한 가지 식물이 여러 기능을 동시에 가지는 경우가 더 일반적이다.우리에게는 오동나무를 정원에 심어 두었다가 딸이 출가할 때 장을 짜주는 아름답고도 현명한 풍습이 있었다. 오동나무는 거문고 등의 악기를 만드는 재료로도 쓰였다. 지금은 대량생산의 희생이 되고 있지만 각종 유실수야 말로 봄에는 아름다운 꽃을,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을, 가을에는 향기로운 열매를 제공하는 다기능 나무의 대표가 아닌가 싶다. 궁한 겨울에는 땔감으로 변신하기도 했다.우리 식탁에 늘 오르는 나물의 대부분이 정원에 심으면 훌륭한 원예식물이 될 수 있는 것들이다. 허브나 약초 역시 유용한 만큼 아름다워서 최근 들어 허브가든, 약초원 등을 테마로 한 정원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 이야기 따라 밟아본 삼국지 유적과 경관(3)
    떠나는 관우와 보내는 조조의 아름다운 이별처 허창 파릉교원소의 심복 안량, 문추를 베어 공을 세운 관우는 형인 유비가 원소 휘하에 있다는 말을 듣고 떠날 준비를 한다. 조조에게 하직인사를 올리려 했으나 면회를 사절하자 하직의 글을 쓰고 조조에게서 받은 금 은 등은 모조리 곡간에 넣고 문을 봉한 후 한수정후 인후를 단상에 걸어두고, 부하들로 하여금 두 부인을 태운 수레를 호송케 하여 북문을 향해 길을 나선다. 조조는 뒤돌아가서 죽여 후환을 없애자는 말을 듣고, 이미 항복하는 조건에 놓아 보내기로 한 약조를 지켜 신의를 저버리지 않겠다고 한다. 그에게 노자路資와 전포를 주어 후일의 기념을 삼게 배웅하러 가겠다고 한다. 관우가 말을 다리 위에 세운 다음 청룡도를 치켜들고 남쪽을 바라보니 조조가 수십 명의 무리를 이끌고 달려온다. 조조는 작별인사로서 황금을 담은 쟁반을 받쳐 들었으나 받지 않고, 비단전포를 받들어 바치니 청룡도 끝으로 비단전포자락을 걸쳐 올려 몸에 둘렀다. 허저가 저렇듯 무례한 자를 어찌하여 그냥 보내시냐고 하니까“저는 일인일기요 우리는 수십 인인데 어찌 의심이 없겠는가?”하고 못내 탄식하며 말머리를 돌려 성으로 돌아온다. -황석영『삼국지』3권에서 요약-헤어진 장소가‘다리’라고 고유지명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곳은 하남성 허창許昌에서 서쪽으로 8킬로미터 떨어진 파릉교 陵橋이다. 파릉교라는 이름은 본래 당나라 때 장안에서 이별의 장소로 알려진 곳인데 이 이름을 따서 후에 붙인 것이다. 원래의 파릉교는 1967년 홍수에 소실되었고 1993년 지금과 같이 규모가 큰 아치형 다리를 만들고 파릉교공원으로 조성해 놓았다. 깔끔하게 단장한 정문‘파릉교문박원’이 라고 쓴 패방을 지나면(사진 1) 이별 장면을 그린 대형 석판화가 보인다(사진 2). 유비를 찾아 떠나는 관우의 모습이 중앙에 있고 좌우에 두 형수를 모신 관우 일행과 조조와 그냥 놓아 보내는 것이 아쉬운 휘하 장수들의 모습이 보인다. 아래 있는 글을 보면 최근에 만들어서 관우는 이미 황제인 관제關帝의 지위까지 올라 있다.다리를 향해 가다보면 대문이 나오고 그 위에‘활活’자를 써놓은 것이 보인다(사진 3). 이것은 관우와는 관련이 없고 조조와 양수 사이의 일화를 재현해 놓은 것이다. 양수는 유비와 조조가 한중에서 싸울 때 소위‘계륵’사건으로 참수를 당했는데 그 때 양수가 너무 똑똑한 체해서 조조의 미움을 샀다는 이야기와 관계가 있다.
  • 그랜트 존스, Jones & Jones Architects and Landscape Architects
    Grant Jones이번 인터뷰를 위해 찾아간 곳은 북촌마을에 있는 한 게스트하우스였다. 문화가 다른 외국인들은 일반적으로 호텔을 선호하기 마련인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에 놀랐다. 한옥은 한국의 문화를 배우고자 한다면 좋은 장소가 되겠지만 일반인들이 사용해도 불편한 곳이기 때문이다. 좁은 골목을 지나 막다른 한옥의 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마당에는 Jones & Jones사의 대표이자 조경가인 그랜트 존스Grant Jones 씨와 그의 아내가 있었다. 존스 씨는 마당으로 들어오는 따뜻한 햇살을 등지고 앉아 있다가 우리를 보자마자 반갑게 맞아 주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날은 부부가 시애틀로 돌아가는 날이어서 인터뷰는 공항으로 가는 차안에서 진행하기로 하였다. 마당에는 시애틀로 가져갈 여행용 가방들이 있었고 그의 아내도 분주한 모습을 보이며 우리와의 동행을 서둘렀다. 차 안에서는 인터뷰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해 먼저 이번 한국에서의 일정은 어땠는지 물어보았다. 존스 씨는 우선 한국에 많이 왔었다는 것을 강조하고 다른 때보다 이번 방문은 더욱 좋았다고 하였다. 그의 대답을 듣고 미리 준비했던 내용은 아니지만 왜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궁금해 물어보기로 하였다. 또 그의 한국인 아내를 보고 나서 더욱 궁금해졌다.존스 씨는 한국에서의 스케줄을 마친 후이긴 했지만 인터뷰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많은 웃음을 주었다. 그는 누구보다 한국의 전통성을 되찾는 게 지금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이야기 하였다. 본지에도 한국의 전통 명원을 소개하는 코너가 있는데, 이 코너를 대할 때면 생소한 단어들로 우선 거리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한국의 서원과 경관을 이해하는 게 그리 쉽지 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존스 씨의 이야기를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 그는 인터뷰의 마지막 질문에“I love earth”란 말을 꺼내었는데, 단순히 디자인을 하는 조경가의 모습 뿐 아니라 땅에서 살고 있는 사람에 대한 소중함을 아는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기도 하였다.
  • 고정희의 식물이야기(2): 도시의 계절
    봄으로 오는 길올해는 유난히 봄소식이 더뎠다.봄으로 오는 길이 얼마나 길고 험했던가. 눈도 많이 내렸고 많이도 추웠었다. 3월에도 일주일 간격으로 눈이 내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러다 영영 겨울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슬그머니 걱정도 되었다. 기다림에 지친 마음에 마침내 사방에서 피어나는 개나리를 발견했을 때 얼마나 반갑던지. 평소에 흔하디흔하고 지천으로 널린 데다가 도로변 경사면마다 늘어져 있는 늙은 개나리들을 별로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었다. 정원에도 절대 심지 않았던 구박덩이들이었는데 미안한 생각이 든다. 분당에서 서울 강남으로의 출퇴근길에 이어지는 개나리 행렬들이 비록 햇병아리 색을 입고 있기는 해도 가만히 살펴보면 늙고 지친 모습이 역력하다. 최소한 십 년 이상 새 개나리를 심지 않았을 것이라는 짐작이 간다. 슬슬 세대교체를 해주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 식물도 나이가 들면 현역에서 은퇴해야 하는 시점이 온다. 특히 빼곡하게 밀식한 관목일수록 더 빨리 노쇠현상을 보이는 것 같다. 옆으로 퍼지지 못하니 길이 생장만 거듭하여 밑둥 부분이 서늘하게 비게 되는데 그 모습이 추래해 보인다. 도시 속에서 마치 길을 잃은 듯이 늘 엉거주춤해 보이던 진달래는 동병상련이랄까 늘 정감이 갔었다. 그 허술해 보이는 모습이 올 따라 더욱 다정하 게 다가온다.조팝도 하얗게 피어나고 쥐똥나무의 잎들이 연두색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운 좋게 양지에 자리 잡은 목련들도 만개하였고, 산수유, 생강나무 뿐 아니라 아파트 단지마다 도로변마다 많이도 심어 준 벚나무 들이 기지개를 켜며 이제 그들의 시절이 돌아왔음을 알린다. 이미 서둘러 활짝 핀 벚꽃도 적지 않게 눈에 띈다. 그동안 벚나무를 많이 심어 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 보았다. 그럼에도 벚나무 아래 개나리를 심은 것은 아직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연분홍과 진노랑의 얼핏 조화롭지 못한 배합만이 문제가 아니라 벚꽃의 아주 섬세한 핑크와 제대로 어울리는 색상이 그리 흔하지 않을 것이며 무엇보다도 벚꽃이 만개하면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가 사방에 가득해지므로 주변에 다른 색은 될수록 피해 주는 센스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벚꽃과 거의 동시에 꽃을 피우는 식물은 될수록 가까이 두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무슨 벚나무를 저리도 많이 심었나 하고 불평하던 지난 일이 떠오르고 사람의 마음이란 정말 간사하다 싶다. 그래서 혹독한 겨울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이제 머지않아 철쭉이 온 세상을 진한 분홍으로 물들일 것이다. 철쭉과 영산홍이 지고 나면 우리의 도시들은 서서히 녹색만의 시대로 접어들 것이며 가을에 단풍이 물들기까지 도시를 지배할 것이다. 계절을 색으로 표현한다고 하면 우리 도시의 색은 벚나무와 철쭉으로 이루어진 봄과 단풍이 그려내는 가을 두 계절로 단순 압축되는 경향이 있다.물론 여름의 배롱나무가 있고, 원추리, 붓꽃, 옥잠화, 비비추와 맥문동이 있지만 녹색이 차지하는 비율에 비한다면 큰 호수에 약간의 물감을 흘리듯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게 된다.도시 나무들꽃을 피우는 수많은 식물들이 실제로 존재하는데 그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도시조경에 개입시킨다면 도시가 좀 더 아름답고 명랑해 지지 않을까 싶다.우리가 만약 소나무를 향한 집착만 버릴 수 있다면 소나무 값으로 꽃을 피우는 수목들을 얼마나 더 많이 심을 수 있을까 하는 쓸 데 없는 계산도 해 본 적이 있다. 장송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고 하자 보수하다가 도산한 업체들도 적지 않다는 소문이다. 그럼에도 아직은 장송과 조형소나무를 향한 편애가 식지 않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아예 식재에서 손을 떼고 시설물만 다루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분명 우리 조경계의 심각한 문제임에 틀림이 없겠는데 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모두 공감하는 부분이지만 막상 개선방법은 찾아지지 않는 것 같다.개인주택의 경우 건축주들과 대화를 통해 소나무를 피할 수 있기도 하지만 아파트, 주상복합 등 분양율과 낙락장송의 숫자가 함께 가는 프로젝트에서는 이들을 심지 않고 넘어갈 수 있는 방법이 아직 없어 보인다.소나무는, 특히 낙락장송은 멋진 나무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그들을 도시보다는 강원도 산속에서 보는 편이 훨씬 마음이 편할 것 같다. 한 그루의 장송이 되기까지 무수한 세월이 흘러야 하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텐데 그럼에도 극구 도시로 이식해 와 한 해가 지나지 않아 죽이 장송을 보호수종으로 지정하여 이식을 금지하는 법이 책정되어야 하지 않을까. 아니 더 나아가서 장송뿐 아니라 산에서 수목을 채취해 와 도시에 식재하는 관례 자체가 과연 옳은 것인지 한 번 되새겨 볼 시점이 되지 않았나 싶다. 지난 회에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원칙적으로 조경에 적용되는 모든 식물은 묘목부터 별도로 재배되어야 한다. 이는 한편 산과 들의 식물 생태계를 보호하자는 것이며 다른 한편 건강한 식물을 생산하여 건강하게 심자는 것이다.뿌리돌림도 제대로 되지 않고 수형도 변변치 않은 것을 수목이라고 판매하는 것 자체가 건전한 상도가 아닐 것이며 하자의 위험이 뻔히 보이는 식물을 구매하여 정원에 심는 것 또한 옳은 조경이라 할 수 없다. 높은 공사비가 책정된 고급 아파트 단지의 경우 PM들과 현장소장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좋은 나무, 소위“명품 수목”을 구해다 심기 때문에 준공 당시에 이미 숲을 방불할 경관이 연출되지만, 지방을 돌아다니다 보면 거리의 가로수로부터 아파트며, 공원에 심은 나무들까지 제대로 나무다운 것을 보기 힘든데 수목에서조차 사회의 양분화가 이루어지는가 싶어 심사가 어지럽다.도시의 얼굴이 되어 주는 가로수며 공원의 수목은 결국 우리가 우리의 도시를 얼마나 귀하게 여기고 있는가의 정도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오히려 공공공간에 더욱 아름다운 나무를 심고 부지런히 꽃을 가꾸어 문화시민의 자격과 자존심을 보여야 하지 않겠는가.명품 수목이라니, 신이 창조한 피조물 중에 명품 아닌 것이 어디 있던가. 작은 나무라도 소중히 여기고 작고 알차게 심어 크게 기르는 전통을 만들어 볼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나무가 성장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이를 소비하는 속도와의 상관관계에 대해 누구나 한 번 쯤 생각해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 이야기 따라 밟아본 삼국지 유적과 경관(2)
    천재 예형이 묻힌 앵무주를 조망하는 무한 황학루공융은 조조에게 글 잘하는 문사로서 예형을 추천한다. 황제에게 올린 표문에“눈에 한번 스친 것은 입으로 외우고, 귀로 한번 들은 것은 마음에 잊지 않으며, 성품과 도가 합치되고 생각은 신에 가까우니…”라고 칭찬했다. 조조 앞에 불려온 예형은 하늘을 우러러 보며“천지가 비록 광활하나 사람은 하나도 없구나”라고 탄식한다. 조조는 불손하기 짝이 없는 그를 죽이지 않고 북치는 자로 명해서 욕을 보이고자 한다. 그는 헌 옷을 입은 채 북채를 들고 어양삼과漁陽三過를 치는데 그 음절이 지극히 묘하고 은은히 여운을 남겨 마치 금석의 소리 같았다.드디어는 부모님이 물려 준 정백한 몸을 들어낸다고 하며 알몸으로 나서서 조조에게 모욕을 준다. 장요와 허저 등이 죽이려하자 세상인심이 두려운 조조는 형주 유표에게 사신으로 보내고 유표는 다시 강하로 보내 황조를 만나게 한다. 예형이 황조를 “사당 안의 귀신같다”고 모욕하자 그 자리에서 칼을 빼들어 목을 베었다.유표는 그의 재주가 아까워 탄식하면서 앵무주가에다 후히 장사를 지내주었다.조조는 예형이 황조의 손에 죽었다는 소식에 껄껄 웃으며“썩은 선비의 혓바닥이 칼날이 되어 제 몸을 스스로 찌른 격이로다.”라고 말한다.- 황석영『삼국지』2권에서 요약 예형이 죽은 앵무주라는 섬은 무한 황학루에 인접한 장강 위의 한 모래톱이다. 무한武漢은 호북성의 성도로서 한구, 무창, 한양의 세 도시가 1949년 병합해서 세운 도시이다. 삼국지와 관련해서는 무엇보다도 손권이 무창 남쪽 교외에 단을 쌓고 황제의 위에 올랐던 오나라의 수도였다. 황학루는 무한에서 가장 유명한 명소로 강서의 등왕각, 호남의 악양루와 함께 중국 3대 명소이다. 황학루는 애초에 손권이 제위에 올라 세웠다고 하나 당 송 원 명 청시대에 계속 모양이 바뀌어 현재의 모습은 청나라 때 모습을 본떠 무한 장강대교를 놓은 후 만든 것이다. 각 시대별 황학루의 모습이 3층에 모형으로 전시되어 있다.
  • 성호엔지니어링 최기호 부사장
    “최기호 부사장은 여전히 손으로 작업하고 트레싱지를 애용한다. 조경계에서 가장 많은 트레싱지를 소비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특히 계획안의 틀을 잡을 때면 상당한 트레싱지가 필요하다. CG의 도움을 빌리지 않고 랜더링 작업을 하던 시절 그는 섬세하게 마커와 색연필을 사용해냈었다. 또 일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서 어떤 때는 식사도 거른 채 담배만 피워가며 계획안을 잡는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업 속도는 빠르다.” 위의 문장은 여러 사람들이 최기호 부사장에 대해 들려주었던 이야기를 종합하여 표준화시켜본 것이다. 손, 트레싱지, 마커, 색연필, 담배최기호 부사장에 대한 언급에서 뽑아낸 사물들. 아날로그적 사물들이다. 실제 그의 작업도 아날로그적이다. 아날로그적 작업은 물질의 작업이고 몸의 작업이다. 같은 색연필이라도 깎인 상태, 잡는 각도, 힘의 정도에 따라 선의 굵기와 톤은 달라진다. 또 손목의 놀림에 따라 곡선은 다른 모습을 갖는다. 미묘한 색연필의 변화가 갖는 효과와 곡선의 서로 다른 맛에 대한 터득은 매뉴얼이 아니라 몸으로 겪은 경험치를 통해서고, 머리보다 몸이 더 잘 안다. 또 그래야 그 미묘함을 행할 수 있다. 경험치를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물론‘훈련’일 게다. 손이 내 의도를 거스르지 않고, 어떤 때는 내 의도를 손이 먼저 아는, 손과 생각이 포개져 그 경계가 사라지는 경지에 이르러야 작업은 자유로워질 수 있다. 또 자신의 부족한 경험은 선배의 경험으로 메워야한다. 사수라는 존재가 필요하고 중요한 이유이다. ‘UNDO’라는 명령어가 없으니 고도의 집중력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