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연한 풍경은 없다(6): 원서동의 작은 화분, 여름 이야기를 시작하다
저곳에 누가? 왜? 저 나무를? 심었을까?일단 옹색하게 심겨진 나무들을 보자.이제, ‘저곳에 누가? 왜? 저 나무를? 심었을까?’에 대해 생각해보자.
정원이 있는 이는 있는 대로, 없는 이는 없는 대로 열심히 꽃과 나무를 심는다. 작은 화단에, 빨간 물통에, 화분에. 그런데 우리만의 이야기만은 아닌듯하다. 방콕이라는 도시의 한 장면을 보자. 도시의 물길을 따라 펼친 저들의 생활 풍경만큼, 나무도 치열하게 심겨져 있다. 누가? 어떻게? 저기에? 나무를 심을 생각을 했을까?
저렇게 누추한 곳에 나무를 심는 이유는 짐작하기 쉽지 않다. 주인장의 소일거리로? 꽃이 피어서? 자신의 상가 앞에 주차하지 말라고? 공기 정화 차원에서? 무수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는 어떨까? 무수한 짐작 중의 하나로서.
나무 이야기원서동의 어느 오후, 길가에서 만난 할아버지는 가벼운 옷차림으로 고추 모종을 화분에 나란히 심은 후, 얼마간 이 작은 식물의 자립을 도와줄 기둥을 세워 모종과 함께 실로 묶고 계셨다. 저 작업이 끝나면 아마 물을 주실 것이다. 어린 식물은 애잔하고, 심겨진 모습은 가지런하다. 사진을 찍을 테니, 포즈를 취해달라는 주문에, 어색하게 ‘자연스러운’ 포즈를 취해주신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 “여름엔 저기서 고추가 꽤 열릴 거야.” 그 한마디에 여러 장면이 머리를 스친다. 잎이 마르지는 않았나 유심히 살피시는 모습, 열매에 기뻐하실 모습, 주변에 자랑하실 모습, 한 여름 끼니때, 저런 옷차림새로 갓 따낸 싱싱한 고추를 된장에 쿡 찍어서 드실 모습. 그가 물질적으로 손에 쥐게 될 것은‘고추 몇 개’이겠지만, 그는 앞으로 몇 개월을 저 고추와 함께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남길 것이다. 원서동 작은 화분의 올여름 이야기 시작.
신이 사라진 시대의 집, 마을, 도시의 이야기를 위하여다시 앞에서 말했던 ‘짐작’으로 돌아와서. 당신은 위의 이야기들에서 ‘그 나무’를 심는 이유로 왜 ‘이야기’를 제시했는지 짐작했을 것이다. 그 나무들은 우주의 흐름에 응대해 자라면서, 우리의 일상에 섞여 감성과 시간을 함께하고 우리와 소통하며 이야기를 만든다.
그런데 오래된 집과 마을, 절을 돌아다니다 보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존재는 나무뿐만이 아니다. 절로 향하는 길가에는 어김없이 일주문이 있는데, 절에 들어가기 전에 마음을 하나로 모으도록 하기 위해서란다. 또 대웅전에 도달하기 전에 나타나는 종루는 불법을 중생에게 알리기 위해서란다. 어느 오래된 집 담벼락에 그려진 포도나무는 ‘다산’을 상징한다고 하고, 어떤 마을에서는 풍수지리 때문에 우물을 팠다고 한다. 공간 여기저기에서 자꾸 말을 건다. “나는 그냥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니야! 내가 품은 뜻은 말이야…”하면서. 지금은 ‘신기한데’ 정도로 그들의 말 걸기에 응대하지만, 예전에는 어떠했을까? 진지하게, 진심으로 말 걸기에 대꾸하지 않았을까? 물리적이고 기능적인 계단, 담, 우물을 넘어, 그 숨겨진 상징과 의미는 생활 속에서 유기적 관계를 가지면서, 혹은 어떤 주제를 향해 재배치되면서 의미의 연결을, 즉 이야기를 만들어냈을 것이다.
우리의 도시공간에서도 다시 이야기가 있었으면 한다. 공간과 우리가 함께 이야기를 만들기 어려운 지금, 우리와 말이 통하는 것은, 서로의 말 걸기를 알아듣고 응대할 수 있는 건, 그나마‘나무’이다. ‘생명’에, ‘우주’에 기초한 언어는 범용적이기에. 그런데 나무 외에도, 우리 집의, 마을의, 도시의 다른 것들과도 재미난 이야기를 만들 수는 없을까? 그리고 또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야 할까? 그게 다신이건 기독교의 신이건, 불교의 신이건, 신이 사라진 시대에 우리가 도시에 숨겨야 할 상징과 도시와 함께 꾸려나갈 이야기는 어떠한 것이어야 할까?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가 아닐까하는 또 다른 짐작을 해본다. 신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일상의 이야기. 우리가 살아가는 ‘여기 지금’의 이야기. 나무와 우리가 나누는 이야기처럼 어떤 진심어린 이야기. 방법은? 글쎄. 나무에게서 배워야 하나. 우리의 일상과 감성에 참여하는 방식을, 소통하는 방식을 말이다.
-
윤미방, 바인플랜
Yoon, Mi Bang․VINEPLAN
공간의 ‘멋’을 좌우하는 미묘한 차이, 디테일
윤미방 소장은 인터뷰 내내 “디테일”과 “멋” 그리고 “배우고 있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되뇌었다. “조감의 시선에서 보기 좋은 공간 보다, 실제 이용자의 눈높이에서 좋은 공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디테일”이 살아야 “멋”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가능하다고도 했다. 그런가하면 삼성아파트를 소개하기 위해 찾아갔을 때는 이런 말을 들려주기도 했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 장소에 어울리는 그럴듯한 이름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또한 이제는 희미해져버린 이곳의 장소성을 굳이 캐내고 억지로 만들어내는 작업이 아니라, 오늘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가장 유용한 이용행태를 유발시킬 수 있는 이용자를 위한 공간을 꾸미는 것이 아닌가?”
남기준_누구나 다 디테일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유난히 디테일에 대한 강조, 뭐랄까 고집스러움이랄까, 애착 같은 것이 느껴진다. 디테일을 그렇게 특별히 강조하는 이유는?
윤미방_사람들은 200:1이나 500:1의 마스터플랜 속을 걷는 것이 아니다. 너무도 당연하게 1:1의 실제 이용 공간이 중요하다. 조감도상에서는 볼게 없더라도 직접 걸으면서 접하게 되는 눈높이에서의 디테일이 결국 공간감을 좌우한다. 마스터플랜에서 예쁘게 보이는 건, 그림으로 남을 뿐이다. 건물을 예로 들면, 사람들이 실제로 이용하는 책상이나 소파도 멋있고 보기에 좋고 이용하기에 편해야 좋은 공간이지, 건물 외면만 보기 좋다고 멋있는 공간이 되는 건 아니다.
핫셀에서 일할 때 놀란 점 중의 하나는 시니어 디자이너들이 기본계획을 발전시켜나가는 단계에서 소소한 펜스 디자인의 디테일까지 직접 챙기고 중요시 여긴다는 점이었다. 디테일의 정말 미묘한 차이가 공간의 질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디테일이 그야말로 디테일하게 설계된 공간은, 그곳이 비록 좁은 곳일지라도 그 공간만의 멋이 살아나게 마련이다. 이용하는 사람들도 그 작은 차이를 분명 느끼고들 있다.
남기준_“공간의 멋”을 이야기했는데, 디자인을 하면서 기본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바로 그것인가? 또 멋이라는 건 사람마다 취향에 따라 꽤 차이가 있을 것 같다.
윤미방_기본적으로 그 공간이 요구하는 기능도 충족시켜야 하고, 주변과 어울리는 환경도 만들어야 하겠지만, 다들 멋있는 공간을 추구하지 않나 싶다. 표현은 조금씩 다를 수 있겠지만 말이다. 다만 나이가 들면서 ‘멋’의 내용과 뉘앙스가 조금 달라졌다. 전에는 시설물도 기성품을 사용하지 않고 모두 직접 디자인했다. 서초 가든 스위트(이하 가든 스위트)가 대표적인데, 가벽, 수로, 포장 등에 사용된 석재를 투톤 컬러를 기본으로 통일시키고, 벤치도 같은 석재로 직접 디자인해서 수작업으로 시공했다. 또 자연스러운 녹지공간을 만들고자 애초 계획보다 식재지역의 토심을 전체적으로 1m 정도 높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해서, 그 레벨차를 이용자들이 지극히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도록 단의 높이가 낮은 계단을 조성하고 챌판에 해당되는 부분을 둥글게 가공한 후 바닥에서 약간 띄워 마치 계단이 아니라 여러 겹의 석재가 겹쳐져있는 것처럼 보이게 디자인하기도 했다. 인공적인 느낌의 수로가 있는 공간과 자연적인 느낌의 느티나무길(산책로)이 만나는 곳에는 일부러 폭이 좁은 수로를 가로질러 놓여있는 석재 브릿지를 몇 미터 정도 느티나무길로 연장시켜서 이질적인 공간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했다. 석재 브릿지는 몇 미터 정도 느티나무길로 연장되다가 끊기도록 하고, 브릿지 바로 옆에 나란히 일직선으로 산책로 동선을 만들었는데, 반대로 산책로는 몇 미터 떨어진 지점에서 시작되도록 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 몇 미터가 바로 공간의 멋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그런 식으로 예전에는 시설물의 형태나 어떤 패턴, 그러니까 정형적이고 모던한 멋을 많이 추구했었는데, 요즘에는 자연스러운 멋이 좋아 보인다. 지난 겨울인가 한적한 교외로 여행을 가서 논두렁을 걷게 되었는데, 다른 곳은 전날 내린 눈이 다 녹아버렸는데 논두렁 바로 옆에는 눈이 녹지 않고 논두렁을 따라 길게 남아 있었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근사해 보일 수가 없는거다. 자연의 섭리와 질서를 어느 정도 예측하고, 자연의 변화에 따라 새롭게 느낄 수 있는 디테일을 한번 추구해보고 싶다. 보슬비가 내릴 때, 폭우가 쏟아질 때, 함박눈이 내릴 때, 바람이 불 때, 각기 다른 느낌을 공간에서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멋있겠는가.
참, 얼마전에 근사한 디테일을 하나 보았는데, 빗물이 고였다가 떨어져 내리는 곳에 단지 호박돌 몇 개만 놓았을 뿐인데, 비가 내릴 때 그 호박돌 위로 빗물이 튀기면서 흘러내리는 광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그보다 더 멋있는 수경시설이 어디 있겠나, 뭐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남기준_지금까지 들려준 디테일 혹은 공간의 멋과 관련하여 좋아하는 작품이나 조경가가 있을 것 같다.
윤미방_캐서린 구스타프슨을 좋아한다. 그가 디자인한 공간은 한마디로 멋이 살아있고, 특히 디테일이 충만하다. 형태가 단순해 보이는 작품도 자세히 눈여겨 보면 디테일은 절대 단순하지 않다. 영국의 다이애나 기념 분수 같은 경우, 직접 가서 보기 전에 국제설계공모 당선작을 얼핏 보고는 왜 이렇게 단조로운 작품을 뽑았을까 의아스럽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그곳에 가보니 경외감이 들 정도였다. 타원형 석조수반에는 너무나 다양한 디테일이 담겨 있어서, 어떤 지점에서는 숲 속의 계곡에 와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고, 어떤 곳은 이곳이 연못인가 싶었다. 물 흐르는 속도도 틀리고, 폭도 다르고, 고여 있는 정도도 상이하고, 석조 수반의 무늬도 같지 않다. Arup 엔지니어들과의 성공적인 협력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진흙 모형 제작과 고무 주형, 디지털 스캔, 3D 입체 모형 등 다양한 방식으로 디테일을 치밀하게 설계했기에 그런 공간이 탄생하지 않았나 싶다. 이렇게 단순한 형태에 그렇게 다양한 느낌을 담아낼 수 있는 건, 결국 디테일의 힘이 아닌가 싶다. 하루 종일 거기 머물러도 전혀 지루하지 않은, 보는 공간이 아니라, 이용하는 공간이란 생각이 들었고, 물을 어떻게 이렇게 흘릴 수 있을까 싶어서 존경스러웠다. 그 작품 이외에도 다른 작품들도 좋아하는데, 작품마다 변화가 있으면서도 일관된 조형미가 느껴진다.
-
우연한 풍경은 없다(5) 면목동 동원골목시장, 그들만의 합리 그리고 우리의 활기
시장에는 마케팅 전략이, 있다 vs 없다
‘마케팅 전략’ 모든 상행위에는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상품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백화점에는 창문이 없다. 화장실은 꼭꼭 숨겨두어서 백화점 안을 더 둘러보고 찾을 수 있게 한다. 같은 이유로 엘리베이터는 구석에 두고 에스컬레이터는 잘 보이는 곳에 둔다. 또 식품매장은 지하에 있고 전문 식당가는 맨 위층에 둔다. 판매를 촉진시키기 위한 전략인데, 고객이 식사만 한 후 백화점을 나오지 않고 쇼핑까지 하게 되는 습성을 이용한 것이다.
재래시장의 상인들도 물론 전략은 있다. 시장의 음식점들은 간판에 ‘원조’, ‘할머니’라는 단어를 넣어 역사가 있는 곳임을, ‘장충동 족발’, ‘명동 분식’, ‘전주 비빔밥’ 같은 상호로 ‘파스타는 이태리가 최고’ 같이 정통성이 있는 곳임을 내세운다.
어디가 더 합리적일까? 마트 vs 시장
고객을 더 이상 빼앗기고 싶지 않아 시장도 마트가 되고 싶어 한다. 비나 눈 같은 기후 변화에서 벗어나 언제나 상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뜨거운 햇빛을 가려 쾌적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소위 아케이드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지붕을 씌운다. 그리고 마트에서처럼 카트를 끌고 다닐 수 있도록 바닥을 고르기도 하고 상인들은 옆 가게와 줄을 맞추어 물건을 진열한다. 물리적인 것만 바꾸는 것은 아니다. 쿠폰도 발행한다. 마트가 지향하는‘깔끔’, ‘편리’, ‘효율’, ‘쿠폰을 통한 사행심 조장’을 시장도 실현하려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시장도 마트가 될 수 있을까? 면목동의 동원골목시장을 보자. 여기도 ‘현대화’사업을 했다. 지붕이 덮여졌고 쿠폰을 발행한다. 진열된 물건도 간판도 줄 맞추어 있다. 바닥에 물도 고여 있지 않다. 쾌적하다. 그런데 문구점 앞의 저 장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알록달록한 장난감 옆에 젓갈병이 당당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어디 마트에서는 가능한 일일까? 젓갈을 장난감 옆에 둔다면 바로 항의가 들어갈 것이다. “물건 찾기가 힘들잖아요, 위생적이지도 않구요.” ‘같은 품목은 같은 곳’이라는 기준을 갖고서는 말이 안 되지만, 또 꼭 말이 안 된다고 할 수는 없다. 시장에서는 말이 될 수도 있다. 우연하게도 문구점 주인은 젓갈에도 조예가 깊고 좋은 젓갈 구입처를 안다. 그래서 기꺼이 장난감 사이에 젓갈을 두었다. 고객들도 안다. 이 집 젓갈은 싸고 맛있다는 것을. 그래서 기꺼이 젓갈을 사기 위해 문구점을 찾는다. 어떤가? 말이 되지 않는가?
하버마스인가? 말을 통해서 서로간의 합리성이 형성되는 생활세계에 대해 말한 이가. 우리는 시장에서처럼 서로 ‘말’을 통해서 서로의 기준을 만들고 살아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 말이 필요 없어졌다. ‘합리화’라는 명분은 굳이 말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안내판을 따라가다 보면 내가 원하는 상품이 있고, 거기 쓰인 가격대로 계산대에서 돈을 지불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다행히도 시장에서는 여전히 ‘말’이 필요하다. 합리성, 그 이상의 기준과 가치로 운용되는 곳이 시장인 것이다. 또 모두 드러내놓고 말을 하는 곳이니 이미지로 사람을 현혹하기도 힘들다.
시장을 거니는 일은 즐겁다. 좀 진부한 표현이지만‘, 생동감’이 있다. 브랜드의 유명세가 아니라‘골라! 골라!’같은 호객행위가 사람들의 발걸음을 이끌고 그 자체가 시장의 배경음악이 된다. 또 ‘욕망’이 아니라 ‘정서’를 자극한다. “마수걸이인데 깎지 말아요” “떨이라 배추가 시들시들한데 싸게 팔아요." 또 시장에는 정확한 가격표가 없기에, 있어도 그리 절대적이지 않기에 흥정과 실랑이가 필연적이다. “좀 깎아줘! 한 개 더 줘!” “이거 팔아서 남는 거 없어, 다른 데 가봐, 이만한 가격에 살 수 있나.” 그 과정에서 덤이 오가기도 하고, 그러면서 시장은 생동감을 갖는다. 기계적 합리성의 빈틈은 대화로 채워지고, ‘활력’이라는 매력적 부산물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
지역활성화센터 오형은대표
“농촌마을에는 어떤 자원들이 있는가” “그 자원들 중 무엇을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 과거 전문가들의 전통적인 영역이 여기까지였다면, 현재 농촌계획은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지역의 주민들과 밀착된 활동을 통해, 지역 주민 스스로가 자원을 발굴·계획하고, 실행하고, 또한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드웨어적인 계획만이 아닌 소프트웨어적인 사업을 지원하는 주민참여형 계획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지역활성화센터”는 2001년 개인회사로 시작했던 “공동체네트워크”가 주식회사로 바뀌면서 2003년에 설립된 회사이다. 지역활성화센터의 오형은 대표는 “조경가들이 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가 지역(농촌)에서 기다리고 있다”며, 새롭게 확장되고 있는 이 분야는 그 누구보다도“사람”과 “공공”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키워온 조경가들이 매우 잘 할 수 있는 분야라고 말한다. 항상 “공공성”에 대해 공부를 해왔으면서도, 실제 현장에서는 세상과 소통하는데 인색해왔던 조경가들이, “잘 할 수 있고, 또한 세상을 위해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이므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진출해주길 소망했다. 과연 지역활성화 사업은 조경 분야의 블루오션이 될 수 있을까.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을 합니까
주로“농촌마을 계획”을 합니다. 최근에 농촌관광이나 농촌체험들이 많이 이루어지는데, 농촌마을을 농촌관광하는 마을로 계획해 주는 그런 일들을 하죠. 그간의 계획들은 계획가들이 만들어 주는 것으로 끝이 났잖아요. 계획가들이 계획을 세우면 그 다음은 행정이 하거나, 아니면 행정이 공공적인 차원에서 뭔가 만들어 주는 것으로 끝이 났는데, 최근에는 지역주민이 기초가 되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단순히 그냥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닌, 지역주민 스스로가 만들고, 만든 것을 직접 운영하고, 운영 방식이나 홍보 및 마케팅도 같이 논의하는 등,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5년 10년 후에 우리 마을을 어떻게 변화시켜갈 것인가를 스스로 결정하는 방향으로 사업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간에는 전문가가 들어가서 자원을 발굴하고, 지형도 놓고 지리적 특성 찾고 그랬는데, 이제는 그런 방식과 더불어 지역민들 스스로가 지역의 자원들을 이야기할 수 있는 워크숍을 개최하여, 자기들이 알고 있는 자원들을 찾아서 발표도 하면서 우리 마을에는 어떤 자원이 있는지 서로 공유도 합니다. 지역주민들이 찾아내는 것이 있고, 전문가 나름 찾는 것도 있는 거죠. 자기 지역의 자원에 대해 서로 토론하면서 주민 스스로의 학습이 동시적으로 일어나기도 해요.
이렇게 자원을 찾아 분석을 하고, 그걸 가지고 비전과 방향을 만들고, 마을사람들이 연차적으로 할 수 있는 사업들을 발굴하고, 그 사업을 실행하기 위한 조직을 만들고, 조직운영을 위해 정관 및 조례들을 만들고, 이를 위해 주민들과 워크숍을 하고, 그걸로 부족하면 교육도 하는, 그런 일들을 합니다.
예를 들어, 강원도 한 마을에서 “폐교를 사서 농촌체험학습을 하고, 환경 농업을 통해 마을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회원을 통해 직거래를 하겠다”고 사업을 결정했어요. 이를 위해서는 폐교를 사고, 리모델링을 하고, 이곳을 찾는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이것을 좀더 많이 알리기 위해 축제도 하겠죠. 그럼 저희가 하는 일은 마을의 장기적인 발전 계획을 세우고, 계절별로 어떤 프로그램들이 진행되면 좋은지 주민들과 토론해서 프로그램 계획도 만들고, 주민들과 함께 시범운영하면서 스스로 기획한 대로 실행해 보는 교육형의 프로그램도 진행합니다. 축제도 마찬가지로 주민들이 언제 어떤 축제를 해보고 싶다는 제안을 하면, 구체적인 실행을 위해 계획도 세우고, 팜플렛과 플랭카드도 만들고, 그날 줄 선물도 기획하고 디자인하고 만들기도 합니다.
또한 학교를 운영하면서 손님이 찾아오게 되는데, 오시는 분 중에는 외국인도 있고, 식사의 단가를 좀 더 높여 달라는 주문도 들어오고 하니까, 주민들이 그에 맞는 식단도 만들어야 되잖아요. 그러면, 우리가 생산하고 있는 농산물이 뭐가 있는지 찾고, 식단을 짜서 그걸 직접 만들어 보고, 품평회도 하고, 가격을 결정해서 손님들에게 제공하는 것까지 일련의 과정들을 주민들과 함께 하는 거죠.
-
장종수, 기술사사무소 렛
인터뷰에 앞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인터뷰어(interviewer)인 씨네21의 김혜리 기자는 인터뷰 모음집인『그녀에게 말하다』에서 인터뷰의 준비과정을 짝사랑의 축소판이라고 표현했다. 그러고는 인터뷰 전에는“뭘 봐도 그 인물과 연관”짓고, “오감을 한 사람에게 집중시켜 출연작과 과거 인터뷰를 복기하고 그 행간의 감정에 대해 주제 넘는 추측”도 해보며 그 혹은 그녀와의 만남을 준비한다고 했다.
뭐 그렇게까지는 아니지만, 나 역시 기본적인 준비과정을 거친다. 우선 관련 사이트의 검색창에 “장종수”세 글자를 입력하고, 발표된 잡지 원고와 논문을 훑어보고 그 중 정독을 요하는 글을 가려내 복사한다. 이번에는 “인천 월미공원 조경설계(장종수·임의제·이준복, 한국전통조경학회지 21권 2호, 2003)”와 “암사 역사생태공원 계획(장종수·김충식, 한국전통조경학회지 24권 1호, 2006)” 그리고 “경기도 동부권 광역자원 회수시설 조경설계(이수동·장종수·강현경, 한국조경학회지 34권 2호, 2006)” 등을 복사했고, <환경과조경>에 실렸던 “생태 교육의 현황과 나아갈 길”(2006년 2월호)을 찾아 포스트잇을 붙였다. 기술사사무소 렛(이하 렛)의 작품이 실려 있는 잡지도 챙겨본 것은 물론이다. 논문은 총 7편 중에서 3편만 복사했는데, 그 3편의 논문은 설계자가 무엇을 고심했는지 들여다볼 수 있었던 결론 부분이 무척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생태 교육’에 대한 잡지 원고도 이색적이었다. 내용도 그러하지만, 그보다 설계사무소 소장이 ‘생태 교육’에 대한 글을 청탁 받아 그 주제로 원고를 집필한 것 자체가 색다르게 느껴졌다. 장종수 소장의 관심사가 어느 쪽을 향하고 있는지 가늠해볼 수 있는 하나의 예가 아닐까 싶다.
다음으론 렛의 홈페이지(http://elet.co.kr)를 제법 시간을 들여 살펴보았다. 온라인 브로셔도 수록되어 있어 비교적 일목요연하게 대표작을 일별할 수 있었는데, 인상적이었던 건 장종수 소장의 프로필에 쓰여 있는 “가장 한국적인 생태와 경관의 발견을 위하여 오늘도 헤매고 있다”는 문구였다. 자신감은 있으되 자만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엿보이는 “헤매고 있다”는 표현이 특히 그러했다. 고백하자면, 홈페이지와 같은 공식적인(?) 자리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그 한 마디 때문에 인터뷰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디자인을 내세우지 않는 오피스의 색깔도 흥미롭다. LET는 경관(Landscape), 환경(Environment), 기술(Technology)의 약자다. 또 렛은 조경설계사무소와 에코플랜연구센타 그리고 경관계획연구소로 구성되어 있다. 대표자의 짧은 프로필 소개문구에서, 회사 명칭에서 그리고 조직 구성에서 공통적으로 엿보이는 것은 경관과 생태에 대한 관심이다. 대부분의 조경설계사무소에서 강조하는 ‘디자인’ 대신 ‘환경 혹은 생태 그리고 경관’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공저로 집필된 논문에서 다른 부분은 몰라도 결론 부분만큼은 장종수 소장이 직접 쓰지 않았을까, 과연 생태적 설계란 무엇일까, 왜 오피스의 색깔을 생태와 경관 쪽으로 맞추게 되었을까, 그것은 의도적인가 혹은 필연적인 귀결인가, 뭐 이런 궁금증을 바탕으로 색다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안고 장종수 소장을 지면에 모셨다. 디자인과 생태의 접점에서 “헤매고 있는” 렛의 작품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서…….
참고로 렛은 충북 진천·음성 혁신도시 도시기반시설 조경설계공모와 문정지구 조경기본 및 실시설계 현상공모에서 연이어 당선되었다. 충북 진천·음성은 김현민, 김영민(이상 SWA, 개인자격으로 참가), 김충식 교수(강릉대학교)와의 공동작업이었다. 또 파주운정지구 도시기반시설 조경설계공모 나군에서도 당선의 영예를 안은 바 있고, 강북대형공원 국제설계공모에서는 2등상을 수상한 바 있다.
-
우연한 풍경은 없다(4) 에든버러의 모자 쓴 흄, 도시의 위트
도시의 위트를 찾아서가끔은 뜻하지 않게 ‘큭큭큭’ 또는 ‘빙그레’ 웃게 만드는 풍경을, 여행지가 아닌 일상에서도 만날 때가 있다. 풍경에 몰입하여 나도 모르게 얼굴에 표정을 넣는 순간, 저 건너편의 낯선 이도 무표정하던 얼굴에 표정을 새긴다. 그러다 눈이 마주치기도 한다. 겸연쩍지만, 용기 내어 눈을 피하지 않는다면 서로 눈웃음을 주고받게 되기도 한다. 모르는 이들이 서로 순간적으로 감정을 공유하는 것이다.
이런 풍경은 예측하지 못한 순간에 만날 때 더욱 빛을 발한다. 가장 흔한 것은 낙서일 것이다. 낙서는 아날로그적인 댓글놀이기도 하다. 도시의 대표적인 위트인 낙서는 ‘그래피티’라는 현대 미술의 한 항목으로 발전했다. 그 소재며 도구에 있어서 나날이 발전하고 있어 단순한 장난이나 반달리즘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어떤 시대정신을 표현하기도 하고 지역공동체와 소통을 원하는 예술가들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그야말로 거리의 예술이 된 것이고, 덕분에 우리의 도시체험은 보다 흥미로워졌다.
허락받지 않은 낙서뿐만 아니라 허락받은 가로의 공공시설물이 우리를 웃음 짓게 만들기도 한다. 감전을 주의하라는 캐나다 어느 지역의 안전표시는 아주 효과적으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한편, 우리를 킥킥거리게 한다.
이런 조형물 외, 의도적으로 우리를 웃게 만드는 풍경은 거리 공연일 것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람브라거리(La Rambla)는 ‘거리공연 특화 거리’로 부를만하다. 긴 거리를 따라 다양한 이들이 사람들의 시선과 발걸음을 이끈다. 거리 공연 중의 기본인 음악공연은 물론이고, 석고상처럼 서 있다가 동전을 넣으면 움직이는 공연자, 불 쇼를 하는 공연자, 지나가는 이를 흉내 내는 공연자. 몇 번을 오가도 지루하지 않다.
우리도 ‘큭큭큭 풍경’ 혹은 ‘빙그레 풍경’을 생활화하자SBS의 어느 프로그램에서는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유머감각 높이기, 유머실력 키우기 같은 유머교육을 한 결과 학생들의 정신건강지수, 대인관계 능력이 증가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젠 성공을 위해선 EQ를 넘어 유머지수인 HQ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런데 성공까지, 사회적 경쟁력까지 논하지 않더라도, 유머가 우리의 일상을 즐겁게 하는 윤활유라는 건 당연한 사실일 테니. 우리 모두를 위해서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 도시 풍경에도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의 도시는 참 인색하다. 서울에서 그래피티를 즐길 수 있는 곳은 홍대 앞 정도, 거리 공연을 볼 수 있는 곳은 인사동거리나 대학로, 신촌 정도가 아닐까? 그런데 이러한 거리에서도 쉽지는 않다. 문화의 거리라 불리는 인사동거리에서조차도 거리 한 가운데는 차량으로 꽉 차고, 거리의 가장자리는 ‘남의 장사 방해하지 말라’는 상인들의 불만으로 쉽게 판을 펼치기는 어렵다. 최근에는 벽을 장식하는 일도 늘어나고, 거리 한쪽에 야외무대 같은 걸 만들기도 하지만, 그러한 ‘허락’과 거리예술이 본연적으로 추구하는 ‘자유나 예술적 역동성’이 행복하게 동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디자인 서울도 좋고, 멋진 광고도 좋다. 하지만 좀 서툴고 투박하더라도 생활냄새가 나는, 그래서 개입하고 싶어지는 그런 꺼리도 있었으면 한다.
-
공모전, 갈림길에 서다
“조경설계공모전”이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물론 지금까지 조경설계공모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선유도 공원, 서울숲, 행정중심복합도시의 중앙부 오픈 스페이스, 삼덕공원 등 크고 작은 공모전이 지속적으로 있어 왔고, 또한 크고 작은 논란들도 이어져 왔다.
공모전,미리 지르 밟고 가는 길
하지만, 굵직한 조경설계공모전들이 지난해만큼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해는 없었던 듯 하다. 뉴타운, 신도시 개발 사업이 증가하고, 그에 따른 대규모 녹지 공간 조성 사업도 활기를 띠었으며, 도시 환경에 대한 지자체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각종 조경사업물량이 늘고 대규모화 하는 경향도 짙어졌다. 무엇보다 이러한 사업들에 대해 발주처들이 기존의 계약 방식보다는 공모전을 통해 좋은 설계안을 얻으려는 노력들을 하고 있다.
그러나, 발주처가 공모전을 개최하는 이유는“좋은 설계안”때문만은 아니다. 조금 노력을 더 들이는 대신 마케팅 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고, 심사위원의 권위를 빌어“공정성”논란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투명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청렴도가 생명인 공무원의 입장에서는 각종 이권개입 의혹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고, 가시적인 정책 홍보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공모전”은 분명 유혹적이다. 이렇게 발주처의 이해와 맞물려 있는 이상, 앞으로도 공모전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올해도 서울시, 주택공사, 토지공사 등에서는 조경설계공모전을 다량 발주할 예정에 있다.
조경설계공모전이 본격화 된 것은 2007년 초에 있었던 대한주택공사의“성남판교지구 도시기반시설 조경설계공모전”이라고 판단된다. 당시 공모전의 의의는“신도시의 공원을 공모전으로 선정한다”는 점에 방점이 찍혔다. 이전까지 신도시의 공원들은 설계경쟁을 통해 설계된 적이 없었고, 특히 조경분야는 몇개 안되는 설계공모전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공정성과 표절논란 등으로 많은 홍역을 치루기도 하여, 성숙된 공모전에 대한 의구심도 높았다. 실제 판교지구도 공모전이 시작되면서, 미리부터 결과에 대한 각종 추측성 시나리오가 나돌았다. 공모전을 준비하는 담당자 입장에서는 매우 힘든 일중 하나임에 틀림이 없다. 일단의 개연성만으로 단서도 없이 유포되는 이런 루머 사건은 판교지구 설계공모전에서 처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행정중심복합도시 국제설계공모전 때도 악성 루머가 돌았었다. 한국의 A와 외국의 B가 사제관계라는 등 설계자와 심사자의 유착 가능성을 통해 일찌감치 공정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려는 양상이었다.
신도시의 그 수많은 공원 가운데 어느 하나도 시대적 흐름을 보여주거나 선도하는 사례로 거론되지 못한다. 도시가 변하고 있다는 사실 조차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적절한 설계안과 설계자를 고르는 설계공모를 통해 동시대의 조경이 안고 있는 문제나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고민이 생략되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신도시의 공원들은 설계 경쟁(competition)을 통해 설계된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 자리를 가격 경쟁(설계가입찰)이나 자격 경쟁(PQ;사전자격심사)이 대신하고 있었다.
-
제1회 대한민국 자전거 축전 준비 박정오 행정안전부 지역발전과장
최근 경기침체와 국제유가 상승, 환경 문제 등으로 친환경 교통수단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는 가운데 환경오염을 전혀 유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이로운 자전거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정부에서는 이러한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키고 전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지난달 25일부터 5월 3일까지 9일간에 걸쳐 제1회 대한민국 자전거 축전을 열고 있다. 이와 더불어 자전거 이용활성화를 위해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전국 자전거도로 네트워크 구축사업을 벌이기로 했는데, 이 사업을 본격 추진하고 있는 행정안전부 지역발전과의 박정오 과장(부이사관)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제1회 대한민국 자전거 축전을 개최하게 된 배경은.
정부가 지난 1월 6일 발표한 녹색뉴딜의 핵심사업 중 하나로 녹색교통망 확충이 발표됨에 따라 21세기 새로운 녹색교통 패러다임으로 떠오른 자전거를 이용해 녹색성장사회를 구현하기로 정했다. 이에 자전거를 시민들의 생활속에 뿌리내리도록 하기 위해 자전거 이용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관심을 증대시킬 필요가 있어 행정안전부와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함께 제1회 대한민국 자전거 축전을 개최하게 되었다.
Q. 이번 축전과 더불어 자전거 이용활성화 종합대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정부에서 자전거 이용을 활성화하려는 까닭은 무엇인가.
전 세계적으로 지구온난화 및 기후변화가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2013년부터는 온실가스 의무감축국가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아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 특히 자동차는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5%를 차지하고 있고, 도로교통 에너지 소비량이 전체의 78%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환경오염에 대한 걱정이 없고, 에너지 사용이 필요 없는 ‘자전거 이용활성화’ 정책은 필수적이다. 이미 네덜란드의 Bicycle Master Plan, 프랑스 Velib, 독일 Cycle Friendly City 등과 같이 유럽 선진국에서는 자전거 이용활성화를 중요한 국가적 사업으로 인식하고 적극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자전거 보급률은 16.6%로 독일 87.3%의 1/5수준에 불과하고, 교통수단으로서의 분담률은 독일 10%의 1/8 수준인 1.2%에 불과한 실정이다. 더욱이 자전거를 교통수단보다는 레저활동으로 인식하는 등의 문제점이 있어 인식을 전환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대통령의 의지가 매우 강하다. 올해 초 국정연설에서 “전국 곳곳을 자전거 길로 연결해 생태문화가 뿌리내리도록 하겠다”는 자전거 길 인프라 구축에 강한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박정오 과장은 부산수산대(현 부경대 전신) 수산경영과와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과를 졸업하였고, 지난 1990년 행정고시 34회에 합격하여 공직사회에 입문했다. 경기도 내무국, 자치행정국, 기획관리실, 건설교통국 등 행정 요직을 두루 거쳤으며, 안성시 부시장과 평택시 부시장을 거쳐 지난해 12월 30일부터 행정안전부 지역발전정책국 지역발전과장으로 부임해 현재는 저탄소 녹색성장과 관련해 자전거 이용활성화 방안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
황용득, 동인조경 마당
시작하며
2009년 1월부터 달라진 네이버에서 “한국인”코너를 즐겨보고 있다. 미술가, 건축가, 의사, 스포츠인, 영화인 등 카테고리는 총 다섯으로, ‘가’가 둘에, ‘사’가 하나, ‘인‘이 둘이다. 의사 같은 경우에는 전공분야별로 100명의 의사를 선정할 계획이라고 하는데, 100개 의학분야의 해당 교수들에게 “가족이 귀하가 전공하는 분야의 병에 걸렸을 때 어떤 의사에게 보내고 싶은지 5명씩 추천해 달라”고 묻고 이를 집계해서 1명씩 소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질문이 참 와닿기도 하고, 인기투표와 같은 이런 설문조사의 위험성이 편치 않기도 하다. 그렇지만, 제한된 기회를 통해 누군가를 소개해야 할 때, 설문조사만큼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 지면을 시작한 1월호에 선정의 어려움을 구구절절 소개한 바 있으니 상세한 부연은 생략하더라도, 매호 간단한 선정 이유를 밝히며 글을 시작하는 까닭은 설문조사와 같은 방식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정 원칙은 “최근 개최된 설계공모 당선자나 근래에 완공된 작품을 설계한 조경가를 대상”으로 하겠다는 것뿐이다. 설문조사를 해볼까 생각도 했지만, 기왕이면 최근에 잡지를 통해 소개되는 작품의 뒷이야기도 좀 들어보자는 취지로 그러지 않았다. 또 설계공모의 취지 중 하나가 신진 작가의 등용문이니, 자연스레 새로운 조경가들을 소개하는 기회도 될 수 있으려니 했다. 이달의 인터뷰이(interviewee)인 황용득 소장이 ‘조경가 인터뷰’같은 코너를 통해서 새로운 인물을 발굴해보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며 완곡한 거절 의사를 밝힐 때까지만 해도, 원칙에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런데 황용득 소장의 말을 듣고 나서 되짚어보니 첫 회의 박윤진·김정윤 소장을 제외하곤, 2월부터 4월까지 모두 창립한 지 10년 이상 된 설계사무소 대표자들을 연달아 모시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말이다. 원칙을 크게 바꾸지 않는 선에서 운영의 묘를 찾아보아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아무튼 이번 달은 3월호에 이어, 1월의 광교 특화 컨셉과 2월의 광교 호수공원 이외에 규모가 컸던 설계공모전이었던 영종하늘도시 당선자이자, 의정부민락(2)지구 당선자인 동인조경 마당(이하 마당)의 황용득 소장을 모셨다. 둘 모두 그룹한 어소시에이트(대표 박명권)와 공동작업이었고, 황용득 소장은 광교 특화 컨셉 지명설계공모에 초청받기도 했으며, 오는 5월 5일 완공 예정인 상상어린이공원의 설계자이기도 하다.
황용득 _ 조경가로서 당신은 어디에 주안점을 두고 설계를 하느냐고 물었을 때, 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가만의 고유한 철학이라고도 할 수 있을텐데, 제 3자가 인정을 해주고 안 해주고는 중요치 않다. 작업을 계속해나갈수록 자신만의 내러티브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고, 그래서 내가 디자인을 할 때 가장 중요시 여기는 원칙은 무엇인지를 늘 자문하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점차 정리된 화두가 대략 네 가지 정도 있는데, 첫 번째는 “자립형 체계”에 대한 관심이다. “신 에너지의 창출”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공원과 같은 조경공간을 소비적 구조가 아닌 생산적 구조로 바라보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땅을 공원으로 만들게 되었다 치자. 그런데 그 공원은 공원으로 조성되기 이전에 논이거나 밭이거나 숲이었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무엇인가를 생산해내던 시기가 있던 대지였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공원으로 그 땅이 바뀌게 되면, 그곳에서는 오로지 소비만 이루어질 뿐이다. 더구나 그 공원을 유지하기 위해 추가적으로 에너지가 투입되어야 한다. 요즘 들어‘저탄소 녹색성장’이 유행처럼 회자되고 있는데, 그 이전에 이미 소비를 줄이고 자족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을까 고민을 많이 했었다. 에너지를 생산해내거나, 그렇지 못하더라도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할 수 있는 구조로 공원 디자인을 해보고 싶은 것이다. 소규모 공간이라면 몰라도, 일정 규모 이상이라면 그에 대한 고민이 기본 전제가 되어야한다. 특히 대형 공원은 어떠한 제약도 없이 태양열을 고스란히 받을 수 있는 곳이다. 태양 에너지의 생산이 가능하고, 그 에너지를 공원 내의 조명등에 사용할 수도 있다. 자체적인 에너지 순환이 가능한 것이다. 또 시설의 비중을 최대한 줄이고 식재량을 늘려서 이산화탄소 저감에 기여하고 산소를 공급하는 것을 비롯, 새로운 에너지 생산 시스템을 바탕으로 한 자립형 체계가 가능한지를 계속해서 찾고, 그런 고민을 디자인에 반영해보고자 한다. 그런 모색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도가 이루어지면, 거기서 새로운 디자인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파주 Ubi Park에서 실제로 제안했던 것인데, 태양 전지판으로 둘러싸인 경관 구조물이 세워지게 되면, 사람들이 이용하는 시설로도 활용할 수 있고, 그 자체가 색다른 경관요소가 되면서 동시에 에너지 발전소가 될 수 있다. 태양 전지판이 조경자재처럼 쓰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면, 다른 디자인이 결과로 나올 수 있다. 그런 관심의 연장선에서 요즘에는 Auto Park의 구현을 모색중이다. 살아있는 생물처럼 유기적으로 커나가는 공원을 우리가 제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
우연한 풍경은 없다(3)
도시의 무지개, 우주가 보여준 찰나의 아름다움
찬란한 만남
위키백과에게 물어보니 무지개는 ‘공기 중에 떠 있는 수많은 물방울에 태양빛이 닿아 그 물방울 안에서 굴절과 반사가 일어날 때, 물방울이 프리즘과 같은 작용을 하여 나타나는 현상’이란다. 그러니 아름다운 무지개를 보기 위해서는 먼저 수많은 물방울과 태양빛이 있어야 한다. 게다가 이를 보는 당신도 있어야 한다. 당신이 적당한 위치에 서 있어야만, 당신이 발견해주어야만 무지개는 존재한다. 이 삼자간의 대면이 있어야 무지개는 있다. 현상학적 표현으로 ‘만남’이라고 해야 할까?
우주, 무한을 바라보기
자연의 기본적 원소들인 공기, 물, 태양과의 만남. 궁극적으로 이러한 만남은 당신과 ‘우주’와의 만남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가 나타나기 전에도 있었고, 우리가 사라진 뒤에도 있을 근원적인 것들이 무시간적으로 순환하는 우주. 우주라는 커다란 단어 앞에서 ‘만남’이라는 단어를 쓰는 건 좀 건방져 보일 수도 있으니 우주의 현상을 잠깐 엿보는 순간이라고 바꿔 말해야겠다. 우리의 문명이 만든 세상이 전부일 것이라고 착각하고 살지만, 우주는 문득 문득 자신을 보여줘 도시 너머 ‘저기’가 있음을 암시한다. 누구는 계곡의 가파름을 가벼이 무시하고 즐기기도 하고, 또 누구는 분수라는 것을 발명하여 도시 속에 들여 놓기도 하지만 그 누구도 무지개는 의도적으로 만들 수 없다.
가끔은 우주를 만나자
이 도시에서, 우주를 만나자 혹은 무한을 바라보자. 시간을 쪼개어, 들로 바다로 산으로 달려갈 수도 있지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니 도시 안의 일상에서 ‘찬란하게 잠깐’이나마. 섬광같이 찬란히 빛나는 그 만남을 갖자.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일상과 도시를 아름답게 보고자 하는 마음과 눈이 필요할 터이다. 누가 보건 말건, 우주는 자신의 순환을 지속하면서 무심히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뿐이니, 찰나의 풍경을 엿보는 건 온전히 우리의 몫.
조경이라는 작업도, 공공미술이라는 작업도 우리를 순수한 자연의 한 요소로 되돌리는 그런 작업일 수 있으니, 우리부터 그런 감수성을 챙기자. 그리고 사람들이 가끔은 우주를 만나도록 도와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