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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쇼몽 국제 정원 페스티벌
2016 Chaumont International Garden Festival
고려에 망국의 빛이 드리워지고 조선 건국의 조짐이 보이던 혼란스러운 시기인 14세기 말 15세기 초, 유럽에서는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핏빛이 가득한 전쟁이 한창이었다. 바로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백년전쟁이다.프랑스에서 가장 긴 루아르Loire 강변의 건물들이 요새 역할을 해준 덕분에 프랑스는 영국의 공격에도 버틸 수 있었다. 전쟁이 끝난 이후 요새는 아름다운 루아르 강변을 바라보며 오랜 전쟁의 피로를 푸는 오락과 휴양의 장소로 거듭나게 되었다.
프랑스 서남쪽, 길이 200km의 강변을 따라 위치한 인구 2,000명의 작은 마을 쇼몽에는 매년 30만 명의 관람객들이 다녀간다. 세계 3대 정원 축제인 쇼몽 국제정원 페스티벌Chaumont International Garden Festival이 열리기 때문이다.
2000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19개의 루아르 고성The Loire Valley between Sully-sur-Loire and Chalonnes 중 쇼몽 성Château-Chaumont에서는 1992년부터 쇼몽 국제 정원 페스티벌이 개최되고 있다. 올해로 25주년을 맞은 이 축제에서는 작가의 개성이 담긴 정원뿐만 아니라 고성 곳곳에 전시된 예술 사진, 설치 예술 작품을 즐길 수 있다. 축제는 매년 4월부터 10월까지 열리며 올해는 한국 설치미술가 이배의 작품과 한국과 프랑스 작가의 합작품인 ‘대단원을 위한 정원Le Jardin du Dernier Acte’, 2015년 조성된 ‘한국 정원Le Jardin Coréen’등 한불수교 130주년을 기념하기라도 하는 듯 한국의 색채를 축제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다가올 세기의 정원
쇼몽 국제 정원 페스티벌은 매년 독특한 주제로 진행된다. 올해의 주제는 ‘다가올 세기의 정원Gardens from the coming century’으로 미래의 정원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프랑스에서 개최한 축제이니만큼 프랑스 작가의 참여율이 높지만, 국제 정원 페스티벌의 명성에 걸맞게 러시아, 이탈리아, 영국, 스위스, 미국, 벨기에, 캐나다, 한국 등 다양한 나라의 작가가 출전했다. 매년 300~400개의 출품작이 등록되고 그 중 25개 내외의 작품만이 실제 정원으로 구현된다. 이 축제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특별한 자부심을 갖는 데, 축제를 준비하는 조직 그리고 작가가 작품을 대하는 태도와 관람객의 분위기가 여느 정원박람회와 다르기 때문이다. 진행위원회는 산업의 진흥을 위해 여러 물품을 모아 놓고 판매·선전하는 박람회와 구별되도록 작품 조성 의도를 부각시키고 관람객의 집중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정원을 하나의 예술 작품을 감상하듯이 관람하는 방문객의 모습은 쇼몽 국제 정원 페스티벌을 세계 조경가가 참여하고 싶은 3대 정원 축제로 만든 힘이다. 다가올 세기, 미래의 정원은 어떤 모습일까? 2016 쇼몽 국제 정원 페스티벌에서 각기 다른관점으로 표현된 24개의 작품을 통해 미래의 정원을 만나볼 수 있다.
케 비에네 라 플뤼
지구 온난화로 인해 해수면이 높아지고 있는 지구의 환경을 걱정하는 관점에서 표현한 ‘케 비에네 라 플뤼Que Vienne la Pluie’는 미얀마의 인레Inlé 강에서 영감을 얻어조성됐다. 마치 거대한 맹그로브mangrove 아래에 생긴 터널에 휴식 공간이 마련된 것처럼 보인다. 이 정원은 하나의 실험장으로, 자연이 인간의 통제 아래에 있지 않으며 인간이 자연 안에서 자유로이 서로 어우러질 수 있는 공간을 표현했다. 이 작품은 올해 쇼몽 국제 정원페스티벌에서 창작상Le prix de la Création을 수상하였다.
익스플로시브 네이처
미래의 환경이 아무리 척박해져도 자연은 살아남을 수 있는 방식을 찾아 적응해나갈 것이다. ‘익스플로시브네이처Explosive Nature’의 거대한 구조물 틈새 사이사이에는 씨앗 폭탄Seed Bombs이 자리하고 있다. 이는 식물이 자라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환경을 스스로 찾아내고, 그 환경이 조성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힘을 가진 요소로 표현됐다. 인간의 힘이 아닌 자연 스스로의 힘으로 정원이 조성되는 모습을 통해 자연의 생명력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정원으로 디자인 및 혁신적인 아이디어상Design et idées novatrices을 수상하였다.
대단원을 위한 정원
안지성 작가가 참가한 한-프 합작팀의 ‘대단원을 위한 정원’은 트랑스포자블상Le prix du Jardin transposable을 수상하였다. 이 작품은 자연이 거의 남지 않은 2250년에 고가로 소비되는 제품이 된 자연을 느끼기 위해 극장을 찾아야만 하는 미래를 보여준다. 이밖에도 같은 트랑스포자블상을 수상한 ‘누 아이언스 투 오 자르댕Nous Irons tous au Jardin’과 식물의 색채 및 조화상 Palette et harmonie végétales을 수상한 ‘르 자르댕 데 에멜장스Le Jardin des Emergences’를 선보였다.
몇 백만 명의 관람객이 찾는 정원박람회가 세계 곳곳에서 열리지만, 3.5헥타르의 공간에 24개의 정원이 조성된 쇼몽 국제 정원 페스티벌이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정원 축제가 된 이유는 정원을 조성하는 작가의 철학과 개념에 중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정원을 단순히 휴식을 제공하는 공간,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공간으로 보지 않고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다룬다. 또한 작가의 철학과 주제에 대한 개념이 한정된 공간 안에서 어떻게 물리적으로 표현되는지에 주목한다. 매년 사회적인 이슈 혹은 즐거움, 원죄와 같이 철학적인 주제를 선정해 정원으로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를 생각하고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에 전 세계 조경가의 꿈의 무대가 될 수 있었다.
올 여름 프랑스 파리 혹은 유럽으로 휴가를 계획하고 있다면 쇼몽 국제 정원 페스티벌에 한번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왕이면 쇼몽에서 하룻밤을 묵을 수 있도록 여유롭게 일정을 잡는 것이 좋다. 매년 밤 10시부터 자정까지 ‘빛의 정원’이라는 이름의 저녁 축제가 열리는 데, 올해도 7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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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과 홈리스의 시대, 도시와 건축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New Shelters: 난민을 위한 건축적 제안들’ & ‘홈리스의 도시’ 전
전 세계는 지금 난민과 홈리스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프랑스 니스의 트럭 테러, 브렉시트, 반이민 정책을 구호로 외치는 정치인의 지지율 상승 등 최근 화제가 된 이슈들은 난민이나 이주민을 둘러싼 갈등과 관계가 깊다. 비단 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의 누적 난민 신청자는 1만 5천여 명이지만, 난민 자격을 인정받은 사람은 580여 명 정도로 단 4%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편 모국에서 일명 ‘난민’이 된 사람들도 있다. ‘전세난민’, ‘취업 난민’, 심지어는 ‘연애 난민’까지. 타국에서 새로운 신분으로 살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주민을 일컫는 말이 아니다. 이제 ‘난민’이란 단어는 평범한 지위와 경제적 안정을 보장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일반 명사처럼 쓰이고 있다. 갈수록 심화되는 양극화 현상과 경제 불황은 평범한 사람들을 홈리스로, 난민으로 내몰고 있다. 난민과 홈리스의 시대, 도시와 건축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지난 7월 8일부터 8월 7일까지 아르코미술관에서 선보이는 두 개의 전시, ‘New Shelters: 난민을 위한 건축적 제안들’과 ‘홈리스의 도시’는 우리 앞에 던져진 질문에 도전한다.
물리적인 보호를 넘어 인식의 전환으로
아르코미술관 1층에서 선보이는 ‘New Shelters: 난민을 위한 건축적 제안들’은 국내 난민의 열악한 현실을 고발하고 이러한 현실이 일부 집단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돌보아야 할 공통의 문제임을 환기한다. 정림건축문화재단이 기획하고 주관한 이번 전시는 ‘건축적 제안들’이란 부제를 달고 있지만, 난민을 위한 물리적인 보호소나 쉘터를 단순히 디자인하는 작업보다는 영상, 아카이브, 사진, 일러스트 등 난민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촉구하는 폭넓은 작업을 선보인다.
한 예로, 건축팀 에스오에이는 문화인류학자 김현미 교수(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와 협업해 농촌 지역 여성 이주자들의 주거 실상에 대해 연구하고 새로운 거주 형태를 제시하는 ‘다시-정착’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제대로 된 거주 공간이 아니라 농장 옆에 가설 구조로 지어놓은 비닐하우스에서 공동으로 생활하는 이주자들의 거주 환경을 사진과 맵핑으로 소개하고 이들을 위한 새로운 공동 주택 유형으로 농산물 간이 집하장을 변형시키는 안을 제시했다. 건축가 인터뷰 영상에서 강예린 공동 소장은 “이주자는 새로운 삶과 기회를 찾아서 이주를 실행할 만큼 모험심이 강한 사람들”이라며 이주민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들을 동정하거나 불쌍한 시선으로 대하는 것은 또 하나의 차별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건축가 집단 레어 콜렉티브는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와 함께 ‘마음 한쪽 마당 한쪽 내어주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는 참여 의사가 있는 지역 주민의 집 마당 한 구석에 설치할 수 있는 유기 동물 임시 대피소를 프로토타입의 설치물로 선보였다. 우리 사회에서 난민 문제는 무관심 속에 버려지고 사람들이 혐오하기까지 하는 유기 동물의 상황과 유사할 지도 모른다는 은유적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레어 콜렉티브는 일상적으로 흔히 볼 수 있는 유기 동물의 문제를 다루면서 내 삶과는 동떨어진 문제라고 생각할 수 있는 난민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도록 했다. 이번 전시의 디렉터를 맡은 박성태 정림건축문화재단 이사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협업해 우리 사회의 ‘난민’을 새롭게 해석하고 그들을 우리 사회로 아우를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전시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홈리스의 삶
‘New Shelters: 난민을 위한 건축적 제안들’이 난민문제에 대한 공론화와 대안을 건축적인 방법으로 제시했다면, 아르코 미술관 2층에서 선보이는 ‘홈리스의 도시’는 현대 도시의 주거 문제와 인간으로서 보장받아야할 기본적인 생활 조건 등의 문제를 파고든다. 10여 개국 16명의 작가가 참여하여 아시아 대도시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21세기형 난민의 삶과 그 배경에 대해 영상, 사진, 설치 등의 작업으로 풀어냈다.
전시를 기획한 목홍균 독립큐레이터는 홈리스의 시선에서 도시의 거주 문제를 주목했다. 그는 “UN은 홈리스를 집이 없거나 옥외 또는 여인숙에서 잠을 자는 사람, 집이 있지만 UN의 기준에 충족되지 않는 집에서 사는 사람, 안정된 거주권과 직업, 교육, 건강관리가 충족되지 않은 사람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홈home’의 첫 번째 사전적 의미는 ‘(특히 가족과 함께 사는) 집’이다. 집은 물리적인 공간일 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공간이며 고향이다. 따라서 ‘홈리스’는 ‘노숙자’만을 의미하는 단어가 아니며 현대 도시에서 살아가는 누구나 다양한 이유로 홈리스의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남편에게 구타당해 집을 떠난 여자(조영주, ‘가정상실’, 혼합매체, 2016),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시의 개발이 중단된 고층 빌딩에 슬럼을 이룬 빈민들(U-TT, ‘토레 다비드’, 영상, 20분, 2013), 1950년대에 지어진 베이징 아파트의 지하 벙커에 거주하는 도시인들(심치인, ‘쥐종족’, 영상설치, 10분, 2010~2015), 일제강점기, 한국 전쟁 등 일련의 비극을 겪으며 고향을 떠나게 된 사람(김혜민, ‘옛날 옛적에 판문점’, 싱글채널 비디오, 47분, 2013) 등 전시에서는 도시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유형의 홈리스가 등장한다.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현대 도시의 홈리스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우리의 도시는 홈리스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도시의 홈리스에게 과연 희망이 있는가’란 질문이 떠오른다. “도시는 지구에서 가장 무정하고 인공적인 장소다. 그 궁극의 해법은 도시를 버리는 것이다. 우리는 도시를 떠남으로서 도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도살장의 고기 운송 방식에 착안해 획기적인 대량 생산 시스템을 도입한 헨리 포드의 말이다. 그의 절망적인 인식처럼 도시를 버리고 떠나는 것만이 도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일까?
어떤 작가는 풍자적으로, 어떤 작가는 시니컬하게 ‘홈리스의 도시’를 해석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6명의 작가들은 공통적으로 현대의 도시가 잃어버린 ‘홈’의 인간적인 정서를 그리워한다. 레고 블록을 이용해 관객 참여를 유도하는 진행형 설치 작품인 ‘함께 만드는집’(문재원, 레고 설치, 2016)이 어두운 분위기의 전시물로 구성된 ‘홈리스의 도시’ 전에서 유일하게 화려하고 유쾌한 작품이었다는 점은 무정하고 인공적인 홈리스의 도시에서도 사람들은 여전히 ‘공동체’와 ‘공감’의 가치를 믿고 기대한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난민과 홈리스의 시대, 우리에게 던져진 거대한 도전에 이번 두 전시는 소박한 답을 내놓는다. 하지만 그 소박한 답의 무게는 절대 가볍지 않다. 지난 7월 15일, ‘New Shelters: 난민을 위한 건축적 제안들’ 전시와 연계한 난민 포럼에서 인권학자 조효제 교수(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부)는 “난민에 대한 배척과 혐오가 점점 심해지는 오늘날, 사회운동가나 인권단체가 아닌 건축계와 예술계에서 난민의 인권에 대한 전시를 기획한 시도 자체가 새롭고 의미 있는 것”이라며 이번 전시의 의의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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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에 얽힌 우리의 삶
아파트 인생 展 2014.3.6.~2014.5.6. 서울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
아파트는 급작스럽게 우리 삶에 녹아들었다. 1950년대 서울에 초창기 아파트가 출현한 후 불과 30여년 만에 일어난 일이다. 사람들은 각자 삶의 위치에 따라 아파트를 다르게 받아들였고, 이로 인해 펼쳐진 다층적인 삶의 모습은 길지 않은 아파트 발달사 속에 촘촘하게얽혀 있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이를 전시로 엮어냈다.기획을 맡은 정수인 학예사는 “아파트는 이제 우리 삶의 일부가 되었다”며 “아파트가 담고 있는 삶의 여러 모습을 통해, 주로 비판의 대상이었던 아파트를 ‘우리 것’이라는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다”고 전시 의도를 밝혔다.
“아파트 인생” 展은 크게 세 파트로 나뉜다. 우선 중산층의 표상이 된 ‘아파트를 좇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전개되고, 아파트 개발로 ‘쫓겨나는 사람들’의 삶이 이어진다. 마지막 ‘내 고향 아파트’에서는 차가운 콘크리트를 따듯한 고향으로 여기는 아파트 키드를 묘사한다.
세대와 계층의 차이로 다르게 펼쳐진 세 가지 ‘아파트인생’인 셈이다.연계 전시로 열리는 “프로젝트 APT” 展도 눈여겨볼만하다. 아파트를 소재로 작품 활동을 하는 현대 작가17인이 참여하여 아파트의 다양한 모습을 표현했다.아파트의 탄생과 소멸, 아파트에 내재된 욕망, 아파트에 관한 추억과 환상이 담긴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아파트를 좇는 사람들: 아파트와 중산층의 역사
‘아파트를 좇는 사람들’에서는 해방 이후 최초로 건설된 종암아파트부터 오늘날의 타워팰리스로 이어지는, 아파트 공급과 중산층 양산의 역사가 전개된다. 각 시대별 아파트가 탄생한 배경과 아파트를 ‘좇는’ 중산층의 삶을 당시의 사진과 분양 홍보물, 아파트 지구도 등다양한 사료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아파트의 발달로 인해 변화하는 어머니들의 삶과 복부인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풀어냈다. 생활양식의 변화를 다룬 전시 가운데 서초삼호아파트의 내부를 구현한부분이 흥미롭다. 서초삼호아파트는 재건축을 위해 철거될 예정인데, 그곳에 살던 한 가구의 집(111m2, 33평)을 전시장에 옮겨 놓았다. 분양 당시의 모습을 거의 변형 없이 유지하기 위해 라디에이터, 붙박이형 거실장식장 등을 고스란히 전시했다. 아파트 내장재와 함께 옮겨온 생활용품과 가구는 시대에 맞게 추가 보완하여 1980년대 생활 모습을 생생하게 재현하는데 이용했다. 관람객은 현관문을 통과하는 순간 30년 전 아파트 생활 공간의 한복판에 서게 된다. 그야말로 시간과 공간을 거스르는 독특한 체험이다.
쫓겨나는 사람들: 철거민들의 이야기
아파트를 좇는 사람들이 중산층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는 한편, 아파트로부터 쫓겨나 삶이 무너진 사람들도 있었다. 영화 “홀리데이”(2006)의 철거 반대 운동 장면을 편집한 영상으로 시작하는 두 번째 코너는 이러한 철거민들의 삶을 다룬다. 아파트 개발은 서울의 빈민들에게 최소한의 삶의 터전마저 빼앗는 결과를 낳았다. 1960년대 서울 도심에서 쫓겨난 철거민들은 상계, 목동 등지의 외곽 지역으로 강제 이주되었고, 1971년에는 광주 대단지 이주 사건이 일어나면서 도시빈민운동의 시작을 알린다. 1980년대는 상계, 목동개발로 촉발된 철거민 운동이 곳곳에서 일어난 시기다. 전시된 사진과 언론 출판물 등은 이러한 철거민들의 삶을 오롯이 담고 있다. 특히 김동원 감독의 다큐멘터리 “상계동 올림픽”(1988)은 1980년대 철거민들이 마주한 처절한 현실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게 한다.
내 고향 아파트: 아파트 키드
세 번째 코너에 들어서면 동요 “고향의 봄”이 들려온다. 노랫말 속 ‘꽃피는 산골’을 고향의 이미지로 떠올리는 중년들에게 콘크리트로 포장된 아파트는 어색한 타향일 것이다. 그러나 1980년대를 전후로 태어난 ‘아파트 키드’에게 아파트는 추억이 깃들어 있는 고향이다. 아파트가 품고 있는 그들의 다양한 추억을 보여주기 위해 약 한 달간 시민 사진 공모가 진행되었다. 전시에는 『윤미네 집』으로 유명한 고 전몽각 작가 등 총 10인의 사진이 공개된다.
재건축으로 철거를 앞둔 둔촌주공아파트를 주제로 하는 전시도 볼 수 있다. 이인규 시민큐레이터의 주도로, 둔촌주공아파트를 고향으로 여기는 주민들의 추억이 담긴 사진을 모았다. 이 사진들은 전시장의 ‘기억의 지도’ 위에 놓여졌다. 사진 속에는 삭막한 아파트 단지가 아닌 눈썰매를 타는 언덕, 코끼리 모양의 미끄럼틀 등 즐거움이 깃든 장소가 담겨 있다. 둔촌주공아파트를 비롯한 ‘아파트 키드’의 고향은 오늘날에도 재건축을 위해 허물어지고 있다. 무너진 아파트 잔해에는 이들의 따듯한 기억이 서려 있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우리 곁에 언제나 익숙하게 서 있는 아파트를 ‘삶’이라는 렌즈를 통해 들여다본다. 렌즈에 비친 아파트는 단조로운 회색 블록이 아니다. 살아있는 중산층의 역사이고, 철거민들의 삶을 누른 흔적이며, 아파트 키드의 아늑한 고향이다. 이러한 삶의 단면들은 결코 낯선 타인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파트로 빚어진 도시 속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우리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전시는 더욱 친근하게 다가온다. 서울역사박물관이 안내하는 아파트 인생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의 아파트 인생을 마주하게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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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질의 공원 조성으로 구도심 활성화 모색
안동시 도심소공원 설계 공모
지난 2월 ‘안동 도심소공원 조성 기본계획(안) 현상설계 공모’의 당선작이 발표됐다. 당선작은 해동기술개발공사가 제출한 작품으로 ‘한국의 선비 정신’을 콘셉트로 하여 안동 구도심의 소공원을 특화 공간으로 설계했다.
안동시는 지난 2012년 4월부터 10월까지 48억 원을 들여 ‘안동 중앙문화의거리 사업’을 시행한 바 있는 데, 이 사업은 신한은행~대구도료, 안동관~대구은행(510m) 구간의 가로를 정비하고, 편의시설을 마련하여 공동화 되어 가는 구도심을 활성화하는 데 목적이있다. 사업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며 사람들이 찾아들자 부족한 녹지와 야외 쉼터 확충의 필요성이 부각되었다. 시는 구도심의 부족한 녹지 해결을 위해 중앙문화의거리 시점부에 방치된 공터를 매입했고, 이를 소공원으로 조성해 중앙문화의거리와 연계된 녹지를마련하고자 했다.
공모전의 대상지는 안동시 운흥동 소공원(가칭) 외 2개소(옥야동 소공원, 태화동 소공원) 약 3,000m2로, 안동 중앙문화의거리와 연접해 있는 공간이다. 각각 안동 구시장과 신시장, 서부시장 주변에 위치하고 있는 데, 방문객뿐만 아니라 시장의 상인과 구도심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위한 휴식 공간을 겸하고 안동시에서 공 들인 ‘안동 중앙문화의거리 사업’의 연장선에 있어 소공원 대상지의 입지적 중요성이 부각됐다. 이에 시에서는 입찰 방식이 아닌 설계공모로 공원을 조성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그동안 대부분의 소공원 조성은 입찰을 통해 공사를 진행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이에 많은 소공원들이 저가 설계 입찰이나 입찰 후의 하도와 재하도, 하급 공무원과 시공/시설물 업체의 유착 등으로 공사 결과물이 허술해 실제 이용률이 저조한 문제에 봉착해 있다.
결국 재공사를 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지난 3월 7일 서울시설공단 주관으로 열린 ‘조경공사전문가 합동 토론회’에서도 설계 원안의 품질이 조경공사 품질 하락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시공사 관계자들은 현장의 상황과 크게 다른 설계도면도 다수 생산되고 있음을 지적하며, 발주처가 설계자 선정에 보다 신중을 기하길 당부하기도 했다. 조경공사 발주 방식 개선의 필요성이 점차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다.
안동시 관계자는 “일반입찰 방식으로는 한 회사 기술진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로 두세 가지 안을 만들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공원은 한 번 조성하면, 몇 십 년은 유지해야 하므로, 여러 사람의 아이디어를 모아 제대로 만드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생각했다”며, 설계공모를 실시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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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도성 주변 성곽마을 학술회의
성곽마을의 가치와 가능성
한국 인구의 1/5이 서울에 산다. 그만큼 한국의 도시 중 가장 번화하고 활성화되어 있다. 그런데 알고 보면 도시 곳곳에 과거의 흔적들이 스며있고, 일상에서 유구한 역사의 맥락과 닿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지형과 하나 된 한양도성 성곽 유적이 서울을 가로지르고있기 때문인데, 일제강점기와 산업화를 거치며 파괴되었음에도 상당 부분 그 모습이 잘 보존되어 있다. 대도시 속에서 원형을 잘 유지한 성곽 유적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 몇 년간 한양도성 성곽의 멸실된 구간에 대해 복원 작업과 지속적인 연구가 이루어졌고, 최근 몇 년 사이 한양도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논의의 장이 마련되었다. 지난해 11월 14일에는 한양도성의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되기도 했다. 그 후1년간 ‘진정성’과 ‘완전성’을 인정받으면 세계문화유산 등록이 확정된다. 여기서 짚어볼 부분이 있다. 바로 성곽마을이다.
확장되는 유산의 개념
그동안 한양도성의 가치는 성곽 자체에만 중점을 두어 문화재라는 단편적인 테두리 안에서 제한된 시각의 접근이 이루어졌다. 한양도성 성곽과 연접한 곳에는 20여개의 마을이 형성되어 있고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데, 대개 성곽마을은 노후화된 마을로 개발의 대상으로만 인식되어왔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 등재를 기점으로, 이제 그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 지난 3월 14일 서울연구원과 온공간연구소는 서울시청 3층 대회의실에서 한양도성 주변에 위치한 성곽마을에 대한 학술회의(서울시 후원)를 개최했다. 한양도성이 아닌, 성곽마을을 주제로 한 회의가 처음으로 열린 것이다. 박소현 교수(서울대학교 건축학과)에 따르면 유산의 개념과 대상은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왔고, 이제 장소와 경관까지도 유산의 대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양도성의 진정한 가치가 여기에 있다. 단일 건축물로서의 가치뿐만 아니라 서울의 장소성과 도시 경관으로서 가치를 더해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 박 교수는 “단일 건축물일 때의 보존 방식과 장소 및 경관일 때의 보존 방식은 다르다”면서, “살아있는 유산의 보존을 위해서 가장 근간이 되는 요인의 하나로 지역공동체의 지속성은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양도성 성곽을 기반으로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 성곽마을의 가치를 되새기게 한다.
재개발에 발목 잡힌 주거 환경 개선
성곽마을은 계획된 마을이 아니다. 전후 피난민들이 한양도성 주변으로 모이면서 자생적으로 형성되었다. 때문에 주거를 위한 편의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곳이 많은데, 박학룡 대표(동네목수)는 ‘장수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성곽마을의 실태를 전했다.
“장수마을을 처음 방문했을 때 오랫동안 방치된 빈집과 갈라진 콘크리트 벽, 깨진 골목길 계단이 눈에 들어왔다. 아파트 분양권이나 투자수익을 위해서는 동네가 더 낡고 위험해야 한다고 여기는 집주인들이 많았다. 집주인과 연락조차 되지 않는 경우도 많았고, 세입자들은 언제 헐릴지 모르는 남의 집을 굳이 돈을 들여 관리할 필요가 없다고 여겼다. 재개발예정구역이 된 순간부터 전혀 관리되지 않는 동네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재개발 계획이 성곽마을 주민들의 환경 개선에 대한 의지를 꺾어놓고 있었다. 다른 마을도 이와 사정이 다르지 않다. 이혜경 교수(국민대학교 공연예술학부)가 프로젝트를 진행한 북정마을의 최대 화두도 재개발이었다. 토지를 소유한 주민들은 마을을 재테크의 수단으로 바라보고, 그렇지 않은 주민은 환경이 더욱 열악한 곳으로 밀려났다. 성곽의 보존 그리고 재개발. 환경적 제한과 개발 논리 사이에서 성곽마을 사람들은 소외되어 왔다. 열악한 주거 환경을 받아들이고 살아온 것이다.
장소와 사람의 내밀한 대화
아파트 재건축이나 대규모 공사를 통한 정비가 주거환경 개선의 최선으로 여겨지던 과거의 방식은 이제 시민에게 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자체 재정도 이러한 개발을 수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도심부 관리계획 패러다임의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에 주민이 직접 참여하고 기존 장소가 가지고 있는 가치를 재조명해 환경을 개선하는 작업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박학룡 대표는 주민 간의 관계 회복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접근해 장수마을 경관 개선 가능성을 일깨웠고, 이혜경 교수는 관官, 학學, 예藝, 민民 파트너십을 통해 북정마을을 예술의 무대로서 기능하게 하여 주민들에게 의지를 불어넣었다. 기존과다른 방식으로 주거 환경 개선에 나서 성공적인 성곽마을 개선 사례로 꼽히며 장수마을과 북정마을이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양도성에서 찾을 수 있는 또 하나의 가치는 사람이다. 학술회의에서 발표자와 토론자들 사이에 거듭 강조된 내용은 사람들과 장소가 가진 이야기다. 주거 환경 개선을 통한 경관 향상과 한양도성 성곽의 물리적 가치도 중요하지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살아있는 장소가 되어야 그 가치가 배가 된다는 것이다. 송경용 이사장(나눔과 미래)은 “과거의 도시 개발방식은 개발의 희생자에게 또 다시 희생을 강요해왔지만, 이제 그 패러다임이 변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역 주민들과 그들이 사는 장소의 내밀한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한양도성의 성곽이 살아있는 생물로서, 사람과 성이 대화하는 성곽마을로 살아 숨쉬기를기대했다. 한양도성과 성곽마을 사람들의 진정성 있는 대화. 이는 성곽마을을 넘어 도시에 대규모 개발만이 주거 환경과 경관 개선의 정답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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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조경의 날
지난 3월 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조경학회와 환경조경발전재단의 주최로 2014년 제11회 조경의 날 기념식이 개최되었다. 3월 3일을 조경의 날로 제정하여 갖는 첫 번째 행사인 만큼 많은 조경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날 행사는 1부 양병이 이사장(한국내셔널트러스트, 서울그린트러스트)의 특별강연을 시작으로 2부 조경의 날 기념식, 3부는 서울광장에서 시민참여 정원만들기 행사로 진행되었다.
양병이 이사장은 “조경의 날로 정한 3월 3일은 공원법의 제정일이며 경주 안압지의 축조일이다. 이를 통해 사람들에게 조경을 알리고 조경인 서로 결속을 다지며, 분야를 자가진단,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조경의 날에 대한 의의를 밝혔다. 이어 새로운 조경의 키워드로 시민참여와 융합, 문화, 건강과 힐링, 기후변화, 사이버 공간 등을 언급하며 위기상황을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한배 회장(한국조경학회, 환경조경발전재단)은 “올해부터는 범조경계의 공동주관으로 바뀌면서 조경계 통합의 새로운 잔치로 큰 의의가 있다”고 환영사를 전했다. 더불어 조경계 발전을 위한 상설연구기관의 전 단계로 두 가지의 연구센터 ‘정원학연구센터’와 조경학회내 ‘조경정책연구센터’를 발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어 이노근 국회의원(새누리당)은 “특정 분야에 열정을 가지고 있는 지도자가 나타나야 그 분야가 발전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이전에 법적인 제도가 뒷받침 될 때 상징적 의미도 가질 수 있고, 일도 추진력 있게 진행된다. ‘조경산업진흥법’ 제정을 통해 조경 산업을 발전시켜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보람 있는 일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축사를 전했다.
이어 조경의 날을 기념하며 국토교통부 장관 표창과 자랑스러운 조경인상, 공로상이 수여되었다. 국토교통 부장관 표창은 조동범 교수(전남대학교 조경학과), 조경진 교수(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 장대수 대표이사(청경엔지니어링), 정복현 대표이사(삼흥엘앤씨), 김정식 대표이사(온유조경), 정길균 대표이사(케이엘에스), 한국수자원공사, 류기혁 주무관(서울특별시 푸른도시국 자연생태과)이 수상하였다.
자랑스러운 조경인상은 진상철 교수(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조경학과), 안승홍 교수(한경대학교 조경학과), 김인수 소장(환경조형연구소 그륀바우), 신현돈 대표이사(서안알앤디조경디자인), 양기방 편집국장(한국건설신문), 전승범 대표이사(이우환경디자인), 허남태 대표이사(신정조경), 조성학 대표이사(예진조경건설),김득일 대표(명산), 조영철 부장(GS건설)이, 공로상은 노영일 대표이사(예건)가 수상하였다.
공로상을 수상한 노영일 대표이사는 “요즘 조경산업진흥법 등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민생과 관련된 법률들의 추진이 폐기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힘으로 국회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빠른 시일 안에 조경산업진흥법을 통과시켜 우리 업계 독립법률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며 수상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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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2014 국제 가든 페스티벌’
여섯 개의 당선작
지난 1월 28일, 캐나다 퀘벡의 그랜드 메티스Grand-Métis에서 열릴 국제 가든 페스티벌 당선작들의 명단이 발표되었다. 이 가든 페스티벌은 올해로 15번째를 맞이하였고, 당선작들은 이후 6월 28일부터 9월 28일까지 레포드 정원Reford Garden에 전시된다. 이번 공모에는 35개국의 700명이 넘는 건축가, 조경가, 디자이너 및 예술가들이 293개에 달하는 현대적 정원 설계안을 제출했다.
이번 공모의 주인공이 된 6개의 당선작은 캐나다, 한국, 스페인, 스위스, 미국 등 5개국의 설계가들에게 돌아갔다. 당선작 외에 “Bal àla villa”, “sPOTs” 2개의 프로젝트는 특별상을 받기도 했다.
올해 공모전의 6명의 심사위원은 드니 부셰Denis Boucher(프로젝트 담당자, 퀘벡 종교유산위원회conseil du patrimoine religieux 소속), 세실 콤벨Cécile Combelle(아틀리에 바르다Barda의 건축가, 2013 가든 페스티벌에서 “he SacréPotager Garden신성한 정원”을 설계), 조경가 빈센트 르메이Vincent Lemay, 마테이 파퀸Matei Paquin(모멘트 팩토리Moment Factory의 프로젝트 개발 이사), 안 웨브Ann Webb(전 캐나다 예술 재단 운영이사이자 발행인), 그리고 알렉산더 레포드Alexander Reford(국제 가든 페스티벌과 메티스/레포드 정원jardins de Métis/Reford의 책임자)였다.
국제 가든 페스티벌과 레포드 정원
국제 가든 페스티벌은 북미 대륙에서 열리는 동시대 가든 페스티벌의 대표격이며, 가스페 반도Gaspé Peninsula의 초입에 있는 메티스 정원에서 진행된다. 엘시 레포드Elsie Reford가 조성한 역사적 장소인 메티스 정원과 인접한 곳에서 열리기 때문에 역사와 현대성 사이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며, 보존과 전통 그리고 혁신 사이의 대화를 만들어 나간다. 매년 페스티벌에서는 세인트로렌스 강St. Lawrence River 둑 자연 환경에 대해 각자 다양한 원칙을 가지고 설계한 60명 이상의 건축가, 조경가, 디자이너들의 개념적 정원Conceptual Garden을 전시한다. 2000년도에 페스티벌이 시작된 이후, 140개 이상의 정원이 그랜드 메티스Grand-Métis에서, 그리고 캐나다 및 세계 전역에서 야외 설치 프로젝트를 통해 전시되었다.
문화 공간이자 관광지의 기능을 50년 이상 해온 레포드 정원은 오늘날 퀘벡 동부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명소 중 한 곳으로, 방문객들에게 감각적인 모든 경험을 제공한다. 역사적 정원 및 에스테반의 여름 별장Estevan Lodge이 있는 이 국가적 사적지는 최근 퀘벡 주정부에의해 문화 유적지로 지정되기도 했다. 참고로 레포드정원은 올해 5월 31일부터 9월 28일까지 휴일 없이 개장한다.
국제 가든 페스티벌은 많은 공공 및 민간 파트너의 재정적 지원을 통해 개최되고 있다. 또한 캐나다의 경제발전은 그 자체로 경관의 실험적 프로젝트 발전을 위한 중요한 파트너가 되기도 한다. 하이드로 퀘벡Hydro-Québec은 1999년 이후부터 레포드 정원의 주요 스폰서가 되어 페스티벌을 지원하고 있다.
Afterburn
작품 “에프터번Afterburn”이 제공하는 종말 이후적postapocalyptic 체험을 통해 방문객들은 화재를 겪은 자연이 어떻게 스스로 재생하는지, 그리고 상처 입은 경관을 어떻게 치유하는지 볼 수 있다. 이 작품의 설계자는 크세니아 캐그너Ksenia Kagner와 니코 엘리엇Nicko Elliott으로 구성된 ‘시빌리안 프로젝트 Civilian Projects’다. 몬트리올에서 태어나고 브루클린에 기반을 둔 이들의 예술과 건축은 경관과 물성이 가진 사회적 가능성에 강조점을 두며 작동한다. 이들은 세부설계 및 정원의 구조를 통해 정원 내에서 인간화된 시스템과 자연 환경 시스템 간의 상호 의존성을 읽어낼 수 있게 했다. 크세니아 캐그너는 제임스 코너의 필드오퍼레이션스 소속 PA프로젝트 건축가며, 니코 엘리엇은 창조적인 부동산 개발사 매크로 시Macro Sea의 설계 디렉터를 맡고 있다.
Cone Garden
이 정원은 오렌지색의 원형 콘cone 구조물들로 이루어진 팝업 정원이다. 정원의 콘 구조물은 건설 현장의 상징적 심벌이며, 끊이지 않고 계속되는 인공물의 구축, 해체, 재구축을 상징한다. 콘 구조물은 방문객들과 이곳을 지나가는 이들을 위한 플랜터이자 의자가 되며,동시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콘’이 된다. 이 작품의 설계자는 한국 서울에 소재한 ‘라이브스케이프’의 건축가이자 조경가인 유승종, 조경가 심병준, 식물 전문가 조혜령, 조경 설계가 조용철, 정일태, 김진환, 윤수정, 그리고 미디어 아티스트 권병준이다. 라이브스케이프는 살아 있는 자연적 재료를 이용해 창의적이고 지속가능하며 내러티브가 있는 공간을 창출한다. 이들은 다양한 스케일의 여러 프로젝트를 전개해 왔으며, 예술적 측면의 접근 방식과 경제적 지속가능성 사이의 합의점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Line Garden
대상지의 자연 환경 속에 빽빽하게 정렬된 안전용 보안 테이프로 만들어진 이 현대판 미로는 이곳에 방문하고 살아가는 여러 사람들에게 환경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스위스 바젤에 기반을 두고 있는 캐나다 출신의 미술가 겸 디자이너인 줄리아 잠로지크Julia Jamrozik와 코린켐스터Coryn Kempster가 설계했다. 이들은 설치, 드로잉, 비디오, 건축을 통해 도시의 일상에서 벌어지는 현상들을 살펴보고 이 현상들을 다시 새로운 것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재현한다. 잠로지크와 켐스터는 공공 영역에 대해 호기심을 지니고 있으며, 개인과 집단이 공간의 내부와 외부를 이용하는 방식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이들은 2003년 이후부터 함께 공동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Méristème
식물 세포 시스템을 육안으로 보이는 구조체로 재현하는 이 작품은 인류 사회의 미래를 보장해줄 식물의 생물다양성의 중요한 역할을 떠올리게 한다. 이 정원은 캐나다 퀘벡 몬트리올의 디자이너인 캐롤라인 마가Caloline Magar, 마리 조제 가뇽Marie Josée Gagnon,프랑소와 라블랑Francois Lablanc으로 이루어진 ‘샤시CHÂSSI’가 설계했다. 샤시는 건축, 조경, 도시계획, 디자인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는 가변적 형태의 디자이너 그룹이다. 구성원들은 공동으로 단기간의 일시적 설치 작업을 함으로써 건축적 특징을 부각시키며, 개별 부지의 오너십을 유쾌한 방식으로 강화하기 위해 미술, 문화, 디자인 작업을 촉진시키고 있다.
Orange Secret
“오렌지 시크릿Orange Secret”은 위요된 공간에서 우리가 반응하는 방식과 그 지각으로 작동된다. 이 정원은 우리가 감각을 통해 지각을 완성하도록 해주는 수많은 자극 중에서 시각적 특징을 분리시켜 정원의 오렌지색 차원orange dimension을 탐험할 수 있게 한다.
이 작품은 미국 뉴욕의 조경가 및 도시설계가인 윌리엄 로버트William E. Roberts, 농공학자이자 조경가인 로라 산틴Laura Santin으로 구성된 ‘노마드 스튜디오NomadStudio’가 설계했다. 노마드 스튜디오는 조경 분야의 국제적 네트워크를 통해 협력을 실천하고 있다. 이들은 각 프로젝트마다 적합한 팀을 편성하여 운용한다. 이 같은 방식은 각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마다 유연성, 동기 부여, 다양성을 유지할 수 있게 해 준다.
Rotunda
물이 담긴 원형 접시 형태의 “로툰다Rotunda”는 새와 곤충의 식량인 꽃가루와 잎사귀를 매일 모아주어 정원안에서 새로운 생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이 작품은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에 소재한 ‘시티래버러토리Citylaboratory’의 건축가 오로라 아르멘탈 루이즈Aurora Armental Ruiz와 스테파노 시울로 워커Stefano Ciurlo Walker가 설계했다. 협력적 건축 플랫폼을 구성하고 있는 이들은 역사적·문화적·자연적 가치를 지닌 지역과 도시에 적합한 설계프로젝트를 개발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 이들의 진취적인 계획은 다양한 프로젝트, 워크숍, 이벤트, 출판등의 실현을 위해 모인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학자, 학생들을 하나로 묶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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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onnected City
댈러스와 트리니티 강을 연결하다
지난 2013년 4월, 댈러스 도심과 트리니티 강을 연결하면서 사람들을 모을 수 있는 창의적 방법을 모색하는 ‘The Connected City Design Challenge’가 시작되었다. 이 설계 공모전은 지역적·국제적으로 재능있는 전문가의 의견을 모으기 위해 세 개의 팀을 지명초청했다. 동시에 전문가, 비전문가, 예술가, 학생 등을 대상으로 공개 아이디어 공모를 진행하였다. 이에 23개국과 21개의 디자인 스쿨에서 1,000명이 넘는 인원이 107가지의 아이디어를 제출하였다. 그리고 6개월간 이 아이디어들을 대중과 공유하기 위해 초청 전문 팀들의 강연, 작품 전시, 온라인 전시 등이 펼쳐졌다. 네쉬어 조각 센터Nasher Sculpture Center와 댈러스 미술관DMA, Dallas Museum of Art에서 진행된 4개의 행사에는 1,200명이 넘는 관객이 참석했다. 또한 온라인으로 투표를 진행하기도 했는데, 여기에는 1,000명 이상이 참여하여 마음에 드는 설계안을 직접 골랐다.
대상지는 댈러스의 핵심적인 도시 자산인 다운타운과 트리니티 강으로, 이곳은 이 도시의 삶의 질과 장소성을 높여 활기찬 공간으로 새롭게 재탄생될 것이다. 댈러스 다운타운의 서쪽 부분은,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는 도시 설계 문제를 대표하는 도전적 사례에 해당한다. 리버프론트, 리유니온/유니온 역Reunion/ Union Station, 댈러스 시민 센터Dallas Civic Center, 웨스트 엔드West End를 포함하는 여러 다운타운 지구로 구성된 이곳은, 사우
스사이드Southside·시더스Cedars·디자인 지구·빅토리아 공원 지역과 트리니티 강 사이에 독특하게 위치해있다. 그러나 이 지역들 중 일관성 있게 연결된 곳은 아무 곳도 없다.
지명 초청 부문에서는 Stoss+SHoP, Ricardo Bofill Taller de Arquitectura, OMA*AMO의 작품이 초청되었고, 일반 공모 부문에서는 Kohki Hiranuma Architect & Assoc., Bogdan Chipara, Raik Thoning & Marius Kreft, Mclain Clutter의 제출작이 당선되었다. 지명 초청 부문과 일반 공모 부문의 제출작을 통해 심사위원회는 다음과 같은 여섯 가지 주요 테마를 도출했다. 1. 도시를 연결하기 위한 근린의 존중과 특별 지정 ; 2. 장소를 통합하기 위한 경관의 이용 ; 3. 장애물 극복하고 공익을 더하기 위한 물의 활용 가능성 ; 4. 파편화된 지역을 연결하기 위한 잘 디자인된 가로의 필요성 ; 5. 도시의 재통합을 위한 지역 자동차 인프라스트럭처의 잠재력 ; 6. 비전의 실천을 위한 임시 법률 제정 다음에서는 지명 초청작 세 작품을 소개한다.
Hyper Density Hyper Landscape
Stoss+SHoP
고밀도의 집약적 경관은 댈러스의 미래에 대한 전략이자 비전이다. 이는 도시와 강을 재통합시키고 변화의 시작 단계를 마련해 준다. HDHLHyper Density Hyper Landscape을 통해 댈러스의 기존 도시 경관과 자연 경관의 질을 더욱 높여, 이 지역의 개발 기회와 경제적 번영의 잠재력을 실현하고자 한다. HDHL은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역할을 다양하게 수행하는 활기찬 에너지로 가득한 경관을 활용한 도시 구역에 대한 전략이다. 그것은 댈러스의 기업, 자연 자원, 비즈니스 활동, 다양한 도시 라이프스타일을 형성한다. HDHL은다시 꿈꾸는 특유의 댈러스 그 자체다.
이 접근의 핵심은 다양한 층위로 이루어진 프로그램화된 지속가능한 경관 내에 배치되는 세 개의 새롭고 역동적이고 혼합적인 근린주구다. 도시 그리드와 도시녹지의 확장은 서로 유익한 영향을 주어, 댈러스를 보다 생기 넘치게 할 뿐만 아니라 활기차고 경쟁력 있게 한다. 이러한 경관의 중심에 기존의 트리니티 강이 있다. 수질 여과와 홍수 유역으로서의 기능을 두 배로 증가시키고, 공공 공간, 습지, 정원의 생기를 획기적으로 되돌려 놓는다. 이 새로운 공간들은 강변 도로에 새로 설치되는 경전철과 유료 도로를 따라 확장되는 보행로를 서로 연결함으로써 트리니티 범람원을 텍사스에서 가장 매력적인 공공 공간으로 바뀌게 할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사람들이 살고 일하고 놀 수 있는 댈러스의 중심에 성장 에너지와 활기를 넘치게 하고, 자발적이고 예기치 않은 상호 작용을 만들어 낸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집 근처에서 직접 자연을 경험하게 되어 그 어느 곳에서도 맛볼 수 없는 도시와 경관의 체험을누릴 수 있게 되고, 도시 개발만으로는 해낼 수 없는 공간 통행권을 성취한다. 높은 밀도, 집약적 경관, 고도의 연결성을 통해 댈러스가 새로워진다.
Dallas Trinity and Downtown The Connected City
Ricardo Bofill Taller de Arquitectura
우리는 이번 전략적 계획이 과거 아메리카 원주민의 역사로부터 동시대의 문화에 이르는 꿈의 일부가 되기를 소망한다. 이 프로젝트의 비전은 댈러스가 궁극적으로 생태, 교통, 토지 이용, 사회적 경제의 통합을 통해 다운타운을 성장시키는 것이다.
도시의 연속성은 예술지구에서부터 시작되어 보행로의 확장을 통해 새로운 과학·자연·에너지 공원, 레저 트리니티 공원Leisure Trinity Park, 그리고 새로운 선셋 프롬나드Sunset Promenade로 확장된다. ‘D 워크D walk’는 댈러스 미술관을 페롯 자연과학박물관The Perot Museum of Nature and Science까지 연결하는 개념이다. 이 개념은 존 F. 케네디 메모리얼 광장JFK Memorial과 새로 지은 다리를 가로질러, 강가 대로변, 바이오 돔Bio Dome, 공원, 새로운 호수로 확산된다.
고유의 흑토blackland 대초원은, 모든 가로변에 식재된 가로 레벨의 소프트/하드 조경 설계의 생태적 바탕이 된다. 또한 지역적·국제적 바이오 미메시스bio-mimesis를 통해 자연을 재생하는 +E 박물관과 공원, 야외 시장 등을 네트워크화 하는 거점이 된다.
우리의 마스터플랜은 유료 도로와 고속도로를 통합시켜 네 개의 새로운 강변 구역을 댈러스 다운타운으로 연결하는 통합적 도시계획이다. 이는 다면적인 교통계획을 통해 가능하다. 즉 시민들이 자동차 하나만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카 셰어링, 대중교통 연계 시스템, BRT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계획이다. 이는 일련의 인터체인지 거점 주변의 개발을 촉진시켜 교통체계를 완벽하게 연결하고 집과 직장 및 일상생활 공간 사이에 걸어 다닐 수 있는 가로를 보장해 준다. 구역별 설계와 도시 간 연결은 장소성과 정체성, 즉 ‘장소의 혼genius-loci’을 생성시킨다. 트리니티 강변 산책로는 매력적인 도시와 자연의 축이 되어, 건물 내부와 외부 거리가 연결되는 1층을 활성화시키며, 트리니티호수와 공원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다층 데크로 이어진다.
2 Rivers / 2 Cities
OMA*AMO
댈러스와 트리니티 강 코리도corridor 사이에는 현재 고속도로와 미개발 토지가 가득하다. 이 구역은 댈러스 주변에 일종의 해자를 형성하고 있어, 딜리 플라자Dealey Plaza에 면해 있는 다운타운의 규모를 축소시키고 있고 워터프론트와 도시를 멀어지게 하고 있다. 우리의 비전은 댈러스 다운타운과 트리니티 강을 연결하고 이들 사이에 있는 구역을 개발하여 활력 있는 새로운 선형의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자연 채광과 필터링 기능을 갖춘 강변 유역과 배수로는 오래된 트리니티 강을 재구성하여 리버프론트 대로를 따라 새로운 생태계의 축을 형성한다. 이 새로운 생태계는 개발에 기초가 되는 요소를 제공하여 다운타운 주변의 부동산 가치를 높이며 새롭고 또렷한 어메니티 구역을 만들어낸다.
I-35고속도로와 철도를 연결하기 위해 네 가지 전략을 위 아래로 개입시킨다. 북쪽과 남쪽에 보행자를 위해 새로 만든 다리는 주요 DART 역으로의 편리한 접근성을 제공한다. 다운타운에 근접해있는 딜리 플라자와 휴스턴과 제퍼슨의 고가교는, 이 지역으로 들어가는 새로운 입구를 제공할 수 있도록 변형된다. 이 지역의 발전을 확실히 나타내는 대상지 내에 있는 원호 형태의 두 개의 고리는 댈러스 다운타운과 트리니티 강 사이를 새롭게 잇고 새로운 강을 만든다. 두개의 원호가 활기를 되찾은 수로와 리버프론트 대로를 가로지른다. 이곳의 일련의 문화적 장소와 야외 어메니티 지역은 북쪽에서 남쪽에 이르기까지 중심축을 형성한다.
이 축을 따라, 남쪽의 록 아일랜드Rock Island부터 북쪽의 디자인 지구Design District까지 다도해처럼 밀집된 도시섬들을 늘어놓는다. 각 섬은 그 주변의 특유한 프로그램에 따라 전략적으로 혼합되고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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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업박물관 개관 & 4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2014. 3. 28.~2014. 6. 8. 안양예술공원 일원
기억과 소통의 매개체
네 번째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이하 APAP)가 시작됐다. 지난 3월 28일 열린 개막식을 시작으로 약 2개월에 걸쳐 ‘퍼블릭 스토리’라는 주제를 가지고 행사가 진행된다. 총 27개 팀의 국내외 작가들이 24개 작품과 프로그램을 선보였는데, 최근 리모델링을 완료한 김중업박물관을 중심으로 펼쳐져 눈길을 끈다. 이번 APAP가 김중업박물관에 무게를 두고 박물관 개관에 맞춰 개막식을 연 것은 주로 신작을 소개하는 기존 공공예술 행사와 달리 리모델링과 리스토리텔링을 통해 안양이라는 지역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적, 문화적, 역사적 맥락을 심도 있게 파악하고 그 가치를 작품에 담아 공공예술 본연의 기능을 확장하고자 한 것이다. 이를 통해 시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려 했던 주최 측의 고민이 엿보인다. 김중업박물관은 유유산업 공장을 리모델링한 건물로, 1세대 건축가로 잘 알려진 김중업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담은 김중업관과 안양의 역사를 담은 안양사지관 등 5개 건물이 예술 작품과 어우러지며 한 공간에 자리를 잡고 있다. 거장의 작품을 만나는 기회뿐만 아니라 지역의 역사를 배우는 장이 마련되어 있어, 안양의 지역성을 바탕으로 한 예술 작품에 대한 시민의 이해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살아 움직이는 예술 작품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큰 목표는 시민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그만큼 시민들이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접근을 시도했다. 먼저 안양 파빌리온 내에 예술 작품에 대한 일반인의 이해를 높일 공공예술 전문 도서관을 마련하고, 전문 해설사를 양성해 APAP의 지난 8년간의 작업들을 관람하는 투어 프로그램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4회 APAP에서 선보이는 작품의 특징은 생명력을 가지고 곳곳에서 시민들과 호흡한다는 점이다. 후지코 나카야Fujiko Nakaya와 더블네거티브스 아키텍처doubleNegatives Architecture의 작품 “무MU”가 대표적이다.
김중업박물관 마당에서 발굴된 고려 안양사 터 위로 펼쳐지는 안개를 연출한 것으로, 손바닥 위를 구르는 수은의 형체와 움직임을 모방했다. 이 안개는 장소의 지형과 기상 정보에 따라 변하도록 설계되었다. 이는 특별한 작품으로 인식되기보다 공간 속에 녹아 풍경을 만드는 요소로 인식되며, 아이들에게는 자연 현상을 체험하는 놀이 공간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보물과 역사, 운명으로 통하는 입구와 다리 그리고 비법을 찾아 성스러운 광야를 헤매다”(오노레 도Honoréd’ 작)라는 조금 긴 이름의 작품도 사람이 접근하면 움직임을 보인다. 모래자루와 주차 차단기를 이용해 접근을 제한하는 유적지와 사람의 관계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다리를 만들었다. 이 모래자루로 이루어진 다리를 이용하면 차단기가 길을 막기도 하고 열어주기도 한다.
김중업박물관의 문화누리관 안팎과 박물관 마당 등 총 세 군데에 설치되어 유적지의 과거와 안양의 현재를 이어주고 있다. 이외에도 김중업박물관과 안양파빌리온을 비롯한 안양예술공원 주변 곳곳 실내외에서 생동하는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도시에서 시민과 함께하다
지난 2005년 첫 선을 보인 APAP는 이후 다양한 영역의 공공예술을 안양과 접목하려 시도했지만,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지 못한 채 명맥을 이어왔다. 이번 APAP는 시민들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과의 연계를 한층 강조했다. 예술 작품이 안양의 정체성을 반영하고, 지역이 가진 가치를 재발견해 시민들에게 와 닿도록 하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더불어 감상의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새로운 활동의 기회로 다가가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추고자 했다.
행사 일정은 중반으로 접어들었지만, APAP가 그리는 긴 여정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도시를 대상으로 하는 공공예술 프로젝트는 지속 가능성이 요구되고, 이를 위해서는 도시의 변화와 시민의 요구를 민감하게 감지해야 한다. 빠르게 변하는 도시에서 공공예술이 어떻게 진화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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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태평양 커뮤니티 디자인 네트워크
타이완에서 제9차 컨퍼런스 개최
2014년 3월 타이완에서 개최된 제9회 PRCDNPacific Rim Community Design Network1에는 미국, 캐나다, 홍콩 등 환태평양 지역 여러 국가에서 참여형 커뮤니티 디자인 및 계획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계획가, 디자이너, 활동가 등 수백여 명이 참여하였다.
컨퍼런스는 3월 14일부터 18일까지 5일간 진행되었는데, 참가자가 사전에 관심이 있는 네 개 주제의 워크숍 중 하나를 선택한 후 동일한 워크숍 참가자 그룹이 한 팀이 되어 담당 코디네이터들과 3일(14~16일)동안 현장 방문, 워크숍, 발표, 토론을 이어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필자는 워크숍 2(New ruralism experiments)에 참가하였는데 체험 프로그램과 발표, 토론 시간이 꽤 다양하고 짜임새 있게 구성되어, 같은 관심사를 가진 여러 나라의 전문가들과 경험과 생각을 상세히 공유할 수 있었다. 이후 17~18일에는 국립타이완대학교 국제컨퍼런스홀에서 참여자가 모두 모여 빅 테이블Big Table 행사를 진행했다. 각 그룹별로 참여자 전체가 3일간 함께 토론한 주제에 대해 발표하여 다른 그룹의 내용을 서로 공유할 수 있었다. 이밖에 기조강연, 포스터 전시, 각종 부대 행사가 함께 펼쳐졌다.
컨퍼런스는 “매력적인 풀뿌리: 사회 정의와 생물다양성”이라는 주제와 네 가지 세부 주제를 바탕으로 한 워크숍으로 진행되었다.
Workshop 2의 주제, 새로운 농촌주의
필자가 참여했던 워크숍 2의 주제는 “새로운 농촌주의 실험들New ruralism experiments”이었다. 그룹의 대표인 쉥린창Shenglin Chang 교수는 뉴 어바니즘New Urbanism으로 불리는 정책보다는 오히려 지역을 보존하고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 것과 같은 일련의 사회문화적인 변화는 뉴루럴리즘New ruralism의 관점으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도시농업, 타이베이 시내의 해피 팜
타이완 타이베이 시에서는 개발 예정 부지나 임시적으로 비어있는 도로, 유휴공간, 옥상, 주차장 등 공공 오픈스페이스를 주민들이 창조적으로 개입하여 변화시키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그리닝 스팟Greening spot 프로젝트를 꼽을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타이완대학교, NGO, 청년계획가, 전문가와 지역 주민이 함께 참여하여, 단순히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을 넘어 지역과 주민들의 역사(삶)까지도 디자인에 포함시켰다. 예를 들어 언제든지 휴식 시간에 공원에 오면 잔디벤치에 누워 책을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나, 서점의 마크를 바닥면에 디자인하여 흥미를 유발한 점, 서점지도를 공원에 배치하여 공원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지역을 홍보한 것, 소설 속에 등장하는 식물 소재를 공원에서 직접 볼 수 있도록 식재한 것 등은 모두 마을에 독서 분위기가 퍼지길 바라는 주민의 요구가 구체적으로 반영된 것이다. 또한, 해피 팜Happy Farm에서의 농업 활동은 지역 주민에게 공동의 관심사를 제공하였고, 지역 주민들이 여가 시간을 이용하여 모일 수 있는 소통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곳에서 지역 사회가 소통하고, 세대가 소통하고 있었다.
URSUrban Regeneration Stations = YOURS
도시 재생과 문화적 창의성, 지역성이 결합된 URS 공간은 타이베이 시내에 총 7곳이 조성되어 있다. 타이베이 시의 UROUrban Regeneration Office에서 2010년에 URS 계획을 수립한 뒤 공간을 제공하였고, 2012년에 URS의 효율성을 더욱 확대하기 위해 URS 파트너 계획을 세워 시민, 전문가, 민간 단체 등이 도시 재생에 대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역사가 오래된 건축물이 밀집된 타이베이 구도심의 건조 식품, 중의학 약초, 섬유 판매상 등이 몰려있는 상업 공간에 문화·예술 관련 상점들이 유입되고 있는 과정에서 URS는 그 거점이 되고 있다. URS 공간은 현존하는 지역의 역사적 산업인 중의학 약재, 건조 식품, 패브릭 상점 등을 함께 운영하기도 하고, 디자인·건축·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젊은 창작자, 지역 주민들을 위한 오픈스페이스, 문화·생활공간(도서관, 갤러리, 스튜디오, 극장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 중 URS 27은 상업 지역의 폐선 부지로, 현재는 개발 전까지 다양한 주제로 전시 공간 연출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도시농업을 주제로 건축자재를 재활용하여 만든 ‘타이베이 그린팩토리’ 파빌리온을 전시하고 있었다.
블루 맥파이 티애그리컬처, 핑린
핑린Pinglin은 타이베이 시내에서 2시간가량 떨어져 있는 작은 농촌 마을이다. 차 산업이 쇠퇴하자 지역 주민과 전문가들은 지역 산업과 경제를 살리고자 블루 맥파이 티애그리컬처Blue Magpie TEAgriculture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블루 맥파이는 이 지역에 자생하는 새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지속가능한 지역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이 프로젝트를 통해 제품 디자인, 마케팅, 지역투어, 장기 계획 수립, 자원 활동 계획, 지역 차 농사에 대한 직업 훈련 등을 지속적으로 개발하여 산업화하고 있다. 또한 방문객을 대상으로 DIY 방식의 차 만들기, 마을을 돌며 차 상점에서 스탬프 받기 등 지역 투어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지역 산업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연구자들이 단순히 컨설턴트 입장에서 제안만 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생들이 지역에 직접 들어가 지역 주민과 소통하고 연구한 결과를 하나의 모델(예를 들어 사회적 기업의 형태)로 만들어낸 점이다. 여기에서 생산된 차는 인근 시내의 카페들과 연계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었다. 그 사례지로 ‘두 티Do Tea’ 카페를 방문하였는데, 이곳은 전통적인 차를 주재료로 한 음료를 판매하면서 현대적인 문화(브레이크댄스, 레게 댄스 등의 무료 강습)를 결합시켜 이색적인 복합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마치며
도시는 신자유주의 물결이 가져온 전반적인 사회 가치와 도시개발 패러다임의 변환 속에서 양적 추구에서 질적 추구로, 문제 해결형에서 구조 개편형으로, 생산 기반 중시에서 생활 환경 중시로 변화하고 있다. 이번 답사에서 도시 재생 및 관리 측면에서 지역 환경을 개선하는 다양한 참여형 커뮤니티 디자인 사례, 신 농촌주의 관점에서 도시와 농촌의 경계를 허물고 전통과 현대의 문화·예술을 결합한 사례 등을 볼 수 있었다. 이런 사회적인 움직임들이 곧 도시를 더욱 지속가능하게 만들어주고, 도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리라 생각된다.
장진은 동국대학교 대학원 바이오환경과학과 석박사통합과정을 수료하였으며, 현재 동국대학교 생태계서비스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의 “초등학교 내 체험학습용 스쿨팜 연구”를 3년간 수행하며 『초등교과 연계형 학교텃밭 프로그램 운영 매뉴얼』과 『스쿨팜 매뉴얼』을 발간하였고, 서울시의 “서울시 도시농업 마스터플랜 연구”, “학교폭력 대처를 위한 도시농업 활용 연구” 등 도시농업 분야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