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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론-VR 융합 기술, 조경 분야 활용 가능성 높다 황동규 마을숲수목생태연구소 대표
    가상현실VR이나 사물인터넷IoT 등 최근 주목받는 첨단 기술을 조경 분야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첨단 기술을 결합해 조경 관련 자원 조사 방법을 연구하고 있는 황동규 대표(마을숲수목생태연구소)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황 대표는 2014년부터 드론과 VR 기법을 결합해 식생, 문화재, 농촌 자원을 조사하고 있다. 현재까지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한 대상지만 80여 개소에 달한다. 그는 “역사적 가치가 있는 마을숲을 보존하기 위해 드론 촬영을 시작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노거수는 단순히 오래된 나무가 아니라 역사가 담긴 식생의 표본이다. 마을숲 같은 문화유산과 자연 유산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서라도 기록화 작업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드론 촬영만으로는 대상지 전체를 담기 어려웠다. 그래서 찾게 된 기술이 바로 VR이다. ...(중략)... *환경과조경349호(2017년 5월호)수록본 일부
  • 디자이너의 상상을 현실화하는 디지털 패브리케이션 황지은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대개 수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건물 구성 요소의 형태가 복잡할수록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하지만 이제 하루 만에 당신이 원하는 집이 뚝딱 완성될지도 모른다. 디지털 패브리케이션fabrication 기법 덕분이다. 이는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제품을 제작하는 기술을 총칭하는 말로, 현재 캐드CAD 같은 프로그램으로 만든 3차원 도면을 입력해 입체적인 물체를 만들어내는 3D 프린팅 기술이 각광받고 있다. 지금은 건물 구성 요소를 3D 프린터로 만들어 조립하는 수준이지만, 미래에는 건물 자체를 3D 프린터가 만들어낼지도 모른다. 세운상가에 이 같은 디지털 패브리케이션 기술을 실험해 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서울시의 ‘다시·세운 프로젝트 창의제조산업 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조성된 개방형 디지털 제작소다. 이곳에서는 누구나 3D 프린터, 레이저 컷, 대형 CNC 장비로 원하는 것을 만들어 볼 수 있다. 과연 디지털 패브리케이션은 조경, 도시, 건축 설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세운상가 개방형 디지털 제작소에서 각종 디지털 패브리케이션 관련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는 황지은 교수(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중략)... *환경과조경349호(2017년 5월호)수록본 일부
  • [편집자의 서재] 당신의 사물들
    “질문 하나. 그것은 내가 걸을 때 함께 걸으며, 내가 멈추면 함께 멈춘다. 그것은 여행의 친구이며, 카메라와 어울리고, 빛을 연상시킨다. 그리고 내게는 콤플렉스다. 질문 둘. 또 다른 그것은 무언가를 바로 잡고, 매끄럽게 하며, 살을 붙인다. 그것은 두근두근 긴장감의 시작이자 마침표이며, 울분과 짜증 유발자이다가 어느 순간 작은 희열을 안겨주며 제 할 일을 마친다. 그리고 내게는 일용할 양식이다.” 남자 K는 내가 던진 두 가지 질문에 5분 만에 답을 올렸다. 1번은 담배, 2번은 펜이라면서. 1분 후 S는 선글라스와 키보드(혹은 펜)라는 답을 올리며 확신에 찬 어투로 덧붙였다. “내가 둘 다 맞췄지!” 함께 차를 타고 오던 여자 K와 P는 둘이서 상의를 했다며 역시 선글라스와 펜이란 답을 주었다. 사무실에 도착하자 L은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는 표정이었다. 대신 그는 책상 우측의 진열대에 놓여 있는 20여개의 유리병 중에서 수십 자루의 검정색 빅Bic 볼펜이 담겨 있는 투명한 유리병을 집어 들었다. 거의 10년 가까이 빅 볼펜만 사용했다고 한다. 처음 그것을 보았을 땐, 볼펜들이 너무 깨끗해서 새것을 모아 놓은 줄로만 알았다. 유리병의 진공 기능 때문일까? ‘수십만이 넘는 글자, 어쩌면 수백만에 육박하는 점과 선과 면의 기억이 그 유리병에 박제’되어 있었다는 생각이 든 건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였다(유성 볼펜의 수명은 약 1,000에서 1,500m 정도다). 그와 마주했을 때에는 ‘디자이너는 역시 예민한 존재들’이란 생각만 얼핏 했었다. 그는 요즘엔 폴 스미스Paul Smith 볼펜으로 갈아탔다며 한참 동안 자신의 도구에 대한 추억을 풀어 놓았다. 그렇게 『당신의 사물들』에 대한 독회는 각자의 ‘나의 사물들’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두 명의 K와 S, L, P 그리고 나는 한 손에는 『당신의 사물들』을 들고, 머릿속에는 나만의 사물 두 가지에 대한 추억을 담은 채 L의 사무실에 모였다. 빅 볼펜으로 꽉 채워진 유리병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수집벽으로 이어졌다. 여자 K는 빈 상자로만 집 안의 벽 한 면을 채워놓았다고 한다. 쓸모를 다한 ‘빈’ 상자가 서로 어울려 무언가 새로운 패턴을 구축하는 걸 바라보는 것이, 그저 즐겁단다. 아마도 새로운 상자가 들어오면 기존의 상자 중 어떤 것은 빠져나가거나 새로운 위치를 부여 받을 것이다. 그러면서 새로운 패턴의 조합이 탄생할 테고. 나로선 상상하지 못한 취미(?) 활동이다. 그녀의 또 다른 수집벽은 다 쓴 몽당 색연필 모으기로 밝혀졌다. 설계를 처음 시작한 대학교 때부터 모으기 시작한 것이 수백 자루가 넘어서 세 박스를 빼곡 채우고 있다며, 증거 사진을 내보였다. 마음이 짠했던 대목은, 어느 순간부터 몽당 색연필 박스가 더 이상 채워지지 않는다는 ‘고백’이었다. 설계 도구와 환경이 달라진 탓이다. 아날로그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니지만, 순수하게 몽당 색연필 모으기라는 수집벽을 방해했다는 죄로, 우리 일동은 제도판과 결별한 설계 환경을 구박했다. 다양한 스케일의 빵빵이에 대한 추억이 양념으로 곁들여졌고, 그녀가 선호하는 색연필 브랜드가 프리즈마Prisma임도 드러났다. 나는 선호하는 문구 브랜드가 있었던가? 두 번째 독회 모임을 시작하며, 여자 시인 49명이 함께 쓴 『당신의 사물들』을 읽은 후 각자의 사물들을 두 가지씩 꼽아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나의 사물? 내 인생의 사물? 가장 기억에 남는 사물?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물? 나를 드러낼 수 있는 사물?’ 아마 이 책의 글쓴이 49명도 편집부의 기획 의도를 처음 들었을 때, 같은 마음이지 않았을까. 앞서 이야기한 빅 볼펜이나 유리병, 상자나 몽당 색연필처럼 사물과 수집벽은 제법 어울리는 조합이다. 그렇다면 수집벽과 무관하면서 내게 유의미한 사물은 무엇이 있을까? 아련한 추억, 강렬한 집착, 씁쓸한 기억, 소중한 소유, 색다른 경험을 동반한 사물들도 있을 것이다. 약과 베개를 꼽은 P의 경우가 그랬다. 그녀는 복숭아 씨앗 베개라는 신문물을 우리에게 전파했다. 베기만 해도 머리가 시원해지는 신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는 임상 증언과 함께. 도장과 함께 통상적으로 사물의 범주에 들지 않는 사무실을 꼽은 남자 K도 ‘소중함’과 ‘사물’이 왜 자연스럽게 켤레 관계를 이룰 수 있는지를 우리에게 알려주었다. 이건 S의 아빠의 일기장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여전히 아버지가 아닌 아빠의 유품인 일기장이 담겨있는 보자기를 풀지 못하고 있다며, 살짝 눈시울을 붉혔다. 그녀의 정조는 『당신의 사물들』에서 아버지의 숟가락을 떠올린 김소연 시인의 그것과 닿아 있다. ‘사물거리다’라는 동사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 그 단어의 사전적 정의는 ‘아리송한 것이 눈앞에 떠올라 자꾸 아른거리다’이다. 당신에게는 자꾸만 떠올라 아른거리는 그 무엇이 있는가? 『당신의 사물들』은 바로 그 사물들의 존재를 곱씹게 해준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책이었다. 특히 맨 앞에 실려 있는 허수경 시인의 ‘손삽’만으로도 책값 12,000원의 보상은 충분하고도 넘친다. 그녀의 글은 이렇게 시작한다. “손에 들면 딱 적당한 삽 하나. 늘 꽃삽이라고 불렀다.” 첫머리에서 던진 두 가지 질문은 내가 고른 두 개의 사물에 대한 힌트였다. 그들과 그녀들의 답은 절반만 맞았다. 첫 번째는 모두의 예상대로 선글라스.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 나는 선글라스 없이 사진 찍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 콤플렉스를 가려주는 선글라스는 그래서 내게 더없이 소중한 사물이다. 두 번째는 펜은 펜인데, 빨간펜이다. 이십대 후반 이후로 교정, 교열, 윤문을 보는 내 손에서 한 번도 떠나지 않은 사물이다. 심 굵기가 0.5, 0.7, 1.0 등 각기 다른 수성 볼펜과 유성 볼펜은 물론이고 젤리펜과 플러스펜까지 대여섯 종류의 빨간펜이 손과 가장 가까운 곳에 늘놓여 있다. 나름 각각의 쓰임도 따로 있다. 색다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빨간펜만은 입사 이후 언제나 내가 문방구에서 구입해 썼다. 왠지 그러고 싶었다. 다음 독회할 책은 S가 추천한 『반란의 도시』다. 이제 ‘나만의 도시는 어디일까?’란 숙제를 풀어야 할 차례다. S가 애착을 넘어 집착하는 손톱깎이란 사물을 도시 이야기를 하면서 함께 녹여낼 수 있을까 하는 점은, 내게 주어진 또 다른 숙제다.
  • [CODA] 빅데이터에서 한강까지
    유리창 너머 일요일의 게으른 햇살이 따사롭다. 다음 달이면 저 폴딩도어도 모두 열어젖히고 야외 테이블을 놓겠지.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한가롭게 보인다(아 부럽다). 내가 이 카페 창가 테이블에 앉아있다는 것은, 『환경과조경』 5월호 모든 원고의 편집과 디자인이 끝나고 마지막 원고, 그러니까 이 지면만 남았다는 뜻이다. 이번 호에도 주옥같은(!) 기사가 많다. 하나하나 떠올려보면 이번 호도 결국은 무사히 마무리되었구나 하는 안도감이 밀려온다. 빅데이터, 착시를 넘어 탐색을 “제가 잘 모르는 분야여서요.” 이번 호 특집, ‘빅데이터와 도시’ 기획을 위해 수차례 반복한 말이다. 이해가 덜 되었다면 주제를 바꿔야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기를 역시 수차례. ‘빅데이터와 도시’를 기획 중이라고 하면 사람들의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뉘었다. 우선, “재밌겠는데”. 지난해부터 편집부는 ‘빅데이터’와 ‘도시’를 키워드로 특집을 해보자는 대화를 종종 나눠왔다. 4차 산업혁명 운운하는 최근의 트렌드에 조응하면서도 디자인의 지평을 넓혀 줄 기획이라는 ‘막연한’ 기대와 호감이 있었다. (이 달의 어려움은 이 ‘막연한’ 기대에서 비롯되었다) 사람들의 또 다른 반응은, “빅데이터? 이미 한참 회자된, 식상한 이야기 아니야?” 내지는 “어느 어느 매체에서 많이 다루고 있지 않아?”였다. 시의성이 중요한 잡지의 속성상 새로운 소식이나 남다른 통찰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빅데이터’라는 키워드는 익숙하지만 막상 이러한 개념이 녹아든 국내 환경 설계 사례나 전문가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컴퓨터공학 관련 학회의 웹 사이트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올해 학술대회 초대의 글이 딱 우리에게 하는 말처럼 보였다. “작년까지만 해도 어디를 가나 사물인터넷에 대한 관심이 들끓었습니다. 사물간의 네트워크 활성화가 마치 살아있는 생물의 신경 네트워크처럼 진화하는 미래를 그리며 모두들 흥분하고 곧 재편되는 시장 질서에 촉각을 곤두세웠더랍니다. 그 전해에는 빅데이터에 대해 같은 일을 우리는 했었고요. 하나의 기술적 이슈가 너무 거세게 타오르면서 실존적 전망과 구체적 상황에 대한 착시 현상을 일으키기도 하는 일들을 매년 우리는 느끼고 … 올해는 뭐였었나요. 아마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한참 뜨거웠었고 아직까지도 그렇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기술에 대해 민감하게 대응하고 전략을 만들고 시장을 선점하는 일은 중요한 일입니다. … 그러나 기술에 대한 이슈가 뜨거울수록 기술과 공존하는 실존의 리듬과 온도를 조율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조율의 권리와 책임에 대한 유연하고도 적합한 태도를 만들어가는 일은 화려한 슬로건이 아니라 차분하고도 엄격한 지적 훈련을 통해 가능합니다. … 급하게 뜨거워지고 급하게 식는 기술과의 공존의 온도를 적절히 조율하는 일은 언제나 인간인 우리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본 후로는 비단 컴퓨터 분야뿐만 아니라 설계 분야에서도 빅데이터를 비롯한 요즘 회자되는 많은 기술이 일종의 착시 현상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래서 “다 아는 이야기가 아닐까요?”라며 주저하는 필자들에게 좀 더 자신 있게 개인적 경험을 공유해 줄 것을 부탁했다. 독자들의 지적 수준이나 정보력을 의심해서가 아니다. ‘빅데이터’라는 이슈는 (최소한 국내에서는) 여전히 설계 분야와 많은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유행처럼 소비되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또 빅데이터가 진지한 주제로 충분히 다뤄졌는가 역시 의문이다. 기대했던 대로 필자들의 글에서는 손에 잡히지 않았던 빅데이터를 다루는 일이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드러나 있었다. 새로운 통찰을 제시했는가는 독자들이 판단할 일이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구체적 사례를 공유하고 비판적 탐색을 위한 길을 여는 것이 아닐까 싶다. 김 씨, 한강에서 표류하다 개인적으로 이번 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사가 ‘한강예술공원’이다. 4월의 첫 번째 토요일. 내내 쌀쌀하던 날씨가 아주 화창했다. 여의나루역에서 지상으로 올라오니 별생각 없이 입고 나온 봄 코트가 부끄러워졌다. 여의도한강공원을 활보하는 사람들은 하늘하늘한 옷차림으로 완연한 봄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날은 HLD의 이해인, 이호영 소장이 참여한 바지선 작업, ‘한강의 옛 기억을 담은 미술관’의 아티스트 토크에 참여하기로 했더랬다. 마포대교 동쪽에 정박한 바지선에 우리를 데려다줄 수상택시에 올라탔다. 함께 참석한 S 소장과 수다에 정신이 팔렸는데, 선장님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어딘가에 무전기로 핸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상황을 아주 담담한(!) 목소리로 전했다. 무전기 저편에서는 곧 새로운 택시를 보내주겠다고 했지만 한강 한가운데에 떠 있는 우리들에게는 꽤 긴 시간이 흐른 것처럼 느껴졌다. 그 사이 우리들은 한강에서 표류하다니 웬일이냐며 택시 승선 전에 예쁘지 않다고 투덜거리며 입은 구명조끼의 사용법을 확인했다.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침묵이 흐르기도 했다. 완전하게 제어되고 있다고 믿었던 대도시 안에서 자연의 힘을 실감했다면 과장일까. 제방과 강변도로로 만들어진 지금 한강의 모습에는 수십 년에 달하는 치수의 역사가 담겨있다. 이제 와서 인간과 강을 갈라놓은 제방과 도로를 비난하지만 일 년에 한번 혹은 몇 년에 한번 씩 휩쓸고 가는 강의 힘을 두려워하고 통제하려고 했던 것도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매년 수재 의연금을 내던 것이 불과 20~30년 전 일이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한강과 만나야 할까. 그날 나는 무사히 바지선을 구경한 뒤 뭍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리고 며칠 뒤 은병수 총감독을 인터뷰했다. 처음 보도 자료를 휘휘 넘겨볼 때만 하더라도 조그만 공공예술 작품 몇 개가 한강의 풍경에 큰 영향을 주겠나 싶었다. 그러나 ‘표류’ 사건 이후 만난 은병수 총감독의 이야기에는 감동이 있었다. “우리는 한강을 계속 개발해왔다. 강변도로를 놓고, 아파트를 짓고, 그를 위해 강을 준설하고 … 그간 한강도 너무 시달렸다. 적어도 우리 사업에서는 한강의 지형을 크게 바꾼다거나 하지 않고 자연에 순응하고자 했다.” 한강예술공원 본 사업을 기대해 본다. 이번 호를 되짚으며 마지막 글을 쓰다 보니 창밖의 해도 기울었다. 옆 자리에서 한숨을 푹푹 쉬며 키보드를 두들기던 남자도 어느새 자리를 떴다. 야호, 나도 마감했다.
  • [PRODUCT] (주)세인환경디자인의 '복층형 티하우스' 야외 카페테리아, 전망대 역할을 겸비한 소통 공간
    주거 단지에서 휴게 공간이 수행하는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이웃 간에 소통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는 것이다. 오늘날 아파트 단지의 조경 공간에서 만남과 소통을 주제로 한 공간이 늘어나는 추세다. 퍼걸러와 같은 휴게 시설물도 이에 맞추어 대형화되고 있다. (주)세인환경디자인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고자 일반적인 퍼걸러에 티테이블tea table을 더한 ‘복층형 티하우스tea house’를 선보였다. 복층형 티하우스에서 사람들은 해를 피해 휴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야외 카페테리아에 있는 듯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또한 계단을 올라 2층 테라스에 들어서면 단지의 다양한 경관을 바라볼 수도 있다. 복층형 티하우스의 주 구조재는 흑색의 철골 프레임이다.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고려해 하드우드hardwood, 고밀도 목재 패널, 석재 판석을 외장 마감재로 사용했다. 현재도 단지의 다양한 조경 콘셉트와 부합될 수 있는 다양한 모델을 개발하는 중이다. 기본적인 퍼걸러의 기능에 소통의 장소, 전망대의 기능을 부여한 복층형 티하우스는 아파트 단지 조경 공간의 부속품이 아닌 주요 커뮤니티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TEL. 02-877-8811 WEB. www.seindesign.co.kr
    • (주)세인환경디자인 / (주)세인환경디자인
  • 영화로 읽는 공간의 기호학 조경디자인캠프 조경토크쇼 ‘풍경의 대화’
    불을 끈 강의실, 스크린을 바라보는 학생들의 눈이 빛났다. 빔 프로젝터가 비추는 화면은 설계 도면이 아니라 영화 클립이다. 영화 ‘괴물’ 속 송강호의 익살스러운 연기에 간간히 웃음을 터뜨리면서도 ‘영화 속 강’을 바라보는 학생들의 눈매는 사뭇 진지했다. 지난 8월 12일, 서울시립대학교 자연과학관에서 조경 토크쇼 ‘풍경의 대화’가 열렸다. 조경디자인캠프 프로그램의 하나로 진행된 이번 토크쇼에는 서영애 소장(기술사사무소 이수)과 김혜리 기자(씨네21)가 초청돼 ‘영화 속의 강’을 주제로 대담을 진행했다. 영화 ‘김씨표류기’, ‘악어’, ‘괴물’, ‘머드’ 등을 넘나들며 강의 상징성과 장소성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오갔다. ...(중략)... * 환경과조경 341호(2016년 9월호) 수록본 일부
  • LAF의 신 조경 선언 The New Landscape Declaration, LAF
    지난 6월,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조경 미래 회의A Summit on Landscape Architecture and the Future에서 향후 50년을 내다보고 조경의 미래를 위한 선언을 만들기 위해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조경가들이 모여 논의의 장을 열었다. 미국이 거대한 정치적·사회적 변화와 환경 오염 문제를 경험한 1966년에 LAFLandscape Architecture Foundation가 발표한 기존 선언 이후 50년만의 일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캐나다, 중국, 아르헨티나, 호주 등 다양한 국가에서 초청된 700명 이상의 조경가가 참여한 이번 회의의 주요 주제는 두 가지다. 먼저 기존 선언과 지난 50년간 조경이 이룩한 것들을 비판적으로 반성하고, 전문 분야로서 조경의 비전을 예측해 향후 50년간 조경가가 해야 할 일에 가이드가 되어줄 새로운 선언을 구축하는 것으로 회의가 구성되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41호(2016년 9월호) 수록본 일부
  • [편집자의 서재] 종의 기원
    악惡은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을까. 그리고 악에 대한 사람의 호기심은 왜 이다지도 강렬할까. ‘희대의 살인마’, ‘인면수심의 악마’, ‘사이코패스’ 등 점점 자극적인 수식어를 달고 TV나 신문에 큼지막하게 등장하는 범죄자의 무심한 시선을 볼 때면, 얼굴을 가린 마스크를 슬며시 내리고 그 뒤에 숨은 표정을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범죄자의 얼굴을 확인한다고 해서 그 사람에 대한 색다른 정보를 읽어 내거나 보복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도. 이 싸구려 궁금증을 당장 채우지 못하는 답답함에 ‘범죄자의 인권을 보호해줄 필요가 있나? 우리나라는 범죄자에게 너무 관대해’라며 가볍게 볼멘소리를 하기도 한다. 우리와 닮은 평범한 얼굴일 범죄자의 표정과 인상을 확인하고 싶은 충동은 범죄에 대한 분노일까, 혐오일까, 아니면 원초적인 호기심일까? 우리는 범죄자의 얼굴에서 무엇을 기대하는 것일까? 정유정의 소설은 악에 대한 우리의 원초적인 호기심을 충족시켜준다는 점에서 독자를 단숨에 휘어잡는다. 그동안 우리 문단에서 ‘범죄’라는 소재와 반전을 거듭하는 극적인 이야기 구조는 장르물의 영역으로만 취급되어 왔다. 하지만 정유정은 장르물적인 소재와 스토리텔링 방식을 따르면서 한국 문학 판의 중심으로 뛰어들었다. 정유정은 요즘 국내 소설가 중 가장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최근작들만 놓고 보았을 때, 정유정만큼 화제작을 연달아 내놓는 작가는 드물다. 물론 올해 맨부커상을 수상한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몇 달째 소설 부문 베스트셀러를 차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문학평론가 노태훈은 대담하고 유머러스한 필치로 『릿터』 창간호에서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최근에 샀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읽었을까? 만약 읽었다면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냥 솔직하게 말하기로 하자. 그 책은 당신이 읽기에 조금 어렵다.” 오랫동안 ‘악’의 문제를 탐구해온 정유정은 최근작 『종의 기원』에서 순수한 ‘악’에 가장 가까운 캐릭터를 창조했다. “등단작인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에서는 정아의 아버지로, 『내 심장을 쏴라』에선 점박이로, 『7년의 밤』에서는 오영제로, 『28』에서는 박동해로. 매번 다른 악인을 등장시키고 형상화시켰으나 만족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더 목이 마르고 답답했다.” 정유정은 『종의 기원』에서 악인을 주인공으로 전면에 내세우고 내면의 본성적인 악의 기원에 깊이 침잠한다. 소설의 주인공 한유진이 피투성이 상태로 깨어나는 첫 장면에서 독자는 이미 범인과 결말을 예측하게 되지만 이야기 전개는 전혀 지루하지 않다. 1인칭 시점으로 사건의 전말을 더듬어 가는 주인공 내면의 일렁이는 파도가 시시각각 독자를 덮쳐오기 때문이다. 살인을 저지르고도 자기 합리화로 일관하며 쾌락을 느끼기까지 하는 유진의 범죄 장면에서 왜 우리는 눈을 뗄 수 없을까. 소름끼치도록 황량하고 공허한 유진의 독백에도 연민과 동질감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니다. 알아야 했다. 단서들을 조합한 추리 같은 건 의미가 없었다. 오로지 나 자신에게 들어야 했다. 내 안에 나라고 믿는 나 말고 또 다른 ‘누군가’가 있는지, 그 ‘누군가’가 무슨 짓을 벌였는지 모르고는 세상 속에서 살아갈 길이 없었다. 아는 순간, 지옥문이 활짝 열린다 할지라도, 그로 인해 내 인생이 송두리째 엎어진다 해도.” 유진은 도망가고 싶고 회피하고 싶은 진실의 문 앞에서 후퇴 대신 전진을 선택한다. 비록 용서할 수 없는 악인이지만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끌고 나가고자 하는 끈질긴 삶의 의지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마저 느껴진다. 소설의 배경과 캐릭터 설정을 디테일하고 섬세하게 그려내는 정유정은 이번에는 소설의 배경으로 ‘군도’라는 신도시를 창조했다. 『여성중앙』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시화호를 소설의 모델로 삼고 아주 초창기 송도신도시의 모습을 입혔다”고 말했다. 소설에서 군도신도시는 입주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입주가 절반도 채 이루어지지 않은 도시다. 상권이나 교통, 공공시설 등의 생활 인프라도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외딴 베드타운이다. 공허하고 메마른 주인공의 내면처럼 도시도 텅 빈 황량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어린 시절의 기억을 잃어버리고 어머니에 대한 분노, 친구 해진에 대한 질투와 애정, 이모에 대한 혐오로 뒤섞인 주인공의 내면만큼이나 도시는 우후죽순 들어선 빌딩으로 인해 어수선한 풍경이다. 신도시를 배경으로 새로운 종의 악인이 탄생하는 알레고리가 흥미롭다. 새로운 ‘종’으로 태어난 유진이 강렬한 의지로 삶의 첫 걸음을 내딛는 것처럼, 여러 가지 도시 문제를 껴안고 세워진 우리의 신도시들은 도시로서 기능하기 위해 치열한 의지와 노력을 들이고 있을까. 덧붙이자면, 『환경과조경』의 다음 달 특집은 ‘광교신도시’(가제)다.
  • [CODA] 파리의 공원과 정원에 차린 식탁 사이
    “근데 뭐하는 분이세요?” H가 물었다. “잡지사 다녀요.” 눈을 동그랗게 뜬 H가 다시 물었다. “그럼 인터뷰하고 글 쓰는 일 하세요?” 이런 식으로 대화가 흐르면 머리가 분주해진다. ‘내가 하는 일이라….’ 회사에 두고 온 일들이 마감 순서대로 머리에 떠오른다. “음… 네… 취재를 하지요.” 명료한 답을 원하는 게 분명할 H에게 전문지 기자의 정체성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포기하고 배에 힘을 주고 다리를 들어올렸다. 동그란 눈과 탄탄한 몸매가 인상적인 H는 가볍게 시범을 보인다. 나 역시 가볍게 따라하다가 “으악” 소리를 지르며 철퍼덕 다리를 떨어뜨렸다. 내가 물었다. “운동 계속하면 저도 몸이 유연해질까요?” “꾸준히 하면요.” H가 말했다. “글 쓰는 일은 어려운 것 같아요.” “계속 쓰면 늘어요.” 그렇게 대답해 놓고는 ‘과연 그런가’라고 생각한다. 곧 내가 몸치에서 벗어나는 데에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거란 당연한 결론을 내렸다. ‘쳇 세상에 쉬운 일이 없네.’ 얼마 전 시작한 필라테스 수업이 끝나고, 다시 회사로 돌아가는데 서영애 소장과의 대화가 떠올랐다. 이번 달 시네마 스케이프의 영화 ‘걸어도 걸어도’에 대한 이야기였다. 설에나 아들을 다시 볼 거라 아쉬워하는 아버지와 달리, 설에는 오지 않겠다고 말하는 아들 이야기에 공감하지 않는 자식들이 있을까. 서 소장의 원고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으로 마무리된다. “자식들이란 늘 한발 늦게 깨닫죠. 그리고 지면이 부족해서 쓰진 못했는데,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도 보면 딱 우리 얘기에요. 아버지는 아들이 화가가 된 게 못마땅해서 그림 복원하는 작업을 ‘수리’라고 깎아내려요.” 처음 기자가 되었을 무렵, 내가 설계를 하길 바랐던 아버지는 친척들 앞에서 “취미로 할 일을 하고 있다”며 못마땅한 심기를 드러냈다. 당시 아버지의 눈에는 글이나 쓰는 일이 생산적인 일(혹은 밥벌이?)로 보이지 않았던 게 아니었나 싶다. 지금도 아버지는 내가 어떤 일을 하는지 잘 모르실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이번 달은 바쁘다는 핑계로 연락도 못하고 있는 아버지께 소식을 전한다는 구실로 홍보를 몇 가지 해볼까 한다. 파리의 공원들 전문지 기자가 하는 일이 인터뷰를 하고 기사를 쓰는 것이라고 한다면 반만 맞는 이야기다. 취재 기자와 편집 기자가 분리되어 있는 일반적인 일간지 기자들과 달리 조경이나 건축 분야의 전문지 기자들은 전천후가 되기 마련이다. 기획부터 취재, 편집까지 맡고 때로는 사진 촬영이나 제작에도 관여한다. 그래서 ‘잡지를 만든다’는 표현이 익숙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대개는 잡지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전문적인 내용이 담긴 단행본을 만드는 일도 한다. 지금 내가 편집하고 있는 단행본은 『파리의 공원들』이다. 파리는 대표적인 관광지기도 하고, 파리의 공원 역시 이런저런 소설이나 영화에서 많이 소개되어 가보지 않았어도 마치 잘 아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렇지만 직접 가본 공원을 꼽으라면 아마 다섯 손가락이면 충분한 이들이 대부분이 아닐까. 『파리의 공원들』은 파리에 있는 500여 개의 도시공원 중 규모나 성격 면에서 의미가 깊은 스물두 개 공원을 역사적으로 또 공간적으로 살펴보는 책이다. 파리의 도시공원을 통해 프랑스의 역사와 파리라는 도시의 변화에 대해 이해하는 것은 덤이다. 9월 발간 예정이다. 덕분에 줄기차게 야근 중이다. 정원에 차린 식탁 전문지는 특정 분야에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에 그 분야의 다양한 행사와 관련되기 마련이다. 포럼이나 강연을 기획하기도 하고 공모전을 주최하는 매체도 있다. 이때 기자들은 기획자이자 코디네이터인 동시에 현장의 여러 잡일을 처리하는 스태프이기도 하다. 포럼이나 강연을 준비하면, 주제 기획부터 연사 섭외, 그리고 마지막 뒷풀이 동선까지 치밀하게 짜야 한다. 공모전을 기획한다면 심사위원 섭외부터 전시 장소 섭외까지 그 고민의 폭이 상당히 넓다. 환경과조경 역시 조경비평상을 운영하고 있고, 지난해부터는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을 공동 주최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올해는 10월에 월드컵공원 내 평화의공원에서 열리는 서울정원박람회를 주관한다. 올해 처음 참여한 서울정원박람회 준비로 모두들 전에 없이 분주하다. 편집팀, 디자인팀, 마케팅팀 너나할 것 없이 각자 관심사(?)에 따라 프로그램을 맡았다. 나는 공원에서 먹는 일의 즐거움에 대해 줄기차게 떠들어왔던 만큼 ‘정원에 차린 식탁’이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셰프가 텃밭 작물을 이용한 레시피를 선보이고, 가족이나 연인이 함께 따라해 보며 시식하는 것이 기본 방향이다. 정원에서 채소와 과일, 허브 등을 키워 먹는 일의 역사야 유구하지만 축제에서 요리 프로그램이 기획된 것은 주요 방송 아이템으로 자리 잡은 먹방이나 요리 프로그램의 영향이 크다. 최근 셰프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도 한몫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 관련 방송 프로그램은 ‘삼시세끼’다. 섬마을이나 농촌에 던져진 남자들 너덧이 하루 세 끼 밥을 해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다인 이 프로그램에 대한 지인들의 공통된 반응은 ‘평화롭다’는 것이다. 복잡한 도시의 현실과 단절된 한적한 시골에서 출연자들은 갯벌에서 조개를 캐고, 밭의 잡초를 뽑고, 닭에게 모이를 주고 알 낳기를 고대하면서 하루를 보낸다. 그렇게 구한 재료로 한 끼 식사를 만들어 먹는다. 그 단순함이 우리에게 평온함으로 다가온다. 우리는 밥벌이에 바쁜 나머지 이러한 노동을 생략한 채 간편하게 조리한 음식을 늘어놓고 TV를 보면서 이러한 원초적 노동의 즐거움에 대한 그리움을 달랜다. 그들을 보면서 농사를 지어볼까, 아니면 뜻밖에 귀여운 오리를 키워볼까 하는 생각을 몇 초쯤 한다. 하지만 단순한 삶과 실제 우리 일상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다는 것 역시 잘 알고 있다. 그러한 갈증을 달래주는 것이 텃밭 정원이다. 화분 하나만으로도 만들 수 있는 텃밭은 (갑자기 늘어나는 벌레나 귀찮음을 이겨낸다면) 꽤 현실적으로 도시인의 삶에 녹아든다. ‘정원에 차린 식탁’은 최근 높아진 요리에 대한 관심에도 기대고 있지만 단순한 노동의 즐거움, 손수 키워 먹는 재미를 다양하게 확장하려는 욕구에 부응하기 위해 준비한 기획이다. 10월, 정원에 차린 식탁에 여러분을 초대한다.
  • 몬트리올 미술관 앞 ‘미로’ Labyrinth, Montreal Museum of Fine Arts
    아스팔트 도로 틈에서 피어난 민들레는 봄의 시작을 알리는 꽃이다. 회색빛 도로 위에서 빛나는 노란 꽃잎에서 우리는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무채색 건물이 줄지어 선 셰르브루크Sherbrooke 거리에도 민들레처럼 톡톡 튀는 색채를 자랑하며 활기를 내뿜는 공공 예술 작품이 나타났다. 바로 몬트리올 미술관Montreal Museum of Fine Arts 앞에 설치된 NIP 페이자주NIP Paysage의 작품 ‘미로Labyrinth’다. 캐나다 몬트리올에 위치한 셰르브루크 거리는 대학교와 박물관, 미술관 등이 모여 있는 문화의 거리로, 이곳에 자리 잡은 몬트리올 미술관은 1860년대에 세워진 캐나다에서 가장 오래된 미술관이다. 미술관은 렘브란트, 피카소, 모네 등 20세기 이전의 유럽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신관, 장-노엘 데스마레이즈 파빌리온Jean-Noël Desmarais Pavilion과 캐나다의 현대 미술 작품을 비롯해 퀘벡 출신 화가의 컬렉션을 볼 수 있는 구관, 미할 & 레나타 호른스타인 파빌리온Michal & Renata Hornstein Pavilion으로 나뉜다. 두 개의 파빌리온은 교차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는데, ‘미로’는 이 교차로 위에 설치되었다. ...(중략)... *환경과조경 342호(2016년 10월호) 수록본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