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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올해의 조경인 [정책분야]: 김성용
Kim, Sung Yong 한국토지주택공사 녹색경관처 처장
“한국 조경이 40주년을 맞은 해에 훌륭한 분들과 함께 수상하게 되어서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노력보다는 LH 녹색경관처의 노고를 격려하고 더 많은 역할을 당부하는 상으로 알고, 모든 직원과 함께 수상의 기쁨을 함께 하고자 합니다.” 김성용 처장은 이번 수상의 공을 동고동락하는 직원들에게 돌리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부단히 자신을 낮추는 모습이지만 그는 지난 2010년 12월부터 LH의 녹색경관처장을 맡아 각종 법령 및 제도개선, 설계 및 공사발주 등을 통해 조경업을 선도하고, 나아가 LH가 공기업으로서 공적 역할을 다하는데 부단히 앞장서 왔다. 실제로 그의 추천서에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공적들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제15회 올해의 정책분야 수상자로 선정된 김성용 처장을 만나 주요 업적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소수에 불과한 조경직의 권익 향상과 화합 도모김성용 처장의 이번 수상도 그렇지만 올해 LH의 조경직들에겐 기쁨의 순간들이 많았다. 올해 2월초 통합 LH 출범이후 처음으로 시행된 대규모 인사에서 조경직들의 승진이 특별히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2급과 3급을 포함해 총 28명의 승진이 이루어졌고, 부장의 숫자만 해도 전기나 기계직보다 많아 부러움을 사고 있단다. 이에 대해 녹색경관처의 직원들은 최대 공기업의 조경부문 수장으로서 조경직들의 권익향상과 화합하는 조직문화를 만들고자 노력한 김성용 처장의 숨은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입을 모은다. “그동안 주어진 인력에 비해 업무량이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조경부서 업무가 직접적인 사업성과 관련이 많지 않으나 실제 주민이 느끼는 체감도에서는 조경의 역할이 상당히 큰 부분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 나름대로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그의 이런 노력 때문일까 올해는 11명의 신입사원 채용과 13명의 고졸자 채용도 이루어져 그동안 적은 인원으로 묵묵히 일하면서도 소외되어온 조경직원들의 인력난을 해소하는데도 일조하였다.
용산공원특별법 등 공원 관련 제도개선에 힘써김 처장은 본지의 올해 10대 뉴스에도 선정된 용산공원과 관련하여서도 특별법을 제정하는데 적극 참여하였다. 용산공원화사업의 기초조사 연구를 LH에서 담당했는데, 연구책임자로서 용산기지 안에 직접 들어가 필지 확인 및 지형도 작성 등 기본계획의 토대를 마련하는데 주력하였다. 용산미군기지가 다양한 이슈를 안고 있는 만큼 관련부처간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놓인 갈등 사안이 많았는데, 이에 대해서도 현행 법률을 토대로 법안 검토를 지원하는 등 용산공원화 사업의 법적 기반마련에서부터 계획수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책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것이 조경분야가 용산공원 조성의 출발점에서부터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데 기여한 바가 큼은 물론이다. 또한 국토부에서 추진한 공원녹지제도 개선을 위한 TF에도 참여함으로써, 민간참여 공원조성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도 했다. 그는 “공원 일부를 개발한다는 점에서 반대도 예상되었지만 예산이 수반되지 않을 경우 장기 미집행 문제 해소는 요원하므로 일정부분 타협도 필요했다.”며 이를 정책화하기 위해 영국과 일본 등 해외사례를 집중 연구했다. 이때의 연구를 발전시켜 “도시공원부지에서의 개발행위 특례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 논문을 발표했으며, 연이어 이 논문은 LH연구원의 연구·검토과정을 거쳐 국토해양부의 지침으로 작성·배포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총괄디자이너 제도 시행LH의 보금자리주택 최초의 입주지구이자 친환경 단지로 주목받은 강남보금자리 주택지구에도 김 처장과 녹색경관처의 수고가 담겨 있다. 바로 총괄디자이너(ULD: Urban and Landscape Designer) 제도를 도입한 것. 사업을 진행하면서 현장을 수시로 방문했던 김 처장은 대모산과 세곡천 등 뛰어난 자연환경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시행주체와 공종·블록간 디자인 연계가 미흡하고 공간의 분절·폐쇄 등으로 경관 부조화가 일어나는 문제점을 발견하여 총괄디자이너 제도라는 새로운 조성 패러다임을 제시하였다. 이를 통해 ‘건강한 초록마을’이란 큰 개념을 도출해냈으며 개별 설계로 인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가로경관 및 세곡천변, 공원녹지를 특화하는 한편 통합경관을 구현해냈다. 이런 노력의 결과 강남보금자리 주택지구는 2012년 상반기 한경주거문화대상 단지조경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공사발주 앞당겨 조경건설업계 수주가뭄 해소에 기여처장 취임에 즈음하여 라펜트와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대외적으로 조경설계와 공사 관련 최대 발주기관으로서 LH의 공적 역할”을 강조한 바 있다. 이런 그의 생각은 올해 1조 3천억 원 규모의 조경공사 조기 발주로 이어졌는데, 최근 급랭한 건설경기 침체로 극심한 수주가뭄을 겪고 있는 조경업계에 단비가 되고 있으며, 재정집행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종합조경업의 연간 수주액 규모가 3조 2천억 원쯤인 것을 감안하면 단일기관의 1조 3천억 원의 발주금액은 결코 작지 않은 규모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지역업체의 수주기회 확대를 위하여 모든 공구를 지역의무 공동도급 방식으로 발주하여 도급액의 40% 이상을 지역업체에 직접 공사를 맡김으로써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데도 도움이 되도록 하였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강남세곡, 강남서초, 고양원흥 보금자리주택지구와 올해 위례신도시 및 화성동탄신도시 등 대규모 설계프로젝트에 대해서도 현상공모를 실시하여 건설경기 위축으로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경설계업체에도 수주기회를 제공함은 물론 설계의 질적 향상과 다양한 테마를 부여해 명품 설계가 되도록 했다.
그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LH의 조경업무의 수장으로서, 공기업의 공적역할을 담당해야 할 책임자로서 안으로는 조경직원들의 화합과 권익을 위해 노력하고 밖으로는 공기업의 공적역할을 감당하기 위해서 불철주야로 노력해온 김성용 처장은 ‘자기와의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자신의 지론대로 언행일치를 실천하고 있는 모습을 볼 때 정책분야 수상자로 최적임자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드러나지는 않지만 자신의 위치에서 맡은 바 역할을 묵묵히 해내는 그를 보면서 아름다운 사람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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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올해의 조경인 [특별상]: 김남춘
Kim, Nam Choon (사)한국환경복원기술학회 회장, 단국대학교 녹지조경학과 교수
환경 보호에 앞장서는 조경가기후변화 시대에 들어서면서 자연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폭우나 폭설 등 자연재해의 빈발로 자연환경 훼손이 심각해지면서 자연을 보호하고 복원하기 위한 기술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조경학과 교수가 자연환경 보호에 앞장 선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수상한 것은 개인으로서도 매우 의미가 있는 사실이지만, 사회적으로 조경분야의 위상을 높인 하나의 사건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 국가에서는 1978년부터 자연보호헌장을 선포해 자연환경 보호에 앞장 선 이들에게 상을 수여하고 있는데, 김남춘 교수는 환경부와 함께 ‘생태계보전협력금반환사업’이 초기에 정착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였고, ‘자연마당 조성사업’ 등의 활동에 주력해온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했다. 이외에도 자연환경복원발전재단을 설립해 환경복원분야의 사회적, 제도적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왔으며, 특히 비탈면 녹화 지침을 제도화함으로써 이전까지 무분별한 녹화가 이루어지던 비탈면에 다양한 식생 연출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그는 “어떠한 사업이든 제도적으로 뒷받침돼야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앞으로 조경분야가 주도하는 환경복원의 제도적 틀을 만드는데 더욱 주력할 것”이라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환경, 생태 복원과 관련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관련 제도마련에 힘쓰면서도 실제 복원작업이 이루어지는 곳에서 조경설계와 시공의 역할을 정립하는 일과 자연환경을 어떻게 시민들에게 접근시켜야 할지를 끊임없이 고민하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복지차원에서 생태와 복원으로의 접근 시도‘생태계보전협력금반환사업’은 환경이나 생태의 중요성을 알리고, 생태복원분야의 기술발전을 이루기 위해 김남춘 교수가 주력해서 추진한 프로젝트 중 하나이다. 김 교수가 이 사업에 주력한 까닭은 자연환경 복원사업을 활성화함으로써 균등한 생태복지를 제공하고, 생태복원 관련 신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된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자연마당 조성사업’이다. 그는 도심지 안에 버려진 땅을 회복시키는 이 사업을 통해 도시민들에게 질이 높은 생태계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김 교수는 이 사업이 “자연환경과 관련된 모든 요소들이 발전하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에 생태복원기술발전에 기여하는 바가 높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 사업은 내년에도 계속 이어질 예정으로, 공원과는 또 다른 생태광장 또는 마당 같은 공간이 만들어질 것으로 예견되어 조경분야에서 모색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김남춘 교수는 지난 한해 가장 이슈가 되었던 ‘용산공원 설계 국제공모’의 당선팀인 ‘West 8 + 이로재 컨소시엄(미래를 지향하는 치유의 공원)’의 일원으로 참여하기도 하였다. 컨소시엄 내에서 식재설계 및 복원과 관련한 역할을 맡아 (사)한국환경복원기술학회를 통해 생물다양성 증식의 명장을 비롯한 생물, 생태 전문가들을 동원하여 용산공원 대상지의 생태계를 깊숙이 파고들어 공원에 접목시키려 노력했다.“앞으로 들어서게 될 용산공원은 우리나라 생태복원기술이 총망라된 만큼 살아 숨 쉬는 한국의 대표적인 국가공원이 될 것입니다. 조경 설계와 시공부문에서도 생태적인 측면으로의 변화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렇듯 환경복원 작업에서 다양한 시도를 선도하는 그에게서 자연환경 보호에 대한 남다른 시각을 엿볼 수 있다.
환경복원분야에서 조경의 역할을 확대하는 교량으로서그는 현직 교수인만큼 교육자로서의 책무에도 충실하게 임했는데, 특히 환경복원 육성을 위한 조경분야 인재양성에 열의가 높다. 조경을 전공하는 학부생들에게 생태적인 마인드를 정립시키기 위해 주의를 기울여 강의에 전념하고 있으며, 대학원 박사과정에서도 환경복원 전공과목들을 중점 강의하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단국대학교 죽전캠퍼스에는 직접 환경조경학과 대학원을 설립, 국내 최초로 환경복원전공을 개설하여(1998)년 많은 조경인들이 자연환경관리 및 생태복원 전문가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올 여름에는 (사)한국환경복원기술학회를 통해 ‘환경복원학교’라는 교육프로그램을 신설해 각광을 받았는데, 환경복원 및 생태 관련 전문가들로 강사진을 꾸려 현직 환경부 고위직도 직접 와서 수강할 정도로 호응이 높았다. 또한 그는 환경부에서 추진하는 자연공원기본계획(안) 수립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한 바 있다. 이는 기존에 ‘보존’ 위주로 이루어지던 자연공원정책이 ‘현명한 이용’ 측면으로 변화된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를 통해 조경의 참여 기회가 늘어나는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다.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그는 “현재는 조경분야의 위기라는 말들을 많이 하는데,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조경이 지금보다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환경복원, 생태에 대한 이해를 더욱 높이고 환경복원과 생태적인 측면을 발전시켜서 사회적으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거죠. 조경하는 사람들이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문제에 대해서 지금보다 많은 생각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하며 “한국환경복원기술학회를 이끄는 동안 우리 조경분야의 일자리와 문화, 먹거리를 만들어내는데 더욱 주력할 것”이라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환경, 생태복원분야가 조경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내다보며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도록 환경복원의 전문성을 갖춘 조경가 배출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으며, 환경복원분야를 통해 조경의 운신 폭을 넓히고자 끊임없이 새로운 연구를 시도하며 노력하고 있다. 오늘도 땀 흘리는 그의 뜨거운 열정에 박수를 보내며, 이러한 그의 노력이 기폭제가 되어 환경복원분야에서 조경의 영역 확대가 가속화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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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올해의 조경인 [특별상]: 황지해
Hwang, Ji Hae(주)뮴 대표
남다른 그녀, 황지해전 세계 정원 예술가들의 꿈의 무대이자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영국의 첼시 플라워쇼에서 지난해 한국의 전통화장실을 주제로 한 ‘해우소 가는 길’로 아티즌 가든(Artisan Garden) 부문 최고상과 금상을 동시에 수상해 전 세계 정원마니아들을 놀라게 했던 황지해 작가. 한국인 최초의 수상자이자 첼시 플라워쇼 사상 처녀 출전으로 수상자가 된 유일한 인물인 그녀가 2012년 또다시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올해 또다시 출전한 첼시 플라워쇼에서 ‘고요한 시간: 비무장지대 금지된 정원(Quiet Time: DMZ Forbidden Garden)’으로 쇼가든 부문(200㎡ 규모 대형정원)에서 금상을 수상하여 2회 연속 진출, 2회 연속 금메달 수상이라는 기록을 세운데 이어, 영국왕립원예협회 회장상의 초대 수상자가 되는 등 첼시 180여 년의 역사를 통틀어 찾아보기 힘든 진기록을 세운 것. 특히, 올해 신설된 영국왕립원예협회 회장상은 첼시 전체 참가자 800여 개 기관 중 최고작에게 수여되는 명예로운 상으로, 한국정원이 첫 수상작이 되었다는 점에서 역사와 전통, 기록을 중시하는 영국사회에서 또 한 번의 이변을 만들어 낸 점은 황지해 작가만의 능력이자 한국문화계에 큰 쾌거가 아닐 수 없다.“저에게 이런 소중한 마음을 써주신 분들께 먼저 감사드립니다. 더 열심히 하라는 권유와 격려라고 생각하고 주어진 자리에서 더욱 성실한 자세로 임하겠습니다. 드러나지 않은 곳에서 진실 되게 살아가는, 가난하지만 부유한 예술가들과 그리고 우리 조경인들과 이 기쁨을 함께 하겠습니다.” 2012년 이례적인 수상기록을 세워 “디테일의 귀재”, “세계 가드닝의 흐름을 자연주의로 회귀시키는 중요한 전환점”, “첼시 역사상 가장 창조적인 작품 중 하나” 등의 찬사를 받으며 전 세계 언론을 떠들썩하게 했던 황지해 작가. 이젠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정원디자이너로 자리매김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수상보다 올해의 조경인 수상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순박한 미소를 전하는 그녀는 과연 조경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지 문득 궁금해졌다.
조경, 정원 그리고 정원문화“자연과 함께하는 조경가가 가장 본질적이고, 현실적이며, 열정과 미래를 향한 혜안을 가진 사람들이라 생각해요. 잃어버린 가치와 화해하고 회복시키는 작업이 조경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조경분야는 균열과 상처가 있는 곳에 영혼을 어루만질 수 있는 안식처를 제공해 주는 세상에서 가장 고상한 언어로 말하는 분야라 할 수 있지 않을까요.”그녀의 말에서 정원과 조경에 그녀 스스로 부여한 높은 이상과 가치를 느낄 수 있었다. 국제대회에서의 수상은 당연히 이러한 생각에 황 작가만의 풍부한 감성과 예술적 재능이 더해져 아름다운 작품으로 승화된 결과지만, 사실 첼시 플라워쇼나 국제정원박람회에 나가는 것은 하나의 정원을 조성하는 ‘공사’의 개념이기에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주제를 정하고 디자인을 도출해, 컨셉에 맞추어 국내에서 반출한 식물의 개화시기를 맞추는 등 기술적인 부분은 물론이고, 정원문화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요원한 한국의 사회적 상황에서 함께 출전할 스폰서에 대한 부담까지 떠안아야하는 실정이다 보니 참가하는 작가 1인에게 부과되는 부담은 상상 그 이상이다. “지난해 해우소를 마치고 스폰서와 지속적인 연락과 타진을 해나갔습니다. 올해 사이트 배정이 확정되었고, 긍정적으로 추진되고 있었는데, 순탄히 진행되다가 믿고 있었던 마지막 스폰서까지 잃게 되어 한동안 공황상태였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광주시장님을 비롯해 남광건설, 호반건설 등 지역의 기업들과, 런던의 펜셔너들과 한국전 참전용사들이 마음을 모아주어 70명의 기부자와 함께 DMZ Garden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순수하게 작품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어려운 상황에서 기술이나 체력적인 문제보다 예산과 관련한 어려움이 더욱 크고, 출품무산위기에 대한 불안감에 얼마나 마음을 졸였을지 크나큰 압박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하지만, 2011, 2012년 첼시 플라워쇼의 연속 수상 및 2012년 최고상 수상은 물론, 첼시 플라워쇼 수상 경력을 가진 세계 각국의 정원 디자이너들이 세계 최고의 자리를 두고 경쟁을 벌이는 2012 일본 가드닝 월드컵 초청 및 수상, 2013년 쇼몽국제정원박람회 초청 등 자그마한 체구에 가냘픈 몸의 동양 여성이 세계 언론을 집중시키고 유럽 정원분야에 한류를 이끌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서 앞으로 한국 정원문화와 산업의 관심을 끌어올릴 촉매제이자 밝은 청사진이 보이는 듯하다.
작가 황지해의 꿈황지해 작가는 현재 (주)뮴의 대표로서 국내에서의 본업에 충실하면서도 국제대회들에 대한 관심도 늦추지 않고 있으며, 2012년 첼시 플라워쇼 출품작인 DMZ Garden이 퀸 엘리자베스 올림픽파크에 영구적으로 유치됨으로써 정원이 평화의 메신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국제적인 활동과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지금도 꿈이 무엇인지 생각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어려서 막연하게 작가가 되고 싶었는데, 막상 작가라는 말을 듣다 보니 부끄러워지더군요. 글 쓰는 작가들은 고전이 되는 명서를 남기는데, 저는 글 쓰는 것이 서툰 대신 좋은 책 한 권 같은 정원을 만들고 싶습니다. 정원이 문화와 산업에 있어 두루 중요한 원론적인 이유는 정원이 선진사회 구성원들의 삶의 로망이자 라이프스타일을 이끄는 문화예술의 결정체이기 때문 아닐까요.” 한국의 정원문화 확산을 위해 경제적이고 정치적인 문제와 상관없이 뛰어난 감성과 실력을 겸비한 잠재되어있는 작가들의 생각과 표현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황지해 작가는 현재 우리 정원문화의 한 단계 비상을 꿈꾸며 순천만정원박람회에 집중하고 있는데, 다가오는 순천박람회가 그런 계기의 시작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그 누구보다도 분주했던 올 한 해를 마무리하고 있는 그녀의 꿈과 열정에 이번 제15회 올해의 조경인 수상이 모든 조경인들의 기대와 응원으로 더해져 한류 조경작가로서의 정원문화 외교에 보다 지속적이고 발전적인 원동력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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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조경계 10대 뉴스
Top 10 News of Korean Landscape Architecture 20121. 용산공원 설계공모, 국가공원법 발의 등 국가공원 가시화 근접2. ‘소통’을 화두로! 조경 관련 단체 다양한 시도 눈길3. 도시농업 품은 경기정원문화박람회4. ‘2012년’에 담겨진 한국조경사5. 조경과 대중의 연결을 위한 서울시의 시도 돋보여6. 황지해 작가, DMZ 정원으로 첼시 플라워쇼 최고상 수상7. 도시숲, 도시텃밭 등 조경 관련 법, 제도 제·개정에 따른 논란8. 최초의 조경직 국가공무원 드디어 선발돼9. 시민참여시대의 확산, 수원그린트러스트 출범10. 2012 여수세계박람회 개최
본지는 매년 송년 특별기획으로 조경 관련 단체장 및 본지 자문위원, 편집위원들과 함께 국내 조경계 안팎에서 있었던 주요 조경계 뉴스들을 선정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20여 개 가까운 후보들 중에서 논의 과정을 거쳐, ‘용산공원 설계공모, 국가공원법 발의 등 국가공원 가시화’, ‘조경 관련 단체, 소통을 위한 다양한 시도’ 등을 비롯하여 최종 10대 뉴스를 선정하였으며, 이외에 ‘황지해 작가, DMZ 정원으로 첼시 플라워쇼 최고상 수상’, ‘2012 경기정원문화박람회’, ‘조경과 대중의 연결을 위한 서울시의 시도’ 등이 비중 있는 이슈로 검토 되었습니다. 2012년 조경계 10대 뉴스의 주요내용과 월별 주요 뉴스 일지를 통해 한해를 되돌아보고, 2013년을 새로운 마음으로 준비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지면을 빌어 조경계 10대 뉴스 선정에 참여해주신 선정위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Each year, ELA has selected “Landscape Architecture News of the Year” with the heads of landscape architecture organizations, and our consultants and editorial staff. Out of the 20+ nominees of this year, top 10 major news stories were selected after discussions, which include “Yongsan Park Design Competition” and “Gyeonggi Garden Culture Exhibition” In addition, urban forest act and the legislation and changing of other landscape architecture related laws and regulations were also discussed as one of the important issues. The feature article on top 10 news stories and monthly hot issues will hopefully provide a chance to look back over the year and prepare for the year ah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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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을 마무리하며
한국 조경 40돌. 그러나 생일상은 없었다. 아니 예년보다 밥상이 신통치 않았다. 힘들 줄 짐작했었지만 정말 어려운 한 해였다. 그런데도 ‘조경 자격증이 노후보험’이란 현수막이 도심의 자격증 학원 앞에 걸려있다. 중장년층 취득 자격증 순위에선 조경기능사는 4위를 달리며 조경을 유망 업종으로 선전하고 있다. 그렇게 배출된 기능인들이 전문건설업을 쉽게 등록하여 조경공사업 업체수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2010년 현재 1,451개).
조경은 과연 그렇게 노후를 보장해 주는 산업인가?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전반적인 건설경기 퇴조 속에 조경이란 배는 올 한해 요동을 쳤다. S엔지니어링은 작년 말에 크게 휘청거린 뒤 지금도 회생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또 다른 엔지니어링은 휴대폰으로 인원감축을 알린다는 흉흉한 소문이 연초부터 떠돌았다. 지켜보는 이들의 사정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올해 조경 분야에서는 협력사 담당자가 갑자기 바뀌는 경우가 많았다. 경영난에 어쩔 수 없이 직원을 줄인 곳이 허다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정은 설계사무소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원인은 일감 감소이다. 설계물량 감소는 곧 시공물량 감소로 이어진다는 것을 생각하면 긴 한숨이 나온다. 그나마 행정·혁신도시 건설과 4대강 사업에 의존하여 겨우 버텨온 건설사들에게 올 겨울은 빙하기의 시작처럼 여겨진다.
지금의 어려움보다 더 큰 문제는 흐릿한 앞날에 있다. 어려움은 항상 기대와 희망으로 극복할 수 있는데 말이다. 한국건설경영협회가 10월에 연 ‘2013년 건설시장 환경변화와 대응발표회’에서 내년도 전망이 나왔다. 국내 건설시장이 올해보다 1.3% 증가에 그칠 것이라 한다. 건설을 비롯한 모든 시장의 확대는 수요 증가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수요 증가에 반하는 저출산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그 미래는 지금 일본의 모습이다. 저출산 문제는 비정규직으로 대표되는 고용불안, 교육비 부담, 주택문제 등의 사회문제와 도미노처럼 연결된다. 얽히고설켜 쉽게 풀지 못하는 난제들이다. 헝클어진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단칼에 해결한 알렉산더의 지혜가 아쉽기만 하다.
어려운 상황에서 <환경과조경>은 연속특별기획을 마련했다. ‘한국조경의 오늘을 진단하다’가 지난 8월부터 진행되었다. 어려움을 서로 나눔으로써 힘을 얻기 위함이었다. 넉 달에 걸쳐 조경의 각 축을 이루는 여러 실무자들이 오프라인과 온라인상에서 모였다. 문제점 인식과 진단, 그리고 새로운 가능성과 비전을 얘기했다.
이야기의 시작은 3040세대가 이끌었다. 이들은 조경계의 허리층이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이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는 연령대이다. 그러나 ‘끼인 세대’로서 먹고 살기 각박하여 사실상 조경분야와 관계된 일은 관심 밖이라는 말이 나왔다. 뜻밖이었다. 여기저기서 이렇게 튀어나오는 자조어린 언어에서는 현실에 대한 당혹감이 그대로 묻어있었다. 그동안의 공급과잉에 중독되어 더 크게 성장할 동력을 키우지 못했다는 자성도 나왔다. 때문에 ‘풍성한 현상설계나 턴키와 같은 설계 중심의 발주방식으로 조경설계의 르네상스임을 의심하지 않았지만…’이라는 회상에서는 “우리가 거품에 취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들게 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이를 ‘소탐대실’로 표현했다. 조경계 내부의 문제점으로 인접분야와 비교되는 낮은 기술 전문성이 지적되었다. 그럼에도 조경계 내부의 소통과 교육 시스템은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고, 지금도 도시숲과 도시농업 등으로 밀고 들어오는 외부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는 진단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매체가 그 분야의 이슈를 꺼내서 건드려야 한다는 언급은 언론 입장에서 매우 교훈적이다. 조경계 전체의 어려움 속에서 매체라고 예외일 수 없다. 내부적인 어려움은 외부적인 의존을 낳고, 그 과정에서 언론의 독립성이 훼손될 빈틈이 생긴다. ‘현재의 매체가 산업계와 함께 움직이는 것 같다’는 지적은 그러한 징조의 포착이리라. 건축계의 〈공간(space)〉지는 이를 차단하기 위해 광고를 일절 싣지 않고, 국제적 수준의 매체로 발전시켰다. 물론 공간건축설계사무소의 물적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건축인의 관심 부족으로 지금 경영난에 봉착해 있다. 매체는 항상 분야의 고른 발전을 위해 독립성을 지켜야 하고, 시장에선 그 노력을 지켜주어야 함을 잘 보여준다.
뒤를 이은 50대 조경인들의 좌담회에서는 3040세대와는 또 다른 느낌을 주었다. 이미 기성 조경인으로 우뚝 선 분들이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지난 20년간 조경의 황금기를 구가했지만 솔직히 우리 자신의 노력으로 만든 성과가 아니었다.’는 자성은 비슷하였다. 3040세대가 언급한 조경설계의 르네상스가 실은 비정상적인 물량 폭주에서 비롯되었음을 일깨워 주었다. 그리고 그런 거품을 양산했던 아파트 건설경기의 둔화를 자연적인 사회진화현상의 결과로 해석했다.‘눈앞의 이익’이나 ‘당장의 어려움 회피’에만 매달리지 말자. ‘비전’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고, ‘이 기회에 먼 시야로 우리 분야의 고유한 가치를 확인하고 재정립해 나가자.’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한편, 두 분의 설계종사자는 좁은 시장의 한계를 ‘해외로의 진출’로 뚫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 ‘설계품의 신장’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했다. 해외시장 진출은 3040세대보다 오히려 더 적극적이었다. 해외 진출을 위한 걸림돌인 회사규모나 자본력의 한계 극복을 위해 합자회사운영방식으로 공동투자, 운영관리와 같은 구체적인 제안까지 나왔다.
해외 한인 조경가들의 SNS토론은 조금 관점이 달랐다. 앞의 두 집단과는 다른 얘기들이 많았다. ‘한국적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로 치부하여 성토한 열성 독자까지 있었다. 그러나 원래가 타자적인 시각에서 한국 조경의 민낯을 보고자 한 기획이었다. 한국 조경에 대해 ‘틀에 박혀있다.’ 혹은 ‘스타일과 빛’에 대한 논의의 부재가 지적되기도 했다. 그 원인도 같이 제시하고 있다. 첫째, 클라이언트의 폭이 좁다. 둘째, 프로젝트의 타입이 적다는 의견이었다. 그리고, 이것 역시 근본적으로 시장의 한계에서 비롯됨을 그들도 잘 알고 있었다.
시공인과 교육인의 목소리에서도 흘러나왔다. 그것은 막연한 낙관론, 외형적 성장에 도취, 화수분의 시대 등으로 표현되었다. 모두 지난 시대에 대한 자성이다. 특히 ‘조경의 전문성을 높이는 등의 경쟁력 향상에 게을리 하였다.’는 반성은 앞서 다른 집단에서도 공통되게 나왔던 고백이다. ‘무늬만 전문인’이라는 말로서 전문성 부족을 꼬집었다. 10년 전인 2000년에 440개였던 조경공사업체수가 2010년에 1,451개로 늘어났다. 이렇게 급증한 조경업체가 과연 더 나은 전문성으로 무장하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자. 그렇지만 ‘전반적인 사회분위기가 개발과 조성의 토건시대에서 복지와 문화의 시대로 변해가는 상황에서, 조경이 새롭게 가치를 인정받고 새로운 업역을 확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는 긍정적 해석도 나왔다.
발전은 변화에서 비롯되며 자성은 변화를 추동한다. 여기에 이번 논의의 의미가 있다. 4회에 걸친 기획 논의가 40돌을 넘어가는 한국 조경의 더 나은 발전을 위한 좋은 밑거름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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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사와 암트랙의 교훈
미국국영철도회사 암트랙(Amtrack). 철도사업을 목적으로 19세기 중반에 설립되었으며 때마침 불어닥친 서부개척 붐으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20세기 초에 세계최대 철도왕국이 되었다. 2차대전 무렵까지 발전을 거듭했다. 그러나 2차대전은 전투기와 연관된 항공산업을 급성장시켰고, 곧 비행기는 버스와 함께 기차의 경쟁자가 되었다. 암트랙은 점차 경쟁에서 뒤쳐져 20세기 후반에는 적자만 연간 10억 달러에 이르게 된다. 그 때까지도 암트랙의 사명은 오로지 철도사업이었다. 암트랙의 쇠락은 오늘날 마케팅 근시안의 대표사례로 꼽힌다. 만일 철도업으로 한정하지 않고 운송업으로 사업범위를 넓게 규정하여, 고객지향적으로 대응했다면 어떠하였을까? 아마 혁신의 기회는 더 많았을 것이다. 암트랙은 도산이 다가오자 뒤늦게 ‘인간화된 여행’을 내세워 여행 서비스에 초점을 맞췄다. 비로소 넓은 관점에서 다양한 사업전략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이미 넘어간 시장을 돌이키기엔 많이 늦은 시점이었다.
그럼 조경의 사명은 무엇인가? ASLA(미국조경가협회)는 20세기 초에 ‘조경은 인간의 이용과 즐거움을 위하여 토지를 다루는 기술’이라 정의했다. 21세기에 와서는 ‘조경가는 하늘 아래 대부분을 디자인 한다.’고 선언했다. 이것은 조경 대상의 무제한적 확장이다. 최근 갈수록 인접분야와 경계가 희미해지는 상황에서 나온 ASLA의 새 정의는 조경의 외연을 향한 전면전 선포였다. 그런데 과연 조경인들은 그에 걸맞게 공세적인가?
2012년 대한민국 수도권 신도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 만들어진 주민텃밭은 놀랄 만큼 인기가 좋다. 희망자가 많아 결국 추첨으로 매년 경작자를 정한다. 그 여파로 최근 설계 중인 신도시와 보금자리 주택설계에는 텃밭이 많이 들어가고 있다. 이렇게 수요자의 욕구는 빠르게 커가고 다른 분야에선 신속히 반응한다. 광역지자체의 농업지원센터에서 대부분 도시농부학교를 열고 있다. 특히 아그로 시티(Agro-city)까지 언급하는 서울시가 제일 재빠르다. 결핍은 욕망을 부르기에 가장 도시화된 곳에서 외려 경작의 욕구가 커졌는지 모른다. 지난 10월에 건축조례를 고쳐 텃밭을 조경시설에 넣었고 11월에는 자투리땅과 유휴 건물옥상, 공·사유지 등을 텃밭으로 활용하는 도시농업육성 및 지원 조례를 공포했다. 이러한 정책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조경계 안에서 적지 않다. 식물과 시설물 같은 조경 재료가 거의 들어가지 않기에 더 그런지 모른다.
그러나 황정임의 연구(2010)를 보면, 이미 전국 도시 지역에 거주하는 20살 이상의 성인 가운데 도시농사를 경험한 경우가 20%에 육박한다. 도시농사를 단순히 농촌향수나 식량자급 정도로 보는 것은 표피적이다. 오히려 일정한 도시화 단계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런 현상이지 않을까? 충분한 여가시간이 있어야 가능할 뿐 아니라 고령화 사회와도 맞닿아있음에 주목하자. 아렌트(Hannah Arendt)식으로 본다면 도시농사는 생존의 목적이 아니기에 노동(labor)일 수 없고 작업(work)에 더 가깝다. 사유지가 아닌 공적 공간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며, 새로운 도시를 위한 시작의 가능성을 가진다는 점에서 행위(action)로까지 격상시켜 볼 수도 있다. 이때의 행위는 르페브르)Henri Lefebvre)가 말한 도시민의 ‘도시에 대한 권리’ 주장으로서, 도시 공간을 충분히 ‘전유할 권리’로 봐야 한다. 소비 중심의 여가활동에서 벗어나 위험사회를 살아가는 대중의 현명한 선택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도시농사는 조경의 외연을 넓히는 길목에 서 있다. 물론 조경인 중에서도 각자의 세부영역에 따라 일시적으로는 이해관계가 엇갈릴 것이다. 그러나 길게 보면 조경 분야의 확장으로 연결될 수 있고 새로운 이익이 창출될 수 있다. 도시농사 인구가 늘면 결국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서울시의 도시농업 관할부서 결정에서 시의회가 공원녹지국 대신 타 부서를 선정했음을 잊지 말자. 누구를 탓하랴. 조경 분야에서 도시농사에 대한 충분한 이론개발과 기술축적을 못했기에 가져온 결과일 것이다.
이러한 아픔을 되풀이 하지 않으려면, 조경과 도시농사의 굳건한 연결고리가 필요하다. 일반인들에게 조경과의 연관성을 인정받아야 하고 인접분야와의 논리싸움에서도 져선 안 된다. 이를 위해선 조경계 각 분야에서 공통된 노력이 있어야겠지만, 아예 대학 교과목에 도시농사 관련 과목을 못 박아 둘 것을 제안하고 싶다. 그렇게 되면 누가 조경과의 연관성을 부인할 수 있겠는가? 아울러 자연스럽게 학계의 관련 연구도 촉발시킬 것이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거쳐 배출된 조경인력은 한결 적극적으로 도시농사를 조경의 영역으로 영토화 할 것이다. 문명의 참된 기준은 그 나라가 어떤 인간을 양성해 내느냐에 달려있기에(Ralph Waldo Emerson), 조경의 미래를 위해선 어떤 인력을 배출하느냐가 항상 중요하다.
Amtrak, the national railroad operator of the United States, was established in the mid 19th century. Shortly after its foundation, Amtrak witnessed the beginning of the westward movement, which helped a great deal in making it become the most successful railroad companies in the world by the early 20th century. It continued its growth until the outbreak of the World War II, which led to the rapid development of the aviation industry with the large-scale production of combat planes. Soon enough, planes emerged as the biggest competitor of trains, along with buses. Amtrak, slowly but steadily, fell behind the competition, which resulted in the annual deficit of up to 1 billion dollars in the last 20th century. Until then, the giant corporation had focused solely on operating a railroad. The decline of Amtrak is a classis example of a shortsighted marketing strategy. What if the company had extended its business range, developed into a freight service provider, and become more customer oriented? It would have had much more opportunities of innovation. It was on the verge of bankruptcy that the company shifted its focus to travel service with the slogan of ‘humanized journey.’ Finally a variety of business strategies were invented and implemented, but it was too late to turn the tables around. Then what is the purpose of landscape architecture? American Society of Landscape Architects(ASLA) stated “landscape architecture is a technique to manipulate land for human use and enjoyment” at sunrise of the 20th century. The organization also claimed, “landscape architects design almost everything under the sun” in this century. This means that the subjects of landscape architecture have become boundless. The new definition of landscape architecture implies that the industry is seeking to extend the scope of its operation when other related industries battle against each other to keep their boundaries. A very important question arises here: are landscape architects in Korea engaged actively enough? It is surprising that a vegetable garden at an apartment complex in one of Seoul’s new towns is so popular among residents that each tiller of the small portion of the land is chosen by lot every year. Reflecting this phenomenon, a vegetable garden is included in an increasing number of new apartment construction projects. The more rapidly the demand of consumers grows, the more quickly the industry reacts to it. Most of the agriculture support centers managed by local government run urban farming schools. In particular, the Seoul Metropolitan Government is leading the trend, calling itself ‘Agro-city.’ As scarcity results in desire, an appetite for agriculture may have become the greatest in the most urbanized region. In October, a construction ordinance was revised to include a vegetable garden in the landscape architectural facilities. In November, a
urban agriculture development and support ordinance was proclaimed to make use of small pieces of land, rooftops of unused buildings and public and private land as vegetable gardens. Among landscape architects, there is growing concern about the policy. According to the research conducted by Hwang Jeong-im in 2010, however, approximately 20% of the grown-ups living in the metro region of the nation have experienced urban agriculture. It would be off the point to conclude that the popularity of urban agriculture is based merely on the nostalgia for country life and the need for food self-support. Rather it seems to be a natural stage of development as urbanization continues to take place. It cannot be denied that the trend is closely connected with sufficient leisure time and an aging society. As Hannah Arendt points out, as it is not for survival, urban agriculture is not labor, but work. It can even be considered an ‘action’ as urban agriculture involves showing one’s identity in public space and discovering new possibilities for innovating urban landscape. The ‘action’ in this context refers to asserting ‘a citizen’s right to a city’ according to Henri Lefebvre. This can be a clever choice of the public eager to spend less and enjoy more, living in a high risk society. It seems likely that urban agriculture will extend the scope of landscape architecture. Of course, there can be conflicting interests among different landscape architects. In the long term, however, it will lead to the extension of the industry and new opportunities to make profits. As the number of urban farmers grows, a new market will be created. Please do not forget that the Seoul Metropolitan Council did not choose Parks and Forest Planning Bureau as a primary action agency for urban agriculture. The landscape architecture industry should have developed competitive theories and techniques. In order not to be faced with another sad experience, the industry needs to find a strong connection between landscape architecture and urban agriculture, and make people see that these two are closely related. Each section of the industry should work together to achieve this goal, and it will be much more effective if urban agriculture is included in a regular college education. Then no one would deny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industry and urban agriculture. In addition, it would encourage academic researches on the subject. Landscape architects educated in this atmosphere will be knowledgeable about urban agriculture and more active on broadening the horizon of the industry. As Ralph Waldo Emerson once said, the true quality of a civilization depends on what kind of men and women it fosters. In the same manner, the future of landscape architecture relies on what kind of landscape architects it crea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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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일본 가드닝 월드컵
Gardening World Cup Flower Show 2012 in Japan
세계 최정상급 정원 디자이너들이 벌이는 각축의 장첼시의 별 황지해 아쉬운 동상 수상, 최근 악화된 한-일 정세 영향인 듯
영국 첼시 플라워쇼에 2년 연속 진출하여 금메달과 함께 최고상을 수상하며 일약 세계적인 정원 디자이너로 떠오른 황지해 작가가 전 세계 10개국 최정상의 작가들이 한데 모여 경쟁을 벌인 일본 ‘2012 가드닝 월드컵’에서 안타깝게도 동상을 수상했다.함께 출전한 디자이너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황 작가의 정원을 최고의 정원으로 꼽은 가운데 나온 발표여서 정원 자체의 작품성보다는 독도 문제 등 최근 급속히 냉각된 한-일 관계가 심사에 영향을 준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드는 결과였다.시상식이 열린 지난 9월 28일, 가드닝 월드컵이 개최된 나가사키 하우스텐보스 현장에 본지가 직접 취재를 다녀왔다.
작가들이 인정한 최고 중의 최고사실 황 작가의 동상 수상은 이번 행사가 세계 정상급의 작가만을 모아 놓고 벌이는 그야말로 별들의 전쟁이었다는 점에서 그리 나쁜 결과는 아니다. 오히려 첼시 플라워쇼 연속 2관왕이자 최고상을 수상한 그녀의 저력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음을 확인시켜주었다고 할 수 있다.실제로 이번에 참가한 작가들에게 기자가 직접 인터뷰를 통해 확인한 그녀의 정원은 단연 으뜸이었다. 그들은 대부분 황 작가의 정원을 최고로 꼽는데 주저함이 없었다.황 작가의 정원 바로 옆에 작품을 만든 프랑스 작가 제임스 바송(James Basson)은 “공사를 하면서 그녀의 작업과정과 결과물을 지켜보는 것 자체가 놀라운 경험이었다.”며 “그녀의 작품은 이 세상 누구도 절대 복제할 수 없는 독보적인 독창성을 가졌으며, 동시대의 심사기준으로는 평가할 수 없는 절대적인 예술의 경지이다.”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첼시 플라워쇼가 배출한 인기 작가인 이탈리아의 조 톰슨(Jo Thompson) 역시 그녀의 정원을 직접 찾아와 정원에 담긴 이야기를 듣곤 “황 작가의 작업은 지극히 새롭고 마법처럼 매혹적(magical)”이라며 감동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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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경기정원문화박람회
2012 Gyeonggi Garden Culture Exposition정원과 도시농업, 대중에 다가서다
생활 속 정원문화 확산, 그 성공을 엿보다지난 10월 12일부터 3일간 수원 청소년문화공원에서 ‘공원, 도시농업을 품다’라는 주제로 개최된 제2회 경기정원문화박람회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정주현 감사(사)한국조경사회는 “정원문화 확산이라는 취지에 걸맞게 모델정원을 비롯한 다양한 정원이 전시되어 있어 볼거리가 많다. 2년마다 한 번씩 개최되는 것도 좋지만, 해마다 개최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박람회의 개최시기도 봄으로 설정하여 보다 다양한 볼거리를 창출할 것을 제안하였다. 이번 박람회에서는 특히 관련학과와 단체가 조성한 실험정원, 수원시민이 직접 만들고 가꾼 시민정원도 참신한 아이디어와 독특한 소재, 높은 수준으로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이는 생활 속 정원문화의 확산과 시민참여를 통해 도시의 공공공간을 완성하고자 했던 시대의 흐름과 경기정원문화박람회가 의도했던 목적을 성공적으로 달성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시민들은 조성된 정원 곳곳에서 돗자리를 펴고 피크닉을 즐겼으며 카메라 셔터소리도 그치지 않았다. 경기우수농산물판매장에서는 원예용품과 식물 등을 판매하여 흥겨운 장터 풍경도 연출되었다.
생활 속 정원문화 확산, 그 성공을 엿보다지난 10월 12일부터 3일간 수원 청소년문화공원에서 ‘공원, 도시농업을 품다’라는 주제로 개최된 제2회 경기정원문화박람회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정주현 감사(사)한국조경사회는 “정원문화 확산이라는 취지에 걸맞게 모델정원을 비롯한 다양한 정원이 전시되어 있어 볼거리가 많다. 2년마다 한 번씩 개최되는 것도 좋지만, 해마다 개최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박람회의 개최시기도 봄으로 설정하여 보다 다양한 볼거리를 창출할 것을 제안하였다. 이번 박람회에서는 특히 관련학과와 단체가 조성한 실험정원, 수원시민이 직접 만들고 가꾼 시민정원도 참신한 아이디어와 독특한 소재, 높은 수준으로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이는 생활 속 정원문화의 확산과 시민참여를 통해 도시의 공공공간을 완성하고자 했던 시대의 흐름과 경기정원문화박람회가 의도했던 목적을 성공적으로 달성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시민들은 조성된 정원 곳곳에서 돗자리를 펴고 피크닉을 즐겼으며 카메라 셔터소리도 그치지 않았다. 경기우수농산물판매장에서는 원예용품과 식물 등을 판매하여 흥겨운 장터 풍경도 연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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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회 조경인 체육대회
The 22nd Landscape Architects Athletic Meeting스포츠로 함께하는 조경, 하나 되는 조경인
지난 9월 21일 51개사 600여 명의 조경인이 한 자리에 모인 가운데 우정과 화합을 다지는 한마당 잔치 ‘제22회 조경인 체육대회’가 펼쳐졌다. 행사를 주최한 (사)한국조경사회 이민우 회장은 “어려운 건설경기에 자리해줘 기쁘다. 한강의 정기를 받아 발전하는 조경인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으며, 권오준 고문KECC 부사장은 “오늘 조경인 체육대회가 벌써 22회를 맞이했다. 조경인이 모두 뭉쳐서 정보도 교환하고, 서로 단합할 수 있는 자리로 만들자”고 행사 개최를 축하했다. ‘함께하는 조경, 하나 되는 조경인’이라는 타이틀로 열린 이번 체육대회는 최종필 부회장㈜필코이엔씨 대표의 개회선언에 이어 선수단 대표 이영미 과장㈜예건의 선수단 선언문 낭독으로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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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이 뮤센이
Mihaly Mocsenyi
IFLA가 선정하는 2012 Geoffrey Jellicoe Award 수상자로 헝가리 Mihály Möcsényi 교수가 선정되었다. 헝가리 출신의 Mihály Möcsényi 교수는 1945년부터 교직에 몸담아 왔으며, 조경디자인과 정원 영역을 가르쳐온 헝가리 조경분야의 살아있는 역사이기도 하다.
Q. 오랫동안 IFLA에서 활동하시며, 1982년에는 IFLA 중앙회 부회장에 선출되고, 1986년부터 1990년까지 IFLA 회장을 역임하셨는데, 중책을 맡으신 그 기간 동안 어떤 기회들과 도전들이 있었는지요? 그리고 언제가 가장 기억에 남는 시기였습니까?
A. 먼저 Ormos 교수님은 1978년부터 1979년까지 헝가리 조경교육을 세계적인 수준에 맞게 높은 수준으로 이끌어주신 저명한 분으로 저의 전임자이십니다. 저는 그의 후임으로서 조경교육을 재정비하고자 하였습니다. 초기의 1단계였던 교육과정을 충분한 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는 2단계 교육과정으로 바꾸려고 했습니다. 이는 공공 녹지공간계획에 대한 요구와부다페스트와 헝가리의 소도시 개발에 대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권한이 있는 정부기관에서 미리 약속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제 계획안은 결국 승인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은퇴를 신청하게 되었지요. 당시 공산주의 정부에서 이미 해외여행을 승인한 상태여서, 그 기회를 잡아 IFLA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제 목표 중의 하나는 구 소련을 포함하여 구 소련의 지배하에 있던 여러 나라의 조경가들이 IFLA 회원이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더 큰 목표는 IFLA 회의가 동유럽권 국가에서 개최되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가능하면 제 조국에서 개최되길 바랐습니다. 이후 1984년에 헝가리에서 열린 IFLA 회의는 꽤 성공적이었죠(물론 한국에서도 참가했었습니다).
Q. 당신은 동구권 국가들을 IFLA 회원국으로 받아들이고, 국제 관계를 위해 이들 국가를 드러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셨습니다. 이런 활동을 하게 된 동기와 목적, 이들이 가진 기회와 도전에 대해 좀 더 상세하게 설명해주시겠습니까?
A. 동구권 국가들 중에 폴란드는 IFLA 설립국 중의 하나였습니다. 많은 동유럽 국가들은 그렇지 못했지요. 구소련도 속하지 못했었습니다. 여러 전문적인 조경가들과 연락하기 위한 지원기관이 설립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에트 지역 조직체는 찾아보기도 어려웠고 그들과 연결되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또한 권력기관을 설득하여 소비에트의 조경가들이 IFLA에 가입하도록 하는 일도 어려운 일이었습니다(아마 한국이 북한의 전문가들을 IFLA의 회원국이 되도록 전문 집단을 조직화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제 목적은 동구권의 개방을 통해 이들이 하나의 조직에 소속되고 다른 나라의 조경가들과 서로 도우며 우리 지구의 경관을 향상시키고 가꾸는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