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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셉테드 디자인의 법제도적 변화와 평가
    우리 사회는 범죄로부터 안전한가?우리 사회는 범죄로부터 안전한가? 시민들은 여전히 안전한 삶에 대한 자유와 권리를 보장받고 있는가? 범죄로부터 안전한 환경은 무엇인가? 인간의 동기부여에 관한 욕구를 5단계로 구분한 미국의 심리학자 매슬로우1908~1970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가 의식주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생리적 욕구이며, 이 욕구가 어느 정도 충족되면 두 번째 단계로 신체적, 감정적인 위험으로부터 보호되고 안전해지기를 바라는 안전의 욕구라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생리적 욕구와 안전의 욕구가 충족되었을 때 비로소 사회적 관계의 발전과 자아실현이라는 삶의 질을 성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통계청은 시민들의 범죄두려움 및 생활안전에 대한 인식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폭력범죄, 살인 등 흉악범죄, 성폭력범죄, 약취유인범죄, 방화 및 실화범죄 등 5대 강력사범은 최근 10년간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였으나 2012년에 들어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고 있다고 밝혔다.위와 같은 공식적인 범죄지표가 아니어도 최근 발생하고 있는 성폭력, 가정폭력, 학교폭력의 문제는 시민의 안전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한 우리 사회의 안전인프라의 현 주소를 보여주고 있다.그동안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치안이 유지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져왔으나, 국민들의 범죄두려움에 대한 체감지수는 점차 상승하고 실제 시민의 삶에 영향을 주는 주요 범죄도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원인으로는 다양하고 복잡한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요인들이 있을 것이다. 특히 범죄문제에 관해 철저하게 경찰력에만 의존해온 범죄대응시스템의 한계가 주요 요인일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범죄문제가 경찰력만으로 결코 해결될 수 없으며 보다 다양한 사회구성원의 참여와 관심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그동안의 많은 연구결과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최근 범죄예방을 위해 각종 도시 문제, 특히 범죄와 환경 사이의 관련성을 찾으려고 하는 노력들이 지속적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의 중심에는 CPTED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 환경설계를 통한 범죄예방가 있다.
  • 범죄예방 환경설계 현황과 전망: 개념정의와 인증 체계
    한국셉테드학회 범죄예방 환경설계 인증 개요2010년 3월 창립된 (사)한국셉테드학회(Korea CPTED Association)는 건축물과 도시공간 유형별로 적용할 수 있는 범죄예방 환경설계 평가기준을 개발하여 ‘범죄예방 환경설계인증’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범죄예방 환경설계 인증은 (사)한국셉테드학회 산하 ‘셉테드 인증센터’의 범죄예방 환경설계 인증에 관한 규정 및 인증 매뉴얼에 따라서 진행되며, 인증의 대상은 ‘공동주택, 학교시설, 공공시설, 가로구역(지구단위), 상업시설 및 업무시설’로 구분된다. 범죄예방 환경설계 인증여부는 인증 위원회(인증 평가위원과 인증 자문위원으로 구성)의 평가 결과에 의해서 결정하게 된다. (1) 인증의 종류범죄예방 환경설계 인증의 종류는 디자인 인증과 시설 인증으로 구분되는데, 세부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디자인 인증범죄예방 환경설계 디자인 인증(이하 디자인 인증)은 건축물 및 도시공간 등의 설계단계에서 디자인 인증기준에 의한 계획안의 적합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디자인 인증은 서류심사(도면 및 사업계획서 등)를 통해서 진행되는데, 디자인 인증 기준 평가항목 중 ‘공적공간, 반공적공간, 반사적공간’ 각 영역별로 환산점수 70점 이상을 충족하고, 영역별 점수와 공통 설비기준, 특화전략 및 디자인 평가 점수를 합산한 종합점수가 환산점수의 70점 이상이 될 때 최종적으로 합격(Pass)으로 결정되며, 어느 한 영역이라도 70점 미만이거나 종합점수가 70점 미만일 경우 불합격(Fail)으로 결정된다. 그리고 합격된 대상 건축물 및 도시공간에 한정해서 종합점수(환산점수)가 90점 이상일 경우 최우수 디자인 인증으로 결정할 수 있다. 이러한 디자인 인증의 유효기간은 설계단계에서 사용검사 전까지로 한정한다. ② 시설 인증범죄예방 환경설계 시설 인증(이하 시설 인증)은 건축물 등의 사용검사 단계에서 시설 인증기준에 의한 적합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시설 인증은 서류심사와 현장실사(現場實査)를 통해서 진행되는데, 인증 위원회는 대상 건축물이나 공간을 직접 방문하여 현장에서 범죄예방 환경설계가 적용되어 있는지의 여부와 관리자 면담을 통해서 각종 보안 시스템의 운영 및 관리상태를 종합하여 평가하여 최종 인증 등급을 결정한다. 인증 등급은 시설 인증 기준 평가항목의 종합점수(환산점수)가 85점 이상이면 ‘최우수 등급’, 70점 이상 85점 미만이면 ‘우수 등급’으로 한다. 시설 인증은 인증을 취득한 때로부터 5년간 유효하며, 인증의 갱신은 시설 인증을 취득한 건축물 및 도시공간 등에 한정해서 신청이 있을 경우 매 5년마다 가능하다. (2) 인증의 절차1단계 _ 인증 신청범죄예방 환경설계 인증을 원하는 건축주, 건설사, 시행사, 설계사무소, 지자체 등은 소정의 양식을 작성하여 (사)한국셉테드학회 산하의 ‘범죄예방 환경설계 인증센터(이하 인증센터)’로 제출한다. 2단계 _ 인증 평가인증 평가를 위한 각종 자료는 인증 센터에서 취합한 뒤 인증 위원회를 구성하여 대상지역의 범죄위험도 평가와 계획(안)에 대한 범죄예방 환경설계 적용내용의 평가가 약 한 달간 진행된다. 인증 위원회는 대상 건축물 및 공간 등에 대한 최종 인증 평가보고서를 인증 센터에 제출하고 최종 등급을 결정한다. 3단계 _ 인증 기준범죄예방 환경설계 인증 기준은 ‘공적공간, 반공적공간, 반사적공간, 공통설비, 특화전략 및 디자인’영역으로 구분되며, 각 영역은 다시 세부 평가항목으로 구성된다. 인증 평가는 정량적, 정성적 기준으로 구분되는데, 정성적 평가항목은 정량화시켜 평가할 수 없는 디자인 항목으로 구성된다.
  • 셉테드 디자인의 적용사례(1): 서울시 주거환경관리사업을 중심으로
    현재 서울시에서는 18개의 주거환경관리사업이 CPTED 가이드라인을 적용하여 진행 중이지만 주거환경관리사업이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공사가 준공된 지역이 아직 없기에 현재 기본계획 완료 후 실시설계가 먼저 진행 중인 온수동 사례를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기존에 범죄예방 환경설계가 신축 건축물 또는 대규모 단지 개발에 적용되어 온 점에 반해 주거환경관리사업은 사회적 약자들이 거주하고 있고 실질적으로 범죄에 취약한 기성 저층 노후 주거지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주민 중심의 마을계획과 지역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범죄예방 _ 주민을 계획의 중심으로기존의 주거지 정비 사업들과는 다르게 서울시 주거환경관리사업에서는 주민이 사업 추진의 주인공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온수동 주거환경관리사업 역시 주민이 중심이 되어 계획을 수립하고 총괄계획가(Master Planner)와 서울시 그리고 구로구는 대등한 관계에서 보조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사업의 우선순위 선정에서부터 마을회관 운영계획까지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주민협의체 회의를 통해 결정된 사항들이 계획의 중심이 되고 있다. 범죄예방 계획 또한 주민들이 실제 삶속에서 체감하는 범죄 불안 요소들을 직접 범죄안전지도 작성을 통해 표현하게 한 후 이를 바탕으로 전문가와 주민이 함께 검토하고 현장 방문을 통해 대안을 만드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주민협의체 회의는 임시 마을회관을 거점으로 하여 ‘온수동 마을만들기’ 온라인 카페와 모바일 커뮤니티 등을 통해 지금까지도 실시간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 관계자들의 이견으로 수많은 난관과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나 이러한 과정 자체도 성숙한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한 산고라고 생각된다. 주민이 계획의 중심이었던 것만큼 주민들은 지역에 대한 자부심과 애착심을 가질 것이며 이것이 자연스럽게 범죄예방으로 이어질 것이다. 범죄예방에 있어서 공공(公共)의 책무(責務)형사정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범죄 비용 추계 보고서’를 보면 각종 범죄로 인한 사회적 총비용이 연간 약 158조 원, 범죄 예방에 소요되는 비용이 연간 약 7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러한 사회적 손실과 범죄로 인해 한 사람 그리고 그 가족이 겪어야 할 정신적 고통 등을 고려하면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관의 적극적인 노력은 아직까지도 너무나 미흡하다고 생각된다. 범죄의 ‘사후 처리’도 중요하지만 ‘범죄예방’을 위한 노력이 우선되어야 하고, 범죄예방 역시 경찰력을 통한 범죄 예방 일변도에서 벗어나 환경 개선을 통한 범죄 예방과 주민참여를 통한 ‘범죄 예방’으로 정책을 다변화해야 한다. 여성과 노약자 등 사회적 약자들이 안심할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더 이상 간과해서는 안 될 공공의 책무이자 시민들의 권리이다. 지금까지 주택 공급이라는 명분하에 소홀해 왔던 주거의 질적인 측면에 있어 서울시의 역할을 좀 더 강화하겠다. 남녀노소 불구하고 모두가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행복한 도시, 살고 싶은 도시 서울을 만들기 위해 주민들과 함께 서울시가 앞장서겠다. 도시재생의 패러다임이 공동체와 장소의 가치 재발견을 통한 인간관계 회복으로 변화하는 시점에서 서울시는 사람 중심, 장소 중심의 진정한 주거공동체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변함없이 추진하겠다.
  • 셉테드 디자인의 적용사례(2): 시흥 군자 배곧 신도시 중앙공원을 중심으로
    CPTED 인증을 추진하고 있는 배곧 신도시송도 신도시와 마주하고 있는 시흥 군자 배곧 신도시는 경기 서부권 개발가능지의 최후의 보루이자 서해의 시화공단, 오이도, 월곶, 소래철교, 천혜의 소래염전 갯골생태습지를 안고 있는 시흥시 정왕동 일원의 부지면적 4,907,148㎡에 이르는 대규모 개발지역이다. 이곳에 전체의 21.9%가 주거 및 주상복합용지로 개발되고, 주택 19,600가구가 건설돼 51,000명의 인구가 거주하게 된다. 상업, 교육 및 의료복합, 연구 R&D, 도시지원시설 등이 약 1,700,000㎡(34.5%)로 계획되며, 공원녹지는 약 1,170,000㎡(23.8%)로 주민참여형 친환경 녹색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또한 배곧 신도시는 Open Campus, Medical City, Zero City, U-City, Barrier Free City 등 5대 전략을 통해 자족도시로 계획되었고, 특히 주거민의 생활과 아이들의 생활안전을 위해 범죄를 예방하는 환경설계와 디자인 기법(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을 도입하고 있다.
  • 셉테드 디자인의 적용사례(3): 주거단지를 중심으로 - 계양 센트레빌, 신동탄 SK VIEW 파크
    2005년 9월 경찰청에서는 “환경설계를 통한 범죄예방계획(CPTED: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 Design)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발표한 바가 있다. ‘CPTED’란 주거 환경설계에 방범개념을 도입하여 범죄와 범죄에 대한 주민들의 두려움을 감소시켜 궁극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범죄없는 환경에서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사는데 기여한다는 개념으로서, 1960년 초 미국의 사회학자인 제인 제이콥스(Jane Jacob)에 의해 최초로 제기되었다. 1970년대 범죄통제능력을 상실한 대규모 고층 공동주택을 철거1)하면서 주거환경과 범죄 방지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증폭되었고, 오스카 뉴만(Oscar Newman)에 의해 구체화 되었다. 국내에서도 1기, 2기, 3기 신도시, 뉴타운, 재개발, 행복도시, 기업도시, 혁신도시 등과 같은 도시개발사업이 지속적으로 계획되고 진행되었지만 도시개발 후 만들어지는 도시공간과 그러한 공간에서 발생하는 범죄와의 관련성에 대한 고려가 전무한 채 진행되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민간사업 주도로 진행되는 국내 공동주택의 개발사업의 경우, 최소한의 법적인 제한사항2)만 만족시키는데 그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국내 강력범죄 발생건수가 해마다 급증하고, 특히 여성3)과 아이들4)을 대상으로 한 범죄의 증가율은 심각한 상황에 비춰볼 때 단순히 법적 요건의 만족만으로는 거주자의 안전을 담보하기에는 어려운 현실이다. 계양 센트레빌계양 센트레빌의 셉테드 적용 내용을 살펴보면, 주동의 배치를 고려한 보안등 및 CCTV 설계, 시야가 확보된 수목의 식재계획 등 사각지역이 없는 최적의 보안 설계가 적용이 되었다. 지상에는 적외선 방범로봇(센트리)과 지하주차장에는 비상콜과 연계된 회전형 CCTV를 통해 단지 내 안전을 강화하며, 건물의 모든 입구에 RFID 보안 시스템을 구축해 외부인의 출입을 차단하고 있다. 또한 엘리베이터는 이상 징후 등 위급사항을 자동으로 인식하는 시스템이 구축되며, 세대 내 현관문과 발코니 센서는 외부 침입시 경비실뿐만 아니라 지정된 번호로 SMS가 자동으로 전송된다. 단지 내 이동과 시설 이용에 있어서 보행자가 편안하고 쾌적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아파트 입구에서부터 각 동의 출입구까지 연결되는 보행구간의 경사를 최소화하고, 주민공동시설 등 단지 공동시설로 연결되는 부분에는 보행자 전용 엘리베이터를 계획했다. 지하주차장은 전체 주차구획을 10~20cm까지 넓혀 누구나 편안하게 주차할 수 있도록 설계 했으며, 주차 후 각 동의 출입구까지 차로와 분리된 보행자 안전통로를 계획했다. 신동탄 SK VIEW 파크지능형 영상감지 솔루션 _ VMS친환경 단지 계획과 함께 범죄예방설계(CPTED) 인증을 받은 ‘신동탄 SK VIEW Park’는 단지 내에 최첨단 CCTV 분석시스템인 지능형 영상감지 솔루션(VMS)을 도입하여, 단지 내 CCTV영상을 소프트웨어가 자동으로 분석해 피사체의 특이행동을 화면과 경보음으로 즉각 알려주는 최첨단 시스템을 통해 입주민의 안전을 책임지게 된다. 외부 조경계획은 휴게, 놀이, 운동, 문화 및 예술을 체험할 수 있도록 5개 테마로 조성하였는데 이 테마공간 속에서 자유롭고 즐겁게 이용 할 수 있도록 계획되었다. 무엇보다 입주민들의 안전을 고려한 범죄예방설계(CPTED)를 도입하여 안전한 외부 공간을 조성하였다.
  • 포토페이크photo-fake의 조건: 용산공원 설계 국제공모의 이미지 컷 분석
    몇 장의 이미지를 비교하면서 글을 시작하고 싶다. 하나는 베를린 다다Dada를 이끈 존 하트필드John Heartfield의 <슈퍼맨 아돌프가 황금을 삼키고 오물을 뿜어내다>이고 다른 하나는 초현실주의자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의 <파리 오페라>이다. 그림설명에서 읽혀지듯이 하트필드의 작품에는 정치적 비판 의식이 표출되어 있다. 그리고 마그리트의 작품은 무의식의 영역인 꿈을 재현하고 있다. 두 이미지가 전달하는 내용은 표현 방법을 통해 가시화된다. 하트필드의 것이 사진 이미지를 자르고 왜곡하고 붙인 자국과 이미지가 붙여진 빈 바탕을 드러내는 반면 마그리트의 것에는 이러한 조립 흔적이 봉합되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마그리트의 이미지에서 파리에 있는 오페라 건물과 익명의 목가적 자연 풍경은 우리의 인식에서 좀처럼 공존하기 힘들다. 그래서 우리는 이 이미지를 현실 세계의 사건으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다시 말해 인식의 차원에서 오페라 건물과 목가적 풍경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간극이 존재한다. 나는 앞의 이미지를 ‘가시적 간극을 갖는 몽타주’라고, 뒤의 것을 ‘비가시적 간극을 갖는 몽타주’라고 부르고 싶다. 이 구분의 경계는 유동적이고 느슨할 수 있지만 두 이미지 모두 인식의 차원에서는 그것이 보이든 보이지 않든 간극을 지니고 있다. 조경 설계 과정에서 생산된 두 컷의 이미지를 이 분류에 대응시켜 보자. <그림 3>은 다운스뷰파크 설계경기에서 코너James Corner와 알렌Stan Allen의 제안에 삽입된 이미지로서 사진을 잘라 조립한 자국이 선명하게 드러나기에 가시적 간극을 갖는다. <그림 4>는 같은 설계경기에서 츄미Bernard Tschumi의 제안에 포함된 이미지인데 여기에는 표면적으로 왜곡도 없고 찢긴 자국 또한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미지를 구성하는 디지털과 야생은 현실 세계에서는 좀처럼 공존할 수 없고 안전장치 없이 코요테가 서성거리는 상황은 일상의 풍경이 아니기에 우리는 이 이미지를 가상의 장면처럼 인식한다. 말하자면 이 이미지에는 보이지는 않지만 인식적 차원의 간극이 존재하는데 필자의 분류에 따르자면 이 이미지는 비가시적 간극을 갖는 몽타주에 속한다. 간극 없는 몽타주=포토페인팅=포토페이크‘간극이 없는 몽타주’도 있다. 여기에서 ‘간극 없는’이란 말은 ‘비가시적’이라는 말과는 다르다. 비가시적 간극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으나 각 이미지들의 이질적 속성 덕택에 우리의 인식에서 균열을 일으킨다. 반면 간극 없는 몽타주는 간극이 보이지 않을 뿐더러 인식의 차원에서도 이물감이 들지 않아 현실 세계를 박은 한 장의 사진으로 받아들여진다. 간극 없는 몽타주는 비판적・창조적 의식이 잠입할 틈새를 허용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몽타주 고유의 속성이 없다. 간극 없는 몽타주는 오히려 회화에 가깝다. 간극 없는 몽타주는 사진 이미지에 안료를 덧칠하여 한 폭의 회화와 닮고자 했던 사진의 초기 역사의 픽토리얼리즘pictorialism, 소위 회화적 사진의 전통을 연상시킨다. 나는 간극 없는 몽타주를 ‘포토페인팅photo-painting’이라 부르고 싶다. 보이는 간극은 컴퓨터 도구로 몇 번의 붓질이라는 마법을 행하면 사라지고, 보이지 않는 간극은 이미지의 선택 단계에서 우리의 인식에 균열을 일으키지 않는 것들로만 선택되면서 애초에 생성될 가능성이 제거된다. 포토페인팅은 이렇게 가시적・비가시적 간극들을 지워내 우리의 비판 능력을 순치시키는 이미지의 제작 방식을 말한다. 포토페인팅은 ‘포토페이크photo-fake’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페이크는 이미지를 왜곡하거나 과장 혹은 축소하여 우리의 시각을 교란시켜 발생하는 가시적 차원의 속임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포토페이크는 인식적 차원의 속임수를 말한다. 가시적・비가시적 간극이 있는 몽타주를 바라볼 때 간극은 그 이미지가 한 장의 이미지로 인식되는 것을 방해하는 방식으로 작동하여 우리는 그 이미지가 현실 세계가 아니라고 믿는다. 반면 우리는 간극 없는 몽타주를 인식상의 균열 없이 현실 세계를 포착한 한 장의 이미지로 받아들이는데, 이 과정에서 이미지는 그것이 현실 세계라고 믿게 한다. 이것이 내가 말하려는 포토페이크이다. 간극 없는 몽타주는 현실 세계의 모조품fake으로 그것이 현실이라고 우리를 속인다fake. 다양한 시점을 보여주고 여러 시간대가 공존하여 잠재적 의미를 만들어내는 몽타주의 근본 계기들이 간극 없는 몽타주에는 없다. 진정한 몽타주는 사라져가고 있다. 나는 최근의 조경 설계에서 제작되는 이미지가 포토몽타주에서 포토페인팅으로 이행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설계 과정에서 몽타주가 담당했던 역할인 창조적 매체이자 사유의 도구라는 생성적 기능은 다이어그램이나 드로잉의 편으로 옮겨졌다. 다이어그램과 드로잉은 몽타주의 속성을 차용하거나 몽타주의 재료인 사진과 혼성되고 있다. 대신 포토페인팅 기법으로 만들어진 이미지 컷은 우리의 비판적인 혹은 창조적인 인식 기능을 마비시키고 만들어질 공간의 사실 정보와 분위기를 예시하기 위해 평면도를 설명하는 소모적 이미지로 복무한다. 이 이미지의 목적과 기능이 본래 그러했다고 말하는 편이 적절한 진단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미지 컷은 설계가의 머릿속에 부유하는 상상적 공간이라는 관념 덩어리를 시각적으로 충실히 재현하여 고객에게 전달되기만 하면 되었다. 설계가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이미지 컷의 역할, 이를테면 설계 프로세스에서의 효용성이나 고객의 성향과 부합하는 이미지가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논할 능력이 내게는 없다. 이런 계열의 문제는 이미 김아연, 정욱주가 다른 지면(『환경과 조경』, 제257・262호)에서 통찰하였다. 나는 여기에서 내가 이미지 컷을 이해하는 방식인 포토페이크의 작동 조건, 다시 말해 이미지 컷이 생산되고 수용되는 과정을 말하려 하고 이해를 돕고자 지난해 개최된 용산공원 설계 국제공모의 이미지 컷 몇 장에 주석을 달아 보았다.
  • 청평 오로라연수원
    Aurora Training Institute 북한강 지류며 놀라운 경관을 제공하는 청평호수를 내려다보며 하나님께서 만드신 창조물의 위대함과 아름다움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곳에 연수원이 자리 잡고 있다. 주변 인접지에 배치되어 있는 기존 주택들과는 규모나 외장재 마감이 주는 감동이 남다른 것 같다. 하루 24시간 내내 다른 모습을 그리는 청평호수의 짙푸른 청록의 수면, 그리고 푸르다 못해 빛이 나는 중첩된 산의 숲들이 인간의 연약함과 겸손함을 깨우치게 한다. 연수원은 전정이 위치한 남동향에서는 3층이지만 북서향에서는 2층으로 지형의 고저차를 고려하여 디자인했고, 웅장하고 강력한 주변의 자연경관에 맞서는 조경이 아닌 그 경관을 끌어들이는 ‘비움의 조경’, 즉 차경을 통해 공간의 양과 음, 대와 소, 극대비의 조경기법을 사용하게 되었다. 우리 선조들이 마당을 비워 자연의 경관을 정원으로 삼은 것처럼, 또한 건축의 웅장함에 겸손한, 그런 조경을 하고 싶었다. Landscape Architecture _ CTOPOSLandscape Construction _ CTOPOSArchitecture _ Fill ArchitectureArchitecture Construction _ Fill ArchitectureLocation _ Hoegok-ri, Seorak-myeon, Gapyeong-gun, Gyeonggi-do, KoreaArea _ 1,000㎡Completion _ 2012. 11Photograph _ Choi, Shin HyunEditor _ Park, Ji HyunTranslator _ Ahn, Ho Kyoon Looking down at the beauty of the river and the sparkling waters of the lake, the training institute is standing surrounded by the landscape impressive enough to remind us of how great God’s creation is. It is easily distinguished from the neighboring buildings in size and choice of claddings. The lake, whose calm and clean waters create different impressions in every moment, and the forests on the mountains lead us to think of how humble and vulnerable we are. The training institute is 3 stories tall looking to the southeast while 2 stories tall facing the northwest. The building was designed to be naturally integrated into the surrounding landscape, rather than to be standing out against it. This method could be understood as the landscape architecture of emptiness, which focuses mainly on the vivid contrast between yin and yang, and big and small. It can be traced back to the early days of the Korean landscape architecture, where our ancestors created the front garden of the void to fully enjoy the surrounding natural environment as their private landscape. Following this tradition, I hoped to develop a landscape architecture of humble character.
  • 석파정 및 서울미술관
    Seokpajeong and Seoul Museum 석파정은 흥선대원군의 별서로 이름 높은 곳이다. 이곳은 본래 조선 철종과 고종 때의 문신이며 영의정을 지낸 김흥근1796~1870의 별서였다. 석파정 초입의 큰 암반에 한수운렴암閑水雲簾庵, 물과 구름으로 발을 쳐서 한가한 시간을 보낸다이라는 글귀가 있어 김흥근 이전에도 별서공간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매천야록』에는 대원군이 이 별서를 탐내어 팔라고 했으나 김흥근이 듣지 않자, 아들 고종과 함께 이곳에서 하루를 묵은 뒤 별장을 차지했다고 나온다. ‘임금이 묵고 가신 곳에 신하가 살 수 없다.’는 것이 당시의 정서였기 때문이다. 이후 흥선대원군은 이곳의 이름을 석파정이라 바꾸고, 자신의 호도 석파로 정했다. 당시 석파정은 안태각安泰閣, 낙안당樂安堂 등 모두 8채의 집으로 크고 장중하게 구성되어 대원군의 위세를 과시했다. 대원군 사후 그의 후손들이 승계하여 소유하다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성 콜롬비아병원결핵요양소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1960년대부터 1996년까지 소유가 자주 바뀌면서 오랫동안 관리 부실로 폐허나 다름없던 공간을 석파문화원이 2006년에 인수한 후 4년의 인허가와 설계, 2년간의 시공을 거쳐 2012년 서울미술관의 부속공간으로 거듭났다. 석파문화원은 유니온약품그룹 안병광 회장이 운영하는 문화재단이다. 안 회장은 평소 문화, 예술, 조경에 많은 관심을 가졌는데, 소중한 문화유산이 방치되어 폐허가 된 것에 안타까움을 느껴 인수한 후 미술관을 건립했다. Landscape Architect _ Cho, Han SookLandscape Construction _ buseokwonLocation _ Buam-dong, Jongno-gu, Seoul, KoreaArea _ 38,261㎡Completion _ 2012. 12Photograph _ Lee, Hyeong Joo + Choi, Hyun CheulEditor _ Oh, Jeong HakTranslator _ Hwang, Ju Young Seokpajeong is well-known as the Byeolseo(suburb villa) of Heungseon Daewongun(regent of King Gojong). It was originally a Byeolseo owned by Heing-geun Kim(1796-1870), a courtier and prime minister of the Joseon Dynasty in the period of King Cheoljong and King Gojong. A large rock carved with Chinese characters meaning “Spending leisure hours by drawing a curtain of water and cloud” located at the entrance suggests its long history as a Byeolseo. According to Maechonyarok(collection of Maecheon's works), Daewongun was very fond of this Byeolseo and asked Kim to sell this. When refused, he spent a night with his son King Gojong and took this Byeolseo. At that time, people thought that ‘a retainer cannot live where his king have slept.’ Heungseon Daewongun named this Seokpajeong and made his pen name Seokpa. Then, Seokpajong boasted its majestic composition of 8 houses including Antaegak and Nakandang. After the death of Heungseon Daewongun, his descendants inherited it, and was once used as Saint Columbia Hospital(sanatorium for tuberculosis). Frequent changes of owner during 1960 to 1996 caused poor maintenance. But four years of licensing procedure and design, and two years of construction since the acquisition by Seokpa Culture Center in 2006 made this an annex of the Seoul Museum. Seokpa Culture Center is a cultural foundation owned by Byeong-gwang Ahn, the CEO of the Union Pharmacy Group. As an amateur of culture, art and landscape architect, he felt sorry for the ruined status of the cultural heritage, and took over it to make an art museum.
  • 조경의 경계를 넘어: 조경의 영토를 넓혀나가는 주목할만한 조경가 12인(7)
    The Forefront of Landscape Architecture 12 Innovators Opening New Horizons of the Field 최근 도시는 물론이고 사람들의 발길이 잦지 않았던 시골 마을까지 전 국민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는 이슈 중 하나가 이른바 ‘걷기’이다. 서울시를 비롯해 전국의 지방 소도시까지 ‘걷고 싶은 길’을 명소로 만들고 있고, ‘둘레길’, ‘올레길’ 등 ‘걷기’를 테마로 한 관광 상품들도 앞 다투어 등장하고 있다. 과거 좋은 도시를 지칭했던 ‘아름다운 도시’, ‘살기 좋은 도시’ 등 수많은 상징적 표현 가운데 이제 ‘걷고 싶은 도시’가 도시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대세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걷고 싶은 도시’일까? 임승빈 교수(서울대학교 명예교수)는 최근 라펜트에 연재하고 있는 ‘도시사용설명서’에서 “걷고 싶은 길은 걷기 편안하고 매력적인 경관을 가지며, 이제는 보행자의 권리를 찾아야 할 때이다.”라고 주장하며 “우리는 차량에 대한 열렬한 사랑을 이제 떠나보낼 때가 되었고, 조금 불편하더라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쾌적한 도시환경조성과 건강증진에 기여한다는 인식이 보편화되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하지만 임 교수님의 주장에는 미흡하게도 진정한 의미의 ‘걷고 싶은 도시’ 만들기는 아직도 해결해야할 숙제가 많다. 한때 차량들로 인해 보행자들이 지하터널로 건너야 했던 대한민국의 상징, 광화문 광장에도 횡단보도가 생겨나고 보행 중심의 광장으로 재탄생하며 도시의 풍경이 바뀌어 가고 있지만 여전히 ‘보도블럭 깔기’와 ‘광장 만들기’에 그치는 ‘물리적 보행환경’의 개선에 머무는 수준이다. 참의미의 ‘걷고 싶은 도시’를 위해서는 이와 같은 잘 정비된 하드웨어와 더불어, 거리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활동들을 수반할 수 있는 문화적인 소프트웨어 또한 중요하다. 또 무엇보다 애착을 가지고 도시와 거리를 걸으며 가꾸려는 사람들 자체의 노력 또한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자동차가 아니라 사람이 주인인 도시, 장애인과 노약자들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공존의 도시, 차를 타는 것보다 걷는 게 오히려 편리한 도시,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즐겨 걸으며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드는 것이 결국 현대도시의 매력과 경쟁력을 되살리는 길일 것이다. 이번호에서는 미국에서 20여 년에 걸쳐 스마트성장과 지속가능한 디자인에 대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최근『Walkable City걷기 좋은 도시』를 저술하는 등 탁월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조경가 제프 스펙Jeff Speck을 소개하고 최근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는 ‘걷고 싶은’ 도시의 발전가능성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1. 대규모 도시설계(Large Scale Urban Design) _ Signe Nielsen 2. 해일에 대비한 갯벌 및 해안 생태 공원(Salt Marsh Design) _ Susan Van Atta3. 좁은 도시면적을 이용한 레인가든(Stormwater Treatment) _ Mayer Reed4. 도시의 빗물관리를 위한 그린 인프라스트럭처(Green Infrastructure) _ Nette Compton5. 국가도시공원 조성의 성공적 모델(Downsview Park) _ David Anselmi 6. 생태복원, 재생 디자인(Ecological Restoration) _ Keith Bowers7. 걷기 좋은 도시 만들기(Walkable City) _ Jeff Speck8. 조경 이론(Urban Design and Landscape) _ Witold Rybczinski9. 에너지 경관 및 시민 참여(Renewable Energy Plant & Community Design) _ Walter Hood10. 탄소제로 및 친환경 소재(Life-cycle Design and low-impact material) _ Michael McDonough Partners11. 친환경 주거정원(Sustainable Residential Design) _ David Kelly, Rees Roberts Partners12. 대규모 도시옥상농업(Urban Rooftop Farming) _ BEN FLANNER, Brooklyn Grange 제프 스펙(Jeff Speck) Speck & Associates사 대표, 미국 도시계획사, 미국 조경가협회 명예회원 걷기 좋은 도시(Walkable City)의 선구자제프 스펙은 윌리엄스 칼리지에서 미술사와 경제학 전공을 수석 졸업하고, 이태리 플로렌스의 시라큐스대학 분교에서 르네상스 건축사를 전공했으며, 하버드 건축대학원을 우수하게 졸업하였다. 이후 10여 년간 Duany, Plater-Zyberk & Company(DPZ)의 타운플래닝 디렉터를 역임하였으며, 2003~2007년 동안 미국 국립예술기금의 디자인 디렉터로 임명되어, ‘도시디자인을 위한 시장 협의회’를 이끌었으며, ‘커뮤니티디자인을 위한 주지사 협의회’를 창설하였다. 현재는 Speck & Associates사를 설립해 주로 저술, 강연, 공공기관에 대한 컨설팅 서비스를 통해 활동하고 있으며, 스마트성장과 지속가능한 디자인에 대해 주로 관료집단과 부동산 개발기업에 대한 자문을 맡고 있다. 주요 프로젝트로는 매사추세츠 로웰시의 다운타운 계획, 6개 도시의 워커빌리티(걷기 좋은 정도)에 대한 비교 연구, 롱아일랜드 바빌론의 대중교통 위주 타운 계획, 오클라호마시티의 다운타운 50개 블록의 거리환경을 개선하는 프로젝트 180 등이 있다. 『메트로폴리스』매거진의 편집기자를 맡고 있으며, 미 국토방위국의 지속가능성 추진본부의 자문을 맡고 있다. 안드레스 두아니, 엘리자베스 플래터자이벅과 함께, 「Suburban Nation: The Rise of Sprawl and the Decline of the American Dream, The Smart Growth Manual」을 공동 저술했으며, 최근『Walkable City: How Downtown Can Save America, One Step at a Time』을 출간했다. Q. 걷기 좋은 도시는 곧 지속가능한 도시라 할 수 있습니까?A. 세 가지 측면에서 그렇습니다. 경제학자 크리스토퍼 레인버거와 에드워드 글레이저가 주장하듯, 걷기 좋은 도시는 우수한 인력들을 끌어오는 힘이 있습니다. 도시별 특허 출원의 수에 대한 연구결과는 창의성과 걷는 도시의 연관성을 증명합니다. 한편, 공중보건학자인 딕 젝슨이 주장하길, 걷는 도시는 비만과 교통사고, 천식 등을 줄임으로써 사망률을 낮추고, 사회 전반적인 의료비용을 낮춘다는 결과를 보고한 바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환경저술가인 데이빗 오웬은 이제까지 통념적으로 알려져 있던 도시와 공해 배출량의 연관성에 대한 관점을 뒤집으면서, 미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인구 밀도가 낮아질수록 개인별 탄소배출량이 오히려 늘어남을 극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실제로 뉴욕 맨해튼 사람들은 미국의 1920년대 배출량에 머무르고 있을 정도로, 개인별 화석연료 소비가 적습니다. 결론적으로, 걷기 좋은 도시는 국가를 부유하게 만들고, 시민을 건강하게 하며, 지구 환경을 덜 파괴합니다. Q. 센트럴파크, 하이라인과 같은 도시 어메니티가 있고, 걷거나 대중교통을 통해서 출퇴근하고 일을 보는 것 자체가 미국의 일반 대중은 상상할 수 없는 사치 항목일지도 모릅니다. 걷기 좋으면서 쾌적한 도시 환경이, 중저층도 누구나 살 수 있을 정도로 저렴해질 수 있을까요? 걷기 좋은 도시가 되려면, 거기에 합당한 밀도를 공급하는 고층아파트가 필수적이지 않을까요?A. ‘걷기 좋은 도시는 비싸다.’는 문제점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미국 도시 중에서 극히 일부라고 할 수밖에 없는 사례를 들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도시들은 이미 예전부터 걷기 좋은 도시들입니다. 맨해튼이나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미국인의 수는 얼마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이오와의 시더래피드라든가, 매사추세츠의 로웰과 같은 중소규모 도시에 절대 다수가 거주합니다. 그런데 이런 도시들에서 나타나는 문제는 도시중심부에 주택이 드물거나, 저소득층 주거건물이 지나치게 많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지역에서는 시장 가격에 맞춰진 주택이 보다 많이 공급되어야 하고, 주택고급화가 이슈화되기 전까지는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고층 주택이 물론 걷기 좋은 환경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고층건물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5층짜리 건물로 이루어진 지역이 얼마나 높은 밀도를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해 확실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도시 중심부의 밀도를 저해하는 요인은 건물의 높이가 아니라, 법정 주차대수에 대한 규정입니다. Q. 걷기 좋은 도시라는 관점에서, 성공적인 도시 오픈스페이스는 어떤 형태라고 생각하십니까? 또 걷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데 있어 조경가의 역할은 무엇이인가요?A. 미국의 경우에, 걷기 좋은 도시를 위한 이상적인 오픈스페이스란 느린 속도로 움직이는 교통과 갓길 주차, 그리고 적절하게 계획된 자전거 시설물 등입니다. 여기에 추가적인 광장이나 플라자 등은 유용하긴 하지만, 명확한 공간감을 잃을 정도로 규모가 커진다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습니다. 건물의 벽면 높이와 도로 폭 간의 비율 또한 중요하고, 지나치게 넓어진다면 사람들이 기피하는 장소가 됩니다. 광장이란 딱 그곳을 맞대고 서 있는 벽면의 높이만큼만 유익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조경가들이 이런 좋은 공간을 만드는 과정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단순히 외부 환경에 대한 장식가의 역할만을 수행합니다. 수목은 부적절하게 정의된 도시 공간을 개선하는데 놀라운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조경가들은 수목을 장식적으로 활용하는데 그치지 말고, 뚜렷한 공간감을 창출하는데 보다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 최신현 _ (주)씨토포스 대표
    Choi, Shin Hyun조경건축가와 건축가얼마 전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조경가가 건축을 한다는,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조경가가 건물을 설계하고 있다는 뉴스였다. 유치한 이야기지만 건축가가 찍을 수 있는 준공도장은 조경가는 할 수 없다는 설움에 살지 않았는가. 또 마음 한편으로는 조경가들은 조경과 건축의 상생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우리는 얼마나 건축을 이해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물음도 들었다. 이 소식의 주인공은 (주)씨토포스의 최신현 대표이다. 디자인이 천직이라고 말하는 그는 조경이 하는 건축은 주변 경관을 배려하는, 현재 매스를 빈 공간에 들이대는 건축과는 많이 다를 수 있다는 시사성을 던진다.최신현: 고등학교 시절 내가 살 집의 건축디자인도 직접 할 정도로 건축 등의 디자인에 관심이 무척이나 많았다. 그러던 중 미국에 계신 부친의 지인이 조경이란 분야를 나에게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그게 너무나 좋았고 설렜다. 그때부터 조경이 하고 싶었다. 건축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만큼 조경에 대한 관심도 점점 커졌고 건축과 주변 경관을 아우를 수 있는 것이 조경인 것을 알게 되었고, 그렇게 조경이 다루는 범위를 알고 난 뒤 조경학과 진학을 결심했다. 정말 즐겁게 캠퍼스 생활을 했다. 특히나 디자인 과목은 더 열심히 했고, 건축이나 토목과의 수업도 들을 정도로 열정적으로 빠졌던 것 같다. 조경과 건축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 생각으로 대학 때 건축학과의 수업은 거의 다 수강했다. 조경실무에 나와서 건축분야와 협의할 때도 관련 분야를 잘 알고 접하니 수월했다. 일을 하면서 건축 안을 항상 제시하고 있으며, 큰 건축사사무소와 일할 때도 주로 초기부터 함께 디자인하자고 제안한다. 몇 년 전 미국의 유명한 IDA라는 회사와도 협업에서도 내가 건축배치를 잡기도 하고, 그 프로젝트가 공모에 당선되기도 했다. 그동안 해왔던 작업들 모두 건축가에게 일방적으로 맡기지는 않았다. 건축가들과 협업을 해보면 주변 경관과 어울리는 디자인이 아니라 자신의 건물이 돋보이는 디자인을 많이 하는 편이다. 하지만 환경에 따라 디자인은 달라져야 한다. 도시에 건축물이 들어서더라도 도시의 맥락에 맞추어 디자인이 되어야 한다. 오랫동안 살아온 선조들의 마을을 보면 튀는 건물이 없다. 배치와 형태가 조금씩 다를 뿐이다. 주변 환경과의 통일성이나 조화로움을 담는 것이야말로 선조들의 지혜가 닮긴 디자인이고 삶의 디자인이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갑자기 도시 안에 잘난 건물들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서로 잘 낫다고 경쟁구도의 모습을 띠고 있다. 그런 현상을 보면서 주변과 어울리고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이 기준이 되어 건축물이 조성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공원 안에 들어서는 건축물은 이용자들에게 편안하고 공원과의 조화에 있어 그리 튀지 않고 세련되게 들어가야 한다는 기준으로 다루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공원에 들어가는 모든 건물디자인은 대략적이나마 schematic 디자인은 해왔다. 혹은 건축가가 그렇게 하도록 가이드라인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북서울꿈의숲도 그랬고 동탄신도시 등이 그 예이기도 하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건축 석사과정에 입학했고, 예건(대표 노영일) 측의 요청으로 예건 사옥을 디자인하게 되었다. 그간 협업이나 공원디자인 과정에서 건축설계는 해왔지만 건축공종으로 수주해서 디자인과 시공을 한 것은 첫 번째이다. 건축물도 매스만을 다룰 것이 아니라 주변 경관과의 조화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노영일 대표는 일반건축가와 조경건축가가 어떻게 다른지 알고 싶다고 말하며, 조경이 하는 건축이 차별화 된 것을 보여주길 기대한다는 의사를 전달해왔다. 그렇게 시작하게 되었다. 조경과 건축이 디자인 초기부터 맞물려 계획한다면 건물과 공간이 서로 섬길 수 있는 디자인이 도출될 수 있다. 예건사옥도 그런 의미에서 접근하고 있는데, 공장 안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어떤 욕구가 생길까, 일하면서 잠깐 눈을 돌리면 창을 통해 바깥의 아름다운 정원을 바라볼 수도 있고, 또 멀리가지 않아도 아름다운 경관을 바라보며 테라스에서 쉴 수 있는 공간을 바라지 않을까, 출퇴근하면서 늘 정원을 바라보면 좋겠다, 자기만의 업무공간에서 벗어날 때만이라도 주변 경관을 바라보면 좋겠다는 등 이용자의 입장에서 고민을 했다. 건축가 보다는 조경건축가가 조금은 주변 경관을 바라보지 않겠는가.이런 성격이 잘 드러난 곳이 바로 ‘전통공간(오래된 전통마을 등)’이다. 일시에 디자인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경험이 계속해서 축적하여 나온 디자인의 결정체이다. 선조들은 집을 한 채 짓더라도 원래 있던 주변 자연과 아주 친밀하게 만들어냈다. 낯선 건물 하나를 공간에 이입하는데 있어 더 화려하거나 웅장한 건물이 아니라 인근 환경과 동화하려고 했던, 그 스며들 것 같은 친밀한 디자인이 가슴에 와 닿았다. 동시대에 살아가는 우리는 지금 ‘전통공간’을 통해 축적된 디자인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만큼 실수가 없는 디자인이 있을까. --------------------------------------------------------------------조경가 최신현은 현재 (주)씨토포스 대표이사로, 현재 서울시 공공조경가 그룹의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영남대학교 조경학과 조교수를 역임한 바 있으며, 한국조경사회 수석부회장직을 수행하며 조경분야 권익 발전에 힘쓴바 있다. 디자인 한 서서울호수공원이 ASLA에 수상하며 세계적 조경가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