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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 장면으로 재구성한 조경사] 세대교체
    #45 자연보다 더 자연스러운 미스터 브라운의 풍경 1783년 2월 5일, 윌리엄 켄트의 뒤를 이어 30년 이상 영국 조경계를 장악했던 랜슬롯 브라운Lancelot Brown(1715~1783)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68세였지만 아직 왕성히 활동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딸의 집을 방문하러 갔다가 문지방에서 쓰러져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그의 부음을 들은 조지 3세는 곧 리치몬드 정원으로 가서 정원사를 붙들고 “미스터 브라운이 죽었다는군. 이제 자네랑 나랑 맘대로 정원을 만들어도 되네”라고 했다는 우스개가 전해진다. 물론 지어낸 이야기겠지만 랜슬롯 브라운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하게 한다. 이 ‘백만 파운드짜리’ 가십을 호레이스 월폴HoraceWalpole (1717~1797)1이 듣고 친구에게 편지로 전한 덕에 지금 우리에게까지 전해지게 되었다. 한 정원사의 죽음에 이처럼 사회가 들썩였던 경우는 어느 시대에도 없었다. 윌리엄 켄트의 시대에 알렉산더 포프가 있었다면 랜슬롯 브라운의 시대에는 호레이스 월폴과 토머스 훼이틀리Thomas Whatley(1716~1772)2가 있었다. 브라운이 정원을 만들면 이 두 사람은 정원이 완성되기가 무섭게 찾아가서 살펴보고 평론을 남겼다. 작가와 평론가의 수가 극히 한정되어 있기는 했지만 정원 평론을 쓰는 전통이 이 때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훼이틀리는 진지하고 분석적이어서 후세에 의해 ‘최초의 정원 평론가’로 인정받는 인물이다. 호레이스 월폴은 그의 소책자 『모던 가드닝』 외에도 수천 통의 편지를 써서 당대의 정원에 대한 생생한 기록을 남겼다. 특유의 비꼬는 필치로 쓴 풍자적 리뷰는 지금도 즐겨 인용된다. 1744년, 알렉산더 포프를 선두로 하여 풍경화식 정원을 이끈 1세대들이 모두 세상을 떠났다. 이후 1750년대부터 랜슬롯 브라운이 조경 시장을 독점했으므로 다른 사람들의 작품은 찾아보기 힘들다. 자타가 인정하는 ‘켄트주의자’였던 월폴은 브라운의 초기 작품인 워릭 캐슬Warwick Castle을 보고 관심을 두기 시작했으며 이후 그의 행보를 유심히 살폈다. 브라운의 작품으로 확인된 것만 모두 170여 개에 달하는데 정원 하나의 규모가 100헥타르에서 1,200헥타르 사이였으므로―용산공원 부지 면적이 약 240헥타르― 결과적으로 브라운이 잉글랜드의 풍경을 새로 만들었다는 말이 크게 과장된 것이 아니다. 처음 워릭 캐슬을 보고 월폴은 이렇게 말했다. “워릭 캐슬은 동화적이다. 내가 거기서 본 풍경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즐거웠다. 에이번Avon 강이 굽이치다가 캐스케이드가 되어 쏟아져 내리는 장면이 압권인데 브라운이라는 이가 연출한 것이다. 일을 제대로 한 것 같다. 그는 켄트와 사우스코트의 아이디어를 수용했다. 아이디어의 전파가 주는 효과가 이런 것이다. 워릭 캐슬의 주인 브루크 경은 자연적인 정원 양식을 대담하게 수용했다.”3 월폴은 이십 년후에는 브라운을 명실 공히 켄트의 후계자로 인정했을 뿐 아니라 브라운의 풍경을 ‘개선된 자연improved nature’이라고 정의 내렸다.4 자연 풍경이 완벽하다고 누가 말했던가. 자연이라고 하지만 사실 진정한 자연 풍경은 브라운 시대에도 이미 존재하지 않았다. 사람의 손에 의해 기형화된 풍경의 결점을 보완하고 본연의 잠재력을 살려 완성의 길로 이끌어 주는 것, 이것이 랜슬롯 브라운의 원칙이었다. 그러므로 풍경화‘식’ 정원이라는 개념은 랜슬롯 브라운의 시대가 되면서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된다. 귀족들은 “우리도 드디어 유명한 미스터 브라운을 초청하여 ‘랜드스케이핑landscaping’을 의뢰했다”라는 내용의 서신을 주고받았다. 정원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랜드스케이핑 한다’는 새로운 개념이 자리잡아갔다. 랜슬롯 브라운은 스물 여섯의 나이에 스토우의 정원사로 채용되어 윌리엄 켄트의 설계대로 시공하며 켄트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실무 경력이 많지 않았던 켄트와는 달리 브라운은 정통적인 정원사의 길을 걸었다. 물론 정원사 학교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자신의 고향, 노섬벌랜드의 커크할Kirkharle 수목원에서 십여 년간 일하며 잔뼈가 굵은 것이다. 그러므로 화가의 안목으로 장면, 장면을 세트처럼 연출했던 윌리엄 켄트와는 달리 브라운은 처음부터 풍경을 그 자체로 바라보는 시각을 갖고 있었다. 풍경을 액자에 갇힌 장면의 연속으로 보지 않고 하나의 커다란 전체one great whole로 이해한 것은 당시로서는 혁신적 안목이었다. 그가 생각한 ‘하나의 커다란 전체’는 비교적 단순하게 요약된다. 물, 초원, 숲의 세 가지 요소로 이루어지며 강줄기나 계류를 막아 대형 호수를 만들어서 풍경의 맥을 삼는 것으로부터 출발했다. 그의 호수는 대개 긴 호리병 형태를 하고 있는데 마치 자연이 만들어 놓은 것처럼 이리저리 꺾이며 풍경 전체를 굽이굽이 적시는 것이 특징이었다. 그 외에는 수십에서 수백 헥타르의 초원을 펼쳐놓았고 외곽은 숲으로 에워쌌다. 이것이 아무 군더더기 없는 브라운식 자연의 기본형이었으며 그의 모든 작품에 예외 없이 적용되었다. 문제는 집이었다. 초원, 즉 자연 풍경이 먼저 있고 그 위에 집이 얹히는 것이 자연스러운 순서라고 보았다. 집을 새로짓는 경우에는 별 문제될 것이 없었으나 집이 먼저 있던 경우, 대부분 이탈리아식 정형 정원이나 평면 기하학 정원도 함께 존재했다. 브라운은 이 정원들을 훌훌 뽑아 내버리고 집 바로 앞까지 초원을 끌어들였다. 초원에는 드문드문 나무를 심었는데, 쩨쩨하게 한 그루씩 심지 않고 커다란 덩어리clumps로 심었다. 집을 향해 정면 돌파하는 중앙 축을 버리고 S라인 진입로를 만들어 측면에서 빙 돌아 접근하도록 했다. 길 주변에도 정연한 가로수가 아니라 수목 덩어리를 드문드문 배치했다. 이런 스케일로 정원을 만들기 위해서 브라운은 강물을 막는 댐 공법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야 했고 거목을 이식하기 위해 이식 전용 수레도 고안했다. 어떤 땅이 주어져도 이런 자연 풍경으로 ‘개선’할 수 있는 여건은 충분했다. 땅이 갖고 있는 가능성과 잠재력은 사실어디에나 있었으므로 ‘캐퍼빌리티apability’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고 한다.5 그래서 그의 별명이 캐퍼빌리티 브라운이 되었다. 스타파주를 만들어 세우고 그 주변에 나무를 자연스럽게 배치하던 켄트 스타일에서 아주 멀리 진보한 것이다. 물론 그가 다루었던 땅은 거대한 스케일로 지형을 바꾸고 물줄기를 막아 새로운 자연을 창조하기에 부족함이 없었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소위 ‘풍경화식’ 정원의 결정적 요소라고 믿는 것들이 모두 랜슬롯 브라운에 의해 ‘완성’되었다. 한바탕 소동을 부리며 공사가 끝나고 나면 그의 풍경은 조용히 가라앉아 한없이 평화로워 보였다. 호레이스 월폴은 브라운의 부음을 듣고 여러 통의 편지를 썼다. 그 중 위의 가십을 전한 것도 있지만 레이디 오소리에게는 마음을 가다듬고 이렇게 썼다. “그대들 숲의 요정들은 검은 장갑을 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요정들의 시아버지, 마담 네이처의 두 번째 남편이 숨을 거두었습니다.”6 브라운 사후에 그의 명성은 빨리 사라진다. 브라운식 풍경의 완벽한 조화와 평화를 불편해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낭만주의 시대가 열리며 브라운의 풍경에는 ‘숭고한 전율’이 결여되어 있다고 결론지었다. 19세기 내내 브라운은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가 20세기에 들어 와서 다시 명성을 회복한다. 고정희는 1957년 서울에서 태어나 어머니가 손수 가꾼 아름다운 정원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어느 순간 그 정원은 사라지고 말았지만, 유년의경험이 인연이 되었는지 조경을 평생의 업으로 알고 살아가고 있다. 『식물, 세상의 은밀한 지배자』를 비롯 총 네 권의 정원·식물 책을 펴냈고,칼 푀르스터와 그의 외동딸 마리안네가 쓴 책을 동시에 번역 출간하기도 했다. 베를린 공과대학교 조경학과에서 ‘20세기 유럽 조경사’를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베를린에 거주하며 ‘써드스페이스 베를린 환경아카데미’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 [그들이 꿈꾼 도시, 우리가 사는 도시] 땅의 도시, 기념비적 도시
    땅의 도시 전 세계 여러 도시를 걷다 보면 땅의 고유한 형상이 유난히 기억에 남는 곳을 만나게 된다. 인도네시아 중부 자바 섬의 북쪽 끝에 있는 스마랑Semarang이라는 도시가 한 예다. 환태평양 지진대에 속한 자바 섬은 오늘날에도 활화산의 활동 범위 안에서 지진 피해의 가능성에 노출되어 있는 ―현재는 일시적 휴전 상태에 있지만― 이른바 ‘땅의 전쟁터’다. 스마랑의 도심은 스페인 바르셀로나 혹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샌프란시스코 공항 주변과 마찬가지로 바다와 산자락 사이에 낀 좁은 띠 모양의 땅에 자리 잡고 있다. 도시 면적의 상당 부분이 바다를 향해 완만하게 경사진 판 위에 놓여 있어서 처음 이곳을 방문한 사람도 좀처럼 방향 감각을 잃지 않는다(그림1). 도심 곳곳에 있는 경사진 보행로와 이를 따라 펼쳐진 계단식 주거지, 그리고 그 사이로 불뚝불뚝 솟아오른 언덕은 열대 기후 속에서 스마랑 고유의 도시 경관을 형성하고 있다. 이렇게 땅의 형상은 지역의 기후, 식생, 사람과 함께 도시 환경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가장 원초적인 요소 중 하나다(그림2). 환경과 랜드스케이프 우리는 땅을 생각할 때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하게 된다. 하나는 객관적으로 측정 가능한 물리적 환경 요소로서의 땅이다. 여기에는 하나의 대지가 다른 대지보다 더 크다든가, 집을 지을 땅을 인접한 도로면보다 높여야 한다는 개념이 포함된다. 다른 하나는 객관화하기 어려운 측면, 이를테면 주관적 지각과 심미적 판단 대상으로서의 땅이다. 도심외곽으로 확장되며 농경지를 잠식하고 있는 거대한 아파트 단지를 보며 혐오감을 느낀다든가, 훼손되지 않은 자연 속 에덴동산에 앉아 있는 듯한 편안함을 느끼는 감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런 맥락에서 프랑스의 지리학자 오귀스탱 베르크Augustin Berque는 ‘근대적 랜드스케이프를 넘어’라는 글에서 ‘환경environment’과 ‘랜드스케이프landscape’를 구분한다.1 그에 따르면 ‘환경’이란 사회·자연·공간의 관계에 대한 사실적·객관적 개념이다. 그에 반해 ‘랜드스케이프’는 이러한 관계에 대한 사회적·주관적 지각이자 다양한 해석과 가치 부여의 결과다. 특히 도시 환경 속에서 땅은 첨예한 경제적 요구와 다양한 사회적 바람을 담고 있다. 따라서 땅을 이해할 때는 그 사실적 측면과 더불어 지금의 랜드스케이프로 재구성된 과정과 원인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분명한 지형과 숨은 지형 이렇게 도시 안에 자연 그대로의 땅이 좀처럼 남아 있지 않고 태초에 땅이 가진 본질적 아름다움이 사라졌다며 안타까워 할 필요는 없다. 하버드 대학교의 앙투안 피콘Antoine Picon 교수에 의하면 적어도 서구에서는 초기 산업 혁명기를 전후로 도시가 자연 속에 자리 잡는 시대가 저물고 도시 환경 자체, 이를테면 초고층 타워와 아파트 단지, 굴뚝과 가로등, 네온 사인과 간판이 다른 도시 공간을 위한 배경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2 사실적 환경으로서의 자연이 아니라 인공적으로 생성된 랜드스케이프가 점차 주요 도시 맥락을 지배하기 시작한 것이다. 나아가 렘 콜하스와 같은 건축가는 1990년대 전후로 도시 외부가 아닌 내부에 땅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특질, 이를테면 경사진 언덕과 숲을 연상시키는 기둥, 산책로와 같은 내부 가로를 적층시키는 일련의 계획안을 발표했다(그림3). 공항, 터미널,금융 센터, 지하 쇼핑몰, 호텔과 컨벤션 센터와 같은 초대형 시설이 과거 작은 도시에 해당하는 유동 인구와 프로그램을 수용하게 되면서 새로운 도시 공간의 모습을 형성하게 되었다. 이러한 도시 공간은 전경이자 배경, 즉 그 자체로 훌륭한 랜드스케이프일 뿐 아니라 이후 만들어질 다른 도시 형태나 새로운 사회적 활동을 위한 밑바탕이 되고 있다. 김세훈은 1978년생으로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한 후 하버드GSD에서 도시계획학 석사와 박사 학위(DDes)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도시설계 이론과 스튜디오 수업을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 『신흥도시 개발 모델』, 『도시형태변화분석방법론노트』, 『도시와 물길(A City and Its Stream)』 등이 있으며, 한국, 중국, 동남아시아의 도시 연구와 설계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 김세훈[email protected] /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 도시설계전공 교수
  • [그들이 설계하는 법] 입금과 이스트와 불꽃
    7 입금을 대하는 디자이너의 자세 오래전 학교 수업 시간이었나, 졸업 작품 크리틱 시간이었나. 눈망울 초롱초롱한 ―아차 ‘초롱초롱하다’는 표현이 떠오르는 걸 보니, 졸업 작품 크리틱 때는 아닌 듯하다― 학생,그러니까 어린이(학부생부터 대리 미만의 직원을 이르는 매우 주관적인 용어)가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 “교수님, 언제 설계하길 잘했다고 느끼세요” “설계에서 보람은 어디서 찾으시나요” “좋은 설계를 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아… 이런 초롱초롱한 질문에 난 몹쓸 답변을 하고 말았다. “난 입금 될 때.” 입금은 좋은 것이다. 클라이언트가 지녀야 하는 여러 덕목 중 가장 으뜸을 꼽는다면 단언컨대 ‘입금’일 것이다. 입금의 효과에 대해 순차적으로 알아보자. 입금이 되면 1. 할리우드 스타는 영화 촬영 전까지 식스팩과 S라인을 만들고, 가수는 행사장까지 가속 페달을 밟을 것이며, 주부는 투 플러스 한우를 굽겠지만, 디자이너는 플러스펜과 롤지를 안고 밤샐 준비를 할 것이다. 2. 아름다운 안(최소한 본인의 마음에 드는 계획안)을 만들기 위해 밤을 지새우고, 몸이 피곤해도 맑은 정신으로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있으며, 클라이언트의 사소한 변경도 달갑게 수용할 것이다. 3. 거의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그러하듯이 끝을 향해 달려갈수록 처리해야 할 일과 설계 변경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간다. 그럼에도 디자이너는 마지막 입금을 생각하며 최종 마무리에 여념이 없다. 4. 완료되었다(설계안 제출, 준공, 납품, 털어냄, 던져줌, 끝, 쫑과 같은 다양한 용어가 난무함). 그리고 입금이 되면 디자이너는 뒤풀이(과도한 취미 생활, 가족 행사, 골프, 술, 여행 등)를 꿈꾸며 또 다시 밤샐 준비를 한다. 그러나 보통 이런 질문에는 ‘나의 노력으로 지구가 조금 아름다워졌고…’, ‘나의 작품에 다른 사람들의 좋은 평가가 수반되고…’, ‘나의 수많은 관찰과 애정으로 자신과 공공의 선을 위해 노력할 때…’ 등,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답변을 해야 한다. “난 입금될 때”라는 답변에 대한 변명을 하자면, 로직을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당시에 나의 머릿 속의 95%는 ‘다음 달 월급’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항산항심1에 근거한 사고방식에 젖어 있던 것이다. 비슷한 속담으로 ‘쌀독에서 인심난다’, ‘사흘 굶어 도둑질 아니할 놈 없다’ 정도를 들 수 있겠다. 보다 훌륭한 안(플랜, 디자인)을 위한 열정이 폭발하기 위해서는 ‘입금’이라는 촉매가 필요하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하고, 입금은 디자이너의 열정을 끓어오르게 한다. 그 당시 질문했던 어린이가 지금이라도 이런 속사정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8 돈이 전부가 아닌 가치에 대한 탐구 언젠가 예비군 소집일에 초등학교 동창을 만났다.한 15년 만이던가 순간 반가운 마음에 호구조사로 화제가 넘어갔다. 초등학교에는 이과 문과의 구분도 없어 추측할 길이 없으니, “뭐해서 먹고 사냐”, 또 “살만하냐” 뭐 이런 식의 질문이 오고갔다. 그 동창은 구로에서 간판 회사를 한다고 했다. 하도 쓰러지고 새로 생기는 가게가 많은 와중에 자리를 잘 잡아 돈을 쓸어 담고 있다고 했다. 중학교 졸업 후 바로 간판 사업에 뛰어들었고, 잔뼈가 굵어져 지금의 위치까지 오르게 되었다고 했다.그 당시 내가 버는 것의 열 배 정도 버는 것 같았고, 이젠 좀 살만하다며 뿌듯해 했다.그는 나에게 많은 야근과 적은 봉급으로 어떻게 생활을 하냐며 측은해 했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서 난 이렇게 생각했다.‘디자인과 조경 설계는 공공의 선을 위한 일이며,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평생 직업이므로 상관없다…’라는 생각이었느냐고 아니다. 솔직히 그것보다는 ‘예비군 훈련 끝나고 납품해야 하는데…’라는 생각밖에 없었고, 그러다가 ‘야근하느라월급 쓸 시간이 없어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순간 떠올라 피식 웃고 말았다.그 후로 많은 시간이 흘렀고 돈은 생각보다 (혹은 예상대로) 많이 벌지 못했다(그래도 생활은 했으니 벌었다고 해야 하나.그런데도 아직까지 조경 설계를 직업으로 갖고 있고 그래서 ‘그리고’ 있다. 이유가 뭘까?우리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과연 설계가 돈을 벌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걸까?’ 물론 몇몇 조경 디자이너는 많은 돈을 벌기도 하지만 대다수는 그저 중산층 정도의 수입으로 수수한 삶을 살아간다.사실 적당하고 일관된 보수의 확보는 어느 직업이든 중요한 문제이지만, 조경 설계는 오늘날 부의 기준에서 돈버는 분야라 할 수 없다. 그렇다면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조경 설계를 시작한 것이 아니라면 어떤 이유에서 지금까지 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보통 사람들은 설계를 한다고 하면 건축 설계, 인테리어 설계를 떠올리는데, 조경 설계를 한다고 하면 이런 반응이 대부분이다. “아… 예, 좋은 일 하시는 거죠” (좋은 일이죠…) “고속도로 변에 많은 그거죠” (그러니까요…) “돈 많이 벌 수 있다던데.” (뭐 그럴 수도…) “아! 공원 설계, 그거죠” (난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데…) “그거 전망이 좋다던데요” (20년 전에도 그랬지…) 오형석은 새로운 조경 문화를 고민하던 젊은 조경가 7인과 의기투합해만든 프로젝트 그룹을 기반으로, 2005년도에 디자인로직을 설립했다.만 10년 동안 디자인로직을 이끌며 새로운 외부 환경에 대한 실험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으며, 또 다른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디자인을 갈구하고 있다. 경원대학교(현 가천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 후 한양대학교 공학대학원 환경조경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고, 서인조경과 가원조경기술사사무소에서 실무를 익혔다. LH 조경 부문 자문위원,인천시 도시디자인 자문위원, 코레일 조경 심의위원을 역임했고, 한국도로공사 사옥, 한남더힐 설계공모전에서 당선되었으며, 세종문화회관예술 정원, 호텔 롯데 제주, 용현 SK VIEW 등을 설계했다.
  • [조경의 경계를 넘어, 조경 속으로] 슈벤두 샤르마 어포레스트 설립자 겸 디렉터
    숲이 상품이 될 수 있을까? 정원이나 공원을 만드는 일이라면 자격을 갖춘 전문가가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숲, 그것도 자연의 모습을 꼭 빼닮은 숲 또한 기업의 이윤 추구 영역이 될 수 있을까? 좀처럼 확신이 안선다. 우리에게 숲 만들기란 그저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식의 공익 광고 혹은 초록색 작업복으로 상징되는 새마을 운동을 연상시키거나 목재로 쓰기 위한 열대우림, 캐나다의 대규모 조림 사업 등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건강한 숲 자체가 상품이 되는 세상으로 진입했다. 여기서 ‘건강함’이란 휴양림 광고에 쓰일 법한 비유적 표현이 아니다. 그것은 실제로 높은 종다양성과 생태계 서비스를 묘사하는정확한 표현이며 숲으로서의 엄격한 자격 기준을 통과 함을 의미한다. 인도의 무모한 청년, 슈벤두 샤르마가 설립한 숲 만들기 전문 기업 어포레스트가 해내고 있는 일이다. ‘숲, 1년에 1미터 성장 보장’, 어포레스트가 내건 마케팅 캐치프레이즈다. 상당히 인상적인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하다는 말인가? 심지어, 샤르마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100년 걸려야 만들어지는 숲을 10년 내에 만들어 드립니다”, 혹은 “10년 걸려야만들어지는 숲을 1년 만에 만들어 드립니다”. ‘숲이 무슨 콩나물시루도 아니고 정말 가능한가’ 한편으로 궁금하기도 하고 영 미심쩍기도 하다. 비밀은 뭘까? 너무 당연하지만 우리가 종종 잊고 사는 것은 이 세상의 모든 생명이 서로에게 의존적이라는 사실이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 중에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간다. 어포레스트가 만들어내고 있는 숲의 핵심은 바로 그러한 상호 의존성에 대한 명확한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숲이란 그저 나무의 집합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새, 벌레, 동물, 온갖 종류의 다양한 식물이 함께 할 때 온전히 숲이라 불릴 만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조화, 하모니와 건전한 경쟁을 통해서 숲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샤르마는 생태적으로 조화롭고 지속가능한 숲은 훌륭한 비즈니스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원래 토요타 공장에서 일하던 산업 엔지니어였다. 어느 날 공장 주변 숲 조성을 위해 방문한 일본의 저명한 식물학자 아키라 미야와키Akira Miyawaki 박사의 강연을 듣고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후 숲 만들기를 새로운 일생의 업으로 삼고 진로를 바꾸었다. 즉 어포레스트는 미야와키의 오랜 연구를 바탕으로 한 ‘잠재 자연 식생potential natural vegetation 이론’과 경험에서 출발했다. 이에 더하여 어포레스트는 공학적 마인드와 IT 문화, 인도라는 지역적 환경을 접목시켰다. 과학적인 프로젝트 진행 방식과 효율성 추구, 모니터링, 경이로운 퍼포먼스에 있어서는 전직 엔지니어로서의 면모를 숨길 수가 없다. 어포레스트의 방식이 처음부터 모두에게 환영 받은 것은 아니다. 환경운동가에게 접근했더니 놀랍게도 그들은 숲을 만드는 일 자체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조경가에게 갔더니 그들은 오히려 그 자리에 있던 것들조차 깡그리 베어버리고 다른 대륙에서 수입해 온 잔디밭을 만드는 데에만 열중했다. 샤르마는 결국 양쪽 모두에게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스스로 숲을 만드는 일을 시작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다. 샤르마의 ‘종다양성’은 추상적인 구호이거나 우리와 상관없는 먼 열대우림에서나 거론될 만한 과학 용어가 아니다. 그는 우리 눈으로 확인할 수 있고 손으로 만질 수 있고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생물다양성을 우리 이웃에서 지금 이 순간 만들어 내고 있다. Q. 히말라야 산맥을 바라보는 북인도 카쉬푸르Kashipur가 고향인데, 지금은 인도 IT 산업의 중심인 방갈로르Bangalore에 살고 있다. A. 산록부의 매우 작은 마을이다. 우리 집 뒷마당에서는 히말라야의 산들을 바라볼 수 있다. 이곳의 특별한 점은 인도 최대의 야생 호랑이 보호 구역인 짐 콜벳 국립공원Jim Corbett National Park과 매우 가깝다는 점이다. 실제로 호랑이 사냥이 벌어지기도 한다. 인도판 아프리카인 셈이다. 내가 뒷마당에 숲을 만들고 난 후 나무들이 자라 더 이상 산이 보이지는 않는다. Q. ‘Afforestt’에서 t가 왜 두 개인가? A. 하하.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회사를 차리기로 결정했을 때 ‘Afforest.com’이라는 도메인 명은 이미 태국의 어떤 사람이 사용하고 있었다. 벤처 기업으로서 도메인명을 구매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두 번째 이유는 조금 전에 말했던 짐 콜벳을 기리기 위해서다. 그는 사냥꾼이었는데 마을을 공격하는 호랑이 수백 마리를 처치해 소중한 인명을 구했기 때문에 인도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곧 갈등의 원인이 호랑이가 아니라 호랑이의 영역을 침범한 농토 개간과 숲의 소실이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후 짐 콜벳은 인도에 처음으로 야생 동물 보호 구역과 국립공원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당시 대부분의 영국인은 인도를 그저 제국주의의 시장으로만 생각했지만 짐 콜벳은 인도의 땅과 인도인을 살리기 위해 일했다. 두 개의 t는 그의 이름에서 따 온 것이다. 내가 처음 생각했던 회사의 이름이 ‘Corbett Forest Making Company’일 정도였다. 물론 고민 끝에 결국 Afforestt로 바꾸긴 했지만 짐 콜벳에 대한 존경의 표시다. 그런데 나의 일본인 친구가 tt를 나무 木자 두 개로 쓰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주었고 지금 우리 로고에 그렇게 표현되어 있다. 영어를 읽을 줄 모르는 사람이라도 한자를 안다면 수풀 ‘林’자는 읽을 수 있으니 더 좋지 않은가. Q. 웹사이트에서 밝히고 있는 사업 내용에 의하면 어포레스트는 ‘자연적이고 야생적이며 관리가 불필요하고 자생적인 숲’을 만드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런데 언뜻 들으면 어포레스트가 만들려고 하는 결과물은 노지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자연스럽게 씨앗이 날아와 생기는 숲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다. 고객의 입장에서 굳이 어포레스트의 서비스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A. 어포레스트 방식은 그러한 자연적인 숲의 생성과정을 몇 배로 활성화 시키는 것이다. 즉, 100년이 흘러야 생길 수 있는 숲을 우리는 10년 안에 만들 수 있다. 10년이 걸리는 숲 정도는 하루아침에(그만큼 짧은 기간에) 만들어낼 수 있다. 이 꼭지를 연재하고 있는 인터뷰어 최이규는 1976년 부산 생으로, 그룹한 어소시에이트 뉴욕 오피스를 이끌며 10여 차례의해외 공모전에서 우승했고, 주요 작업을 뉴욕시립미술관 및 소호, 센트럴파크, 두바이, 올랜도, 런던, 위니펙 등지의 갤러리에전시해 왔다. 저서로 『시티 오브 뉴욕』(공저)이 있다.
    • 최이규 / 그룹한 어소시에이트 뉴욕지소장
  • [재료와 디테일] 갈라지고 썩어야 나무
    나무는 흔하다. 조금만 나서면 숲이 있고 가로수가 있다. 우리가 거주하는 집에서도 가장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소재가 나무다. 또한 나무는 시간을 거슬러 석기 시대 이전부터 인류에게 중요한 생활의 도구로 활용되어 왔다. 그만큼 잠재의식과 유전적 기질에서부터 친근한관계에 있는 소재다. 이러한 목재로 만든 시설물은 내가 일하는 설계사무실의 모니터 화면 속에서도 늘 빠지지 않는 단골손님이다. 아마도 우리가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소재라는 점에 그 이유가 있는 듯하다. 물가를 따라 흐르는 수변 데크, 산길을 따라 설치되는 산책 데크와 산 정상의 전망 데크, 그리고 그 옆에 자리한 목재로 만든 방갈로 등은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으로 조합된다. 결국 사람들이 가장 편하게 받아들이고 인정할 수 있어 쉽게 설득할 수 있다는 장점에 계획안 이곳저곳에 그려 넣는 것은 아닌지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다분히 감성적인 면을 강조한 결과인 듯하다. 그러나 실시 설계와 시공 과정에서는 상황이 달라진다. 그렇게 열심히 예쁜 그림을 그려서 보여주고 설득한 뒤 가장 먼저 ‘검열’되는 소재가 바로 이 목재다. 절대 안 된다고 못을 박는 곳도 있고 필요한 곳에 최소한으로만 사용토록 압박하고 다른 고강도의 재료로 바꾸기 일쑤다. 고가의 재료라는 점에서 초기 투자비에 부담을 주기도 하거니와 지속적인 유지·관리가 필요한 소재라는 점이 이러한 상황을 낳는 경우를 자주 경험했다. 감성적으로 친환경 소재임을 강조하며 클라이언트를 설득하지만 결국 시공할 땐 목재보다 덜 친환경적이고 강도 높은 재료를 사용하게 되는 이유가 뭘까. 친환경에 대한 계량화된 데이터 구축, 목재의 부패를 지연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찰, 경비 절감 방안의 정량적 설득이 필요하다. 잠시 목재가 친환경적이지 않은 소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본다. 친환경이라는 말을 다르게 해석하면 ‘환경에 부담을 덜 주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을 텐데, 목재는 숲의 나무를 베어야 만들 수 있는 자재이므로 결국 숲의 파괴를 가져오지 않을까하는 의문을 갖게 된 것이다. 과연 그럴까. 이대영은 여기저기 살피고 유심히 바라보기 좋아하는 사람으로 살아가려 노력하고 있다. 만드는 것에 관심이 많으며, 작고 검소하며 평범한 조경설계를 추구하고 있다. 영남대학교에서 공부했고 우대기술단과 씨토포스(CTOPOS)에서 조경의 기초를 배웠다. 조경설계사무소 스튜디오엘(STUDIO L)을 시작하고 작은 작업들을 하고 있다. www.studio89.co.kr
  • [공간 공감] 양재동 꽃시장
    3월 말 양재동 꽃시장을 찾았다. 초본이나 원예 용품을 사러 종종 들르는 곳이니 새로울 것은 없지만, 오늘은 보고자 하는 각이 좀 틀리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양재동 꽃시장은 시장 본연의 기능 외에도 공공 공간으로서 매력이 넘치는 장소이니, 멀티태스킹을 수행할 수 있는 방안이 고안되면 좋겠다는 의견이 중점적으로 제시되었다. 사실 양재동 꽃시장은 설계 스튜디오에서도 단골손님으로 다뤄질 정도로 이슈와 설계거리가 푸짐한 곳이다. 조경의 가장 중요한 재료 중 하나인 초화가 팔리는 시장이니, 전문가들의 재료 공급처이자 동시에 대중의 조경 인식이 반영되는 장소라 할 수 있다. 공간에 대한 디자인을 논하기에 최적의 소재는 아니지만 시장이라는 인프라가 어떻게 다층적으로 활용되어 장소 가치를 높일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를 하기에는 맞춤한 장소다. 시장, 공원 그리고 정원 문화란 관점에서 양재동 꽃시장을 재조명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싱거운 언급이지만 이곳에는 볼만한 초화가 가득하다. 색색의 갖가지 초화는 봄을 알리는 전령사뿐만 아니라 계절 변화의 바로미터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이 때문에 초화 구입이 아니라 견학이나 아이쇼핑을 위해서 이곳을 찾는 이들도 꽤 된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부대시설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개의 도매시장이 판매 시설 이외에 다른 편의 시설을 갖추는 데 인색하듯이 양재동 꽃시장 역시 예외가 아니다. 도매 유통이 주로 이루어지고 전문가가 주 고객인 시장이니 큰 문제가 아니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보다 대중적이고 흥미로운 시장이 되기 위해서는 판매나 편의 시설의 보완이 필요하다. 참고할 만한 사례로는 유럽에서 일반화된 가든 센터가 있다. 정욱주는 이 연재를 위해 작은 모임을 구성했다. 글쓴이 외에 factory L의 이홍선 소장, KnL 환경디자인 스튜디오의 김용택 소장, 디자인 스튜디오 loci의 박승진 소장 그리고 서울시립대학교의 김아연 교수 등 다섯 명의 조경가가 의기투합했고, 새로운 대상지 선정을 위해 무심코 지나치던 작은 공간들을 세밀한 렌즈로 다시 들여다보고 있는 중이다.
  • Finalist: Mesa Central MESA CITY CENTER DESIGN COMPETITION
    메사 센트럴Mesa Central은 ‘어떻게 하면 메사 시민과 메사 시티 센터를 찾는 방문객에게 웃음을 줄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답하기 위해, ‘도시적 경험의 강화’, ‘근접 지역의 연결’, ‘도심부 보호’라는 세 가지 주제에 중점을 두고 구성되었다. 프레임워크워시The Wash는 도심부 중심을 관통하는 메인 스트리트Main Street와 같은 레벨에 조성되어, 광장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도시 활동이 유입되는 통로로 기능한다. 메사 센트럴의 워시를 구성하는 리플렉션 풀refl ection pool과 피크닉 고원, 바닥 패턴 등의 공간 구성 요소는 애리조나의 간헐천과 건조 지역의 모습을 차용한 것이다. 도심부와 경전철, 메사 아트 센터Mesa Arts Center, 그리고 추후 세워질 음악 학교와 이스트 메인 스트리트East Main Street 개발 지구를 연결하면서 도시 성장과 통합을 이루는 주요 뼈대를 만들어낸다. 애리조나 구릉 지대를 연상시키는 풋힐Foothills은 강렬한 공간 구조와 식재로 이루어진 공원 내부의 언덕이다. 풋힐의 구조와 지형은 메사 도심부에서 볼 수 없는 수직적 오픈 스페이스를 제공한다. 워시와 풋힐의 사이를 연결하는 블러프Bluffs는 점차 건조화되는 애리조나 주의 지형적 변화를 보여주며 대상지 전체를 가로지르는 좋은 전망 포인트를 제공한다. 블러프가 만들어내는 사막 경관은 방문자들이 메사 센트럴 곳곳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있도록 정교하게 조직되어 있으며, 주로 바위나 건조 기후대 식물 등으로 채워져 있다. 대상지 좌우측을 관통하는 중앙 구간을 통칭하는 페퍼플레이스Pepper Place는 새로운 주 보행로 기능을 수행한다. 메인 스트리트와 평행하게 나 있는 이 보행로는 도시 어메니티와 박물관, 주차장을 포함한 인접 시설들을 연결한다. 다층 구조로 식재된 나무는 공간을 구획 및 조직하며 대상지 내의 연속성을 만들어낼 뿐 아니라, 방문자가 편히 쉴 수 있는 그늘을 제공한다. 나아가 무성하게 자란 초목과 푸르게 우거진 나무는 대상지의 열섬 현상을 완화하며, 나무의 플랜터는 빗물집수와 여과 작용을 돕는다. 우드 베곳(Woods Bagot)은 140여 년의 역사를 지닌 국제적 디자인 컨설팅 기업으로 미국, 호주, 아시아, 유럽 전역에 걸쳐 약 1,0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2014년 발표된 ‘세계 100대 건축사무소(World Architecture 100 List)’에 일곱 번째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건축, 컨설팅, 교통, 인테리어 디자인, 마스터플랜, 그리고 도시계획까지 광범위한 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서피스디자인(SURFACEDESIGN)은 조경, 도시 설계, 마스터플랜 등 광범위한 영역을 디자인하는 회사다. 2001년 설립되어, 대규모 도시계획, 공원 디자인, 단지 설계, 기업·캠퍼스 설계, 가로 경관 디자인 등 다양한 규모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사람과 자연 환경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지속가능성에 대해 열정을 갖고 있다.
    • Woods Bagot + SURFACEDESIGN / Woods Bagot + SURFACEDESIGN
  • Finalist: Living Room Plaza MESA CITY CENTER DESIGN COMPETITION
    리빙 룸 플라자Living Room Plaza에는 풍요로움이 가득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복잡한 활력소messy vitality’라는 설계 개념이 담겨 있다. 이는 항상 사람들의 활동으로 가득한 공간이 되도록 유도하고, 새로운 공간 경험의 폭을 넓혀 방문객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장소 제공을 목표로 한다. 리빙 룸 플라자의 프레임워크는 물리적 공간에 대한 탐색을 북돋우는 한편, 새롭게 경험하게 될 공간 속에 메사 시의 흥미진진한 삶을 담아낼 것이다. 나아가 전체적으로는 시민의 교육과 건강한 생활을 지원하고, 도시 규모의 지속가능성과 회복탄력성을 증진시키게 될 것이다. 지속가능한 전략은 블록 단위 개발을 통한 도시의 통합, 에너지 절약, 천연 자원의 보존, 수질 정화를 위한 혁신적 건축 기술 및 현장 설계 방식 등을 포함한다. 리빙 룸 플라자는 일련의 레이어를 겹쳐 유기적인 공간을 구현하는 방식을 취한다. 각각의 레이어는 성공적인 도심 공간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수직적 프레임워크 기존 건물과 신규 건물은 모두 도시 맥락과 규모의 측면에서 중요한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소매상점과 카페는 건물 1층의 전략적 위치에 입점하게 된다. 독특한 패턴의 그늘 캐노피, 간판이 설치된 건물 지붕, 야외 테라스 등이 광장 주변을 가득 채우게 될 것이다. 이는 도시를 향해 있는 광장의 에지 부분이 쇼핑, 외식, 전시 관람 등의 활동과 카페와 바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 등으로 활기를 띄게 할 것이다. 새로 들어설 어린이집과 피트니스 센터 역시 리빙 룸 플라자를 활성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신규 사업체들은 기존의 지역 상인들과 메인 스트리트에 위치한 상가들의 기능을 보완하여 상권 활성화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지역민과 방문객은 유리로 만든 독특한 투명 엘리베이터를 타고 시티 오피스 타워City Offi ce Tower 8층에 위치한 새로운 옥상 데크에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오텍(Otak)은 1981년 설립된 종합 엔지니어링 건축사무소로 다양한 전문 분야의 엔지니어, 건축가, 도시계획가로 구성되어 있다. 보다 지속가능한 건조 환경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으며 각 프로젝트가 갖는 잠재적인 경제 효과의 중요성 또한 놓치지 않으려 한다. 오텍은 창립 30주년을 계기로 한국의 한미글로벌(HanmiGlobal)과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고 이를 시작으로 보다 국제적인 기업으로 도약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메이어/리드(Mayer/Reed)는 미국 오리건(Oregon)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도시조경설계사무소다. 도시설계나 조경과 같은 공간 설계뿐만 아니라 생활환경 개선에 필요한 상품 디자인과 그래픽 디자인도 수행하고 있다. 메이어/리드는 사회·문화·생태·역사 등 환경에 영향을 주는 모든 요소를 포함하는 다학제적 접근을 통해 즐겁게 일하고, 배우고,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 Otak + Mayer/Reed / Otak + Mayer/Reed
  • Winning Proposal: Mesa City Center MESA CITY CENTER DESIGN COMPETITION
    콜웰 셀러Colwell Shelor, 웨스트 8West 8, 그리고 웨들길모어Weddle Gilmore가 팀을 이뤄 제출한 메사 시티센터Mesa City Center는 양립하기 어려운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시정부 및 지역 사회의 바람을 반영하고 있다. 즉, 대규모 축제를 개최할 수 있는 오픈스페이스, 그리고 산책이나 휴식 같은 일상적 활동이 가능한 지역 공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반전을 품은 도시 광장town square with a twist’을 목표로 한다. 나아가 그늘이 드리워지고 녹음이 우거진 매력적인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메사 시가 혁신·예술·비즈니스·커뮤니티 등의 관점에서 선도적 도시임을 부각시킬 수 있는 독창적이고 상징적인 공간을 제안한다. 디자인의 특징을 꼽자면, 융통성 있는 활용이 가능한 일련의 넓은 공간, 보행자 연결로, 소노라 사막Sonoran Desert을 떠올리게 하는 친근한 경관, 그리고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게 될 대중 친화적 프로그램을 갖춘지상 공간 활용 등이 있다. 보행로 및 다양한 외부 공간으로 구성된 녹색 네트워크를 통해 메사 시티 센터로부터 메인 스트리트Main Street, 메사 아트 센터Mesa Arts Center, 컨벤션 센터Convention Center, 그리고 인근주거 지역까지 자연스러운 보행자 흐름이 형성된다. 기존 건물들의 용도를 재설정함으로써 다양한 식음료 판매소가 1층에 들어설 수 있게 했고 건물 주변으로 테라스를 설치해 공공 영역과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이렇게 새롭게 들어선 상점과 외부공간은 다수의 사용자를 수용하는 동시에 대상지 바깥으로까지 메사 시티 센터의 영향력이 뻗어나가는 거점이 된다. 시청사 건물 옥상에 마련된 스카이 테라스Sky Terrace는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꾸며져 행사 및 일몰 감상에 적합한 공간으로 기능한다. 콜웰 쉘러(Colwell Shelor)는 미국 애리조나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조경설계사무소로 엘리슨 콜웰(Allison Colwell)과 미셸 쉘러(Michele Shelor)가공동 설립했다. 대규모 단지 개발에서 도심 내 야생동물보호구역 정비 사업까지 다양한 규모와 성격의 프로젝트를 다루고 있다. 독특하고 생동감 넘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토착종의 발굴 및 활용과 도시 기반 시설에 대한 전문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 접근법을 추구하고 있다. West 8은 네덜란드 로테르담을 기반으로 뉴욕과 벨기에에 지사를 둔 도시·조경설계사무소로서 조경가, 건축가, 도시설계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70여 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 1987년 설립된 이래로 대규모 도시 및 환경 설계 프로젝트에서부터 워터프런트, 공원, 광장, 정원, 시설물에 이르기까지모든 프로젝트에서 종합적이고 다학제적인 접근을 통한 디자인을 수행하려 노력한다. 웨들 길모어(Weddle Gilmore)는 필립 웨들(Phillip Weddle)과 마이클 길모어(Michael Gilmore)가 공동 설립한 건축·도시설계사무소로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모든 프로젝트마다 다양한 문화적·경제적·환경적 이슈에 대응할 수 있는 디자인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개인주택 및 오피스 건축과 같은 사적 프로젝트부터 캠퍼스 계획, 메모리얼, 동물원 등의 공공 프로젝트까지 점점 그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 Colwell Shelor + West 8 + Weddle Gilmore / Colwell Shelor + West 8 + Weddle Gilmore
  • Mesa City Center Design Competition 메사 시티 센터 디자인 컴피티션
    15%의 가능성,메사에 불어올구릿빛 바람 메사The City of Mesa는 애리조나 주의 최대 도시인 피닉스Phoenix에서 약 32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인구 45만 규모의 위성 도시다. 소노라 사막Sonoran Desert의 영향권에 위치한 메사는 ‘평평하고 건조한 대지’라는 도시의 이름처럼 7월에는 평균 41°C(최고 기록 48°C)까지온도가 상승하는 무더위를 자랑하며, 연중 강수량이 250mm가 채 되지 않는(235.6mm, 2012년 기준) 매우 건조한 기후를 보인다. 메사는 1883년에서야 인구 300명에 도달한 작은 농업도시였다. 이후 1940년대 제2차 세계대전 발발을 계기로 팔콘 공군 기지Falcon Field와 윌리엄스 공군 기지Williams Field가 들어서면서 도시 발전의 전환기를 겪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인구 증가, 도시 기반 시설 확장등 급격한 도시 개발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주정부는 전쟁이 끝난 후 군사적 활용도가 낮아진 팔콘 공군 기지에 민간 공항의 기능을 추가하게 되었고, 이후 메사는 애리조나 항공 교통의 중심지로 발달하게 된다. 한편, 같은 시기 공군 기지 주변으로 우주항공산업 관련 사업체가 유치되고, 애리조나 주립대학교에서관련 학과에 많은 지원을 하면서 항공 산업 중심지로서의 성격이 더욱 강화된다.이러한 흐름은 1990년대까지 이어졌고, 증가하는 인구에 대한 보건 관련 시설과 사업체가 들어서기 시작한다. 꾸준히 증가하는 인구와 인구 구성의 다변화와 더불어 메사의 도시 기반 산업이 다변화하기 시작했고 애리조나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로 성장하게 된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 진행된 도시쇠퇴 현황조사에 따르면 인구성장률이 34%(1990)에서 10%(2010)까지 줄어들었으며, 주택 및 상가 공실률이 늘어나고 경제 관련 지수가 모두 하락하는 등, 메사는 도시쇠퇴기에 접어든 도시에 속하게 된다. 이에 2010년 말, 시정부에서는 상권 활성화와 외부 자본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메사 종합 발전 계획Mesa Central Main Plan(2010)’을 발표했고, 2012년 11월에 이르러 이러한 도시 발전 계획의 중심이 될 ‘메사 시티 센터 디자인 컴피티션Mesa City Center Design Competition’을 개최하게 된다. 발전위원회는 “뉴욕의 하이라인, 휴스턴의 디스커버리 그린Discovery Green이 10억 달러 이상의 수익 효과를 냈던 것처럼, 좋은 공공 공간이 메사의 도시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공모 배경을 설명했다. 설계지침과 설계공모 진행 과정 이번 설계공모의 당선 팀에는 10만 달러의 상금과 5천만 달러 규모의 실시설계권이 주어진다. 시정부는 이번 공모를 메사 시티 센터의 정체성을 부여하는 ‘콘셉트 디자인’ 성격이라고 설명하며, 각 설계팀이 제시하는 설계안은 전체 개발 과정의 15%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즉, 당선될 설계안의 디자인 발전, 펀딩funding, 실시 설계 및 시공 등을 포함하는 나머지 85%의 과정에 시정부와 시민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이듬해 10월, 최종 결선에 진출할 팀을 선정하기 위한 사업수행능력평가서Statements of Qualifications(SOQ) 평가를 진행했는데, 총 18개 컨소시엄이 이 과정에 참여했다. 시에서 요구한 것은 컨소시엄 별 포트폴리오와 더불어 대상지 조사·분석 리포트와 간략한 프로젝트개요였지만 각 팀은 총 9개로 구성된 설계 원칙―‘상징적인 공원(signature park)의 제시’, ‘도시 맥락과의 연계’, ‘사막 기후에 대한 대응’, 그리고 ‘메사 종합 발전 계획과의 연계’ 등―을 준수해야 했다. 2013년 11월에 이르러, ‘코웰 쉘러 + West 8 + 웨들 길모어’ 팀, ‘오텍 + 메이어/리드’ 팀, 그리고 ‘우드 베곳 + 서피스디자인’ 팀이 최종 결선에 참여할 권한을 얻게 되었다. 심사위원은 ‘상징성’과 ‘기후에 대한 대응’이 3개 팀을 선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이었다고 밝혔다. 각 팀은 이후 1차 설계안을 제출하고 5월 21일과 6월 12일 양일에 걸쳐 워크숍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각 컨소시엄은 1차 설계안에 대한 시민들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 2014년 8월 28일 메사 아트 센터에서 최종 설계안 발표가 진행되었고, 공모 기간 전체에 걸쳐 온오프라인으로 수렴된 의견과 시민·전문가 심사단의 평가를 종합하여 코웰 쉘러 팀의 설계안 ‘메사 시티 센터’가 최종 당선작으로 선정되었다. 메사 시티 센터에 대한 세 가지 계획안 최종 결선에 진출한 오텍 팀은 18에이커에 달하는 대상지 전체를 활성화(개발)하기에 앞서, 이 중 4에이커에 주요 공간 프로그램을 집중시키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리빙 룸 플라자Living Room Plaza’는 마치 주택에서 거실living room이 가족 구성원 모두가 모여 소통하는 공간으로 기능하는 것처럼 메사 시티 센터 개발 대상지 안에서도 활동의 중심이 되는 공간에 집중적인 투자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논리를 바탕으로 한다. 그러나 이는 대상지에 접한 외부 블록들과의 연계가 미진한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메사 센트럴Mesa Central’은 세 팀 중 가장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시한 설계안으로 각 공간별 성격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우드 베곳 팀은 메사의 지형에서 모티브를 얻어 ‘행어Hanger’, ‘광장Square’, ‘계곡Valley’을 테마로 각기 다른 세 가지 설계안을 제시했는데, 최종 설계안에는 ‘하이드로 룸’, ‘클라우드’, 그리고 ‘워시’ 등, 워크숍 과정에서 주민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세 안의 요소들이 모두 혼합되어 있다. 시민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것은 긍정적이나, 완성된 설계안은 좀 더 선택과 집중이 이루어졌다면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당선작인 코웰 쉘러 팀의 ‘메사 시티 센터’의 구성은 매우 단순하다. 이 설계안에는 애리조나 토착종을 도입한 다양한 성격의 ‘정원’과 겨울에는 아이스 링크로 사용될 수 있는 얕은 웅덩이인 ‘반사 연못’, 그리고 구릿빛의 거대한 패시브 냉각 증발탑passive coolingevaporation tower인 ‘윈드 댄서’가 포함되어 있다. 강렬한 조형성을 가진 ‘윈드 댄서’는 폴크로리코folklórico라는 스페인 민속춤에서 영감을 얻었는데, 춤의 형상뿐만 아니라, 패시브 냉각 증발 기술을 도입하여 펄럭이는 치맛자락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효과까지 살려내고자 했다. ‘윈드 댄서’는 공모 과정과 최종 평가에서 지속적으로 언급되어 온 ‘상징성’과 ‘사막 기후에 대한 대응’을 하나의 강력한 디자인 요소를 통해 해결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지난 3월 20일에는 메사 시티 센터 디자인의 경제적 측면에 대한 전문가 공청회가 열렸다. 경제 효과 분석에 대한 발표를 진행한 HR&A 어드바이저스HR&A Advisors의 캔디스 데이먼Candace Damon은 “메사 시티 센터가 하이라인이나 디스커버리 그린처럼 완성도있게 마무리 된다면, 향후 지역 경제 부흥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지켜본 몇몇 시민들은 여전히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향후 사업비 5천만 달러(한화 542억원)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하는 재정적 우려도 있었으며, 디자인을 두고 “멋지지만, 아무도 찾지 않는 기괴한 UFO가 될 수도 있다”며 윈드 댄서의 과도한(?) 형태와 기능에 대한 의문도 줄을 이었다. 물론 앞으로 주민과의 적극적 소통을 통해 디자인을 개선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을 거치겠지만, 한 메사 시민의 말처럼 “예쁜 그림 이상을 볼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을 배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앞으로 메사의 중심에서 이 구릿빛 무용수가 일으킬 바람이 어디까지 퍼져나갈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Winnig ProposalMesa City Center Colwell Shelor + West 8 + Weddle Gilmore FinalistLiving Room Plaza Otak + Mayer/Reed FinalistMesa Central Woods Bagot + SURFACEDESIGN
    • 양다빈, 김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