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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도시의 안녕을 묻다] 기본을 되짚기, 문제를 잘게 쪼개기
여러 자리에서 커뮤니티 디자인이나 어린이 놀이터와 관련해서 코로나19 시기나 그 이후에 어떻게 대처할지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매번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면 상대방은 ‘당신은 전문가잖아요’라는 듯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눈길을 피하며 “앞으로 고민해봐야죠”라고 답하지만 뭘 어디서부터 고민해야 하는지 어렵기만 하다.
코로나19 사태는 종식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나는 너무 게으른가라는 자기반성의 나날이 이어지던 중, 뜻밖에 위안의 말을 듣게 되었다. 나보다 더 절실하게 답을 찾으며 미술관을 운영하는 지인이 지친 듯 이렇게 말했다. “지금 누가 미래를 예측할 수 있고, 대안을 이야기할 수 있겠어요. 명쾌한 답을 내놓는 사람이 있다면 사기꾼 아닐까요?”
단순히 오프라인에서 하던 일을 온라인으로 기계적으로 옮기는 것도, 마스크를 쓰고 오프라인 활동을 그대로 진행하는 것도 답은 아니다. 온라인으로 옮기는 순간 의미 없어지는 활동도 있고,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오프라인에서 지속해야 할 것들이 있다. 또 온라인으로 옮겼을 때 생기는 한계도 많다...(중략)
김연금은 서울 약수동에서 조경작업소 울을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 『커뮤니티 디자인을 하다』(공저, 2009, 나무도시), 『소통으로 장소만들기』(2009, 한국학술정보), 『우연한 풍경은 없다』(2011, 나무도시)가 있다. 엮은 책으로는 『이어 쓰는 조경학개론』(2020, 한숲)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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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도시의 안녕을 묻다] 위드 코로나 시대의 공원 사용법
멈추면 보이는 것들
대유행의 경고는 과장이 아니었다. 서로를 조심하며 거리를 두어야 하는 재난 상황이 지속되면서, 코로나19는 우리 도시가 얼마나 감염병에 취약한지 체감하게 했다. 학교, 도서관, 실내 체육 시설이 장기간 폐쇄되어 제 기능을 못하게 되면서 숨 돌릴 공간에 대한 목마름도 커졌다. 마음 편히 숨 쉬고 부족한 운동량도 채울 수 있는 오픈스페이스, 생활 반경 안의 공원이 이렇게 필요했던 적이 없었다.
거리두기 단계가 올라갈수록 실내 공간에 비해 비교적 안전한, 탁 트인 도시공원에 대한 시민들의 갈망이 커졌고, 나 홀로 또는 가족, 친구와 함께 서울숲을 찾는 사람들도 증가했다.1 공원은 이른 새벽은 물론 늦은 저녁 언제라도 갈 수 있는 헬스장이 되고, 아이와 함께 갈 수 있는 안전한 놀이터가 되었다.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 테이블은 야외 사무실이 되었다. 한적한 은행나무 숲길, 수국길의 좁은 산책로를 홀로 거닐며 자연과 거리를 좁히는 사람들이 늘어났다...(중략)
각주 1. 5월 극성수기(1일~5일) 서울숲공원 유동 인구는 총 139,969명으로, 일평균 27,993명이 공원을 찾았다. 대중교통 기피 현상 때문에 평일에도 주차장은 연일 만차였다.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 설치 확대에 힘입어 이동 수단으로 자전거를 택한 사용자도 급증했다. 특히 예년에 비해 한강에서 유입되는 이용객이 늘어났다.
* 환경과조경 390호(2020년 10월호) 수록본 일부
서울숲컨서번시는 서울그린트러스트의 서울숲공원 수탁 운영을 위한 전담 조직으로, 녹지 시설의 유지·관리 및 이용 프로그램의 기획·운영, 시민들과의 소통 업무를 책임진다. 공원이라는 공유 자산을 창조적으로 이용해 단순한 녹지 서비스 제공을 넘어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증진시키는 데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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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도시의 안녕을 묻다] 보라매공원에 헬리콥터가 떴다
2020년 3월 25일 오후, 사무실에서 가까운 보라매공원을 둘러보러 갔다. 공원 입구에는 형형색색의 일년초가 하트 모양으로 심겨 있었다. 촌스러웠지만 사람들이 좋아하니 나도 좋았다. 공군사관학교가 이전한 자리에 생긴 보라매공원은 근처 동작구 신대방동 외에도 영등포구 신길동과 관악구 신림동, 구로구 구로동에 이르기까지 여러 동네 사람들의 명소다. 공원 중앙에는 사관학교 시절에 운동장으로 쓰던 넓은 잔디밭과 주변을 도는 순환로가 있다. 공원 시설 중에서 순환로는 사계절 내내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곳이다. 늦은 밤까지 떼 지어 걷는 모습을 멀리서 보면 기이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날도 모처럼 풀린 날씨에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공원의 이른 봄 풍경 사진을 몇 장 찍고 발길을 돌리려는 순간, 하늘에서 헬리콥터 소리가 들렸다. 헬리콥터가 땅으로 점점 내려오면서 소리는 더 커졌고, 아직 잔디가 자라지 않은 맨땅의 흙이 사방으로 날리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이렇게 가까이에서 헬리콥터가 착륙하는 것을 보기는 처음이다. 소음이 엄청나게 컸고 먼지로 사방이 뿌옇게 변했다. 보라매병원 쪽에서 구급차가 요란한 삐뽀 소리를 내며 다가왔고 다른 편에는 소방차가 막 도착했다. 평화롭던 공원이 순식간에 뉴스에 나올 법한 풍경으로 변했다. 먼지 때문에 환자를 이송하는 장면을 정확히 볼 수 없었지만 어떤 상황인지는 짐작할 수 있었다...(중략)
* 환경과조경 390호(2020년 10월호) 수록본 일부
서영애는 조경을 전공했고 서울 남산을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기술사사무소 이수 소장으로 일하고 도시경관연구회 보라(BoLA)에서 공부하며 연세대학교 겸임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좋은 사람들과 연대하며 오래 일하며 공부하고 싶다. 건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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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도시의 안녕을 묻다] 별의 안녕을 묻다
그저 작은 점에 불과할 뿐이야
한동안 컴퓨터의 배경화면으로 썼던 사진 한 장이 있다. 흐릿한 지평선 너머 밤하늘에 떠 있는 티끌 같은 점 하나. 화성 탐사선 큐리오시티(Curiosity)가 2013년 1월 31일 일몰 직후 촬영한 지구의 모습이다. 아름다운 블루 마블은 온데간데없고, 외로운 점 하나. 그래도 45억 년 동안 어림잡아 천억 명이 넘는 호모 사피엔스가 살다 갔는데, 그 찬란한 문명은 어디로 가고 고작 작은 점 하나에 불과하다. 그것도 가까운 이웃 행성인 화성에서 바라본 지구의 풍경이라니. 드넓은 대양과 대륙, 광활한 숲과 사막, 수많은 도시와 마을들, 모두가 결국은 하나의 작은 점으로 수렴되고 마는 것이니, 지구의 모든 존재는 어쩔 수 없는 운명 공동체다.
그 많은 나무들은 어디로 갔을까
강화된 거리두기 정책이 시행된 이후로 이동할 때 차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라디오 인터뷰 프로를 듣다가 어느 게스트의 설명에 귀가 쫑긋. “원래 지구에는 약 7조 그루의 나무가 있었대요, 그런데 지금은 그 절반이 사라졌어요.” 그렇구나. 물론 자연재해 같은 원인도 있었겠지만 사람들 때문에 사라진 나무들이 훨씬 많을 것이다. 어디 나무뿐이랴. 숲과 나무가 없어지니 터전을 잃은 동물들도 사라진 것이고, 그렇게 지구의 생태 균형이 깨진 것이다.
세계자연기금WWF의 최근 보고에 의하면 지난 50년 동안 전 세계 동물의 70%가 사라졌으며, 가장 큰 원인이 인간에 의한 서식지 침범이라고 한다. 지구를 살아 있는 생명체로 보는 가이아Gaia의 입장에서 보면, 호모 사피엔스는 지구에서 5만 년 동안이나 사라지지 않고 증식하고 있는 악성 바이러스가 아닐지. 숙주의 신체를 망가뜨림으로서 결국은 자신도 소멸하고 마는 코로나 바이러스처럼...(중략)
박승진은 성균관대학교와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조경설계를 공부했다. 조경설계사무소 서안에서 오랫동안 설계 실무를 했고, 2007년에 디자인 스튜디오 loci를 열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 겸임교수로 조경학 관련 수업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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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도시의 안녕을 묻다] 가상의 벽, 블루스케이프
2020년3월14일,여느 날과 같이 일을 하는 중에 회사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코로나 확산으로 록다운lockdown을 시작할 예정이니 이틀 안에 집에서 일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는 통지였다. 일종의 해프닝 정도로 생각했기에 동료들과 웃으며 2주 뒤에 보자며 작별을 고했다.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재택근무를 하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7월에 도래한 코로나 2차 확산으로 멜버른 오피스의 직원들은 연말까지도 회사로 복귀하지 못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회사는 그동안 어떤 변화를 맞이했을까
내가 근무하는 하셀(Hassell)의 멜버른 본사는 록다운을 기회 삼아 오래전부터 계획했으나 쉽사리 시행하지 못했던 인테리어 리모델링을 단행했다.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할 직원들을 위해 상담팀을 꾸리고 어떤 문제든 털어놓기를 독려하는 한편, 필라테스, 요가 등의 화상 프로그램도 운영하기 시작했다. 팀원 간의 유대를 유지하기 위해 주·월간 화상 팀 미팅을 진행하는데 각종 음료와 간식거리를 집으로 배송해주고 코미디언을 고용해 방송을 중계하는 등 사기 진작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록다운이 장기화되자 구조 조정을 감행할 수밖에 없었다. 사무실 운영, 마케팅, 비서직 등 재택근무 체제에서 역할이 현격히 축소된 이들, 계약직 디자이너들이 그 대상이 됐다. 조경팀에 갑작스레 인력 보충이 필요한 경우 새로운 사람을 고용하기보다는 건축, 인테리어팀에서 도움을 받거나 다른 스튜디오(하셀은 호주 5개 도시와 호주 외 5개 국가에 스튜디오가 있다)의 인력을 빌려오는 방안을 채택했다. 통상 다른 스튜디오에서 인력을 빌릴 때는 비행기, 숙소, 이동 시간 소모로 많은 부대 비용이 지출되기 마련인데
재택근무 시대에는 홍콩에서 일해도 멜버른에서 일하는 것과 별 차이가 없기에 추가 지출이 없어졌다. 스튜디오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어디서 일하는지가 크게 중요치 않게 되었다...(중략)
* 환경과조경 390호(2020년 10월호) 수록본 일부
이홍인은 호주 공인 조경가(RLA)다. 서울대학교 조경학과에서 학부와 석사를 마쳤다. 한국의 오피스박김, 호주의 맥그리거 콕샐(McGregor Coxall)에서 실무 경험을 쌓고, 현재 하셀(Hassell) 멜버른 오피스에서 BIM 모델링, 컴퓨테이셔널 디자인, 가상 현실 등 신기술을 조경 실무에 응용하는 직책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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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도시의 안녕을 묻다] 호모 언택트 도시
코로나 시대의 건축, 도시, 조경 계획은 그 자체만으로 도시를 구제할 수 없다. 우리는 상업·업무 지구 중심으로 조직된 현대 도시 구조와 속도 중심으로 계획된 도로망이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도시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물리적 인프라의 재편과 시스템 변화는 필연적이며, 학제 간 융합을 통해 공간을 구성하는 새로운 파라미터(parameter)들이 나타날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도시는 더욱 진화할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는 예상치 못한 호모 언택트(homo untact)의 삶을 이야기하고 경기 침체로 고통 받고 있지만, 현대 도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도시 공간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상상해보자. 숲길 사이로 개인용 이동 수단을 타고 출근하는 사람들로 가득한 테헤란로를, 다양한 유닛의 발코니 정원과 개인 텃밭이 있는 한강변 아파트 단지를, 자동차와 차도가 사라지고 물과 숲으로 채워진광화문광장을, 순환형의 2호선 지하철 따라 달리는 공중 자전거 도로를. 코로나19 이후 우리는 더 나은 건강한 도시를 만나게 될 것이다. 그곳에 우리의 역할이 있다...(중략)
* 환경과조경 390호(2020년 10월호) 수록본 일부
조용준은 서울시립대학교와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조경을 공부했다. CA조경기술사사무소 소장으로 최근 새로운 광화문광장 기본 및 실시설계와 세종대로 사람숲길 사업의 총괄을 맡고 있다. 조제라는 필명으로 아이디어 공모전 참여, 즉흥적인 기획, 조경 야화(夜話), 전시하지 않는 그래픽 작업 등 실무와 동떨어진 취미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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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도시의 안녕을 묻다] 올인빌딩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에 따르면 인간에게는 자연과 교류하려는 선천적 욕구가 있는데, 윌슨은 이를 바이오필리아biophilia(생명애, 녹색 갈증)라고 지칭한다. 첨단 도시에 사는 현대인조차도 정원, 가로수, 공원이라는 형태로 자연을 도시 속에 녹여내 일상에서 자연과 교감하고자 한다. 2019년 겨울의 끝, 코로나19는 순식간에 무서운 기세로 확산하며 모두에게서 봄을 빼앗고 평범한 일상을 이전과는 전혀 다르게 바꿨으며 사회적 거리두기 하에 사람뿐만 아니라 사람과 자연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들었다.
팬데믹이라는 유례없는 세계적 재난 상황에도 경제의 톱니바퀴만은 여전히 작동해야 했고, 그동안 착실히 쌓아온 IT 기술 발전이 이룩한 온라인에서의 효율적 연결을 통해 경제 활동은 그나마 유지될 수 있음이 증명됐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변화의 물결 위에서 순항하던 언택트 및 온라인 컨택트 사회라는 배는 코로나19라는 강력한 바람을 만나 반 강제적으로 도시의 깊숙한 곳까지 도달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재택근무 정책은 집에서 사무, 운동, 쇼핑 등 자연과의 교감을 제외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올인홈all in home’으로 주거 공간을 변화시키고 있다. 도시 속 자연은 이전과 같은 모습으로 문 밖에 있지만 사회는 더 이상 인간이 외부로 나가 자연과 만나는 일에 관대하지 않다...(중략)
* 환경과조경 390호(2020년 10월호) 수록본 일부
조경 및 도시 디자인 사무소 엘피스케이프(LP SCAPE)는 여러 나라의 프로젝트 경험을 바탕으로 조경의 경계를 넘어 융복합 시대에 순응하며, 확장된 조경 디자인으로 미래 사회에 대응하는 공간을 구현한다. 공동 대표 이윤주, 박경의는 한국, 미국, 독일, 영국에서 수년간 실무 경험을 쌓아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해와 전문 지식을 활용한 세련되고 차별화된 디자인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 이 지면에 실린 글과 그림은 박경의, 이윤주, 김호영이 공동으로 작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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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도시의 안녕을 묻다] 공원에서 정원으로
일상의 상실
8월 30일.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뒤 처음으로 2.5단계 사회적 거리두기를 경험했다. 마치 연출된 것처럼 저녁 아홉 시가 되면 모든 식당과 커피숍이 문을 닫고, 번화가도 인적 드문 을씨년스러운 풍경으로 변했다. 비현실적 현실의 일상화라고 해야 할까.
당연하게 집 밖에서 했던 많은 활동을 집 안에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달라진 우리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공원에서의 일상을 들 수 있다. 코로나19가 퍼지기 시작한 초기만 하더라도 밀폐된 공간을 벗어나 공원을 찾아 여가를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자연에 둘러싸이고 탁 트여 있는 공원은 바이러스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할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제 그 역시 안전하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되었고 사람들은 갈 곳을 잃은 듯하다.
코로나19 이후의 집
도시에 인구가 집중되면서 우리의 주거 공간은 주택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효율이 높은 형태로 바뀌어 왔다. 그러나 이런 공간들은 사람들이 외부와 단절된 채 장시간 머물기에 적합한 형태는 아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강제적 고립 상태를 겪으며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집에서 해야 하는 활동이 늘어났다...(중략)
* 환경과조경 390호(2020년 10월호) 수록본 일부
오현주는 안마당더랩의 공동 소장이다. 경희대학교 환경조경디자인학과에서 조경을 전공하고,기술사사무소 렛과 그람디자인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2016년부터 조경 지식을 기반으로 외부 공간을 기획, 설계, 시공하는 디자인 작업실 안마당더랩을 이끌고 있다. 인간 중심의 공간을 디자인하고, 공간을 삶의 배경으로 만들고자 한다. 예술성과 대중성의 중간 지점에서 새로운 환경을 제안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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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도시의 안녕을 묻다] 불확실성의 뉴노멀
많은 사람이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의 시대를 구분 짓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21세기 벨 에포크를 이야기하는 걸 듣고 있으면, 우리 사회가 격동기를 지나고 있음을 실감한다. 하지만 주의 환기를 넘어 사람 질리게 하는 지자체별 재난 문자, 사려 없이 쏟아져 나오는 어설픈 코로나19 극복 방법과 기회주의적 기획을 보고 있다 보면, 지금의 유난이 과연 위기감에 대한 성찰에서 온 것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 코로나19 이후 엄청나게 생산, 소비되고 있는 소독제와 한강에 흩날리는 마스크 쓰레기를 보고 있으면 더더욱 그렇다.사회적 거리를 두는 등 새로운 생활 규칙으로 자리잡은 규범적 뉴노멀은 주변의 눈총 때문에라도 쉽게 따르지만, 담담한 마음으로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고 불편을 감수하며 미래 대책으로서의 뉴노멀을 고민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음을 느낀다.
전염병과 환경 위기가 요구하는 뉴노멀의 ‘노멀’을 ‘외부 효과1가 대체로 내부화되어 형평성 있게 지속할 수 있는 균형 상태’ 또는 ‘그에 필요한 공간적 규범’으로 정의해 본다. 도시 공간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에 대한 예측은 아니지만, 유난스러운 호들갑을 떨쳐내고 차분하게 대책으로서의 뉴노멀 시티스케이프에 필요한 몇 가지 미래를 떠올려 본다...(중략)
* 환경과조경 390호(2020년 10월호) 수록본 일부
이해인은 도시와 조경을 공부했고, 2015년부터 ‘설계를 통한 주창과 혁신’을 위해 노력하는 HLD를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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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도시의 안녕을 묻다] 도시, 새 출발
사라지는 공간들
미세 먼지가 서울을 덮친 2019년,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마시던 공기의 소중함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코로나19와 함께하는 2020년,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동네 공간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오늘도 문을 열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새삼 고마울 따름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세계가 불안에 떨기 시작한 지 벌써 1년이 다 되어간다. 이제 습관적으로 마스크를 쓰고, 꽤 자연스럽게 원격으로 업무를 진행한다. 좀처럼 집 밖을 나가지 않고 슈퍼 대신 새벽 배송을, 식당 대신 배달 앱을, 백화점 대신 온라인 쇼핑몰을 찾는다. 그 결과 도시의 밀도는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사람들을 피해 걸어야 했던 주요 도심지는 허무할 정도로 한산하고, 빼곡하던 상점들도 하나둘 비워져 임대 현수막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예상치 못한 혼란을 겪고 있는 우리 도시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뉴스에서 매일 이야기하는 비대면 기술과 서비스만이 우리의 미래일까? 비대면 서비스가 지금의 시급한 문제를 일부 해결할 순 있겠지만 완벽한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장기적인 시선으로 도시의 미래를 내다보고 더 건강한 도시를 만드는 방안을 고민할 때다. 비대면이라는 현상에 몰입하기보다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중심으로 오프라인의 방향성을 논의해 나가야 한다...(중략)
* 환경과조경 390호(2020년 10월호) 수록본 일부
홍주석은 한양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KAIST 대학원에서 문화기술학을 공부했다. 개성 있는 도시 콘텐츠가 자생할 수 있는 운영 시스템을 만들고자 어반플레이를 설립했다. ‘아는 동네’ 미디어와 ‘연희 걷다’ 등을 통해 동네 콘텐츠 발굴 및 육성에 힘쓰고 있으며, 연남동과 연희동을 기반으로 연남방앗간, 연남장, 연희회관, 연희대공원, 기록상점 등 여러 실험적인 공간을 기획해 운영하고 있다.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큐레이터,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컨설턴트로 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