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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시아 중앙 공원
Valencia Parque Central
‘발렌시아 중앙 공원(Parque Central Valencia)’은 스페인 발렌시아의 역사, 문화, 지리적 특성을 한데 녹여낸 공간이다. 대상지는 본래 철도 차량 기지가 있는 도심 속 산업 부지였다. 발렌시아의 주요 철도 노선을 지하화하는 사업이 추진되어 면적 23헥타르의 공원을 3단계에 걸쳐 조성하기로 했는데, 그 1단계로 부지 동측에 11.5헥타르의 공원이 완공됐다. 다채로운 정원들을 연속적으로 계획하고 철도 산업을 뒷받침하던 건축물을 지역 커뮤니티를 위한 공간으로 재활용했다. 공원에는 지역에서 많이 사용하는 대리석, 화강암, 칼라토라오(calatorao)석회암 등이 사용됐으며, 압축 자갈로 정원의 소로를 포장해 바닥의 내구성을 높이면서 자연스러운 멋을 더했다. 풀장, 분수, 수로 등 다양한 수경 시설을 마련하는 동시에 공원이 도시의 생태적 공간으로 기능하도록 지역 자연 생태계를 고려한 식재 계획을 세웠다. 설계부터 시공까지 약 8년에 걸쳐 진행된 1단계 사업은 인접 도시의 재생을 촉진했고, 루사파(Ruzafa)지역은 카페, 바, 고급 쇼핑 매장이 있는 명소로 거듭났다. 3단계까지 마치고 나면 철도로 단절된 지역은 하나로 연결될 것이다.
발렌시아 지역성의 표현
발렌시아는 유럽 무역과 문화의 중심지이자 다양한 생태 서식지 사이에 놓인 도시다. 이러한 발렌시아의 입지적 특성을 설계에 반영했다. 수 공간, 식문화, 지중해 경관이라는 세 가지 특성에 기반해 공원을 각종 예술 활동과 커뮤니티 행사를 위한 공간으로 변모시켰다. 발렌시아가 도기 및 세라믹 예술 산업의 중심지라는 점도 고려했다. 발렌시아어로 둥근 그릇을 지칭하는 우얄(ullal)의 형태에서 착안해 얕게 움푹 파인 여섯 개의 주요 공간을 설계했다. 주변보다 높이가 낮은 지대를 조성함으로써 빗물을 효율적으로 집수하는 효과도 꾀했다. 공원 중심부에 있던 농가 건물은 공원 사무실로 개조했다.
발렌시아 출신 시인 아우시아스 마르크(Ausias March)의 시 ‘지혜로 가득 찬 샘(Aigua Plena de Seny)’에서 영감을 받아 물을 설계의 주요 개념으로 삼았다. 투리아Turia 강 보호 구역과 발렌시아 외곽 농경 지대(라 우에르타, la huerta)의 관개 수로, 알부페라 자연공원(Parc Natural De l’Albufera)내 호수와 지중해 등 지역의 자연적, 인공적 수 경관을 모두 고려했다...(중략)
*환경과조경391호(2020년 11월호)수록본 일부
Landscape Architect & Lead Designer Gustafson Porter + Bowman
Project Management Nova Ingenieria
Civil, Structural, M&E Engineers Grupotec
Architect Borgos Pieper
Water Feature JML Water Feature Design
Soil Consultant Tim O’Hare Associates
Lighting Claude R. Engle IV
Client Valencia Parque Central Alta Velocidad 2003 S.A.
Location Valencia, Spain
Area
first phase: 11.5ha
total park: 23ha
Budget 16,000,000€
Design 2011
Completion 2019(first phase)
Photographs Richard Bloom, Zeppelin
구스타프슨 포터 + 보맨(Gustafson Porter + Bowman)은 혁신적이며 현대적인 조경 설계를 실천하는 설계사무소로 장소의 본질을 물리적 디자인으로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조경, 건축, 엔지니어링,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외부 컨설턴트를 설계팀에 포함시켜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런던 하이드 파크의 다이애나 기념 분수, 베이루트의 제이토네 광장, 암스테르담의 베스테르하스파브릭 문화공원(Cultuurpark Westergasfabriek), 웨일스 국립식물원의 글래스하우스(Great Glasshouse) 등 복잡한 역사적 맥락을 지닌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 Gustafson Porter + Bow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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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후이 활주로 공원
Xuhui Runway Park
‘쉬후이 활주로 공원(Xuhui Runway Park)’은 상하이의 역사에 생명을 불어넣는 혁신적 도심 재생 프로젝트다. 쉬후이 구에 위치한 8.24헥타르 규모의 대상지는 1949년까지 약 80년간 상하이의 유일한 민간 공항으로 운영된 룽화 공항(Longhua Airport)의 활주로였다.
대상지의 역사를 반영하고자 활주로에서 일어나는 움직임에 착안해 공원과 거리를 하나로 묶는 통합 시스템을 구성했다. 이를 통해 차량, 자전거, 보행자를 위한 다채로운 선형 공간이 탄생했다. 모든 공간이 선적인 형태를 띠지만, 공간의 크기를 다양하게 설정하고 여러 가지 소재와 지형, 프로그램을 사용해 다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게 했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활주로는 현대인들을 위한 공원으로 다시 태어나 여가 생활을 위한 공간과 주변을 둘러싼 도시에서 벗어날 수 있는 피난처를 제공하게 됐다...(중략)
*환경과조경391호(2020년 11월호)수록본 일부
Landscape Architect Sasaki
Client Shanghai Xuhui Waterfront Development InvestmentConstruction
Location Xuhui, Shanghai, China
Area 8.24ha
Completion 2019
Photographs Insaw Photography
사사키(Sasaki)는 전 세계의 대규모 국제 사무소, 문화 지구 계획, 고등 교육을 위한 캠퍼스, 소규모 사무 공간 등을 설계해왔다. 다양한 스케일의 설계 경험을 바탕으로 대상지의 문제점을 다차원적으로 분석해 넓은 스펙트럼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대상지의 문화적 맥락을 수용하는 전략을 세우기 위해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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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조선소 강변 공원
Shanghai Shipyard Riverside Greenland
황푸 강(Huangpu River)은 타이 호(Tai Lake)에서 발원해 양쯔 강으로 흘러드는 133킬로미터의 지류다. 상하이 시내를 가로질러 흐르고 바다와 가까워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후반까지 공장과 부두, 야적장, 창고가 들어섰으며 조선업 등 대규모 산업 시설의 적지로 손꼽혔다.
‘상하이 조선소 강변 공원(Shanghai Shipyard Riverside Greenland)’은 황푸 강 연안을 따라 기획 중인 45킬로미터에 달하는 그린벨트 프로젝트의 일환이자, 조선소가 건립된 1862년으로 거슬러 올라 유구한 해양 산업 역사의 맥을 잇는다. 대상지는 황푸 강 동쪽 지역인 푸둥(Pudong)의 중심지에 있던 조선소다. 쓸모를 잃은 조선소 부지를 11킬로미터에 달하는 강변 공원으로 재탄생시켰다. 강변에 잔디밭, 원형극장, 습지, 초지, 자전거 도로와 보행로를 테라스식으로 배치했는데, 이는 공공 공간일 뿐 아니라 강의 범람에 대응하는 기능을 한다.
이 공원은 황푸 강변을 따라 역동적인 도시 활동이 펼쳐지게 하려는 커다란 비전의 일부분이다. 최근 상하이 시는 황푸 강 동쪽 연안을 따라 길이 21킬로미터에 달하는 대규모 재건축 사업을 시작해 상하이의 경관을 강변까지 확장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또한 주변 지역과 강을 연결하는 생동하는 인터페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이로써 강변 공원과 선형 보행로로 채워진 일련의 공공 공간이 조성되어, 이전에는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던 강과 땅의 경계에 활기를 채우고 있다. 황푸 강과 도심을 잇는 새로운 연결고리가 사람들의 삶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 넣고 상하이의 상징적인 스카이라인에 독특한 정체성을 부여하고 있다....(중략)
*환경과조경391호(2020년 11월호)수록본 일부
Landscape Architect DLC(Design Land Collaborative)
Architect OMA(Exhibition Centre), Kengo Kuma(Music Hall)
Client Shanghai East Bund Investment
Location Huangpu River Edge, Shanghai, China
Length 11km
Completion 2019
Photographs DLC
DLC는 걷기 좋은 도시를 꿈꾼다. 고속도로보다 산책로를 더 중요히 여기고, 어떤 도시에서든 시민들이 필요로 하는 문화 및 사회 편의 시설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도시에서 긍정적인 감각을 느끼게 하는 장소를 만들고, 사람 간의 교류와 레크리에이션, 커뮤니티 형성에 도움이 되는 설계를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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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C 롯데캐슬 더 퍼스트
DMC Lotte Castle The First
대상지는 봉산 끝자락 계곡 지형에 위치한다. 대지 경사가 심하고 남북으로 주동이 일렬로 배치되어 외부 공간이 여러 개의 긴 사각형으로 나뉘었다. 단지 중심부에는 봉산으로 이어지는 공공 보행 통로가 계획되어 있었다. 덕분에 배후의 산을 향한 통경축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거대한 일직선의 길이 외부 공간을 단조롭게 만들었다.
단차를 완화하면서 조각난 외부 공간을 엮는 동시에 인접한 녹지와의 연결성을 높이고자 숲이 스며든 단지를 뜻하는 ‘리조트 밸리’를 콘셉트로 잡았다. 공공 보행 통로가 그저 건물 사이에 놓인 삭막한 경사로가 되지 않도록 계곡의 경관을 모티브로 삼았다. 이용자의 시선과 보행 방향이 단지 입구부터 봉산까지 자연스럽게 향하도록 하고, 단차를 활용해 조형미가 돋보이는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했다.
공공 보행 통로
기존 계획은 공공 보행 통로의 높이를 세 단계로 구분해 세 개의 평지 구간과 연결하고, 구간과 구간을 가파른 경사로로 이었다. 하지만 큰 단차가 발생하고 여러 휴게 공간과 녹지가 연계되지 못하는 문제점이 예상됐다. 단절된 공간들을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공공 보행 통로에 특색을 부여하기 위해 단지 남쪽 출입구와 북쪽 출입구를 한 번에 잇는 보행로를 설계했다. 길이 중간에 끊기지 않도록 중심부의 비상 차도를 일부 축소하고, 길을 따라 수로, 폰드 등의 수경 시설을 배치해 걷는 재미를 주고자 했다. 남쪽에는 지그재그로 뻗어 가는 경사로가 특징적인 스파클링 밸리를, 중심부에는 석가산과 조형물이 있는 갤러리뷰 카페와 소나무 광장을, 북쪽 출입구에는 파티숲 가든으로 안락한 휴게 공간을 마련했다. 연속적으로 배치된 다채로운 녹지와 수 경관은 공공 보행 통로를 하나의 계곡처럼 보이게 한다. 이와 함께 계곡의 형태를 본뜬 유선형의 놀이 및 운동 공간을 곳곳에 배치해 통일성을 높였다. ...(중략)
*환경과조경391호(2020년 11월호)수록본 일부
조경 기본 설계 마노디자인그룹
조경 특화 설계 윤디자인스케이프
시공 아세아종합건설
놀이 휴게 시설물 에코밸리
위치 서울시 은평구 수색로 300
대지 면적45,496m2
완공2020. 6.
윤디자인스케이프는 오랜 세월 공간을 지켜온 흔적의 가치를 존중하며 삶을 윤택하게 하는 장소를 추구한다. 다방면의 프로젝트로 경력을 쌓은 실무경력자들이 모여 설계를 통해 신뢰를 주는 깊이 있는 설계사무소가 되고자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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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회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
주최
한국조경학회
주관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 운영위원회,
환경과조경
후원
늘푸른, 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
심사위원장
김태경 강릉원주대학교 교수
심사위원
김아연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박명권 그룹한 어소시에이트 대표
안득수 전북대학교 교수
오두환 기술사사무소 예당 대표
이호영 HLD 대표
정해준 계명대학교 교수
대상택티컬 언택트Tactical Untact
강성수·이현우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금상고요한 활력 김병철·오혜지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은상슬기로운 공유생활
안정현·황수경 경북대학교 조경학과
동상레디, 셋, 한강 게이트웨이
Ready, Set, Han River Gateway
김유빈·홍다은·박길호·이주영·태미경 가천대학교 조경학과
동상이화원, 존재를 위한 증언 기억소
김희원 서울시립대학교 일반대학원 조경학과
김정인
장려상서울 비히클 스타디움Seoul Vehicle Stadium
이학송 서울시립대학교 일반대학원 조경학과
장려상폴루션 애즈 어 솔루션Pollution as a Solution
진수현·장영우·김선중 한경대학교 조경학과
장려상그린 라이프 플랫폼Green Life Platform
박서이·이승주 경희대학교 환경조경디자인학과
장려상투게더+ogether: 함께의 가치
류혜빈·장유현 경희대학교 환경조경디자인학과
장려상캠피어스Campius
박효일·송지희 경희대학교 환경조경디자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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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로 상상하기, 픽셀로 그리기] 파라메트릭 플랜팅 Ⅱ
수련 Ⅱ
수련은 겨울이 지나서도 계속됐어. 디자이너라면 커피숍에서 우아하게 스케치나 할 줄 알았지. 부모님은 제발 그만하고 공무원 시험이나 보라고 말하셨어. 그런데 괜한 자존심을 지키려다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지. 이미 내 편은 아무도 남지 않았고, 통장 잔고 바라보며 후회해봤자 마음만 답답해졌어. 정원박람회 때는 그래도 작가 소리도 들었던 것 같은데. 뭐 다들 진지하지는 않았겠지만, 사람들은 내가 작가였다는 사실을 정말 착실하게 잊어버렸어. 마치 서로 굳은 약속이라도 한 듯 말이야.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은 결국 내가 ‘포레스트 팩’을 쓰게 만들었지. 분명 혼자 들떠서 미래를 기대하던 때가 있었는데. 항상 이런 식이지. 자발적 동기가 전개되는 과정이라는 건. 결국에는 변질되고 말아. 감상적인 생각에 근거도 없이 뭐든 할 수 있다고 믿지.
고독
나는 고독한 시간에 고립됐어. 참고서도 없이 포레스트 팩을 써야 했지. 세상은 수학 참고서 같은 뻔한 책은 셀 수 없이 찍어대면서 왜 스캐터 프로그램에는 관심이 없는 걸까. 아무도 가지 않은 길 따위를 갈 생각은 없었어. 다 현대 철학이 만들어낸 허구잖아. 20대에 지겹도록 속았다고. 그렇지만 수련은 역시 고독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 아무렴 수련은 고통스러워야지. 물론 이것도 1990년대 대중문화가 만든 낭만이라는 걸 알지만 그렇다고 편하게 지낸다고 실력이 늘지는 않겠지. 그래서 렌더링 시간에 배운 도면들을 복습하기 시작했어. 요즘 유행한다는 핏 아우돌프(Piet Oudolf의) 도면들도 찾아봤지. 무턱대고 포레스트 팩의 프로세스와 전통적인 작업 구조를 비교하기 시작했어. 몹쓸 버릇이 도지고 말았지. 이러면 사람들은 또 나를 한심하게 쳐다볼 텐데. 참고서만 있었어도 평범하게 살 수 있었을 거야. 정말 슬픈 일이지. 설계 이야기는 안 하고 또 푸념만 잔뜩 늘어놨네. 이제는 정말 포레스트 팩 얘기를 할 거야. 그렇다고 핏 아우돌프가 나에게 DM을 보내진 않겠지만 말이야.
진정한 식재 설계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어. 진정한 식재 설계란 뭘까. 심지어 침대에 누워 닌텐도를 하면서도 고민했지. 그리고 작가 자격을 잃은 내가 뭔가 정리된 얘기를 해도 되는지 망설였어. 세상은 서로에게 권위를 부여하고, 인가된 권위만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야. 하지만 그런다고 답이 나올 리 없고 비굴하게 죽기는 싫어서 그냥 말하기로 했어. 슬픈 일이지. 나는 진정한 식재 설계는 ‘이미지의 연출’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됐어. 좀 갑작스럽긴 하지만 작가마다 특정 이미지가 있고 그 이미지를 계속 반복하더라고. 핏 아우돌프는 자기 스타일 설계를 백 번 반복하고 안드레아 코크란(Andrea Cochran)은 샌프란시스코 스타일을 백 번 반복하는 거지. 그래서 식재 설계에선 맥락이 중요한 거 아닌가 생각하게 됐어. 그제야 복잡한 생각을 떨쳐내고 순수하게 미학적 관점에서 내용을 정리할 수 있었지. 물론 어디까지나 포레스트 팩으로 할 수 있는 내 세계 안에서 말이야. 이제 수련의 결과를 소개해야겠네. 아직 미완성이지만 진정한 파라메트릭 식재 설계에 대해 말이야. ...(중략)
*환경과조경391호(2020년 11월호)수록본 일부
나성진은 서울대학교와 하버드GSD에서 조경을 전공했다.한국의 디자인 엘,뉴욕의 발모리 어소시에이츠(Balmori Associates)와 제임스 코너 필드 오퍼레이션스(JCFO)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고, West 8의 로테르담과 서울 지사를 오가며 용산공원 기본설계를 수행했다.한국,미국,유럽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귀국 후 파트너들과 함께 얼라이브어스(ALIVEUS)라는 대안적 그룹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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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잇기] 가족을 통해 바라본 서울 시간 여행기
할머니, 옛날이야기 해주세요
어린 시절 큰댁에 가면 뜨뜻한 아랫목이 있는 할머니 방에 사촌들과 모여 앉아 “옛날 할머니 어릴 적에”로 시작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할머니의 젊은 시절 경험에 바탕을 둔 이야기였다. “열여섯 살 되던 해 집안끼리 혼사가 정해졌는데, 글쎄 어느 날 학교에 갔더니 교실 문밖에 어떤 신사 한 분이 나를 찾는다고 반 친구들이 까르르 웃으며 난리였지. 나가보니 네 증조할아버지가 ‘내가 네 시아비 될 사람이다. 얼굴 한 번 보러 왔다’고 그러는데, 친구들 앞에서 얼굴이 어찌나 화끈거리고 창피하던지.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구.” 할머니는 덕성고녀(현 덕성여고)에 다니던 시절을 말할 때마다 얼굴이 발갛게 피어오르며 수줍은 십 대 소녀가 됐다. 듣고 또 들은 이야기지만 그런 할머니를 보는 게 재미있어, 턱 받치고 바닥에 엎드려 또 이야기해 달라 조르곤 했다.
옛이야기를 듣는 일은 어머니와 함께한 어린 시절에도 흔했다. 어머니는 시내에 볼일을 보러 갈 때면 나를 꼭 데리고 다녔다. 내 손을 잡고 새로운 장소를 갈 때마다 그곳에 얽힌 본인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시장에도 자주 갔는데, 종로 조계사 근처를 지날 때면 “여기가 엄마가 나온 고등학교가 있던 곳이야”라며 번쩍이는 고층 건물 쪽 어딘가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어디요?” 학교라고는 흔적도 찾을 수 없는, 눈 비비고 봐도 빼곡한 고층 건물뿐인 풍경에서 어머니가 무엇을 보는지 알 수 없었다. 학교는 강남으로 이전해 흔적이 없어진 지 오래라고 했다. “이 큰 길에 엄마가 등하교 때 타던 전차가 있었어. 엄마랑 엄마 단짝 친구 명희 아줌마랑 맨날 타고 다니면서 집에 갈 때 저기서 내려 시장 구경도 했단다.” 전차가 다니던 길이라니! TV 시대극, 아니 박물관에서만 보던 그 전차가 다녔다니 신기했다. 그런데, 불과 몇십 년만에 어떻게 이렇게 흔적 하나 없이 모두 사라진 걸까? 마음 한편에 숙제처럼 자리잡은 작은 의문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이야기 속 장소
할머니와 어머니의 이야기 속에는 서울의 낯선 옛 풍경, 동네, 골목길, 이웃과 마당, 젊은 시절의 할머니와 할아버지, 어린 시절의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내 기억에 없는 증조할아버지와 증조할머니가 늘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서울이라는 공간 속 시간의 켜와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화두는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나의 관심을 끌기 시작해, 성인이 될 때까지 더욱 깊숙이 뿌리내렸다. 사람은 수많은 공간에서 다양한 이웃과 관계 맺으며 다양한 공동체에 속해 살아간다. 개인이 처한 사회적, 경제적 상황에 따라 공동체 안에서의 관계 맺기는 다른 양상을 띠게 된다. 정치적, 행정적 상황은 개인의 삶의 터전에 큰 영향을 주어 공동체 내에서 형성된 관계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014년부터 꾸준히 공간, 시간, 사람을 연구하고 이를 문화·예술의 형태로 발표한 공간잇기 활동은, 유년시절의 경험에서 비롯된 공간 철학에 바탕을 둔 도시에 대한 진지한 탐구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2019년, 한 문화예술재단의 후원을 계기로 시작한 연구 전시를 통해 연구 활동에 깊이를 더하고 내연을 확장할 수 있었다.1
연구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은 시작부터 난감했다. 그동안은 지역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그 다음에 지도, 그림, 사진, 이야기 글, 영상, 전시, 출판 등 내용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발표 방식을 택했다. 그런데 이번엔 전시를 위한 연구를 해야 하는, 기존의 틀을 뒤집는 도전이었다. 재단은 그간 진행해온 공간잇기 연구의 확장 선에서 연구 철학이 잘 보이는 도시 공간 연구를 자유롭게 ‘연구 전시’하면 된다고 설득하며 내게 ‘연구 작가’라는 타이틀을 붙여줬다. 주제를 찾는 데만 해도 오랫동안 헤어 나오지 못할 것은 정해진 수순이었다.
나만의 그곳, 서울
대상지는 내가 태어나고 자란 서울로 정했다. 5대째 서울 토박이인 가족들이 살아온 각기 다른 서울의 시간과 공간을 연구하기로 했다. 서울이라는 대도시 속 소시민들의 미시적 생활사를 연구하기에 이만큼 라포(rapport)가 형성된 대상은 또 없었다. 도시 공간 연구자이자 도시 구성원으로서 가족들이 공유하는 구체적이고 실재적인 이야기에 집중하고, 서사 속 마을의 모습과 공동체의 이야기를 발라내 서울의 공간을 새롭게 바라보고자 했다. 가족 중 누구와 어떤 시대, 어느 동네의 이야기를 풀어갈지 고민했다. 사회적, 경제적, 도시계획적 배경을 바탕으로 어떤 집에서 어떤 생활을 하며 살았는지에 중점을 두고 부모, 형제, 일가친척, 위로는 조부모와 증조부모에 이르기까지 친외가에 대한 기본 조사를 진행했다. 가족 구성원을 섭외해 여러 차례 공간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고 사료 조사와 함께 그들이 살던 동네를 답사했다. ...(중략)
*환경과조경391호(2020년 11월호)수록본 일부
서준원은 열다섯 살부터 대학 졸업 후까지 뉴욕에서 약10년간 생활했다.파슨스 디자인 스쿨(Parsons School of Design)인테리어디자인학과에서 다양한 주거 공간에 대해 공부했고,한국인의 생활 환경에 대한 관심으로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치고 박사를 수료했다. SOM뉴욕 지사, HLW한국 지사, GS건설,한옥문화원,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 등에서 약16년간 실내외 공간을 아우르는 디자이너이자 공간 연구자로 활동했다.한국인의 참다운 생활 환경을 위한 디자인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품고 다양성이 공존하는 도시 공간 연구를 위해 곳곳을 누비며‘공간 속 시간의 켜’를 발굴하는 작업을 긴 호흡으로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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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스케이프] 기억과 기록 사이, 핀치콘티니가의 정원
어떤 정원은 인물이나 사건을 기리는 장소가 된다. 이는 대개 실재하는 공간이지만 은유나 상징으로도 그 역할을 충분히 한다. 많은 경우 정원은 즐거움을 위한 곳이지만 어떤 때는 은둔과 회피의 장 혹은 기억과 각성의 매개체가 된다. 이탈리아의 소설가 조르조 바사니(Giorgio Bassani)의 자전적 소설 『핀치콘티니가의 정원Ⅱ (giardino dei Finzi-Contini)』(1962)에 나오는 정원은 앞서 말한 정원의 특징을 모두 지닌다.1
소설은 반유대주의적 인종법이 통과되고 파시즘의 광풍이 몰아치기 시작한 1938년의 이탈리아 페라라(Ferrara)를 배경으로 한다. 유대인 차별이 점차 심화되던 때 페라라의 부유한 유대인 가문 핀치콘티니의 몰락과 이에 대한 회상이 주요 내용이다. 소설의 화자 조르조(작가와 이름이 같다)는 유대인 문학도로,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가 “어두운 시대”라고 표현한 이 시기 집단주의의 광기 속에서 상처받고 모욕받는다.
유대인들이 사회에서 배제되는 시기에도 핀치콘티니 가문의 정원은 낙원과 같다.2 세상은 유대인들에게 문을 닫는데, 오랫동안 닫혔던 핀치콘티니가의 정원이 유대인들을 위해 열린다. 테니스 클럽 입장이 금지되면 친구들을 정원으로 초대해 테니스를 치고 피크닉을 즐긴다. 오후의 산책도 너른 정원에서 하면 그만이다. 공공 도서관에서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쫓겨난 조르조는 그보다 더 훌륭한 핀치콘티니 저택의 도서관에서 졸업 논문을 쓴다. 핀치콘티니가의 정원은 외부 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자족적 세계다.
이 핀치콘티니가의 정원은 조르조에게 완전하고 안온한 세계와 미콜 핀치콘티니라는 다다를 수 없는 연인을 동시에 은유한다. 핀치콘티니 가문의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담장 안에서 보호를 받으며 자랐다. 개인 교습을 받고, 시험을 치러 오거나 시너고그(유대교 회당)에 갈 때만 다른 아이들을 만나는 미콜은 그 자체가 닫힌 정원이다. 소년 시절, 미콜은 조르조에게 담장 안으로 들어오라고 권하지만 조르조는 갈 수 없었다. 10여 년 후에야 핀치콘티니의 정원에 들어가 점차 미콜과 가까워지지만 결국 그녀의 마음을 얻지는 못했다. 조르조에게 핀치콘티니가의 정원, 그리고 미콜이라는 정원은 끝끝내 다다르지 못한 이상이다. ...(중략)
*환경과조경391호(2020년 11월호)수록본 일부
황주영은 서울대학교 협동과정 조경학전공에서19세기 후반 도시 공원의 모더니티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후파리 라빌레트 국립건축학교에서 박사후 연수를 마쳤다.미술과 조경의 경계를 넘나들며 문화사적 관점에서정원과 공원, 도시를 보는 일에 관심이 많으며,이와 관련된 강의와 집필, 번역을 한다. 그러는 동안수많은 책을 사거나 빌렸고, 그중 아주 일부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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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의 공간을 재해석하기
WLA 학생 아이디어 공모, ‘생물 다양성 은행’ 1등작 선정
지난 9월 조경 웹진 『WLA(World Landscape Architecture)』가 개최한 학생 아이디어 공모전 ‘사이의 공간을 재해석하기(Reimagining the Spaces in Between)’의 수상작이 발표됐다. 팬데믹으로 외부 공간의 중요성이 증대되는 가운데, 공모는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에 대응해 안전하면서도 모든 사람에게 포용적인 공간을 설계할 것을 요구했다. 참가자들은 대상지로 주어진 가상의 도시 구획 내의 건물과 건축 경계선은 그대로 두되 건물과 건물 사이의 크고 작은 외부 공간들을 변화시켜야 했다.
앵거스 브루스(Angus Bruce, HASSELL 대표), 앤 클라크(Anne Clark, Studio-MLA 소속), 코너 오셔(Conor O’Shea, 일리노이대학교 어바나-샴페인 캠퍼스 조경학과 조교수), 엘리자베스 J. 케네디(Elizabeth J. Kennedy, EKLA 대표), 제이슨 허(Jason Ho, Mapping Workshop 대표), 소피 톰슨(Sophie Thompson, LDA Design 디렉터), 스테픈 버클(Stephen Buckle, ASPECT Studios 스튜디오 디렉터)로 이루어진 심사위원회는 10개의 입상작을 선정해 1등작과 2등작을 가려냈다. 그 결과 조앤 리(Joanne Li)·톈 웨이 리(Tian Wei Li)의 ‘생물 다양성 은행(Biodiversity Bank)’이 1등으로 선정됐다. 1등작은 토양과 미생물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안으로, 상호 공생하는 유기체로서의 도시 개념을 제시한 점이 높게 평가됐다. 2등은 시 천(Xi Chen)·쑤펑 샤오(Sufeng Xiao)·쉐전 셰(Xuezhen Xie)·쓰치 주(Siqi Zhu)의 ‘리빙 그라운드Living Ground’에게 돌아갔다. 1.8미터를 기준으로 세 가지의 공간 구성 프로토타입을 선보인 2등작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는 동시에 상황에 따라 쉽게 구성할 수 있는 모듈을 제시했다는 평을 받았다. 선정된 입상작 중 1등작과 2등작을 자세히 소개한다.
생물 다양성 은행
미생물은 매우 다양하며 어디에나 존재한다. 숨 쉴 때마다 우리는 수많은 미생물을 들이마시는데, 이롭거나 해로운 미생물이 있는가 하면 또 어떤 것은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기도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주변 환경은 온통 소독 물질로 가득 차게 됐다. 소독은 특정환경에 분포된 미생물을 없애고 해로운 미생물을 급증시킨다. 공간의 생물 다양성을 높여 사람과 환경에게 모두 이로운 미생물을 늘리고자 한다. ...(중략)
*환경과조경391호(2020년 11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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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으로 보는 서울의 공원
‘우리의 공원’ 전, 남산식물원·서울숲·남산공원과 월드컵공원
기록은 때때로 사라진 공간을 재현한다. 서울시는 2020년 시정협치 ‘공원아카이브 구축 사업’을 통해 서울의 공원에 얽힌 기록물과 시민의 이야기를 수집해왔다. 이렇게 모인 자료는 서울의 공원 형성 과정과 변화해온 공원 문화를 보여주는 일차적인 자료가 되어, 우리의 공원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하고 나아가 미래의 공원을 위한 기반이 된다.
사업을 통해 얻은 성과물을 많은 시민과 공유하고자 세 차례에 걸친 ‘우리의 공원’ 전이 기획됐다. 그 첫 번째 순서로 지난 10월 13일 서울식물원에서 ‘공공의 기억을 재생하다, 남산식물원’ 전이 개최됐다. 전시 주제인 남산식물원은 일제에서 해방된 후 조성된 서울 최초의 공공 식물원이다. 1968년부터 2006년까지 남산회현자락에서 식물 수집 및 보존 공간, 시민의 자연 교육과 휴양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다가 1971년 ‘남산 제모습 가꾸기’ 계획에 따라 서울성곽 복원을 위해 철거되었다.
전시는 ‘열대식물원 개원, 재일동포가 선인장으로 채우다’, ‘꽃 소식을 전하는 식물원, 생활 속에 자리 잡다’, ‘식물원이 철거되다, 그리고 식물 디아스포라’, ‘영상 아카이브’로 구성되어 남산식물원의 조성에서 출발해 철거까지의 순간을 낱낱이 살핀다. ...(중략)
* 환경과조경 391호(2020년 11월호) 수록본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