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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광표((사)한국전통조경학회 회장)
Hong, Kwang Pyo
“어바인 한국정원 조성, 전통조경 위상 높일 시금석”
가수 싸이의 새 노래가 발표되었다. 다시 한 번 전세계에 한류열풍을 불어넣을지 많은 언론과 국민이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비단 대중문화 뿐만이 아니다. 이제 한류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가 주목하는 공통의 문화 키워드가 되었다. 최근 (사)한국전통조경학회의 전통정원 재조명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는 우리 시대 전통정원의 가치를 환류하고,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겠다는 철학이 들어 있다.
美 어바인, 중심공간에 한국정원 추진홍광표 회장은 “한국정원은 우리만의 독특한 환경과 사회상이 담긴 상징적 아이콘이다. 신라시대 안압지부터 세계문화유산인 창덕궁 후원은 다른 나라와 차별화되는 한국만의 경관이 담겨있는 공간이다.”라며, 문화적 차원으로 접근해, 그 우수성을 해외에 전파해야 한다고 했다. 이제는 한국의 정원이 한류열풍을 견인하는 새로운 원동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에 ‘한국정원’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 전통문화의 진정한 가치를 세계인과 공유하기 위한 핵심 키워드를 ‘한국정원’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해외 한국정원의 현황은 긍정적이지 못하다는 것이 홍광표 회장의 설명이다. 일본정원은 미국에만 200여 곳이 만들어졌지만, 해외에 조성된 한국정원은 전체 10여 곳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조성되어 있는 한국정원의 상당수가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 있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일부 한국정원은 구성요소와 사용재료 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홍광표 회장은 해외 시범사업으로 한국정원 조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 특유의 추진력으로 해외 한국정원 조성을 타진해 왔다. 한국조경의 위상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도 있었다.결국 그의 행보가 결실을 얻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에 있는 어바인(Irvine)시가 한국정원 조성에 협력의사를 전해온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홍광표 회장의 적극적인 활동이 배경이 되고 있다. 그러나 홍광표 회장은 “한국의 전통정원 조성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인 지원의사를 밝힌 최석호 어바인 한인 시장의 의지 없이는 불가능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석호 시장은 지난 12월 어바인에서 한인으로는 두 번째로 시장에 취임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며, ‘한국혼’을 시정에 담는 작업에 특히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바인 한국정원 조성에 적극적인 타진의사를 밝힌 점도 그의 조국사랑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참고로 어바인에는 40만 명의 한인이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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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그림, 물을 철학하다
Water is expressed philosophically as old paintings
신화시대의 물4서왕모, 곤륜산 요지에서 연회를 베풀다
삶과 죽음을 가르는 경계선에도 물이 있다. 만남과 이별의 장소에도 물이 있다. 그리스 신화에는 지하에 다섯 개의 강이 있다고 말한다. 증오의 강인 스틱스, 슬픔의 강인 아케론, 후회의 강 코키토스, 불의 강 플레게톤, 망각의 강인 레테가 그것이다. 이승에서 저승으로 갈 때 모두 버리고 가야 할 감정이나 기억을 상징하는 강이다. 동양에서는 이승에서 저승으로 들어갈 때 삼도천이라는 죽음의 강을 건너야 한다. 신성한 장소에도 항상 물이 있다. 불교의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인 수미산은 바다 한 가운데 있다. 예수는 요르단강에서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았다. 힌두교에서는 우유의 바다 젓기를 통해 불사의 감로수 암리타를 만든다. 바다의 여신 테티스는 그녀의 아들 아킬레우스를 불사의 존재로 만들기 위해 스틱스 강에 담갔다. 물이 지닌 정화와 재생의 의미가 연관된 이야기다. 동양신화에서 요지(瑤池)는 서왕모가 사는 연못으로 알려져 있다. 오늘은 요지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들여다보자.
용호좌의 주인 서왕모위의 두 작품에 등장한 서왕모는 아름답다. 곱고 세련됐으며 우아하다. 그런데 원래 서왕모의 모습은 아름다움과 거리가 멀다. 『산해경(山海經)』 「서산경(西山經)」에는 서왕모가 곤륜산이 아닌 옥산(玉山)에 산다고 적혀 있다. 또 「해내북경(海內北經)」에는 서왕모가 아리따움과는 전혀 상관없는 모습으로 다음과 같이 묘사되어 있다.
‘생김새가 사람과 같은데 표범의 꼬리에 호랑이 이빨을 하고, 휘파람을 잘 불며 흐트러진 머리에 옥비녀를 꽂았으며 하늘의 재앙과 오형(五刑)을 관장한다.’
<낭원여선도>에서 묘사된 것 같은 조신함이나 부드러움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가히 봉두난발한 괴물 같다. 하는 일도 무시무시하다. 서왕모는 하늘의 재앙과 함께 오형을 담당한다. 우박이 내리고 천둥과 번개 치는 일, 돌림병과 괴질 같은 하늘의 재앙이 전부 서왕모의 몫이다. 오형은 어떤가. 오형은 옛날 중국에서 죄인을 처벌하던 다섯 가지 형벌이다. 즉 살갗에 먹물을 넣는 묵형(墨刑), 코를 베는 의형(劓刑), 발뒤꿈치를 베는 비형(剕刑), 불알을 까는 궁형(宮刑), 죽이는 대벽(大辟) 등이 그것이다. 그 잔인한 형벌을 서왕모가 결정한다. 서왕모는 상상에 의해 만들어진 신인만큼 그녀가 어떤 형상이든 실제 모습이 아니다. 상상일 뿐이다. 그런데 굳이 그녀에게 이런 잔인한 역할을 맡긴 것은 곤륜산이 서쪽에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동쪽이 해가 뜨는 곳이라면 서쪽은 해가 지는 곳이다. 뜨는 해가 생명을 상징한다면 지는 해는 죽음을 상징한다. 스산하고 황폐하고 쇠락함이 서쪽의 특징이다. 뭔가 평범하지 않은 기괴한 모습이어야 특출한 능력이 있다고 믿은 의식도 반영된 탓이리라. 그런데 서왕모는 원래 이렇게 혐오스런 신선이 아니었다. 곤륜산의 주인으로 신 중에서 최고의 여신이었다. 지난번에 살펴본 삼황오제를 묘사한 화상석의 맨 윗부분에도 서왕모가 앉아 있었다. 산동성에서 출토된 <서왕모화상>은 최고 여신으로서의 역할을 확인할 수 있다. 얇은 부조에 새겨진 이 화상석에는 서왕모가 단정히 앉아 있고 머리에는 그녀의 상징인 청조가 앉아 있다. 그녀 어깨에서는 구름이 피어오르는데, 문양이 도안적이어서 마치 날개가 달린 것 같다. 그녀의 양 옆에는 서왕모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 복희와 여와가 서 있다. 주인공을 크게, 조연을 작게 표현하는 것은 고대로부터 인물화와 조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법이다. 서왕모가 복희와 여와보다 위대한 여신임을 보여준다. 우주를 창조한 복희와 여와는 뱀이나 용처럼 하반신이 서로 얽혀 있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복희와 여와가 얽힌 꼬리는 다시 두 마리의 새 꼬리로 연결된다. 사나운 부리를 가진 두 마리 새는 서왕모의 머리 위에 앉은 새와 함께 삼청조일 것이다. 화상석에 드러난 것처럼 ‘청조’나 ‘난봉’은 결코 예쁘거나 고운 새가 아니다. 독수리나 매처럼 사납고 무서운 맹금류다. 서왕모에게 날라다 주는 음식도 콩이나 씨앗 같은 열매가 아니라 토끼나 꿩 같은 고기였다. 서왕모의 우측에는 ‘서왕모(西王母)’라는 글자가 음각되어 있다. 사천성에서 출토된 <서왕모화상> 역시 서왕모의 위력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곤륜산의 주인 서왕모가 용과 호랑이가 새겨진 의좌에 앉아 있다. 흔히 좌청룡(左靑龍), 동 우백호(右白虎), 서로 배치되는 용호좌(龍虎座)는 권위와 위엄의 상징이다. 그녀의 좌우에는 신선세계에서 사는 구미호(九尾狐)와 삼족오(三足烏)가 배치되었다. 꼬리가 9개 달린 구미호는 흔히 천 년 묵은 여우로 알려져 있는데, 사람들의 혼을 쏙 빼놓을 만큼 변신을 잘하고 재주가 뛰어나 수많은 이야기와 전설을 만들어낸 동물이다. 삼족오(三足烏)는 태양을 상징하는데, 우리 동이족(東夷族)의 문화권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신령스런 새다. 서왕모의 곁에 구미호와 삼족오가 있다는 것은 서왕모의 권위와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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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의 경계를 넘어: 조경의 영토를 넓혀나가는 주목할만한 조경가 12인(5)
The Forefront of Landscape Architecture 12 Innovators Opening New Horizons of the Field
2011년도 ‘도시계획현황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국의 1인당 평균 공원면적은 7.6㎡며, 시도별로는 울산광역시가 16.6㎡으로 가장 많고 서울특별시는 8.4㎡인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계획시설 전체 결정면적은 총 6,338㎢로 아직 사업시행이 되지 못한 미집행면적 총 1,425㎢ 중 공원이 623㎢로 가장 많다. 2020년 도시계획시설 일몰제를 앞두고 미집행공원의 해결방안으로 국유지 무상양여, 민간자본 유치 등 다양한 대안들이 회자되고 있는데 이번호에 소개될 토론토 다운스뷰 파크조성의 사례는 국민의 세금에 의존하지 않고도 국가공원을 조성하는 모범적인 예가 될 것이다.
다운스뷰 파크는 캐나다 토론토에 오래된 공군기지를 공원으로 조성하는 국가적인 프로젝트로, 1999년 국제설계경기를 통해 총 179개 팀의 제안서를 평가한 후 마지막 결선에 오른 5팀이 경쟁한 결과, 제임스 코너 필드 오퍼레이션과 베르나르 츄미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렘쿨하스와 브루스 마우의 트리시티가 당선작으로 선정되었었다. 당시 우승작 트리시티는 조경계에 신선한 충격이었는데, 조경디자인이 아니라 경관전략을 통하여 알고리즘이나 벡터를 디자인했다는 일종의 디자인 레시피로서 진화하는 프로세스를 통해 결과물을 조직한다는 매우 파격적인 안이었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작년 여름, 다운스뷰의 공원지역이 공식 개장했다. 공모전 이후 약 5년간 거의 침묵에 싸여 있었고, 2005년부터 서서히 진행된 공사에 대해서도 알려진 바는 거의 없다. 공모전에서부터 오프닝까지 강산이 변할 만큼의 기간동안 과연 무슨 일이 있어왔던 것인지, 마침내 최초의 국가도시공원이 어떤 모습을 갖추어왔는지 돌아보는 것은, 이제 막 용산공원 공모전을 치른 한국의 조경가로서는 한편으로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1. 대규모 도시설계(Large Scale Urban Design) _ Signe Nielsen 2. 해일에 대비한 갯벌 및 해안 생태 공원(Salt Marsh Design) _ Susan Van Atta3. 좁은 도시면적을 이용한 레인가든(Stormwater Treatment) _ Mayer Reed4. 도시의 빗물관리를 위한 그린 인프라스트럭처(Green Infrastructure) _ Nette Compton5. 국가도시공원 조성의 성공적 모델(Downsview Park) _ David Anselmi 6. 브라운필드 및 도시생태(Brownfield Desig) _ Julie Bargman, Dirt Studio7. 토착 식물 디자인(Roof top and local planting design) _ Oehem van Sweden8. 조경 이론(Urban Design and Landscape) _ Witold Rybczinski9. 시민 참여(Community Design) _ Walter Hood10. 환경예술(Art & Design) _ Claude Cormier, Canada11. 탄소제로 및 친환경 소재(Life-cycle Design and low-impact materia) _ Michael McDonough Partners12. 친환경 주거정원(Sustainable Residential Design) _ David Kelly, Rees Roberts Partners13. 대규모 도시옥상농업(Urban Rooftop Farming) _ Ben Flanner, Brooklyn Grange 14. 스마트 성장 도시디자인(Smart Growth Design) _ Andres Duany 데이빗 앤셀미 (David Anselmi) 캐나다 토론토 다운스파크 수석부사장캐나다 최초의 국가도시공원을 지휘하는 조경가다운스뷰공원의 조성 과정은 몇 가지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캐나다 정부의 다운스뷰 조성에 관한 기본 철학을 이해하지 않는 한, 물리적인 형태로 이 프로젝트를 파악하려는 시도는 매우 국지적인 관점일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현재 다운스뷰의 모습을 배태한 주된 요인은 조경디자인이나 도시설계적 관점이 아니라, 정부를 대신해 공원 조성의 임무를 부여받은 다운스뷰공원회사가 기반한 운영 원칙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원칙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다운스뷰가 캐나다 중앙정부에서 관할하는 국가공원임에도 불구하고, 캐나다의 국립공원 시스템에 편입되지 않으며, 따라서 국민의 세금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인 수입원으로 조성비용을 자체 충당하도록 애초부터 계획되었다는 점이다. 다운스뷰의 건설에 대한 총괄 감독은 Public Works and Government Services Canada, 즉 공공시설부 장관이 맡고 있으며, 다운스뷰공원회사는 정부와 의회에 정기적인 보고와 승인을 받도록 되어있다. 현재까지 주된 수입원은 현존하는 건물에 대한 임대사업이었으며, 매년 일정 정도의 자금을 은행으로부터 대출받아 조성사업에 사용해 왔다. 2015년 지하철과 통근열차가 교차하게 되는 새로운 역사가 예정된 지금, 다운스뷰는 더욱 숨가쁘게 움직이고 있다. 전체 부지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나대지가 다섯 개 구역의 개발부지로 계획되어 있다. 그러므로 다운스뷰는 단순한 공원이 아니다. 센트럴파크와 같은 이상적 자연의 모방도, 라빌레뜨와 같은 문화 컴플렉스도 아닌, 그야말로 공원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미래 도시의 형태인 것이다. 여가, 문화, 스포츠, 생태, 일자리와 경제활동, 주거, 이 모든 것이 융합되는 도시이며, 그 근간이 되는 것은 걷는 도시, 그리고 액티브한 라이프 스타일이다.
Q. 실무와 교육으로부터 다운스뷰공원의 조성을 총괄하는 책임을 맡기까지 과정을 말씀해주시겠습니까?A.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곧 소규모 설계회사에서 일을 시작했고, 결국에는 다른 파트너 두 명과 함께 회사를 인수하고 운영하게 됐습니다. 약 15년 정도 경력을 쌓았고, 8년간 토론토대학 조경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실무와 교육, 그리고 1996년부터 1998년까지는 온타리오주 조경사협회 회장직을 맡아 봉사하는데 많은 시간을 썼습니다. 2000년부터 3년 정도 멀티미디어 업체의 임원으로, 박물관이나 과학센터 등에서 쓰이는 교육용 디스플레이자료를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현장에 시설을 디자인하고 설치하느라 잦은 출장을 다니곤 했는데, 조경설계와 전혀 다른 분야를 맛본다는 점에서 무척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2003년은 다운스뷰공원이 공모전 이후 약 3년간의 휴지기간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던 시기였죠. 저 또한 공모전에 참여했었습니다. 탄탄한 팀이었고, 꽤 훌륭한 안을 내었다고 생각합니다만, 안타깝게도 최종 결선작에 들지 못했습니다. 최선을 다해 일한 후에 느끼는 기쁨과 만족, 그러나 그 후에 찾아온 실망이라는 반복이 설계업의 일부분이라는 사실이 너무도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더 이상 조경을 해야 할 별다른 이유를 찾지 못했고, 3년간 떠나있었습니다. 2003년에 동료 한 사람으로부터 지금 현 직책에 대한 제안을 받게 됐고, 후보군에 올랐고, 이제 막 탄력을 받기 시작한 다운스뷰공원 국영회사에 합류했습니다. 저의 실무경험과 교육경험, 그리고 멀티미디어 산업에서 얻은 최신 지식들을 결합해 조직을 관리하고, 개념에만 머물러 있는 프로젝트를 현실적 여건을 고려해 실현시키는 일은 또 하나의 좋은 기회였습니다. 그 후 약 10여 년간 이 일을 하고 있고, 개인적으로 더 할 나위 없이 만족스럽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제가 기대했던 바에 못 미치는 부분도 있으나, 회사 경영의 전반적인 부분을 경험하고, 도시 오픈스페이스 조성의 정치적 영역을 잘 이해하게 됐으며, 디자인과 계획, 시공 분야에까지 총체적인 시야를 갖게 된 점 등으로 미루어 볼 때, 정말 멋진 임무입니다.
Q. 다운스뷰공원회사에 대해 설명해주시겠습니까? 한국에서는 정부가 이러한 일들을 하고 있기 때문에 흥미롭습니다.A. 다운스뷰공원회사는 일종의 정부기관이라 볼 수 있으나, 실제로 그렇지는 않습니다. 저희는 공무원이 아니고, 다만 중앙정부에 의해 권한을 위임받은 조직입니다. 캐나다에서는 Crown Corporation이라고 불립니다. 저희는 독자적인 운영규정을 가지고 있고, 자체적으로 선출하는 사장과 고위관리직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자체 규정들에 의해 독자적으로 어떻게 비지니스를 운영해 나갈지를 결정하고, 이사회에 보고하며, 자체적인 회계보고서를 발간합니다. 대중들이 보기에는 정부기관처럼 보일 것이나, 사실 저희는 정부와 연계되어 있으나,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 부처의 일부분은 아닙니다.
Q. 다운스뷰공원이 기존의 전형적인 공원을 넘어서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A. 우선 토론토시 내부에 위치하면서도, 국가공원이라는 점이 이곳을 독특하게 만듭니다. 둘째, 공원이라는 공적영역에 대한 공공투자를 통해 주변지역에 대한 민간부문의 투자를 유인해낸다는 전략이 또한 다운스뷰를 독특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결국 다운스뷰의 진정한 독특함은, 지역주민과 토론토 시민, 그리고 전 캐나다 국민 모두가 이 공원의 쓰임새와 형태를 결정하는데 실질적 기여를 행사할 때에만 성취될 것입니다.
Q.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A. 다운스뷰공원의 경우로 말씀드리자면, 시각적으로 보기 좋다는 것과 더불어 공적 오픈스페이스로의 기능적인 면에 충실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대형 행사와 거대한 인원을 수용하는 동시에, 아무런 이벤트 없이도 소수의 사람들이 알차게 즐길 수 있는 공원이라 생각합니다. 공원에 존재하는 자연의 체계, 즉 물과 숲, 이런 것들을 과장과 여과없이 솔직담백하게 보여주는 것이 좋은 디자인일 것이며, 건축에 있어서는 억지스런 역사적 모티브를 도입하지 않으면서, 간결하고도 주위 경관에 잘 들어맞는 건물이 좋은 디자인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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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연 _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Kim, Ah Yeon
이번 호에는 조경 이외 다양한 분야와의 접점 속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조경가 김아연 교수의 이야기를 소개하게 되었다. 지난 호에서 보다 전문적인 특성을 가진 분들을 소개하겠다고 언급했듯이 전통적인 조경영역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통해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는 디자이너이자 작가이자 교육자를 3회 인터뷰이로 모실까 한다. 한국 조경이 ‘조경가’에 조금 더 주목하고, 세계가 ‘한국 조경가’에 더 많은 조명을 비추길 기대하며 3번째 조경가 인터뷰를 시작해본다.
조경과 페미니즘조경의 대안적 담론을 담고자 하는 목적에서 발행된 『LOCUS2』 (조경과문화가 발행한 조경 무크지로 발행 당시 조경이 안고 있는 쟁점이나 과제를 수면 위로 드러내고자 했다)의 「여성, 페미니즘, 그리고 조경」이란 꼭지를 보면 이런 질문이 나열되어 있다. “여성들이 특수하게 느끼는 것이 있을까?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서 남성과 여성의 차이는 어떤 것인가? 이러한 차이가 여성들의 설계언어로 발현될 수 있을까? 설계언어로 발현된 감수성은 실제 공간으로 만들어질 수 있을까? 여성들이 설계한 공간이 남성들이 설계한 공간과 다른 점이 있을까”제목만 보아도 원고의 주제가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는 김아연 교수의 글에는 “페미니즘에 관심을 가지면서 이러한 질문들을 되뇌었고 잘 해결되지 않았던 질문들”이라고 고백하고 있다.김아연 교수가 조경학과에서 공부할 당시 한 클래스에 30명 남짓한 학생 중 여학생은 2~4명 정도에 불과한 소수그룹이었다고 한다. 모든 교수는 남자였고 지금보다도 더 가부장적인 사회 분위기였기 때문에 학교에서 배우는 수업들의 분위기가 도식적으로 말하자면 감성적이기 보다는 논리적이고 권위적이었을 지도 모른다는 짐작이 가능하다. 그런 분위기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은 어쩌면 자연스러워 보인다. 발단은 ‘여자 선생님한테 배우면 조금 다를까’라는 단순한 호기심이었고, 버지니아대학교 행 유학으로 이어진 결과를 낳았다.김아연 교수는 “문학이나 사회 운동 측면에서 페미니즘에 관한 연구는 많았지만 디자인 분야에서는 극히 드물거란 생각에 자료를 찾기 시작했다. 의외로 여성적인 관점에서 디자인을 연구한 논문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고 특히 조경에 관한 연구도 찾아볼 수 있었다. 그중 버지니아대학교의 엘리자베스 마이어Elizabeth Meyer의 어느 글이 나의 운명을 바꾸어놓았다.“고 소회했다.
교량적 역할을 위한 관계 맺기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경가 김아연은 타분야와의 관계를 맺는 프로젝트나 개인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김아연 교수는 여러 글을 통해 조경의 핵심은 관계성을 다루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조경은 사람과 자연, 인문학과 생태학, 미래와 과거의 창의적인 관계를 설정하는 데에서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분야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설계, 시공 등 세부적으로 분리되고 있어서 문제라고 지적하면서도 세부 분야의 관계적 측면을 활용하는 곳은 별로 없다.조경이 관계성의 학문이기 때문에 조경과 연계할 수 있는 실험적 작업을 해오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또 조경 디자이너이자 커뮤니티 디자이너이자 가구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것도 그런 관계성에 기반한 것인지 물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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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디자이너로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물으니 사람들이 자신이 설계한 공간을 아껴줄 때라고 답하였다. 한 건축주는 바람에 날아온 잡초조차 디자이너의 의도인 줄 알고 없애지 못해 고민하던 일이 기억에 많이 남았다고 했다. 또 자신의 설계안과는 너무 다르게 시공된 어느 아파트 준공 현장에 우연히 들렀을 때, 스스로 실망스러운 그 공간에서 걸음마 연습을 하고 있던 어린아이를 보면서도 부끄러움과 행복을 함께 느꼈단다.사람들이 자신이 설계한 공간을 소중히 여길때, 사람들이 그 공간에서 기억을 만들고 싶어할 때, 조경가 김아연은 가장 기쁘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함께 헤쳐나갈 수 있는 동료들(나이의 위아래와 상관없이)과 스튜디오 테라의 식구들 덕분에 설계하는 일이 더욱 즐거울 수 있다고 말한다. 서울그린트러스트와 함께한 우리동네숲 프로젝트, Art in Village, 철새협동조합 등 사람이야기를 담고자하는 프로젝트가 최근 눈에 띈다. 앞으로도 ‘이야기’가 담긴 조경가 김아연의 작품이 사뭇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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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한국전통조경학회 발전방안 모색을 위한 세미나
전통조경, 정원이라는 키워드를 불러낼 시점
Landscape와 Garden, 요즘 조경분야에서 다루어지는 뜨거운 이슈들이다. 여기서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조경’분야에서 Landscape라는 단어가 뜨겁게 다루어지는 이슈라니? 사전에 명시된 Landscape는 명사로 풍경, 눈에 띄는 모든 요소를 가리키는 단어이다. 동사로는 ‘조경을 하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러한 단어가 뜨겁게 다루어진다는 것은 즉, Landscape라는 단어가 가진 의미, 조경분야의 정체성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음이다.그동안 조경은 분야를 대표할 만한 모母법이 없어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에 ‘조경기본법’ 제정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재)환경조경발전재단을 중심으로 이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런데 이와 동시에 인접분야의 간섭이 가속화되었다. ‘도시숲 조성 관리에 관한 법률(안)’, ‘산업디자인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 ‘건축서비스산업 진흥법’, ‘수목원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등이 오히려 조경분야를 침범하고 들어왔다. 도시 내 녹지 조성을 산림사업으로 산입시키려 하고, “조경”을 법적으로 건축서비스업에, “정원”을 수목원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들이 난무했다. 환경·생태 디자인이 조경과는 또 다른 분야로 인식되며, 환경복원업을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들도 제기되었다. 심지어 조경분야에서 경관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까지 나돌며 조경의 정체성을 위협하고 있다. 이를 방어하며 지난 몇 년 간 조경분야는 심한 몸살을 앓아왔다.
지난 3월 22일 강남 예인스페이스 세미나실에서 ‘(사)한국전통조경학회(회장 홍광표, 이하 전통조경학회) 발전방안 모색을 위한 세미나’가 열렸다. 홍광표 회장(동국대 교수)은 “건설경기의 악화로 조경 산업 자체가 위축되어 있다. 특히나 전통조경이라는 것은 한정된 분야를 다룬다는 오해로 인해 다른 학문분야보다 침체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전통조경학회가 실천학문임에도 불구하고 현실과의 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전통조경학회가 앞으로 어떠한 생각을 가져야 할지 논의하고, 발전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세미나를 개최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날 특히 중점적으로 다루어진 사안은 ‘학회명칭 변경’에 대한 내용이다. 전통조경이라는 명칭을 계속 이어나갈 것인지, 아니면 개칭해야 할지, 만약 개칭한다면 어떠한 명칭이 적합할지 다양한 논의들이 오고 갔다. 전통조경학회는 1980년에 설립되었다. 이후 1989년부터 2004년까지 ‘한국정원학회’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이어왔고, 학회의 외연 확대를 위해 ‘한국전통조경학회’라는 이름으로 개칭한 이후 외부에는 정원과 무관한 학회로 비춰져 왔다. 오히려 타 분야로부터 왜 ‘전통조경학회’가 정원을 다루려고 하느냐는 항의까지 듣는 실정이다. 정원이 화두가 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학회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토로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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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창덕궁 나무가꾸기”
‘참나무 시듦병’ 심각올조회, 나무살리기 캠페인 앞장서
창덕궁 후원은 서울의 숲을 대표함과 동시에 가장 오래된 도시숲으로 꼽힌다. 비원으로도 불리는 창덕궁 후원은 사적 제122호로 지정된 조선시대 궁중 정원으로 정자와 연못, 괴석 등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최소 50년 이상 성장한 숲에서만 산다는 청딱따구리를 비롯해 무수한 야생동식물이 살고 있는 삶의 터전이다. 비원은 그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어 199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되었다. 규장각과 더불어 영화당, 주합루, 서향각, 영춘루, 소요정, 태극정, 연경당 등 여러 정자와 연못들 그리고 물이 흐르는 옥류천이 보존되어 있다. 또한 수백 종의 나무들이 26,000그루 이상 심어져 있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창덕궁 후원 내에 발생한 ‘참나무 시듦병’이 점차 심각해져 100년 가까이 된 고목들이 베어지고 있어 그 방제가 시급한 실정이다.
사실 참나무 시듦병이 국내에 발생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4년으로 약 10년 가까이 그 방제가 뚜렷하게 되지 않고 있고 또 명확한 방제법도 없어 주변의 안타까움만 사고 있다.이에 조경계 리더들의 모임인 올조회(올해의 조경인 기수상자 모임)는 지난 2013년 식목주간을 맞아 4월 6일 창덕궁 후원존덕정 일원에서 ‘함께하는 창덕궁 나무가꾸기’ 행사를 통해 참나무 시듦병에 대한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참나무 시듦병’ 방제법 소개 및 창덕궁 사진이 담긴 엽서를 시민에게 전달하는 홍보 캠페인을 직접 벌였다.
이날 올조회는 참나무 시듦병 예방을 위한 롤 트랩과 홍보용 사진엽서 등을 포함한 약 300만 원의 기부금을 문화재청 창덕궁관리소에 전달했으며, 문화재청은 올조회에 김영택 화백의 펜화로 보답했다. 한편, 생태적으로나 역사적으로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창덕궁 내 참나무의 시듦병은 수년간 지속되고 있으며 정부의 예산 부족과 그 뚜렷한 방제법이 없어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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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CHINA』 주최, 중국 조경가 내한
선유도공원, 서서울호수공원 등 한국의 조경 답사
분야를 막론하고 이제 중국은 거대한 시장임에 틀림없다. 또한 지난해에는 한국과 중국의 조경교류 20주년을 맞이하여 보다 실질적인 협력의 방법을 모색하기도 하였다. 이렇게 중국과의 교류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시점, 중국에서 반가운 손님들이 한국을 방문했다. 바로 중국의 조경잡지 『LA CHINA』에서 모집한 한국답사단이었다. 답사단은 중국의 조경 실무자, 학생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서서울호수공원, 선유도공원을 비롯해 인사동, 이화여대, 디큐브시티 등을 4월 5일부터 6박 7일간 답사하였다. 특히 이들이 서서울호수공원과 선유도공원을 답사할 때에는 설계를 담당했던 씨토포스와 조경설계 서안(주)에서 이대영 소장, 이진형 실장이 직접 안내와 설명을 해주었다.
『LA CHINA』 佘依爽 편집장 미니인터뷰Q. 서서울호수공원과 선유도공원을 둘러보았는데 이 두 공원에 대해 어떤 인상을 받았습니까?A. 한국 조경가가 가지고 있는 ‘공간의 다양성 창출’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예를 들면 두 공원에서 모두 정수지였던 곳을 허물고 보다 재미있고 다양한 공간을 조성하거나, 다양한 방법으로 단조롭고 작은 공간을 보다 풍부하게 만드는 것들은 아주 재미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한국 고유의 공간문화를 이어나가면서도 한편으로는 과거의 존재 형식을 변형시키는 양면성을 보이며 발전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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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시 정원이다
It is Time for Gardens, Again
행복이야말로 인간이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일 것이다. 누구나 행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내일의 행복을 위해서 오늘 힘든 것도 참아 낸다. 그런데 그렇게 참아낸 끝이 행복하지만은 않다는 데에 오늘 우리의 고민이 있다. 왜 그런가? 무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심오한 철학적 해답 대신에 필자는 정원을 주목한다. “정원이란 인간이 행복의 개념을 자연 속에 새겨 넣으려 한 것”이라는 어느 서양학자의 말이 아니더라도 정원은 인간다운 삶을 위한 원초적 장이다. 그 곳에는 치유와 안식이 있다. 연약한 식물을 보살피면서 우리는 스스로를 돌보게 된다. 땅을 파고 거름과 물을 주면서 자신도 모르게 마음에 위무를 얻는다. 광속으로 변화하는 시대에 작은 식물에서 발견하는 경이가 내 마음을 붙잡게 되는 것이다. ‘불안과 불확실의 시대’에 마지막 푸른 희망처로서 정원의 의미는 크다. 이미 헤세가 간파한대로 정원은 ‘영혼의 안식처’인 것이다. 나무 몇 그루가 가정 폭력을 저감시키고, 잘 가꾸어진 정원이 폭력적 행동을 억제하는 기제로 작용하는 것은 정신건강 지킴이로서 정원의 효용을 잘 입증해 준다. 에덴에서 추방된 이래 인간이 기쁨을 만끽하는 “낙원적 평화”의 장이 바로 정원인 것이다. 정원을 비롯한 녹지에의 접근성 정도가 질병율 및 사망률과 의미 있는 상관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으니, 정원을 질병조차 인간에게 침범하지 못하는 곳으로 신성시했던 고대 수메르인들은 일찍이 혜안이 있었던 셈이다.
정원의 효용은 한 개인의 정서 차원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공동체에서 정원은 사회적 접촉을 촉발시키는 현장이다. 사회적 유대감이 높은 공동체 구성원은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낮으며, 취약한 사회적 관계는 흡연과 비만, 고혈압보다도 더 해롭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도 있다. “인류의 미래를 의지할 바는 오로지 정원사의 손밖에는 없다.”는 스탠퍼드대 해리슨 교수의 주장이나, “인간이 이뤄낼 가장 위대한 마지막 완성작이 건물이 아니라 정원”이라는 베이컨의 말은 결코 빈 말이 아님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컴퓨터와 텔레비전, 인터넷, 그리고 핸드폰이 이미 일상을 지배한 우리 사회에 한 뼘 땅과 식물의 효험이 얼마나 될지 의구심을 가질 수 있겠다. 그러나 게임과 사이버 폭력 등 온갖 자극과 스트레스가 자극의 역치를 넘어선 우리 사회에 정원은 생명수가 될 수 있다. 사이버와 스펙터클이 우리 아이들의 전두엽 성장을 저해하고, 정신을 황폐하게 만들기 전에 서둘러 해독제를 찾아야 한다. 작게는 정원, 크게는 자연이 그 해답처라고 필자는 확신한다. 한 줄기 뺨을 스치는 미풍, 포근하게 얼굴을 쬐는 햇볕, 상쾌한 새벽 공기를 폐부 깊숙이 느낄 곳으로 정원만한 곳이 어디 있는가? 디지털과 기계문명이 아무리 발달해도 온몸으로 만끽하는 자연과의 아날로그적 교감을 대체할 수가 없지 않은가. 그러니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제임스 매디슨 등 미국의 초창기 대통령들이 정원 가꾸기에 힘썼고, 영국의 찰스 황태자가 오랜 경험 끝에 정원에 관한 책을 쓴 것도 별로 놀랄 일이 아니다.
지금 한참 힐링이 대세다. 그 만큼 상처 입은 이들이 많다는 증거일 것이다. 바쁘게, 열심히, 힘들게 살아온 우리에게 그 상처를 보살피는 일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물질이 마음까지 행복하게 해주지 못함을 우리는 뼈아프게 학습해왔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우리는 이제 정원을 되찾아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온갖 자극이 넘쳐나는 우리 삶의 환경에서 정원을 되찾아야 한다. 정원이란 인간의 꿈과 이상을 자연에 구축한 것이니 곧 인간으로서 꿈꾸기를 되살리는 것과 같다. “그래도 정원을 가꾸어 나가야 한다”는 볼테르 말은 온갖 세속적 질곡 속에서도 끝까지 잃지 말아야할 인간 삶의 희망과 구원이 정원에 있음을 역설해 주지 않는가?
마침 우리나라 첫 국제정원박람회가 순천에서 열린다. 순천만이라는 천혜의 자연이 만든 생태정원을 바탕으로 다양한 정원들이 펼쳐진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남도의 풍경 속에 펼쳐진 정원 속을 거닐며 삶을 되돌아보는 재충전의 기회를 꼭 가지기를 바란다.
The pursuit of happiness is, without doubt, the most significant value in people’s lives. Everybody strives to be happier, and endures the pain of life for the better future. Unfortunately, it’s not always a happy end. What’s the reason, and what should we do?
Instead of reflecting on some serious philosophical solutions, I would like to keep my eye on a garden. A Western scholar once said “a garden is displaying a human effort to inscribe the idea of happiness on the nature.” A garden is truly a space that helps us to live like a human being, with its own healing and soothing qualities. We start to care for ourselves by caring for plants, and unconsciously relieve ourselves by digging a ground for planting trees. A small wonder found in a tiny plant touches the hearts of us who have been living in a society changing at the speed of light. A garden has an important meaning to us in this ‘age of anxiety and uncertainty.’ As Sullivan and Kuo points out, a few trees can help prevent domestic violence, Donovan maintains that a well-managed garden controls violent behaviors. As there is an evidence that the access to green space including a garden has a meaningful relationship with the rates of disease and death, Sumerians in ancient times must have been knowledgeable enough to believe that a garden was a sacred place where humans could be protected from illnesses.
A garden is not only useful to individuals. According to Kuo et al, a garden works as a place promoting a social connection in a community. According to a research by Putnam in 2000, members of a community with a strong social tie are less likely to become diseased, and a weak social connectedness is more harmful than smoking, obesity, and high blood pressure. Professor Harrison at Stanford University said “it could be hands of a gardener that we can rely on for the future of humankind,” and Bacon wrote “the final achievement of a human race would not be a building but a garden.”
You probably doubt how useful a small piece of land or plants could be in a society already dominated by computers, television sets, Internet, and cellphones. Nevertheless, a garden will provide life-giving water to a community where people always feel stressed out because of excessive amount of stimulus and violence in cyberspace. We must protect our children from stress and violence leading to mental deterioration. I’m sure that a garden or nature can be a solution to the problem. Could you find any other place than a beautifully grown garden where you can breathe fresh air in the morning and feel warm sunshine in the afternoon? No matter how much the digital and mechanical technologies might be developed, they can never replace our interactions with nature. That must be one of the reasons that the early presidents of the Unites States including George Washington, Thomas Jefferson, and James Madison made great efforts for gardening, and Britain’s Prince Charles wrote a book on gardening after several years of experience.
Many people are talking about healing recently, which, in turn, suggests that there are lots of people out there hurt and wounded. We need to care about those people. We have learned that material affluence doesn’t necessarily guarantee happiness. In order to be happy, we need to regain our rights to a garden. It shouldn’t be too late. A garden is the realization of our dreams and ideals in nature, so constructing a garden is starting to dream again.
The first international garden expo is going to be held in Suncheon, where you can experience a variety of gardens in the wonderful landscape of Suncheon Bay. I suggest that you visit the exhibition, having a chance to recharge yourself and enjoying the beautiful scenery of the southern provi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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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일기: 정기용 건축 아카이브
소외된 것들에 관심을 가졌던 낭만적 건축가故정기용의 건축 드로잉 작품전
국립현대미술관이 건축가 故정기용(1945~2011)의 드로잉 작품들을 공개했다. 2월 28일부터 9월 22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제5전시실에서 ‘그림일기: 정기용 건축 아카이브’ 전이 열린다. 이번 전시는 국내 건축전문 큐레이터 1호인 정다영 씨의 주도로 기획됐다. 작고 2주기를 맞는 정기용이 생전에 기증한 약 2만여 점의 자료를 바탕으로 2년여의 시간동안 연구·분류하여 2천여 점을 선별해 정기용 아카이브를 구축했다.
정기용은 한국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이후 프랑스에서 유학하며 건축과 도시계획을 공부했다. 이때 접한 풍부한 문화 담론들은 그에게 건축에서 삶의 문제를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68혁명을 이끈 푸코, 아날트 콥 등 신지식인들의 영향을 많이 받아 고착화된 기존 제도를 거부하고, 무가치한 것들에서 건축의 의미를 찾고자 했다. 귀국 후에는 자연스럽게 한국의 사회 현실과 구조로 시선을 옮기게 되었고, 우리 땅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였다.
(중략)
“우리들이 농촌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건축가는 해결사가 아니다. 사람들의 삶을 보살피고 공간적으로 조직해주는 직업이다. 특히 공공건물이 그렇다. 건물을 사용할 사람에게 물어봐야 한다.” _ 정기용
정기용은 현대건축 2세대에 속하는 건축가이다. 이종건 교수(경기대학교)에 따르면 2세대에 속한 대부분의 건축가들은 건축을 페티시(fetish)하게 생각한다. 건축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반면 정기용은 건축의 한계를 알고, 건축을 통해서 삶을 좀 더 낫게 하려했던 사람으로 평가되고 있다.김봉렬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는 “낭만은 현실에 뿌리가 없는 이상적인 것이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사회를 변화시키는 가장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소외되는 것들에 관심을 가졌던 정기용이 이러한 낭만적인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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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희영(현대산업개발 前 상무)
Oh, Hee Young
“새로운 길 위에 서서”
짙은 녹색의 편안한 복장이 여유로워 보였다. 처음 평상복을 입고 인터뷰를 갖는다는 오희영 前 상무현대산업개발이다. 대형 건설사 조경직으로 30년여 묵묵히 한 길을 걸어온 그가 2012년을 끝으로 회사생활을 마감했다. 누구의 권유가 아닌 자신의 결정이었다. 맡은 업무량도 상당했고, 사내에서도 두터운 신망을 받는 그였기에, 모두가 퇴사 결정에 의아해 했다. 그러나 오희영 前 상무의 대답은 명료했다. ‘조경다운 마무리를 하고 싶었다.’
“모든 건설공종의 마침표는 조경이 찍는다. 조경으로 이용자가 쾌적한 환경 속에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많은 분들이 더 남아 있어도 되지 않는냐는 말씀을 하신다. 건설사 내에서도 아직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이 많지만, 조경쟁이답게 정갈하게 마무리 하고 싶었다. 멋진 마무리라고 응원해 주는 주변분도 있어 마음이 한결 편하다”
쉽지 않던 건설사 입사초기건설사 조경직에게 오희영 이름 석자가 의미하는 것은 크다. 그는 대형 건설사 최초로 조경직을 독립시켰고, 임원 자리까지 오른 장본인이다. 건축, 토목에 비해 조경의 사업적 비중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오 前 상무가 대기업에서 조경직을 독립시킨 것은 조경분야뿐만 아니라 인접분야에서도 하나의 사건이었다. 다른 건설사 조경직도 그의 행보를 보며 희망을 그렸다. 그래서 그의 이름 앞에는 ‘건설사 조경직의 대부’라는 수식이 따라붙는다.그런 오희영 前 상무지만, 경력직으로 현대산업개발에 입사한 1984년, 그의 앞에 닥친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전 회사에서 현장소장(숭인공원, 석촌호수 등) 하던 사람이 각종 심부름을 도맡아 하였고, 조경 관련 사무도 모두 그의 몫이었다. 회사의 유일한 조경직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중동개발이 붐을 타며, 그의 앞에 놓이기 시작한 생소한 해외설계설명서와 도면더미는 좌절감까지 맛보게 했다. 하지만 오희영 前 상무는 관련 전문가를 수소문하고, 직접 찾아다니며, 새로운 해외 조경프로젝트를 완수해 냈다.
“입사 초기, 사실 후회를 많이 했다. 국내 조경공사만으로도 충분한 대우를 보장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로운 일이 있으면 알아보고, 직접 찾고야 마는 성격이어서 해외건축부 당시의 기억이 많이 남고 보람도 있다. 새로운 길을 찾는 것은 산사람 기질이 배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