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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스웍스 파크
    포스터가 더 유명했던 ‘클럽 싱글즈(Singles)(1992)’라는 영화에서 두 남녀 주인공이 사랑과 미래에 대한 대화를 나누던 장면을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심각한 대화를 나누던 주인공들을 한켠에 두고 화면의 배경은 넓고 푸르른 잔디밭과 그 뒤로 보이는 아주 거대하고 기괴한 붉은 녹슨 공장과 파이프들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왠지 모를 그 아이러닉한 색감과 분위기에서 노스탤지어적인 낭만을 느꼈었다. 도대체 저 곳은 어떤 곳인 걸까? 공장 지대에 왜 공원이 있는 걸까? 이런 궁금증들과 함께 필자의 기억 속에 그 장면은 오래도록 남아있게 되었고, 나중에서야 이 공원이 바로 시애틀을 대표하는 개스웍스 파크(Gas Works Park) 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개스웍스 파크에 대한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게 되면 1860년대 후반 유니온 호수 주변에서 시작된 산업단지 개발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개인 산업체와 공공산업의 형태를 거쳐 1930년대부터 1950년대 후반까지 가스정유공장으로 시애틀 외 여러 도시들에 가스Gas를 공급하게 되고, 1956년 그 모든 기능이 정지되었다. 그 후, 버려진 건물들과 공장 지대를 1962년 시애틀 시 정부에서 구입하게 된다. 1970년대에 들어와 여러 시민 공청회와 시애틀 공원 부서의 의견에 힘입어 공원화하기로 결정하여 리차드 하그 어소시에이츠(Richard Hagg Associates)(RHA)를 가스정유공장부지에 대한 마스터 플래너로 지명하였다. RHA는 부지 분석과 조사를 위해 부지 내에 사무실을 열 정도로 열정을 쏟았다. 오래된 타워들을 직접 올라가 보기도 하고 부지 내에서 캠핑을 하는 등, 리차드 하그는 현장의 버려진 공장들의 모습을 철골 구조를 가진 예술로서 받아들였고, 이 과정을 ‘의식을 넘어서는 조합(unselfconscious assemblages)’이라고 표현하였다. 그리고 그는 부지의 제한조건을 독특한 성격으로 재해석하여 ‘역사적, 심미적 그리고 실용적인 가치(마스터플랜, 1971)’를 주장하며 공장 일부분을 보존하자는 의견을 내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1971년 11월, 마리나(Marina)와 프로미나드(promenade), 그레이트 마운드(Great Mound)의 공간들을 포함하여 공장 구조물들을 놀이공간과 미술관, 음식점, 영화관으로 재사용하자는 하그의 마스터플랜이 발표되었다. 당시 그의 파격적인 제안은 시애틀 시와 시민들에게 여러 가지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하그의 ‘미생물과 식물을 이용한 환경정화방법(bio-phyto-remediation)’을 통한 흙과 물을 정화하는 등의 기술적 제안과 RHA에서 함께 일하던 로리 올린(Laurie Olin)의 해석적이고 표현적인 스케치 등의 디자인적 제안을 통해 그의 의견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그러나, 재정적인 문제와 실제 기술적인 문제(시애틀의 기후가 미생물들이 정화 활동하기에 충분하지 않은 이유로 여러 기술적 제한이 생기게 되었다)로 기존의 공장 건물들은 “Tower”(아이들의 체험과 놀이 장소로 허가되었지만, 안전상의 문제로 접근이 금지되었다), “Concrete Viaducts”(석탄 램프의 콘크리트 하부구조), “Play Barn”(놀이 공간 - 오래된 시설물들과 펌프 건물을 놀이 공간으로 바꾸었다)과 “Picnic Shelter”(피크닉 공간 - 보일러 공간을 편의시설로 바꾸었다)만 남게 되었다.
  • 뒤스부르크-노드 랜드스케이프 파크
    앞에서 소개된 개스웍스 파크와 함께 포스트 인더스트리얼 파크의 대표적 사례로 거론되는 뒤스부르크-노드 랜드스케이프 파크(이하 뒤스부르크 파크)는 독일의 루르Ruhr강변 중공업단지에 위치해 있다. 독일 최대의 철강기업인 티센(Thyssen)의 주력 제철소가 자리하고 있던 이곳은 20세기 중반까지 철강산업을 선도하였으나 20세기 후반에 접어들면서 루르 지역의 구조적 변화로 인해 쇠퇴의 길에 접어들어, 결국 1985년 철강공장이 다른 부지로 이전해가면서, 녹슨 철구조물만이 방치되었다. 과거 100여년 동안 각종 공해와 오염에 시달리던 대지가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게 된 것은 1989년부터 시행된 IBA 엠셔 파크(Internationale Bauausstellung Emscher Park)프로젝트 덕이었다. 그러나 그 새로운 옷은 이전의 새로움과는 다른 차원에서 진행되었다. 1989년 230ha에 달하는 공장지대를 대상으로 한 설계공모에서 프랑스 조경가 베르나르 라쉬스(Bernard Lassus)와 최종 경합을 벌인 끝에 최종 설계자로 선정된 피터 라츠(Peter Latz)는 최대한 기존 구조물을 존치하는 방식으로 설계안을 풀어나갔다. 심지어“디자인을 한 게 아무 것도 없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거림을 듣기까지 한 피터 라츠의 안은 과거 제철소가 가동되던 곳에 공원을 덧씌우는 방식이었다. 그는 석탄을 나르고 철을 운반하던 동선도, 용광로가 쉼 없이 검붉은 쇳물을 토해내던 거대한 건물도 고스란히 남겼고, 크고 작은 벙커 건물 역시 천장만 하늘을 향해 열었을 뿐, 벽체는 원형 그대로 존치했다. 그 결과, 기존의 너른 잔디밭과 풍성한 수목으로 대표되던 목가적인 풍경이 지배적이었던 과거의 공원과 확연히 구분되는 새로운 경관이 탄생했다. 부지 내에서 가장 지배적인 경관을 형성하는 용광로 건물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 과거 이곳이 어떤 곳이었는지를 웅변한다. 이곳에 설치된 전망대는 공원 전체의 파노라마 뷰를 제공하고, 또한 이 건물을 중심으로 화려한 조명시설이 설치되어 있어 야간에는 색다른 랜드마크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가파른 경사의 계단을 따라 올라가는 도중에는 기존의 공장 내부 시설을 엿볼 수 있고, 과거의 시설에 대한 안내판이 있어 이해를 돕는다. 실제로 가동되던 산업시설이 하나의 박물관과 같은 기능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용광로가 있는 중심 건물의 전망대가 360도 회전은 가능하지만 고정된 시점의 점적인 조망을 제공한다면, 캣워크catwalk라는 고가보행로는 이동중의 선적인 조망 포인트를 제공한다. 이 조망동선은 광석벙커 정원지역의 상부로 지나가, 다양한 관목과 세덤류가 자라나고 있는 소정원을 내려다보는 색다른 시점을 제공한다.
  • 사진으로 본 Memory & Space
    웨스트파크(Westpark Bochum) 독일 루르(Ruhr)지방의 중심도시인 보훔(Bochum)에 있는 Westpark Bochum은 80km에 걸쳐 있는 엠셔파크(Emscher landschaftspark) 중 하나이다. Jahrhunderthalle의 철강 공장 이전지로 이전에는 접근이 쉽지 않았다. 공원의 중심부에는 뒤셀도르프(Dusseldorf)에서 1902년 Bochumer Verein의 철 제품 전시를 위해 지어진 백주년 홀(Hall of the century)이 자리하고 있다. 2003년 Ruhr Triennale를 개최하기 위해 전시 및 콘서트 홀로 재생되었는데, 이 홀은 살아있는 산업 기념비이자 문화와 지역의 정체성이 되고 있다. 밀 루인스 파크(Mill Ruins Park) 미국 미니애폴리스(Minneapolis)의 Mill Ruins Park는 19세기 제분소 유적을 기념하기 위해 2001년 10월 1일 개장한 공원이다. 미니애폴리스는 미시시피강에서 나온 전력을 바탕으로 100년 전에는 세계에서 가장 앞선 제분산업이 있던 곳이다. Mill Ruins Park는 1800년대 밀가루공장이 무너진 폐허를 도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발굴하는 과정(urban archeology)을 통해 공원이 탄생하였으며, 무너진 폐허처럼 생긴 건물이 Mill city museum이다. 겉은 폐허처럼 보이지만 안에는 굉장히 현대적인 건물의 박물관이다. 랑겐 파운데이션(Langen Foundation) 독일 노이스(Neuss)라는 작은 고장에 위치한 랑겐 파운데이션. ‘라케텐 스타치온(Raketenstation)’으로 불리던 이곳은 1990년대 초반까지 50여년 동안 주둔했던 NATO의 미사일 발사기지가 있던 곳이다. 미사일 기지가 이전한 후, 1994년 미술품 수집가이자 예술후원자인 칼 뮐러(Karl-Heinrich Muller)가 이곳을 구입해서 미술관과 작가 스튜디오로 기존 건물을 리노베이션하고, 냉전시대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환경을 살려서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조성하였다. 프롬나드 플랑테(Promenade Plantee) 프랑스 파리의 프롬나드 플랑테는 폐쇄된 낡은 철로와 철로 상부를 녹색의 문화공간으로 만든 곳으로 조경가 쟈크 베르절리(Jacques Vergely)와 건축가 필립 마티유(Philippe Mathieux)에 의해 디자인되었다. 이곳은 1859년부터 1969년까지 바스티유(Bastille)에서 뱅센(Vincennes)을 연결하는 길이 4.5km의 철길로 이용되었으나, 1969년 바스티유 역이 폐쇄된 이후 1986년 훼으이 개발중점권역(Z.A.C. Reuily)의 설정과 더불어 녹음이 흐르는 문화거리로 변신하였다.
  • 일시적인 것, 사라지면서 존재하다
    A temporary thing, exist while disappearing 크리스토 & 장 끌로드는 정말 독특한 작가들이다. 포장 예술가라고 해야 할까? 프랑스의 퐁네프 다리나 독일의 의회건물 라이히스탁과 같은 건축물부터 강의 물줄기나 해안가의 절벽과 같은 자연지형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불가능해보이는 대형 스케일로 사물을 덮어 씌운다. 때론 섬을 빙 둘러 싸기도 하고, 계곡을 가로막기도 할뿐 아니라, 마치 만리장성처럼 보이는 끝없는 펜스를 설치하기도 한다. 공통점이 있다면, <Wrapped Trees>처럼 직설적으로 랩핑하는 방식이 아니더라도, 무엇인가를 덮거나 감싸거나 가린다는 점이고, 그 규모가 매머드급이며, 특히나 천을 활용한다는 점이다. 상식을 뛰어넘는 거대 규모는 그들의 작품에 이목을 집중시키고, 덮어씌움으로써 역설적으로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호기심을 유발한다. 그리고 천은 그 재질의 특성상 나무나 철과 달리, 덮어씌운 사물의 형상을 은연중에 드러낸다. 무엇을 덮었는지를 알려주면서도 정작 그 안에 숨겨진 대상의 정확한 디테일은 감추어, 익숙하고 낯익은 대상의 정확한 모습이 어떠했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저건 분명히 퐁네프 다리인데, 다리의 난간은 어떠했더라,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것이다. 물론 그들 작품의 목적이 이러한 갸웃거림에 있지는 않을 것이다. 정재윤 씨 원고의 마지막 대목인“물리적인 공간의 변화가 아닌 기억을 통해 반추되는 공간에 대한 새로운 경험”이 여러가지 의도 중의 하나이겠지만, 그들의 작품을 보며 정작 그 안에 감추어진 익숙하고 낯익은 것의 상세가 어떠했더라 하는 궁금증이 떠올랐다. 이른바 낯설게 하기(일상화되어 친숙하거나 반복되어참신하지 않은 사물이나 관념을 특수화하고 낯설게 하여 새로운 느낌을 갖도록 표현하는 것 _ 네이버 백과사전) 효과를 느낀 것이다. 이와 비슷한 경험을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도 한 적이 있다. 6년여간 다녔던 대학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숱하게 드나들었던 마로니에 공원이건만, 그곳에 어떤 조각품이 있는지는 한 번도 눈여겨보지 않았었다. 어떤 조각이 있기는 했었나 싶었는데, 2003년 전시회(‘공원 쉼표 사람들전’) 취재 때문에 찾은 마로니에 공원에는 제법 많은 조각작품들이 ‘나 여기 있으니 좀 보아 달라’는 투로 서있었다. 그 넓지 않은 공원의 곳곳에 그렇게 조각작품들이 있었는지, 한마디로 놀라웠다. 그날의 조각작품들은 형형색색의 얼룩무늬 천을 뒤집어 쓰고 있었는데(박용석 作, <공공조형물을 위한 추상적인 옷>), 작가는 일반적으로 무엇인가를 감추고자 할 때 사용하는 위장무늬천으로 조각작품을 뒤덮어, 장소와 아무런 관련도 없고 의미도 알 수 없는 작품들이 그저 무덤덤하게 공원 내 자리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을 드러내었다(월간 <환경과조경> 2003년 10월호, p.119 참조). 공원 내 작품과 설치물에 무심한 사람들의 무관심을 질책하고자 한 것일 수도 있을텐데, 알록달록한 천으로 덮이기 전까지 익숙하고 평범한 배경에 불과하던 추상조각이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 나는 더 새로웠다. 전시회가 끝나고 조각에 입혀졌던 다양한 색깔의 천은 벗겨졌고, 적벽돌로 지어진 건물 외벽을 수놓았던 색색의 스트라이프 무늬(각종 문화 예술 관련 홈페이지 주소를 적어 놓은 양주혜 作, <소요>)도 사라졌지만, 이후로 마로니에 공원을 찾게 되었을 때 나도 모르게 당시에 천을 뒤집어쓰고 있던 조각들에 눈길을 주고, 스트라이프 무늬의 외벽이 있던 모습을 떠올리곤 했었다(물론 어쩌다 였지만 말이다). 그런데 막상 천이 벗겨지자 감추어졌었던 조각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이제는 부재중인 형형색색의 천 조각이 눈에 아른거렸다. 배경처럼 뒤로 물러나 있던 조각들은 예전처럼 다시 무대 아래로 사라졌는데, 정작 눈앞에서 없어진 일시적인 것들이 머릿속에 남아 버린 것이다. 무엇인가를 환기시키는 힘이 있는 경우에 더욱 그렇겠지만, 이처럼 익숙하고 낯익은 공간에 일시적으로 출현하는 어떤 새로운 요소는 제법 여운을 남긴다. 그리고 마로니에의 경우처럼 조각작품과 같은 오브제가 아니라, 센트럴파크를 무대로 한 크리스토 & 장 끌로드의 작품처럼 공원이나 광장, 가로와 같은 공간을 무대로 한 일시적인 것들은 공간에 대한 집단적 기억을 새롭게 해주고, 무엇보다 공간에 대한 인식에 변화를 줄 수 있다. 또 익숙한 풍경을 뒤흔드는 유쾌한 파열음은 일상을 보다 풍요롭게 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 Temporary Landscape - 더 게이츠
    The Gates 총 4,799톤의 철재 기초, 96.5km의 특수 제작 비닐관, 각각 15,006개씩의 상단 구조 지지대·기둥 연결관·철재 바닥판·비닐 볼트 덮개, 165,132개의 볼트와 자동 잠금 너트, 총 연장길이 187,311km에 달하는 주황색 실 등. 에펠탑 제작에 사용된 재료들이 아니다. 단 16일 동안 뉴욕의 센트럴 파크에서 전시된 크리스토 & 장 끌로드(Christo and Jeanne-Claude)의 “The Gates”에 사용된 재료들의 양이다. 사실, 총 4,799톤의 철재 기초의 중량은 파리의 에펠탑 건설에 들어간 전체 철재의 중량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거대한 양이다. “The Gates”는 한날한시에 태어난 부부 예술가, 불가리아 출신의 Christo Vladimirov Javacheff와 모로코 출신의 Jeanne-Claude Denat de Guillebon에 의해서 뉴욕 센트럴 파크 내 산책로를 따라 2005년 2월 12일부터 2월 27일까지 16일 동안 전시된 설치미술 작품을 말한다. 무관심과 관리소홀로 인해 센트럴 파크가 가장 쇠잔한 시기를 겪고 있던 1979년 센트럴 파크 재정비 사업과 더불어 공원의 중흥 노력의 일환으로 작품의 기본 개념, 설치 세부 계획이 뉴욕시에 제출되었으나, 시의 허가를 받기까지 무려 26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2003년 1월 22일, 마이클 블룸버그(Michael Bloomberg 뉴욕시장이 이 작품의 실현에 동의했고, 2005년 1월 3일 마침내 크리스토 & 장 끌로드 커플의 오랜 숙원이었던 ‘더 게이츠’프로젝트가 뉴욕 센트럴 파크에 설치되기 시작했다. 2005년 2월 12일, 공식명칭 “The Gates, Central Park, New York, 1979~2005”, 5m 높이에 총연장거리 37㎞에 달하는 총 7,503개의 주황색 게이트가 3.65m 간격으로 공원 전체의 산책로에 설치되었고, 2월 27일까지 16일 동안 대중에 공개되었다. 현란한 색상의 역동적인 직물 판넬은 공원 산책로의 구불구불한 유기적인 형태를 부각시켰으며, 게이트의 사각형 틀은 격자형의 독특한 도시구조를 닮아있었다. 낙엽이 진 수목들의 가지 사이로 The Gates의 황금빛 물결은 출몰을 반복하며 장관을 이루었다. “The Gates”의 특징 중“, 일시성”에 대해 작가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작품의 일시성은 작품을 보다 가치있게 하고‘일정 기간 동안만’이라는 제한을 통해 사람들을 조급하게 만든다. 이를 통해 사람들을 직접 현장에 오게끔 독려하며, 현장에서는 최대한 작품을 즐길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한다. 작품을 즐기는 동안 사람들은 다음에 방문할 때는 이 작품이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한다. 한 예술작품을 통한 공간에 대한 경험의 변화, 즉 물리적인 공간의 변화가 아닌 기억을 통해 반추되는 공간에 대한 새로운 경험이 예술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이 아닌가 생각한다.”
  • Temporary Landscape - 파리 플라쥬
    Paris Plage ‘플라쥬(Plage)’는 프랑스어로 ‘해변’이라는 뜻이다. 프랑스의 시인이자 소설가·극작가인 장 콕토(Jean Cocteau)가 “내 귀는 소라껍질, 바다의 소리를 사랑한다(Mon Oreille est un Coquillage, qui aime le bruit de la mer)”라고 노래한 것처럼 바다에 대한 향수는 인간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본성과도 같다. 파리는 지리적으로 바다에서 약 200km 떨어져 위치하므로 여름이 되면 파리 시민들은 바다를 찾아 북쪽의 노르망디(Normandie)나, 서쪽의 브로타뉴(Bretagne), 남쪽의 지중해 부근으로 바캉스를 떠난다. 매년 7월 초면 바다로 향하는 고속도로들은 주말마다 북적대고, 파리는 눈에 띄게 한산해 진다. 그러나 파리 시민 10명 중 3명은 바캉스를 떠나지 못한다고 한다. 바캉스를 떠나지 못하는 이들은 안정된 직장을 다녀서 보장된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이 아닌, 비정규직으로 직장 생활을 불안하게 이어가는 사람들이거나 혹은 직장이 없는 실업자들이다. 2001년에 파리 시장으로 당선된 좌파 출신 베르트랑 들라노에(Bertrand Delano)는 우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02년부터 이들을 위한 특별한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파리 플라쥬’이다. 이 프로젝트의 내용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까지 지정되어 있는, 아름답고 볼 것 많은 센 강변을 해변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이에 파리시는 2002년부터 약 한 달 동안 강변도로를 모래사장이 펼쳐진 진짜 해변처럼 꾸미는 ‘파리 플라쥬’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된다. 대상 지역은 루브르에서 쉴리교(Pont Sully) 부근까지 약 3.5km에 이르며, 파리 시청 앞 광장 역시 이 기간 동안 해변가로 변한다. 이후 2006년 처음으로 센 강에 배처럼 떠 있는 수영장이 개장하면서 13구의 국립도서관 부근이 대상 지역에 포함되고, 2007년에는 19구에 위치한 라빌레뜨 운하(Bassin de La Villette) 주변까지 확대되었다. 2006년부터는 파리 중심부 지역과 13구 수영장을 오가는 유람선이 운행되는 등 ‘파리 플라쥬’는 이제 센 강변에 한정되지 않고 전 파리 시민이 즐길 수 있는 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파리 플라쥬’의 공간 구성 요소는 매우 다양하다. 해변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3천 톤의 모래를 사용하여 노트르담다리(Pont Notre-Dame)에서 아르콜다리(Pont D’Arcole)까지 700㎡에 이르는 모래사장을 설치하였을 뿐만 아니라, 샹쥬다리(Pont au Change) 부근에 600㎡의 녹지 공간과 퐁네프다리 부근에 500㎡의 나무널판으로 짜인 휴식 공간을 마련하였다. 이 외에도 아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수영장과 암벽 등반을 위한 공간, 안개처럼 물을 뿜는 샤워 공간, 콘서트를 위한 무대, 책을 빌릴 수 있는 간이 도서관, 파리 시청 앞의 비치발리볼 경기장 등이 조성되었다. 이들 공간에는 시민들이 편안하게 여가와 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안락의자와 해먹(hammock), 파라솔 등이 설치되었다.
  • Temporary Landscape - 뉴욕 인공폭포
    Temporary Water Fall 문화의 중심지 뉴욕 로어 맨해튼(New York Lower Manhattan) 이스트 강가(East River)의 또 하나의 볼거리가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았었다. 브루클린 다리(Brooklyn Bridge) 주변을 거닐다보면 언뜻 보아선 번지점프대처럼 보이는 몇 개의 철골 구조물을 만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맨해튼의 한여름의 더위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게 해주었던 Olafur Eliasson의 Temporary Water Fall이다. Temporary Water Fall(이하 인공폭포)은 이스트 강가 브루클린 다리 주변에 만들어진 크고 작은 4개의 인공폭포이다. 인공폭포는 브루클린 교각 하단부, 브루클린 하이츠 서쪽 프로미나드의 브루클린 피어, 맨해튼 다리 북쪽 피어, 그리고 북쪽 해안가 거버너스섬에 위치해 있다. 크기는 대략 90~120피트로, 가장 큰 폭포는 stand를 제외한 자유의 여신상과 비슷한 크기이다. 인공폭포는 이스트강이 주된 수원이 되어 폭포를 이룬다. 이스트강은 허드슨강(Hudson River)으로부터 흘러오는 강물과 대서양으로부터 들어오는 바닷물이 만나는 곳으로 다양한 동식물이 살 수 있는 서식지를 형성하고 있으며, 2백여 종의 물고기가 살고 있다. 인공폭포의 구조적인 측면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작동원리는 첫째, 이스트강으로부터 끌어올린 물은 물밑에 감추어져 있는 “intake filter pools”에 모이게 된다. 둘째, 펌프가 pools에 있는 물을 끌어당기는데 이때 물고기들의 유입을 막기 위해 낮은 속도를 유지한다. 셋째, 펌프에 의해 물은 scaffolding의 꼭대기에 있는 파이프로 끌어 올려진다. 넷째, 물은 trough를 밀고 내려오면서 폭포를 이루며 강으로 떨어진다. 이때 사용되는 물의 양은 1분당 3만5천 갤론, 시간당 2백1십만 갤론이며, 인공폭포가 작동되는 동안의 모든 전력은 100% 재활용된 전력이다. 이렇게 떨어진 물은 다시 처음 과정을 거쳐 재순환된다.
  • Temporary Landscape - 쇼우부르흐플레인
    Rotterdam 암스테르담이 오랜 역사를 가진 네덜란드의 대표도시라고 한다면, 로테르담은 다른 유럽 도시들과는 사뭇 다른 얼굴을 하고 있는 젊은 도시입니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건축박람회장이라고 해도 될만큼 유명 혹은 신진 건축가들이 다양하고도 새로운 시도와 실험을 하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지요. 제법 유명한 Cube House와 Pencil House도 바로 이 곳, 로테르담에 있고, 네덜란드 건축교육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NAi(Netherlands Architecture Institute)도 이 도시에 있습니다. Schouwburgplein 쇼우부르흐플레인은 이러한 로테르담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로테르담 중앙역에서 남동쪽으로 약 500m 정도의 거리에 위치하고 있는데, 광장 주변으로 극장인 파스 시네마(Pathe Cinema)와 둘렌 콘서트홀(Doelen Concert Hall)을 비롯해서 다양한 카페와 레스토랑들로 둘러싸여진 곳입니다. ‘쇼우부르흐플레인(Schouwburgplein)’이란 말도 네덜란드어로 극장을 뜻하는 ‘Schouwburg’와 광장을 뜻하는 ‘Plein’이 합쳐진 말이라는군요. 아마도 주변의 극장과 공연장 때문에 붙여진 이름인 모양입니다. 이렇듯 이 광장은 지리적으로나 기능적인 측면에서 명실상부한 도시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곳입니다. 이 광장은 50m×140m 규모로 직사각형 형태의 빈 공간입니다. 조금 더 엄밀히 말하면 광장이라기 보다는 아주 높이가 낮은 무대라고 하는편이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이 공간이 주변 도로보다 30~40cm 정도 높게 조성되어 있어서 주변공간과 구분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바닥포장재로는 목재데크, 철재 타공판, 고무, 에폭시 등의 인공적인 재료들이 사용되었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조경적인 처리와는 사뭇 다른 방식인 것이 특징입니다. 길 건너편에 있는 가로수를 제외하고는 풀 한 포기도 볼 수 없는 매우 건조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 Temporary Landscape 국내 사례
    Temporary Landscape는 일상적 공간을 재구성함으로써 공간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고 활용도를 높여 사람들의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어 공간활용적 측면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앞장에서 살펴본 해외 사례 이외에 국내에서는 Temporary Landscape가 어떠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지, 몇몇 사례를 통해 살펴보기로 하겠다. ㆍ잔디가 있는 푸른광복로ㆍ서울광장 스케이트장ㆍ광복절 및 건국 기념 서울시청사 모뉴먼트ㆍTheGarden of Temporary Gardensㆍ청계천 “Air Joy”ㆍ광화문 복원사업 가림막 “광화에 뜬 달” / 서울시청사 아트펜스
  • Balsley Park 바슬리 파크
    Designer _ Thomas Balsley AssociatesTeam _ Thomas Balsley(lead designer), Steven Tupu, Shigeo KawasakiClient _ Rose AssociatesLocation _ New York, NY, USAPhotographer _ Courtesy of Thomas Balsley Associates 토마스 바슬리 어소시에이츠는 이 공간의 썩 유쾌하지 못했던 과거를 감안하여, 주민들이 원하는 디자인을 반영하기 위해 프로젝트팀과 함께 주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여러 번에 걸친 토의를 바탕으로 진행된 신중한 의견수렴 과정을 통해 바슬리 어소시에이츠는 새로운 프로그램에 대한 동의를 이끌어 냈고, 큰 주제를 “앞으로 지역주민에 봉사하며, 접근이 쉬운 녹지 공원”으로 정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설계자는 이 독특한 모퉁이 공간이 자신만의 두드러진 색깔을 가질 수 있도록, 프로그램에 따른 요소들을 예술적인 형태와 색깔로 변화시킬 수 있는 자유와 격려를 보상으로 받을 수 있었다. 디자인의 큰 방향은 이러한 요소들을 통해, 도시의 체계와 격자, 그리고 사람의 상상력을 기만하는 도시의 질서들로 이루어진 모든 한계들로부터 벗어나도록 하는데 맞추어졌다. 소로들은 격자를 무시하며, 경사는 마치 공원과 같고, 나무들로 이루어진 살아있는 배경을 조성함으로써 공간에 대한 관심을 건물의 벽이 아니라 새롭게 창조된 나무들에 의한 경계로 전환시켰다. 이 밀집한 상록수 숲은 공원의 종방향으로 끝 부분까지 다다르고, 컬러풀한 리본모양의 곡선벽에 면하게 되는데, 이 벽은 5인치 간격의 조형물과 같은 파이프의 연속으로 이루어진 공간으로 나아간다. 상록수 경계와 대조되는 이 투과성의 벽은 공원 이용자에게 그 뒤에서 어떤 위험한 행동도 할 수 없다는 것을 명백하게 보여준다. 클라이언트가 토마스 바슬리의 업적을 기려 공원의 이름을 바슬리 파크로 개명한 것은, 뉴욕시 공공공간에 대한 기여의 답례로 이루어졌으며,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