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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호영 + 이해인 HLD NEW START, MY DESIGN OFFICE
    01 결심 디자이너로서 설계사무소를 열어 나만의 디자인 철학을 펼치고자 하는 꿈은 설계를 시작할 때부터 갖고 있었다. 하지만 사무소를 열기 전, 충분한 경험을 통해 설계에 대한 신념이 확고해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설계는 개인 작업이 아니기 때문에 디자인의 최종 결정자가 내가 아닌 경우가 많다. 설계에는 정확한 답이 없기에 나의 설계안이 유지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최종 결정자의 의견보다 나의 의견이 더 좋은 공간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런 일이 잦아지면서 창업할 준비가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설계사무소를 차리는 것은 디자인의 최종 결정을 할 뿐만 아니라 조직을 꾸리는 리더가 되는 일이다. 그래서 조직을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에 대한 생각이 구체화된 것 역시 창업에 큰 영향을 미친 요인 중 하나다. 하지만 무엇보다 창업을 결심하는 데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뜻을 같이 할 수 있는 파트너가 있는지의 여부였다. 우리는 ‘같이 일 해볼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공유한 지 1년 만에 미국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 후 한국으로 돌아와 함께 설계사무소를 열었다. 차별화 한국에서 창업을 했지만 과거에 국제적인 프로젝트를 수행했던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유학 중에 하버드 대학교와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만났던 친구들 그리고 AECOM, 파퓰러스POPULOUS, 오피스 maoffice ma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인도, 홍콩, 독일, 영국 등 여러 국가에서 디자이너나 교육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과 정보를 주고받으며 협업 중이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오피스 ma와 한국, 중국 프로젝트에 공동으로 제안서를 제출하고 있고 현재 진행중인 국제 설계도 중국에서 일하고 있는 디자이너와의 협업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네트워크를 통해 소규모 설계사무소가 단독으로는 진행하기 어려운 국제 프로젝트와 대규모 프로젝트에 참여할수 있었다. 회사 운영에 있어 꼭 지키고 싶은 원칙 중 하나는 모든 구성원이 회사가 돌아가는 데 필요한 역할을 고루 나눠 갖는 것이다. 설계에 참여하지 않고 프로젝트 관리만 하는 사람, 디테일 설계는 잘 하지만 콘셉트 설계는 못하는 사람, 설계는 잘 하지만 발표는 전혀 못하는사람 등이 생기면 작업이 비효율적으로 진행된다. 이호영은 1977년생으로, 고려대학교에서 원예학을 전공하고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조경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조경설계 서안에서5년간 실무 경험을 쌓고 미국으로 건너가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지역 계획 및조경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 후 미국 AECOM과 오피스 ma(office ma)에서6년간 조경과 도시설계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해인은 1982년생으로, 서울대학교와 UC 버클리에서 도시계획을 공부하고이후 하버드 GSD에서 조경 설계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미국 AECOM과 파퓰러스(POPULOUS)의 샌프란시스코 지사에서 약 5년간다양한 조경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자하 하디드의 프로젝트 팀에서동대문디자인플라자의 건축 감리에 참여하기도 했다.
  • 박종완 플레이스랩 기술사사무소 New Start, My Design Office
    01 조경을 전공으로 선택하면서 막연하게 설계사무소 창업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이 구체화된 시기는 설계사무소에 취업하면서인 것 같다. 설계 실무 경력이 쌓이면서 창업에 대한 여러 가지 고민을 했고 나름 몇 가지 창업을 위한 큰 조건을 만들었다. 다양한 프로젝트 수행, 경력 등에 관한 것들이고 기술사 자격 취득이 창업을 위한 가장 마지막 조건이었다. 이러한 조건들은 특정한 시기에 생긴 것이 아니라 몇 년에 걸쳐 만들어진 것이라 창업을 결심한 명확한 시점은 따로 없다. 오랜 시간에 걸쳐 작은 생각들이 커지고 현실화되면서 창업이 당연히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생각해왔다. 상호에서 그 회사의 성격이나 지향하는 목표가 드러나야 한다는 조언을 많이 들었다. 몇 달 동안 여러 가지 대안을 두고 고민을 했는데 그 과정을 설명하면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이 될 것 같다. 사무소 이름을 놓고 몇 가지 안이 있었다. ‘‘조경 설계’라는 명칭을 넣을 것인가? 아니면 조금 확장해서 ‘설계(디자인)’라는 단어만 포함할 것인가? 아니면 기억이 잘 될 수 있는 인상적인 이름을 붙일 것인 가’라는 문제를 두고 고민했다. 결국 상호를 ‘플레이스랩PLACELab’으로 정했는데 무엇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는지 나타내기 위해 ‘장소place’라는 단어를 썼다. ‘공간space’이라는 물리적 환경에 사람과 이야기, 기억 등이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지는 ‘장소場所’를 만드는 회사임을 나타내고 싶었다. 그리고 ‘laboratory’는 요즘 회사 이름에서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는 단어인데 전체적인 어감을 고려하는 동시에 최근 트렌드를 반영한 작명이다. 정원을 전문적으로 하는 회사가 몇 년 전부터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법 제정과 더불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나 가든쇼, 박람회 형태의 행사들이 많이 열리고 있다. 그래서 플레이스랩은 기본적으로 조경 설계 작업을 위주로 하지만 정원 프로젝트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대학교와 연계해서 도시환경계획 관련 연구 프로젝트에도 꾸준히 참여를 하고 있는데 일반적인 설계사무소의 업무와 다른 관점을 가질 수 있다. 다양한 분야와 협업하는 프로젝트의 경우, 조경뿐만 아니라 타 분야의 업무 방식이나 이슈에 대해 이해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설계나 시공으로 이어지기 전 단계의 연구, 정책적인 측면의 내용을 접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박종완은 1979년생으로 경북대학교에서 조경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고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우리엔디자인펌에서 2013년까지 조경설계와계획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창원대학교에서 진행된 보행, 습지, 마을만들기,도시미기후 등 다양한 도시환경계획 관련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했다.현재 플레이스랩 기술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 박은혜 denovo studios NEW START, MY DESIGN OFFICE
    01 계기는 필연적이면서도 우연적이었다. 처음부터 창업을 위해 모인 것은 아니었다. 과거에 같은 회사를 다니며 디자인과 창업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나눈 적은 있다. 시간이 흐른 뒤,각자 개인 사정으로 회사를 그만 두게 되었고 우연히 과거에 나눈 이야기가 구체화되어 창업으로 이어지게 됐다. 필연적 갈증과 우연한 시기가 만나 창업의 시작점이 되었다. 필연적 갈증이라는 말이 모호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이는 우리에게 단순하면서도 절대적인 것이었다. 그동안 회사 안에서 할 수 없었던 것, 우리가 도전할 수 있는 것을 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고 아파트 방 한 칸에서 쓰기 시작한 사업계획서가 점차 구체화됐다. 각자가하고 싶었던 일이 더욱 명확해진 시간이었으며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도 뚜렷해졌다. 나는 국내가 아닌 중국 패션 회사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그곳에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성격과 감성을 가진 사람들을 만났고 이들은 내게 신선한 자극을 줬다. 당시 패션계에서는 아르마니Armani가 인테리어 디자인을 주도하고 있었으며 아르마니 카사Casa(가구와 인테리어 소품 전문 브랜드)를 론칭 중이었다. 아르마니뿐만 아니라 다양한 회사가 패션 분야에 국한되지 않은 폭넓은 활동을 펼쳤다. 국내로 돌아와 조경 설계를 하면서 패션계와 비교했을 때 조경계가 생각보다 많이 경직되어 있다고 느꼈다. 보이지 않는 벽이랄까? 우리는 좀 더자유롭고 싶었다. 이런 의기투합으로 만들어진 것이 데노보스튜디오denovo studios다.우리는 조경부터 패션까지 다양한 디자인 분야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여러 분야의 회사와 협업도 하고 있다. 그 중 조경 설계와 패션 디자인이 우리의 주된 분야다. 박은혜는 1979년생으로 서울시립대학교에서 조경을 전공했고 2년간 패션 디자인업무를 경험했다. 중국에서 4년 동안 패션 디자인 및 컨설팅을 수행한 뒤,인터조경기술사사무소와 오피스박김에서 근무하며 실무 경험을 쌓았다.현재 인터조경기술사사무소에서 만난 강천기와 함께 denovo studios를이끌고 있다.
  • 박영석 Place_On NEW START, MY DESIGN OFFICE
    01 2015년 여름, 독일 뮌헨에서 도시 공간과 미디어 테크놀로지 사이의 접점을 찾고 있었다. 조경가로서의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던 차에 서울에서 ‘노들꿈섬 운영구상 1차 공모’에 함께 참가하자는 연락이 왔다. 네덜란드 로테르담과 독일 쾰른, 뮌헨을 오가며 주민참여형 프로그램과 단계별 협의체 조직을 위시한 새로운 운영 조직과 전략을 담은 ‘노들노들 놀아들: 도시 야생터에 우리들의 놀이로 만드는 문화의 섬’을 완성해 제출했다. 이 설계안은 ‘노들꿈섬 운영계획·시설구상 2차 공모’에 참가할 수 있는 10개의 작품 중 하나로 선정됐고, 보다 구체적인 계획안을 작성하기 위해 서울로 돌아왔다. 반팔을 입기에는 조금 추웠지만, 자신감으로 가슴이 가득 찼던 초가을이었다. 노들꿈섬 공모의 형식과 제출 내용은 주최 측에게도 참가자에게도 생경한 방식이었다. 우리는 팀 이름처럼 ‘빅바이스몰Big by small’하기 위해 최대한 다양한 계층의 많은 사람에게 자문을 구하고 협조를 요청해야 했다. 건축가, 조경가, 관계 부서 공무원 등 조경 산업 분야의 종사자뿐 아니라 문화 기획자, 사회 활동가, 예술가, 요리 연구가, 유아 교육 전문가, 공연 연출가, 사회적 기업가, 도시 양봉가,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임원, 지역 협동 조합원, 지역 구청장 등 도시 안에서 나름대로의 생태계를 구축하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과 만났다. 이때의 만남과 대화는 조경가로서 도시를 공간적인 행위만으로 접근하려던 관점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노들꿈섬 운영구상 1차 공모’의 최종안을 제출한 뒤 3일을 쉬기로 했다. 밤낮으로 사람을 만나느라 체력적으로 지쳐있었고 5개월여를 노들섬에서 노들거리는 꿈을 꾸느라 정신적으로도 그로기groggy 상태였다. 속도를 늦추고 방향을 다잡을 필요도 있었지만, 제안서를 작성하면서 구축된 네트워크와 건전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욕심이 컸다. 결국, 휴식 후 곧장 마을만들기 사업에 동참하기로 했다.쉬는 동안 노들섬 운영 관리에 시간을 오롯이 바쳐야 하는지 다시 연구자로 돌아가 지난한 연구를 시작해야 하는지 따위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할 작정이었다. 하지만 늦은 오후에 잠에서 깼을 때, 핸드폰 액정에서 노들섬을 계기로 알게 된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임원에게서 걸려온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다. 그 임원은 선뜻 서울 압구정 로데오역에 위치한 지플러스G+ 스타존의 시즌 5 리뉴얼 작업을 맡겼고, 그날 저녁에는 몇 년 만에 연락이 온 대학 선배가 국가기술표준원의 휴게 공간 설계를 부탁해왔다.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아무데도 없는 듯 했지만 사실 어디에나 있었다. 박영석은 1984년생으로, 성균관대학교에서 조경을 공부한 뒤 서울대학교에서생태조경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도시연대 커뮤니티디자인센터에서 다양한 주민참여형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독일 뮌헨 공과대학교 경관 및 산업 경관 연구소에서초청 연구생으로 수학했다. 도시 경관 웹진 ‘지니어스케이프(Geniuscape)’의설립자이자 편집장이며 도시 공간 연구 집단 빅바이스몰(Big by small)의 공동 대표다.뿐만 아니라 마을 드라마 연구소 ‘이웃(OIOTA)’의 대표를 맡고 있으며 공간 작업소‘플레이스온(Place_On)’을 이끌고 있다.
  • 박경탁 salmworkshop NEW START, MY DESIGN OFFICE
    01 작년 11월에 창업을 했다. 회사에서 쫓겨난 지 8개월 만이다. 미국에서 5년간의 회사 생활을 뒤로하고 만난 자유는 예전에 비해 나를 느긋하게 만들어 준 것 같다. 무엇인가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때는 이보다도 2년 전의 일이다. 마음은 있었지만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시작을 몇 년 후로 미루고 있었다. 회사가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안락한 울타리가 되어 주었고 한 때 거침없던 심장도 안락한 보금자리 덕택에 새로운 시작을 조금 두려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계획보다 좀 더 일찍 등 떠밀려 퇴사한 덕분에 다른 회사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경험해 볼 시간과 기회가 생겼지만, 만약 다시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면 자의로 나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마도 창업을 하게 된 첫 번째 이유는 덜 두려운 곳으로 가기 위함일 것이다. 창업을 결심하게 된 또 다른 이유는 5년을 보낸 샌프란시스코와 실리콘밸리에서의 경험 때문이다. 시간이 많이 흐른 뒤 삶을 회상하게 되면 아마 그때의 경험이 내 커리어에 가장 중요한 변곡점을 만든 행운의 순간이라 생각될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테크숍Techshop에서 수업과 프로젝트를 통해 워터젯waterjet, 비닐커터vinyl cutter, 3 or 4 axis router 등의 CNCComputer Numerical Control 장비와 진공성형vacuum forming, 사출성형injection molding, 샌드블라스트sand blasting, 분체도장powder coating 등의 패브리케이션fabrication 장비, 직물 및 전자 장비를 배우고 사용하게 됐다. 이는 구상을 먼저 한 후 구현에 대해 고민하던 나의 디자인 관성을 재료와 제작 방식의 선택과 구상을 시작할 때부터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변화시켰다. 직접 시공을 한다는 가정 아래에서의 재료와 제작 방식·장비의 선택은 디자인의 디테일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콘셉트와 방향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 이러한 경험과 디자인 프로세스의 변화는 큰 스케일의 디자인에서 중간 또는 작은 스케일의 디자인으로, 늘 사용해왔던 재료에서 새로운 재료의 활용으로, 현장 중심의 공사 방식에서 사전 제작을 적극적으로 늘린 공사 방식으로 나의 관심사를 옮겨 놓았다. 결국 이러한 관심사를 실천할 수 있는 틀을 만들고 싶어 창업을 하게 됐다. 삶워크숍salmworkshop은 그러한 실천의 틀로써, 샌프란시스코 피어pier에 위치한 전 세계 메이커maker들의 꿈의 공간인 오토데스크 피어 9 워크숍Autodesk's Pier 9 Workshop1에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 박경탁은 1979년생으로, 서울시립대학교에서 조경을 공부했고 하버드 GSD에서조경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SWA 그룹의 샌프란시스코 사무소(SWAGroup San Francisco Office)에서 5년간 다양한 조경 설계·계획 프로젝트를수행하며 미국조경기술사(RLA) 자격증을 취득했다. UC 버클리 익스텐션(UCB erkeley Extension)에서 강의를 진행하기도 했으며 테크숍(Techshop)에서프로토타이핑(prototyping), 패브리케이션(fabrication), 제조(manufacturing) 등과관련된 다양한 장비 사용법을 익혔다. 후에 이 장비 사용법을 활용한 프로젝트를수행하기도 했다. 2007년부터 프로젝트 팀 O3스코프(O3scope)를 이끌고 있으며2015년에 salmworkshop을 열어 운영 중이다.
  • 김호윤 Landscape Design Office HOWON NEW START, MY DESIGN OFFICE
    01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최근 조경 분야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무런 준비 없이 사무실을 열었다. 일주일 만에 다니던 회사에서 퇴사했고 일주일 후 사무실을 오픈했다.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기존의 회사를 다니며 느꼈던 경제적인 문제와 업무에 대한 낮은 만족감 등을 해결하겠다는 거대한 포부 때문도 아니었다. 설계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설계사무소를 여는 것이 큰 희망 중 하나일 것이다. 나 역시 꿈꿔온 일을 실천했을 뿐이다. 조경에 대한 나만의 틀을 구성하고자 했던 것이 계기일지도 모른다. 오래 전부터 설계에 대한 개인적인 철학과 방향에 대해 생각해왔다. 현재 짜인 틀에서 생각을 발전시키고 실행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었고 창업은 그 갈증의 해소 방법이었다. 국내 조경설계사무소는 소장의 마인드, 인력의 구성, 구성원의 세대와 경험, 주요 프로젝트의 성격 등에 소소한 차이가 있지만 단조롭고 비슷한 직능 영역을 구성하고 있다. 게다가 다른 분야에 비해 대화와 토론이 빈곤하다. 최근에야 생성되기 시작한 담론에서 다른 영역이나 조직과의 연대를 통해 다양한 활동에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을 들었을 때, 왜 기본은 강조되지 않는지 답답했다. 포화 상태에 이른 조경 산업의 기반 영역을 확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설계의 기본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바른 설계 집단 = HOWON 기초가 튼튼한 조직을 구성하고 싶다. 조직의 구성은 사람이기 때문에 직원 설계 교육에 많은 역량을 기울이고자 한다. 직원의 입에서 우스갯소리로 ‘HOWON 아카데미’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교육 때문에 말을 너무 많이 해서 목이 아프다. 이런 설계 교육을 받은 신입, 경력 직원들이 국가로 비유한다면 비상시국처럼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조직은 사람과 함께 성장해야 하고 이런 집단이 조용하 지만 강한 설계를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정통성을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 특별한 차별화 전략은 없다. 단지 기본에 충실히 더 세심하게 더 강하게 더 즐겁게 일할 뿐이다. 안정적인 조직 구성이 가장 큰 목표다. 해본 적 없는 일이지만 스타트업start-up이 가져야 할 덕목 중 하나가 무모함이 아닐까. 시공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설계 조직에서 진행했던 수많은 프로젝트 경험을 토대로 설계를 기반으로 하는 디자인 빌드design build 오피스를 구성하는 것이 현재의 희망사항이다. 이를 사무소 구성원의 공통된 목표로 만드는 것이 지금 나의 임무다. 나무와 설계사무소 소규모 농장을 준비하고 있다. 조경의 가장 기초가 되는 것 중 하나가 수목이기에 직접 다뤄보고 싶었다. 회사의 경영적인 측면에도 일부분 보탬이 될 것이다. 또한 직원이 가진 식재 설계에 대한 이상을 현실화하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되며 수목의 생리적 특성을 접하기에도 좋을 것이다. 생각 없는 빵빵이는 이제 그만! 김호윤은 1978년생으로, 청주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서울시립대학교도시과학대학원에서 조경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기술사사무소 아텍플러스에서조경 설계의 기본을 다진 후 삼성에버랜드 디자인그룹에서 8년간 조경 디자이너로서영업·설계·시공의 관계를 조율하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현재는 Landscape Design Office HOWON을 설립해 운영 중이며바른 설계 집단을 구성하기 위해 기초 중심의 설계를 추구하고 있다.
  • NEW START, MY DESIGN OFFICE 설계사무소를 시작한다는 것
    조경을 전공한 그 많은 학생들은 모두 어디에 있을까? 설계 분야로 진로를 택하는 학생들이 매년 줄어들고 있다. 설계사무소에 지원하는 학생들이 눈에 띄게 줄어든 만큼 새로운 출발을 모색하는 젊은 조경가도 찾아보기 힘들다. 신생 벤처기업을 뜻하는 ‘스타트업’이 주목받는 시대적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지만 조경에서는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 이번 호 특집에서는 자신의 디자인 오피스를 열고 설계가로서의 꿈을 묵묵히 실천해나가고 있는 이들을 소개한다. 이들의 좌충우돌 창업기가 오늘과 다른 내일을 꿈꾸는 이들에게뜨거운 자극이, 또 새로운 희망이 되기를 기대한다. 01.좌충우돌 창업기 김호윤(Landscape Design Office HOWON), 박경탁(salmworkshop),박영석(Place_On), 박은혜(denovo studios),박종완(플레이스랩 기술사사무소),이호영+이해인(HLD), 정성빈(Miners+100. Inc),최영준(Laboratory D+H),최윤석(그람디자인) 02.설계사무소 소장으로 산다는 것, 그 냉정과 열정 사이 강연주(우리엔디자인펌) 03.창업 설계를 위한 매뉴얼 조한결 + 젊은 창업자들에게 던진 세 가지 질문(공통) Q1.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와 창업한 회사의 지향점은? Q2. 창업 전후로 가장 어려웠던 점과 창업하길 정말 잘했다고 느낀 순간이 있다면? Q3. 지금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나 작업은?
    • 김정은, 조한결, 김모아
  • 설계비, 무엇이 문제인가 설계 환경을 진단하다
    서영애 오늘 좌담회는 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이하 조설협) 기술분과에서 추진하고 있는 ‘설계용역단가 기준 작성’ 기획의 일환으로 마련되었다. 설계용역단가를 주제로 좌담회와 설문 조사, 사례 연구 등을 진행해 ‘적정 설계비 가이드라인’을 체계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첫번째 좌담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마침 『환경과조경』이 설계비를 비롯하여 전반적인 설계 환경을 진단하는 특집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을 접해 이번 좌담회를 공동으로 개최하게 되었다. 설계비 문제가 공론화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우선 오늘은 현황과 문제점에 초점을 맞춰보면 좋겠다. 물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대안도 이야기되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하반기에는 대안 모색에 보다 초점을 맞춘 좌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먼저,조설협의 안계동 회장께서 좌담회 개최 배경을 소개해주면 좋겠다. 안계동 조경설계사무소 대표자 모임인 조설협이 발족된 이후 설계업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몇 가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설계용역대가, 즉 설계비의 현실화다. 사실 적정한 조경 설계비에 대한 논의는 예전부터 꾸준히 있어 왔다. 타 분야에 비해상대적으로도 그렇고, 절대적으로도 우리는 적정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설계비는 설계사무소의 경영과도 직결된 문제이지만, 그보다 설계 품질, 직원 처우, 인재 영입 등 구조적으로 얽혀있는 점들 때문에라도 개선이 꼭 필요한 사안이다. 공공 발주 프로젝트도 그렇고, 민간 발주의 경우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과당 경쟁으로 인한 과도한 덤핑 수주도 문제다. 제도의 문제점도 따져봐야 한다. 물론 조경설계만의 특성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인해 지금 정도의 설계비면 충분하다는 사회적 몰이해도 극복해야 한다. 지금까지 조경설계비가 어느 정도의 수준으로 책정되어야 하고, 왜 그래야 하는지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대응이 부족했다. 이제라도 관련 단체에서 적정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이 문제는 얽혀있는 요소들이 적지 않다. 각자가 처한 입장에 따라 의견도 각기 다르다. 때문에 우선 설계비와 관련된 현황과 문제점을 꼼꼼히 살펴보고 어떤 방식과 절차를 통해 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지를 모색해야 한다. 조설협 차원에서 가시적인 성과를거둘 수 없는 사안일 수도 있다. 게다가 본격적으로 관련 자료와 근거를 만들게 되면 비용도 적지 않게 소요될 것이다. 지금은 조설협회원사들이 시간을 쪼개서 각자가 갖고 있는 데이터 위주로 조사정도를 하는 수준이다. 그렇지만 관련 자료와 근거를 모으고 만들어 가는 과정은 분명 유의미할 것이다. 서영애 설계비를 주제로 한 좌담회를 열게 된 취지를 말씀해주셨다. 그럼 본격적으로 ‘설계비, 무엇이 문제인가’를 이야기해보자. 조설협 초대 회장이기도 한 안세헌 대표는 2년여 동안 조설협을 이끌면서 설계비 문제의 심각성을 누구보다 잘 인지하고 있다. 또 조설협의 발족 배경에는 이런 사안에 대한 설계사무소의 공동 대응 필요성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먼저 개괄적인 문제 제기를 부탁드린다. 안세헌 설계비는 조경설계가 주 업무인 전문가 그룹의 문제다. 하지만 모두가 입장이 동일하지는 않다. 대형 엔지니어링 회사에 소속되어 있는 조경설계 부서와 조경설계만 단독으로 수행하는 기술사사무소, 엔지니어링 활동주체, 일반 사업자의 경우는 처한 상황이 다르다. 전자의 엔지니어링 조경 부서는 엔지니어링이라는 큰 틀 내에서 수주를 하고 대가를 나누기 때문에 그 기준이 상대적으로 명확하다. 공공이든 민간이든 엔지니어링 대가 기준에 맞추어 설계비를 받고, 기술료와 몇 가지 항목을 더해서 적정 대가를 산정한다. 반면 조경설계사무소는 설계비 기준이 천차만별이고 주먹구구식이다. 산정하는 방식도 너무 다양하다. 대부분 대지면적이나 연면적을 기준으로 하는 경우가 많지만, 관행적으로 ‘이 정도면 적당하지 않을까’하는 수준에서 견적을 내는 경우도 많다. 이 대목에서 회사의 자금운영 상태가 결부되면서 저가 수주 경쟁이 발생하기도 한다. 품질경쟁이 아니라, 도면 한 장당 가격 경쟁이 발생하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다. 합리적이고 명확한 설계비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설계의 범위가 굉장히 다르다는 점이다. 결국은 어떤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을 때, 숙련된 전문 인력을 얼마의 시간동안 어떤 업무에 투입하는가가 설계비를 좌우하게 되는데, 실제로 한 프로젝트에서 수행하는 설계의 범위에 꽤 차이가 있다. 때문에 설계비와 함께 설계의 범위에 대한 규정도 필요하다. 대부분은 공정별로, 기본계획 얼마, 기본설계 얼마, 실시설계 얼마로 책정을 한다. 조금 더 상세하게 견적을 내는 경우에는 수경 시설 포함 여부, 전기나 조명 시설 포함 여부와 함께 특화 설계에 대한 내용을 담기도 하지만, 설계비가 똑같은 경우에도 업무 범위는 천양지차인 경우가 많다. 대략 수량 산출만 하고 실시설계가 마무리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세밀하게 일위대가까지 모두 산출해서 정리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당연히 투입 인력과 시간에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설계비는 업무 범위와 무관하게 책정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재차 강조하지만, 설계대가의 기준을 정하는 것 못지않게 설계의 범위를 명확히 정하는 것도 필요하고 중요하다. 시장 경제 체제이긴 하지만, 설계사무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설계비를 마치 부동산 중개 수수료처럼 일률적으로 딱 떨어지는 금액으로 책정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또 회사 규모에 따라서 1인당 매출액에 차이가 있는 경우도 많아서 설계비를 획일화·표준화하기 곤란한 점도 있다. 하지만 각 회사의 사정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변주하더라도,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은 분명히 만들어져야 한다. 서영애 설계비 기준을 세우기에 앞서 설계의 범위를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짚어주셨다. 진승범 대표는 현재 설계비가 문제가 되고 있는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말씀해주면 좋겠다. 진승범 기본적인 설계용역대가의 기준이 없다는 점도 문제지만, 몇해 전부터 설계비 문제가 많이 거론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에서 찾을 수 있다. 건설 경기가 침체되면서 발주 물량이 현저히 줄었지만, 조경설계사무소는 오히려 늘어났다. 게다가 조경설계와 가장 밀접한 건축설계사무소의 경영 상태가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되었다. 자연히 발주 물량과 금액이 2000년대 중반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축소되었다. 한창 호황이었을 때는 설계비 기준이 없다는 점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건설 시장이 급격히 위축된 후부터 저가 경쟁이 바닥을 모르고 내려가면서 설계비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요즘에는 그동안 받았던 수준의 설계비를 청구하면, 다른 업체의 견적을 들이밀면서 날강도 취급을 하는 경우까지 있을 정도다. 일례로 아파트 조경설계비는 호황이던 시절의 1/2, 1/3 수준까지 급락했다. 조경 물량이 풍족했을 때는 건축도 호황기여서, 전체 금액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조경설 계비에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불황이 장기화되다보니 발주측에서 조경설계비까지 최대한 줄이려 하고 있다. 더구나 1/3보다 더 낮은 금액에도 일을 하겠다는 설계사무소가 있다 보니, 적정 설계비의 기본선이 완전히 붕괴된 상태다. 설계에 대한 자부심도 무너져버려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물론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최소한 이 정도의 설계비는 받아야 한다’는 명확한 기준이 없었던 점이다. 그동안 견적을 낼 때 대체로 아파트는 면적을 기준으로 했고, 공원을 비롯한 공공 프로젝트는 공사비 대비 요율로 산정했다. ‘전체 공사비에서 3% 정도는 받아야 하지않나’라는 식으로 설계비를 대략 책정하곤 했다. 토론안계동 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 회장, 동심원조경 대표,안세헌 가원조경 대표, 가천대학교 조경학과 교수,이호영 HLD 대표,진승범 한국조경사회 수석부회장, 이우환경디자인 대표 사회서영애 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 기술분과, 기술사사무소 이수 대표 정리남기준, 김모아 주최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 월간 환경과조경 일시2016년 5월 9일 장소푸르너스가든 서울숲점
    • 남기준, 김모아
  • 조경설계 전문가와 자격 설계 환경을 진단하다
    조경설계 전문가의 자격은 우리나라 조경설계 분야에서만 특별히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에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전문가를 위한 장치다. 조경설계에 자격이 필요한가? 최근 조경 영역과 관련한 문제들은 특정 산업 분야(건축, 산림, 경관, 공공디자인 등)를 위해 만들어진 정책과 법령으로부터 출발한다. 제도적 뒷받침 없이는 업역 분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조경진흥법’이 만들어졌다고 당장 조경을 위한 성과를 바랄 수는 없다. 조경진흥법은차세대를 위한 밑거름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지금은 조경설계 산업의 매출액, 보수, 산업 연관성, 향후 수요와 공급에 대한 전망 등 기본적인 정보도 파악할 수 없다. 왜 조경설계의 자격을 이야기하는가? 조경 관련 산업의 출발은 ‘설계’다. 자격증이 없어도 설계는 할 수 있다. 공공 부문의 설계를 직접 수주하지 않거나 민간 부문의 설계라도 발주자가 굳이 설계 자격을 요구하지 않고 자신의 이름으로 설계 경력을 관리할 필요가 없다면, 개인사업자 또는 프리랜서의 자격으로 설계를 업으로 삼을 수 있다. 하지만 관련 법령상 자격증이 있는 사람과 불필요한 협업을 하거나 설계비를 저가로 수주하기 쉽다. 적정한 설계 대가 확보와 설계 계약 관련 분쟁이 생겼을 때 법적으로 보호받기 어렵다. 조경설계 전문가의 자격은 우리나라 조경설계 분야에서만 특별히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에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전문가를 위한 장치다. 조경설계 전문가의 호칭 지금까지 ‘조경학과’는 다른 학과에 비하면 학과 이름이 잘 유지된 편이었는데 대학 구조조정으로 학과 명칭에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하지만 어떤 변화가 있더라도 조경설계는 조경학과의 핵심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직까지 조경설계 전문가에 대한 자격과 명칭이 불완전하다. 조경기사와 조경기술사가 있지만 건축 분야의 건축기사, 건축시공기술사와 비교해 보면 분명 차이점이 있다. 기사, 기술사 시험은 설계 능력 평가를 하는 시험이 아니다. 건축설계 전문가는 건축사 시험을 통과한 ‘건축사’다. 이민우는 서울대학교 조경학과와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에서 공부했고,대한주택공사(현 LH) 주택연구소, 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 토문, 신한 이앤씨 등에서일했다. 1999년부터 2013년까지 가원조경기술사사무소 대표로 활동했으며,한국조경사회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현재는 공주대학교 조경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 조경설계공모, 무용론과 대안 설계 환경을 진단하다
    떨어진 사무실들은 경쟁에 참여하는 부담이 더 커지고, 승률은 더 낮아진다. 설계공모가 설계사무소들을 양극화시킨다. 설계공모가 만든 또 하나의 풍경이다. 설계공모가 바꾼 풍경 2007년 이전, 조경설계공모는 가뭄에 콩 나듯 했다. 설계 경쟁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그 자리를 가격 경쟁(설계가 입찰)이나 자격 경쟁(PQ)이 대신했다. ‘용역’이라는 말이 함축하고 있듯이, ‘시켜도 좋을 만한 자격’과 ‘적당한 비용’이 우선이었다. ‘경쟁이 없고 경쟁할 수 없다는 것’은 ‘경쟁력이 없다’의 다른 표현이다. 디자인 경쟁이 없어도 살아가는 데 지장이 없다면, 굳이 디자인을 고민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무난한 조경이 양산된 이유이기도 하다. 설계에 대한 고민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동시에 여러 건의 설계를진행하지 않으면 살아가기 힘든 설계 시장이었다. 그 고단함을 견디게 한 것은 조경 동네 사람들의 정서적 유대감과 자긍심, 그리고 내일에 대한 희망이었다. 2007년 이후, 조경설계공모는 풍부해졌다. 양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이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국내 공모뿐만 아니라 국제 공모도 빈번해졌다. 승자는 대부분 국내 팀이었다. 한국 조경이 서구의 유명 설계사와 견줄 만큼 성장했다고 볼 수도 있었다. 설계공모는 조경을 사회적으로 의제화하는 데 기여했고 관성적인 무난한 조경에 주의를 환기시켰다. 공모에 당선된 설계사무소는 잉여 축적이 가능했다. 심사위원은 홍보 차 찾아오는 이들로 인해 새로운 설계 경향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었다. 발주처는 설계공모를 통해 이미지를 제고했다. 하지만 과다한 경쟁에는 부작용이 있었다. 조경 동네사람들의 정서적 유대감은 약화되고 경쟁자로서의 경계심은 커졌다. 자긍심은 비즈니스 마인드로 대체되었다. 대부분의 분야가 그렇듯이, 설계 경쟁에서 승리하는 자는 거의 모든 것을 가지게 된다. 공모에 당선되면 잉여를 바탕으로 인적 자산과 경험을 축적해 공모전 승률을 높인다. 설계 경쟁에 참여하는 일은 많은 비용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승률이 낮아질수록 비용은 증가한다. 떨어진 사무실들은 경쟁에 참여하는 부담이 더 커지고, 승률은 더 낮아진다. 설계공모가 설계사무소들을 양극화시킨다. 설계공모가 만든 또 하나의 풍경이다. 설계공모 무용론 설계공모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분야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인식만큼이나 “설계공모가 왜 필요한가”라는 부정적 인식도 많다. 비용이 많이 들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 설계공모가 좋은 작품을 만들기는 한 것이냐고 묻는다. 설계공모를 통해 조성된 공원이나 일반 입찰을 통해 설계된 공원이나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최정민은 순천대학교 조경학과 교수로 설계 실천과 교육 사이의 간극을 고민 중이다.대한주택공사(현 LH)에서 판교신도시 조경설계 총괄 등의 일을 했고,동심원조경기술사사무소 소장으로서 다양한 프로젝트와 설계공모에 참여했다.제주 서귀포 혁신도시 도시기반시설 조경설계, 잠실 한강공원 설계, 화성 동탄2신도시시범단지 마스터플랜 설계공모 등에 당선되었다. 조경비평 ‘봄’ 동인으로 활동하면서현실 조경 비평을 통해 조경 담론의 다양화에 기여하고 싶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