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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과 문화도시 광주의 미래
아시아 문화중심도시를 꿈꾸는 광주
문화도시, 끝나지 않은 논의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 사업은 물리적 공간으로는 광주에 머물지만 과업의 범위는 광주를 넘어 대한민국, 아시아와 전 세계를 포괄하는 거대 사업이다. 시간적으로는 일차적으로 2004년부터 2023년까지 20년간, 그리고 그 이후로도 계속 이어질 장기 프로젝트다.
지난 2002년 노무현 대통령 후보는 ‘광주 문화수도’, ‘충청도 행정수도’란 선거 공약을 내놓았다. 이때 건국 이래 국가가 주도하는 가장 큰 문화 프로젝트로 광주사회에 던져진 소위 ‘문화도시’라는 거대 담론은 다양한 형태로 논란을 야기했다. 그동안 중앙이냐 지방이냐, 순수(문예)냐 현실(산업)이냐, 운동적 선명성이냐 관제 기관이냐, 포섭/편승이냐 배제냐, 부처 현안 사업이냐 국가 균형 발전 사업이냐, 외부적으로 주어진 것이냐 자생적인 것이냐, 지상이냐 지하냐, 랜드마크가 되는가, 문화 향유 시설을 늘려야 한다, 그래도 기대해 볼 것인가 포기할 것인가 등 정말 말이 많았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으로 당선된 노무현은 국정의 총책임자로서 광주의 아픔과 도시가 지닌 문제점들을 총괄한 조성 사업의 종합계획을 대국민보고회를 통해서 확정함으로써 이 논란은 일단은 종결된 듯했다.1
그러나 이후에도 도시적 랜드마크에 대한 기대, 공연장의 필요, 국립아시아문화전당Asia Culture Centre(이하 ACC)의 운영 체계, ACC 설계 당선작, 주차장, 정권 교체에 따른 관심의 향배, 구 도청 건물의 존치, 주차장문제, 콘텐츠의 미비, 정부 예산의 삭감과 집행 지연, 특별법과 법인화, 계획의 축소와 지연 등 끊임없는 이슈를 낳고 있다. 특히 ‘5월 현장 보존’이라는 명제는 거대한 국가 프로젝트의 수행 방식에 대한 큰 교훈을 남겼다.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한 선택과 집중인가, 지역 사업인가 문화도시는 참여정부의 정책 목표였던 국가 균형 발전차원으로 자리매김 되면서 질적으로 비약한다. 수도권 집중의 비정상적인 구도를 재편하기 위해 행정수도를 충청도로 옮기고 각 지역의 특색에 맞는 산업을 선택해 발전 방향을 집중 모색한다는 국가적 차원의 밑그림이 그려지면서, 광주를 비롯한 호남은 21세기형 지식기반 산업인 문화를 매개로 미래 활로를 찾는다는 구상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광주 문화수도는 호남의 미래를 위한 선택과 집중이라고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즉 전국 유일의 문화수도, 일종의 ‘only one' 정책이었다. 그러나 벌써 규모 축소와 독립법인화가 논의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가 균형 발전과 호남의 웅도 광주를 살리고자한 원래의 정책적 배려와 의도와는 달리 ‘잘하는지 두고 보자’, ‘돈 먹는 하마’, ‘예고된 재앙’이라는 비아냥이 고개를 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부산에 ‘아시아문화원’을 개설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구체화되어 광주 문화수도가 국가 사업이 아닌 지역의 사업으로 전락해 유일한 사업이 아닌 국가의 여러 문화 사업 중의 하나one of them로 의미가 축소되어 가고 있다.
천득염은 전남대학교 건축학부 교수로 재직하며 문화재위원과 한국건축역사학회장을 맡고 있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한국의 명원 소쇄원』, 『백제계석탑 연구』, 『한국의 건축문화재』, 『광주건축사』, 『삶의 공간과 흔적우리의 건축문화』, 『인도 불탑의 의미와 형식』, 『전남의 석탑』 등이 있다.그간 대통령직속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위원 등 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과 관련한 일을 많이 했으며, 100여 편의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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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숲,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시아 문화중심도시를 꿈꾸는 광주
10년 만에 완성된 ‘빛의 숲’
광주의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이 11월 25일 공식 개관했다. 2005년 12월, 8개월간의 국제 공모를 거쳐 우규승의 설계안 ‘빛의 숲’이 선정된 이후 10년 만이다. 낮추고 비워 도시의 경관을 끌어안은 획기적인 설계 개념 때문에 떠들썩하게 화제가 되었지만, 지난10년간 광주에서 드문드문 들려오는 소식은 랜드마크 논란이나 도청 별관 존치 여부, 읍성 유허 보존 등 그 개념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이었다. ACC를 둘러싼 내홍을 접할 때면 국내에서 진행되는 많은 설계공모 당선작의 운명이 그러하듯 ‘빛의 숲’이 온전히 구현될 수있을지 우려스럽기도 했다.
ACC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이 본부로 사용한 옛 전남도청과 경찰청 일대에 자리잡고 있다. 2005년 국제 공모에서 가장 중요했던 요청은 이러한 역사적 현장의 중요성을 공간적으로 드러내고, 바로 그 희생의 자리에서 광주가 과거의 상처를 씻고 아시아의 문화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한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당선작인 우규승의 ‘빛의 숲Forest of Light’은 광주의 역사를 기리기 위해 채우는 대신 비우는 전략을 취한다.
공간들(건물)은 지하로 들어가고 그 결과 비워진 땅과 건물의 지붕은 시민들의 공원이 되는 것이다. 우규승은 설계설명서에서 “기존의 보행자 가로체계가 연장되어 역사적인 현장과 만나면서 광주 도심에 대규모 시민공원이 조성된다”고 기술했다. ‘빛의 숲’이란 개념은빛고을 광주光州를 상징하면서 유리 파사드와 천창을 통해 빛을 품고 발산하는 형태로 구현된다. 우규승1은 우리에게는 88서울올림픽선수촌 아파트, 환기미술관의 설계자로 알려진 재미 건축가다. 그는 설계설명서 첫머리부터 시민공원을 ACC의 핵심으로 제시해 건축과 조경의 경계가 없음을 강조한 셈인데, ACC의 조경은 우규승이 평소 함께 작업해왔으며 공모 당시부터 깊게 관여했던 반 발켄버그Michael Van Valkenburgh(MVVA)가 기본설계를 진행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우규승은 88서울올림픽선수촌 아파트에서 인연을 맺었던 정영선(조경설계 서안)에게 조경 설계의 로컬을 제의했다. 서안은 기본설계 단계에서 건축의 로컬인 삼우건축과 희림건축 컨소시엄에 합류했고, MVVA와 서안의 설계팀은 광주와 보스턴을 오가며 설계를 현실화했다.
공간 배치
광주역에서 차로 20여 분쯤 달리면 작은 건물들 사이에 낮지만 눈으로 더듬어 입구를 찾기 힘들 정도로 거대한 ACC가 모습을 드러낸다.2 옛 관청 일대 필지를 합쳐 조성된 이곳에는 금남로와 만나는 5.18민주광장과 보존 건물(민주평화교류원)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표면 아래에는 중앙의 아시아문화광장을 중심으로 주요시설(어린이문화원, 아시아문화정보원, 문화창조원, 아시아예술극장)이 부지의 생김새대로 자리를 잡았다.
5.18민주광장과 옛 전남도청 한국 민주화 운동의 성지로 불리는 옛 전남도청 앞 광장은 1980년 5월 시민군이 최후의 항전을 준비한 곳이다. 광장 한가운데 남아있는 분수대는 당시 각종 집회의 연단이 되기도 했고 그 주변에서 많은 광주 시민들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교통광장이었던 이곳은 5.18민주광장으로 탈바꿈하여 보행자들에게 열린 공간이자 ACC의 주 관문이 되었다. 우규승은 새로운 공간들은 땅 아래에 배치하고 역사의 증인들은 땅 위의 주인공으로 남겼다. 밝은 회색 석재가 깔린 이 광장에는 어찌 보면 촌스러운 파란색 페인트에 회양목으로 둘러싸인 분수대가 옛 모습 그대로 남아 그날의 기억을 소환한다. 반 발켄버그 역시 5월 당시 총격을 당했던 다섯 그루의 나무를 목격자 나무witness tree라고 부르며 광장과 이어지는 보존 지구에서 가장 중요한 조경 요소로 삼았다. 이 살아있는 역사의 상징 외의 부차적인 요소들은 모두 제거하고 나무들이 잘 생장할 수 있도록 토양 조건을 개선했다. 당시 희생자들의 시신을 안치했던 상무관 주변에는 상록수를 많이 심어 차분한 기념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옛 전남도청은 광주의 역사적 기억을 민주와 인권, 평화의 가치로 승화시킨 콘텐츠를 담게 될 민주평화교류원으로 리모델링되었다. 도청 옆 별관 건물은 5.18민주광장과 아시아문화광장을 시각적으로 이어주고 ACC 안팎에서 무등산을 조망할 수 있도록 철거될 예정이었으나, 설계공모 이후 5월 관련 단체 측의 요청으로 남게 되었다.
기념과 추념이 늘 엄숙한 것은 아닌 법. 평범한 일상에서 5.18민주광장은 크고 작은 행사가 펼쳐질 수 있는 유연한 공간으로 시민들에게 돌아왔다. 새로 설치된 바닥 분수는 더운 여름날의 열기를 가라앉히고 그 안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이 공간을 미래를 향한 희망의 공간으로 만든다.
조경기본설계MVVA(Michael Van Valkenburgh Associates) + 조경설계 서안
조경실시설계조경설계 서안 + MVVA, 씨엔조경
건축설계KyuSungWoo Architects +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발주문화체육관광부
위치광주광역시 동구 관산동 등 구 전남도청 일원
대지면적96,036m2
조경면적15,091.79m2
건축면적20,938.67m2
연면적139,178.87m2
건폐율21.80%
용적율11.11%
규모지하4층, 지상4층
최고높이20.3m
- 김정은 / KyuSungWoo Architects, 삼우, 희림, MVVA, 조경설계 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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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문화중심도시를 꿈꾸는 광주
Gwangju, Toward a Hub City of Asian Culture
광주의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이 지난 9월 4일 일반인에게 일부 공개된 이후, 11월 25일 공식 개관했다. 2002년 고노무현 전 대통령의 광주 문화수도 육성 공약에서 비롯된 ACC가 2005년 12월 국제 설계공모를 통해 설계안이 선정된 후,10년 만에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민주주의 수호의 상징이었던 만큼 소외의 상징이기도 했던 광주에 국립중앙박물관의규모와 맞먹는 번듯한 문화 공간이 생긴 셈이다. 그러나 문화도시에 대한 국가 차원의 관심이 예전 같지 않은 요즘, 지방 도시의 규모나 수요에 어울리지 않는 대형 공간이라는 우려, 아시아문화라는 테마의 모호함 때문에 이 큰 공간을 어떤 콘텐츠로 채우고 지속할 것인가에 대한 걱정으로 문을 열기도 전부터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빛의 숲,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과 문화도시 광주의 미래 _ 천득염
광주 도시정원 옴니버스 축제와 5.18민주광장 _ 조동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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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상 이원영
제18회 올해의 조경인
“조경이 왜 꽃이냐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
서울시 조경과가 조경을 꽃이나
나무 심는 분야로 만들어 놨다는 말도
있었다. 하지만 주민들에게 다가가려면
이것이 첫 번째라고 생각했다.”
“직장인으로서 열심히 한 것뿐이다. 조경 분야를 위해 한 일도 많지 않고 성과도 부족한데 이렇게 큰 상을 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특별상 수상자로 선정된 서울시청 이원영 과장은 소박한 수상 소감과는 달리 선정 과정에서 여러 사업에서의 뚜렷한 공적을 인정받았다. 특히 ‘서울, 꽃으로 피다’를 통해 시민 참여 사업을 도입했으며, 대한민국 조경문화박람회, 서울정원박람회, 식재 유지관리비 지원 제도 등 새로운 사업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는 평이다.
조경과 시민의 만남, ‘서울, 꽃으로 피다’
‘서울, 꽃으로 피다’는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생활권주변 녹지를 직접 조성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와 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관 주도의 녹지 정책에서 탈피하고 궁극적으로 시민 주도의 도시 녹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2013년부터 추진되고 있다. 처음엔 조경 업체로부터 오해도 많이 받았다. 가뜩이나 지자체마다 조경 관련 예산이 줄어 발주 사업이 적어지고 있는데, 시민 참여를 통한 공모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니 불만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서울, 꽃으로 피다’는 보조금을 확보해 추진되는 사업으로, 서울시 푸른도시국에서는 처음 도입된 주민 참여 사업이다. 주민 몇몇이 협의체를 이뤄 동네 자투리 공간에 ‘뭔가’를 하고 싶다고 제안을 하면, 이를 서울시가 심사해서 재료비 등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지난 2년간 서울 도심에 846만 그루의 나무와 2,120만 본의 꽃을 심는 성과를 거두었으며, 다른 지자체에서도 시민 녹화 운동의 우수 사례로 벤치마킹하고 있다. 하지만 이 사업의 가치는 무엇보다 개인화되고 각박해진 도시의 삶 속에서 서울 시민들이 이웃의 문을 두드리게 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이원영과장은 지난 2013년부터 서울시 푸른도시국 조경과장을 맡아 사업을 추진하면서, 그간의 발주 사업의 관성을 깨고 ‘서울, 꽃으로 피다’와 같은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사업들을 발굴 추진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지난 2014년 한국조경사회와 함께 ‘대한민국 조경문화박람회’를 개최했으며, 올해에는 서울에서 최초로 ‘서울정원박람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생활 속 정원 문화를 확산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식재 공사 완료 후2년간 유지관리비의 일부를 시공 업체에 지원해주는 제도를 서울시 최초로 도입한 점도 공적으로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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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분야 백운해
제18회 올해의 조경인
“뜻깊은 마무리를 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 올해로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에 근무한 지 만 30년이 되어 현역으로 활동하는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는 백운해 처장의 수상 소감이다. 지난 1월 도시경관처 처장으로 부임하면서 조경계의 크고 작은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부심했던 그다.
또 올해는 한국조경학회 산학협력 부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조경 업계와 학계 사이의 가교 역할을 맡기도 했다. 그 가운데 특히 ‘조경설계 현상공모 간소화’를 추진해 설계공모의 문턱을 낮추고, ‘업체 평가에 따른 조경자재·공법선정위원회 가감점 제도’를 도입해 시공사와 시설물 업체의 노력에 대한 보상 체계를 마련하는 등, 제도 개선에 노력한점을 인정받아 정책분야의 ‘올해의 조경인’으로 선정되었다.
“ 최근 대규모 개발은 줄어들고,
대신 재개발, 재생 사업들이 많아졌다.
앞으로 후배들은 이러한 분야에서
우리 조경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새 길을 개척해주기를 바란다.”
업계에서 환영받는 제도 개선
백운해 처장이 몸담고 있는 도시경관처는 LH에서 조경을 총괄하는 부서다. 부서의 이름에 ‘경관’이란 단어가 들어가 있음에도 ‘경관법’과 관련된 일에서 조경직은 기본적인 계획 단계에서만 협조하는 정도의 역할을 맡고 있다. 조경 분야 내에서도 경관과 관련된 일을 하면 ‘왜 조경 외의 일을 하느냐’고 의아해 한다니 더더욱 조경직은 부수적인 역할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이렇듯 조경의 자리를 찾기 힘든 상황에서도 백운해 처장은 2007년 ‘경관계획 수립 방향 설정 및 기준 마련을 위한 연구’와 ‘개발대상지 도시경관 향상을 위한 경관계획 체계 수립 연구’ 등 경관 연구에 꾸준히 참여했다.
2010년에는 ‘낙동강 수변생태경관사업’ 정책 업무를 직접 수행해 치수 위주의 4대강 사업을 생태성을 고려한 녹색 공간으로 조성하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특히 2014년 ‘경관법’ 개정에 따라 경관계획 수립이 의무화되자 ‘개발사업 경관계획 용역기준 개선방안’을 마련해그 공적을 인정받았다. “경관계획이 실제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경설계에 대한 대가를 제대로 지급하자는 취지의 개선안이다.” 평소 LH의 조경설계대가 요율이 다른 발주처에 비해 낮다는 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해 설계비를 현실화하고자 한 노력이다.
올해 추진한 ‘조경설계 현상공모 간소화 방안’ 역시 설계사들이 반기는 일 중 하나다. 이미 건축과 같은 인접 분야에서는 설계공모의 제출물과 절차가 상당히 간소화되어 있다. “조경은 멋진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당선이 어렵다는 생각이 팽배해 조감도나 패널에 비용을 많이 들이는 것 같다.” 설계공모 당선을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과도한 출혈 경쟁을 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설계공모 간소화 방안은 제출물의 수량이나 크기 등을 간소화해 참여 업체의 부담을 줄이고, 응모 자격이나 제한 조건을 완화해 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데 목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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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분야 신경준
제18회 올해의 조경인
“ 독일은 기능장이 있는 마을에
기旗를 하사해 치켜세워 준다.
그 정도로 유럽은 기능 인력을 대우해 준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기능 인력 시장으로
유입되려면 유럽형으로 바뀌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가 형성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분야의 내부적인 노력이 먼저 필요하다.”
하자는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명문화 하는 것이다
조경 시공인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하자 관리 문제다. 살아있는 자재를 다루다보니 세심한 관리가 요구되는 조경 시공에서는 하자 관리가 가장 큰 관건이다. 토양, 비배, 병충해 관리뿐만 아니라 가뭄, 홍수 등 자연 재해와도 맞서 수목을 지켜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최근 기후변화와 저가 입찰로 인해 시공 하자를 해결하는 것이 더욱 힘든 상황이 됐다. 그런데 관련 제도조차 관리의 책임 소재를 시공사에 전가하는 양상을 보여 업체들의 어깨가 무겁다. 신경준 대표는 이러한 제도적 불합리함을 바로잡기 위해 ‘조경공사의 하자 사례 연구 및 개선방안’, ‘조경공사 하자 이행기준 및 개선방안 연구’ 등의 자문위원으로 참여해 하자의 기준을 명확히 하고, 하자 관리 노하우와 정보를 공유해 대처 방안을 제시하고자 했다. 또한SH공사 ‘조경매뉴얼’ 시공 부문 연구책임자로 나서 하자율을 줄일 수 있도록 시공 기준을 마련하는 데도 일조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는 ‘조경식재업종 표준하도급계약서제정안’ 마련을 위한 연구 용역을 수행했는데, 신 대표가 자문위원으로 참여해 가뭄과 병충해도 불가항력적인 자연 재해로 규정하는 조항을 넣어 하자 판정에 대응할 근거를 마련했다. 또한 하자보수보증금을 중간 정산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추가했다. 표준하도급계약서는 정부기관에서 관리하는 만큼 하자 문제에 대응하는 근거로 실효성이 있다. 이번 표준하도급계약서 제정안은 내년부터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경준대표는 20여 년 동안 장원조경을 경영해오면서 관련 기술 개발과 연구 활동을 통해 업계 전문성을 강화하는데 기여했다. 직장 생활까지 시공 분야에서만 30여 년 외길 인생을 걸어온 그는 명실공히 자타가 인정하는 조경 시공 장인이다. 특히 조경 하자 관리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전문가다. 그리고 한국환경계획·조성협회장을역임하면서 자연환경복원업 신설을 위해 분투하는 등 업역 확장을 위해서도 힘써 왔으며, 젊은 조경 기능인 육성을위해 꾸준히 신입 직원을 선발하고 시공 환경을 개선하는 데 주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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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분야 안계복
제18회 올해의 조경인
“현재 전통 조경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겉으로 보이는 경관 연구에만 몰두하고 있는데
목재 분석이나 화분 분석과 같은
연구 방법을 도입해
연구 영역을 넓힐 필요가 있다.”
총 101편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까지
대구가톨릭대학교 원예조경학부 교수로 재직 중인 안 교수는 박사 과정 중 본격적으로 전통 조경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당시 그의 지도교수는 ‘전통 조경에 대한 연구가 아직 미미하니 다른 쪽의 연구를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권했지만, 안 교수는 전통 조경에 대한 고집을 꺾지 않았다. “박사 과정을 밟을 때 학술논문발표대회에서 우리나라의 옥외 공간 양식의 발달에 대한 체계도를 그려 발표한 적이 있다. 그런데 당시 그 발표에 대한 토론이 진행되지 않았다. 전통 조경에 대해 토론할 밑바탕이 없었기 때문이다.”
안 교수가 처음 전통 조경을 연구할 당시만 해도 관련 연구가 불모지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한국전통조경학회지에 실리는 논문의 수가 한국조경학회지에 실리는 논문의 수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성장했다. 그 이면에는 안 교수와 같이 하나의 주제나 문제에 오랫동안 천착했던 전통 조경학자들의 노력이 있었다. “전통 조경을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가장 연구하고 싶었던 대상이 안압지(월지)였다. 1984년 즈음 안압지 발굴조사보고서의 도면을 들고 안압지를 조사하러 갔는데 안압지에서 발굴된 경석이 제대로 복원된 것이 하나도없었다. 우리나라 전통 조경에서 경석을 놓는 기법을 밝히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데, 전혀 엉뚱하게 복원되어 십수 년간 논문을 쓰지 못하다가 다른 방면으로 뚫고 들어가서 논문을 쓰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안압지에 대한 논문을 약 10편 발표했다. 이런 식으로어떤 논문은 문제의식을 가졌던 당시에는 해법을 찾지 못해 보류해두었다가 10여년 뒤에라도 해결해서 발표하기도 한다.”
안계복교수는 전통 조경에 대한 연구가 태동하던 시기부터 전통 조경 연구에 뛰어들어 근 40년간 한 길을 걸어왔다. 그동안 그는 학술 논문과 저서(보고서)를 합해 총 101편에 달하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여 전통 조경의 기본 토양을다지고 조경의 학문적 발전에 기여했다. 특히 경상북도의 역사와 문화, 농촌에 대한 연구에 진력하면서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전문위원)과 설계 심사위원, 경상북도와 대구시 문화재위원회위원(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며 문화재 보존을 위해힘썼다. 또한 현재 한국전통조경학회장으로서 조경의 업역과 전문성을 보호하기 위해 국토부의 ‘건설기술자 등급 인정 및 교육·훈련 등에 관한 기준’과 문화재청의 ‘문화재수리 등에 관한 법률’ 개정 서명 운동을 추진하고 관련 개선안을 작성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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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회 올해의 조경인
본지는 한 해 동안 조경 분야의 발전에 크게 공헌한 분들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지난 1998년부터 본지 독자들의 추천을 바탕으로 매년 연말에 ‘올해의 조경인’을 발굴·선정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18회를 맞이한 ‘올해의 조경인’은 본지 지면, 관련 단체 및 업체 홍보 후 이메일, 팩스, 우편 등을 통해 독자들로부터 후보 추천을 받아, 주요 공적을 토대로 별도의 ‘올해의 조경인 선정위원회(조경 관련 단체장+역대 올해의 조경인 수상자+본지 자문위원)’에서 수상자를 선정하고 있습니다. 제18회 ‘올해의 조경인’은 지난 10월 1일부터 11월 2일까지 후보 추천을 받았으며, 11월 11일 ‘올해의 조경인 선정위원회’를 개최하여, 최종 수상자로 학술분야에 안계복 교수(대구가톨릭대학교), 산업분야에 신경준 대표(장원조경), 정책분야에 백운해 처장(한국토지주택공사 도시경관처), 특별상에 이원영 과장(서울특별시 푸른도시국 조경과)을 선정하였습니다.
학술분야안계복 _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산업분야신경준 _ 장원조경 대표
정책분야백운해 _ 한국토지주택공사 도시경관처 처장
특 별 상이원영 _ 서울특별시 푸른도시국 조경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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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ern Road Covered Heritage
작은 규모의 대상지, 큰 생각 부문 _ 환경과조경상
한국사에서 근대는 우리나라의 국토가 일제 침략에 따라 외세의 병참기지로 사용되었다는 아픈 역사를 담고 있는 시대다. 일제는 군사력 유지를 위한 중요 요소 중하나인 식량 보급을 위해 조선의 경제 기반인 농업에 대한 수탈을 실시했으며, 이는 한반도 병참기지화의 출발점이었다. 농업 수탈 제1기인 1906년(통감부 개설)부터 1918년(토지 조사 사업)에 이르는 시기에 조선의 경제상황은 급격하게 붕괴되었다. 이 시기에 일제는 조선농민의 농토를 강탈하여 근대 무산자 계급을 생산했고, 원활한 수탈과 보급을 위한 가로 정비도 진행했다.
그리고 이때 조선의 젖줄인 곡창 지대 전라남도에 대한 수탈과 함께 전라남도 내 최대 규모의 읍성 ‘순천부읍성’이 무너지기에 이른다.
당시 순천과 낙안은 각각 순천부와 낙안군에 소속되어있던 지역으로 순천부읍성은 순천 평야와 주변 농업지역의 농산물 집산지였다. 일제는 순천부읍성을 농산물 수탈을 위한 최적의 장소로 보았고, 자연스럽게 순천부읍성을 헐어내는 것이 효과적인 농산물 보급을 위한 가로 정비 사업의 출발점이라 판단했다.
- 이재현·장재봉·신영재 /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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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tiful Promenade
대규모 대상지, 미시적 접근 부문 _ 환경과조경상
1960년대 초부터 추진된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을 계기로 대한민국은 고도의 경제 성장을 달성했다. 1970년대에 개통된 경부고속도로는 서울과 부산의 이동 시간을 5시간 내로 단축시키며 국민 생활의 편의는 물론 경제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2년 5개월 만에 완공된 경부고속도로는 세계에서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단기간 공사였고, 여전히 우리나라 근현대 경제 발전 과정을 논하는 데 있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러나 서둘러 진행된 공사 과정에서 77명의 인부가 목숨을 잃게 되었다는 점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잊히고 말았다. 당시 최대의 난공사 대상지의 하나가 ‘대전육교(대전 대덕구 비래동)’다. 대전 육교는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된 아치형 육교였다. 상판 길이는200m에 폭은 약 11m이고, 이를 높이 30m의 거대한 아치 교각 세 개가 연속으로 떠받치고 있다. 1999년 9월 이 구간의 도로를 직선화하고 확장하면서 현재는 폐쇄된 상태로 방치되어 있다. 육교 아래의 공간 또한 방치된 채 주차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 최승호·서지연 / 경희대학교 환경조경디자인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