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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품작: Skyway
서울역 고가 기본계획 국제지명 현상설계
토포텍 1Topotek 1은 ‘비움emptiness’의 설계 개념을 제안했다. 비움의 전략은 설계적 개입을 전략적으로 최소화하여 서울역 고가 도로를 극장의 열린 무대처럼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할 수 있는 유연한 공공 공간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최근 세계 여러 도시에서 공공 영역의 개방성과 유연성을 확장시키고자 하는 사회적 흐름과도 일맥상통한다. ‘스카이웨이Skyway’ 역시 이와 같은 시대적 패러다임에 따라 형태와 공간 배치가 결정된 완결적 공간이 아닌, 열린 가능성의 공간으로 제안하고자 한다.
선큰 플랫폼
스카이웨이는 기본적으로 기존의 도시 공원과 상당히 유사한 역할을 수행하지만, 방문자의 공간에 대한 해석과 상상력에 따라 전혀 새로운 공간이 될 수 있다. 서울역 고가의 만리동 방면 램프에서 퇴계로 방면 램프까지 하얀 콘크리트 포장이 이어지고, 이는 고가 중심부에 새롭게 깔린 플랫폼과 함께 단순한 공간미를 확연하게 보여준다. 특별한 구조물 없이 서울역 고가를 따라 길게 이어지는 오픈스페이스는 보행자의 자유로운 이동을 가능하게 하며, 다양한 이벤트의 유치와 이용자들의 접근성을 증가시킨다. 나아가 고가의 양쪽 가장자리로 선큰 플랫폼을 조성함으로써 구조물의 면적 범위를 더욱 확장한다. 선큰 플랫폼은 그 자체로 고가를 따라 길게 놓인 선형의 벤치가 되고, 방문객들은 이 거대한 소파에 모여 앉아 탁 트인 도시를 조망하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선큰 플랫폼의 가장자리를 따라 설치된 유리 가로막은 바람을 차단하고, 사람들이 스카이웨이를 보다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상대적으로 높은 레벨의 중앙 공간에서는 양쪽의 선큰 플랫폼과 유리 가로막이 눈높이 아래에 위치하기 때문에, 방문객들은 도시 위의 열린 공간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 양다빈 / Martin Rein-Cano | Topotek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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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품작: Seoul Evergreen Terrace
서울역 고가 기본계획 국제지명 현상설계
서울시는 역사적인 구도심과 기차역 반대쪽으로 펼쳐진 새로운 도시 개발 지역을 지난 40년 동안 이어준 고가 도로를 보행로로 바꾸고 공원화할 예정이다. 즉, 서울시는 도로의 노후화 문제를 도시재생을 모색하는 원동력으로 삼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러한 서울시의 결정으로부터 ‘서울 늘 푸른 테라스’는 고가의 노후화 문제와 도시재생에 주목했다. 시민에게 지나온 역사의 흔적을 안겨주고, 종국에는 이 도시만의 독특한 모습으로 계속해서 각인될 현대식 공공 공간으로 변모시키는 것이 ‘서울 늘 푸른 테라스’의 목표다. 고가 도로는 고립된 곳이 아니라 지면과 그 위, 아래의 공간 모두와 연계된 입체적인 공공 공간이라는 것이 ‘서울 늘 푸른 테라스’의 핵심적인 아이디어다. 이 목적을 구체화하기 위해 주변의 도시 조직과 고가의 관계를 토대로 우리는 길게 뻗은 고가를 다섯 개의 ‘룸room’―플레잉 룸(Playing Room), 리빙 룸(Living Room), 리딩 룸(Reading Room), 다이닝 룸(Dining Room), 게이트 룸(Gate Room)―으로 분할했다.
- 조한결 / Juan Herreros | estudio Herrer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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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등작: Continuous Landmark: Unifi ed Hyper-Collage City
서울역 고가 기본계획 국제지명 현상설계
‘흐르는 랜드마크Continuous Landmark’는 독특한 선형의 대상지와 그에 인접하여 풍부하게 엮여있는 이질적 도시 구성 요소, 그리고 극도로 파편화된 수많은 도시조건이 한데 모인 ‘통합된 하이퍼 콜라주 도시Unified Hyper-Collage City’의 구현을 목표로 한다. 이와 같이 복잡한 도시에서 단일한 해결책은 바람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적용 가능하지도 않다. 즉, 다수의 특정한 전략이 요구되는 것이다. 서울역 고가 도로의 변화는 전체 구간을 서단에서 동단까지 8개의 구역으로 나누어 전략 거점을 설정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나아가 기존의 서울역 고가를 존치시키고 개발하느냐 또는 철거하느냐를 논하는 비생산적인 양자택일에서 벗어나 개발과 철거의 교차점에서 그 해결 방식을 찾아내려 했다. 불필요한 부분을 철거하고 기존의 유용한 부분은 업그레이드해서 활용하는 것이다. 새롭게 탄생할 서울역 스카이웨이는 전체 시퀀스를 구성하는 8개의 독특한 공간 경험을 통해 역동적인 도시 명소로 자리 잡게될 것이다. 이 ‘흐르는 랜드마크’는 수평·수직적으로 단절된 도시와 그로 인해 비롯된 파편화된 경험을 통합하여 보다 다양하고 융통성 있는 공간적 내러티브를 구성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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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작: Seoul-Yeok-Goga: Walkway for All
서울역 고가 기본계획 국제지명 현상설계
사람의 길로 돌아보기 위한 새로운 시작,
도시재생을 위한 의미 있는 거버넌스의 출발점
서울역 고가 프로젝트는 서울시가 본질적으로는 처음 시도하는 도심재생 작업이다. 한국에서 근대화는 20세기 초 외세에 의해 강제로 시행된 일련의 도시 정비 계획과 해방 후 역사의식 없이 계속된 근대 도시 계획으로 시작되었다. 그런 계획들은 지난 500년 동안 지속된 서울의 역사와 기억, 지형과 삶을 단절시켰다.
이 제안은 이러한 정치·사회적 상황에 의해 생겨나 부조화를 이루는 도시 조직과 공간 구조를 새롭게 돌아보기 위한 시작이다. 자동차가 우선이던 계획에서 사람을 중심에 놓고 건강한 도시를 만들고자 한다. 이를 위해 건축가와 엔지니어, 도시계획가, 조경가뿐만 아니라 인문학자, 작가, 예술가, 디자이너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와 학생 그리고 시민과 공무원이 시작부터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며 의견을 수렴했다. 마치 수평으로 펼쳐진 고가의 기능이 그러하듯이, 그 결과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은 민주적인 절차로 진행되었다. 그 과정이 다소 익숙하지 않았지만 소중한 경험이었다.
수직: 3가지의 다른 레벨의 길 조성. 1 고가 + 3 보도
서울역 고가의 아스팔트를 덜어내어 하중을 줄이고, 원래 고가의 구조를 재활용해 여러 가지의 길 조합을 만들어낸다. 원래의 아스팔트 면과 그 위의 높은 길, 지붕 아랫길과 더 아랫길까지 네 개 층의 길이 생겨 계절이나 기후변화에 따라 햇볕과 비바람, 눈을 피할 수도 있다. 고가의 보강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시민들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이 안의 핵심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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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작: Seoul Arboretum
서울역 고가 기본계획 국제지명 현상설계
서울역 고가는 대형 차량의 통행이 가능한 2차선 도로였으며, 그 규모 덕분에 서울의 중심부에서 독창적인 공공 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공공성을 창출하고 최대한 친환경적인 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모듈을 통한 접근법을 제안했다. ‘서울 수목원Seoul Arboretum’은 대상지 주변에 식재된 수목들을 한데 모아놓은 도심형 식물원이다. 이 수목들은 938m에 이르는 고가와 그 주변 지역에 가나다순으로 식재될 것이다. 다양한 크기의 원형 화분과 더불어 찻집, 꽃집, 노점, 도서관, 온실 등 일련의 가변적 시설activator을 더해줌으로써 서울의 하늘 정원에 생기를 불어넣고 더욱 다채로운 모습을 담아낼 것이다.
수목원
서울의 중심을 관통하는 고가 위라는 대상지 조건에 따라 식재 수종의 선택에 있어서도 보다 상징적인 접근을 취했다. 서울의 환경 조건에서 식재 가능한 모든 식물을 보여줄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수목원, 즉 일종의 ‘식물 도서관’을 조성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 체험형 식물 도감에서 자신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식물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식물을 화분에 식재하는 방식은 수종에 따라 뿌리를 내리기 위해 필요한 충분한 깊이를 개별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하며, 이는 하중의 집중과 분산을 가능하게 하여 구조적 안정성에도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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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고가 기본계획 국제지명 현상설계
International Competition for Seoul Station Overpass
설계공모경과 및 심사평
다음은 서울역 고가 기본계획 국제지명 현상설계의 심사평 전문이다.
“산업 유산인 서울역 고가 도로를 보존하면서 새로운 공공 공간으로 전환하는 것이 이번 현상설계의 과제다. 사람 중심의 보행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고가 도로를 주변 지역과 긴밀히 연계하여 녹지, 문화, 소통의 공간으로 재생함으로써 서울역 일대의 변화는 물론 더 나아가 서울의 변화를 촉발하려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목표다. 심사위원들은 이 취지에 공감하며 프로젝트의 전개 과정을 통해 성숙한 시민문화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공유했다.
장소성을 어떻게 발견하고 해석할 것인가, 주변 지역과의 연계를 어떻게 이루어 낼 것인가, 고가 도로 시설을 어떻게 보존하면서 재구성할 것인가, 어떠한 이용 프로그램을 제시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해 일곱 개의 설계안은 각기 다른 독창적인 해법을 제시했다. 심사위원들은 디자인에서 운영관리까지 다각적인 측면을 고려하여 토론과 표결을 통해 세 작품의 입상작을 선정했다.
당선작은 고가 도로를 공중 정원으로 조성하는 안이다. 자연을 매개로 콘크리트 구조물을 생명의 장소로 전환하는 비전과 전략은 미래지향적이며 혁신적이다. 단계적으로 서울역 일대를 녹색 공간화하는 확장가능성을 제시한 점과 다양한 시민 및 주체가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프로세스를 중시했다는 점에서 심사위원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또한 고가 도로와 여러 장소를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접근성을 제고했다는 측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다만 서울의 기후를 고려한 정교한 식재 디자인과 식물 생육의 지속가능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2등작은 장소의 기억을 존중하면서 고가 도로에 대해 최소한의 개입을 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시간에 따른 지형과 도시 조직의 변화를 추적했으며, 지역 사회의 면밀한 분석을 통해 주변의 변화를 촉진하는 적정 수준의 설계안을 제시했다. 공공의 개입이 가능한 민간영역까지 찾아내어 실제적인 설계를 제안한 점도 높이 평가된 점이다. 비용 절감과 운영관리 측면까지 고려한 제안이 돋보였고, 지역 주민의 참여를 고려한 디자인 전략도 설득력이 있었다. 그러나 고가 도로 상부의 활용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와 구체적인 설계안이 발전되지 못한 점은 한계로 지적되었다.
3등작은 도시 조직에 대한 세밀한 분석을 통해 공간별로 적극적인 디자인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각각 정교하게 조직된 공간 구성으로 다양한 활용에 대응하고 있다는 점은 이 설계안의 장점이다. 남대문과 한양도성 주변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량 디자인 방식은 창의적이었다. 그러나 설계안에 제시한 고가 도로의 과도한 변형은 심사위원 전체의 공감을 끌어내기는 어려웠다. 당선작이 지니는 가치와 장점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관리 기구가 만들어져서 운영되어야 하며, 장기적 관점에서 단계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당선안이 지향하는 열린 디자인의 정신이 프로젝트의 전개 과정에서 잘 구현되기를 바란다.”
전문위원인 김영준은 당선작은 수목원을 통해 새로운 도시 맥락을 만들자는 것이 핵심이며, 프로젝트의 진행에 따라 변형을 수용하되 원 개념을 존속시키기에 적절한 유연한 형태와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당선자인 비니 마스는 “어떻게 완성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에 집중해 단순히 고가 상부를 디자인 하는 것을 넘어 고가의 하부와 주변으로 파급 효과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고 밝혔다.
“우리의 제안 개념이 ‘수목원’이라고 해서 단순히 식물을 모아 놓은 공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서울에 존재하는 다양한 나무와 풀들이 화분 형식으로 고가 위에 심기고, 그 식재 과정과 분위기를 사람들이 경험하는 가운데 행위를 유도하고자 했다. 현재 서울역 고가의 범위를 넘어 남대문 성곽, 버스 정류장, 서울역 북부 역세권 등으로 과감하게 번져 나갈 수 있는, 향후 더 큰 가능성을 가질 수 있는 디자인의 단초를 마련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였다.”
서울시는 지역 주민 설명회, 분야별 전문가 소통을 통해 올해까지 설계를 구체화 해 완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다른 출품작의 좋은 아이디어 역시 선별하여 당선자에게 권고할 예정이며, 비니 마스 역시 이러한 제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향후 고가의 구조 보강 작업과 구간별 공사를 단계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며, 2017년 3월 일부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당선작Seoul Arboretum
서울 수목원
비니 마스Winy Maas|MVRDV
2등작Seoul-Yeok-Goga: Walkway for All
서울역 고가: 모두를 위한 길
조성룡Joh Sung Yong|조성룡도시건축
3등작Continuous Landmark: Unified Hyper-Collage City
흐르는 랜드마크: 통합된 하이퍼 콜라주 도시
조민석Cho Min Suk|매스스터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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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스테이트 대학교의 스튜디오 수업
학부생 크리스틴 존슨과의 인터뷰
지난 5월 11일 그룹한 어소시에이트 전략디자인 본부의 인턴 크리스틴 존슨(Christine Johnson)을 인터뷰했다. 존슨은 미국 인디애나 주에 위치한 볼 스테이트 대학교(Ball State University)에서 조경을 공부하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1월~5월)에 교수의 권유로 한국에서 인턴십을 수행했다.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 ‘설계 교육’을 주제로 한 이번 특집의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었고, 볼 스테이트의 설계 교육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볼 스테이트 대학교는 지난 10년간 『크래머 리포트(The Cramer Report)』에서 선정한 ‘미국 내 세계적인 건축학 프로그램’에서 20위권에 올랐으며, 조경학과 학사·석사프로그램은 지난 2012년 『디자인 인텔리전스(Design Intelligence)』에서 발표한 ‘미국 조경학 프로그램 상위 10개 대학’에 선정되기도 했다._ 편집자 주
Q. 볼 스테이트 조경학과의 교과 과정이나 스튜디오환경은 한국과는 많이 다른 것 같다. 특히 5년제라는 점과 건축·도시·조경 통합 학부로 입학한다는 점이 한국과 크게 다른 점인데.
A. 그렇다. 볼 스테이트 조경학과는 5년제로 구성되어 있다. 1학년 과정을 수료한 후, 건축, 조경, 도시계획의 세 가지 전공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본격적인 조경학과 전공 수업은 2학년부터 시작된다. 1학년은 ‘창의적 예술 교육’이라는 수업 목표 하에 일반 디자인론과 스튜디오 문화를 배운다. ‘건축 및 계획 대학The College of Architecture and Planning(이하 CAP)’에 입학한 학생들은 전공 심화 과정에 앞서 ‘1학년 공통 필수 프로그램’을 반드시 수료해야 한다. 이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디자인이라는 공통 키워드를 통해 건축, 조경, 도시 분야를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목적을 갖는다. 1학년 교과 과정에 ‘디자인과 드로잉 코스’라는 기초 설계 스튜디오가 있지만 공원이나 정원 같은 전문 분야를 다루지는 않는다. 그보다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배우기에 앞서 스케일 감, 도면을 보는 방법, 프리핸드 스케치 등을 익히는 과정이다.
Q. 건축, 조경, 도시계획 분야 중의 하나를 어떤 방식으로 선택하게 되는가? 또 조경학과에 대한 학생들의 선호도는 어떠한가?
A. 1학년 과정 수료생은 기본적으로 건축, 조경, 도시 모든 과정에 지원할 수 있다. 그러나 각 학과마다 정원이 있기 때문에, 정원이 초과될 경우 성적 평가와 면접 등의 선발 절차를 거치게 된다. 사실 건축학과에 비해 조경학과에 대한 선호도가 높지는 않다. 건축학과에 진학하지 못한 학생들이 어쩔 수 없이 조경학과를 선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리고 이후 2년 동안, 조경학과 교과 과정이 너무 어렵다거나 충분한 만족감을 주지 못한다는 이유로 중간에 그만두는 학생의 비율이 5%가량 된다. 그렇지만 대개 조경학과 프로그램을 모두 마치고 졸업하는 학생들은 조경학 프로그램에 대해 높은 만족도를 표하며, 이후 이들이 갖게 되는 직업도 조경 관련 직종인 경우가 상당수다.
Q. 향후 직업에 대한 학생들의 기대감은 어떠한가?
A. 명확히 말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재학생 대부분이 ―조경 관련 직종을 선택할 경우― 졸업 후 취업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취업의 기회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생태 복원, 정원 설계, 공원이나 마스터플랜 설계, 주거 공간 설계 등 교과 과정에서 다루었던 주제를 심도 있게 다루는 오피스가 다양하게 있다. 많은 학생이 설계 위주의 업무를 선호하지만, 설계와 시공을 모두 아우르는 오피스에 대한 관심도 적지 않다. 또 원하는 직장을 찾기 전까지 기타 디자인 관련 업체에서 일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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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GSD의 설계 교육을 묻다
니얼 커크우드 교수와의 인터뷰
지난 7월 17일 본지 발행인이 그룹한 사옥에서 하버드 GSD의 전 학과장 니얼 커크우드 교수를 인터뷰했다.그는 설계 교육자라면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핵심 지식을 가려내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며,디지털 매체가 발달한 요즘에도 설계 스튜디오에서 아날로그 방식이 유효하다고 강조했다.더불어 설계 중심으로 구성된 하버드 GSD의 교과 과정과 통합적 설계 스튜디오에 최적화된 ‘건드 홀’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_편집자 주
Q. 『환경과조경』 이번호 특집의 주제는 ‘설계 교육’이다. 전국 조경학과의 설계 담당 교수 열세 분에게 설계 교육의 철학과 설계 스튜디오의 진행 방식 등에 관해 질문했다. 오랜 시간 설계 중심 대학원에서 가르쳐온 당신에게도 같은 질문을 하며 인터뷰를 시작하고자 한다. 조경 교육에서 설계 교육은 왜 중요한가? 또 설계 교육을 통해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A. 설계는 조경 교육에 있어서 명백하게 중심적 역할을 한다. 예비 디자이너와 계획가인 새로운 세대를 훈련시키기 때문이다. 또한 새롭게 대두되는 연구 내용을 제시하는 역할, 즉 설계 교육 자체가 조경의 다양한 지식을 배양하는 툴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모든 조경 교과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핵심 내용―역사, 식재 등―은 비슷비슷하다. 하버드 대학교 디자인 대학원(이하 하버드 GSD)의 교육은 1901년에 시작되었는데, 당시에는 이탈리아어나 프랑스어 등 어학과 토목공학이 교과 과정에 포함되어 있었다. 당시의 교과 과정과 2009년 내가 하버드GSD 조경학과장(2003~2009)으로 있던 시기의 과정을 비교해 보면, 그 두 가지를 제외하고는 거의 차이가 없다. 즉 조경 교육의 핵심core이나 철학은 지난 100여 년 동안 큰 변화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튜디오 교육 역시 아주 오래된 방식으로 프랑스의 에콜 데 보자르École des Beaux-Art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교수가 아니라) 학생이 직접 생각하고 (그림을 그리기)시작해야 하는 스튜디오 교육은 리플렉티브 프랙티스reflective practice이자 주관적인 사고 과정이다. 학교측은 1대1로 가르쳐야 하는 스튜디오 시스템을 반겨하지 않는 측면도 있는데, (대형 강의와 비교해) 상대적인 비효율성과 수치적으로 계산하기 어려운 평가 방식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조경 교육에서 그 과정을보다 객관화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사사키 어소시에이츠Sasaki Associates를 설립한 히데 오 사사키Hideo Sasaki를 예로 들어보자. 그는 학생 개개인에게 코멘트를 하지는 않았다. 대신 공통의 대상지를 스튜디오 과제로 내주고 학생들이 과제를 해오면 10여 개의 과제를 벽에 일렬로 붙였다. 기존 환경을 가장 많이 보존하는 안에서부터 가장 과감하게 변화를 가져오는 안까지, 또는 가장 녹지가 많은 안에서 가장 녹지가 적은 안 순으로 나열을 한다. 이 자체가 스튜디오 강의법이다. “같은 대상지에서도 이렇게 다양한 생각과 안을 구상할 수 있다”고 말이다. 특정 안을 강조하거나 옳고 그름을 말하지 않고, 각각의 안이 갖고 있는 생각과 장점, 특징 등을 이야기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의 생각의 발전을 유도한 것이다.
한편으로는 지난 15~20년 사이 스튜디오 시스템에도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프레젠테이션의 방식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화해 온 것이다. 근래에 교육을 받는 학생들은 아날로그 방식만 존재하던 스튜디오 시스템을 접하지 못했다. 그 결과 요즘 학생들은 크리틱을 받기 위해 노트북 화면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난 노트북 화면을 보면서 진행하는 크리틱을 거부하는데, 이런 경우 학생들에게 “네가 화면으로 보여주고 있는 도면의 스케일이 어떻게 되느냐”고 묻는다. 그럼 대부분의 학생들이 내가 원하는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변명하기에 바쁘다. 혹은 “우리가 3분 전에 봤던 그림을 다시 볼 수 있을까”라고 물어보면, 학생들은 잠깐만 기다리라며 폴더를 뒤적거린다. 나는 그런 식으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크리틱은 특정 스케일로 프린트하거나 핸드 드로잉을 벽면 혹은 책상에 펼쳐 두고 해야 한다. 이는 컴퓨터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인 과정을 위해서는 아날로그 방식의 의미와 중요성을 이해해야 한다는 의미다. 디지털 매체를 이용한 설계법은 시공 도면을 그리거나 적산 등의 과정에서는 매우 좋은 방식일 수 있다. 하지만 개념 생성 단계나 디자인 발전 단계에서는 아날로그 방식이 더욱 적합하다.
Q. 역사적으로, 특히 20세기 말 이후 하버드 GSD 조경학과의 설계 스튜디오 교육의 지향점은 어떻게 변해왔는가?
A. 그간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이나 회복탄력성resilience 등에 대한 전문가가 생겨났을 수 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10명이 채 되지 않는다. 반면 학교 밖 실무의 98%는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아카데믹한 측면에 집중하는 소수의 전문가들만이 그러한 변화를 이야기한다. 그들은 실무를 병행하지 않기에 현실을 잘 알지 못한다.
물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유행’은 변화한다. 과거 유행을 주도했던 개념이나 이론들 가운데 이제는 거론되지 않는 것들이 많다. 예를 들어 한때 구조주의structuralism에 대한 논의가 한창 진행되면서 관련된 책과 논문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지금은 그에 대한 담론이 사라졌다. 물론 이런 이야기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이 변화하고 있느냐를 이야기하기 전에, ‘무엇이 변화하지 않는지’를 얘기해야 한다. 그리고 변하지 않는 핵심 지식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런던의 템스 강은 1970년대에는 6주씩이나 얼어서 녹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 위에서 축제를 열었다. 그러나 지금은 얼지 않는다. 다르게 말하면 지구의 온도는 40여 년에 걸쳐 변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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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바라는 스튜디오 수업
설계 교육의 단면들
이번 호 칼럼의 핵심은 이 문장으로 요약된다. “진정한 교육은 선생이 주입식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과 대화하면서 그들의 주체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건축·도시·조경 설계 수업을 담당하고 있는 세 교수가 참여한 좌담에서도 ‘자기 주도 학습’에 방점이 찍혔다. 유대인의 교육법인 탈무드에 나오는 ‘현명한 부모는 아이들에게 고기를 주지 않고 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 준다’는 격언 역시 일맥상통한다. 교육이 ‘일방적’이어선 안 되는 까닭은 이외에도 무수하다. 하지만 강의식 수업을 ‘자기 주도’로 진행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모든 교육이 자기 주도적이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강의·토론·스튜디오·실험·실습 수업의 적절한 안배가 필요하다. 그 비율은학과(학문)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다행히(?) 조경학과에서는 이 모든 형식의 수업이 가능하고 요구된다. 그중에서도 학생의 ‘자기 주도’가 특히 빛을 발하는 경우는 아무래도 스튜디오 형식의 설계 수업이다. 결국 그림은 학생이 그리는 것이니까. 그리고 ‘자기 주도 학습’의 주인공은 두말할 필요 없이 학생이다.
‘설계 교육’을 특집 주제로 정하고 나서, 그 주인공들은 과연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지금 여기의 설계 교육을? 스튜디오 중심의 설계 수업을? 당연한 궁금증이기도 했다. 교육의 주체는 가르치는 자 못지않게 배우는 자이니까. 가르침만 있을 수도, 배움만 있어서도 안 되는 것이니까. 그래서 전국 34개 대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통신원에게 물었다. ‘①설계 교육에서 기억에 남는 점이 있다면, ②스튜디오 수업에서 아쉬웠던 점은, ③어떤 설계 교육을 원하는가’ 다음은 거칠지만 생생한 그들의 바람이자 강의 평가다. 때론 울분이, 때론 애정이 행간에서 진하게 읽혔지만, 설계 교육에 대한 무관심과 스튜디오 수업에 대한 무지가 나타난 경우도 있었다. 그중 일부를 옮긴다. 이 역시 지금 여기의 ‘설계 교육의 한 단면’이기 때문이다(일부 경어체를 살리기도 했지만, 문맥상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대목에는 일부러 경어체를 사용하지 않았다. 이 글을 읽는 교수님들께서는 오해가 없으시기를).
왜 고래만 춤춰야 하나요
“설계 수업을 들으면서 항상 드는 의문점은 ‘왜 교수와 강사는 비판만 하는가’다. 매주 진행되는 크리틱에서 내가 들은 말은 칭찬보다는 날카로운 비판이 더 많았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설계 수업에서는 왜 칭찬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일까. 학생의 도면에 비판을 더 많이 하는 것이 우리 학교만의 분위기인지도 궁금하다. 생태와 설계가 제대로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도 중요한 고려사항일 텐데, 생태 교수님과 설계 교수님의 지향점이 너무 다르다. 수목학과 설계를 동시에 배우고 있어서, 학생들은 설계를 할 때 자연스럽게 나무의 수종과 배치에 대해서도 고려를 하게 된다. 그런데 생태학 수업에서 배운 대로 나무를 배치하면 ‘예쁘지 않기’ 때문에 고치는 게 좋겠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과연 어디에 중점을 두고 나의 설계 방향을 잡아나가야 하는지 혼란스럽다.”
“설계, 그 단어만 들으면 감탄사가 나오는 아주 멋스러운 모습이 그려졌다. 하지만 조경학과에 입학한 후 현실로 다가온 ‘설계’는 나의 잠을 빼앗고 스트레스를 주는 고민덩어리다. 우리 학교에서는 단일 설계 수업도 있지만, 타과와 공동으로 건축도 함께 배울 수 있는 연계 전공을 개설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강의를 수강하며 내가 느낀 것은 ‘혼란’ 그 자체다. 한 주 한 주의 과정이 효율적이지 못하고, 두 교수님의 스타일과 선호하는 지향점이 너무나도 달라 6주간의 수업 뒤, 다른 교수님을 마주했을 때는 완전히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만 같았다. 6시간이라는 스튜디오 시간 동안 우리가 무언가를 얻어가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또 우리가 배우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이 커졌다. 나는 설계 교육은 좀 더 체계적이고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창의성, 한마디로 설계에 대한 ‘센스’를 키우는 교육이길 바란다. 어떻게 하면 교수님께 덜 혼날까를 걱정하는 내가 아닌, 내가 생각한 것을 오늘은 또 어떻게 들어주실까를 기대하게 된다면 좋겠다. 정답이 없는 과목에서 이미 선생님의 머릿속에 그려진 정답을 찾길 바라는 것부터가 잘못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마지막 결과물을 보면 모두 비슷비슷한 패널들이 걸리는 것만 봐도 현설계 교육의 문제점을 짐작할 수 있다. 때로는 그 방향을 잡아주지도 않으면서, 자신들의 기대에 못 미친다며 손쉽게 성적을 매겨버리는, 그런 혼란만 주는 설계교육은 바뀔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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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교육의 내일을 고민하다
설계 교육의 단면들
설계 교육은 단지 설계의 테크닉을 가르치는 수단이 아니다. 스튜디오 중심의 설계 교육은 미래의 조경가에게 비전을 심어주고 자기주도적 문제 해결 능력을 길러주기 위한 조경 교육의 핵심 과정이자 방법이다. 그러나 설계를 가르치고 배운다는 것은 설계 자체만큼이나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나라 제도권 조경 교육의 역사는 이미 40년을 넘어섰지만 설계 스튜디오가교육 과정에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은 10여 년에 불과하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본격화된 설계 교육은 예전과는 다른 지평을 열었지만, 여전히 많은 숙제를 안고 있다.
지난 6월 5일, 같은 학교에서 건축설계, 도시설계, 조경설계를 가르치고 있는 세 명의 설계 교수를 『환경과조경』의 회의 테이블로 초대했다. 설계 교수의 역할, 설계 교육의 목표, 건축·도시·조경의 통합적 설계교육과 분야 간의 왜곡된 협업 구도, 설계 교육의 과제등 설계 교육의 다층적 논점에 대한 토론이 자정을 넘겨 펼쳐졌다.
스튜디오 교육의 지향점과 설계 교수의 고민
배정한: 어려운 걸음, 감사드린다. 오늘 서울시립대학교(이하 시립대)에서만 세 교수님을 모신 이유는 이미 오래 전부터 도시과학대학이라는 같은 울타리 안에서 건축, 도시, 조경 교육의 시너지를 실험하고 있는 시립대 선생님들로부터 얻을 게 많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현재의 교육 구조와 설계 환경에서 설계 교육의 의미와 역할은 무엇인지, 학교의 설계 스튜디오는 교육 수요자의 요구에 답하고 있는지, 건축·도시·조경의 통합적·협력적 설계 교육은 가능한지 등 설계 교육을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쟁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우선설계 교육자의 역할과 태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할까 한다. 설계 교육에서는 외적 환경도 중요한 이슈이지만 내적 구성원이라는 요인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설계 교수로서 그간의 고민을 자유롭게 들려주시면 좋겠다. 김아연 교수는 최근에 설계 교육을 주제로 한 논문을 몇 편 발표하기도 했는데.
김아연: 늘 고민이다. 고민을 이론적으로 해소해 보고자 논문을 써보았다. 이번 좌담에 참여한 세 명 모두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교수가 되었다. 설계 교수 이전에 설계가였다. 그런데 학교 밖에서 설계를 하는 것과 학교 안에서 설계를 가르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즉 설계를 잘 한다고 해서 반드시 설계를 잘 가르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무의 복잡한 상황에는 그동안의 경험과 지식으로 대처할 수 있었지만, 학교 수업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일이기에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교육자로서 갖추어야 할 교육 방법론을 배우지 못한 상황에서 강단에 서게 되니 자연히 문제가 발생한다. 교수도 학생도 모두 불만족스럽다는 게 뻔히 보이지만, 그 원인에 대한 분석조차 쉽지 않다. 설계 교육의 문제점이 설계 그 자체에 있지 않다는 점이 분명했다. 그래서 겉핥기 수준으로라도 교육학을 새롭게 공부하며 설계 ‘교육’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일종의 자구책으로 설계 교육을 주제로 한 논문을 쓰기 시작한 셈이다.
우선 학생들이 설계 교육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부터 파악했다. 3~4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설계 교육의 의미가 무엇인지, 설계 교육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지 설문을 해보았다. 그 결과 대략 현상은 파악되었지만 개선할 방법이 딱히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워싱턴 대학교에서 연구년을 보내면서 유익한 자극을 받았다. 스튜디오 페다고지pedagogy를고민하는 일군의 교수들과 가깝게 지냈는데, 그 과정에서 한 대학원생이 진행한 관찰 연구를 접했다. 교육대학원의 박사 과정 학생이 두 학기 동안 조경 설계 스튜디오에 참여해 내부자적 관점에서 수업 관찰을 시도한 것이다. 교육학 전공자들은 방법론적 관점에서 스튜디오 교육에 주목하고 연구하고 있는데, 정작 스튜디오 수업을 운영하는 우리는 교육학적 반성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달았다.
배정한: 논문을 쓰면서 파악한 설계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
김아연: 우선 설계를 근대적 패러다임의 이론 수업처럼 가르치는 점이다. 현대 교육학에서는 지식을 교수가 전수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가 구성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러한 구성주의적 교육 방법 중 스튜디오 수업은 최근 그 중요성을 주목받아 여러 분야에 도입되고있다. 그런데 스튜디오라는 틀 속에서도 많은 설계 교수들은 일방적으로 지식이나 기법을 전달하려고만 한다. 학생들은 할 수 없이 교수가 시키는 대로 따라 하고 점검을 받고 교수가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스튜디오 고유의 특성을 살리지 못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학생들이 스튜디오 수업을 이론 수업보다 더 무서워하고 폭력적이라고 느끼는 경우가 꽤 있다는 점이다. 강의식 수업은 그냥 앉아서 듣기만 하면 되지만, 스튜디오 수업은 대면 방식이어서 수업의 모든 과정이 개인적 차원으로 다가온다. 관계가 긴밀한 만큼, 위압적이고 권위적인 교수를 만나게 되면 적지 않은 부작용이 발생한다. 설계를 좋아하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스튜디오 수업 자체에 대한 부담감이 진로 결정에까지 영향을 주는 것이다. 건축이나 도시 분야는 사정이 좀 나을 수도 있지만, 조경학과의 경우엔 스튜디오 교육을 받지 않았던 분들이 스튜디오 수업을 맡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고 스튜디오 교육을 받은 교수들도 자신들이 학생 때 받은 도제식 스튜디오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배정한: 건축학과는 건축학 인증제 도입 이후 설계 교육이 더욱 강화되는 동시에 이제 어느 정도 체계화·안정화된 것으로 보이는데.
김소라: 건축학과에서는 이제 스튜디오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이 스튜디오 수업을 담당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지속적으로 세대교체가 이루어졌고, 그에 따라 교육 방식의 트렌드도 바뀌어 왔다. 과거의 설계 교육은, 유명한 건축가가 가르치든 실무를 하는 교수가 가르치든, ‘이 방법을 따라 하라’는 식이었다. 검증된 방법을 그대로 따르는 도제식 교육이 과거 서양이나 우리나라 설계 스튜디오의 주를 이루었다. 그러다 설계 교수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면서 스튜디오 담당 교수들이 교육자의 역할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 역시 실무를 하다가 강단에 서게 되면서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를 무척 고심했다. 도제식의 강압적 방식이 아닌, 새로운 교육 방식이 무엇일까를 계속 모색했다. 건축 스튜디오를 맡고 있는 다른 설계 교수들과 이야기를 나눠 봐도 고민은 늘 비슷하다.
내 경우는, 나만의 방식을 일방적으로 전수하기보다, 학생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각자의 장점을 깨달을 수 있도록, 자신만의 디자인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려고 한다. 그런데 이 방식에도 단점은 있다. 학생마다 코멘트를 달리하다 보니 오히려 아이들이 개별적인 코멘트에 의지하게 되는 역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물론 ‘설계 스튜디오는 정답이 없는 선택의 문제’라고 늘 이야기해 준다. 내가 해주는 코멘트는 경험이 상대적으로 많은 사람으로서 어떤 선택이 옳을 것 같다는 조언일 뿐이므로 하나의 정답으로 무조건 받아들이지 않아야 한다고 말이다. 이러한 스튜디오의 특성과 틀을 이해하고 능동적으로 취사선택하는 태도를 보이는 학생들은 성공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반대로 개별적인 코멘트를 그대로 따르는 학생들은 결과물이 좋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극단적인 경우, “녹음해도 됩니까”라고 묻는 학생도 있다. 학생들의 만족도가 대체로 높다는 점은 나로서는 위안거리다.
배정한: 교수 입장에서는 에너지 소모가 무척 많을 것 같다.
김소라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김아연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유석연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사회배정한 편집주간, 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