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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조경의 어제를 읽고 미래를 쓰다
『한국 조경 50년을 읽는 열다섯 가지 시선』 북토크
지난 12월 16일 선유도공원 이야기관 강연홀에서 『한국 조경 50년을 읽는 열다섯 가지 시선』 북토크가 열렸다. 1부는 강연, 2부는 토크쇼와 청중과의 대화로 진행됐다. 책을 엮은 한국조경학회를 대표해 조경진 교수(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는 오랜 시간 노력해온 필자들의 노고에 대해서 감사 인사를 전하며 ‘한국 조경 50년 기념전’과 ‘IFLA 한국 개최 성과전’이 개최된 선유도공원 이야기관에서 북토크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의미가 깊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 책은 한국 현대사의 흐름 속에서 도시와 경관, 지역과 환경, 삶과 문화의 틀과 꼴을 직조해온 조경 50년사의 주요 담론과 작품을 기록하고 해석했다. 중성적 아카이브나 백서보다는 해석적 비평서에 가깝다. 1부에서는 한국 조경의 전반적 지형과 풍경에 대한 해석을 담았으며, 2부에서는 주요 단면에 대한 클로즈업으로서 50년의 역사에서 주요한 주제를 포착하고 설명한다. 3부에서는 조사 결과를 통해 선정된 ‘한국 현대 조경 50’의 작품을 소개한다.
한국 조경 50년의 현재와 미래에 관한 담론을 실제 사례에 녹여 조경을 알고자 하는 학생에게는 조경 담론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는 참고서, 조경 산업 종사자에게는 한국 조경과 자신이 나아가야 할 길을 안내하는 안내서, 조경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에게는 조경의 아름다움을 소개하는 책이다.
저자와 함께 읽는 한국 조경
1부는 박희성 교수(서울시립대학교 서울학연구소), 임한솔 연구원(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 남기준 편집장(환경과조경)의 강연으로 이뤄졌다. 박희성 교수는 ‘개발 시대의 조경, 그 결정적 순간들’을 주제로 이야기를 진행했다. 전국토공원화운동, 서울시 공원녹지 확충 5개년 계획, 신도시 건설 등 한국 조경의 주요한 변곡점이 조경에 미친 영향을 살펴봤다. 아울러 정원도시 담론, 오래된 신도시 중앙 공원의 유지 및 관리 등 미래 조경을 위한 과제와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어서 임한솔 연구원이 ‘살아있는 과거, 전통의 재현’에 대해서 발표했다. 한국 조경의 역사에서 전통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었는지를 시대별로 살펴보는 동시에 내적 원리의 재현, 창발적 변용 등 전통을 이용한 설계의 유형에 대해서 소개했다. 임한솔 연구원은 “설계에서 전통은 수동적으로 살아남은 것이 아닌 살아 있는 과거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하며 설계에 있어서 전통과 한국성에 대한 관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연의 마지막 순서로 남기준 편집장이 ‘텍스트로 읽는 한국 조경’을 주제로 50년의 역사를 조경 도서로 조망하며 조경 도서의 가치에 대해 논했다. 고정희 대표(써드스페이스베를린)의 ‘100장면으로 읽는 조경의 역사’를 읽고 201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개최를 결정했다는 순천시장의 일화를 소개하며, 조경 도서는 조경의 역사적 흐름을 읽을 수 있는 동시에 조경가들이 새로운 그림을 그려나갈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바탕이라고 말했다.
*환경과조경417호(2023년 1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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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회 올해의 조경인, 제5회 젊은 조경가, 창간 40주년 조경비평상 시상식
12월 16일 선유도공원 이야기관 강연홀에서 본지가 주최한 ‘올해의 조경인·젊은 조경가 시상식’ 및 ‘조경비평상 시상식’이 개최됐다. ‘제25회 올해의 조경인’에는 조경진 교수(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가, ‘제5회 젊은 조경가’에는 최윤석 대표(그람디자인)가 선정됐다. 정평진 대표(스코어러)는 ‘창간 40주년 조경비평상’에서 가작을 수상했다.
시상식이 개최된 선유도공원 이야기관은 ‘한국 조경 50년 기념전’과 ‘IFLA 한국 개최 성과전’이 열리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박명권 발행인은 “한국 조경의 중요한 분기점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리는 장소에서 시상식을 개최해 더욱 의미가 깊다”며 “이번 수상이 끝이 아니라 한국 조경 분야의 발전을 위한 새로운 도전의 시작이 되길 바란다”고 수상자를 격려했다.
조경진 교수는 한국조경학회 회장으로서 한국조경50 비전플랜을 수립하고, 다양한 포럼과 세미나를 개최해 도시가 직면한 난제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또한 조경헌장제정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서 2013년 ‘한국조경헌장’ 제정, 2022년 ‘한국조경헌장’ 개정에 이바지하고, 서울시 공원녹지 총감독으로 활동하며 녹지 환경 개선에 앞장섰을 뿐 아니라 ‘푸른도시 선언 전략계획’ 수립 등 관련 정책을 제안해 조경의 위상 제고에 힘쓴 점이 높게 평가됐다. 조경진은 “한국 조경이 탄생한 지 50년 되는 해에 올해의 조경인으로 선정되어 더욱 기쁘다.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의 성공적인 개최가 수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모두가 받아야 하는 상을 대표로 받는다는 마음에 미안하다. 앞으로 조경 분야 발전을 위해 더 열심히 활동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최윤석 대표는 경희대학교 환경조경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선진엔지니어링 종합건축사사무소 등에서 실무를 경험했다. 2008년 그람디자인을 설립해 다양한 유형의 조경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2012년부터는 정원사친구들을 결성해 색다른 정원 문화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있다. 2021년 개최된 제11회 대한민국 조경대상에서는 산림청장상과 한국조경학회장상을 받았다. 최윤석은 “최정상의 조경가보다는 보통의 조경가가 되고 싶었다”라며 소감을 시작했다. “동료와 합심해서 열심히 달려오다 보니 젊은 조경가 수상이라는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 올바르고 모범적인 조경가가 되라는 의미로 생각하고 정진하겠다”며 직원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부르며 감사를 전했다.
*환경과조경417호(2023년 1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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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웃거리는 편집자] 모종삽으로 쓰는 새로운 서사
이순신 장군에게 12척의 배가 있다면, 내게는 12자루의 연필이 있다. 이순신 장군처럼 해치워야 할 적은 없지만, 매달 해치워야 할 원고들이 기다리고 있다. 옛날처럼 원고지에 글을 작성하거나 다듬는 것도 아니지만, 원고의 목록과 해야 할 일, 취재 일정과 마감일을 적거나 사진의 배열 등을 고민할 때 연필을 쓴다. 물론 볼펜을 쓸 때도 있지만, 수정이 많은 경우 연필을 자주 쓴다. 골 넣은 스타 스트라이커도 좋지만, 연장전까지 뛸 수 있는 근성 있는 수비수가 때론 필요하다.
연필에 빠진 이유는 소설 속 장면 때문이었다. 소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2016)의 주인공이 다니는 설계사무소의 직원들은 업무 시작 전 모두 아침마다 연필을 깎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매해 여름쯤 몽당연필이 유리병에 가득 차면 그들은 긴 워크숍을 떠난다. 몽당연필은 그들에게 시간을 헤아리는 일종의 아기자기한 모래시계였다.
그 귀여운 장면이 마음에 각인된 이후부터 마감이 끝나면 연필을 한 자루 두 자루씩 모으기 시작했다. 미국 대통령 링컨은 낙선할 때마다 깔끔하게 이발을 한 후 단정한 옷을 입고 맛있다고 소문난 식당에서 식사를 즐겼다고 한다. 나 역시도 새로운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 만든 일종의 루틴이었다. 매달 마감을 끝냈다는 일종의 성취와 다음 달을 위한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 연필을 사면서 작은 보상을 했던 것 같다. 그렇게 각기 다른 종류 연필로 구성된 12자루로 1타를 만들면서 한 해 한 해를 보냈다.
꾸준히 연필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은 자주 갔던 빈티지 문구점 덕분이었다. 힙스터의 성지로 불리는 동네의 중심지와 떨어져 있어 가게가 위치한 골목에는 다소 한적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시골 학교 교장 선생님 사택처럼 조금 허름하지만 단아한 느낌이 나는 건물의 3층에 자리 잡고 있는데, 그 건물 앞의 단풍나무가 보호수처럼 느껴져서 참 좋았다. 그래서 본래의 문구점 이름 대신 기사식당 간판에서 볼 법한 이름인 ‘단풍나무집’으로 혼자 부르곤 했다. 실명 대신 별명을 부른다는 것은 그만큼 고유한 애정(?)을 담는 행위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으레 학교 앞에서 아폴로 같은 불량 식품을 팔고 초등학생들이 줄지어서 뽑기를 하는 그런 전형적인 문구점은 아니다. 해외에서 하나하나 손수공수한 빈티지 연필과 문구를 판매했다. 부담스러운 호객 행위를 하지 않고 자신의 할 일에 몰두하던 사장님의 응대가 좋았다. 대신 연필에 관해 물으면 늘 자세히 알려주었다. 어떤 연필 한 자루는 책 한 권 가격에 버금갈 정도로 비쌌지만, 그 연필의 적합한 용도는 무엇이고, 어떤 회사가 만들었는 지, 각인된 이미지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등을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내 예산을 초과하는 가격의 연필은 차마 사지 못했지만, 사장님의 열정과 연필에 깃든 서사가 재미있어서 산 연필이 꽤 있었다. 덕분에 매달 연필 고르는 재미로 살았다.
내게 연필의 서사가 중요한 소비의 기준이었던 것처럼 제5회 젊은 조경가로 선정된 최윤석도 서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경가다. 최정상을 향해 달리는 조경가가 아니라 보통의 조경가가 되기 위해서 노력하는 그는 조금 거칠고 투박할 수 있지만 ‘디자인하는 엔지니어’로서 서사적인 조경이라는 자신만의 장르를 만들고자 노력하는 조경가였다. 남들이 책상에 앉아서 설계에 매달릴 때, 현장에서 몸소 부딪히며 조금 더 구체적인 설계에 치열하게 매달렸다. 무엇이 더 낫다고 감히 판단할 수는 없지만, 그의 치열함이 빚어낸 세월에 대한 보상이 젊은 조경가 수상으로 채워졌기를 바란다. 내게 연필이 그랬던 것처럼.
제3회 LH가든쇼 해외 초청작가 앤디 스터전은 조경의 대중화를 위해서 필요한 것으로 조경 언어의 활성화를 꼽았다. 조경가의 다양한 언어와 그 언어를 기록하는 미디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과 영국은 여건이 다르지만, 최윤석처럼 자신의 스타일과 장르를 개척해나가는 조경가들이 한국에도 더 있으리라 생각한다. 연필을 삽이라 칭했던 김훈 소설가처럼, 나 역시도 연필이란 모종삽을 들고 대기하겠다. 조경의 다양한 언어를 기록하기 위해 받은 메일함을 비워두며 조경의 새로운 서사를 함께 써나갈 조경가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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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가 만난 문장들] 종교와 사랑으로 구원되지 않는 사람들은 걷는다
눈 내리는 게 좋으니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고. 새해 목전에 두고 자꾸 어린이로 머물 수 있는 증거를 찾는다. 나이에 걸맞은 행동을 해야 한다는 게 매년 더 부담스러워진다. 그래도 마냥 거짓말은 아니다. 빙판길과 질척하게 녹은 눈은 싫지만, 창밖으로 펼쳐지는 눈 내리는 풍경은 여전히 좋다. 보고 있으면 겨울은 쓸쓸해도 괜찮은 계절이구나, 생각하게 된다.
나뭇가지에 눈을 지고 선 메타세쿼이아가 쭉쭉 뻗은 풍경이 낯설었다. 눈이 내린 선유도공원을 걷는 게 처음이었다. 겨울인데 이렇게 춥지 않아도되나 걱정한 게 무색하게 엄청난 기세로 기온이 내려가더니, 연말을 맞이해 준비한 시상식(124쪽)을 앞두고 눈이 펑펑 내리기 시작했다. 웬만한 눈은 제설차가 다 치워버리는 도시와 달리, 흰색 초원을 넉넉히 남겨둔 공원 풍경이 연말 분위기와 퍽 잘어울렸다. 몸을 움츠리게 만드는 추위에 시상식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북토크(122~123쪽)에 방문자가 많이 오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도 했지만, 예상보다 더 많은 사람이 좌석을 채웠다. 날씨의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행사장 내부가 조금 더 따뜻해진 기분이 들었다.
북토크를 몇 차례 열고 지켜보며 느낀 건, 책 속 이야기보다 글쓴이 자체를 좋아하고 그들과 대화를 원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점이다. 그렇다보니 청중과의 문답 시간은 오로지 책 속 콘텐츠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으로 흐르지 않는다. 이날의 대담도 아슬아슬하게 경계를 달리다가 다시 북토크와 어울리는 궤도로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불안함을 먹고 자라 조금 빼족해진 질문 두어 개가 마음에 남았다. “융복합 시대에 조경의 먹거리를 다른 분야에 빼앗기고 있는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비평 공모가 사라지고 있는데 다시 비평가들을 불러들이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누가 조경 공간을 만드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누구든 잘하는 사람이 좋은 공간을 만드는 게 중요하죠.” “제대로 된 조경 비평 문화는 아직 없다고 생각해요. 그 문화가 성숙할 수 있도록 지지하는 일을 멈추지 않을 거예요.” 모두가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르는 답변은 마음 한구석을 쓸쓸하게 만들었지만, 한편으로 결국 내가 열심히 잘하면 해결될 일이구나 싶었다. 물론 다수가 열심히 노력하는 데도 불구하고 잘하는 소수만이 살아남는 세상은 조금 슬프겠지만 말이다.
조경 비평의 밑바탕이 마련되려면 조경가들이 자신의 설계 철학과 설계한 공간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할 필요가 있다는 말에는 몰래 고개를 끄덕였다. SNS를 비롯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은 점점 늘어나는데 조경가의 말들은 점점 줄어든다는 게 이상하다. 물론 에디터인 내가 제 몫을 다 하지 못한 탓일지도 모르지만. 가끔 사무실에 남아 어둑한 창밖을 볼 때면, 이 일은 조경을 좀 더 사랑하는 사람이 하는 게 맞지 않나 싶어 머리가 지끈거린다. 이야깃거리를 찾아 언제 어디든 조경 동네 사람을 찾아 걸음을 옮기는 애정을 가진 사람 말이다. 한숨을 쉬며 인터뷰를 정리하다 “직업 자체가 자신의 모든 생활을 잠식하는 상황을 피하려 합니다.”(66쪽)라는 문장을 위로로 삼았다.
12월은 꼭 반성의 달이 되어버리고 만다. 다짐을 실천하기에 내 심지는 물렁하기 짝이 없고 일년은 너무 짧다. 올해도 크리스마스가 오기 전 마감 끝내기에 실패했다. 이 지면을 채우기 위해 커피를 사러 나섰는데 얼굴에 부딪는 찬바람이 꽤 기분 좋게 느껴졌다. “종교와 사랑으로 구원되지 않는 사람들은 걷는다. 공간은 가끔 사람을 구원한다. 도피처, 은신처로 삼을 만한 곳이 많을수록 도시는 애틋한 곳이 된다.”1 떠올린 문장이 무엇과 닮았나 했더니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에서 학생 대표로 발표했던 조담빈(서울대학교 사회학과, 조경학과)의 말이었다. “작은 교정 안에도 애착을 가진 공간이 있었습니다. 일상이 힘들 때마다 달려갔던 곳, 작은 언덕을 바라볼 수 있는 나무 아래의 벤치였습니다. …… 그 벤치가 제 고등학교 졸업의 일등공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어떤 공간은 사람들의 삶을 바꿀 수 있습니다.” 나만의 도피처를 소개 해주고 싶었는데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삶이 못났다고 생각하며 한 해를 마무리하고 있을 독자에게 창피한 내 이야기가 작은 위안으로 느껴지길 바란다. 사람 사는 건 다 비슷비슷하다고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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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서한나, “현대의 산책”, 「한겨레」 2022년 1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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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ANY] 에프씨코리아랜드
코르크로 탄소중립을 실천하다
에프씨코리아랜드는 투수성 코르크 바닥 포장재를 개발해 탄소중립 실천에 앞장서고 있는 친환경 기업이다.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코르크 원료를 국산 자원으로 대체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성세경 대표는 산림청 산하 한국임업진흥원에서 사업비 12억 원을 지원받아 강원대학교와 국산 참나무류의 수피 및 코르크를 이용한 탄성 포장재 개발을 진행 중이다. 현재 에프씨코리아랜드는 투수성 코르크 바닥 포장재 원료인 코르크를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 이번 연구를 통해 포장재의 원가를 줄이고 국내 목재 산업의 발전에 기여하는 데 큰 성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장재혁 기업부설 연구소장은 국산 굴참나무에서 얻은 코르크 칩이 수입산 코르크 칩과 비교해 물성 및 탄소 저장 능력에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이후 국산 굴참나무로 만든 코르크로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는 재료를 개발하는 데 힘쓰고 있다.
투수성 코르크 바닥 포장재의 효과
에프씨코리아랜드의 투수성 코르크 바닥 포장재에 사용된 코르크는 내부에 탄소가 저장되어 있다. 이로써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내고, 열을 덜 흡수해 여름철 열섬 현상을 완화한다. 기존 포장재와 비교하면 지표면 온도가 약 10℃가량 낮게 측정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투수성이 우수해 장마철 폭우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인체에 무해한 코르크 전용 바인더로 내구성을 강화하는 가공법을 사용했는데, 시간의 흐름에 따른 색의 변화를 억제할 뿐 아니라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까지 얻었다.
꾸준한 기술 개발로 에프씨코리아랜드는 2018년 한국산림인증KFCC 획득을 시작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우수 신기술, KS 제품 인증, 조달청 혁신제품 인증 등을 취득했다. 이러한 기술력은 매출 증대뿐 아니라 산림과학기술 R&D 수행, 해외 수출 판로 개척, 해외 산림 자원 개발 기반을 구축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인간과 자연의 공생을 꿈꾸다
과거 에프씨코리아랜드는 흙 콘크리트 포장을 주요 사업 분야로 다루는 기업이었다. 하지만 지구 환경을 보존하면서 국민 건강 증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바닥재에 대해 고민하던 중, 탄성이 있고 탄소를 머금고 있는 코르크 소재를 알게 되었다. 10여 년에 가까운 시간을 코르크 연구에 매진했다. 코르크 포장재가 기존 바닥 포장재에서 방출되는 중금속, 휘발성유기화합물TVOCs,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같은 유해 물질을 덜 방출한다는 점에 주목해 바닥 포장재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현재 공원 산책로, 학교 운동장 및 체육 시설, 어린이 놀이 시설 등 각종 실내외 바닥에 에프씨코리아랜드의 코르크 포장재가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목재와 탄소중립의 관계
코르크 포장재의 친환경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목재와 탄소중립의 관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선, 탄소중립이란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흡수량이 서로 균형을 이루게 해 지구 온도가 1.5℃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기여하는 일이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나무는 산소를 뱉어내고 탄소를 저장하며, 베어져 목재가 되어도 저장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UN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은 2011년에 연 당사국총회COP17에서 벌채한 산림 자원을 원료로 한 수확된 목재 제품(HWP)도 탄소계정(탄소 저장량=이산화탄소 흡수량)에 포함시키기로 합의했으며, 교토의정서도 목재의 수확과 목재 제품의 생산을 탄소 저감 활동으로 권장하고 있다.
강원대학교 공동 연구팀의 연구와 공인 시험 분석 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코르크 바닥 포장재는 1m3 당 약 142kg의 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 두께 15mm의 코르크 바닥포장재를 학교 운동장에 1,000m2 면적으로 포장할 경우에는 약 2.1톤의 탄소를, 두께 65mm의 코르크 바닥 포장재를 어린이 놀이터에 300m2 면적으로 포장할 경우에는 약 2.7톤의 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
현재 코르크 바닥 포장재에 많은 기업과 관계 부처가 관심을 표하고 있다. 성세경 대표는 향후 코르크산업협회를 구성해 코르크 원료의 수급망을 구축하고, 가공 및 시공 기술의 공동 개발을 꾀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각종 난제를 여러 기업과 함께 힘을 합쳐 해결하고 새로운 제품군을 개발하는 등 코르크를 통해 탄소중립 실천에 앞장서고 싶다는 입장이다. 글 박형석 자료제공 에프씨코리아랜드(fc4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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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펫팸족을 위한 테마파크 놀이터 왈로
반려견과 견주가 함께 즐기는 반려견 놀이터
반려동물 인구가 천만이 넘어가면서, 애완동물은 이제 가족이나 다름없는 시대가 됐다. 애완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펫팸족’(펫과 패밀리의 합성어)이 늘어났지만, 반려동물과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해 아쉬움을 호소하는 견주가 많았다. 이에 예건은 도심 속 공원의 자투리땅을 분리해 손쉽게 개를 위한 놀이터로 바꿀 수 있는 반려견 테마 놀이 시설 ‘왈로(Waalo)’를 개발했다.
왈로는 반려견과 주인이 함께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다. 반려견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 마치 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처럼 보이게 연출했다. 단순한 놀이 시설의 개념을 넘어 원목을 사용하고 유쾌한 색채감을 연출해 주변 경관과 조화를 꾀했다. 운동량이 부족한 실내견과 소심한 성격의 반려견이 사회성을 기를 수 있도록 개의 습성을 체계적으로 분석 및 연구한 자료를 토대로 과학적인 설계를 실시했다. 개의 습성과 육체적 성장을 고려한 놀이 시설에서 반려견은 주인과 함께 훈련이 아닌 놀이를즐길 수 있다. 또한 휴게 시설물을 설치해 견주가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트와짓&저니브릿지는 일광욕을 할 수 있는 옥상층과 지붕을 타고 오르는 재미를 주는 계단으로 구성한 놀이 시설물이다. 둥둥 떠 있는 구름 속을 탐험하고, 구름 위를 지나는 반려견의 짧은 여정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이 특징이다. 강아지 벤치는 견주의 편의를 위해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동안 반려견의 목줄을 잠시 묶어둘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TEL. 031-943-6114 WEB. yek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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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2022년을 보내며
분주했던 2022년이 저물어간다. 올해 잡지 지면에 가장 많이 등장한 키워드는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IFLA 2022)와 한국 조경 50주년이었다. IFLA 2022 조직위원회 사무국 역할을 맡아 일 년 내내 전쟁터 같았던 환경과조경 편집실을 정리하다 2022년 과월호들을 다시 펼쳤다.
본지가 주최한 ‘제4회 젊은 조경가’ 수상자 조용준 소장(CA조경기술사사무소) 특집으로 1월호를 꾸렸다. 평평한 땅, 생성적 경계, 보이지 않는 깊이, 반응하는 표면 등 그의 설계 사고와 중심 개념을 만날 수 있었다. 3월호에는 IFLA 2022의 주제 ‘리:퍼블릭 랜드스케이프’와 다양한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특집 ‘미리 보는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를 기획했다. 7개월 뒤인 10월호 특집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에는 8월 31일부터 9월 2일까지 광주에서 열린 IFLA 2022의 성과를 기록했다.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는 기후변화와 도시 위기에 대응하는 조경가의 비전과 전략을 심층 논의하고 지혜를 모았으며, 이를 통해 한국 조경계 또한 혁신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근대 조경의 창립자 프레더릭 로 옴스테드의 탄생 200주년(4월 26일)을 맞아 4월호 특집 ‘옴스테드 200’을 구성했다. 참여 필자들의 헌신적인 수고로 옴스테드의 삶과 업적, 공원관, 저작과 작품, 기록물을 폭넓게 아우르는 지면을 꾸릴 수 있었다. 5월호에 특집으로 담은 ‘Z+T 스튜디오’의 작업들은 동시대 중국 조경설계의 진격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전통의 무게와 개발 시대의 속도전 모두를 넘어선 작품들에서 중국 조경의 현재를 가늠할 수 있었다는 피드백이 많았다.
6월호 특집 ‘공원, 고쳐 쓰기’는 도시공원의 리노베이션을 둘러싼 복원과 변경, 보존과 재생의 충동 등 여러 난제를 국내외 다양한 사례를 통해 짚었다. 창간 40년을 맞은 7월호(통권 411호) 특집으로는 한국 조경의 기반을 질문하는 기획, ‘조경, 그 이름을 묻다’를 올렸다. 한국 조경의 태동과 함께 랜드스케이프 아키텍처의 번역어로 선택된 조경이라는 이름이 조경(학)의 목적과 대상, 영역을 포괄하지 못하며 조경의 사회‧문화적 역할을 전달하지 못한다는 이슈를 일곱 가지 시선으로 다뤘다. 이어서 8월호 지면에는 조경계가 당면한 현안 중 하나인 자격 제도의 문제를 담았다. 2023년에 새 회장단을 꾸릴 한국조경협회가 8월호 특집 ‘조경설계 자격제의 문제와 대안’에서 제시된 과제를 적극 추진해줄 것이라 기대한다.
11월호 특집으로는 북서울꿈의숲에서 열린 ‘2022 서울정원박람회’의 주요 작품을 배치했으며, 지난 8월에 개장한 새 광화문광장도 두 편의 비평과 함께 비중 있게 다뤘다. 이번 12월호에는 한국 조경 50년의 성과와 『환경과조경』 40년의 발자취를 간략하게 기록한 ‘한국 조경 50, 환경과조경 40’을 마련하며, 매년 본지가 주최하는 ‘올해의 조경인’과 ‘젊은 조경가’ 선정 결과를 싣는다. 제25회 올해의 조경인으로는 IFLA 2022 조직위원장으로 활약한 조경진 교수(서울대 환경대학원 원장, 한국조경학회 회장), 제5회 젊은 조경가로는 정원에서 공원에 이르는 다양한 유형의 조경 설계와 시공에서 성과를 낸 최윤석 소장(그람디자인)이 선정됐다.
눈 밝은 독자들은 2022년에 『환경과조경』이 시도한 몇 가지 변화를 쉽게 알아챘을 것이다. 새로운 시도 중 하나는 본문 첫 순서로 근작과 조경가 인터뷰를 배치한 지면이다. 다른 지질, 다른 분량, 다른 구성으로 실험한 이 꼭지에 대해 공간의 형태와 문법뿐 아니라 조경가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2월호에 랩디에이치(Lab D+H)의 ‘타임워크 명동 공유 정원’으로 처음 선보인 이 지면에 지난달 11월호까지 에이치엘디자인(HLD)의 ‘LH 시그니처 가든’, 김아연의 ‘전주 야호 맘껏숲놀이터’, 오피스박김의 ‘현대자동차 영남권 연수원’, 바이런의 ‘파리공원 리노베이션’, 조경작업소 울의 ‘광나루 모두의 놀이터’, 얼라이브어스(ALIVEUS)의 ‘포스코 파크1538’, CA 조경기술사사무소의 ‘KT 디지코 가든’, 디자인 스튜디오 엘오씨아이(loci)의 ‘미래농원(mrnw)’을 담았다.
또 다른 새 기획은 본문 후반부에 배치한 ‘어떤 디자인 오피스’였다. 이 꼭지에는 매달 한 회사를 선정해 설계 작업과 설계사무소 경영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다채로운 이야기를 담고자 했다. 조경하다 열음, 안마당더랩, 본시구도, 오픈니스 스튜디오, 엘피스케이프, 조경설계 디원, 얼라이브어스, 안팎, 조경그룹 이작, 씨에이티 조경설계사무소, 조경사무소 사람과나무가 참여했는데, 기사가 나간 뒤 인턴과 신입사원 지원자가 적지 않게 늘었다고 한다.
올해 1월호부터 시작한 박희성 교수(서울시립대 서울학연구소)의 연재 ‘모던스케이프’는 도시공원과 도시계획은 물론 동물원, 경마장, 관광, 전차, 식목일, 어린이 등이 근대 도시의 풍경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탐사하는 내용으로 많은 독자의 시선을 붙잡았다. 내년에도 모던스케이프 시즌2가 이어진다. 지면의 청량제 역할을 해온 조현진 일러스트레이터의 ‘풍경 감각’과 유청오 포토그래퍼의 ‘유청오의 이 한 컷’ 또한 내년에도 계속된다.
한국 조경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기록될 2022년을 이렇게 통과한다. 늘 함께해주신 독자 여러분, 편집위원과 필자, 번역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 2023년에도 『환경과조경』은 조경 저널리즘의 최전선에서 소통하는 공론의 장이 될 것을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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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조경계의 화이트 스완
‘화이트 스완(white swan)’은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반복적으로 일어나 충분히 예측이 가능한 위기임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지 못하는 상황을 일컫는 경제학 용어로, 뉴욕 대학교 누리엘 루비니(Nouriel Roubini) 교수가 『위기의 경제학(Crisis Economics)』(2011)에서 처음 사용하면서 알려졌다. 그는 모든 경제 위기는 시기와 상황에 따른 고유한 요인에 의해 발생하지만, 통화 정책의 완화, 금융 시스템에 대한 느슨한 감독, 과도한 차입에 의한 자산 가격 거품, 투자자들의 지나친 탐욕 등 공통적 요인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며 예방 역시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같이 도저히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현상을 이르는 말인 ‘블랙 스완(black swan)’과 대비되는 이론이다. 블랙 스완은 월스트리트 투자 전문가인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Nassim Nicholas Taleb)가 2007년 월스트리트의 허상을 파헤친 동명의 책을 출간하면서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고, 전 세계의 경제가 예상하지 못한 사건으로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의미로 쓰였다. 최근에 벌어진 코로나19 사태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블랙 스완이라면, 카카오 먹통 사태와 레고랜드발 금융 위기, 세월호 참사에 이어 수많은 사전 징후에도 전혀 대비하지 않아 소중한 젊은이들의 생명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는 정부의 정상적인 사전 대응이 있었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화이트 스완으로 볼 수 있다.
최근 미국발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거래량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고, 강원도 레고랜드의 지급 보증 거부 사태가 낳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의 혼란으로 건설 경기가 얼어붙고 있는 상황에서 조경계의 긴장감도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조경 분야의 블랙 스완의 예로 폭우, 가뭄, 혹한 등 기후위기에서 비롯된 예측 불가능한 식생 환경을 들 수 있다. 이상 기후로 식재 수목이 예전과 다르게 높은 하자율을 보이고 있지만, 최근의 불규칙한 기후변화는 통계 예측 수준을 넘어 언제 어디에서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대응이 불가능할 정도로 위협적이다.
반면 조금만 더 면밀히 살펴보고 준비하면 충분히 예측하고 대처할 수 있는 화이트 스완도 있다. 올해 탄생 반세기를 맞은 한국 조경은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경제 발전과 함께 학문과 산업 모두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다. 고도 성장기에 급속한 개발로 인해 훼손된 국토의 상처를 치유하고 도시 환경을 건강하고 아름답게 가꾸는 데 누구보다 조경인들이 앞장서 왔다. 하지만 여전히 조경은 위상에 걸맞은 사회적 인정을 못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조경 분야에 대한 정책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못한 것이 그중 하나다. 조경계가 잘 나가던 지난 세월 동안 우리는 ‘누군가가 해결해 주겠지’ 하며 우리의 권익을 찾는 데 침묵해왔다. 반면 건축 등 인접 분야는 정부의 지원과 업역 확대를 위한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분주히 움직인 결과, 설계대가를 현실화하고 설계공모 제도를 정착시키는 등 그들만의 생태계를 구축했다. 이런 결과는 정부의 지원을 받는 대한건축사협회나 건축공간연구원과 같은 정부출연 연구 기관의 치밀하고 지속적인 연구와 지원으로 이루어졌다.
조경 분야도 조경진흥법을 마련하고 체계적 연구를 지원할 수 있는 조경진흥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요원하다. 한국조경협회를 비롯한 여러 조경 단체는 여전히 정부의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고 회원들이 십시일반 모은 쌈짓돈으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조경 분야의 정책 브레인이라 할 수 있는 환경조경발전재단 또한 조경진흥법에 지원 관련 조항이 명시되어있음에도 여전히 관련 기관에서 정책 자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법과 시행령 등 제도적 장치없이는 정부의 정책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조경계는 그동안 능동적 준비와 대응을 하지 못했다. 그 결과 늘 위기를 겪는 상황으로 이어진 것이 조경계의 첫 번째 화이트 스완이다.
조경이 사회적 가치나 중요도에 비해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조경 분야를 지원하는 강력한 중앙부처가 없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장기적으로는 국토교통부의 일개 녹색도시과를 넘어 산림청과 환경부 그리고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는 조경 관련 사업을 모두 아우르고 하나로 통합하는 강력한 녹색 정부 부처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조경가로서 전문성을 확실히 인정받을 수 있도록 자격 제도도 보완해야 한다. 건축가처럼 창의적 디자인을 수행하는 조경가에게 조경기술사와 기사로 대표되는 엔지니어 라이센스는 몸에 맞지 않는 옷이나 다를 바 없다.
올해 한국조경학회와 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는 그 필요성을 절감하고 가칭 ‘조경사’ 제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조경가를 위한 법정 단체를 구성하고 ‘조경사’ 제도를 도입해 정책적, 제도적 지원을 받게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도 올해 조경진흥법 제5조에 따른 ‘제2차 조경진흥기본계획’의 ‘조경설계 자격 및 면허제도’ 신설로서 ‘조경사 제도’를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늦었지만 반가운 소식이다. 조경계도 앞으로 진행 상황에 더욱 깊은 관심을 가지고 힘을 실어야 할 것이다.
조경계의 두 번째 화이트 스완은 조경 분야의 성장을 이끌어야 할 인재들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현상이다. 전국 대학에 50개가 넘는 조경학과가 있고 매년 1,000명이 넘는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지만, 대다수 학생은 전공인 조경 분야로 진출하기를 주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설계, 시공, 자재 할 것 없이 조경 업계 모두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조경계가 호황일 때 대부분의 학생이 조경설계가가 되고 멋진 조경시공기술자가 되는 게 꿈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MZ세대의 특성상 건축, 토목 등 타 분야도 비슷한 현상을 겪고 있지만, 기후위기라는 시대상을 생각하면 그 어떤 분야보다 역할이 크고 비전이 있는 조경 분야에서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후진 양성을 소홀히 해온 선배 조경인의 노력이 부족했음을 인정하고 반성해야 한다. 이제라도 미래의 전문 조경인이 될 조경학과 학생과 후배에게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갖고 비전과 희망을 주어야 한다. 인재 양성이야말로 건강한 조경 산업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무엇보다 중요한 일일 것이다.
올해는 한국 조경이 50주년을 맞이하고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IFLA 2022)’가 30년 만에 다시 한국 광주에서 성공리에 개최된 뜻깊은 해다. 코로나19 사태로 여전히 여행이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도, 세계 40개 나라에서 1,500여 명의 조경가가 참여해 어느 대회 못지않은 성황을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았고 한국 조경의 위상과 저력을 세계에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조경가는 코로나19와 기후위기로 야기되는 도시 환경과 생태계의 변화, 인류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선도적이고 실천적인 해법을 제시해왔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를 탄소중립적인 미래로 옮기는 데 크게 공헌하고 있다. 조경계가 과거의 성장을 이어가고 새로운 비전을 가지려면 학회와 관련 단체는 전략적 연구를 바탕으로 안정적 미래를 위한 제도적 틀을 마련해야 하며, 업계도 인재가 우리의 업을 계승할 수 있도록 후학들을 양성하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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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감각] 매일의 호흡법
새벽의 수영장. 레인 한쪽 끝에서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코앞에 바닥의 타일이 보일 정도로 깊이 내려간다. 손발을 뒤로 크게 휘저어 앞으로 미끄러지듯 나아간다. 레인의 절반쯤에 다다르면 숨이 찬다. 다시 수면 위로 올라갔다 오면 속력이 줄어들 테니 ‘조금만, 조금만 더’를 되뇌며 손발을 재촉한다. 드디어 반대편 끝에 손이 닿는다. 수영장 바닥을 치고 올라와 참았던 숨을 몰아 마신다.
레인을 잠영으로 헤엄치고 나면 실력이 좀 나아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초급반 때에는 키 판을 부여잡고 얼굴을 물 밖에 내놓고도 숨이 가빴는데…’하며 몇 번이고 자꾸만 잠영으로 수영장 바닥을 오간다. 수영을 마치고 돌아와 일과를 시작한다. 메일을 확인하고 원고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려고 하는데 눈꺼풀이 무거워져 좀처럼 집중하기가 어렵다. 참았던 숨을 하루 종일 나눠 쉬는 기분이다.
숨 가쁘지 않아요? 오랫동안 수영을 해온 분들이 숨을 쉬며 하라고 건네준 말이다. 사실 ‘이렇게 열심히 해야 느는 것 아닌가?’ 생각하고 가볍게 들은 것이 뒤늦게 생각난다. 이제는 적당한 호흡법을 생각한다. 때때로 속력을 줄여 숨을 넉넉하게 쉴 것. ‘조금만 더’는 즐겁지만 이후 밀려오는 피곤함은 무거우니까. 내일도 수영장에 다녀오고 원고를 쓰고 그림을 그려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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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변 보행네트워크
Pedestrian Network along Han River Waterfront
한강코드의 탄생
‘한강변 보행네트워크’는 거창한 이름처럼 한강변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들어내는 프로젝트가 아니었다. 한강의 수변 접근성이 자주 문제로 거론되지만, 이미 현실이 허락하는 선에서 도시와 기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여의나루에서 동작역까지의 네트워크를 재정비하려 했을까. 이 구간은 세 가지 특성에서 다른 한강변과 구별된다. 우선, 여의도 구간을 제외하곤 한강공원으로 이용되는 강변 둔치의 면적이 거의 없이 도시와 급격한 경계를 형성한다. 그렇기에 제방은 옹벽으로 처리한 경우가 많다. 옹벽과 그 하부에 위치한 광역상하수도관 상부면을 이용해 설치한 좁고 긴 광역 자전거도로가 이동 체계의 중심이다. 또한 올림픽대로의 교량화 구간인 노량대교가 전 구간의 40%가량(한강철교~반포천 합류부)의 하늘을 가리고 있다. 자전거에 치여 설 자리가 비좁은 보행자는 하늘도 한강도 바라보기 어려운 고립되고 어두운 환경을 걸어야 한다. 도시 지역과 한강변을 연결하는 나들목의 출연 빈도도 다른 한강공원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여러 오픈스페이스와 관계를 맺을 주요한 연결점에 위치하고 있어 네트워크에서 전략적 축을 이룬다.
유난히 추웠던 2019년 11월, 일정 중복으로 제대로 진행하지 못한 ‘국회대로 상부 공원 설계공모’를 떠나보내고 며칠 뒤 ‘한강변 보행네트워크 설계공모’에 접수 등록을 했다. 랩디에이치 팀원 5명은 우리 스튜디오 나름의 문화인 ‘사이트 디자인 데이’를 진행했다. 대상지 답사 직후 남아 있는 현장감을 살려 인근 카페에서 가벼운 구상안 샤레트를 하는 참여적 설계공모 문화다. 여의나루역에서 동작역까지 긴 답사를 마치고 다시 흑석역으로 돌아와 원불교 1층 카페에서 몸을 녹이니 해가 저물고 있었다. 구상안은 거의 그리지 못했다. 길이가 길고 구간마다 특수성이 다양한 답사 내용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데도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 며칠이 지나 팀원들은 자신이 맡은 구간에 대한 구상에 살을 더하며 정리하기 시작했고, 계획안에서 공통의 자취가 읽히기 시작했다. 그 자취의 집합은 모든 팀원의 지향점과 이용자들을 이끌고자 하는 방향성이 동시에 읽히는 어떤 패턴이었다. 한강을 향해 숨통을 여는 방향의 선형이 있었고, 선형들의 집합은 저마다 다른 율동감을 보이며 보행로를 따르고 있었다. 현재의 보행로와 자전거도로에 선의 집합이 더해지며 만들어지는 의미가 생각보다 컸다. 우리는 이를 ‘한강코드’라 이름 지어 제출하고 당선됐다.
우리가 한강변을 따라 찍는 한강코드들은 수변 길의 속도와 경험의 방향을 유도하고, 새로운 쉼터의 영역으로 그 자취를 확장하게 만드는 조작을 가능하게 하며, 해당 구간의 정체성을 새겨주는 지문이다. 이를 통해 세 가지를 성취하고자 했다. 가장 큰 목표는 보행자의 안전 확보였다. 좁은 보행로에서 자전거는 생각보다 위협적인 존재다. 보행로와 자전거도로의 적절한 분리를 유도해 보행자의 안전을 제고하려 했다. 안전한 보행로가 없는 구간에는 공중에 뜬 보행데크나 보행소육교를 제안했다.
다음 목표는 풍성한 보행 경험의 제공이었다. 한강 지천과 만나고 여러 교량 시설물이 혼재한 구간에서 영화 ‘괴물’의 한 장면 같이 예상하지 못한 경관 경험을 선사하는, 머물 만한 지점들을 찾을 수 있었다. 반면 긴 구간임에도 불구하고 쉼터가 없어 오랫동안 단조로운 아스팔트 길을 걸어야 하는 구간도 있었다. 특색 있는 경관 포인트에 전망휴게쉼터를 제안하고, 매력적인 길을 따라 걷는 경험을 선사할 벚꽃둔덕길, 억새띠녹지길 등 주제가 있는 길을 고안했다.
마지막 목표는 한강의 환경적 가치를 고취할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것이었다. 안타깝게도 대부분 실현하지 못했지만, 이 목표는 보행로와 노량대교와의 관계에서 만들어지는 특수한 조건에 뿌리를 두고 있다. 구교와 신교 사이 1m 정도의 틈에 놓인 철재 덮개를 걷어내 선형 스카이라이트를 설치함으로써 하부의 미기후를 건강하게 바꾸고, 그 아래에 레인가든을 두어 한강으로 방류되던 우수의 표면 유출수 일부를 여과하고 땅에 침투시키고자 했다. 눈에 드러나는 시설물을 추가하는 것을 넘어 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는 태도였다.
프로젝트를 구성하는 또 다른 축은 연결거점이라 이름붙인 보행 거점이자 쉼터다. 설계공모 지침에 9개의 연결거점 중 1~2개소를 제외하고는 다른 설계사무소와 협업해 만들어 통일성과 장소적 개성을 동시에 성취해야 한다고 지시되어 있었다. 연결거점이라는 생소한 개념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것이 작업의 시작이자 첫 번째 난관이었다. 마스터플래너와 협의를 거쳐 도출한 개념은 ‘쉴 만한 영역을 땅에 각인하기’였다. 언젠가는 낡을 오브제 같은 시설물을 설치하는 일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상습적으로 침수되는 한강변 공공 공간이 가져야 할 일종의 덕목 같은 기본 태도를 규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7개 협력 팀은 지면의 형상에 집중한 땅의 설계와 이를 뒷받침하는 물성의 정의를 통해 다른 보행로와 구분되는 영역성을 만들었다. 흥미로운 점은 마치 짜놓은 것처럼 9개소의 주 재료와 마감이 달랐다는 점이다. 잔디 블록, PC 콘크리트 블록, 골재 노출콘크리트, 목재 루버링, 조형 PC 블록, 테라조 콘크리트, 벽돌, 자연석, FRP 패널 등 외부 공간에서 사용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물성의 재료가 다양하게 적용됐다. 우리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했거나 인근 공공 프로젝트를 진행해 대상지에 대한 이해가 깊은 팀을 초대해 7개 협업 팀을 구성했다. 성공적인 협업으로 각자의 개성이 살아 있는 결과물을 만들 수 있었다. 글 최영준
한강코드의 상세
5.6km의 선형 대상지는 조사·설계 과정에서도 중간에 한 번은 쉬어야 할 긴 연장이었다. 따라서 유사한 조건의 세부 구간으로 면밀히 구분하는 것이 중요했다. 전체 구간은 한강공원 연접부(여의도공원 P1), 노량대교 하부 및 전후 구간(P3/P4/P5), 지천 합류부(샛강 P2, 반포천 P6)로 나눌 수 있다. 한강공원 내 성격, 인접 도심지의 특징, 노량대교 및 한강다리와의 관계 등에 따라 마스터플랜 단계에서 6개 구간으로 나누고, 내부적으로 한 번 더 구분해 12개 구간으로 작업했다.
P1 구간은 여의도 한강공원의 중앙부에서 동쪽 끝까지의 영역이다. 이미 시민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고 자전거도로와 멀찍이 분리되어 있지만, 많은 인파가 몰리는 주말에는 보행자뿐 아니라 퍼스널 모빌리티와 레저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로 보행로가 혼잡해지고 충돌 위험도 커진다. 폭원이 넉넉한 공원 내 보행로이기에 띠 녹지를 2/3 지점에 불연속적으로 놓아 빠른 길과 느린 길로 구분하고, 녹지 영역 안쪽에는 더 느린 걸음의 호젓한 산책로를 두었다. 길가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상태로 방치되어 있던 휴게 시설과 대피 시설을 활용한 휴게 시설을 제안함으로써 보행자 통행량의 분산과 머무르는 시민의 영역 분산을 꾀했다.
P2 구간은 63빌딩 앞 문화마당과 샛강의 합류부다. 여의도 한강공원의 주변부에 방치된 공간이 있어 공간적 여유가 있었다. 문화마당 앞길은 자전거도로와 분리된 보행자만을 위한 길이었는데, 너비가 8m로 매우 넓고 문화마당을 둘러싼 유려한 지형의 후면이 안정감을 형성해주는 데다 길 양편에 벚나무가 심겨 있었다. 이 길의 중앙에 벚나무를 심은 20개의 연속된 둔덕을 계획했다. 둔덕의 안쪽은 여의도를 상징하는 3열의 벚나무 아래에서 율동감 있는 지형을 느끼는 ‘벚꽃둔덕길’이 된다.
P3 구간은 노들섬과 한강철교가 중앙에 있어 보행 환경이 가장 좁고 열악한 곳이다. 보행로 폭원을 확대하고 넉넉한 휴게 공간을 한강철교 양편에 하나씩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올림픽대로를 받친 제방의 사면 하단에 개비온 옹벽을 쌓아 제방을 육지로 밀어 넣음으로써 여유 공간을 조금이라도 확보해 보행자와 자전거도로를 분리하고 경관을 개선하는 여러 아이디어를 제안했는데, 결과적으로 쉼터 2개소만 실현됐다. 바지선을 한강에 띄워 어렵게 제방에 기초를 설치한 전망휴게쉼터 2개소를 만들었다. 자전거 거치대와 바 테이블 역할을 하는 안전 난간의 다기능 디자인에 초점을 두었고,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 모두 강의 시원한 경관과 질감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랐다.
*환경과조경416호(2022년 12월호)수록본 일부
글
최영준 Lab D+H 디렉터, 서울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조성희 조경Onn 실장
이정빈 HLD 팀장
권순엽 SOAP 소장
이남진 VIRON 소장
강한솔 ALIVEUS 소장
이치훈 SoA 소장
김지환 LADIO 소장
조경 설계 랩디에이치 조경설계사무소(Lab D+H seoul, 디자인팀: 최영준, 심보원, 최병길, 조애려, 조재연, 조상은, 강재우, 서규원)
협력 조경Onn(조경설계사무소 온), HLD(에이치엘디자인), SOAP(에스오에이피 건축사사무소), VIRON(조경기술사사무소 바이런), ALIVEUS(얼라이브어스), SoA(건축사사무소 에스오에이), LADIO(조경작업장 라디오)
구조 설계 BASE구조(베이스구조기술사사무소)
경관 조명 설계 및 전기 시공
경관 조명 설계: SAAD(라이팅스튜디오 사드)
경관 조명 및 전기 시공: 루미터치
시공 에이스종합건설
발주 서울특별시 도시공간개선단
위치 서울시 한강변(여의나루역~동작역)
길이 약 5.6km
설계 2019. 12. ~ 2020. 10.
공사 2020. 12. ~ 2021. 12.
완공 2021. 12.
사진 김지환, 김진환, 유청오, 최영준
랩디에이치(Lab D+H) 조경설계사무소는 설계를 통해 사회에 긍정적 영향력을 확산하고자 하는 조경 중심의 디자인 그룹이다. 한국, 미국, 중국 등의 문화를 기반으로 정원부터 마스터플랜까지 다채로운 성격과 규모의 프로젝트를 다룬다. 2014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설립되어 현재 한국의 서울, 중국의 상하이에 오피스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