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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T 스튜디오] 탕산 채석 공원
Tangshan Quarry Park
과거 버려진 채석장이었던 탕산 채석 공원(Tangshan Quarry Park)은 실험적 조경 설계가 인간의 활동 목적을 어떻게 바꾸고 지역 커뮤니티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지 보여준다. 40헥타르에 달하는 대상지는 난징(Nanjing)에서 한 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으며, 탕산국립관광단지 남측에 위치한다. 또한 이곳은 동남대학교(Southeast University)가 계획한 탕산온천타운의 새로운 휴양지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7년 중국의 주택도시농촌개발부(Ministry of Housing and Urban-Rural Development)는 도시 개선 및 생태 복원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의 목적은 도시 문제를 관리하고 환경의 질을 개선해 도시 기능을 완성하는 것이었다. 버려진 채석장은 생태 복원과 도시 치유를 동시에 꾀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토다오 디자인(Totao Design)과 동남대학교, 클라이언트와 협업하며 현장을 수차례 방문하고 부지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을 논의했다.
기존 지형과 수계에 따라 땅을 정지해 네 개의 채석장과 초원, 놀이 공간, 세 구역으로 구성된 싼뎨 호수(Sandie Lake)를 비롯해 활기가 넘치는 공간을 마련했다. 독특한 지리적 특성을 고려해 각 채석장에 다른 기능을 부여했다. 깊고 은폐된 동쪽 채석장은 조용하고 편안하게 온천을 즐길 수 있는 호텔 내부 구역으로 탈바꿈됐다. 주변을 향해 열린 넓은 서쪽 채석장은 음악 축제와 캠핑을 즐기기에 완벽한 공간이다. 중앙에 위치한 채석장 두 곳은 시각적으로 돋보이는 공간으로 대중에게 새로운 관점으로 채석장을 바라보게 한다. 또한 안전, 비용, 유지·관리 및 생태적 영향, 다양한 경험을 고려한 하이킹 시스템을 구축했다. 안전 문제는 최우선으로 중요하게 다뤘다. 채석장이 무너지지 않도록 엔지니어, 사면 보호 전문가와 함께 침식 제어 장치를 고안했다.
기능 배치와 생태 관리뿐 아니라 공간의 스케일과 재료는 조경 설계를 통해 궁극적으로 도출해야 하는 결과물 중 하나다. 40헥타르의 부지에서 150m 높이의 산이 주는 느낌과 650m 연장의 오픈스페이스가 주는 경험을 이해해야 했다. 예를 들어, 초원은 길이가 150m에 달하고 내부의 레벨 차가 30m에 이른다. 하지만 지평선의 끝이 산과 닿아 있어 실제 규모보다 시각적으로 공간의 크기가 작게 느껴진다. 입구의 수 공간은 한때 양어장이었다. 널찍한 수면 위에 어떤 시각적 요소도 없기 때문에 실제보다 작아 보인다. 따라서 사람들이 연못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없도록 다양한 각도를 고려해 연못에 시각적 장벽을 더했다.
지속가능한 도시공원
도시공원은 지난 수십 년 동안 토지 가치를 높이고 부동산 개발을 촉진하는 역할을 했다. 단기 목적으로 진행된 개발에는 유지·관리의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다. 난징의 탕산 채석 공원은 온천 호텔, 레스토랑, 뮤직 페스티벌, 가족과 이웃을 위한 놀이 공간 등 다양한 공간과 수익 시설을 갖추고 있어 관리가 용이하다. 이 공원은 중국 지역 사회를 위한 도시공원의 모델을 대표하게 될 것이다.
녹지와 흙으로 지오셀(Geo-cells)을 덮어 자연을 개선하는 방식은 많은 비용이 들 뿐 아니라 예측하지 못한 효과를 일으켜 늘 논란을 야기한다. 당장의 실수를 숨기는 일은 정교하지 못한 개발을 일으킬 뿐이다. 탕산 채석 공원은 사람들이 어떻게 환경 문제를 다루고 더 지속가능한 개발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교육 공간이 될 것이다.
Landscape Architect Z+T Studio, Landscape Archictect
Lead Designer Zhang Dong, Tang Ziying
Designer Team Zhang Qing, Xu Min, Chen Yifan, Yuan Shuai, Yang Yupeng, Liu Xin, Bian Shaohao
Installation Design Z+T Art Studio
Designer Team Liu Hongchao, Zheng Jialin, Fan Yanjie, Sun Chuan
Location Nanjing, China
Area 40ha
Completion 2019. 3.
Photograph Zhang H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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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T 스튜디오] 아란야 공원
Aranya Park
아란야 공원(Aranya Park)은 중국 북동부 대규모 해안 도시의 중심인 친황다오(Qinhuangdao) 시에 자리 잡고 있다. 훼손된 자연을 복원하고 지역 유산인 녹지를 공공 자산으로 전환하여 조성한 공원이다. 중국에서 생태 관광은 흔히 경제 성장을 위한 동력으로 이용되지만, 이 공원은 생태계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개발 전략을 수립하는 실험이자 사례다.
지속가능한 생태계
중국 북동부의 해안 경관은 혹독한 기후와 염분 및 모래로 구성된 토양으로 인해 신중하게 다뤄져왔다. 50여 년 전 친황다오 시는 해안 재조림을 위한 환경 복원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토지 복구를 위해 사구에 식재된 아까시나무는 오랜 시간에 걸쳐 독특하지만 매우약한 해안 산림 생태계를 만들었다.
50년 전 복원 프로젝트의 사명은 단순했고 설계 시 인간의 활동을 신중하게 고려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고 경제가 발전하면서 근처 대도시의 관광객과 휴양객이 친황다오 해안으로 몰려들었다. 큰 변화 속에서 기존 생태계를 유지하며 새로운 현실에 대응해 지속가능한 환경을 구축하는 일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전략
아란야 공원에는 아까시나무 숲이 있다. 지난 수년간 지반은 토양 염분화로 악화되었고 불충분한 생태 복원과 유지·관리로 인해 방풍림 역할도 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여가 활동이 지역 사회의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훼손된 해안 산림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 일련의 전략을 세우고 실행했다.
숲 보호: 사구 방향 진입로에서 숲으로 바로 들어오는 동선이 생태계를 손상시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 도보 통행을 허용하되 숲 내 토양에 직접 접촉하는 것을 제한하는 통행 체계를 제안했다. 두 길의 교차점에 라이팅 링(Lighting Ring)이라는 360도로 산림지를 전망할 수 있는 원형 보행교를 설치했다. 이 구간은 반투명 아크릴 기둥 스크린으로 둘러싸여 있다. 아크릴 기둥은 고요한 안뜰 같은 공간감을 형성하고, 반투명 스크린은 바람의 미묘한 소리와 더불어 빛과 그림자를 포착한다. 보행자에게 숲에서의 극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토양 정화: 체계적 복원을 위해서 방풍 기능을 보존하고 자생종인 아까시나무를 추가 식재했으며, 생화학적 방식의 토양 개량과 척박한 토양 복원을 위한 관개와 배수 개선을 진행했다. 무너져가던 숲의 토양이 안정됐고 환경이 크게 개선됐다.
저영향 설계: 저영향 설계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부지의 잠재력이 제공하는 기회를 발굴하는 것이다. 개발을 위해 모래와 흙을 채취하면서 사구 내 숲과 도로 사이에 폭이 좁은 틈이 생겼다. 지형이 갖는 이점을 활용해 미끄럼틀, 모래밭, 습지 정원, 물 놀이터 등 여가 공간을 구성하고 틈을 안정화하기 위한 공학적 조치를 했다.
환경 교육:도시에서 오는 방문객을 고려해 다양한 연령대가 작물을 직접 보고 농사를 체험할 수 있는 소규모 텃밭을 조성했다. 해양 생물에서 영감을 받아 조성한 불가사리 농장, 물고기 뼈 파빌리온, 파도 운하가 공간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 자연과 인공 요소의 결합은 독특한 경관에 대한 친밀한 경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생태계 형성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아란야 공원을 특별하고 기억에 남을 공공 공간으로 만든다.
Lead Designer Zhang Dong, Tang Ziying
Designer Team Zhang Qing, Chen Yifan, Gu Xinjun, Xi Qi, Yang Yupeng, Wang Qi
Installation Design Z+T Art Studio
Designer Team Liu Hongchao, Sun Chuan, Zheng Jialin, Fan Yanjie, Hu Yihao
Location Qinhuangdao, China
Area 7.4ha
Completion 2018. 6.
Photograph Zhang H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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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T 스튜디오] 도리 공원
Dory Park
인구 밀도가 높고 인프라가 노후된 도시는 더 나은 생활 환경을 구현하기 위해 오픈스페이스를 조성하거나 개선할 필요가 있다. 그 결과 도시를 둘러싼 농업 용지가 도시화 과정에서 여가를 위한 커뮤니티 공원으로 재편되기도 한다.
도리 공원(Dory Park)은 중국 남부 대도시인 광저우의 바이윈(Baiyun) 산에서 서쪽으로 4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커뮤니티 공원이다. 처음 대상지에 도착했을 때, 얼마 전 개발된 인근의 평범한 오픈스페이스로 인해 장소의 역사성이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 하지만 다른 블록은 활기로 가득 차 있었다. 의류 액세서리, 장갑, 지퍼를 파는 작은 가게들이 북쪽에 즐비했고, 이를 통해 과거 대상지의 역사를 엿볼 수 있었다.
미래의 숲
지난 몇 년 동안 양식장으로 활용했던 부지를 조망하니 독특한 특징이 있었다. 항공 사진으로 본 연못은 격자무늬를 띠고 있고 독특한 질감이 느껴지며 색감은 추상화를 연상시켰다. 물고기는 연못에서 자라며 알을 낳고 물고기 소매상은 알을 구입해 물고기로 키워 시장에 판매했는데, 이 단순한 절차는 지역을 대표하는 농법을 보여 준다.
숲에서 농경지로, 연못으로, 공장으로 바뀐 경관을 숲으로 변화시켜 원래 모습을 되찾고자 했다. 이를 위해 양식장과 양식 과정을 설계를 통해 재현했다. 급격한 개발로 긴 역사를 갖지는 못했지만 대상지의 맥락은 기억될 만한 가치가 충분했다.
커뮤니티 주택을 디자인하는 일본 건축가 소우 후지모토(Sou Fujimoto)는 녹색으로 뒤덮인 공간을 ‘미래의 숲’이라고 정의했다. 우리는 물고기의 형태를 공원의 핵심 디자인 언어로 활용하면서 대상지의 역사를 상기시키는 요소로 물을 이용했다.
*환경과조경409호(2022년 5월호)수록본 일부
Landscape Architect Z+T Studio, Landscape Architecture
Lead Designer Zhang Dong, Tang Ziying
Designer Team Zhan Qing, Yang Yupeng, Chen Yifan, Bian Shaohao, Du Xinbo, Wang Qi, Wei Jierui
Installation Design Z+T Art Studio
Designer Team Liu Hongchao, Zheng Jialin, Fan Yanjie, Wang Hu, Zhang Zhexin
Location Guangzhou, China
Area 1.67ha
Completion 2018. 9.
Photographs Zhang Hai, Lu B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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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T 스튜디오] 덩윈 디스커버리 공원
Dengyun Discovery Park
덩윈 디스커버리 공원(Dengyun Discovery Park)은 자연 속에서 상상력을 키우고 탐험하는 이들을 위해 조성됐다. 대상지는 중국 남해안 지역의 거대 도시인 푸저우(Fuzhou) 교외에 있다. 부지의 표고 차가 상당해 다양한 자생 식물이 자라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 기존 여건 속에서 생태계와 녹색 통로의 기능을 그대로 유지하며 놀이터, 자연과 상호 작용하는 시설을 설치하고자 했다.
DNA 체인
입구의 놀이터는 건설 현장에서 차량 통행을 위한 플랫폼으로 사용됐던 공간이다. 이곳에 자연 탐사 여행의 시작을 상징하는 6m 높이의 DNA 체인을 설계했다. DNA와 유사한 모양을 가진 나선형 구조물이며 우주 생명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 필수 원소의 형태를 참고했다. 역동적인 곡선과 거미줄 구조의 내부 공간은 우주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하며 다양한 활동을 유도한다.
휴식의 공원
공원 쪽으로 좀 더 이동하면 언덕 사이에 자리한 반사 연못인 유란 풀(Youlan Pool)을 만나게 된다. 주변이 탁 트인 유란 풀의 대각선 가장자리에서는 먼 곳의 개활지까지 볼 수 있다. 콘크리트로 만든 풀을 둘러싼 가느다란 선은 인공 수계와 밖을 구분 짓는 경계이며, 홍수가 발생하면 선의 양쪽 수면 높이가 동일해진다. 이곳은 언덕 반대편의 철골 수로와 연결된다. 여름날 사람들은 풀에서 물놀이를 즐기거나 그늘에서 쉬며 휴식을 취한다.
공원 순환로를 따라 놀이와 휴식 공간을 설계했다. 고사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분수 제이드 펀(Jade Fern)에서는 더운 날씨를 식혀줄 물방울이 흩날리고, 파빌리온 돔에서는 모임을 열거나 공연을 할 수 있다. 돔의 육각형 패턴은 베일과 같이 내부와 외부를 구분 짓는다. 패턴의 스테인리스 스틸은 거울처럼 주변 환경과 사람의 모습을 반사함으로써 분리된 내부와 외부를 이어준다.
*환경과조경409호(2022년 5월호)수록본 일부
Landscape Architect Z+T Studio, Landscape Architecture
Lead Designer Zhang Dong, Tang Ziying
Designer Team Zhang Qing, Yang Yupeng, Chen Yifan, Qian Qinhe, Zhou Teng, Lou Siyuan, Wang Qi
Installation Design Z+T Art Studio
Designer Team Liu Hongchao, Zheng Jialin, Fan Yanjie, Wang Hu, Zhang Zhexin, Zhang Siyu, Zhang Yichao, Sun Chuan, Liu Binyuan
Location Fuzhou, China
Area 2ha
Completion 2020. 11.
Photographs Holi&cli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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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T 스튜디오] U–센터 광장
U-Center Plaza
U–센터 광장은 베이징 우다오커우(Wudaokou)에 위치한 쇼핑몰 U–센터 측면에 조성된 광장이다. 교통 요충지 한복판의 U–센터 주변에는 버스 터미널, 택시 정류소, 자전거 주차장이 있으며 50년 이상 사용된 철도 건널목이 있다. 지역 내 10곳의 대학교와 인근 영화관으로 인해 유동인구가 많아 쇼핑몰에 큰 이익을 가져다주는 동시에 혼잡한 환경을 만들기도 했다.
철도 건널목은 50년 전 우다오커우를 지역의 중심지로 부상시켰다. 우다오커우라는 지명 또한 건널목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이다(다오커우는 중국어로 철도 건널목을 의미한다). 쇼핑몰 주변 공간을 재구성하면서 철도 건널목의 역사와 이 같은 역사의 근본적 가치, 즉 하나의 공간에 서로 다른 시간이 공존할 수 있는 개념을 구축하고자 했다. 활용도 낮은 공간을 개선하는 것을 넘어 쇼핑
몰 측면의 기다란 주차장을 대체할 광장을 만들고, 사람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며 대상지와 주변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자 했다.
새로운 목표와 프로젝트의 복잡성으로 인해 전통적 조경 설계 문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과제들이 생겨났다. 광장의 경관은 대도시 라이프스타일에 걸맞은 속도로 스스로 변모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광장 일부를 지름 17m의 턴테이블로 설계했다. 턴테이블이 360도 회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50분이다. 턴테이블 안팎으로 광장을 가로지르는 얕은 풀(pool)을 설치했는데, 50분마다 풀이 맞물리며 풀 속 분수와 조명이 작동하게 된다. 분수와 조명은 턴테이블이 멈춰서 있는 10분 동안 물과 빛을 내뿜으며 광장을 활기 넘치는 축제의 길로 만든다. 어떤 이들은 갑자기 솟구치는 분수에 놀라고, 또 어떤 이들은 다시 그 순간이 찾아오길 기다린다. 반복되는 사이클을 철도 건널목에서 일어나는 움직임의 패턴과 비슷하게 만드는 과정을 통해, 시간이라는 개념을 구체적 경험으로 만들 수 있었다.
*환경과조경409호(2022년 5월호)수록본 일부
Landscape Architect Z+T Studio, Landscape Architect
Lead Designer Zhang Dong, Tang Ziying
Designer Team Zhao Hua, Xu Min, Liu Xin
Installation Design Z+T Art Studio
Designer Team Liu Hongchao, Zheng Jialin, Fan Yanjie, Sun Chuan, Wagn Hu, Zhang Zhexin
Location Beijing, China
Area 0.36ha
Completion 2016. 5.
Photograph Zhang H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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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T 스튜디오] 취장 크리에이티브 서클
Qujiang Creative Circle
중국 시안(Xian)의 취장 신구(Qujiang New District)에 위치한 크리에이티브 서클(Creative Circle)은 쇼핑몰, 오피스 빌딩, 호텔, 아파트, 여가 시설 등이 모여 있는 도심 복합 시설이다. 프로젝트의 목표는 고대 도시 시안의 고유한 패턴을 재해석하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선보일 수 있는 신개념 도심 구역을 만드는 것이었다. 도로 구성을 전체적으로 재정비하고 도시 광장을 조성했다. 독립적인 건물 사이의 원활한 연결을 위해 4층에 하이 라인 파크(High Line Park)를 만들었다. 여러 시설이 모인 만큼 다양한 요구 사항을 적절히 절충한 설계가 필요했다. 이러한 맥락을 고려해 최대한 많은 공간 활용 시나리오를 검토했다.
문화적 미니어처
당나라 시대 장안이라 불렸던 시안은 황하 유역의 고대 문명 발상지 중 하나로 중요한 역사적, 문화적 유산을 가지고 있다. 중화 민족의 변화를 기록하는 문화적 미니어처로서, 시안의 비석 숲이라 불리는 베이린 박물관(Beilin Museum)에는 모든 세대를 통틀어 가장 영향력 있는 대표적 서예가들이 제작한 비석과 조각이 모여있다.
이 중 번영하는 장안의 팔경을 표현한 작품은 화(Hua) 산의 우아한 봉우리들, 안개가 자욱한 차오탕 사원(Caotang Temple)의 비경, 바허(Bahe) 강의 시적인 설경, 리산(Lishan) 산에 드리우는 극적인 일몰, 취장 풀(Qujiang Pool)의 고결한 정원, 타이바이(Taibai) 산의 눈부신 빙하, 웨이허(Weihe) 강의 유서 깊은 페리, 대안탑(Giant Wild Goose Pagoda)의 장엄한 일출을 담고 있다. 가상과 현실이 섞인 장안 8경은 인간의 지혜와 자연의 풍요로움이 자아내는 완벽한 조화를 보여준다.
최신 기술과 좋은 재료를 결합하여 8경을 재현하는 것은 기능적 요구에 충실한 설계일 뿐 아니라 문화적 흔적을 상기하게 만드는 일이다. 이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교두보 역할을 한다. 이 같은 개념을 기반으로 다섯 개 시설물의 디자인을 시작했다.
*환경과조경409호(2022년 5월호)수록본 일부
글 Z+T
Landscape Architect Z+T Studio, Landscape Architecture
Lead Designer Zhang Dong, Tang Ziying
Designer Team Zhou Xiao, Niu Yuxuan, Gu Xinjun, Yang Yupeng, Qian Qinhe
Installation Design Z+T Art Studio
Designer Team Liu Hongchao, Zheng Jialin, Fan Yanjie, Sun Chuan, Zhang Zhexin, Zhou Shiqi, Hu Yihao
Location Xian, China
Area 7ha
Completion 2019. 2.
Photograph Zhang H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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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T 스튜디오] 주주리 정원
Jiu Zhu Li Garden
중국 화동 저장(Zhejiang) 성 닝보(Ningbo)에 위치한 주주리(Jiu Zhu Li)는 도서관, 독서실, 피트니스 센터, 카페테리아를 갖춘 커뮤니티 센터다. 주거용 건물과 간선 도로 사이에 자리 잡은 5,000m2 규모 삼각형 부지에 센터와 어울리는 정원을 조성했다.
‘하늘의 정자’를 뜻하는 천일각(天一閣)에서 영감을 받아 정원의 개념을 세웠다. 천일각은 16세기 닝보에 세워진 2층 건물로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사설 장서각이다.
앞마당에는 중국 전통 정원을 갖추고 있다. Z+T는 현대 도시 생활에 부합하는 동시에 지역의 문화 및 전통적 정원 설계 문법을 전달하는 설계를 모색했다. 토속 풍경의 본질은 일종의 장식물로 복제되기보다는 학습되고 변화되어야 한다. 공간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고전의 정신을 구현하고, 경관을 통해 자연을 경험하고 감상할 수 있는 내향적 공간을 만들었다.
주주리 정원의 자연은 고전 정원의 미니어처가 아니다. 시간, 빛, 그림자, 물, 나무, 바위를 한데 아우르고 자연 요소와 인공적 환경을 다채로운 경험과 결합시켰다.
주요 공간
주주리 정원은 입구 마당, 남쪽 통로, 톈이(Tianyi) 물의 정원, 고요의 연못, 빛과 그림자 통로 등으로 구성되었다. 공간의 비율, 전환, 연결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천연 마감석, 금속, 불투명 U자형 유리와 유리 패널 등 재료 전반을 신중히 연구했다.
*환경과조경409호(2022년 5월호)수록본 일부
글 Z+T
Landscape Architect Z+T Studio, Landscape Architecture
Lead Designer Zhang Dong, Tang Ziying
Designer Team Xu Min, Yao Yu, Bian Shaohao
Location Zhejiang, China
Area 0.5ha
Completion 2017. 2.
Photograph Zhang H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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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T 스튜디오] 우전 아리라 호텔
Wuzhen Alila Hotel
중국 우전(Wuzhen)에 위치한 아리라 호텔(Alila Hotel)은 수천 마리 왜가리 떼가 서식하던 버려진 농가에 지어졌다. 농가의 경관을 보존하기 위해 습지를 보전하고, 호텔에 즐거움을 불어넣을 수 있는 요소를 추가했다.
이 호텔은 고대 중국의 도시 관수 체계를 바탕으로 개발된 새로운 커뮤니티 공간이다. 내부 수경관과 주변 환경의 관계를 탐구하여 아름다울 뿐 아니라 수자원 조절 작용과 습지 재생 기능을 갖춘 경관을 만들었다.
물길과 식생
호텔의 객실은 물의 미로로 둘러싸여 있는데, 역사적으로 중국 동남부 수상 도시로 유명했던 우전을 떠올리게 한다. 폭이 10m에 달하는 세 개의 물길(두 개는 동-서 방향, 하나는 남–북 방향이다)은 중요한 중심축으로서 리셉션 입구, 식당과 레크리에이션 구역, 객실을 구분하는 기준이 된다.
여섯 갈래의 물길은 123개의 객실을 7개 구역으로 나눈다. 물길은 전망을 완성하는 틈을 만들고, 내·외부 물의 순환을 돕는다. 지표면의 수생 식물은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고, 단지 서쪽에 위치한 물길에는 호텔의 유출수가 흘러 들어간다.
식생은 진흙의 토양과 손쉬운 이식을 염두에 두고 선정됐다. 나뭇가지가 지붕 모양으로 우거지는 메타세쿼이아를 좁은 길을 따라 식재해 수직을 이루는 선형 공간들을 강조했다. 나뭇가지의 섬세한 질감은 건물 지붕의 윤곽, 흰색 벽과 대조를 이룬다. 장식적 기능을 하는 녹나무, 자몽나무와 같은 상록수는 건축의 강하고 단순한 선을 부드럽게 만든다.
옛 선조들이 고안한 물의 미로는 수원지 근처 고밀도 거주지에서 홍수를 막는 방책이다. 또한 공간 구성의 가이드라인이 되기도 하는데, 인프라 기술과 사회적 기능의 조합은 새로운 이미지를 만든다. 사람들이 창문을 열거나 뜰을 걷고, 길을 따라 이리저리 다니는 모습은 물에 반사되어 독특한 형상을 만들어낸다.
가사와 경관
객실 단지의 경관은 역사 속 중국 동남부 수상 도시의 여성 노동자의 이야기를 다룬 동시대 가사를 바탕으로 설계했다. 이 가사에는 계절의 변화에 따른 수상 도시의 모습이 잘 드러난다. 1월에는 안개가 끼고, 2월에는 개천이 강물이 되며, 3월이면 구름이 두꺼워지고, 4월이면 여자들은 짚을 엮고, 5월이 되면 시인들이 달빛 아래 배를 띄우며, 6월에 연꽃이 피고, 7월에 난초향이 나는 노가 연인에게 여성의 소원을 전해주고, 8월이 되면 사람들은 불경의 구절을 외우고, 9월이 되면 신들은 바다와 하늘을 오가는 뗏목을 만들고, 10월에 여자들은 집으로 돌아오는 남자들을 기다리고, 11월에 고독한 여행자는 집으로 돌아가며, 12월이 되면 눈 오는 밤에 찾아오는 손님을 환영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시적인 이미지
상상과 현실 사이를 오가며, 추상적인 시적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시각화했다. 호텔 각 뜰의 빈 공간, 시야와 빛을 여러 번에 걸쳐 연구한 내용을 토대로 공공 영역에 다섯 개의 경치와 개인 호텔 방에 숙박하는 손님들을 위한 일곱 개의 경치를 설정했다. 간결한 디자인으로 구현한 경치는 은은한 빛과 그림자의 대조를 볼 수 있는 비 오는 봄날 등 시골 풍경과 가사 속에 등장하는 토속적 풍경을 보여준다.
열린 반응과 해석
우전 아리라 호텔은 중국 내 물이 풍부한 지역의 사회, 문화, 환경적 맥락을 바탕으로 전략적인 경관 인프라를 탐구했다. 최소한의 설계적 개입으로 열린 반응과 해석을 강조했으며, 지역 경관의 정체성을 드러내고자 했다.
*환경과조경409호(2022년 5월호)수록본 일부
글 Z+T
Landscape Architect Z+T Studio, Landscape Architecture
Lead Designer Tang Ziying, Zhang Dong
Designer Team Zhang Yanan, Liu Xin, Chen Yifan, Wang Mo, Zhang Meifang, Yao Yu, Sun Chuan, Xi Qi, Peng Yang, Yu Yongfei
Location Zhejiang, China
Area 5ha
Completion 2018. 8.
Photographs Zhang Hai, Hao Shao, Yao 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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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T 스튜디오] 매직 국제 유치원
Magic International Kindergarten
아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재탄생
중국 상하이 바오산(Baoshan)에 위치한 매직 국제 유치원(Magic International Kindergarten)은 주택 단지 내 분양 센터를 리노베이션한 프로젝트다. 2008년, 3,100㎡의 부지를 다양한 활동을 위한 야외 놀이터로 탈바꿈하기 위해 센터를 이전하고 유치원에 필요한 야외 공간 계획을 시작했다.
부지는 상업 도로들에 의해 산산조각 나 있었다. 높은 밀도로 식재된 관목은 벌레와 모기가 밀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아이들에게 잠재적 위험 요소로 작용했다.
‘특별한 아이, 특별한 교육’이라는 유치원 철학에 부합하도록 맞춤 제작된 인터랙티브(Interactive) 시설을 조성하고 기존 수목을 보존하면서 숨겨진 오픈스페이스를 최대한 발굴해 활용했다. 유치원이 아이들의 첫 번째 교육의 장인 점을 고려해 상상력과 영감을 자극하는 열린 공간을 제공했다.
세부 전략
먼저 환기와 안정성을 위한 시야를 확보하고자 관목을 적절히 정리했다. 기존 수목을 최대한 보존하되 몇몇 지점의 높이에 변화를 주었다.
입구에 있던 수경 시설은 아이들을 환영하는 통로로 바꾸었다. 삼각형의 파란 천을 엮어 투과성을 갖는 천막을 만들었다. 천막을 통과한 햇빛은 돌로 포장된 바닥을 푸른빛으로 물들이고 그림자와 함께 예술적 풍경을 만든다.
소방안전차로의 일부는 매직 국제 유치원의 로고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 얼룩말 무늬를 활용해 만든 야외 카펫은 흥미를 자극하는 요소인 동시에 소방 안전기능을 담당한다.
중심에는 경사진 잔디 언덕을 조성하고, 시멘트 사면에 둘러싸인 원형 공간을 만들었다. 이곳은 아이들이 야외에서 학습하고 역동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놀이 공간이 되었다. 방문객 주차장은 30m 달리기 트랙으로 바꾸었다. 이 트랙을 통해 다른 활동 공간을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기존의 토대를 살리고 대상지 경계를 재구성할 수 있었다.
수동 관수 시스템을 갖춘 다섯 개의 플랜터를 포함해 어린 아이들을 위한 일련의 인터랙터브 시설을 만들었다. 아이들이 놀이를 하는 동안 자연과 친해지도록 구성했다. 모듈형 정글짐은 기어오르고, 매달려 오르고, 미끄러져 내려오는 시설이다. 원형 램프와 선(Sun) 잔디밭은 녹나무 아래에서 아이들이 안고 뛰어 놀 수 있고 소규모 커뮤니티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불필요한 공사비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하 인프라 도면을 구해 설계에 참고했다.
여덟 가지 전략을 통해 개방적이면서 안전하고 즐거운 환경 속에서 유년기 아이들의 가치관, 건강, 사회 및 운동 기능 발달을 꾀할 수 있는 야외 공간이 탄생했다.
*환경과조경409호(2022년 5월호)수록본 일부
글 Z+T
Landscape Architect Z+T Studio, Landscape Architecture
Lead Designer Zhang Dong, Tang Ziying
Designer Team Fan Yanjie, Liu Hongchao, Zheng Jialin, Sun Chuan, Wang Hu, Zhang Zhexin
Installation Design Z+T Art Studio
Location Shanghai, China
Area 3,100m2
Completion 2019. 9.
Photograph Li 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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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T 스튜디오] 인터뷰: 참여와 실험이 그리는 경관
2014년 설립된 랩디에이치는 다국적 문화를 바탕으로 넓은 스펙트럼의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있다. 2018년 최영준은 한국으로 돌아와 서울 오피스를 이끌고 있지만, 지금도 종종 중국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동시대 중국 조경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고 있다. 랩디에이치의 다른 사무실과 독립적인 사무실을 운영하며 젊은 건축가와의 협업을 즐기는 최영준에게 스튜디오 내에 디자인 아틀리에와 세 개의 랩을 두고 독특한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Z+T의 두 소장은 흥미로운 인터뷰가 아닐 수 없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얼굴을 마주할 수는 없었지만 이메일을 통해 오간 즐거운 대화를 지면에 옮긴다. 최영준은 2014년 랩디에이치 로스앤젤레스 오피스에서의 만남을 회상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중국에서 나고 자란 서울 오피스의 조재연(Zhao Zaiyan) 디자이너가 대화에 동승했다. 인터뷰를 끝마치며 최영준은 간단한 소망을 덧붙였다. “이번 여름 광주에서 열리는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마스크 없이 만날 수 있으면 더 좋겠습니다.” _ 편집자 주
5년 전, Z+T 아트 스튜디오의 워크숍을 방문했었죠. 얼마 지나지 않아바이오필릭 랩(Biophilic lab)의 출발을 알리는 글을 위챗(WeChat)에서 봤고요. 오랜만에 홈페이지를 살펴보니 랩이 하나 더 늘었더라고요. 기술적·전문적 성숙과 축적이 이루어지는 것 같아 부럽습니다. 각 랩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무엇인가요. 각 랩이 주체가 되어 별도로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있는지, 아니면 Z+T의 프로젝트를 주제와 기술의 관점에서 가로지르려는 노력인지도 궁금합니다.
새로 문을 연 T-랩은 재료와 구조를 중점적으로 연구합니다. 정교한 설계와 제작에 대한 창의적 아이디어 제공을 목표로 한 탐색적 성격의 스튜디오죠. 최근 아트 스튜디오의 프로젝트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실현 가능성의 문제에 부딪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T-랩은 이러한 현실적 한계를 뛰어넘어 디자인 사고의 폭을 넓히고 디자인적 가능성만을 고민하기 위해 만든 연구소입니다. T-랩은 아트 스튜디오 공장 옆 컨테이너에 있어요. 작년에 스튜디오로 개조했죠. 현재 T-랩이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없습니다. 주로 목업(mock-up) 작업이나 새로운 재료 사용을 시도해보고 있어요. 바쁘지 않을 때 디자이너와 함께 재료 회사의 작업실로 워크숍을 가 재료와 구조를 탐구하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현재 Z+T의 랩에는 아트 스튜디오, 바이오필릭 랩, T-랩, 세 개 스튜디오가 있습니다. 아트 스튜디오만 독립적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고, 나머지 두 스튜디오는 프로젝트에서 보조적 역할을 하는 연구 성향이 더 강해요. 이런 연구는 조경 산업에 더 폭넓게 관심을 갖게 하고 프로젝트를 실제로 구현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적절한 기회가 생기면 연구 과정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프로젝트에 적용해보고 싶어요.
조경 주도적 또는 조경 독립적 프로젝트를 많이 수행하는데, 건축, 토목 등 다른 분야와 협력하는 노하우가 있나요?
아마 대부분의 조경가가 그렇겠지만, 조경이 비교적 독립성을 가질 수 있는 프로젝트를 선호합니다. 건강한 협력 관계를 만들 수 있는 건축 회사와 함께 일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서로가 추구하는 완성도와 아름다움에 대한 의견이 비슷하고 상호 존중이 전제되어야 하죠. 여러 방면에서 뜻이 맞지 않는 팀과는 협업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 맞닥뜨리면 현실 여건을 고려해 합리적 선택을 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일정 부분 양보를 할 때도 있어요. 하지만 Z+T의 원칙을 져버려야 하는 상황이라면 프로젝트를 포기할 겁니다. 협업에 있어서는 불교도가 흔히 말하는 숙명적인 ‘운명’을 기대하는 편입니다.
『뉴 호라이즌스(New Horizons)』에서 Z+T의 작업을 축약하는 키워드로 참여(participatory)를 꼽았고, 2018년에는 『참여의 경관(Participatory Landscape)』을 출간한 바 있죠. 공공 대상의 참여 프로젝트는 의도한 대로 되지 않아 실패하기 쉽고, 보상 개념의 인센티브가 분명하지 않으면 참여 유도가 어렵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참여를 끌어내는 노하우가 있나요?
참여는 ‘그림 같은 경관으로서 조경’과 대조를 이루기 위해 사용한 단어예요. 경관은 감상하는 대상이 아니라 참여할 수 있는 대상이라는 것, 즉 인간은 경관과 대립적 요소가 아니라 경관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경관이 제공하는 활동에 참여하고 자연환경에 들어감으로써 사람들은 자연과 더불어 자기 자신을 이해하게 되고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Z+T가 추구하는 불변의 디자인 철학이기도 합니다.
사실 전문적인 설계 방법론으로 사용자 참여 디자인을 적용한 프로젝트를 해본 적은 없어요. 현재 상하이에서 주민 참여를 독려하는 커뮤니티 리노베이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경험을 쌓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의 경험과 비교해볼 때, 중국에서는 조경가가 사회에서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존경을 받는 편입니다. 최대한 많은 이를 만족시키는 ‘정치적으로 올바른’ 조경 프로젝트가 늘 모두를 만족시키기는 어렵습니다. 절충된 합의안보다는디자인에 신념을 갖고 주도적으로 완성도 높은 설계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면 사용자의 적극적 참여를 끌어낼 수 있을 거예요.
재료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죠. 자외선, 비바람과 싸워야 하는 조경의 특성상 재료에 제한이 많은 편인데, 안전 관련 규정 등으로 인해 선택의 폭이 더 좁아지고 있어요. Z+T는 늘 프로젝트에 새로운 재료를 사용하려 하죠. 내구성, 관리 문제와 반비례하는 예술적 물성의 구현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고 있나요.
재료 선택은 머리가 지끈거리는 과정 중 하나죠. 조경의 특성과 안전 관련 규정 외에도 가격, 클라이언트 수용력이 재료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컬러 필름이 부착된 아크릴은 실외에서 2~5년 정도 제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 재료입니다. 하지만 사용 면적이 넓지 않고 클라이언트가 이를 교체하는 데 큰 거부감이 없다면 아크릴을 추천하는 편입니다. 재료의 내구성과 효과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느냐가 중요합니다.
재료 사용에서 한계를 돌파하려면 디자이너가 능동적이어야 합니다. 시장의 동태를 파악하고 재료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만 재료를 사용할 때 발생하는 문제점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여건이 허락되면 사전에 테스트를 해보는 게 가장 좋습니다. 대나무, 밧줄, 그물, 유리 같은 재료는 예술적 측면에서는 아주 좋지만 내구성은 떨어집니다. 하지만 대나무의 방부 처리 등 기술적 측면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다면 어떨까요. 재료 관련 기술을 개발할 때 조경 자재 시장은 큰 돌파구를 찾게 될겁니다.
두 아들의 아빠로서 새로운 시도가 돋보이는 놀이 조경 프로젝트를 만나면 반갑습니다. 자연과 떨어진 도시 놀이터에 참여적 생태 개념을 어떤 방식으로 녹이는지 궁금합니다. 그 영감은 자녀에게서 받는지, 어릴적 기억에서 소환하는지도 알고 싶고요.
두 자녀와 함께 놀이를 할 때 관찰하고 경험한 것들, 유년 시절의 추억에서 비롯된 모든 것들이 영감이 됩니다. 『자연에서 멀어진 아이들(Last Child in the Woods)』은 현 시대 아이들은 야외에서 노는 것보다 실내에 머물러 비디오 게임을 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고 묘사했는데, 우리도 같은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책의 표현처럼 “아이들을 야외에서 뛰놀게 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도시에서 순수한 자연환경을 찾기 어렵기도 하지만, 놀이터 등 외부 공간이 어린이에게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가지 않는다는 점이 큰 문제입니다. 우리는 어린이가 기꺼이 전자 기기를 내려놓고 야외로 뛰어나갈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 놀이를 즐기는 동시에 자연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를 자극할 수 있는 놀이터를 디자인해 더욱 매력적인 장소를 만들고자 합니다.
『참여의 경관』에서 중국의 조경 교육은 건축, 식재, 예술 기반의 세 갈래로 나뉘고, 이로 인한 장단점이 있다고 설명했죠.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조경 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이를 위해 직원에게 강조하는 교육적 측면이 있나요.
미국에서 일할 때 동료들이 조경 업계는 “과잉 교육을 받는다”고 농담을 하곤 했습니다. 조경 실무를 하는 데는 학부 졸업만으로 충분합니다. 만약 석사 과정을 밟을 생각이라면 어떤 방면으로 나아갈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어요. 학교마다 조경 교육의 방향과 목표가 다른데,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과에 진학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조경 산업은 범위가 매우 넓어서 몇 년 만에 모든 것을 다 익히고 다루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전공이 무엇이든 열정과 열린 마음, 항상 도전하고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는 의지가 제일 중요합니다. 우리는 모든 직원이 넓은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독서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전공 서적뿐 아니라 역사, 철학, 과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서적을 통해 자신의 지식 창고를 업데이트 하도록 장려하고 있습니다.
U-센터 광장(U-center Plaza)의 회전하는 분수를 수업에서 보여줬을 때 학생들의 반응이 좋았던 기억이 나요. 철도가 있던 대상지의 기억을 상징화한 아주 흥미로운 디자인이죠. 유지·관리 등의 문제로 클라이언트가 반대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클라이언트에게 콘셉트를 제안할 때 콘셉트 자체의 의미뿐만 아니라 시공 방법, 공사비, 유지‧관리비도 함께 보여주어 의사 결정에 참고할 수 있도록 합니다. U-센터 광장의 콘셉트 디자인 보고서에는 회전 장치 제조 회사와 유지‧보수비에 관한 자세한 정보를 함께 담았죠. 클라이언트가 광장 옆 복합 상업 시설의 건물주이기 때문에 개장 후에도 광장을 매력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봤어요. 비용의 크기는 광장이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고 그로 인해 새로운 수익을 얼마나 가져다줄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모든 프로젝트에 낮은 유지·관리 비용을 사용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클라우드 파라다이스(Cloud Paradise, 2017)의 취시류환(曲溪流欢) 디자인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어릴 적 비 온 뒤 놀던 모래사장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런던의 다이애나 메모리얼 이후 가장 인상적인 수경 시설이에요.
대상지에 6%의 경사가 있는 소방도로를 반드시 포장면으로 만들어야 했어요. 그 위에 소방차의 통행을 방해하지 않는 디자인을 할 수 있었습니다. 취시류환은 장둥이 시골에서 보낸 유년시절의 한 풍경에서 영감을 받은 수경 시설이에요. 비가 와 질척거리는 산길, 빗물로 인해 생긴 작은 물줄기가 만들어낸 형상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죠. 콘크리트로 조각한 이 물줄기는 자연에 대한 현대인의 시선을 반영하기도 합니다. 진흙투성이 개울과 물웅덩이에서 아이들이 놀기 바라는 젊은 부모는 거의 없을 거예요. 대부분 그것을 더럽다고 느끼니까요. 하지만 콘크리트로 만든 물줄기에서 놀면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어린이들은 진흙투성이 개울과 물웅덩이를 더 좋아할지도 모르지만요.
종종 상업적 성격의 중국 프로젝트를 할 때 너무 과한 요소를 사용하는 건 아닌지 스스로 물어볼 때가 있어요. Z+T의 취장 크리에이티브 서클(Qujiang Creative Circle)은 놀이 시설과 상호 작용을 일으키는 시설을 강조하고 조형성을 강하게 드러내죠. 주주리 정원(Jiu Zhu Li Garden), 우전 아리라 호텔(Wuzhen Alila Hotel)의 경우 미니멀하고 절제된 아름다움을 보여주어 취장 크리에이티브 서클과 대비를 이루고요. 디자인의 강도에 대한 생각이 궁금해요.
중국 철학에서 종종 ‘도度’를 강조하는 걸 볼 수 있어요. 우리가 이해하는 도는 적절함(대부분의 사람을 이를 보통의 정도(中庸)라고 이해합니다)과 더불어 자신의 특정한 태도(態度)에 국한하지 않고 프로젝트의 특성과 요구되는 바에 따라 잔잔함(静谧)이나 활발함(歡悦)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자칫하면 활발함을 혼란스러움으로, 잔잔함을 무미건조함으로 오해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비즈니스를 위해 과함이 필요할 때가 있고, 마케팅 측면에서 ‘조금 더 많은 것(再多一点)’이 요구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무조건 많은 디자인 요소가 활발한 공간을 만드는 건 아닙니다. 복잡한 공간에서는 편안함을 느끼기 힘들죠. 클라이언트가 너무 많은 요소를 넣기를 원할 때, 규모에 따라 요소 간의 균형을 맞추어 최대한 혼란을 야기하지 않는 디자인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잔잔함은 활발함보다 더 표현하기 어려운 개념이에요. 미니멀리즘은 적으면 적을수록 좋은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수준을 뜻합니다. 불필요한 것을 쳐내고 남은 디자인 요소는 모든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강력해야 합니다. 강력한 디자인 요소를 선택하거나 특정 요소를 선택해 이를 강력하게 만드는 일이 가장 어려워요.
좋은 조경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변화의 속도가 빠른 이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답일 수 있지만, 유행을 타지 않고 오랜 세월을 견딜 수 있는 프로젝트가 우수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재미있는 상상을 해보고 싶어요. 40~50년 뒤 두 분이 현역에 있지 않을 때 Z+T는 어떤 모습일까요? 회사 내부적으로 새로운 리더십을 키우고 있는지, 어떤 구조의 설계 스튜디오를 지향하는지와 연관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은퇴는 하고 싶지 않지만 언젠가는 세상을 떠날 날이 오겠죠. 따라서 이 질문은 유효합니다. 각자의 장점을 존중하고 함께 일하는 회사 내 협력 시스템이 구축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전문 분야 간의 긴밀한 협력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일이에요. 솔직히 말해서 중국인들은 아직 협력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중국의 교육 방식과 문화와 밀접하게 관련된 문제일 거예요. 일을 잘해내려면, 특히 조경 같은 복잡한 산업의 경우, 천재보다는 근면성실하고 겸손하며 인내심이 있고 협력을 잘할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다른 분야와의 협업뿐 아니라 조경 내부의 협업에서도 마찬가지죠
최영준은 서울대학교와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디자인 대학원을 졸업하고 오피스박김, PWP, SWA 그룹 로스앤젤레스 오피스 등에서 실무를 경험했다. 2014년 디자인을 통한 희망적 가치와 사회적 책무 구현을 목표로 랩디에이치(Lab D+H) 조경설계사무소를 중국인 파트너와 공동 설립했으며, 2018년 서울 오피스를 열고 국내외 다양한 조경 설계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