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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경설계 자격제의 문제와 대안] 영국과 독일의 조경사 제도
    필자는 한국, 미국, 독일, 영국에서 수년간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각기 다른 조경사 제도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다. 이를 토대로 영국과 독일의 조경사 제도에 대한 정보를 정리했다. 한국과 미국의 경우와 다르게 영국과 독일에는 조경사 제도 필기 시험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전문 교육(조경학과)을 받은 실무자에게 요구되는 조건이나 조경사가 되기 위한 시간적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 두 나라 모두 교육과 실무를 중시하며 이를 바탕으로 조경사 자격이 주어진다. 영국과 독일에서 조경사 자격을 취득한 실무자들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각 나라의 조경사가 되기 위한 절차를 알아보고 장단점을 공유하고자 한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공통점은, 해당 과정은 조경사 자격증 취득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며, 자격증을 취득하는 과정 자체가 본인의 커리어에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는 점이다. 영국 조경사 취득 절차 우선 영국의 조경사 제도인 CMLI(Chartered Membership of the Landscape Institute)는 교육과 실무 모두에서 높은 기준을 충족했음을 확인시켜주며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자격이다. 조경사가 되려면 구술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데, 시험에 응시하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전문 조경 교육을 마치고 조경협회의 어소시에이츠(Associate) 회원이 된 후 온라인 시스템 (P2C, Pathway to Chartership)에 등록해야 한다. 실무 시작 후 시험에 합격하는 데 평균 3년 정도 소요되고, 조경사 실라버스(Chartership Syllabus)에 대한 높은 수준의 지식과 이해가 있는 경우 훨씬 더 빨리 취득할 수 있다. 시험의 내용이 담긴 조경사 실라버스는 6개 요소(전문적 판단, 윤리 및 가치/조직 및 관리/평가/구현/옵션 및 전략/지속적인 전문성 개발)로 구성되어 있으며, 지식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그 지식을 실무에서 어떻게 적용하는지 이해하는 데 중점을 둔다. 지원자는 멘토를 필수적으로 선택해야 한다. 멘토는 지원자를 돕는 전문가로 최소 18개월 이상 CMLI의 공인 자격을 유지한 자들이다. 이들의 조언과 도움을 바탕으로 학습을 계획하고 검토하기 때문에 그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 멘토는 비공식적 미팅과 공식적 분기별 검토 회의에서 진행 상황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해야 한다. 멘토는 질문과 토론을 통해 지원자의 학습 목표와 관련된 이해도를 레벨0~레벨4로 구분하여 점검하고 공식적 평가를 제공해야 한다. 시험을 준비하려면 대부분의 실라버스에서 레벨2 수준을, 특정 경험과 지식에서는 레벨3 수준을 보유해야 하며, 테스트 결과에 레벨0이 있으면 시험 응시가 불가능하다. 매 분기 수행한 프로젝트와 지원자의 발전 사항이 기록된 개발로그(Development Logs) 등이 포함된 개발팩(Development Pack)을 제작해 제출해야 한다. 지원자가 구술 시험 응시 준비를 완료하면 멘토는 감독관에게 시험 통지서를 제출한다.1 감독관은 제출한 모든 개발팩과 멘토 리뷰 검토 후 시험을 승인할지 거부할지 결정한다. 구술 시험은 약 40~45분 동안 진행되며 두 명의 조경협회 전문 공인 회원이 실시한다. 시험관은 개발팩, 이력서, 멘토 리뷰 및 감독자 피드백 등 P2C 계정에 제출된 자료를 검토하고 조경사 실라버스를 기반으로 한 지식을 테스트한다. 지원자가 참여한 프로젝트를 참조하여 기본 원칙에 대한 지원자의 이해도를 평가한다. 세부적으로는 경관과 환경 실천에 대한 체계적이고 비판적인 이해, 영국 조경 전문가의 책임과 의무에 대한 이해, 개인적으로 참여한 프로젝트 분석, 전체 조경사 실라버스에 대한 지식과 이해와 이를 실제로 적용한 경험, 직업에 대한 관심과 열정, 미래 평생 학습을 관리하는 능력 등을 시험에서 점검한다. 시험에 통과한 조경사는 이름 뒤에 CMLI를 사용할 수 있다. *환경과조경412호(2022년 8월호)수록본 일부 각주 1.감독관은 조경사 경력 5년 이상인 전문가이며, 조경협회가 소정의 보수를 제공한다. 이윤주는 런던의 마샤 슈워츠(Martha Schwartz Partners)와 독일의 라이너 슈미트(Rainer Schmidt) 사무실에서 실무를 했고, 2018년 귀국해 박경의와 함께 엘피스케이프를 설립했다. 다양한 분야와 스케일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주변과 조화롭고 독창성 있는 디자인을 창출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 [조경설계 자격제의 문제와 대안] 미국의 조경사 제도
    한국과 미국의 조경사 제도 비교를 통해 현재 한국 조경설계 자격제의 문제점과 개선점을 함께 살펴보려 한다. 좀 더 체계적인 분석과 검증이 필요하겠지만, 한국과 미국 두 곳에서의 조경설계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몇 가지 이슈를 간략히 소개한다. 뭐라고 불리는가?이름의 문제 한국에는 ‘조경사’가 없고 조경기사와 조경기술사가 있다. 둘 다 영어로 번역하면 엔지니어(engineer)이고, 단어의 뒤에 분야를 수식하는 랜드스케이프 아키텍처(Landscape Architecture)가 붙는다. 본질적으로 조경 분야의 전문가를 ‘엔지니어’로 규정한다. 한자로 보아도 비슷하다. 기술사는 뭐고 기사는 뭐인지 의문이 들었는데 영어로 번역하니 오히려 명쾌하다. 하나는 ‘프로(pro)’고 다른 하나는 아니란다. 현재 ASLA(American Society of Landscape Architecture, 미국조경가협회)는 자격증이 있는 조경 전문가에 대한 명칭을 ‘프로페셔널 랜드스케이프 아키텍트(Professional Landscape Architect)’로 통일하기를 권장하고 있다.2 랜드스케이프 아키텍트는 랜드스케이프 디자이너(Landscape Designer)와 비교하여, 이미 자격증이 있어 아키텍트라는 명칭을 쓸 수 있는 사람3으로 구분되기도 한다. 본질적으로 조경사를 조경하는 설계사, 아키텍트인데 랜드스케이프를 하는 설계사(혹은 건축사)로 인지한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한국과 미국 모두 ‘자격증을 딴, 공인된, 등록된’ 보다는 ‘전문가(professional)’로 규정한 점은 비슷한 반면, 엔지니어냐 설계가냐가 다르다. 어느 쪽도 딱히 정답 같지 않다. 설계하는 전문가와 설계 이외의 전문가에게 요구되는 전문성도 그 성격이 상당히 다르고, 조경 내 모든 분야가 자격증을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뒤에서 더 자세히 다루겠지만, 이 자격증이 조경설계사무소를 설립하는 데 필요하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일단 ‘설계사’라는 의미가 전문가의 명칭에도 담겨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게다가 한국에서 대부분의 조경학과는 공과대학(school of engineering) 소속도 아니다. 기사 시험을 보거나 취직해서 엔지니어링협회의 경력 관리 시스템에 들어가기 전까지 스스로를 엔지니어라고 인식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이들을 엔지니어라 부르거나 엔지니어링 전문가로 관리하게 된 현 상황은, 단순히 제도상의 편의에서 발생한 문제가 당사자들(조경가)의 게으름으로 인해 오랜 시간 굳어지며 만들어진게 아닐까. 조경기사와 조경기술사가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조경 전문가 등 일부 주요 전문가를 대변하지 못하는 상황은 비단 명칭에서만 비롯된 것은 아니다. 누가 시험을 볼 수 있느냐, 어떤 필요에 의해서 보느냐만 살펴도 그 문제는 명확히 드러난다. 누가 딸 수 있는가?자격의 문제4 한국과 미국의 자격증 획득 또는 자격증 시험 응시 자격에 대한 개념이 여러 측면에서 다르다 보니, 표로 정리해도 일대일 비교가 쉽지는 않다. 두 나라의 다른 제도에 따른 결과를 다른 측면에서 살펴보면 표 2와 같다. 조경기술사가 되기까지 한국이 좀 더 오래 걸린다는 걸 알 수 있다.5 특히 표 3처럼 4년 만에 기술사를 취득하려면 기사 자격을 실무 시작 전에 딴 경우이므로, 일반적으로는 졸업 이후 6년이 최소 필요하기 때문에 미국과 비교해 훨씬 ‘세월’의 문턱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 한국 조경기술사 시험 합격률은 약 5%로 미국 조경사 시험 합격률 약 13%에 비해 현저하게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6 조경기술사를 취득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많은 경우 6년보다 훨씬 길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7 ‘너무 쉽게 딸 수 있으면 안 되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은 여러 측면에서 합리적이지 않다. 쉽게 딸 수 없는 이유가 체계적이고 철저한 검증 때문이어야지, 응시 자격 획득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거나 응시 자격 부여의 논리가 일관적이지 않아서라면 더욱 그렇다. 한국에는 미국 조경학과 또는 한국 건축학과처럼 체계적인 인증제가 없어 정해진 기준 없이 조경학과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있는데, 시험 응시자격에서 요구하는 관련 학과 인정 기준이 학과의 ‘명칭’ 따위라는 것만 보더라도 제도의 허술함을 알 수 있다. 이 허술함 속에 학력과 경력, 시험 등 요건을 갖추는 순서는 딱딱하게 정해져 있다. 이러한 조건에서 조경을 공부하지도 않고 실무 경험도 없는 유사 분야 기술사가 시험만 잘 보면 조경기술사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제도의 큰 허점이다. 얼마나 되기 어렵냐는 기준 하나로 제도의 문제점을 판단할 수는 없기에, 어떤 시험을 보고 뽑는 것인가, 어떤 권리가 주어지는가, 무엇보다 이렇게 어렵게 만들어놓은 조경기술사의 자격 관리는 어떻게 되고 있는가가 궁금해진다. *환경과조경412호(2022년 8월호)수록본 일부 각주 정리 1. 공식 번역이 조경사일지 아닐지는 알 수 없으나. 본 특집 기사에서 ‘조경사’를 다루고 있으므로 조경사라 한다. 조경사라는 이름이 과연 조경 분야 외부에서도 오해 없이 잘 통용되고 인식될지는 미지수다. 뜻의 정확성만이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내 명함에 적힌 ‘미국조경사’라는 작은 글씨를 대충 본 친구 한 명은, “미국경조사? 이게 무슨 말이야?”라고 했고, 조경사라고 바로 읽고도 내가 뭘하는 사람인지 알지 못하는 듯했다. 2. LLA(Licensed Landscape Architect), RLA(Registered Landscape Architect) 등 비슷하지만 다른 표현이 있었으며, 다른 법규와의 혼돈이 가장 적고 유사 분야의 자격 호칭과 통일한다는 의미로 PLA로 결정했다. 여전히 주에 따라서 면허(licensure)와 등록(registration)을 별개로 보기도 한다. 3. 자격증이 없는 사람이 자신을 랜드스케이프 아키텍트라고 부르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4. 한국 자격증의 경우, 응시 자격을 알아보는 데만 해도 상당한 애로사항이 있었다. 시험을 주관하고 있는 큐넷(Q-net)의 정보는 불완전하고, 최근 몇 년간 작성된 개인 블로그의 정보와 상호 비교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반면, 미국 조경 자격증 정보는 공인된 단일 채널(CLARB, 미국조경자격증관리위원회)을 통해 명확하게 제공받을 수 있다. 일일이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주마다 다른 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안내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미국 지도가 나와 있고, 알고 싶은 주를 클릭하면 준비 과정부터 자주 묻는 질문(FAQ)까지 관련 내용을 볼 수 있다. 5. 조경기사는 사실 기사 자격증을 갖고 경력 관리를 통해 엔지니어링 기술등급 특급이 되어야 기술사와 동일한 자격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특급이 되기 이전 단계에서는 공공 입찰시 참여기술인력 점수에 반영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독립된 ‘자격증’으로 기능한다고 볼 수 없다. 표 2와 표 3에서 한국의 조경기술사와 미국의 조경사 제도를 비교했다. 6. 이 합격률은 2021년에 시행된 시험의 평균을 기준으로 한다. 공식적으로 공표된 2021년의 1, 2차(한국) 또는 1, 2, 3, 4섹션(미국) 모두를 통과하는 합격률이 이와 같은 방식으로 공개된 정보는 없어 정확한 비교는 어려우나, 각 단계를 모두 통과하는 비율을 곱해 계산했다. 두 나라의 시험 출제 관리 기관이 공식적으로 제공하는 비율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7. 한국과 미국에서 각각 조경기술사와 조경사를 획득한 시점에서 평균 몇 년의 실무 경력을 가졌는지 자격증 신청을 위해서는 학력, 시험, 경력 세 분야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경력 조건이 채워지기 전에도 주에 따라 시험을 먼저 통과할 수 있다. 순서에 무관하게 모든 조건이 충족되어야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 (출처: www.clarb.org) 큰 줄기는 비슷하지만 시험이나 자격증 최종 검토 절차, 공식 명칭 등이 주마다 상이하기 때문에 지도에서 지역을 선택하면 해당 정보를 볼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출처: www.clarb.org) 이해인은 조경설계사무소 HLD 소장이다. 디자인을 통한 주장과 혁신이라는 철학 아래, 공간적 문제와 도전 과제에 대한 핵심적 개입 제공을 목표로 한다.
  • [조경설계 자격제의 문제와 대안] 조경사 자격 제도 제안
    조경가를 기술자 취급하는 현실 최근 어떤 지자체의 복합 문화 시설 조성 프로젝트에 조경 분야 자문위원으로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대지 면적이 300평에서 조금 모자라는 작은 프로젝트지만, 도심의 역사적 의미가 있는 건물을 리모델링해 활용하는 중요한 프로젝트였고 건축 설계공모를 통해 당선작을 선정해 진행하고 있었다. 당선된 건축가는 유수의 당선 경험과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실력 있는 건축가였다. 필자는 자문회의에 참여하면 디자이너의 성향을 존중하고 최소한의 의견을 내려고 하는 편이다. 이번에도 공모 당선작 본래의 설계 의도가 그대로 구현될 수 있도록 얌전한 자문을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발주처가 보내온 설계 자료를 받았을 때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별도의 조경 도면은 없었고, 단 한 장의 조경 도면이 건축 도면 사이에 끼여 있는데 그마저도 조경가가 아닌 비전문가가 작성한 것이 명확하게 드러날 정도로 수준 이하였다. 건축사사무소의 직원이 다른 조경 도면을 보면서 흉내 내듯 그린 것이 분명했다. 결국 평소와 다르게 장문의 의견서를 제출했고, 약 한 달 뒤 진행된 2차 자문회의에는 다행히도 실력 있는 조경가의 도면 한 꾸러미가 제출됐다. 보고 배워야겠다 싶을 정도로 수준이 높았고 그래서 검토하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자문회의 중 건축가가 조경가를 소개하며 사용한 단어 때문에 또다시 심기가 불편해졌다. “이번에는 조경기술자 분을 모셔 도면을 작성했습니다.” 그는 조경가를 조경기술자라고 표현했다. 조경가 호칭과 조경사 제도의 필요성 한편으로는 이해되기도 했다. 조경가라는 호칭이 조경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명확히 정립되지 않은 듯하고, ‘한국조경가협회’라는 이름의 정식 단체도 아직 없으니 말이다. 그리고 조경설계 관련 자격이 조경기술사 또는 조경 분야 특급기술자 등으로 되어 있으니, 조경설계 하는 사람을 기술자라고 부르는 것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스스로 별다른 저항 없이 그렇게 지내온 것이다. 그래서 최근의 여러 움직임은 아주 의미 있고 반갑다. 여러 선배의 의기투합을 통해 한국조경가협회의 설립과 법인화가 추진되고 있고, 올해 초에 고시된 제2차 조경진흥기본계획에 조경사 자격을 신설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강력한 추진 동력을 얻게 되었다. 한국조경가협회가 창립되면 조경계 내부뿐만 아니라 대외적으로도 조경가라는 이름을 널리 알릴 수 있을 것이고, 그에 더해 조경사 자격까지 만들어진다면 조경의 위상이 한 단계 격상되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다. 건축설계는 건축사 자격을 가진 건축가가 하고, 조경설계는 조경사 자격을 가진 조경가가 하는 명확한 역할과 관계가 설정되는 것이다. 조경사 자격 신설을 위한 관련 법규의 제개정 조경사 자격을 새로 만들기 위한 본격적인 논의는 이제 시작됐다. 아마도 다양한 이해당사자 간의 수많은 의견 수렴 과정과 협의 절차가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조경사 제도를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규의 제정 또는 개정이 필요하다. 첫 번째 대안은 새로운 법령 제정을 통해 조경사 제도를 신설하는 것이다. 건축 분야의 관련법을 찾아보면 건축사 자격과 관련하여 별도의 법령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 바로 ‘건축사법’이다. 조경사 자격과 관련해 건축사법과 유사한 성격의 ‘조경사법’을 제정함으로써 법률적 근거를 만드는 것이다. 두 번째 대안은 기존 법령을 개정해 조경사 제도를 신설하는 것이다. 조경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진 법은 2016년에 제정된 ‘조경진흥법’이 있으며 새로운 법령을 제정하는 것보다는 기존 법령을 활용해 개정하는 것이 용이할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건축사법과 같은 별도의 법령을 제정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대안이며, 이 글에서 제안하는 새로운 조경사 제도의 내용은 조경사법을 신규로 제정하는 것을 전제로 했다. *환경과조경412호(2022년 8월호)수록본 일부 이남진은 서울대학교 산림자원학과와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를 졸업하고, 동심원조경기술사사무소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현재 조경기술사사무소 바이런(VIRON)을 이끌고 있다. 좋은 설계는 좋은 회사에서 나온다는 생각으로 설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함께 성장하는 환경을 만들고자 한다.
  • [조경설계 자격제의 문제와 대안] 좌담: 미래 세대를 위한 조경사 제도를 전망하다
    2022년, 한국 조경(학)의 50주년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 조경은 학문적, 산업적 측면에서 크게 성장했고 지구적 기후변화로 조경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지만, 조경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여전히 미미하다. 조경설계 인력의 열악한 처우와 조경설계사무소의 고질적인 경영난도 여전하다. 여러 난맥이 복잡하게 얽힌 문제의 한복판에는 조경설계 인력에 관한 적절한 자격 제도의 부재가 놓여 있다는 의견이 많다. 지난 5월 13일 국토교통부가 고시한 제2차 조경진흥기본계획에 따라 ‘조경사’ 자격제가 신설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조경사 제도는 조경가의 위상 확립과 적확한 설계 대가 실현, 젊은 조경가 양성 등의 촉매가 되어 조경 전문업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자격 제도의 틀에 대한 구상이 시작되는 시점, 본지는 다양한 의견을 듣고자 토론회를 마련했다. 현재의 조경설계 관련 자격 제도는 어떤 문제점을 갖고있는가. 조경사 제도를 만들기 위한 기초 작업으로 무엇이 필요한가. 조경사 제도의 필요성이 제기되기까지 “국토교통부는 ‘조경진흥법’ 제5조에 따른 ‘제2차 조경진흥기본계획’을 고시했다. 조경진흥기본계획은 조경진흥법에 따라 2017년 처음 수립됐으며, 조경 분야의 진흥을 위해 5년마다 국가 조경 정책 비전과 기본 방향을 설정하는 법정 계획이다. 제2차 조경진흥기본계획은 2022년부터 2026년까지 5년간 조경 분야의 기반 조성 및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기 위해 수립됐다. ‘기후위기 시대에 생태 문명을 선도하는 공간 복지 조경’ 이라는 비전 아래 네 가지 목표와 그에 따른 4대 추진 전략을 설정했다. 그중 ‘조경의 질 제고를 위한 조경 산업 기반 강화’의 일환으로 ‘조경설계 자격 및 면허 제도’ 신설이 추진될 예정이다.” _ 박명권 “우선 지금까지의 과정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제2차 조경진흥기본계획에 조경사 자격 제도에 관한 내용을 담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처음에는 한국조경학회 연구진도 고민이 깊었다. 새로운 조경설계 관련 자격제가 필요한 점에는 모두 공감했지만, 제도 마련 추진에 필요한 자료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상태이다 보니 시기적으로 이르다는 의견도 있었다. 수차례의 토론 끝에 조경사 자격제 신설에 필요한 논의를 시작하고 끌어내자는 의미에서 제2차 조경진흥기본계획에 담고자 했고, 국토교통부도 이에 공감했다. 이후 다양한 이야기를 끌어내고자 특별 세미나, 좌담회와 같은 공론장을 열고 있다. 사실 10여년 전부터 조경사 제도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었다. 하지만 늘 크게 다르지 않은 이야기가 반복되는 실정이다. 조경인들의 관심이 모인 지금, 대화를 진전시켜야 한다.” _ 서영애 조경설계 인력을 위한 제도적 명칭과 위상 “‘한국조경헌장’에 따르면, ‘조경은 아름답고 유용하고 건강한 환경을 형성하기 위해 인문적‧과학적 지식을 응용하여 토지와 경관을 계획, 설계, 조성, 관리하는 문화적 행위’다. 하지만 현재 조경설계사무소 대부분은 ‘조경기술사’ 또는 ‘엔지니어링활동주체’라는 자격을 가지고 활동한다. 아무런 면허 없이 운영되는 사무소도 있다. 이러한 상황은 조경가를 기술자 또는 엔지니어의 틀 안에 가두어버리기도 한다. 조경가라는 이름은 제도적 받침이 없는 명칭이고, 기술사법에 의한 조경기술사와 조경기사, 조경기능사라는 명칭이 있을 뿐이다. 조경사 자격 제도는 전문가로서의 자긍심과 사회적 위상 확립을 위해 필요하다. 현재 조경설계 인력의 자격 등급을 나타내는 단어는 조경기술사와 조경기사다. 조경가라는 명칭을 쓰기도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사회적으로 통용되지 않는 자의적 용어에 불과하다. ‘건축사’는 ‘국토교통부 장관이 시행하는 자격시험에 합격한 사람’이라고 명확히 정의되어 있고, 건축사 자격증이 있어야만 건축사사무소를 개설‧신고해 운영할 수 있다. 반면 건축사와 다를 바 없이 창의적 디자인을 수행하는 조경설계자에게는 조경사라는 자격증이 없고, 면허가 없더라도 누구나 조경설계를 할 수 있는 게 현실이다.” _ 박명권 “현재 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 입장에서는 조경사 자격제 신설이 새로운 관문처럼 보여 부담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로서 자긍심을 갖고 전문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탄탄한 자격 제도가 있어야 한다. 물론 사회가 이 자격제의 필요성에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사회적 공감을 얻지 못한다면 조경사 자격 제도 신설을 힘 있게 추진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_ 김태경 “30년가량 LH에서 일하며 사회에서 조경이 얼마나 미미한 분야로 여겨지는지 체감했다. 2009년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가 합병되며 조경 공사비가 다른 공종에 비해 적다는 이유로 등한시되는 모습을 많이 봤다. 조경은 바람길을 설정하고 물길을 만들고 대지를 조성하는 분야인데, 대부분 공사 마지막 단계에 나무 심고 휴게 시설 만들어 건물의 가격을 올려주는 장식술로 이해한다. 이러한 현상을 낳은 원인 중 하나는 완성도 낮은 설계 도면이라 할 수 있다. 조경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 그린 전문성 없는 도면을 자주 접했다. 누구나 조경설계를 할 수 있으니 법적으로 제재할 방법이 없다. 조경 전문가가 아니면 도면의 문제점을 눈치채기 어려우니 조경 공간의 질이 점점 떨어지고, 그런 공간을 경험한 사람들이 조경은 그저 장식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지금 바로잡지 않는다면 우리가 겪은 일을 미래 세대가 또 다시 겪게 될 것이다.” _ 김선미 “여러 툴과 기술이 발전하면서 조경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조경설계 도면과 이미지 작업을 할 수 있게 됐다. 국가가 인정한 교육과 자격 제도를 통해 검증된 조경가가 설계하는 환경이 필요한 시점이다.” _ 서영애 건강한 조경설계사무소를 위하여 “현재 조경설계사무소는 과학정보통신부 기술사법에 따른 조경기술사와 산업통산자원부의 엔지니어링산업진흥법에 따른 엔지니어링활동주체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조경의 주요 업역인 ‘대지 안의 조경’,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은 국토교통부가 제정한 법률을 따른다. 게다가 법적으로 보면 도시공원과 녹지를 설계하기 위한 자격이 제대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 조경기술사나 엔지니어링활동주체 자격이 없는 사람이 조경설계 도면을 작성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조경설계와 시공의 품질이 저하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공공 기관이 발주하는 대부분의 조경 사업이나 조경설계 공모에는 조경기술사 혹은 엔지니어링활동주체 자격이 있어야만 참여할 수 있다. 조경기술사 자격은 시험에 합격하면 얻을 수 있다. 시험은 필기와 실기로 나눠 진행되며 매년 각각 2회 실시된다. 환경 보전, 산림 보전, 공원 녹지, 공지, 조경 및 도시 경관의 계획과 관리 등 광범위한 내용을 알아야 한다. 시험 문제는 단답형, 주관식, 논술형으로 구성된다. 정해진 시간 내에 설계를 하고 그 결과물을 도면으로 제출하는 건축사 시험과 크게 다르다. 조경기술사 면접은 구술로 진행되는데, 설계 능력을 파악하는 데 적절하지 않은 방식이라는 의견이 많다.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만큼, 응시자 수가 2012년 390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매년 줄어들고 있으며 2019년에는 132명으로 대폭 감소하기도 했다. 엔지니어링활동주체 자격 획득을 위해서는 요건에 맞는 인력(특급기술자 1명+초급이상기술자 2명)과 사무실을 갖추고 한국엔지니어링진흥협회에 등록 신청을 해야 한다. 조경설계사무소 소장급 직원이 조경기술사를 보유한 경우는 매우 드물다. 설계와 거리가 먼 환경론이나 법‧제도를 비롯해 공부를 해야 하는 양이 어마어마해 시험 준비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야근이 많은 조경설계사무소에 근무할 경우, 일과 공부를 병행하는 데 큰 무리가 따른다. 더불어 조경기술사 제도는 조경설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다. 창의적 설계 능력을 시험하고 이를 펼칠 수 있도록 돕는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 조경사 자격제가 정착되고 모든 프로젝트에서 조경사가 조경설계를 하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다면 일감이 늘어나고 많은 일거리가 창출될 것이다. 건축법 제42조에 따라 대지면적이 200㎡이상인 건축물은 해당 지자체 조례에 따라 대지 안의 조경을 해야 한다. 하지만 규모가 작은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여전히 건축가가 직접 어설픈 솜씨로 조경설계를 하는 일이 아무런 법적 제재 없이 벌어진다. 대지 안의 조경 규정에 따르는 프로젝트를 조경사 자격을 가진 조경설계사무소가 수행하게 되면, 그것만으로도 조경설계 일감이 충분히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_ 박명권 “기존의 조경기술사 시험은 설계 능력과 상관없는 광범위한 과목을 다룬다. 설계 경력이 많고 누구보다 설계를 잘하는 조경가가 오랜 기간 준비하더라도 시험에서 떨어지는 경우를 많이 봤다. 설계 잘하는 사람이 설계 능력을 전문적으로 인정받으며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자격제가 필요하다.” _ 김선미 “조경설계사무소가 관 발주 일을 하려면 조경기술사사무소이거나 엔지니어링활동주체여야 한다. 갓 사업을 시작하는 조경설계 스타트업에게는 매우 버거운 조건이다. 결국 자격증을 빌려 사무소를 운영하는 상황이 발생하곤 한다. 건축과 비교하자면, 똑같이 교육 받고 실무 경력을 쌓았지만 시작부터 불공정한 일이 생기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설계 크레디트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조경사 자격제의 긍정적 영향이 여러 가지겠지만, 무엇보다 설계하는 사람이 마땅히 가져야 할 기본 자격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 _ 서영애 조경설계비와 계약서의 문제 “조경설계는 조경 산업의 출발점이다. 하지만 조경설계사무소는 제대로 된 ‘조경설계 표준품셈’ 기준이 없어 불합리한 설계비를 받고, 불공정한 추가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정당한 설계비를 책정하는 것은 건강한 조경설계 환경과 산업의 기반을 마련하는 일이다. 설계사무소의 경영과도 직결된 문제지만, 설계 품질, 직원 처우, 인재 영입 등 구조적인 측면에서도 개선이 반드시 필요한 사안이다. 기준의 부재는 저가 경쟁을 일으키고, 나아가 지금의 설계비면 충분하다는 사회적 몰이해를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과업의 종류, 면적, 절차, 수행 단계가 다양해 정확한 품셈 기준을 만드는 것이 쉽지는 않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지난 6월 29일 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가 조경설계 분야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법률 자문을 받아 ‘조경설계 표준계약서’를 공표했다. 물론 아직 법적 지위를 가진 문서는 아니다. 건축 분야의 경우 ‘건축법’ 제15조 3항에 ‘국토교통부장관은 제2항에 따른 계약의 체결에 필요한 표준계약서를 작성하고 보급하고 활용하게 하거나, ‘건축사법’ 제31조에 따른 건축사협회, ‘건설산업기본법’ 제50조에 따른 건설사업자단체로 하여금 표준계약서를 작성하여 보급하고 활용하게 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처럼 조경사 자격 제도를 만들고 조경사법에 조경설계 표준계약서에 대해 명시할 경우, 조경설계 분야도 법적 효력이 있는 조경설계 표준계약서를 갖게 된다.” _ 박명권 “조경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 중 하나가 ‘워라밸’이다. 어떻게 삶을 행복하게 꾸릴 것인지 고민하다 보면 업무 환경이 더 나은 다른 분야로 눈을 돌리기도 한다. 조경설계사무소가 제대로 된 설계비를 받고 있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설계를 잘하는 학생이라도 설계로 진출하는 걸 망설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최근 10년간 조경설계 분야로 진출하는 학생이 현저히 줄어든 걸 체감하고 있다. 설계비를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면 조경설계 인력의 자존감이 높아지고, 작은 스튜디오 형태의 조경설계사무소도 능력 있는 조경가를 육성할 수 있다. 열심히 조경가로 성장하던 학생들이 결국 조경과 아무 상관이 없는 직종으로 발길을 돌리는 걸 목격할 때마다 참 안타깝다.” _ 서영애 정부의 제도적‧정책적 지원을 받는 법정 단체로 “한국건축사협회처럼 조경설계 연력을 위한 법정 단체를 구성하고, 조경사 제도를 도입해 정책적, 제도적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늘 염원하는 조경설계를 위한 교육과 연구를 할 수 있다. 늘 안타까운 점이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나면 조경설계를 배울 수 있는 제도화된 교육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었다. 미국조경가협회(ASLA)의 교육 프로그램처럼 시대에 맞는 실무 교육을 계속해 조경설계 인력의 수준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 더불어 조경사 제도가 만들어지면 경력과 자격증을 관리하는 기관이 필요하다. 건축의 경우 대한건축사협회가 그 관리를 맡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협회 운영에 필요한 자금이 마련된다. 이 자금은 각종 교육과 연구 활동에 투입된다. 협회가 자생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질 뿐 아니라 설계의 질이 향상되는 선순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_박명권 “조경 전문 연구소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다. 현재 조경사 제도 추진에 필요한 기초 데이터가 턱 없이 부족한 이유 중 하나가 전문 연구 인력의 부재에 있다. 건축과 도시 공간에 관한 종합적 연구를 수행하는 정부 출연 연구 기관인 건축공간연구원(AURI)과 유사한 조경 전문 연구 기관이 꼭필요하다. 그런 연구소가 국토부와 산림청 등으로 분산된 공원‧녹지 정책을 연구해야 하고, 새로운 제도를 만들 때도 축적된 연구와 데이터베이스를 뒷받침해야 한다.” _ 서영애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앞으로의 과제 “이러한 논의가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주기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며 논의를 발전시킬 상설 위원회가 만들어졌으면 한다. 국토교통부와 조경계의 피드백이 계속 오가는 창구가 필요하다. 사회적 합의와 공감대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이제 시작이니 학계와 산업계가 모두 함께 조경사 자격 제도 문제를 이슈화하고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일에 힘써야 한다.” _ 김선미 “국토교통부 산하에 조경 전문 연구 기관이 없어서 조경사 제도 신설을 준비할 경우 정부는 조경설계 전문가들에게 의견을 구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여러분의 역할이 중요하다. 더불어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부분은 조경사 자격제의 당위성을 입증하고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일이다. 상설 위원회 역시 사회적 요구에 따라 정부 조직이 그 필요성에 동의할 때 만들 수 있다. 현재는 조경사 제도 신설을 주장하기 위한 근거 자료가 충분하지 못한 상태다. 제도를 만들거나 개선할 때 제도를 만드는 주체와 과정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조경사는 물론 여러 관련 제도의 추진을 검토하는 사람이 조경에 대해 잘 모를 가능성이 높다. 그들도 조경사 제도의 필요성에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설득력 있는 자료가 필요하다. 제도가 만들어지는 방식과 사회적 합의 과정에 대한 이해 없이 구축한 자료는 큰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조경사 자격제를 추진하고자 한다면 꾸준한 논의가 필요하며 화제성도 키워야 한다. 어렵게 꺼낸 이야기가 물밑으로 가라앉아 버리면 다시 화두가 되기 매우 어렵다. 잔인한 말이겠지만, 현재 대중은 조경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 많은 사람이 선유도공원에 들러 일상을 보내지만 그곳을 조경가가 설계했는지는 모른다. 스타 조경가를 발굴하고 언론 매체를 이용해 조경의 중요성을 홍보하는 일도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다. 좋은 조경 공간이 무엇인지, 잘못된 조경 공간이 만들어졌을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대중에게 보여주며 조경사 제도의 중요성에 공감하게 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_ 이영주‧이정섭 “최근 국가정원과 지방정원 조성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고, 관련 논의에 많은 청중이 주목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녹색 외부 공간을 향한 욕구가 늘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조경가의 사회적 역할은 앞으로 점점 더 커질 것이다.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 러한 일을 조경가가 한다는 사실을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 _ 김태경 “지난날을 돌아보니 바쁘다는 이유로 조경설계 분야에 필요한 이슈의 공론화에 소홀했던 게 후회된다. 무엇보다 지속가능한 논의를 계속해야 할 것이다. 현재 한국조경학회는 한국조경헌장의 개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조경진흥법은 조경 행위를 ‘토지나 시설물을 대상으로 인문적, 과학적 지식을 응용하여 경관을 생태적, 기능적, 심미적으로 조성하기 위하여 계획‧설계‧시공‧관리하는 것을 말한다’고 명시해놓았다. 광범위한 대상을 다룬다는 건 가능성이 무한함을 뜻하기도 하지만, 예산을 수립하고 일을 만들어내는 데 약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조경사 자격제의 신설을 위해 조경의 대상이 무엇인지, 어떤 일을 하는 분야인지 꼼꼼히 되짚을 필요가 있다.” _ 서영애 “기후변화 시대에 닥치자 많은 대중이 환경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다. 정원박람회와 같은 대중성 있는 행사가 열려 녹지에 대한 수요도 늘었지만, 문제는 이러한 일을 조경가가 하는지 모른다는 점이다. 우리 스스로에 대한 홍보가 너무 부족하다. 사회적 공감대란 갑자기 만들어낼 수 있는 게 아니다. 연속적인 토론회 등을 통해 조경계가 공론화에 힘써야 할 시점이다.” _ 박명권 토론 김선미 건화엔지니어링 부사장 김태경 강릉원주대학교 교수 서영애 기술사사무소 이수 대표 이영주 국토교통부 녹색도시과 사무관 이정섭 국토교통부 녹색도시과 주무관 사회 박명권 『환경과조경』 발행인 정리 김모아 사진 유청오 일시 2022년 7월 7일 장소 환경과조경 회의실
  • 대유평공원 Daeyupyeong Park
    허허벌판의 땅에서 공원이 되기까지 대유평공원은 수원시가 2014년 2월에 발표한 ‘2030 수원 도시기본계획’에 따라 옛 연초제조창 부지 일대를 상업, 주거, 공공·업무, 공원·녹지 등의 목적으로 개발해 조성한 근린공원이다. 수원시 장안구에 위치한 대유평의 시작은 1795년 정조가 농경 시설 확충과 화성 축조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조성한 대유둔전이다. 20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흐르는 동안 대유평의 넓은 뜰은 조선 후기 농업 개혁의 중추적 역할을 하며 백성들의 삶의 터전이 됐다. 이후 대한민국의 활발한 산업화와 함께 1971년 KT&G(한국담배인삼공사)가 담배를 생산하는 연초제조창을 조성함에 따라 대유평 일대는 큰 변화를 맞이한다. 한때 1,500명의 노동자가 연간 1,100억 개비의 담배를 생산할 정도로 성업한 대유평은 근대화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었다. 하지만 담배 산업의 정체기와 해외 공장의 자동화 및 집적화로 인해 연초제조창이 2003년 가동을 중단했고, 폐쇄된 공장과 부지는 20년 가까이 방치되어 도시의 ‘골칫덩이’가 되어갔다. 그 사이 주변 화서역(1호선)을 중심으로 도시가 활성화되면서 부지에 대한 개발 요구가 이어졌다. 이에 따라 부지 정중앙에 자연을 접하는 동시에 문화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도시재생형 공원 모델을 구현하려는 수원시와 조경가, 건축가 등 전문가의 적극적인 참여로 2021년 대유평공원이 조성됐다. 남기고 연결하다, 그리고 주변을 살피다 설계 시작 당시, 방치된 연초제조창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러 가지였다. ‘수원의 마지막 노른자 땅’이라 생각한 개발론자의 시선, 도시의 ‘흉물’을 없애고 생태적 공간 조성을 꿈꾸는 환경론자의 시선 등 여러 관점이 혼재된 상태에서 조경가로서 공원의 주요 쟁점과 이슈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최선의 대안을 제시하며 여러 이해 관계자들을 설득해갔다. 주요 쟁점 중 첫째는 무엇을 남길 것인가의 문제였다. 연초제조창의 역사·사회·건축적 가치를 세세하게 검토한 후 그중 일부를 남겨 지역 주민 또는 사회적 활동 주체들의 역량과 커뮤니티를 증진시킬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인 111CM으로 재탄생시키는 안을 제안했다. 또한 ‘넓은 뜰’이라는 대유평의 의미를 재해석해 나들마당, 어린이마당, 원형광장의 서로 다른 성격의 오픈스페이스를 주요 거점으로 설정해 공원의 성격을 명확히 했다. 연초제조창 부지에 남아있던 수목은 전수 조사해 최대한 활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 그 상태에 따라 독립수 또는 군락 식재로 활용될 수 있도록 구분했다. 이에 따라 소나무, 느릅나무, 느티나무, 백목련, 단풍나무, 청단풍, 회화나무, 대왕참나무, 산수유, 왕벚나무, 은행나무, 호두나무 등 662주의 나무를 존치하거나 공원의 적재적소로 이식해 활용했다. *환경과조경412호(2022년 8월호)수록본 일부 글 백종현 사진 유청오 조경 설계 HEA 조경 MP 김현(단국대학교 교수) 건축 설계 핸드플러스건축사사무소 건축 MP 김준성(건국대학교 교수) 시공 대우건설 위치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 948 일원 면적 113,757m2 준공 2021. 11.(1차) 에이치이에이(HEA)는 도시 공간에서 자연을 다루는 창의적인 디자이너를 위한 디자인 회사다. 합리적이고 세심하며 감각적인 자연을 만들어가는 ‘자연감각’이라는 브랜드십을 공유하고 있다. 자연과 도시의 삶의 새로운 균형점을 모색하고 감각 차원의 자연 경험을 창출하기 위한 설계 및 디자인 과정에서 새로운 형식과 방법을 고민한다. 자연의 가치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사회적 영향을 추구하며, 도시 자연의 핵심 가치를 발견하고 공유하는 일에 관심을 두고 있다.
    • HEA
  • 제주 상예동 근린생활시설 Jeju Sangye-dong Commercial Building Landscape
    답사 봐야 답이 나온다는 생각에 대상지를 찾았다. 부지는 약 700평가량의 덤불이 우거진 경사 지형이었다. 남쪽으로 멀리 중문의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바다를 향해 열린 대상지 뒤쪽으로는 인접 필지의 콘크리트 벽체 면에 쌓아올린 허름한 돌담이 있고, 덤불을 헤치고 경사를 따라 부지 경계까지 내려가면 대왕수천이 내려다 보이는 절벽 앞에 다다른다. 그 경계에 팽나무 몇 그루가 온몸에 덩굴을 휘감고 괴로운 듯 서 있었다. 팽나무 앞으로는 절벽이 있으니 조심하라고 경고하는 듯한 낮은 제주 돌담의 흔적이 보였다. 모든 조경가가 그렇듯 대상지에서 실마리를 찾고자 노력했다. 바다를 향한 경관이라는 강력한 단서가 있는가 하면, 동굴이 묻혀 제 모습을 보인 적 없는 팽나무, 스러져가는 제주 돌담 혹은 덤불에 가려진 지형의 굴곡처럼 지나치기 쉬운 희미한 시그널도 존재한다. 시그널을 잘 포착하고 증폭해 장면을 연출하고, 이 장면들을 모아 체계와 시퀀스를 구성하고, 다시 이를 강력한 단서인 커다란 경관에 편입시키는 작업이 앞으로의 숙제가 될 것임을 확인했다. 첫수 상예동에 위치한 근린생활시설은 더시스템랩건축사사무소가 설계한 연면적 1,213m2, 3층 규모의 조형미 넘치는 상징적 건물이다. 건물의 전체 이미지가 경쾌한 천막 구조를 연상시키지만, 실제는 곡면 거푸집을 이용해 정교하게 구축된 콘크리트 구조체다. 구조체의 기둥이 건물의 네 면을 둘러 회랑을 구성하며 건축 내외의 전이와 소통을 꾀하고 있다. 건물의 입지에 따라 외부 공간의 구성이 달라진다. 건물은 남쪽으로 가장 넓은 오픈스페이스를 확보할 수 있도록 북측 경계에 가깝게 배치됐다. 북측 경계로부터 활용 가능한 사이 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 정도의 거리를 두고 건물이 정교하게 자리 잡았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서측 입구 공간, 남측 정면 공간, 동측 내부 공간이 구획됐다. 건축으로 구획된 사방에 각각의 특징을 부여하고 연출을 구상하는 것에서 조경 설계가 시작됐다. 입구 부지의 서측만 도로에 면해 있어 자연스럽게 입구와 주차장은 서측에 배치됐다. 정원과의 시각적 분리를 위해 주차장 테두리에 적정 높이의 담을 조성했다. 재료의 일관성을 위해 게비온 담을 선정하고 내부에 화산석을 채웠다. 주차장에서 건물 입구까지 이어지는 10m가량의 길에서 다른 성격의 공간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전달하고 싶었다. 인상적인 입구의 핵심은 ‘다리를 건너는 것’이었다. 작은 계류와 수변 식생 공간으로 입구 정원을 구성하고, 이를 통과해 건너 들어오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는 진입 환경을 구성하는 데도 유용했지만, 작은 계류를 대왕수천 방향으로 흐르게 함으로써 대상지 경관을 주변의 큰 경관에 접속시키는 두 가지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환경과조경412호(2022년 8월호)수록본 일부 글 정욱주 사진 유청오 설계 JWL 시공 JWL+서화+쌔즈믄 건축 더시스템랩건축사사무소 대지면적 2,287m2 위치 제주도 서귀포시 상예동 1156-2 완공 2020 제이더블유랜드스케이프(JWL)는 2014년에 설립되어 공원, 광장 등의 공공 공간과 주택, 오피스, 호텔, 연수원, 리조트의 오픈스페이스를 계획하고 설계한다. 뿐만 아니라 정원을 직접 구현하고 있다. 간결하고 심미적인 설계 언어를 통해 조성한 공간이 대상지의 문제 해결을 넘어 동시대의 격조 있는 문화적 산물로 인식되도록 합리적 경관 배치, 감각적 공간 연출을 함께 추구한다. 대표작으로 우란문화재단(2019), 디에이치 아너힐즈 헤리티지가든(2019), DWP 하늘정원(2017), 울릉도 힐링 스테이 코스모스(2017) 등이 있다.
    • JWL
  • 헨드릭 스페이크버스트 성곽 공원 Vestenpark Hendrik Speecqvest
    헨드릭 스페이크버스트(Hendrik Speecqvest) 재개발 프로젝트는 옴헤빙(OMGEVING)과 민트 랜드스케이핑(Mint Landscaping)이 2012년 도로교통국(AWV)의 요청을 받아 세운 개념을 기반으로 만든 성곽 공원(Vestenpark)이다. 새로운 공원은 성곽이 미래 메헬렌(Mechelen) 시에 어떤 의미가 될 수 있을지 미리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공원의 절반은 지하 주차장 옥상에 있으며, 독창적 지붕 구조와 세심한 식재 덕분에 하부와 상부 구조가 하나인 것처럼 조화를 이룬다. 성곽 공원과 성곽대로 설계 도시 동쪽에 새로운 도로인 탄젠트(Tangent)가 만들어지면서 메헬서 성곽(Mechelse Vesten)의 차도를 줄여 공원을 조성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성곽은 도심대로의 성격을 지닌 북쪽과 성곽 공원으로 전환된 남쪽 부분으로 구분된다. 넓은 공간을 자전거와 대중교통을 위해 할애한 공원 구조는 도시에 새로운 정체성이 되어줄 것이다. 새롭고 견고한 녹색 구조는 도시 열섬 현상을 완화시키고 메헬렌의 기후 적응력을 높이는 데 활용된다. 헨드릭 스페이크버스트 헨드릭 스페이크버스트 재개발은 성곽의 지하 주차장 메헬렌 브륄(Mechelen Bruul)을 구현하면서 가속화됐다. 지하 주차장에는 자동차 352대가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1단계 프로젝트로 성곽 공원의 절반이 지하 건축물 위에 조성됐다. 경사로와 언덕으로 주차장 위 공간을 중앙 공원에 접속시켰다. 혁신적인 지하 구조 덕분에 옥상에 큰 나무를 심을 수 있었고, 하부 구조물이 녹음에 자연스럽게 가려졌다. *환경과조경412호(2022년 8월호)수록본 일부 글 OMGEVING Design OMGEVING Project Team Kevin Favere, Luc Wallays, Maarten Moers Partnership D+A Consult Client City Of Mechelen Location Mechelen, Belgium Area 1.67ha Construction 2015~2019 옴헤빙(OMGEVING)은 벨기에에 위치해 있으며 건축가, 조경가, 엔지니어, 도시 계획 및 환경 계획 전문가로 구성된 디자인 사무소다. 주변을 뜻하는 플라망어 ‘omgeving’를 사명으로 삼아, 우리를 둘러싼 주변 공간의 중요성을 말하고자 힘쓰고 있다. 다양한 규모의 중첩을 모색하면서 문화·사회·환경적 차원에서 공간의 연결 고리를 탐구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한다.
    • OMGEVING
  • 포레스티아스 포레스트 파빌리온 The Forestias Forest Pavilion
    포레스티아스(The Forestias)는 태국의 대규모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 중 하나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포레스티아스의 중앙에 위치한 4만8천m2 규모의 도시 숲으로, 부지 내의 모든 개발 사업들을 연결하여 모든 주민에게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포레스트 파빌리온(The Forest Pavilion)(이하 파빌리온)은 판매 갤러리로 사용되고 있지만, 향후 산림 생태계에 대한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포레스티아스 생태계 학습 센터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앞으로 자연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주거 공동체의 허브로 거듭날 것이다. 파빌리온은 포레스티아스의 숲 구역으로 인도하는 입구이자 자연과 함께하는 삶의 유형으로 안내하는 관문이다. 자연과의 공생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설계를 통해 이용자의 행복과 건강을 지원하고, 자연에 몰입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파빌리온의 어떤 각도에서든 다양한 숲의 장면을 볼 수 있도록 녹지 공간을 만드는 데 대부분의 면적을 할애했다. 이로써 이용자는 자연에 쉽게 접근해 언제든 자연과 상호 작용할 수 있다. 기본 콘셉트는 자연과의 공생이었다. 자연과 공생하는 미래를 위한 식재, 야생 자연에서의 몰입, 도시 숲의 성장과 인간 사이의 균형이란 세 가지 목표를 추구했다. 곡선 형태로 파빌리온 건물을 둘러싸고 있는 산책로와 스카이워크를 통해 건물의 경직된 격자 형태를 상쇄시켰다. 울창한 초목을 촘촘하게 식재해 사용자와 거주자의 사생활을 최대한 보호하고, 숲에서의 독특한 경험을 제공해 자연과 함께하는 삶의 행복을 느끼게 만들고자 했다. 파빌리온은 자연과 공생을 위한 실험실이기도 하다. 자연의 정수와 조경 설계가 하나로 통합된 파빌리온에서 이용자들은 도시화된 형태의 독특한 자연을 경험할 수 있다. 또한 쾌적한 산책로와 스카이워크는 주민들이 야외로 나가도록 유도하고, 동시에 평온하고 픽처레스크한 풍경을 선사한다. 파빌리온은 일반적인 도시에서 찾아보기 힘든 규모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다. 183종의 자생종과 23,258그루의 묘목이 혼합된 미야와키 에코 포레스트(Miyawaki Eco Forest)를 조성했다. 숲과 같은 이곳의 역동적 경관은 현세대 및 미래 세대와 함께 성장하고 진화할 생물 다양성이 살아있는 낙원을 보여준다. 또한 SITES, WELL, LEED 등의 국제 인증을 받을 만큼 친환경적이다. 지속가능한 디자인과 높은 수준의 현대적 라이프 스타일을 접목한 도시적인 환경 속에서 입주민들은 자연과 함께 상쾌한 생활을 만끽하게 될 것이다. 도심의 숲과 행복 포레스티아스가 하나의 선언처럼 지지했던 가치는 행복이었다. 이곳은 도심의 숲 속에서 살아가는 삶의 행복을 보여주는 이상적인 안식처다. 좋은 환경은 거주자의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친절하고 따뜻한 공동체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주민들은 자연과 조화롭게 서로의 이익을 공유하면서 자연의 일부가 되는 법을 배우고,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이 태국 내 주택 개발 사업의 전환점이 되어 일련의 완성도 높은 주택 프로젝트로 이어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 글 TK Studio Landscape Architect TK Studio Chief Designer Tawatchai Kobkaikit Designers Nantawan Sirisup, Punyada Klinpaka, Passaporn Shompoopun, Nottaporn Gatewattanatorn Horticulturist Patcharanat Phokhinthanasiri Construction Design Nikom Mangiew, Sirikun Thirawatthanaset, Tummanoon Jaitheing, Wasin Somsak Architect Foster and Partners Local Architect DT Design Interior Designer BUG & DT Design Structural and Civil Engineer EEC Lincolne Scott MEP Engineer EEC Engineering Network Lighting Specialist APLD Hardscape Contractor Christiani & Nielsen(Thailand) Softscape Contractor CPS Quantity Surveyor AECOM(Thailand) Sustainability Consultant Atelier Ten Client Magnolia Quality Development Total Area 14,605m2 Landscape Area 11,435m2 Location Samut Prakan, Thailand Completion 2020. 8. Photographs Rungkit Charoenwat, Weerapol Singnoi, Anong Chanamool, Research and Innovation for Sustainability Center(RISC) TK 스튜디오(TK Studio)는 삶의 질을 높이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조경 설계, 기획, 컨설팅 서비스 제공에 주력하고 있다. 대상지의 위치, 주변 지역과 환경, 사용자의 문화 등 여러 현상과 깊게 관련된 다채로운 야외 경험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둔다. 자연과 인간의 필요 사이의 조화로운 균형을 보존, 복원 및 생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대상지 연구, 설계, 계획에 관심이 많다. 다양한 전문가와의 협력을 통해 디자인 솔루션 제공하며, 조경 설계를 통해서 자연의 외재적·내재적 가치를 강조한다.
    • TK Studio
  • [어떤 디자인 오피스] 얼라이브어스 얼라이브어스, 어셈블!
    디자인 ‘그룹’으로서의 지향 얼라이브어스(ALIVEUS)라는 사무실명은 구성원 그 누구의 이름도 지칭하지 않는다. 회사라는 것이 누군가의 소유물이 아닐 것, 같은 이름 아래의 디자인 작업이 다음 세대까지 연속될 것, 내부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수평적 관계를 유지할 것을 바라는 의도다. 설계 지향점과 취향을 공유한 집단으로서의 의미가 지속되길 바라며, 동시에 개개인의 삶을 마모시키지 않으면서 성취감과 만족도, 성장력을 높이려 한다. 완성도 있는 옴니버스가 탄탄한 개별 플롯으로부터 연유하는 것처럼, 결국 좋은 집단은 좋은 개인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런 의미에서 구성원 몇몇이 바라보는 각자의 시선으로 글을 채워보려 한다. 우리가 만들어 가는 공간 강한솔(이하 강)서플러스글로벌 용인클러스터는 사옥과 공장이 결합된 단지다. 직선적 조형을 통해 단지의 입체적 인상을 만들어내고 싶었다. 클라이언트의 지지를 등에 업고 평소 해보고 싶었던 요소를 적극 시도했다. 플랜터와 다단형 구조물에 많은 공을 들였다. 반면 시공사와의 관계에서는 난점을 경험했다. 공간 배치와 자재 선정, 지정 소재의 반입 여부 등 여러 지점에서 감리권이 부재한 상황이 어려움을 만들었다. 많은 조경가가 디자인 빌드를 지향하는 데는 이유가 있나 보다. 알투마마 스타디움(Al Thumama Stadium)이 드디어 완공됐다. 3년여의 시간, 다양한 주체 사이에서의 균형 유지 등 난이도가 상당했던 프로젝트지만 월드컵이라는 전 세계적 이벤트에 설계가로 참여한 묘한 감정이 배어 있다. 의미 있는 여행 목적지가 하나 추가됐다. 권예린(이하 권) 카페 겸 레스토랑 모쿠슈라(MOCHUISLE) 2호점 시공을 준비하는 중이다. 파주에 위치한 4층 규모의 대형 카페로, 외부 공간을 설계하면서 공간 경험의 시퀀스와 건축의 조화를 오래 고민했다. 주로 차량으로 방문하는 위치임을 고려해 도로와 맞닿은 전면부는 화려한 식재가 반기도록 구성했고, 테라스와 실내에서는 식재 영역이 배경이 되어 아늑하고 풍성한 공간이 되도록 설계했다. 실제 공간으로 잘 구현되도록 세세한 부분들을 다듬어가는 중이고, 건축 및 인테리어와 소통하며 더 많은 고민을 녹여내고 있다. 머릿속의 설계가 실재하는 공간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얼마나 어려운지 매순간 느끼고, 완성될 공간에 대한 더 큰 책임감과 기대를 갖게 된다. 김연정(이하 연) 입사한 지 반년 남짓 시간을 보낸 신입이 바라본 얼라이브어스가 만들어 온, 만들어 갈 공간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각 공간이 가진 이슈에 어떤 대안을 내놓아야 할까, 클라이언트의 의견은 어떻게 반영해야 할까, 사람들은 이 공간을 어떻게 이용할까, 어떤 시점에서 바라볼까 등 수없이 고민하고 질문한다. 결정된 디자인에 공간을 향해 던졌던 질문의 답들이 가득 채워져 있으면 뿌듯함을 느낀다. 김태경(이하 태) 제주 롯데호텔 리노베이션 프로젝트는 오래전부터 기회만 주어진다면 꼭 해보리라고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많은 디자인을 풀어낸 뜻깊은 프로젝트였다. 제주도 곶자왈에서 느껴지는 야생성, 깊이, 밀도, 색채, 경험의 흐름 등 추상적 공간감을 재해석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했다. 다량의 곡간형 대교목 나뭇가지들이 겹쳐져 공간의 깊이를 만들어 내고, 관목과 지피의 수종 변화로 점점 깊어지는 숲을 표현했으며, 공간을 거닐다 보면 작은 정자들을 만나도록 구성했다. 부산 롯데호텔 수영장은 조경가로서 매우 도전적인 콘셉트로 출발했다. 호텔의 야외 수영장을 산책하는 정원 공간으로 해석했다. 수영장 자체는 물 속 산책로가 되었고, 수영장 주변 공간은 정원 산책로로 연출했다. 생소하고 시도해보지 않은 콘셉트의 수영장이었지만, 발주처와 운영사, 시공사 모두 전폭적으로 지지해주었기에 가능한 프로젝트였다. 두 프로젝트 모두 올해 완공과 개장을 앞두고 있어 기대감과 두려움 속에서 한 해를 보내는 중이다. 이향지(이하 향) 한국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판교에 N기업의 신사옥 설계를 진행 중이다. 사옥 디자인은 기업이 지향하는 철학과 가치를 드러내는 매개체이며, 기업과 지역 사회가 함께 공존하는 모습을 주민들에게 보여 줄 수 있는 수단이다. 기업이 본질적으로 추구하는 것과 현재 진행형의 변모를 드러내야 하고 기업의 미래를 나타내는 요소로 무장해야 한다. 애플, 구글, 아마존 등과 같은 세계적인 기업도 스타 디자이너들을 앞세워 그 지역의 랜드마크 건축물로 전 세계 사람들의 이목을 끈다. 이번 프로젝트도 판교의 새로운 랜드마크를 기대하며 국내외 대형 설계 사무소들과 함께 협업하는 중이다. 실험적이나 기능적이고, 아름답지만 친환경적이며, 추상적이면서도 견고한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함께 질문하고 답을 찾는 과정에 있다. 장기간 긴 호흡으로 진행해야 하는 프로젝트이기에 세상에 공개되기까지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았지만, 이 프로젝트를 끝낼 시점에는 수없이 던진 심도 있는 질문에 대한 답에 가까워진 조경가가 되어있길.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 강 내가 가진 모든 관계 중 어쩌면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는 사람들과의 소통이 즐겁다. 얼라이브어스가 내게 주는 매우 큰 행운이다. 업무 관계에서의 전문성은 당연하고,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호감과 신뢰 역시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러면서도 서로에게 그어놓은 암묵적인 선을 민감하게 파악해야 하며, 놓인 그 선의 위치가 인원마다 모두 다르다는 것을 항상 인지해야 한다. 인원수가 늘어감에 따라 전원이 만족하는 상황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조심한다. 모든 것이 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 모든 개인이 중요하다. 현재를 대처하고 미리 걱정은 말자. 권 파티션 없는 공간에서 매일 책상을 넘어 가벼운 이야기들이 오고 간다. 실없는 농담으로 그칠 때가 대부분이지만 이런 가벼움이 디자인 그룹으로서의 정체성이자 설계의 방식이 되기도 한다. 디자인 미팅에 모두가 참여하고 편안하게 짧은 아이디어와 단편적인 생각을 던지는 과정에서 설계의 중요한 지점을 찾아 나간다. 혼자 고심하는 것만이 집요한 디자인의 과정이라고 생각할 때도 있었지만, 옆 사람이 툭툭 내뱉는 한마디로 다른 차원의 고민을 하게 되고 가려진 것들을 보게 되면서 새로운 방식을 믿게 되었다. 독립적이고 내향적인 사람이지만 얼라이브어스와 함께하는 여정에서 일과 생활 전반에 걸친 ‘어스(us)’의 힘을 배워가고 있다. 연 공간을 설계하는 사람은 자신의 주변 공간부터 잘 만들어야 한다. 물리적인 공간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내 주변 환경에 가치를 잘 부여하는 일들을 포함한다. 서울의 한 작은 사무실에서 함께 만들어 가는, 우리가 생활하는 이 공간은 좋은 시너지로 가득 차 있다. 우리가 생활하는 곳이 가진 특유의 분위기는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프로젝트에 나비효과를 일으켜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확신한다. 태 재미가 없었으면 디자인을 하지 않았을 것이고, 재미가 없었으면 창업을 하지 않았을 것이며, 재미가 없었으면 지금의 사람들과 일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의 회사 생활에 재미가 없어진다면 언제든 조경 디자인 분야를 떠나 제2의 꿈을 찾아 떠날 생각이다. 그렇지만 현재는 동네 친구를 만나서 노는 것보다도, 그 어떠한 취미 활동보다도 디자인하는 과정이 제일 재미있다. 회사 사람들과 농담하고 노는 것이 제일 재미있다. 그래서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여기 회사에 있다. 나의 재미를 위해 고단한 사회생활을 해주는 모든 이에게 무한한 감사를 전한다. 하지만 어찌하겠는가, 난 너무 재미있는 걸. 아, 이 막연한 글 다 썼으니 이제 놀아보자. 향 좋아하는 일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즐겁게 하고 싶다는 것, 그 바람은 그저 낭만적이고 추상적인 허상일까 걱정하던 때도 있었다. 이제는 소년 만화 ‘원피스’의 주인공 루피가 “너, 내 동료가 돼라” 라고 말하는 장면에서나 가능할 것 같던 그 이상이 우리가 함께하는 이 공간에서 ‘살아있다(alive)’고 느낀다. 의식적으로 선택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함께 노력하면서도, 균형 있는 관계를 유지하고 공동의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을 배운다. 이는 구성원 모두가 소통과 관계를 우선시하고 성취와 상실, 성공과 실패, 이기주의와 희생, 질투와 존중, 다름과 인정과 같은 끊임없는 경험의 축적 속에서, 거듭되는 좌절이 있겠지만 겸손함과 우정을 쌓으며 우리가 함께하는 이 공간을 의미 있는 시간으로 채우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 그룹의 이름처럼. 건강한 ‘그룹’으로의 지향 글을 쓰는 것은 소중한 기회다. 우리를 보여줄 수 있는 방편이기도 하지만, 일상에 무뎌져 흘려보내는 생각과 감정을 잡아두고 살펴볼 수 있기에 더욱 그렇다. 이번 글은 개별 인원들의 사고들로 엮은 그룹으로서의 판단을 공유할 수 있었기에 특별한 가치가 있다. 모두의 이야기를 텍스트로 담아낸 것은 아니지만 과정에서 나눴던 대화들 역시 같은 비중으로 남을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결국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다.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글을 통해 조금은 더 명료하게 보게 된 각 입장 사이의 균형감이 관건일지도 모른다. 앞으로 늘어날 수 있는 내부적 시선과 새로운 외부와의 관계를 고려하면 더욱 더 그럴 수도 있다. 그룹으로서의 고유한 분위기와 디자이너로서의 시선을 잃지 않으려 할것이다. 여러모로 총괄적 시나리오와 각 장면의 미학적 미장센 모두 필수적이다[email protected] 얼라이브어스(ALIVEUS)는 현대 도시를 만들어가는 건축, 조경, 도시재생, 문화 기획에 기반을 둔 디자이너 그룹이다. 평등한 커뮤니케이션과 유연한 관계를 바탕으로 이상적인 학제간 디자인을 추구하며, 이러한 방식이 도시의 다양한 문맥에 더 좋은 디자인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다고 믿는다.
  • [모던스케이프] 방사형 가로, 근대 도시의 아이콘
    19세기 조르주 외젠 오스만(Georges-Eugène Haussmann, 1809~1891)의 파리 대개조 사업이 지금까지 거론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인구 폭증으로 생긴 여러 사회 문제를 도시 설계로 풀고자 했다는 점에 있다. 당시 파리에는 전염병의 위협, 불량한 주거 환경, 도시 폭동 등 각종 도시 문제가 산적해 있었다. 오스만은 상하수도망 설치와 녹지 공간 계획, 공공 건물 건설과 확충 등 도시 기반 시설을 체계화해 문제를 극복하려 했다. 그가 시도한 가장 인상적인 방법은 도시 인프라로서 가로망 구축이다. 대로를 신설해 구도심과 파리의 인접 도시를 연결했고, 센 강을 따라 동서와 남북에 축을 만들어 주요 교차점마다 방사형 가로를 연결했다. 확산과 집중, 연결이 반복되는 파리의 도시 가로 체계는 바로크 양식의 전형을 계승한 것으로, 베르사유 궁에서 태양의 빛처럼 무한히 뻗어나가는 알레(allée)를 연상시킨다. 파리 대개조보다 더 이른 시기부터 논의된 미국 워싱턴 D.C. 도시계획에서도 방사형 가로가 도시 경관의 중요한 요소였다. 워싱턴 도시계획을 주도한 피에르 샤를 랑팡(Pierre Charles L'Enfant, 1754~1825)은 프랑스 바로크 양식에 영향을 받아 가로망을 설계했다. 그러나 워싱턴이 파리와 다른 점은 북미의 위대한 국가 수도 이미지를 표현하고 대통령의 권위와 위상을 드러내기 위해 가로망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예컨대 방사형 도로의 15개 교차점은 미국 15개 연방주를 상징하며 국회의사당의 정서쪽에 내셔널몰을 두고 북서쪽 사선으로 뻗은 펜실베이니아 대로 끝에 백악관을 위치시켜 강렬한 시각 축을 만들어냈다. 당시 워싱턴은 신생 독립국의 수도였기 때문에 제국으로서의 면모를 수도에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파리와 워싱턴이 방사형 가로를 취했다고 해서 근대 도시의 필수 요건에 방사형 가로가 포함되는 건 아니겠지만, 근대 초기에 논의된 서울 도시계획안들을 들여다보면 방사형 가로가 확실히 근대 도시의 표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서울에 방사형 가로가 있는가 하는 질문에는 몇 가지 다른 의견이 있다. 가장 쟁점이 되는 장소는 지금의 서울광장 일대로, 경운궁과 환구단 사이의 태평로와 서소문로, 을지로, 정동길과 소공로 등이 연결되는 지점이다. 역사학자 이태진을 비롯해 한국 근대 도시사를 전공한 몇몇 학자는 서울광장 일대의 공간 가로 형태가 워싱턴 D.C.의 도시 형태를 모방한 흔적이라고 주장한다. 아관파천 전후로 활약한 내부대신 박정양과 한성부 판윤 이채연은 한성부 도로의 확장과 신설 등 정비 사업을 주도했다. 이들은 모두 워싱턴에 체류한 경험이 있는 친미파로 워싱턴의 방사형 구조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도로 개수 사업을 하면서 자연히 방사형 도로 구조를 의식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도시, 건축, 조경 분야 연구자들은 비판적 시선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 이 일대 도로 체계가 T자형의 전통적 가로 형식을 따르고 있지 않음은 확실하지만 방사형이라고 하기에는 그 형태가 애매하기 때문이다. 가로가 교차하는 결절점의 처리도 어색할 뿐 아니라 환구단과 경운궁 등 주요 국가 시설이 있지만 가로 체계와 맞물려 있는 것도 아니다. 스케일 면에서도 도로와 교차점의 균형이 맞지 않아 도시의 핵으로 간주하기도 애매하다. 무엇보다 이 일대를 다니면서 방사형 도로 구조를 인식하는 게 쉽지 않다. *환경과조경412호(2022년 8월호)수록본 일부 참고문헌 徐東帝 외, “京城都市構想図」に関する研究”,『 日本建築學會設計系論文集』 687, 2013, pp.1179~1186. 민유기, “파리, 혁명과 예술의 도시”, 『도시는 역사다』, 서해문집, 2011, pp.170~196. 유치선·이수기, “대한제국 한성 도시개조사업의 재평가: 근대도시계획의 보편적 특성을 중심으로”, 『국토계획』 50(3), 2015, pp.5~22. 이예림, “워싱턴 D.C. 도시계획과 시각 이미지 연구”, 『한국예술연구』 28, 2020, pp.93~112. 박희성은 대구가톨릭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한중 문인정원과 자연미의 관계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시립대학교 서울학연구소에서 건축과 도시, 역사 연구자들과 학제간 연구를 수행하면서 근현대 조경으로 연구의 범위를 확장했다. 대표 저서로 『원림, 경계없는 자연』이 있으며, 최근에는 도시 공원과 근대 정원 아카이빙, 세계유산 제도와 운영에 관한 일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