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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MPANY] 도시민의 건강한 라이프스타일 ‘창사원’ 팜한농,(각주 1) 키우고 수확하는 즐거움과 함께하는 도심형 팜을 고민하다
    은퇴한 뒤,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한적한 교외에서 작은 텃밭을 일구며 사는 삶. 전원 생활은 도시 생활에 지친 이들이 꿈꾸는 제2의 삶의 형태로 묘사되곤 한다. 하지만 과연 도시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에게도 전원이 마냥 행복할 수 있는 이상향으로 여겨질까. 도시 밖에서 생활해 본 적 없는 이들에게 한적한 시골은 자연을 가까이에서 즐기며 자급자족할 정도의 가벼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곳인 동시에, 낯설어서 조금 두려운 장소다. 하지만 농사라는 생산적 여가 활동을 즐기려는 도시민의 갈망은 주말 농장 같은 형태로 발현되고 있다. 과연 작물을 키우고 수확하며 성취감을 느끼고, 자연에 대해 배우는 기쁨은 도시를 벗어나야만 가능한 일일까. 창사원, 세계 최초의 궁중 온실을 계승하다 창사원(蒼笥園)은 ‘푸른 정원’이라는 뜻으로 세계 최초의 온실인 ‘창사루(蒼笥樓)’에서 따왔다. 1450년경 문헌인 『산가요록(山家要錄)』에 따르면, 조선시대 조상들은 창덕궁 후원에 창사루를 지어 한겨울에도 꽃과 채소를 재배해 왕실에 공급했다. 이는 1619년 만들어진 독일의 하이델베르크 온실보다 무려 170년이나 앞선 기록이다. 역사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정조가 덕임에게 애정을 담아 감귤을 건네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이는 과일나무까지 키울 정도로 발전한 온실 전통이 조선 초기에서 후기까지 이어졌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조선의 요리책 『산가요록』의 ‘동절양채’ 부분에는 창사루의 조성 원리가 쓰여 있는데,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온돌 위에 흙을 30cm가량 깔아 겨울에도 흙이 차가워지지 않도록 했다. 온돌을 데우는 아궁이 위에 가마솥을 걸어 물을 끓이고 그 수증기를 창사루 안으로 들여 적정 습도를 유지했다. 천장에는 기와 대신 들기름을 몇 겹 바른 한지를 덮어 햇빛을 들이되 비와 눈을 막았다. 온실의 3대 요소인 난방, 태양광, 온습도를 모두 갖춘 셈이다. 팜한농은 이러한 창사루의 전통과 기술을 계승하여 일상에 지친 도시민들에게 색다른 고객 경험을 제공하고자 특별한 온실 공간을 연암대학교(충남 천안)에 구현했다. 창사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한국적 색채로 디자인된 온실에서 여러 가지 과채류를 동시에 분양받아 재배해볼 수 있고. 창사원 라운지에서는 직접 재배한 작물을 이용한 쿠킹 프로그램 등을 체험할 수 있다. 누구나 쉽게 원하는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환경 창사원은 환경을 생각하는 에너지 절감 시스템, 양액 순환 시스템, 최적의 재배 환경을 통해 도심에 적합한 친환경적 온실형 농장을 제공한다. 지열을 이용한 시스템은 가스보일러 대비 운영 비용을 82% 절감하고, 순환식 양액은 환경오염을 방지한다. 계단형 재배기와 LED를 탑재한 수직형 재배 모듈은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생산에 최적화되어 있을 뿐 아니라 보기에도 아름답다. 멀티3 시스템 윈도우는 작물 재배에 악영향을 미치는 곰팡이와 박테리아의 주 원인인 결로를 외부로 자동 배출한다. 무엇보다 창사원의 가장 큰 장점은 온실과 창사원 애플리케이션 그리고 취향을 같이하는 커뮤니티가 모바일로 연결되는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앱을 이용하여 작물 분양을 신청하면 작물을 키우고 싶은 위치까지 선택할 수 있다. 온실 내부를 부지런히 돌아다니는 창사원 로봇 ‘워니’는 매일매일 작물 사진을 찍어 모바일로 전송해 고객이 좀 더 농장 가까이에서 호흡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햇빛, 물, 온도, 습도가 자동으로 조절되고, 자주 방문하지 못하는 고객을 위해 창사원의 식집사들이 손수 작물을 관리한다. 작물 재배 일지를 쓸 수 있는 식집사 다이어리, 작물 재배 팁을 알려주는 온실 알리미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고객 맞춤형 서비스로 일종의 작물 재배난이도 조절도 가능하다. 도심 어디에나 파고들 수 있는 도심형 팜, 새로운 유형의 공공 공간을 제시하다 창사원은 그 자체로 완성되는 공간 이상의 가능성을 갖고 있다. 바로 공간에 침투해 주변과 상호작용하며 시너지를 내는 콘텐츠가 되는 것. 창사원이 들어설 수 있는 장소는 무궁무진하다. 쓰이지 않는 건물 옥상을 직접 재배한 작물로 만든 샐러드를 즐기는 루프탑 카페로 바꿀 수 있다. 고층 주거단지 하부에 창사원을 들이면 다양한 공동체가 함께 작물을 재배하며 서로 소통할 수 있고, 먼 곳으로 외출이 어려운 교통 약자도 식물을 기르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시니어 타운에 들어선다면, 노인들의 자연스러운 신체 활동을 유도해 건강을 도모하고 사람들과의 자연스러운 만남을 통해 정서적 안정 효과를 낼 수도 있다. 만약 창사원이 공원에 들어선다면 어떨까. 최근 여러 공원이 녹지와 쉼터로 구성된 공간을 넘어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일상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2022년 새 단장을 한 파리공원에는 ‘살롱 드 파리’라는 건물이 있다. 이곳에서는 프랑스 문화원과 연계한 프로그램이 열리고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전시가 진행된다. 양천공원의 책 쉼터는 비가 오는 날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공원을 향하도록 만드는 역할을 한다. 도시공원에 들어선 온실형 농장은 공원과 한데 어우러져 수확의 기쁨뿐 아니라 계절에 따른 자연의 변화와 이치를 배우는 장소가 될 것이다. 창사원이라는 이름에 얽힌 이야기를 통해 궁중 온실에 대해 학습할 수도 있다.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사람들이 자연에서 얼마나 큰 위로를 받는지 경험한 바 있다. 식물집사, 반려식물 등의 키워드가 연일 트렌드로 떠올랐다. 최근 교외의 북적이는 온실형 카페는 여전히 사람들의 식물에 대한 관심이 식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하지만 온실형 카페 대부분은 보기 좋은 관엽 식물과 꽃을 관람하는 데 그친다. 도심형 팜은 식물을 키우는 재미뿐 아니라 이를 수확해 먹는 색다른 경험까지 느낄 수 있는 콘텐츠다. 이와 연계된 쿠킹 클래스, 재배 교육, 나눔장터 등 계절별로 열리는 색다른 이벤트는 창사원을 재방문하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어줄 것이다. 글 김모아 사진 팜한농 **각주 정리 1. 그린 바이오 기업, 팜한농. 1953년 창립하여 2016년부터 LG그룹과 함께한 팜한농은 국내 1위의 그린 바이오 기업이다. 오랜 경험과 앞선 기술력으로 작물 보호제 시장 점유율 1위, 종자 및 비료 시장 점유율 2위를 달성하며, 한국 농업의 경쟁력을 향상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일상에 지친 도시민들에게 도심형 팜을 통해 새로운 고객 경험을 선사하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 반려동물 가족을 위한 반려견 놀이터, 바우 다양한 놀이와 훈련이 가능한 애견 시설물
    국내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1,500만 명에 육박하면서 반려동물은 단순히 기르는 동물이 아닌 온전한 가족 구성원으로 자리 잡았다. 애견인의 증가로 인해 애견인을 위한 다양한 공간도 함께 늘어가는 추세다. 자연과 사람이 조화를 이루는 이용자 중심의 공간을 만드는 토인디자인은 견주와 반려견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반려견 놀이터 ‘바우(BAU)’를 선보이고 있다. 아기자기한 디자인이 특징인 바우는 맞춤형 제작이 가능하며 전문적인 훈련 시설을 갖추고 있다. 허들과 점프 시설은 소형견부터 대형견까지 모두 이용할 수 있게 제작했다. 도그워크, 에이프레임, 위브폴스 등 국제애견연맹의 장애물 통과 시설 표준에 맞춰 설계된 전문적인 애견 훈련 시설로 구성했다. 시설을 트랙형으로 배치하면 자연스럽게 훈련을 이어나갈 수 있다. 또한 반려견의 배설물을 위생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배변 봉투 보관함과 목줄을 걸어 견주와 반려견이 함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애견 벤치 등 편의 시설도 제공한다. 반려견 훈련과 함께 동반 가족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놀이 공간은 일상 공간에서 생길 수 있는 비애견인과의 갈등을 줄이고, 성숙한 애견 문화를 만들어가는 데 긍정적 도움을 줄 수 있다. 나아가 이러한 반려동물 놀이 공간은 행복한 반려동물 가족을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다. TEL.02-533-3720WEB. www.toinpld.com
  • [에디토리얼] 코펜하겐, 조금 덜 익명적이고 때때로 연결되는 관계의 도시
    2025년 1월은 한 해를 새로 시작하는 설렘과 들뜬 기분이 전혀 없는 달이었다. 세간에 떠도는 ‘계엄성 수면 장애’나 ‘내란성 집중력 저하’ 같은 신조어에 공감할 수밖에 없는 시절, 2월호를 여는 이 지면을 마감 직전까지 도통 채울 수 없었다. 편집부 기자들과 표지 후보안을 놓고 토론을 벌여 최종 선택을 하고 난 뒤, 에디토리얼 글감이 전혀 안 떠오른다고 한참 투정을 부렸다. 금민수 기자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넌지시 말했다. “관계도시 어떠세요?” 연말에 나온 신간 『관계도시』(돌베개, 2024)를 다뤄보라는 뜻이었다. 어, 금 기자는 출간 한 달이 채 안 된 책을 내가 이미 읽은 걸 어떻게 알았을까? 내가 어느 소셜미디어에 ‘이달의 책’으로 추천한 걸 본 걸까? 아무튼 체한 것처럼 꽉 막혔던 마음이 갑자기 뚫렸다. 그래, 답이 없을 땐 책이지. 그래, 책에 도저히 집중할 수 없는 요즘, 모처럼 앉은 자리에서 한 번에 다 읽은 책을 그냥 넘길 순 없지. 사나흘씩 세 번 방문한 게 전부지만, 다양성이 공존하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도시의 대명사 코펜하겐은 언젠가 꼭 살아보고 싶은 도시로 내 버킷 리스트에 진하게 적혀 있다. 하지만 스쳐 지나가는 여행자의 눈으로는 쉽게 풀기 어려운 의문이 하나둘 아니었다. 도시 대부분이 고밀한 저층 공동주택 일색인데 어떻게 세련된 도시 경관이 가능한 걸까? 도심 한복판의 강가에서 자유롭게 수영과 일광욕을 즐기는 풍경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산업 시설이 점유했던 항구와 수변이 어떻게 시민들의 여유로운 여가 공간으로 변신할 수 있었을까? 도심에 주차장이 거의 없고 우버조차 없는 도시가 이 시대에 정말 가능한 걸까? 시민 50퍼센트가 자전거로 등하교하고 출퇴근하는 모빌리티 혁명이 어떻게 성공했을까? 미니스커트에 하이힐을 신거나 더블 재킷에 로퍼를 신고 자전거로 출근하는 게 낯선 풍경이 아닌 비결은 무엇일까? 일간지 주말판 한구석에 실린 『관계도시』의 출간 소식을 발견하고 서점으로 바로 뛰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도시의 겉모습만 경험했던 여행자의 궁금증이 단번에 해소됐다. 코펜하겐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건축가 박희찬이 쓴 『관계도시』는 정보 중심의 도시 안내서도 아니고, 이론 위주의 도시설계 해설서도 아니다. 이 책은 코펜하겐의 도시 정체성과 매력이 다른 도시와 ‘어떻게’ 다른지 보여주기보다는 ‘왜’ 다른지 드러내면서 독자의 시선을 붙잡는다. 저자가 찾아낸 ‘왜’의 핵심은 책 제목에 강하게 박혀 있는 단어, ‘관계’다. 이 관계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이자 사람과 집단의 관계이며, 사람과 이념의 관계이자 사람과 도시의 관계다. 복합적일 수밖에 없는 그러한 관계의 성격을 명쾌하게 요약하는 말은 아마도 책의 부제인 “조금 덜 익명적이고 때때로 연결되는”일 테다. 즉 저자는 코펜하겐을 관통하는 도시성의 핵심을 ‘익명의 도시에서 조금은 덜 외롭고 모르는 타인과 이따금 연대하며 공동체의 삶에도 참여하는 일상의 관계’라고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계가 도시의 일상과 주거 문화에 깊이 배어 있는데, 그 분위기를 대변하는 단어가 책의 첫 챕터에 나오는 ‘휘게(hygge)’다. 휘게는 덴마크어 중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말이라고 한다. 휘게에 해당하는 말을 찾자면 편안함(coziness) 정도겠지만 그것보다는 훨씬 더 복합적인 뜻이다. 공간의 분위기는 물론 개인과 개인의 관계, 사람과 공간의 관계를 구성하는 핵심 개념인 휘게는 덴마크 특유의 가구 디자인, 건축, 도시, 경관을 관통한다. 코펜하겐 특유의 공동주택 문화와 경관은 “조금 덜 익명적이고 때때로 연결되는 관계”와 ‘휘게’의 공간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상생주의와 사회민주주의에 기반을 둔 협동조합주택과 사회주택, 오랜 전통을 가진 저층형 공동주택인 레케후스(rækkehus)(줄 지어 있는 집), 다용도 중정을 공유하는 집합주택 등에 관한 저자의 밀도 있는 설명과 섬세한 해석이 ‘관계도시’ 코펜하겐의 소속감과 유대감을 이해하게 해준다. 사회적 소수자들이 불법적으로 점유한 자율 도시 ‘크리스티아나’의 존재가 어떻게 사회적 합의를 거쳐 허용되었는지, 도시 확장 계획인 ‘핑거플랜’이 어떻게 도시에 자연을 제공하고 시민의 행복지수를 높였는지 등 정독해야 할 부분이 차고 넘치지만, 스포일러를 염려해 소개를 아껴둔다. 단 하나의 문장만 뽑으라는 어려운 숙제가 주어진다면, 나의 선택은 책 표지 사진의 캡션이라 할 만한 다음 문장이다. “코펜하겐 하버는 사람들이 여름철 휘게를 함께 누리는 거대한 ‘공동의 거실’이다”(84쪽). 본지가 주최한 2024년 ‘조경비평상’의 가작 수상작 “몰링하는 도시생활자”를 이번 호 지면에 싣는다. 기록을 뒤져보니 수상자 권정삼은 2007년 조경비평상에 평문을 제출한 적이 있다. 17년 만에 다시 조경비평가의 등용문에 도전한 수상자에게 축하와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 [풍경 감각] 그곳의 풍경은 어떤가요
    #1 하얗게 언 창문을 연다. 투명한 공기 너머로 북한산이 보인다. 뾰족 솟은 화강암 꼭대기에는 눈이 남아 있고 그 아래로 겨울 숲이 구불거리며 도시로 내려온다. 완만한 능선을 따라 걸으면 산책하는 기분으로 정상에 도착할 수 있지 않을까? 창가에 기대어 생각하지만 길을 나서지 않는다. 저 멀리 작은 계곡마다 드리워진 그림자가 크고 깊기 때문이다. #2 여름엔 하늘이 낮아진다. 구름이 인수봉과 백운대를 가릴 정도로 내려오곤 한다. 산꼭대기에 부딪친 습한 바람이 새 구름을 피워 내거나 작은 구름 조각이 골짜기 틈에 끼어 머무르는 날도 있다. 저 구름 속을 걷고 있을 누군가를 상상해본다. 그곳에서 보는 풍경은 어떤가요? 여기의 나에겐 구름인데 그곳의 당신에게는 안개로 보이겠군요. 모든 것이 뿌옇겠지만 조금만 더 오르면 정상이니 힘을 내길. 그리고 돌아와 알려 줄래요? 당신이 지나온 것이 구름인지, 안개인지 말이에요.
  • 시안 중심문화업무지구 Xi’an CCBD
    고대 중국의 수도 중국 중부 산시(Shanxi) 지방의 수도인 시안(Xi’an)은 사원, 역사적 랜드마크, 보행자와 자전거를 탄 방문객이 많이 찾는 성곽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진시황의 무덤을 위해 만든 2,000년 역사의 테라코타 군대(병마용)가 바로 고대 수도인 시안의 유산이다. 8천 구 이상의 진흙 조각상을 보러 매해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시안을 방문한다. 하지만 이 병마용은 오늘날까지 시안에 이어지고 있는 도예 문화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8백만 명 이상이 거주하고 있는 시안의 고대 유적지와 북적거리는 도심은 모든 관광객이 방문하고 싶어 하는 장소다. 한편 역사적 성곽 밖 지역은 중국의 빠른 도시화를 보여준다. 고층 거주지가 엇비슷한 형태로 펼쳐지고, 거대한 도로가 중심부로부터 뻗어나가며 끝이 없을 것 같은 그리드를 형성한다. 도심 밖 새로운 지구를 설계하는 시안 중심문화업무지구(이하 시안 지구) 프로젝트를 맡은 헤더윅은 자문했다. 이처럼 외곽에 놓인 지역을 방문할 가치가 있는 장소로 만들 수 있을까. 평범한 과제와 특이한 접근 방식 시안 지구 프로젝트는 2020년 초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나타났을 무렵 시작됐다. 시안 지구를 대상으로 한 공모에 세 개 회사가 초청됐고, 헤더윅 스튜디오는 평범한 공모 과제에 상업 시설을 곁들인 대규모 쇼핑 시설과 복합 활용 고층 빌딩이라는 독특한 접근법을 제시했다. 유리벽과 강철로 구성된 거대 덩어리를 만드는 대신, 장소 특정적이고 인간 중심적 스케일의 도시 지구로서, 문화, 사회, 상업의 중심지인 쇼핑몰의 개념을 제고하고자 했다. 특히 대규모 산업화와 저렴한 건설을 추구하는 시대에 공예, 돌봄, 장기적 고찰에 뿌리를 둔가치가 여전히 유효할 수 있을지 고심했다. 155,000㎡ 규모의 대상지에는 몇 가지 난제가 있었다.새로 건설되는 공간에 둘러싸여 있어 장소 정체성을 부여하는 어떤 역사적 요소도 대상지에 남아 있지 않았다. 동쪽의 시안 천단天壇 유적, 서쪽의 산시 TV 송신 탑 사이에 위치한, 옛것과 새로운 것의 중간에 놓인 땅이기도 했다. 이 도시적 위치의 중요성을 인지한 그룹 리더인 맷 캐시(Mat Cash)는 “두 개의 축이 만나며 서로 다른 방향성이 한데 모아지는 어떤 순간, 그 중심의 필요성이 야기됐다”고 설명했다. 헤더윅 스튜디오 팀은 클라이언트와 2년간 소통하며 언어와 거리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시안과 동떨어진 곳에서 대상지의 복잡한 역사를 연구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설계 팀은 2023년 처음으로 시안 지구 대상지를 방문했는데, 이때 시안 북동부의 화산에 올라 본 풍경으로 인해 설계 방향을 극적으로 틀게됐다. 프로젝트 리더인 루이스 사크리스탄 무르가(Luis Sacristán Murga)는 이때의 경험은 설계에 지형을 통합시키는 방향으로 계획을 변화시켰고, 시안 지구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시안 트리(Xi’an Tree)의 공중 경관에 영감을 주었다고 말했다. 2024년 12월 공개된 시안 지구 프로젝트는 시작부터 완공의 전 과정을 4년 안에 해내야 하는 초고속 프로젝트였다. 시안 지구를 안정적으로 완성할 수 있었던 건 3천여 명의 건설 노동자의 노력 덕분이다. 설계 팀은 시안 지구를 발견과 탐험의 장소로 상상하며 보행을 위한 거리, 정원, 테라스를 구상했다. 완전히 새로우면서도 시각적으로 복잡하고 심지어 부분적으로는 거칠게 보이길 바랐다. 무엇보다 시안 지구를 시안 시와 공명하며 역사를 기념할 수 있는 장소로 만들고, 좀 더 부드럽고 풍요로우며 독특한 방식의 중국 도시 개발의 모델이 되기를 바랐다. 도시, 거리, 문 맷 캐시는 방문하고 싶고 의미 있는 시안 지구를 만들기 위해서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도시에서 생겨나는 어떤 정신, 다양성, 질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설계 팀은 다양한 스케일에서 시각적 복잡성, 내구성, 인간 중심의 접근 방식이 어떻게 도시와 거리, 문의 높이에서 설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 탐구해 새로운 시안 지구에 필요한 요소를 갖추려 했다. 인간 중심 스케일의 공간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완전히 다른 접근법이 필요했다. 거대 블록을 쪼개 사회적 교류가 벌어지는 작은 공간을 만들고, 불필요하게 넓은 유리 평면을 줄이고, 부드럽고 마감이 완벽하며 질감이 살아 있는 소재를 더해 손을 뻗어 만져보고 싶게 만들었다. 일반적인 복합 쇼핑몰은 타워 상단의 사무 공간이나 아파트로 연결되는 공공시설을 갖고 있다. 이러한 두 개 블록 덩어리는 설계하기 용이할 수 있으나 정체성의 차원에서 이점이 없고 아름답지도 않다. 시안 지구에도 공공 가로와 타워가 있다. 87,760㎡의 사무 공간, 110,000㎡의 아파트, 35,000㎡의 호텔이 있지만 서로 구분하기 어렵다. 쇼핑 시설의 계단식 옥상은 24m에 달하는 높이를 자랑하며 공중 테라스, 정원, 광장으로 이어지는 분리된 건물들의 군락을 형성한 것처럼 보인다. 흙색 세라믹 타일로 덮인 78개의 기둥과 휘어진 빔beam은 중국의 전통적인 네스팅 테이블(nesting table)과 사원을 연상시킨다. 지구 경계부에는 좀 더 낮은 높이의 지붕이 중앙을 향해 솟아오르며 사람들의 시선을 시안 트리를 향해 돌린다. 시안 지구는 고대 그리스 같은 공간으로 변한다. 서로 보고 보이는 상업적이며 사회적인 공간이다. 건축과 경관을 통합했다. 상업 시설의 옥상은 정원으로 변모하고, 유리벽은 외부 공간을 실내로 끌어들인다. 시안의 가로수에서 영감을 받아 시안 지구 전체를 엮을 수 있는 식재 계획을 세웠다. 상업 시설의 다섯 개 층 사이를 연결하는 포장된 테라스와 선큰 정원은 만남, 휴식, 일광욕을 즐길 수 있는 공간과 그늘을 제공한다. 이 경관은 도시로 연장되어 주변 거리로 확장된다. 도시 스케일에서 시안 지구는 서양의 도시계획에서 그 리드를 활용하기 훨씬 이전에 등장한 시안의 독특한 그리드 체계를 활용한다. 일반적으로 평면형 그리드가 도로와 블록을 구성하는 데 반해, 시안 지구의 그리드는 수직으로 올라가며 삼차원 도시 시스템을 구획하고 복잡한 도형에 논리를 만들어낸다. 모든 설계에서 너무 평범한 건 피하려 했다. 동일한 포장 패턴을 계속 사용하기보다 길을 알려줄 수 있고 문 화적 함의가 있는 방식으로 패턴을 만들었다. 한 건물 앞 공간을 은행잎 형태의 패턴으로 포장했는데, 이 패 턴은 1,400년 역사의 고관음선사(Guanyin Temple) 앞뜰 의 은행나무를 상징하는 것으로 장수, 인내, 희망, 평화를 의미한다. 작은 요소에도 주목했다. 도예 장인이 만든 세라믹 타 일로 건물 외벽을 장식하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덮었다. 휘어지는 난간의 끄트머리는 한손에 잡히는 구 형태로 부풀어 오른다. 이러한 작은 디테일은 기억에 남는 장 소의 촉감과 분위기를 만드는 데 일조한다. 수직 정원 식물원이자 조각 작품인 시안 트리는 공공 공간의 중 심이자 사회적 자원이다. 지하층에서부터 높이 57m에 이르는 시안 트리는 지구 중심의 만남의 장소로 방문객을 맞이하고 도시를 기념한다. 시안은 4,000마일 에 달하는 길인 실크로드의 동쪽 끝에 있던 도시로 장거리 여행을 시작하고 끝내는 지점이었다. 시안 트리의 가지처럼 뻗어 나온 구조물을 걸어 오르는 경험은 실크로드의 미니어처 위를 걷는 기분을 자아내며 고대 유통로에서 시안이 담당했던 역할을 상기시킨다. 시안 트리에는 꽃잎이라 불리는 다이아몬드 형태의 길 이 6~7m의 테라스가 중앙 기둥을 휘감아 올라간다. 이 꽃잎은 터키에서 중국 동부까지 실크로드를 따라 거쳐 가는 일곱 종류의 생물 군계를 의미한다. 방문객 은 온대 스텝지대에서 시작해 알파인 툰드라, 산간 수 림, 온대 아한대 숲, 건조한 관목숲을 통과하는 돌계단을 걸어 다양한 색채와 질감을 경험하고 건조한 스텝 지대에 도달해 시안 지구와 그 너머의 도시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내부 나선형 계단과 엘리베이터는 유통, 생태, 공동체를 상징하는 이 연속적 정원을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기회를 제공한다. 미래 유산을 빚다 시안 지구 프로젝트는 현대 공예의 정수를 보여준다. 컴퓨터 렌더링을 물리적으로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일반적인 건물과 달리, 수 세대에 걸쳐 시안의 명성을 쌓은 장인정신의 공예 과정을 드러낼 수 있는 불완전함을 표현하고자 했다. 손수 제작한 오브제는 아름다울 뿐 아니라 고유한 형태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맷 캐시는 “산업화가 가져온 효율성과 완벽함은 종종 인간성의 감각을 상실시킨다. 우리는 모두 다른 결함을 갖고 있기에 불완전함에 공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라믹은 시안의 문화적 맥락을 보여줄 뿐 아니라 시각적 복합성, 삼차원적 질감, 더 나은 방문객 경험을 제공해 시안 지구에 인간미를 더한다. 건물 표면을 뒤덮기 위해 30,000㎡의 세라믹 타일 시공 계획을 세웠는데, 기계로 만든 표준 규격의 타일로는 불가능했다. 시안의 장인들의 솜씨가 필요했고, 거대한 복합 쇼핑몰을 타일 공예품으로 덮는 설계에 클라이언트가 동의할지도 미지수였다. 하지만 클라이언트가 도전에 응했으며, 실제 크기로 구조와 자재 조립 목업을 만드는 데도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하지만 소규모 작업을 주로 하 는 장인들은 시안 지구 프로젝트에 필요한 많은 양의 타일을 만들어낼 시설을 갖추지 못한 상황이었다. 한편 대규모 제작소는 동일한 형태의 결함 없는 타일을 만드는 데 특화되어 있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설계 팀은 일 년 반에 걸쳐 실험, 협력, 제작, 재제작 과정을 진행했다. 장인들의 작업량을 늘리고, 대규모 제작소가 공예 개념을 수용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고자 했다. 세리믹 공장 답사를 하며 상호반복적 배움이 이루어졌다. 2,000여 번의 실험을 거 치는 동안 제작소 직원들은 설계안이 담은 의도를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이 현장 중심적 과정은 특수한 자재 실험으로 이어졌고, 그중 하나가 일대일 스케일의 프로토타입 제작이었다. 최종적으로 휘어지고 골이 진, 100,000m 길이의 타 일이 완성됐다. 3~9층으로 바른 유약은 갈색과 크림색 이 회오리치는 매력적인 타일의 표면을 만들어냈다. 한 번의 시도 vs. 프로토타입 시안 지구 프로젝트를 다른 맥락의 대상지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클라이언트의 대담함과 예산은 헤더윅 스튜디오가 이처럼 독특한 프로젝트를 실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냈다. 시안 지구는 하나의 현재진행형인 연구로 발전했으며, 다른 중국 도시도 따라할 수 있는 새 로운 제작 방식과 설계 방법을 이끌어냈다. 시안 지구 프로젝트의 진정한 의미는 공예의 가치와 인간 중심적 스케일의 사고 방식에 있다. 이 원칙은 다 른 대상지에도 적용할 수 있다. 루이스 사크리스탄 무르가는 돌봄과 연민의 마음가짐은 “도시를 공예로 손수 만든 마을로 설계하는 새로운 방식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성공적 프로젝트는 어떤 건물의 맥락과 함께 작업하는 데서 오는 것이지 사전에 형성된 생각을 얹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열린 마음으로 도전하면 대상지와 이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이 가장 좋은 아이디 어로 당신을 이끌 것이다. 글 Heatherwick Studio Design Heatherwick Studio Design Director Thomas Heatherwick Group Leader Mat Cash Project Leader Luis Sacristan Murga, Simon Winters, Angel Tenorio Project Manager Consuelo Manna, Jimmy Hung, Technical Design Leader Nick Ling, Maura Ambrosiano Collaborator 10 Design(architects), GP Architects(towers A&B), Lacime(towers C&D), KPF (original masterplan and towers) Consultant Arup(facade engineering), RBS(structure engineering), WSP(MEP engineering), Surbana Jurong(structure tree engineering), CFT(facade tree engineering), WTD(landscape), Landworks(landscape), Speirs+Major(lighting), MIR(visualisation), Devisual (visualisation), Slashcube(visualisation), Robotics Plus(engineering) Local Design Institute JZFZ(overall LDI), KTF(facade LDI), Sky Design(interior LDI), Green(landscape LDI), HDA(lighting LDI) Ceramic Manufacturer HEDE(north podium), TOB(south podium), Yi Design(lift buttons) Client China Resources Land Location Xi’an, China Area 155,000㎡ Completion 2024. 12. Photograph Zhu Qingyan, Raquel Diniz 헤더윅 스튜디오(Heatherwick Studio)는 250여 명의 건축가, 디자이너, 메이커, 엔지니어, 조경가로 구성된 팀으로, 모두를 위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한다. 런던과 상하이에 있는 공동 워크숍과 디자인 스튜디오를 기반으로 건물, 공간, 마스터플랜, 오브제, 기반 시설을 만든다. 우리 주변의 건물과 장소를 근본적으로 더 즐겁고 매력적인 곳으로 탈바꿈시켜 인간적 세상을 만들고자 한다.
    • Heatherwick Studio
  • 윌밍턴 워터프런트 프롬나드 Wilmington Waterfront Promenade
    태평양의 아름다운 자연과 이어져 있었던 로스앤젤레스의 윌밍턴(Wilmington) 지역은 로스앤젤레스 항구의 확장으로 인해 해안에서 서서히 분리됐다. 로스앤젤레스 항만청은 북미에서 가장 분주한 컨테이너 항구이자 인근 지역의 주요 경제 원천인 이곳의 커뮤니티를 확대하고자 노력해왔다. 이 점을 고려해 윌밍턴을 지역의 매력 요소이자 경제적 원동력으로 만드는 데 전념했다. 로스앤젤레스 항만청과 직원, 지역 사회, 관련 기관과 협력해 윌밍턴 지역과 항만 사이에 자연스러운 완충 지대를 만들었다. 윌밍턴 지역의 히스패닉계 주민들이 자연에 평등하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과 산업과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담은 마스터플랜을 개발했다. 윌밍턴 워터프런트 공원, 아발론 북쪽 스트리트스케이프, 윌밍턴 워터프런트 프롬나드의 세 공공 공간이 마련됐다. 마스터플랜 항만청은 두 단계로 나누어 마스터플랜을 실행했다. 첫 단계는 2011년에 개장한 윌밍턴 워터프런트 공원이다. 유휴 부지를 해안으로 평행하게 뻗은 30에이커 규모의 공원으로 탈바꿈시켜 지역 사회와 항만 사이 완충 지대 역할을 하도록 했다. 두 번째 단계는 공원과 지역 사회를 바다와 연결하는 것이다. L자 형태의 신규 개발 부지로 산업 지구, 아발론(Avalon) 거리와 새로운 워터프런트 프롬나드를 연결했다. 공원 구성 항구의 영향으로부터 윌밍턴 워터프런트 공원을 보호하기 위해 평평한 기존 지형을 4.88m 들어 올려 견고한 조형 지형을 조성했다. 이곳은 그늘이 드리우는 완만한 잔디 경사로와 다목적 운동장을 하나로 통합한다. 들어 올린 지형 위에 만든 엘 파세오 프롬나드El Paseo Promenade는 벤치, 전시 정원, 캘리포니아 해안 철도 선로와 연결된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일종의 순환로로 기능한다. 향후 아발론 북쪽 지구의 보행자 통로가 대상지와 연결되면 방문객들은 산업 항구 부지를 지나 윌밍턴 워터프런트 프롬나드의 랜딩에 도착하게 되는데, 이곳은 조형 지형 꼭대기에서 LA 항구의 시원한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입구가 된다. 흙으로 만든 돔 아래 화장실과 서비스 시설들을 교묘하게 배치했다. 공원 앞쪽에 있는 광활한 잔디밭을 가로질러 무대 역할을 하는 산책로를 걸어가면 오닉스를 깎아 만든 거친 돌로 된 계단식 좌석을 만나는데, 이곳에 앉아 물과 만나는 항구의 탁 트인 풍경을 즐길 수 있다. *환경과조경442호(2025년 2월호)수록본 일부 글 Sasaki Lead Landscape Architect Sasaki(Zachary Chrisco, Philip Dugdale) Local Landscape Architect Studio-MLA Client Port of Los Angeles Location Los Angeles, California, United States Area 10ac Completion 2024 Photograph Millicent Harvey, Barrett Doherty 사사키(Sasaki)는 도시설계, 건축, 토목 공학과의 협업을 통한 다학제간 디자인을 추구하며 전 세계의 대규모 국제 사무소, 문화 지구, 고등 교육을 위한 캠퍼스, 소규모 사무 공간을 설계해왔다. 다양한 스케일의 설계 경험을 바탕으로 대상지의 문제점을 다차원적으로 분석해 넓은 스펙트럼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유연한 도시설계와 균형 잡힌 프로그램, 역동적인 공공 영역 등을 아우르는 마스터플랜을 제시한다.
    • Sasaki
  • 프롬나드 사뮈엘 드 샹플랭 Promenade Samuel-De Champlain
    프롬나드 사뮈엘 드 샹플랭(Promenade Samuel-De Champlain)(이하 사뮈엘)은 황량했던 2.5㎞ 길이의 고속도로와 철도 노선을 세인트로렌스강(St. Lawrence River)을 따라 펼쳐진 중요한 문화 거점으로 만드는 프로젝트다. 1단계 이후 15년 만에 완공된 3단계에서는 이전과 동일한 디자인 언어를 그대로 유지하되 차별화된 방문객 편의 시설을 만들어야 했다. 한때 이곳은 지역 주민에게 넘어설 수 없는 장벽이었다. 하지만 고속도로가 일반 도로로 바뀌고 철도 노선이 이전된 뒤 강변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15만㎡ 규모의 부지가 확보됐다. 설계 목표는 지역 주민에게 강을 되돌려주는 것이었다. 사뮈엘은 캐나다 퀘벡 주정부가 주도하는 수도 유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사회적 사명감을 설계의 원동력으로 삼고, 마스터플랜부터 건축과 조경, 가구와 신호 체계까지 모든 디자인 요소에 종합적이고 다학제적 방식으로 접근했다. 강의 회복 우선 세인트로렌스강의 존재감을 강화하고자 했다. 대상지의 본질을 포착하고, 이 지역의 역사적 상징성과 고유한 해안 생태계를 드러냈다. 디자인 영감은 목재 무역과 조선업을 기반으로 했던 대상지의 역사에서 얻었다. 19세기 초 기업가들의 창의적 발상을 디자인에 반영하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간결하고 강력한 디자인 언어로 표현하고자 했다. 특히 산업 유산의 관점에서 귀중한 자원인 목재를 통해 여러 세대에 걸쳐 부둣가 잔해와 더미가 형성했던 기존 해안선 경관을 떠올리게 하고자 했다. 이 프로젝트의 마지막 단계는 지난 세기 이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었던 플라주 뒤 푸롱(Plage du Foulon)을 연상시키는 해변을 개발하는 것으로 매력적인 휴게 공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두 개의 볼륨 주요 편의 시설인 파빌리온 데즈 베노르(Pavillon des Baigneurs)는 볼륨감 있는 두 개의 직사각형이 길쭉하게 놓인 형태다. 하나는 해변 장벽에서 뻗어나가는 화강암 구조물로, 다른 하나는 화강암 기단 위에 놓인 목재 구조물인 파노라마 전망대로 독특한 볼륨감을 선사 한다. 전망대 내부에는 고성능 난간 유리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실내외 공간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고, 활기찬 해변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했다. 흰색 목재 중심의 실내 인테리어로 따뜻한 해안가 분위기를 연출하고, 캔틸레버 목재 구조물의 돌출부는 수변 공간의 문지방으로서 1층 해변 스낵바와 테라스를 장식하는 예술적 디자인 요소가 된다. 강변의 휴양지 사뮈엘은 건축가가 어떻게 사회에 기여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나이, 개인적 배경, 사회적 지위와 상관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오가며 즐길 수 있는 개방형 공간은 시민을 위한 새로운 안식처가 된다. 미러폰드와 수영장은 강과 조화를 이루며 파빌리온에서 해변으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연결을 만들어낸다. 인피니트 풀의 무한한 수평선은 이용자들에게 마치 강물 속에서 헤엄치고 산책하는 듯한 착시를 불러일으킨다. 해변 장벽과 바다 라임 잔디(sea lyme grass) 군락을 따라 만 들어진 모래 해변은 물길과 조화를 꾀하는 강변의 휴양지 같은 경관을 연출한다. 해안 산책로 해변을 따라 다양한 기능과 분위기가 있는 산책로가 펼쳐진다. 서쪽 방향 산책로에서는 자연적 지형에 융화되며 고유한 해안 경관을 드러내는 해안 초원을 연상시키는 정원을 가로질러 갈 수 있다. 파빌리온 드 라 코 트(Pavillon de la Côte)와 프롱트낙 키(Frontenac Quay)에는 현대적 감성을 담아냈다. 동쪽 부둣가 산책로는 기존 습지를 강조하며 드넓은 녹색 평원으로 마무리된다. 이 평원에는 파빌리온 드 라 부알(Pavillon de la Voile), 스포츠 시설, 피크닉 플랫폼, 강변 진입로 등 다양한 공간이 어우러진다. 지역 생태계와 공공 공간 대상지 지역의 생물 다양성을 회복하기 위해 교목 1,055그루, 관목 2만8,950그루, 자생종 초화류 11만 7,000본 등 다양한 식물을 심었다. 생미셸(Saint-Michel) 습지를 활성화해 지역의 동식물군에 반드시 필요한 생태계를 보존하고자 했다. 다학제적 노력의 결과물이 잘 반영된 사뮈엘은 개장 후 방문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번 프로젝트 는 공중 보건, 기후변화 대응, 생태학, 생물 다양성 등 을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완성도 높은 공간을 통해 구 현하고, 이용자에게 유의미하고 흥미로운 경험을 제공 한다는 공공의 목표를 달성하며 공공 공간의 위상을 높이고 좋은 공공 공간의 필요성을 역설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글 Daoust Lestage Lizotte Stecker Lead Designer(Architect, Urban Design, Landscape Architect)Daoust Lestage Lizotte Stecker, Réal Lestage, Eric Lizotte, Caroline Beaulieu, Lucie Bibeau, Grégory Taillon, David Gilbert, Mélissa Simard, Luca Fortin, Maria Benech Landscape Architect Consortium Daoust Lestage Lizotte Stecker, Option aménagement et Williams Asselin Ackaoui Collaboration Project Manager: Société Québécoise des Infrastructures(SQI) Partner: Ministère des Transports et de la Mobilité Durable Engineering: AtkinsRéalis, WSP, Tetra Tech Process Engineering: François Ménard Construction Manager: Pomerleau Contractor: Construction BML(Station de la Côte, Station de la Voile et Boulevard), Construction Deric(Station de la Plage, Mirror of Water and The Swimming Area), Construction Citadelle(Pavillon de la Côte et Pavillon de la Voile), Bauvais & Verret(Pavillon des Baigneurs) Client Commission de la Capitale Nationale du Québec(CCNQ) Location Québec, Canada Area 150,000㎡ Completion 2023 Photograph Adrien Williams, Stéphane Groleau, Maxime Brouillet, Nicole Grenier, Radio-Canada/Erik Chouinard 도스트 레스타주 리조트 슈테커(Daoust Lestage Lizotte Stecker)는 1988년 설립되어 건축, 조경, 도시설계를 다루는 다학제 디자인 그룹이다. 디자인 관습의 한계를 극복하고, 도시설계, 건축, 조경, 인테리어 등 다양한 분야의 경계를 허무는 디자인을 선보인다. 대상지와 주변 환경의 본질적 특성을 주의 깊게 살피고, 명확한 현대적 디자인 언어를 통해 과거의 흔적을 드러내는 방식을 추구한다. 간결함을 강조하는 디자인을 통해 도시와 건축의 관점에서 유의미하고 완성도 높은 공간을 설계하며 소규모 지역 단위부터 국제적 규모까지 다양한 범위에서 활동하고 있다.
    • Daoust Lestage Lizotte Stecker
  • 부첸뷔엘 공원 The Park, Recreational Area Butzenbüel at Zurich Airport
    2017년 스위스 취리히 국제공항 인근 부첸뷔엘(Butzenbüel) 언덕을 재설계하기 위해 더 파크(The Park) 공모전이 개최됐다. 스튜디오 풀칸의 설계안이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공원은 건축가 야마모토 리켄(Yamanotork Riken)이 설계한 18만 평 규모의 비즈니스 센터인 서클 단지와 함께 2020년 개장되어 고속도로, 공항, 서클 사이에 위치한 휴양지이자 평화로운 안식처 역할을 하고 있다. 대상지는 역동적 인프라로 둘러싸여 있으며 자연과 유사한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언덕에는 자연과 인공 경관의 역사적 층위가 쌓여 있다. 원래 이곳은 1960년대 고속도로를 만들며 나온 굴착토가 쌓인 빙하 퇴적물이었다. 1970년대에 인공 숲, 초원, 습지가 조성되면서 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이곳을 자연 보호, 여가 활동, 산림 활용 등 언뜻 보기에 서로 상충하는 요구 조건을 충족시키고 시너지 효과를 내는 설계를 통해 탈바꿈시키고자 했다. 상징적 경관 조각품 부첸뷔엘 공원은 그 자체로 상징적 경관 조각품이며, 서클 단지의 요구 사항에 부응하고 자연과 숲을 보존하고 있다. 주로 대상지에서 찾은 재료를 사용했는데, 한 예로 퇴적물 속 자갈을 산책로와 벽에 활용했다. 디자인 콘셉트와 두 가지 주요 개입 하늘, 숲, 빙하 퇴적물, 지형이라는 대상지의 네 가지 층위를 설계에 반영했다. 숲 개간: 나무들을 지름 200m의 타원형 공원 주변으 로 둘러 트리 링을 만들었다. 트리 링은 상징 공간이자 고요한 공간을 조성한다. 이곳은 언덕을 공원의 랜드 마크로 바꿔주는 ‘천상의 아레나’로 기능한다. 산과 고원: 언덕의 수직적 층위를 강조했다. 언덕 아래에는 스위스 빙하 퇴적물이 있고, 그 위에는 스위스 숲이 있다. 빙하 퇴적물을 활용해 추상적 조형물을 만들었다. 이 조형물은 하늘과 날씨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스카이 플랫폼과 함께 산의 정상 구역을 형성한다. 서클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스카이 플랫폼에 갈 수 있다. 공원은 숲 순환 산책로, 스카이 순환 산책로, 파빌리온, 거울 연못으로 구성된다. 빛을 반사하는 거울 연못은 공원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추가 설계 순환 산책로: 두 개의 주요 동선인 숲 순환 산책로와 스카이 순환 산책로를 조성했다. 두 산책로는 기존 빙퇴석 자갈로 만들었다. 숲 산책로는 공원 입구와 공원을 연결하고 다채로운 숲을 관통한다. 스카이 산책로는 개간지와 고원으로 이어진다. 장소와 용도: 자연에 대한 경험을 방해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시설물만 설치하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 게 했다. 작은 고원에 숲 파빌리온을 설치해 조용하게 휴식할 수 있도록 했다. 케이블카는 경사면의 기슭과 스카이 산책로를 연결하고, 대상지를 가로질러 빙퇴석 벽을 볼 수 있게 한다. 자연과 숲 보호 숲 보호를 핵심 설계 목표로 삼아 휴양과 자연 보호 기능을 결합했다. 목표 지향적 유지·관리를 통해 밀도, 수종 구성과 분위기가 다른 여러 구역을 만들고자 했다. 공원은 재설계를 통해 숲과 자연을 보호할 뿐 아니라 방문객의 요구를 충족하는 다목적 여가 활동 공간이 되어줄 것이다. 글 Studio Vulkan Landscape Architecture Studio Vulkan Landschaftsarchitektur with Robin Winogrond Ecology Oeplan Forest BauSatz Objects Winfried Schneider Produkt Design Furniture Inch Furniture with Luis Bischoff Client Zurich Airport AG Location Zurich Airport, Switzerland Area 1,131㎡ Realisation 2017~2021 Competion 2021 Photograph Daniela Valentini 스튜디오 풀칸(Studio Vulkan)은 2014년 조경설계사무소 슈바잉 루버 출라우프(Schweingruber Zulauf)와 로빈 비노그론트(Robin Winogrond)를 합병해 만든 회사다. 취리히와 뮌헨에 본사를 두고 10개국에서 온 40명의 전문가가 조경 팀을 이끌고 있다. 조경, 도시설계, 도시계획, 예술, 전통에 대한 전문 지식과 스위스, 독일, 미국 등 여러 나라의 문화를 바탕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한다.
    • Studio Vulkan
  • 힐티 캠퍼스 Hilti Campus
    줄리아니 횡거 아키텍트(Giuliani Hönger Architects)와 협업해 리히텐슈타인의 샨(Schaan)에 위치한 전동공구기업 힐티Hilti 본사 건물을 전통적인 산업 부지에서 혁신과 지식의 캠퍼스로 탈바꿈시켰다. 캠퍼스의 오픈스페이스는 만남의 장소로 기능하는 동시에 자연 전이 공간 역할을 한다. 조경설계의 콘셉트는 라인 계곡(Rhine Valley)과 쓰리 시스터즈 마시프(Three Sisters Massif) 산맥의 경관에서 영감을 얻었고, 남동쪽 숲은 공간의 배경 역할을 한다. 그린 파사드 주차장 프로젝트 첫 단계(2017)는 복층 주차장을 조성해 대상지 내 주차 공간을 줄이고, 다양한 조경 공간을 갖춘 캠퍼스를 만드는 것이었다. 공원을 마주하고 있는 주차장 건물 입면을 덮은 10m 높이의 키 큰 덩굴 식물은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다양한 색과 꽃을 통해 방문객에게 계절감을 선사한다. 녹화된 입면은 공원을 위한 인상적인 배경을 만들며, 공원의 북쪽 끝을 알리는 안내판 역할을 한다.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어진 통경축은 대상지 너머 인접한 자연 경관까지 확장되며 주변 자연 경관과 통합된다. 공원과 퍼걸러 생태와 디자인적 요구 사항과 더불어 설계의 핵심 콘셉트는 공원과 안뜰에 직원과 방문객을 위한 새로운 공간을 제안하는 것이었다. 야외 활동의 기회를 만들어내며 기존의 업무 공간을 보완하고자 했다. 울타리와 풍성한 교목 군락으로 구성한 다양한 크기의 장소에서 담소와 회의, 팀 행사를 진행할 수 있다. 힐티 캠퍼스에서 가장 중요한 오픈스페이스는 퍼걸러다. 오픈스페이스 콘셉트에서 독립적 요소로 기능하는 퍼걸러는 주차장 계단에서 캠퍼스를 가로지르며 오피스 노르드(Office Nord) 건물의 아케이드까지 이어지는 산책로 역할을 한다. 이 퍼걸러는 대상지 내 다른 건물 입면과 맞닿지 않고 북쪽 오피스 건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다양한 녹색과 노란색의 몰딩 유리를 퍼걸러의 콘크리트 지붕 원형 개구부에 설치했다. 원뿔형 채광창은 태양의 위치와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빛의 반사 효과를 더욱 극대화한다. 퍼걸러는 캠퍼스 공원의 연출 요소 중 하나로 다양한 공간적 확장을 통해 공간을 연결하며 휴식과 만남의 장소 역할을 한다. 공원 중앙에 위치한 퍼걸러 끝 지점은 파빌리온처럼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소규모 행사 장소나 북쪽 오피스 건물 이용자들을 위한 야외 다이닝 공간으로 활용 가능하다. 탁 트인 초원 너머 외딴 나무, 숲과 숲 경계 구역은 이용자의 시선에서 보면 경계선이 모호하다. 힐티 캠퍼스는 이러한 주변 자연 경관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퍼걸러는 주변의 식재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시퀀스와 어우러진 매력적인 전망을 선사한다. 숲 근처에는 서어나무, 물푸레나무, 참나무, 소나무, 단풍나무 군락이 있고, 대상지 동쪽에는 계수나무, 체리나무, 호두나무뿐 아니라 피나무, 아이언우드, 뽕나무, 사과나무와 같은 과실수와 조경수를 볼 수 있다. 공원의 넓은 잔디밭과 다양한 수종의 나무, 다간형 수목은 충분한 야외 활동 공간을 제공한다. *환경과조경442호(2025년 2월호)수록본 일부 글 Vogt Landschaftsarchitekten Landscape Architect Vogt Landschaftsarchitekten Architect Giuliani Hönger Architects Client Hilti Location Schaan, Liechtenstein Area 28,900㎡ Design 2016~2023 Completion 2023 Photograph Vogt Landschaftsarchitekten 보그트(Vogt Landschaftsarchitekten)는 2000년 취리히에 설립한 조경설계사무소로 베를린, 런던, 파리 등 여러 도시에서 활동하고 있다. 광범위한 분야와 사무소 간의 물리적 거리라는 한계 속에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공통의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며 끊임없이 성장 중이다. 특히 유럽의 도시 경관을 위한 새로운 접근법을 만들고 도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밀도 높은 담론을 마련하며, 새로운 도시 담론을 이끌어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담론을 토대로 조경가로서 지리학자와 식물학자의 시선을 유지하고자 노력한다. 그 결과를 다양한 프로젝트와 전시, 출판을 통해 실현하고 있다.
    • Vogt Landschaftsarchitekten
  • [우먼스케이프] 신라 선덕여왕
    두 번째 이야기: 신라 선덕여왕(각주 1) 사실 모험하는 기분이었다. 한국 여인들의 이야기도 함께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가장 먼저 떠올린 인물이 선덕여왕이었다. 아마도 인상 깊게 본 드라마 ‘선덕여왕’(2009)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 드라마를 보기 전 선덕여왕에 대한 내 지식은 첨성대와 향기 없는 모란꽃 이야기가 전부였다. 그러다 선덕여왕 드라마를 보면서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었다. 뭐야, 저게 다 신라의 이야기라고? 에이, 설마. 그러면서도 작가의 상상력을 부추긴 근거가 있을 것이므로 검색해 가며 봤다. 그때부터 틈날 때마다 한국사 공부를 다시 하고 있는데, 내 지식이 얼마나 허술했는지 혀를 끌끌 차기도 했다. 그간 열심히 탐구하고 연구해 온 역사학자들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조사 중 정기호 교수(성균관대학교 조경학과 퇴임)가 쓴 첨성대에 관한 논문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 그는 경주 선도산에서 비롯해 동서로 뻗는 축과 동지 일출선이 교차하는 지점에 첨성대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석굴암과 경주의 축조물들은 극히 계획적으로 앉혀졌으며, 특히 첨성대는 국가 체계 수립 과정에서 왕도 건설의 의도적인 축 설정과 관계되어 있다고 해석했다.(각주 2) 첨단의 도시계획이다. 정기호 교수를 통해 선덕여왕 이야기의 진정한 실마리를 찾았으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신라의 왕도 건설은 언제 시작됐고 어떤 이념 하에 계획됐으며 선덕여왕은 어떤 역할을 했을까? 질문의 가닥이 잡혀갔다. 암탉이 울었다? 그리고 펼쳐 든 책이 하필 박영규의 『한 권으로 읽는 신라왕조실록』이었다.(각주 3) 알다시피 신라의 사기 원본은 존재하지 않는다. 박영규는 『삼국사기』 등을 토대로 『조선왕조실록』처럼 신라왕조의 이야기를 한 권으로 엮어 펴냈다. 그중 제27대 “선덕왕실록”을 펼쳐 읽기 시작했는데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객관적 서술 사이사이에 저자의 주관적 해석이 내비쳤다. 선덕여왕을 시름시름 앓기나 하던 무능한 여왕으로 묘사했다. 우선 “국제 사회에서 따돌림 당하는 선덕왕과 신라 내정의 혼란”이라고 부제를 붙인 것부터 수상쩍었다. 국제 사회에서 따돌림당했다는 것은 오랜 적대 관계였던 백제의 젊은 의자왕이 막강한 기세로 공격해 여러 성을 빼앗겼고 고구려와의 협상도 순조롭지 않았던 것을 말하는 듯했다. 백제의 침공도, 고구려와의 관계도 선덕여왕이 여자였다는 사실과는 무관했다. 그럼에도 당태종이 “너희들 은 여자를 왕으로 모셔 이웃 나라로부터 경멸당하고 있다”고 시비를 걸어 온 것에 박영규라는 21세기의 인물이 “저도 같은 심정이에요”라고 말하는 듯했다. 감히 우리의 왕을 두고 도발을 서슴지 않은 당태종을 비판하고 꾸짖어야 마땅했다. 천사백 년 전에 죽은 당태종이 아직도 무서웠거나 아니면 『삼국사기』를 쓴 김부식의 견해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일 수도 있다. 김부식은 사료(각주 4)에 바탕을 두고 삼국사기를 매우 객관적으로 집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선덕(여)왕 편에서도 그는 학자의 객관성을 지켜 “선덕왕이 즉위했다. 덕만은 성품이 너그럽고 어질며, 총명하고 민첩하였다. 왕이 죽고 아들이 없자 나라 사람들이 덕만을 왕으로 세우고 성조황고聖祖皇姑라는 칭호를 올렸다” 등 여러 고서의 내용을 착실히 옮겨 적었다. 선덕여왕이 즉위 16년 되던 해에 승하했다는 것까지 다 쓰고 나서 마지막에 도저히 못 참겠다는 듯, ‘신라의 여왕에 대한 사론’이라는 단락을 첨부해 이렇게 말했다. “신라는 여자를 받들어 세워서 왕위에 있게 하였으니 진실로 어지러운 세상의 일이요, 나라가 망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 하겠다. 서경에는 암탉이 새벽을 알린다고 하였고, 역경에는 파리한 돼지가 껑충껑충 뛰려 한다고 하였으니, 그것이 경계하지 않을 만한 일이겠는가!”(각주 5) 암탉도 모자라서 돼지까지 등장시켰다. 심해도 정말 심했다. 이쯤 되면 유교적 사고 때문이라 하기도 어렵다. 여자 남자를 떠나 국왕을 이런 식으로 디스(디스리스펙트의 준말)한 것은 유학의 가르침에도 분명 어긋난다. 그런데 신라의 여왕 세 명 중에서 유독 선덕여왕만 비판했다. 세 여왕 중 맏이니 대표로 욕을 먹으라는 뜻이었는지 아니면 뭔가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 궁금해진다. 세 여왕 중에서 선덕여왕만 여러 사료에 심심찮게 등장한다. 그런 점으로 미루어 보아 선덕여왕이 그저 여자 임금, 암탉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가 아니었을까? 성조황고라는 칭호까지 받은 선덕여왕의 치세를 긍정적으로 묘사하면 혹시라도 고려에 여왕이 나타날까 봐 두려웠을까? 21세기의 작가 박영규는 선덕여왕이 자신의 죽음이 가까워진 것을 알고 무덤 자리를 정했다고 설명하며 그것도 “좋게만 볼 일은 아니”라고 했다.(각주 6) “아니 왜?” 읽다가 나도 모르게 툭 튀어나온 소리다. 박영규는 왜 좋게만 볼 일은 아닌지 이유는 말하지 않는다. 다만 9층 목탑 건립 등 무리한 공사를 강행한 것은 반정 세력에게 빌미만 제공한 꼴이어서 선덕여왕을 결코 좋게 평가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지금의 관점으로 보면 꽤 일리가 있어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말하는 반정 세력, 즉 비담파가 반역을 꾀한 이유가 무리한 건설 프로젝트나 도탄에 빠진 민생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여자 임금이 나라를 잘 다스릴 수 없어서”라고 했다는데,(각주 7) 그렇다면 선덕여왕 즉위 직후에 반정을 도모하지 않고 왜 16년 동안 잘 있다가 여왕 재위 마지막 해에 반란을 일으켰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왕이 후사를 걱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후사가 없던 선덕여왕이 자신이 곧 죽을 것을 예견하고 사촌 여동생 승만(진덕여왕)에게 왕위를 계승하겠다는 유지를 내렸을 것이다. 그때 상대등이었던 비담은 자신이 왕이 될 자격이 충분히 있다고 보고 은근히 기대했을 것이며 그것이 틀어지자 반란을 꾀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여기서 말하는 “여자 임금”은 이미 운명을 다 한 선덕여왕이 아니라 진덕여왕을 말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타당할 것이다. 선덕여왕의 치세에는 이의가 없었으나 다음 왕은 내가 해야겠다는 의도였을 것이며, 김유신, 김춘추 등 여왕파와 갈등이 있었을 것이다. 이때 김유신이 반란을 진압했다고 하는데, 여러 정황으로 보아 당시 선덕여왕은 김춘추, 김유신과 안정적인 삼각구도를 이루며 통치했고 신라의 미래를 길게 내다봤던 것 같다. 황룡사 9층 목탑을 비롯해 분황사, 영묘사 등 많은 사찰을 건립했는데 이는 왕의 불심이 너무나도 두터운 나머지 무리한 사찰 건설로 민생을 도탄에 빠뜨린 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보다는 신라만의 독특한 호국신앙에 근거한 장기적인 왕도 건설의 청사진이 있었으며(각주 8) 여왕은 실천의 주축을 이루었다. 왕도 건설의 청사진이란 곧 ‘불국토’의 구현이었다. 정원도시, 생태도시 등을 표방하는 것이 21세기적 도시설계의 이념이라면, 7세기 신라에는 불국토의 구현이라는 뚜렷한 이념이 있었다. 거대 담론이란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선덕여왕 즉위 시점의 주변 정세를 보면 사실 사면초가와 같아 호국이 절대적 과제였다. 고구려, 백제, 신라는 같은 민족이 아니라 서로 타국으로 이해하여 영토 분쟁이 끊이지 않았었다. 당과의 관계도 복잡했고 백제와 친한 일본도 신라의 해안을 수시로 범했다. 아직은 세력이 작았던 신라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군사력을 기르고 한편으로는 줄타기 식의 아슬아슬한 외교 정책에 의존해야 했다. 선덕여왕은 김춘추에게 외교를, 김유신에게 군사를 맡겼다. 그리고 자신은 나라의 정신적이고 영적인, 즉 종교적 지도자의 역할을 온 힘으로 맡아냈다. 신라인들이 과연 선덕여왕이 갑옷을 입고 전장에 뛰어들어 외세의 침입을 몸소 막는 것을 바랐을까? 아닐 것이다. 21세기의 관점에서 고대사를 바라볼 때 간과하기 쉬운 부분인데, 당시에는 정치, 외교, 군사 외에도 종교가 국가적 핵심 사안이었다. 고대의 왕이 제사장 혹은 무왕에서 비롯됐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왕에게는 호국의 책임이 있었다. 선덕여왕은 불교적 호국의 상징적 존재였다. 신라인들이 호국을 오로지 군사력에만 의존하지 않고 종교에 더 크게 기댔다는 사실은 수많은 능과 사찰과 불탑의 존재, 그와 관련된 많은 설화가 입증한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첨성대다. 첨성대에 올라 춤추고 노래한 조선의 시인들 첨성대는 천문을 관찰하는 곳이라고만 알고 있었다. 천문대치고는 그 형태가 기이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내가 고민할 일은 아니라 여겼다. 그런데 알고 보니 첨성대의 기능에 대해 적어도 네 가지 해석이 존재한다. 기능에 관한 확실한 역사적 기록이 전해지지 않으므로 여러 각도에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우선, 별을 관찰하는 천문대였다는 설이 주도한다.(각주 9)그러나 천문을 관찰하 기에는 여러모로 불편하게 설계됐다는 의견도 대두되었다.(각주 10)그러므로 다른 기능도 있을 것이라 는 추정이 가능하다. 그저 별을 관찰하는 곳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별자리를 형상화한 것이라는 설도 있다. (각주 11)즉 천상열차분야지도 등의 별자리 지도를 땅에 투영해 주요 시설을 각 별 자리에 배치했는데, 그 중심에 첨성대를 앉혔다는 해석이다. 정기호의 교차축 이론에 천문의 관점에서 새로운 레이어를 얹은 것이다. 고대의 천문 의존도를 고려해 볼 때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그런가 하면 젠더적 해석도 있다. 호리병 같은 형태와 상부에 얹은 사각형의 틀이 우물을 닮았고 그것은 여성성을 상징하는 것으로서 신라의 “토착적 여신신앙에 뿌리를 둔 성스런 건축물이기도 하다”는 주장이다.(각주 12)즉, 첨성대는 선덕여왕을 직접적으로 상징한다는 논지다. 같은 여성으로 서 여성을 성적 특성에 제한하는 것은 자승자박이라 마땅치 않은 해석이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첨성대가 ‘도리천’으로 가는 통로라는 기상천외한 설이다.(각주 13)불교의 세계관을 보면 우주의 중심에 수미산이 있는데 그 위의 하늘을 일컬어 도리천이라고 한다. 그런데 선덕여왕 자신이 바로 그 도리천에 자신을 장사 지내라고 지시한 바 있다는 이야기가 『삼국유사』를 통해 전해진다. 선덕여왕이 아무 병도 없는데 “짐이 모년 모월, 모일에 죽을 것이니 도리천에 장사 지내라고 지시했다. 신하들이 도리천이 어딘지 몰라 물으니, 왕이 말하기를 낭산 남쪽이라고 했다.”(각주 14)지금 선덕여왕 능이 바로 그곳에 자리 잡고 있다. 여왕의 혼이 49일 만에 능에서 일어나 첨 성대를 올라 눈에 보이지 않는 계단을 밟고 도리천으로 승천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첨성대는 수미산이 되는 셈이다. 여왕은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되었을까? 고대 그리스 신화가 부럽지 않은 멋진 이야기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 이야기가 세월을 이기고 조선 중후기까지 면면히 전해져 내려왔다는 사 실이다. 서거정(1420~1488), 김세렴(1593~1646), 조수삼(1762~1849), 김매순(1776~1849) 등 조선의 여러 시인이 첨성대에 다녀와서 지은 시들이 남아 전해진다. 예를 들어 서거정은 첨성대 아래에서 신라 시대의 춤과 노래로 선덕여왕의 영혼을 위로했더니 도리천을 갔다 오는 꿈을 꾸었다는 글을 남겼다. 19세기 중엽에는 조수삼이 첨성대 계단을 오르면 계단이 끝나면서 허공의 층계가 이어진다는 내용의 시를 지었다.(각주 15)어떻게 된 일인가. 이들은 모두 유학자였지만 동시에 시인으로 명성이 높던 인물이었다. 그리고 하나같이 첨성대가 하늘로 가는 길이라 노래하고 있다. 네 시인의 연혁을 보 면 각각 다른 시대를 살았음을 알 수 있다. 서로 동무해서 같이 놀러 갔다가 취기에 지은 시가 아니다. 서거정과 김매순 사이에 삼백 년 이상의 세월이 놓여 있다. 그런데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첨성대 축조의 의미가 정말 그러했음을 짐작하게 한다. 적어도 19세기 중엽까지 하늘로 가는 계단이라는 첨성대의 의미가 전승됐다는 뜻이다. 그 뒤 시대적 격변 속에서 잊혔다가 여 러 사람의 끈질긴 탐구로 다시 발견되었다.(각주 16) 불국토를 건설하기 위해 태어난 선덕여왕 그렇다면 선덕여왕이 누구였기에 그를 위해 하늘로 가는 통로를 만들어 주었을까? 이제 안함이라는 고승이 등장할 차례다. 선덕여왕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법사는 지장도, 원광도 아니고 안함이었던 것 같다.(각주 17)다소 비밀에 싸인 것 같은 이 인물은 진평왕 대에 중국에서 신라로 밀교를 가지고 들어왔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이 점이 중요한데, 딸인 덕만이 왕위를 계승해야 할 근거를 제시 했다. 즉, 덕만이 사실은 길상천녀의 화신이라고 설명한 것이다. 길상천녀는 복덕을 주는 여신으로 아름다운 얼굴에 하늘의 옷을 입고 보관을 썼으며 왼손에 여의주를 받들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이 여신이 신라에 불국토를 건설하기 위해 덕만으로 다시 태어났다는 것이다. 첨성대 축 조 역시 안함이 발원했다고 한다. 여왕으로서의 임무를 완수하고 다시 하늘로 돌아갈 수 있도록 통로를 마련해 준 셈이다. 믿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이야기다. 안함은 상당히 신통한 도사였다고 전해지는데, 기왕 반쯤 신화에 발을 담근 김에 이야기를 계속 따라가 보자. 신라 불국토 건설의 이념이 안함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신라의 지도층에서 지지하 지 않았다면 구현될 수 없었을 것이다. 불국토가 원래 신라 땅에 있었다고 하는데 “에이 뭔 소리” 라고 할 귀족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 중심에 선덕여왕을 세운 것은 신의 한수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길상천녀라니 자신의 신화를 만든 것은 고대 이집트의 핫셉수트 여왕과 같지만 남장을 할 필요는 없었다. 안함은 선덕여왕 재위 8년에 입적했다. 구름을 타고 서쪽 하늘로 유유히 사라졌다고 한다. 어 쨌거나 신라인들은 여왕을 길상천녀로 알고 나라를 지켜줄 거라 철석같이 믿었을 것이고, 여왕은 불국토 청사진에 따라 분황사와 영묘사를 세우고 황룡사 구층목탑을 완성했다. 자신의 무덤 자 리를 정하고 그 아래 사천왕사 설립을 지시한 뒤 세상을 떠났다. 후대의 문무왕이 선덕여왕의 뜻에 따라 사천왕사를 지었다고 하며 자신을 동해 대왕암에 장사를 지내라는 유지를 남겼다. 옥녀 봉에 위치한 김유신 장군의 무덤도 같은 축선상에 있다. 결국 선덕여왕, 김유신, 김춘추, 문무왕 모두 불국토 건설 계획을 공유하고 이를 빈틈없이 구현해 나간 하나의 팀이었던 것으로 해석해도 좋을 것이다. 이런 결속력과 깊은 신뢰에서 나당전쟁에서 이길 힘을 얻었을 지도 모르겠다. 사실 신라가 당나라를 끌어들인 까닭에 많은 비판의 대상이 되어왔다. 나당전쟁에서 이겼으니 망정이 지 까딱하면 나라 전체가 먹혀버렸을 수 있어 지금 생각해도 아슬아슬하다. 신라가 이긴 것이 요행이었을까 아니면 천운이었을까. 오늘의 관점에서 보면 하늘의 별자리에 따라 주요 시설을 세운다거나 불국토의 건설 같은 것이 무척 생소할 수 있다. 처음 불국토설을 들었을 때 피식 웃었었음을 고백한다. 도시계획과 조경의 이념은 크게 달라졌으나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라는 국토 보호의 염원은 예나 지금 이나 다르지 않다. 빛 공해로 인해 밤을 상실한 현대인으로서는 당시 신라의 밤하늘에 별이 어느 정도 총총하게 빛났었는지 상상하기도 어렵다. 어두워지면 바로 머리 위 하늘에 천상열차분야지도가 그려졌을 것이다. 매일 밤 손에 잡힐 듯, 쏟아져 내릴 듯 가까이에서 빛나는 그 별자리들은 그 시대의 일상이었다. 그들의 운행에 따라 절기가 바뀌고 오곡이 무르익고 사람이 나고 죽는다는 믿음은 너무 당연했다. 게다가 별자리는 지금 지적측량기만큼이나 정확하게 방위를 알려줬다. 그러므로 경주의 유적지들이 별자리의 재현이라는 사실은 전혀 허황하지 않다. 올해도 동지 새벽에 대왕암에 떠오르는 해가 선덕여왕릉을 지나 첨성대 위로 쏟아지고 옥녀봉 에 있는 김유신묘에 이를 것이다. 빛은 거기서 머물다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더 나아가 태백을 달 려 백두산까지 가지 않을까? 옛 호국의 영웅들은 아직도 서로를 신뢰하며 묵묵히 한반도를 지키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작금의 나라 형편을 보면 그들의 혼을 불러 기도라고 하고 싶은 심정이다. 부디 이 땅의 지도자들로 다시 태어나 주소서. **각주 정리 1. 『삼국사기』 등 역사서에는 선덕왕으로 나타나지만, 모든 이들이 선덕여왕이라 부르기 때문에 그에 따르기로 한다. 2. 정기호, “경관에 개재된 내용과 형식의 해석: 석굴암 조영을 통하여 본 석굴형식과 신라의 동향문화성을 중심으로”, 『한국조경학회지』 19(2), 1991, pp.23~31. 3. 박영규, 『한 권으로 읽는 신라왕조실록』, 웅진지식하우스, 2001. 4. 김부식이 참고했다는 고서 대부분이 분실되고 없다는데 어떤 경위로 사라졌는지에 대해선 아무도 모르는 듯하다. 5. 김부식, 『삼국사기』, 신라본기 제5권, 선덕왕, 신라의 여왕에 대한 사론. 한국 고대 사료 DB db.history.go.kr/ancient/level.do?levelId=sg_005r_0020_0480 6. 3번 책, p.293. 7. 김부식, 『삼국사기』, 신라본기 제5권, 신라본기, 선덕왕 본기. 한국 고대 사료 DB db.history.go.kr/ancient/level.do?levelId=sg_005r_0020_0010 8. 이에 관해서는 정기호 교수가 집중적으로 연구한 바 있다. 9.천문학자 박상범은 첨성대를 현존 세계 최고의 천문대라 정의했 다. 박상범, 『하늘에 새긴 우리 역사』, 김영사, 2002, p.79. 10.1960년대 중반 전상운이 최초로 첨성대가 천문 관측에 적당한 구 조가 아니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서금석, “천문대로서의 첨성대 이 설에 관한 재론”, 『한국고대사연구』 86, 2017, p.152. 11.‘첨성대 별기’, 울산MBC 다큐멘터리, 2009. 12.김명숙, “첨성대, 여신 상이자 신전”, 『한국여성학』 32(3), 2016, p.139. 13.장활식, “첨성대 축조 발원자”, 『신라문화』 49, 2017, p.57. 14.일연, 『삼국유사』, 권1 제1기이, 선덕왕 지기삼사. 15.13번 글. 16.부산대학교 장활식 교수는 십 수 년을 첨성대 연구에 바쳤으며 건 축가, 사학자, 천문학자와는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 새로운 사실을 많이 확인해냈다. 17.국사편찬위원회, 『해동고승전』, 권 제2 유통1-2 , 석안함 편. db.history.go.kr/id/hg_002r_0060_0040 고정희는 1957년 서울에서 태어나 어머니가 손수 가꾼 아름다운정원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어느 순간 그 정원은 사라지고 말았지만, 유년의 경험이 인연이 되었는지 조경을 평생의 업으로 알고 살아가고 있다. 『식물, 세상의 은밀한 지배자』, 『신의 정원, 나의 천국』, 『고정희의 바로크 정원 이야기』, 『고정희의 독일 정원 이야기』, 『100장면으로 읽는 조경의 역사』를 펴냈고, 칼 푀르스터와 그의 외동딸 마리안네가 쓴 책을 동시에 번역 출간하기도 했다. 베를린 공과대학교 조경학과에서 20세기 유럽 조경사를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는 베를린에 거주하며 써드스페이스 베를린 환경아카데미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 고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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