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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선을 읽는 시선들] 맥시멈과 미니멈
설계는 생각을 도면 위에 그리는 행위다. 머릿속 이미지를 시각화해 명확한 형태로 표현하는 것이다. 이 과정은 무한 반복의 피드백이 필요하다. 도면 위에 그려진 이미지는 다시 생각을 구동하게 만들고, 조정된 형태로 도면 위에 반영된다. 이러한 작업에서 설계자는 희열을 맛보기도 하고 깊은 슬럼프에 빠지기도 한다. 그려진 도면은, 나름 완성된 도면은, 실제로 구현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최종의 결과물이며 설계자의 생각이 오롯이 드러난 창작물이다.
생각은 어떻게 정리되는가
설계의 단초는 다양하다. 건조한 문구로 채워진 과업지시서일 수도 있고, 열정적인 건축주와의 토론 결과에서 시작하기도 한다. 결론은 ‘잘 만들어 주세요.’ 그 순간 공은 이제 설계자에게 넘어온다. 답사하고 조사한다. 초기의 생각들은 간단한 스케치로 남겨진다. 그리기를 반복하면서 설계자의 의지가 투사된다. 욕심이 의지로 착각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어디에서 보았음 직한 멋진 이미지를 구현해 보고 싶은 생각에 도면은 점점 과감해진다. 과도해진다. 생각이 정리될 즈음에는 엇나간 선들도 함께 소거되어야 하나, 끝까지 살아남아서 설계자를 괴롭힌다.
땅에 집중하자
마음을 비우는 것은 다시 처음을 생각하는 것이다. 쓸모없는 미사여구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건축주의 집착도 다시 살펴봐야 한다. 왜 만들고자 할까, 이 땅에 진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없어도 되는 것은 어디까지일까.
땅에 집중하자
마음을 비우는 것은 다시 처음을 생각하는 것이다. 쓸모없는 미사여구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건축주의 집착도 다시 살펴봐야 한다. 왜 만들고자 할까, 이 땅에 진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없어도 되는 것은 어디까지일까.
2007년 서울아산병원. 조경 공간이 구현될장소의 구조는 의외로 단순했다. 한쪽에는 거대한 병원 건축물이, 반대편에는 방대한 주차장이 있다. 바닥은 지하 주차장 상부, 길이 300m와 폭 60m. 웬만한 공원 규모에 버금간다. 아픈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 직원까지 하루 유동 인구가 4만 명쯤 된다고 했다.
밀도 높은 숲이 필요했다. 나무는 최대한 조밀하게, 높은 키로 건물을 가릴 수 있기를. 환자들이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는 통로는 넘치더라도 많게, 나무 아래 앉을 수 있는 공간도 많게, 오래 앉아도 불편하지 않은 벤치를 충분하게, 풀과 꽃과 나비를 많이 만날 수 있게, 물가를 걷는 즐거움을, 물소리는 듣는 재미를, 어디 한적한 곳에 숨어서 미어지는 가슴을 달랠 수 있기를. 정영선의 생각은 분명했다.
조경이라는 이름으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요소들을 모았다. 사방을 둘러봐도 콘크리트의 건조함밖에 없는 장소는, 완전히 다른 것들로 채워질 필요가 있었다. 이곳은 병원이었다. 설계자의 과욕이 표현될 공간은 없었다. 형태는 기능에 충실해야 했고, 디자인적 제스처는 배제되었다. 준공 후 15년 차, 숲은 높게 자랐고 여전히 환자들로 넘쳐난다. ‘맥시멈(maximum)’은 땅에 집중한 결과였다.
아무것도 할 것이 없다
2008년 뉴욕 주 원불교 원다르마센터. 공항을 빠져나온 우리 일행은 파크웨이를 따라 두 시간 쯤을 달려 한적한 시골 마을에 도착했다. 저 멀리 애팔래치아 산맥이 보이는 낮은 구릉의 대상지. 땅은 아름다웠다. 남겨진 숲, 완만한 구릉을 따라 흐르는 넓은 초지, 그림 같이 자라난 야생 사과나무, 언제 비가 왔는지 아직 습지로 남아 있는 낮은 계곡. 바람이 불고 검은 구름이 몰려오니 금방 후드득 비가 내린다. 그러다가 언제 개었는지, 구름 사이로 햇빛이 쏟아진다. 여기는 원래이런 곳이라고 했다. 다듬어지지 않은 자연의 변화무쌍을 어렵지 않게 만나게 되는 땅.
건축가는 이곳에 명상을 위한 집 몇 채를 설계하고 있었다. 한국의 시골집을 닮은 구조라고했다. 규모는 소박했고, 배치는 자연스러웠다. 땅을 해치지 않는 디자인. 미주 원불교에서 추진하는 명상 공간을 위한 장소였다.
이곳에 ‘조경’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았다.여기에 무엇을 더한다는 말인가. 땅을 깎고 담을 올리며, 나무를 심는 행위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지형도를 분석하고, 스터디 모형을 만들고, 답사한 자료들을 모았다. 이쯤 되면 설계자의 노트는 이런저런 스케치로 채워지고 있어야 하나, 여전히 빈 종이뿐.
아무것도 할 것이 없다. 결론은 의외로 명쾌하고 단순했다. 조경을 하지 말자는 것이다. 걷기 명상을 위한 길을 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길은 굽이굽이 흐른다, 충분히 좁게 만든다, 한눈에 드러나지 않아야 한다, 지형을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 ‘미니멈(minimum)’ 디자인의 전략들이 정리되고 있었다.
설계는 도면집 두께로 판단되지 않는다. 생각은 땅을 이해하는 태도에서 출발하는 것이 옳다. 필요한 것들은 충분히 담겨야 하고, 필요 없는 것들은 과감히 배제되는 것이 좋다. 그것이 맥시멈이든 미니멈이든 정영선의 작업은 늘 땅에 집중한다. 그가 그의 작업을 ‘땅에 쓰는 시’라고 부르는 이유다
박승진은 경관, 도시, 정원과 관련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loci 대표소장이다. 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를 거쳐 한국 1세대 조경설계사무소 서안에서 실무를 했다. 2007년 지금의 사무실을 열었다. 조경건축가로서 푸른 별 지구, 우리가 살아가는 곳곳, 자연과 도시와 정원, 평범한 일상의 사람들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즐겁게 작업하고 있다. 서안에 재직하면서 정영선과 함께 워커힐 마스터플랜, 삼성전자 30주년 기념공원, 서울아산병원 등 다양한 규모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후 loci를 운영하면서 뉴욕 원다르마센터, 아모레퍼시픽 본사 사옥과 원료식물원, 제주 오설록, 강릉 시마크호텔, 남해 사우스케이프 등 여러 작업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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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선을 읽는 시선들] 협업의 유산을 읽다
정영선의 ‘서양조경사’ 강의는 당시 대학교 3학년 조경학도들에게 서양 정원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만들어 주었다. 4학년이 되자 한국 정원을 하나라도 더 가슴에 심어주고 싶었는지 지금도 들어가기 힘든 성락원 복원 현장을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1987년 가을, 전국 학생졸업작품전에 대학별로 출품해 경복궁역에서 전시와 심사가 열렸는데, 안타깝게도 자리가 모자라 한 작품이 걸릴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우리 팀만 남겨져 발을 동동 구르다 마침 어둡고 구석진 자리를 발견하고 근처 목공소의 도움을 받아 뒤늦게 작품을 걸게 되었다.
우연히 이 과정을 지켜보던 심사위원 정영선은 보통의 작품과는 달리 재개발 계획에 관한 설계와 모형을 들고 나온 우리 팀에게 가장 잘했다며 격려해 주었다. 이후 조경설계 서안(이하 서안)의 인턴으로 일하게 되었고, 졸업한 뒤에는 그의 추천으로 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하며 자연스레 환경대학원에 진학하였고 방학 중에는 서안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지금 생각해 보면 정영선은 나에게 많은 기회를 열어주었다. 그와 함께한 여러 프로젝트 중 의미 있는 두 개의 마스터플랜과 비영리 재단과 협업한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선유도공원 설계공모
1999년 10월 말 선유정수장의 공원화 설계공모가 열렸고, 나는 설계공모 PM을 맡게 되었다. 대상지를 처음 만났을 때, 유학 시절 논문 주제였던 ‘장소의 기억-베르시 공원Le Parc de Bercy’이 떠올랐다. 파리 시가 오랜 기간 조사 및 연구 후 공원의 성격을 결정해 설계공모를 열었던 베르시 공원과는 달리, 선유도공원 설계공모에 주어진 시간과 자료는 몹시 빈약했다. 장소성 보전을 위해 기존 정수장 시설을 존치하거나 재활용하라는 지침이 따로 없었듯이 건축 도면은 제공되지 않았다. 선유도는 겸재 정선의 그림 속 신선이 노니는 섬처럼 아름다운 선유봉이었다는 것, 과거 섬 안에 큰 절과 유명한 약수가 있었다는 것을 지역 역사에서 찾으면서 물과 인연이 깊은 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료를 찾으면서 정수장 지하실에서 프랑스 엔지니어링 회사가 설계한 묵은 도면집을 찾아냈고, 직원 허락 하에 개별 건축 도면을 복사할 수 있었다. 복사해 온 건축 도면을 누더기처럼 이어 붙이고 다시 도면화해 현황 모형을 만들어 보니 현장에서 보지 못한 다른 차원의 공간들이 나타났다. 우리는 정수장의 핵심 시설인 하부 공간에 주목했고 정수 공간의 흔적을 일부 남김으로써 장소의 기억을 회생시키면서 물과 수생 식물이라는 새로운 주제를 부여하였다.
정영선은 젊은이들과의 협업에 포용적이고,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이는 데 열려 있었다. 당선 후 부분적으로 바뀌긴 했지만 마스터플랜이 추구하고자 했던 가치는 그의 강한 의지로 지켜지고 실현되었다. 당시 산업 시설의 재활용에 대한 시선이 지금 같지 않아 어려움도 있었다. 취수 펌프장 건물 구조는 마치 수변에 다리를 걸친 정자를 떠올리게 해 정자에서 조망을 즐겼던 선조들의 풍류를 재현하는 의미에서 선유정이라 이름을 붙였다. 신선이 노닐었다는 선유도의 낭만적 장소성을 되살리고 한강 너머로 마주하고 있는 망원정과 함께 장소의 기억을 이어주는 상징적 공간이 되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당선 후 서울시 심의에서 어느 시의원이 선유정을 지적하며 진짜 한국 전통 정자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원안을 관철하지 못했다며 정영선은 심의를 나오자마자 너무 속상한 나머지 나에게 미안하다고 전화한 적도 있다.
그는 건축가와의 협업을 자주 강조했다. 실제로 공모전 팀 구성에 건축가가 포함된 팀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선유도공원은 당선 후 건축과의 협업이 중요한 프로젝트였던 만큼 비슷한 가치와 생각을 공유하는 건축가와의 작업이 무척 중요했던 것 같다. 이때의 교훈을 깊이 새겨 프로젝트의 규모와 상관없이 건축가와의 협업이 필요하다면 초반부터 같이 작업하고 있다.
*환경과조경436호(2024년 8월호)수록본 일부
전은정은 조경포레 소장이다. 성균관대학교 조경학과 졸업 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을 거쳐 파리 라빌레뜨 국립건축대학/국립고등사회과학대학원 협동박사과정 ‘정원, 경관, 지역’의 D.E.A.를 취득했다. 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 조경설계 서안을 거쳐 2004년 사무실을 열었다. 과거와 현대의 공존, 전통 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재단법인 아름지기의 사무국장을 지냈으며, 사단법인 도코모 모코리아 이사로 활동했다. 김해 수릉원, 동경주재 주일한국대사관, 강릉 라카이 샌드파인 리조트 조경설계 등을 수행했다. 용산공원 국제공모에서 서안과 협업해 3등에 당선된 바 있다. 틈틈이 설계와 시공을 병행, 이화여고 100주년기념관 등 다수의 개인 정원을 작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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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선을 읽는 시선들] 땅을 읽는 법을 배우다
정영선의 작품과 철학은 오늘날 한국 조경의 방향성을 제시하며 많은 후배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첫 직장인 조경설계 서안(이하 서안)에서 6년 가까이 일했지만, 직접 만나며 일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의 스케치와 도면, 보고서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잠시 만나는 기회가 있으면 그의 말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썼다. 당시 정영선의 작품에서 받은 영감과 배움을 독자와 나누고자 한다.
담담한 설계를 그리며 배우다
정영선의 작품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이 있다. 어디까지가 그가 만든 경관이고 어디서부터가 원래 있던 자연인지, 그 경계가 모호한 아름다운 풍경이다. 당시 그는 한국 조경의 특성을 ‘담담함’이라고 표현했다. 지금은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검이불루 화이불치’로 설명한다. 이러한 철학은 나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다. 항상 나의 설계가 ‘담담함’을 가지고 있는지 한 번씩 생각해보며 공간을 설계하고 있다.
2007년, 광교호수공원 설계공모 당시 하루종일 대상지를 돌아다니며 숲과 수변의 경관에 대해 이야기하던 그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현장에서 들은 내용을 그때 그때 받아 적었다가 나중에 노트로 다시 한번 정리했다. “버드나무 가지가 밝으니 이른 봄에 아름답다”, “어두운 골짜기에 일찍 싹을 틔우는 귀룽나무를 심으면 좋겠다”, “흥덕지구 아파트를 가리기 위해 키 큰 상수리나무를 심자”, “호수 물가로 물풀을 심고, 축축한 들판에는 돌배나무가 좋겠다” 등 정영선은 현장에서 경관 계획의 큰 골격을 잡아갔다. 그는 내게 각 장소의 경관을 꼼꼼히 기록하며 큰 그림을 그려나가는 과정을 가르쳐 주었다. 정영선의 세심한 관찰과 분석은 내가 경관을 크게 보고 지역에 맞게 계획을 세우는 방법을 익히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환경과조경436호(2024년 8월호)수록본 일부
이호영은 조경 분야에서 20년 이상의 설계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는 HLD 대표로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다. HLD 설립 전에는 조경설계 서안, AECOM, office ma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2018년 제1회 젊은 조경가 상을 수상했고, 한국조경협회 부회장, 한국조경가협회 위원장, 서울시 공공조경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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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선을 읽는 시선들] 선유도공원이 건네는 위로
선유도공원에는 배려와 풍부함 그리고 정제된 느낌의 분위기가 흐른다. 기존 시설과 새로운 건축물 그리고 이를 둘러싼 조경 사이에 주고 받는 일종의 상호 교류가 있다. 조경가 정영선의 작업을 이해하는 데 건축가 페터 춤토어Peter Zumthor의 『분위기』(2013)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는 자신의 건축을 설명하는 데 있어 아홉 가지 특징(건축의 몸, 물질의 양립성, 공간의 소리, 공간의 온도, 주변의 사물, 안정과 유혹 사이, 내부와 외부의 긴장, 친밀함의 수준, 사물을 비추는 빛)을 제시한다. 이를 바탕으로 한 춤토어의 설계는 건축과 그 주변 환경의 관계를 면밀히 들여다보는 태도에서 기인한다. 이는 공백의 시간을 잇고 서로 다른 영역의 언어들을 포용하는 정영선의 철학 ‘조경가는 연결사’와 맥락을 같이한다.
땅을 읽는 정영선의 태도를 보면, 대상지에서부터 영감을 찾으며 면밀히 분석하고 관찰해 설계한다. 새로운 형태의 공간 골격을 만들어 내기보다 땅의 분위기를 읽어내어 그 땅에 필요한 것들을 주변과 관계 지으며 형태를 만든다.
그의 작품에 드러나는 독특한 분위기를 선유도공원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공원 개장 이후 여러 번 방문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시공된 공원 배치도를 모사(模寫)했다. 선을 따라 그리는 행위 속에서 공간의 골격을 상상해가며 설계 의도와 분위기를 읽어 나갔다.
이 과정을 통해 선유도공원의 해석을 위한 여섯 가지 틀(공간의 골격, 전이 공간, 절제된 요소들, 빛과 소리, 호기심과 관찰, 위로)을 세웠다. 이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으로 이뤄지는데, 순차적 인과 관계로 설명하면서 선유도공원의 정제된 분위기를 전달하고자 한다.
*환경과조경436호(2024년 8월호)수록본 일부
조용준은 지난 20년간 작은 스케일의 공공 정원부터 큰 스케일의 도시계획까지 다양한 국내외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창의적인 생각으로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며, 공공을 위한 의미 있는 장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표작으로 새로운 광화문광장, 국립새만금 수목원, 세운상가 녹지축 조성계획, KT 디지코 도시숲, 더 글라스 호텔정원, 나주 빛가람호수공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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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선을 읽는 시선들] 아모레퍼시픽 원료식물원과 디올 성수, 미래 세대의 수용
경기도 오산에 있는 아모레퍼시픽 원료식물원(2019)과 서울시 성동구의 디올 성수(2022)는 조경가 정영선의 손길로 탄생한 공간이다. 아모레퍼시픽 원료식물원에는 동백과 장미 등 아모레퍼시픽 화장품의 원료가 되는 식물들이 심겨 있고 삼지구엽초, 깽깽이풀 등이 포근하게 땅을 덮고 있다. 디올 성수에서도 데자뷔가 일어난다. 세계적 디자이너 크리스티앙 디오르(Christian Dior)(각주 1)가 사랑했던 장미와 라벤더로 분명히 프랑스 정원을 표현했는데, 모란과 작약, 잔잔한 한국 풀들이 어우러져 한국 정원 느낌이 난다. 단순히 둘을 합친 게 아니라 화학적 성분마저 풀어헤쳐 만들어낸 듯한 제3의 결과물이다. 짜깁기가 아닌 재편집이라는 측면에서 이것은 창조이자 혁신이다.
아모레퍼시픽과 크리스챤 디올, 두 브랜드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창업가의 철학과 헤리티지가 녹아든 경영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서성환(1924~2003) 선대 회장이 1960년 첫 프랑스 방문 길에 들렀던 남프랑스 그라스의 라벤더 밭에서 깊은 인상을 받아 세운 회사다. 프랑스 노르망디 그랑빌에서 어머니가 가꾸는 장미 정원에서 자란 크리스티앙 디오르(1905~1957)는 1951년 그라스의 성 ‘샤토 드 라 콜 누아르(Château de la Colle Noire)’를 사들여 세상을 뜰 때까지 향수 원료 식물을 재배했다. 패션 디자이너이자 조향사였던 그에게 식물은 영감의 원천이자 브랜드의
철학이었다.
둘째, 전통을 혁신해 미래 세대와 만난다는 점이다. 고 서성환 회장은 세계 각국에 있는 차 문화가 왜 우리에겐 없을까 안타까워하며 제주에 다원(茶園)을 일궜다. 요즘 제주 오설록을 찾는 미래 세대는 정영선이 곶자왈을 구현한 정원을 보며 녹차라테를 마시고 견고하게 스토리텔링된 녹차 성분의 화장품을 산다. 루이비통 모에헤네시(LVMH)에 편입된 크리스챤 디올의 행보도 전략적이다. 글로벌 도시들을 돌면서 헤리티지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전시회를 열고, 미래 세대의 왕래가 잦은 핫플 지역에 매장을 낸다. 디올 성수도 그 전략 중 하나다
*환경과조경436호(2024년 8월호)수록본 일부
각주 1. 우리에게 익숙한 브랜드인 ‘크리스챤 디올’은 미국 영어 표기법에 따라 적었고, 설립자인 ‘크리스티앙 디오르’는 프랑스어 표기법에 따라 적었다.
김선미는 2023년부터 동아일보에서 ‘김선미의 시크릿가든’을 연재하고 있다. 동아일보에서 논설위원, 뉴센테니얼본부 크리에이티브랩 팀장, 편집국 문화부와 산업부 차장 등을 거쳐 현재는 콘텐츠기획본부 부장이다. 최근에는 국내에서 가볼 만한 24개의 정원을 소개한 『정원의 위로』(민음사, 2024)를 펴냈다. 산림교육전문가(숲 해설가)이자 현재 서울대학교 협동과정 조경학 박사과정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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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선을 읽는 시선들] 한국 조경 가치의 시각화, 아모레퍼시픽 본사
조경, 그게 뭐 하는 건데
조경학과에 다닌다고 하면 자주 듣던 말은 “나무 심는 일 아니야?” 혹은 “이 나무 이름이 뭐야?” 였다. 여러 공종이 늘 협업하는 건설사에서 조경직으로 근무하니 이제 조경이 나무 심는 일은 아니라는 건 확실히 안다. 하지만 여전히 건축 외 남은 공간을 담당하는 업무로 여겨지곤 한다. 그래서 늘 하는 고민은 1) 다른 공종과 협업하면서도 조경이 돋보이는 디자인과 구현 방법, 2) 조경이 건축 외관을 더욱 풍부해 보이게 만드는 배경이 되면서도 존재감을 잃지 않고 건물과 상생하게 하는 방법이다. 고민에 대한 답을 아모레퍼시픽 본사 사옥(이하 아모레퍼시픽)에서 찾았다.
대청마루에서 보는 풍경
아모레퍼시픽 지상층 조경은 밖에선 건축을 보고 안에선 조경을 보는 상호보완적 관계를 만든다. 독특한 루버 디자인의 백색 건물을 배경으로 두고 있어 더욱 선명하게 보이는 조경에 감탄하며 자연스럽게 이끌려 걸어가면 바깥과 건물을 연결하며 자연스러운 전이 공간 역할을 하는 지상층 숲을 만나게 된다. 숲을 지나 필로티 하부에 서면 방금까지 봤던 도시 풍경이 잊히고 전혀 다른 공간에 온 듯하다.
이 풍경은 선조들이 휴식을 즐겼던 대청마루와 닮았다. 기둥들은 대들보가 되고 넓은 필로티 하부는 대청마루가 된다. 건물 하부에서 차가 달리는 도로가 바로 보였다면 이런 경험을 전혀 할 수 없고 그저 현대적 회랑으로만 느껴졌을 것이다.
이런 경험을 건물 내부에서도 할 수 있다. 건물의 모든 창에서 외부 조경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전통 조경의 개념인 차경을 떠올리게 한다. 창의 위치와 크기, 건물 내부에서 보이는 풍경과의 거리를 고려한 식재 디자인이 건물 안으로 조경을 끌어들인다.
이러한 조경은 이용자와 건축물의 관계를 맺어주며 이 공간을 지속해서 이용하도록 유도한다. 외부에서 본 숲이 건물과 외부를 분리시키며 자연 속으로 들어서는 듯한 느낌을 부여한다면, 내부의 창을 통해 보이는 조경은 나만을 위한 정원이 되며 이용자를 머무르게 하고 건축과 더 소통하게 하는 연결사 역할을 한다.
*환경과조경436호(2024년 8월호)수록본 일부
백규리는 경희대학교 환경조경디자인학과 졸업 후 동심원조경기술사사무소에서 설계를 배웠다. 현재는 현대엔지니어링에서 설계와 시공을 담당하는 디자인지니어(design+engineer)다. 조경인에게 감동과 경험을 주는 공간을 조성하는 것을 추구한다. 조경이 발길 닿는 모든 공간을 만진다는 점을 돋보이게 하는 데 관심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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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선을 읽는 시선들] 식물과 땅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제3자가 바라본 정영선의 이야기를 다룬 세션 1, 2가 끝나자 무대 위에 작은 테이블과 의자 세 개가 놓였다. 이제 주인공이 직접 마이크를 쥘 시간. 세션 3 ‘정영선과의 대화’는 정영선과 두 명의 손님을 초대했다. 중앙 자리에는 정영선, 왼편에는 조경진 교수(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설계학과)의 자리가 마련됐다. 대담 진행을 맡은 이지회 학예연구사(국립현대미술관)는 조경진이 이번 전시와 어떻게 연을 맺게 되었는지 소개했다. “조경진 교수에게 이번 전시장 입구를 장식한 연보를 의뢰했다. 정영선의 삶과 작업의 역사, 한국 조경사, 그리고 세계 환경 관련 이슈의 연대기 작성을 이끌어주며 이번 전시회의 시공간적 맥락을 짚어주는 역할을 해주었다.” 오른편 자리에는 배형민 교수(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과)가 앉았다. 배형민은 정영선의 작품 중 하나인 아모레퍼시픽 신사옥 개관을 기념하며 출간한 『아모레퍼시픽의 건축』의 저자다. 그는 이지회와 함께 황금사자상을 받은 제14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을 준비한 바 있는데, 이지회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베니스비엔날레의 기억을 자주 떠올렸다. 오늘 함께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며 대담의 시작을 알렸다. 세 사람 사이의 대화는 느릿하고 은은하게 오갔다. 조경 철학을 파헤치거나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대신, 오랜 세월 묵혀 둔 작업 뒤편의 이야기를 잔잔하게 풀어내는 식이었다. 대담 뒤에는 청중에게 질문을 받아 답을 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그중 몇 가지를 뽑아 간단히 소개한다.
사우스케이프, 바위를 쪼아 만든 조경가의 조각
‘정영선: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 전시 포스터 한가운데를 차지한 것은 식물도, 탁 트인 경관도 아닌 거대한 바위다. 거칠면서도 섬세한 단면이 돋보이는 이 바위는 남해 사우스케이프의 암각 동산이다. 이 바위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요청했다.
“사우스케이프 설계 의뢰를 받아 처음 클라이언트 내외를 만나러 가던 날, 마당에 있는 억새풀과 들풀을 뜯어 가지고 들어갔어요. 대상지가 본래의 경관이 아름다운 남해인 만큼 이런 우리의 풀들이 보식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직접 뽑은 억새풀과 들풀을 보여주며 말하니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대상지에 커다란 바위산이 있었는데, 숙박 시설과 주요 홀, 휴식 공간이 이 바위산을 빙 두르고 있었습니다. 건축 공사를 진행하며 이 바위를 없애보려고 했지만, 깨다 지쳤는지 그대로 방치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가서 보니 이 바위가 너무 좋더라고요. 이 바위를 없애지 않고 다듬어, 주변을 두른 건축물의 다른 고유 기능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물과 꽃을 더할 수 있다고 말했어요. 절 믿어준 건지 알아서 해달라고 하시더군요. 그날부터 한 제자와 함께 호미와 망치를 들고 몇 날 며칠에 걸쳐 바위를 손으로 다듬었습니다. 이 바위는 조경가가 만든 조각인 셈입니다.”
*환경과조경436호(2024년 8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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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지구 한강연결공원 및 문화시설 국제설계공모
International Design Competition for Banpo-Hangang River Connection Park and Cultural Facilities
반포지구 한강연결공원 및
문화시설 국제설계공모
서울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한강은 도시와 아주 가까이 있지만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아이러니한 존재다. 한강의 콘크리트 둔치가 물을 한 발자국 떨어진 곳에서 보게 만든다면, 한강을 크게 둘러 달리는 고속도로는 도시와 강을 나누는 거대한 물리적 장벽으로 작동한다. 한강과 신반포로 사이를 평행하게 달리는 올림픽대로도 마찬가지다. 올림픽대로는 그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88 서울올림픽과 관련을 맺고 있다. 올림픽경기장이 잠실벌에 위치한 서울종합운동장으로 확정되면서 경기장으로의 접근성을 높일 도로가 필요해졌고, 이는 단순한 도로 정비를 넘어 대도시 도로 정비 개념인 도시고속도로 건설 추진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
올림픽대로가 건설된 뒤 줄곧 단절되어 있던 신반포로와 한강이 걸어서 오갈 수 있는 공중 녹지로 연결될 예정이다. 지난 4월 서울시는 ‘반포지구 한강연결공원 및 문화시설 국제설계공모’(2단계, 1단계 공모는 2월에 진행)를 공고했다. 대상지는 반포주공1단지 1‧2‧4지구 재건축 사업의 기부채납 부지로, 동쪽에는 아크로리버타워를, 서쪽에는 반포주공1단지를 두고 있다. 신반포로에서 출발한 길고 가는 땅이 서래섬을 마주보고 있는 한강변에 도착하며 탁 트인 사각형으로 넓어져 말풍선 같은 형태를 띤다. 계획 범위는 문화공원 2와 그 내부의 문화시설, 근린공원 A, B로 구성되는데, 이때 문화공원 2의 위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계획 범위를 나타내는 지도 속 문화공원 2는 올림픽대로를 과감히 덮고 있다. 즉, 도로 위에 떠 있는 공중 공원인 셈이다. 서울시는 이를 ‘최초의 덮개공원’이라 표현하고 있다.
지침은 공모의 지향점을 다섯 개로 정리했다. 첫째, 자연과 도시를 서로 연결하는 인프라를 구축한다. 남측 신반포로와 북측 한강 수변을 연결하는 보행 인프라를 제시하고, 한강과의 입체적인 연계를 꾀해야 한다. 더불어 생태 영역 간의 매개 공간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둘째, 한강변 도시고속화도로 상부에 설치되는 최초의 공원이라는 점을 고려해 설계해야 한다. 입체 공원, 한강을 내려다볼 수 있는 수평 공원, 대규모 공중 공원이라는 키워드가 함께 제시됐다.
셋째, 반포지구 공동 주택 단지와의 조화와 상생을 꾀해야 한다. 인근 단지의 주민과 서울 시민 모두가 향유할 수 있는 공공 공간임을 염두에 두고,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의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넷째, 장소의 기억을 담은 복합 문화 공간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지침은 대상지의 문화시설에 한강변 주거사를 전시하는 공간이자 문화와 예술을 담도록 지시했다. 이때 대상지에는 존치된 반포주공1단지 108동의 보존과 활용에 대한 자유롭고 창의적인 제안을 요구했으며, 보존 정도 및 철거 여부에 대해서도 제한을 두지 않았다.
다섯째, 공원과 문화시설이 민간의 기부채납 시설임을 인식하고 민간과 공공의 협력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공공 공간의 완성도와 디자인 혁신을 꾀하며, 설계자·조합·공공 상호 협력과 조화로 프로젝트를 이끌어 나가야 한다.
공모는 2단계로 진행됐다. 1단계에서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6개팀을 선정하고, 4월부터 선정된 6개팀을 대상으로 2단계 설계공모를 진행했다. 6월 4일, 200여 명의 시민과 전문 심사위원단이 참석한 2차 공개 프레젠테이션을 개최해 최종 순위를 가렸다.
당선작으로 건축사사무소 리옹 팀의 ‘다층의 문화 공원’이 선정됐다. 당선작은 자연 지반을 최대한 살려 너른 들판 같은 풍경을 만들고, 다층 구조의 정원과 오솔길, 산책로를 통해 한강까지 자연스럽게 걸어서 갈 수 있게 한 점이 특징이다. 맨발 걷기, 숲 놀이터, 목초지 등 다양한 생태 경험 공간과 풀, 들꽃, 나무의 섬세한 식재를 통해 사계절을 오롯이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시공성과 안전성도 우수해 실현 가능성 측면에서도 좋은 안으로 평가됐다. 심사위원단은 “상부 공간을 생태 공원으로 확장한 형태로 향후 덮개공원의 모델이 될 수 있고, 실현 가능성과 설계 유연성에서 독창성이 돋보였”으며 “기존 주거 흔적을 상징적으로 재해석해 의미를 갖게 한 점도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9월 개최 예정인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조합 총회 의결 절차를 거쳐 최종 설계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조합 총회 의결 이후 당선팀은 기본설계를 진행하게 된다. 실시설계는 조합이 별도로 선정한 업체가 맡게 되는데, 당선 팀과 함께 디자인과 실무를 보완하며 사업의 완성도를 높여갈 예정이다.
다음은 심사위원이 중요시 여긴 다섯 가지 관점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첫 번째, 도시와 한강과의 연결은 도시 구조의 개선을 수반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판단 기준이라고 생각했다.
두 번째, 한강 덮개공원의 공간적 성격을 중요하게 봤는데, 자연을 닮은 공원과 활동 중심적인 공원을 두고 토론한 결과 전자의 가치를 더 높이 평가했다. 다시 첫 번째와 두 번째 가치에 대해 비교 토론한 바, 도시와 한강의 연결보다는 공원이 담고 있는 성격이 더 중요하다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결국 단순히 한강과 도시가 연결됐다는 점보다 덮개공원의 공간적 성격에 더 집중해 평가했다.
세 번째, 문화시설은 이 프로젝트에서 특정한 기능을 담고 있는 공간이다. 덮개공원과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공원을 활성화시키는 데 얼마만큼 기여하는가도 평가 기준이었다.
네 번째, 프로젝트의 공사비의 제약과 한계가 예상되기에 규모가 축소됐을 경우, 원래의 안이 가진 가치와 잠재력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지 논의했다. 시공성과 경제성도 함께 고려했고 공사비 때문에 규모가 축소될 상황을 상정했다. 그때 원래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을 수 있는지가 중요한 평가 요소로 작용했다.
다섯 번째, 한강 덮개공원이 서울에서 처음 시도하는 사업인 만큼 올림픽대로의 상부가 공원으로 계속 확장되어 갈 수 있다면 좋겠다고 의견이 모였다. 이러한 점에서 당선작은 향후 덮개공원이 긍정적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 사업을 통해 올림픽대로 상부가 공원으로 전환되는 데 시민의 호응이 따르고, 또한 그 사업이 계속 이어질 수 있길 희망한다.
당선작다층의 문화 공원_건축사사무소 리옹+로칼디자인(LOKALDESIGN)+신혜원(모나시대학교 교수)+스튜디오 풀칸 조경(studio Vulkan Landschaftsarchitektur)
2등작 경계 없는 전시공원_조병수건축연구소+지 오터슨 스튜디오(Ji Otterson Studio)+트랜솔라 클리마 엔지니어링(Transsolar Klima Engineering)+휘트비 우드 밀스(Whitby Wood Mills)+에이치이에이(HEA)
3등작
반포 생태 놀이동산_스뇌헤타(Snøhetta)+슐라이히 베르게르만 파트너(Schlaich Bergermann Partner)+뷰로 하폴드(Buro Happold International Hong Kong)
한강의 풍경, 기억의 유산_건축공방건축사사무소+건축공방+스튜디오 아케위(Studio Akkerhuis)+로라 랜드스케이프 아키텍츠(LOLA Landscape Architects)
더 플로우(The Flow)_펜타토닉 LLC(Pentatonic LLC)+엠아이엔건축사사무소+조경설계해랑
패스트스케이프 앤드 슬로스케이프(Fastscape & Slowscape)_엠엠케이플러스건축사사무소+맹필수(서울대학교)+스트레인지 워크스 스튜디오(Strange Works Studio)+이머전트 스튜디오(Emergent Studio)+터레인 워크(Terrain Work)+CA조경기술사사무소+유신+센구조연구소+한정민(연세대학교)
주최 서울시 미래공간기획관
발주 반푸주공1단지(1‧2‧4주구)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
위치 서울시 서초구 반포동 901번지 일원
공모 방식 2단계 국제설계공모
설계 범위 계획 및 기본설계
계획 범위 및 면적 문화공원2, 문화공원2 내 문화시설, 근린공원 A, B
A 한강연결공원: 신반포로에서 반포 한강지구까지 연결하는 공원으로 아래를 모두 포함
① 문화공원2(덮개공원 포함)
문화공원2 전체 구역 면적 45,209m2 중, 35,209m2 이하로 계획 제안
덮개공원은 구역 면적 20,000m2 중, 10,000m2 이하로 계획
② 한강과의 연결을 위해 필요한 주변 공원
근린공원 A: 3,452.2m2
근린공원 B: 1,401m2
B. 문화시설: 기준 연면적 3,300m2 이하로 계획
설계용역비 약 4,900백만원(부가세 별도)
덮개공원 및 문화시설 설계비: 약 47억(부가세 별도)
문화공원 2 외 기타공원: 약 2억(부가세 별도)
기부채납 설치비
덮개시설 및 문화시설 설치비: 108,622백만원(부가세 별도)
문화공원2 설치비: 약 5,000백만원
보상금
당선작(1점): 기본 및 중간설계 우선협상권
2등작(1점): 1억5천만원
3등작(4점): 1억원
운영위원
윤승현(중앙대학교 교수, 운영위원장)
김세진(지요건축)
윤혁경(에이엔유건축)
이상민(현대건설)
천장환(경희대학교 교수)
남정현(서울시 공동주택지원과장)
김창규(서울시 미래공간기획관)
이유국(서울시 미래한강본부 시설부장)
심사위원
김용미(금성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 심사위원장)
김광수(건축사사무소 커튼홀 대표)
김세진(지요건축사사무소 대표)
남성택(한양대학교 교수)
마이클 스픽스(시러큐스대학교 교수)
박승진(디자인 스튜디오 loci 대표)
은상준(현대건설)
이상은(국토연구원 건설·민간투자·자원연구센터장)
천장환(경희대학교 교수)
황경주(서울시립대학교 교수)
정현태(뉴욕공과대학교 교수)
최영준(서울대학교 교수)
진행 김모아, 금민수, 이수민 디자인 팽선민 자료제공 서울시, 수상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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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지구 한강연결공원] 다층의 문화 공원
당선작
긴 세월 동안 한강은 수많은 층위를 남겼다. 각각의 층위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다가도 하나의 공간을 이루는 요소가 된다. 한강에서 한강공원, 올림픽대로, 반포주공1단지까지 연결되는 다양한 층위는 한강과 주거지 사이의 독특한 흐름을 만들었다. 새로 생기는 덮개공원과 공공 문화시설이라는 층위, 그리고 재개발될 아파트의 새로운 단층은 기존의 흐름을 연결하고 확장한다. 우리는 한강에 새로 생겨날 ‘다층의 땅을 바라보는 시선’에 집중했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기후 위기에 전면적으로 대응하는 도시와 자연에 대한 새로운 지각이 필요하다. 기후 변화 시대에 반포지구 한강연결공원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그 의미와 역할은 무엇인지, 현시점에서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계획하고 대응해야 할지 자문하며 다섯 가지 지향점을 제안한다.
다섯 가지 지향점
도시와 자연의 복합: 반포지구는 다양한 자연 요소와 인공 사물이 어우러진 곳이다. 사유지와 공유지라는 성격이 다른 영역이 공존하고 있고, 한강공원 같은 열린 시민 공간이 존재한다. 반포지구의 다양한 요소들을 공존하게 한다면 이곳을 자생력과 공존의 힘을 갖는 복합 서식지로 조성할 수 있다. 새로운 한강공원은 인간의 문화와 자연의 다양한 생물체를 연결하는 유연한 공간이 될 것이다.
다층적 땅, 생태: 땅의 본질인 자연 지반을 최대한 보존해 다양한 생명체와 사람이 공존할 수 있게 한다. 한강공원~들:판~내리:정원 108~수풀원~사이:정원으로 이어지는 자연 지반의 층위는 길과 자연 요소, 경관을 하나로 이어준다. 다층의 땅 위에서 자연 지반과 인공 지반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자생하고 공생하게 될 것이다.
통합: 덮개공원은 휴식과 레저 공간이자 새로운 한강의 경관을 제공해 준다. 빗물이 스며드는 정원과 더불어 자연 환기가 가능한 덮개공원과 완충 녹지는 도시와 자연을 매개하고 미세 먼지 저감을 위한 도시 숲이며 도시 열섬 완화를 위한 기반 시설로 기능한다.
협력하는 시민: 다양한 전문가가 협력하는 프로젝트의 설계자는 계획뿐 아니라 조력자와 중재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우리의 디자인 윤리는 사람과 자연 사이의 깊은 연결을 촉진하며 두 존재의 웰빙을 향상시키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단단한 구조물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 사이의 공생 관계를 촉진하는 방식으로 디자인에 접근했다. 땅을 존중하고 자연이 번성하기 위해 필요한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시각적 흥미와 더불어 자연에 잠재된 회복력을 이끌어내 지속가능한 생태계, 생물 다양성을 품은 경관을 만들고자 한다.
기억을 담은 복합 문화 공간: 반포주공1단지의 108동은 수많은 사람의 기억을 담고 있다. 홀로 남은 108동은 서울 미래 유산으로서 과거, 현재, 미래를 동시에 담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될 것이다. 108동은 반포지구의 정체성으로서 미래와 현재가 상호작용하는 시민의 장소가 되어 문화와 자연을 연결시킨다.
사이:정원
높이가 다른 아크로리버파크(동쪽)와 디에이치클래스트(서쪽) 사이에 사이:정원을 만들어 두 단지를 자연스럽게 이어준다. 공원 경계부 양쪽에 밀도 높은 숲을 조성해 외부로부터 시야를 차단해 프라이버시를 확보한다. 정원 중심부는 주민 텃밭으로 활용되는 작은 텃밭을 품고 있는데, 이곳은 만남의 장소이자 소통 장소 역할을 한다. 빗물을 모으는 빗물 저금통은 마을 텃밭 이용자와 시민정원사들이 사용할 수 있다. 농막의 역할을하는 파빌리온은 휴식 공간이자 농기구를 저장하는 공간이다. 사이:정원을 지나 신반포로에서 시작해 한강으로 향하는 메타세쿼이아 숲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각 단지의 진입구와 이어진 주요 산책로는 완만한 경사를 따라 올라가며 숲 라운지를 만들어낸다. 오솔길은 포켓 녹지와 텃밭, 주변 공공 단지를 연결한다.
사이:텃밭
기존 근린공원A의 일부분을 텃밭 정원으로 활용한다.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다층의 자연 친화적 커뮤니티 공간으로 조성한다. 빗물을 담는 물 그릇인 텃밭 정원은 생명력 있는 토양 환경을 되살려 미생물과 농작물이 자라나는 건강한 땅을 만들어낸다.
숲:정원
숲:정원은 올림픽대로변에 있는 기존 완충 녹지 흐름을 이어간다. 공원 동쪽에 위치한 숲:정원은 가장자리에 식재가 밀집되어 있고 중앙으로 갈수록 나무의 밀도가 낮아져 분위기가 밝아진다. 빽빽하게 나무가 심긴 이곳은 도심의 피난처다. 정원에는 숲속으로 이어지는 다양한 작은 산책로가 있다. 황토길은 맨발로 걸으며 주민들이 편하게 자연을 느낄 수 있으며, 산책로는 주변에 흩어져 있는 다른 정원들과 연결된다.
신반포로에서 사이:정원으로 이어지는 주요 공원 산책로는 숲속으로 스며들며, 장애인도 다닐 수 있는 완만한 경사의 곡선 길은 아크로리버파크 단지로 이어진다. 나무가 우거진 숲:정원은 물리적인 개입이 아닌 친환경적 요소로, 언덕과 나무를 통해 올림픽대로의 소음과 먼지를 차단한다. 숲:정원의 중심부이자 가장 높은 곳에는 108동 건물과 내리:정원의 입구가 위치하며, 한강으로 향하는 산책로의 진입 역할을 한다.
내리:정원 108
뼈대만 남은 108동을 공원 일부로 활용한다. 부분적으로 남겨진 108동은 3개의 서로 다른 층을 이어주는 수직 축의 중심이 된다. 신반포로에서 이어지는 공원 산책로는 완만한 경사를 통해 1층에 도달하며, 이는 아파트 단지의 진출입로와 같은 높이다. 산책로와 단지 출입로가 만나는 위치에 숲 광장을 조성한다.
108동 둘레의 폭을 3m 더 넓혀 선큰 정원을 조성한다. 정원은 문화시설이 위치한 지하층에 채광과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 지하층에는 주거 역사 전시장과 108 카페, 화장실 등 이용객을 위한 문화시설을 만든다. 108동의 기존 계단을 이용해 지하층과 연결하고, 동쪽에는 108동 외벽 입면과 5층까지의 주요 구조를 존치해 엘리베이터를 통해 공원 이용객들이 자유롭게 지하층과 덮개공원에 접근할 수 있게 한다. 108동 수직 동선인 엘리베이터와 브리지는 한강으로 접근하는 최단 거리를 만든다.
덮개공원, 들:판
올림픽대로 상부에는 덮개공원, 들:판을 조성한다. 한강 전망을 가리지 않도록 낮은 높이의 그라스 정원을 계획했다. 들:판의 가장자리에는 안전을 위해 나무를 식재하고 이를 위해 토심을 상대적으로 깊게 확보했다. 들판의 중심부는 목초지로 구성하고, 나무와 바위로 그늘이 드리우는 쉼터로 조성한다.
덮개공원은 건조 지역과 습한 지역, 탁 트인 초지와 조밀한 관목 등 대비되는 특성을 가진다. 공원 산책로는 들:판 위 브리지로 연결되며, 들:판을 거쳐 한강으로 이어지는 동선이다. 보조 동선으로 마련된 자갈길은 목초지 중심을 지난다. 비가 올 때 오목한 지형을 따라 가운데로 빗물이 모이면서 건천을 만들어 낸다. 이 지점에 북쪽의 한강과 남쪽의 공원을 바라볼 수 있는 작은 쉼터와 휴식 플랫폼들을 배치한다. 엘리베이터, 계단, 경사로의 세 가지 방법으로 덮개공원에 접근할 수 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을 통해 덮개공원과 한강공원을 엮는다.
들:판 나들목
반포한강공원과 사래섬, 들:판의 교차점에 위치한 들:판 나들목은 들:판의 주요 수직 동선과 연결되고 한강과의 높이 차를 극복한다. 한강 진입 공간이자 한강변, 서래섬, 들:판 세 녹지대의 중간 지점인 나들목은 다양한 이용자와 프로그램을 수용한다.
한강변 자전거 도로와 보행로, 차량 통행로에 접한 개방형 광장은 바닥 포장으로 주변과 구분하고, 들:판의 도착 지점이 자연스럽게 반포한강공원의 일부로 편입되도록 한다. 기존 올림픽대로 하부를 통과하는 반포안내센터 나들목, 서래섬 나들목 사이에 위치한 들:판 나들목은 녹지를 통해 한강으로 접근하는 새로운 나들목 유형을 제시한다.
- 건축사사무소 리옹+LOKALDESIGN+신혜원(모나시대학교)+ studio Vulkan Landschaftsarchitekt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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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지구 한강연결공원] 경계 없는 전시 공원
2등작
덮개공원의 환경 설계적 측면
반포지구 한강연결공원의 덮개공원은 자동차가 빠르게 달리는 올림픽대로 상부에 조성되는 공원이다. 바람이 센 강변 환경과 극한의 날씨에 대한 대비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사계절 내내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안정적인 야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공원 테두리에 스크린을 제안한다. 바람과 환경 시뮬레이션 자료를 기반으로 스크린의 각도와 통기성을 조절했다. 이는 강한 겨울 바람과 뜨거운 태양, 비와 눈으로부터 방문객을 보호한다. 동시에 스크린은 하부 고속도로의 통행을 고려한 안전 장치의 기능을 겸한다. 공원 방문객들의 안전을 확보할 뿐 아니라 하부 고속도로에 위험한 파편이 떨어지지 않도록 한다. 고속도로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먼지 또한 스크린에 의해 차단되어 도심 한복판에서 자연과 한강이 조화롭게 경험될 수 있는 쾌적한 환경을 조성한다.
지속가능한 공원으로써의 잠재성
지속가능성과 기후 회복탄력성은 중요한 설계 지향점이다. 궁극적으로 태양 에너지 발전, 지열 에너지, 풍력 분석을 통한 탄소중립을 달성하고자 한다. 최소한의 에너지를 활용하고 쾌적한 야외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쿨링 플라자(증발 냉각 광장), 차양 구조물 등을 설계했다. 미술관 건물과 공원에는 태양광 패널과 녹화 지붕과 같이 환경적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재료들을 사용했다. 이러한 디자인 원칙들을 통해 다양한 각도에서 지속가능한 공원으로써의 잠재력을 탐구했다.
*환경과조경436호(2024년 8월호)수록본 일부
- 조병수건축연구소+Ji Otterson Studio